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71 1570년 12월 하순
시즈코는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는 대기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품의한 의견도 노부나가에게 계속 기각되고 계속 전후 처리(戦後処理)를 담당하라는 말만 들었다.
바쁠 때에는 방문해서 시즈코를 뒤흔들던 면면들도 소식이 없었다.
키묘마루(奇妙丸)는 노부나가와 함께 히에이 산(比叡山) 포위전에 나가 있었고, 나가요시(長可)는 아시미츠(足満)와 함께 코키에 성(小木江城)의 방어, 신출귀몰한 노히메(濃姫)였으나 지금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전몰자(戦没者)니 상이자(傷痍者)에 대한 대응은 케이지(慶次)나 사이조(才蔵)에게도 조력을 구했다.
우선 전몰자들을 위해 위령비(慰霊碑) 및 공양탑(供養塔)을 건립했다. 다음으로 각 사찰에 쌀을 시주하여 공양을 의뢰했다. 이번의 전쟁에서 전몰자는 천명 이상이나 되었으며, 개중에는 원래 노예였던 자들이나 전과자들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전원에게 같은 양의 쌀을 내어서, 모두 똑같은 공양을 의뢰했다.
그것 하나만 해도 주위를 놀라게 한 시즈코였으나, 주위의 경탄을 신경쓰지 않고 '어떤 사람이든 죽으면 시체(仏). 그러니 속세의 죄과(罪科)도 지위(地位)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여 더욱 감동시켰다.
상이자들에게는 의사를 모아 임시 치료원을 설립하고, 거기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알선하고 위문편지를 보냈다.
대규모의 시책을 필요로 한 것은 전몰자 유족에 대한 대처에 관해서였다.
조의금 등의 일시금을 지급하면 그 자리에서의 지원은 가능하지만, 돈을 벌어올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는 언젠가 곤궁해질 것은 명백했다.
재혼할 수 있다면 좋지만, 과부(남편과 사별한 후 재혼하지 않는 여성)가 되면, 언젠가 몸을 망치는 것은 필연적이다.
뭔가 좋은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한 결과, 시즈코가 떠올린 것은 방적공장(紡績工場)을 세워, 거기에 여공(女工)으로 취직시키는 방법이었다.
방적이란 이름 그대로 면(綿)이나 마(麻), 비단(絹), 양모(羊毛) 등을 실로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건물에서 하던 방적도, 지금은 평지에 쌓은 성(平城)과 맞먹는 넓이를 가진 공장으로 발전했다.
광대한 토지에 공장을 세우면, 많은 종업원이 필요해진다.
방적 업무에 관련된 사람과 업무를 서포트하는 사람, 병원이나 격리병동(隔離病棟) 등 질병의 유행을 막는 사람, 갓난아기나 어린아이들을 맡는 보육소, 다음 세대를 짊어질 아이들을 교육하는 서당(寺子屋), 공장을 지키는 위병(衛兵)이 필요하다.
공장 하나로 다양한 고용이 발생하게 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유행성의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이다.
감염력이 높은 질병이 유행하면, 그것만으로도 공장을 포함하는 주위 일대가 죽음의 마을로 변해버린다. 항생물질이나 치료약이 없는 전국시대에서, 방역(防疫, 질병을 미리 방지하는 것)은 사활문제였다.
질병의 유행을 막으려면, 자연 치유력과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이 두 가지를 높이려면 의식주는 물론, 공중위생(公衆衛生), 법질서 등 다양한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대부분이 재혼했지만…… 역시 과부가 되는 사람들이 생기네. 세이프티 하네스(safety harness) 숫자를 늘려야겠어"
세이프티 하네스, 정확히는 베이비 하네스(baby harness)라고 부르며, 걸을 수 있게 된 젖먹이 유아가 부모에게서 멋대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도구이다.
시작된 것은 중세 유럽으로, 당시에는 걷기 시작한 젖먹이 유아들의 보행을 보조하기 위해 옷에 꿰매붙인 끈 형태의 것이었다. 그것이 시대와 함께 역할이 바뀌며, 현대의 것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유럽에서는 수백년의 역사가 있으며, 주로 상류 귀족 사이에서 유행했고, 만년의 루이(Louis) 14세와 가족을 그린 초상화 등에도 베이비 하네스는 등장하고 있다.
물론 현대와 다름없이 당시부터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작은 사고라도 죽음으로 직결되는 시대 배경 떄문인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용하는 귀족들은 많았다.
"뭐 그거,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서는 엄청나게 불평이었지. 오랜만에 권력을 써서 보급시켰어"
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전국시대에도 현대에도, 어린아이가 느닷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다름이 없다.
어머니가 넘어진 아이를 도와 일으키려고 하는 찰나, 다른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뛰어나가 강에 빠져 익사했다는 이야기는 몇 건이나 시즈코의 귀에 들어왔다.
아무리 보육소를 만들더라도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세대를 짋어질 아이들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도, 세이프티 하네스의 보급은 필요 불가결했다.
하지만, 유럽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반대 의견은 나왔다. 원래는 시간을 들려 침투시키는 것이지만, 목숨의 문제인만큼 보급은 급선무였다.
따라서 시즈코는 평소 잘 쓰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여, 어머니들에게 서양식 이름을 피하고 미아끈(迷子紐)이라고 부르며 착용 지도를 하고, 불시 검사를 하여 사용하지 않는 부모에게 벌칙을 내렸다.
"뭐, 미아끈의 생산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지금은 공중재배(空中栽培) 보고서를 정리할까"
시즈코는 고구마(薩摩芋)의 공중재배에서 얻은 실험결과를 정리하여 노부나가에게 제출할 필요가 있었다.
고구마의 공중재배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역시 크기가 땅에서 키울 때보다 한층 작았다.
하지만 고구마의 크기는 4개월을 피크로 하여, 그 이상은 시간을 들여도 별로 성장하지 않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로부터 4월에서 8월, 그리고 7월에서 11일의 이기작(二期作, ※역주: 1년에 두 번 재배하여 수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전기(前期)는 고구마, 줄기, 잎사귀를 수확할 수 있고, 후기(後期)는 고구마와 줄기를 수확할 수 있다.
고구가마 조금 작더라도 2기작을 하면 전체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셈법이다. 실제로, 전용면적 1평방미터의 삼각선반 5단(三角棚五段)으로 재배한 결과, 200kg의 단작 수량(単作収量, ※역주: 한 번의 재배에서 수확한 양을 말하는 듯)을 달성했다.
2기작을 하면 단순 계산하더라도 1평방미터당 40kg의 단작 수량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실험 때문에 잔뜩 생겨버린 고구마네"
고구마 칩스를 먹으면서 시즈코는 투덜거렸다. 애초에, 비상식량으로서 일정 수량을 재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험을 위해 고구마를 추가로 재배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수확량은 예년보다 많다. 하지만 고구마의 소비량은 변하지 않기에, 고구마 칩스 같은 걸로 만들어서 간식용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뭐 보고서는 조금만 더 쓰면 완성되겠네. 그보다 오늘은, 얼마 안 되는 외출일이니까 준비해야지"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엄격한 이동 제한을 부과했으나, 1개월을 경계로 제한을 완화했다. 그것은, 꼭 그녀가 나가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말의 수령이었다. 말이라고 해도 키소 말(木曽馬) 처럼 일본에 옛부터 있는 말이 아니다.
해외, 그것도 현존하는 개량마 중 최초로 확립된 아랍종이다.
말의 품종으로 유명한 서러브레드(Thoroughbred)도, 이 아랍종과 영국 고유의 품종인 헌터 등의 품종을 교배시킨 결과 태어난 것이다.
그들은 평평한 땅을 달리는 데 적합한 말로, 스태미너가 높아서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
반면, 대단히 식사량이 많고 키소 말과 달리 고저차(高低差)에 약하며, 식사가 시원찮으면 본래의 잠재능력을 끌어낼 수 없다.
국토의 6할이 산지인 일본에서는 쓸 데가 마땅치 않지만, 키소 말과 교배하면 고저차에 강하고, 튼튼하며 시원찮은 식사에도 잘 견디고, 유지관리도 비교적 용이한 앵글로아랍과 동등한 말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프로이스와 만날 때 하는 남장을 한 후, 시즈코는 그와 만나 수컷 30마리, 암컷 20마리, 합계 50마리를 수령했다. 그리고 말 중에 가장 좋은 개체를 골라 마구(馬具)를 장비시켰다.
노부나가가 보면 확실하게 한 마리 내놔라, 고 말할 것은 뻔했기에, 그 전에 제일 좋은 개체를 자기 것으로 삼았다.
"좋은 말입니다"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키소 말에 타고 있는 프로이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아랍종을 일본으로 수입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진력해준 부분이 크다. 물론, 무상의 봉사는 아니다. 서로 이해가 일치한 결과이다.
유럽은 1500년에는 아랍종을 수입했기에, 그 말을 50마리 정도 일본으로 돌리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다만 아랍종은 서양의 군사와 관계가 깊어서, 당초에는 예수회도 난색을 표했다. 일본에서의 터키시 앙골라 소동을 고려해서, 예수회는 고양이로 얼버무릴 수 없을지 생각했다.
중세 유럽은 고양이에게 암흑시대라고 해도 좋다. 마녀의 사역마라고 생각되어, 특히 검은 고양이가 혐오받은 시대로, 많은 고양이가 근거없는 죄로 산 채로 화형에 처해졌다.
고양이가 악의 상징으로 간주된 이유는, 카톨릭이 그노시스(※역주: 영지주의(靈智主義, Gnosticism)) 파를 '검은 고양이로 모습을 바꾼 악마와 손을 잡고있다'고 비난한 것이 시초이다.
이 일로 검은 고양이가 박해받게 되고, 나아가 마녀사냥으로 대표되는 이단자 사냥과 연관되어, 고양이는 마녀의 사역마가 되어 버렸다.
고양이가 줄어들자 쥐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페스트 균을 가진 벼룩이 확산되어버린 결과, 중세 유럽에서 페스트가 대유행했다.
이것을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더욱 많은 고양이를 학살해갔다. 하지만 그것은 페스트를 옮기는 벼룩이 달라붙은 쥐를 더 늘어나게 해서 페스트의 유행을 돕는 결과가 되었다.
한편, 일본이나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는 옛부터 신비로운 생물로 중히 여겨졌다. 저장한 곡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는 귀중한 파트너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숭배가 강하여, 기르던 고양이가 죽으면 주인은 상을 치르고, 고양이를 미이라로 만들어 관에 넣어 정중하게 장사지냈다.
일본에서도 검은 고양이는 복고양이(福猫)라고 부르며 대단히 중하게 여겨졌다.
그 중에서도 우다(宇多) 천황이 선대 코우코(光孝) 천황에게 선물받아 5년동안 키워온 고양이 사육일기 '관평어기(寛平御記)'에 나오는 중국(唐)에서 온 검은 고양이는 특히 유명하다.
또, 침초자(枕草子)에 나오는 이치죠(一条) 천황도 고양이를 사랑하여,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자 사람과 같은 의식을 치러 '묘부노오모토(命婦のおもと)'라는 이름과 5위(位)의 지위를 내렸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모르는 예수회가, 어쨌든 고양이로 어떻게 얼버무리라고 프로이스에게 편지와 함께 산고양이를 잔뜩 보내왔다.
그러나 프로이스는 예수회의 명령을 거부하고, 의에 어긋나는 태도는 이 나라에서 가장 혐오된다고 반론, 예수회 본부에게 아랍종을 보내도록 설득했다.
최종적으로 설득을 받아들인 예수회는, 거세되지 않은 아랍종 50마리를 일본으로 보내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프로이스는 보내져온 마눌고양이(マヌルネコ)나 묘하게 큰 흰 고양이를 잘 이용하여 시즈코에 대해 말의 운송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사과의 표시로서 헌상했다.
산고양이들이 강제로 포획된 것을 알게 된 시즈코는, '이번 같은 일로 소생에게 동물을 헌상할 필요는 없음. 이번에는 받아들이겠지만 이후에는 부주의한 남획을 자제할 것'이라고 프로이스에게 전했다.
일본의 생태계가 무너질 것을 걱정한 발언이었으나, 안타깝게도 프로이스에게는 불교의 가르침이 관계된 것으로밖에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뭐 처음에는 병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야생동물은 생명력이 강하네)
마눌고양이는 균이 적은 고지대에 서식하는 산고양이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견디지 못하고 병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배로 운반되는 도중에 튼튼해진건지, 아니면 많은 개체 중에 가장 강한 마눌고양이만 살아남은 건지, 어쨌든 마눌고양이는 기운차게 날뒤고 있었다.
야행성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야행성인 쥐 종류를 문답무용으로 사냥하고 있었다.
비교적 소형의 산고양이이기는 하나, 쥐를 노리는 라이벌이 동족인 고양이들을 제외하면 일본 수달(日本川獺) 정도인 점과, 대형의 육식동물에게 노림받을 걱정이 없다.
다만 비트만 등 회색늑대 일가와, 맹금류의 왕자인 부채머리 독수리인 시로가네, 밤의 맹금류인 아카가네와 쿠로가네에게는 대들지 않았다.
묘하게 큰 흰 고양이는 종류가 확실하지 않았다. 반점 같은 모양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동물을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즈코는 동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근대에는 동물보호의 개념이 없기 떄문에, 멸종 위기종인 동물들도 태연하게 포획한다. 그걸 생각하면 흰 고양이는 귀중한 동물일 가능성도 있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키워보는 것 이외에는 판단재료가 없었다.
현재 상태에서 알고 있는 것은 암수 한 쌍, 그리고 두 마리는 각자 다른 곳에서 반출되었다는 것 뿐이다.
마눌고양이는 경계심이 강하여 생각보다 잘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커다란 흰 고양이는 처음에는 경계했으나, 시즈코가 먹이를 주는 존재라고 인식했을 떄부터 경계심이 옅어져, 지금은 시즈코의 뒤를 따라 걷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쪽도 고양이 특유의 변덕스러움으로, 따라올지 아닐지는 그들의 기분에 달려 있었다.
커다란 흰 고양이는 종류를 알 수 없었기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류했지만, 마눌고양이는 그 둥글둥글한 외모 때문에 '마루타(丸太)'라고 이름붙였다.
(흰 고양이 쪽은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드네. 뭐 자세히 생각하는 건 관두자. 그보다 모처럼 동물을 수입해다 주니까, 이 틈에 멸종된 도도새도 요구해 볼까)
노부나가가 고양이를 마음에 들어했기에 고양이의 예산이 주어졌다고는 해도, 이 이상 동물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멸종된 동물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도도새는 발견된 지 겨우 100년만에 멸종된 날지 못하는 새다. 1598년에 존재가 공식적으로 보고되고, 1681년을 마지막으로 목격정보가 사라져서 멸종되었다고 전해진다.
기회가 있다면 부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도망친 대형의 맹금류,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려나) 프로이스 님, 이전에 도망쳤다고 한 대형의 새,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대형의 새…… 아, 그 새 말씀이십니까. 확증은 없습니다만, 선원이 동료와 함께 일본을 떠나는 것을 보았다, 는 소문이 있는 것을 들었습니다"
가벼운 기분으로 프로이스에게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도망친 맹금류가 동료까지 데리고 있었다는 점에, 일말의 불안을 느낀 시즈코였지만 지금은 쓸데없이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호호, 그거 무섭군요. 뭐 지금은 신경써도 소용없겠지요. 그보다도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로이스 님, 이 말을 운반하는 동안, 소생과의 약속은 지켜주셨습니까?"
"예. 말을 운반하는 데 300명의 선원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한 명도 피를 토하는 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즈코가 프로이스와 거래한 것은, 괴혈병(壊血病)의 치료방법이었다.
콩나물 재배가 확실히 효과가 있다, 고 그들에게 증명하려면 괴혈병에 걸리지 않는 것과, 괴혈병에 걸린 사람이 치료되는 것 두 가지를 증명해야 했다.
그 중, 첫번째는 후추의 묘목이나 씨앗을 운반할 때 증명되었다.
또 하나의 콩나물을 섭취하는 것으로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하려면, 인도에서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 일본으로 말을 운반해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는 약 반년에 걸쳐 아랍종을 운반하게 되었으나, 이 기간 동안 선원들이 한 번도 괴혈병에 걸리지 않았기에, 콩나물 섭취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었다.
식민지 정책이 가속될 불안이 있었던 시즈코였으나,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은, 이 치료방법을 카톨릭 교회의 비의(秘儀)로 삼았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실추된 교회의 권위를 되찾아야 한다.
원인불명의 괴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카톨릭 교회의 권위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피를 토하는 병입니까. 소생은 괴혈병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괴혈병, 입니까?"
"이빨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다음으로 피부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탈력감이나 둔한 통증이 심해지며, 이윽고 죽음에 이르는 병. 그 원인은 해상 생활에서는 보충할 수 없는 야채의 부족. 이웃나라인 명(明)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이 방법'에 착안하였습니다"
"과연, 그런 의미에서 '괴혈병'이라는 것인가요"
"예. 하지만 이것으로 괴혈병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지겠죠"
"그렇군요. 이걸로……"
카톨릭 교회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다. 그 반응을 확실히 느낀 프로이스였다.
11월 중순, 혼간지(本願寺)에서 파견된 방관(坊官)인 시모츠마 라이탄(下間頼旦) 등이 이끄는 잇키슈(一揆衆)는, 그 숫자가 수만명으로까지 불어나있었다.
북방세력 48가(北勢四十八家)라고 불린 이세 국(伊勢国) 북부의 북 이세(北伊勢) 지역에 세력을 가진 성주(城主), 호족(豪族) 중 일부가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一向一揆)에 가담하는 등, 오다 가문에 반기를 드는 존재들은 착실히 늘어갔다.
그들은 이토(伊藤) 씨 일족이 성주를 맡고 있는 나가시마 성(長島城)을 함락시키고는 그 성을 나가시마 잇코잇키의 거점으로 삼았다.
이어서 노부토모(信興)가 지키는 코키에 성을 공격해 함락시키고자, 그들은 기세를 몰아 코키에 성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절망(絶望)'이라는 한 단어였다.
코키에 성은 콘크리트 성벽 등, 최신의 건축기술이 도입된 견고한 요새로 변해 있었다.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봐도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함락시킬 수 없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성벽에는 숫자의 폭력에 의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장치가 되어 있었다.
접근한 잡병들이, 갑자기 쓰러진 채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현대의 사람이라면 독가스나 생물, 화학병기(BC병기)를 의심하겠지만, 전국시대에 그런 병기는 개발되어 있지 않다.
나가시마 잇코잇키슈에게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죽어가는 모습은, 남겨진 잇키슈의 전의를 심각하게 저하시켰다.
낮 동안에는 대단한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철수한 잇키슈였으나, 곤란에 처한 무리를 그냥 보낼 이유는 없다.
적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밤중에 게릴라전을 걸어, 철저히 괴롭혔다 (harassment).
순찰병을 발견하면 크로스보우로 저격하여 부상을 입힌다. 폭죽을 터뜨려서 수면을 방해한다.
적이 지나갈 만한 곳에 함정을 설치한다. 여기저기서 화재 소동을 벌이는 등, 나가요시가 주도하여 매일 밤 괴롭혀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아시미츠가, 밤부터 심야까지는 나가요시가 주도하여 나가시마 잇코잇키슈에 대응했다.
두 사람의 작전은 정공법도 있었지만 비겁자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악랄한 방법도 있었으나, 철저히 상대를 두들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공통되어 있었다.
여자 아이의 구별도 없이 잇키슈라면 적으로서 멸망시킬 각오를 품고 있었다.
코키에 성을 포위하면서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는 일부 병사들을 쿠와나 성(桑名城)으로 보내, 성주인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를 패주시켰다.
주위의 성들도 차례차례 함락시켜 고립무원 상태로 만든 후, 시모츠마 라이탄은 코키에 성에 항복을 권했다.
하지만 코키에 성으로 간 사자는 목이 잘리고, 거기에 머리가 나타로 두 토막이 나서 성 밖으로 던져졌다. 세 번 정도 똑같이 사자를 보냈지만, 하나같이 대답은 똑같았다.
"자, 야습은 이제 못하겠군. 그렇다곤 해도, 놈들은 공격해올 수 없어. 수수께끼의 즉사공격을 병사들이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밝혀져봐야 달라질 건 없다. 그건 우리들의 주변에 존재하는 것을 조금 손봐서 위험한 독으로 바꿔놓은 것 뿐이니까"
서로 노려보기만 하는 전투가 끝난 어느 날, 아시미츠와 나가요시 두 사람은 금후의 전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노려보기만 하다 끝날 리는 없어. 놈들, 뭔가 수작을 부려오겠지"
"……뭐, 히에이 산 쪽에서 책략을 쓰고 있다면, 포위한 채로 끝난다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아시미츠의 말은 옳았다. 노부나가는 오다 포위망의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요시아키(義昭)를 이용하여 각 방면과의 강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가 거절하고, 오다 포위망을 더욱 강화한다면 노부나가의 목숨도 위험하다.
그러나 강화를 중개하는 것으로, 반 오다 연합군에게도 노부나가에게도 쇼군(将軍)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 요시아키는, 조정에 칙허(勅許)를 주청(奏請)했다.
노부나가를 몰아붙여놓고 노부나가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 요시아키에게 전략적 안목이 없음을 엿볼 수 있었다.
"주위에는 숨을 수 있는 장소가 없다. 따라서 지하에서 공격해올 가능성은 낮지"
"만약 공격해 온다면?"
"연락견은 귀가 좋지. 땅 속에서 파나가는 소리를 들을 거다. 장소를 특정할 수 있으면, 그 후에는 기름을 흘려넣고 불사르면 된다"
좁은 동굴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일산화탄소 중독사가 잔뜩 발생하니까, 라고 아시미츠는 마음 속에서 덧붙였다.
화톳불이 보이는 장소를 바라보면서, 아시미츠는 작게 중얼거렸다.
"한번에 공격해 들어와주면 편한데 말이지"
"아무래도 적도 바보가 아니니까. 죽는다는 걸 알면서 돌격은 안 하겠지"
아시미츠는 흔한 기체이지만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을 사용했으나, 그걸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껏해야 1000에서 2000이다.
세상에는 일상적으로 흔한 것들에 조금 손을 보면 순식간에 인체에 위험한 독가스로 변모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산소는 필요하지만, 그 농도는 21% 정도로 유지되어 있다.
그보다 낮아져도, 그보다 높아져도 인체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생긴다. 만약 산소농도가 6%가 되면 순식간에 의식을 잃고, 호흡정지가 일어나서 6분만에 죽음에 이른다.
그가 한 것은 그에 가까웠다.
냄새가 없고 공기보다 비중이 무거우며 위험한 상태의 환경을 만들면 인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다만 결점으로서 아시미츠가 한 공격은 범위가 좁았다. 시간이 지나면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무독화되어버리는 것을 골랐기에, 잘해봐야 반경 10m 정도였다.
그래도 효과는 절대적이라,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도우려고 한 사람까지 말려들었다.
굳이 요새화를 한 것도, 공격해오는 적병을 모으기 위한 포식으로 삼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방어력을 높인다는 의미에서도 요새화는 필요했다.
"이쪽도 여유는 없다. 당분간 방어에 철저하면서 히에이 산 쪽에서 움직이기를 기대하지"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못박아놓은 상태에서 버티고, 그 동안 노부나가가 강화를 성공시킨다.
그것이 아시미츠의 작전이었다. 도저히 숫자의 차이를 메울 수 없는 이상, 끝까지 버티는 것 이외에 선택지는 없었다.
로켓 불꽃도 연막탄도 캡사이신 폭탄도, 상대가 통상의 아시가루(足軽)라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병(死兵)이며, 그들에게 죽음이란 극락(極楽)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향종(一向宗) 문도들은 불교라는 종교에 의해 결속되어 있는 집단이다. 그들이 신앙을 버리지 않는 이상, 싸움에 패하더라도, 자신들이 있는 나라가 멸망하더라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일향종 문도를 어떻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속하게 그들의 목숨을 빼앗아 그 숫자를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쌍방 피해를 감수해도 좋다면 방법은 있지만, 만약 노부나가가 그걸 쓰려고 해도, 1년은 기다릴 필요가 있군)
아시미츠는 겨우 하루만에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전멸시킬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독가스나 위험한 기체가 아니라, 좀 더 직접적인 폭력이었다. 그리고 노부나가는 그 무기를 이미 가지고 있다. 문제는 언제 방아쇠를 당기는가 하는 것 뿐이다.
"아시미츠 님, 잇키슈로부터 사자가 왔습니다"
"베어버리고 와라"
"옛"
연락병도 처음부터 대답을 알고 있었는지, 물 흐르는 듯한 대응이었다.
잠시 후 사자의 비명소리가 들린 두 사람이었지만, 별로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적이 취할 가능성이 있는 전법에 대한 대처를 생각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는 이상, 당분간 감시할 수밖에 없나"
결국, 감시 이외에 유효한 방법이 없다고 이해한 두 사람은, 감시를 강화하는 방침으로 합의했다.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는 지금 이상으로 오와리(尾張)에 침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숨을 돌린 미요시 3인방(三好三人衆)은, 카와라바야시(瓦林), 이바라키 성(茨木城)을 공략하여 기세를 놓였으나, 그래도 한계라는 것은 있었다.
만약 노부나가에게 배후를 공격받을 경우, 그들은 당장 고립되게 된다. 협력 체제가 불안정한 상태인 이상, 무리했다간 자멸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도 마찬가지였다. 오와리에는 국방(国防)을 맡는 병사들이 각지에 존재한다.
그리고 코키에 성을 무시하고 안쪽으로 전진하면, 국방의 병사들에 의해 분단당한다.
군의 지휘가 가능한 사람이 미노(美濃), 오와리에 있는 이상, 그건 결코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하려면 코키에 성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력의 코키에 성 공략은 그렇게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인간은 무의미한 죽음을 가장 두려워한다.
가까이 가면 죽는 것을 잇코잇키슈가 인식하고 있는 이상, 무의미한 돌격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잇코슈가 모두 나무아미타불(南無阿弥陀仏)을 외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병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을 봐도 노부나가가 일향종 문도들을 몰살시켰을 때, 다른 문도들은 오다 군에게 반항하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끼며 숨을 죽였다.
그리하여 죽음의 공포를 이해한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는, 코키에 성을 앞두고 속절없이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히에이 산과 노부나가, 나가시마 잇코잇키슈와 코키에 성의 수비대.
양쪽 다 교착상태에 빠져, 길게 끄는 포위전 때문에 움직일 수 없게 된 노부나가는, 이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각지에 있는 작은 반 오다 세력을 괴멸시키는 작전으로 전환했다.
우선 코키에 성에 있는 나가요시의 병사 2000명에 예비 1000명을 추가하여, 오우미(近江)의 일향종 문도와 결탁한 롯카쿠(六角) 세력을 괴멸시키도록 명령했다.
그들은 미노와 쿄(京)의 교통을 차단하고 있어, 보급로가 끊기는 사태는 그냥 보아넘길 수 없었다.
요코야마 성(横山城)에 있는 히데요시(秀吉)와 니와(丹羽)도, 미노와 쿄의 교통을 차단하고 있는 일향종 문도를 괴멸하기 위해 출진했다. 쿄로 접근하는 미요시 3인방은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가 분전하며 틀어막고 있었다.
세타(瀬田)-쿠사츠(草津) 사이에 전개한 도쿠가와(徳川)의 원군에는,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나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 등 주력급이 롯카쿠 세력과 소규모 전투를 거듭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케이지와 사이조에게 각각 1000의 예비병력을 주어, 도쿠가와를 돕도록 파견했다.
하지만 여기서 노부나가의 예상을 뒤집고, 시즈코가 궁기병대 50을 거느리고 케이지들과 함께 출전했다.
서둘러 막으려 했으나 "국가의 위기에 속편하게 누워있을 수 없습니다"라는 시즈코의 말에, 노부나가는 대답이 궁해졌다.
결국, 국방을 담당하는 사람을 모아 병력을 500정도 주고 그녀의 출전을 묵인하기로 했다.
미노(美濃)-오와리의 수비력은 약해졌지만, 노부나가는 반 오다의 봉화가 이어지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가요시는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그는 악마적인 직감력으로 적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풍부한 지력으로 효율적으로 롯카쿠 세력을 쳐부쉈다.
그 철저한 섬멸전에 적은 물론이고, 아군의 예비병력 1천까지도 공포에 떨엇다.
11월 상순에 출진한 히데요시들은, 16일까지 일향종 문도들이나 롯카쿠 세력을 축출하고 교통을 회복시켰다.
원군인 도쿠가와 군의 원군이라는 복잡한 입장의 시즈코들은, 무사히 그들과 합류한 후 즉시 롯카쿠 세력이나 소규모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뭉쳐서 움직이기보다 두 부대로 나뉘어 행동하는 편이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그들은 두 패로 나뉘었다.
그리고 주위가 떨떠름해할 정도의 타다카츠의 강한 의향을 반영하여, 시즈코와 타다카츠와 한조(半蔵), 케이지와 사이조와 야스마사의 두 패로 나누고, 나머지를 진의 방어에 돌렸다.
시즈코를 홀로 두는 것에 케이지들은 불안을 느꼈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상황은 아니었다.
"잡병은 무시하고, 부대장만을 철저하게 노린다"
시즈코의 선언대로, 잡병들은 전혀 노리지 않고 부대장만을 철저하게 노렸다. 도망쳐서 숨으려고 해도 화승총의 표준 사정거리인 50m를 넘는 위치에서 저격당하기 때문에 그들은 대응할 수 없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소생을 방해하게 놔두진 않겠다!!"
패기가 넘치는 타다카츠는 문자 그대로 적을 휩쓸어버리고 있어,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었다.
롯카쿠 세력을 발견하면 대부분 그가 처음으로 돌격하고, 그에 이끌려 타다카츠의 병사가 적진의 한복판에 돌격하며, 시즈코와 한조가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기본 패턴이었다.
그 덕분에 한조는 시즈코를 관찰할 여유가 어느정도 생겼으나, 동시에 타다카츠의 행동에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활솜씨는 우수하고, 지휘능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훈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에 집중하는 모습은 이질적이군. 역시 주군의 말씀대로, 그녀의 주위가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이질적이기 때문에 이질적인 인간들이 모여드는 것인가)
"우측의 적에 돌격할 기색이 보여. 견제 화살의 일제 소사(掃射)로 기세를 제압한다"
(……묘하게 감이 좋지만, 헤이하치로(平八郎)님의 연모는 깨닫지 못하는 둔감함이 있군. 안타깝군, 헤이하치로 님. 동정은 하지만 공감은 못하겠소)
거기서 생각하는 것을 멈춘 한조는, 롯카쿠 세력의 괴멸을 위한 생각으로 전환했다.
"우리들은 시즈코 님의 소사(掃射) 후, 적의 우측으로 돌격한다! 시즈코 님, 신호를 잘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좋아, 지금이다 소사 개시!"
잠시 후 시즈코가 호령을 내림과 동시에, 화살비가 적진의 우측에 집중적으로 쏘아졌다.
더없이 기막힌 타이밍에 소사를 받은 적병들은, 돌격의 기세가 꺾여 우왕좌왕했다.
"간다, 돌격 개시―!"
갑작스런 측면 공격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한조가 병사들을 이끌고 돌격했다. 부대를 재편하는 도중에 돌격을 받아, 이미 적은 조직적인 반격이 불가능해졌다.
얼마 안 가 전투의 결판이 나고, 롯카쿠 세력이나 소규모 세력에 의한 반 오다군은 괴멸상태에 빠졌다. 간신히 도망친 자들도 끝까지 한조의 추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어지간히 제압된 모양이군"
저녁식사를 마친 케이지가, 입으로 담뱃대를 놀리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시즈콰 사이조, 그리고 도쿠가와 군의 타다카츠, 한조, 야스마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우미 롯카쿠 씨의 세력은 이미 멸망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수의 무장이 전사하고, 원래 많지 않았던 병사들을 대부분 잃어, 이제는 군을 유지하는 것조차 곤란한 상태였다.
무장이나 병사가 적은 것에 착안한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은, 2군 체제를 4군 체제로 변경하여, 각지의 반 오다 세력을 진압해갔다.
세분화되자 롯카쿠 측은 적은 병력을 다시 쪼갤지, 아니면 거점을 버릴지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롯카쿠 씨가 거점을 버린다면, 이미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의 승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원군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거점을 사수하는 자는 없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아래의 글이 쓰인 짧은 권고문을 거점에 보내면 된다.
"복종이냐, 아니면 죽음이냐, 후회하지 않는 쪽을 택하라"
단순한 권고문에, 롯카쿠 가문에 협력하고 있는 영주들은 즉시 이해했다. 이미 자신들의 운명은, 오다-도쿠가와 연합군의 손에 쥐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을.
결국, 버려진 거점은 전부 항복하고, 이후 반 오다 연합군에 협력하지 않을 것을 확약받았다.
자기 목숨이 아까워 거점을 버린 것 때문에, 롯카쿠 가문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자들이 생겨났다. 그 중에는 지금까지 다대한 지원을 하고 있던 코우가슈(甲賀衆)도 있었다.
가신들이 차례차례 연합군으로 변절하여, 예전에 남 오우미(南近江)의 유력자였던 롯카쿠 가문의 위광(威光)은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반 오다 세력의 맹공은 격렬하여, 오다 군의 상황이 좋아질 기색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각지에서 반 오다 세력을 제거하려고 분투하는 오다 군이었으나, 정세는 악화될 뿐이었다.
11월 말이 되어도 히에이 산에 틀어박힌 아자이(浅井)-아사쿠라(朝倉) 군은 항복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각지의 반 오다 세력도 세력을 더해가기만 했다.
와카사(若狭)에서는 일시적으로 실각했던 타케다 노부카타(武田信方)가 복권하자, 오오이 군(大飯郡)이나 오뉴 군(遠敷郡)에서 반 오다 세력이 반격에 나섰다.
11월 25일에 물류의 거점인 카타다(堅田)의 방어를 굳히려 하였으나, 11월 26일에 아자이-아사쿠라 연합군이 히에이 산에서 치고 나왔다.
전투는 대격전이 되어, 마에바 카게마사(前波景当)를 전사시켰으나, 오다 군은 사카이 마사타카(坂井正尚)나 안도 우에몬노스케(安藤右衛門佐)가 전사하여 오다 군은 괴멸되었다.
카타다의 이카이 노부사다(猪飼昇貞), 이소메 마타지로(居初又次郎), 바바 마고지로(馬場孫次郎)가 노부나가와 내통했으나, 카타다의 싸움에서 패배하였기에 그들은 카타다를 버리고 비와 호(琵琶湖)를 건너 도주했다.
2개월 이상 포위는 계속되었으나,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 이상의 계전(継戦)은 한계라고 판단한 노부나가는, 11월 30일에 조정과 요시아키를 움직여 강화를 획책했다.
이 때, 노히메도 상황을 볼 때 노부나가가 강화 쪽으로 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니히메(仁比売)의 이름을 이용하여 조정에 손을 썼다.
오우닌의 난(応仁の乱)이나 그 후의 지방에서 발발할 난전 등, 전화(戦火)의 기억이 남아있는 조정은 오다 군과 반 오다 세력의 전투를 멈추기 위해 움직였다.
사키히사(前久) 또한 반 오다 연합을 멈추기 위해, 쿄의 유력자들을 교묘하게 부추겨, 반 오다 연합 안에 계쩐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계전에 불안을 가지고 있던 아사쿠라는 가장 먼저 요시아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지막까지 강화에 반대했던 엔랴쿠지(延暦寺)였으나, 조정에서 윤지(綸旨)가 내려오자 투덜거리면서도 받아들였다.
12월 13일에 미이데라(三井寺)에서 노부나가는 아사쿠라와 강화를 체결하고, 아사쿠라 씨가 구축한 츠보카사 산성(壺笠山城)에서 인질 교환을 했다.
이 때, 노부나가는 여러 통의 탄원서(起請文)를 요시카게(義景)에게 제출했고, 그 중에는 '천하는 아사쿠라 님에게, 나는 두번다시 천하를 넘보지 않겠음'이라고 쓴 것도 있었다.
하지만 막부 체제와 요시아키의 추대(推戴) 하에 있던 노부나가는 '천하를 넘보지 않는다'라고 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잘해봐야 '쿄를 넘보지 않겠음' 정도의 뉘앙스이리라.
때로는 수치도 체면도 버릴 수 있는 노부나가라면, 이 정도를 써서 상대를 띄워주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다.
오우미 북군(近江北郡)의 3분의 1을 아자이, 3분의 2를 노부나가가 차지한다는 것도, 인질교환을 아사쿠라가 지은 성에서 한다는 것도, 위기를 벗어나지 않으면 내일이 없는 노부나가에게는 이의 따위 있을 리도 없어, 자존심(挟持) 따위는 길 옆에 버리고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다음 날인 14일에 즉시 진을 걷어낸 노부나가는, 큰 눈이 내리는 가운데 기후(岐阜)로 돌아갔다.
각지에 흩어진 반 오다 연합에 대응하던 군도, 노부나가를 따르듯이 진을 걷어내고 미노나 오와리로 돌아갔다.
한발 늦게 아자이, 아사쿠라도 진을 걷어내고 본거지로 철수했다. 혼간지나 엔랴쿠지도 산문(山門)은 안전할 것이라는 윤지를 받고 병사를 물렸다.
여기서 노부나가의 생에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라고까지 했던 겐키(元亀) 원년(元年)의 2대 전투 '노다(野田)-후쿠시마(福島) 전투'와 '시가의 진(志賀の陣)'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자만심이 불러온 이 2대 전투는, 그렇게 간단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많은 병사들을 잃고, 가신들을 다수 잃고, 몇 개의 성이 함락당하고, 대량의 이탈자가 생겨버렸다.
각지에서 반 오다 세력은 기세를 더해가고, 그 기세에 오다 가문이 멸망할거라 생각한 자들 중에서 이탈자가 생겼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오다 군은 이후에도 계속 이탈자가 나오게 된다.
그것을 이해하면서도 노부나가는, 가신들에게 일정한 휴식을 주었다.
또 전사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공양미를 기진(寄進)하고, 부상당한 가신들에게 위문의 편지를 보냈다.
지금까지 복종하고 있던 가신들 중 일부가, 오다 군의 의외의 약함을 목격했기 때문인지 세금을 내지 않고 일부를 자기 주머니에 챙겨 사복을 채우려고 하기 시작했다.
이것에 대해 노부나가는 토착 무사들(地侍)을 용서없이 징벌하여, 백성들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과 함께 정치적인 불안에서 발생하는 치안 악화를 억제했다.
"남만의 말은 크구나"
내정이 자리를 잡은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수입한 아랍종 50마리를 시찰하러 왔다.
아랍종은 체고(体高)가 약 150cm로, 일본에 있는 키소 말 등의 평균 130cm에 비해 20cm나 높다.
키소 말이라도 145cm 등 비정상적으로 큰 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130cm대가 많다.
"타보시겠습니까?"
"음, 준비해라"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지시를 내렸지만, 그녀는 이미 준비는 마쳐두고 있었기에 말이 바로 나왔다.
씩씩하게 말에 올라타더니, 그는 말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다기(茶器) 콜렉터이자 말 콜렉터이기도 한 노부나가는, 아랍종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아, 아마도 한 마리 내놓으라고 하겠네, 이거)
말에 올라탄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고, 시즈코는 다음에 나올 노부나가의 말을 예측했다. 잠시 걷게 하거나 조금 달리게 하거나 해본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예상대로의 말을 했다.
"마음에 들었다. 내게 한 마리 보내라"
아니나다를까, 그녀의 예상대로 노부나가는 말을 한 마리 원했다. 멋대로 고르면 기분이 상할 거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원하는 말을 고르게 하기로 했다.
한 마리씩 지긋하게 관찰한 후, 노부나가는 한마리의 숫말을 골랐다. 체고 148cm로 평균보다 조금 작았지만, 아랍종들 중에서 가장 다리가 굵었다.
"이 녀석이 마음에 든다"
"알겠습니다. 마구를 준비하겠습니다"
군마로서 사용되고 있는 키소 말과 아랍종은, 체고나 다리의 굵기 등이 다르다.
또, 아랍종은 서러브레드나 앵글로아랍의 조상이기도 하기에, 필연적으로 승마에 쓰는 마구 쪽이 잘 맞는다.
카우보이들이 쓰던 웨스턴 식의 안장이나 재갈(馬銜はみ), 그걸 고정하는 두락(頭絡), 말고삐, 말발굽(護蹄 또는 蹄鉄) 등, 마구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마구를 착용하면 말의 운동능력이 향상되고, 보기에 좋아지며, 말을 달리는 노부나가가 돋보인다.
문제는 마구의 재료비가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다. 특히 안장은 장시간 타고 있어도 피로해지지 않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사슴가죽을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마구만 해도 큰 돈이 들어간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말을 나란히 하고 걷는 두 사람은 처음에는 말이 없었지만, 잠시 후 노부나가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타인에게 들려줄 수 없는 혼잣말이었다. 그는 오다 가문 당주로서, 약한 소리를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약한 소리를 하면 지금의 가신단은 총체적으로 붕괴하여, 오다 가문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뭐든지 예외는 있는 법이다. 노부나가에게는 그런 푸념이나 약한 소리를 해도 용납되는 상대가 약간이나마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시즈코였다.
"가신의 대다수는 이탈하여 반 오다를 표방하고 있다. 내가 만사가 순조로울 때는 아첨을 하다가, 실추하기 시작하니 손바닥을 뒤집는구나. 쓰레기들에게는 정말로 구역질이 난다"
"불행을 알기에 행운을 실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영주님, 그런 쓰레기들을 위해 시간을 쓰시는 것은 아깝습니다. 지금은 이 열세에서도 충의를 다하는 충신들이 있는 '행운'을 음미하도록 하죠. 그리고 별 도움도 안 되는 쓰레기들이 냉큼 사라져준 '행운'을 기뻐하도록 하지요"
"……후, 후하하하하하!!!
그렇구나, 네 말이 맞다.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멋대로 적대해주었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놈들을 멸망시킬 대의명분이 있다, 라는 것이냐"
시즈코의 말에 일순 멍해진 노부나가였으나, 다음 순간 입을 벌리고 웃었다.
자신의 고민이 바보스럽고, 그리고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이해된 것이다. 얼마든지 적대해라, 이 상태에서 떨어져나가는 가신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라고 망설임없이 떨쳐버릴 수 있었다.
"너는 멍한 것 같으면서도 가끔 날카로운 소리를 하는구나. 그래서 재미있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가 궁금하다"
"네? 무엇인가요?
"너는 내 밑으로 온 후, 한 번도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그게 네 긍지인가 생각했으나, 이번의 싸움에서 너는 철저히 무장들만을 처치했지. 알고 있느냐? 네 궁기병대는 '무장척살단(武将殺し)'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이야기를 되돌릴까. 너는 사람을 죽인 것을 두려워하였느냐? 아니면…… 후회하였느냐?"
"……이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후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힘없이 웃었다. 그녀는 똑바로 앞을 보더니, 먼 하늘 저편을 보는 듯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최적이라고 생각한 길을 그저 실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그 길을 다 걸었을 때, 뒤돌아보고 후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설령 제가 선택한 길 때문에, 최악의 결말을 초래했다고 해도…… 말입니다"
"……"
"그리고 후회하는 것은, 그 때의 자신의 전부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후회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숙한 자신의 실패를 되돌아보고, 실패의 원인을 생각하고, 그것을 다음에 살리려고 하는 편이 중요합니다. 아니요…… 그 길을 선택한 자로서의 의무입니다."
"그렇게 괴로운 듯한 목소리로 말해도 설득력은 없다"
노부나가의 말대로, 시즈코는 자신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비통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적받자 그녀는 겨우 깨닫고,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내게는 오다 가문 당주로서의 책무가 있다. 어설프게 너만을 상냥하게 대할 수는 없지. 그러니, 괴로워지면 동료를 의지해라. 너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설령 네가 이 세상의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니 어깨를 빌릴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걸어라"
"네……"
"그럼 칙칙한 이야기는 끝이다. 뭔가 맛있는 것이라도 먹고 영기(英気)를 비축하기로 할까"
"갑작스레 여쭈어서 죄송합니다만, 설마 요리를 만드는 게 저는 아니겠지요?"
"어서 돌아가지 않으면 소성들이 걱정하겠구나"
말을 꺼내자마자 노부나가는 말을 달리게 하여 마굿간으로 향했다.
노부나가의 행동에 얼이 빠진 표정을 지은 시즈코였으나, 상황이 이해된 순간 노부나가에게 외쳤다.
"어라―, 아까까지의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 자, 잠깐 영주님――――!!! 듣고 계신가요―――!! 슬슬 좀 외출용의 요리사를 고용해 주세요――!!"
겨울 하늘에 시즈코의 고함소리가 허무하게 울려퍼졌다.
오다 군은 반 오다 연합이 구축한 포위망에 의해 대규모 작전에 실패하고, 거기다 다수의 이탈자가 생긴다는 굴욕을 맛보았다.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대패를 당한 오다 군을 보고, 우쭐해지는 패거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필두가 현 쇼군인 요시아키였다. 그는 오다 군의 약점을 알게되자마자, 노부나가의 영향 아래에서 벗어나려고 각지에 있는 반 오다 세력을 규합하여, 오다 포위망을 견고하고 구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노부나가가 없었으면 쇼군이 될 수 없었던데다, 그럴듯한 권위나 박력이 없다.
혼간지나 엔랴쿠지는 그에게 따를 의무나 의리가 없었다. 아자이나 아사쿠라도 마찬가지인데다가, 소규모의 반 오다 세력들도 굳이 결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구심점이 없이 마지못해 결탁한 반 오다 연합을 보고, 요시아키는 노부나가도 이것으로 끝났다고 착각했다.
그는 각지의 반 오다 세력에 "오다를 쳐라!"고 격문을 보내어 반 오다 세력을 지금 이상으로 늘리려고 했으나, 어떤 세력도 리스크와 리턴을 고려하여 이야기를 반쯤은 건성으로 들었다.
요시아키가 밀서를 뿌리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는 국경 부근에서 일어난 유괴미수 사건의 대응으로 바빴다.
지금까지는 오다 군을 두려워하던 그들이었으나, 대패의 소식을 듣자마자 오다 영토에서 사람을 유괴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세키가하라(関が原)를 봉쇄하고, 요코야마 성에 있는 히데요시나 니와가 도로를 봉쇄했기에 전부 미수로 그쳤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그들의 만행에 격노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부나가는 나가요시를 유괴범 정벌대의 대장으로 임명하고 철저한 단속을 명했다.
이 인사에 유괴범 패거리들은 물론이고, 뒤가 구린 곳이 없는 정규의 수속을 밟은 인신매매업자들도 공포에 떨었다.
나가요시라고 하면 귀신도 울며 도망칠 정도로 잔학무도하기 짝이 없는 짓을 태연히 저지르는 무장, 이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 인식이었기 때문이다.
붙잡히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고 생각한 유괴범 패거리는 거미새끼들이 흩어지듯 도망쳤다.
그러나 도망친 정도로 나가요시가 용서할 리도 없었고, 그는 노부나가가 기대한 대로의 활약을 보였다. 남김없이 붙잡아서는 훈도시(褌, ※역주: 일본식 속옷. 긴 천 한 장을 기저귀처럼 감아서 입음) 이외에는 모두 몰수하고, 거기다 '혼내기(折檻)'를 사칭한 고문을 했다.
그 모습은 유괴당한 사람들이, 증오스러울 유괴범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나가요시에게 탄원할 정도였다. 물론, 그 정도로 나가요시가 멈추면 아무도 고생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노부나가가 명령한 것을 실행하고, 그에 더해 마음대로 날뛴 나가요시의 악명 덕분에, 유괴범들은 겨우 1주일만에 자취를 감추었다.
"아니, 이해해. 이해는 하는데, 나한테 항의하는 건 그만뒀으면 좋겠어"
잔뜩 쌓인 항의 서한을 훑업존 후, 시즈코는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가요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항의서를 보낸 사람도, 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보다는 시즈코 쪽에 보내는 편이 쉽다. 필연적으로 나가요시에 대한 항의문이 시즈코에게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가요시 본인으로서는 노부나가의 명령에 따른 것 뿐인데 이렇게 항의받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하지만 뭐, 남의 무기를 멋대로 가지고 나갔으니, 이런 얘기를 해두지 않으면 본보기가 서질 않지?"
단순히 날뛴 것 뿐이라면 잔소리 좀 하고 끝이다. 하지만, 시즈코가 도공들에게 의뢰한 남만 무기를 나가요시가 가지고 나간 것 때문에, 잔소리로는 끝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의뢰한 무기는 할버드(halberd), 바디시(bardiche), 글레이브(glaive), 폴 액스(pole axe), 방천화극(方天画戟), 구르카 나이프(kukri), 워 사이드(war scythe, 戦鎌) 등 다양했는데, 나가요기사 가지고 나간 것은 바디시와 구르카 나이프 두 가지였다.
바디시는 아시가루보다 경장비(軽装備)인 유괴범들 상대로 쓰는 물건이 아니다.
과잉 공격이 되는 바디시를 휘두르고, 그걸 쓰기 어려운 장소에서는 나타와 구르카 나이프로 유괴범들 상대로 흉맹(凶猛)한 백병전을 펼친 덕분에, 양쪽 모두 극악한 무기라는 인상이 붙어 버렸다.
군의 상징 무기로 쓰려고 생각했던 시즈코에게, 두 가지 무기의 나쁜 인상은 도저히 지울 수 없어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게 되었다.
그 후, 케이지가 할버드를 써보고, 워 사이드는 겉보기가 좋지 않다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최종적으로 장식을 단 의례용의 글레이브인 쿠제(kuse)가 채택되었다.
"알고 있으면 빨리 끝내줘"
"카츠조(勝蔵), 말이 지나치다. 조금은 시즈코 님의 마음고생을 생각해라"
곁에 있던 사이조가 쓴소리를 했다. 케이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가요시를 편들지도 않았다.
두 사람으로부터의 무언의 위압에, 제아무리 나가요시라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기분이 고양되어 있는지, 침착하지 못하고 어딘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으―음? 항의문에 화내고 있는 것…… 뿐만이 아닌가?)
아무래도 나가요시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평소의 나가요시라면 불손한 태도로 흘려들을텐데,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고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기분이 고양되어 있다기보다, 자신이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아―…… 아―, 그런가. 벌써 그럴 나이구나"
한동안 나가요시의 상태를 관탈하고, 그리고 그의 경력을 떠올린 순간, 간신히 시즈코는 나가요시의 수상한 거동의 이유를 이해했다.
그걸 깨달으니, 나가요시가 몸매무세에 신경을 쓰거나, 시즈코나 아야(彩)의 특정 부위를 보더니 즉시 시선을 피하거나, 묘하게 반항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시즈코 님? 뭔가 짚이시는 곳이 있으십니까?"
"아니, 카츠조 군도 제 2차 성징기(性徴期, 사춘기(思春期))에 들어섰구나 하고 생각해서. 하지만 나는 엄마가 아니니까 나한테 반항해도 곤란해"
"제2차 성징기?"
그 말에 세 사람이 나란히 고개를 갸웃했다. 마찬가지로 곁에 있던 아야는, 그게 당연한 일인 듯 종이와 먹을 꺼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야. 제2차 성징기라는 건, 몸과 마음이 모두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말해. 타인의 말이 불쾌하게 느껴지고, 이성(異性)의 신체에 흥미를 가지고, 자기 자신이 이상하게 신경쓰이는 식으로, 마음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서, 카츠조 군 자신이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거야"
"큭, 그, 그런 건가"
"저기 말야, 카츠조 군. 아무리 나라도 네 시선이 어딜 향하는지 정도는 알거든?
뭐 그 부분은 남자의 본능이라는 걸로 눈을 감아주겠지만, 이상한 짓을 하면 비트만들과 즐거운 산악달리기를 하게 만들거에요"
"아, 아니 아무래도 그런 짓은 안 해. 신세를 지고 있으니…… 까 (바보냐! 너한테 무슨 짓을 했다간 혼다(本多) 헤이하치로(平八郎)가 가만히 안 있을 거라고!! 나는 자살하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없어!)"
자기도 모르게 말할 뻔한 나가요시였으나, 직전에 멈추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그…… 제2차 성징기라고 하는건가? 그거 때문에 나는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거야?"
"몸도 그래. 변성(変声, 목소리가 바뀜)하거나, 어깨 폭이 넓어지거나, 근육이 발달하거나, 얼굴이 변화하거나, 성적으로 성숙되거나 하는거야. 사람에 따라서는 심하지 않지만, 카츠조 군의 경우에는 계단을 달려올라가는 기세로 온 거 아닐까?
그러니까 몸의 성장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져서, 지금처럼 거친 느낌이 된 게 아닐까― 하는거야. 의사가 아니니까 단언은 못 하겠지만"
하지만 나가요시가 폭주하는 이유를 알아도 시즈코로서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제2차 성징기는 부모로부터의 자립이나 타인과는 다른 '자신'이라는 것을 확립시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리하게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자칫 잘못하면 나가요시의 정신적인 면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었다.
여기는 그가 아무리 괴로운 표정을 지어도 참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음, 일단 제2차 성징기를 알기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카츠조 군이 폭주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가져갈까. 그 다음에는 케이지 씨나 사이조 씨, 무슨 일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일도 있을테니, 남자끼리인 쪽이 이야기하기 편할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상관없어. 그리고, 카츠조는 당분간 내 방에서 자라. 네가 이상하게 폭주해서 시즛치를 덮쳤다간 늑대밥이 될 것 같으니까"
"……시즈코 주위에 있는 늑대가 일어나서 컴컴한 어둠 속에서 공격받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거냐. 뭐, 뭐어, 진정될 때까지는 케이지에게 신세를 지겠어.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이 따라가질 않아"
"아침에 일어났더니 피투성이 시체가 있더라, 라는 건 사양이야"
"아니,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어"
"그렇게 바라고 싶어. 자, 이걸로 이야기는 끝. 이쪽에서 이것저것 설명해둘 테니까, 카츠조 군은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게 어떨까. 원래는 안 되지만, 지금이라면 창고의 술은 두 통(樽)까지는 허가할게"
"그거 좋네. 술을 한 손에 들고 남자끼리 대화해 보자고"
말하자마자 나가요시의 멱살을 붙잡더니, 케이지는 그대로 웃으면서 그를 납치해갔다.
"기다려 임마!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에에잇, 놔라――!!"
나가요시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졌지만, 시즈코는 잠시 생각한 후 그를 외면하기로 했다. 나가요시에게 케이지의 강제적인 부분은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괜찮겠지, 아마도"
어쩐지 건성스러운 느낌이 배어나온 시즈코의 말에, 사이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