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4년 격세지감(隔世の感)
159 1577년 4월 중순
노부나가는 봄인데도 몸이 떨릴 정도의 오한을 느끼고 있었다.
눈 앞의 시즈코는 생긋 미소짓고 있음에도, 몸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가 팽팽해져 있어, 칼집에서 뽑혀나온 칼날이 목에 들이대어져 있는 듯한 숨막힘조차 느껴졌다.
노부나가가 시즈코와 만난 지 10년도 넘는 시간이 경과했지만, 이 정도까지 분노를 드러낸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으, 음. 지금 돌아왔다. 내가 없는 동안 별 일은 없었느냐?"
심상치 않은 모습의 시즈코에 대해, 노부나가는 탐색을 해볼 생각으로 말을 건넸지만, 운나쁘게도 보기좋게 지뢰를 밟아버렸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진심으로 어이없다고 말하는 듯한 시즈코의 대꾸에, 노부나가는 자신이 실언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기에, 계속 말을 이으며 연착륙을 시도했다.
"네가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기에 일부러 물어본 것 뿐이다. 그래서, 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말해보거라"
그리하여 시즈코의 입에서 흘러나온 경위는, 노부나가를 뼛속까지 서늘하게 하는 것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노부나가가 전신전화(電信電話)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노부나가는, 자신의 부재시에 자신과 동등한 결재권을 갖는 '부재시 권한대행(留守居役)'이라는 직책을 만들어서, 자신이 없을 때 일을 대행하는 호리 히데마사(堀秀政)를 이에 임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화라는 거리와 시간을 초월하는 도구에 홀려버린 노부나가는 생각해버렸던 것이다. 어디에 있더라도 자신이 정보를 듣고 판단하여 지시를 내릴 수 있으니 부재시 권한대행은 필요없다고.
그 결과로서 노부나가가 서둘러서 토우고쿠(東国)를 향해 출발한 후, 호리는 노부나가의 위임장을 대신하는 주인(朱印)을 받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호리는 그다지 당황하지는 않았다. 혁신적인 노부나가의 손에 의해 대담한 권한 이양이 추진된 결과, 군사에서도 각 방면군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체재개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타국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등, 국가의 일대사가 되면 노부나가의 판단을 통해 결재를 받을 필요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수하들에 의한 그 자리에서의 판단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비극은 일어난다. 사이고쿠(西国)의 일익을 담당하는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가 새롭게 빼앗은 영토에서, 시즈코가 중대 전염병으로 지정한 '천연두(天然痘)'의 유행이 보고되었던 것이다.
천연두란 천연두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공기감염성의 감염증이다.
인류에 대해 대단히 높은 감염력을 자랑하며, 한 명이라도 환자가 발생하면 주위 사람들의 8할 이상이 감염되고, 그 반수 가까이가 목숨을 잃는다는 무서운 질병으로 여겨졌다.
때로는 국가가 멸명하는 원인조차 되는 무서운 감염증이기에, 시즈코는 이것을 중대 전염병으로 정하고 정보가 모여드는 체제를 구축했던 것이다.
시즈코가 원래 있던 시대에서는 근절된 지 오래된 천연두이지만, 그 무서움은 여전히 전해지고 있었기에, 그녀도 이른 단계에서부터 축산을 맡기고 있는 미츠오(みつお)와 연대하여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그것은 역사적 사실에서는 영국의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했던 종두(種痘)의 도입이었다.
종두란 소가 걸리는, 천연두와 매우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우두(牛痘)'에 걸린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중증화하지 않는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요약하면 사람에 대해 일부러 우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우두에 걸리게 하는 것으로 천연두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는 면역요법의 시작이었다.
여담이지만 훗날의 연구에 의해 우두 바이러스와 천연두 바이러스에는 면역 교차 작용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시즈코와 미츠오는 우두 바이러스나, 말이 걸리는 마두(馬痘) 바이러스를, 질병에 의해 생기는 '두(痘, 종기(おでき))'에서 고름이나 딱지를 채취하여 백신의 재료로 삼았다.
이것들을 분지침(二股針, bifurcated needle)이라 불리는 기구의 끝에 붙여, 피험자의 상완부(上腕部)에 상처를 내어 피부 안에 심는다. 이렇게 하면 접종 후 며칠 안에 농포(膿疱, 고름 주머니)가 생기고, 약 1개월 정도에 당시에 '마맛자국(あばた)'이라고 불린 반흔(瘢痕, 켈로이드 형상의 흉터)를 남기고 치유된다.
당연하지만 의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시즈코들의 시도는 잘 되지 않았다. 시즈코가 전국 시대에 왔던 당초에 전자서적에서 옮겨적은 정보 등을 참조하여 길고 괴로운 시행착오가 반복되게 되었다.
종두를 접종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했던 면역을 얻지 못하거나, 종두가 원인으로 위독한 폐렴이 발병하는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한 희생을 바탕으로, 독성이 약하면서 면역을 얻을 수 있는 바이러스가 계속 선별되었다.
이러한 경위 끝에, 드디어 최근에야 백신을 접종하는 리스크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메리트 쪽이 크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레벨의 백신이 제조되게 되었다.
이 백신 말인데, 약체화되었다고는 해도 병원성(病原性)을 유지하고 있어서, 조금이라도 취급이 잘못되면 대참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에, 사용할 대에는 반드시 노부나가의 결재를 받도록 정해져 있었다.
시즈코의 본거지(お膝元)인 오와리(尾張)부터 서서히 영민들에 대해 예방접종을 확대하고 있었으며, 그 때마다 노부나가의 승락을 얻었던 것이다. 무허가로 시행했을 때에는 엄벌에 처한다고 명문화(明文化)되어 있기까지 했다.
이러한 노력과, 영양상태 및 위생환경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도 있어, 주요 오다 영토 내에서 실제로 천연두의 유행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획득한 영토나 타국과의 접촉이 빈번한 최전선은 다르다. 천연두의 유행은 필연적으로 발생했다. 그것도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부록까지 붙어서였다.
의료기술이 발달했다면 천연두가 발병해도 화학요법 등으로 대처 가능하지만, 전국 시대에서는 바랄 수도 없다. 기본적으로 병에 걸리면 격리시키고 자연 치유에 맡기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시즈코들이 개발한 종두를 접종하면 감염 전은 물론이고, 극초기라면 감염해도 어느 정도의 면역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빛이었다.
오다 가문을 섬기는 중신으로서 이러한 정보가 공유되었던 미츠히데의 행동은 신속했다.
수하에게서 받은 정보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틀림없이 천연두 특유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발생했고, 그것이 자신의 영토 내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상황을 확인했다.
그 후 긴급통보로서 사자(先触れ)를 파견하여, 백신을 보유 및 보관하고 있는 시즈코 및, 그것의 사용 결정권을 쥐고 있는 노부나가(부재였기에, 여기서는 부재시 권한대행인 호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하필 이번에는 호리는 결재권을 받지 못했고, 또 불행하게도 노부나가가 후지(富士) 유람(遊山)에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를 대동하고 있었기에, 극비 중의 극비인 전화를 사용한 정기 연락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문제는 대응이 늦으면 늦는 만큼 피해가 확대되어 수습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유행지의 백성들에게는 이동을 금지시켜서 감염의 확대를 격리하는 것으로 봉쇄하고 있기는 하나, 격리 지역은 지옥이 된다.
걸리면 살아날 수 없는 죽음의 병이 만연하여 언제 자신도 병으로 쓰러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주의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봉쇄된 가운데 오직 죽음을 기다릴 뿐인 백성들의 심정은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이럴 수가…… 그러면, 내 변덕 때문에 살아날 수 있던 백성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두고보아야 했다는 것이냐?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휴우가노카미(日向守, 미츠히데를 말함) 녀석에게 그런 짓을 하게 했다는 것이냐……"
"아니오, 제가 독단으로 백신을 운반시켜 종두를 실시했습니다. 아케치 님과 주상께서 정하신 법과의 사이에 끼어 고민하시던 호리 님으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고 그 자리에서 결단했으니, 피해는 최소한도로 억제되었겠죠"
"정말이냐!? 잘했다, 시즈코!"
"칭찬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벌을 받으려 합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의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더냐!?"
"지금도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렇더라도 법은 지켜져야 합니다. 악법도 또한 법이라고 합니다. 설령 법 쪽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그것을 어긴 자가 처벌받지 않아서는 본보기가 서지 않습니다"
"내가 정한 법이니라! 시즈코가 한 일은 내가 용서하겠다――"
"안 됩니다! 법이란 만인이 동등하게 지켜야 하는 것. 윗사람이 지키지 않는 법 따위,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들은 법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스스로 보여주어야하만 합니다"
"내게…… 내 뒷처리를 해준 너를 벌하라는 것이냐……"
"네. 주상께서 모두에게 모범을 보이셔야 합니다. 당연히 주상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겠지요. 그래도 참으시고 벌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노부나가는 전에 없을 정도로 고뇌하고 있었다. 노부나가 자신이 정한 규범인 '오다 가문 제법도(織田家諸法度, 오다 가문 관계자들이 지켜야 할 법)'에는 중대한 명령위반에 대한 형벌이 규정되어 있다.
이번에 시즈코가 저지른 명령위반은, 멋대로 제외국(諸外国)에 대해 전쟁을 건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그 양형(量刑)은 영지를 몰수한 후 당주를 포함하는 직계친족(直系姻族)에게 할복을 명하는 '가문 단절(お家断絶)'에서 연간 세금(年貢)의 가증(加増)까지로 되어 있었다.
즉, 노부나가가 얼마나 참작(心を加える)을 하더라도, 최고로는 시즈코에게 죽음을 명하게 되며, 최저한도로 잡더라도 시즈코가 바치고 있는 막대한 연간 세금에 대해 1할을 추가로 부과하게 되는 것이다.
1할 증가라고 하면 "뭐야, 그 정도냐"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통상의 영지 운영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1할이나 되는 추가 세금 부담을 요구하면 가처분 소득은 격감하고, 잘못하면 먹고사는 것조차 곤란하게 될 수 있는 가혹한 것이다.
덧붙이자면, 시즈코의 경우 본업인 농업만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에, 그것들 모두에 대해 일률적으로 1할의 추가 세금 부담이 발생해 버린다.
필두(筆頭) 납세자(納税者)인 시즈코가 바치고 있는 세금의 1할쯤 되면, 중간 규모의 영지의 연간 세금 총액에 상당하여, 제아무리 시즈코라고 해도 쉽게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금액은 아니다.
"괜찮은 것이냐? 네가 내는 연간 세금의 1할쯤 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된다. 게다가 그 손실분을 백성들에게 부담시킬 수도 없는 것이 아니냐……"
"네. 다행히 제게는 충분한 비축이 있습니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영지 운영에 지장을 줄 정도의 일은 아닙니다. 괘념치 마시고 처벌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미안하다. 내가 어리석었다. 두번 다시 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네게 맹세하마"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에 대해 땅바닥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였다. 만약 여기가 시즈코 저택이 아니었고,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엄청난 문제가 될 정도의 사죄였다.
"주상, 고개를 드십시오"
시즈코는 노부나가 앞으로 걸어가서, 그가 움켜쥔 채 땅바닥에 짚고 있는 주먹을 가만히 손으로 잡았다.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꽉 움켜쥐고 있는 주먹을 부드럽게 펴면서 시즈코는 그에게 말했다.
"이번의 일은 저도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억지를 써서라도 아케치 님에게 힘을 보태지 않으면 큰 화근이 되어 주상께 돌아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여 주제넘게 나섰습니다"
"시즈코……"
"주상, 저는 주상께서 그리시는 일본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사소한 일이지만, 아무리 견고한 제방을 쌓아도 개미 구멍 하나부터 붕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충신이신 호리 님이나 아케치 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이렇게 이번의 소동은 결판이 나게 되었다. 주군이 자리를 비운 동안 전결사항(専決事項)인 타 영지에 대한 지원을 행한 시즈코에게는 연간 세금 1할 증가의 벌이 내려질 것이 알려졌다.
또, 그 추징(追徴)한 세금으로 기금이 창설되어, 전염병에 대한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오다 가문에 관계되는 사람에게는 차별없이 의료 지원이 행해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기관에 대해 전염병의 대처에 관한 권한을 노부나가로부터 위임하여, 긴급시에는 독자의 판단으로 백신의 배포 등이 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을 알게 된 제장(諸将) 들은 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또, 노부나가 자신이 스스로의 어리석음(不明)을 부끄러워하며 법을 수정하여, 두번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자세를 보고 엄격한 법 운용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이웃나라인 명(明) 나라의 고사(故事)에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딱 그것이었다고 전해지게 된다.
노부나가가 코우슈(甲州)에서 돌아와 아즈치 성(安土城)으로 들어간 후,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처리가 이루어졌다.
제장들에 대해 법을 어긴 시즈코를 처벌(処断)한다는 내용이 통보되는 것과 함께, 노부나가의 방계(傍系) 친족에 해당하는 일족이 가문 폐쇄를 당했다. 가계도(家系図)에서도 그 일족이 말소된다는 가혹한 처분이 내려졌다.
한쪽에서는 스스로가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노부나가를 위해 죄를 덮어쓴 시즈코와, 스스로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가 전복을 꾀한 역적과의 대비에 제장들은 자세를 바로하게 되었다.
설령 노부나가가 자리를 비우고 있더라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하늘의 눈 같은 감시 기구가 존재하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일련의 소동이 가라앉고 4월도 절반이 지나갔을 무렵. 코우슈에서의 일처리를 이어받았던 노부타다(信忠)가 기후(岐阜)로 돌아왔다.
원래는 이대로 단번에 호죠(北条) 침공을 할 예정이었으나, 예년보다 기온의 상승이 느린 탓인지 잔설(残雪)이 심하여, 일단 계획 그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에 따른 귀환이었다.
코우슈 정벌 자체가 예정보다 앞서서 진행되었기에, 이 시점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차분하게 계획을 다시 짜서, 만전의 태세를 갖춘 후에 오다와라(小田原) 정벌에 나서게 된다.
갑자기 뚝 떨어진 듯한 공백의 기간에 대해, 각 진영 모두 사태가 움직이는 것은 눈이 녹는 것을 기다린 이후가 될 거라 인식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활발한 정보 수집이 이루어지고, 각 진영의 간자들이 암약하게 된다.
이 때 시즈코는 명령위반에 대한 교훈(戒め)으로서 자주적으로 저택의 문을 닫아걸고 칩거(蟄居, 자택근신 같은 것)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저택에서 생활하고 있던 우에스기(上杉) 가문의 인질들이 모습을 감춘 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시로쿠(四六)를 데려가는 걸 허락한 기억은 없는데…… 시로쿠 자신이 원했다면 어쩔 수 없으려나. 하지만 기묘한 첫 출전을 하게 될 것 같네"
시즈코에게 오산이었던 것은, 우에스기 가문의 소동에 가세하러 간 케이지(慶次)에 시로쿠까지 따라간 것이었다.
케이지들이 에치고(越後)를 향해 출발한 다음 날 아침, 시로쿠의 방에는 편지 한 장 만이 남겨져 있었으며 주인의 모습은 없었다. 편지에는 "견문을 넓히고 오겠습니다"라고만 쓰여 있었다.
보호자인 시즈코로서는 차기 당주인 시로쿠의 제멋대로의 행동을 간과할 수 없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시즈코는 시로쿠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 것이기에 언젠가 자립해야 할 때는 오게 되어 있다.
지나칠 정도로 말을 잘 듣는 경향이 있는 시로쿠의 각오를 존중하자고 시즈코는 결심했던 것이다.
형 같은 존재인 케이지가 시로쿠의 동행을 허락했다는 것은, 나름대로의 각오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보였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전멸하는 경우조차 있을 수 있는 작전에 굳이 짐덩어리를 떠안고 가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시즈코로서는 시로쿠가 걱정되어 견딜 수 없었다. 전쟁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시로쿠를 잃고 마지막 순간(死に目)을 함께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안절부절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찌되었던, 무사히 살아서 돌아와 주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나……"
그런 시즈코의 고뇌와는 별개로, 오다 가문에는 격진(激震)이 흐르고 있었다. 칩거중인 시즈코가 이 소동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뜻(天の配剤)이었으리라.
사건의 발단은 노부타다가 노부나가에게 상담하지도 않고 느닷없이 "마츠(松)를 정실(正室)로 삼겠다"고 주위에 선언한 것에 있었다.
제아무리 노부나가라도 이것에는 격노하여, 노부타다를 아즈치로 불러내어 철회하도록 명했다. 그런데 이것에 노부타다가 반발하여, 끝내 고개를 가로젓지 않았다.
역사적 사실에서 노부타다는 시오카와(塩川) 호우키노카미(伯耆守) 나가미츠(長満)의 딸인 스즈히메(鈴姫)를 내후년에 처로 맞아들이고, 그 이듬해에는 적자(嫡子)인 산포시(三法師)가 태어났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의 세상(今世)에서는 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가 모반을 일으키지 않아, 노부나가와 시오카와가 접근하지 않았다는 어긋남(齟齬)이 발생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아라키 무라시게의 모반 따위 일어날 리도 없었기에, 노부타다의 정실의 자리는 공석이 되어 있다.
원래는 마츠히메(松姫)가 바로 노부타다의 정실로 내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다 가문과 타케다(武田) 가문이 적대하여 동맹이 파기됨에 이르러 혼약은 취소되고, 동시에 정실 이야기는 없던 것이 되었다.
그렇기에 노부타다가 마츠히메를 처로 맞아들이는 것은 허락되었지만, 정실로 앉히는 일은 없을거라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이 시대의 정실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강하게 얽혀들기 때문에, 망국의 공주인 마츠히메를 그 자리에 앉히는 메리트는 전혀 없다.
반대로 타케다 가문의 복권(復権)을 꿈꾸는 잔당들이 파고들 틈을 보이게 될 가능성이 있어, 디메리트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의 노부타다의 선언에 대해, 노부나가 뿐만 아니라 노부타다의 측근들로부터도 다시 생각해보도록 몇 번이고 요청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노부타다가 고집을 굳히게 만들어버렸다. 한 번 이거라고 정하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노부나가의 장점이기도 하며 단점이 될 수도 있는 특징을 노부타다도 확실히 이어받아버렸다.
"오랜만의 부자(親子) 싸움인가. 그 애도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일테니, 내가 할 말은 아무 것도 없겠지"
방법이 없어진 노부타다의 측근이, 그의 누나 같은 존재인 시즈코에 대해 중재를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왔다. 그러나, 시즈코는 칩거중인 것을 이유로 이 일에 관여하는 것을 거절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충돌은 몇 번이고 있었고, 최종적으로는 노부나가, 노부타다 모두 서로 타협점을 찾아내어 적당히 마무리지었다. 외부에서 손을 쓰지 않더라도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정실로 삼는 것에 집착한 걸가? 야심이 있다고 간주되면 처단되는 마츠히메 쪽이 그걸 바랄 리도 없고, 측실(側室)이라고 해도 딱히 불편(不都合)은 없을 텐데. 그 애의 생각을 알 수 없는 이상, 어설프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짓은 안 하는 쪽이 좋겠지"
이런 생각도 있어, 시즈코는 이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후에도 정보수집은 계속하도록 수하의 간자들에게 명하긴 했지만, 신경쓰일 만한 보고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럴 때, 지금까지와는 성격이 다른 긴박한 보고가 시즈코에게 들어오게 된다.
"설마 정면에서 덤벼올 줄이야"
지금까지 보이지 않게 암약하고 있던 우에스기 카게토라(上杉景虎)가 자신의 입장을 친(親) 호죠 파로 표명하고, 시즈코 저택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 카게카츠(景勝)에 대해 "결판(雌雄)을 내자"라고 서신을 보내온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고, 켄신(謙信)이나 카게카츠에 대해 책략을 구사하며 모략(謀略)을 통해 우에스기 가문을 장악하려고 했던 카게토라가, 이제와서 직접 대결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시즈코는 생각했다.
"코우슈 정벌이 끝난 것에 의해 상황이 변한 것이겠지"
에치고 국은 아직 오래된 사상이 뿌리깊게 남아있는 땅으로, 강자야 말로 정의라는 풍조가 있다. 켄신이 노부나가의 신하 되기를 결심했을 때도, 이것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켄신이 누구보다 강했기 때문이었을 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째서 지금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토우고쿠 정벌의 남은 표적은 호죠인 이상, 에치고에서의 소동에 대해 호죠 가문이 원군을 보낼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은 자복(雌伏)의 시간으로,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코우슈 정벌의 소문을 듣고 호죠의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한 걸까. 아니면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려고 생각한 걸까"
어느 쪽이든 카게토라 본인을 제외하면 그의 심정을 아는 사람은 없다.
"동원할 수 있는 직속 세력(手勢)에서는 열세이지만, 정면에서 도전해오면 나가오(長尾) 님도 거절할 수 없으려나. 본인을 지명한 결투라면 켄신이라도 개입할 수 없을테고"
카게카츠는 오다 가문에 대한 인질로서 바쳐진 것으로, 그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카게토라와 비교해 명백하게 적다. 카게토라는 지금이라면 가장 자신이 유리한 상황에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카게카츠를 지명한 결전이라면, 켄신의 후계자로서 카게카츠의 자질을 시험받게 되므로, 다름아닌 켄신이라도 개입할 수 없다.
반대로 카게카츠가 켄신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자신이야말로 켄신의 후계자 자격이 있다는 것을 드러낼 수 없었던 겁장이(腰抜け)라고 경멸당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그렇기에 카게카츠는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힘만으로 카게토라와 싸워야 한다. 확실히 카게토라의 입장이라면 여기밖에 승기가 없다고 할 수 있으리라.
"병사의 숫자에서 뒤떨어지고, 직접 승부를 걸어왔기에 기습한다는 길도 막혔어. 명백히 열세인 상황에서의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 케이지 씨는 바로 그래서 재미있어하겠지만 말야. 우리 집의 소중한 후계자의 첫 출전으로는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그런 내용을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시즈코였으나, 그녀는 말하는 것만큼 시로쿠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카게카츠가 이끄는 병사들은 오와리의 문화를 겪고, 근대적인 훈련도 받았다.
뭣보다 그들은 매일의 단련 상대로 오와리의 최정예 부대와 몇 번이나 특훈을 거듭했다.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요인이 있는 것을 잊고 있다가는 허를 찔리게 되리라.
상대를 계책에 걸려들게 했다는 생각에 가득한 카게토라가, 카게카츠들의 실력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조금 재미있게 생각된 시즈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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