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3




03 힘없는 상냥함은 무책임일 뿐이다



"시로쿠(四六). 지금의 나는 부모가 아니라, 영주로서 당신과 대면하고 있어요. 그러니 부모자식간의 정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뭔가를 말하려던 시로쿠의 말을 차단하듯 시즈코가 말했다. 자리의 분위기가 무게를 더해갔으나, 시즈코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말을 이었다.


"곤란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그 마음은 훌륭해요. 하지만, 위정자는 정으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성산(成算)이 없는 채 정으로 움직이면 높은 확률로 실패를 불러, 최종적으로 그 댓가를 치르는 것은 백성들입니다"


"……네"


"다른 사람을 움직이려면, 우선 이익을 설명하세요. 당신의 말을 따르는 것에 의해 상대가 얼마만한 이익을 얻게 되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의 투자를 요구하고, 어느 정도의 승산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거에요. 귀중한 타인의 시간을 받는 것이니, 그 정도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즈코의 담담한 말을 들은 시로쿠는 강한 수치심을 느꼈다. 연민에 의해 발작적으로 행동하여, 그것이 초래하는 영향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의 미숙함을 후회했다.

가엾은 상황에 놓인 사람을 보고,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는 그럴 수 없다고 깨닫고, 비호자인 시즈코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매달린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시즈코는 확실히 시로쿠의 부모이지만, 동시에 한 나라를 맡은 영주이기도 하다. 그녀가 개인적인 정으로 움직이면, 반드시 그 이익에서 소외된 사람으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온다.


"힘없는 동정은 때로 독이 된답니다. 시로쿠, 당신은 자신의 양 손으로 구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항상 의식해야 합니다. 신이 아닌 이상, 무제한으로 구원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


"이야기는 이상이에요. 사나다(真田)님께 문의해서, 시로쿠가 보았다는 상황의 사실을 확인하죠"


고개를 떨구고 있던 시로쿠는, 생각지도 못한 시즈코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시로쿠, 당신에게는 이미 힘이 주어져 있어요. 자기 나름대로 조사해서 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나에게 온 것이지요?"


"하지만, 방금은……"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정으로만 움직이는 것을 꾸짖은 것 뿐이에요. 당신은 자신의 재량으로 백성을 구하고 싶다고 바랬지요. 나는 부모로서 시로쿠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하여, 또 영주로서 후계자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라고 판단한 것이에요"


"어머니"


시즈코는 한 번 눈을 감은 후, 시로쿠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내 뒤를 잇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당신을 내 후계자로서 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입장은 당신에게 나름의 힘을 주지요. 그 힘은 결코 작은 것은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큰 힘은, 반드시 힘의 크기에 걸맞는 반동을 낳게 되지요. 당신은 이 실패에서 배워야 합니다"


"네"


"우선은 자신이 가진 힘을 자각하세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파악하는 거에요. 난세에서 힘없는 정의는 무책임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습니다. 올바르게 자신의 힘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 거에요"


시즈코 자신이 실패를 거듭하며 조금씩 힘을 제어할 수 있게 되어 지금의 지위를 획득했다.

돕고 싶다고 바란 시즈코의 손에서 흘러 떨어진 생명들은 지금도 시즈코를 뒷받침하는 초석이 되고 있다.

자신의 무력함과, 힘만 있으면 구할 수 있었던 생명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된 시즈코는, 폐해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위와 권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자, 설교는 여기까지 하죠. 시로쿠, 이번의 교훈을 잘 살리세요. 당신이 손을 내민 것으로 그들은 일시적으로는 구원받겠지요. 하지만, 마찬가지의 상황에 있으며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 또 그게 어떠한 영향을 그들에게 주는지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어머니, 폐를 끼쳐드릴거라 생각합니다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괜찮습니다. 실패는 그게 용납되는 동안 겪는 것이 가장 좋지요. 실패에서 배우는 사람만이 진실로 강해지는 것이니까요"


시로쿠는 시즈코의 말을 되씹으며 깊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무렵을 가늠하여, 시즈코는 옆방으로 이어지는 맹장지에 대고 말했다.


"엿듣는 것은 좋지 않아요, 케이지(慶次) 씨?"


"이럴 때만 감이 날카롭다니까, 시즛치는"


시즈코의 개인 방으로 이어지는 맹장지를 열고 들어온 것은, 멋적은 표정을 떠올린 케이지였다.


"어지간해서는 타인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않는 시로쿠가 나한테 직소(直訴)한다는 건 이상하잖아요? 누군가 시로쿠에게 귀띔을 했을거라고 생각하면, 시로쿠가 형처럼 따르는 당신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그리고 케이지 씨는 시로쿠를 부추겨놓기만 하고 방치하거나 하진 않잖아요?"


"이렇게 다 내다보면 거북하구만"


시즈코에게 지적받은 케이지는, 입가에 문 담뱃대(煙管)를 아래위로 까딱거리며 대답했다.


"시로쿠가 시즛치에게 상담하게 유도한 건 나야. 저 녀석은 어설프게 머리가 돌아가다 보니, 하고 싶다는 마음을 상쇄해버리거든. 행동하지 않는 방관자에 따라가는 녀석은 없으니까 말야"


"그런가요, 그걸 듣고 안심했어요"


"약한 입장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로쿠는, 다음에 찾아올 태평한 세상에야말로 필요한 사람이야. 시즛치가 뒤처리를 해줄 수 있는 동안 실패하게 해서 배우게 하는 쪽이 좋잖아?"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에요. 부모로서의 욕심도 있지만, 시로쿠는 우수한 위정자가 될 수 있는 소질이 있어요. 가능하면 내 뒤를 이어서 영지를 다스려줬으면 해요"


"미래의 이야기 같은 건 누구도 모르는 거야. 나는 태평한 세상이 되면 넓은 세계를 보고 싶어. 코타로(虎太郎) 영감님이 말해준, 아직 본 적 없는 이경(異境)을 보고 싶어"


"세계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는 카부키모노(傾奇人)라는 것도 멋지네요"


"그렇지?"


케이지가 구김새없는 미소를 떠올렸고, 그걸 본 시즈코도 이어서 킥킥 웃었다.

이 전란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도 좋고, 살아남는다면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여행해보고 싶다. 종래의 삶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바라는 모습은 실로 케이지답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바라건대 케이지가 전란을 살아남아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시즛치는 태평한 세상이 되면 뭘 하고 싶어?"


"그러네요. 수행원 몇 명만 데리고 여러 나라를 유람하는(諸国漫遊) 여행일까요"


케이지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시즈코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世直し) 여행을 계속하는 노인의 드라마를 떠올리고 있었다.



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