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3




05 심심풀이(退屈しのぎ)



봉건사회(封建社会) 뿐만이 아니라 현대에서도 권력자에 가까운 인물, 특히 배우자 등은 은연중에 권력을 가진다.

역사적 사실에서의 토요토미(豊臣) 정권에서는, 천하인(天下人)이 된 히데요시(秀吉)의 정실(正室)인 '네네(ねね)'는, 때로 히데요시에게 철주(掣肘, 움직임을 방해함)를 가할 정도의 영향력을 자랑했다.

이것은 시대가 변하여 에도(江戸) 시대가 되어도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방(大奥, ※역주: 쇼군(将軍)의 부인이나 하녀들이 거처하던 곳)이라는 독자적인 사회가 형성된 것도 있어 그런 경향에 박차가 가해졌다.

남편인 쇼군이 죽은 후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정실(正室)까지 있었다고 한다.

천하인(天下人)으로 지목되는 노부나가의 정실인 노히메(濃姫) 또한, 영지나 군세를 갖지 않았음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놀러왔느니라. 내 무료함을 위로해다오"


"저희 집은 구경거리판(見世物小屋)이 아닙니다"


시즈코의 항변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노히메는 우아하게 미소지어보였다.

노부나가가 아즈치로 간 것을 계기로 시즈코 저택에 체류(逗留)하고 있던 노히메였으나, 노부타다(信忠)가 기후 성(岐阜城)에 입성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그녀도 기후 성으로 거처를 옮겼다.

기후를 본거지로 삼고도 여전히 노히메는 틈만 나면 기후 성을 빠져나와, 잠행(お忍び)이라 칭하고 시즈코 저택을 찾아온다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주위에서는 좋은 표정을 짓지 않았으나, 노히메가 행동을 삼갈 리도 없었다. 근시(近侍)들이 노부나가에게 하소연해도 "마음대로 하게 놔둬라"고 방임하고 있었다.

성주(城主)인 노부타다 자신도 노히메가 얌전히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부하에게 가끔 상황을 보고하게 하고 있었으나, 신기하게도 그녀가 자리에 없어도 집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노히메의 부재를 틈타 하극상(下剋上)을 꾀한다는 폭거에 나섰던 자도 있었다. 그러나, 모조리 뜻밖(不慮)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면 어떻게 될까?

하극상을 꾸민 본인은 물론, 그 행동을 간과했던 친족들에게조차 해가 미치게 되니, 재앙의 싹이 트기 전에 친족들에 의해 잘려나가게 되어 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다.


"요즘은 배짱(気骨)이 있는 자가 없어서 따분하구나. 내게 이빨을 드러내려는 젊은이를 노인들이 억누르고 있기에 놀리는 보람이 없어 한가하느니라"


"일부러 불순분자(獅子身中の虫)를 키우려고 하지 말아 주세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제일이잖아요"


"젊은이는 계속 위를 목표로 야심을 가져야 하느니라. 그 결과 신세를 망치는 것도 젊은이의 특권이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후진(後進)을 몰살시킬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간자(間者)들을 가지고 놀고 있느니라"


"얼마 전에, 간자가 식단표(献立表)를 훔쳐내려고 했다는 영문모를 보고가 있었습니다만, 그거 노히메 님이 꾸미신 것입니까?"


오와리(尾張)에는 시즈코와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의 손으로 구축된 감시망이 존재한다. 거미줄처럼 쳐진 감시망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이 감시망에 기후 성(岐阜城)에서 문서를 반출하려 했던 간자가 걸려들었다. 당연하지만 포박되어, 가혹한 심문 끝에 간자가 반출한 문서를 숨긴 곳을 실토했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간자가 숨긴 문서를 찾아냈다는 보고를 받아든 마사유키는, 그 문서를 앞에 두고 곤혹스러워했다.

간자가 목숨을 걸고 반출하려 했던 문서란, 시즈코 저택의 주방이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 식단표였으며, 일부러 훔쳐내지 않아도 주방에 붙어있는 공개 문서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시한 것이라도, 중후한 겉상자(外箱)에 넣어두면 기밀문서로 보이는 법이더구나"


"아ー…… 중요한 듯 감추는 모습을 일부러 간자에게 보이신 거군요?"


"옻칠(漆塗り)이 된 오동나무 상자(桐箱)에 든 식단표를 소중히 품고 있는 얼간이의 모습은 볼만했느니라"


"장난에 참 공을 들이시네요"


"놀이는 전력으로 해야만 재미있는 법이니라"


(놀림당하는 쪽은 도저히 견뎌낼 수 없지만요……)


지적하기에도 지친 시즈코는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는 것을 관두고 마음 속에서 중얼거리는데 그쳤다. 노히메는 시즈코의 개인 방에 당연한 듯이 자리를 잡고는, 남의 집이지만 익숙하다고 말하는 듯 유유자적하게 쉬기 시작했다.

이미 항례(恒例)가 되어버린 노히메의 행동이기에, 평소에는 시즈코의 개인 방을 둥지로 삼고 있는 동물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개중에도 노히메가 와도 대담하게 자리를 지켰던 마눌고양이인 마루타(丸太)는 실컷 귀여움을 받게 되었다.

그 때문에, 마루타는 노히메의 냄새를 느꼈는지 벽장(押し入れの天袋)에 숨어버려 나올 기색도 없었다.


"남만의 과일은 참으로 향이 좋구나"


그렇게 말하며 노히메가 임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은 시즈코의 과수원에서 수확한 망고스틴이었다. 지금도 계속 취급 품종을 늘려가고 있는 과수원인데, 개중에서도 망고스틴은 기적의 산물이었다.

씨앗 상태에서 수확이 가능하게 되기까지 5~6년이 필요한 망고스틴은, 발아에서 최소한 2년 정도는 차광률(遮光率) 7할로 키우고, 3년째 이후에는 빛을 쪼이게 하며 키울 필요가 있는 등 재배조건이 까다롭다.

그러한 재배조건을 발견할 때까지 몇 그루나 되는 모가 선 채로 말라죽어버렸으며, 최종적으로 화분에 심어 키운 몇 그루가 드디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이것만큼은 여기서밖에 맛볼 수 없지. 열심히 드나든 내 특권이로다"


"제 과수원인데 말이죠. 씨앗만 확실히 남겨주신다면 조금 드셔도 문제는 없습니다만…… 조금은 사양하는 기색 정도는 보여주세요"


"섭섭한 소리를 하지 말거라. 나와 시즈코 사이에 사양 같은 건 필요없지 않느냐?"


(한 마디도 안 지려 한다는 것의 표본이네)


입으로는 못 이긴다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마음 속에서 탄식했다. 그러나 자신이 정성을 들여 재배한 과일을 노히메가 어린아이(童女)처럼 기뻐하며 먹는 모습은 재배한 사람으로서는 더없이 기쁘다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노히메가 사양하는 일은 없었고, 그 후에도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죽치게 되었다.



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