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3




02 홍등가(花街)의 여인



오와리(尾張)의 항만도시에 인접하는 홍등가(花街)는, 토비시마(飛島) 유곽(遊郭)이라고 불리며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유수의 규모를 자랑하며, 토우고쿠(東国)에서 그냥 홍등가라고 하면 토비시마를 가리킬 정도까지 되었으며, 철저한 위생관리와 높은 치안을 이유로, 고급 환락가로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높은 치안에는 이유가 있는데, 노부나가가 신경쓰고 있는 항만도시에 인접한 지역인 만큼 엄격한 감시 아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홍등가의 성격상, 고지식(四角四面)하게 법을 지키게 하면 황폐해져버려, 어느 정도의 자치가 허가되어 있었다.

물론, 노부나가가 정한 법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로 한정되고, 명확한 일탈(逸脱)이 드러나면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여명기(黎明期)에는 관청(お上)과 서로 속을 떠보기도 했지만, 이미 위험한 줄타기를 하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다는 어리석은 자는 도태되어 평화를 향유하고 있었다.


"와하하핫!"


그런 토비시마 유곽을 케이지(慶次)와 카네츠구(兼続)가 찾아왔다. 슬쩍 내키는 대로 들르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걱정할 정도로는 빈번하게 다니고 있었다.

항구마을에서 맛있는 해산물에 입맛을 다시고, 노점상을 구경하다가 유녀(遊女)들의 선물을 사서, 그것들을 손에 들고 홍등가로 간다는 것이 평소의 패턴이 되어 있었다.

이전에 무단으로 외박을 했다가 크게 경을 쳤기에, 두 사람은 반드시 예정과 있을 장소를 각자의 감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케이지 님, 오늘은 '이것'을 하지 않겠소?"


술잔을 한 손에 든 카네츠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 주변을 문지르는 듯한 시늉을 해 보였다. 그걸 본 케이지가 다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유녀에게 신호를 했다.

케이지의 의도를 헤아린 유녀는 화악 하고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더니, 기품을 지키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는 묘기를 선보였다.

청초(楚々)한 태도를 지키면서도 살짝 볼을 상기시킨 유녀가 가져온 것은 이호(二胡), 현이 두 줄 쳐진 찰현(擦弦) 악기였다.

찰현 악기란 문자 그대로, 봉이나 활을 사용해 현을 문질러서 연주하는 악기를 말한다. 바이올린 등도 찰현 악기로 분류된다.


"내 초짜 연주를 마음에 들어하다니 신기하구만"


"술잔을 기울이며 케이지 님이 연주하는 음색에 취한다. 이게 꽤나 괜찮더군(癖になる)"


"저희들도 케이지 씨의 연주를 기대하고 있어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 초짜의 손장난(手慰み)이지만, 한 곡 선보이도록 할까"


쓴웃음을 지으며 이호를 잡은 케이지는, 음색을 확인하듯이 현을 누르며 활을 미끄러뜨렸다. 흘러나오는 것은 평소의 쾌활한 케이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서글픈 향수(郷愁)를 부르는 음색이었다.

아름답고도 그리운 음색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유녀들은 몽롱한 모습으로 음색에 취했으며, 카네츠구는 저물어가는 황혼(夕景)을 보면서 이곳이 아닌 먼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

호사다마(好事魔多し)라는 말이 있듯이, 기분좋은 시간이라는 건 대체적으로 오래가지 못한다. 곡의 전조(転調)에 맞추는 것처럼 아래층(階下)에서 거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홍등가에는 술에 여자에 돈이라는 다툼의 불씨가 부족하지는 않기에, 언제 어디서 타오르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은 것이다.

술에 취한 남자의 고함소리와 식기가 깨지는 소리에 여자의 비명소리가 섞였다. 멋없기 그지없는 소음을 연주중인 케이지나 곡을 감상중인 카네츠구가 깨닫지 못할 리가 없지만, 두 사람은 신경쓰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나이가 든(年嵩) 유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즐기는 중에 미안하지만 일할 시간이야. 으스대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패거리를 요리하는 건 간단하잖아?"


"아하핫! 언니(姐さん) 말대로네요. 잠깐 평화에 얼이 빠졌나봐요"


언니라고 불린 유녀의 신호를 받은 몇 명이 아래층으로 향했다. 홍등가에서의 싸움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양쪽 모두 처벌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다툼이 일어난다.

항만도시에 가깝다는, 사람의 출입이 많은 지역이기에 존재하는 사정도 있으리라.


"역시 거물은 다르네. 쥐는 소란을 피워서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겠지만, 태산(泰山)은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를 나타내지. 고사(故事, ※역주: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와는 다르게, 이 태산이 움직이면 보통 일이 아니게 되겠지만"


나이가 든 유녀가 말하듯, 연주를 계속하는 케이지와 그 음색을 즐기는 카네츠구는 진정되고 있는 소란에도 여전히 신경쓰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방 밖은 모두 잡음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유녀들도 계속 때아닌 연주회에 취했다. 그 이후로는 술을 잔에 따르는 소리, 유녀들이 움직일 때 옷이 마찰되는 소리만이 연주의 추임새(合いの手)가 되었다.

케이지의 이호가 꼬리를 끄는 듯한 음색과 함께 연주를 마치자, 그 자리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과연 케이지 씨. 좋은 음색이었어요"


"다음은 밝은 곡이 좋겠어요ー"


"벌써 다음 곡을 재촉하는 건가. 뭐,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연주해 볼까"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케이지는 유녀의 리퀘스트를 따라 밝은 곡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미 아래층의 소동은 멈추고, 해가 지는 하늘에 케이지의 연주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