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2년 토우고쿠(東国) 정벌(征伐)


135 1575년 12월 중순



머뭇거리며 시즈코가 등 뒤를 돌아보자, 매력적(艶然)인 미소를 떠올린 노히메(濃姫)가 있었다.

그녀는 시즈코와 시선이 마주치자, 아주 노골적으로 얼굴을 숙이며 꽤나 슬픈 듯이 말을 이었다.


"일본에서 첫번째라는 영광은 주군께야말로 어울리지. 허나, 주군께서는 천하의 대업으로 오와리(尾張)를 비우고 계셔서 사정이 맞지 않으신다. 그래서 극명(克明)한 모습(絵姿)을 얻을 수 있다는 '카메라'로 나를 찍어서 바쁘신 주군께 하다못해 내 모습을 가지고 계셨으면 한다는, 모자란(いじましい) 여심을 시즈코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나는 시즈코를 내 자식 이상으로 귀여워했는데, 정말로 한탄스럽도다……"


노히메가 명백하게 거짓으로 울기 시작하자 등 뒤에 시립하고 있던 시녀도 "아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라며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뜬금없이 시작된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연극(茶番)과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 섞인 시선에 시즈코는 견디지 못하고 변명을 시작했다.


"결코 노히메 님을 가벼이 여긴 것이 아닙니다. 코타로(虎太郎)도 희망자가 없다면 자신이 하겠다고 하였고, 미츠오 씨 일가는 순서에 구애받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호호호, 네가 준 거울(姿見)과 매일 마주하고 있는 내게 그것을 묻는 것이냐? 그만큼 또렷하게 비치는 거울을 쓰기 시작한 지 제법 되었다만, 내가 앓아누운 적은 한 번도 없느니라. 즉, 미신에 속한다는 것이지"


깔깔깔하고 재미있다는 듯 웃는 노히메를 보고 시즈코는 지긋한 시선을 보냈다.


"아까의 그 연극(小芝居)은 이제 된 건가요? 꽤나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이었습니다만……"


"됐다 됐어. 일본 최초를 기분좋게 양보해줄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나도 속이 깊음을 보여야 하겠지. 그럼 가자꾸나. 이미 준비는 마쳐두었으니, 가능하면 아름다운 모습을 주군께 전해드려야지"


아주 좋은 기분으로 미끄러지듯 걸어가는 노히메의 등을 바라보며 시즈코는 몰래 한숨을 쉬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미츠오도 시즈코와 눈이 마주치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순서를 양보해주기로 했다.

코타로도 사정을 이야기하자, 원래부터 희망자가 없다면 자신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며, 일본 최초를 빼앗겼다고는 해도 이방인(異人) 중 최초라면 된다고 이해해주었다.


이리하여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인물 촬영은, 멀리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가까이는 분홍색(薄紅)으로 물든 동백꽃(山茶花)에 손을 대고 미소짓는 노히메의 모습이라는 구도가 선택되었다.

급거 촬영반(撮影班)으로 발탁된 미츠오가 즉석의 반사판(レフ板)을 들어올려 음영(陰影)에까지 신경쓴 사진이 촬영되어, 노부나가에게 보낼 수 있을 만한 사진으로 마무리되었다.

즉시 현상이 이루어져서, 아릅답게 프린트된 것에 화가(絵師)가 색을 입혀 의사적(疑似的)으로 컬러 사진으로 마무리한 것을 액자(額縁)에 넣어, 노히메의 선언대로 아즈치(安土)에 있는 노부나가에게 보내어지게 되었다.

이어서 일부러 일본 복장(和装)을 입은 코타로가 촬영되고, 마지막으로 화목한 모습의 미츠오 일가가 사진으로 찍혔다.


"그런데 노히메 님, 사진의 근원이 되는 건판(乾板)은 어찌하실 건가요? 이게 있으면 같은 사진을 몇 장이나 만들 수 있습니다만, 주상(上様) 이외의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다소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시즈코의 손으로 보관해다오. 내게는 주군께 보낸 것과 한 쌍이 되는 한 장만 있으면 충분하느니라. 시즈코니까 그것도 자료로 남기고 싶은 게 아니더냐?"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결코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엄중히 보관하겠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촬영에 사용된 건판은, 세계 최초의 인물 촬영에 사용된 기자재로서 후세에 그 존재만이 전해지게 된다.


오와리에서의 소동으로부터 반 개월 정도가 지나, 노부나가가 있는 아즈치에서는 사진에 발단을 둔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오노(お濃) 그년이 일본 최초를 빼앗아간 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다. 허나, 나의 토라지로(虎次郎, 노부나가의 애묘)를 놔두고 도둑고양이(野良猫)가 먼저 사진에 찍히다니 참을 수 없다! 시즈코를 이리로 불러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토라지로가 함께 담긴 사진을 찍어야 한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주상의 사진이 나돌게 되면 옥체가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제가 케이세츠(蛍雪, 미츠히데(光秀)의 애묘)와 함께 주상 대신 그 역할을 맡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케치(明智)님 역시 탄바(丹波) 공격의 총대장(御大将). 만에 하나의 일이 있어서는 아니됩니다. 여기는 소생이 레이게츠(令月, 호소카와(細川)의 애묘)와……"


"아니아니, 여러분께서는 전쟁터에 서시는 몸. 모습(似姿)이 남아서는 지장이 있겠지요. 폐하(帝)께서도 사진에는 적지 않은 흥미를 보이고 계시는 듯 하니, 우선은 제가 사쿠야(開耶, 사키히사(前久)의 애묘)와 찍도록 하지요"


아즈치에 있는 노부나가의 임시 궁궐(仮御殿)에서는, 평소답지 않은 모습의 노부나가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것을 진정시키듯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가 진언하고, 나아가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가 앞다투어 나섰다.

결정타라고 하는 듯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가 자천(自薦)하여 나서, 상황은 혼돈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노부나가 이외에 누구나 명분(建前)을 내걸고는 있으나, 전원의 마음은 일치하고 있었다. 안전이 담보된다면 자신이야말로 최초가 되고 싶다고 바라는 것은 야심가들의 특징이다.


의논에 결판이 나지 않은 채, 어쨌든 시즈코와 사진기술자를 되불러들이는 것만이 결정되어, 오와리로 파발마가 달려갔다.

결사(決死)의 형상을 띤 사자로부터 서신을 받아든 시즈코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용건에 죽은 생선처럼 허무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고양이 사진 같은 거 보내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하고 있었다.


결론으로서, 각자가 촬영된 건판을 각자 보관하고, 전사(転写)된 사진도 모두 각자가 관리하는 것으로 결판이 났다.

먼 길을 달려온 시즈코들은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촬영에 끌려다녔다.

노부나가는 '애묘와 함께 촬영된 일본 최초의 영주(国人)'가 되고, 사키히사는 '애묘와 함께 촬영된 일본 최초의 칸파쿠(関白)', 미츠히데는 '애묘와 함께 촬영된 일본 최초의 무장(武将)'이, 후지타카(藤孝)는 '애묘와 함께 촬영된 일본 최초의 문화인(文化人)'이 되었다.

모두 각자 흐뭇한 표정으로 사진을 간수하는 모습을 본 시즈코는, 남자는 몇 살이 되어도 1등이 좋은거구나라고 약간 흐뭇하게 생각했다.




그 무렵, 사카이(堺)를 목전에 둔 가도 연변(街道筋)에서는 나가요시(長可)가 진을 치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도 변함없는 행동은 계속되어, 대낮부터 술을 마신 끝에 칼을 뽑아들고 날뛰는 주취자(酔漢)를 반쯤 죽여놓고, 불운하게도 나가요시의 후각에 걸려든 산적(夜盗) 집단을 괴멸시키고, 불법 관문(関所)을 불태우면서 온 것이었다.

스스로의 존재를 일체 감추려 하지 않았기에, 그들 일행의 접근은 일찌감치 사카이의 상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어, 나가요시의 목표가 된 호상(豪商)은 이미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자, 너희들은 상인 같아 보이는 여행자들을 모조리 데려와라. 사카이에 출입하는 모든 상인들에게 내가 목표로 하는 인물과 목적을 알려줘라"


나가요시의 명령을 받은 부하들은 그의 지령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즉각 상인들만을 멈춰세우는 간이 관문이 생겨났다.

그 날이 가기 전에 노부나가에게 반항한 호상에게 항의(苦情)가 쇄도하여, 그는 나가요시의 행패를 막으려고 사자를 보냈다.

호상의 무법을 멈추라는 요청에 대해, 나가요시의 대답은 "주상의 명에 따라라. 따를 때까지는 여기에 머무르겠다"였다.

호상의 사자는 이리저리 교섭을 시도했으나, 나가요시로부터 일체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터덜터덜 사카이로 돌아갔다.

이미 일차적 목표를 달성한 나가요시들은 상인들에 대한 검문을 중단하고 있었다.

사카이에 출입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자신들의 목적과 표적이 되는 인물을 주지시킬 수 있었기에, 이 이상은 필요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호상의 입장에서는 대답을 할 때 까지의 유예로밖에 생각되지 않았기에, 언제 재개되어서 다시 항의가 쇄도할 지 몰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인내심 대결을 하게 된 나가요시와 호상이었으나, 먼저 참지 못하게 된 것은 역시랄까 나가요시 쪽이었다.

과연 노부나가에게 반항할 수 있는 상인인 만큼, 바늘방석에 앉아서도 견디고 있었다. 나가요시는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 단념하고 다음 책략을 짜기 시작했다.

주위의 무관계한 사람들로부터 너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비난받으면 일찌감치 손을 들 줄 알았는데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사카이의 거리 곳곳에 잠입시킨 간자들로부터의 보고로는 다른 대상인들도 다음 번엔 자기 차례일 수 있다고 결탁하여 나가요시의 표적이 된 호상을 옹호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여 하나로 단결되어 있다고는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쪽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남은 건 소극파의 등을 떠밀어주면 균열은 손쉽게 퍼져나갈 거라고 나가요시는 판단했다.


나가요시가 처음으로 사자에게 용건을 전한 지 8일이 경과했을 때, 나가요시의 진을 찾아온 일행이 나타났다.

그것은 몰라보게 변한 예의 그 호상이었다. 본인을 시작으로, 나가요시에게 사자로 왔던 지배인(番頭) 같은 사내도 머리카락을 자르고 민머리를 드러낸 승려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다.


"우리 진에 잘 오셨소. 그쪽에서 찾아와 주었다는 것은 좋은 대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우리들 무변자(武辺者)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보니 대단한 대접도 해드리지 못하나, 그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어떤 용건으로 찾아오신 것이오?"


그에 대한 나가요시의 모습은 명랑하기까지 했다. 그 말을 들은 호상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대머리(禿頭)를 땅바닥에 비비듯 하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이번에 불미한 일을 일으킨 점,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모두 주상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욕심에 눈이 멀었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이후 가산(身代)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저는 이대로 은거하겠으니, 모리(森) 님께서 주상께 관대한 처사에 대해 말씀드려주십사 하여 찾아왔습니다"


마치 학질(瘧)에 걸린 듯 온몸을 벌벌 떨면서 호상은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주인을 따르듯 다들 엎드려서 바닥을 기듯 나가요시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우선 고개를 드시오. 우리들도 악마(鬼)는 아니오. 토지의 거래가 없었던 것으로 되기만 하면 소생이 주상께 말씀을 드리지요. 하여, 대답은 어떻게 하시겠소?"


엎드려 조아린(土下座) 자시에서 나가요시를 올려다보는 호상의 안색은 죽은 사람처럼 흙빛으로 물들었다. 손주 정도는 될 정도의 나이 차이가 있는 이 사나이는, 호상들의 태도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다만 '결과'만을 요구하고 있었다.

진퇴양난에 몰린 호상은, 떨리는 손으로 품 속에서 증서를 꺼내더니 나가요시에게 내밀었다. 그곳에는 노부나가가 문제시했던 토지의 거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렇게 거래 상대에게서 증서를 되찾아 왔습니다. 이 이상은 부디…… 부디 자비를……"


나가요시는 호상이 내민 증서를 받아들고 내용을 죽 읽어본 후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청, 확실히 들었소이다. 이것을 보시면 주상께서도 기뻐하실 것이오. 우리들도 빠르게 진을 철수하고 주상께 보고드리러 가야 하니 이만 실례하겠소. 아참, 가산을 물려준다고 하셨는데, 주상께서도 그것은 바라고 계시지 않소이다. 지금부터도 '변함없이' 상업(商い)에 매진하시오"


나가요시의 대답을 들은 호상은 벼락에 맞은 듯 떨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는 호상에 대해, 도망치는 것을 금지한다고 간접적으로 말한 것이다.

노부나가에게 굴복하여 거래를 파기해 신용이 박살난 호상에게, 은퇴조차 허락되지 않고 장사를 계속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수치를 공언하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호상은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어차피 힘자랑이나 하는 난폭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가요시를 얕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어리석음의 대가를, 굴욕적인 나날을 보내는 것으로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고작 일 각(刻)도 되지 않는 회견에서 눈에 띄게 야위어버린 주인을 부축하듯 하며 사카이로 돌아가는 일행을 나가요시는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모리 님. 저놈은 어째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입니까? 거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이상, 적지 않은 손해를 볼 텐데요"


"응? 어, 확실히 내가 직접 움직인 건 아니니까 모르겠느냐. 좋아,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한 가지 가르쳐주도록 하지!"


평소답지 않게 기분이 좋은 나가요시는, 희희낙낙하며 자신의 책략에 대해 부하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것은 사정을 아는 사람이 들으면 소름이 끼칠 비정한 내용이었다. 나가요시는 사카이에 잠복하는 간자들에게 명하여 호상들의 회합을 염탐하게 했다.

거기서 노부나가에 대한 반항을 지지하고 있는 면면들을 조사하게 했다. 그리고 나가요시는 반항파의 상인들의 가족들을 주목하고, 간자들에게 명해 그들의 동향을 탐색하게 했다.

다음으로 나가요시는 반항파의 상인들에게 편지를 써서, 그들이 노부나가에게 반항적인 것을 파악하고 있고, 또 그들의 가족의 동향까지 포착하고 있다는 냄새를 풍겼다.

회합의 내용이 모조리 새나갔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가족들에게까지 손이 뻗친다고 하면, 어차피 남의 일일 뿐이었던 호상을 계속 편들 수는 없었다.

그들은 서로 배신자를 찾으면서 의심암귀(疑心暗鬼)에 빠진 끝에, 빗살(櫛の歯)이 빠지듯이 한 명, 또 한 명 반항파가 순종파(恭順派)로 변해갔다.

나가요시의 수법은 몸통(本丸)인 호상 본인에게는 일체 손을 대지 않고, 주위의 아군을 몰래 쳐내어 호상을 벌거숭이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호상은 아군이 차례차례 협박에 굴하여 의견을 뒤집는 가운데 그 자신만이 무사히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뭐랄까…… 처절하군요. 저놈은 바늘 방석 따윈 애교로 생각될 정도로 산 지옥을 맛보았겠죠"


"뭐, 이런 심리전(駆け引き) 같은 건 번거로워서 취향이 아니지만,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는 거지. 민폐료(迷惑料) 명목으로 상당한 돈을 받았으니, 오와리로 돌아가면 화끈하게 놀자고!"


나가요시는 호상이 민폐료 명목으로 두고 간 나무 상자에 앉아서 호쾌하게 웃어 보였다. 음험한 수법과는 정반대로 활달한 모습인 나가요시를 보고, 부하는 자신들의 주인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다.


사카이에서의 교섭을 잘(上首尾) 마무리한 나가요시 일행은, 온 길과 마찬가지로 행동하며 쿄에 도착했다.


"겨우 쿄에 도착했나. 하여간 악당이라는 건 어디서든 솟아나서 번거롭다니까"


나가요시는 자신에 대해서는 싹 무시한 불평을 하면서, 애창(愛槍)이 된 닝겐무코츠(人間無骨)를 휴지(懐紙)로 닦고 있었다.

나가요시가 버린 휴지에는 피와 기름이 잔뜩 묻어 있어, 누군가가 그 창에 당한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일본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드니, 오는 길의 호위로 고용되었던 낭인(牢人, ※역주: 浪人을 말하는 것 같은데 작가가 잘못 쓴건지 아니면 원래 저렇게 쓰기도 하는 건지는 모르겠음)이 일거리가 없어서 바보같은 짓을 저지르는 거겠죠"


쿄는 미야코(都, ※역주: 수도(capital)라는 뜻)의 어원이 된 미야도코로(宮処, ※역주: 궁궐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 나타내듯 천황(帝)이 있는 곳으로, 일본의 수도로서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의 선교사들에게도 널리 인식되어 있었다.

오우닌의 난(応仁の乱) 이후에는 심하게 피폐해졌으나, 노부나가의 상락(上洛) 이래로 활기를 되찾아, 지금은 누구나 쿄야말로 정치의 중심이라고 인지할 정도의 번화함을 보이고 있다.

치안이 유지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필연적으로 장사 기회가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지방 사람들도 한밑천 벌어보려고 쿄를 향하게 되어, 재산을 상품으로 바꾸고 호위를 데리고 찾아온다.

여기까의 흐름은 문제없지만, 치안이 좋은 쿄에 도착해버리면 힘쓰는 것만이 특기인 호위는 필요없어진다.

자신을 어필하는 데 재주가 있는 붙임성있는 낭인은 쿄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상인의 호위로서 고용되기도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일거리가 없어지고 가지고 있던 돈을 다 써버린 그들은, 단속이 심한 쿄에서 나가 근처의 도시나 마을에서 문제(揉め事)를 일으키게 된다.


문제라고 해도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정도라면 귀여운 축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소행이 나쁜 산적이나 다름없는 낭인들은 자기 힘을 믿고 강도로 돌변하거나, 도당을 결성하여 산적질(野盗)에 골몰하거나 했다.

기세가 붙은 그들은 각지에서 무법을 행하여,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패지 않으셔도…… 목을 날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까?"


"바보는 입으로 말해도 모르니까 말이지. 누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게 벌해야 한다"


나가요시의 창에 걸린 것도 전술한 무법자들이었다. 나가요시가 직접 목을 베어 전시해놓은 산적 두목의 모습은, 나가요시의 싸움질을 익숙하게 보아 온 부하들조차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말에 올라탄 기세에 맡긴 채 두목의 어깨를 손에 든 창으로 관통하여 땅바닥에 박아넣더니, 말에서 뛰어내려 올라타 앉아서 얼굴을 몇 번이고 후려갈겼다.

나가요시의 토시(篭手)에는 강철(鋼)이 들어가 있어, 그런 걸로 얼굴을 구타당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광대뼈가 박살나고 입이나 눈, 코에서 피거품을 뿜으며 눈 뜨고 볼 수 없는 면상으로 변모한다.

두목이 간신히 숨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자, 나가요시는 참상에 부들부들 떨고 있던 잔당들도 덮쳐갔다.

두목에게서 창을 뽑아들고 휘두르며 도망치려 우왕좌왕하는 잔당들의 다리를 걸어서 두들겨패서,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는 피바다로 변했다.

소문을 듣고 쿄에서 달려온 치안유지경라대(治安維持警ら隊)가 도착했을 무렵에는, 원래보다 두 배는 부풀어올라 눈과 코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수급(生首) 하나와, 목부터 위쪽이 고기를 반죽해 만든 경단처럼 된 시체가 몇 구 굴러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들은 대처하기가 곤란했다. 주위에는 전쟁터가 이럴까 싶을 정도로 무참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라, 어느 쪽이 무법자인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대는 노부나가의 총애를 받는 나가요시이다. 어설픈 소리를 해서 비위를 거슬렀다간 자신들도 비참한 시체가 될 지도 모른다.

치한유지의 직무를 행하도록 엄명을 받은 그들이었으나, 나가요시를 제대로 취조도 하지 않고 해산시키고 보니 현장의 수습에 착수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도 나가요시에 대해, 쿄에 도착하면 경라대의 대기소(詰め所)에 출두하도록 전달한 것은 훌륭하다고 칭찬해야 할 것이다.


"뭐, 지난 일은 됐잖아. 그보다 모처럼의 쿄니까, 여관(旅籠)에 짐을 풀고 놀러가자고!"


"예, 예에……"


기염을 토하는 나가요시를 흘긋 보면서 부하 중 한 명이 괜찮으려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의 걱정은 현실의 것이 되었다.


"카츠조(勝蔵) 군, 잠깐 거기 정좌(正座)하시지"


그곳에는 사키히사에게 쿄로 초대받아, 고노에 저택에 체재하고 있을 때 나가요시의 소행에 대해 알게 된 시즈코의 모습이 있었다.




"어, 어우우…… 다, 다리가 저려서 움직이지 않아"


시즈코에게 붙잡혀서 시즈코의 쿄 저택(京屋敷)으로 연행된 나가요시는, 흙마루(土間)에 정좌(正座)당한 상태로 몇 시간 동안 실컷 쥐어짜였다.

시즈코의 귀에 나가요시의 소행이 들어간 것은 나가요시의 자업자득이었다.

얌전하게 경라대의 대기소에 출두했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을, 괜히 거들먹(横着)거린 탓에 곤란해진 경라대가 시즈코에게 상담하게 되어 현재에 이른 것이다.


"카츠조, 다리가 저린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묘약이 있다만?"


"아니 기다려! 확실히 목이 떨어지면 다리가 저린 것 따윈 신경쓰이지 않겠지만, 그래서는 본말전도(本末転倒)잖아!"


"시즈코 님의 당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장식같은 머리 따위 목 위에 놔두지 않아도 좋지 않겠느냐?"


진지한 표정으로 나가요시의 목에 창을 가져다댄 사이조(才蔵)에게 나가요시는 당황하여 말렸다. 애초에 농담을 하지 않는 사이조인 만큼, 정말로 죽는 게 아닐까 하고 나가요시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여튼! 시즈코 님께서 여기저기 머리를 숙이고 다니셔서 네놈이 벌인 일이 그 정도로 수습된 거다. 자비로우신 주인을 얻은 것에 감사해라"


"아, 알고 있어. 아니, 바다보다 깊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반사적으로 항변하려고 했던 나가요시였으나, 몸 속부터 얼어붙는 듯한 사이조의 시선을 깨닫자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 어설픈 말을 했다가는 정말로 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반성은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내라"


"……노력하겠어. 그런데 시즈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어디 나간거야?"


"몸단장을 하고 계신다. 지금부터 하세가와(長谷川) 뭐시기와 만나신다고 하더군"


"아, 그놈"


여기서 말하는 하세가와란 신슌(信春), 훗날 토우하쿠(等伯)라는 호를 쓰는 사내로, 시즈코가 소장한 외국(舶来)의 미술품을 접할 자격이 있을지 없을지의 시험을 받고 있었다.

이번에 그 결과를 보이고 싶다는 신청이 있어 회견을 가지게 되었다.

시즈코는 과제를 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꽤나 빠른 보고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신슌으로서는 해가 가기 전에 결과를 내야 한다고 조급해하고 있었다.

언제까지라고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마음만 조급해져서 앞이 막혀, 이 이상 시간을 들여봤자 지금의 작품보다 좋은 것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시즈코의 준비가 끝나자, 사이조는 호위대(馬廻衆)로서 곁에 섰다. 존재 자체가 예사(芸事) 쪽이 취향은 아니고, 거기에 방금 막 야단맞은 참인 나가요시는 이 기회에 도망치기로 했다.


"오늘은 저를 위해 시간을 내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즈코는 자신의 쿄 저택에 있는 응접실(客間)에 하세가와를 안내하게 하여 그와 마주보고 앉았다. 본래 용건이 문안을 드리는 것(ご機嫌伺い)이 아니었기에 시즈코 쪽에서 본론으로 들어갈 것을 재촉했다.


"그럼, 벌써 제가 낸 과제에 대한 성과를 보여주시겠다고 하셨는데, 틀림없으신가요?"


"옛. 시즈코 님께서 소장하시는 명품에는 아득히 미치지 못하나, 제 능력 전부를 쏟아부은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눈에 차지 않으실 것(お目汚し)은 알고 있으나, 부디 보아 주십시오"


신슌은 예를 올리더니 돌아서서 일어나 자신의 등 뒤에 놓아두었던 병풍으로 다가갔다. 신슌은 병풍의 뒤로 돌아들어가더니 가림막으로 씌워두었던 흰 천을 치웠다.

시즈코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화투(花札)에서 말하는 '소나무에 학(松に鶴, ※역주: 화투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다른 우리말 명칭이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슴)'과 닮은 의장(意匠)으로 그려진 2선(扇)의 병풍이었다. 다만 소나무는 분재(盆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있어, 화투의 소나무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시즈코가 잘 알고 있는 화투의 그림이 정착된 것은 에도(江戸) 시대 이후라고 하니, 우연히 닮아버린 것일 거라 생각되었다. 학과 소나무는 어느 쪽이던 번영을 나타내는 재수를 비는 것(縁起物)이니 그렇게 희한한 일은 아니다.


"흠"


하지만, 배색이 지나치게 야릇(突飛)했다. 병풍화에는 채색이 되고, 극채색(極彩色)을 보이는 작품도 있지만, 신슌의 그것은 원색이 성가실(煩い) 정도로 자기주장을 하고 있어 조화를 무너뜨려버리고 있었다.

병풍의 바탕(素地)이 염색하지 않은 색(生成り色)인데 반해, 학의 흰색, 소나무의 검은색, 태양의 빨간색 등 병풍에서 떠올라 보일 정도여서, 마치 모던 아트(Modern Art) 작품이 아닐까 착각되었다.


(어떻게 된 걸까……)


시즈코는 내심 신음하고 있었다. 너무나 기이함만을 추구하여, 신선하기는 하지만 신슌의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크게 어긋나버렸다.

자신이 꾸준히 쌓아올린 작풍(作風)을 버리고, 완전한 신천지를 개척한다는 것은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을거라고 헤아렸으나, 이래서는 병풍화의 장점을 죽여버린다.

이렇게까지 크게 마음먹고 시도할 거라면, 아예 병풍화에서도 벗어나서 캔버스에라도 그렸다면 한 폭의 회화로서 성립했으리라.


(의욕이 묘한 방향으로 헛돈걸까?)


미간을 좁히며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중얼중얼 뭔가 중얼거리는 시즈코의 모습을 본 신슌은 안절부절 못했다.

그 자신이 헤메이고 있다(迷走)는 자각이 있었으며, 앞이 막힌 끝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려낸 작품이다. 아마도 시즈코가 기대하는 작품과는 거리가 먼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여자답지 않게 도검을 수집하고, 기묘하고 이상야릇(奇天烈)한 물건을 차례차례 세상에 내놓는 여걸(女傑)이라는 시즈코의 인물평에서 조금이라도 그녀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 버렸다고 신슌은 깨닫고 눈을 질끈 감았다.


"나쁘지는 않지만, 이미 이래서는 병풍화의 영역을 넘어서는군요. 저는 당신이 지금까지 꾸준히 그려오셨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 보고 싶었습니다"


"옛…… 그러면……"


신슌은 자신의 작품이 시즈코의 눈에 차지 않았다는 것에 의기소침했다.


"저도 출제 방법이 나빴던 것이겠죠. 이것만을 가지고 하세가와 님의 실력을 가늠하지는 않겠습니다. 다시 과제를 내도록 하지요. 그에 앞서 어느 정도의 열람 허가를 내겠습니다. 그것들로부터 배우고 자극을 받은 후, 하세가와 님 다운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시즈코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신슌은 잠시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의 의미가 이해되자, 신슌은 그 자리에 몸을 날리듯 엎드려 그녀에게 절했다.


"이만한 추태(失態)를 보였음에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 기쁨입니다! 재주 없는 몸입니다만, 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올리겠습니다"


시즈코는 스스로 어설픈(甘い) 소리를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이상하게 자극을 해버려서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기는 예술가의 미래를 닫아버리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했다.

신슌은 거듭 예를 올리고 응접실에서 물러나갔다. 그것을 전송한 시즈코는 한 번 탄식한 후, 자신이 마음먹고 욕심(色気)을 내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좋아, 그도 지나치게 긴장했던 모양이니, 조금 원조를 해둘까"


시즈코는 손뼉을 쳐서 소성(小姓)을 부르고는, 신슌과 그의 가족에게 작품의 대가로서 돈을 건네주도록 명했다.




시즈코가 쿄 저택에 체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손님들이 연일 밀어닥치는 가운데, 신슌과의 회견을 마친 시즈코는 내방 신청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오랫동안 비우게 되어버렸던 오와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이고쿠(西国) 방면은 수상함이 감돌고 있었으나, 시즈코가 쿄에 있어봤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마도 새해를 앞두고 사태가 움직여서 히데요시(秀吉)도 철수하게 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렇게되면 하리마(播磨)나 셋츠(摂津)는 반 오다 세력에 포함되게 되고, 노부나가는 사이고쿠 정벌의 발판을 잃게 된다.


"으ー음, 하리마는 오다 가문의 세력 아래 두고 싶었네. 뭐라해도 세토(瀬戸) 내해(内海)의 풍부한 해산물은 매력적이고, 해운을 휘어잡을 더없는 기회였는데 말야"


비관적인 말과는 달리, 시즈코의 표정은 비교적 환했다. 이미 시대는 오다로 기울고 있어서, 다소 저울 기울기가 되돌아갔다고 해도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시바(羽柴) 님은 이번 전비가 부담되었던 걸까? 오네(おね) 님을 통해서 유리 공예에 이은 새로운 산물에 대한 상담이 들어와 있었으니…… 뭐, 하시바 님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히데요시라고 하면 눈치빠른 전국시대 무장의 필두이지만, 새롭게 산업을 일으키는 건 이야기가 다른 것인지, 부인의 연줄(奥向きの伝手)까지 동원한다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최근 연이어 전쟁을 벌였던 오다 가문의 중진들은 다들 새롭게 얻은 영지의 운영에 고심하고 있었다.

카가(加賀)를 지배하에 둔 시바타(柴田)에게는, 현대에서도 유명한 야마시로(山代) 온천(温泉)에 야마나카(山中) 온천, 카타야마즈(片山津) 온천의 존재를 슬쩍 알려주었다.

그중에서도 야마시로 온천과 야마나카 온천은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탕(古湯)이며, 비교적 역사가 짧은 카타야마즈 온천조차도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다.

기존 산업으로서 시즈코도 원했던 도석(陶石)이 산출되는 것 외에, 칠기(漆器)나 금박(金箔), 수많은 공예품 등 잠재적인 저력(地力)은 높다. 그 외에도 동해(日本海) 측 영지 특유의 해산물이 풍부하여, 시즈코도 어업 관련 기술자들을 파견하여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탄바(丹波) 평정의 임무를 받은 아케치 미츠히데로부터도 산업 진흥에 관한 상담이 들어와 있었다.

탄바라고 하면 탄바 밤(栗)을 시작으로 하는 임산물(山の幸)이 풍부한 땅으로, 탄바 검은콩(黒豆)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검은 콩(黒大豆)이나 다이나곤 팥(大納言小豆) 등 유망한 장삿거리(商材)가 늘어서 있었다.

미츠히데에게는 토지에 뿌리내린 농산물이야말로 보물이며, 그것들을 특산품으로서 선전하기만 해도 충분히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상담료 명목으로 상당한 사례를 받았는데, 나한테 돈이 남아돌아도 소용없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하시바 님 쪽으로 돌릴 만한 구실이 뭔가 없을까?"


새로운 영지로 가서 착착 기반 다지기를 시작한 시바타나, 착실하게 지배 지역을 넓히고 있는 미츠히데와는 달리, 히데요시의 거점인 이마하마(今浜)는 영 신통치가 않다.


"유리 공예는 고급품이라서 즉시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렵기는 해도 사카이에서 쿄, 에치젠(越前), 에치고(越後)로 이어지는 도로의 통과점에 위치하니까 언젠가 자금은 모여들텐데 말야"


이미 패색이 농후하고, 소비한 전비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영지조차 잃게 되면, 히데요시의 오다 가문 내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추락해 버릴 것이다.


"아ー, 우울해지네. 저쪽을 신경쓰면 이쪽이 잘 되지 않고, 지금부터 점점 정치가 얽힌 이야기가 들어올 것 같아. 내 몸 하나만 걱정하고 있을 수 있었던 때 쪽이 편했던 걸까?"


시즈코는 역사의 필연으로서, 이제부터 전쟁은 종식(終息)으로 향할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타네가시마(種子島)의 등장으로 가속된 변혁은, 다름아닌 시즈코들이 만들어낸 신식총(新式銃)이나 대포의 존재에 의해 가속되고 있었다.

큰 화력을 뿜어내는 대포 앞에서는 견고한 성이라고 해도 그다지 우위를 차지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금후의 오다 가문은 국지적인 패배는 하더라도, 대국적으로는 천하통일을 향해 똑바로 전진하게 되리라.


(태평한 세상이 되면 무(武) 대신 돈이 중요해지게 되지. 돈을 낳는 시스템에는 이권이 개입되고, 권력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정치가 얽혀들어)


전란이 종식으로 향하는 가운데, 시대의 패자가 될 오다 가문 내에서는 권력투쟁의 불씨가 움찔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더라도 사람은 서로 다툴 운명인가 하고 탄식하고 싶어졌으나, 시즈코가 바라지 않더라도 그녀의 의사에 관계없이 말려들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출세를 바라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시즈코는 오다 가문의 중진(重鎮)이며, 돈 되는 것들(金のなる木)은 시즈코가 있는 곳에 집중되어 있는 이상, 누구나 시즈코를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려고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속세를 버리고 출가해서, 절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는 편이 좋은 거 아닐까?)


그런 약한 소리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으나, 이미 그게 허용될 입장도 아니다.

고민해봤자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 같은 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시즈코는 오와리 쪽 방향에 줄지어 서서 자기주장을 하는 산들을 올려다보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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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