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3년 애도(哀惜)의 시간(刻)


136 1576년 1월 중순



텐쇼(天正) 3년의 설날(元旦)을 맞이했다. 역사적 사실에서라면 타케다(武田) 군이 패주한다는 역사적 전투인 '나가시노(長篠) 전투'가 벌어진 해이다.

매년 항례(恒例)의 일이기는 하나, 설의 시즈코 저택은 시녀나 몸종(小間使い)들을 집으로 돌려보냈기에 한산했다.

지금도 시즈코 집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정월(正月) 근무에만 지급되는 각종 선물(祝いもの)과 할증수당(割増手当)을 노리는 위병(衛兵)들과, 아야(彩)처럼 천애고독(天涯孤独)한 신세라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 뿐이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해요"


정숙에 휩싸인 시즈코 저택의 안채에서 시즈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물게 당당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시즈코 님.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즈코의 인사에 대해, 반대쪽에 정좌(正座)하고 있는 시로쿠(四六)가 답례 인사를 했다. 그에 이어 동석하고 있던 모두도 순서대로 인사를 마치자 시즈코가 말했다.


"좋았어! 그럼, 여긴 추우니까 거실(居間)로 돌아가죠"


그렇게 말하자마자 가장 먼저 거실로 돌아가서 겉옷(半纏)을 껴입고는 코타츠에 발을 밀어넣었다.

사전에 불을 넣어둔 코타츠는 충분히 따뜻하여, 그 열을 만끽하며 얼굴이 풀어지는 모습은 어린 계집아이(童女)같았지, 도저히 오다 가문 중진(重鎮)의 위엄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시즈코에 이어 아야, 아시미츠(足満), 시로쿠, 우츠와(器)도 코타츠를 둘러쌌고, 혈연 관계는 전혀 없지만 가장 가까운 시즈코의 가족들이 다 모여 있었다.


"일단 안주(祝い肴)와 제주(神酒)가 준비되어 있으니, 시로쿠와 우츠와는 맛만 봐. 재수를 비는 것(縁起物)이니까 무병무탈(無病息災)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시즈코는 금주령 때문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혀끝을 적시기만 했고, 아야와 아시미츠는 잔을 단번에 비웠다.


"그럼, 요리를 먹어볼까. 하지만, 설날 뿐이네,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건"


예년이라면 이틀째에 주군인 노부나가나 노부타다(信忠)에 새해 인사와 주연(酒宴)의 참가, 3일째 이후에도 오다 가문 가신(家中)들과 인사를 하러 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자기 영지 내의 도시에서 새해를 축하하고, 시즈코가 총괄(元締め)하는 각종 사업의 시무식(初出式)에도 참가하는 등, 연초부터 이벤트가 꽉 짜여 있었다.

또, 시즈코의 자식인 시로쿠와 우츠와를 양자로 맞이하였기에, 시즈코에 대한 주위의 대응이 여실하게 변화했다.

지금까지는 시즈코가 자식을 가지지 않고 어떤 가문과도 명확히 관계를 만들려 하지 않았기에, 아무리 영달을 하더라도 1대에 그치는 벼락출세라고 간주되고 있었다.

그러나, 주군의 가문에서 후계자를 얻은 것에 의해 주가(主家)가 시즈코의 가계(家系)를 정식으로 승인했다고 인식되었다.

즉, 시즈코가 죽은 후에도 오다 가문 후다이(譜代)의 신하로 대우받는 가문이 된 것이다. 게다가 주가와 극히 가깝고 많은 사업을 거느린 권세를 자랑하는 존재라는 것이 된다.

이것은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있었기에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시즈코의 내심은 어찌되었던 세상에서는 좋은 일이라고 간주된다.


"내일부터는 바빠집니다. 작년 말에 사전 연락(先触れ)을 받은 분들만 해도 재작년의 배 이상은 되고, 그 이외에도 시즈코 님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예고 없이(飛び込み) 새해 인사를 오는 분들은 대체 얼마나 될지……"


권세가 계속될 거라 인식된 순간부터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시즈코와 관계를 맺으려 하기 시작했다. 지조가 없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 '기왕 남에게 의지할 바에는 힘있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게 좋다(寄らば大樹の陰)'라는 말도 있듯, 그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릴 수 없는 것이다.

뭣보다, 시즈코에게는 일일이 그런 것에 어울려줄 의리는 없지만,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그녀는 그것들을 받아들일 생각인 듯 했다.


"저녁에는 쇼우(蕭) 짱이 돌아오니까 최종확인을 부탁해. 당일이 되면 나는 장식품(置物) 상태가 될 테니, 아무래도 그 사람 수를 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말야"


"알겠습니다"


시즈코가 쓴웃음을 지으며 아야에게 명했다. 예년, 새해 인사에 관한 것은 일체 아야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사람 수가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고, 대응에 가문의 격(家格)이 요구되는 인물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아야 뿐만이 아니라 쇼우도 참가시킬 필요가 있었다.

아야는 시즈코의 가신으로서는 최고참이며 금고지기까지 맡는 측근 중의 측근으로서 시즈코의 신임을 가장 두텁게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도 아야의 배경은 평민 출신이라 가문의 격 따윈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도 시즈코의 집에 귀인(貴人)이 찾아오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원이 사정을 파악하고 있어 아야에 대해 뭔가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그런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없다. 평민 출신의 아야를 내세우면, 방문객들은 불만을 품게 되고, 그녀도 불쾌한 말을 듣게 된다.

그런 속 좁은 인물과는 얼굴을 마주칠 필요는 없다고 시즈코는 분개했으나, 수하의 사정으로 주군의 행동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아야가 말을 꺼냈기에 급거 쇼우가 발탁되게 되었다.


"올해는 나도 동석하지. 사이조(才蔵)와 함께 등 뒤에 서서, 분별없는 놈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도록 견제해주마"


신주 이후에는 아츠칸(熱燗)을 자작(手酌)하고 있던 아시미츠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시로쿠는 끼어들지 않고 듣는 역할에 충실했고, 우츠와는 배가 부른 것과 따뜻함에서 오는 수마(睡魔)에 견디지 못하고 코타츠의 상판(天板)에 얼굴을 올려놓은 채 잠들어 있었다.

시즈코는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半纏)을 벗어 잠든 우츠와의 등에 걸쳐주고, 다른 겉옷을 꺼내 입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적당히 해요. 우리 방식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게 되니까, 어지간히 심한 경우라면 부탁할게요. 아시미츠 아저씨는 흉안(凶顔)이랄까, 시선에 살기가 어린 것처럼 보이니까요"


"……상대 나름이지"


살기를 품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건지, 시즈코의 지적에 아시미츠는 시선을 피했다. 의외로 어린애같은 아시미츠의 반응에 시즈코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꺠달은 아시미츠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뭐, 인사의 대응은 귀찮지만, 예전과는 달리 시즈코와 결혼하려고 하는 놈들이 없는 것만으로도 나아진 건가"


이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시즈코는 조정(朝廷)의 정점, 오섭가(五摂家) 필두(筆頭)인 고노에 가문(近衛家)의 딸이며, 게다가 시즈코 본인이 관위(官位)를 받은데다 오다 가문 내에서도 손꼽는 중진이 되어 있다.

전국시대의 상식에 따르면 이미 한창때가 지난 시즈코지만, 그 지위는 찬연하게 빛나고 있다고 할 수 있었기에 이미 쉽게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렵다.

하물며 가문끼리의 인연을 맺는 결혼쯤 되면, 주군인 노부나가나 양아버지인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의 뜻도 관여되기에, 섣불리 욕심을 드러냈다간 목숨이 위험해진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만 않을 뿐, 결혼하여 출세하는 것(玉の輿)을 노리는 어리석은 자들은 매번 있습니다만, 금년엔 쫓아낼까요?"


"괜히 엄하게 원망받아도 곤란하니까, 그런 사람들은 적당히 응대하면 비빌 구석이 없다는 걸 깨달아주거든"


아야의 말에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적당히 응대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예전에 시즈코가 아야노코우지(綾小路) 가문의 차기 당주로 내정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남편 문제였다.

누구라면 당주의 배우자가 되는 데 어울릴지를, 현 당주인 시즈코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숙부, 백부가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곧 시즈코의 할머니가 알게 되고, 아직 어린 시즈코에게 당주를 떠넘기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가문의 편의에 따른 배우자까지 떠넘기려 하다니 너무 심하다고 비난했다.

그 덕분인지, 시즈코의 남편감 고르기는 보류되고, 남자 친족들이 비밀리에 상대를 찾는 데 그치고 있었다.


시즈코도 사람인 이상 연애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누군가를 좋게 생각한 적은 있고, 연애소설이나 만화를 읽고 그 극적으로 타오르는 듯한 사랑을 동경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10대 소녀로서 당연한 감정과는 별개로, 시즈코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교제 경험은 전무하지만, 여자가 몇 명이나 모이면 연애가 화제가 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가 취향인지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시즈코가 말한 인물의 이름은, 친구들이 입을 모아 "그 녀석은 그만둬"라고 말할 정도였다.

시즈코의 언니 말로는 , "남자로 보기 이전에, 인간으로 본 시점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시즈코는 소위 말하는, 남자를 못쓰게 만드는 여자의 전형적인 예로, 다소의 결점(타인이 볼 때는 다소 정도가 아니다)은 자신이 함께 커버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말할 때마다 모두 달려들어 부정하는 것에 실망한 시즈코는, 10대 중반쯤 되어 달관의 경지에 들어서 있었다.

즉, "나를 걱정해주는 조부모나 부모님이 정한 인물과 연애를 하자"라는, 일종의 체념(諦観)과 비슷한 수동적 자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위도 있어, 노부나가가 "내 자식을 양자로"라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시즈코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나를 가장 높이 평가해주시는 주상께서 정하셨으니 괜찮다"라고, 오히려 안도감조차 느끼고 있었다.

결점만을 보지 않고 미점(美点)을 찾아내어 본다는 시즈코의 연애음치(恋愛音痴)는, 인재 발굴, 인재 육성이라는 점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하니 얄궂다고밖에 할 수 없다.


"가문이 관계되는 나보다, 시집갈 나이대인 아야 짱이야말로 상대를 생각해야지. 좋은 상대를 찾아주실거야! 주상께서!"


자신의 남성관이 형편없다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는 시즈코는, 아야의 결혼상대를 노부나가에게 찾아달라고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아야 자신이 결혼을 내켜하지 않았기에 이야기는 허공에 붕 뜬 상태였다.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시즈코 님을 보고 있으면, 걱정되서 도저히 결혼같은 걸 할 수 없습니다"


"흐흥-! 인간은 성장하는 생물이거든. 이래보여도 나는,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고!"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가정을 가지게 되어 곁을 떠나도 괜찮은 거군요?"


"어!? 아! 그렇게 되는건가…… 아니, 잠깐 기다려. 역시 불안이 있으니, 아야 짱만 괜찮다면 함께 있어주지 않을래?"


"네, 알겠습니다"


이미 아야가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었던 시즈코는, 두 손을 들어 항복하고는 창피고 체면이고 없이 남아줄 것을 요청했다.

심정적인 면을 무시하고 인적 자원으로서만 본 경우에도, 아야는 시즈코의 급소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만약 아야가 없어진다고 하면, 오다 가문을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재산을 자랑하는 금고를 맡길 만한 인물은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즈코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재력과 권력을 앞에 두고 무욕(無欲)을 관철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조건이 뭍으면, 사막에 떨어진 한 알의 다이아를 찾는 거나 다름없는 난이도가 된다.

몇 년씩 걸려 다양한 상황에서의 행동을 지켜본 후에 선별하고, 이어서 그 지위에 걸맞는 교육을 시켜야 겨우 금고지기를 맡길 수 있게 된다.

이 녀석에게 속는다면,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신용할 수 있는 인간, 그것이 시즈코에게 있어서의 아야였다.


"시로쿠는 언젠가 내 뒤를 잇게 될 거야. 좋은 인연을 맺어서, 진심으로 신용할 수 있는 인재를 지금부터 확보해 두도록 해"


"네"


시즈코의 말에 시로쿠가 결연하게 대답하고, 아직 꿈 속에 있는 여동생을 보며 더욱 결의를 굳히는 모습이었다.

시즈코는 약간 긴장이 지나친 듯 보이는 시로쿠의 모습을 보고 조금 불안한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나, 실패도 경험이 된다고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는 이상, 그 이상의 간섭은 삼가기로 했다.

정말로 쓰러져 버릴 것 같으면, 사전에 자신이 도와주면 된다. 나무 위에 서서 바라본다는, 시즈코는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로 '부모(親)'라는 한자의 유래에 따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보다 시로쿠의 측근도 모집해야겠네. 내 측근처럼 괴짜(色物) 집단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 좋겠는데"


"괴짜라니 섭섭하구나"


"자신이 지금 시대의 주류라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어요?"


"…………충의(忠義)의 신하이긴 하다"


잔뜩 시간을 들여 대답한 아시미츠였으나, 시즈코와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시점에서 규격외의 존재라고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내가 괴짜니까 '유유상종(類は友を呼ぶ)'으로 다들 모여든 걸까요?"


"세상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괴짜라 해도 부끄러워할 필요 같은 건 없다"


"뭐, 그러네요. 아! 맞다, 새해 첫 승부를 하자고요!"


"또 장기냐. 나는 상관없는데, 매번 질 걸 알면서 잘도 계속 도전하는구나"


"장기말 떼는 것 없이 평수로 둘 수 있게 되었으니 곧 본때를 보여주겠어요"


"훗…… 그거 기대되는군"


아시미츠의 여유작작한 듯한 태도에 시즈코가 한껏 허세를 부렸다.

아시미츠에게는 어린애가 약올라하는 것 같아 오히려 사랑스럽다고까지 생각되었기에, 그가 시즈코를 놀리는 것은 당분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큭! 맥주 제조가 궤도에 올랐다고 방심하고 있으면 뒤통수를 맞을거에요!"


전혀 상대해주지 않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자신이 잘하는 방향에서 공격하기로 했다.

일본주보다도 맥주를 선호하는 아시미츠는, 마찬가지로 애주가인 미츠오(みつお)(이쪽은 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전부 좋아함)와 결탁하여 맥주 제조에 정열을 쏟고 있었다.

현대의 주세법(酒税法)과는 달리, 개인적인 연구 범위 내에서의 주조(酒造)는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언젠가 오다 영지의 특산품이 될 산업의 연구라고 둘러대면 누구의 눈도 신경쓰지 않고 당당하게 맥주 제조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제조된 분량 전부를 자신들이 소비할 뿐인 결과가 되어도 말이다.

타인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는 아시미츠의 태도에 위기감을 느낀 시즈코는, 그를 맥주 제조의 총책임자에 임명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듯,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오르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 조치였다.

최신 설비와 인원이 주어지고 예산도 붙어서 훌륭한 사업체로서의 체제가 갖춰지자, 태도를 바꾼 건지 아니면 기대에 부응하려고 한 것인지 사람이 확 바뀌어 확대 노선으로 변경, 홉 밭이나 보리밭을 정비하고, 그와는 별도로 콩밭도 정비하기 시작했다.


"풋콩(枝豆)은 탄바(丹波)의 풋콩이 최고지!"


맥주의 안주로 풋콩이 먹고 싶다고, 전략물자이기도 한 콩을 다 자라기 전에 수확하여 풋콩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을 보고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게 되었다.

아시미츠가 말하는 '탄바의 풋콩'이란 탄바구로(丹波黒)라고도 불리는 품종인데, 콩은 알이 굵고 둥글며, 입에 닿는 감촉(口当たり)이 좋은 식감을 가지고 있고, 표면에 하얀 가루를 뿌린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현대에 있을 때 그걸 먹어본 아시미츠는 탄바의 검은 콩(黒豆)에 반해 버렸다. 옛부터 사사야마(篠山) 지방에서 재배되어 세금(年貢)으로 바쳐지고 있었다고 아시미츠는 도서관을 다니며 얻은 지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탄바구로의 뿌리는 에도(江戸) 시대에 하베 로쿠베에(波部六兵衛)와 하베 모토지로(波部本次郎) 등이 탄생시킨 우량 품종 '하베구로(波部黒)'에 있다고 전해진다.

농업에 관해서는 할아버지에게 철저하게 영재교육을 받았던 시즈코는, 그렇기에 전국시대에는 탄바의 검은 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걸 들어도 아시미츠의 정열이 흐려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베구로'의 기원이 되는 재래종이 있을 거라고 주장하며, 억지를 써서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에게 콩을 융통받은 후, 자신들이 만들어내겠다고 기염을 토하며 밭에 심기 시작해버린 것이다.


"예전의 탄바의 검은 콩보다는 못하더라도, 직접 공들여 만든 맥주와 풋콩! 나는 지금, 최고로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굳이 빙실(氷室) 안에서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게 식힌 찻종(湯呑)에 맥주를 따르고, 마찬가지로 초가을(秋口)에 수확하여 냉동해둔 풋콩을 해동하여 소금으로 데친 풋콩을 우물거렸다.

코타츠(コタツ)로 몸을 따뜻하게 하며 풋콩을 먹으면서 차가운 맥주를 들이킨다. 그야말로 아저씨 스타일을 고수하는 아시미츠에 대해 시즈코는 한숨을 쉬고는 최대한의 반격으로서 야유를 했다.


"아시미츠 아저씨, 중년 같아요"


"중년……"


시즈코의 한마디가 예상 이상의 효과를 올렸다. 평소의 무뚝뚝한 얼굴(仏頂面)이 거짓말인 것처럼 아시미츠는 맥없이 고개를 떨궈버렸다.

나는 배도 안 나왔고, 머리도 벗겨지지 않았고, 노인 냄새(加齢臭)도 나지 않을텐데 라는 등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시미츠가 가지고 있는 중년의 이미지는 현대의 그것에 고정되어 있는 듯 했다.

남성에게 중년이라는 단어는 금지어인 걸까라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치명적인 정신적 대미지를 받은 아시미츠의 등을 문지르면서 그의 중얼거림에 일일이 괜찮다고 추인하며 위로했다.

아야와 시로쿠는 처음 보는 아시미츠의 추태에, 한여름에 눈이라도 내린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품고 있는 아시미츠의 이미지라고 하면, 질실 강건(質実剛健)하고 냉혹비정(冷酷非情)하며, 필요하다면 갓난아기라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베어버리는 인물이다.

그 요불요(要不要)의 판단조차 기준이 그 자신이 아니라 시즈코에게 메리트가 있는가 아닌가로 결정하고 있는 경향이 있어, 설령 노부나가로부터의 명령이라고 해도 시즈코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주저없이 반항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좋은 시즈코와 달리,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행위라도 필요하다면 솔선해서 손을 대는 등, 어두운 부분(暗部)을 담당하는 인물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품은 아시미츠의 이미지였다.

위정자라는 것은 깨끗하기만 해서는 해나갈 수 없고, 당근과 채찍 중 채찍 부분만을 솔선해서 맡아주는 아시미츠의 존재는 시즈코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불가결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누구로부터의 악평도 신경쓰지 않는 아시미츠가 이렇게까지 의기소침해하는 모습 같은 건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고 있었다.


"나는 항상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는데, 혹시 그것도 싫었어요?"


"그건 상관없다. '아저씨(小父さん)'라고 경애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중년은 다르다. 나는 TV에서 지겨울 정도로 봤단 말이다. 한심하게 튀어나온 배에 기름이 번들거리는 피부, 딸에게도 냄새나니까 따로 세탁해달라는 소리를 듣는 존재. 나는 결코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 게다가, 중년이라고 하면 미츠오 같은 이미지 아니냐?"


"아아! 고로(五郎)씨도 미츠오 씨를 '아저씨(おっさん)'라고 부르니까요. 가끔 츠루히메(鶴姫) 짱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는데, 본인은 깨닫지 못한 걸까요?"


"고로는 둔하다. 그리고 그렇게 불리는 본인인 미츠오가 신경쓰지 않으니까 괜찮은 거겠지. 그보다, 미츠오의 가족 자랑이 더 진절머리난다"


"나도 툇마루(縁側)에서 이야기하는 미츠오 씨들을 뒤에서 보고 있었는데, 그건 굉장하네요. 잘도 매일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보고 있구나 하고 감탄이 나오고, 넘쳐나는 애정과 그걸 표현하는 미사여구로 속이 다 울렁거릴 지경이었어요"


"한 번도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는데, 전체적으로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니 그걸 들어야 하는 쪽은 배겨내질 못하겠지만 말이다"


"츠루히메 짱도 지금은 1남 1녀의 어머니가 되었으니 놀랍네요. 몸도 꽤나 튼튼해진 모양이고요"


순조롭게 화제가 바뀐 것에 안심하면서, 미츠오의 이름이 나온 것에 시즈코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미츠오의 부인인 츠루히메는, 장녀를 낳고 몇 년 후에 장남, 츠바키마루(椿丸)를 출산했다. 츠루히메는 적자(嫡男)를 바랐지만 얻은 것이 여아였기에, 다시 임신을 바란 츠루히메에 대해 미츠오가 몸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을 최우선시킨 결과였다.

애초에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출산했기에 모체에 극도의 부담이 가해졌던 것이다. 시즈코가 병원을 만들지 않았었다면 세상을 떠났을 거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훌륭한 후계자를 낳는 것이야말로 스스로의 제일가는 존재 의의라며, 강박관념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주입된 츠루히메에게는 쉽게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미츠오는 매일 츠루히메의 곁에 달라붙어 자신이 얼마나 츠루히메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기를 3개월. 간신히 츠루히메가 자신의 의지를 꺾고 요양 기간을 두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때의 부작용도 발생하여, 츠루히메가 품는 미츠오에 대한 애정은 편집(偏執)의 영역에 달해 버렸다.

현대라면 독점욕에 의해 얀데레(ヤンデレ)라도 되겠지만, 그건 고상한 교육을 받은 양가의 자녀,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간섭을 하지 않고 한발 물러선 위치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미츠오 자체도 지나치게 무거운 부인의 사랑을 받아들일 만한 도량이 있었다. 같은 또래였다면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두 세대는 연상이기에 모든 것을 감싸안는 어른의 여유였다.

누구의 눈에도 금슬이 좋은 잉꼬 부부였지만, 현대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이탈리아인 수준으로 노골적인) 미츠오의 애정표현은 전국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자극이 지나치게 강했다.


"미츠오 님은…… 그…… 정열적인 분이시니까요"


"아야 짱. 무리해서 칭찬하지 않아도 돼. 그건 누가 봐도 도가 지나치니까…… 알겠지?"


아야도 미츠오와 츠루히메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드물게 뺨을 붉히고 눈썹을 모았다.

이 시대에서의 무가의 여자라고 하면 후계자를 낳고, 남편이 발을 들이지 않는 집 안쪽의 모든 것을 지휘하며 집안을 지키는 것이 역할이다.

남자가 바깥쪽, 여자는 안쪽이라고 분업이 되어 있어, 그 관계성은 남녀라기보다 파트너에 가깝다.

물론,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와 오이치(お市),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오네(おね),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와 오마츠(お松)처럼 서로 사랑하여 부부가 된 예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후세에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드문 일이라서 기록에 남아있다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 미츠오와 츠루히메였다. 축산시험장에서 일하는 미츠오에게 손수 만든 도시락을 가지고 매일같이 찾아가는 츠루히메.

날씨가 좋은 날에는 나무 그늘에서 미츠오의 무릎 위에 앉은 츠루히메가 미츠오의 입에 손으로 요리를 넣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대였다고 해도 아무래도 속이 울렁거릴 만한 광경이기에,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말이 필요없으리라.


"딸바보(親馬鹿)가 아니라 아내바보(嫁馬鹿)다! 그건 말이지"


"아무래도 그건 말이 지나쳐요. 애처가라고 해야죠"


"그런 어설픈 게 아니다! 예전의 '형사 콜롬보'인가 하는 것도 꽤나 부인 자랑을 길게 늘어놓는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미츠오의 그것은 도가 지나치다"


지친 듯 무거운 한숨을 쉬는 아시미츠를 보고, 그(미츠오)를 맥주 제조에 참가시킨 탓에 자랑질(惚気話)의 표적이 된 아시미츠가 조금 가엾게 생각되었다. 뭣보다 대신해줄 생각 따윈 손톱만큼도 없었지만.


"그렇게 굉장하신 분인가요? 그 미츠오 님이라는 분은"


유일하게 미츠오와 츠루히메의 관계를 직접 본 적이 없는 시로쿠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입에 올렸다.


"으ー음. 인품도 천하지 않고, 우수한 기술도 가지고 있고, 가정인(家庭人)으로서 생각했을 때는 이상적인 아버지겠지만……"


드물게 시즈코가 말을 흘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다음 말을 쥐어짜냈다.


"어머니로서 그걸 보여줘도 되는지 고민스럽지만, 뭐든지 경험이겠네. 미츠오 씨를 만날 거라면, 그 후에 아무 예정도 없는 날로 잡도록 해"


"알겠습니다. 언젠가 시기를 봐서 찾아가겠습니다, 시즈…… 어머니(母上)"


시로쿠는 시즈코 님이라고 말하려다 당황해서 말을 바꾸었다. 시로쿠가 시즈코를 어머니라고 부르게 된 것은, 연말에 케이지(慶次)의 부추김을 받고 시즈코의 방을 찾아간 것이 계기였다.

시로쿠는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지금까지 자신들이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즈코는 자신을 어머니라고 불러준다면 그게 최고의 답례가 된다고 말했다.

욕심을 말하면 우츠와처럼 자발적으로 어머니라고 불러줬으면 했으나, 성별이 다른 남자애였으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결과였다.

아이를 낳기는 커녕 연인조차 없는 자신이 모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도 있었으나, 하지 않고 망설이기보다 하고 고민하는 편이 낫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츠오 씨를 만나러 가기 전에 꼭 나한테 말을 할 것. 예상 이상으로 힘들테니까, 따뜻한 밥과 목욕을 준비해 줄게"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미소지었다. 어린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며 그 후의 일에 마음을 쓰는 모습은 그야말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가족끼리 오붓한 정월 기분은 끝을 고하고, 정월 이틀째는 이른 아침부터 도박장(鉄火場)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낮은 신분이라면 최저한의 인사 외에는 할 일도 없어서 몸을 푹 쉴 수 있지만, 오다 가문 유수의 중신인 시즈코에게 주어진 휴가는 하루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노부나가가 기후 성(岐阜城)에 있었기에 그다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새해 인사를 하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노부나가가 아즈치(安土)에 있었기에, 최소한의 일행을 데리고 짐을 실어놓은 말에 올라타 꼬박 하루 이상을 들여 갈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경위도 있어, 시즈코 자신이 이틀째의 대응에 정신없었던 것도 가미되어, 예년에는 노부나가에게 이틀째에 인사하러 갔지만, 올해는 7일째에 가게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토우고쿠(東国) 정벌(征伐)의 결과에 대한 벌이라고 되어 있지만, 내실은 시즈코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한 배려였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즈코의 가신들도 이틀째가 되자 차례차례 돌아왔다. 그들은 시즈코에게 새해 인사를 마치고 나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게 된다.

오다 가문의 주요 중신들은 전날부터 아즈치에 들어가 있어, 이 날 시즈코가 있는 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근린(近隣)의 유력자들 외에 공가(公家) 들의 사자들 등이 줄을 잇고 있었다.

작년보다 준비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뭔가 차질이 있어서는 시즈코의 명예에 흠이 가기 때문에, 시종들은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전쟁터나 마찬가지가 된 2일, 3일이 지나면 손님들은 일단락되기에, 이번에는 시즈코가 짐을 정리하여 아즈치로 출발하게 된다.

개중에서도 정월 3일에는 노부나가에 대한 인사를 마친 오다 가문의 관계자들이 직접 오거나 대리인을 보내오거나 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는 대응으로 기진맥진해진 시즈코는 짐을 꾸리면서 기둥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예전에 시즈코는 노부나가로부터 거점을 아즈치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와리의 본저(本宅) 이외에 각 거점에 대해 별저(別宅)를 갖추기로 했다.

노부타다의 앞마당인 기후, 천황(帝)이 있는 수도이자 양아버지인 사키히사(前久)도 이용하는 쿄 저택(京屋敷), 그리고 주군인 노부나가의 거점인 아즈치에도 별저를 만들도록 지시를 내렸다.

여기서 의외의 인물이 활약하게 된다. 일찌감치 시즈코와 친분을 맺어 신용을 획득한 상인으로서, 큐지로(久次郎)는 오우미(近江)에서도 유명한 큰 가게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다양한 사업을 취급하는 시즈코에게 대응하기 위해 이렇다 할 종목(商材)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의 상품을 조달하는, 현대에서 말하는 종합상사(総合商社) 같은 업태를 취한 이례적인 상회, 이름(屋号)을 '타나카미야(田上屋)'라고 했다.

그는 이름의 유래가 된 타나카미 산(田上山)의 노송나무 목재(檜材)를 독점 취급하는 시즈코의 총대리점(総代理店)이 되어, 그의 관리(差配)에 의해 양질의 목재를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시즈코에 관한 상품으로 일정 이상의 규모의 거래를 하려고 할 경우 타나카미야를 통하지 않으면 조달할 수 없다. 이러한 특권을 가졌으면서도 큐지로는 손을 늦추지 않았다.

파는 사람 좋고, 사는 사람 좋고, 세상에도 좋은 산포요시(三方よし, ※역주: Win-Win)의 가르침을 지키며, 자신을 정점으로 한 조직을 구축하여 재분배하는 것에 의해 지역 일대의 명사로 급부상, 주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런 남자가, 시즈코의 아즈치 진출의 소식을 듣고 그냥 놔둘 리가 없다. 즉시 나서서는 시즈코의 아즈치 저택의 모든 것을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선언했다.

타나카미 산의 노송나무 목재를 듬뿍 사용하고, 건축중에도 계속 깃발(のぼり旗)을 세워놓아, 타나카미야의 이름을 오다 가문을 편드는 세력의 구석구석에까지 침투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즈코라는 주목의 대상에 대해 현대에서 말하는 스폰서가 되는 것으로, 자신의 이름과 장사, 그리고 그 융성함을 선전해보인 셈인데, 시즈코는 큐지로의 은혜갚음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의리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시즈코는 무상으로 훌륭한 저택을 얻고, 큐지로는 오다 영토 각지의 유력자들에게 편의를 봐 주면 은혜를 알고 보답해주는 의리 깊고 신용할 수 있는 상인이라고 선전할 수 있었으며, 주변 지역의 사람들을 인부(人足)로 고용하여 고용을 창출했으니, 보기좋게 산포요시를 체현해 보인 것이다.


그런 사정이 있는 물건(物件)인 아즈치의 저택에 시즈코 일행이 도착한 것은 5일 저녁 무렵이었다.


"자, 모레 낮부터 인사니까, 그 때까지는 푹 쉴까"


그렇게 중얼거린 시즈코였으나, 실제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사반각(四半刻, 30분) 뿐이었다.


"쉬시는 데 죄송합니다. 시즈코 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분들이 오셨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지금부터는 무리지만, 이름을 알려주면 이쪽에서 연락을 드리겠다고 전해 줄래요?"


예상치 않았던 대규모 방문객에 고용인(使用人)들은 크게 당황하게 되었다. 최우선적으로는 모레 오후에 예정된 노부나가와의 알현이기에, 그 이외의 건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매겨 대응할 필요가 있다.

별저에서도 인사를 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시즈코는, 고용인들도 최소한의 인원밖에 데려오지 않아서, 대부분은 현지에서 채용한 더부살이(住み込み) 고용인들 뿐이다.

실례가 되지 않게 대응할 수 있는 인원수를 상정하면서 방문자들의 일람을 보고 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 어째서 이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거야?"


방문자 명부의 중간쯤 되는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칸베 산시치로(神戸三七郎),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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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