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3년 애도(哀惜)의 시간(刻)


138 1576년 1월 중순



예기치 못한 내방자가 있었긴 했으나, 별 탈 없이 새해 행사를 마친 1월 중순. 일본을 군웅할거(群雄割拠)하는 영주(国人)들 사이에 격진(激震)이 일어났다.


"여러분도 이미 아시고 계시듯 이시야마(石山) 혼간지(本願寺)에서 모반(謀反)이 있었습니다. 지도자였던 켄뇨(顕如)와 쿄뇨(教如)는 구속되어 혼간지 내부에 유폐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번의 사건의 주모자입니다만…… 시모츠마 라이렌(下間頼廉)입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혼간지의 산문(山門)은 닫히고, 모든 문 앞에 게시판(高札)이 세워졌다.

그것에는 '구원을 바라고 모여든 중생을 현혹하여 수라도(修羅道)로 빠뜨리려 한 불적(仏敵)을 친다'고 쓰여 있었으며, 무장 해제가 끝날 때까지 폐문한다고 했다.

간자들로부터 제 1보가 들어온 직후부터, 시즈코는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에게 명하여 자세한 정보 수집을 실시하게 했다.

현장은 혼란에 빠져 있어, 혼간지 내부에서는 불이 났는지 연기가 올라오는 장면조차 있었다고 한다.

작전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아연실색하여, 정신이 들자 기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으로 가득했다.


라이렌이라고 하면 혼간지 세력의 지낭(知恵袋)이며, 오다 군에게는 몇 번이나 호되게 당한 원적(怨敵)이다.

머릿수만 많았지 숙련도가 낮은 혼간지 세력이, 그럭저럭 오다 군의 정예와 선전(善戦)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라이렌의 존재에 의한 부분이 크다.


"지금까지 행방을 감추고 있던 라이렌이, 이 시점에 와서 하극상을 꾸민데다 무장해제를 선언하다니……"


"사망설까지 흘렀던 라이렌이니, 이걸 예상할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겠지요"


"애초에 라이렌은 어떻게 병사를 데리고 혼간지에 들어간 거에요?"


"전제조건으로서 혼간지로의 주요 육로(陸路) 및 해로(海路)는 사쿠마(佐久間) 님의 직속 세력에 의해 봉쇄되어 있습니다. 라이렌은 사쿠마 님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고 혼간지로 들어갔다는 말이 됩니다"


"모반이 성공할 정도의 숫자의 병사들이 움직였는데 발견되지 않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봉쇄되기 전에 내부에 숨겨뒀다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러운가……"


"아마도 난민 틈에 섞어서 내부에 침투시키고, 기회를 보아 일제히 봉기한 게 아닐까 추정합니다"


"혼간지로의 보급로는 지금은 수로(水路) 뿐이고, 그것도 바다 쪽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쪽은 사쿠마 님이 이미 봉쇄했다고 하면, 남는 건 밤에 어둠을 틈타 상류에서 강을 내려갈 수밖에 없어요…… 거기에 많은 병사들을 태울 여유는 없겠지요"


"침입로가 어디에 있었던, 혼간지에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리 현실성이 낮아 보여도, 불가능을 배제하고 남은 것이 진실에 가깝다.

보급로의 봉쇄를 담당하고 있던 사쿠마가 노부나가로부터 질책받고 있지 않는 이상, 노부나가 자신도 봉쇄를 몰래 뚫고 라이렌이 혼간지로 들어갔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이리라.

게다가, 시즈코가 모반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을 때도, 노부나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담담하게 듣고 있었다.


(설마…… 이번의 모반, 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것은……)


때마침 강설(降雪)이 많아지는 1월 중순이다. 눈이 깊은 동해(日本海) 측의 육로는 대부분이 쓸모없어지고, 남은 도로는 오다 가문 소속 사람들이 엄중히 경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혼간지에서 모반이 일어났다는 정보는 '필연적으로 전달되기 어렵게' 된다. 설령 정보가 샜다고 해도, 역적인 라이렌을 토벌하러 군을 보낼 수가 없다.


"도로 및 관문(関所)의 인원을 증원하세요. 손이 모자라면 오와리(尾張)의 방위를 위해 남겨두고 온 병사들을 동원해도 상관없어요"


사건의 흑막을 헤아린 시즈코는, 그가 바라는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손을 썼다. 즉, 내부의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게 봉쇄하는 것과, 외부로부터의 간섭 배제이다.


"누가 뒤에서 조종했던 간에, 이번의 모반은 우리들에게 이익이 됩니다. 이 흐름을 좋게 보지 않는 세력에게 정보가 새어나가면 곤란하니, 혼간지의 무장 해제가 끝날 때까지 엄중 경계 태세를 취하겠어요"


"옛!"


"관문에서는 여자나 아이들의 출입을 엄중하게 확인하게 하세요. 정보를 가진 채 타국으로 도망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나다 씨는 간자 사냥을 철저하게 해 주세요. 누구 소속인지를 확인할 필요도 없어요. 발견되는 대로 처리하라고 명해 주세요"


"옛"


이 시대의 정보는 사람에 의해 옮겨진다. 즉, 사람의 출입을 제한해버리면 정보의 이동을 봉쇄할 수 있다. 하지만, 인원 한계상 모든 정보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통상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산길 등을 목숨을 걸고 달려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시즈코는 한 가지 더 방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보의 교란도 하죠"


"교란…… 입니까?"


"완전히 정보를 차단해 버리면, 거기에 엄중하게 감춰진 무언가가 있다고 눈치채게 되죠. 그렇다면 아예 자의적(恣意的)으로 정보를 준 사람을 놓아주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선전해 줄 것 아니겠어요? 뭐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퍼뜨려봐야 아무도 믿지 않을거라 생각하니, 진실을 반, 공통된 정보를 3할, 개별적인 거짓을 2할 섞어서 퍼뜨립니다. 진실과 공통 부분은 전원이 똑같은 이야기를 할 테니까 금방 공유되겠지요. 마지막 2할의 거짓에 의해 충분한 정밀 조사(精査)가 끝날 때까지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쐐기를 박는 거에요"


"꽤나 악랄한 수법을 쓰네, 시즛치는"


휘파람을 불며 농담하는 케이지(慶次)였으나, 시즈코의 계책이 유효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람의 입에 자물쇠는 채울 수 없으니, 비밀을 언제까지나 비밀로 하는 것 따윈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진실의 정보라는 물(真水)에 거짓이라는 이름의 독을 섞는다. 그곳에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걸 알고 그 물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능한 한 몇 번이나 확인하여 독이 포함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 겨우 마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물과 마찬가지로 정보에는 신선도라는 것이 있어서, 그때 즈음에는 이미 가치가 없어지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보전이라는 건 평범한 노력을 거듭한 쪽이 승리하는 거에요. 외부에 흘릴 이야기가 완성되면 외견(外見)이 좋은 사람을 골라서 정보를 흘려 주세요. 정보는 누구에게서 들었는가라는 것도 신빙성을 좌우해요. 유복해보이는 사람, 차림새가 좋은 사람으로부터의 정보는 비교적 받아들이기 쉬우니까요"


"이쪽의 입김이 닿은 상인들에게는 전하지 않는거야?"


"이번에는 혼간지로부터 도망쳐온 사람들, 또는 그들과 접촉한 사람이라는 명분이 중요하니까. 몇 번이나 같은 수법을 쓰면 간파당하기 쉬워지거든, 카츠조(勝蔵) 군. 사나다 씨는 정말로 혼간지에서 도망쳐온 사람과도 접촉해 주세요. 같은 편이라고 가장해서 보호해주겠다고 제안하고, 이쪽이 원하는 정보를 주입한 후에 도망을 원조해주죠"


"옛, 알겠습니다"


마사유키의 대답에 시즈코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코들이 가진 작전회의로부터 며칠이 지나자, 토우고쿠(東国)나 서쪽(西)의 모우리(毛利) 세력권에서 혼간지에 관한 다양한 소문들이 무성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목숨을 걸고 진실을 가져온 것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미 옥석을 구별할 수 없는(玉石混交) 상태가 된 와중에 진실만을 건져내는 것 따윈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혼간지에서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그 결과로서 "혼간지가 붕괴에 이르는 상황이 되었다. 아니, 오다 가문이 철저히 숨기려 하고 있지만, 사실은 혼간지가 포위를 돌파하여 오다 가문에 육박하고 있다"라는 등 정반대되는 내용의 소문이 무책임하게 흩뿌려지게 되었다.


"어려운 임무를 멋지게 달성해 주어서 감사드려요"


"황공한 말씀입니다"


시즈코는 마사유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미지수의 상황을 멋지게 제어한다고 하는 것은, 입으로 말하기는 쉽지만 실행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다.

마사유키가 벌어준 시간은, 혼간지가 개방될 때까지의 안전을 담보하는 천금과 같은 시간이 된다.

일이 이쯤에 이르면, 시즈코가 손을 쓰지 않아도 무장세력으로서의 혼간지 붕괴는 피할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이 한 수에 의해 쓸데없는 피해를 막아서 혼간지 평정 후의 일본 통일을 향한 기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적을 속이려면 먼저 아군부터. 정말로 속아 넘어갈(出し抜かれる) 줄은 몰랐어요, 주상)


시즈코는, 라이렌의 모반을 성공으로 이끈 흑막을 노부나가라 확신하고 있었다. 노부나가에게 확인한 것도, 혼간지 측에서 정보가 들어온 것도 아니지만,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는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노부나가에게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지금은 참기로 했다.


"그래서, 혼간지 측의 움직임은 어때요?"


"여전히 산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만, 사이카슈(雑賀衆)를 태운 배가 강을 내려갔다고 들었습니다"


"……용병을 해방시켰다는 건, 무장해제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네요. 라이렌은 어째서 모반을 일으킨 걸까요? 하극상의 야심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몇 번이나 기회는 있었을텐데……"


라이렌에게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군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던 그라면 더 이른 단계에서 실권을 쥘 수 있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만큼 악화된 후에 권력을 쥐어봤자 단물 따윈 전혀 없고, 오히려 전후처리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추측입니다만, 짐작가는 부분(目星)은 있습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수고해주세요.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여기서 무리를 해서 유능한 아군을 잃는 어리석음은 피하고 싶으니까요"


노부나가로부터 명확한 지시가 없는 이상, 리스크를 감수하고 깊이 추적하는 것보다 리스크를 억제하면서 가능한 한의 정보를 줍는 쪽이 상책이라 할 수 있다.


"게시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제 슬슬 결과가 나올 무렵이겠죠. 아마도 승병(僧兵)들 정도가 승방(僧房)에 틀어박혀 항전하고 있겠네요. 섣불리 벌집을 건드릴 수도 없으니, 여기서는 조용히 지켜보면서 정보를 모으죠"


"알겠습니다"


정찰(物見役)로부터의 보고로는, 때때로 산 중턱 부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목격되고 있었다.

중앙 집권화되어 있다고는 해도, 특수한 사회구조를 갖는 종교 결사 특유의 문제가 가로막아서 그리 쉽게는 무장을 해제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시즈코로서도 혼간지에만 신경쓰고 있을 수는 없다.


(요키치(与吉) 군은 슬슬 아즈치 성(安土城)의 낙성(落成)으로 한가해지게 되지. 축성에 관해 부르는 곳(引く手)은 많지만, 아즈치 성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을 쉽게 움직일 수는 없어. 게다가 마사유키 씨도 충분히 실적과 존재감을 드러냈으니, 슬슬 알기쉬운 공적을 세우게 해주고 싶어. 그렇게 되면, 조금 마음에 안 들지만, 히데나가(秀長) 님의 속셈을 따를 수밖에 없으려나)


현재, 오다 가문 가신단에서 크게 체면을 구겨버린 것이 히데요시(秀吉)였다. 모우리를 억제하는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어려운 임무였으나, 그만큼 보기좋게 완수하면 일약 가신단 필두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있었다.

하지만 모우리의 수비는 탄탄하여, 벳쇼(別所)를 시작으로 오다 편을 드는 영주들의 배신을 허용해 버렸다. 최종적으로 벳쇼의 정치적 책략(調略)에 넘어가지 않고 오다 측에 붙겠다고 명언한 동(東) 하리마(播磨)의 영주들은 겨우 두 명이었다.


"하시바(羽柴) 님은 병력 숫자에서 다른 곳에 밀리니까……"


시즈코의 군도 병력 숫자로 말하면 중간 규모이지만, 높은 숙련도와 충실한 최신식 장비라는 우위성이 있다. 그렇기에, 다소의 병력 차이는 힘으로 뒤엎을 수 있는데,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히데요시 군은 병력 숫자에 비해 지휘하는 장수가 적고, 병사들 자체도 무장 농민이나 토착 무사(地侍), 낭인(牢人) 등이 많다. 그 때문에 히데요시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돈 욕심에 지배된 군대가 되어 있다.

이것은 히데요시 군 특유의 사정은 아니고, 이 시대의 무장들이 갖는 보편적인 문제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히데요시 자체가 벼락출세(成り上がり) 중인 인물인 것에 기인하는, 후다이(譜代)의 가신(※역주: 대를 이어 섬기는 신하) 부족에 있다.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나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나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 등은 무가(武家)의 출신이기에, 대대로 가문을 섬겨온 노장(老将)이나 측근들이 있다.

하지만, 아시가루(足軽) 또는 백성(百姓)에서 출세했다고 하는 히데요시에게는 그렇게 보조해줄(脇を固める) 인재가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얽매임(しがらみ)이 없는 것은 메리트이기도 하지만, 디메리트도 크네"


자신의 힘만으로 사람을 모을 필요가 있었기에, 사람을 홀린다(人たらし)고까지 하는 히데요시의 재능이 개화한 것이리라.


"자…… 어떻게 움직일까"


큰 종이에 모사한 지도를 필치고 각 진영의 상황을 정리햇다. 라이렌의 모반에 의해 모우리 측은 약간 열세로 바뀌어 있었다.

지금까지는 중간에 혼간지를 끼우고 있었기에 직접 대결을 피할 수 있었다는 상황이었으나, 혼간지가 오다 측으로 넘어와 버리면 정면에서 오다 가문과 대결해야 한다.

그에 대해 오다 가문은, 토우고쿠는 약간 불안은 있지만, 츄우부(中部) 지방에서 킨키(近畿) 일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모우리에만 주력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모우리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큐슈(九州) 세력을 등 뒤에 두고, 남쪽으로는 오다 가문과 손잡은 쵸소카베(長宗我部)가 버티고 있다.

제아무리 모우리라고 해도 세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받으면 남아나지 않는다. 여기서 오명을 씻고(汚名返上) 권토중래(捲土重来)를 노리는 히데요시를 참가시켜야 한다.


"하시바 님이 하리마의 벳쇼와 탄바(丹波)의 하타노(波多野)를 쓰러뜨리면 다시 모우리 대 오다의 직접 대결로 몰고 갈 수 있어"


히데요시를 모우리 공격에 참가시키려면, 그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너무나 가혹해진다. 결코 실패가 용납되지 않고, 모우리 공격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히데나가가 비밀리에 시즈코에게 협력 요청을 타진해 왔다.

스스로의 입신출세(立身出世)를 위해서라고는 하지 않고 오다 가문을 위해서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부분이 교활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군을 대량으로 동원하는 것도 곤란하다는 땡깡스런 주문까지 하고 있으니 귀찮네"


시즈코 군을 대량으로 끌어들여, 최신식의 무장으로 역할을 완수했다고 해도, 그것은 과연 히데요시의 공적이라고 인식될 것인가?

그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시즈코에게 맡기고 히데요시는 빠져 있으면 된다는 말을 들으면 반론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어디까지나 주역은 히데요시 군이면서, 돌파력이 뛰어난 '딱 좋은 군세'의 파견을 히데나가로부터 요청받았다.

배부른 소릴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겠지만, 금후의 전개를 생각하면 시즈코에게 빚을 만들어서라도 공적을 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시즈코는 헤아리고 있었다.


"응, 상의해보자!"


자기 혼자 생각해봤자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을 자각한 시즈코는 아시미츠(足満), 케이지, 마사유키의 세 명을 호출했다.


"그런 이유로, 모두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저쪽이 원하는 대로 신식총(新式銃) 부대만을 보내면 되는 거 아냐?"


경위를 설명한 후 시즈코가 세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자, 가장 먼저 케이지가 성의없이 대답했다.

명백히 내키지 않는 태도를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케이지에게 있어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는 거라고 시즈코는 헤아렸다.


"하시바 님의 요구는, 우리들을 전면(矢面)에 세운다면서 공적은 자기들이 받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재주는 곰에게 넘게 하고 돈만 챙기려는 패거리는 좋아하지 않아!"


"뭐 좋고 싫음은 별개로 치더라도, 이번의 싸움은 우리들에게 '이득(旨み)'이 없는 것이 신경쓰이는군"


케이지의 의견에 대해 아시미츠가 실리면을 강조했다. 아시미츠에게 있어 시즈코가 출진한다는 리스크가 있는데, 그럴 만한 메리트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확실히 명확하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약속해준 것은 아니네요. 하지만, 모우리에 관해서는 주상께서도 골치아파하고 계시니까요"


"정말 어떻게 하고 싶으면, 직접 시즈코에게 명령이 있지 않을까?"


"두 분과 같은 의견입니다. 주상께서 모우리 공격에 시즈코 님을 지명하시지 않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 현재, 아무런 지시가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이 이치에 맞을 거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케이지에 이어 아시미츠도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고, 최종적으로 마사유키도 그에 동의했다. 시즈코로서도 원래 많은 병력을 보낼 생각은 없었고, 전황이 우세해진다면 일찌감치 물러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부정적인 의견이 모이는 이상, 병력을 보내는 것 자체에 좋은 감정을 품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아, 맞다!"


협력 요청을 거절할까 생각하려던 시즈코였으나, 한 가지 걸리는 점이 떠올랐다.


"아시미츠 아저씨, 저격병을 훈련하고 있다고 했는데, 어떤 상황이에요?"


"현재 저격이라 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5명 정도군. 총탄을 금속 가이드로 연결한 5연장탄은 완성되었으나, 장전할 때마다 유저(遊底) 볼트를 조작할 필요가 있어서 다시 조준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 뭐, 1분에 2, 3발 쏘면 잘한 편이지"


"그래도 상대에게 발견되지 않는 거리에서 선수를 칠 수 있다면 좋은 거에요. 그럼, 여기서 실전에서의 최종 조정을 해보지 않을래요?"


시즈코가 말하려고 한 것을 이해한 아시미츠는, 일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방 표정을 조였다.


"아무래도 무사(侍)가 나설 곳은 없는 것 같군. 그럼, 나는 토우고쿠 정벌에서 부름이 있을 때까지 영기(英気)를 축적하겠어"


애초부터 의욕이 없는 케이지는, 자신이 나설 일이 없다고 판단하자마자 흥미를 잃고 자리를 떴다.

마사유키도 마찬가지로 자리를 뜨려 했으나, 그걸 시즈코가 손으로 제지했다.


"이번에, 저격병 부대를 사나다 씨가 지휘해 줬으면 해요"


"소생이 말입니까!? 하지만, 지휘한다고 해도 소생은 저격이라는 것 자체를 모릅니다. 실정(実情)을 잘 아시는 아시미츠 님께서 지휘하시는 게 도리 아닙니까?"


"아시미츠 아저씨는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돼요. 일단 협력요청에 응하여 파병하는 이상, 받아들이는 쪽의 부대와 연계도 해야 하고,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임기응변(腹芸)도 해야 하거든요?"


"과연, 확실히 그쪽은 소생이 잘하는 것. 너구리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군요"


시즈코의 말에 마사유키가 웃음을 떠올렸다. 그에 따라 시즈코도 웃음을 떠올렸으나, 사회부적응자(社会不適合者) 같인 말을 들은 아시미츠는 시무룩했다.


"제가 할 말은, 적과 접촉할 듯한 전투는 피해달라는 걸까요?"


"그래서는 시즈코 님이 겁장이라고 불리며 체면에 먹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원래 저격이라는 건 그런 거에요. 발견된 시점에서 패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우수한 저격병은 겁장이어야 해요. 만용을 자랑하기 위해 공들여 키워낸 저격병을 잃을 수는 없으니까요"


"잘 알겠습니다. 그 이외의 운용은 소생에게 일임해 주신다는 것입니까?"


시즈코의 각오를 시험하듯 마사유키가 물었다. 무사에게 불명예가 되는 행동이라도 필요하다면 실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헤아린 시즈코는 대답했다.


"상관없어요. 저격병의 성질을 생각하니, 사나다 씨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다고 저는 판단했어요"


시즈코는 마사유키의 질문에 대해 책임은 자신이 진다고 보증했다. 마사유키는 표정을 조이고는 아시미츠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소생은 저격이라는 것은 모릅니다. 지금의 소생이 저격병을 이끌어봐야, 그들의 진가를 발휘하게 해줄 수 없겠지요. 그러니 소생에게 저격의 '기초'를 가르쳐 주십시오"


"……벼락치기로 만든 칼은 무뎌지기 쉽지. 누구던지 용서하지 않고 엄하게 가르칠텐데, 상관없겠지?"


마사유키는 시즈코에게 불명예가 될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자신을 아시미츠가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 그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살살 해서는 의미가 없다. 저격이란 무엇인지는 단시간에 체득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였다.




다시 며칠이 지나고, 이시야마 혼간지에 세워진 게시판들은 철거되었다. 그와 동시에 각 문 앞에 무기가 상자에 넣어진 상태로 산처럼 쌓여 무장 해제가 이루어진 것을 나타내는 한편, 문은 여전히 닫힌 상태였다.

혼간지는 전력(戦力)을 포기했지만, 명확히 오다에게 항복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모우리 측과 연락을 취하려 하는 것도 아닌 채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라이렌의 속셈을 읽을 수 없는 각 세력은, 각자 혼간지에 대해 사자를 보냈으나, 모두 문전박대당하는 결과가 되었다.

무장 해제를 계기로, 노부나가는 사쿠마에 대해 봉쇄를 풀도록 명했으며, 짐을 검사받기는 했으나 물자의 보급이 재개되었다.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성적을 올리고 있네"


혼간지에 대해서는 일단 옆으로 밀어놓고, 시즈코는 자신이 관여하는 각 사업의 정기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사업을 계속하는 이상, 매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것들은 적절하게 처리되어 치명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상당히 경영을 맡길 수 있게 되었네"


조직이란 어떤 목적을 향해 대응하는 질서있는 집단을 가리킨다. 이렇게 정의되듯, 조직에서는 목적이 대단히 중요시된다.

지향해야 할 명확한 목표가 있고, 그것을 향한 길을 찾는 것이 전략이며, 더욱 효율적인 순로(順路)를 결정하는 것이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에 있어 지향해야 할 목표가 명시되고, 조직원 전원이 그것을 의식하며 매일 진척 상황을 보면서 매진(邁進)하는 조직은 강하다.

반대로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채 막연하게 업무에 착수하고 있는 조직은 조직원들의 힘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조직 전체가 서서히 썩어버린다.


"비싼 연수비를 내고 MG연수에 참가시켜줬던 할아버지에게 감사해야겠네. 뭐가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 거구나"


MG란 매니지먼트 게임(Management Game)이라고 불리며, 전 소니 사원이었던 니시 준이치로(西順一郎) 씨가 1976년(쇼와(昭和) 51년)에 세상에 내놓은 경영자 육성 게임이다.

소니가 개발한 게임이기에, 소니의 사상이나 이념을 이어받은 소니맨을 육성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되어 있다.

이 게임의 우수한 점은, 경영이란 무엇인지 전혀 모르더라도, 사칙연산만 가능하면 게임을 통해 기업 운영의 핵심을 알 수 있는 것에 있다.

시골의 부농(豪農)이라고는 하나, 일국의 주인(一国一城の主, ※역주: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남의 원조·간섭 없이 독립한다는 의미를 가진 듯함)이 될 것이 내정되어 있는 시즈코는, 할아버지의 소개로 14세 때부터 MG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

경영의 '경' 자조차 모르는 시즈코는, 할아버지에게 순수하게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즐기고 오라고 보내어져, 2일간의 연수를 마치고 귀가했을 때는 녹초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여러 번 하다보니 이해가 깊어지고 참가자와의 교류도 늘어나, 즐기며 자발적으로 달려들게까지 되었다.

연수의 성격상, 이 연수를 받는 대상은 신입사원이나 경영자 등 간부사원인 경우가 많다. 그곳에 여중생이 섞인 것이다. 모두가 시즈코를 귀여워한 결과, 거래가 있는 은행과 경영에 관해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여중생이 탄생했다.

MG 연수를 통해 알게 된 저명한 경영자들에게 배운 것도 있어, 경영 계획에 은행원을 끌어들여 융자 이율을 낮추는 것의 실현까지 가능하게 된 시즈코였다.


MG 연수를 추천한 할아버지로서는, 게임 형식으로 경영을 배울 수 있다면 시즈코에게 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례적인 발탁으로 당주가 될 것이 내정된 시즈코에게 관록이 붙는다면 더 바랄 게 없다라고 생각해서 신청한 것인데, 본인에게 예상 이상의 적성이 있었던 것은 기쁜 오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첫번째 MG 연수에서 돌아온 시즈코의 녹초가 된 모습을 본 시즈코의 할머니를 시작으로 한 여성진으로부터는 자신들의 사정으로 시즈코에게 무리를 시키고 있다고 힐책당하여, 시즈코에게 미소가 돌아올 때까지 바늘방석 상태가 되었다.


"그거 덕분에 경영을 알기쉽게 타인에게 전할 수 있으니, 자신과 같은 시점에서 경영을 볼 수 있는 사람을 키울 수 있어. 저작권적으로는 아웃이지만, 일단 니시 선생님의 이름은 넣었으니 눈감아주시길 바라자"


시즈코는 자신이 모든 경영을 보고 있는 상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자신 이외에도 경영자를 육성하려고 문관 후보에서 숫자에 강한 면면을 발탁하여 간이판 MG 연수를 만들어 함께 시행했다.

아라비아 숫자는 물론이고 알파벳에조차 거부감을 느끼는 그들을 다독여 함께 게임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올지 서로 의논하고, 이윽고 각자가 독자적인 전술을 창안해내게 되었다.

이윽고 그들과 숫자를 섞어가며 경영 계획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은 다시 부하들에게 MG의 화(和)를 퍼뜨려 간다는 호순환이 시작되었다.

언젠가는 시즈코의 학교에서도 커리큘럼에 포함시킬까 생각할 정도로 설비도 충실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업의 운영을 수하들에게 맡길 수 있게 되어 시즈코에게 여유가 생기는 체제가 갖춰진 순간에 돌발적으로 의뢰가 들어오는 것은 운명의 장난이라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시코쿠는 쵸소카베 씨가 분발하고 있으니, 뒤에서 약간 서포트해주면 충분하겠네. 사이카슈는 결국 대부분이 상업으로 돌아갔으니, 용병집단으로서의 사이카슈는 폐업이려나"


혼간지를 벗어난 사이카슈는, 노부나가의 알선도 있었기에 정상적인 장사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리 용병 사업을 고집하고 싶어도, 무장을 갖추기 위한 돈조차 없어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밥을 먹어야 하니,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초기 비용의 융통까지 제안했다.

사이카슈와 오다 가문의 불화는 서로 목숨을 걸고 다투었던 만큼 간단히는 씻어낼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융자를 은의(恩義)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많다.

그들이 사이카슈의 주류파가 되어간다면, 언젠가 오다 가문과의 불화도 거론되지 않게 될 것이다.


"혼란되었을 때 관문에서 키슈(紀州) 아리타(有田)의 귤(키슈 귤)을 손에 넣었는데, 본격 재배는 모(苗)가 한참 더 많이 필요하네. 기왕이면 씨 없는 귤로 만들고 싶지만, 이 시대에서는 재수가 나쁘니……"


이 시대에서는 씨가 없으면 자손복이 없다는 미신이 뿌리내려있어, 메이지(明治) 시대가 될 때까지 씨 있는 귤이 선호되고 씨 없는 귤은 기피되었다.

참고로 씨 없는 귤도 바나나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우연의 돌연변이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뿌리깊은 미신도 있어 달고 씨가 없는 온주(温州) 귤의 재배는 어렵다. 시험적인 재배는 가능하겠지만, 본격적인 영리(営利) 재배를 하게 되면 키슈 귤을 선택하는 쪽이 수익이 기대된다.


"큐슈라고 하면…… 또 큐지로(久次郎) 씨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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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