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3년 애도(哀惜)의 시간(刻)


140 1576년 3월 하순



비트만의 용태는, 이례적인 조기 발견과 그 대처가 빨랐던 점도 있어 소강상태를 되찾았다.

시즈코는 그 동안 계속 곁에 있으면서 헌신적으로 간호를 도왔다.

의사 및 가축의 전문가인 미츠오(みつお)의 견해에 따르면, 비트만의 구토 및 토혈은 아마도 폐렴일 거라는 것, 대처로서 수분과 영양을 섭취하게 하고 안정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시즈코의 정성스런 간호 덕분인지, 비트만은 곧 의식을 되찾았으나, 준비된 먹이나 물에 거의 입을 대지 않고, 들창(明り取り)의 격자(格子)에서 보이는 먼 산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비트만의 행동이 의미하는 것을 가르쳐준 것은 미츠오였다.


현대에서 축산업에 관여하는 사람으로서, 가축이나 애완동물의 생사(生死)의 현장에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많이 입회했던 만큼, 죽을 시기를 깨달은 애완견의 행동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비트만은 자신의 목숨이 끝나려 하는 것을 깨닫고, 죽음(死出)의 준비를 시작한 것일 거라는 말이었다.

지금의 비트만의 체력으로는 이미 먹을 것을 소화시키는 것도, 물을 섭취하는 것도 어렵다.

혹독한 야생 환경에서 살아남는 늑대의 습성으로서, 무리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개체는, 스스로 무리를 떠나 모습을 감추는 쪽을 선택한다.

주인으로서, 아니 가족으로서 그 최후까지를 지켜보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에고(ego)이며, 다만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 된다고 담담하게 시즈코에게 들려주었다.


순간 감정이 폭발하여 반사적으로 입을 열려고 한 시즈코였으나, 그 입에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시즈코에게 비트만의 결말을 들려주는 미츠오의 표정은, 평소의 쾌활한 미소와는 동떨어진, 울음섞인 미소 같은 참괴(慙愧)를 되씹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시즈코는 미츠오도 크게 원통(無念)한 것이라 깨닫고 말을 삼켰다.

그 모습을 본 미츠오는, 자신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나이대의 여성이, 가혹한 환경에 필사적으로 맞서려 하고 있는데 또다시 고난을 떠넘기는 것이냐고 하늘을 저주했다.


(사실은 알고 있었어. 이전부터 노화의 징후는 있었는데 받아들이지 못했어. 계속 못본 척 하고 있었던 거야…… 미안해, 비트만)


미츠오의 말에 의하면, 이제부터 비트만이 회복하는 것은 연령적으로도 어렵기에, 조만간 모습을 감출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오늘밤일지도 모르고, 내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자력으로 걸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보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도.


시즈코는 옆에 웅크리고 있는 비트만에게 손을 댔다. 비트만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식어 있었다. 아마도 이미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진 것이리라.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탕파(湯たんぽ)를 준비하게 한 후, 그의 목이나 겨드랑이 아래, 허벅지 안쪽 등 굵은 혈관이 집중되어 있는 부위에 두어 따뜻하게 해주기로 했다.


"알게 되어버려. 이 시대에 온 후로, 현대에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삶과 죽음을 보아 왔으니까. 생명의 불꽃이 꺼지려고 하는 걸, 어쩐지 알 수 있게 되어버려"


자신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시즈코는 마지막으로 한 번 비트만을, 깨지기 쉬운 것을 만지듯이 소중하게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늠름하고 듬직했던 몸은 여위고 쇠약해져, 예전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탄력을 돌려주지 않지만, 확실히 아직 살아 있다는 온기가 있었다.

비트만은 시즈코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지만, 힘겹게 머리를 들더니 몸을 끌어안고 있는 시즈코의 뺨을 핥으면 한 번 울었다.

그의, 아마도 이미 보이지 않을 눈은, 그래도 시즈코를 똑바로 마주하고, 코로 시즈코를 밀어 떠나도록 재촉했다.


"그러네. 내가 이래서는, 너도 걱정되서 떠날 수 없겠지……"


시즈코는 소매로 거칠게 얼굴을 훔치고는 주위의 고용인(家人)들에게 명했다.


"이 시간 이후로, 이 방의 출입을 일체 금지합니다. 빗장을 걸지 않고 대문은 열린 채로 두세요. 또, 밤중에 늑대의 모습을 보더라도 일체의 접촉을 금지합니다. 이것은 영지 내의 모든 마을에 통지하세요!"


주군의 뜻을 받든 종자들이 즉시 움직였고, 시즈코 저택에서 가까운 산까지의 길에는 야간의 외출금지가 통보되었다.




그 후에도 시즈코는 하루에 한 번 비트만이 있는 곳을 찾아가, 거의 손대지 않은 식사와 물을 바꿔주고, 미지근해진 탕파의 내용물을 버리고 따뜻한 물로 바꿔넣는 것을 일과에 추가했다.

비트만의 최후는 멀지 않았다. 하다못해 그가 일생을 바친 것을 자랑할 수 있는 주인이 되자고, 시즈코는 결의를 새로이 굳혔다.


"우선은 폐를 끼친 모두에게 사과하고, 쌓여 있는 일거리를 확실히 처리해야지"


그렇게 결심하는 시즈코가 있는 곳에,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생명력의 덩어리 같은 인물이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시즈코 님!"


그것은 일본인에게는 드물 정도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머리에 두건(頭巾)이라 불리는 육각형의 모자를 쓰고, 터질 것 같은 육체를 검은 색(墨染)의 수행자 복장(山伏装束)으로 감싸고 있었다.

알현실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도, 시즈코는 밀착되어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별 일은…… 없으신 듯 하군요. 카레이교자(華嶺行者)"


시즈코는 그가 발하는 열기에 당한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말했다.

시즈코 저택에 승려가 찾아오는 것 자체는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는 그들과는 선을 긋는 존재였다.


만남의 발단은, 노부타카(信孝)로부터의 상담을 받은 것이었다.

즉, '이세(伊勢) 참배(詣) 길의 산야(山野)에 텐구(天狗, ※역주: 붉은 얼굴에 코가 긴 요괴인데, 여기서 우리말로는 문맥상 '도깨비' 정도의 뉘앙스로 이해하면 됨)가 나타난다'는 것으로, 참배객들이 습격받는 일은 없었으나, 짐을 나무그늘에 두고 물을 마시러 갔더니 짐을 도둑맞았다느니, 들개에게 공격받을 뻔 했는데 도움을 받고, 대금으로서 된장과 소금을 요구받았다느니 하는 소문이었다.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방치해서는 영주로서의 체면에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생각한 노부타카는 몇 번이나 병사를 파견했으나, 그 모두가 허탕으로 끝났다.

많은 숫자로 준비를 단단히 갖추고 기다리고 있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원을 분산시켜 널리 배치하면 그 압도적인 몸놀림으로 농락당하여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몹시 곤란하진 노부타카는, 창피를 무릅쓰고 시즈코에게 고개를 숙이며 실력있는 무예가(武芸者)를 빌리기로 했다.

즉, 시즈코의 측근인 케이지(慶次),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가 텐구 퇴치에 동원되었다.

애초에 언제 어디에 나올 지 모르는 텐구 퇴치에 그다지 의욕이 없었던 세 사람이었으나, 해가 지고 야영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텐구가 갑자기 나타났다.

소문과 다르지 않은 괴이한 모습(異形)과 올려다볼 정도의 체구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소리를 내지 않고 나타난 것 치고는 그 발걸음은 휘청휘청거리는 것이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나가요시는, 누군지 묻지도 않고 수리가 막 끝난 바디시(bardiche)로 베어 들어갔다.

그에 대한 텐구의 반응은 번개같았다. 비몽사몽(夢見心地)에서 깨어난 건지, 손에 든 금강장(金剛杖)으로 교묘하게 바디시의 칼날 안쪽을 때려 튕겨내고, 거체를 가볍게 뒤집어 공중제비를 넘었다.

착지의 빈틈을 노리고 날아든 사이조의 신속(神速)의 찌르기는, 칼날 끝을 텐구의 한쪽 나막신(下駄)에 밟혀 땅에 박혔다.

그야말로 원숭이같은 몸놀림과, 숙달된 무인에 필적하는 동체시력을 가진 괴물이었다.

나가요시와 사이조가 전율하는 가운데,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던 케이지는 갑자기 냄비를 휘저어서 내용물을 공기(椀)에 담아 텐구를 향해 내밀었다.


"냄새에 끌려 온 거지? 댁도 먹을래?"


그에 대한 텐구의 반응은 천둥같은 뱃속 벌레의 울음소리였다. 김이 샌 나가요시와 사이조도 무기를 내려놓았고, 텐구도 가면을 벗더니 턱 하고 앉아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렇게 되어버리니 하나같이 실력에 자신있는 무예가들끼리 의기투합하는 데 그다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텐구는 세상을 버리고 수도자(修験者)가 된 행자(行者)로, 산에서 너무 오래 산 결과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렸다고 했다.

그런 그를 유혹한 것은 시즈코가 만든 카레 가루가 듬뿍 들어간 카레 전골(カレー鍋)이었다.

그 맛과 향에 하늘의 계시(天啓)를 받은 텐구는 스스로 카레이(華嶺)라는 이름을 쓰기로 하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마지않은 카레 가루를 제조한 시즈코를 주군으로 섬기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한 경위도 있어, 고용된 지 아직 얼마 되진 않았지만, 그 신체능력 및 은형(隠形) 능력은 숙달된 닌자는 고사하고 야생동물조차 능가하는 영역에 달해 있어, 외교승(外交僧)으로서의 임무를 맡게 되었다.

텐구의 가면을 벗어도 햇볕에 탄 붉은 얼굴은 텐구스러웠고, 키도 6척(약 180cm)를 가볍게 넘는데도, 혼잡함 속에 스며들면 즉각 모습을 놓쳐버린다.

또 근골이 늠름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학식에도 밝아, 젊은 시절에 명(明) 나라로 건너가 치수(治水)와 토목기술(土木技術)을 배운 학식승(学僧)이기도 했다.


"시즈코 님, 무례하여 죄송하지만 먼저 그 가루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보고는 이미 사무원들(事務方)에게 전달하였습니다"


"네? 아! 바로 준비시킬께요"


"감사합니다. 남은 게 얼마 되지 않아, 양을 줄여서 근근히 지내왔기에, 보십시오! 이렇게 손에 떨림이……"


"잠깐!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이상한 약처럼 들리잖아요! 그건 그냥 혼합조미료거든요?"


길 없는 산야를 어렵지않게 답파(踏破)하며 도로 따윈 필요로 하지 않고 직선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그는,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으로서 얻기 힘든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 이외의 누구도 그를 쓰려 하지 않는 이유는, 그 풍모와 성격에 능력을 웃도는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호(嗚呼)! 그야말로 천축(天竺)의 향기. 한번 맡을 때마다 깨달음에 다가가는 기분조차 드는군요. 다시 불도(仏道)에 귀의(帰依)해야 할지…… 고민스럽군요"


"상당한 양을 건넸었다고 생각하는데, 뭐에 쓴 건가요?"


"동면에서 막 꺠어난 곰을 만나서 말입니다. 그쪽도 공복이라 신경이 날카로웠던 것이겠지요. 공격받았기에 할 수 없이 죽였습니다. 산의 규칙에 따르면, 죽였으니 먹어야 하지요. 하지만, 갑자기 습격받은 탓에 목을 졸라 죽여버려서, 전신의 고기에 피가 배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즈코 님께 받은, 그 가구를 써서 전골로 만들어 공양했지요"


"곰을 맨손으로 목졸라 죽였다는 말로 들렸는데요…… 뭐, 그건 좋다 치고 맛있었나요?"


"피비린내 때문에 먹을 수 없다고 생각된 고기도, 그 가루에 걸리니 야취(野趣) 넘치는 풍미로 변해, 소승의 피와 살이 되었습니다. 털가죽이나 간도 감사히 챙겨, 노자에 보태 썼지요. 자연이란 참으로 자비롭습니다!"


"승적(僧籍)으로 되돌아가면, 육식은 못 하게 되는데 말이죠……"


불도에서 산악신앙(山岳信仰)이나 불교, 밀교(密教) 등이 절충된 수행도(修験道)에 몸을 던진 그는, 적극적으로 살생을 하지는 않지만, 피비린내를 없앤다(※역주: 살생을 끊는다라는 의미인듯)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정진결제(精進潔斎)는 과연 고귀한 가르침입니다만, 산을 앞에 두면 고기도 야채도 아무 차이가 없지요. 어느 쪽도 그 목숨을 뺏은 이상 맛있게 먹는 것이 소승 나름의 공양 방법. 소승은 저를 살게 해주는 모든 것에 감사를 바치고, 그 양식을 받을 뿐입니다"


"슬슬 점심식사 시간인데, 함께 하시겠어요? 멧돼지 고기의 도기판구이(陶板焼き)인데요……"


"흠, 이 향기는 된장이 타는 냄새. 이미 빼앗은 생명은 돌아오지 않으니, 감사히 먹기로 하지요! 멧돼지도 소승의 피와 살이 되어 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을 기뻐할 것입니다"


"……뭔가 궤변으로 들리지만, 그럼 준비시킬게요"


"산이시여 신불(神仏)이시여, 그리고 시즈코 님! 오늘도 여러분 덕분에 식사가 맛있습니다!"


텐구라기보다 그냥 파계승(破戒僧) 아냐?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 시즈코였으나, 계율을 개똥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상대에게 그런 얘기를 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시즈코 님, 뭔가 고민이 있으신 모습이군요"


"……그렇게 알기 쉬운가요?"


"조금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눈치채겠지요. 그 정도로 당신(御身)께서는 경애받고 계시는 것입니다. 물론, 소승도 그 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하지만, 이건 스스로 처리해야 하니까요"


"시즈코 님, 부처의 가르침에 기대고 싶다면 소승이 도움을 드리지요. 하지만, 부처의 말은 듣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가르침을 들은 후에 '생각하고 대치(対峙)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러네요"


"불타(仏陀)의 가르침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자신뿐, 스스로가 바뀌려고 한 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시즈코 님을 도우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 자신께서 그 손을 잡지 않는 한, 그들은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가오지 않겠지요"


"그러네요.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모두에게 도움받고 있는 거네요. 그들의 손을 잡고, 은혜에 보답하지 않으면 면목이 없지요"


"생각하고, 고민하여 낸 대답이야말로 당신 자신의 초석이 되겠지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보고는 사무원들에게 맡겨두었으니, 설교같은 참견은 이쯤 하겠습니다"


제법 좋은 말을 하던 카레이교자였으나, 소의 울음소리같은 뱃속 벌레의 울음소리가 다 잡쳤다.


"후훗. 배는 정직하군요. 어느 정도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먼저 점심식사를 하세요"


"실로 부끄럽습니다만, 소승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아직 먼 듯 합니다"


한 번 몸을 꺾듯 하여 깊이 고개를 숙이더니, 그는 그 거체에 어울리지 않는 몸놀림으로 소리도 없이 방에서 나갔다.

만면에 미소를 떠올리고 주방으로 향하는 모습은 차라리 상쾌하기까지 하여 작게 미소를 떠올리고 있던 시즈코였으나, 소성(小姓)이 가져온 보고서를 읽어나감에 따라 표정이 조여졌다.


"드디어 끝날 때가 왔구나"


혼간지(本願寺)를 장악한 라이렌(頼廉)이, 드디어 오다 가문과의 강화(和睦)를 위해 움직였다. 카레이교자가 가져온 보고서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혼간지가 오다 가문에 대해 강화를 요청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전국시대의 일대 세력이었던 혼간지가 노부나가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같은 서로의 태세를 정비하기 위한 일시적인 강화가 아닌, 자주독립을 버리고 완전히 오다 가문의 비호 아래 들어가는 것을 약속하는 강화였다.

쿠데타 발발로부터 몇 달을 거쳐, 라이렌은 장로들(年寄衆) 등의 혼간지 수뇌부를 장악하고, 조정에 오다 가문과의 중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조정은 칙사를 파견하여 몇 번의 교섭을 거쳐, 이번에 조정이 정식으로 강화를 중재할 것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강화가 성립하는 것이 곧 이시야마(石山) 혼간지로부터의 혼간지 세력의 퇴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혼간지 측이 요청한 이상, 노부나가가 내걸고 있는 이시야마 혼간지의 포기(明け渡し)는 확실히 실행되어야한다.

세세한 조건에 대해서는 화의(和議) 자리에서 이야기되겠지만, 주요 안건이 되는 것은 교주(教主)였던 켄뇨(顕如)와, 그의 자식인 쿄뇨(教如)의 거취에 관해서이리라.


"이번의 화의에는 조정측에 아버님(義父上,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이 나오십니다. 저도 관계자로서 부름을 받았기에, 당분간은 혼간지 강화의 건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길어도 한 달은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그 동안 사이조 씨는 저와 함께 행동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은 제 2차 토우고쿠(東国) 정벌 준비를 해 주세요"


혼간지와의 강화가 공식화되자, 시즈코는 측근들을 소집했다. 평소에는 아즈치(安土)에 틀어박혀 있는 타카토라(高虎)도 이 때만큼은 돌아와 있었다.

곧 아즈치 성이 완성(落成)되니 머지않아 임무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 토목건축이나 축성에 대해서는 다들 한 수 물리게 되었지만, 무사로서 싸움터에서 공을 세우고 싶다는 심리가 있었다.

시즈코가 공을 세울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약속해주긴 했으나, 입을 벌리고 먹이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다.


"사용하지 않고 끝나면 좋겠지만, 일단 아시미츠(足満) 아저씨는 포(砲)의 준비를 해 주세요"


"쿄뇨냐"


아시미츠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강경하게 오다에 대한 항전을 주장했던 쿄뇨가, 이번의 강화를 순순히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의 일파에는 아와지(淡路)나 사이카슈(雑賀衆) 등, 혼간지와 오다 가문이 대립하고 있기에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혼간지가 강화 같은 걸 한다면 자신들의 밥줄이 끊어져버리기에, 어떻게 해서든 강화를 방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상황에서 기수(旗頭)가 되는 것은, 강경파의 수괴(首魁)이기도 한 쿄뇨일 것이다.


사실, 역사적 사실에서도 켄뇨가 이시야모 혼간지를 포기햇을 때, 그는 켄뇨의 퇴거 명령을 무시하고 혼간지를 점거했다.

그 후, 혼간지는 당시의 위정자였던 히데요시(秀吉)나 이에야스(家康)에게 거듭 이용당하고, 최종적으로는 이에야스가 동서(東西) 혼간지 체제를 확립시킬 때까지 동란(動乱)의 시대를 보낸다.


(동서 혼간지 체제가 구축될 때, 그들이 자신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부풀린 결과, 마치 주상께서 악행을 저지른 것처럼 퍼뜨려서 그게 정착되었지. 이것만큼은 피해야 하니까, 켄뇨의 후계자는 이쪽에서 지정해야 해……)


무장 세력으로서의 혼간지가 사라진다면, 노부나가도 시즈코도 그다지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현시점에서도 이래저래 악평이 끊이지 않는 노부나가에게, 저지르지도 않은 악행까지 떠넘겨져서는 답이 없다.


"쿄뇨가 볼 때는, 주권을 찬탈한 라이렌의 말 따위 따르지 않겠죠. 친아버지인 켄뇨의 말조차 따르지 않았으니까요. 어떻게든 실권을 되찾아서 혼간지에 농성하는 철저 항전을 부르짖겠죠. 이제 움직일 수 있는 병사도, 그들을 먹일 돈도 쌀도 없는데……"


"저항한다면 혼간지와 운명을 함께 하면 되는거야. 하지 않는다면 내버려두면 되는 거고. 솔직히, 이미 혼간지에 저항 같을 걸 할 여력은 없겠지"


나가요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최근의 노부나가는 싸움을 걸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무력충돌이라는 알기쉬운 싸움을 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며, 혼간지에 대해 경제 전쟁이라는 이름의 싸움을 계속 걸고 있었던 것이다.

무력충돌을 기다지 않고 경제적으로 몰려서 백성들에게 충분히 밥을 먹일 수 없게 된 혼간지에게 승산은 없었다.

라이렌은 그 현실을 이해했기에, 아직 모양새가 사는 동안 강화라는 형태로 항복하겠다고 노부나가에게 요청했다.


"여력이 있고 없고는 별개로 치고, 지금의 쿄뇨는 이판사판인 상황이야. 이런 상대(手合い)가 가장 까다로워. 지나치게 높은 자존심을 버릴 수 없기에, 현재 상황을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도 덤벼들 가능성이 있어.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잔챙이(小物)는 너무 몰아붙이면 위험해"


"누굴 깨물 건지는 모르지만, 이쪽으로 온다면 박살낼 뿐이야"


"……뭐, 그것밖에 없으려나. 아무에게나 닥치는대로 달려드는 위험분자 같은 건 누구에게든 불이익밖에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라이렌으로서는 적자(嫡子)인 쿄뇨를 살려두고 싶을거야. 이건 조절(落としどころ)이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뭐, 그 부분은 오다 나으리가 정할 일이지. 여기서 시즛치가 고민해봐야 어쩔 수 없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케이지가 옆에서 참견했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강화 조건 등의 모든 것에 대해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이다. 시즈코가 진언해도, 노부나가가 아니라고 하면 끝이다.


"……그러네요. 이 이상은 내가 고민해봐야 어쩔 수 없네요. 달리 이야기가 없다면 이걸로 작전회의를 해산합니다"


참가자 전원을 보면서 시즈코가 말했다. 그에 대해 다들 침묵으로 대답했기에, 작전회의는 거기서 끝났다.

각각 부대를 가지고 있는 케이지나 나가요시는 방에서 나갔으나, 시즈코의 호위인 사이조만은 시즈코를 따르고 있었다.


(라이렌과 주상이 뒤에서 이어져 있다고 하면, 주상 이외에 혼간지에 손을 쓰고 있는 세력이 보이지. 지금은 확실한 증거도 없지만, 십중팔구 타케다(武田)나 호죠(北条)의 배후에 그가 있어. 역시 역사적 사실대로, 얌전히 있을 생각은 없는 듯 하네)


타케다가 호죠와 동맹을 맺는 것은, 지금의 토우고쿠 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지이다. 한편, 호죠는 한물 간데다 약해져 있는 타케다와 동맹을 맺을 의미가 약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호죠와 타케다는 손을 잡고 오다 가문의 토우고쿠 정벌에 대해 이빨을 드러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호죠 뿐만이 아니다.

에치고(越後)의 우에스기(上杉) 가문에 도사리고 있는 친 호죠 파가, 오다 가문의 토우고쿠 정벌에 맞춰 움직일 기색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각자가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명백히 누군가가 깃발을 흔들어 보조(歩調)를 맞추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 보이면 이야기는 빠르다.

우에스기에 오다와의 동맹을 파기시키도록 획책하고, 패주한 타케다와 이해가 충돌하는 호죠를 동맹으로 묶고, 내켜하지 않는 모우리(毛利)를 혼간지의 원조에 끌어냈다.

제 3차 오다 포위망을 만들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인물.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 아직 쇼군(将軍)의 자리에 미련을 못 버렸나)


일이 이 상황에 이르렀어도 자신의 야심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남겨진 정치력을 구사하여 노부나가에게 이빨을 드러내려 하는 인물의 이름을, 시즈코는 마음 속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작전회의가 큰 진전도 없이 끝난 후, 아시미츠는 시즈코 저택의 안뜰(中庭)에 있는 정자(四阿)에 서서, 봄의 도래를 예감하게 하는 연못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법 풍경을 즐기고 있는 듯 가장하고 있었으나, 그의 내심은 분노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갈기갈기 찢어죽여도 성이 안 풀린다!)


무의식중에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펴며 아시미츠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분노를 드러내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누군가가 시즈코를 해하려고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작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쿄(京)에 가까운 장소에 가게를 낸 여관(旅籠)의 주인으로부터 아시미츠에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주인의 여관은 제법 비싼 숙박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을 연속으로 숙박할 것을 신청한 숙박객의 차림새나 인상이 나빠서, 슬며시 상황을 살피도록 가게 직원에게 지시해 두었다.

요리를 운반하던 하녀가, 복도에서 '시즈코'라는 이름을 남자들이 몇 번이나 말하는 것을 듣고 주인에게 보고했다는 경위였다.

주요 도로(街道)를 따라 여관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에게는 모두 아시미츠가 뇌물(鼻薬)을 좀 먹여두었기에, 그 정보는 얼마 안 가 아시미츠에게 전달되게 되었다.

수상하다는 것만으로 아시미츠에게는 충분하여, 즉시 수하를 동원하여 문제의 숙박객 전원을 납치했다.

아시미츠는 일체의 주저 없이 고문을 행하여 주모자에게 깡그리 실토하게 했다.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놀랍게도 시즈코의 암살계획으로, 그 외에도 건달(ならず者)들끼리 연락을 취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할 계획이었다.

목숨을 아까워하여 여기까지 이야기한 주모자가 그 후 어떤 운명을 맞이하였는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계획을 알게 된 아시미츠는, 열화(烈火)와 같은 기세로 계획에 가담한 패거리를 말살해나갔다. 동시에 건달들에게 정보나 돈을 제공하여, 시즈코의 암살을 시도한 흑막을 조사하게 했다.

몇 명이나 되는 사람을 경유하게 하여 진짜 흑막이 누군지 파악하지 못하게 했던 모양이지만, 아시미츠는 그 모두를 줄줄이 사탕(芋づる式)으로 추궁하여 흑막에 도달했다.


(요시아키(義昭) 놈! 오다에 적의를 가지고 오다 포위망을 만들려 한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시즈코를 직접 노린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겨 까마귀에게 먹이더라도 성이 풀리지 않는다)


요시아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장 의지하고 있던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의 서상작전(西上作戦)을 저지하고, 고생해서 포위망을 구축하여 오다를 몰아붙여도, 오다 가문는 피폐해지기는 커녕 꿈쩍도 하지 않는 체제를 구축한 시즈코의 존재는, 방해 수준이 아니라 원적(怨敵)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요시아키 자신이 모우리 가문에 맡겨진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다의 기세를 꺾으려 책략을 궁리하여 실행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불발 내지는 시도는 했는데 간지럽히지도 못하고 있었다.

요시아키에게는 '장수를 쏘려면 먼저 말을 쏴라(射人先射馬)'에서의 말(馬)이 시즈코였다.

그러나, 노부나가 자신이 시즈코의 중요성을 잘 알고(知悉) 있기에 그녀의 보호는 견고했다.

우선 그녀의 영지 자체가, 몇 겹이나 주위를 둘러싼 오다 세력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외부 세력이 쉽사리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게다가 시즈코 본인이 '군자는 위험에 다가가지 않는다(危邦不入)'에 철저하여,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보호 안쪽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시즈코의 경비가 약화되는 찬스가 찾아온다. 정월(正月)의 새해 인사 때문에 뒤늦게 아즈치(安土)로 이동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다.

요시아키에게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찬스였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시즈코 습격의 실행범 선정이 잘 되지 않았다.

요시아키로서는 시즈코를 습격하는 것은 그녀의 통치에 불만을 가진 시즈코 영토 내의 파락호(破落戸)들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시즈코의 통치 아래 있는 백성들은 시즈코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았고, 또 불만이나 요망을 상신하기 위한 경로가 정비되어 있었다.

따라서 시즈코 영토 내에는 소위 '건달'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원이 불만을 품지 않는 통치 따윈 있을 수 없으니 시즈코에 반골심을 품는 자는 당연히 발생하지만, 그들을 받아들일 틀(枠組み)이 준비되어 있었다.

난폭자나 소행이 나쁜 자들은 병사(兵隊)의 적성이 있다는 것으로 예비역 병사로 편입되어, 그들에게 알기 쉬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군대라는 질서에 편입된다.

애초에 인간이라는 것은 의식주가 충족되고, 매일 할 일이 있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여 보상받는다면 의외로 나쁜 짓 같은 건 잘 저지르지 않는다.

물론, 개중에는 악명높은 악당이나 구제불능의 쓰레기라는 자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어떻게 되는가? 공동체에서 배제된다.

배제된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은, 궂은 일(汚れ仕事)을 맡는 사람들밖에 모른다.


요시아키가 생각한 시즈코 암살계획은 잘 짜이기는 했으나, 마무리가 어설펐기에 실패했다.

그것을 알게 된 요시아키는 분노로 펄펄 뛰며 주위에다가 화풀이를 해댔으나, 그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은 것을 깨닫지 못했다.


"가볍게 보답(意趣返し)을 해 줬지만, 도저히 속이 진정되지 않는군"


아시미츠는 요시아키에 대해 인사를 대신한 선물을 보냈다. 그것은 그의 아침식사로 시즈코 습격 계획에 가담한 자들의 신체의 일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의 베갯머리에 암살계획을 꾸민 것을 파악하고 있으며, 반드시 자신의 소행을 후회하게 해주겠다는 열의가 넘치는 편지가 놓여 있었다.

모우리 측도 요시아키가 해를 입어서는 체면이 서지 않기에(外聞が悪い) 경호를 엄중히 했으나, 그걸 비웃듯 매일같이 요시아키에게 열렬한 선물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죽여봐야 의미가 없다. 자신이 저지른 짓의 중대함을 이해할 때까지 들이대어, 죽여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몰아붙여야지"


애초에 형제라는 혈육 의식은 희박했으나, 시즈코에게 해를 가하려 한 시점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멸망시킬 적이 되었다.

한 번 스위치가 들어가버리면 시즈코 이외에 그를 막을 수 있는 인물은 없다. 설령 노부나가가 제지(掣肘)하려고 한다 해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밀어붙인다. 그것이 아시미츠라는 남자였다.


"훗, 놈의 일은 일단 나중이다. 지금은 시즈코의 명령을 완수해야지"


포의 준비에는 시간이 걸린다. 한 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화약의 양만 보아도, 신식총(新式銃)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정도의 자원을 소비해서라도 포를 사용할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알기쉬운 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적 단체(単体)를 공격할 뿐인 총과 달리, 곡사탄도(曲射弾道)로 날아들어 주위 일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포는 피해 발생 형태에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아무리 견고한 성벽으로 지켜지는 성채에 틀어박히더라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파괴의 비에는 대항할 방법조차 없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적의 마음을 꺾을 것이다.

항복하여 목숨을 건질 것인가, 무의미하게 이빨을 드러낸 끝에 시체조차 남지 않는 살육을 당할 것인가라고 듣고 후자를 선택할 미친 자는 많지 않다.


"아마도 다음 토우고쿠 정벌에서는 시즈코에게 '여유를 과시하라'고 오다가 명하겠지"


신겐(信玄)과의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에서는 자군의 총력을 동원한 '방어전(防衛戦)'에 승리했다.

세상에서는 다른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지만, 시즈코의 마음 속에서는 상대를 자신의 홈 그라운드로 끌어들여, 사전에 조사한 지형적인 이점을 살린 방어를 성공시켰다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은 그 반대가 되어 이쪽이 공격자가 되는 것이다. 전장은 선택하지 못해도, 공격 시간과 공격 방법도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은 크다.

게다가 이전과 비교해도 장족의 공업화를 이루고 있어, 군비의 증강은 헤아릴 수 없다.

바로 전(直近)의 전쟁에서 패배를 겪은 만큼, 다음 정벌에서는 압도적인 전과를 세상에 과시해보일 필요가 있었다.


시즈코가 무엇을 이루어낼지, 지금부터 기대된다고 아시미츠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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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