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3년 애도(哀惜)의 시간(刻)


141 1576년 4월 하순



4월을 눈앞에 두고 봄이 한창때라는 무렵이라 그런지, 노부나가는 신하들에게 꽃구경(花見) 연회(宴) 개최를 알렸다.

혼간지(本願寺)와의 강화(講和)는 아직 전망이 서지 않았으나, 공을 세운 가신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시즈코의 경우, 노부나가로부터 주연(酒宴)에 관한 다양한 물품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 내용에서 '주연을 핑계로 자신이 단 것을 먹고 싶어졌다'라는 노부나가의 속셈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비트만의 일도 있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것은 피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으나, 조금 상태가 안정된 것과, 아야(彩) 등이 등을 떠민 것도 있어, 오랜만에 공식적인(晴れ) 자리에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노부나가의 부하들도 대규모가 된 결과, 이름높은 무장들은 일본의 각지에 흩어져 있다. 연회에 관한 물품의 조달을 담당하는 시즈코를 제외하면, 키나이(近畿) 지역에 본거지를 두는 무장들은 여유를 가지고 아즈치(安土)에 도착했다.

시즈코 자신은 물자의 수배를 끝내자 한 발 앞서 아즈치로 향하게 되었다.

현 시점에서 혼간지와의 강화에 대해 지휘를 하고 있는 것은 시즈코의 양부(養父)이기도 한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로, 시즈코 자신이 그에게서 요청이 있다면 지원하는 정도의 관여밖에 하지 않았기에 가볍게 행동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의상에 돈을 들이는 의미(意義)를 알 수 없었는데, 지금의 입장이 되어서 그런지 사교 자리에서의 복장이 갖는 의미가 이해되게 되었어. 이 특주(特注) 후리소데(振袖)…… 대체 얼마나 들었는지 듣지 못했지만, 절대로 더럽힐 수 없는 분위기가 있네"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고, 으리으리한 포장(行李)에서 꺼내져서 옷걸이(衣文掛)에서 존재감을 호소해오는 후리소데를 바라보았다.

이번의 연회에서 아야와 쇼우(蕭)는 시즈코의 의상으로 준비한 비장의 의복을 선보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시즈코는 복장을 꾸밀 기회 같은 것 없었고, 지위에 걸맞는 복장을 할 경우에도 정장의 경우 남장이었으며, 소재나 봉제(縫製) 등은 일급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화려(華美)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부나가가 주최하는 꽃구경이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절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조금 긴장을 풀어도 질책받을 일도 없다.

그것을 알게 된 아야들의 행동은 재빨랐다. 가장 빛나야 할 소녀(娘) 시대의 대부분을 밭일과 피비린내나는 싸움으로 보내고, 미혼인 채 양자라고는 해도 1남 1녀를 얻었다.

지금을 놓치면 시즈코가 여자로서 공식적인 무대에 올라갈 일은 없다고 생각한 아야들은, 단 한 번의 기회로 오랫동안 후세에까지 전해질 정도의 인상을 남기기로 했다.

시즈코로서는 묘하게 기합이 들어간 아야들과 관계없이 평소대로의 남장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준비된 의상을 눈으로 보고 기겁하게 된다.


그녀들이 시즈코의 앞에 내놓은것은, 현대에서 미혼여성의 제일의 예복(礼装)으로 치는 오문(五つ紋, ※역주: 등, 양 가슴, 양 소매 등 다섯 군대에 가문의 문장을 넣은 것)이 들어간 혼후리소데(本振袖, ※역주: 소매가 긴 후리소데를 말하는 듯함)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혼 여성에게 한정된 것은 근년의 일이며, 전국시대에는 그런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에서는 에도(江戸) 시대, 한창때인 17~19세를 넘기면 후리소데를 입지 않게 되었다고 하나, 그 때도 기혼미혼은 따지지 않았다.

미혼여성의 상징으로서 취급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일설에는 '소매를 휘두른다'라는 행위가 신사(神事)에서의 무녀(巫女)의 카구라마이(神楽舞)나 타마후리(魂振)에 통하기 때문에, 에도 시대에 마음 속에 있는 상대를 돌아보게 하는, 또는 상대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행위로서 '소매를 휘두르'게 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한 결과, 후리소데는 미혼여성이 입는 의상으로서 정착되어, 결혼 후에는 소매가 짧은 토메소데(留袖)를 착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그밖에도 시대극 등에서 외출하는 반려자에 대해 부인(奥方)이 부싯돌을 딱딱 부딪히며 전송한다는 표현이 보인다.

그것은 소리를 내어 공기를 흔들고 불꽃을 튀겨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다. 그것이 바뀌어서 오늘날에도 볼 수 있는 손을 흔들어 전송한다는 등의 행위로서 간략화되면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건 그렇고 적자색(magenta) 바탕이라니…… 빨간색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요란하네. 무늬도 '납결염색(ろうけつ染め, ※역주: 臈纈 또는 蠟纈)'을 쓴 길상(吉祥)의 화초(草花)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염색해서 묘하게 눈에 띄고"


소재에는 본견(正絹)을 쓰고, 바탕색에 포멀한 검은색이 아닌 우아한 적자색을 골랐다. 게다가 단색이 아니라 그림에 맞춰 바탕색도 그라데이션이 들어가 있어, 염색사(染物師)의 집념 비슷한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이 백색이 강한 무늬와 합쳐졌을 때의 화려함은 눈이 크게 떠질 정도이면서, 불쾌하지 않도록 고급스럽게 마무리되었다는, 그야말로 어그레시브한(攻めた, ※역주: 문맥상 의미가 aggressive라는 느낌인데 그냥 '공격적인'이라고 번역하면 뉘앙스가 좀 이상한 것 같아 어그레시브라고 씀. 다만 아래에서 노히메의 대사에서는 '대담한'이라고 의역함) 후리소데가 되어 있었다.


"이런 걸 입으면 걷는 것만 해도 고생인데?"


"안심해 주십시오. 당일에는 가마(輿)에 타시게 됩니다"


"으ー음, 아무래도 20세를 넘은 퇴물인 내가 이런 차림새는…… 애처로워 보이지 않을까?"


"시즈코 님의 의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주상 가족분들을 제외하면 없습니다. 시즈코 님의 모습이야말로 유행이 됩니다"


시즈코는 슬며시 평소의 남장을 희망했으나, 오늘의 아야들은 완고하게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들도 뭔가 생각이 있어 이 의상을 추천했고, 그게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주는 것을 배려하여, 시즈코는 그녀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두기로 했다.


(아, 띠(帯)를 보여달라고 하질 않았네. 뭐, 괜찮으려나. 일임한 이상은 각오를 굳히자)


한 번 태도를 정해버리니, 오히려 어떤 취향을 살린 띠가 나올지 기대되는 여유조차 생겼다.


당일이 되어 의복을 정제할 때 본 띠도 화려한 것이긴 했으나, 어중간하게 무늬가 들어가 있어 기묘하다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그러나, 의복 정제가 끝나고 전체 모습을 전신거울(姿見)로 확인했을 때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후리소데의 무늬가 띠와 합쳐져도 그림으로서 성립하게 되어 있는 거구나. 이 후리소데 전용의 띠인가……"


자신이 이후에 몇 번이나 이 후리소데를 입을 기회가 있을지를 생각하면 어쩐지 무섭기도 했지만, 띠와 후리소데가 일체감을 드러내고 있어 훌륭한 완성도였다.

트집을 잡자면 시즈코의 체형에 맞추었다는 점이고, 또 정교하고 치밀한 무늬 때문에 옷매무새를 흐트러뜨리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소화하기 어려운 옷이기도 했다.


"준비는 완벽합니다. 곧 가마가 올 테니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응. 섣불리 움직일 수 없으니, 미안하지만 좀 쉴게"


그렇게 말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아야나 쇼우를 향해 시즈코는 소매를 흔들었다.

그 모습은 화초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우아하여, 몇 명이나 되는 몸종들이 그 모습에 넋이 나가 손을 멈출 정도였으나, 시즈코만이 깨닫지 못했다.


"시로쿠(四六)나 우츠와(器)도 데려갈 수 있으면 좋겠찌만, 이번에는 참가 인원이 엄선되어서 말이지"


이번 연회에 초대받은 것은, 이시야마(石山) 혼간지와의 일련의 소동에서 특별히 공이 있다고 인정된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미츠히데(光秀)는 초대받았으나 히데요시(秀吉)는 부름받지 못했고, 내조(内助)의 공이 있었던 것도 아닌 시로쿠나 우츠와도 당연히 대상이 아니다.

초대객의 선발 자체는 노부나가가 독단으로 행하여, 그 선발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남편이 집을 비운 도중 집안을 잘 관리하였다고 하여 내조의 공을 평가받은 것인지, 처자나 친족의 동행을 허락받는 사람도 있었다.


출발(出立) 직전에 노부나가로부터의 사자가 찾아와, 그 '준비'를 마친 시즈코는 아야들의 시중을 받으며 준비된 가마에 올라탔다.

평소에는 자기 발로 걷거나 말로 이동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기에, 인력으로 떠메고 이동하는 가마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동안으로, 꽃구경의 연회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그 느릿한 걸음과 약간의 아래위로의 움직임에, 전철(電車)의 리듬 비슷하네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연회장에 도착하여 가마가 내려지고 발(御簾)이 걷어올려지자, 쇼우의 손을 빌려 땅으로 내려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즈코 님"


안내 역할을 붙여준다는 노부나가의 말대로, 도착한 시즈코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문장이 들어간(紋付) 예복(裃) 차림의 호리 히데마사(堀秀政)가 고개를 숙여 인사(お辞儀)하는 자세에서 얼굴을 들어, 시즈코의 아름다운 모습(艶姿)을 보고 굳어 있었다.

지금은 근시(近習)의 필두(筆頭)로 알려져 있으며 노부나가의 신임도 얻고 있는 그는 시즈코와 얼굴을 마주할 일도 많다.

그러나, 그런 그조차 이번의 시즈코의 모습은 예상의 범주를 넘어선 듯, 예절에 밝은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말없이 응시당하여 조금 거북해진 시즈코는 자신이 말을 걸기로 했다.


"호리 님께서 직접 마중해주시다니 황송합니다. 이번에는 꽃구경 자리라고 하여, 눈을 어지럽힐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하였으나, 시시한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枯れ木も山の賑わい)고 하니 양해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조(自嘲)하듯 시즈코가 미소를 짓자, 호리는 튕기듯이 고개를 숙이며 무례를 사죄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시즈코 님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말을 잃었습니다"


"호리 님 같은 분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나잇값도 못하고 이런 차림새를 한 보람이 있군요"


시즈코는 빈틈이 없는 호리의 립 서비스(社交辞令)라고 판단하고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겼으나, 호리는 진심으로 경탄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의 시즈코는 발톱부터 머리 끝까지 아야와 쇼우의 손에 의해 단장되어, 평소의 남장 차림의 시즈코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그 격차에 놀라게 된다.

머리카락은 동백기름을 배합한 특제 트리트먼트로 정리하여, 햇빛을 받아 고운(艶やかな) 광택을 보이고 있었으며, 피부는 납을 함유하지 않는 특제의 백분(白粉)을 시작으로 한 기초화장품으로 현대에서 말하는 내추럴 메이크로 마무리되어 있었다.

내추럴 메이크란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화장한 것을 알 수 없도록 자연스러움을 보이게 화장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 점에서 아야와 쇼우의 실력은 일급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 호리, 결코 입발린 말 같은 것은 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처럼의 아리따운 모습을 주상께 보여드리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급작스럽지만, 안내하겠습니다"


호리의 말에 시즈코는 긍정하고는 연회석의 주 회장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세워진 정자(四阿)로 안내되었다.

주최자 자신이 연회장을 놔두고 뭘 하고 있나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으나, 연회장의 누구로부터도 불만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묵인하기로 했다.


"주상, 시즈코 님이 오셨습니다"


정자에서는 붉은색 깔개(緋毛氈)가 깔린 평상(縁台)에 앉아있는 노부나가가 절정기(花盛り)의 벚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수고했다. 물러가도 좋다"


"옛"


"시즈코, 가까이 오거라"


"옛"


노부나가의 대답을 듣고 호리는 정자 바깥쪽으로 물러가고, 그와 교대하여 시즈코가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의 벚꽃으로 시선을 향했던 노부나가가 돌아보더니, 약간 숨을 들이킨 이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야말로 '옷이 날개(君飾らざれば臣敬わず, ※역주: 신분이 낮은 사람이라도 꾸미면 그럴듯해 보인다는 뜻)'로구나. 훌륭하게 변신했군, 몰라볼 정도였다 시즈코. 뭐 좋아, 너도 앉아라"


"실례합니다"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앉아있는 평상으로 시즈코를 불렀다. 주군과 동석이라는 건 대단히 황송하지만, 본인이 앉으라고 하고 있으니 시즈코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만, 정자 주위에는 호위들이 배치되어 있고, 호리도 가까이서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이만큼 가까우면 대화가 밖으로 새어나갈 일은 없다.


"하여, 일은 어찌 되고 있느냐"


"매우 좋습니다. 서쪽으로는 모우리(毛利), 동쪽으로는 호죠(北条)까지 주요 지역은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대놓고 조적(朝敵)이 되고 싶은 영주(国人)는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킥 하고 미소지었다. 조적이란 천자(天子)에게 반기를 드는 역적(逆賊)을 말한다. 명분 사회인 무가(武家)에서 조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하다.

한 번 조적으로 지정되면 일본 전국의 영주로부터 노림받게 된다. 이것을 회피하려면 조정에 대해 항복할 뜻을 밝히거나, 토벌군을 격퇴하고 유리한 조건에서 강화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조금은 뱃심(腹芸)이 늘었느냐?"


"좋은 선배들의 지도가 있었던 덕분입니다. 게다가 '저는' 예사(芸事) 보호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제법 웃기는구나"


시즈코의 말을 듣고 노부나가는 큰 웃음을 떠올렸다. 이미 시즈코의 인생 업무로서 인정받고 있는 예사 보호의 활동은, 조정의 지원도 있어 널리 일본 전국에 주지되기에 이르렀다.

시즈코는 그 성과를 자료로서 편찬하여 정기적으로 천황(帝)에게 헌상하고 있었다. 카메라의 실용화 이후로는, 누구의 눈에도 뚜렷하게 알기 쉬운 자료가 도착하게 되어,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天皇)은 그 실적에 대한 상으로 어떤 윤지(綸旨)를 내렸다.

그 윤지란 '시즈코의 예사 보호는 조정의 사업이므로, 협력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최대한의 편의를 보아 주도록'이라는 것이었다.

즉, 시즈코는 예사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대의명분이 있다면, 설령 적대하는 영주의 영지라 하더라도 프리 패스에 가까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적대 세력 하에서는 감시도 붙지만, 자국 내에서 시즈코 일행의 몸에 무슨 일이 있다면 자신의 무능함(不手際)을 추궁받게 되기에, 직속 부하들에게 호위를 맡길 필요까지 있었다.


"만난(万難)을 배제하기 위해서도 고노에(近衛) 가문 분들에게 이것저것 협력을 받았기에, 조금 큰 비용이 들기는 했습니다만 안전과는 바꿀 수 없습니다"


"'그 명목으로 어느 정도' 기록(網羅)할 수 있었느냐?"


"주요 도로(街道)를 따라서는 전부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야심만만한 노부나가가 이 굴러들어온 호기를 놓칠 리가 없었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예사 보호 요원들 속에 당초 간자를 잠입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것을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초록은 동색(蛇の道は蛇)이랄까, 간자는 간자를 구별할 수 있다.

그래서 노부나가는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그것은 예사 보호의 일환이라고 칭하여 측량 도구를 반입시키고, 상감의(象眼儀) 등을 이용하여 간이 측량을 하고 다니게 했다.

이 시대에서 토지 측량(検地) 등에 사용되는 원시적인 측량 도구와는 전혀 다르게 생겼기에 얼핏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점도 맞물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여기저기를 측량하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럼, 부탁했던 '단것(甘味)'을 가져와라"


"옛, 이쪽입니다"


대답과 함께 시즈코는 후리소데의 소매에서 몇 개의 봉투를 꺼내 보였다.

노부나가의 앞에 늘어놓아진 봉투에는, 겉에 서쪽에는 '아키(安芸, 모우리의 본거지)'에서 북쪽은 '카이(甲斐, 타케다(武田)의 본거지)', 남쪽은 '아와(安房, 호죠(北条)의 영토)'까지 주루룩 놓아져 있었다.

게다가 '하리마(播磨)'나 '사카이(堺), '미카와(三河)'에 '이즈(伊豆)'나 '사가라(相模)' 등의 전략상의 중요 거점도 있었으며, 개중에서도 '미카와'나 '야마토(大和)', '에치고(越後)' 등 아군의 토지까지 있었다.


"그리고, 이쪽이 고노에 가문의 명물 '쿄 소식(京便り)'입니다. 꽤 재미있는 물건이거든요?"


'쿄 소식'이란, 고노에 사키히사가 발행하는 주간(週刊) 신문에 가까운 것을 가리킨다. 구독할 수 있는 사람은 공가(公家)로 한정되며, 일본의 정세 동향에서 쿄에서의 유행, 제사(祭事)나 행사(催し物) 등의 알림 등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

자신이 속하는 파벌의 정보 공유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착수한 정보지인데, 지금에 와서는 쿄의 공가들 중 이것을 읽지 않는 사람은 유행에서 뒤떨어진다고 하여 다들 하나같이 찾는 것이 되었다.

지면을 통한 교류도 꾀해져, 조정에서의 인사나 문상(お悔み) 등의 정보, 구독자끼리 자작의 시(和歌)를 게재하는 코너를 개설하는 등,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실한 내용을 저가격에 제공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것에는 까닭(絡繰り)이 있는데, 아무리 권세를 자랑하는 고노에 가문이라고 해도 돈 먹는 하마인 종이를 써서, 역시 신기술의 결정인 인쇄를 하여 내보낸다고 하면 벌이가 없어서는 계속할 수 없다.

이 정보지에 돈을 낸 것은 상인들이었다. 현대에서도 텔레비전 CM이나 인터넷 광고 등에 기업이 광고료를 지불하듯, 조금이라도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력자들의 대다수가 읽는 매체라는 것에 자신의 상품을 게재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놓칠 리가 없다.

게다가 뭣보다 이 '쿄 소식'에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명백히 오다 가문과 친한 사이(懇意)인 고노에 사키히사가 주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다 가문의 사업과 적대 관계에 있는 상인이라도 출고(出稿)할 수 있었다.

어디의 누구던 간에, 지면을 점하는 비율에 맞는 일정의 광고료를 지불하면, 자신의 주장을 지면에 게재할 수 있었기에, '쿄 소식'의 사회면은 활기에 차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있어, 시의 교류 코너에서도 공연하게 오다 가문을 비꼬는 내용의 시가 게재되고, 그것을 부추기는(囃し立てる) 시도 다음 호에 실렸다.

오다 가문을 기껍게 생각하지 않는 종교가(宗教家)들이 지면에서 논진(論陣)을 펴 보는 등 혼돈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의부께서 어디에서 '쿄 소식'을 인쇄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 것이겠지요. 천하인(天下人)을 대놓고 비판해도 어디에서도 질책이 없다면 한패끼리의 서신 교환의 연장선상이라고 안심해버린 것이겠군요"


사키히사는 법에 어긋나지 않은 한 어떠한 내용의 원고도 게재했고, 누구에게도 그 내용을 흘리지 않았다.

물론, 대놓고 천황을 비난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고, 공가들도 자신들의 기둥(屋台骨)인 황실을 비판하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않는다.

공가들은 자신들(身内)만이 구독할 수 있다는 성격상, 모두가 공범자이며 공가 내부의 비밀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는다고 굳게 믿어버리게 되었다.


"쿄에 있는 네 저택은, 칸파쿠(関白) 님의 휴게실(立ち寄り所)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쿄에서 윤전기(輪転機)가 있는 곳이라고 하면 제 별저(別邸) 뿐이니까요. 제 쿄 저택에는 모든 '쿄 소식'이 한 부도 빠짐없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시즈코의 쿄 저택은, 지금은 사키히사의 저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 쪽이 많을 정도라서, 고노에의 본가(本宅)를 찾아가기보다 시즈코의 쿄 저택을 찾아가는 쪽이 사키히사와 만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도록 유도한 것은 누구였더냐?"


"글쎄요, 그렇게 심보 고약한 분은 알지 못합니다"


"뭐 좋다. 이걸로 시끄럽게 재잘대는 참새들의 동향도 훤히 보이게 되었으니, 혼간지가 정리되는 대로 대청소를 해주겠다"


전국시대 최대의 무장 종교세력인 혼간지가 쓰러지면, 다른 종교가들로는 노부나가에 대항할 세력은 될 수 없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면, 큰 종교 세력으로 성장하기 전에 그 싹을 뽑아버릴 수도 있는데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 만한 지도자(神輿)도 적임자가 없다.

권모술수(搦め手)에 능한 공가의 동향은 사키히사의 손에 의해 오다 가문에 고스란히 새어 나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노부나가는 먼저 모든 무가를 자신의 지배하에 넣으려고 획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쪽으로는 모우리, 동쪽으로는 타케다과 호죠를 무찌르지 않으면 무가의 통령(統領)을 자처할 수 없다.


"놈들의 놀라는 표정이 기대되는구나"


적에게 주어진 일시적(仮初)인 자유인 줄도 모르고 구가하며, 지면 상에서 노부나가를 촌놈(鄙)이라고 얕보고 있는 공가들이 자신의 앞에 엎드릴 때를 생각하니 몹시 기대되는 노부나가였다.




시즈코가 넘긴 측량도(測量図) 등의 문서를 노부나가가 직접 엄중하게 보관한 후, 두 사람은 나란히 꽃구경 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주역인 노부나가의 등장과, 평소답지 않게 화려한 시즈코의 차림새에 주위의 동요가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모습이 아주 잘 보였다.

노부나가 자신이 시즈코를 데리고 나타난다는 행위는, 시즈코의 입장이 더욱 강고(強固)한 것이 되었음을 주위에 알리고 있었다.


"호홋. 너로서는 드물게 대담한(攻めた) 복장이 아니냐"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노히메(濃姫)가 재미있는 듯 중얼거리더니, 그녀의 손에 의해 시즈코는 남자들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사교장으로 납치되었다.


"주군께서는 충분히 시즈코'로' 즐기셨을 테니, 이 이후에는 소첩들이 시즈코'로' 즐기도록 하지요"


노히메의 속셈을 헤아린 것인지, 아니면 귀찮음을 피한 것인지, 노부나가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좋을대로 하라고 내뱉았다.

그리하여 시즈코가 끌려온 곳은, 남자들의 연회장에서 조금 떨어진 벚꽃나무들(桜並木) 아래 준비된 다화회(茶会) 자리였다.


(아아, 겨우 아야 짱과 쇼우 짱이 필사적으로 이걸 입히고 싶어한 이유를 알겠어)


시즈코는 지금까지 활동 장소의 주축을 남자 사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남자들의 역학(力学)에서 분리된 여자들의 정원이었다.

지금까지 시즈코는 남장을 하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격의(隔意)가 있다고 간주되고 있었으나, 간신히 입장에 걸맞는 의상을 갖추고 내측(奥向き)을 관장하는 여성 사회의 사교장으로 데뷔하게 된 것이다.

시즈코의 연령을 생각하면 너무 늦지만, 입장을 생각하면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첫 선을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얕보이면 서열의 아래위에 끼어들어오기에 쉽게는 부상(浮上)할 수 없다.

그래서 아야와 쇼우는 가진 권력을 총동원하고, 쓸 수 있는 연줄은 모두 써서, 최첨단이면서 누가 봐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명품(逸品)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보람이 있어, 다화회에 동석하는 귀부인들의 눈은 시즈코에 못박혀있었다. 주가(主家)의 여주인인 노히메가 총애하고 있기에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으나, 조야(粗野)하고 거칠다(がさつ)고 야유하고 있던 시즈코의 우아함(手弱女)은 그녀들의 가치관을 뒤흔들었다.

자신도 저렇게 화사하게 염색된 옷을 입어보고 싶다. 평소의 시즈코가 보이는 햇볕에 탄 피부를 희게 보이게 하는 마법은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누구나 생각했다.

여성의 사회에서 아름답다는 것은 정의이며, 동경을 품게 된다는 것만으로 다들 한 수 물리게 된다. 누구나 동경을 품는 유행을 발신하는 시즈코를 가볍게 볼 수 있는 사람 따위 이곳에는 없었다.


시즈코는 자신을 보는 주위의 시선이 바뀐 것은 깨달았으나, 이러한 자리에서 어떻게 행동하여야 할지 알지 못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러한 상황에서 시즈코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것은 항상 그렇듯 노히메들이었다. 그녀들은 입을 모아 시즈코의 차림새를 칭찬하고, 주위에도 동의를 구하며 극히 자연스럽게 환영 무드를 만들어냈다.

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시즈코에게는 직접 대화하지 않고, 비교적 시즈코에게 호의적인 여성진을 중심에 둔 후, 시즈코의 품평회가 시작되었다.


"시즈코 이것아, 거기서 빙글 돌아보거라. 과연, 바탕색에 농담(濃淡)을 주는 것으로 색감의 폭을 보여주는 것이냐. 이 정교하고 치밀한 무늬는 또 어떠하느냐! 이것은 네 영지의 염색사의 솜씨더냐?"


"아, 네. 저희 영지에서 새롭게 개발한 납(蝋)을 쓴 '납결 염색'에 의한 것입니다. 종래의 것보다 더욱 색의 흐려짐이 없어져 뚜렷한 무늬가 되는 듯 합니다"


"과연. 나도 한 벌 맞추도록 할까?"


시즈코에게 보이도록 히죽히죽 약간 짓궂은 미소를 떠올린 노히메는, 대회에서 흐름을 유도했다.

이 자리에 있는 여성들의 정점에 있는 노히메가 좋다고 인정하고, 그 물건을 주문하려 하는 것이다. 이미 유행은 발신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만약 시즈코가 혼자였을 경우, 이만큼 교묘하게 주위에게 인정하게 할 수 있었을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보시는 바와 같이 소매의 길이를 길게 하였기에, 사용하는 천도 많아집니다. 필연적으로 그만큼 가격이 나가기에 가게에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 어용상인에게 말씀해주시면, 그에 걸맞는 시간이 들기는 하겠습니다만, 여러분께 준비해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시즈코의 말을 듣고 귀부인들은 바쁘게 대화를 나누었다. 시즈코의 어용상인이라고 하면 '타나카미야(田上屋)' 일문을 가리키며, 그야말로 일본 국내의 어디에든지 분점(暖簾分け)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배경도 있어 갑자기 여성진의 구매 의욕이 불타올랐을 때, 시즈코가 옷감(着物生地)의 견본장(見本帳)을 펼치자 단번에 물욕이 구체화되었다.

"이 옷감이 멋지다", "이쪽 무늬가 예쁘다" 등 주위는 그녀를 중심으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어갔다.


"아직 머리가 굳은 것들이 있으니 손이 가겠지만, 이걸로 여자 사회에서도 시즈코의 지위는 확고한 것이 되겠지"


주위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노히메는 혼자서 웃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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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