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3년 애도(哀惜)의 시간(刻)


146 1576년 8월 중순



신체산(神体山) 소동도 가라앉고 달력의 달이 바뀌었을 무렵, 시즈코에게 8월의 현장 복귀 요청이 도착했다.

오랫동안 현장을 비워두고 있었기에, 직장에 복귀하기 전에 확인해 두어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 언제나처럼 시즈코는 정신없이 바빴다.


"아! 그러고 보니 이것의 실전시험(実地試験)을 앞두고 있던 것을 잊고 있었어. 어쩌지…… 주상(上様)께 보고드리면 틀림없이 타고 싶다고 하실텐데"


시즈코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열기구(熱気球)에 의한 유인비행(有人飛行) 시험에 관한 결재였다. 뭐라 해도 세계 최초이니, 처음을 좋아하는 노부나가가 손을 들지 않을 리가 없다.

열기구의 원리는 대단히 단순하여, 뜨거워진 기체는 팽창하기 때문에 부피가 늘어나서 밀도가 낮아져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갈 때 밀려난 공기의 중량이 매달려 있는 물체의 중량을 넘어서면 떠오른다는 것이다.

밀려난 공기 운운에 관해서는 목욕탕에 몸을 담궜을 때, 자신의 몸에 밀려난 물의 부피에 비례하여 부력을 받는 것과 같은 원리이므로 비교적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이 열기구는 딱히 재미(道楽)로 개발한 것이 아니다. 병행하여 개발하고 있는 또 하나의 기술과 조합하면 전략을 좌우하는 병기가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열기구 자체가 자유자재로 하늘을 난다는 물건은 아니고, 단순히 상공에 떠 있을 뿐이라는 물건이기에, 필요한 기술 레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열기구는 승무원이 타는 곤돌라 부분과, 뜨거워진 기체를 품어 부력을 얻는 구피(球皮, envelope)라는 부분으로 나뉜다.

열기구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구피는, 범포(帆布)라고 불리는 특이한 방식으로 짠 천으로 구성된다.

글자 그대로 범선(帆船)의 돛(帆)에 사용되는 천이며, 어쨌든 튼튼할 것이 요구된다.

이번의 경우에는 면사(綿糸)를 여러 가닥 꼬아 만든 두꺼운 실을 써서 종횡으로 촘촘하게 짠 것을 사용하고 있다.

이 범포의 특징으로서 젖어도 물이 천(生地)의 틈새(目)를 막아버려, 내부까지 물이 잘 침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리 촘촘하게 짰다고는 해도 기체의 분자 사이즈에 비하면 지나치게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라, 통기성은 오히려 좋을 정도라서 기밀성(気密性)이 요구되는 구피에 적합하다고는 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즈코는 예전부터 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삼(麻)과 쌀(米)에서 만드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범포 표면에 도포(塗布)하여 강도와 기밀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버너의 화구(火口) 부근에 대해서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내열성이 섭씨 100도 정도이기에 그냥 범포 소재(면의 발화점은 섭씨 500도 부근)이지만, 대부분을 이 수지를 도포한 천으로 구성했다.

이렇게 범포에 수지를 도포하는 형식의 소재는, 현대에서 소방 호스에도 쓰이고 있는 점을 볼 때 그 방수 성능과 기밀성의 우수함은 확실하다.

열원(熱源)에는 알코올 버너를 채용하여, 가압한 메탄올과 에탄올의 혼합용액을 가열한 증기로서 분출시켜 착화(着火)하는 것으로 출력을 높이고 있다.

이미 유인 이외의 비행시험에는 몇 번이나 성공했기에 그렇게 위험하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열원 장치의 폭발이나 높은 곳에서의 낙하라는 생명의 위험이 항상 따라붙는다.

어떻게 해서라도 노부나가가 승선을 포기하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새롭게 한 시즈코였으나,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적은 없었다.


"호오! 이것이 기구인가 하는 것이냐. 이런 문어인지 해파리인지 모를 것이 하늘을 난다니 실로 유쾌하구나"


"주상, 정말로 타시겠습니까? 만전을 기하고는 있습니다만, 옥체에 만에 하나의 일이 있으면……"


"끈질기구나! 날개를 갖지 못한 사람의 몸으로 하늘을 난다는 대망을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이루는데, 내가 날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시즈코와 노부나가는 산골짜기에 준비된 비행장에서 부풀어오르고 있는 기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날 시즈코가 걱정했던 대로, 인류 최초의 유인비행 시험이라고 들은 노부나가는 공무(公務)를 조정하더니, 최저한의 수행원만을 데리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

존재 자체를 비밀로 하고 있는 신병기인 만큼 사람들 눈에 보일 수도 없어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서의 비행 시험이 된 셈이지만, 시즈코는 살아도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용도가 관측기구에 가깝기 때문에 지상과 계류 로프로 항상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확실성이 낮은 낙하산 장치에 건다는 수단 외에, 계류 로프에 빌레이 디바이스(belay device)라고 불리는 기구를 걸고 현수하강(懸垂下降)으로 지상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이러니저러니 하고 있는 동안에도 준비가 갖춰져버려서, 주임 기술자인 남성이 시즈코에게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왔다.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는 시즈코에 대해 노부나가는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 걸음으로 기구의 탑승구로 걸어갔다.


"무얼 하고 있느냐 시즈코! 너도 오지 못하겠느냐!"


"예!? 저, 저도 말씀인가요?"


"네가 만들어낸 것에 네가 타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것이냐? 이 세상에서 첫 쾌거의 영광을 누릴 자격은 충분히 있겠지"


이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고 깨달은 시즈코는, 노부나가와 함께 기구의 곤돌라에 탑승했다.

원래부터 4인승으로 설계되어 있는 곤돌라는, 노부나가와 시즈코 외에 조종수로서 기술자인 남성이 한 명 탑승하여, 이 세 명이 세계 최초의 유인비행을 한 사람으로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역주: 천 년 이상 전에 남아메리카쪽 문명에서 열기구 비행이 이루어졌었다는 설이 있음)

노부나가가 흥미깊게 알코올 버너를 조작하는 기술자를 보고 있는 한편으로, 시즈코와 지상에 남겨진 기술자들이 곤돌라에 묶여 있던 모래가 든 무게주머니가 연결된 밧줄을 몇 개 풀어서 중량을 조정했다.

그러고 있자 드디어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다. 기구의 부력이 중력과 평행해져, 곤돌라의 하부가 지면과의 마찰을 잃고 미끄러지기 시작하여, 이윽고 완전히 지면에서 떨어져 부유했다.

한 번 지면을 떠나게 되자, 기구는 순식간에 하늘 높이 올라갔다. 지상에서 백 미터 정도의 고도에 도달한 시점에서, 계류 로프가 완전히 당겨져 기구의 상승이 덜컹 하고 멈추었다.


"하하핫! 이것이 하늘에서 보는 세계인가! 보아라 시즈코, 지상에 있는 놈들이 깨알처럼 보인다!"


"네. 실제로는 이것의 다섯 배 정도의 높이에 달할 예정입니다. 여기도 상당히 쌀쌀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여기보다 더욱 상공은 극한의 세계가 됩니다"


"그 정도의 높이에 달하면 확실히 화살도 철포(鉄砲)도 닿지 않겠군.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이 녀석'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이냐"


"네. 그 유용성과 혁신성은 토우고쿠(東国) 정벌에서 이미 실증되었습니다. 하늘의 눈을 얻은 우리들이 타케다(武田)에게 밀릴 리가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기술자 남성이 또 하나의 기재(機材)의 동작 확인을 마치고, 지상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노부나가는 곤돌라에서 사방의 조망(眺望)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고, 기술자 남성이 립 라인(rip line)이라고 불리는 로프를 강하게 당겼다. 그러자, 구피 상부에 설치된 립 패널(rip panel)이라는 밸브(弁)가 열렸다.

뜨거워진 기체가 거기로 빠져나면서 서서히 기구가 고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아무 일 없이 기구의 고도가 낮아져, 기술자가 버너를 능숙하게 조작하여 완만한 착지를 성공시켰다.



시즈코의 위장에 심각한 대미지를 준 유인비행을 마친 노부나가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아즈치(安土)로 돌아갔다.

마치 태풍이 한 번 지나간 듯한 기분을 맛보고 있는 시즈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오와리(尾張)가 거국적으로 착수하고 있는 아이치(愛知) 용수(用水)에 관한 보고였다.


"치타(知多) 반도(半島)에의 물 공급은 순조로운가"


아이치 용수란 현대에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오와리 구릉부(丘陵部)에서 시작하여, 치타 반도의 남쪽 끝까지 이어지는 간선수로(幹線水路)의 총 연장 112km라는 터무니없는 규모를 자랑하는 용수로(用水路)이다.

건축자재의 조달을 제때 할 수 없었기에 호안(護岸) 공사는 뒤로 미뤄지거나, 조정지(調整池)의 규모를 당초의 계획보다 축소하는 등 곳곳에 역사적 사실에 따른 아이치 용수와 비교하면 떨어지는 점은 있으나, 어쨌든 물을 공급한다는 그 한 가지에 있어 이례적인 속도로 실현되었다.

게다가 수심(水深) 문제도 있었다. 농업용수 겸 상수도용이라는 목적 외에, 수상 수송에도 이용하는 겻을 염두에 두고 계획되었으나, 선박의 통행을 기대하려면 수심 1미터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수심을 깊게 하면 그에 따라 필요한 공기(工期)는 기하급수적(指数関数的)으로 상승해버린다. 그래서 시즈코는 처음부터 수운(水運)을 내다본 용수로라는 계획을 버리고, 우선 농업용수로서 이용할 수 있는 최저한의 깊이로 변경했다.


"간신히 수로의 공사가 일단락되었으니, 도통(導通) 시험을 겸해서 키소(木曽) 강에서 물을 넣은 거지. 지류수로(支流水路)는 물론, 간선수로조차 충분하다고는 하기 어려운 품질이지만, 일단은 관개(灌漑)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을 공급한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어"


완성형을 알고 있기에, 현재의 그것과의 차이에 실의를 감추지 못한 시즈코였으나, 치타 반도의 주민들에게는 그 느낌은 전혀 달랐다.

치타 반도는 토지가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경사져있어, 평지가 적다. 게다가 큰 하천도 없고, 경사 때문에 물빠짐이 지나치게 좋아서, 항상 물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던 지역이다.

농업용수의 확보는 오로지 빗물을 저장한 저수지에 의존하고 있고, 반도라는 입지(立地)의 영향 떄문인지 우물을 파도 바닷물이 섞인 물밖에 얻을 수 없었다.

시즈코가 퍼뜨린 경제 정책에 의해 농업 이외의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역시 대부분의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생활의 행방을 좌우하는 것은 쌀의 생산량이다.

거기에 시즈코가 치타 반도의 남쪽 끝까지 용수로를 개통한다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웠다. 주민들은 당초에, 그런 꿈 같은 계획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착실하게 남하해오는 용수로 공사의 모습을 직접 본 주민들은, 서서히 기대를 품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위정자라는 존재는 안 그래도 적은 수확에서 연공(年貢)이라는 이름의 세금을 뜯어갈 뿐, 주민의 생활 개선에는 그다지 기여해주지 않는 존재였다.

이미 오와리의 평야 지역이 곡창지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이상, 막대한 비용을 들여 치타 반도까지 수로를 끌어올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부나가와 시즈코는 그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는 계획의 제 1단계를 성공시켰다.

당연하지만 자선사업일리는 없어, 노부나가와 시즈코는 장래에 그만한 식량 생산량이 필요해질거라 내다보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은 길어봐야 자신을 포함한 조손 삼대 정도까지밖에 이해할 수 없는 백성과, 백 년 후의 일본을 떠올리며 계획을 세우는 위정자의 차이이긴 하다.


그래도 주민들에게 아이치 용수의 존재는 언제부터인가 희망이 되었다. 개통을 우선시하고 있기에 유량도 당초의 계획에 비하면 적은데다, 지류수로 등도 손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즈코에게는 도저히 만족스러운 완성도가 아니지만, 주민들에게는 생명을 잇는 희망의 길로 보이고 있었다. 금후에도 이어지는 공사에 관해 남부의 주민들은 혈판장(血判状)을 만들어 협력할 것을 자청해왔다.


"토목공사를 하는 이상 항상 인력은 필요하니까 솔직히 도움되네. 자동차를 실현할 수 없는 이상, 사람 손에 의한 운반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아직 계획의 제 1단계가 완료되었을 뿐으로, 간선수로 이외에도 지선수로(支線水路)을 넓혀 모세혈관처럼 뻗어나가게 해서, 모든 주민들이 당연한 듯 담수(真水)를 마실 수 있고, 또 농업용수에 불안을 품을 일이 없는 상태까지 가져가려면 까마득한 시간을 필요로 하리라.


"그 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지는…… 알 수 없나"


역사적 사설에서조차 1957년 착공, 1961년 완성이라는 기간을 필요로 한 대사업을, 400년 이상도 전의 단계에서 규모를 축소하였다고는 하나 성공시킬 수 있던 요인으로서 공사용 기계의 존재가 있었다.

목제(木製) 선반(旋盤)에서 시작하여, 제철(製鉄)을 거쳐 서서히 고도의 공작기기를 정비하고, 스털링 엔진의 실용화 이후에도 공업화는 축차적으로 추진된 결과로서, 스스로 달리지는 못하지만 토목용 중기(重機)의 시작(走り)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가 완성되었다.

동력으로서 증기기관을 채용하고, 유압 실린더에 의한 배력기구(倍力機構)를 갖춘 파워 셔블(パワーショベル, power shovel) '인왕(仁王) 3식(参式)'이 도입된 결과, 토목공사의 효율은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초대(初代) 인왕의 기부(基部)는 완전히 고정된 토대에 파워 셔블만이 붙어있던 물건으로, 2식(弐式)이 되어서 횡방향으로의 회전이 가능해졌다.

더욱 개량이 가해진 3식은, 드디어 토대를 수레(台車)에 태우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져, 실제 토목 공사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대한 암(Arm) 부분의 중량이 중심을 흐트러뜨리기에, 이동할 때는 매번 분해해서 운반할 필요가 있고, 금속 프레임의 토대가 붙은 수레는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인력으로는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치할 때에 지면에 고정용의 말뚝을 박아넣고, 증기기관이 내는 폭음은 작업원끼리의 대화도 잘 되지 않을 정도의 음량에 달한다.

그래도 수백 kg에 달하는 바위를 파내어 옮길 수 있다는 인왕의 존재는 굴삭공사(掘削工事)의 혁명이 되었다.

실제로 공사현장에 투입된 결과, 인왕 3식에도 다수의 문제점(不具合)이나 소모에 의한 고장 등도 속출했다.

그러나, 현장에 간이 정비장을 세워서 서포트한 기술자들에 의해 정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가 후계기가 되는 인왕 4식(肆式)에 반영되는 것으로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여담이지만 주요 기종명과 그 형식이 숫자로 가산되어간다는 양식은, 시대에 맞춘 네이밍 센스가 결여된 시즈코의 훈도(薫陶)를 받은 기술자들에 의한 것이었다.

서양 문자(横文字)가 당연한 시대에 살았던 시즈코는, 자칫 방심하면 독일어나 영어에서 유래한 이름을 붙이려고 하기에, 전국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탄생시킨 기계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받아들여졌으면 하고 바라는 기술자들에 의한 고육지책이 이 명명(命名) 규칙이었다.


"이렇게 일을 재개하니, 내가 없어도 세상은 점점 나아가는 걸 알 수 있네"


당연한 얘기지만 시즈코가 멈춰서있던 동안에도 세상은 착실하게 전진해간다.

그렇게 되도록 씨앗을 뿌린 것은 다름아닌 시즈코였고, 한 번 싹튼 씨앗은 시즈코가 없어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성장 결과를 예견하고 적절한 보살핌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성장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생물은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통감하게 되었다.


"나도 뒤에 남겨지지 않도록 열심히 늦어진 걸 만회해야지"


시즈코는 한 번 기합을 넣고는, 우선 이것부터라고 말하듯이 서류의 산으로 손을 뻗었다.



기세를 타고 일을 하고 있는 때일수록 꼭 묘한 소동에 말려든다. 그런 징크스가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닐까? 라고 시즈코가 생각할 만큼 현재의 상황은 혼란의 극에 달해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밧줄(荒縄)로 양 손을 뒤로 하여 구속된 소녀가 두 명 앉혀져 있었다. 소녀들은 허리에 밧줄이 묶였고, 그 밧줄의 끝은 강건한 병사들이 잡고 엄중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사이조(才蔵)는 시즈코의 호위를 자인하고 있기에 항상 곁에 대기하고 있으나, 소동을 전해듣고 구경하러 온 나가요시(長可)와 케이지(慶次)도 더해지고, 게다가 복귀 전의 시즈코의 상황을 보러 와 있던 아시미츠(足満)까지 모여 있었다.

소녀들에게는 영주(領主)의 앞에 끌려나온 것만으로도 공황에 빠지기 직전인데, 거기에 사방에서 이름높은 무인(武人)들에 의한 무언의 압력이 가해지자 질식하기 직전의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뻐끔거릴 뿐인 불쌍한 상황이었다.


"어ー, 상황을 정리해 볼게. 거기 두 사람이 그늘(物陰)에 숨듯이 하며 뭔가를 거래하고 있었기에, 금지물품(禁制品)을 반입한건가 하고 들이닥쳐보니, 묘한 문서가 나와서 데려왔다는 거?"


확인하듯이 되묻는 시즈코에 대해 병사들은 직립부동의 자세로 긍정했다. 애초에 금지물품이 거래되었다고 해서, 그 처우를 둘러싸고 굳이 시즈코의 지시를 받으러 오는 것 따윈 말도 안 된다.

금지물품마다 조치와 형량은 정해져 있어, 원래대로라면 마치부쿄(町奉行)에 해당하는 관리(役人)의 권한으로 그녀들은 조사를 받은 후에 처단되었어야 한다.

그러한 것들을 다 건너뀌고 영주인 시즈코가 있는 곳까지 사안이 올라온 것이니, 나온 문서인가 하는 게 상당히 골치아픈 물건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시즈코로서는 제 컨디션도 아닐 때 골치아픈 일은 사양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간첩(間諜)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국방(国防)이라는 관점에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몰수한 문서를 상세히 조사했습니다만, 본 적도 없는 양식으로 문자인지 그림 같은 것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뭔가의 정보를 우리나라에서 유출시키기 위한 암호인가 하고 추측했습니다만, 해독은 여전히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특이한 양식의 문서야? 어디어디, 먹으로 착색되어 있기는 한데 붓에 의한 것이 아니고, 날카로운 무언가로 긁적인 듯한 가느다란 문자가 적혀 있었다라……"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필기구는 붓이다. 서민들이 나무조각에 먹으로 직접 문자를 쓰는 경우는 있지만, 보고에 따르면 더욱 섬세한 선으로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암호에 대해서는 암호를 담당하는 아시미츠 자신이 재능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교육시키고, 거기에 아시미츠가 알고 있는 모든 암호 양식을 전수한 암호 취급 전문의 부서에서조차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애초에 암호라는 것은 당사자끼리 정한 약속에 따르면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성질의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암호 제작과 해석은 술래잡기의 관계가 된다.

그래도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일본인인 이상, 완전히 뜬금없는 암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제한적이고,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먼저 만들어낸 이론에 따르고 있기에 해독의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내용이 파악되지 않는 암호라는 건 신경쓰이네. 잠깐 보여주겠어?"


암호라고 하면 너구리의 일러스트가 첨부된 '타'를 뺀 말(※역주: 너구리는 일본어로 '타누키'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문장에서 일부러 타(た)를 빼고(抜き) 쓴 것을 말함. 즉, 문장이나 글 전체에서 일부러 특정 글자를 빼고 쓴 것으로, 너구리를 뜻하는 타누키라는 말과 음이 같은 것을 이용하여 '타'가 빠진 것이라는 힌트를 주는 것)이나, '센(せん)'』을 뺀 말(※역주: 마찬가지로, 여기서 '센누키'는 병따개(栓抜き)와 음이 같음)등, 퀴즈(なぞなぞ)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 시즈코가 보았을 때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나, 화제의 암호를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즈코의 요망은 즉시 이루어져, 문제의 암호문서가 그녀의 앞에 대령되었다. 독극물 검사 등도 한 듯, 문서의 일부가 잘려나간 후 다시 붙여진 흔적이 있었다.

문서라는 말에서 막연히 한 장의 종이조각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눈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장정(装丁)이 되어 있는 일본식으로 제본된(和綴じ) 책이었다.

확싫이 책이라면 문장량이 많아져서, 필연적으로 해석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만큼 힌터가 되는 소재도 많아져서, 반대로 단서가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병사들이 보고해온 것처럼, 붓과는 다른 필치(筆致)로 문자나 그림이 불규칙적으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은 시즈코가 알고있는 만년필에 의한 필적과 많이 닮았다.


"흐ー음…… 확실히 특수한 필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네. 그래서 내용은……"


그리고 시즈코가 본격적으로 내용을 읽기 시작하자, 주위의 남성들도 박식한 시즈코라면이라고 기대를 품었다.

뭔가 진전이 있는게 아닐가 하고 다들 기대를 품고 있는 가운데, 구속되어 있는 소녀 두 사람만이 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을 떠올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전국시대에 살게 된 지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문자는 세로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습관이 완전히 정착된 시즈코였으나, 이 문서는 아무래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거기에 위에서 아래로 읽어간다는 법칙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마지막 장까지 펼쳐보고 그 순서대로 읽어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즈코는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이건 암호가 아냐. 그냥 18금 동인지(同人誌)야. 그것도 수륙양용(両刀)……)


이 시대에는 드물게 큰 삽화가 첨부된 소설 형식의 내용으로, 초반을 읽었을 때는 젊은 무가(武家)의 당주가 가문 단절(お家断絶)을 계기로 집을 떠나 마음내키는 대로 일본을 여행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목격한 풍물(風物)을 즐기며 기행문 같은 스타일로 묘사하고 있는데, 한 번 여관에 도착하니 정사(色事)로 내용이 바뀌었다.

길에서 스친 여행자와 하룻밤을 함께 한다거나, 찻집의 간판 여점원(看板娘)과의 뜨거운 로맨스가 그려져 있질 않나, 강건한 낭인(牢人)에게 덮쳐지거나, 반대로 미소년을 덮치거나…… 하는 남색(衆道) 적인 전개까지, 서투르면서도 엄청난 열정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성대하게 뒤통수를 맞은 탈력감 때문에 한숨을 쉬고 싶어진 시즈코였으나, 역시 그 이야기를 쓴 필기구가 신경쓰였다.


"……이 두 사람의 소지품 중에 유리나 금속으로 된 가늘고 긴 봉 모양의 물건은 없었어? 아마도 끝이 뾰족하고 홈이 파여있을거라 생각해. 그리고 먹물 같은 것이 들어 있는 용기. 그걸 찾아와줘"


"옛"


시즈코는 최소한의 인정으로서 동성(同性)인 아야(彩)에게 두 사람의 소지품을 뒤지도록 명했다. 곧 아야가 두 사람의 짐에서 시즈코가 지정한 물건을 찾아내어 가지고 왔다.

경필(硬筆)을 모르는 아야에게는 뭐에 쓰는 건지 상상할 수 없는 모양이었지만, 시즈코가 볼 때는 일목요연한 물건이었다. 그것은 일체의 장식이 배제된, 실용성에만 집중한 투박한 디자인의 유리로 만들어진 펜이었다.

끝이 깨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인지 천으로 둘둘 말려 있긴 했으나, 먹물 자국에서 사용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두 사람, 지금부터 내가 묻는 것에 정직하게 대답하도록 해"


"예, 옛"


"먼저 말해두면, 나는 이게 암호가 아니고 어떤 것인지 이해했어. 책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묻겠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건 자유지만, 나라는 이해자가 적으로 돌아서는 것은 각오하도록"


약간 과하게 겁을 준 후 두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자, 두 사람 다 창백한 안색으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고 있었다.

시즈코가 앞서 명언한 대로, 문서 자체에는 윤리적인 면은 둘째치고 문제는 없었다. 필기구로 사용된 유리펜의 존재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어. 이걸 어디서 손에 넣었지?"


질문하면서 시즈코는 유리펜을 두 사람에게 보이도록 내밀었다.

유리펜이란 사사키 사다지로(佐々木定次郎)라는 풍경(風鈴) 기술자가 1902년에 고안한 필기구이다.

펜촉에 새겨진 홈에 의해 모세관 현상이 발생하여, 잉크병에 펜촉을 담그면 자동적으로 잉크가 보충된다는 것이다.

금속제의 펜촉을 갖는 만년필과는 달리,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도 펜을 놀릴 수 있는 등의 이점도 있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전용의 잉크라는 것도 필요없어서, 먹물이나 수채화 물감 등 수용성(水溶液)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뭐든지 이용할 수 있어, 볼펜이 보급되기까지 일본에서 사무용품으로 중히 여겨진 명품(逸品)이었다.

소재에 유리를 사용하고 있기에 충격에 약하고, 끝부분이 마모되면 수리도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나, 그 매끄러운 필기감은 훌륭하여, 현대에서는 펜촉을 교환할 수 있는 방식의 것도 존재한다.


당연하지만 시즈코는 유리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렇다기보다 이것의 제조법을 전수한 것은 다름아닌 시즈코이다.

따라서 유리펜의 현물이 여기에 있는 것은 딱히 이상하지는 않지만, 유리펜은 '아직 시장에 유통되고 있지 않다'라는 상황을 가미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책을 한 권 써낼 수 있는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현물이 있으면서 시장에 나돌지 않고 있는 이유. 그것은 유리펜의 제조를 전수한 기술자가 오와리가 아니라 나가하마(長浜)에 거점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친정의 심부름으로 이마하마(今浜, 현재의 나가하마)를 찾아갔을 때, 수상한 노점상(露天商)에게 샀습니다. 수상한 풍채의 상인이었습니다만, 마치 요술처럼 슥슥 글자가 써지는 모습과,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기에……"


벌벌 떨면서 서로 몸을 기대고 있는 두 사람 중, 나이가 많은 쪽의 소녀가 입을 열어 구입한 경위를 밝혔다.

안 좋은 예감일수록 잘 맞는 법으로, 그녀의 증언을 다 들은 시즈코는 눈가를 손바닥으로 덮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것은 자신만의 재량으로 끝낼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버렸다는 것을 알고 가볍게 두통이 일었다.


"왜 그래 시즈코? 금지물품이라고 하면 현물을 압수하고, 유통에 관여한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면 끝나는 이야기 아냐?"


고민하고 있는 시즈코의 모습이 신경쓰인 나가요시가 난폭한 해결책을 입에 올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도 죽인다는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안색이 퍼런 색을 넘어서 납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번 무거운 한숨을 쉰 시즈코는, 두 명의 소녀를 남기고 사람들을 물러가도록 명했다. 두 사람의 신병을 아시미츠에게 넘긴 병사들이 물러나고, 실내에는 측근들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주위에서 인기척이 사라진 것을 기척으로 감지한 사이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기다려 시즈코가 입을 열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이건 하시바(羽柴)님이 이마하마의 명산품으로 팔려고 하고 계시는 유리펜의 시제품(試作品)이라고 생각해요"


"……"


시즈코로부터 전해진 충격적인 사실에 견디지 못했는지, 소녀 두 명은 졸도하여 쓰러져 버렸다.

즉시 두 사람의 목덜미에 손을 대고 맥박을 확인한 아시미츠였으나, 호흡에 이상이 없었기에 두 사람을 그 자리에 눕혀놓고 시즈코 쪽을 돌아보았다.


"요즘 한동안 하시바 님은 실패(不手際)의 연속으로, 주상께 좋은 보고를 드리지 못했었죠. 하리마(播磨)에서는 아카마츠 씨(赤松氏)의 저항에 애를 먹고 있고, 이마하마의 경제 상황도 전비(戦費)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불안해요"


시즈코의 말대로, 최근의 히데요시(秀吉)는 울지도 날지도 못한다(鳴かず飛ばず, ※역주: 오랫동안 활약하는 일도 없이 남한테서 거의 잊혀진 상태에 있는 모양)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리마 침공에서는 공을 서둘렀기에 아카마츠 일족의 반란을 허용하고, 셋츠(摂津)조차 반(反) 오다 세력에게 빼앗겨 버렸다.

한 떄는 하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도 호응하는 듯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다행히 그가 반기를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이시야마(石山) 혼간지(本願寺)가 노부나가에게 굴복했다는 상황의 추이에 의한 것이 다분하여, 히데요시의 분투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하리마 침공에서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 히데요시는, 그의 영지(所領)인 이마하마의 경제상황도 핍박되어버렸다.

애초에 빚(借金)으로 경영하고 있는데, 무리해서 전비를 쥐어짜냈기에 자금 융통이 막혀버린 것이다.

시즈코가 밀어주고 있는 유리 제품이 없었다면 이마하마는 오다 영토 내에서도 최빈(最貧) 지역으로 전락해버렸을지도 모를 정도다.


초조해진 히데요시는 추가로 실책을 저질러버린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도로 정비였다. 영지의 도로 정비는 오다 가문이 장려(推奨)하고 있는 사업이며, 언젠가 손을 대야 하는 과제이기는 하다.

도로 정비라는 인프라 사업은 예외없이 거액이 필요한데, 그 투자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데요시는 토우고쿠(東国) 정벌 후의 사람들의 이동을 기대하고, 토우고쿠에서 세키가하라(関ヶ原)를 지나 이마하마를 경유하여 쿄(京)로 향하는 주요 루트의 정비에 나섰다.

여기까지만이라면 그렇게까지 뼈아픈 타격이 되지는 않지만, 세키가하라에서 이마하마로 향하는 길과 병행하여 세키가하라에서 마이바라(米原)로 향하는 루트에도 손을 대 버린 것이 치명상이 되었다.


히데요시의 예상으로는 마이바라에서 나가하마로 북상하는 사람들의 흐름이 생겨나야 했다. 세키가하라에서 마이바라로 길이 이어지자마자, 이마하마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아즈치(安土)로 남하하는 흐름이 생겨나버린 것이었다.

큰 돈을 썼는데 영지에 떨어지는 돈이 적어지게 해버렸다는 대 실패를 해버린 히데요시는, 히데나가(秀長)를 통해 시즈코에게 다시 상담을 요청했다.

뭔가 즉효성이 있는 시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해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궁지에 몰린 히데요시에게 시즈코가 내준 것이 유리펜이었다.

이미 이마하마는 유리 제품을 다루는 공방이 많아져, 고급품의 유리 제품은 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 기술력을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 유리펜이다.

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노부나가가 받아드는 보고서의 대부분은 여전히 붓(毛筆)으로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붓으로는 어쩔 수 없이 기록 면적에 대해 문자 하나가 점유하는 영역이 커져서 보고서의 매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보를 기록하여 장기간 보존할 수 있을 만한 품질을 가진 종이는 가격이 비싼 것을 고려하면, (유리펜의) 잠재적인 수요가 어느 정도가 될 지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실용품(実用品)으로서의 유리펜과, 예술품으로서 최고급의 유리펜을 주상께 헌상하고, 그걸 오다 영토 내에서 대대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으로 경제의 부활을 꾀하려고 했던 거에요. 그런 상황에서 시제품이 유출되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에서 처음을 좋아하시는 주상께서는 다른 사람의 손때가 묻은 상품을 원하실까요? 뭐, 실용품 쪽에 관해서는 실리를 취하시겠지만요"


연민을 담은 시선을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보내고 있는 시즈코에 대해, 그런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배수진(背水陣)을 친 상태의 히데요시에게 이 유리펜은 실패할 수 없는 상품이다. 그만큼 시제품이 유출되어 버렸다라는 등의 불상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용인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두 사람을 죽여서라도 입막음을 시도하고, 협력자인 시즈코에게도 침묵을 지키도록 요청해올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대로는 내게는 두 사람을 비호할 만한 명분이 없어요. 인도를 요청받으면 응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겠죠"


"……"


"가엾지만 몰라서 그랬다로는 끝나지 않아요. 실제로 시제품이 부정 유출되었다는 건 하시바 님의 실패(不手際)이지 이 두 사람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지만, 사람들 입에 자물쇠를 채울 수 없는 이상은……"


시즈코가 말하는 두 사람의 결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유쾌한 것은 될 수 없었다. 차림새도 깔끔한 애젊은(うら若い) 소녀가 헛되이 목숨을 잃는 모습 같은 건 시즈코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정을 가졌다면 누구나 보고싶지 않으리라.

당사자 두 명은 정신을 잃고 있었고, 그 두 사람을 가엾게 생각한 사람들은 두 사람을 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침묵해버려 무거운 공기가 가득찼을 때, 시즈코가 크게 손뼉을 쳤다.


"뭐 최악의 상황으로는 그리 되겠지만, 본 적도 없는 상품에 가치를 발견하고 제대로 사용해보인 재녀(才女)를 헛되게 죽게 하는 건 아깝지요. 어떻게 될 것 같은 방법이 있는데, 다들 도와주지 않겠어요?"


막다른 곳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말하는 시즈코의 비책을 방해하려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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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