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3년 애도(哀惜)의 시간(刻)


147 1576년 9월 상순



"우선은 상황을 정리해볼까. 이 유리펜을 판 상인은 처음부터 이걸 진열해놓고 있었어?"


"아니오. 이마하마(今浜) 토산품(土産)으로 작은 유리 제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제가 친정 사람들 선물을 고르고 있을 때, 돈 씀씀이가 좋아 보였는지, 특별히 이런 게 있다고 보여주었습니다……"


"대놓고 팔고 있던 건 아닌 것 같네. 그 상인은 유리펜을 여러 개 가지고 있었어?


"아뇨, 하나 뿐이라서 더는 없다고……"


"으ー음, 상인의 말을 믿는다고 하면, 반출한 시제품(試作品)은 하나뿐인가.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지. 여기는 히데나가(秀長) 님한테 수고해주시도록 할까? 그 정도의 빚은 있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붓을 들어 편지를 썼다. 내용은 이마하마의 새로운 명산품(名産品)으로서 개발하고 있는 유리펜의 시제품이 영외(領外)로 유출되었다.

그것을 시즈코가 발견하여 회수해놓았으나, 그 외에도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있기에, 공방 및 관계자를 비밀리에 조사해달라는 것이었다.

시즈코가 손에 넣은 유리펜에는 제조번호가 새겨져있지 않아, 아마도 뭔가 문제가 있어 실패작으로 판단된 시제품일거라는 말도 덧붙여 놓았다.


"아, 맞다. 너는 그 상인의 인상(人相)을 기억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콧등에 큰 점이 있던 것과, 손등에 화상 자국이 있었습니다"


"오, 꽤나 특징적이네. 그럼, 기억하고 있는 한도 내에서 인상을 그려주겠어? 그것도 첨부해서 히데나가 님에게 맡기자"


시즈코는 종이와 유리펜, 먹물단지(墨壺)를 나이많은 쪽의 소녀에게 돌려주고 용모파기(人相書き)를 그리도록 했다.

그걸 기다리고 있는 동안 계속 궁리를 했다. 현 시점에서는 구멍이 몇 개 뚫려있는지 모르는 냄비에 대해 구멍 하나를 막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히데나가에게 의뢰하는 것으로 구멍의 총 숫자를 파악하여, 이것 외에는 새어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이것 외에도 유출되어버린 경우의 대책도 필요해질 것이다.

즉, 고급의 예술품으로서의 노선은 버리고, 오직 실용성만의 방향성으로 이익을 낳는 방법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 벌써 다 됐어? 빠르네"


"호오! 훌륭하군. 어딘가 음침한 소악당(小悪党)이라는 느낌인가"


시즈코의 옆에서 용모파기를 들여다보고 있던 아시미츠(足満)가 소녀를 칭찬했다. 현대에서도 범인을 찾을 때 몽타주(似顔絵)가 작성되듯이, 의외로 사실적인 사진보다도 특징을 강조한 몽타주 쪽이 대상을 발견하기 쉬운 경우가 있다.

시즈코는 아시미츠의 반응과, 소녀의 빠른 작화 및 높은 응용력을 보고 한 가지 계책을 떠올렸다. 시즈코는 소녀에게서 압수한 책의 한 페이지를 펼치며 소녀에게 물었다.


"이 책은 왼쪽으로 넘기고 문자는 가로쓰기라는, 평범하지 않은 양식으로 쓰여 있는데, 이건 일반 서적이 오른쪽으로 넘기고 세로쓰기인 것에 대해 반대로 해서 비밀이 잘 드러나지 않게 한 걸까?"


"네, 네에.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문자의 크기를 통일하여, 극력 사각지게 써서 세로로 읽으면 의미가 통하지 않게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네 친정은 뭘 하는 집안이지?"


"네…… 네에. 여기서 포목(呉服) 상점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 가족에게 연좌하여 죄를 묻는 것만은 용서해 주십시오……"


"어!? 아, 아냐아냐. 그게 아니라, 네 재능을 묻히게 하는 건 너무 아까워서, 이걸 직업으로 삼아보지 않겠어? 라고 생각해서"


"네…… 네에……"


"물론 이대로의 양식으론 지나치게 참신해서 사람들이 읽지 않을테니, 문자는 세로쓰기로 해서 두루마리 그림(絵巻物) 같은 형식으로 하고 싶은데, 할 수 있겠어?"


두루마리 그림(絵巻物)이란 일본의 회화 형식 중 하나로, 나라(奈良) 시대에 최초의 두루마리 그림이라고 하는 '회인과경(絵因果経)'이 만들어졌다.


가로로 긴 종이에 정경(情景)이나 이야기를 연속해서 묘사하고, 그림과 그 설명이 되는 설명문(詞書)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것도 있다.

두루마리 그림 형식이라면 소녀의 소설 형식과 비교적 가깝고, 공가(公家)들에게도 익숙해지기 쉽다.

그렇다, 시즈코는 의부(義父)인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가 발행하고 있는 '쿄 소식(京便り)'의 지면 일부에 4컷 만화처럼 게재하려고 획책한 것이다.

물론 지금 떠오른 것이며, 사전에 조율을 할 필요는 있지만, 최저한의 교양을 갖춘 공가의 읽을거리로서 새로운 오락의 제공은 그도 바라는 바이리라.


"이대로 계속 써도 되는 건가요?"


"필기구는 유리펜이 아니라 붓이 되겠고, 내용에 관해서도 온당한 것으로 해줘야 하지만, 기행문이라는 형식은 그대로 괜찮아. 물론 직업이니, 그에 걸맞는 급료를 지급할 것이고, 네 가족(ご実家)에게도 양해해주도록 부탁하러 갈거야"


"그, 그런! 황송합니다. 영주님이 원하시는데 거부할 수는 없고, 저도 하고 싶습니다"


"너는 쿄(京)의 공가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책에 대해 원고를 제공하게 될 거야. 그 때 본명이라면 문제가 생기니, 필명을 생각해 두겠어?"


"네, 네에!?"


뜬금없이 취직자리를 알선받고, 어어하는 사이에 이야기가 완결되어 갔다. 소녀들은 서로 몸을 기댄 채 격류처럼 몰려드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필사적이었다.


"이 유리펜, 하시바(羽柴) 님은 주상(上様)께 헌상하면 관록이 붙어서 잘 팔릴거라 예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마도 그 예측은 빗나갈 거라 생각해"


전국시대에서 귀인(貴人)이 스스로 글을 쓴다는 일은 드물다. 사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공적인 문서라면 우필(右筆)이라 불리는 대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붓을 잡는다.

게다가 도구로서는 획기적이지만, 미술품으로 볼 경우 붓의 형태를 하는 것이 족쇄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인상을 씻을 수 없다.

같은 유리 제품인, 키리코(切子)라고 불리는 유리 용기에 비하면 화려함에서 뒤떨어져버리는 것이다.


한편으로 실용품으로서의 유리펜은 유망하다. 한 자루로 그런대로 두께가 있는 서적을 한 권 써낼 수 있을 만한 내구성에 더해, 붓글씨보다 훨씬 가느다란 문자를 높은 밀도로 적을 수 있다.

실용품이라면, 손으로 쥐는 부분을 목제 등으로 만들고, 펜촉 부문만을 교체방식으로 하여 계속적인 수요를 기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쿄 소식'의 제판(ガリ切り)에는 철필(鉄筆)이라 불리는 금속제의 펜이 사용되고 있다. 제판 전의 원고를 유리펜으로 쓰게 하여 제판의 수고를 줄일 수도 있으리라.

개명적(開明的)이고 선견성(先見性)이 있는 사키히사라면, 유리펜의 유용성을 그냥 보아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뭐라 해도 사키히사가 주선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그를 끌어들이면 주요 고객(大口顧客)이 될 것은 틀림없다.


"뭐,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으니까, 고급품으로서의 유리펜이 팔리는 경우도 있을 지도 몰라. 기우(杞憂)로 끝나면 좋겠지만, 잘 풀리지 않았을 경우의 대비는 해둬서 나쁠 것은 없겠지?"


히데요시(秀吉)에게 비장의 한 수가 되는 유리펜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익이 나오는 것이다.

이미 유리펜이 세상에 나돌아버려 주상에게 헌상하지 못했다고 해도, 충분한 이익이 기대된다고 하면 다소의 하자(瑕疵, 결점)에는 눈을 감으리라.


"네 필명이 유명해지면, 문구를 붓에서 유리펜으로 바꿔서 지면과 작품을 통해 유리펜을 홍보할 수도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이면, 그만큼 원하는 사람 숫자도 많아지지. '쿄 소식'에 광고를 내고 있는 상인들에게도 신경쓰이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시즈코의 계책은 마케팅 분야에서 브랜딩이라고 불리는 수법이다.

저명한 작가가 애용하고 있는 물건이라고 매스미디어에서 선전하면, 고객들은 그 작가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라면 실패는 없을거라고 인지한다.

그리고 실제로 필기구로서의 유리펜은 우수하다. 그 신용이 더욱 그녀들의 지명도를 향상시켜, 추가적인 신용이 생겨난다는 호순환이 시작된다.

그녀들의 지명도가 올라가면, '쿄 소식'의 연재 이외에도 그녀들의 작품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가 본래 특기로 하는 작품도 받아들여지기 쉬워진다.

어느 시대의 세상이건 사람들의 흥미는 타인의 연애(色恋沙汰)나 추문(醜聞)에 집중되기 마련이므로.


"아야(彩) 짱, 그녀에게 방과 당분간의 활동비를 주겠어?"


"옛, 알겠습니다"


"이야기는 이상이야. 그리고 너는, 내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입을 다물어 주겠어?"


완전히 휘말려든 모양새가 된 소녀는, 시즈코의 말에 끄덕끄덕하고 고개를 세로젓는 수밖에 없었다.

시즈코는 소성(小姓)을 불러서 작성한 밀서(密書)를 건네고 히데나가(秀長)에게 파발마(早馬)를 통해 전하도록 지시했다.

히데나가의 조사 결과나 대처를 기다리지 않고, 시즈코는 두 대의 화살을 메겨서 상황을 진행시키기로 했다.

유리펜을 유출시킨 범인은 그냥 우발적(出来心)으로 저지른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결과로서 히데요시의 정책 뿐만이 아니라 한 명의 소녀의 운명을 뒤틀어버리는 데 이르렀다.

바라건대 그녀의 미래가 밝은 것이기를 바라는 시즈코였다.



"……그러고보니 아시미츠 아저씨가 손대고 있는 상품, 굉장한 반응(売れ行き)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는데요?"


"아, 닭꼬치(焼き鳥)말이구나. 모처럼 맥주를 만들었으니, 닭꼬치 정도는 있어도 벌은 안 받겠지?"


시즈코의 이야기에 아시미츠가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아시미츠와 미츠오(みつお)는 맥주 제조에 착수했으나, 사업규모가 커짐에 따라 추가적인 판매 확대를 위해 지원책을 마련했다.

여름의 더운 시기에 강물로 차게 식힌 맥주와 풋콩(枝豆)은 서민들의 혼을 빼놓았다. 하지만, 가을에 접어들며 시원해지게 되면 강렬히 자극적인 안주가 먹고싶어진다.

그래서 아시미츠와 미츠오의 술고래 두 사람이 고안한 킬러 컨텐츠가 닭꼬치였다. 이곳 오와리(尾張)에서는 양계(養鶏)가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채란(採卵)을 끝낸 늙은 닭의 고기는 대단히 싼 가격으로 입수할 수 있다.

그 고기를 설탕과 간장, 미림(味醂)과 술이라는 오와리의 명산품을 사용한 소스를 발라 구워낸 닭꼬치는, 주로 노동자들의 복음(福音)이 되었다.

하루의 일을 마친 노동자들에게, 간장이 타는 향기로운 냄새와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닭꼬치는 효과 직방이었다.


"도로 정비나 용수 정비의 인부(人足)들을 메인 타겟으로 좁힌 거네요. 확실히 그들은 일당을 받는 사람들이니 현금을 가지고 있고, 육체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니 배도 고프겠지요"


"땀을 흘린 후에 마시는 맥주는 각별하지. 거기에 싸고 맛있는 안주가 있다면 마시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경제 활성화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프라이다. 역사적 사실에서 제 2차 세계대전 후의 일본이 '열도 개조론(列島改造論)'이라는 일대 토목공사 프로젝트에 의해 부활(再生)한 것처럼, 도로로 대표되는 인프라는 사람, 물자, 돈이 모여 수요와 공급의 호순환을 발생시킨다.

토목용 중기(重機)가 실용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하나, 여전히 토목공사의 주역은 인간이나 가축이며, 그 규모에 맞춰 많은 인원이 필요해진다.

기계와 달리 그들은 연료를 소비하지 않는 대신 밥을 먹는다. 도구도 소모하고, 의류나 주거도 필요해진다.

즉, 노동자들은 시즈코에게 피고용자인 동시에 고객이 될 수도 있다. 그들에게 다소 많은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그만큼 오와리에서 마시고 먹게 하면 돈은 계속 돌게 된다.


아시미츠와 미츠오는 자신들이 술고래이기에,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닭꼬치의 라인업을 충실하게 갖추었다.

연골과 고기를 다져 민스(mince) 상태로 만들어서 꼬치에 감아 구운 '츠쿠네(つくね)', 닭의 꼬리 부근에 있는 대단히 지방이 오른 부위 '본지리(ぼんじり)', 그 자리에서 잡기에 제공할 수 있는 닭의 심장, 즉 '염통(ハツ)'에 모래주머니인 '닭똥집(砂肝)'.

그밖에도 간장(肝臓)인 '간꼬치(レバー串)'나, 뭐라해도 뺄 수 없는 것이 허벅지살과 대파를 교차로 꽂은 '네기마(ネギマ)'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그 충실한 상품의 배리에이션과, 뭔가 전문적인 듯한 상품 설명에 매료되어 매일같이 다니게 된다.

처음에는 한군데 뿐이었던 닭꼬치 포장마차였으나, 지금은 여러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어, 닭꼬치 거리가 생길 정도였다.


"탁주(濁酒)는 그렇다치고 청주(清酒)는 비싸니 말이지. 녀석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도록 맥주를 싸게 해서, 박리다매를 노렸는데 닭꼬치가 상상 이상으로 대박이 났군"


지금은 일이 끝난 노동자들이 맥주와 닭꼬치를 먹는 광경이, 가을의 풍물시(風物詩)로 인식될 지경이 되어 있었다.

맥주는 도자기로 만든 용기에 제공되고, 닭꼬치는 나무 그릇 위에 대나무 꼬챙이에 꽂혀서 나오기 떄문에 쓰레기가 적다는 것도 이점이다.


"덕분에 용수 정비가 잘 진행되고 있어요. 아직 지류수로(支流水路)를 넓혀야 하니, 사람들이 기분좋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는 것은 중요하네요"


이상적인 상승효과(相乗効果)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도로나 수로를 정비하는 것으로 고용이 발생한다. 고용이 발생하면, 그들이 마시고 먹기 위한 식량 수요가 늘어나, 현지의 농작물이나 축산물이 팔려서 백성들도 사정이 좋아진다.

위정자 측은 회수한 자금으로 추가적인 공사를 계획하여, 오와리 전토로 인프라가 뻗어나가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었다.

도로기 정비되면 사람과 물건이 움직이고, 수로가 정비되면 그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논밭이 개척된다. 오다 영토 내의 다른 영지에서 돈을 벌러 온 노동자들도 모여들고 있어, 경제 성장은 점점 뻗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돈이 모인다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어, 개척된 논밭은 순차적으로 측량(検地)을 실시하고 기록하게 되어 있으나, 이것을 속이려는 대관(代官)이 생겨났다.

본인은 약간의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걸 모른 척 하면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백성들에게 본보기가 서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카츠조(勝蔵). 세수(税収)를 속이고 있다는 소문의 대관을 조사하러 간 거 아니었냐?"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즈코와 아시미츠를 앞에 두고 할 일이 없던 나가요시(長可)에게 케이지(慶次)가 말을 걸었다.


"어, 내정(内偵)하고 있던 녀석이 확인해서 말야. 약간 '설득'을 하고 왔어"


나가요시와 케이지의 대화를 들은 시즈코가 물었다.


"아, 맞다 카츠조 군! 네 부대가 제출한 보고서에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떤 설득을 한 거야? 신식총(新式銃)은 이해하겠는데, 야포(野砲)와 그 포탄은 뭐에 썼어?"


시즈코에게 추궁당한 나가요시는, 노골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침묵했다. 그것만으로 어떤 설득을 했는지를 헤아릴 수 있었다.


"일단 주상께서 인정하셨으니 잔소리는 안하겠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밖에 못한다는 소릴 듣게 되니까 적당히 해"


"어, 음. 주상께서 일벌백계가 될 테니 요란하게 해치우고 오라는 명이 있었거든"


처음에는 대관 본인을 혼낼 생각이었으나, 세금을 속여서 사복(私腹)을 채운다는 것은 노부나가에게 대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천하 만민(天下万民)에게 알릴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나가요시는 무장한 부하들을 이끌고 대관의 저택으로 가서, 대관 및 그 가족과 고용인들을 구속하여 집 밖으로 끌어내더니, 그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빈 집이 된 저택을 대포로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문자 그대로 목숨 이외의 모든 것을 잃은 대관에 대한 처벌은, 노부나가의 뜻대로 기강(綱紀)을 세우는 결과가 되었다.


"참고로 묻겠는데, 시즈코라면 설득에 응하지 않는 패거리에게는 어떻게 대처할 거지?"


"나? 설득에 응하지 않는다면 시간을 들여봤자 소용없잖아? 그렇다면 그 사람에 넘어가는 돈을 압류해버리겠어. 부정하게 얻은 이익을 돌려주면 끝이라는 것이 아니니까, 확실히 죄값은 치르게 해야지"


"보급 차단(兵糧攻め)이냐……"


나가요시의 폭쇄(爆砕)와 비교하면 온당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시즈코의 수단은 경제활동의 틀에서 대관만을 쫓아내어,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킨다는 처참한 것이 된다.

영주에게 밉보였다는 낙인이 찍힌 사람(凶状持ち)과 거래하고 싶어하는 상인 따윈 있을 리 없기에, 자신과 그 가족이 살기 위해 필요해지는 양식(糧)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를 체현하는 시즈코의 대답에 나가요시는 메마른 웃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비트만과 바르티의 묘지가 된 신체산(神体山)은 오오카미 산(大神山)이라고 명명되어, 산꼭대기에 건립될 예정인 신사(社)가 산기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산 전체가 금족지(禁足地)가 되어 있기에, 프리패브(prefab) 건축처럼 부품 단위로 만든 후에 가조립하고, 최종적으로 분해하여 산꼭대기까지 운반하여 돌을 쌓은 후에 설치한다는 식이 되었다.

이름높은 궁전목수(宮大工)들이 끌(鑿)과 대패(鉋)를 휘둘러, 화려하지는 않지만 엄숙한 신사가 매일 조립되어갔다. 깡깡하는 망치(槌) 소리를 들으면서도 시즈코는 서류 작업에 쫓기고 있었다.


당초의 계획보다 대폭 규모가 축소되었다고는 하나, 아이치 용수(愛知用水)라는 국가 사업의 제 1단계의 성과를 노부나가에게 직접 보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간선수로(幹線水路)에 물이 공급된 것을 시작(皮切り)으로 새로운 논밭의 신청이 연이어 제출되어, 어느 정도의 생산량이 기대되는지를 어림(概算)으로밖에 구할 수 없다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지난 달 말까지의 신청을 바탕으로 예상 석고(石高)를 산출한 것이 보고서로서 시즈코에게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시즈코는 사무원들(事務方)과 협의하면서 보고서를 정리한 후, 서류를 첨부하여 아즈치(安土)로 가게 되었다.

아즈치에 도착한 시즈코는 별저(別邸)에서 한숨 돌린 후, 이틀 후로 예정된 노부나가와의 알현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시즈코가 바쁘게 곳곳에 안시하러 돌아다니는 동안에 이틀이 지나, 드디어 노부나가와의 알현 날짜가 되었다.

아즈치 성(安土城)에 등성(登城)하자, 노부나가의 측근인 호리(堀)에게 안내되어 알현실이 아니라 직접 다실(茶室)로 안내되었다.


"주상께서 심기가 좋으신 듯 하여――"


"서두(前口上)는 필요없다. 오랜만이라고 할 정도도 아닌가? 조금은 진정된 모양이구나. 갑작스럽지만 미노(美濃)와 오와리를 잇는 용수의 성과를 보고하라"


시즈코의 발언을 가로막은 노부나가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시즈코의 거리를 좁혔다. 시즈코도 다다미(畳) 위에 자료를 펼쳐놓고, 무릎이 닿을 거리에서 보고를 시작했다.


"지난 달 말까지의 신청을 정리한 결과는 이상입니다. 현재의 생산력은 곡창지대의 그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집니다만, 지선수로(支線水路)가 확충됨에 따라 늘어날 여지는 있으며, 개발특구(開発特区)로서 세율을 낮게 설정하고 있기에 이주자들도 늘어날 것이 기대됩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한 시간에 걸쳐 보고를 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인구가 적은 치타 반도(知多半島)이지만, 개발이 진행되면 많은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 기대된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불모(不毛)의 땅이라며 버림받았던 치타 반도가 곡창지대로 변한다면, 오와리는 지금 이상으로 크게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노부나가는 치타 반도를 단순한 곡창지대로 끝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충분한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을 만큼의 식량 생산력이 확보되는 대로, 치타 반도를 공업지대 및 중상정책(重商政策)의 거점으로 삼을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시즈코와 아시미츠가 일으킨 공업화의 파도는 노부나가의 힘을 비약적으로 강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제철(製鉄)에 방적(紡績), 기계공작(機械工作)에 토목건축(土木建築) 등 그 응용범위는 폭넓었고, 게다가 인력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치타 반도의 공업화 구상은 이세 만(伊勢湾)에 접하고 있기에 외양(外洋)으로 나가기 쉽다는 천연의 항만을 가진 입지와, 용수에 의해 공업에도 불가결해지는 대량의 물을 공급 가능하게 된다는 것으로 약진하게 된다.


"몇 년 뒤가 기대되는구나"


그렇게 중얼거린 노부나가의 뇌리에는 공장이 줄지어 서 있고, 조선소나 대형 도크를 갖춘 항만과 거기에 떠 있는 외양선(外洋船)의 모습이 보이고 있는 듯 했다.

꽤나 이야기가 과열되었기에 노부나가는 손수 차를 끓여서 시즈코에게 내밀고, 각자 한 모금씩 마신 후에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자, 너는 다가올 토우고쿠(東国) 정벌에서 호죠(北条)를 어찌 공격하겠느냐?"


입을 열자마자 노부나가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제정신을 의심할 만한 발언을 했다.

그 때까지 토우고쿠 정벌이라고 하면, 우선 타케다(武田)를 처리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아, 호죠 공격 같은 건 아직 먼 이야기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호죠를 공격하는 것을 확정사항인 듯 이야기했고, 또 시즈코도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게다가 노부나가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라는 것 자체가 드물다. 만약 이 자리에 호리나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가 동석하고 있었다면, 노부나가의 대역(影武者)을 의심할 정도의 사태였다.


"오다와라 성(小田原城)은 견고한 요새입니다. 단번에 함락시키는 것은 어렵기에, 지성(支城)을 하나씩 공략하여 발가벗기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오. 번거롭지만 견실하구나. 하지만, 아무리 지성을 함락시켜봐야 오다와라 성만으로도 상당히 농성에 견딜 수 있다만?"


"그것은 예상한 바입니다. 우리 군의 대포를 사용하면, 이미 농성이라는 전술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견고한 돌담을 쌓더라도 몇 발만 쏘면 돌무더기(瓦礫)로 변하니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대포를 전면에 내세워 공격하면, 호죠는 성을 버리고 바다로 도망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멀리 돌게 되더라도 지성을 없애서 도망칠 수 없는 상태로 몰아넣은 후에 단번에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렇군. 지금까지는 타케다나 우에스기(上杉)도, 오다와라 성에 틀어박힌 호죠를 함락시킨 경우는 없지"


"물론, 타케다나 우에스기가 공격했을 때는 전 당주인 호죠 우지야스(北条氏康)가 지휘하였기에, 현 당주인 우지마사(氏政)는 대응(采配)에 차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타케다조차도 격퇴시킨 실적이 있는 전법을 답습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오다와라 성은 광대한 대지면적(敷地面積)을 자랑하며, 내부에 성시(城下町)를 시작으로 내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식량을 공급하는 경작지까지 포함하고, 그 주위를 빈 해자(空堀)와 토루(土塁)로 격리하는 소가마에(総構え)라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서양이나 대륙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소위 말하는 성곽도시(城郭都市)인데, 일본에서는 주위를 바다라는 천연의 방벽에 의해 지켜지고 있어 이민족(異民族)의 습격을 받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던 것도 있어, 성곽도시 같은 막대한 코스트가 들어가는 중무장 도시는 발전하지 않았다.

즉, 이민족에 의한 습격은 영민, 영지를 포함한 지역 전체의 제압, 지배가 목적이므로 영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성벽이 불가결한데 비해, 같은 민족끼리의 싸움은 주로 정쟁(政争)에 의한 내전(内戦)이 된다. 이 때문에 표적은 필연적으로 정적(政敵)만으로 좁혀지고, 영민들은 정복자의 통치 아래 들어가게 되기는 하나 목숨까지는 뺏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카마쿠라(鎌倉)나 이시야마(石山) 혼간지(本願寺), 오다와라 성 등은 군웅할거하는 전란의 시대를 반영한 것인지, 주위에 방벽을 둘러친 성곽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로서 장기간의 농성에 견딜 수 있는 설계가 되어 있어, 원정(遠征)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는 타케다도 우에스기도 함락시키지 못했다.

이미 오다 측의 대포의 위력은 겪어봐서 알고 있을 호죠 군이지만, 평야 지대에서 사람을 향해 사용했기에 방벽이 의미를 상실할 정도의 위력이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농성이라는 전법은 원군이 올 곳이 있어 안팎에서 협공하거나, 또는 공격하는 쪽의 계전(継戦) 능력 한계를 기다려서 승리를 얻습니다. 우리 군도 예외가 아니라 토우고쿠 정벌에서는 원정이 되므로, 처음부터 야전을 버리고 농성할 가능성조차 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 군은 진군 경로상에 존재하는 지성을 빼앗아 물자 운반의 거점으로 삼고, 또 병행하여 해로(海路)로도 보급선을 확립합니다"


"제법 재미있구나. 정확한 포격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그것이 활약할 것 같군. 하지만, 이 정도라면 나도 이미 입안해 놓았다"


그렇게 말하며 노부나가는 품 속에서 전략의 초안(素案)을 꺼내 보여주었다. 세부적인 수치 등은 반영되어 있지 않지만, 호죠를 농성시켜서 함락시킨다는 큰 줄기는 일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욱 확실하게 농성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 지성을 함락시켰을 때 패잔병들을 일부러 오다와라 성 방면으로 놓아주도록 하지요. 적군에게 쫓기고 있는 영민을 저버린다는 전법을 호죠는 선택할 수 없을테니까요"


"영민을 지키기 위한 소가마에(総構え)이기에, 쫓기고 있는 영민이 있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가. 즉석에서 말한 것 치고는 잘했다. 우선은 합격이라고 할까"


대체 뭐에 합격한 건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시즈코였으나, 노부나가가 기분좋게 웃고 있는 것을 보는 한 그의 기대에는 부응할 수 있었던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무슨 변덕으로 이런 시험을 냈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런 의문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노부나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내심을 밝혔다.


"요즘, 우리들은 국소적인 패배는 있어도, 대국적으로는 항상 승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여 수비적이 되는 가신들이 많아서 말이지. 후다이(譜代), 신참(新参)을 가리지 않고 각자에게 내린 임무에 대해 시험을 내고 있느니라"


"주상의 모습을 보니, 합격을 받은 신하는 그렇게 많지는 않겠군요"


"훗. 너를 포함해도 다섯이 되지 않는다. 우리들은 항상 '지금'을 살며, 더욱 좋은 '내일'을 쟁취하기 위한 길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 사람은 과거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확실히 저는 최근 눈에 띄는 무공을 세우지 않았으니, 가문 내에서도 자질을 의심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군요"


"너는 무공이야 세우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영지를 부유하게 하고 있다. 그것이 나아가서는 내 영토의 모두를 부유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패거리들이 많느니라. 후계자를 얻자마자 은퇴(楽隠居)하려 하고 있는 거라고 험담하고 있는 놈들조차 있는 모양이다"


"은퇴를 허락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라는 바(本望)입니다만"


"아니 된다. 이전에도 말했을 것이다. 네가 내 곁을 떠나는 것은 그 목숨이 다할 때 뿐이라고"


노부나가도 시즈코가 진심으로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고 있다.

비트만과 바르티라는 고락을 함꼐 한 가족과의 이별로 약한 면을 보이긴 했으나, 그 때도 업무를 인계한 후에 휴가를 청했었다.

뭣보다 시즈코는 현재의 입장을 버릴 수 없다. 그녀의 본질이라고도 해야 할 업보이리라. 한 번 식구로 받아들이면, 그것들을 쉽게는 저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네가 없으면, 이 세상이 재미없느니라"


"그리 말씀해주시는 것은 영광입니다만, 주상께서도 반드시 신변에 유의해 주십시오. 천하인(天下人)의 자리는 눈앞에 있습니다만, 세상일(物事)이란 이루어지기 직전에야말로 '신변'에 함정이 있는 법입니다"


"흠. 설마 네가 나를 배신한다는 것이냐?"


"농담이시겠지요. 제게 왕의 재능은 없습니다. 애초에 천하에 대하여 패권을 외치기에는 소중한 것을 너무 많이 품고 있습니다"


"크크큭, 알고 있다. 배신을 꿈꾸는 놈은 의심받을 듯한 기색을 보이지 않지. 하지만 나는 보고 싶다. 네가 천하인이 된다면 어떠한 세상을 만들지를 말이다. 물론, 나 역시 너 이상으로 유쾌한 세상을 만들어보이겠지만 말이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천하인에 되기에 어울리는 인물은 주상을 제외하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있을 수 없지. 만약 내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스러진다면 너는 어찌 하겠느냐?"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듯 묻는 노부나가에 대해, 시즈코는 틈을 두지 않고 대답했다.


"우선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럼에도 힘이 미치지 못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배신자의 목을 영전에 올려 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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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