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텐쇼(天正) 3년 애도(哀惜)의 시간(刻)


149 1576년 10월 중순



시즈코는 자리한 면면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짐짓 목소리의 강약을 의식하며 말했다.


"토우고쿠(東国) 정벌 총대장, 오다 칸쿠로(織田勘九郎) 님"


"음!"


이름을 불린 노부타다(信忠)가 일어서서, 의연한 발걸음으로 대장 자리로 향했다. 그 태도에서는 한 번 패배를 겪은 것에 의해 기가 죽은 구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는 패기가 충만하여, 자신의 승리를 전혀 의심하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허세 같은 것이 아니라, 실력에 뒷받침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에야말로 꾸미는 것 없이 그 이름을 부르도록 해 보이겠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시즈코의 곁을 지날 떄, 노부타다는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중얼거렸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목소리에 기대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시즈코가 공식적인 자리 이외에서 노부타다를 '키묘(奇妙)'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것은 시즈코가 노부타다를 깔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노부타다 자신의 희망에 의한 것이었다.

당초에는 노부타다의 성인식(元服)을 계기로, 시즈코도 호칭을 '칸쿠로 님'이나 '도련님(若様)'으로 바꾸었다.

이에 대해 노부타다는 참괴(慙愧)하여 견딜 수 없다(자신의 행위를 부끄러워한다는 등의 의미)라는 표정을 떠올리며 시즈코에게 부탁했다.


"오다 가문의 차기 당주를 이을 만한 무공을 세우지 못한 내가, 오다 가문 융성(隆盛)의 공로자인 시즈코에게 그 이름으로 불릴 자격은 없다. 내가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무공을 세울 때까지 지금처럼 키묘라고 불러다오"


"성인식을 마친 당신을 아명(幼名)으로 부르는 것은 예에 어긋납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당신께서 얕보이시게 됩니다"


"그건 잘 알고 있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그 이외에서는 내가 아직 제 몫을 하지 못한다(半人前)는 교훈으로 삼고 싶다. 내가 생각해도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걸 타협해버리면 나는 평생 시즈코와 대등해질 수 없다"


"도저히 물러설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렇다면 주상(上様)을 설득해 주세요. 주상께서 허락하신다면 따르지요"


"좋아, 언질(言質)을 받은 거다? 이것에 대해서는 시즈코보다도 아버지를 설득하는 편이 쉽지!"


이런 응수 끝에, 노부타다는 노부나가에게 전술한 내용에 관한 허가를 요청했다.

노부나가는 노부타다의 올곧음과 융통성 없는 점에 자신이 젊었던 때를 떠올리며 낯간지러워지기도 했으나, 같은 남자로서 노부타다의 심정을 헤아리고 허가했다.

일부러 노부타다의 하자(瑕疵, 상처, 결점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으로 면종복배(面従腹背)하는 신하를 추려낼 수 있다는 속셈도 있었다.


"타키카와(滝川) 히코에몬(彦右衛門) 님. 계속하여 칸쿠로 님 휘하에서 토우고쿠 정벌 보좌를 맡깁니다"


"알겠습니다(承知)!"


"하시바(羽柴) 님. 계속하여 사이고쿠(西国) 하리마(播磨) 정벌의 총대장에 임명합니다"


"삼가 받들겠습니다!"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는 계속하여 노부타다의 휘하에 편입되어 토우고쿠 정벌의 핵심을 담당하게 된다. 이번의 토우고쿠 정벌에서는 총대장의 포진이 종래의 것과 동떨어진 배치가 되기 때문에, 타키카와가 맡는 역할은 크다.

또, 히데요시(秀吉)에 관해서는 하리마 정벌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으나, 계속하라는 명령을 들은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들떠 있을 수는 없었고, 여기서의 활약에 따라 진퇴가 좌우될 것을 이해하고 순순히 대답하게 되었다.


"아케치(明智) 코레토(惟任) 휴우가노카미(日向守) 님. 마찬가지로 사이고쿠의 견제로서 탄바(丹波) 정벌의 총대장에 임명합니다"


"명을 받듭니다"


히데요시에 이어 미츠히데(光秀)도 사이고쿠의 견제로서의 임무를 계속하게 되었다. 다만 미츠히데의 경우, 이미 탄바를 수중에 넣어가고 있었기에 불안은 없어서, 여기서 지휘자를 바꾸거나 하면 현장에 혼란이 발생하기에 중임(続投)된 것이었다.

히데요시와 마찬가지로 미츠히데도 하타노 씨(波多野氏)나 아카이 씨(赤井氏)에 의한 격렬한 저항을 받았으나, 미츠히데는 이것을 '받아넘기고' 뼈아픈 일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미츠히데와 히데요시의 대응에서 명암을 가른 원인은, 각자의 부대 운용에 있었다.

히데요시가 시즈코 군에서 파견된 신식총(新式銃) 부대나 저격부대(狙撃部隊)를 유격적으로 사용한 데 대해, 미츠히데는 정규군으로서 재편성했던 것이다.

이에 의해 미츠히데 군은 신식총의 긴 사정거리를 살려, 마주친 적군의 기세를 꺾거나, 열세의 군에 대해 원호사격을 하게 하는 등 효과적으로 운용해 보였다.

물론 신식총 부대는 눈부신 성과를 올리는 반면, 미츠히데 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보병부대는 활약의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그러나, 미츠히데는 이것을 논공행상의 기준을 바꾸는 것으로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직접 적의 수급(首級)을 취하는 것을 공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미츠히데의 지시를 지체없이 수행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평가가 바뀌는 것이다.

즉, 신식총 부대의 약점인 방어력을 보충하기 위해, 적의 횡격(横撃)을 막는 시간을 벌기만 해도 성과라고 인정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병사들에게 공이란 보수의 액수를 좌우하기 때문에 필사적이 되는 것이라, 안전하게 보수를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목숨을 걸고 칼싸움을 벌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어디까지나 종래의 평가기준을 고집한 히데요시와, 새로운 병기의 등장에 유연하게 대응한 평가제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미츠히데의 적응력 차이가 표면화(顕在化)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에도 엄숙하게 포진의 전달이 계속되었다.


"칸베 산시치로(神戸三七郎) 님. 사이카슈(雑賀衆)의 잔당 추격 및, 이시야마(石山) 혼간지(本願寺)에서 퇴거하는 사람들을 사이카노쇼(雑賀荘) 또는 짓카고우(十ヶ郷)까지 호송하는 역할을 맡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헌데, 상담역(相談役)께 약간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호명된 노부타카(信孝)는 수락한 후에 시즈코에게 질문의 허가를 요청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힐끔 보았으나,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시즈코에게 대답하도록 했다.


"상관없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네. 맡겨진 역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이카슈의 잔당을 추격하는 의도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미 무장세력으로서의 사이카슈는 죽은 상태입니다. 일부러 추격같은 걸 하지 않더라도 번거로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 자기 편에게 사냥당하겠지요. 그럼에도 굳이 토벌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현명하신 헤아림대로 사이카의 잔당 사냥은 표면적인 이유(建前)에 불과합니다. 진짜 노림수는 주상께 반기를 들려고 하는 패거리들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에 있습니다"


"……과연. 잘 알겠습니다"


잠시 눈을 껌뻑거리던 노부타카였으나, 명언(明言)을 회피하는 시즈코의 말과 오다 가문을 둘러싼 정세로부터 노부나가의 노림수를 깨달았다.

사이카의 잔당 사냥은 병력을 보낼 구실에 불과하고, 본심은 키슈(紀州) 평정에 있다는 것을 헤아린 것이다. 하지만, 시즈코가 일부러 명언을 회피하는 이상 감춰야 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침묵하는 쪽을 선택했다.


역사적 사실에서의 키슈 정벌이란, 텐쇼(天正) 5년(1577년)에 노부나가가 벌인 사이카 침공과, 텐쇼 13년의 히데요시에 의한 키이(紀伊) 침공을 가리킨다.

어째서 노부나가 뿐만이 아니라 명실공히 천하인(天下人)이 된 히데요시까지 키이를 공격했냐 하면, 키이에 사는 사람들에게 뿌리내린 사상(思想), 신조(信条)가 막부(幕府)에 의한 중앙집권을 노리는 그들의 사상과 정면으로 대립했기 때문이다.

키이에서는 잇키(一揆)나 종교 세력(寺社勢力)에 의한 백성들의 단결에 의해 무가(武家)에 반박(反駁)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순종하지 않는(服わぬ, 귀순하지 않는) 사상을 방치해두면, 또다시 주변국으로 전파되어 천하를 뒤흔드는 규모의 잇키가 되어 이빨을 드러낸다.

목표로 하는 이상이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물과 기름인 이상, 어느 쪽이 멸망할 때까지 대립이 그치는 일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노부타카에게 주어진 사명은, 키이의 백성들에게 "우리들은 너희들의 존재를 묵인할(見逃す) 생각은 없다", "따르지 않겠다면 무력으로 평정하겠다"라는 의미를 전하는 것에 있었다.

이것은 정규군에 의한 패잔병의 소탕이라는 편한 일거리가 아니다. 어떤 국면에서도 일체의 패배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임무인 것이다.


"니와(丹羽) 님. 칸베 님 휘하에서 사이카슈 토벌의 보좌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호명되지 않았던 후다이(譜代)의 신하들은 안색이 새파래져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방면군(方面軍)으로서 지방 안정(安堵)의 임무를 맡고 있는 몇 명을 제외하면, 무가가 마지막으로 활약할 장소(見せ場)에 달 자격이 없다고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호죠(北条) 정벌의 총대장, 시바타(柴田) 님"


"음!"


깨진 종 같은 거친 목소리로 대답하며 시바타가 일어섰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은 다들 그 큰 목소리에 눈썹을 찌푸렸으나, 불평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야생의 맹수가 이럴까 싶은 기염을 토하는 시바타의 기백에 눌렸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실질적인 토우고쿠의 지배자인 호죠 정벌의 총대장에 시바타가 임명된 이유를 알고 있었다.

토우고쿠 정벌이라고 떠들고는 있으나, 타케다(武田)가 예전의 기세를 잃은 이상, 그 최대 목표는 호죠 정벌로 안착된다.

즉, 토우고쿠 정벌 자체를 지휘하는 노부타다를 제외하면, 시바타가 가신들 중에 필두(筆頭)가 된 것을 나타내는 인사였다.

그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기세가 백배하여 당당한 걸음걸이로 총대장의 자리로 나아갔다.


"삿사(佐々) 님과 마에다(前田)님은 계속하여 시바타 님의 휘하에서 보좌를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한 박자 쉰 후에 시즈코가 말했다.


"토우고쿠 정벌을 확고한 것으로 하기 위해, 사쿠마(佐久間) 님과 하야시(林)님은 토호쿠(東北)의 견제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하야시 히데사다(林秀貞)가 전쟁터에서 활약은 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이미 40을 넘긴 노부나가보다도 20세나 더 연상으로, 노년에 이른 그가 전쟁터에 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하야시는 정치 활동에서 많은 공적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토호쿠에 도사리는 야심가들을 제어할 수 있다고 노부나가가 기대한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게다가 실제로 싸움(荒事)이 일어났을 때의 보험으로서, 무력을 담당하게 하기 위해 사쿠마를 보좌로 붙인 것이리라.


(어느 쪽이든 사쿠마 님은 좌천(左遷) 인사가 되는 걸까?)


본래 맡고 있던 영지인 오사카(大阪)에서 쫓겨나, '미치노쿠(みちのく, ※역주: 陸奥, 리쿠젠(陸前), 리쿠츄(陸中), 무츠(陸奥)의 세 지방((지금의 후쿠시마(福島),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아오모리(青森)의 네 현(縣))), 오우슈(奥州) 또는 대표격으로 무츠로 부르기도 하는 듯)'로 통하는 토호쿠로 보내지는 것이다.

혼간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징벌적인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본인에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리라.


(설령 토우고쿠 정벌 동안 훌륭하게 토호쿠를 견제해 냈다고 해도 주어지는 것은 토우고쿠에 인접하는 땅이 되겠지)


오다 가문 내부에서의 역학에 둔감했던 시즈코조차 여기까지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사쿠마는 자신이 처한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사쿠마의 안색은 납빛처럼 허얘져서, 마치 학질(瘧)에 걸린 듯 작게 떨고 있었다.

시즈코로서는 모르는 사이도 아닌 만큼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노부나가가 숙고한 끝에 결정한 것인만큼 뒤집을 수가 없다.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억지를 쓰면서까지 그를 구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주요 진용은 이상과 같습니다. 이 이후에는 각자의 총대장 휘하에 속할 분들을 호명하겠습니다. 또, 종래대로 후방지원 및 병참은 '저희 군'이 담당합니다. 각각의 군세마다 연락 담당자(窓口)를 배치하겠으니, 숙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다 칸쿠로 님의 휘하로서——"


주요 인사의 통보는 끝났으나, 이걸로 모두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누구를 대장으로 섬길 지를 전전긍긍하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시즈코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다시 적혀 있는 이름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무려 일 각(刻, 2시간) 이상에 걸친 작전회의를 마친 시즈코는, 기진맥진하여 아즈치(安土)의 별저(別邸)로 귀가했다.


"피곤해…… 목이 갈라질 것 같아"


이불(掛布団)이 치워진 매립식 코타츠(掘り炬燵)의 상판(天板)에 엎드린 시즈코는, 너무 삶은 떡(餅)이 스르륵 녹는 것처럼 탈진해 있었다.

오와리(尾張)의 본저(本宅)와 달리, 별저에는 온천이 없었기에 목욕하고 싶으면 물을 끓일 필요가 있지만, 귀가 시간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미리 지시를 내리지 못했다.

시즈코의 귀가를 맞이한 고용인(家人)들이 물을 끓여주고는 있으나, 쓸데없이 큰 별저의 욕탕을 뜨거운 물로 채우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작전회의는 끝났으니까, 주상의 허가를 받고 쿄(京)로 가서, 아버님(義父上)과 혼간지의 처리에 대해 의논. 그게 끝나면 오와리로 돌아갈 수 있지만 사카모토(坂本)와 이마하마(今浜)에 들러야 하는 게 골치아프네"


시즈코 군은 유격대적인 지위인 것과 병참을 담당하기 때문에, 다른 무장들보다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그렇기에, 군세를 이끌고 각지로 이동할 때에도 현지의 영주들이 최대한의 편의를 봐 주는 특권이 주어져 있다.

이 특권은 뒤가 구린 곳이 없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혜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군대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퍼먹는다.

대인원인 시즈코 군이 이동하면 그에 걸맞는 돈이 영지에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치수(治水)나 도로 정비(道普請) 등의 상담에도 응해준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돈이 필요한 히데요시가 다스리는 이마하마와, 시즈코의 지혜를 빌리고 싶다는 미츠히데가 다스리는 사카모토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는 것이다.


"으ー음…… 응?"


언제까지나 멍해있을 수는 없다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있을 때, 멀리서 쿵쾅쿵쾅하며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곧장 이쪽으로 향하고 있어,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기세좋게 맹장지가 열렸다.


"시즈코!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맹장지를 파괴할 듯한 기세로 열어젖인 것은, 시즈코가 예상했던 대로 나가요시(長可)였다.

그는 큰 걸음으로 시즈코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거칠게 흔들었다.


"천하를 좌우하는 중요한 결전(大一番)인데, 우리들은 후방 지원에 전념한다는 건 어떻게 된 거냐고!"


"지지지…… 진정해! 눈이 돌아서 말을 못 하겠어……"


시즈코의 머리가 크게 앞뒤로 덜컥덜컥 호를 그리며 흔들렸기에, 시즈코는 이미 토할 것 같은 느낌을 참는 데 필사적이 되어, 필연적으로 그녀의 말소리는 약해져 나가요시에게 들리지 않았다.

이거 성대하게 토할지도 모르겠네라며 어딘가 남의 일 같이 생각하기 시작한 그 때, 갑작스럽게 시즈코는 격한 왕복운동에서 해방되었다.

그대로 픽 주저앉듯 쓰러지는 시즈코의 몸을 부축해 일으켜주는 사람이 있었다. 시즈코를 부축하고 있는 것과 반대쪽의 손으로 창의 창날 부근을 잡은 채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은 사이조(才蔵)였다.


"이봐! 위험하잖아!"


"문답무용(問答無用)! 시즈코 님께 위해를 가하려 하다니 버르장머리 없는 놈(慮外者) 같으니! 거기서 꼼짝마라, 그 목을 날려주마"


사이조는 깨지는 물건을 다루듯 하며, 아직도 눈이 돌고 있는 시즈코를 자신의 몸으로 막아선 후, 판자 사이를 뚫어버린 창의 밑둥(石突)을 회수하면서 반대쪽의 창끝(穂先)을 나가요시에게 겨누었다.

제아무리 나가요시라도 맨손으로 사이조의 창을 상대할 수 있을 리도 없었기에,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인물인 시즈코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러나, 정작 시즈코는 마룻바닥 아래까지 관통한 큰 구멍을 보며 낙심하여, 새로 지은 별저인데라고 상황에 안 맞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후우…… 덕분에 살았어요 사이조 씨. 나는 괜찮고, 카츠조(勝蔵) 군도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여기서는 나를 봐서 창을 거둬 주겠어요?"


"시즈코 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이의는 없습니다"


방심하지 않고 살기를 뿜으면서 나가요시를 계속 노려보는 사이조에게 시즈코가 그렇게 중재를 하자, 사이조는 순순히 무기를 거두었다.

사이조는 품 속에서 가죽으로 된 창집(穂鞘)을 꺼내 창에 씌우더니 자신의 바로 옆에 기대어 세워놓았다.

눈 앞까지 다가왔던 죽음의 상징에서 해방된 나가요시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자리가 진정된 것을 가늠하여, 뼈가 있는 미소(含み笑い)를 지은 케이지와, 부엌에 나온 불쾌한 벌레를 보는 것 같은 차가운(氷点下) 시선을 던지는 아시미츠(足満), 어떤 태도를 취해야 좋을지 모르고 있는 타카토라(高虎), 연극용 가면(能面) 중 코오모테(小面, ※역주: 젊은 여성을 나타내는 가면)처럼 꾸며낸(張り付いた) 미소를 떠올리고 있는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가 실내로 들어왔다.


"이미 도착했었다면 카츠조 군을 말려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금후의 방침을 전달한다고 들어서 말이지. 전원 다 모인 후에 오려고 집합하고 있었는데, 카츠조가 앞서나간 모양이네"


"이봐, 보고 있었다면 말리라고! 나는 하마터면 꼬치가 될 뻔 했어!"


"흥. 케이지가 말리지 않았다면, 사이조가 아니라 내가 그 목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쓴웃음을 지으며 사정을 이야기하는 케이지에게 대든 나가요시였으나, 이것도 배려받은 것이라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자자, 장난(じゃれ合い)은 그만 쳐요. 다들 모였나요? 카츠조 군에 대한 설명도 포함해서, 모두에게는 여러가지 전달할 내용이 있어요"


시즈코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전원에게 말하자, 시즈코의 대각선 뒤쪽에서 좌우에 위치를 잡은 아시미츠와 사이조 이외에는 각자가 적당한 장소에 주저앉았다.

전원이 이야기를 들을 태세가 된 것을 확인한 시즈코는, 품 속에서 몇 장의 서류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사전에 설명하지 못해서 카츠조 군이 어설프게 넘겨짚을 것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직접 나한테 담판하러 올 줄은 몰랐어. 카츠조 군, 화내지 않을테니 솔직히 말해줄래? 이번의 후방지원에 대해 놀린 사람하고 싸운 거야?"


"윽…… 어. 두 번 다시 없을 중요한 결전에서 집을 지키는 데 만족하다니 한심하구나(不甲斐ない)라는 소릴 들었다고! 걸려온 싸움은 받을 수 밖에 없잖아!"


"으ー음, 역시 말이 부족했던 모양이네. 후방지원을 우리 군이 맡는다고는 했지만, '전군'으로 한다고는 안 했거든"


"어? 아! 그런 건가!"


시즈코의 말에 얼빠진 목소리를 낸 나가요시였으나, 즉시 이해가 갔는지 자신의 무릎을 쳤다.

처음부터 시즈코는 전군을 후방지원으로 돌린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자군을 몇 개로 나누어서 오다 가문 내의 각 군에 파견하거나, 병참을 유지하기 위한 별동대로 삼거나 하며 유기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즉, 시즈코가 직접 지휘하는 부대가 후방지원을 맡는다고 말했을 뿐, 나가요시처럼 전투에야말로 적성을 발휘하는 인재를 썩혀둘 필요는 없다.


"직정적(直情的)인 카츠조 군 같은 경우에는 어설프게 넘겨짚을거 같다고는 생각했는데, 작전회의 준비에 너무 바빠서 뒤로 미뤄버렸어"


"야!"


"지난 일은 그렇다치고, 카츠조 군도 눈치챈 것처럼 내가 지휘하는 본대는 후방지원에 전념합니다. 다만, 개인의 무용을 드러낼 수 있는 큰 전쟁은 이후 적어지겠죠. 그래서 모두를 말려들게 할 생각은 없어요"


작전회의 자리에서 처음에 노부나가가 말했듯, 오다 가문은 이로서 일본 전토의 적대 세력에 대해 전쟁을 시작한다.

시작으로 동쪽의 타케다와 호죠, 서쪽으로는 키이 세력과 모우리(毛利)와 충돌하는 양면작전(二正面作戦)이 된다. 그렇게 되면 나가요시같은 용맹한 무장을 놀려둘 여유는 없어진다.

그리고 서전(緒戦)을 제압해버리면, 동서의 거대 세력들을 병탄한 오다 가문에 대해 정면에서 대들 수 있는 세력은 바다 건너 큐슈(九州) 세력 정도만 남는다.

전화(戦火)가 거기까지 미칠 무렵에는, 개인의 무용이 전쟁의 향방을 좌우하는 전투는 자취를 감추고, 통제된 집단에 의한 숫자의 폭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시즈코는, 자신의 생애를 무(武)에 바친 무사(武士)들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실컷 숙원을 이루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가능한 한 모두의 희망에 맞출 생각이에요"


"그러네, 나는 재미있는 전쟁터에서 싸우고 싶어"


가장 먼저 케이지가 말했다. 실로 케이지답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승패가 쉬이 보이지 않는 재미있을 만한 전쟁터라면 어디든 좋은 것이다.

전쟁터에 서는 이상, 승패는 병가지상사이다. 지면 자신의 목숨을 잃지만,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그가 바라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우에스기(上杉) 가문으로의 원군이라는 형태로 집안 소동을 진정해 주겠어요? 이건 적지에서 상대의 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인 만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외부에서의 간섭이 있다면 우에스기 가문이라고 해도 만에 하나의 사태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거 아주 좋군. 집안 소동에 외부인이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니 성가셔하기도 하겠지. 바로 그러니까 재미있어!"


"뭐, 에치고(越後)에 가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긴 하지만요"


"조건?"


"그것에 대해선 오와리에 돌아가서 이야기할게요. 아무리 케이지 씨라도 상상할 수 없는 유쾌한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해요"


드물게 도발적인 시즈코의 말에, 케이지는 히죽 웃음을 떠올렸다. 다음으로 시즈코는 나가요시에게 시선을 향했다.


"카츠조 군은 어쩌고 싶어?"


"나는 타케다야! 저번의 설욕을 해야 해. 이번에야말로 타케다를 날려버려주겠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주상께서도 '타케다를 철저히 쳐부숴라'고 하셨으니, 돌파력에 정평이 있는 네가 적임이려나?"


시즈코가 노부나가에서 맡은 임무는 후방지원이지만, 그 이외에도 몇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그 중 하나가 타케다에 대한 섬멸전(殲滅戦)이다.

쇠락했다고는 하나 타케다는 여전히 일본의 무력을 상징하고 있다. 즉, 타케다가 존재하고 있는 한, 그 무명(武名) 아래 모여드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서, 언제까지고 오다 가문이 무사들의 두령을 자처할 수 없다.

바로 그렇기에 타케다의 무력을 정면에서 깨부술 필요가 있었다. 의문을 남길 여지가 없는, 압도적인 승리가 요구되는 것이다.

철저하게 하는 것이라면 나쁜 의미에서 눈에 띄는 나가요시는 적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나가요시 군이 활약한다면, '무적의 타케다 군'이라는 환상을 꺠부수는 것도 가능하리라.

다만,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슨 불안이 있다는 거야! 틀어박혀 있는 타케다 따위, 내가 잡아 끌어내서 끝장내주겠어"


"너랑 네가 지휘하는 군은 군법(軍規) 위반이 많다는 불만이 나한테 들어와 있다고. 주상께서 직접 처벌하지 않으시겠다고 하고 계시니 다들 말이 없는 거지만, 좋게 생각되고 있는 건 아니거든?"


"하지만, 눈 앞에 승기(勝機)가 굴러다니고 있는데 다른 녀석들과 보조(足並み)가 맞춰지길 기다리다간 늦어버려!"


"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말야"


시즈코도 승리를 눈 앞에 두고, 한식구끼리 공을 다투어서 기회를 놓쳐버리는 건 바보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무사라는 인종이 무(武)를 상품으로 팔고 있는 이상, 누가 공을 세우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단은 승리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으니, 나가요시가 앞뒤 안 가리고 승리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군법 위반을 범하면서도 계속 결과를 내고 있는 나가요시를 노부나가가 인정하고 있었다. 군법 위반을 저지른 만큼 공이 상쇄되고 있기에 제장(諸将)들도 그 이상 강하게는 말하지 못한다.


"나와 함께 행동하고 있을 때에는, 문제가 될 정도의 군법위반은 저지르지 말아줘?"


시즈코는 나가요시가 군법위반을 저지르는 현장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보고라는 형태로 불평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 때마다 사실 확인을 하고 있으니 많든 적든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모든 불평이 진실이라는 것도 아니었다.

명령 전달의 서어(齟齬, 어긋남)에 의한 오해나, 나가요시를 모함하려는 허위 보고도 있었다.


"그야…… 뭐"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라고 나가요시는 마음 속에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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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