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7 1567년 2월 하순



2월에 들어선 후부터는 눈이 돌 정도로 바빴다.

간신히 건조한 목재를 사용하여 숯을 굽고, 또 그 기술을 니사쿠들에게 전수했다.

모리 요시나리로부터 간소한 크로스보우를 30개 생산해 달라고 부탁받아, 기구를 간략화한 되감기 방식의 크로스보우를 30개 생산했다.

노부나가로부터의 보수인 인부 200명에 노부나가로부터의 계획서가 딸려왔다.

그리고 그 계획서를 가져온 니와 나가히데로부터 사과를 받고, 또 자기도 모르게 맞사과하여 사과배틀을 벌였다.

그런 식으로, 본래는 아직 느긋하게 지낼 수 있었을 2월은, 노름판처럼 분주해졌다.


그리고, 니와 나가히데와 대화한 시즈코는, 그에 대해 '오다 가문의 가신들은 성격이 만만찮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평가되는데, 이야기해보면 의외로 견실한 사람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노부나가로부터 받은 계획서는, 군수 생산거점의 확대 계획이었다.

당시의 백성은 기본적으로 세금이 되는 쌀이나 콩을 영주나 사원, 막부에 바치는 대신, 그들의 군사력에 의한 비호를 받고 있었다.

노부나가도 지금까지는 다른 영주들과 마찬가지로 오와리(尾張)의 백성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는 대신 그들을 비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즈코에게 마을의 운영을 2년 맡겨보고, 그는 어떤 구상을 떠올렸다.

그것은 지금까지처럼 백성에게 맡겨 작물을 생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전부 오다 가문에서 관리, 운영하는 구상이다.


그 구상을 시험하기 위한 시금석으로서 시즈코의 마을을 대개조할 필요가 생겼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생산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서인지, 병행하여 마을에 방위 시설이 건축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을의 방위시설의 설계는 시즈코가 아니라, 오와리 아츠타(熱田)의 궁목수(宮大工)인 오카베 마타에몬(岡部又右衛門)이 담당하게 되었다.

이 계획의 영향을 받아 마을의 규모를 확대하게 되었다.

겨우 백 명 조금 넘는 마을에, 평시에는 백성이지만 싸움이 벌어지면 병사가 되는 반농반병(半農半兵)의 사람들이 160명. 그리고 호위를 위한 전업의 위사부대(衛士部隊)가 3백 명 가까이 주둔하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그들 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그들의 가족인 처자식이나 조부모 등도 세트로 따라온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마을에 있는 땅으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시즈코의 걱정 따위 예상했던 노부나가는, 니와에게 어떤 명령을 내렸다.

땅이 없으면 만들어라, 였다.

주위에 다른 농촌이 없는 것에 착안한 노부나가는, 이후에 시즈코의 마을이 발전하여 인구가 증가하기 전에, 미리 자신의 수하들로 장소를 점거하려고 생각했다.

이에 의해 간자가 끼어들 여지를 줄이고, 게다가 시즈코의 마을에 간자가 들어와도 도망치기 전에 출입구를 봉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애초에 노부나가는 생산거점을 한군데에 몰아넣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리스크 분사를 위해, 시즈코의 마을을 기점으로 3~4개의 마을로 분산시킬 생각이다.

그리고 모든 마을을 직영의 군수생산지로서 관리, 운영한다.

그런 관계로 세금을 내는 것은 각 마을마다가 아니라, 모든 마을을 하나의 시설로 간주한 상태에서 그에 걸맞는 세금이 부과되었다.


노부나가가 제시한 최저 라인은, 쌀 500가마니(가마니 하나에 30kg, 합계 약 15톤), 콩 800관(약 3톤), 흑설탕 8관(약 30kg)였다.

그리고 최저 라인을 바치면 되는 거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얼마를 생산하던 5할이 노부나가, 나머지가 시즈코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라는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다른 생산물도 물건에 따라서는 5할을 바칠 필요가 있다. 다만 고구마나 호박 등의 야채류와 계란은 비과세가 되었다.


노부나가가 제시한 최저 라인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시즈코는 당초 예정했던 300ha의 농지 확대 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그녀는 할당하는 경작지를 인구 1인당 2ha로 하고, 1ha를 쌀, 남은 1ha를 콩에 할당했다. 다만 콩은 컴패니언 플랜츠(companion plants)로 키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콩의 재배 면적은 1인당 50a가 된다.

사탕수수 밭은 각 마을에 5ha로 하고, 야채나 계란, 잡곡 등은 각 마을의 자율에 맡겼다.


이에 의해 쌀과 콩의 최대 총면적은 390ha가 된다. 물론, 가동률 10할로 작물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싸움에 의한 징병이나 백성들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면, 대략 8할 정도의 가동률이 되리라.


게다가 주요 작물인 쌀과 콩의 경작지를 각 마을마다 거주 지구에 병설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만에 하나 작물에 병충해가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디메리트로서 생산거점이 여기저기 흩어지게 되어, 각각 방위시설이 필요해진다.


이만한 규모가 되면 현재의 노동인구로 운영할 수 있는가 하는 리스크가 있지만, 그만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리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우선 쌀의 수확량에 관하여 말하자면, 모든 마을에 있는 논의 총면적을 260ha, 1ha당 흉작이나 병충해 등도 고려하여 평균 30가마니의 현미를 수확할 수 있다고 가정하여 가동률을 8할로 계산할 경우, 총 생산량은 6240가마니라는 파격적인 생산량이 된다.

노부나가에게 절반인 3120가마니를 바쳐도, 나머지 3120가마니가 남는다. 약 3000가마니를 마을 사람 약 300가구에 분배할 경우, 한 가족당 10가마니 분배 가능하며, 남는 숫자는 비축미로서 유사시에 대비한다.


"에―, 이번의 최저 목표는 500가마니에요.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어요. 작년과 똑같이 하면 간단히 달성할 수 있어요. 다만 다른 마을은 개간이 많기 때문에, 이 마을은 특별히 1인당 10가마니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촌장님. 뭐 작년보다 좀 마음은 편… 할까요?"


"그, 우리는 특별히 10가마니잖아. 그러면 보통이라면…… 그"


"백성 1인당 3가마니 정도야. 뭐 새로운 마을 쪽은, 이쪽과는 달리 싸움터에 갈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네"


금년은 어느 정도 릴랙스할 수 있는 것을 이해했는지, 마을 사람들의 표정에 그늘은 없었다.

다만, 마을이 비정상적인 스피드로 발전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노부나가로부터의 기대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압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애초에 니와 나가히데는, 백성들의 농사일에 영향이 없도록 배려하면서도, 재빠르게 마을을 담장으로 둘러싸고 병사 대기소와 마을의 입구에 성문으로 착각할 정도의 훌륭한 문을 건축했다.

게다가 365일 24시간 마을 주위에는, 오다 노부나가의 병사들이 경호한다는 파격적인 대우가 세트로 따라온다.


논밭의 확장, 그리고 마을의 주위의 방위 시설 외에, 시즈코의 집에서 상당히 가까운 곳, 이랄까 거의 이웃집 위치에 한 채 집이 세워졌다.

소유주는 오다 노부나가, 즉 노부나가의 별장이라는 것이다. 꼼꼼하게도 온천으로 통하는 건물에 직결되는 통로까지 만들어졌다.

이것저것 지적하고 싶은 게 가득했지만, 이제와서 뭘 말해도 늦었다고 이해한 시즈코는, 작게 어깨를 늘어뜨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신경쓰지 않으면 시간은 빨리 간다(待たぬ月日は経ち易い)는 속담처럼 순식간에 2월이 끝나고, 봄의 숨결을 느끼기 시작하는 3월 상순.

마을 주위의 방위시설이 반 정도 완성되고, 다른 마을도 거의 완성 직전. 그리고 대규모 농지가 8할 정도 완성되었을 무렵, 시즈코에게 놀라운 정보가 들어왔다.




그것은 키묘마루가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로, 시즈코의 집에 온 날의 저녁 때의 일이었다.


"우엑!? 서 미노(美濃)랑 동 미노(美濃)가 떨어졌어!?"


"야!!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아, 미안……"


키묘마루에게 큰 목소리로 지적당한 시즈코는 서둘러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주위를 둘러보고 수상해 보이는 인물이 없는지 확인하던 키묘마루였지만, 그러한 기척이 느껴지지 못하는 걸 안 순간,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내지 마. 간자가 들으면 큰일이라고"


"(비트만들의 귀와 코를 돌파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응, 미안해"


비트만들은 사냥감을 사냥하는 영역과,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영역 두 종류를 영역으로서 설정하고 있었다.

사냥터는 마을을 중심으로 산 등 광대하지만, 반대로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장소는 시즈코의 집이다.

그렇기에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와도, 금방 영역을 침범당한 것을 눈치챘다.

키묘마루도 처음에는 그렇게 되었지만, 아무래도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잊고 있는 건지 어느 쪽이려나.

아무튼 시즈코의 집 안에 한해서 말하자면, '타인'이 들어올 여지는 거의 없다.


"남은 건 중앙의 미노(美濃) 뿐인데, 이게 골치아프네"


"그러네…… 이나바(稲葉) 산성에서는 상대의 행동이 다 보이니까―"


예전에 기후(岐阜) 성(이나바 산성)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시즈코는 그렇게 맞장구쳤다.

정비된 현대에서조차 바위밭의 급경사라고 생각할 정도로,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힘든 장소이다.

하지만 공기가 맑기 때문에, 산꼭대기로부터는 미노 평야가 다 보인다.

이래서는 노부나가의 행군 따위 금방 발견되어, 도착할 무렵에는 확실히 방위체재에 들어가 있으리라.


"……뭐 그렇지. 역시 여기는 시간을 들여서 공략할 수밖에 없겠지"


"뭐, 내가 이러니저러니 해서 함락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보다 나는 소금이 있었으면 좋겠네―"


차를 마시며 시즈코는 그런 말을 했다.


소금은 기본적인 조미료로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 원소인 나트륨 공급원, 염소(塩素)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존재이다.

짠맛이 옅은 요리를 맛없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소금을 원하는 증거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 속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어, 예전에 이온 교환막 법이라는 제법이 확립되기 전까지 귀중품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샐러리맨' (샐러리란 생활에 필수적인 소금을 사기 위한 봉급을 받고 일한다는 의미가 있다), '적에게 소금을 보낸다(敵に塩を送る, ※역주: (적의 약점을 틈타지 않고) 곤경에 빠진 적을 도와준다)', '몸소 돌보아 기른다(手塩にかける)' 등의 말에 그 잔향이 남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섭취하면 고혈압의 원인이 되며, 위암의 발생으로 이어져버리기도 한다.

특히 일본인은 염분을 과잉 섭취하는 경향이 있어, 고혈압이 유발하는 뇌졸중(脳卒中)은 현대 일본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호오, 소금이라"


"하지만 뭐 아무래도 너무 욕심부리는 건 좋지 않지.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소금은 꽤나 이권이 얽혀 있을 테니까"


시즈코의 말대로, 소금에는 옛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권이 얽혀 있었다.

예를 들면 18세기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 아사노 타쿠미노카미(浅野内匠頭)의 유신(遺臣), 오오우치 쿠라노스케(大内内蔵助) 등이 키라 코우즈케노스케(吉良上野介)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츄우신구라(忠臣蔵)'.

무사의 충성심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애초에 아사노 타쿠미노카미와 키라 코우즈케노스케는 어째서 다툼을 벌였는가.

그 원인에 소금의 존재가 있었다고 한다.

아사노 타쿠미노카미의 영지인 아코우(赤穂, 현재의 효고(兵庫) 현 아코우(赤穂) 시)와, 키라 코우즈케노스케의 영지인 키라(현재의 아이치(愛知) 현 키라쵸(吉良町))는, 둘 다 소금의 명산지로서 알려져 있었다.

그 이권이나 제법을 둘러싸고 두 가문 모두 오랜 세월에 걸쳐 반목해 온 사이였다. 키라 코우즈케노스케가 아사노 타쿠미노카미를 면전에서 욕한 것도, 아사노 타쿠미노카미가 키라 코우즈케노스케에게 칼을 들고 덤벼든 것도, 그러한 오랜 세월에 걸친 다툼이 배경에 있었던 게 아닌가라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소금은 보존식을 만드는 데 빠질 수 없으니까. 으―음. 그렇다고는 해도 생산량이 올라가면 유통량도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다른 이권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으려나"


현대라면 몰라도, 전국시대의 이권단체는 이권을 침해당하는 것이 먹고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에 직결된다.

그렇기에 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혼간지(本願寺)가 이권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여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발하여 전국의 잇코잇키(一向一揆)를 동원하여 10년 동안이나 철저하게 항전한 이시야마(石山) 전쟁은 이권투쟁으로서 유명하다.


"그거라면…… 영주님께 말씀드리면 되잖아. 뭐냐 그…… 이권단체인가 하는 게 무섭다면, 오다 가문의 사업으로 하면 되는 거고"


"그거 '영지를 빌려주세요'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시즈코는 오다 가문의 군수생산지를 맡은 몸이잖아?

소금을 생산하겠다고 말하면, 영주님께서는 기쁘게 영지를 빌려줄 거라 생각하는데?"


"으―음, 그럴까. 뭐 기회가 있으면. 지금도 자주 편의를 받고 있으니, 이 이상 뭔가 요구하는 것도 안 좋지 않을까"


거기까지 본격적으로 소금 생산에 나설 생각이 없었기에, 시즈코는 키묘마루에게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현재 5개의 마을을 총괄하는 입장이 되었기에, 지금까지 없었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쪽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기에, 소금의 양산에 대해서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선 순위가 낮았다.


(어쩌지…… 연락망)


시즈코는 그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도출해 낼 수 없었다.




시즈코의 마을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도는 위성(衛星)처럼 네 개의 마을이 생겼다.

각각이 독립된 마을이지만, 농업기술은 시즈코의 마을을 베이스로 수행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하나의 마을에서는 직면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큰 것은 의사전달의 수단이다. 이것을 연락망이라 부른다.

쌀이나 콩의 재배를 연대하여 하려면, 긴밀한 정보 교환이 필수적이다.

병사들도 연대를 할 필요가 있기에, 그들로부터 파발을 몇 명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연락이 전해지는 속도이다.


병사들은 병사 대기소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 전달하면 다소의 타임랙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보는 전달된다.

하지만 시즈코의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정보를 전달할 경우, 확실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해가 있는 채로 기술이 전해져, 최악읠 경우 수확이 극단적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세금을 바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단번에 다섯 마을에 기아(飢餓)가 덮쳐오게 된다.


사람을 파견해서 기술지도를 해야 할지, 라는 계획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자신의 마을의 농작업이 소홀해진다.

애초에 증산을 해야 하는데, 기술지도만을 위해 몇 개의 논밭을 희생하는 건 본말전도(本末転倒)이다.

다섯 개의 마을이 동시에 기술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으―음"


팔짱을 끼고 생각했지만 명확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타임 리밋은 얼마 안 남았다. 그리고 이미 나쁜 전달 효율에 의한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옆마을에는 전달되었을 정보가, 그 옆마을에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적이 있다. 그것은 전달을 부탁받은 마을 사람이 잊고 있었던 게 원인이었다.

어느 날 회의를 하기 위해, 각 촌장들에게 지정한 날짜에 집합하라는 연락을 했을텐데, 실제로 모인 것은 절반이었다.

오지 않은 이유를 들어보니, 모이는 날이 며칠 틀리게 전달된 게 원인이었다.

그 외에도 많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연락 부족이나, 연락을 오해한 것이 원인이었다.


지금은 복구가 가능하지만, 볍씨의 준비나 육묘(育苗)의 밑준비가 끝나면, 나쁜 전달 효율이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전화라던가 메일이라던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없는 걸 조르듯이 시즈코는 불평했다.


"아― 안 돼 안 돼. 이렇게 되면 발상의 전환이야…… 우선 어째서 전화가 필요해졌는지부터 생각해보자"


시즈코는 뭔가 힌트가 없나 생각해보려고, 우선 전화가 태어난 이유를 생각했다.

전화는 단적으로 말하면 전화회선을 통해 멀리 있는 상대에게 음성을 전달하여,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한 수단이다.

원격지에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고, 또 마찬가지로 시간을 나눠가면서 발신하고 수신한다.

그리고 기술적인 문제를 의식하는 일 없이, 남녀노소가 같은 방법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화가 사회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쇼와(昭和) 후기에는, 기업이나 상점에 연락하는 방법으로서 필요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직접 전한다. 이건 일단 무리네. 전기 따위 없고. 그러고보니 전화는 어떻게 상대를 판별했더라……? 아아, 전화번호네…… 번호?)


그 때, 시즈코는 뭔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생각했다.

전화가 태어난 이유를. 애초에 전화는 어떤 것인가를.


(뭔―가 걸리네. 전화…… 전화…… 휴대전화…… 고정 전화…… 정보를 전하기 위한 도구. 그리고 상대를 판별하는…… 어!?)


빛났다, 라고 말하듯이 그녀는 바닥을 양 손으로 힘껏 후려쳤다.

그 솔에 깜짝 놀라 가까이서 누워 있던 비트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맞아, 이 방법이 있었어! 아야 짱―! 아야 짱――――――!!"


"……그렇게 큰 소리를 내지 않으셔도 잘 들립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신가요, 시즈코 님"


복도에서 얼굴만 내민 아야는, 흥분이 멈추지 않는 시즈코에게 대답했다.

평소에는 이걸로 진정하지만, 이번에는 묘안이 떠오른 듯 전혀 효과가 없었다.


"먹과 종이를 준비해 줘! 영주님께 편지를 한 통 쓸 거니까! 그리고 그걸 부탁해!?"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진정해 주세요"


"아니아니, 이래뵈도 진정한 거거든!?"


(…………어디가?)


지적하는 것도 바보스러워졌는지, 아야는 어이없는 표정인 채로 먹과 종이를 가지러 갔다.

그것들을 손에 들고 돌아오자,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비트만을 쓰다듬고 있는 시즈코가 보였다.

어째서 그걸로 진정되는 건지 아야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즐거워 보였고, 비트만은 황홀해하고 있었고, 다른 늑대들은 "나도 나도"라고 말하는 듯 시즈코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기에, 아야는 그들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고형의 먹을 벼루 위에 갈면서, 아야는 시즈코를 보지 않고 물었다.


"그런데 시즈코 님, 영주님께 편지를 한 통, 이라고 하셨는데, 뭘 쓰실 생각이신가요?"


"아무래도 수백명을 머리로 기억하는 건 무리니까―. 조금 마을의 관리 방법을 바꾸는 거야"


"어떤 방법인가요?"


그 질문에, 기다렸다고 말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호적(戸籍)을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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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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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6 1567년 1월 하순



정초의 3일이 끝나면 딱히 이벤트도 없고, 겨울 야채나 유채기름용의 재배를 계속할 뿐이었다.

간신히 양파의 생산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여, 식용으로서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묘(種苗)와 경작지가 부족하여, 본격적인 증산은 바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즈코는 자신이 생산 관리하는 것들을 열거해 보았다.

야채는 옥수수, 부추, 호박, 가지, 토마토, 무, 파, 양배추, 토란, 소송채, 킨토키 당근, 순무 등 12종류.

군수물자로서 쌀, 콩, 표고버섯, 벌꿀, 사탕수수. 비상식으로서 고구마. 게다가 독자의 양계장에서 닭고기와 계란. 기름이 되는 유채꽃(菜種)과 피로 회복에 가장 잘 듣는 식품인 양파.

규모는 작지만 양잠에 의한 견사(絹糸) 생산과, 뽕나무 잎을 사용한 뽕나무 찻잎, 그리고 뽕나무 열매.

인구가 겨우 100명 정도의 마을이 생산하는 규모를 생각하면, 당시로서는 규격외적인 양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아니, 잘 생각해보니 꽤나 종류가 많았네"


자신의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을 목록으로 정리한 시즈코는, 어딘가 감회가 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을 하나의 공동 농장으로 본다면, 현대 사회에서도 한 거점에서 이만큼의 품목을 생산하는 것은 드물지만, 그녀는 자신의 노력의 결과가 나온 것을 단순히 기뻐하고 있었다.


"이게 꽤나인가……? 내 눈에는 명백히 비정상적으로 생각되는데"


이로리의 재 속에 묻어두었던 군고구마를 파내며 소년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차마루(茶丸) 군? 나로서는 좀 더 생산량을 늘리고 싶은데. 특히 견사 쪽을 늘리고 싶을까"


차마루라고 불린 소년이었지만, 물론 이것은 가명이고 본래의 이름은 키묘마루(奇妙丸)이다.

부친인 노부나가의 지시대로, 그는 입장이나 신분을 숨기고 시즈코에게 접근하여, 지금은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관계를 쌓고 있었다.

이것에는 아야도 한몫하고 있었지만, 그녀도 소년이 노부나가의 아들인 키묘마루라는 것은 모른다.

시즈코에게 알려진 것은 노부나가의 혈연자라는 사실과, 노부나가의 형제의 아들이라는 거짓말 뿐이다.

아무래도 노부나가의 친족을 막 대할 수는 없어서,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그를 대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그녀는 키묘마루를 받아들여, 지금은 경계심 제로로 집에 들일 정도로 그를 신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케 이만큼 손댈 수 있군. 이만큼 있으면…… 영주님은 꽤나 기뻐하시겠지.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고"


그렇게 말하며 화제를 돌리더니, 그는 조금 진지한 표정이 되어 이렇게 말을 꺼냈다.


"가정의 이야기지만…… 만약 시즈코가 천하를 얻는다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얻을 거지?"


"뜬금없이 무슨 얘기야? 어린애에게 그런 얘기는 아직 이르지 않아?"


"천하를 꿈꾸지 않는 사나이 따위 이 세상에 없어. 아직 성인식은 치르지 않았지만, 전장에 나가게 되면 적을 베어 쓰러뜨리고, 계속 싸워나가면 언젠가는 천하가 손에 들어온다. 최근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서 말을 끊더니, 자세를 바로한 키묘마루는 시즈코를 똑바로 보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서 손자병법의 내용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생각해. 과연 계속 싸우기만 하면 천하는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라고. 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너라면 어떤 방법으로 천하를 얻을지 묻고 싶어"


"으―음…… (전국시대를 모티브로 한 전쟁사 게임의 공략법 같은 걸 말하면 되려나……)"


팔짱을 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병법서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고, 천하를 얻는 것 따위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금방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키묘마루의 열의를 접한 그녀는, 뭔가 조언할 수 있는 게 없나 생각했다.

약간 고민했지만, 그녀는 문득 예전에 플레이했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내용을 떠올렸다.


"……손해나 문제를 무시하고 대충 말하자면, 나라면 먼저 키나이(畿内, ※역주: 교토에 가까운 다섯 지방, 야마시로(山城, 현재의 교토(京都) 부(府) 남부 지방), 야마토(大和, 현재의 나라(奈良)현), 카와치(河内, 현재의 오사카(大阪)부 동부 지방), 이즈미(和泉, 현재의 오사카부 남부지방), 셋츠(摂津, 현재의 오사카부 북서부와 효고(兵庫)현 남동부 지방)의 총칭)…… 즉 쿄(京, ※역주: 수도권 비슷한 의미)를 제압하려나. 그것과 동시에 뒤로는 지방의 농촌에 대해 평생 썩히는 작전을 쓸지도?"


"어째서 의문형이지? 그건 그렇고, 과연 쿄를 먼저 제압하는 건가…… 해서, 그 이유는"


"우선 쿄에 있는 천황의 권위를 되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분명히 수십년 전에 즉위한 103대 고츠치미카도(後土御門) 천황은, 천황이라는 존재의 무력함에 절망해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흘렸을 정도니까, 지금도 여전히 천황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겠지. 우선 그 권위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국내에 있는 모든 영주들에게 '천황의 권위, 여전히 쇠하지 않았노라'고 알리는 거야"


현대에 비해 전국시대나 에도(江戸) 시대의 무가 사회는, 핏줄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신격화되어 있었다.

정통의 혈통을 계승한다, 는 것만으로 강한 무장이 모여들 정도이다.

미카와(三河, ※역주: 현재의 아이치(愛知) 현의 동쪽 절반)의 산 속의 토호인 도쿠가와(徳川) 가문이, 일부러 선조는 세이와(清和) 천황의 자손, 즉 겐(源) 씨의 핏줄을 잇고 있다고 선언한 것도,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 ※역주: 카마쿠라(鎌倉) 시대 이후의, 정치와 군사의 최고 권력자를 말함)은 겐 씨의 성을 가진 사람밖에 될 수 없었다는 이유가 있다.

천하통일을 이룬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도 헤이(平) 가문의 후예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 식으로 혈통을 선언했기에, 고명한 무장들의 가계도는 대부분이 엉터리다.

하지만 혈통의 정당한 중심에 있는 것은 반드시 천황이었다.


"그 후에는 권위가 부활한 천황으로부터 정식으로 정이대장군으로 임명되면, 그 시점에서 대부분의 영주들은 반항 따위 생각하지 않게 돼. 뭐라 해도 천황으로부터 하사받은 권위와 지위로 지배를 정당화할 수 있으니까. 거스르면 천황에게 검을 겨누는 게 되니까, 사방팔방 모두가 적이 되는 거야. 자칫 잘못하면 신뢰하고 있던 심복에게도 배신당하겠지"


"하지만 천황이나 상황(上皇, ※역주: 천황이 양위한 후의 존칭)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나? 말하긴 뭐하지만…… 이미 몰락한 무로마치(室町) 막부(幕府)와 동격인데"


"무로마치 막부는 고작 200년 정도. 그에 비해 천황가는 1000년도 넘는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살아온 일족이야. 만약 차마루 군이 이 일본 뿐만이 아니라 남만도 내다보고 있다면, 긴 역사를 갖는 왕족이나 황족은 절대로 필요해"


그 말에 키묘마루는 처음에는 깜짝 놀란 후, 거북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언제부터 눈치챘지"


"도중에 왠지, 였지만, 차마루 군은 지금까지 이런 거,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가벼운 잡담 정도로 했었잖아"


"쳇, 나도 모르게 너무 열을 올렸나, 실패했네. 뭐,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해서 내 공으로 하려고 획책했는데 포기해야겠군. 핫핫핫핫"


시즈코에게 계획을 간파당한 키묘마루였지만, 본인은 딱히 신경쓰지도 않고 쾌활하게 웃었다.


"하지만 아까의 이야기는 흥미깊군. 천하를 취할 계획, 그걸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무경칠서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끔은 이런 꿈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


"(나는 흥미없지만 말야…… 뭐 게임 같아서 기분전환은 되려나)아야짱―, '지도'를 가져와 줘―"


잠시 후, '지도'가 아야의 손에 의해 방으로 운반되어 왔다.

'지도'라고 해도 조잡하게 일본의 형태가 그려져 있는 것 뿐으로, 정확히 산이나 강의 위치를 그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영주들이 비장하고 있는 것보다 정확하게 그려져 있지만.


"일본의 형태는 전에 설명했었지. 여기가 현재 우리들이 있는 장소, 여기가 쿄…… 여기가 영주님께서 지금 공격하고 있는 미노(美濃)네"


표시 대용으로 적당히 커팅한 나무 조각을 지도 위에 올려놓았다.

욕심을 말하자면 좀 더 대형의 종이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손에 들어온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까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지. 키나이를 재빠르게 제압하고, 그 이외에는 비밀 작전인 평생 썩히기를 쓴다고. 키나이를 공격하는 건 알겠어. 쿄, 그리고 사카이(堺)를 수중에 넣으면, 그것만으로 천하에 가까워지니까. 하지만 평생 썩히기 작전이라는 걸 잘 모르겠어"


"……애초에, 차마루 군은 싸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그렇게 물은 시즈코였지만, 물론 시즈코도 전국시대의 싸움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전장에 나간 경험은 없어도, 그것을 기록한 서적에서 얻은 지식이 있다.


"싸움이란 건 무공을 세우는 장소잖아?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아아, 응. 전혀 모른다는 건 알겠어"


전장에서의 군세 중에 무사가 점하는 비율은 1할에서 2할 정도로, 나머지 8할에서 9할은 아시가루(足軽)나 백성(잡병)이었다.

그리고 군세 중에서 전원이 싸움에 참가하는 일은 없고, 짐 운반이나 토목공사 등의 인부나 소성(小姓), 전문직 등의 비전투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에 더해, 군대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도 함께 부속되어 있었다.

즉 군세 5만 등으로 역사서에 기재되어 있다고 해도, 실제로 싸우는 병사의 숫자는 많아봐야 5할 정도다.

1000명 정도만 사상자가 나오면 군으로서는 큰 손해, 라는 것은 이런 사정이 있다.


"무공을 세우고 싶은 건 무사들 뿐이야. 나머지 아시가루나 잡병들의 목적은 대부분 그것 이외의 목적이야"


"……그건?"


"살기 위한 수입을 얻는 것, 그것 뿐이야"


적장의 목을 취하거나, 성 등을 함락시켜 무공을 세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사들 뿐이다.

그럼 나머지 잡병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살기 위한 수입을 얻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장에서 잡병들은 방화, 약탈, 폭행이나 행패, 기타 이런저런 짓을 하며 노획한 것을 자신의 수입으로 삼았다.

그걸 생업으로 하는 상인(※역주: 노획품을 매입하는 상인이라는 뜻)도 존재했으며, 유통 시장도 생겨나, 경우에 따라서는 전투 후에 인신매매 시장이 열리는 경우도 있었다.


전장에 따라서는 먹고살기 힘든 낙오자들, 도적이나 산적 등도 섞여 약탈 행위가 행해졌다.

전국 다이묘들도 폭행이나 행패를 묵인하거나, 적의 성을 함락한 후의 병사들에 대한 포상으로 삼았다.

오히려 약탈 행위에 의해 영지가 풍요로워지기에 일석이조였으며, 장려하는 전국 다이묘가 있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당시에는 전투 후의 행패는 상식으로, 나쁜 짓이라고 간주되지조차 않았다.


"……"


전장에 어딘가 화려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 키묘마루는 조금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걸 본 시즈코가 다급히 덧붙였다.


"뭐, 뭐어 거기까지 처참한 건 드물어. 어, 어쨌든 그걸 반대로 이용하는거야, 평생 썩히기 작전은"


"반대로……?"


"응. 잡병들이 목숨을 걸고 전장에 가는 이유는,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럼, 애초에 그런 걸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조금 생각하고 이해된 키묘마루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애초에 전장에 가려고 하지 않게 된다?"


"그렇지. 잡병은 마을의 규모에 따라서는 강제적으로 징발되지만,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가족도 일손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전장으로는 안 보내겠지?"


"과연. 확실히 잡병들의 입장에서 보면…… 응? 혹시 이게 손자병법에 있던 '싸우지 않고 이긴다'인가!?"


간신히 납득되었다고 말하는 듯, 키묘마루는 양손을 짝 하고 쳤다.


"잡병들에게 먹고 살 길을 마련해 줘서 징병을 싫어하게 하는 거군. 그렇게 하면 영주들은 싸움을 하고 싶어도 잡병이 모이지 않아서 곤란한 상태가 되겠지. 시즈코의 말로는 군세의 대부분을 잡병이 차지하니, 그렇게 되면 상대의 전력은 극단적으로 떨어지겠군. 아무리 강한 무사가 있더라도, 그 인물만으로 1만의 병사를 상대하는 건 무모하겠지"


"하나 더 말하면, 농촌에 식량 공급을 끊으면 그들로서도 대단히 곤란할 거야. 그래서, 공급할 수 없는 원인이 그 땅을 다스리는 영주에 있다고 하면 그들의 분노는 어디로 향할까?"


"이미 나라로서 모양새가 갖춰지지 않는군. 거기서 우리 군문에 투항하라고 교섭하면, 병사를 잃지 않고 나라를 빼앗을 수 있겠어"


"(뭐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히 풀리진 않지만―)ㅡ 먼 곳은 지도에서 보면 이쯤…… 키나이보다 먼 장소는, 기본적으로 농업 기술이 낮아서 항상 기아(飢餓) 상태야. 그래서 다들, 전쟁을 해서 자신들이 먹고 살 것을 확보하려고 하는 거지. 또는 전쟁해서 사람을 줄이려고 하는 거야"


시즈코는 시코쿠(四国)、큐슈(九州)、토호쿠(東北) 지방 등에 작은 돌을 놓았다.


"게다가, 이 주변은 이쪽에서 가기에는 꽤나 멀지. 싸움을 하기 전부터 막대한 비용이 들어버려. 그보다는 유통 시장을 만들어서, 그들로부터 싸울 이유 그 자체를 빼앗는 쪽이 결과적으로는 싸게 먹혀. 이 땅을 지배한 후에도 경제 지배는 계속할 수 있으니까"


"호우호우, 과연 시즈코로군. 착안점이 나나 아버지와는 전혀 틀려. 게다가 얄미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군. 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아버지는 뼛성쟁이라서 이렇게 오래 걸리는 얘기를 이해해 줄지 어떨지……"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키묘마루를 시즈코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노부나가의 혈연자였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여기서 하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마치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부모나 시중드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뭐 어린애가 하는 말이니까, 그다지 상대해 주는 사람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차피 주위에서 어린애의 헛소리라고 치부해버릴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예전에 자주 생각했던 "이 때, 나라면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역사의 IF 얘기'를 차마루에게 이야기했다.

손자병법 등의 무경칠서도 그녀 독자적인 해석이 아니라, 예전에 읽은 책의 해석을 알기쉽게 정리해서 들려줄 뿐이다.

그것들 모두는 자신과 차마루 사이에서 끝나는 얘기라고, 시즈코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으니 부담없이 알려줬다.

그 인식이 큰 착각이라는 것도 모르고.




노부나가는 키묘마루가 시즈코로부터 들은 '손자병법'을 읽고 있었다.

본래의 '병법'은 100편 가까운 분량에다 난해하지만, 그것을 위(魏)나라의 무제(武帝)인 조조(曹操, ※역주: 삼국지의 그 조조 맹덕)가 13편으로 정리 편집하고 주석이나 해석을 넣은 것이 '위무주손자(魏武注孫子)', 즉 오늘날의 '손자병법'이다.

거기에 추가로 예시 등을 넣은 것이 시즈코의 머릿속에 있는 '손자병법'이다.


(놀랍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군. 이 정도로 우수한 병법서가 명나라에 존재했다니……)


싸움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를 기재하고 있는 '손자병법'은, 노부나가의 싸움에 대한 생각을 모조리 새롭게 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분명히 시즈코는 키묘마루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병법서'는 그냥 외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걸 자신의 안에서 정리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라고)


설령 '손자병법'이라 하더라도, 그냥 읽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라는 내용의 주의를 받았다, 고 키묘마루는 보고해 왔다. 병법서를 읽은 노부나가는 과연, 이라고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보고서를 넘겼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싸움은 국가의 중대사이다. 승산없는 전투를 피하고, 신중하게 대처할 것. 그리고 싸움을 한다면 싸우지 않고 이겨, 적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을 제일 목표로 할 것'


간단히 정리하면, '전쟁은 국민의 생사존망이 걸려 있으므로, 국가의 중대사라고 생각할 것. 질 것을 알고 있는 싸움은 피할 것. 만약 전쟁을 한다면 싸우지 않고 승리하여, 적을 통째로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명심하라'였다.

그 외에도 '병참이야말로 생명선'이나 '간자(間者)는 싸움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원', '싸움에서 정보는 제일이라 명심하라' 등이 쓰여진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이것들은 확실히 훌륭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간자에 대한 보고로군)


하나같이 오다 가문의 가보로 취급할 만한 자료였지만, 특히 무서운 것은 간자의 예를 적은 보고였다.

예제는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그에 따르면, 신겐은 정보 수집을 가장 중요시하여, 미츠모노(三ツ者)라고도 슷파(素破)라고도 불리는 밀정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인간은 승려나 상인 등 다양한 인간으로 변장하고 여러 나라에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

또, 갈 곳이 없는 어린아이를 받아들이거나 인신매매자로부터 사들인 소녀를 모아서 간자로서의 기술을 가르쳐, 표면적으로는 '유랑무녀(歩き巫女)'로 만들어 전국에 배치하여 첩보 활동을 하게 한다.

수집된 내용은 다방면에 걸쳐, 그 나라의 내정(内情)이나 가신의 동향, 보유 병력, 성주의 능력이나 취미, 기호, 성이나 요새의 구조 등이다.

신겐은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여 전략을 짜는 데 이용하는 것으로 자국에 유리한 전투를 벌여 상승(常勝) 군대를 만들어 낸 것도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타케다에 관한 내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종이에는, 타케다 씨의 전략, 전술을 기재한 군학서(軍学書) '갑양군감(甲陽軍鑑)'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키묘마루가 자신의 집에 시즈코를 초대했을 때 기록된 내용이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키묘마루가 권하는 대로 술을 마셨다.

얼마 안 가 취기가 올라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갑자기 타케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내용이 타케다의 정보 수집, 그리고 '갑양군감'의 두 가지였다.

훗날,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음주 금지령'을 내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술자리에서 말한 내용과, 자신이 얻은 정보를 대조해 보았다.

몇 군데 불명확한 곳은 있지만, 한없이 사실에 근거한 보고라고 노부나가는 이해했다.


(……타케다의 측근조차 모르는 것을 그 계집애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수수께끼다. 하지만 이 정보가 진짜라면…… 아니,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거기까지 이해한 상태에서, 그는 타케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타케다나 우에스기(上杉) 가문에 선물을 헌상하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그는 판단했다.


(보고서가 진짜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지금밖에 못 하는 일…… 이외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이 보고의 진위를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후라도 좋다)


노부나가는 최후의 종이를 보면서 작게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타케다 토쿠에이켄 신겐(武田徳栄軒信玄).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 길어야 6년에서 7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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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5 1567년 1월 상순



백 명 가까운 인원으로 구성되는 위로의 연회였지만, 그곳은 무가 사회의 연회, 시작부터 꽤나 딱딱했다.

우선 시작이라고 하는 듯 떡국이었다. 역시 현대와는 달리, 위액이 나오기 쉬운 음식 뿐이었다.

매너를 흠잡을 데 없이 지키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그 내심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혼간지(本願寺)의 잇코잇키(一向一揆) 무리들로부터 제육천마왕(第六天魔王)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약무인하다는 평가의 오다 노부나가지만, 예의범절에는 놀라울 정도로 엄격하고, 그리고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결코 하루아침에 몸에 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그야말로 어릴 때부터 교육받지 않으면 몸에 밸 리가 없는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의 평가는 에도 시대에 도쿠카와(徳川) 가문이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를 더 좋은 쇼군(将軍)으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악인처럼 적은 것이 많다고 시즈코는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그녀는 이해했다. 오다 노부나가는 결코 방약무인한 행동만 하는 폭군이 아니라, 국가의 지도자에 걸맞는 예의범절을 몸에 익히고 있다고.


(역사적 발견이네…… 하지만, 훗날의 통치자가 예전의 통치자를 나쁘게 말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니까……)


그런 걸 멍하니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잔에 든 술을 마셨다.

전국시대이기에 청주(清酒)라기보다 탁주(どぶろく)에 가깝지만, 첫 맛은 달착지근하여 미성년인 시즈코도 쉽게 마실 수 있었다.

원래는 청주와 다름없는 알콜 도수일테지만, 아마도 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인가 뭔가로 희석한 것이리라.

딱히 엄청난 애주가가 아닌데다 별로 마시지 못하기에, 물로 희석된 것은 거꾸로 고마웠다.


술과 요리를 찔끔찔끔 먹고 잇는 시즈코는, 주위에서 말을 걸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것은, 단지 시즈코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볼 때 다소 이상한 매너가 있지만, 그래도 그녀가 먹는 방식은 일정한 예법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거꾸로 말을 걸기 어려웠던 것이다.

본인은 '예의바르게 먹지 않으면 혼날 것 같아' 정도의 인식이지만.


"뭐냐, 시즈코는 쓸쓸하게 술을 마시는구나"


시즈코가 세 잔 째의 술을 비웠을 때, 그녀의 앞에 앉으며 말을 거는 인물이 있었다.

잔을 입에서 떼고 눈 앞의 사람을 봤을 때, 그녀는 이상한 숨을 내뱉을 뻔 했다.

얼마 전에 만났던 소년이, 술병(徳利) 같은 것을 들고 앉아 있었다.


"(어―, 이건 괜찮은 거야……?) 술을 잘 못 마셔서……"


소년의 예법은 문제없는건가,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주위에서 주의를 주지 않는 걸 보니, 신경쓰이지 않는 수준이리라.

그래서 시즈코도 지적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처럼의 연회다. 궁상맞은 얼굴로는 재미없잖아?"


"네에……"


"맥없는 대답이구나. 맞다, 여기서 만난 것도 뭔가의 인연. 저번에 말했던 손자에서 뭔가 다른 건 없느냐. 가능하면 적어 주면 고맙겠다"


머리에 술기운이 올라온 시즈코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미리 준비해 뒀는지, 소년이 눈짓을 하자 즉시 소성(小姓)으로 보이는 인물이 종이와 먹을 가지고 왔다.

소성이 내민 가는 붓을 받아들고, 시즈코는 딱히 생각하지 않고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기질여풍(其疾如風)、기서여림(其徐如林)、침략여화(侵掠如火)、부동여산(不動如山)、난지여음(難知如陰)、동여뢰진(動如雷震)、약향분중(掠郷分衆)、곽지분리(廓地分利)、현권이동(懸権而動)'

(※역주: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조용하게, 불처럼 침탈하고, 산처럼 서두르지 않고, 그림자처럼 알기 어렵게, 번개처럼 움직여야 한다. 마을에서 식량을 조달하려면 부대를 나누어야 하고, 요충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도 부대를 나누어야 하며, 그럴 때는 잘 생각해서 행동해야 한다.)


손자의 병법에서 군쟁편(軍争篇) 제 7장에 쓰여 있는 유명한 일절이다.

그리고 전국시대에는 카이(甲斐)의 전국 다이묘(大名),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의 기지물(旗指物; 군기)에 쓰여 있었다고 한다.

어째서 시즈코가 이것을 골랐느냐 하면, 단지 유명(시즈코의 안에서만)한 일절인데다, 한자로 쓰면 멋져 보인다는 단순한 이유이다.


"여기 있습니다"


"기다려. 그대로 줘봐야 내게는 의미를 알 수 없다. 설명을 해라, 설명을"


"네, 그게 말이죠. 우선―――"


설명하려고 입을 연 순간, 시즈코의 귀에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노부나가가 어딘가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띄우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든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불리운 이상 무시할 수도 없었다.

소년에게 머리를 숙여 양해를 구한 뒤,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앞까지 이동했다.


"연회는 즐기고 있느냐"


시즈코가 앉는 것과 동시에 노부나가는 그렇게 물었다.

그녀로서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걸 하품으로라도 입 밖에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머리를 숙였다.


"네, 이러한 연회에 불러 주셔서 어찌 감사드려야 될 지 모르겠습니다"


"훗, 그렇다고 해 두지. 우선 마셔라"


솔직히 술은 봐달라고 하고 싶은 시즈코였지만, 설마 여기서 거절합니다라고 할 수도 없어서, 솔직히 잔을 받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이 술을 단번에 마셨다. 올바른지, 올바르지 않은지 미성년인 시즈코에게는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이쪽이 맛과 냄새를 신경쓰지 않고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술이라고는 해도 청주가 아니라 탁주이고, 게다가 제법이 나쁜지 약간 쌀겨 냄새가 났다.


"(잘…… 모르겠어, 술맛은) 맛있사옵니다"


"음, 시원하게 마시는구나. 그럼, 네놈을 부른 건 다른게 아니다. 크로스보우는 가져왔겠지?"


"아, 네. 틀림없이 가져왔습니다"


그 대답에 노부나가는 냉혹한 미소를 띄우더니, 자신의 무릎을 가볍게 치며 이렇게 말했다.


"좋아, 그럼 나와 활 승부다"




노도 같은 전개였다.

애초에 시즈코의 대답 따위 들을 생각은 없었는지, 노부나가는 곁에 있던 소성에게 명령했다.

어지럽게 변하는 상황에, 시즈코는 눈이 돌아갈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휩쓸리고 있자니, 순식간에 활 승부의 장소로 끌려나갔다.


"승부다"


"네, 네에……!"


크로스보우를 어깨에 멘 채로 시즈코가 놀라서 말했다.

여기서 간신히 그녀는 머리로 이해한 것이다. 하지만, 이해했을 뿐, 이미 상황을 뒤집는 것 따위 불가능했다.

그녀는 눈만 움직여 주위를 보았다. 자신과 노부나가를 중심으로, 좌우에 의자에 앉은 무장들이 있었다.


"시즈코 님, 활입니다"


"아―, 그 화살로는 안 됩니다. 이쪽에서 화살은 준비했으니 문제없습니다"


화궁(和弓)의 화살을 건네받은 시즈코였지만, 명백하게 길이가 맞지 않았기에 화살은 그대로 돌려주었다.

크로스보우는 겉보기와 달리 화살의 길이와 무게의 지정이 까다롭다. 맞지 않는 화살을 쓰면 거꾸로 크로스보우 자신이 손상되어 버린다.

몇 번이나 조정해서 얻은 최적의 화살 이외의 것을 쏘면, 최악의 경우 그 자리에서 파손되어 버린다.

다시 만드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크로스보우를, 술자리에서 대파시키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다.


"승부 내용은 간단하다. 10발 중, 얼마나 맞췄는지, 그것 뿐이다"


노부나가는 화궁을 한 손에 든 채로 말했다. 그에 반해 시즈코는 크로스보우를 짊어진 채였다.

활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부분의 부하들로부터 의문과 쓴웃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응…… 곡마단 같네) 네, 알겠습니다"


눈에 띄는 일은 피하고 싶은데다, 처음부터 의욕이 제로 이하인 시즈코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 주연 자체가 빨리 끝나는 것 밖에 없었다. 그건 역시 주연 같은 건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먼저 나부터다"


그렇게 말하더니 노부나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활을 쏘았다. 과연 매일 훈련하고 있는 만큼, 가볍게 표적에 맞췄다.

다음은 시즈코 차례, 라고 말하고 싶은 듯 노부나가는 작게 웃음을 띄우며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그걸 봐도, 시즈코는 의욕이 나기는 커녕 오히려 저하될 뿐이었다.


(아무리 영주님의 명령이라고는 해도, 역시 눈에 띄는 건 거북하네)


어깨에서 크로스보우를 내리고, 시위를 당겨 화살을 놓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크로스보우를 잡고, 천천히 표적을 조준했다.

이 때, 노부나가는 물론 부하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무시하고 시즈코는 방아쇠를 당겼다.

화궁과는 다른 소리를 내며 화살이 날아갔다. 표적에 명중한 화살은, 기세가 너무 강했는지 표적을 그대로 관통했다.

표적의 재질을 화궁에 맞춰서 만들었기에, 그것보다 강력한 힘으로 화살을 쏠 수 있는 크로스보우의 관통력에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리라.


(얼래, 관통해버렸어)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활시위를 당겼다. 그런 그녀를 진지한 표정으로 노부나가가 보고 있었다.


(……기괴한 활이로다. 시즈코의 가는 팔로 시위를 당길 수 있는데, 그에 반해 위력이 강하군. 아니, 뚫는 힘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쏘는 자세는 화승총과 흡사하군. 하지만 역시 가장 놀라운 것은, 시위를 당긴 채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 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의 것보다 구조를 간단하게 하면 농성전에는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시가루(足軽)의 갑주를 가져와라!"


"예……?"


"어서 하지 못하겠느냐!"


"예, 옛!"


갑작스런 노호에 부하는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그들의 놀라움을 무시하고 재차 명령했다.

여전히 곤혹스러운 표정의 그들이었지만, 노부나가의 노성에 질겁하고 서둘러 아시가루의 갑주를 가지러 갔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시즈코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부나가가 뭘 목적으로 하고 있는 건지, 어떤 생각이 있는건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조금 지나 아시가루용의 갑주가 준비되었다. 그것은 본래의 활 용의 표적보다 조금 앞쪽에 두 개가 놓였다.

장식하는 듯한 느낌으로 세워져 있는 갑주를 보면, 누구나 다음 표적은 갑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어라라, 아시가루용의 갑주는 천이나 대나무로 만든 게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시즈코는 크로스보우를 조정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쏴 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애초에 수렵용으로 준비한 것이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크로스보우 자신이 손상되는 게 아니라, 화살이 손상될 뿐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후, 노부나가는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고 말없이 화살을 쏘았다.

무언의 중압에 배 쪽이 시큰시큰 아파지는 고통에 견디면서, 시즈코도 말없이 크로스보우를 쏘았다.

그건 마지막 10발째를 쏠 때 까지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노부나가의 기색이 이상하다고 부하들도 생각한 듯, 다들 한결같이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시즈코, 이 활을 당겨봐라"


활 승부가 끝난 순간, 노부나가는 아까까지 자신이 당기던 활을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뭘 하고 싶은지 도통 알 수 없었던 시즈코였지만, 그 말대로 시위를 당겼다.


"윽, 으그그극……!"


활시위는 무서울 정도로 팽팽하여, 시즈코가 전력으로 당겨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결과이다. 화궁은 전신의 근육이나 뼈를 이용해 당기는 것으로, 제대로 절차를 지켜야 한다.

게다가, 전국시대의 화궁은 전쟁의 도구이기에, 현대의 화궁보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만들어져 있다.


"푸핫…… 헉―, 헉―, 헉―……"


결국, 시즈코가 전신의 힘을 써서 당길 수 있었던 건 아주 약간이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모멸이나 조소의 표정이 아니라, 약간 눈을 가늘게 하고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활 쓰는 법을 전혀 모르는군)


활시위를 당기는 것도 억지로 당기고 있는 것 뿐으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지만 '활을 당긴다'는 말 뿐이었기에, 시즈코는 '활시위를 당긴다'고 해석했다.


(과연, 이 녀석은 지식은 풍부해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지식만 쓰는군. 즉 시즈코에게서 지식을 끌어내려면, 이 계집에게 '지식을 내놓아야 하는 환경'을 만들면 되는 거다)


시즈코의 지식은, 이제 한 나라 전체를 내놓아도 남을 정도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다, 본인의 성격이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하기에, 우쭐해서 쓸데없이 참견하는 법이 없다.

노부나가에게 이만큼 다루기 쉽고, 그리고 편리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양쪽 다 10발 명중인가. 그 크로스보우, 흥미가 생겼다. 며칠 빌리겠노라"


"으엑! 네, 네에……"


놀란 소리를 내면서도, 시즈코는 크로스보우를 노부나가에게 내밀었다.

노부나가는 그것을 미묘한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그 후에는 여흥 따위 없었고, 딱히 문제도 없이 위로의 연회는 종료되었다.

시즈코도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야와 합류하여, 해가 지기 전에 귀가길에 올랐다.

그러나 연회장에서 돌아가지 않은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노부나가의 측근인 타키카와 카즈마스, 모리 요시나리, 니와 나가히데, 그의 후계자인 키묘마루다.


"그 계집애, 만드는 게 매번 이상야릇하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타키카와는 크로스보우를 매만졌다.

이러니저러니 말해도, 그는 시즈코가 가진 도구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희한한 짓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만큼 본격적이면…… 그건 그거대로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남만궁, 쓰기는 편해 보이지만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기괴합니다. 쉽게 다룰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많은 숫자를 준비하는 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하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있었지만, 노부나가가 손을 내밀어 이야기를 중단시켰다.


"숫자는 30, 다음의 공성 때에 쓰겠다"


그것이 노부나가의 결정이었다.

애초에 모리 등을 부른 것은, 크로스보우에 대한 의논이 아니라, 각각 필요한 역할을 그들에게 부여하기 위해서였으므로.


"요시나리, 아야를 통해 시즈코에게 크로스보우의 생산을 명하라"


"옛"


"타키카와, 화궁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병사 30명을 모아라"


"……옛"


"니와, 키묘마루, 시즈코에게서 명나라의 병법서에 대해 알아내라. 그리고 그걸 적어둬라"


"알겠습니다"


"알겠어, 아버지"


전원의 대답에 노부나가는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원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녀석의 군사에 관한 지식, 반드시 내 손에 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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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4 1567년 1월 상순



1년의 계획은 새해 첫날에 세워야 한다(一年の計は元旦にあり)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국시대의 정월(正月)은 중요한 이벤트이다.

그리고 정월에 나오는 떡(餅)은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었다.

원래 떡은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음식으로서 경사나 축제에는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가난한 백성이라도, 정월에는 반드시 떡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시즈코도 당연하지만 정월의 준비를 하기 위해, 연말부터 이것저것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월의 준비를 할 때 특히 중요한 아이템이 '카도마츠(門松, ※역주: 문 앞에 장식하는 소나무), 시메카자리(しめ飾り, ※역주: 문 앞에 장식으로 치는 금줄), 카가미모치(鏡餅, ※역주: 둥근 거울 같은 모양으로 빚은 떡)이다.

애초에 설날(元旦)은 '세덕신(歳徳神)'이라고 하는, 집집마다 신년의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신을 맞이하기 위한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카도마츠는 신년에 세덕신이 내려올 때를 위한 표식이며, 또한 집에 맞아들이기 위한 그릇(依り代).

시메카자리는 세덕신을 맞이하기 위해 깨끗이 정화된 장소인 것을 나타내는 청정함, 신성함의 표시.

카가미모치는 집에 맞이하는 세덕신에 바치는 공물이며, 또한 그릇(거처)이라는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좋게 치는 것은 12월 28일까지로, 그 이후의 날은 피해야 한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할 일은 있었다. 설날을 축하할 연회의 준비이다.

작년과 달리, 금년에는 니사쿠의 마을 사람들, 그리고 입식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대연회에 가까웠다.

그런저런 이유로, 조금 정신없는 느낌으로 정월을 맞이했다.


설날.

이 날 만큼은 평소에는 추위로 잘 나오지 않는 마을 사람들도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났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모닥불을 피우며 일출을 기다렸다.

몇 시간 후, 해가 뜨는 것과 동시에 모두 합장하고 1년 동안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기원했다.


그것이 끝나면 다음에는 떡찧기이다.

절구와 절굿공이를 준비하고, 찹쌀을 밑준비하여 찐 후, 쌀알의 형태가 사라질 때까지 찧는다.

아무래도 사람 수가 사람 수다보니, 여러 개의 절구와 절굿공이가 필요했다.


떡찧기가 시작되고 조금 지났을 때, 니사쿠의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도착했다.

신년의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은 시즈코에게 선물을 건넸다.

니사쿠는 며칠 전, 큰 멧돼지를 세 마리나 잡았던 것이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 고 말하는 그는 그 일부를 가져왔던 것이다.


어떻게 요리할까 하고 생각한 결과, 멧돼지 전골(ぼたん鍋)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옛부터 냄비는 가장 기본적인 취사도구이며, 동시에 신성한 것으로 취급되었기에, 냄비에 직접 젓가락을 대어 더럽히는 건 언어도단이었다.

하지만 '같은 솥의 밥을 먹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같은 것을 둘러싸고 먹는 것은 연대감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했다.

결국, '냄비'가 아니라 '이로리'를 둘러싸는 요리라는 것으로 얼버무렸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요리를 덜어갈 때 쓰는 젓가락을 준비해 두기로 했다.


멧돼지 요리와는 별도로, 시즈코는 정월에 흔히 먹는 떡을 주체로 한 국물요리, 소위 말하는 떡국(雑煮, ※역주: 일본 떡국을 말하는데, 한자 그대로 한국의 떡국과는 달리 '잡탕'에 가깝다)을 준비했다.

떡국이라는 말은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쓰인 '영록가기(鈴鹿家記, 스즈카카키)'에 처음 나온다.

하지만 에도(江戸) 시대가 될 때까지 쌀은 비싼 물건이며, 동시에 세금이었기에 일반 서민은 떡 대신 토란(里芋)을 먹었다.

무가 사회에서는 연회에서 가장 먼저 먹는 길한 음식이다. 떡국을 먹지 않으면 연회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우선 떡국이 대접되었다.

하지만 쌀 이외의 작물로 밭농사(定畑)나 화전(焼畑)을 하던 지역에서는, 정초의 3일 동안 떡을 신불에게 바치거나 먹는 것을 금기로 하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쌀이 자신들의 토지에서 나지 않는 바깥에서 온 식품이었기 때문에, 신불에게 바칠 음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떡국에는 호쾌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무로마치 시대에 정식 일본 요리(本膳料理)의 전채로서 나온 국물이 발단이 된, 떡, 참마, 토란, 콩 등 몸에 좋다고 하는 것들을 넣는 것이 관습이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해산물 등도 넣은 예도 있다.

그것이 에도 시대에 들어서면서 떡을 간단히 구할 수 있게 되자, (홋카이도(北海道)와 오키나와(沖縄)를 제외한) 전국에서 정월은 떡국으로 축하한다는 풍습이 퍼졌다.

그 때, 떡국(雑煮)이라는 말은 '뭐든지 잡다하게 넣고 끓인다'고 해석되어, 본래의 떡국처럼 몸에 좋은 재료 이외의 것까지 사용되게 되었다.

오늘날, 떡국이 지역에 따라 맛이 전혀 다른 것은, 이 오해에 의해 생겨난 게 아닐까 하는 설이 있다.


떡찧기 등이 끝난 후, 전원 마을의 공민관 같은 건물에 모였다.


"어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시즈코는 새해가 되어 세덕신을 맞이할 때의 인삿말을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마을 사람들도 시즈코를 따라 인삿말을 했다.

이것은 신에 대한 감사의 말을 사람들끼리 나누는 것에 의해, 진심으로 세덕신을 맞이하는 것을 기뻐한다는 의미가 있다.


"에―, 올해도 무사히 신년을 맞이한 것,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오늘부터 3일 동안 먹고 마시며 새해의 영기를 비축합시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의외로 분위기를 잘 타는 마을 사람들이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한 순간, 정월을 축하하는 연회는 시작되었다.




떡국이나 멧돼지 전골 등, 평소 먹을 수 없는 요리에 마을 사람들은 입맛을 다셨다.

그걸 상석에서 보면서 니사쿠나 그 가족들, 다이이치 등과 무난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시즈코였는데, 연회의 중반 쯤에 손님이 왔다.

맞이한 것은 아야이기에 본인이 직접 연회장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노부나가로부터의 파발이라고 했다.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밖의 추위에 몸을 떨었다.


"으―추워…… 아, 맞다. 파발로 온 사람도 추울테니, 차를 준비해 줘"


"차……라고 하시면, 뽕나무 잎을 말린 그건가요?"


뽕나무 잎을 물로 씻은 후 가볍게 찐다. 그리고 다 찐 잎을 짜서 3mm 정도로 잘게 썰어 햇볕에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말린다.

그것만으로 만들어지는 뽕나무 잎 차는, 다양한 효능을 숨기고 있는 건강에 좋은 차이다.


"응, 그거. 미지근한 물에 우린 걸 큼직한 그릇에, 뜨거운 물에 우린 걸 작은 그릇에 담아줘"


"두 개인가요. 그건……"


"자, 자, 지금은 내 말대로 해 줘.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테니까"


이상하게 생각한 아야이지만, 나중에 이유를 설명해주겠다고 하기에 지금은 솔직히 따르기로 했다.

그걸 본 후, 시즈코는 파발로 온 사람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입구에서 밖으로 나가자 더욱 추위가 몸에 스며들었다. 오랜 시간 밖에 있는 건 힘들 것이다.


"시즈코 님이시군요. 영주님으로부터의 명령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 곁에 말과 함께 서 있던 갑옷을 입은 무사가, 시즈코를 발견하자마자 그렇게 말을 걸었다.

추위를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인지, 그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내일, 영주님께서 위로의 연회를 여십니다. 그 때, 시즈코 님도 참가하시라고 하십니다"


"네"


"그 때, 크로스보우라는 활을 가지고 오라고 하십니다"


"어, 아, 네…… (나, 크로스보우를 영주님께 보여드렸던가?)"


조금 의문으로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어딘가에서 보여줬겠지라고 생각하고 금방 의식에서 밀어냈다.

그리고 참가하겠다는 뜻을 파발로 온 사람에게 전한 후, 시즈코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추위에 몸이 얼어붙으시는 것 같으시겠죠. 따뜻한 차를 준비했으니, 드시고 가세요"


"아, 아니…… 죄송합니다"


억지로 참고 있어도 추위는 뼈에 사무치는지, 파발로 온 사람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시즈코가 그를 현관까지 안내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아야가 차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지시받은 대로, 미지근한 물로 우린 차를 그릇 같은 용기에, 김이 날 정도로 뜨거운 차를 작은 용기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우선 목을 축이시죠. 이쪽의 큰 그릇에 있는 차를 드세요"


"네? 네에……"


어딘가 납득이 가지 않는 얼굴을 하면서도 파발로 온 사람은 들은 대로 큰 그릇의 차를 마셨다.

처음에는 조금씩 마시던 그도, 미지근한 물이라 마시기 편하다고 알게 된 순간, 급하게 그릇을 비웠다.

말에 타는 건 체력이 필요하려나, 라고 막연하게 생각한 시즈코였다.


"그럼, 다음에 이쪽의 뜨거운 차를 드세요"


"감사합니다…… 앗뜨뜨……"


이번에는 김이 날 정도로, 겉보기에도 뜨거운 차를 건넸다.

하지만 추위로 손이 얼어붙어있던 파발로 온 사람에게는, 손을 덥힐 수 있는 좋은 열원이었다.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의 삼헌차(三献茶)는, 에도 시대의 창작이라고는 하지만, 접대의 배려로서는 우수하지)


아무래도 세 잔이나 마실 여유는 없다고 생각해서 두 잔으로 했지만, 그래도 파발로 온 사람에게는 고마웠다.

추위로 몸이 얼어붙는 가운데, 한 잔의 뜨거운 물이 얼마나 고마운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동한 파발로 온 사람은 자세를 바로하고, 시즈코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잘 마셨습니다. 시즈코 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 아뇨"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한번 더 머리를 숙인 후, 파발로 온 사람은 재빠르게 말에 올라타 달려갔다.




설날의 연회는 크게 북적였고, 해가 지기 직전까지 연회는 계속되었다.

시즈코의 마을의 남자들도, 니사쿠의 마을의 남자들도 다들 취해 쓰러져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니사쿠의 마을 사람들은 시즈코의 마을에 묵게 되었다.

뭣보다, 그 날은 남녀 관계없이 취해 쓰러진 사람이 많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회장에서 쓰러져 잤지만.


한편, 시즈코는 아침부터 목욕하여 몸을 씻어, 가능한 한 정갈한 차림새를 하였다.

위로의 연회라고 하면 러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무가 사회에서의 연회는 상당히 딱딱한 부류에 속한다.

확실히 말하면 사교계의 파티에 가깝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 나름대로의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연회를 연 사람의 체면을 구기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추워―…… 이로리 방에 틀어박히고 싶어……)


추위에 떨면서도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있는 코마키(小牧) 산성(山城)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사전에 갈아입었기에, 성 안에서 갈아입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당장 연회장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다. 상하관계가 엄격한 무가 사회이므로, 노부나가에게 새해 인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인사를 하는 건 시즈코 혼자가 아니다. 노부나가를 직접 섬기는 무장, 그리고 그 무장을 섬기는 무사들도 또한, 노부나가에게 새해 인사를 할 예정이었다.

덕분에 알현실 앞에는 장사진이 늘어서 있었다.


(……맨 뒤는 이쪽, 이라는 간판이라도 들면 재미있을지도)


이벤트 개최전이구나, 라고 불성실한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도 줄을 섰다.

줄을 선 순간, 소리를 들었는지 앞에 있던 무사 한 명이 돌아보았고, 그리고 경악의 표정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뭔가 하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즉시 그가 무엇에 놀랐는지 이해했다.

키 차이이다. 무사의 키는 시즈코의 가슴 언저리밖에 되지 않아서, 아무리 봐도 150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큰 편으로, 앞을 잘 보니 더 키가 작은 무사가 제법 보였다.


(뭐…… 당시에는 평균 140cm 정도였으니까)


새삼스레 자신이 크다는 걸 이해했지만, 이해했다고 해서 키가 줄어들 리 없다.

결국, 알현실에 들어갈 때까지 시즈코는 무사들로부터 곡마단의 동물처럼 구경당했다.

그리고 줄을 서길 수십분, 간신히 자기 차례가 왔다.

라고는 해도 특이한 말 따윈 선택하지 않고, 앞 사람과 비슷한 무난한 인사를 했다.


인사가 끝나면 연회장으로 이동이다.

미리 자리가 정해져 있는지, 하인 같은 사람에게 그녀는 장소를 안내받았다.

하지만 앉은 후 좀 지났을 때, 안내받은 것은 자신 뿐이라는 걸 시즈코는 깨달았다.

다른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의 장소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으―음…… 이 자리……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그녀의 안 좋은 예감은 10분 정도 후에 적중하게 된다.




시즈코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가, 노부나가의 자리에서 묘하게 가까운 것을 깨달아야 했다고 늦게나마 그녀는 후회했다.

눈만 움직여서 시즈코는 주위를 보았다. 옆에는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 중에서도 가장 무용으로 이름난, '공격의 산자(攻めの三左)'라고 불리는 모리 요시나리가 앉아 있었다.

반대쪽을 보자, 거기에 앉아있던 것은 후에 오다 사천왕의 일각을 담당하는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가, 어딘가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지금은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후에 오다 사천왕의 한 명으로, 오다 가문 제일의 맹장이라고 불리게 되는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가 있었다.

그리고 노부나가에게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는 2대에 걸쳐서 노부나가의 인척이 되며, 오다 사천왕, 오다 오대장(五大将)의 한 사람이며, 시바타 카츠이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맹장인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가 앉아 있었다.

후에 오다 사천왕에 들어가는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는, 에이로쿠(永禄) 11년(1568년)부터 에이로쿠 12년(1569년) 사이에 오다 가문의 가신이 되었다고 하기에, 현재는 이 자리에 없었다.

훗날의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되는 키노시타 토우키치로(木下藤吉郎)도 역시 노부나가의 자리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즉, 시즈코의 주위에는 쟁쟁한 멤버가 앉아있는 것이다.


(위장이…… 위장약이 필요해……!)


무장들이 내뿜는 위압감으로 위장에 구멍이 뚫릴 것 같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이제와서 자리를 바꿔 달라고도 못하고, 그냥 말없이 견딜 수밖에 없었다.

본심을 말하면 그녀는 이런 자리는 어려워서, 설령 참가해도 구석에서 눈에 띄지 않게 지내는 쪽이다.

추가하자면 추운 날에 외출 따위 하고 싶지 않은 니트 기질이 있지만.


(우우…… 오늘은 빨리 끝나지 않으려나―)


그런 그녀의 바람과는 반대로, 그로부터 수십분 지나도 연회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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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23 1566년 12월 상순



목소리에 반응하여 시즈코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10세 전후의 남자아이가 있었다.

정돈된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본인의 의사라기보다 타인이 갖춰준 느낌이 강했다.


"뭐야? 내 얼굴에 뭐가 묻었냐?"


성에 있으니 시즈코는 그는 무장의 아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허리에 칼을 차고 있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12세 이하라고 판단했다.


에도 시대, 칼은 무사의 혼이라는 생각이었지만, 그 이전의 시대에는 성인의 증거라는 생각이었다.

백성이라도 성인식을 치르면 와키자시(脇差, ※역주: 단검)을 허리에 차고, 이름을 바꾸고, 성인의 머리 모양으로 바꾸거나 했다.

즉 허리에 칼이 없는 남자아이는,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어린애라는 뜻이 된다.

사정에 따라 성인식을 일찍 치르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12세에서 16세 사이, 늦어도 20세까지는 치른다.

그러니까 시즈코는 그를 12세 이하라고 본 셈이다.


"아니요, 딱히"


"그런가. 그런데 너, 땅바닥에 뭘 쓰고 있는 거냐?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이상야릇한 모양만 그리고 있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아아…… 단지 계산식을 쓰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 남만식의"


"뭐라고! 남만에서는 그런 모양으로 산술을 하는 것이냐. 으―음…… 보면 볼수록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구나"


시즈코의 말에 놀란 소년은, 그녀를 밀어젖히고 계산식 앞에 쭈그려앉았다.

꽤나 억지스런 애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장적으로는 약한 시즈코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소년은 한동안 땅바닥에 쓰여 있는 계산식에 감탄하거나, 놀라거나,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거나 했다.

아마도 거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신기한 것에 호기심이 가득한 것이리라.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흐뭇해진 시즈코는, 어느 틈에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만이란 이런 모양으로 산술을 하는 것인가. 으음…… 여자, 달리 뭐 없느냐"


"네? 네에…… 일단 있긴 한데요……?"


"뭐든지 좋다. 그렇군, 싸움에 관계되는 거라면 더 좋다. 아버님께 자랑할 수 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조금 고민했다. 싸움에 관계되는 것 따위, 팟 하고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하나, 소년의 바람에 해당되는 것이 있었다.


"……남만은 아닙니다만, 중국…… 명나라에는 옛부터 전해지는 병법서가 있습니다"


"병법서?"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화나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전략이 쓰인 병법서의 이름을.


"그 책의 이름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이라고 합니다"




손자의 병법서.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 손무(孫武)가 썼다고 하는 병법서이다.

만들어진 지 수천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전략에 관해서는 가장 좋은 책이라고 한다.

물론 서양에도 비슷한 책이 있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역주: Carl von Clausewitz)의 '전쟁론', 앙투안 앙리 조미니(※역주: Antoine-Henri Jomini)의 '전쟁개론' 등이다.

좀 더 뒤의 시대의 것이지만,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과 나란히 칭해지는 20세기의 전쟁학, 전략학의 명저 바실 헨리 리델 하트(※역주: Sir Basil Henry Liddell Hart)의 '전략론'도 있다.


"명나라에는 우수한 병법서가 총 7개가 있으며, 총칭하여 무경칠서(武経七書)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병법서입니다."


"호호우"


"손자(孫子), 오자(呉子), 율요자(尉繚子), 육도(六韜), 삼략(三略), 사마법(司馬法), 이위공문대(李衛公問対). 그들은 각각―――"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어서 '손자'인가에 대해 말해라"


"(칫, 얼버무리지 못했나……) 그럼, 손씨에 대해서입니다만, 유명한 말을 들어보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시즈코였지만, 실은 그렇게까지 잘 아는 건 아니다.

애초에 언니가 가지고 싶다며 사 놓으라고 부탁했던 것을 읽은 정도이다. 전자서적으로서 스마트폰 속에 전부 들어 있지만, 스스로 내켜서 읽는 일은 일단 없었다.


"(인생, 뭐가 도움될지 모르는 거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병참이야말로 생명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로군요"


"으, 으음…… 꽤 어려운, 아니, 꽤 좋은 말이군!"


소녀는 미묘하게 굳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지만, 실은 시즈코도 그렇게 잘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니므로 거기서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램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래서, 어떤 의미이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상대의 사정을 알고, 자신의 실제 사정을 알고 있다면, 백 번 싸워도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기억 밑바닥에서 '손자병법'의 해설서의 문장을 떠올렸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에 영향을 주었다, 라는 것 때문에 병법서를 읽은 정도의 시즈코였으므로, 너무 과도한 지적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년이 생각해서 의문을 입에 올리기 전에, 다음 설명을 입에 올렸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백 번 전쟁을 하여 백 번 승리를 거두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의 전의를 꺾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의미를 잘 모르겠다"


"요는 자신의 병사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상대의 나라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에게 4만의 병사가 있고, 상대에는 3만. 이걸 소모해서 나라를 빼앗기보다, 자국의 병사 4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상대의 나라를 빼앗는 편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겠지요? 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땅바닥에 한자로 숫자를 썼다.


"예를 들면, 싸우지 않고 승리하여, 상대의 군대를 고스란히 흡수하면 병사의 수는 7만명. 싸워서 서로 절반이 된 상태에서 승리한다면 병사의 수는 3만 5천명. 무공 등의 측면도 있습니다만, 쓸데없는 싸움을 피한데다 병사가 늘어난 편이 좋지 않을까요?"


"으음…… 화, 확실히 그렇지만……"


"물론 싸워야 할 곳이라는 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까지 병력을 가능한 한 온존시켜두고, 가장 중요할 때 전군을 투입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손해가 적어집니다. 거기서 마지막 말, '병참이야말로 생명선'이 관계됩니다"


땅바닥에 대충 지도를 그리면서 시즈코는 설명을 계속했다.


"자국에는 병량이 5만명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적국에는 4만명. 만약 자국에서 병량을 옮기려고 하면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병량을 조달하는 편이 간편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장수는 가능한 한 적지에서 식량을 조달하도록 노력하라는 의미입니다"


"……으, 으음…… 남만이나 명나라에서는 싸움에 그렇게까지 궁리를 하고 있는 건가"


간신히 머리로 이해된 소년은, 대단히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낯선 생각이었지만, 소년인 덕분에 그렇게까지 거절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소년이 무장이 아니었기에, 시즈코의 말도 다소는 받아들여진 걸지도 몰랐다.


"꽤나 흥미깊은 이야기였다. 슬슬 돌아가야 하기에, 이 이상 물을 수 없는게 아쉽군"


"그렇습니까. 그럼,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하시는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마음 속으로는 다음이 없기를 비는 시즈코였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어 말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상대가 누군지 모르지만 무장의 아들이니, 어설프게 화나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본심과 겉모습을 나누어, 무난한 말을 입에 올리는 쪽이 편한 것이다.


"음! 그런데 네 이름은 무엇이라고 하지?"


"……시즈코, 입니다. 저, 괜찮으시면 성함――――"


"시즈코인가, 기억했다. 그럼, 다음 기회가 빨리 오기를 바라지. 그럼!"


소년의 이름을 물으려고 한 시즈코였지만, 그 전에 소년은 그대로 어디론가 달려갔다.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떠날 때도 갑작스러웠으며 눈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돌아갈까"


허무하게 허공을 잡은 손을 내린 후, 시즈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한편, 소년 쪽은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대로 껑충거릴 듯한 기세의 그에게, 어떤 인물이 이렇게 말을 걸었다.


"뭐냐 키묘마루(奇妙丸), 꽤나 즐거워 보이는구나"




12월 중순, 혹독한 추위가 뼈에 시릴 무렵, 시즈코의 집에 간신히 어떤 설비가 완성되었다.


"짠―, 이로리(居炉裏, ※역주: 일본의 농가 등에서 마룻바닥을 사각형으로 도려 파고 난방용·취사(炊事)용으로 불을 피우는 장치)입니다―"


"즐거우신 듯 하군요, 시즈코 님"


그건 이로리(居炉裏)였다. 실내에 항구적으로 설치되는 난로의 일종으로, 주로 난방, 조리 목적으로 사용되는 설비다.

옛날에는 히타키(比多岐)나 지화로(地火炉)라고도 불렀다. 전통적인 일본의 가옥에는 반드시 있는 것이다.

이로리에는 난방, 조리, 조명, 의류나 생목(生木) 등의 건조, 나무 타르에 의한 가옥의 내구성 향상,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 편리한 기능이지만, 시즈코의 텐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야의 반응은 무뎠다.


"부― 부―, 반응이 무뎌―. 하지만, 이걸로 겨우 겨울의 추위를 견딜 수 있겠네―"


집의 완성 자체는 빨리 되었지만, 이로리만이 재료가 부족하여 완성하는데 시간이 걸려 버렸다.

그 때문에 노부나가가 공사 관계자를 몇 번인가 질책했지만.


"그보다 시즈코 님, 저건 뭔가요?"


이로리보다 다른 것이 신경쓰인 아야는, 그것이 있는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시즈코에게 물었다.

그곳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옆으로 긴 좌식 의자(座椅子) 같은 것이 있었다.

길이는 시즈코가 누워도 충분히 여유가 있을 정도로, 아야가 누우면 절반쯤 공간이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야는 좌식 의자가 낯설었다, 라기보다 애초에 용도가 짐작되지 않았다.


"저건 좌식 의자야. 등받이가 달려있어서 꽤나 쾌적해"


"좌식 의자……?"


"음…… 상궤(床几)에 가까우려나? 하지만 이쪽은 등받이에 기대어 앉은 의자니까, 조금 다르려나"


신사나 결혼식장 등에서 쓰이는 이동용의 간이 의자를 상궤라고 한다.

다리 두 개를 X자 모양으로 조립하고, 상단에 가죽이나 천을 씌워 좌석으로 삼으며, 이동시에는 접어서 휴대한다.

일본에서 의자가 보급된 것은 메이지(明治)에 들어선 이후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였다.

현대에도 드물게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등받이나 발판을 다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발판 정도밖에 달지 않는다.

그건 등받이가 있을 경우, 등 뒤로부터 습격받았을 때 등받이가 없을 때보다 한 동작 더 움직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시간차이지만, 그것이 생사를 가를 가능성도 있기에, 기본적으로 등받이는 달지 않는다.


"이렇게 누우면, 놀랍게도 간이 침소! 아아…… 쾌적해, 쾌적해"


좌식 의자를 간이 침소로 삼은 시즈코는, 귀중한 천을 써서 방석(座布団), 아니 베개 같은 것을 머리에 괴었다.

내용물은 닭털을 쓰고 있기에 면처럼 쾌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국시대라는 걸 생각하면 사치품인 것에 변함은 없다.


"그렇습니까…… 아니, 이런 데서 주무시지 마세요. 주무실 거면 제대로…… 아아 하여간! 침이 흐르잖아요!"


이로리에 의한 따뜻한 공간, 좌식 의자에 의한 침소, 푹신푹신한 베개에 의한 쾌적함에 의해 시즈코는 순식간에 잠에 빠졌다.

그로부터 아야가 궁극적인 조치, 좌식 의자에서 걷어차 떨어뜨리는 것을 실행할 때까지 시즈코는 꿈나라에 있었다.




이로리가 완성된 후 시즈코는 그 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이로리로 불을 쬐면서 시간을 보냈다.

필연적으로 아야도 그 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방에 틀어박히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두 사람만 틀어박힌게 아니라, 어디나 비슷한 상황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도, 평소라면 일출부터 일몰 사이이지만, 겨울만은 점심시간 전부터 일몰 한 시간 전이라는 상당히 짧은 시간이었다.

가사를 하는 여성은 좀 더 일찍 활동하지만, 세탁은 온천의 미지근한 물을 쓰거나, 식사는 간편하고 몸이 따뜻해지는 국물류가 많아지거나 했다.

남성 쪽도 비슷한 상황으로, 가능한 한 차가운 물에는 닿지 않도록 하거나, 농작업 후에는 목욕을 하여 몸을 덥히거나 했다.


마을 사람들은 나름대로 추위 대책을 세우고 있었지만, 시즈코는 좀 더 뭔가 없을까 생각했다.

인체는 한랭환경에 놓일 경우, 체온이 저하하지 않도록 말초 혈관이 수축되거나 몸을 떠는 등의 체온 조절 반응을 일으킨다.

그에 부수하여 근육의 움직이미 나빠져서 손으로 작업하기 어려워지거나, 추위의 스트레스로 심신이 모두 지치거나 하는 등 다양한 생리적, 심리적 부담이 생겨난다.


그런 부담을 가능한 한 경감하려고 생각한 결과, 시즈코가 떠올린 것은 '목욕 후의 스트레칭'과 '라디오 체조' 두 가지였다.

오래 목욕을 한 후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이 늘어나 몸이 유연해지고, 부교감신경이 움직여서 릴랙스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몸을 유연하게 해 두는 것으로 몸이 뻣뻣해지지 않게 되어 요통이나 혈행 불량에 의한 냉증 등을 막을 수 있다.


라디오 체조의 첫번째 동작은 아침에 하면 뇌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신경을 활성화시키고, 잠이 덜 깬 머리를 상쾌하게 깨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겨우 3분 10초에 13종류의 동작이 들어가 있어, 400종류 이상의 근육을 자극할 수 있다.

유산소운동, 근육 트레이닝, 스트레칭, 밸런스 운동의 요소를 겸비하여, 근육이나 관절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계속하면 체열의 생산이나 자세의 유지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골격근(骨格筋)'의 근력 향상이나 혈행 촉진, 기초신진대사의 향상 효과 등, 실은 구석구석까지 세심히 배려되어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마을 사람들에게 퍼뜨려 봤지만, 매번 그렇듯이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1주일, 2주일 계속하니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걸 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이 흉내내어, 지금은 마을 사람들 전원이 아침에 라디오 체조를 하고 저녁에 목욕한 후 스트레칭을 하게 되었다.


"……영차. 후우, 꽤나 구부려지게 되었네. 그런데 이 천천히 따뜻해지는 게 기분좋구만―"


"내 쪽이 더 구부려진다. 이 것 덕분에 밤에도 푹 잘 수 있어"


"어―이, 미안한데, 누가 등 좀 밀어줘―"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시즈코의 마을은, 전국시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한 시간에 둘러싸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했다. 아니, 바랬다는 쪽이 맞으리라.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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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22 1566년 12월 상순



설탕을 정제하려면 상당한 수고와 인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즈코는 한가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작업 도움을 받기로 했다.


사탕수수의 줄기를 잘게 으깨서 즙을 짜고, 거기에 굴껍질 등의 조개를 태워 만든 굴재를 침전 보조제로서 첨가한다.

그리고 불순물이 침전되어 만들어진 액체의 웃물을 걷어내고 졸여서 결정을 만든다.

현대라면 원심분리기 등에 넣어서 더욱 농축하지만, 그런 기구도 대용품도 전국시대에는 없다.


(자전거 같은 걸 만들면 되긴 하지만…… 돌리는 사람은 지옥이겠지……)


힘으로 돌리면 가능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그러한 노력의 의미도 없다.

흑설탕이라도 전국시대에는 충분히 고급품의 부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촌장님―. 이 즙 굉장히 달군요―"


"너무 많이 먹지 않게 주의하세요. 양이 줄어들면 영주님께서 화내시니까요―"


짜고 난 찌거기를 핥아본 농민의 말에 시즈코는 쓴웃음을 섞어 대답했다.


옛부터 술과 감미료는 신에 바치는 제물로 취급되어, 서민은 웬만해서는 입에 대지 못했다.

대더라도 담쟁이를 달인 즙이나 물엿, 시상(柿霜, ※역주: 곶감 표면에 생기는 하얀 가루) 정도로 단맛은 설탕이나 벌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렇다고는 해도, 소금과 달리 설탕 등의 감미료는 생활의 필수 조미료는 아니었다.

게다가 과일 종류 쪽이 단 간식으로 일반적이었기에, 순수한 설탕은 기호품에 가까웠다.


(분명히 설탕은 권력 과시인가 뭔가에 쓰였던가?)


전국시대, 일본에서 설탕은 생산할 수 없어 오직 해외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설탕의 질이나 색은 불명이지만, 무로마치 시대에 설탕 한 근(약 675g)에 대해 250문이나 되는 가치가 붙었다고 하니 상당한 고급품이 된다.

그렇기에 설탕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것은, 해외와의 연줄이 있다는 동시에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 알릴 수 있다.


"뭔가 끈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촌장님"


"슬슬 때가 되었네요. 준비해둔 용기로 옮겨 주세요"


수분을 증발시켜 농축한 것을 식혀서 굳히면 흑설탕이 완성된다.

틀에 차례대로 부어넣는 액체에서 남은 열을 빼고, 이후에는 천연 냉장고 같은 차가운 장소로 옮긴다.

상급의 백설탕과 달리 미네랄이 포함된 흑설탕은, 섭취량을 계산한다면 벌꿀과 마찬가지로 영양만점의 감미료이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어느 정도의 설탕은 보관해두고 싶네)


차례차례 틀에 부어지는 광경을 보면서 시즈코는 얼마만큼을 보관해 둘 지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당은 필수 영양소는 아니다. 오히려 섭취하지 않고 생활하는 편이 건강에는 좋다.

순수한 '당분'으로서의 에너지라면 쌀이나 된장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탕의 용도는 오로지 '약'이 된다.

실은 설탕에는 식품 등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을 빼앗는 성질이 있어, 그에 의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상처에 설탕을 바르는 치료법에 이르러서는 농담처럼 생각되지만, 미국의 의사가 7년 동안에 걸쳐 시험한 결과, 일정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실적이 있다.

그 이유는 설탕에 수분이 흡수되기 때문에 박테리아의 증식이 억제되어, 상처의 자연 치유가 저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이 그래뉴당(※역주: 고운 정제 설탕)이라고 하지만, 흑설탕으로도 충분히 효과는 얻을 수 있다.

그런 사용법이 가능할 정도로 윤택한 것은 아니지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어느 정도는 소지해두고 싶었다.


(분명히 토사(土佐, 현대의 코우치(高知) 현)의 쵸소카베 모토치카(長宗我部元親)가 오다 노부나가에게 30근(약 19kg)의 설탕을 선물한 기록이 '신장공기(信長公記)'에 있었지. 그걸 생각하면, 헌상할 양은 3kg 정도 있으면 되려나)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말을 거는 인물이 있었다.


"시즈코 님, 잠시 괜찮으실까요?"


아야였다. 그녀는 머리의 이해가 따라가지 못했고 타이밍을 잡을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 말없이 있었지만, 간신히 그 기

회를 잡을 수 있었다.


"왜? 단과자라면 나중에 만들어 줄게?"


"그게 아니에요! 언제부터 전 먹보가 된 건가요!?"


"어, 어어, 미안해. 그래서, 무슨 일이야?"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은 것에 분개한 아야였지만, 냉정함을 되찾기 위해 작기 헛기침을 했다.

그녀는 시즈코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이럻게 말했다.


"설탕이라고 하셨는데…… 저 틀에 부은 즙이 설탕인가요?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 때는 이렇게…… 가루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아아……"


흑설탕은 간단히 말하면 사탕수수의 즙을 짜서 졸이고 식혀서 굳힌 것이다.

그 도중에 졸인 액체가, 아야에게는 도저히 설탕과 머릿속에서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리라.


"나중에 식혀서 굳히면 아야 짱이 알고 있는 설탕이 되는 거야. 물을 차게 하면 얼음이 되는 건 알지?"


"그건…… 네"


"그거랑 똑같아. 지금은 물을 머금고 있으니까 즙으로 보이는 것 뿐이야. 물이 빠지면 아야 짱이 알고 있는 가루 형태의 설탕이 되는 거야"


"그런가요?"


"뭐 사실은 더 세세한 제조 과정이 있지만, 아무래도 초짜인 나한테는 이게 한계지"


창피한 듯 머리를 긁는 시즈코였지만, 애초에 설탕을 정제할 수 있는 시점에서 아야에게는 굉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늘로 운반되는 틀을 아야는 다시 한 번 보았다.

얼마만한 양인지 눈대중으로는 추정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한 재산 되는 것은 틀림없었다.

자신이 보내어진 장소가, 실은 이 세상과는 다른 곳이 아닐까, 라고 아야는 자신의 머리를 의심했다.


"금년 마지막 헌상품은 콩, 흑설탕, 그리고 곶감 등의 건물인가. 아야 짱, 그런 것들을 언제 가져가면 될지 확인해줘"


"……네"


"뭐 흑설탕은 도구도 없고 만드는 법도 익숙하지 않으니 조금 적으려나. 내년에는 좀 더 정제율을 올려야지"


보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야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헌상품의 양이었다.

흑설탕은 얼마만큼 만들어질지 불명이지만, 시즈코는 그렇게까지 많이 만들어질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지금 판명되어 있는 것은 곶감이 25개, 건표고버섯이 50개, 그리고 콩이 200kg이다.


(이런 보고를 했다가 혼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특히 콩의 양이 너무 많았기에, 어떻게 보고할지 아야는 한동안 골머리를 썩혔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나 흑설탕의 정제가 끝나 단지에 담겼을 무렵, 노부나가로부터 통지가 왔다.

내용은, 이번의 헌상품을 운반하는 데 호위할 병사를 파견하는 것, 아야 뿐만이 아니라 시즈코도 성으로 올 것, 그 두 가지였다.

최근에는 아야에게 다 맡겨놓고 있었기에, 시즈코가 노부나가의 성으로 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출발한 두 사람은,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성에 도착했다.

매번 겪는 일이지만 정장으로 갈아입혀지고 몸단장을 받은 시즈코였는데, 이번에는 이전과는 달리 알현실에서 장시간 방치되는 일은 없었다.

1시간 정도만에 노부나가가 알현실에 나타난 것이다. 약간 놀라면서도 시즈코는 그에게 인사를 했다.


"이번의 헌상품, 실로 훌륭하도다"


입을 열자마자 노부나가는 작게 미소를 띄우며 시즈코에게 그렇게 말했다.

갑작스런 칭찬에 시즈코는 깜짝 놀랐지만, 노부나가는 상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군자금이 되는 건표고버섯, 설탕, 군마의 사육에 필요한 콩. 우리 군은 대폭적인 전력 증강을 손에 넣었다. 미노(美濃) 공략의 큰 발판이 되리라"


처음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시즈코였지만, 그 말에 간신히 머리로 이해되었다.

지금까지 헌상한 것들은 군사 물자에 해당하지 않는 작물이었다. 유일하게 쌀이 군사물자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의 헌상품인 콩, 흑설탕, 건표고버섯은 거의 군사물자라고 할 수 있었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기에 많은 군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고, 자신의 권력을 과시할 수 있는 스테이터스 심볼로도 쓸 수 있다.


전국시대에 한하지 않고, 그리고 동양, 서양을 불문하고, 근대까지 희소품이라는 것은 자신의 재력, 권력을 알리는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서양, 유럽의 경우에는 향신료이다.

중세 후기의 유럽에서 후추 등의 향신료는, 같은 무게의 금과 교환되었을 정도로 귀중품이었다.

특히 후추는 향신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후추는 방부(防腐), 소취(消臭), 조미(調味)라는 세 가지 역할을 한다.

육식 문화인 유럽에서는,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마법의 향신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추, 당시에는 열대나 아열대에서밖에 재배할 수 없어, 기본적으로 유럽 사람들은 이슬람 상인과의 거래로 손에 넣었다.

당연하지만 중개하는 상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최초의 거래 가격보다 가격은 뛰어오른다.

최초의 거래 가격의 무려 6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후추가 매매되었다, 라는 일화도 있을 정도다.

참고로, 여담이지만 대항해시대의 막이 열린 원인도, 15세기 중반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손에 의해 동유럽 제국이 멸망하여 이슬람 상인과의 거래 수단이나 통행 수단을 잃게 되어, 유럽이 향신료를 입수할 길이 닫혀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서양 뿐만이 아니라 동양, 그리고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옛날의 일본 요리는 맛보다도 요리에 '걸맞는 색'이 중요한 요소였다.

지금 기준으로도 먹으면 맛있는 요리는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성으로서는 맛보다 오히려 겉보기를 중시했다.

그 때문에 필요했던 것이 설탕이나 향신료, 표고버섯 등의 귀중한 물건들이다.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다고 했던 표고버섯의 재배, 성공시킨 네놈의 수완은 훌륭하도다. 또 마찬가지로 건물인 곶감도 훌륭했다. 나는 먹을 것에 집착은 없지만, 네놈이 만든 곶감은 실로 맛있었다"


노부나가는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표고버섯은 쇼와(昭和) 17년(1942년)에 농학 박사인 모리 키사쿠(森喜作) 씨가, 그때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표고버섯의 인공 재배에 성공할 때까지 그림의 떡이었다.

에도 시대에도 표고버섯의 인공재배 방법은 있었지만, 벌채한 원목에 벌목도로 상처를 내서 표고버섯이 자라기 쉽게 할 뿐이라는, 무척 정신이 까마득해지는 방법이었다.

그렇기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실패하면 패가망신이라는 궁극의 도박 재배이기도 했다.


"이번의 상은 네놈이 원하는 것을 주마. 뭐든지 말해보아라"


기분이 매우 좋은 얼굴로 노부나가가 말했다.

원하는 것, 이라고 해도 시즈코는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사양하면 노부나가의 체면을 구기게 된다.

쌀의 상으로서 훌륭한 집을 받았다. 몸종으로서 아야도 있다. 이 이상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떠오르지 않은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다.


"……외, 외람되지만, 영주님께 부탁드릴 게 있사옵니다"


"상관없다. 마음대로 말해보거라"


"현재, 저희 마을은 농지 확장을 하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역시 사람 손이 부족하옵니다. 그래서 인부를 1개월 정도 빌리고 싶사옵니다"


시즈코의 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되어서 농지 확장을 하고 있지만, 역시 평소의 작업과 병용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넓게 만들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보기에는 문제없지만, 시즈코로서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이즈까지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흉년이 들게 되면 먹을 것에 곤란을 겪는 것이 전국시대이다. 따라서 남은 작물을 환금하거나 비상식으로서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인부의 수는 200명 정도를 바라옵니다"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머리를 숙였다.

아무래도 너무 욕심을 부렸나 하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여러 번 요구하기보다도 한번에 많은 인원을 빌리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만드는 논밭이 금후 마을에서 농작물을 만들 때의 기본 사이즈가 되기 때문에 대충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노부나가가 기분이 좋아서 배포좋게 상을 주는 기회도 적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한 인원수를 필요로 하니, 뭔가 이유가 있는 거겠지?"


"네. 작년과 금년, 저희 마을의 농작물은 풍작이었사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흉년이 드는 해가 올 것입니다. 그 때에 당황하지 않도록, 비상식을 비축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지금의 수확량으로는 필요 최저한의 비축조차 할 수 없사옵니다"


"……"


"마을의 사정일 뿐이옵니다만, 부디 용서를"


"큭큭큭, 욕심이 없는 계집이로다"


영토나 금품류가 아니라, 논밭을 확장하기 위한 인력을 원한다.

도저히 보수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노부나가였지만, 본인이 원하는 이상 뭐라고 참견할 생각은 없었다.


"좋다, 원하는 대로 네놈에게 인부 200명을 쓸 권한을 주겠노라"


작게 웃으며 그는 시즈코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 후, 조금 대화를 나누고 노부나가와의 알현은 끝났다.

남은 건 귀가하는 것 뿐이기에 성을 나오려고 했지만, 그 전에 모리 요시나리가 불러세웠다.

그는 아야에게 용무가 있는 듯 하여, 시즈코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녀를 데리고 갔다.

급한 용무도 없고, 빨리 돌아갈 필요도 없는 시즈코는 그녀를 기다리기로 했다.

방해되지 않는 위치에 앉아서 그녀는 땅바닥을 이용해 지금까지의 일을 정리했다.


보기좋게 200명의 인부를 손에 넣었지만, 얘기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원래 있는 논밭을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제로에서 논밭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계획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자칫하면 1개월 동안 2백명을 놀려두게 될 뿐이니까.


(……백성 한 명당 3ha의 농지를 담당시키자. 지금은 80명 정도지만…… 나중에 늘어날 테니까)


농지를 더욱 확장하는 것은 보존식을 만들기 위한 것 이외에 또 하나 이유가 있었다.

원래 있던 마을 사람들은 2년 가까이, 금년에 입식된 농민들은 1년 가까이 시즈코의 지도 아래 생활하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는 있었지만, 이 2년만에 마을은 달리 유례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렇게 의식주가 안정된 그들은, 최근 비슷한 얘기를 시즈코에게 상담해 왔다.

그것은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이 마을로 불러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대부분 아이를 파는 거나 마찬가지로 돈벌이 시키러 보냈거나 했는데, 이번의 수확물을 팔면 그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돈은 손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다만 자기들 멋대로 할 수는 없으니 시즈코에게 상담했던 것이다.


시즈코로서도 다음 세대를 짊어질 아이들이 돌아오는 건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좋은 면만 있는게 아니라 나쁜 면도 있다.

현재, 노동력인 마을 사람들의 먹거리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택하다는 것도 아니다.

나쁘게 말하면, 그냥 먹기만 하지 노동력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먹여살릴수 있겠냐, 라는 것이다.


(뭐 갑자기 받아들이는 건 어렵겠지. 상대의 사정도 있고…… 일단 처음에는 10명. 그것도 여자애 6명, 남자애 4명으로 하자. 거기서 문제가 없으면 조금씩 더 데려오는 식으로)


아이들은 한번에 받아들이지 않고 조금씩 데려오기로 했다.

첫 번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피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마을 그 자체가 붕괴해 버린다.


"그걸 계산에 넣고…… 3ha가 100명으로 환산해서 300ha는 필요. 하지만 쌀 뿐만이 아니라 그 외에도 필요하니까, 실제의 밭은 더 커진다…… 아아, 그러고보니 쌀의 인공 교배도 해야지. 하지만 그건 10년은 걸리니까…… 으―음……"


"뭘 중얼중얼거리고 있는 것이지?"


땅바닥에 글자를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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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21 1566년 10월 하순



시즈코는 며칠 후에 일어나는 어떤 자연 현상에 대해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현대라면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관측할 수준의 얘기지만, 안타깝게도 전국시대에는 재앙의 일종으로 분류되었던 듯 하다.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는지, 가 시즈코의 고민이었다.


(지구라던가 달이라던가 태양…… 이라는 설명으로 알려나?)


입으로 설명하는 거라면 간단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걸 이해하기 위한 기초 지식이 없다.

따라서 실제 이야기의 절반 정도만 듣고 중요한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라는 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 천체 쇼가 일어나는 건 일본 시간으로 22시 45분에서 다음날 2시 18분 사이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국시대의 사람은 거의 볼 일이 없다. 해가 진 후에는 잘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의 이유로 깨어나서 보는 일도 없으, 려나?)


결국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누가 눈치채면 그걸 동화틱하게 설명하기로 했다.

그럴듯한 사실을 섞으면서, 하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로 만들어 알려주는 것으로 불안을 해소한다.

결론이 나온 시즈코는 당장 이야기를 생각하려고 노트 대신 쓰고 있는 모래판에 펜을 놀렸다.


(햇님이 달님의 뒤에 숨어 있다, 는 느낌으로 먹히려나)


그런 동화틱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는 시즈코를 놔두고, 아야는 시즈코가 짐을 보관하고 있는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청소라고 해도 시즈코가 꾸준히 하고 있기에 그렇게까지 지저분한 곳은 없었다.

기껏해야 빗자루로 쓰는 정도로 끝난다.

아무리 재능을 조사하라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일상적인 시중을 들어야 한다.

가정부 일을 하면서 조사하는 것이니 고생스러운 듯 보이지만, 실은 이렇게 하는 쪽이 유리했다.

뭐래 해도 집의 청소라고 하고 그녀의 사물을 마음대로 조사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즈코는 아야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전혀 의심하지 않고 속편하게 청소를 맡기고 있는 상황.


시즈코의 방은 세 개였으며, 하나는 짐을 두는 곳이고 하나가 작업장, 마지막이 개인 방이었다.

그녀의 집이 보통의 백성보다 넓은 것은, 첫 해와 두번째 해에 헌상한 작물에 대한 노부나가로부터의 상이었다.

보통의 황폐한 집이었지만 간소하나마 울타리가 설치되고, 거의 건물 제조장으로 쓰이고 있지만 뜰이 만들어지고, 비트만들의 집이 만들어지고, 양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방을 가진 집이 주어졌다.

그렇게되자 필연적으로 식모가 필요해지므로, 그걸 틈타 아야가 파견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었다.

먼저 시즈코가 쓰고 있는 방의 어딘가에 늑대들이 항상 2, 3마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방을 청소하는 김에 뭔가 하려고 해도, 소리에 반응하고 늑대들이 방으로 들어온다.

감시당하는 기분의 아야였는데, 실제로 늑대들은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야가 상상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은 아니고, 단순히 '쫄따구가 보스의 방에서 뭘 하는 거냐'라는 서열에 기반한 생각이었지만.

그런 와중에 아야가 발견한 기묘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튼튼한 밧줄로 묶인 약간 큼직한 나무 상자.

그리고 또 하나는 시즈코가 사냥에서 사용하고 있는 중형의 크로스보우이다.

나무 상자는 시즈코가 자주 사용하는 방에 놓여 있었으며, 열려고 해도 아야의 힘으로는 간단히 열릴 것 같지 않았다.

꽤나 단단하게 밧줄이 감겨 있기 때문에, 정말로 열기 위해서는 밧줄을 자르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면 아야가 몰래 조사하고 있는 것을 시즈코가 알게 되어 버린다.

신중하게 기회를 엿보며 내용물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아야는 생각했다.


그에 반해 크로스보우는 지극히 간단했다.

나무 상자만큼 엄중히 관리되고 있지 않고, 다른 사냥 도구와 함께 쌓여 있었다.

청소한다고 하며 그걸 옮겨도 시즈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건 '무기'니까 취급에 주의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경고만 들었다.

그 '무기'라는 말이야말로, 아야가 크로스보우에 강한 흥미를 가지게 된 원인이지만.


(본 적 없는 구조…… 시즈코 님은 활이라고 하셨는데, 이런 활 본 적 없어요)


시즈코가 관리하고 있는 크로스보우는 세 종류다.

첫번째는 구조가 심플한 크로스보우, 두번째가 세 종류 중에서 가장 대형이며 활시위가 강한 크로스보우, 마지막 세번째가 도르래가 달린 소위 말하는 컴파운드 타입의 크로스보우이다.

첫번째 것에서 대형화하여 사슴의 사냥에 쓰고 있던 것이 두번째의 크로스보우인데, 활시위를 당기는 데 반드시 전용의 기구가 필요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하고 시즈코가 언니의 책을 뒤져보았더니, 도르래가 달린 컴파운드 타입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도르래야말로, 전용의 기구보다도 더 상위의 기술이 필요했다.

킨조와 함께 전용의 가공 기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결과, 드디어 가공 기구를 만들어 도르래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수차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개울의 흐름에 따라 완성되는 시간이 좌우되었다.

상태가 좋을 때 도르래를 하나 만드는 데 약 3개월, 개울의 흐름이 나쁘면 5개월 가까이 걸렸다.

병렬로 한번에 20개 정도 만들 수 있었지만, 그래도 부품 하나에 걸리는 시간이 방대했다.

그 때문에 예비 부품을 여러 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물론 도르래 뿐만이 아니라, 손떨림 억제를 위한 총상(※역주: 총의 견착대나 개머리판을 말함)이나 귀중한 금속으로 만든 방아쇠, 활시위를 당기기 위한 보조용 도구 코킹(cocking) 끈, 등에 지고 운반하기 위한 사슴 가죽제의 숄더 벨트 등, 그밖에도 자잘한 면에서 여러가지 개량이 이루어졌다.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식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시즈코는 눈대중으로 약 150파운드에서 180파운드 정도라고 계산했다.

그녀에게 위력은 아무래도 좋았고, 요는 사슴을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는지 아닌지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3세대 크로스보우는 간단히 활시위를 당기고 안정된 자세에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기에 사냥 효율이 올라갔다.

코킹 끈도 보조라서 평소에는 필요없었기에, 대부분 그냥 가지고 갈 뿐이었다.


그런 오버 테크놀러지가 가득한 크로스보우를 본 아야는, 직감적으로 노부나가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수수께끼의 물건의 존재를 보고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지만, 아무래도 크로스보우는 너무 이질적이었다.


시즈코가 이 크로스보우를 보고하지 않는 것은, 화승총보다 모든 스펙이 뒤떨어지기에 사냥 정도에나 쓸 수 있다고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무리 화살을 쏘는 회수를 늘려도, 초속(初速)이 빠르고 관통력이 높아도, 크로스보우인 이상 화궁(和弓, ※역주: 일본 활)보다 화살이 짧기 때문에 확실한 위력을 낼 수 있는 거리가 50m에서 70m 정도로 상당히 짧다.

병사에게 크로스보우를 들려줄 정도라면, 화승총을 들려주는 편이 효과적인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야는 그런 역사적 배경을 모른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모리 님께 전달하는가, 네요)


컴파운드 타입의 크로스보우를 보며 아야는 생각했다.

숫자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기에 분실되면 확실히 시즈코가 알아챈다.

그 때, 청소가 일상적인 시중을 들고 있는 아야가 가장 먼저 의심받는다.

어떻게 할까, 라고 생각한 아야였지만, 그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어? 크로스보우를 빌려달라고? 그래"


살짝 부탁해보기로 한 아야였는데, 그 대답은 예상밖으로 승낙의 말이었다.

너무나도 쉽게 말하니, 원하는 대답을 얻었음에도 아야는 놀란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다.


"안전장치 같은 게 없으니까, 취급에는 주의해. 뭐, 저번에 사용법은 가르쳐줬으니 괜찮을거라 생각하지만"


그 말만 하고 시즈코는 다시 책상 쪽으로 돌아앉아 자신의 작업을 재개했다.

작업의 방해를 해서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없었기에, 아야는 머리를 숙인 후 방을 나왔다.


잠시 후, 아야는 모리 요시나리의 심부름꾼을 불러내어 그에게 편지를 건네주었다.

내용은 짧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즈코 님, 남만에서 유래하였다고 생각되는 무기를 소지"




10월 27일, 아야는 그 길로 크로스보우를 모리 요시나리에게 전달하고, 그와 함께 노부나가에게 갔다.

본래 아야는 노부나가를 알현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입장이지만, 이번의 물건은 모리 요시나리도 설명하기 어려워서,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던 아야에게도 설명하게 하기로 했다.

알현의 인사를 마치자, 모리 요시나리는 즉시 노부나가에게 크로스보우를 보였다.


"……이게 활……이라고?"


눈썹을 찌푸리며 노부나가가 물었다.


일본에도 크로스보우 등의 쇠뇌는 존재했지만, 무사가 탄생하고 소규모 인원간의 전투가 늘어나면서 공을 세우기 어렵고 관리가 필요한 쇠뇌는 점차 소멸되어 갔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무로마치(室町) 시대에는 쇠뇌의 제조 방법을 알고 있는 장인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 대신 관리가 쉽고 간편한 경갑과 활, 화살이 주류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보병을 주체로 하는 병사의 대집단이 재등장했을 때도, 장궁은 복합 소재를 사용하여 긴 사정거리를 갖는 것으로 발전되어 있었기에, 쇠뇌가 재조명받는 일은 없었다.


노부나가는 크로스보우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깨지는 물건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크로스보우의 구조를 확인했다.

5분 정도 지긋이 관찰한 그는, 쟁반 위에 크로스보우를 놓더니 모리 요시나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전장에서는 쓸 수 없다"


두 사람의 반응을 무시하고, 노부나가는 그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 말했다.


"구조가 너무 복잡기괴하다. 파손된 경우, 수리하기가 쉽지 않겠지. 정확한 제조 방법은 모르겠지만, 손이 많이 가는 건 틀림없다. 그리고 시즈코가 짐승의 사냥에 쓰고 있다는 건, 그 정도의 위력밖에 없다, 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리 요시나리의 질문에 노부나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코는 모든 것을 알고 일부러 내게 보고하지 않았다, 라는 것이다. 전장에서 쓸 수 없는 것을 보고해도 무의미, 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라고 중얼거린 노부나가는, 손에 들고 있는 부채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걸로 시즈코는 남만의 병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큰 수확이니라"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쓸 수 있겠습니까?"


화승총은 일본에서도 큰 발전을 이뤘지만, 모든 것이 그런 것은 아니다.

쇠뇌나 크로스보우도 다시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위력에서는 화승총에, 속사성에서는 활에 밀리는 어정쩡한 무기라고 판단되어 보급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서양에서는 사용할 수 있어도 일본의 환경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라는 무기는 존재한다.


"쓸 수 없다면 쓸 수 있게 개량하면 된다. 이 활처럼 복잡기괴한 구조가 아니라면, 말이지"


예상보다 빨리 남만의 기술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노부나가는 무의식중에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11월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12월에 들어선 직후부터 조금 바빠졌다.

콩과 사탕수수가 수확 시기에 들어섰던 것이다.

재배 면적은 사탕수수가 1ha, 콩이 50a 정도였지만 충분한 수확이 기대되었다.

특히 콩은 질소 비료가 적기 때문에 수확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예상을 뒤엎은 대풍작이었다.


(질소 비료가 모이면 할아버지 스페셜 재배로 10a 400kg 수확이 가능한데…… 뭐 내년이나 내후년이려나)


시즈코는 잊고 있었지만 콩은 군마의 사료로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 군사 물자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간장이나 된장의 원료 정도로 묘하게 콩의 가치가 낮았다.


"으―음, 된장이나 간장에는 소금이 필요한데…… 현 시점에서는 대량으로 구할 수가 없지"


현대에서는 편의점에서도 팔고 있는 소금이지만, 전국시대에는 이온 교환막 제법 등이 가능할 리도 없고, 오로지 염전을 이용한 소금의 제법 뿐이다.

하지만 다대한 노동력을 투입해서 생산할 수 있는 소금의 양은 병아리 눈물 만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유하식(流下式) 염전을 조금 개조해서 소금을 대량생산할까. 어쨌든 소금이 부족한 시점에서 상당히 안 좋네)


조미료의 기본이기도 하고, 다른 조미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이기도 한 소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유기물이 아닌 소금이니까 곰팡이도 슬지 않고, 병균이 성장하기 위한 양분도 없다.

따라서 대량으로 생산해도 보존이나 관리 방법에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까놓고 말하면, 단지나 통에 넣어서 창고에 보관해 두면 된다.


(쌀도 대량 생산하면 보관이 어렵지만…… 이쪽은 목제 사일로(silo)를 만들면 되려나. 그 뒤는 수확한 쌀의 탈곡이나 탈피를 하는 시설이 필요할지도


시설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기계적인 설비는 필요없고, 컨베이어 벨트처럼 전송대 작업이 가능한 시설을 시즈코는 상상했다.

다행히 동력은 수차로 해결할 수 있으니, 레인을 만드는 데 그다지 큰 수고는 필요없다.


"그건 그렇다치고…… 일단은 콩이네―"


콩을 수확한 직후에는 천일(天日) 건조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모양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장소 확보이다. 작은 뜰에는 이미 빽빽하게 천일 건조중인 것들이 있다.

아무리 봐도 무리한 양이었기에, 시즈코는 집 앞에 긴 건조장을 만들고 거기서 콩을 건조하기로 했다.

입구 근처라서 통행이 조금 불편해지지만, 1주일에서 2주일 동안이기에 그 때까지 참기로 했다.


탈곡하기 위한 건조가 끝나면, 다음은 본격적인 탈곡을 해야 한다.


땅바닥에 큼직한 천을 깔고, 콩깍지가 붙은 콩가지를 약간 깊은 통에 후려친다.

그것만으로 대부분은 떨어지지만, 개중 도저히 안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또 콩깍지나 가지 부스러기도 쌓여간다.

그것만이라면 차라리 낫지만, 개중에는 벌레먹은 콩깍지 속에서 유충이 나온다.

한 마리 한 마리 상대해서는 시간낭비이기에, 어느 정도 쌓이면 크고 얕은 통으로 옮긴다.


거기서부터는 인해전술이었다. 콩과 그 이외의 것을 나누는 선별을 한다.

이 때, 콩도 깨끗한 콩과 벌레먹은 콩이나 식용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콩을 선별해간다.

하지만 혼자서 하면 시간이 걸리므로, 콩과 부스러기의 1차 선별과 콩의 분별을 하는 2차 선별로 나누어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하루를 더 들여서 분별을 끝낸 깨끗한 콩은 480kg 정도가 되었다.

그 중에서 내년의 파종에 쓸 것을 분별하고, 최종적으로 식용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콩은 400kg가 되었다.

그리고 나온 부스러기나 벌레는 퇴비의 재료로 삼아 내년의 퇴비로 쓴다.


"무흐흐, 좋은 느낌으로 수확할 수 있었네. 내년은 이 열 배는 수확하고 싶어"


"노동력도 10배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정리를 끝낸 콩이 든 통을 보고 약간 머뭇거리는 느낌의 아야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시즈코가 말했다.

보는 사람이 보면 보물의 산이지만, 시즈코에게는 단순한 콩의 산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걸 써서 된장과 간장을 만들까―"


"(간장……?) 정리해서 절반을 영주님께 헌상한 후에 부탁드려요. 그리고 저 이상한 억새풀은 대체……?"


"알고 있어―. 다음은 사탕수수 쪽을 처리해야지. 얼른 흑설탕을 만들까"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최후의 대 수확물, 사탕수수의 처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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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20 1566년 10월 중순



주요 농작물의 수확 및 헌상이 끝났기에, 시즈코의 마을에는 일종의 늘어지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본래라면 겨울을 나기 위해 먹거리 확보에 분주하지만, 금년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풍족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고구마는 충분히 있었고, 겨울을 위한 야채인 호박도 다수 확보해 두었다.

쌀도 그럭저럭 있었기에, 낭비하지만 않는다면 내년 가을까지 먹을 것이 부족할 일은 없다.


해야 할 작업도 추가적인 농지 확장을 하는 것 이외에는 큰 작업은 없었다.

유채 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유채 씨를 심었지만, 그 이외의 겨울 야채는 이미 재배중이었다.

농지 확장도 현대처럼 복잡한 수속을 할 필요는 없이, 단지 "여기부터 여기까지 농지로 만들자" 정도면 되었다.

물론, 확장한 농지에 대해서는 후일 노부나가에게 보고할 필요는 있었지만, 그것들은 아야에게 일임하고 있었기에 굳이 시즈코가 갈 필요도 없었다.


"그럼, 오늘은 버섯 사냥을 가볼까"


"……시즈코 님. 갑자기 바구니를 들려서 묻지도 않고 데려가지 말아 주세요"


아야의 냉정한 지적에 시즈코는 굉장한 기세로 엉뚱한 방향을 보며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불었다.

어이없어서 말이 안 나오는 아야였지만, 쓴소리를 하는 것도 바보같다고 생각되어 무거운 한숨을 한 번 쉴 뿐이었다.


"자자, 가을은 버섯의 계절이니까, 버섯 사냥을 도와줘. 잔뜩 딸 수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 손이 부족해서 말야―"


뒤통수를 긁으면서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버섯의 계절은 종류에 따라서 좌우되지만, 대부분 9월에서 10월, 늦어도 11월 무렵에 제철을 맞이한다.

하지만 버섯은 기본적으로 10월이 본격적인 수확 시기이다.

산의 소유주는 노부나가이지만, 특정한 자원 이외라면 보고하지 않고도 이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두었다.

광물 종류, 즉 금이나 은, 철은 발견하면 즉시 보고해야 한다.


"음후후…… 작년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못 땄지만, 금년은 확실히 쓸어버리겠어"


근처에는 니사쿠의 마을 이외에는 없기에, 그들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으면 마음껏 수확할 수 있다.

즉 가을의 미각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어, 뭘 따실 생각이신가요?"


시즈코의 텐션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야는, 약간 망설여졌지만 뭘 할 생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에, 빙글빙글 돌고 있는 시즈코에게 질문을 했다.


"응? 응―, 그러네. 금년은 잎새버섯, 땅찌만가닥버섯, 만가닥버섯, 연기색만가닥버섯, 맛버섯, 그리고 뭐라 해도 송이버섯이지! 아, 그러고보니 작년에는 실패했지만, 금년에는 표고버섯의 재배가 잘 되었으려나―"

(※역주: 버섯 이름은 확실히 정리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서 검색되는 대로 썼으나, 틀릴 수도 있음)


순간, 아야가 굉장한 기세로 뿜었다.

게다가 기침을 시작했기에, 시즈코는 당황해서 그녀의 등을 문질러주었다.


"괘, 괜찮아!?"


"괜찮습니다. 조금 사래들린 것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호흡을 조절하는 아야였지만, 시즈코는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소의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


"(갑자기입니까……) 그럼, 갈까요 시즈코 님"


"응…… 무리하면 안 돼―. 무리일 것 같으면 집에서 자도 되거든?"


"괜찮습니다. 오히려 시즈코 님을 혼자 두면, 걱정되서 잠이 안 올 것 같아서요"


"실례네. 이래뵈도 산은 잘 안다고"


설득력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말이었지만, 아야는 작게 한숨을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게는 주인과 하인이라기보다, 나이 차이가 나는 친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보고할 필요가 있네요) 그런데 시즈코 님. 표고버섯의 재배라고 하셨는데, 그걸 재배해서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어쩌다니, 표고버섯을 먹는 것 이외에 어디다 써? 아, 국물을 낼 거면 말린 편이 맛있어―"


그 대답을 들은 아야는 머리를 감싸쥐고 싶어졌다.


시즈코는 현대의 감각으로 말하고 있으니 모르지만, 표고버섯은 20세기에 인공 재배 방법이 확립될 때까지 고급품이었다.

옛부터 일본에서 나고 있었지만 인공 재배의 방법이 확립되지 않아, 자생한 것을 채취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한편으로 채소 요리(精進料理)에서 국물을 내기 위한 필수품이었다.

도우겐(道元)이라는 카마쿠라(鎌倉) 시대 초기의 선승(禅僧)이, 중국의 왕조의 하나인 남송(南宋)에 건너갔을 때, 현지의 승려에게 말린 표고버섯을 가지고 있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일화가 있을 정도다.

역사에 남은 표고버섯 요리도 있을 정도로 고급품인 버섯이지만, 현대의 감각이 남아있는 시즈코에게는 슈퍼에서 팔고 있는 정도의 싸구려 버섯이다.


반대로 그녀가 고급품이라고 생각하는 송이버섯이야말로, 전국시대의 사람이 보면 귀한 것도 뭣도 아닌 것이다.

산에 올라가면 여기저기 나 있는데다, 일부러 송이버섯을 먹으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기 때문이다.

배를 채우는 게 최우선인 시대에는, 향을 즐길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다.


"뭐, 작년에는 재배에 실패했으니, 금년도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대단히 태평하게 말한 후, 시즈코는 바구니를 고쳐 메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아야가 굉장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갔다.


(모리 님의 말씀대로야. 이 사람의 가치관은 어딘가 달라……)


콧노래를 부를 듯이 쾌활한 시즈코의 등을, 아야는 노려보는 듯한 느낌으로 보았다.

살기조차 느껴질 정도의 시선이지만, 그 시선을 받는 당사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태평하게 산을 올라갔다.


"이제 곧 가닥버섯 밭이니까, 바구니 준비를 부탁해"


눈치채기는 커녕 아야에게 전혀 악의가 없는 미소를 보내는 지경이었다.

정말로 시즈코라는 인물을 모르겠다고 생각한 아야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똑바로 앞을 보시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시즈코가 가진 재능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대화를 계속하며 걷기를 수십분, 두 명은 이윽고 시즈코의 첫 목적지인 가닥버섯 밭에 도착했다.

가닥버섯 밭이라고 해도 자생하고 있는 것이 모여 있는 구역으로, 본격적으로 인공 재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따기 쉬운 구역을 시즈코가 버섯의 이름을 붙여 밭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뿐이다.


"이건 먹기 좋을 때네. 이건 아직… 이건 독버섯. 어이쿠, 이건 굉장한 크기네"


날카로운 후각이 있는 건지, 시즈코는 차례차례 버섯을 발견해서는 바구니에 집어넣엇다.

순식간에 손에 든 바구니에 버섯이 가득찼고, 그것들을 메고 있는 바구니에 조심스레 넣었다.

주위에 있던 버섯은 남김없이 수확되었고, 남은 것은 아직 작은 것과 독버섯 뿐이었다.


"다음은 잎새버섯―. 그 다음이 송이버섯이네. 표고버섯은 마지막에 가지 뭐"


아야에게 말할 틈조차 주지 않고, 시즈코는 바구니를 고쳐메고 다음 채집 장소로 향했다.

그녀의 뒤를 서둘러 쫓아가는 아야였지만, 산에 익숙한 시즈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도저히 의문을 입에 올릴 여유가 없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는 아야의 몸 상태를 신경써서 걷는 스피드를 늦추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겨우 깨달았다.


"좋아, 잎새버섯의 사냥터에 도착했다―. 바로 발견!"


간신히 도착했기에 조금 휴식을 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아야였지만, 시즈코는 잎새버섯을 발견했는지 굉장한 기세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달릴 만한 힘은 없었고 눈에서 벗어날 거리도 아니었기에, 이마의 땀을 닦은 후 허리에 차고 있던 대나무 수통으로 목을 축였다.

조금이나마 차가운 물이 뜨거워진 몸에 대단히 기분좋게 느껴졌다.


"이 정도로 10kg 정도는 되려나. 아, 저쪽에도 있다! 금년은 풍작이다―!"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야를 내버려두고, 시즈코는 오로지 잎새버섯의 채집에 열중했다.


가닥버섯류, 잎새버섯, 송이버섯을 땄을 때, 바구니가 가득 찼기에 그녀들은 일단 산을 내려왔다.

시즈코는 표고버섯은 다음에 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야가 꼭 보고 싶다고 했기에 그녀들은 다시 산을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산을 오른 지 10분 후, 두 명은 시즈코가 만든 표고버섯의 재배장소에 도착했다.


"금년엔 자랐구나―"


멀리 내다보는 듯한 포즈로 시즈코가 태평하게 중얼거렸다.

반대로 아야는 숨을 들이키며 눈 앞의 광경에 빠져들었다.


가득 뒤덮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표고버섯이 나 있었다.

이만큼 있다면 한 재산 될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시즈코는 표고버섯의 재배가 성공한 것만 기뻐하고 있었다. 돈 운운의 욕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아무래도 이 양은 영주님께 보고드려야겠네요"


"어? 그래? 겨우 표고버섯 가지고?"


순간, 아야는 엄청나게 피곤한 한숨을, 시즈코에게 보라는 듯 내쉬었다.



결국 두 명은 표고버섯을 남김없이 채집해서 가지고 돌아갔는데, 시즈코는 당장 구워먹으려고 했다.

그걸 아야가 전력으로 말려서, 벌레먹은 것을 제외하고 전부를 건표고 버섯으로 만들기 위해 가공했다.

표고버섯을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 B를 잃지만, 대신 비타민 D가 충분히 증가한다.

맛성분도 증가하고, 게다가 향이 좋아지기 때문에 표고버섯은 생보다 말린 쪽이 훨씬 좋은 것이다.


"그건 그렇고, 표고버섯이 그렇게 비싸?"


도무지 표고버섯의 가치가 이해되지 않는 시즈코는, 묵묵히 작업을 하는 아야에게 표고버섯의 가치를 물었다.

그녀는 손을 멈추고 작게 한숨을 쉰 후, 말리기 위한 바구니에 늘어놓은 표고버섯을 보며 말했다.


"저도 얼마만큼인지는 모르지만, 소문으로는 15관(약 56.25kg) 정도 있으면 성을 하나 살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이만큼 있으면, 커다란 집을 살 수 있겠네―. 청소하기가 장난이 아닐테니 필요없지만"


"……만약 사람을 많이 고용할 수 있다면, 넓은 집을 지으실 건가요?"


"어? 그렇게 집이 넓으면 다 못 쓰잖아. 지금 집으로 충분해"


가정의 이야기를 꺼내 시즈코가 어느 정도 욕심을 부리는지 알아보려고 한 아야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녀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무욕(無慾)이었다.



산에서 나는 것을 수확하는 건 하루나 이틀로는 끝나지 않는다.

며칠 동안이나 산에 올라서 목적한 것을 수확하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서는 가공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그날 그날 따러 가는 것이 틀리다.

자생하고 있는 떫은 감이나 단감을 수확하는가 하면, 떨어져 있는 밤을 밤송이째로 수확하거나, 참마를 파내거나,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줍는 등, 다종다양한 산에서 나는 것들을 수확했다.

감 이외의 과일도 수확했지만 이것들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채집중의 간식으로 그 자리에서 먹었다.


"떫은 감은 얼른 곶감으로 만들어버리자"


펄펄 끓고 있는 냄비 앞에서 시즈코는 떫은 감의 껍질을 벗겼다.

다 벗기자 그녀는 감의 중심에 끈을 꿰어, 5초 정도 끓고 있는 냄비 속에 감을 넣었다.

그게 끝나면 준비해둔 건조장에 감이 겹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끈을 묶었다.

감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고 30개 정도였지만, 그녀는 아야도 놀랄 정도의 솜씨였다.


"이걸로 오케이. 대략 40일 정도면 완성되려나"


표고버섯이나 감 등 다종다양한 건물(乾物)이 늘어놓아진 광경에 시즈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가을은 소득이 많아서 좋네―"


"……그러네요. 그런데 시즈코 님, 버섯에 대해 견식을 가지신 듯 한데, 그런 지식은 어디서 얻으신 건가요?"


말리고 있는 것들을 체크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아야는 어디까지나 내추럴한 이야기로 흘러가도록 주의하면서 질문했다.

자칫 눈치채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만, 아쉽게도 시즈코는 약간 나사가 빠졌기에, 아야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다고는 털끝만큼도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


"응? 아, 친척이 버섯 학자시거든―. '버섯은 재미있단다, 시즈코!'라고 흥분하셔서 이것저것 가르치셨어―"


"그런가요"


"예전에 살고 있던 곳은 고령화가 진행되서 말야. 그래서 다들, 후계자를 원했던 걸까?

뭔가 이것저것 배웠어. 어릴 때부터 배운 덕분에, 농림수산성 직할의 농업고교에 입학할 수 있었지―"


"노, 농림? 농업…… 고교? 이, 입학?"


시즈코의 말 중, 뒤쪽 말은 전혀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후계자 욕심에 가르친 것이라는 건 알았다.

즉 시즈코는 그 마을이 가진 지식의 집대성, 이라고 아야는 생각했다.


(이 정도의 기술을 가진 마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좋아, 끝났다. 슬슬 추워지니까 방으로 돌아갈까"


"……그렇군요"


시즈코의 정체를 알려고 했지만, 되려 수수께끼가 깊어져 막막해진 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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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9 1566년 10월 상순



시즈코가 쓰고 있는 우물 굴착기는, 핸드 오우거라고 불리는 간이 지질조사 도구이다.

본래는 땅 속에 오우거라고 불리는 드릴 형태의 천공기계를 설치하고, 인력으로 회전압입시켜 땅을 절삭하여, 땅 속에 구멍을 뚫어서 시료의 채취나 관찰을 하기 위해 쓰인다.

지표면 아래 수 미터의 부드러운 토층에서 중간 정도의 단단함을 갖는 점성토나 사질토의 채취나 관찰에 적합하다.

인력이기 때문에 채굴 심도가 3미터를 넘으면 작업 효율이 현저하게 저하되지만, 현대에서도 개인이 하는 우물 조사에는 자주 쓰이는 도구이다.


"분명히 여기에 지하 수맥이 있는 거야"


늑대는 귀와 코가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

어떤 연구에서는, 늑대는 숲 속에서는 반경 6마일(약 9.5km), 탁 트인 장소라면 반경 10마일(약 16km)나 되는 범위의 소리를 지각할 수 있다고 한다.

주파수로 말하면 25KHz 이상도 들린다고 하며, 연구자에 따라서는 80KHz까지 들린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뭐라 해도 늑대라고 하면 우수한 후각이리라.

다양한 냄새를 구별할 수 있어, 동료의 몸에 밴 냄새로 행동의 정보를 파악하거나, 멀리 떨어진 사냥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쩌면 물 냄새를 알아채고 여길 파라고 하는 걸지도 몰라)


카이저가 물 냄새를 알아챘을 가능성이 있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추측이며 사실인지 어떤지는 실제로 파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고, 단순히 엉뚱한 짓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 장소를 찾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에, 카이저가 가리키는 장소를 파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기도 했다.


"영차…… 어?"


3미터 정도 팠을 때, 갑자기 핸드 오우거의 감촉이 달라졌다.


단단한 흙을 파고 있다기보다 개울의 모래바닥 아래를 파고 있는 느낌이었다.

조급해지는 기분을 억누르며 오우거의 내용물을 꺼내보자, 시즈코의 예상대로 물이 스며든 모래 덩어리가 나왔다.


"이건 성공일지도……?"


구멍의 위치부터 마을까지의 거리를 눈으로 재 보았다.

다소 거리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트여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위에 절벽 같은 위험한 장소도 없다.

우물막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넓이는 있었기에, 빗물을 막을 수도 있었다.


(빗물이 여과되어 지하에 스며들어서 그게 아래로 흐르고 있는 장소를 판 걸까……?)


4~5m 정도를 각오하고 있었지만, 3m 정도로 갑자기 물이 스며든 흙으로 바뀐 것을 보니, 지하 수맥은 산의 사면을 따라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개울물이 지하에 스며든 것인지, 빗물이 여과되어 지하를 흐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이걸로 제 1단계는 클리어되었다.


"영차…… 물이 슬슬 나올 것 같은데……"


"곧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 나왔습니다 촌장님!"


다시 1m 좀 넘게 파들어가자, 드디어 목적의 지하수가 오우거 속으로 들어왔다.


다음으로 클리어해야 할 것은, 그 지하 수맥이 '음용에 적합한지'였다.

기껏 지하 수맥을 파내도, 뭔가에 오염되어 있어서는 마실 물로서 이용할 수 없다.


킨조가 오우거에 들어온 물을 작은 나무통에 흘려넣었다.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냄새도 오염물도 없는 담수였다.

하지만 광물에 오염되어 있을 경우, 눈으로 봐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카이저, 이 물 마실 수 있니?"


기계나 약품으로 체크할 수 없기에, 시즈코는 늑대인 카이저의 후각에 걸었다.

만약 카이저가 거부한다면, 그 물은 뭔가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카이저가 나무통에 얼굴을 들이밀고 냄새를 맡았다. 그 모습을 시즈코는 두근두근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냄새맡는 것을 마친 카이저는, 평소대로의 표정으로 나무통에 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카이저가 물을 마신 것으로, 그 장소에 있는 지하 수맥은 음용에 적합하다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우물파기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그럼, 여기를 파죠. 라고는 해도, 몇 명이면 충분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도구를 옮겨와 주세요―"


시즈코가 지금부터 만드는 우물은 원우물이라고 하는 땅을 파서 만드는 우물이 아니라, 보링(boring) 공법으로 만드는 분수식 우물이다.

원우물은 사람이 아래쪽까지 파들어갈 필요가 있어, 생매장이나 가스 등의 위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배출 토사도 많이 나오기 댸문에, 우물을 파는 작업자와 토사를 처분하는 작업자가 필요해진다.

작업 인원수가 많아질 필요가 있으므로, 발 디딜 곳을 확보하기 어려운 산 속에서는 너무 위험하다.


그에 대해 분수식 우물은 불투수층(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지층)을 전용의 도구로 뚫고, 그 아래에 있는 대수층(지하수층)에 대나무 관을 넣어 물을 퍼올리는 우물을 말한다.

장소를 차지하지 않고, 게다가 혼자서도 작업이 가능한데다 배출되는 토사도 소량으로 끝난다.

다만 장소에 따라서는 물의 양이 적은 경우도 있기에, 일장일단이 있어 어느 쪽이 무조건 우수한 공법이라는 건 아니다.


타고사쿠들은 20분 정도 지나자 도구를 메고 돌아왔다.

마을에서 적당히 가까워서, 우물까지 왕복하는 것도 그렇게까지 고생할 일은 없는 입지였다.

도구가 갖춰진 후에는 남자들은 킨조와 타고사쿠만을 남기고, 니사쿠와 다이이치는 먼저 니사쿠의 마을로 돌려보냈다.

니사쿠는 완전히 무리를 하고 있는 걸 흘긋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책임자로서의 긍지도 있어 직접 쉬라고 말해도 옹고집이 될 뿐이리라.

그래서 '다이이치와 함께 마을에 있는 여과중인 통을 확인해 달라'는 일을 부탁했다.

표면적으로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작게 한숨을 쉰 것을 킨조와 타고사쿠, 시즈코는 놓치지 않았다.


두 명이 돌아가는 것을 눈으로 전송한 후, 시즈코는 우물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우물을 파는 작업은 킨조 혼자서 했고, 타고사쿠는 시즈코가 말한 도구를 그에게 건네주는 역할, 그리고 시즈코는 킨조에게 우물을 설치하기 위한 지시를 할 뿐이었다.

좁은 장소에서 몇 명이나 작업하면 거꾸로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 또, 작업 방법을 시즈코 혼자만 알고 있기보다, 킨조나 타고사쿠 등 마을사람들도 아는 쪽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촌장님, 말씀하신 대로 설치가 끝났습니다"


킨조가 한동안 물을 퍼올리는 대나무 관의 조정을 하고 있었는데,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겨우 설치가 완료되었다.

이후에는 미리 준비한 부품을 조립할 뿐이었지만, 과거에 킨조는 몇 번인가 조립해 보았기에 시즈코의 지시가 없어도 능숙하게 작업을 완수했다.


그로부터 20분 후, 겨우 분수식 우물이 완성되었다.




시즈코는 핸드 펌프에 마중물을 넣고 핸들을 아래위로 왕복시켰다.

안전하게 물을 빨아들일 수 있을지 아닐지에 의해 이 우물의 가치가 결정된다.

만약 요령이 필요한 우물이라면, 사용하는 사람이 한정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오오!"


하지만 시즈코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고, 핸들을 아래위로 왕복시키는 것만으로도 물구멍에서 물이 기세좋게 뿜어졌다.

킨조가 환희의 함성을 지르면서도 나무통에 물을 받았다.

어느 정도 물을 받자, 시즈코는 핸들의 조작을 멈추고 킨조와 타고사쿠와 함께 나무통을 들여다보았다.


"깨끗하네요―"


"딱히 더러운 것도 안 보이네요"


"물이 나오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이만큼 깨끗하면 괜찮겠네요―"


탁한 곳 없이 깨끗한 물을 보며 세 명은 한가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남은 작업은 우물까지 길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건 시즈코들이 선두에 서서 작업할 필요는 없다.

니사쿠들의 마을의 취향에 맞춰 만들면 된다.

세세한 곳까지 지시할 필요도 없고, 너무 지나치면 생색내는 태도가 되어버리니까.


"그럼, 도구를 가지고 니사쿠 씨에게 돌아갈까요―"


"그러네요. 슬슬 해도 질 것 같으니, 얼른 돌아가죠"


"그렇죠―…… 그런데 카이저들은?"


시즈코는 주위를 둘러보고 카이저나 쾨니히, 비트만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로 간 걸까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조금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세 마리는 땅바닥에 늘어진 나뭇가지로 놀고 있었다.


"어―이, 돌아가자―"


시즈코가 그렇게 말을 걸자, 카이저들은 한 번 짖은 후,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그녀의 발 밑에 도착하자, 다들 어리광부리듯 몸을 시즈코의 다리에 비벼댔다.


"그래그래, 착하지―"


카이저들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후, 시즈코는 니사쿠의 마을로 향했다.

10분 후, 니사쿠의 마을에 도착한 시즈코는 도구는 타고사쿠에게 맡기고, 그에겐 먼저 마을로 돌아가도록 부탁했다.


"다른 사람들도 신경쓰고 있을테니, 일단 소식을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괜찮다는 거면 되겠죠?"


"그렇네요―. 효과가 나오는 건 좀 더 나중이지만, 어쨌든 우물은 생겼으니 물 부족은 해소되려나?"


"그러네요. 그럼 촌장님, 나중에 뵙죠. 저는 다이이치 씨와 함께 돌아가겠습니다"


타고사쿠도 다이이치는 니사쿠와 마찬가지로 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대답하기 힘든 내용이기에, 시즈코는 쓴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여과장치의 효과를 확인하고, 그것들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 후, 시즈코는 킨조와 함께 산을 내려갔다.

돌아가기 전에도 마을 사람들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았지만, 왠지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은 어드바이스를 한 정도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사쿠의 마을의 문제가 해결된 지 며칠 후, 시즈코에게 모리 요시나리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혼자가 아니라, 어떤 인물을 데리고 방문했다.


"……몸종…… 인가요"


"그렇소. 그리고 나와의 연락담당이라고 생각해 주시오"


자세를 바로 하고 있는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의 뒤에 시립해 있는 인물에게 시선을 옮겼다.

9세 정도의 소녀였다. 시즈코는, 겉보기에는 차분한 소녀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야라고 합니다. 필요하신 일은 뭐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시즈코의 시선을 느낀 소녀, 아야가 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절을 하면서 말했다.

왠지 자신이 높은 사람인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아야와 마찬가지로 자세를 바로하고 머리를 숙였다.


"이, 이쪽이야 말로 잘 부탁드려요"


제대로 인사를 했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모리 요시나리, 그리고 아야는 굉장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뭘 잘못했나,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무슨 말로 수습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코가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두 명의 표정이 점점 딱딱한 느낌으로 바뀌어갔다.


"……몸종에 대해 머리를 숙인 사람은 처음입니다"


"나도 처음이다"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몸종이 어떤 역할인지를 떠올렸다.

신분이 높은 사람의 곁에서 모시며 잡일을 하는 여성이 몸종이다.

기본적으로 여자만의 직업으로, 남자가 되는 경우는 일단 없다.


반대로 남자만이 되는 역할로서는 소성(小姓)을 들 수 있다.

소성이란 호종(扈従)이라는 말에서 유래하며, 원칙적으로 무가의 젊은이가 맡는다. 주된 역할로서는 주군의 곁에서 모시며 이런저런 잡일을 처리하는, 현대의 비서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역할의 성질상, 주군과 함께 다양한 회담을 수행할 필요가 있어, 광범위한 지식과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일류의 예법을 익히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한편, 전장에서는 주군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가 될 필요가 있기에 무예에도 뛰어나야 했으므로, 재능이 넘치는 젊은이가 맡는 각광받는 직업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주군에게 좋게 보일 경우 출세는 약속되어 있어, 후에 측근으로서 활약하는 자도 많았다.


"뭐 좋소. 그게 시즈코 님의 매력이니까"


"허으억! 다, 당치도 않습니다"


"그럼 이후, 뭔가 할 말이 있다면 아야를 통해 전달해 주시오. 영주님께서는 바쁘신 몸이니, 가능한 한 시간 낭비는 피하고 싶으니"


"예, 예엣, 알겠사옵니다"


시즈코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아야 쪽을 향했다.


"지금부터 성심성의껏 시즈코 님을 섬겨라"


"옛! 이 목숨과 바꿔서라도, 시즈코 님의 몸종 일을 훌륭히 해내보이겠습니다"


(머, 멋있다아!)


주군을 지키는 무사 같은 분위기로 단언한 아야를, 시즈코는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음, 잘 부탁한다"


모리 요시나리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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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8 1566년 10월 상순



니사쿠의 마을과 주위를 관찰한 시즈코는, 역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을 확신했다.

개울은 마을 가까운 곳과 조금 떨어진 곳 등 두 군데 있었지만, 어느 쪽도 무릎이 잠기지 않을 정도로 얕은데 갈색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퍼올려보니 물과 함께 작은 모래알이 건져졌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 따라 3일 정도 갈색으로 물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요 며칠간 비가 내린 적은 없다.

애초에 모래알이 건져지는 개울은, 토사에 의해 완전히 오염된 개울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음료수로 사용할 수 없다.

세탁도 원래는 무리지만, 이 장소 이외에는 없었으리라.


(간벌을 하지 않았기에 토양이 그대로 드러나 있네. 내린 비와 함께 토사가 흘러서 개울에 쌓이고 있는 거겠지. 얼른 조치하지 않으면 토사붕괴 등의 산지 재해가 일어나는 삼림이 되어 버리겠어)


마을을 둘러싸는 삼림 속을 가볍게 걸어보았지만, 어디도 흙이 마르지 않고 끈적한 상태였다.

조금 걷는 것 만으로 짚신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못쓰게 되었다.

비트만이나 카이저, 쾨니히도 진흙에 발이 빠져 생각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래서는 초식 동물이나, 그것을 먹이로 삼는 육식 동물이 다가오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건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네"


대충 본 것만으로도 산의 상태는 심각했다. 현대라면 내년에는 산지재해 위험지구로 인정될 정도였다.

자칫하면 무너진 토사가 자신들의 마을까지 내려와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조차 있을 수 있었다.

2년의 세월을 들여 겨우 부흥하기 시작한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졌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시즈코는 전율했다.


"적어도 니사쿠 씨의 마을이 안정될 필요가 있네. 그게 우리 마을의 안전으로도 이어지고"


상황을 살필 시간은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탄원하여 일시적으로 인부를 빌릴 필요가 있다.

신속하게 발육이 나쁜 나무나 뿌리가 다 드러난 나무 등을 솎아내어, 삼림이 본래 가지는 공익적 기능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돌아가자"


비트만들에게 짧게 명령을 내린 시즈코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니사쿠의 마을로 돌아갔다.


마을에 돌아가자 니사쿠들에게 건넨 도시락은 대부분 마을 사람들의 뱃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오랜만의 제대로 된 식사 탓인지, 개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밥을 털어넣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약간 오버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그들은 계속 굶주렸던 것을 떠올렸다.


(위가 놀라서 쇼크를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인데……)


그런 걸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니사쿠를 찾았다.

행인지 불행인지 어른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금방 니사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끼리 뭉쳐 있던 모양으로, 조부와 조모로 보이는 노인, 처와 딸이 그의 곁에 있었다.

다들 피골이 상접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야위어 있었다.


"(어떻게 좀 해야겠네) 니사쿠 씨, 잠깐 괜찮으시겠어요?"


그렇게 말을 건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의 시선이 시즈코에게 모였다.

사방에서 응시당하여 자기도 모르게 위축된 시즈코였지만, 그런 시즈코의 모습을 보지도 않고 마을 사람들은 도시락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그녀를 향해 양 손을 모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절을 받게 되어 놀란 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의 태반이 노인인 것을 알았다.

거기에서 도출되는 해답은 하나이다.


(내 마을도 그렇지만, 이 마을도 극단적으로 노인과 어린아이가 적어. 즉 입 줄이기를 했다는 걸까……)


먹을 수 있는 게 적을 경우, 필연적으로 노파나 노인이 입 줄이기의 대상이 된다.

거기서 더욱 먹을 것이 줄어들면, 다음에는 몸이 약한 사람이나 일할 수 없는 사람, 마지막으로 어린아이가 입 줄이기의 대상이 된다.

노인과 어린아이가 없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피골이 상접한 아사 직전의 상태.

그건 입 줄이기를 해도 그날그날 먹을 것을 충분히 손에 넣지 못한다, 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대랑(大狼=큰 늑대) 님, 부디 저희 마을을 구해주십시오"


(……어? 대랑……?)


어떤 마을 사람의 말에 시즈코는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여기가 산속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일본의 중부, 관동 지방의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늑대를 신의 사자, 즉 권속이라는 신앙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신'으로서 숭배된 것은, 미츠미네 신사(三峰神社)를 시작으로, 치치부(秩父, ※역주: 일본 사이타마 현 치치부 시) 지역에 서식하고 있던 늑대들이다.

시즈코의 시대에는 그곳에 서식하고 있던 일본늑대는 멸종되었지만.


늑대 신앙을 떠올린 시즈코는,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카이저를 보았다.

비트만과 바르티의 새끼로, 제일 위의 순위를 가진 새끼 늑대이다.

새끼 늑대라고는 해도 늑대는 1년만 지나면 성체와 같은 크기가 된다. 하지만 성적으로 성숙하려면 2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카이저만은, 이미 성체와 큰 차이 없을 정도의 크기로 성장해 버렸다.

다른 새끼들은 새끼다운 크기인데, 어째서 그만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했는지 시즈코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겉보기와는 달리 어리광쟁이라 항상 시즈코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어미인 바르티에게 달라붙어 있었지만.


"(늑대 신앙이라……) 슬슬 작업을 개시할테니, 죄송하지만 나무를 벨 사람들을 모아 주시겠어요?"


아직도 마을 사람들은 엎드려 있었지만, 시즈코는 그건 일단 무시하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생각했다.




도시락이 효과가 있었는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벌목꾼으로 자원했다.

총 20몇명으로, 10명 정도를 예상했던 시즈코에게는 기쁜 오산이었다.


"이 부근 일대의 나무를 솎아냅니다. '간벌'이라고 하는데, 뭐 그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겠죠. 일단 수목 한 그루 한 그루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게 합니다"


"알겠습니다!"


기합 충분, 이라는 느낌으로 마을 사람들이 외쳤다.

근성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즈코이지만, 지금은 그것에 솔직히 기대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벌채한 나무는 산기슭까지 운반해 주세요. 거기에 우리 마을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건네주면 끝입니다"


목재나 장작으로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무를 건조시켜야 한다.

하지만 보관 장소나 가공하기 위한 작업 장소를 산 속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시즈코의 마을에서 목재로 가공할 수 있을 만한 나무는 적당한 크기로 맞춰 자르고, 나머지를 숯이나 장작으로 가공하기로 했다.

건조시키는 동안, '엎어굽기(伏せ焼き)'를 할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지만, 최소한으로 잡아도 수 개월을 필요로 하기에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

가공을 끝내고 그래도 남은 것은, 화톳불에 쓰기 위해 쪼개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럼 제가 선별할테니, 그 표시가 붙은 나무는 뿌리째 철거를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그 말만 하고는 시즈코는 벌채할 나무에 차례차례 표식을 붙여갔다.

등간격이 아니라 거의 시즈코의 눈대중이지만, 지금은 정확함보다도 일단 태양광을 지면까지 충분히 도달시키는 환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휑해보일 정도로 나무를 벌채할 필요가 있었다.


"이건 튼튼하니까 남겨두자. 이건 안 되겠네, 벌채버리죠. 여기서부터 다음 나무는……"


수목의 상태를 간이 체크하면서 시즈코는 벌채 대상의 나무를 선별해 갔다.




어느 정도의 범위의 선별을 끝낸 시즈코는, 벌목꾼들을 그 자리에 남기고 니사쿠의 마을로 돌아갔다.


"타고사쿠 씨, 다이이치 씨. 준비는 다 되었나요―?"


시즈코는 마을로 돌아가자 즉시 타고사쿠와 다이이치에게 말을 걸었다.

다음에는 개울물을 여과하기 위한 설비와, 우물을 파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개울물을 여과하는 설비는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기에 이쪽을 먼저 끝내기로 했다.


"모두 준비되었슴다"


그렇게 말하며 타고사쿠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의 말대로, 타고사쿠의 뒤에는 나무통 위에 약간 느슨한 상태로 천이 고정되어 있었다.


"개울물은 이거네. 우와, 다시 봐도 흙색이네―"


천으로 위가 막혀 있지 않은 나무통에는, 진흙으로 잔뜩 오염된 개울물이 들어 있었다.

전부를 침전시키려면 하루 이상 걸리리라. 그래도 물이 깨끗해질지 어떨지 의심스러웠다.


"그럼, 천 위에 숯, 초목, 자갈을 순서대로 놓죠"


거기서 시즈코가 생각한 것이, 서바이벌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즉석의 여과장치다.

본래라면 좀 더 세세한 재료가 필요하지만, 그 자리에서 조달할 수 있는 레벨의 것으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어려운 설비를 만들면, 니사쿠의 마을에 있는 것이 고장날 때마다 시즈코의 마을까지 올 필요가 있다.

그것은 쌍방에게 시간낭비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따라서, 니사쿠들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할 것이 중요했다.


"숯은 물을 정화하고, 초목은 물에 포함된 모래를 제거해요. 자갈도 뭐 같은 효과가 있지만요"


그렇게 설명을 하지만 니사쿠나, 만들고 있는 타고사쿠나 다이이치도 말의 태반은 이해하지 못했다.

어쨌든 '물이 깨끗해진다' 정도로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준비가 다 된 나무통부터 그들은 물을 흘려넣었다.

흙이 침전되는 것보다는 빠르지만, 그래도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그 동안, 시즈코는 우물을 판다는 마지막 작업에 착수했다.


"마지막은 우물인데…… 잘 찾을 수 있으려나―"


우물로서 쓸 수 있는 지하 수맥을 찾는데는 그를 위한 도구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몇 번이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에, 인내심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시즈코도 예전에 자신들의 마을에서 우물을 파려고 했지만, 5회 도전하여 전부 실패라는 결과였다.

다만 그 때 준비한 도구가 지금 여기서 활약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얄궂었다.


"나무의 가지가 땅을 향하고 있는 것을 찾을까. 아니면, 이 천연의 자석을 써서 지하 수맥이 만드는 자장을 계측해볼까……"


우물을 파는 데 실패했을 때, 시즈코는 우연히도 자석을 발견했다.

자철광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자석인지 자철광인지는 시즈코에게는 별로 관계가 없었다.

게다가, 일본의 자철광은 나라(奈良) 시대의 속 일본기(続日本紀) 상권 제 6에, 오우미(近江) 국(=사가(滋賀) 현)에서 자철광이 발견되어, 와도(和銅) 6년(713년) 5월 21일에 자석으로서 천황에게 헌상된 것이 기술되어 있다.

그 후, 방위자석이 헤이안(平安) 시대에 해외로부터 전해졌다.

이후 일본에서도 해외로부터 자철광을 수입하여 방위자석을 만들었다.


그런 귀종한 자석을 손에 넣은 시즈코였지만, 당연하게도 메리트보다 디메리트가 크다.

먼저 하나밖에 없는 점이다. 부서지면 다음 것을, 이라는 건 안 된다.

찾는 것도 불가능했다. 자석 따위 지면을 파헤쳐서 찾을 수 있을지 어떨지 의심스러우니까.

그리고 형태가 검은 구체에 가까웠기에, 방위를 알아보려고 해도 북쪽과 남쪽의 구별을 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시즈코는 자석을 가느다란 끈에 매달고, 대나무 판을 끼워 북쪽과 남쪽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다만 겉모습이 최악이라, 옆에서 보면 그냥 작은 돌로 수상한 짓을 하고 있는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걸로도 찾을 수 있으려나―. 뭐 일단 시험해 볼까"


한숨을 쉬면서 시즈코는 자석으로 지맥을 찾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그들은 우물을 팔 수 있는 장소를 찾았지만, 예상대로 우물에 적합한 장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파뒤집어도 진흙뿐이거나, 입지적으로 곤란한 장소거나 하여, 어쨌든 우물에 적합한 장소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멀리 찾아보면 최적의 장소가 있겠지만, 그래서는 물을 뜨러 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럴 거면 산기슭까지 내려오는 편이 빠르다, 는 게 되기에 걸어서 5분 정도의 장소에 우물을 파야 했다.


"……없네요, 촌장님"


"프레셔를 주지 마세요……"


"프레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단 지금은 찾을 수밖에 없어요. 최악의 경우에는 산기슭에서 퍼올리는 기계가 필요해질지도……"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가 킨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는 엄청난 기세로 엉뚱한 방향을 향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 수수께끼의 장치로 골머리를 썩게 되는 건 당분간 사양하고 싶다고 등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어쩔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곁에 있던 카이저가 짖었다.

뭔가 동물이라도 나왔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는 짖은 후에 어딘가를 향해 달려나갔다.

너무 갑작스런 일에 이해가 따라가지 못한 시즈코들이었지만, 상황이 이해가 되는 동시에 카이저를 쫓아갔다.


"기다려, 카이저! 어딜 가는 거야―!"


시즈코가 말을 걸었지만 카이저는 멈추지 않았다.

새끼 늑대라고는 해도 야생의 동물, 순식간에 시즈코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멀리 갈 생각은 없었던 듯, 금방 카이저에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욘석아, 갑자기 뛰지 마. 대체 왜 그래?"


그 말에 반응한 카이저는, 어떤 지면을 가볍게 파면서 짖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한 시즈코였지만, 즉시 카이저가 이곳을 파라고 하는 것을 깨달았다.


"촌장님―! 왜 그러시나요―!?"


카이저가 앞발로 탁탁 치고 있는 지면을 조사하고 있으니, 간신히 킨조나 타고사쿠가 따라잡았다.

다이이치나 니사쿠는 숨을 헐떡이고는 있었지만, 그 자리에 주저앉지는 않았다.


"좋아, 여기를 파 보자!"


그렇게 말하자마자 시즈코는 킨조가 등에 메고 있는 수동식 우물 굴착기를 뺏어들고 그 자리를 굴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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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7 1566년 10월 상순



창고에 넣을 쌀가마니의 숫자를 계산한 후로, 노부나가는 아까까지의 태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

형식적인 보고를 마친 후에도, 어려운 주문을 하는 일 없이 시즈코를 풀어주었다.

갑작스런 변모에 고개를 갸웃거린 시즈코였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고 쓸데없는 말 없이 성을 뒤로 했다.

그리고 시즈코가 떠나고 잠시 지났을 때,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를 불렀다.


"시즈코에 대해선 어떻게 되었나"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사오나, 그녀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죄송한 듯한 얼굴로 머리를 숙인 타키카와를 흘긋 본 다음, 이번에는 모리 요시나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노부나가가 뭘 묻고 싶은 건지 이해한 모리 요시나리는, 머리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에게 그러한 재주가 있는 줄은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 앞에서, 한자와 히라가나와 카타카나를 쓰고, 게다가 계산식을 이용해서 사칙연산을 했다.

현대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얘기지만, 그게 전국시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산술(算術)은 기본적으로 상인 가문의 사람이나, 오다 노부나가 같은 영주 클래스의 사람 이외에는 거의 모른다.

자기 진영의 병사가 몇만, 적 쪽이 몇만이라는 피아의 전력차를 분석하는 능력이라면 무장들도 가지고 있지만, 그건 대단히 조잡한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한자를 쓰고, 주판을 쓰지 않고 자세한 수치를 계산하는 것은 백성 출신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은 아닌 것이다.


"아야노코우지(綾小路) 가문 쪽은"


"시즈코 님과 같은 여아가 태어났었다는 보고는 없는 듯 합니다"


"……"


타키카와의 말을 들은 노부나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녀석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한 번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5분 정도 지났을 때, 노부나가는 그 상태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은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건……"


"그 때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중에 신경쓰여서 시즈코에게 물었다. 녀석이 뭐라고 답했는지 아나?"


그 물음에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들은 노부나가를 잘 알고 있지만, 시즈코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단번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것 따위 가능할 리가 없다.

간자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시즈코에게서 악의나 적의 등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장과 요시모토사몬지(義元左文字, ※역주: 노부나가가 소유했던 전국시대의 명검 이름)다"


예상외의 대답에 두 명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분명히 '다섯 잎 모과 문장(五つ葉木瓜紋)'이 그려진 겉옷(肩衣)이었다. 그리고 요시모토사몬지를 허리에 차고 있었지. 하지만, 그것 뿐이다"


부채를 손 안에서 가지고 놀면서 노부나가는 다시 말을 이었다.


"녀석은 여러 나라가 원할 정도로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자랑하는 기색조차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공가(公家, ※역주: 문관 귀족이나 관리)의 가문명을 가지기 때문인지, 예의범절에도 밝지. 그리고 타케다나 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라고 입 속에서 중얼거린 후,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를 보면서 말했다.


"녀석 자신이 깨닫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즈코는 남의 재능을 간파하고 가장 적합한 일을 맡길 정도로 사람을 다루는 게 능숙하다. 그거야말로 시즈코의 가장 무서운 재주겠지. 그걸 이해했을 때, 나는 녀석과 만나게 해준 신불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영주님. 자신의 출생에 대해 말하지 않는 자를 신용하는 것은, 약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흠…… 확실히 지나치게 신용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요. 하지만, 저 개인의 느낌으로는, 그녀는 지나치게 솔직해서 간자에는 맞지 않습니다"


타키카와의 쓴소리에 대해, 모리 요시나리는 동조하면서도 시즈코를 감쌌다.

이 중에서 가장 시즈코와 접점이 많은 그는, 시즈코가 간자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아까도 모리 요시나리가 말했던 것처럼, 전국의 세상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솔직한 성격 때문이었다.


"요시나리의 말 대로다. 하지만 카즈마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할 필요도 없지만, 보험은 들어 둘 필요가 있겠지"


팡 하고 노부나가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입구의 맹장지가 조용히 열렸다.

그곳에는-.




모리, 타키카와 등 심복과 노부나가가 시즈코의 처우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때.

그녀는 어떤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으―응…… 결단하라고 해도……"


"죄송합니다, 촌장님. 갑작스럽고 억지스러운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도저히 여유가 없어서"


왼쪽에 있던 전 촌장인 다이이치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머리를 숙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킨조나 타고사쿠, 그리고 사키에 소라 등, 원래 있던 마을 사람들의 태반이 모여 있었다.


시즈코를 필두로, 그들은 마을의 공공 시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큰 집(長屋)에 모여 있었다.

상석에 촌장인 시즈코가 앉고, 좌우에 초기의 마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차림새를 한, 마치 산 속에 사는 사냥꾼 같은 차림새의 남자들이 네 명 정도 있었다.

차림새는 각각 달랐지만 다들 하나같이 깡말라 있어, 극도의 영양실조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뻔뻔스러운 부탁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굶어죽어버립니다. 부디 자비를"


그렇게 말하며 네 명 중에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시즈코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자신보다 한참 연하인, 그것도 여자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깊게 상처입히리라.

하지만 그런 겉치레를 신경쓸 여유조차 그들에게는 없었다.


"(설마 이 마을과 산 속에 있는 마을이 원래 하나의 마을이었다니……) 머리를 들어 주세요, 니사쿠 님. 저도 지원하는 데 이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라고 시즈코는 전제를 둔 후 조용히 말했다.


"이대로 지원을 해도 가까운 장래에 니사쿠 님 등은 마을을 버리게 될 거에요"


그것은 니사쿠도 이해하고 있었는지, 시즈코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작년부터 니사쿠의 마을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년이 되어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갈 뿐이었다.

그렇기에 시즈코에게 직접 지원을 부탁해 왔던 것이다.


"……그럼 어쩌라는 겁니까? 저희들도 할 만큼 해봤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이 이상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짜증이 났는지, 니사쿠는 강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금방 제정신을 차린 그는, 머리를 가볍게 흔든 후 시즈코에게 머리를 숙였다.


"저도 모르게 무례하게 굴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그보다, 그 쪽의 마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해 보죠. 하지만 그 전에……"


시즈코는 현관을 향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러자, 현관 문이 열리고 이어서 몇 명의 여성이 손에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그것들을 니사쿠를 포함한 전원의 앞에 놓은 후, 그녀들은 인사하고 물러갔다.


"멀리 오시느라 피곤하시겠죠. 우선 배를 채우세요. 이야기는 그 후에 하도록 하죠"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요리였다.

그것은 매실장아찌가 들어간 흰 죽, 그리고 몇 장의 누카즈케였다.




처음에는 요리에 당황한 니사쿠 등이었지만, 시즈코의 "사양하지 말고 드세요"라는 말에 죽을 먹기로 했다.


죽을 처음 본 것인지 흠칫거리며 먹었지만, 이윽고 식욕이 앞섰는지 그들은 걸신들린 듯 먹어치웠다.


"이런 대접을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 아뇨, 네"


본인의 성격인지, 아니면 원래는 무가 사람이나 뭐 그런 거였는지, 니사쿠는 대단히 예의발랐다.

시즈코로서는 니사쿠 등이 극도의 영양실조에 의한 추위에 떨고 있었기에, 소화가 잘 되고 몸도 따뜻해지는 죽을 대접한 정도였지만.


"그래서 문제점입니다만, 그 전에 제 예상을 말해보겠습니다. 틀린 점이 있다면 그때그때 정정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예상, 이라고 시즈코는 말했지만 실은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거의 다 맞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금년 봄에는 그 문제점을 깨달았지만, 다른 마을의 문제이기 때문에 손대는 것을 자제했던 경위가 있다.


"니사쿠 님의 마을은, 강물에 진흙이 많이 섞여서 생활을 위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이죠?"


순간, 니사쿠들의 표정이 굳었다.

니사쿠들 뿐만이 아니다. 다이이치나 타고사쿠, 킨조 등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굳어 있었다.

그 표정에서, 시즈코는 자신의 지적이 그다지 틀리지 않은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산이 낮에도 어둡고 습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사냥터에 짐승이 다가오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고기나 털가죽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어 매일매일 먹을 것이 모자라죠. 이 두 가지가 문제점이 아닌가요?"


"……당신은 신통력이라도 쓸 수 있는 것입니까. 어째서, 우리들이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입니까"


"그렇게 어려운 얘기는 아니에요.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장작, 숯, 목재, 광물, 짐승 고기, 피혁을 생산하니까, 거기서 추측한 것 뿐이에요"


광물은 화폐, 날붙이, 농기구나 일상용품 등에 쓰이기 때문에, 산이 어두워도 영향은 적다.

그래서 산이 어두워서 짐승이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냥꾼이나 숯 굽는 사람, 나무꾼 등의 사람들이다.


"나무들이 뒤섞여서 밀림이 되어 나무들의 성장이 나빠지고, 태양광이 거의 비추지 않는 상황이죠. 그래서 이산화탄소의 흡수력도 저하되어 있고, 나무 밑에 나는 잡초도 자라지 않아서, 나무가 뿌리를 확실히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땅이 쇠약해져 있는 거에요. 그 결과, 아래쪽 가지가 시들어서, 어느 나무던 깡마른 상태라 장작으로 팔 수가 없죠. 그런 상황이라고 봅니다"


"……하신 말씀의 태반은 의미를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 말씀에 틀림이 없습니다. 장작이 될 만한 나무가 자라지 않고, 게다가 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이 없기에 짐승들이 다가오지 않아 고기를 팔 수도 없습니다"


"역시 그런가요. 그렇게 되면 해결책으로는 '우물'과 '간벌', 그리고 강물을 여과하는 설비가 필요하군요"


몇 년, 어쩌면 십수년이나 되는 세월에 걸쳐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괴롭힌 문제에 대해, 시즈코는 시원스레 해결책을 제시했다. 너무 간단히 말했기에, 니사쿠는 처음에 그녀가 뭘 말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킨조 씨. 예전에 부탁했던 '우물'을 위한 도구류. 전부 갖춰졌나요?"


"네? 아, 네. 일단, 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의 물건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좋아요. 타고사쿠 씨, 숯, 길쭉한 초목, 자갈류를 모아와 주세요. 다이이치 씨는, 큼직한 통하고 그걸 감쌀 수 있을 정도의 천 준비를 부탁드려요"


"옙, 알겠슴다!"


"알겠습니다"


그걸로 필요한 것은 갖춰질 거라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니사쿠들을 보고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사키 씨와 소라 씨, 마을에 가져갈 도시락 준비를 부탁드려요. 저쪽 분들도 일해주셔야 하는데, 배가 고프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시즈코의 말에 기운차게 대답한 소라는, 그대로 기세좋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도시락의 메뉴고 뭐고 말하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거기까지 세세한 지정은 불필요할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 저기…… 뭘 하시려고?"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니사쿠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시즈코에게 질문했다.


"지금부터 니사쿠 님의 마을로 가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해결하는 거에요"


니사쿠의 불안을 날려버리듯이 시즈코는 대단히 밝게 그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1각(약 2시간) 후, 각자 준비한 것을 손에 들고 시즈코들은 니사쿠의 마을로 향했다.

아무래도 산을 올라가는 것이니 사키와 소라는 마을에서 대기하게 하고, 도시락류는 마을의 남자들이 운반하기로 했다.

시즈코는 2년 가까이 산에서 이것저것 채집하거나 사슴을 사냥하거나 했기에, 자기 집 앞마당처럼 가볍게 올라갔다.

하지만 산 따위 오르지 않게 된 지 오래된 킨조나 타고사쿠는, 목적지까지의 거리의 절반 근처에서 숨을 헐떡였다.

그 때문인지, 예정보다 조금 늦게 점심시간이 지나서 니사쿠의 마을에 도착했다.


"잠, 이제 무립니다…… 죽을 것 같아요……"


"촌장님…… 어디에 그런 힘이…… 우풉"


마을에 도착한 순간, 킨조와 타고사쿠는 그 자리에 무너져내렸다.

헉헉하고 어깨로 숨을 쉬면서, 허리에 매달린 대나무 수통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채집하거나 사슴을 쫓아다니거나 했으니까요―. 그 때문에 체력이 붙은 게 아닐까요?"


어깨로 숨을 쉬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해,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시즈코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약간 땀은 흘렸지만, 킨조와 타고사쿠처럼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는 모습이 그녀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면 작업 개시니까, 그때까지는 숨을 골라 두세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늘어져 잇는 두 사람과, 억지로 참으며 무리하게 서 있는 다이이치를 놔두고 니사쿠의 마을로 들어갓다. 선두에 니사쿠들, 그 뒤에 시즈코, 그리고 그 뒤에 비트만과 카이저, 쾨니히라는 순서였다.


"아, 촌장님 어서오세――――히익!!"


늑대 세 마리를 데리고 온 탓인지, 만나자마자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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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6 1566년 9월 중순



쌀을 수확하는 도중, 시즈코는 별도로 어떤 것을 확보하기 위해 외출했다.

한동안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못했던 장소 부근에 설치해 두었던 일본꿀벌의 벌통이다.

그곳은 비트만과 재회한 장소인 동시에, 도적에서 습격당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 도적 사건을 노부나가에게 보고했더니, 그는 크게 분개한 후, 병사를 파견해서 부근 일대의 도적의 씨를 말렸다.

아무래도 자신의 영지에서 도적이 나온 게 대단히 화가 났던 모양이다.

역사적 사실대로 급한 성질이라고 시즈코는 떨면서 생각했다.


"뭐, 덕분에 안심이지만…… 뭔가 복잡하네"


"뭐가 말입니까, 촌장님?"


꿀을 따러 데리고 온 타고사쿠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시즈코의 혼잣말이 들린 듯 했지만, 그 의미까지는 알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것보다 준비는 됐어요?"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타고사쿠가 슬쩍 한 방향을 보았다.

그곳에는 이젠 세는 것이 바보스러워질 정도로 많은 일본꿀벌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타고사쿠가 겁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럼 먼저 측백나무 계열의 잎사귀로 연기를 발생시킵니다"


"괜찮으려나 정말……"


걱정하면서도 타고사쿠는 미리 준비했던 흙풍로 위에 시즈코가 준비한 측백나무 계열의 잎사귀를 늘어놓았다.

잎사귀는 금방 뜨거워졌지만, 건조하지 않은 생잎사귀였기에 대량의 연기가 발생했다.

그 연기를 일본꿀벌의 벌통이 있는 쪽으로 부채질해서 보냈다.


즉시 일본꿀벌에 변화가 생겼다.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던 일본꿀벌은, 당황한 듯한 모습으로 벌통으로 도망친 것이다.

5분도 지나기 전에, 벌통 밖을 날아다니고 있던 일본꿀벌은 셀 수 있을 정도의 숫자로 줄어들었다.


"다음은 이것을……"


흙풍로를 손에 들더니, 시즈코는 그것을 벌통 근처에 놓았다.

그리고 태울 잎사귀를 추가 투입해서 연기의 양을 늘렸다.

연기는 금세 벌통을 뒤덮을 정도의 양이 되었기에, 약간 남아있던 일본꿀벌도 벌통으로 들어갔다.


"이걸로 준비 완료에요"


"우와……"


순식간에 일본꿀벌을 벌통 속으로 밀어넣은 시즈코에게 타고사쿠는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여기서 시즈코가 한 일은, 연기를 이용해 일본꿀벌에게 산불이 일어났다고 착각하게 한 것이다.

착각하게 하면, 일본꿀벌은 벌꿀을 식량으로서 많이 모으는 습성이 있다.

이렇게 하면 월동하기 위한 꿀을 확보하게 하고, 꿀벌을 얌전하게 만들 수 있다.

꿀벌은 배가 부르면 공격성과 행동력이 함께 줄어들어 벌집에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방호복 등의 벌을 막는 장비가 없어도 간단히 벌통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럼 다음에는 여왕벌을 찾아야겠네. 아, 타고사쿠 씨는 벌집판을 준비해주세요"


"알겠슴다"


흙풍로를 치운 후, 시즈코는 벌집틀의 구석을 가볍게 콩콩하고 두드렸다.

그 후, 벌통을 분해해서 여왕벌을 찾았다.

의외로 간단히 발견하여, 여왕벌이 들어 있는 벌집틀을 새롭게 설치하는 벌통에 섞어넣었다.

이렇게 하면 여왕벌의 이동을 감지한 일벌들이 그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는 것이다.

또 여러 벌집틀에 걸쳐 벌집이 있으므로, 꿀벌은 벌집의 빠진 부분을 보수하려고 한다.


예상대로, 일본꿀벌들은 오래된 벌통에서 차례차례 이동해 갔다.

대충 다 이동했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바닥단과 벌집틀을 전부 회수했다.

그리고 받침대 위에 새로운 바닥단을 놓고, 타고사쿠가 감탄할 정도의 손놀림으로 벌통을 조립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벌통이 그 자리에 설치되었다.


"이걸로 됐겠지"


"굉장해…… 그런데 이건 뭔가요?"


대바구니에 든 벌통을 이상한 듯 보면서 타고사쿠가 물었다.


"뭐냐니 벌집틀이에요. 여기서 벌꿀을 얻을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 대충 3kg정도 되려나?"


"네? 벌꿀……?"


"아-, 뭐 귀중한 약이에요. 영주님께 헌상하고 이것저것 좀 무리한 부탁을 해볼까 해서요"


"네에……"


"약간 맛을 즐기는 정도는 괜찮지만, 이거 잘못 섭취하면 위험하거든요-"


벌꿀은 자연계에서 가장 단 꿀로, 약 8할의 당분과 2할의 수분으로 구성된다.

비타민이나 미네랄류 등의 영양소도 약간은 포함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당분이 많다.

하지만 뭐라 해도 벌꿀의 최대의 장점은 장기 보존을 가능하게 하는 살균작용일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3천년 전의 벌꿀이 발굴되었지만 전혀 변질되어 있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벌꿀에는 강한 살균 작용이 있다.

꼭 식용으로 쓸 필요도 없기 때문에, 살균 작용을 이용하여 상처의 소독에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뭐 이 시대에, 벌꿀을 너무 많이 먹어서 당뇨병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뭐, 촌장님 덕분에 전쟁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이것도 중요한 거겠죠. 틀림없이 운반하겠습니다!"


"앞으로 벌통이 두 개 더 있으니, 힘내서 채집해야지-"


구호를 외친 후, 시즈코와 타고사쿠는 남은 두 개의 벌통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집틀을 회수했다.

수확할 수 있었던 꿀은 대충 10kg 정도였지만, 애초에 일본꿀벌은 꿀의 수확량이 나쁘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충분한 성과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수확 시기가 겨울이 되는 콩 이외에 전부 수확을 마친 시즈코는, 쌀가마니, 야채, 벌꿀 등의 헌상품을 짐수레에 실었다.

모두 실은 후, 대기하고 있던 짐수레의 호위인 노부나가의 병사들에게 출발 신호를 했다.

운반량이 작년하고는 비교도 안 되기 때문에, 몇 시간의 이동이라도 안전을 기하기 위해 노부나가의 병사들에게 호위를 의뢰했던 것이다.

금년의 헌상품을 팔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즈코였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이다.


그 덕분인지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노부나가가 있는 코마키(小牧) 산성(山城)에 도착했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바로 만날 수 있을 리도 없어, 몸단장을 받고 꽤나 무거운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하지만 매번 있는 일이니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나타날 때까지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쾅쿵쾅하고 굉장한 발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려왔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출입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순간, 기세좋게 출입문이 열어젖혀졌다.

부서지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기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자세를 바로했다.


맹장지 저편에 있었던 것은 오다 노부나가였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귀신도 맨발로 도방칠 정도로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유를 몰라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큰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말없이 시즈코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꾸엑!"


꿀밤을 먹은 시즈코는 아픈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정장이 무거워서 그녀는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만약 장소를 신경쓰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데굴데굴 굴렀으리라.

그 정도로 아픈 꿀밤이었다.


"이 답없는 멍청이가. 저런 괴물 가마니를 가져올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라!"


"네에! 자, 잠깐 기다려 주세요! 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외치는 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로부터 대답은 없었고 추가로 꿀밤을 맞았다.

과연 남존여비의 전국시대, 여자에 대해서도 용서가 없는 철권이야, 라고 시즈코는 현실도피를 하며 아픔을 잊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픈 건 아프다.


"여, 영주님. 화를 가라앉혀 주십시오. 일단 시즈코 님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시즈코가 아픈 머리를 감싸쥐고 몸부림치고 있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알현실로 들어왔다.

목소리만으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노부나가의 측근, 모리 요시나리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얼굴을 들자, 귀신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노부나가를 필사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측근의 말인데다, 꿀밤을 먹인 것으로 분노를 발산시킬 수 있던 것도 있어, 노부나가는 조금식 냉정을 되찾아갔다.


"……시즈코, 설명해 봐라. 저 큰 가마니를"


말하자마자 주저앉아 있는 시즈코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더니 노부나가는 그녀를 질질 끌면서 이동했다.

그 뒤로 곤혹스런 표정의 모리 요시나리가 따라간다는, 대단히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잠시 강제적으로 이동당한 그녀가 도착한 장소는 창고였다.

가까운 곳에 쌀가마니가 놓여져 있는 걸 보니, 세금으로 거두어진 쌀을 보관하는 장소인가 뭔가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저 괴물 가마니 때문에, 창고에 넣을 숫자가 결정되질 않는다. 지금부터 전부 다시 넣는 것도 시간이 걸리지. 그럼, 시즈코. 저 괴물 가마니로 가져온 이유, 확실히 설명해 봐라"


"아, 어, 예, 옛. 가마니라는 게 저 크기…… 가 아닌가요……?"


시즈코는 가마니라고 하면 하나에 60kg, 폭 75cm, 직경 47cm가 바로 떠올랐다.

하지만 실제로는 30kg, 20kg, 10kg 등, 가마니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그걸 까맣게 잊고 있던 시즈코는, 60kg 사이즈의 가마니에 쌀을 전부 담아서 가져왔던 것이다.

가마니를 만들 짚이 모자랐기에, 여기저기 손을 써서 모자라는 짚을 구하는 노력까지 해가면서.


하지만 그녀의 노력도 허무하게 노부나가의 창고는 30kg, 현대에서 말하는 반가마니가 규격이었다.


거기까지 이해한 시즈코는, 일부러 손을 써서 짚을 모아 만든 쌀가마니를 다시 한 번 보았다.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겨우 3개밖에 실려 있지 않았는데,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괴물 가마니라고 표현한 것도 이해가 갔다.

옆에 있는 30kg의 쌀가마니가, 마치 갓난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작게 보였으니까.


"저 크기가 네놈의 상식이냐. 그러냐, 그러면 저 숫자를 보관할 창고가 몇 개 필요한지 대답해 봐라"


"예, 예?


"못 들었느냐. 네놈이 바친 쌀가마니를 보관할 창고, 그게 몇 개 필요한지 대답해라"


창고의 숫자를 대답해라, 라고 노부나가는 말하지만, 실제로는 새로 지을 창고가 몇 개 필요한지 계산하라고 시즈코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일에 패닉을 일으킬 뻔한 그녀였지만, 심호흡하여 간신히 냉정함을 되찾았다.


"저기…… 죄송합니다, 지금 쓰지 않는 창고는 몇 개나 있나요? 그리고, 창고 하나에 쌀가마니는 몇 개 들어가죠?"


"……분명히 창고가 하나 정도 남아있었을 게다. 그리고 창고 하나에 쌀가마니는 120개 들어간다"


"네, 감사합니다. 저기…… 계산할테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


대략 듣고 싶었던 정보를 손에 넣은 시즈코는, 연필 대신 쓰고 있는 나무 막대기를 소매에서 꺼냈다..

계산하거나 이런저런 계획을 생각하거나 할 떄, 그녀는 노트 대신 땅바닥에 쓰고 있다.

그런 이유로 끝이 조금 뾰족한 나무 막대기를 항상 휴대하고 있었다.


그걸 손에 쥐더니, 시즈코는 계산식을 땅바닥에 썼다.


(어디보자…… 내 쌀가마니가 60kg. 영주님의 쌀가마니가 30kg……인가?

일단 그걸로 계산하자. 그래서, 창고 하나에 120개 들어간다는 건, 내 쌀가바니는 반 밖에 안 들어가네. 단순히 생각하면 창고가 두 개 더 있으면 다 들어가겠지)


시즈코가 바치는 쌀가마니의 수가 100개였기에, 노부나가는 창고를 하나밖에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달된 쌀가마니의 사이즈가 규정의 두 배였기 때문에, 창고 하나에는 다 들어가지 않았다.

단지 그것뿐으로,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어려운 얘기는 아니었다.

단순 계산해서 50가마니씩 한 창고에 넣으면 된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 다른 쌀가마니를 수납하면 문제없다.


(30kg가 120개니까, 수납용량은 3,600kg. 60kg 가마니를 50개 넣으면 3,000kg. 600kg 정도 남게 되니까 30kg 쌀가마니를 20개 수납하면 되겠네)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단순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은 될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주가 되는 것은 자신의 쌀가마니이므로, 추가로 넣는 30kg의 쌀가마니는 어쩌면 더 적을 가능성도 있다.

그건 임기응변으로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알았습니다. 창고는 두 개를 씁니다. 한 창고에 제가 바친 쌀가마니를 50개 넣어 주세요. 약간 공간이 비게 되니까, 원래의 쌀가마니를 20개씩 넣어 주세요. 20개가 전부 다 들어갈지는 모르겠으니, 혹시 안 들어갈 경우에는 숫자의 조정을 부탁드립니다"


계산이 깔끔하게 끝난 것에 만족한 시즈코는, 손에 묻은 흙을 턴 후에 노부나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태도가 좀 지나치게 거리낌없었던 것을 깨달은 그녀는 당황해서 자세를 바로하고 엎드렸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말에 반응하지도 않았고 태도에 화를 내지도 않았다.

다만 시즈코가 땅바닥에 쓴 문자, 아니 계산식을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계산식, 그것은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30 X 120 = 3600kg ……A

A-(60 X 50) = 600kg ……B

B/30=20 ……C


창고 하나에 큰 가마니 50에 작은 가마니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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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5 1566년 9월 중순



오다 노부나가가 미노(美濃) 포위망을 쳐놓고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와 미노 국 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무렵.

싸움의 싸 자도 느낄 수 없는 시즈코의 마을은, 마을사람들이 총출동하여 벼를 베고 있었다.

풍족하게 열매를 맺은 벼가 가득 들어서 있는 모양은 그야말로 대풍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벼를 베는 것은 벼농사에서 가혹한 노동 중 하나다.

종래의 방법은 낫으로 벼를 베어, 어느 정도 모이면 다발로 묶는다.

이 방법은 허리를 굽히고 할 필요가 있어, 필연적으로 허리에 부담이 가게 된다.


그래서 시즈코는 벼를 베기 위한 인력 수확기를 준비하기로 했다.

베기만 할 수 있고 묶는 것을 동시에 하지는 못하지만, 숙이고 작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몇 명이 한 조가 되어, 베기와 묶기를 각각 담당하는 것으로 작업의 부하를 경감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확하는 양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아, 기계를 도입해도 여전히 눈이 돌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고통의 표정은 없었다.


"이야, 대풍작 대풍작. 예정보다 적지만, 좋은 느낌으로 벼를 수확할 수 있었어"


벼를 수확하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보며 시즈코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하고 있던 양보다 약간 적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수량이라고 할 수 있다.

벼베기가 끝나고 한숨 돌리고 싶었지만, 수확한 후에도 아직 작업이 남아 있다.


먼저 벼를 말릴 필요가 있다.

다발로 묶인 벼를 장대에 걸어서 말리는 건조 작업은 쌀의 맛에 크게 관계된다.

날씨에 따르기는 하지만 대충 1주일에서 2주일 정도가 기준이다.


건조가 끝나면 쌀의 탈곡, 그리고 겉겨를 제거하는 탈피, 마지막으로 정미(精米)다.

하지만 겉겨를 제거하면 장기간 보존할 수 없다.

따라서 일단 모든 쌀을 탈피하지 않은 상태로 쌀가마니에 담았다.

냉장고고 뭐고 없는 전국시대이므로, 장기 보존을 제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탈피와 정미의 경우, 정미에 대해서는 시간은 걸리지만 정미 수차를 사용해서 할 수 있었다.

여섯 시간에 한 말(斗, 15kg 정도)의 작업 효율이지만, 태반의 작업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데다, 기계 정비처럼 쌀알이 열을 품지 않기에 쌀 본래의 맛과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탈피는 달랐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탈피한 후의 현미와 겉겨의 선별이다.

경사진 홈이 달린 복수의 요동판(揺動板)을 준비해서, 그것들을 수평 방향으로 진동시켜서 현미와 겉겨의 비중이나 마찰계수의 차이로 선별하는 요동식을 이용했지만, 마지막에는 사람 손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종래의 만석식(万石式)과는 달리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양이 많으면 그런 건 관계없다.

산처럼 쌓인 벼를 앞두고는 누구나 진절머리가 난다.


(역시 전자동으로는…… 안 되겠지)


현대처럼 기계를 이용한 수확이나 건조, 탈곡에서 정미 작업은 바랄 수도 없다.

기계를 도입하여 작업 효율을 올리고 있지만, 모두 인력이다.

역시 한계는 있다.


(뭐, 여기쯤이 한계겠지. 많은 걸 바라는 건 좋지 않으니까)


지금은 이 이상의 효율은 바랄 수 없다.

그렇게 이해한 시즈코는, 자신도 수확 작업에 참가하기 위해 논으로 발을 옮겼다.


5분 후, 그 작업은 어떤 인물의 내방에 의해 중단되게 된다.




"먼저 수고를 치하하도록 하겠소. 용케 저만큼 수확할 수 있었군"


"감사합니다"


생긋 웃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에 대해 시즈코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시즈코의 마을을 찾아온 것은 모리 요시나리와 그 호위들이었다.

갑작스런 방문에 놀랐지만, 또 노부나가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아닐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럼, 오늘 찾아온 것은 다른 게 아니오. 시즈코 님께 부탁이 있소"


"네,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옳았다.


"우리는 미노를 공격하고 있소. 하지만 이 이상의 장기전은 우리 군에게도 어렵소"


"(이 시대는 1만의 군세가 있어도 천 명 죽는 것만으로 패배니까)……네, 네. 저기, 그게 저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조심스러운 느낌으로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물었다.

실제로, 전황의 여하에 대해서는 시즈코에게 있어 거의 관계가 없다.

노부나가가 명령한 것은 어디까지나 농업에 대해서, 였다.

그 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고, 또 시즈코도 주제넘게 참견할 생각도 없었다.

자기 분수를 넘는 일을 하면, 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야기라는 건 가른 게 아니라, 미노 공략이 끝난 후의 일이오"


"미노 공략 후의 일……?"


그 말을 들은 시즈코는 역사를 떠올렸다.


사이토 타츠오키의 거성, 이나바(稲葉) 산성을 오다 노부나가가 공격하여 차지했다고 하는 이나바 산성 전투.

그곳이 함락됨으로서, 오다 노부나가는 미노를 지배하에 둘 수 있었다고 한다.

함락된 날은, 미노 사람들이 항복한 에이로쿠 10년(1567년) 8월 15일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 때, 사이토 타츠오키는 배로 나가라(長良) 강을 타고 이세(伊勢)의 나가시마(長島)로 탈출했다.

이후, 당시 20세였던 그가 다시 다이묘로서 미노에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미노 공략 후, 오다 노부나가는 작은 전투를 거듭한 후에, 상경(上洛)하여 쇼군을 옹립했다.

에이로쿠 11년(1658년) 9월, 즉 지금부터 2년 후의 일이다.


"미노는 사이코쿠(西国)에 속하는 나라. 영주님께서는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은 나라이오. 그것을 이룬 후, 영주님께서는 나라의 기반을 강화하려고 생각하고 계시오"


(뭐 미노와 오와리(尾張)를 합쳐 백만석이 되니까. 영주님으로서는 꼭 손에 넣고 싶으시겠지)


"그에 대해서 시즈코 님께 내정(内政)의 일부를 맡기겠다, 고 하셨소"


"(역시 자급률의 향상에 대해서일까) …………………………네?"


시즈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현대라면 몰라도, 전국시대에 여자는 거의 인권 따위 없었다.

당연하지만 정치 같은 것에 관여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중요한 직책은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그게 필연이자 상식이다.


"저기…… 저, 여자인데요? 여자가 정치에 관여하다니, 전 처음 듣습니다만!?"


"물론, 나도 처음 들었을 때는 내 귀를 의심했소. 하지만, 영주님께서는 이미 그렇게 정하신 듯 하오"


"아니 그…… 어째서?"


혁신적인 오다 노부나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이라 생각되었다.

애초에 당시의 여성은, 설령 유명 다이묘의 정실이라도 역사서에 이름이 남지 않을 정도의 취급이다.

촌장이라면 사정에 따라 여성이 맡았던 적도 있겠지만, 한 나라의 방침을 좌우하는 위정자가 되었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영주님께서는 시즈코 님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계시오"


"그런가요? 딱히 칭찬받을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후후후, 겸손하지 마시오. 시즈코 님은 죽어가던 마을을 보기좋게 되살려내고, 금년에는 풍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확보했소. 보통의 방법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지"


"그건 마을사람들이 열심히 해 주었기에……"


"그것도 있겠지만, 시즈코 님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오"


대놓고 칭찬받은 시즈코는 등골이 간지러웠다.


"흠…… 이건 내 생각이오만, 어쩌면 그대를 타국에 빼앗기기 전에, 라는 생각이 영주님께 있으신지도 모르겠소"


"아, 네……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시즈코가 아무리 성과를 올려도 결국 하나의 마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시즈코가 다른 조건에 끌려서 노부나가의 밑을 떠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

노부나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시즈코가 도망치지 않도록 목줄을 채우기로 했다.

아마도 그런 거라고 그녀는 판단했다.


"그러고보니 시즈코 님, 한 가지 물어도 되겠소? 예전부터 신경쓰였는데, 밭의 한 구석에 있는 대나무 같은 것은 무엇이오?"


"대나무……? 아아, 사탕수수 말씀인가요"


"사탕수수?"


익숙하지 않은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저기…… 그게요. 잠시 괜찮을까요? 비밀입니다만……"


사탕수수가 뭔지 현 시점에서 주위에게 알라고 싶지 않았던 시즈코는 목소리를 낮추며 모리 요시나리에게 다가갔다.

약간 경계했던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시즈코에게 수상한 움직임이 없음을 이해하자 어느 정도 어깨의 힘을 뺐다.


"(영주님과 모리 님께는 보고드리지만…… 저건 설탕의 원료입니다)"


"(설탕이라고 하셨소!?)"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낼 뻔한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직전에 억누르고 소리를 죽였다.

하지만 눈은 크게 뜨고 있어, 그가 경악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였다.


"(뭐 백문이 불여일견이겠죠. 오늘 아침,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잘라낸 사탕수수가 있습니다. 이쪽의 줄기를 깨물어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줄기 두 개 중 하나를 모리 요시나리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독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듯, 시즈코는 사탕수수의 줄기를 깨물었다.

아직도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조용히 사탕수수의 줄기를 손에 들고 줄기 끝을 깨물었다.


"(……! 확실히 달군…… 이것이 설탕의 원료라는 말이오……!?")


"(네. 뭐 얼핏 보면 좀 이상하게 생긴 억새풀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저게 밭의 작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겠죠)"


"(음…… 확실히 그렇군. 나도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대나무라고 생각했소)"


"(으~음, 기왕 말이 나온 김이니 괜찮으려나. 저기, 작년부터 부탁드렸던 재료로 뭘 만들 수 있나, 라는 말씀 말인데요)"


"응……? 아, 그거 말이오?"


작년부터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어떤 재료를 정기적으로 모아 줄 것을 의뢰했었다.

모아들인 재료를 대체 무엇에 쓸 건지, 수배하면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리 요시나리였다.

그렇기에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대답은 언제나 "지금은 간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니 대답할 수 없다"였다.


"(그게, 정말 가능할지 불안해서 지금은 확실히 가능하다고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드디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 모리 요시나리가 나이도 잊고 흥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흥분은, 곧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그건 화약이 됩니다)"




"이야기는 마치고 왔나?"


시즈코의 마을에서 노부나가에게 돌아온 모리 요시나리는, 보고를 위해 곧장 노부나가를 만나러 갔다.

노부나가도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 보고를 받기 위해 그를 우선적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입을 열자마자 모리 요시나리에게 이야기를 마치고 왔는지 물었던 것이다.


"옛!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만, 시즈코 님은 쾌히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그런가. 뭐 여자를 내정에 쓰는 건 전대미문이니"


"예…… 하지만 시즈코 님을 알게 된 지금, 영주님께서 어째서 그녀를 우대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호오?"


즐거운 듯 웃은 노부나가는 턱으로 말을 잇도록 재촉했다.

그것을 본 모리 요시나리는,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눈짓을 하여 어떤 것을 노부나가의 앞으로 가져가게 했다.


"이것은……?"


그것은 그릇 위에 담긴 몇 장의 야채였다.

무와 순무, 두 개의 야채가 반원 모양으로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시즈코 님이 만든 '누카즈케(糠漬け, ※역주: 야채 따위를 소금겨(겨된장)에 담근 것)'라는 것입니다. 염분이 높기에 과도한 섭취는 금물, 이라고 하기에 몇 장만 가져왔습니다"


"여전히 영문모를 것을 만드는 여자로군"


그렇게만 말하고 노부나가는 젓가락을 손에 들고 무를 입 안으로 가져갔다.


"맛있군. 씹는 느낌이 제법 좋다"


"저도 먹어보았습니다만, 그녀가 만드는 음식은 신기하고, 그리고 맛있는 것 뿐입니다"


"나도 처음에 먹었을 때는 솔직히 놀랐지"


"그래서 이해하였습니다. 시즈코 님이 가진 지식은 무서운 것입니다. 확실히 그 지식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면 큰 위협이 됩니다"


"음. 그래서, 그 여자는 얼마만한 쌀을 수확했더냐?"


"다소 오차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대략 2백 가마니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지정한 25가마니를 가볍게 넘겼군. 겨우 백 명 정도의 마을에서 그만한 수확량이니, 그 놈에게 권한을 주어 더욱 증산을 시키면, 나도 싸움의 계획을 세우기가 쉬워지겠다"


말할 필요도 없이, 전국시대의 쌀의 생산량은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단위를 석고(石高)라고 하여, 의미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쌀의 양이다.

에도 시대 중기에는 현재로 환산하면 150kg라고 정해졌다.

전국시대에는 거의 자발적 신고제였기에, 정확한 수치는 불명이고 이후로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석고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에도 시대나 전국시대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굳이 내정을 맡게 하지 않으셔도, 현재 상태로도 괜찮지 않습니까"


"그 여자는 어딘가 모자란다. 간자에게 속아서 배신하면 큰일이지. 게다가 그 녀석은 품은 자가 많을 수록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무른 인간이다"


"그 말씀은……?"


모리 요시나리의 질문에 노부나가는 젓가락을 놓은 후, 한번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시즈코가 가진 재주는 내게 필요한 것이 많다. 그렇다면 내 명령에 따르지 않고, 다른 영주를 섬겨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그 녀석이 마을사람들을 저버리고 도망치지 못했다, 라는 것이다"


"확실히, 그렇군요"


"자신에게 의지하는 사람을 버리지 못하지. 어린애처럼 무르기에, 그 녀석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주는 거다. 그렇게 하면 녀석의 지식이 내 것이 되고, 동시에 녀석이 배신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하지만 녀석의 지식을 조급하게 뽑아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시즈코가 눈치채고 도망칠 가능성은 있으니까"


"모든 지식을 알려준 후에는 처분된다, 고 생각하겠지요"


"그 말대로다. 녀석은 아직 더 일해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거기서 모리 요시나리와의 대화는 끝이었다.

노부나가는 그를 물러나게 한 후, 작게 한숨을 쉬었다.


"부국강병…… 이라"


과거에 시즈코가 한 말을 노부나가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여자, 상상 이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군. 지금은 내정이지만, 곧 군사에 대해서도 남만의 지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겠어)


남만의 지식을 군에 적용한다.

그 날이 오는 것이 벌써부터 목이 빠지게 기다려지는 노부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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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4 1566년 6월 상순



눈 앞에서 동료의 모습이 사라진 것 때문에 도적들은 크게 낭패한 모습이었다.

초조하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도적 중 한 명이, 동료가 사라진 원인을 발견했다.


"히이익!"


"왜 그래…… 뭐, 뭐야! 이 괴물은!"


남자의 비명에 반응하여 도적들은 일제히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맨 처음 반응했던 남자와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시즈코는 도적들이 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거구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형의, 몸길이가 140cm 가까운 늑대가 있었다.

그리고 늑대 근처에, 시즈코 앞에 있던 도적이 쓰러져 있었다.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린 채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옆에서 남자의 목을 물고, 그 깨무는 힘으로 간단히 목을 부러뜨린 것이다.

늑대가 깨무는 힘은 180kg나 되기 때문에, 영양이 부족한 이 시대의 인간의 뼈 따위 가볍게 씹어 부술 수 있으리라.

그런 괴물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닌 늑대를 보고도, 시즈코는 이상하게도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그녀는 그 늑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비트만?"


그것이 자신 곁에 있던 늑대라고 직감했다.

확증 따윈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답하듯 늑대가 한 번 짖었다.

그것을 들은 도적들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당시의 사람들은 키가 150cm도 되지 않는다.

비교적 영양 상태가 좋은 무장들 조차 160cm나 되면 큰 편이다.

거기에 어깨 높이가 80cm 가까운 늑대가 나오면 그것만으로 죽음을 예감하게 된다.

게다가 주위는 어둠으로 뒤덮여 시야 따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밤눈이 밝은 늑대를 상대로 이기는 것은 어렵다.


공황 상태에 빠진 도적들을 향해 늑대는 크게 짖었다.

그러자 다른 방향에서, 수풀을 헤치는 소리와 함께 다른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의 늑대보다 좀 작지만, 그래도 충분히 경이적인 사이즈였다.

눈에 띄는 특징으로, 그 늑대는 이마에 X자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히, 히이익-!"


두 마리 째가 등장하자, 진퇴양난에 빠진 도적들은 거미새끼들처럼 흩어져 도망쳤다.

늑대는 쫓지 않았다. 도망치는 도적 따위 쫓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이 승자인지, 그것만으로도 간단히 알 수 있었다.


"어서 와, 비트만"


그렇게 중얼거린 시즈코의 목소리에 대답하듯이, 비트만은 작게 짖었다.




당연하지만 비트만과 그 부인 늑대가 마을에 들어섰을 때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경이적인 사이즈의 늑대가 두 마리나 마을에 들어오면, 모르는 사람이 보면 패닉에 빠질 상황이다.

놀라지 말라는 쪽이 무리한 주문이다.

하지만 놀란 건 새로 온 입식자들 뿐으로, 원래부터 있던 마을사람들은 "또 촌장님이 뭔가 하셨다"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시즈코에게 단련된 덕분인지, 그들은 그야말로 무신경일 정도로 매사에 놀라지 않았다.

날도 저물어 밤이 되어 있었지만, 아무래도 입식자들의 불안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비트만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한 시간의 설명을 끝낸 후, 간신히 납득해 준 입식자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불안을 털어낸 것도 아니었다.


(한동안은 참아야지)


전원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받아들여 주는 것 따위는 현실성이 없는 얘기로 망상에 가까운 희망적 관측이다.

시간이 해결하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다. 그렇게 이해한 그녀는 끙끙거려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코가 모르는 곳에서, 입식자들은 그녀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미덥지 않은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늑대 두 마리를 거느리고 있는 걸 보고 "사실 그녀는 거물인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실패하면 어차피 참수될 것이기에, 그녀에게 마지막 찬스를 맡기려고 생각한 입식자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의욕을 내게 되었다.


그렇게 입식자들의 생각이 변하고 조금 지났을 때.

발아를 마치고 씨뿌리기 준비가 완료된 볍씨가 모였기에, 다음 공정인 파종(播種) 작업을 했다.

이것은 2월 하순에 준비하고 있던 땅을 사용해서, 그곳에 볍씨를 균일하게 늘어놓는다.

여기서 키운 모를 나중에 본래의 논에 옮겨심을 예정이다.

역시 입식자들은 이상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순순히 시즈코의 명령에 따랐다.


모가 자랄 때까지 약간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모내기를 하기 위한 논의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논밭을 얕게 대충 갈아엎는 작업. 대충 갈아엎은 후, 물을 넣고 대충 써레질을 하는 작업. 그리고 며칠 후에 마무리 써레질.

그 공정들이 끝났을 무렵, 모는 충분한 크기로 자라 있었다.


다음 공정은 쌀겨와 모를 사용해서 가장 중요한 모내기를 하는 것이다.

여기가 가장 중요하여, 모내기를 제대로 하냐 안 하냐에 수확량이 크게 좌우된다.

모에 안심하고 대충 했기 때문에 수확량이 쥐꼬리만큼, 같은 결과가 되면 끝장이다.



몰를 심을 때 현대에서는 정석인 방법에 대해, 당연하지만 마을사람들 중 아무도 몰랐다.

여기서 시즈코는 정조식이라고 하는, 쌀의 모를 가로세로로 줄맞추어 심는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에는 이렇게 하지 않고 '난잡하게 심기'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심었기에 수확량은 대단히 나쁘고, 심할 때는 전혀 자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난잡하게 심기를 정조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수확량은 크게 올라간다.


그 이유는 햇볕이 충분히 들고 공기가 통하기 쉬워져, 잡초나 해충을 제거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적으로는 메이지(明治) 30년대 후반 무렵에 실시되었기에, 약 200년 정도 시대를 앞선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절대적으로, 그 이후 정조식은 쌀 재배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식적인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장점 뿐만 아니라 당연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먼저 전국시대에 모내기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조식을 하려면 정확히 가로세로로 맞춰서 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시즈코가 내놓은 해결책은, '모내기틀(枠まわし)'이라는 도구를 써서 심을 포인트를 미리 확정해 두는 것이었다.

문자 그대로, '모내기틀'을 굴리면 모를 심을 포인트가 논에 찍힌다.

하지만 논 안에 직접 '모내기틀'을 굴리면 물이 진흙으로 흐려져버려서 기껏 포인트를 만들어도 찾을 필요가 생긴다.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녀는 논의 한 쪽에서 다른 쪽까지 이어지는 긴 밧줄을 준비했다.

그리고 '모내기틀'로 심을 포인트를 결정하고, 그 장소와 밧줄이 겹치는 부분에 짚을 묶었다.

이렇게 하여, 짚을 표시로 삼으면 물 속을 찾지 않아도 심을 장소를 알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모를 다 심어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쌀겨를 뿌릴 필요가 있다.

쌀겨를 뿌리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분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산에 의해 잡초가 싹을 틔우거나 뿌리를 내리는 것을 억제하는 것.

두번째는 미생물이 증식하는 것.

세번재는 미생물이 증식하여 벼에 영양 공급을 할 수 있는 것. 이 세 가지다.


모내기가 끝나면 다음은 방사 유기물(放線有機)을 뿌리는 것과 제초작업 뿐이다.

방사 유기물이란 흙, 쌀겨, 사슴의 내장, 닭의 내장, 뼛가루, 썩은 고기, 썩은 야채, 닭의 깃털축(羽軸)과 유효 미생물을 섞어 만든 발효 비료이다.

이것에 의해 땅 속의 미생물이 작용하기 쉬워진다. 천연의 완효성(緩効性) 비료로서 무논에 심는 벼의 밑거름으로 최적인 비료이다.

다만 적시에 벼의 상태를 보고 뿌려야 하기에, 얼마나 사용할지, 몇 번 뿌릴지는 논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비료는 경험에 근거하여 산발적으로 뿌리기만 하면 되니 차라리 낫다고 할 수 있다.


모내기 다음으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제초작업이다. 게다가 가혹한 노동이 필요한 것 치고는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시즈코는 회전식 잡초 제거기라는, 벼와 벼 사이를 굴려서 논 안에 자란 잡초를 뿌리째 뽑는 도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전국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도구이므로, 시즈코는 마을의 기술자들과 상의하여 제작했다.


회전식 잡초 제거기의 원형은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져, 타이쇼(大正) 초반 무렵에는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하루에 20a 정도의 작업 효율로, 볏그루 사이로 덜컹덜컹 굴리며 사이갈이 제초를 할 수 있는 우수한 물건이다.


사이갈이란 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발육 도중에 겉흙을 얕게 가는 것이다.

이것에 의해 흙이 섞이며 풀리기 때문에, 뿌리에 산소가 보내어져 호흡이나 뿌리내림이 촉진된다.

또 비료의 흡수도 촉진된다. 게다가 흙 속에 있는 유해 가스(황화수소, 메탄 가스 등)가 빠지고 잡초를 방제할 수 있다.


말하자면 모내기가 끝난 후에는, 수확할 때까지 이 사이갈이 제초가 주된 작업이 된다.

그리고 벼농사에서 가장 가혹한 작업 중 하나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도구이기에 시즈코는 타협하지 않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을 만들어냈다.

사이갈이 제초는 모내기에서 1주일에서 열흘 후, 모가 자리잡은 후에 처음으로 한다.

그 후에는 열흘에 두 번 사이갈이 제초를 한다. 회수는 적지만, 그만큼 한번의 작업이 가혹하다.


그렇게 사이갈이 제초만을 남겨놓은 6월의 어느 날.

비트만이 데려온 암컷 늑대(시즈코가 붙인 이름은 바르티)가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마을에 처음으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 날이었다.




"귀여워-"


눈이 떠진 새끼 늑대들을 보면서 시즈코는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쓰다듬거나 너무 가까이서 빤히 보거나 하면 바르티가 화내기 때문에 꽤나 거리를 두고 있지만.

돌아다닐 수 있게 되는 건 앞으로 1주일에서 2주일 후였지만, 그래도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는 새끼 늑대들을 보면 자연히 얼굴이 풀어졌다.


"귀여워-"


1주일 후가 기대되는 시즈코였다. 하지만 그것을 달갑잖게 생각하는 존재가 있었다.

비트만이었다. 그는 1년 가까이 시즈코와 함께 있으면서 애정을 한몸에 받고 있었기에, 당연하지만 새끼들에게 애정이 가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갖다대고 비비거나 입가를 핥으며 애정을 어필하거나 했다.하지만 완전히 자신에게만 애정을 쏠리게 할 수는 없었던 듯 했다.

평소에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는 비트만이지만, 이 때만큼은 강아지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래그래, 비트만도 귀여워-"


비트만의 애정 어필에 대답하는 듯, 시즈코는 좀 지나칠 정도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것만으로 꼬리를 붕붕 휘두르는 비트만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는 사이즈가 크다.

수십 cm나 되는 꼬리를 휘두르면 그것만으로 가벼운 흉기가 되는 것이다.


"으아! 기쁜 마음은 알겠으니까 진정해-!"


아니나다를까, 주위의 물건을 쳐 쓰러뜨리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고 시즈코에게 야단맞은 비트만이 슬픈 듯한 소리를 내고, 그걸 들은 바르티가 웃는 듯한 소리를 냈다.




6월이 끝나고 계절은 7월.

당초에는 회전식 잡초 제거기에 당황했던 마을사람들도, 후반이 되니 익숙해져서 하루 정도에 작업을 끝냈다.

7월에 들어서면 제초 작업도 거의 끝난다. 남은 작업은 대부분 해충 대책이다.

애초에 논에는 훌륭하게 자란 벼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것이다. 마을사람들 모두 "이렇게 많은 벼가 자란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꽤나 대량으로 수확할 수 있을 거라 예측할 수 있었다.


해충 대책 이외에도 할 일은 있다.

먼저 도랑파기라고 해서, 2미터에서 3미터 간격으로 배수를 위한 도랑을 파는 것이다.

이것에 의해 수확할 때까지 물관리도 하기 쉬워지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모내기 후 35일이 지나면 분결수(分結数)가 최고치에 달한다고 하므로, 중간낙수(中干し), 토왕낙수(土用干し)라고 하는 흙을 건조시키는 작업도 해야 한다.

배수를 위한 도랑을 이용해 논에서 일단 물을 뺀다.


토왕낙수를 하는 이유는, 과도한 분결이나 효과없는 분결을 억제하여 토양 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미생물의 사체를 비료로 쓴다.

또, 토양을 굳혀서 벼가 쓰러지는 것을 막고, 땅을 갈라지게 하여 호기성(好気的)의 환경을 만들어, 부패에 의한 발효를 막아 메탄 가스의 발생을 방지한다.

또 땅을 갈라지게 하여 벼의 뿌리에 자극을 줘서 뿌리를 지표형(地表型)에서 지중형(地中型)으로 바꾼다.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질소를 줄이면 필연적으로 노린재 종류도 막을 수 있으니까-)


벼의 해충이라고 하면 노린재가 필두로 거론되지만, 농약을 쓰지 않으면 노린재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질소를 흡수한 벼가 노린재에게 있어 맛있는 먹이가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농약 따위 구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당연히 무농약에 유기농 재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노린재의 천적이 논에 서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의외로 해충 대책은 안 해도 될지도?)


벼에게 해충이 되는 생물이 발생해도, 그것을 먹이로 하는 천적이 똑같이 발생한다.

물론,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최고의 해충 대책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논 안쪽은 물론, 논둑 제초도 철저하게 했다.

그리고 제거한 잡초를 부엽토의 재료로 썼다.

논 속에서 깨끗한 순환 시스템이 완성되어, 모든 것을 낭비 없이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수확할 때까지 제초가 주된 작업이 된 8월의 어느 날,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노부나가가 드디어 움직였다.




에이로쿠(永禄) 9년(1566년) 8월, 노부나가는 키소(木曽) 강을 건너 미노(美濃)에 침입했다.

그 소식을 받았을 때, 시즈코의 머리에는 '패퇴'라는 문자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히 홍수를 만나 패퇴하고, 히데요시(秀吉)를 파견해서 미노와 오와리(尾張) 국경에 위치하는 요충지인 스노마타(墨俣)에 성채를 쌓게 했지. 거기가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의 거성인 이나바(稲葉) 산 이노쿠치(井ノ口) 총공격의 전선기지가 되었어)


그런 것은 떠올린 시즈코였지만,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일에 대해 골머리를 앓아도 의미는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자,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그런 생각을 털어버렸다.

기분을 새롭게 하고, 눈 앞에 펼쳐진 벼를 보며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음음, 좋은 느낌으로 자랐네. 이거라면 당초의 예정대로 수확량이 나오려나"


솔직히 8ha라는 토지를 수십명 정도로 작업하기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어찌어찌 수확 일보 직전까지 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 정도의 벼를 봐도 안심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영주님이니까, 내년 쯤에 또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일을 시키겠지……)


내년의 이맘때쯤에 오다 노부나가는 미노를 지배하에 둔다. 그렇게 되면 오와리, 미노를 합쳐 백만석의 생산 지역을 손에 넣게 된다. 시즈코에게 생산량 증가를 명령할 것은 예상이라기보다는  정해진 일이다.


(그 때문에라도, 킨조 씨에게 부탁해둔 인력 모내기 기계가 빨리 완성되어야 하는데. 그게 완성되면 10a를 겨우 세 시간에 모내기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킨조는 시즈코가 그린 인력 모내기 기계의 설계도(라는 이름의 낙서 수준의 문서)를 보고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것을 그녀는 모른다.


인력 모내기 기계, 회전식 잡초 제거기, 페달식 탈곡기, 하나같이 농사일 중에서 가혹하다고 하는 작업을 경감하기 위한 도구이다.

게다가, 여자나 아이, 노인이라도 작업할 수 있으므로, 전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끼리 농사일을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작업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가족에 따라 밭이나 논 작업을 나눌 수도 있다.


"자, 그럼, 내년 쯤에는 60ha 정도 넓은 땅을 받아볼까"


야채나 고구마의 토지는 현재 사이즈로 충분했다.

수확할 수 있었던 봄야채는, 농민들은 물론이고 헌상한 노부나가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전장에서도 쓰는 것은 역시 쌀이다.

미노를 손에 넣은 후, 노부나가는 전쟁을 하는 횟수가 많아지기에 추가적인 증산을 명령할 것이다.

쌀이 대량으로 있느냐 아니냐에 병사들의 식량 사정이 달라진다.


"계란 산업도 순조롭고…… 하지만 카이저네가 덮칠 것 같은 예감이"


카이저, 비트만과 바르티 사이에 태어난 새끼 늑대.

이미 생후 2개월이 지났기에, 사회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젖도 뗀 상태였다.

슬슬 소굴인 시즈코의 집에서 떠나게 될 때였다.


그 와중에 이미 서열이 결정되어서, 서열에 맞춰 카이저, 쾨니히, 아델하이트, 리터, 루츠라고 이름붙였다. 황제, 왕, 귀족, 기사, 전사라는 계급 그대로의 의미였다. 부모가 독일어였기에 새끼도 독일어라는 별 생각없는 작명이다.


"뭐 그 때는 그 때지. 적당히 사냥을 시키지 않으면 녹스니까"


사육되는 것에 가까운 형태지만, 당연히 가족이 생기면 늑대는 사냥을 나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때 야생 사슴을 덮치는 건 상관없지만, 계란 산업용의 닭을 덮치는 건 곤란하다.


"어릴 때부터 가르칠 수밖에 없겠네"


그래도 몇 마리는 희생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미래를 상상하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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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3 1566년 4월 상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고,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계절은 돌고 돌아 4월 상순, 시즈코가 이 시대로 온 지 거의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원래의 시대로 돌아갈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어떤 원리나 방법으로 타임 슬립했는지, 그녀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 가지 현대의 기술품을 가지고 왔지만, 현재 그녀가 그걸 쓰는 일은 없었다.

편리하지만 대용품이 없는 상태에서 망가지면 답이 없다.


지식을 얻기 위해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태양광 충전기가 달린 핸들 발전식 LED 라이트를 써서 충전한다.

평소 쓰는 것은 그 정도로, 달리 있는 도구는 기본적으로 대용품을 만든 후에 활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시즈코에게만 부담이 갈 뿐으로, 마을사람들은 아무 작업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핸들 발전으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시즈코는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렸다.


가을 무렵에 노부나가에게 수확량 증가를 선언한 시즈코. 그걸 받아들였는지, 노부나가는 엄청난 말을 했다.

그것은 50명의 농민을 보내는 대신, 25가마니의 쌀을 수확하라는 명령이다.

그리고 모자라는 분량은 한 가마니당 두 명을 죽인다는 협박섞인 말까지 했다.


그 주저없음을 보고 시즈코는 역시 전국시대라고 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현대의 감각이나 논리 따위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수준이라고 이해했다.


겨울에 들어서고 조금 지났을 무렵, 노부나가는 약속한 농민 50명을 시즈코의 마을로 보냈다.

거기에 가족이 붙어 있었기에 상당한 대인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군대에서 끌려온 것이 아니라, 시즈코가 오기 전의 이 마을처럼 수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지역에서 끌려왔다.

정든 땅을 억지로 버리게 되고 이 땅으로 이주당했으니 그 스트레스는 상당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사정을 참작해 줄 여유 따윈 없었다.


촌장이 시즈코라는 걸 알고 놀라는 입식자들이었지만, 반발하는 목소리 따윈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반발하던 순종하던 그들이 갈 길은 하나 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리라.

즉, 시즈코를 따라서 약속한 25가마니를 넘는 수확을 달성하는 것 이외에 살아남을 방법은 없는 것이다, 라고.


새해가 밝은 후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라고는 해도, 처음에는 밭이나 논의 정비다.

1월 중순에 농작물용의 2ha, 사탕수수용의 1ha, 고구마용의 1ha, 논 8ha의 정비를 마쳤다.

이것은 사전에 시즈코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준비했던 덕분이었다.


2월 하순, 못자리 준비에 착수할 필요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볍씨를 적당히 뿌리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은 못자리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그걸 가르치는 데 며칠을 소비했다.

모판을 심기 한 달 이상 전에 준비해야 흙이 최적의 상태가 되는 것이지만, 역시 농민들은 반신반의한다는 느낌이었다.


3월 하순, 볍씨에 대해 염수선(塩水選)을 했다. 역시 여기에서도 입식자들의 대부분은 괴이쩍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애초에 꽉 찬 볍씨를 고르는 것 자체가 전국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비중 1.16의 소금물을 만들고, 떠오른 볍씨를 제거하는 작업은 단순했다.

하지만 이걸로 씨담그기에 필요한 볍씨가 모였기에, 합격한 볍씨를 강물을 담은 통에 넣어 가급적 수온이 오르지 않도록 그늘진 장소에 안치했다.

볍씨에 충분히 물을 흡수하게 하여 한번에 발아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역시 입식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적산 온도의 조정, 이라고 말해도 모르겠지-)


하지만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시즈코는 다른 작업도 해야 했다.

먼저 가을이 끝나기 전에 무환자 나무의 열매를 수확하여 비누가루를 만드는 작업이다.

물론, 이걸 필요로 하는 것은 당분간은 시즈코 뿐이었기에, 수확한 후에는 거의 그녀가 혼자서 작업했다.


다음으로 계란 산업을 하기 위해 닭을 늘릴 필요가 생겼다. 처음에는 닭끼리 교배시켜 유정란을 만들어 부화시키는 것을 반복했다.

하지만 닭은 해체하는 정도밖에 할 줄 모르는 시즈코였기에, 병아리가 추위로 죽거나 크게 자라지 못하거나 했다.

게다가 암, 수를 구별하는 데 1개월 정도 기다릴 필요가 있어, 그 때까지는 공통의 먹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대에서도 병아리의 성별을 판별하는 기술은 국가 자격으로, 양계 분야에서 중요시되고 있다. 그 자격의 유용함을 뼈저리게 깨달은 시즈코였다.

물론, 시즈코는 그런 국가 자격을 갖는 기술자는 아니었기에, 몇 마리나 되는 병아리를 죽게 하거나 솎아내거나 하면서도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수를 불려 나갔다.

죽게 하거나 솎아낸 병아리나 영계에 가까운 닭은 모두 퇴비에 섞었다.

절대로 그냥 버리거나 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반년 정도로 수컷을 7마리, 암컷을 20마리까지 불려서 당분간 필요한 숫자를 갖출 수 있었다.

지금부터 유정란을 만드는 조와 무정란을 만드는 조로 나누어 사육한다.

유정란을 만드는 조는 수컷 한 마리 당 암컷 다섯 마리를 두 조, 무정란을 만드는 조는 암컷 10마리로 했다.


닭의 모이는 야채 부스러기나 생선 뼈나 조개껍질 등을 가루로 만든 것을 섞은 사료로 통일했다.

왜냐하면 산란은 어떤 종류의 닭이라도 2년이면 페이스가 떨어진다, 라는 얘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년 동안 먹이를 통일해두는 편이 편할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물론, 갓 태어난 병아리 때는 부드러운 먹이를 주지만.


야채의 재배 방법도 마을사람들이 보기에는 기묘한 방법이었지만, 이쪽은 조금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태반의 공정은 마을사람들이 보기에는 영문모를 작업으로 의문시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퇴비를 잘 섞은 2ha 넓이의 경작지를, 한 변 50미터의 사이즈로 나누었다.

따라서 경작지가 8등분되어, 봄 야채와 가을 야채의 이어짓기와, 그 경작지들을 1년마다 순환시키는 돌려짓기를 할 환경이 완성되었다.

먼저 두 경작지를 한 쌍으로 간주하여, 각각 A-1, A-2, B-1, B-2, C-1, C-2, D-1, D-2라고 번호를 붙였다.

봄에는 A-1에 옥수수, A-2에 부추, B-1에 호박, B-2에 가지, C-1에 토마토, C-2에 무, D-1과 D-2에 양계장을 설치했다.

물론, 모두 전국시대의 재배방법은 아니고 시즈코가 알고 있는 현대의 재배방법으로지만.

가을에는 수확하고, 그 후에 가을 야채로서 A-1에 파, A-2에 양상추, B-1에 토란, B-2에 소송채(小松菜), C-1에 킨토키(金時) 당근 (※역주: 특정 품종명으로 보임), C-2에 순무, D-1과 D-2은 여전히 양계장을 계속하기로 했다.

분할해놓고 1년마다 토지를 순환시키므로, 그것들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 푯말을 준비했다.

봄이 올 때마다 이 푯말을 돌려박아, 지금 무엇을 재배하고 있는지 알기 쉽게 하여 순환 오류를 피할 수 있다.

푯말은 의외로 마을사람들에게도 호평이었다. 듣자 하니 '재배하고 있는 게 뭔지 알기 쉽다'고 했다.


예상외였던 것은 입식자 중에 양잠(養蚕)을 해봤던 사람이 몇 명 있었던 것이다.

당장 시즈코는 양잠을 하기 위한 환경을 갖추었다.

아무래도 마을 안에서는 할 수 없었기에 양잠 장소를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설치했다.

뽕나무 잎이 필요했는데, 다행히도 조금 먼 곳이긴 하지만 뽕나무가 조금 자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양잠장 부근의 나무를 전부 뽕나무로 교체하기로 했다.

현재로는 뽕밭, 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열매나 목재도 이용할 수 있다.

다행히 뽕나무는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몇 년만 지나면 뽕나무 열매와 누에의 먹이가 되는 잎을 얻을 수 있으리라.

육성도 자연에 맡긴다고 할지 그냥 방치할 뿐으로, 할 일은 매년 묘목을 심는 것 뿐이다.


또 하나 예상외의 일에 시즈코는 생각이 미쳤다.

집을 지을 때 남은 목재를 보고, 꿀을 따기 위한 벌통을 만들 수 없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서양꿀벌은 없지만, 일본꿀벌은 옛부터 일본에 있기에 그것으로 꿀을 채취하기로 했다.

시즈코의 할아버지 친구가 고안해낸 꿀을 따는 것을 중시한 형태의 벌통을 기억에서 끄집어내 만들어냈다.

한 단의 높이를 대략 120mm 정도로 하고, 그것들을 네 개 겹치는 것에 의해 수확물을 채취하기 쉽고, 또 여왕벌을 발견하기 쉬운 구조였다.

하지만 시즈코는 양봉가의 일을 책이나 견학으로는 알고 있어도, 자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했다.

애초에 여왕벌이 수중에 없었기에, 설치해도 벌이 벌집을 만들어 줄지 어떨지는 거의 운에 맡기는 것에 가까웠다. 즉, 놔두기만 하고 나머지는 운을 하늘에 맡길 뿐이었다.

설치 장소는 자생하는 유채꽃이 많이 피어 있는 장소로 했다. 합계 5군데에 설치하고, 그 뒤로는 정기적으로 보러 와서 벌통에 일본 꿀벌이 살게 되었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편한 반면, 벌꿀의 채취량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곤 해도 시즈코는 단지 생각난 김에 했을 뿐으로, 벌꿀을 대량으로 얻지 못해도 딱히 문제는 없었다.

그런 생각이었기에, 전국시대에 벌꿀이 어떻게 취급되었는지 완전히 잊고 있던 그녀였다.


사탕수수는 작년 여름에 모로서 다시 심은 것과, 봄부터 심었던 것을 전부 모로 사용하여 추가적인 양산 체제를 갖췄다.

마을사람들이 보기에는 뭘 심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설탕은 이 시대에 꽤나 귀중한 조미료. 그렇다면 설탕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그걸 영주님께 헌상하는 것으로 이 마을 사람들은 징병을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소금 같은 조미료도 우선적으로 융통받을 수 있고)


고구마 쪽도 금년에는 처음부터 대량으로 모심기를 햇다. 하지만 고구마 다음에 밭을 놀려두는 것도 아까운 이야기였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을부터 유채를 키우기로 했다. 유채로부터는 유채 기름을 얻을 수 있고, 월동하는 일본 꿀벌의 먹이로도 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본래는 채(菜), 즉 잎사귀 야체로서 이용되고 있었다.

고사기(古事記)에는 키비(吉備)의 푸성귀로서, 만엽집(万葉集)에서는 사노(佐野)의 줄기로 등장한다.

식물 기름을 얻을 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에도(江戸) 시대부터로, 주로 등잔불 기름의 원료로서 이용된 생활에 밀착된 기름이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콩(大豆)의 생산이었다.

된장, 간장의 원료이며, 기름의 원료이며, 생약이기도 하고, 그리고 식용이기도 한 만능의 존재다.

하지만 콩의 육성은 일단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질소 비료가 대량으로 필요한데다, 다른 작물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국시대에 질소 비료 따위 구할 수 있을 리도 없기에, 닭똥을 사용한 퇴비를 만들 수밖에 없다.

해충 대책도 생각해야 하기에 머리가 아픈 일 투성이였다.

그래서 시즈코가 생각한 것은 컴패니언 플랜츠(※역주: Companion Plants)라는 재배 방법이다.

이것은 공영(共栄) 작물이라고 불리는 농학, 원예학 상의 개념이다.

콩과 옥수수의 경우, 옥수수의 해충은 콩의 냄새를 싫어하고, 그리고 콩의 해충은 옥수수의 해충이 천적이라 먹혀 버린다.

그야말로 농약을 쓰지 않고 해충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우수한 기술이다.

다만 경험적인 부분이 대부분이라, 현대에서도 과학적으로 해명된 예는 적다.

시즈코는 이 기술을 도입하여 100a 중에 콩을 50a, 남은 50a에 옥수수를 심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매운 양파인데, 이것은 가을에 뿌리고 다음 해 여름에 수확하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아직 양산체제는 아니라서, 전부 씨앗을 얻기 위해 사용되었다.

식용으로서 재배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로부터 만성 피로나 근육 피로 등 피로에도 잘 듣는 식품으로서 사랑받아왔다.

매일 양파를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간단히 지치지 않는 체력이 붙는 것이다.

또 비타민 B1의 흡수를 높일 수 있으므로, 콩이나 닭의 간과의 상성이 좋다.


하지만 시즈코가 진두지휘를 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백성들의 주식인 잡곡 등의 재배는 마을사람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대화하고, 귀를 기울이고, 승인하고, 맡겨주지 않으면 사람은 자라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즈코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선두에 서는 것은 목표량이 있으며 세금이기도 한 쌀 재배, 농지 개량, 구획 정리, 용수(用水)의 정비 등, 중요한 인프라 정비나 농업 정비 뿐이다.


할 일이 가득이라 매일 악전고투했지만, 나름대로 충실한 나날들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노부나가의 어려운 과제가 없다면, 말이지만.

하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노부나가는 또다시 어려운 과제를 시즈코에게 떠넘겼다.




"으~음, 5개 설치했는데 3개 밖에 벌집이 안 생겼네"


벌통을 보며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내부는 보기좋게 텅 비어, 여왕벌이 집을 지은 듯한 흔적은 없었다.


5개 정도 설치한 것 중에, 처음에는 4개에 벌집이 지어졌다.

하지만 도중에 한 마리의 여왕벌은 벌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만들다 만 벌통을 버리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일본 꿀벌은 신경질적이기에, 다소의 환경 변화조차 싫어하여 벌집을 버린다.

인간에게는 알 수 없는 작은 변화를 알아챈 여왕벌이 벌집을 버린 것이리라.

시즈코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고민해봤자 억울하기만 할 뿐이므로.


"할 수 없지. 아차, 슬슬 해가 지네. 어서 돌아가야지"


하늘을 올려다보자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숲 속에서는 해가 지는 것이 빠르므로, 서두르지 않으면 컴컴해져서 아무 것도 안 보이게 된다.

마지막 벌통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시즈코는 마을로 돌아가는 길을 달렸다.


"비트만이 있으면 어두워도 돌아갈 수 있는데…… 지금 신부를 찾으러 나가 있으니"


늑대인 비트만은 발정기가 가까워졌을 무렵 신부를 찾기 위해 마을을 나갔다.

솔직히 돌아올지 어쩔지는 미묘했지만, 그래도 시즈코는 웃는 얼굴로 보내주었다.


"뭐 혹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원래 야생동물이었으니까 그대로 어딘가로 가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조금 앞쪽에서 부스럭부스럭하고 작은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작은 동물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그걸 피하기 위해 가볍게 점프했다.


"!?"


하지만 나온 것은 작은 동물도 대형의 동물도 아닌, 굵은 나무 막대기였다.

이미 점프하고 있던 시즈코는 자세를 바꿀 수 없었다.

그 나무 막대기에 발목을 맞고 공중에서 균형을 잃었다.

어깨부터 떨어져 몇 번인가 땅바닥을 구른 후, 등부터 나무 줄기에 격돌했다.


"커헉!"


충격으로 단번에 폐의 공기가 밀려나온 시즈코는, 산소 결핍으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헤헤헤, 여자다"


"여자는 비싸게 팔리겠는데. 게다가 미인이야"


"이런 곳에 혼자라니…… 덮쳐달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하지만 그 전에 들려온 천박한 음성이 시즈코의 의식을 억지로 깨웠다.

아픈 어깨를 손으로 붙잡고 그녀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섯 명 있었다. 들고 있는 것은 창이나 칼, 농기구인 낫 등이었다.


(싸움터에서 도망친 아시가루(足軽)……?) (※역주: 시대에 따라 조금 다른데, 전국시대에는 용병이나 강제징병된 병사를 말한다. 여기서는 용병의 개념으로 쓰인 듯)


그렇게 생각했지만 방어구 등을 몸에 걸치지 않은 것을 보니, 전쟁에 말려든 농민들이라고 생각되었다.


"웃차, 소리내지 말라고"


시즈코가 뭔가 말하기 전에, 도적 한 명이 손에 들고 있던 창을 시즈코의 목젖에 들이댔다.

소란을 피우면 이대로 찌른다, 말로 하지 않아도 그런 뜻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헤헤, 한동안 궁했었으니, 실컷 즐긴 다음에 팔아치울까"


들고 있던 칼을 칼집에 넣고 도적 한 명이 히죽히죽 웃으며 시즈코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코가 막힐 듯한 냄새를 풍기는 도적이 시즈코의 옷을 벗기려고 손을 뻗은 순간.


바사삭 하고 수풀을 헤치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의 모습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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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12 1565년 10월 중순



커다란 고구마 구덩이가 다섯 개, 말린 고구마를 넣은 항아리가 선반에 30개 정도 놓여 있었다.


금년의 고구마는 대풍작이었다.

이만큼 있으면 내년의 여름까지 먹는 데는 문제없다고 확실히 단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단맛을 갖는, 배가 든든해지는 먹거리다. 마을사람들의 기분이 고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초에 전국시대에는 달다는 것만으로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는 시대였다.


"오~ 구워졌다 구워졌어"


그릇에 가득 담긴 군고구마를 보며 시즈코는 즐거운 듯 목소리를 냈다.

살짝 감도는 달콤한 냄새가 그녀의 위를 자극했다.

그건 마을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힐끔힐끔 군고구마 더미를 보고는 침을 삼키고 있었다.


"전원 모인 것 같으니, 각자 고구마를 손에 들어주세요-"


보기에 시즈코 등이 마지막이었던 듯, 그 목소리와 함께 마을사람들이 군고구마 더미에 몰려들었다.

1분도 지나기 전에 군고구마 더미는 깨끗이 모습을 감추었다.


"촌장님-, 뭔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대로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전원 시즈코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선창이 필요하다고 이해한 그녀였지만, 아무래도 30명의 시선을 일제히 받게 되니 움츠려졌다.


"어-, 뭐 어려운 얘기나 긴 얘기는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한 시즈코는 의외로 의욕적이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고구마가 대풍작입니다. 오늘은 마시고 먹고 놉시다! 내년의 풍작을 기원하며!?"


"오-!"


시즈코가 고구마를 하늘높이 치켜들자, 그것에 호응하듯이 마을사람들도 고구마를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몽상적이지만, 모티베이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소한 일을 신경써서는 시작이 안 된다.


그 목소리가 축제 시작의 신호였다.


"자 그럼, 예쁜 황금색의 고구마 씨. 당신은 무슨 맛일까요~"


마을 사람이 껍질째로 먹거나 밀어넣듯 먹고는 목이 메는 것을 보면서 시즈코는 천천히 고구마의 껍질을 벗겼다.

벗길 때마다 보기좋은 황금색의 속살이 보이며, 그녀는 나이값도 못하고 두근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호오, 확실히 맛있어 보이는 색이구나"


3분의 1 정도 껍질을 벗겼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에 반응하여 뒤돌아보려 했지만, 그 전에 고구마를 든 손이 강하게 잡아당겨졌다.


"음. 딱 좋은 단맛이라 맛있군"


시즈코의 팔을 잡아당긴 인물은, 어이없게도 그녀의 고구마를 주저없이 베어물었다.

순간적으로 껍질을 벗긴 부분이 절반 정도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인물에 대해 불평 따위 하지 않고, 거꾸로 경악하여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여, 여여여여여여영주님!?"


시즈코의 고구마를 먹은 인물은, 그녀의 주인인 오다 노부나가였다.




"말린 고구마인가. 적당한 씹는 맛과 단맛이 좋구나"


"네에……"


그릇에 담긴 말린 고구마를 먹고 있는 노부나가를 시즈코는 반쯤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방문한다는 연락은 전혀 받지 못했고, 정말 갑작스런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저어, 영주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출진하기 전에 온천에 들어가려고. 그리고 네게 용무가 있다"


(출진…… 아아, 슬슬 미노(美濃)를 공격할 시기네)


오다 노부나가가 오와리(尾張)와 미노의 2개국을 다스리는 다이묘가 된 것은 에이로쿠 10년(1567)년이라고 한다.

노부나가의 일대기인 '신장공기(信長公記)'에는 8월 쯤에 미노를 지배했다고 쓰여 있다.

정확한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에이로쿠 10년 11월 9일자로 노부나가에게 미노 국내로 생각되는 직할령(御料所) 탈환을 오기마치(正親町) 천황이 노부나가에게 명했다는 윤지(綸旨)가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에이로쿠 10년(1567년)이 미노를 지배한 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그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소규모 분쟁이 계속되었다.

아마도 그 중 하나,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나는 거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예? 제게요?"


전쟁은 이해했지만 자신에게 용무가 있다, 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용건인지도 모르기에 시즈코는 단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있는 마을사람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되는 50명의 농민. 그놈들은 전장에 데려가지 않겠다. 대신 너는 그것들을 이용해서 이곳을 일대 생산거점으로 바꾸어라"


"예, 예에?"


"그리고 이 말린 고구마는 가져가겠다"


"네에…… 그건 문제없습니다만. 어째서 생산거점을 만들라고 명하시는 건가요?"


애초부터 생산 증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 쪽에서 명한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스스로 늘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노부나가가 이곳을 생산거점으로 만들라고 명령한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너는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건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시즈코는 대답이 궁했지만, 노부나가는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고, 단지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그렇기에 시즈코가 대답이 궁해 있어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지금도 여전히 다이묘끼리의 소규모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나라도 백성도 한계까지 피폐해져 있겠지. 빨리 나라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만이나 명나라를 따라잡을 수 없다"


조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후, 노부나가는 작게 말했다.


"그러니까, 우선은 네가 말한 '부국강병'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반석같은 기반 없이, 나라를 통일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거기까지 말한 후, 노부나가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천천히 내쉬었다.


"시즈코, 네가 세운 공적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적은 인원으로 대량생산을 하는 일의 어려움을"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쌀의 대량 생산을 명한다. 네 역할, 확실히 완수해야 한다"


옅은 웃음을 띄우는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깊숙히 머리를 숙여 대답했다.


이상한 느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말하고 있는 것은 명령이고, 그걸 이루었을 때 상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싫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노부나가가 어디까지 가는지 알고 싶어졌다.


"이 나라를 통일하면, 다음에는 명이나 남만을 뛰어넘는 나라로 발전시킨다. 그런 후에-"


시즈코는 알고 있다. 지금 꿈을 얘기하는 노부나가는 결코 천하 통일따위 이루지 못하는 것을.

꿈의 도중에 모반당하여 그 인생을 끝내게 되는 것을.


그래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가 어디까지 길을 달려가는지를.

인생 그 자체를 일순에 주파하는 노부나가를, 시즈코는 진심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역사가 기록한 노부나가가 아냐. 지금, 눈 앞에 있는 노부나가를 알고 싶어)




결국, 만든 말린 고구마의 대부분은 노부나가가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대신 전장에 가지 않아도 되기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은 수확물은 세금으로 징수당하고 일손인 농민을 전부 전장으로 끌려가게 되니까.


"시즈코를 따라 수확량을 늘려라. 그것이 너희들의 역할이다!"


말 위에서 노부나가는 마을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시즈코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나라의 기반을 강화할 생각이라는 것을.


(상경까지의 몇 년 동안, 상식을 뛰어넘는 국가 기반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어?)


전국시대, 쌀이나 작물의 수확량은 농민의 수나 토지에 따라 달라졌다.

대량생산도 효과적인 농업기술도 아무것도 없다.

현대처럼 최소한의 생산량을 유지하지 못하고, 매년 거의 운에 맡기는 것에 가까운 형태였다.


"영주님, 기대해 주십시오. 내년 이맘때쯤, 앗 하고 놀라실 양의 쌀을 수확해 보이겠습니다"


하지만 시즈코는 다르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전국시대에서 현대까지 사이에 태어난 육성 방법이 있다.

현대의 지식을 이용해 재배하면, 그것만으로 수확량은 대폭 달라진다.


"호오, 그거 기대되는구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즈코를 보고 노부나가는 히죽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을사람들 중 몇 명인가는 비명을 지를 뻔 했으나, 시즈코만은 작게 웃고 있었다.


절대적인 자신이 있는 건 아니다.

현대에서는 상식인 기계가 전국시대에는 전혀 없다.

타임슬립했을 때 가져온 현대 기술품은 있지만, 그걸로 뭐든지 다 될 정도로 만능도 아니다.

망가지면 대용품을 써야 하기에, 함부로 막 쓸 수도 없다.

그래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은 즐거워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대한 농지를 경작하고, 그것들을 사용해서 대량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그녀는 즐거워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제 지식을 이용하여, 어떤 나라보다도, 그리고 어떤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생산량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단한 자신이구나. 그만큼 큰소리를 치다니"


"저 혼자서는 이렇게까지 큰소리를 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 반년 가까이 따라와 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힘을 합치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을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의 수확도 그녀 혼자서 성공한 게 아니다.

마을사람들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고구마나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세도 되지 않은 애송이인데, 그들은 말없이 따라와 주었다.

처음에는 협박받아서 억지로 따라왔지만, 지금은 모두가 단단한 유대로 이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다음에도 실패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기대하고 있겠노라!"


그렇게 말하더니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하는 듯 노부나가는 말머리를 돌렸다.

그것을 본 시즈코는 깊이 고개를 숙였고, 그리고 그런 시즈코를 보고 마을사람들은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잠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윽고 들리지 않게 되자 시즈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당연하지만 그곳에 노부나가의 모습은 없었다.


"후우, 이래저래 바빠지겠네-"


방금 전에 노부나가에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던 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느긋함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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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11 1565년 8월 하순



8월 하순, 시즈코 등은 스위트 콘과 고구마를 제외하고 모든 작물을 수확했다.

시기가 지난 스위트 콘을 방치해 두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수확하지 않고 시들 때까지 방치해 두면 열매가 익어서 씨를 얻을 수 있다.

즉, 내년에 쓸 씨앗을 만들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F1이 아니라서)


옥수수에는 두 가지 종류 존재한다.

하나는 재래종이라던가 고정종이라고 하는, 옥수수 본래의 종류이다.

또 하나는, 두 가지의 다른 순계(純系)를 합쳐서 만든 1대 잡종, 통칭 F1이라고 하는 종류이다.

F1은 크기가 크고 질병에도 강한 것이 자라지만, 반면 다음 해에도 똑같은 옥수수가 자라지는 않는다.

항상 1대째의 개체로서 소비되어, 2대째 이후가 자라나는 것을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운좋게 2대째가 자라나도, 1대째와는 전혀 다른 형태나 성질을 가지고 태어나 버린다.

이것은 뒤집을 수 없는 F1 개체의 숙명이다.


다행히 시즈코가 가지고 있던 옥수수의 씨앗은 할아버지가 옛날부터의 재래종을 독자적으로 품종개량한 것이었다.

따라서 다음 해에 씨앗을 뿌려도 완전히 똑같은 품종이 자라난다.

질병에 강하고 알껍질이 매우 부드럽고, 그리고 산뜻한 단맛을 갖는 다수확형이다.

단점으로서 물을 보통 옥수수보다 많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수도요금이고 뭐고 관계없는 시즈코에게는 그것은 거의 단점이 되지 않았다.


(으-음, 돌려짓기의 이어짓기를 할 땅은 2ha를 여덟 개로 나눌까. 사탕수수에 1ha, 고구마에 1ha, 논은 메인이니까 2ha 사이즈로 가자)


이어짓기란, 같은 밭에서 같은 작물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돌려짓기란, 같은 땅에 다른 성질을 갖는 농작물을 몇 년에 한 번 주기로 재배하는 방법이다.

재배하는 작물을 주기적으로 바꿈으로서, 토양의 영양 밸런스가 잡혀 수확량과 품질이 향상된다.

또, 이어짓기에서의 병원체, 해충 등에 의한 수확량과 품질 저하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시즈코는 한 주기를 4년으로 생각하고, 0.5ha의 경지 면적 두 곳을 한 세트로 움직이기로 했다.


(봄과 가을의 이어짓기, 그리고 1년마다 경지의 변경, 퇴비에 의한 토양의 영양 개선. 그것만으로도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올라가지)


현재의 농지를 완전히 정리하여, 돌려짓기와 이어짓기용의 토지로 개조하는 계획을 세웠다.

다행히도 지금의 농지를 전부 개간하면 예정의 2ha와 같은 넓이가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농지가 부족하다.

사탕수수에 1ha, 고구마에 1ha, 논에 2ha가 필요해진다.

합계 4ha도 부족했다. 노부나가가 모리 요시나리에게 명한 농민 50명이 오는 것은 내년의 이야기다.

그때까지는 최소한 토지의 구획 정비를 해 둘 필요가 있다.


(으-응, 할 수 없지. 모리 님께 부탁해서 일시적인 노동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려나)


순수하게 노동력이 너무 부족하기에, 모리 요시나리에게 부탁해서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국책이라고 해도 좋은 시즈코의 농지 개혁이기에, 모리 요시나리는 쾌히 받아들여주리라.

하지만 너무 과하게 받을 수도 없다. 당연하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뭐, 앞으로 반년…… 그 때까지 개간할 수 있으면 되겠지)


결국 깊이 생각해도 결론은 안 나온다, 고 생각한 시즈코는 어려운 생각을 하는 것을 관뒀다.


(자, 그럼, 오늘도 이래저래 일해볼까)


눈 앞의 작업을 해치우기 위해, 시즈코는 작업 도구를 걸머지고 집을 뒤로 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오늘은 전원이 제 1회, 고구마 수확을 합니다"


"오-!"


5월 상순에 심었던 고구마의 수확 시기인 약 4개월 후, 즉 9월 상순에 고구마의 제 1회 수확시기가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그 날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 상태로 성대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시험삼아 캐냈을 때 가장 호평이었던 것이 고구마였던 것이다.

역시 다른 것과는 달리 배가 든든하고 포만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호평의 포인트였다.


"지난 주에 시험삼아 캤을 때 상당한 크기였으니, 오늘은 저 푯말이 있는 곳까지 캐냅니다"


모를 1주일마다 심었기에, 광대한 경지에 심은 고구마도 성장 정도가 달랐다.

그것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 시즈코는 심은 시기를 알리는 푯말을 세워 두었다.

그 주변을 경계로 삼으면 쓸데없이 일찍 캐내지 않아도 된다.


"먼저 수확할 고구마의 줄기를 잘라냅니다. 그게 끝나면 고구마를 수확합니다"


"촌장님-, 수확한 건 어떡하면 되나요?"


"흙을 털어서 나무 통에 넣은 것을 마을로 가지고 돌아갑니다. 수확한 고구마는 하루 동안 햇볕에 말리고, 다음으로 1주일 정도 그늘에서 말릴 거니까요"


그 순간, 마을사람들로부터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조용히 하세요!

수확 후에 금방 먹어도 맛이 없어요. 말리면 단맛이 늘어난다고요. 달고 먹음직스러운 고구마랑 그냥 고구마…… 당신들은 어느 쪽이 먹고 싶어요?"


손에 든 목제 삽을 마을 사람에게 겨누며 시즈코는 선언했다.

아무래도 그냥 고구마는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마을 사람들은 거북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마을사람들이 납득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 시즈코는,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수확한 고구마는 그대로 마을로 가져가서, 거기서 가볍게 흙을 턴 후에 햇볕에 말렸다.

쓸데없는 부분은 모아서 모두 퇴비나 부엽토의 재료로 썼다. 파뒤집은 흙은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런 수확은 1주일에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는 경지의 정비에 시간을 들였다.

세로 200미터, 가로도 200미터의 경지를 여덟 개로 분할하는 작업이다.

농작물 하나당 0.5ha의 크기를 갖는 경지가 된다는 계산이다.

경지 두 개를 한 셋트로 생각해서, 그것들을 4년 주기로 회전시킨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없는 양계장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이 돌려짓기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닭을 사육할 장소에 왕겨를 까는 형태를 평사(平飼い)라고 한다.

그 위에 닭똥이 떨어지므로, 밭으로 바뀔 때는 흙에 잘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식사도 야채 부스러기나 동물이나 생선의 뼈를 가루로 만든 것, 또는 조개껍질 가루 등, 본래 인간이 먹지 않는 것들이니 문제없다.


반면, 옥수수 등을 주지 않으니 난황이 노랗게 되지 않고 허연 색이 된다.

기본적으로 난황의 색은 어미 닭이 먹는 먹이에 따라 변화한다.

만약 파란 색의 먹이를 계속 주면, 난황은 퍼런 색이 되는 것이다.

뼛가루 등을 계속 주면, 당연하지만 난황은 허연 색이 된다.


(뭐, 나 외에는 난황이 선명한 노란색이라는 인식도 없을 테고…… 문제없겠지-)


계란 산업이 없는 이상, 달걀이라는 식품은 귀중하고 고급품이 된다.

따라서 달걀의 난황이 노란색 외의 다른 색이라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리라.


"근데 닭을 간단히 받을 수 있을까……?"


유정란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을지도, 라고 일말의 불안을 느낀 시즈코였다.




아니나다를까, 닭이라고 하자 모리 요시나리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때를 알리는 새로서 신성시되며 주로 애완동물로서 취급되었기 때문에, 들새의 고기는 먹어도 닭은 알조차 식용으로 간주되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계란 산업은 에도 시대부터 시작된 것을 시즈코는 떠올렸다.

결국 수컷 한 마리, 암컷이 5마리밖에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초의 불안이 적중하여, 유정란에서 병아리를 키울 필요가 있었다.


부화기 따윈 없는 시대니까 주위에 있는 걸로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그것은 의외의 것에 의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그것은 온천이었다.

원래는 폐탕으로서 강에 버리고 있었지만, 그 열을 이용하여 부화기 같은 장소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일단 탕을 흘리는 장소에 작은 헛간을 세우고, 방수를 위해 바닥에 옻을 칠한다. 이걸로 간이 바닥 난방 환경을 만든다.

그리고 흙과 왕겨를 바닥에 깔고, 오리 등 들새의 깃털을 모아서 하나 하나 감쌀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만드는 데 2주일 가까이 걸렸고, 게다가 가설 양계장을 가까운 곳에 지은 것을 포함하면 3주일이 소요되었다.

준비가 갖춰진 후 모리 요시나리에게 닭의 운반을 부탁하자, 옮기는 데 2주일 걸린다는 무정한 대답이 돌아왔다.


양계장이나 부화기 비슷한 헛간을 만드는 동안에도 고구마의 수확은 계속되었다.

1주일 말린 고구마는 딱 좋은 단맛으로 마을사람들에게는 대호평이었다.

하지만 재배한 숫자가 많았기에, 도중부터 고구마를 저장할 '고구마 구덩이'라는 것을 만들 필요가 생겼다.

깊은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짚을 깔고, 고구마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겉겨를 넣어 확실히 보온을 한 후에 흙으로 덮는다.

알기 쉽게 푯말을 세우고, 번호를 적어서 소비할 순서를 정한다.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다. 동시에 말린 고구마도 만들기로 했다.

공정이 조금 복잡하지만 곰팡이가 좀 슬어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드는 법은 다소 복잡하지만, 익숙해지면 간단하다.

수확 후에 차게 하여 당화시키는 등의 조치를 한 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에 걸쳐 찐다.

껍질을 벗긴 고구마를 발에 늘어놓고 1주일 정도 햇볕에 말린다.

그것들을 항아리에 담은 후 서늘하고 어두운 장소에 늘어놓고 보관하면 문제없다.


이걸로 내년 봄까지 식량 걱정은 없고, 또 영양면에서도 상당한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고구마도 적절하게 보관해 두었기에, 식량은 남아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수확도 거의 끝났고…… 수확 기념으로 군고구마 대회다-!"


풍작을 기념하기 위해, 시즈코는 고구마를 이용한 군고구마 대회를 열기로 했다.

물론, 마을사람들에게서 반대의 목소리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본격적인 수확을 끝낸 시즈코 등은, 지금부터 고구마를 주식으로 생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음 해의 수확까지로, 너무 오래 이어지면 영양 밸런스가 다른 의미에서 무너져 버린다.

어디까지나 고구마는 비상시를 대비한 것이고 또 보조적인 식량이었기에, 항상 먹는 주식을 담당하는 것은 쌀이다.


(2ha 있으면 대략 12톤일까. 쌀가마니로 하면 200가마니 정도인가…… 하지만 그건 풍작일 때지. 단순히 예산하면 10톤 정도일까?)


현대에서는 쌀의 수량은 10a에서 10가마니, 1ha면 100가마니가 표준이다.

한 가마니는 60kg로 합계 6000kg, 즉 6톤이 표준이다.

다만, 이것은 전국시대로부터 수백년 후의 이야기.

농업 기술이 낮기 떄문에, 전국시대에는 같은 넓이에서 1톤 생산되면 다행이다.

전국시대의 농업기술이라면, 말이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뭐가 말인가요? 촌장님"


살짝 중얼거린 말에 전 촌장, 다이이치가 반응했다.


"응-, 내년에는 쌀을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해서요"


"그렇네요. 그 고구마라는 것도 맛있습니다만, 전 역시 쌀을 먹고 싶네요-"


"영주님께 바칠 걸 빼더라도 100가마니 정도 만들고 싶네요"


"100가마니!?"


아무 생각 없이 말한 시즈코의 말에, 다이이치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기…… 촌장님? 정말 그 정도로 수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의 재배 방법을 전부 버려야 하지만요. 제 방법대로 하면 풍작은 틀림없어요"


"하아…… 뭐 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믿겠습니다만……"


"촌장님-! 고구마가 다 구워졌는데요-!?"


미묘한 표정을 지은 다이이치에게 대답하려고 했을 때, 멀리서 킨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가요-! 뭐, 내년 일은 그 때 설명할게요"


뭔가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즈코를 보고, 다이이치는 내년의 쌀은 풍작이 될 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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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10 1565년 8월 상순



시험 수확의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겉모습에 꺼려하던 마을사람들도, 맛을 알고는 앞다투어 요리를 먹어치웠을 정도다.

스위트 콘이나 호박은 단맛이 강한 야채이기에, 마을사람들에게는 진수성찬으로 보였으리라.

하지만 이번에는 시험 수확 뿐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수확하여 노부나가에게 헌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제대로 수확물을 헌상하지 않았기에, 일찌감치 헌상하여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또 움직이기 힘든 정장을 하고 영주님을 뵈러 가는 건가……"


이번에 노부나가에게 헌상하는 야채는 고구마, 호박, 스위트 콘, 토마토의 네 종류이다.

고구마는 아직 본격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시험삼아 캐낸 작물로서 맛을 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번의 헌상품에 추가하기로 했다.

시험삼아 파낸 것과 달리, 호박은 햇볕에 말린 것이고, 스위트 콘과 토마토는 당일 아침에 수확했다.


그것들을 나무로 만든 대형의 짐수레에 실었다.

원래는 소로 끌지만, 소는 훌륭한 노동력이기에 마을의 유일한 소를 쓸 수도 없었다.

결국, 인력으로 끌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킨조 씨, 타고사쿠 씨, 잘 부탁드려요~"


소 대신 끄는 두 사람에게 시즈코가 말을 걸었다. 그 말에 두 명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것으로 대답했다.

핸드 사인을 가르친 것은 물론 시즈코였지만, 의외로 마을사람들(의 남자들)은 마음에 들어했다.


두 명이 짐수레를 끌 준비를 마치자, 시즈코는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이미 방문한다는 얘기는 모리 요시나리를 통해 노부나가에 전했다.

다만, 그 때의 대답이 "기대하고 있겠다"였기에, 시즈코는 내심 상당히 겁먹고 있었다.


"누가 좀 대신해 줬으면~"


그렇게 말하며 킨조와 타고사쿠 쪽을 돌아보았지만, 보기좋게 시선을 회피당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쉰 후, 시즈코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도 더워지겠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며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몇 시간이나 걸려 성시(城下町, ※역주: 제후의 거성을 중심으로 해서 발달된 도읍)에 도착하여, 성의 문지기에 설명하고 내부로 들어간 후,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정장으로 갈아입고, 아무도 없는 알현실에서 기다리기를 수십분, 드디어 노부나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수확의 성과를 보이겠다고 했지"


머리를 숙이고 있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담담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내게 성과를 보여라. 얼굴을 들라"


그 말에 반응하여 시즈코는 얼굴을 들며 말했다.


"오늘은 수확의 성과와,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즐겨 주셨으면 하옵니다"


"요리……라고"


"옛. 부탁드립니다"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눈짓을 하여, 헌상하는 농작물과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날라오도록 했다.

요리를 본 순간 노부나가가 약간 반응을 보인 것을 시즈코는 놓치지 않았다.


(노부나가는 신기한 것을 좋아하지. 그리고 이 시대의 사람이면서, 지구본을 이해할 정도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렇다면 본 적 없는 요리도 어느 정도 흥미를 보일…… 거야)


"설명드리겠사옵니다"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인 후, 시즈코는 눈 앞에 쌓인 수확물을 짚으며 말했다.


"오늘 헌상드릴 물건은 세 가지. 첫번째는 호박, 두번째는 옥수수, 세번째는 토마토이옵니다.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수확은 아직인 고구마이옵니다만, 오늘은 맛을 아셨으면 하여 헌상품에 더하였습니다"


"허어…… 본 적이 없는 모양을 한 것들 뿐이군"


헌상품을 보고 주위의 무장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한 손을 들자, 그 술렁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계속하라"


"네. 그리고 요리입니다만…… 먼저 호박과 사슴 고기의 된장조림, 삶은 옥수수, 고구마와 된장이 들어간 주먹밥, 토마토는 소금만 뿌려서 잡수시기 바랍니다"


"호오…… 이 옥수수인가 하는 것, 색깔이 마치 빛나는 황금 같구나. 하지만 우선은 이 호박인가 하는 걸 먹어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젓가락을 들어 호박과 사슴 고기의 된장조림을 입에 넣었다.

독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노부나가는 그런 것에 무심한 것일까.

아니면 사전에 독의 유무가 확인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평범하게 씹고 있었지만, 갑자기 그걸 멈추더니 노부나가는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기분 탓인지 초조한 표정으로도 보였다.

얼굴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시즈코는 물론 주위의 신하들도 다급해졌다.


"여, 영주님! 설마 시즈코 님, 독을!"


"멈춰라!"


다급해진 히데요시가 요리에 독을 넣은 것이라고 착각하여 시즈코에게 달려들었지만, 직전에 그것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목소리의 주인은 노부나가이다. 아까와는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여, 영주님? 어라……?"


"이 음식, 지금까지 맛본 적이 없는 식감이로다. 그런데 씹는 맛이 있어 매우 좋구나. 약한 단맛도 맛을 끌어내고 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입가를 끌어올려 웃음을 띄우며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 표정으로 독이 착각이었음을 이해한 신하들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로부터 노부나가는 말없이 요리를 전부 먹어치웠다.

음식에 무관심하다고 하는 노부나가였지만, 역시 새로운 것이 신경쓰이는 것인지 맛을 음미하며 먹고 있었다.

젓가락을 천천히 쟁반에 내려놓더니 노부나가는 시즈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확실히 맛있었다. 그리고 이만한 양을 헌상할 수 있으니 풍작이겠지"


웃음을 띄우며 말하는 노부나가를 보고 시즈코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순, 즉시 표정이 바뀐 노부나가는 노려보는 듯한 표정으로 시즈코에게 물었다.


"쌀이 아닌 이유는 무엇이냐. 작물과 달리, 쌀은 중요한 물자이기도 하다. 네 모습을 보아하니 쌀은 생산하지 않았겠지. 그 이유를 말하라.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희한한 먹거리라는 이유는 아니겠지?"


전국시대, 겨울에 전쟁이 많았던 것도 쌀을 생산하는 농민이 농사일을 마친 뒤였기 때문이다.

야채와는 달리 쌀은 전쟁에도 사용되는 중요한 물자인 것이다.

얼마나 쌀을 많이 확보하는가가 전쟁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였다.


"……영주님, 그리고 신하 분들 앞에서 황공하옵니다만,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사옵니다"


"상관없다, 말하라"


한 번 머리를 숙인 후, 시즈코는 똑바로 노부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주님께서 천하통일을 이루시기 위해서는 '부국강병'을 행할 필요가 있다, 고 저는 생각하옵니다"


"부국강병이라고?"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 산업의 육성과 군대 강화, 라는 의미의 말이옵니다"


하지만, 이라는 말을 조금 강하게 말한 후, 시즈코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아는 한, 부국강병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사옵니다"


순간, 노부나가의 표정이 변했다.

시즈코의 말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어떤 다이묘도, 설령 쇼군이라도 부국강병을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즉 그 안에 노부나가도 들어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신하들의 표정도 변했지만, 그들이 뭔가 말하기 전에 노부나가는 손으로 제지했다.


"계속하라"


"……먼저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결코 영주님을 우롱할 생각은 없사옵니다. 다만, 사실을 사실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상관없다. 다만 그렇게 말한다는 건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있으렸다?"


날카로운 표정으로 시즈코에게 묻는 노부나가로부터, 시즈코는 그게 없다면 용서하지 하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기백에 저도 모르게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지만, 그걸 떨쳐내듯 시즈코는 마음을 다잡았다.


"부국강병 중, 강병은 군사 제도 개혁에 의해 군비를 증강하는 것으로 이룰 수 있사옵니다. 하지만, 우선은 부국 쪽…… 즉 국력의 증가를 꾀할 필요가 있사옵니다. 그것을 위한 첫걸음으로서 평민의 생활 기반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사옵니다"


"……"


"이번에 헌상드리는 작물은, 메마른 토지에서도 재배할 수 있사옵니다. 게다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재배할 수 있사옵니다. 즉 쌀을 재배하면서 옆에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옵니다"


쌀의 재배는 기본이기에 안할 수 없다.

하지만 쌀 이외의 재배를 하지 못하면, 흉년이 들었을 때 농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메마른 토지에서도 자라는 작물이 중요해진다.


(특히 고구마는 번식 능력이 높고, 메마른 토지에서도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자라지. 그러니까 초심자라도 비교적 키우기 쉽고. 에도 시대 이후에 기근 대책으로서 널리 재배된 이유도 거기에 있지)


게다가 시즈코가 재배한 것은 전래 당시의 고구마가 아니라, 현대 과학에 의해 품종 개량된 품종이다.

고구마, 호박, 토마토, 스위트 콘, 사탕수수 모두 병충해에 강하여 웬만해서는 시들 걱정은 없다.


"영양가도 높아, 영양실조에 의한 어린아이의 사망률도 낮출 수 있사옵니다"


어린아이의 사망률이 낮아지면, 그것만으로도 농사일의 노동력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백 명의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반 밖에 어른이 되지 못하는 나라와, 9할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나라는 기반에 차이가 생긴다.

병력은 물론, 농사로 생산되는 쌀이나 야채류도.


"효과적인 방법에 의한 작물 생산량의 증가. 그에 따른 평민의 영양 개선. 그것들을 실현하여 부국을 만듭니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는 것에 의해, 장래의 병사의 증가를 꾀합니다. 이걸로 강병을 이룰 수 있사옵니다"


그녀가 말을 끝낸 순간, 건조한 부채 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다.


"훌륭하다! 겨우 농사일로 거기까지 계산에 넣고 있었다니. 네 능력, 확실히 보았노라"


일어서며 부채로 시즈코를 가리키며 노부나가가 말했다.

그것을 본 무장들이 전원 머리를 숙였기에, 시즈코도 당황하여 머리를 숙였다.


"고개를 들라, 시즈코"


"네"


천천히 고개를 든 시즈코의 이마에 노부나가는 부채 끝을 가볍게 댔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그녀는, 노부나가의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네 빠른 머리 회전, 내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 담력은 제법이다. 여자인 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지"


"네, 네에……"


"다시 말하지. 너는 내 것이다. 내게서 떠날 때는 죽을 때 뿐이다"


부채를 시즈코의 이마에서 떼더니, 노부나가는 옅게 웃음을 띄우며 말을 이었다.


"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겠지?"


그 말에 시즈코는 얼굴을 펴며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의 발언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배신하면 죽인다"는 내용이 없다.

순수하게 시즈코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느꼈다.

그렇기에 시즈코가 할 일은 무엇인지 노부나가는 물은 것이다.


(돌아갈 수 없는 이상, 나는 이 전국시대를 살아남겠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노부나가의 수하가 되어 일할 수밖에 없다.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이상, 전국시대를 살아남아야 한다.

게다가 이 시대, 여자를 수하로 쓰겠다는 생각을 하는 다이묘는 노부나가 이외에는 없다.

따라서 시즈코에게는 노부나가를 위해 일하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새삼 이해한 시즈코는 마음속에서 가만히 결의를 굳혔다.


"요시나리! 농민을 50명 정도 모아라"


"옛!"


"시즈코, 나는 미노(美濃)를 친다. 네게는 새로이 영지를 맡기겠다. 거기서 모은 마을사람들을 써서 오와리(尾張)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을 갖추어라"


"옛!"


머리를 숙이며 시즈코는 역사를 떠올렸다.


(분명히 노부나가가 오와리, 미노 두 나라를 다스리는 다이묘가 된 것은 지금부터 2년 후인 에이로쿠 10년(1567년)…… 거기부터 노도의 기세로 영토 확장을 했으니까, 그 때까지 생산력을 강화해야겠네)


세상은 전국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항상 어딘가의 영주끼리 전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에 나가는 병사는 평소에는 농민인 지방 토착 무사가 많다.

그리고 전사자가 그대로 쌀의 생산력 저하로 이어졌다.


(에이로쿠 11년(1568년) 7월에 이치죠인 카쿠케이(一乗院覚慶,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의 법명)가 노부나가에게 접근해서, 에이로쿠 11년(1568년) 9월에 교토로 상경을 시작하지…… 지금부터 3년 뒤인가. 으-음, 그게 충분히 갖춰지는 건 이세(伊勢) 침공의 타이밍일까


농민이 전쟁에 끌려나가도 그걸 메울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을 갖춘다.

그것이 시즈코가 착수해야 할 과제라고 확신했다.


(이어짓기에 돌려짓기, 이모작도 해야겠네. 논도 볍씨를 직접 뿌리는 게 아니라 모판을 만들어서 못자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바꿔야겠어. 정조식(正条植)을 하기 위한 모내기틀, 제초를 위한 회전식 잡초뽑이, 베어낸 벼의 이삭을 털어내서 볍씨로 만드는 데 쓰는 탈곡기, 그것들만 써도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가!)


솔직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눈이 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광대한 농경지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대로 가슴을 부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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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09 1565년 7월 중순



장마가 끝나고 초여름이 되자, 더위가 피부에 추적거렸다.

그런 상태가 되어도 시즈코의 일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자꾸 증가하기만 했다.


"더워……"


대나무로 만든 물통으로 수분을 보급하면서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만사를 잊고 미역을 감고 싶은 기분이었다. 반약 주위의 눈이 없었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했으리라.

머리부터 물을 뒤집어쓰기만 해도 기분이 달라질 듯 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허락되지 않았다.

눈 앞에서 온천, 아니, 요새 같은 집을 건축하고 있었기에.

게다가 시즈코는 건축의 현장감독, 만사 내팽개치고 놀 수 없는 입장이다.


"마을에 이런 육중한 건물이 있으면 위화감이 쩌는데…… 뭐 괜찮겠지"


아무래도 온천만 호화스러워서는 주위의 건물과의 위화감이 심해서 수상하게 보인다.

그래서 시즈코는 주위의 집도 마찬가지로 할 것을 진언했다.

그 결과, 허가를 받았기에 마을의 집들은 완전히 새로 지을 수 있었다.

집이 깨끗해져서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호평이었지만, 비트만에게는 새로운 집이 좀 어색한 모양이었다.

종종 밖에 나가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아, 슬슬 사슴을 사냥해 와야지"


현장 감독이라고 해도 오늘 아침에 할 일을 정해 두면 그 이후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

마을사람들과 달리 필사적이지 않기에, 오늘의 문제는 내일로 미루어도 문제는 없었다.

그것은 시즈코에게 있어서 고마운 일이라면 고마운 일이었다.


"준비하자……"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즈코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비트만은 없었지만, 강 부근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준비에 착수했다.


준비, 라고 해도 특별한 것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수분 보충을 위한 대나무 물통, 피를 뽑기 위한 나이프, 포박용의 밧줄, 비트만에게 명령하기 위한 피리, 그리고 사냥용의 크로스보우였다.

사냥용의 도구로서 태어나 후에 무기로서도 쓰이게 된 활이 아니라 크로스보우를 들게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활은 위력이 늘어날수록 사람의 힘으로 당기는 것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크로스보우의 경우에는 구조 관계상, 지렛대나 도르래 등의 기구나 기계를 병용할 수 있다.

이것들을 이용하여 사람의 힘으로는 당기기 어려울 정도의 위력의 활이라도 비교적 쉽게 사용 가능하다.

또, 조준기를 부착하여 조준을 쉽게 할 수 있다.

애초에 명중 정밀도가 높은 크로스보우로 더욱 명중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 기간이 활보다 짧은 것도 메리트다.

활처럼 장인의 솜씨가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간단한 구조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좋다.


반면, 구조상의 문제로 연사 성능은 없어진다.

하지만 사냥은 일격필살이 기본이기에, 연사를 생각할 필요는 거의 없다.

게다가 현대에서는 위력이 약해서 무기로서는 낮게 취급받지만, 총조차 귀중품이던 전국시대라면 훌륭한 무기가 된다.


정리하면 크로스보우의 메리트는 발사음이 거의 나지 않는 점, 탄환 이외에도 날릴 수 있는 점, 낮은 비용으로 제작 가능, 높은 신뢰성, 목재로만 만들기 때문에 가벼운 점, 유지보수가 용이한 점, 다소의 연습으로 다룰 수 있게 되는 점, 100미터 이내라면 명중 정밀도가 높은 점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디메리트는 장거리에서의 사격에는 맞지 않는 점, 연사가 거의 불가능한 점, 위력은 어느 일정 수준 낼 수 없다는 점, 강도가 금속보다 낮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시즈코로서는 비교적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과 수평 사격으로 이미지를 파악하기 쉽다는 접에서 활보다 크로스보우를 선택했다.

애초에 활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기술은 그녀에겐 없다.

그렇다면 군용 새총과 마찬가지의 이미지로 쏠 수 있는 쪽이 차라리 간단했다.

그래도 몇 번 정도 연습을 할 필요가 있었기에, 완성 당초에는 자주 연습을 했다.

덕분에 멈춰 있는 상대라면 수십미터 범위 내 한정으로 높은 명중률을 보일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화살은 몇 개만 있으면 되겠지"


대량으로 사냥할 필요성이 없었기에, 화살통에 넣어서 운반할 정도의 화살은 필요없다.

나머지는 활줄을 감는 기구를 챙기면 준비 완료였다.


"그럼 준비완료. 비트만을 부를까"


그렇게 중얼거린 후, 시즈코는 입에 피리를 물고 힘껏 숨을 불어넣었다.



사냥, 이라고 해도 시즈코가 하고 있는 것은 사슴의 유년층을 중점적으로 노리는 사냥이었다.

그걸 계속하여 사슴 사회를 고령화시켜, 번식력의 저하를 일으킨다.

하지만 사슴 수는 장난 아니게 많아서, 시즈코 혼자로는 얼마나 사냥하던 한계라는 것이 있다.

게다가, 쓸데없이 살처분해서 단백질을 잃어버릴 수도 없었다.

아무리 말린 고기를 만들더라도 보존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하나도 버리지 않으면서 사슴의 수를 줄인다는, 정밀한 밸런스가 요구되었다.


"아, 사슴 발자국이다. 그것도 꽤 새롭네…… 가까이 있을지도"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사슴의 발자국을 관찰하면서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바람 방향을 확인하자 발자국 저쪽이 바람 불어오는 쪽이었기에, 추적해도 상대에게 자신들의 냄새 때문에 들킬 걱정은 없다.


"새끼 사슴이 둘, 어른이 하나…… 가족이네. 비트만, 새끼 사슴을 노려줘"


발자국에서 사슴의 수를 예측했다.

그리고 극력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며 전진하자, 조금 트인 장소로 나왔다.

아무래도 잡초가 나는 먹이터에 가족이 식사를 하러 와 있는 모양이었다.


"어디 있으려나…… 저깄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금 떨어진 장소에 세 마리의 사슴이 있었다.

눈으로 측정했을 때 거리는 30미터 정도, 충분히 크로스보우의 사정거리 안이었다.

하지만 사슴의 방향이 나빠, 이쪽에서 보면 가로가 아니라 세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할 수 없지. 비트만, 안쪽의 새끼 사슴은 내가 노릴테니까, 오른쪽에 있는 새끼 사슴을 부탁해)"


손으로 심플한 명령을 비트만에게 내린 후, 시즈코는 등에 메고 있던 크로스보우를 풀었다.

활줄은 산에 오르기 전에 이미 쳐 놓은 상태였기에 남은 건 화살을 얹는 것 뿐이었다.

다시 바람 방향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피리를 입에 물며 사슴을 조준했다.


조준이 정해진 순간, 시즈코는 크로스보우의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이 호를 그리며 정확하게 새끼 사슴의 뒤통수에 박혔다.

외적을 알아챈 어미 사슴과 새끼 사슴은 숲을 향해 쏜살같이 달아났다.


시즈코는 물고 있던 피리를 힘껏 불었다. 그것은 비트만에게 GO사인을 내는 명령이다.

피리에 의한 명령을 이해한 비트만은 풀숲에서 뛰쳐나갔다.

단기 작전이므로 단번에 최고 속도인 시속 70km까지 가속했다.

사슴도 최고속도는 늑대에 가깝지만, 새끼 사슴은 거기까지 속력을 내기 위한 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도망치는 어미를 따라가지 못하고, 저항다운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반격은 없나"


어미 사슴으로부터의 반격을 예상하여 크로스보우를 겨누고 있었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숲 속으로 사라져 갔다.

크로스보우에서 화살을 들어낸 후, 시즈코는 다시 피리를 불었다. 이번에는 미묘하게 간격을 두는 리듬이었다.

명령을 일본어로 바꾼다면 '사냥감을 가져와'라는 내용이 된다.


늑대는 인간보다 엄격한 수직 사회이기에, 순번이 위인 개체부터 사냥감을 먹는 것이 허락된다.

따라서 시즈코는 사냥감은 전부 처리를 마친 후, 자신이 가볍게 먹고 나서 비트만에게 고기를 주고 있었다.

현대라면 '불쌍하다'라던가 '너무하다'라는 골빈 발언을 하는 놈들이 나올법 하지만, 늑대를 키우려면 늑대의 습성이나 생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시즈코는 어릴 적에 개에게 물린다는 뼈아픈 경험에서 배운 것이었지만.


새끼 사슴 두 마리를 그 자리에서 피를 뺀 후 적당한 나무 막대기에 묶어서 들쳐멨다.

산을 내려가서 항상 작업하는 장소에서 다시 피를 빼고 냉각 작업을 했다.

한시간 이내에 내장을 제거하면 되기에, 산에서는 피뽑기 밖에 하지 않는다.

버려도 되지만, 썩혀서 퇴비 재료로 쓸 수 있기에 가급적 가지고 돌아가고 있다.


"새끼 사슴이라 고기는 적네-"


성숙한 사슴만큼 털이나 고기는 얻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럭저럭의 양은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시즈코가 해체한 것은 한 마리 뿐으로, 다른 한 마리는 비트만 용의 식사였다.

간장을 적출하여 그것에 소금을 가볍게 뿌려서 구웠다. 단순한 요리지만, 증혈 작용이 있는 식품은 귀종하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둘 필요가 있다.


"자, 다 먹었으니까 다음은 비트만이네"


간장을 전부 먹어치운 후, 시즈코는 다른 한 마리의 새끼 사슴을 강에서 꺼냈다.

그리고 털만 제거한 후, 그대로 비트만 앞에 놓았다.


"네 고기야"


그 말을 이해한 비트만은 엄청난 기세로 새끼 사슴의 고기를 물었다.

근육이나 연골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고기를 뜯어먹었다.


"과연 씹는 힘 180kg의 늑대……"


눈 깜짝할 사이에 새끼 사슴을 먹어치운 비트만에게 감탄한 시즈코였다.



해체한 새끼 사슴의 고기는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소위 말하는 나눔, 이라는 행위다. 이것으로 마을사람들의 영양 개선을 할 수 있고, 또한 고기를 먹는다는 것으로 모티베이션이 올라간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애초에 사냥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며칠이나 사슴 사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사슴과 마주쳐도 반드시 성공한다고 할 수는 없다. 운나쁘게 바람 불어오는 쪽에 있으면 냄새로 바로 들킨다.

바람 불어가는 쪽에서 사슴보다 먼저 발견하지 않으면 사냥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네 신부, 어디 있을까"


바닥에 드러누운 시즈코는 옆에 있는 비트만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즈코를 보고 있던 비트만이었지만, 금방 흥미를 잃었는지 얼굴을 앞으로 향했다.


(사이즈로 볼 때 추운 지방의 개체. 수컷 암컷 양쪽을 세트로 데려왔을 거라고는 생각하는데-)


물론 죽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에 비트만도 빈사상태였던 것이다.

만약 시즈코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확실히 목숨을 잃었으리라.

뭣보다 늑대는 무리로 하는 사냥조차 성공률은 1할 정도로 낮다.

그런데 단독이라면 성공률 따위 1퍼센트나 되면 다행이리라.


"동물의 시체를 먹고 살아남았던가, 아니면 정말 죽었던가…… 애초에 암컷 개체는 없었던가. 아- 그만할래"


생각해도 해답 따위 나오지 않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냈다.

결국 될 대로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이 항상 나오는 결론이었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 자자 자자"


잠자리를 깔고 겉옷을 벗어 덮는 이불처럼 위에서 덮었다.


"그럼 잘 자, 비트만"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겨우 수십 초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8월 상순, 여름도 본격적이 되는 시기.

고구마와 사탕수수를 제외한 토마토, 스위트 콘, 호박의 수확이 가능한 시기에 들어섰다.

마을사람들의 노력으로 그럭저럭 큼직한 야채로 성장했지만, 정작 그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먹거리이기에 조금 꺼림칙해하고 있었다.


"음-, 토마토는 그럭저럭. 수분(受粉)도 해 놓았고, 곁순은 따버렸으니까 좋은 크기네. 슬슬 먹을 수 있으려나?"


아직 빨갛게 익지 않은 상태인 토마토가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태반의 토마토는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성장을 검사하기 위해 몇 개 수확한 후, 시즈코는 다음으로 호박이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껍질 색깔이 짙은 녹색이고, 꼭지에 생기는 콜크 재질의 상태도 좋네. 크기도 그럭저럭 괜찮고, 이건 이제 수확해도 되려나"


개화 후 30일에서 40일에 적정기에 들어서는 호박이기에, 7월에 했던 인공수분으로부터 생각하면 슬슬 수확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일단은 본격적인 수확을 해도 문제가 없는지, 시험 수확을 해볼 필요가 있다.


"스위트 콘은 어떨까나-"


적당한 호박을 세 개 정도 수확한 후, 마지막으로 스위트 콘 쪽으로 갔다.

열매의 앞부분에 달리는 털이 갈색이 되어 있는 옥수수를 네 개 수확한 후, 그걸 가지고 마을로 돌아갔다.

미리 마을 사람들에게는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고 해 두었기에, 돌아가서 준비할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사키 씨, 소라 씨, 준비는 됐나요-"


준비를 하고 있는 여자들에게 시즈코가 말을 걸자, 그 중 한 명이 그녀 쪽을 돌아보았다.

야위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인, 이라고 할 정도로 단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운 물은 준비됐습니다. 다른 하나도 준비는 됐는데…… 솔직히 맞게 한 건지 불안해서요"


조금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물어오는 모습은 여자인 시즈코가 봐도 귀엽다고 느꼈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


옥수수나 토마토를 깨끗하게 물에 씻은 후, 옥수수는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냄비 속에 던져넣었다.

수확 직후의 옥수수는 간이고 뭐고 필요없다. 그대로 삶아서 그대로 먹는 것이 최고로 맛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샛노란 알갱이가 잔뜩 달려있었기에, 소라는 약간 꺼림칙해하고 있었다.


"토마토는 그대로 슬라이스하고, 호박은 한입 크기로 자르자. 씨앗은 쓸 거니까 남겨 두고…… 사슴 고기랑 같이 삶을까. 간은 된장이랑 술로"


사실은 7일에서 10일 정도 햇볕에 말리는 게 좋지만, 수확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에 건조하는 공정은 커트했다.

호박의 씨앗을 꺼낸 후, 그걸 물이 든 나무 통에 담가 두었다. 나중에 물로 씻어서 씨앗만 빼내기 위해서였다.

과육은 한입 크기로 잘라서, 마찬가지로 사슴 고기도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끓는 물 속에 넣었다.

이어서 술, 된장의 순서로 넣고 뚜껑을 닫았다. 나머지는 푹 삶기만 하면 된다.


"이걸로 완료. 자, 얼마나 잘 되었으려나?"


끓고 있는 냄비를 보며 시즈코는 완성될 요리에 대한 기대로 가슴을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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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 1565년 5월 중순  (2) 2016.09.26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08 1565년 6월 상순



계절은 봄에서 장마를 향해 바뀌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이미 고구마의 모심기는 끝났고, 그 후에는 잡초 뽑기가 주된 작업이었다.


현재 키우고 있는 고구마, 호박, 토마토는 빗물로 충분한 수분을 공급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물을 줄 필요도 없기에, 잡초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사이갈이나 북돋우기는 수확할 때까지 세 번 정도면 되므로 빈번하게 할 필요도 없다.

사탕수수도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품종이라 해충 구제도 그다지 필요없었다.

유일하게 스위트 콘만 물이 대량으로 필요하지만, 빗물과 강물로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밭에 대해 큰 작업은 거의 없었다.

수차를 만들어 작업의 자동화를 꾀하는 일과 해수 대책이 주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슴 대책에는 덫 외에 다른 비밀병기가 손에 들어왔다.


"굉장해…… 늑대를 길들이다니…… 과연 촌장님이셔!"


"맞아, 너무 굉장합니다 촌장님!"


"아, 아하하-, 고, 고마워요"


마을사람들이 보내는 존경의 눈빛에 압도당하면서 시즈코는 쓴웃음을 띄웠다.

옆으로 시선을 향하자, 그곳에는 마을사람들로부터 경의를 받게 된 원인인, 사나운 얼굴을 한 늑대가 있었다.


그 날 사슴고기에 끌려 온 늑대는, 식사를 한 후에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코의 예상과 반대로, 늑대는 그녀의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개의 선조는 늑대, 그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부분 일치된 생각이다.

즉, 개의 습성은 거의 늑대에게서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늑대는 시즈코를 무리의 리더라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무리의 일원이 되려고 생각했다.


"뭐 괜찮겠지-"


애초에 개를 키워봤었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시즈코는 태평했다.

그보다도 주위의 산들을 다시 수색한 결과, 추정치로 천 마리 가까운 사슴이 있을 가능성이 밝혀진 것이 그녀에게는 더 중요했다.


그렇게까지 사슴이 늘어난 원인은 간단했다.

산을 어설프게 벌목했기 때문에, 산의 지면에 햇빛이 비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산 속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환경으로 변모했다.

게다가 천적인 늑대 등의 육식동물의 모습도 없었다.

가까이에는 농지도 있어 식량이 풍부한 점 등, 그야말로 사슴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환경으로서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슴은 번식력이 왕성해서 4년에 약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게다가 일부다처라서 수컷의 개체수가 감소해도 번식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현대에도 사슴의 증가 원인이 천적인 일본늑대의 멸종이나 중산간지※1의 과소화(過疎化). 그리고 버려진 경작지의 증가와 온난화에 따른 겨울의 적설량 감소 등이 이유니까)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번식의 원인은 현대와는 조금 사정이 달랐다.

그녀의 시대에서는 사슴이 증식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중산간지 뿐이었다.

평탄한 농경지가 적고 농업의 생산 조건이 불리한 지역인 중산간지는 애초에 농작물의 생산성이 나쁘다.

천적도 없고 퇴치하는 사람도 손으로 꼽을 정도.

현대의 중산간지는 사슴이 번식하기 딱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현대에서나 전국시대에서나, 사슴이 까다로운 해수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한 번 번식할 환경이 갖춰져 버리면, 그 환경을 뒤엎는 것은 보통 노력으로는 안 된다.

나무를 심으려고 해도 사슴이 새싹일 때 먹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사슴이 먹어치우는 식물을 생각해보면 적당한 개체수 조절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노동력을 전혀 확보할 수 없다.

작은 마을이니까 노동이 가능한 사람은 20명 정도이고, 개중 10명은 밭일에서 손을 뗄 수 없다.

대장장이나 목재를 가공하는 사람도 5명이 있고, 남은 5명도 퇴비 만들기가 전문이다.

즉, 이 마을에서, 상시 사슴 사냥을 할 수 있는 노동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음-, 그렇게 되면…… 일단 증가를 막으려면…… 그거네요"


턱에 손을 대고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현실적인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새끼를…… 중점적으로 노려서…… 증가를 막는다.

그리고 수컷보다는 암컷을 노려서 개체수 조절을 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비트만이 얼른 무리를 가질 필요가 있는데…… 암컷 본 적 있니?"


옆에 있던 늑대, 즉 비트만 앞에서 쭈그리고 앉았다.

이름을 붙인 것은 당연히 시즈코였지만, 어째서 독일 이름이냐고 스스로 지적해 버렸다.


시즈코는 비트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당연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다.

머리를 쓰다듬자 비트만은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없겠지. 너 일본늑대인가 했는데, 회색 늑대니까…… 신부는 못 찾겠지-"


새삼 비트만의 모습을 관찰했다.

처음의 말라비틀어진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몸 길이는 140cm에 가깝고 체중도 50kg를 넘었다.

꼬리 길이도 40cm 가까이 되는,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늑대의 모습을 되찾았다.

일본 늑대는 몸 길이가 1미터 정도로 추정되고 있기에, 140cm에 가까운 사이즈가 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대륙으로부터 누군가가 회색 늑대를 일본으로 들여온 것이리라.


(전국시대에 동물 수입 규제법 같은 건 없으니까. 개인이 맘대로 들여온 거겠지)


유럽이나 중국에 있는 누군가가 회색 늑대를 헌상품으로서 일본에 들여왔다.

그리고 쇼군이나 유명한 영주, 아니면 사카이(堺)의 거상에게 넘겼으리라.

하지만 늑대는 틈을 봐서 탈주, 그대로 산으로 도망쳤다.

그것이 비트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쩌면 다른 회색 늑대가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네. 의외로 이 부근에서 사슴 사냥을 하고 있을지도?"


회색 늑대는 한 마리의 수컷과 한 마리의 암컷을 중심으로 하는 7~13마리의 무리로 생활한다.

그리고 늑대의 무리를 팩(Pack)이라고 부른다. 엄격한 수직 사회로, 모든 개체에 순위가 정해져 있다.

가장 높은 순위의 수컷을 알파 메일(Alpha Male),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순위의 암컷을 알파 피메일(Alpha Female)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는 알파 메일과 피메일이 짝을 지으며, 그 외의 암컷은 새끼를 낳지 않는다.

가끔 예외가 있지만, 늑대의 기본적인 생태는 그렇게 되어 있다.


"뭐, 될 대로 되겠지"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해도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결론짓고, 시즈코는 농업을 마을사람들에게 맡긴 후, 비트만을 데리고 산으로 향했다.



사슴의 새끼를 노린다, 라고 해도 그렇게 간단히 마주칠 수 있을 리가 없다.

뭣보다 상대는 야생동물이라 경계심이 대단히 강하다.

운좋게 마주쳐도 바람불어오는 쪽에 있으면, 그것만으로 냄새로 알아채고 도망가 버린다.

바람불어가는 쪽에 위치해서 상대보다 먼저 발견, 이라는 사냥꾼 같은 스킬은 시즈코에겐 없다.

그러면 그녀는 뭘 하러 산에 올라간 걸까.


"이 근처가 먹이터 포인트일까"


그건 사슴의 먹이터를 찾기 위해서였다.

산 전체가 사슴에게 풍부한 먹이터인 것은 아니다.

먹이가 되는 잡초가 풍부하게 우거진 장소가 산의 여기저기에 점점이 존재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사슴은 식사할 때 잡초가 풍부한 장소로 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번에는 밧줄을 설치할 수 있겠네. 비트만, 잠깐 가만히 있어줘"


비트만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시즈코는 배에 감아두었던 밧줄을 풀어냈다.

늑대를 구속하기 위해 묶어놓은 게 아니고, 다른 목적으로 늑대의 몸에 밧줄을 묶어두었다.

매듭을 풀자 밧줄은 간단히 풀려나가, 이윽고 네 가닥의 긴 밧줄이 되었다.

그걸 튼튼해 보이는 굵기의 나무에 묶은 후, 반대쪽을 가까운 나무에 연결했다.


"뭐 없는 것보단 낫겠지. 천적의 냄새가 밴 밧줄"


모든 밧줄을 묶어놓은 시즈코는 달성감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먹이터가 되는 포인트에 천적인 육식동물의 냄새를 설치한다.

사슴은 이 냄새를 두려워하여 먹이터에 가까이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밧줄의 효과는 별로 없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없다고 알게 되면 분명히 먹이터에 들어올 테니까"


냄새만 있고 천적이 실제로 없다고 알게 되면 사슴은 먹이터로 들어올 것이다.

즉 시간 제한이 있는 장치이며 언젠가는 무의미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럼 돌아갈까"


나중 일을 걱정해도 소용이 없다.

쓸데없는 생각을 머리에서 털어내듯 시즈코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장마철,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 바깥에서의 작업은 거의 중지된다.

즉, 할 일이 없어져서 시즈코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한가해지는 것이다.

사소한 일은 있지만, 시즈코는 큰맘먹고 늘어지기로 했다.

즉 뒹굴거렸던 것이다.

하지만 시즈코의 뒹굴거림은 점심이 지났을 때 끝을 고했다.


"갑자기 방문해서 미안하오"


왜냐 하면, 점심이 지났을 때 모리 요시나리가 시즈코의 집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 때 시즈코는 사슴의 말린 고기를 먹으면서, 삼백초로 끓인 차를 마시고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실례되기 짝이 없는 꼴이었지만, 모리 요시나리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아, 아뇨…… 추한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부끄러움에 볼을 붉힌 시즈코는, 헛기침을 한 번 해서 분위기를 얼버무렸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음. 먼저 시즈코 님이 만든 온천인가 하는 것에 관해서요"


"네? 저기…… 온천이 왜요?"


"영주님께서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셔서 말이오. 온천을 대개조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 진두 지휘를 시즈코 님에게 부탁하고 싶소"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입 안에 들어 있던 삼백초 차를 뿜어낼 뻔 했다.

하지만 간신히 참고 삼켰다. 그래도 기관에 걸렸는지 약간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그 온천을 대개조한다니,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영주님께서는 물론, 상으로서 쓰는 것도 생각하고 계시오. 그렇다고 해서 시즈코 님에게서 빼앗지는 않소. 요는 상으로 들여보낼 온천과, 평소에 시즈코 님이 쓰는 온천을 따로 나누어 줬으면 하시는 거요"


"아 네……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만. 하지만 꽤나 큰 개조가 되겠네요. 온천을 넷으로 나눠야 하니까요"


"그 부분도 포함해서 시즈코 님이 진두 지휘를 해주었으면 하오. 물론, 성공했을 때는 상을 내리시겠다고 영주님께서도 말씀하셨소"


그렇게 말하는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하지만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렇게 간단한 얘기는 아니다. 뭣보다 뜨거운 물의 양을 증가시켜야 하는 것이다.


온천은 심플하게 온천원의 탕을 간소한 필터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렇게 처리된 탕을 나무로 만든 파이프를 통해 욕실로 운반한다.

24시간 내내 흐르면서도 탕이 마르지 않는 것을 보면, 방대한 지하수가 뭔가의 열로 덥혀지고 있는 것이었다.

시즈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확인할 방법은 전무했지만.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가, 고맙소"


그렇게 말하며 모리 요시나리는 머리를 살짝 숙였다. 여전히 저자세인 사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재료 말인데, 어찌어찌 모을 수 있었소"


"아, 그런가요. 다행입니다"


"헌데 그러한 것을 대체 무엇에 쓸 것이오?"


"뭐 여러가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최소한 3년 후라서 지금은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알겠소. 하지만 하나만 묻겠소. 그건 영주님께 도움이 되는 일이오?"


그 물음에 시즈코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만 하면 오다 노부나가는 물론이고 전국의 영주들이 들고 일어나 원하게 될 물건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일본에서는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되고 있는 물건이다.


(현대에서는 별거 없는 정보라도, 이 시대에서는 극비 중의 극비 취급인 정보. 간단히 입을 열 수는 없어. 요구한 재료로는 30kg 정도밖에 못 만들겠지만…… 그래도 충분하네)


"알겠소. 그러면 시즈코 님을 믿겠소"


"감사합니다"


모리 요시나리의 말에 시즈코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역주:

(※1: 中山間地, 일본의 농림수산성의 지역구분 기준으로, 평야의 가장자리에서부터의 산간 지역을 이르는 말. 참조: http://www.maff.go.jp/j/nousin/tyusan/siharai_seido/s_about/cy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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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07 1565년 5월 중순



1565년 5월 중순



포획한 사슴은 어느 쪽도 살아 있었지만, 그걸로 됐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야생동물은 재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고기에 특유의 냄새가 밴다.

한 마리는 텍사스 게이트에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상처는 없고, 또 한 마리는 베어트랩에 걸려 다리를 다쳤다.

어느 쪽을 먼저 처리할지는 명백했다.


"먼저 덫에 걸린 쪽을 처리할거에요. 사전에 말했던 준비는 다 됐어요?"


"문제없습니다, 촌장님"


시즈코의 질문에 마을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시즈코는 손에 들고 있는 스탭 슬링에 돌을 장전했다.


"그럼 가요"


그 말과 함께 시즈코는 일어서서 숨어 있던 덤불에서 뛰쳐나갔다.

시즈코 등을 발견한 사슴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느 쪽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잘 맞으려나…… 에잇!"


시즈코가 버둥거리는 사슴의 뒤통수를 겨냥해서 내려치자, 장전된 돌은 깔끔하게 호를 그리며 사슴의 뒤통수를 직격했다.

충격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사슴은 몸을 비틀거린 후 땅바닥에 쓰러졌다.

잠시 상황을 살폈지만, 사슴은 일어나지 않고 완전히 기절해 있었다.


"뒷다리부터 묶어요! 끝나면 덫을 해제하고 앞다리를 결박!"


"알겠습니다!"


사슴은 죽지 않았기에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운반중에 의식을 찾아서 버둥거리면 대단히 위험하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마을사람들은 사슴의 다리를 묶는데 쩔쩔매고 있었다.


"그럼, 그놈을 들고 도살장으로 가죠"


운좋게 사슴이 일어나기 전에 네 다리를 모두 묶을 수 있었다.

그걸 메고 강 근처에 설치한, 피를 빼기 위해 매다는 장소까지 이동했다.

피를 빼면 혈압 저하로 버둥거리거나 하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농장 근처에 강이 있는 입지였기에, 도착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메고 온 사슴을 매다는 장소에 매달았다.


"그럼 내가 해체할테니 잠시 기다려요"


"옙, 근데 촌장님은 사슴을 해체하실 수 있나요?"


"음-, 뭐 할아버지가 하는 걸 예전부터 봤었고, 실제로 몇 번 해체해본 적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해체용의 나이프를 준비했다.

14세 생일때 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야생동물을 해체하기 위한 나이프 세트였다.

현대 일본이라면 총도법 위반으로 체포될 듯한 길이의 나이프에서, 관절을 분해할 때 쓰는 듯한 소형 나이프까지 다종다양한 사이즈가 있었다.

여중생에게 수렵용 나이프 세트를 선물하는 할아버지도 어지간하다, 라는 지적은 있었지만, 시즈코는 이 나이프 세트가 마음에 들었다.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해체하는 기술은, 엽우회(猟友会) 소속의 할아버지 친구나 할아버지에게서 교육받았다.

약관 10대의 나이이면서, 시즈코는 야생동물의 해체를 할 수 있는 전문가였다.


해체용의 나이프를 손에 든 시즈코는 사슴의 목을 베었다.

경동백을 베면 뇌의 혈압이 낮아져서 순식간에 의식도 없어지지만, 심장은 의식이 없어져도 계속 움직이기에 모세혈관의 피까지 뽑아내준다.

사슴에게도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피를 뺄 수 있다.


(……전국시대가 아니었다면 사슴을 죽이다니 불쌍해, 잔혹해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겠지)


현대에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어떤 방법으로 처리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야생동물의 도살 현장을 보고 '불쌍하다'라던가 '잔혹하다'라는 등의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교육을 받은 시즈코는, 그건 위선 이하의, 최저의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산다는 건 다른 것의 목숨을 빼앗는 것. 뭔가를 먹는 다는 건 다른 것의 목숨을 가지는 것. 살기 위해서는 살생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치. 도살장을 보고 불쌍하다거나 잔혹하다는 생각 따위 한심하다……였지. 저말, 먹을 것에 고생해보니 처음으로 실감했어요, 할아버지)


턱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머리부터 아래 전체를 버리는 곳 없이 처리하여,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전부를 이용하는 것.

그것이 사슴에 대한 공양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피 빼는 건 슬슬 됐겠네. 그럼 내장을 적출할게요. 나무 통을 두 개 준비, 하나는 강물을 담아줘요. 또 하나는 그대로 두면 돼요"


"알겠습니다-!"


간장과 그 이외의 내장을 나누기 위해, 시즈코는 나무 통을 두 개 준비하도록 마을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왜 나누냐 하면, 간장은 비타민 보급을 할 수 있는데다가 증혈 작용이 있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처리하면 소금을 뿌려서 굽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장기에는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쪽은 나무 통에 넣어서 방치하여, 썩힌 다음 발효시켜 퇴비의 재료로 쓴다.


"물이 든 나무 통 준비됐습니다-!"


"고마워요"


내장 제거가 완료되어 모두 물이 들어있지 않은 나무 통에 넣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간장만을 꺼내서 칼집을 내어 물이 든 나무 통의 물로 씻었다.


"사슴을 내려서 강물로 씻어주세요. 다리를 들고 물 속에서 올렸다 내렸다 하면 돼요"


"옙"


마지막 피를 빼는 작업을 마을 사람에게 부탁하고, 시즈코는 간장에 있는 얇은 껍질을 벗긴 후 다시 피빼기 작업을 했다.

고기는 훈제해도 먹을 수 있지만, 간장은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해 버린다.


(빨리 상하는 먹을 것부터 처리해 가야지…… 일단 손을 씻고 다음에는 가죽벗기기인가)



한 마리째를 강물에 담궈놓은 후, 마찬가지로 두 마리째도 피뽑기와 내장 적출 처리를 했다.

그리고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강물에 담궈놓아 피뽑기와 저온 처리를 했다.


그 동안 간장은 소금을 뿌려 구워먹었다.

하루 두 끼의 이 시대, 점심에 식사를 하는 관습은 없지만, 냉동보존도 할 수 없는데 그냥 밖에 놔둘 수도 없었다.

따라서 간식 같은 느낌으로 간장만을 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하던 마을사람들이었지만, 간장이 맛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내가 먼저라고 다투었다.


"이번에는 머리를 위쪽으로 해서 매달아 주세요"


슬슬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 시즈코가, 강에서 사슴을 꺼내기로 했다.


"네-"


시즈코의 명령에 기운좋게 대답하고는 마을사람들은 머리를 위로 해서 다시 매달았다.

해체용의 나이프와 자신의 손을 씻은 시즈코는, 이번에는 가죽과 고기의 해체에 착수했다.


(가죽을 다 벗기면 뒷다리 처리를 해야지)


목까지 가죽을 벗긴 후, 다음에는 뒷다리를 해체했다.

등뼈에 이어지는 요골을 따라 나이프를 넣어서, 관절 중심에 있는 힘줄을 잘랐다.

그것만으로 간단히 해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숙련된 솜씨를 요구한다.


뒷다리, 그리고 앞다리를 떼어내고, 다음에는 등 로스를 떼어냈다.

등뼈 안쪽에 있는 등뼈 안쪽살, 몸통 안쪽의 안심, 갈비뼈 주변의 갈비살, 목 주변의 고기와, 몸통의 고기를 부위별로 해체해 갔다.

모든 고기를 해체하자, 이번에는 다리의 중심을 관통하는 뼈를 떼어냈다.

앞다리에만 주걱 모양으로 들어 있는 견갑골이 까다로웠지만, 어찌어찌 깨끗하게 떼어낼 수 있었다.

넓적다리 고기에서 뼈를 분리한 다음에는 머리에서 아늠살과 혓바닥 고기를 잘라냈다.


(후우…… 꽤나 고생이네. 할아버지는 이런 걸 항상 혼자서 한 건가)


사슴 한마리를 완전히 해체하는 것조차 중노동이었다.

솔직히, 또 한마리 처리하기엔 피곤하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혼자서 괜찮으니까 농사일을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사슴을 다 매단 마을사람들에게 시즈코는 농사일을 하도록 명령했다.

아침부터 사슴 대책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해야 할 농사일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멀어져가는 마을사람들을 바라본 후, 시즈코는 의욕을 끌어올려 고개의 해체에 착수했다.

그리고 또 한 마리를 마찬가지로 다 해체했을 때는 꽤나 시간이 지나 있었다.


"겨우 끝났다……"


전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기지개를 켜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해체하기만 하면 끝이라는 건 아니었다.

다음은 해체한 대량의 고기를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소금에 절일 필요가 있었다.

냉장고도 뭣도 없는 이 시대, 고기를 그대로 방치해두면 언젠가 썩는다.

식료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현대라면 신경쓰지 않겠지만, 전국시대에서 고기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참고로 676년의 육식 금지령으로, 소, 말, 개, 일본 원숭이, 닭을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분명히 닭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에도 시대가 되어서 무정란은 부화하지 않는 게 발견된 다음…… 이었지)


그 때까지 닭은 시간을 알려주는 새로서 신성시되어, 주로 애완동물로 취급되었다.

그렇기에 계란 산업은 전국시대의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먹는 것조차 필사적이면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을 버리다니…… 얼마나 M(※역주: 마조히스트)이었던거야 옛날 사람들은)


조금 어이없어하면서도 작업을 재개하려고 스트레칭을 했을 때, 뒤에 뭔가의 기척을 느꼈다.

별 생각 없이 돌아보니, 거기에는 한 마리의 짐승이 있었다.



그 짐승은 긴 털로 덮인 4족 보행형의 동물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식육목 개과 개속에 속하는 포유동물, 즉 늑대였다.


(어, 어어어어어어떡하지. 설마 피랑 고기 냄새를 맡고!?)


시즈코의 등 뒤에는 해체된 사슴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슴의 고기에서 나는 냄새에 끌려 사람 사는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틀림없었다.

늑대는 3km 이상 떨어진 동료의 냄새를 알아챌 정도로 후각에 관련된 능력이 우수하다.


(지금, 마을사람들은 다들 다른 곳에 있으니…… 나 핀치!?)


무기도 뭣도 없이 절체절명의 핀치라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늑대를 자세히 보니, 기묘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뭔가…… 꽤나 후들후들거리고 있는 거 아냐?)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자세히 봤다. 아까부터 늑대는 미묘하긴 해도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까는 공포심 때문에 몰랐지만, 몸도 야위어 거의 뼈와 가죽만 남은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엄청나게 쇠약해져 있는 상태인 것은, 시즈코 같은 초짜의 눈으로도 간단히 알 수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던 것을 시즈코는 깨달았다.

늑대는 무리지어 사냥을 하기 때문에, 혼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기본적으로 없다.

그런데 무리가 나타날 기색이 없었다.


(즉 외톨이 늑대라는 거네. 그거라면 쇠약해진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 애초에 집단으로 사냥해도 성공률은 10% 이하니까. 혼자라면 성공률이 더 낮다고 봐도 되겠지)


쇠약해져 있다면 걷는 것조차 힘든 상태이다.

다만 필사적, 이라는 말도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면, 목젖을 물어뜯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긴장하면서도 늑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잠시 서로 노려보던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은 금방 끝났다.

눈 앞에 있던 늑대가 갑자기 태엽이 풀린 인형처럼 풀썩 하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시즈코는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으아! 괘, 괜찮니!?"


한계에 달한 것을 알아챈 시즈코는, 서둘러 늑대에게 달려갔다.

조심성 없이 안아 일으켰지만, 늑대는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거부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체력이 없는 것이다.


"왜, 왜 이렇게 가벼워!? 며칠이나 굶은 거야!?"


원래의 체중은 모르겠지만, 안아 일으킨 늑대는 10kg나 될까 의심스러웠다.


"이대로는 쇠약사해버리겠어"


늑대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시즈코는 사슴을 해체하던 장소로 급히 돌아갔다.

적당한 고기를 집어들어 그걸 해체용 나이프로 잘게 썰었다.


"지금 상태로는 씹을 힘도 없겠지. 이렇게 잘게 썰어서……"


사슴고기를 잘게 다진 다음, 그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던 나무 통에 강물을 담았다.


"자, 이거면 먹을 수 있겠지"


고기와 물을 가지고 늑대에게 돌아가서, 시즈코는 늑대의 입에 고기를 내밀었다.

냄새를 알아챈 늑대는 시즈코를 약간 경계했지만, 배고픔이 한계였는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쇠약해져도 씹을 힘은 있었는지, 몇 번 씹으며 고기를 먹었다.


"물도 마셔"


나무 통을 눈 앞에 놓자, 이번에는 경계하지 않고 안에 들어 있던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정말 쇠약해져 있었던 듯, 늑대는 한동안 물을 마셨다.


"아-아, 정말…… 위선 이하네"


자연계는 약육강식, 먹이를 얻지 못한 개체는 죽어갈 뿐.

아까까지는 습격받은 상태였는데, 눈 앞에서 쓰러지니 자기도 모르게 도와줘 버렸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못본척 할 수는 없었……지"


그로부터 잠시 후, 작업에서 돌아온 마을사람들이 늑대를 보고 비명을 지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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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5월 중순



"호오……"


뭔가를 시험하는 듯한 표정의 노부나가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입구가 열리고, 거기서 소성(小姓, ※심부름 등을 하는 하급 무사)이 헌상품을 쟁반에 담아 노부나가의 앞까지 가져왔다.

그걸 본 순간, 노부나가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냐……? 본 적도 없는 물건이로다"


주위에 있던 무장들도 헌상품을 보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헌상품으로 바쳐진 물건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길 잘했다, 일본 지도책)


시즈코가 헌상품으로서 바친 것, 그것은 현재에서는 극히 보통으로 팔리고 있는 지도책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시즈코가 가져온 책은, 전문가가 쓸 듯한 두꺼운 서적이었다.


시즈코는 농업 등의 1차 산업은 거의 습관에 가까웠지만, 물론 그 이외에도 취미 등은 있다.

그것이 역사와 지리다.

틈만 나면 역사책이나 지리책을 정신없이 읽을 정도다.

그런 이유로 역사는 잘 알고 있고, 평소 가방 속에 일본 지도나 세계 지도가 들어 있었다.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 날에는 마침 일본 지도를 넣어두었었다.


(에도 시대에도 지도는 국가 기밀품으로 반출 금지였지. 전국시대라면 더욱 귀중한 자료로 취급될 것이고. 강의 흐름은 치수 공사로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리와 방향은 정확할 거야)


"시즈코, 이건 무어냐. 설명해라"


노부나가는 부채로 일본 지도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미묘하게 꺼리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호기심 쪽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다.

시즈코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노부나가의 코앞까지 이동했다. 사이에 있는 것은 일본 지도 뿐.


"설명하겠사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일본 지도책을 펼쳤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책을 펼친다, 는 행위를 흥미깊게 관찰했다.

전국시대에는 제본기술 따윈 없었고, 책 따위는 잘해봐야 화지(和紙)를 끈으로 철한 정도의 물건이다.

보통은 두루마리나 목간이 표준이다. 풀로 철한 책 따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리라.

하지만 노부나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컬러 인쇄였다.

본 적도 없는 선명한 색깔이 들어간 종이, 그것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지도를 대가로, 소금을 나눠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노부나가가 자신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행위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에 작은 파문을 만든 것을.

작은 파문, 하지만 그것은 천천히 점차 큰 파도로 번져갔다.




시즈코가 마을에 온 지 2개월이 경과했다.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려고 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매일 맑은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잡초를 봅거나 적당히 물을 뿌리거나 하는 정도다.

하지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시기인데,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문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아…… 어떤 해수(害獣, ※역주: 해로운 짐승) 대책을 세워야 할까……"


그것은 해수 대책. 시즈코가 있던 시대에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었다.

피해 금액이 수천만엔이 된다던가, 농작물을 거의 수확하지 못하게 되던가 했지만, 최대의 문제는 농가의 모티베이션이 낮아지는 것이었다.

농가의 경작 의욕이 저하되는 것은 전국시대에는 사활문제가 된다.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현재, 피해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지만, 여름이 될 무렵에는 위험 수준까지 올라갈 것은 필연적이었다.

대량으로 재배해도 모조리 해수에게 먹혀 버리면 의미가 없다.


"소라(空) 씨, 타고사쿠(田吾作) 씨, 해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알려주세요"


시즈코는 근처에서 잡초를 뽑고 있던 마을 사람, 소라라는 여성과 타고사쿠라는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남성은 풀뽑기에 필사적인 듯 했지만, 여성은 시즈코의 목소리를 들었다.


"뭐라 해도 사슴이 많이 있네요. 예전에는 여우나 족지베도 있었지만…… 사슴이 너무 늘어난 탓인지 요즘에는 안 보이게 되었습니다. 뭐 멧돼지도 조금 있습니다만……"


"으-응, 사슴인가……"


현대의 농가에게 해수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사슴, 멧돼지, 여우, 족제비 네 종류이다.

그 중에 제일 심한 것이 사슴이다. 뭣보다 번식력이 높고, 수렵기에는 야행성이 되는 까다로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해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에서 항상 1위에 빛나는 존재다.


(얘기로는 다른 동물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어…… 그렇다기보다 사슴이 부근 일대를 지배하고 있어서 다른 동물이 살기 어렵게 된 걸까?)


여우와 족제비가 없다는 것은 새로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으니 편했지만, 그렇게 되면 사슴을 얼마나 포획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현대에서는 사슴의 처분에도 귀찮은 수속이 필요하지만, 이 시대라면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 잔뜩 있으면 대량으로 포획해서 말린 고기를 만들어서 그걸로 굶주림을 해결하는 게 나으려나)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는 것은 빨라도 9월말. 그 때까지 입에 풀칠할 수단을 손에 넣어야 한다.

시즈코는 어디까지나 모리 요시나리의 휘하이기에 정기적으로 식량을 받고 있지만, 마을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사슴이 대량으로 있다면, 그걸 식량으로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고구마가 손에 들어오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어. 그 때까지는 멧돼지나 사슴 고기를 손에 넣어야 해……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네……)


엽총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현대가 아닌데다, 총 자체가 비싼 물건(현대 가격으로 대략 50만 엔)이다.

뭣보다 탄을 쏘는 화약이 귀중품이라, 총을 사용해 사슴을 사냥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천연 초석은 일본에서는 구할 수 없고…… 어라? 잠깐……)


그 때, 시즈코의 뇌리에 뭔가 걸렸다.

즉시 기억을 파헤쳐보자, 어떤 중요한 정보를 떠올렸다.


(으~응…… 재료는 모리 님께 부탁드리면 들여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큰 소리로 말할 수는 없겠지.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기반을 갖추는 데 몇 개월은 걸릴 거 같고, 하지만 뭐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으니, 일단 해둘까. 뭐 그건 그렇다치고…… 사슴 대책이 좋은 게 떠오르질 않네)


생각이 옆길로 샜을 때,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 시즈코였지만 중요한 해수 대책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슴이 대량 번식하고 있는 건, 천적이 되는 육식 동물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늑대를 살게 한다던가……?

아니, 안 돼. 살아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뭣보다 너무 장기적이야)


현대에서도 사슴이나 멧돼지가 대량 번식하고 있는 것도, 천적인 일본늑대가 멸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시대라면 아직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다. 에도 시대에 시볼트(※역주: 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가 늑대와 승냥이 양쪽을 키웠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덫을 놓겠지만…… 조류처럼 그물로 막기는 어렵겠지……)


슬쩍 머리 위를 보니 그물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류 대책으로 농장은 짚으로 만든 간이 그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만드는 데 1개월 가까이 걸렸지만, 덕분에 조류 피해는 거의 막을 수 있었다.


(아예 게이트처럼 지나다니는 길을 만들어서 유…… 도……!?)


순간, 시즈코는 사슴 대책으로 할아버지와 대화했을 때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 때 할아버지는 중요한 정보를 말했었다. 그것은 전국시대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이었다.


"그렇지…… 우제류 동물인 사슴이 절대로 지나가지 못하는 길을 만들면 되잖아!"


"으악, 깜짝이야!"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낸 시즈코에게 놀란 타고사쿠.

소라는 가까이 없었기에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지만, 역시 갑자기 큰 소리를 낸 시즈코 때문에 놀랐다.


"(저기 소라 씨, 또 촌장님이 뭔가 이상야릇한 걸 생각해 낸걸까?)"


타고사쿠는 소라의 근처까지 이동하더니 귓속말을 하듯 속삭였다.


"(그런 게 아닐가. 하지만 촌장님은 정말 박식하시네. 용케 저렇게 많이 뭐가 떠오르시네)"


"(확실히…… 처음에는 몰랐지만, 해 보니까 처음으로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어)"


"(이야기 내용을 보니 사슴을 어떻게 하는 방법이라도 떠올리신 거 아닐까?

뭐, 또 저 녀석들이 부려먹힐테니, 고생하겠네-)"


"(그러게……)"


땅바닥에 쭈그리고 뭔가를 쓰고 있는 시즈코를 본 두 명은, 공작조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이 적중한 것은 나중에 알게 된다.




시즈코가 뭔가를 떠올리고 1주일하고 조금 더 지났을 무렵, 농장 주변에는 기묘한 장치가 빼곡하게 들어서게 되었다.

아직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마을사람들은 이게 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즈코의 방법으로 성공했으므로, 어쩐지 잘 될려나 하는 낙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응응, 퍼펙트하네. 베어트랩이랑 텍사스 게이트"


봉 같은 걸 걸머멘 시즈코는, 눈 앞의 장치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행 공사로 만든 것 치고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뭐, 내년에는 농장을 확대하기 때문에 금년만 쓸 수 있는 장치이지만.


"현대 일본에서는 위법인 베어트랩이지만, 지금 시대에는 써도 문제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손에 든 봉 같은 것을 휘둘렀다.

그것은 1미터 정도 길이의 끝이 갈라진 장대였다.

앞부분에 돌을 끼울 수 있는 폭이 넓은 부분을 가진 끈이 달려 있었지만, 끈의 반대쪽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보기에는 갈라진 부분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투석기(스탭 슬링)에 의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지지. 원래는 끈만 써도 되지만, 지렛대의 원리로 사정거리와 위력이 더욱 늘어나니까, 이쪽이 좋거든-. 최악의 경우에는 창을 대신하는 무기로도 쓸 수 있고"


투석기(스탭 슬링).

전장은 대략 1미터 정도, 중량은 300에서 500그램, 사정거리는 100미터에서 150미터 정도의 투석기이다.

기원전 4세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쓰였던 무기로, 활에 떨어지지 않는 비거리를 자랑하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투척할 때 약간 시간이 걸리는 것과 연사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게다가 시즈코는 밑둥 부분에 약간 뾰족한 철제 기구를 부착했다.

이것으로 중심을 중앙으로 안정시킬 수 있고, 지면에 세울 때 자루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칼날만큼 예리함은 없지만, 그래도 찔리면 아프다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정도의 타격력도 있다.


"저기-, 촌장님. 무슨 말씀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저희들 이제 뭘 해야……?"


"쉿-, 이제부터 저 덫의 효과를 보여줄게요"


"네에……"


농장으로부터 바람 불어가는 쪽…… 의 덤불에 숨어 있는 시즈코와 몇 명의 마을사람들.

하지만 시즈코 이외에는 숨어 있는 의미도, 덫의 의미도 전혀 몰랐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런 건 설명하기보다 효과를 보여주는 쪽이 빠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조금씩이지만 사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산에서 내려온 개체인 듯 했으며, 숫자는 전부 9마리 정도 되었다.


"3…… 4…… 뿔이 큰 게 수컷이니까 네 마리가 수컷, 나머지는 암컷으로 봐도 되겠네"


"상당한 숫자인데요……"


아무래도 이만한 숫자를 한번에 본 적은 없는지, 마을사람들은 약간 겁먹고 있었다.

역시 무리라는 것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한 마리의 개체가 곧장 텍사스 게이트로 향했다.


"오, 이제 곧이다…… 자, 여러분, 저게 덫의 효과에요"


곧장 사슴은 텍사스 게이트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몇 걸음 걸었을 때,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상태에 사슴이 울음소리를 냈다.


"오오-"


마을사람들이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텍사스 게이트에 끼인 사슴은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했다.

거기다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슴이 방해가 되어 후속의 사슴들은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단백질 공급원 한마리 겟(Get). 자 그럼, 나머지는 베어트랩에 걸려주지 않으려나"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사슴의 비명이 주위에 울려퍼졌다.

너무나 큰 소리였기에, 그 자리에 있던 사슴들이 쏜살같이 원래 있던 장소로 도망쳐갔다.

울음소리가 난 쪽을 보니, 한 마리의 사슴이 베어트랩에 다리가 끼어 있었다.


"두 마리인가…… 나쁘지 않네"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고 시즈코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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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夾竹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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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5월 상순



"이게 바로 극락이로다"


몸의 힘을 뺀 릴랙스 상태의 노부나가는, 어깨까지 뜨거운 물에 담그고 온천을 만끽하고 있엇다.

반대로 시즈코는 바닥에 엎어져서 완전히 그로기 상태였다.


(피, 피곤해…… 설마 전신을 씻게 할 줄이야……)


대량의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욕조를 보고 기분이 고양되었는지, 노부나가는 옷을 벗고 바로 탕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몸을 씻지 않고 욕조에 들어가는 것은 오염물이 탕에 떠다니게 되므로 비위생적이다.

그래서 그대로 전라로 욕조에 들어가려던 노부나가를 어찌어찌 설득하여, 몸을 씻을 필요성을 말했다.

의외로 노부나가는 순순히 받아들이고는, 시즈코가 준비한 욕실 의자에 앉았다.

일순 당황한 시즈코였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노부나가의 옷을 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노부나가의 머리, 얼굴, 몸 순서로 씻겼다.


(하지만…… 몸을 단련하는 게 취미인 만큼, 굉장한 몸이네요)


현대인인 시즈코가 보기에는 단련이 지나치다고 생각될 만큼, 노부나가의 몸은 전신 근육덩어리였다.

악력이 얼마나 될까, 같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 떠올랐을 정도였다.


(자택은 꽤나 청결하게 했다고 전해지지…… 몸도 그렇게 지저분하지는 않고, 의외로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걸까, 노부나가라는 사람은)


"마침 좋은 기회로군…… 네게 물을 것이 있다"


"(스모를 좋아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신체능력이 높은 것도 이해가 가네) 아, 네. 무엇이옵니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노부나가가 말을 걸었다.

갑작스런 일에 조금 놀란 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만 박력있는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슬슬 네 정체가 무언지, 이실직고해라"


"……어, 저기, 묵비권은…… 없겠죠……?"


"싫다면 할 수 없지. 베어버리겠노라"


조심스럽게 말한 시즈코의 질문에, 노부나가는 1초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농담도 뭣도 아닌 명확한 협박에 시즈코는 단숨에 패닉을 일으켰다.


"(어, 어쩌지! 미래에서 왔다, 라고 말해도 머리가 이상한 사람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을거고…… 일단 남만! 남만에서 왔다고 말하자!) 나, 남만! 네, 남만에서 왔습니다!"


"호오, 몇 살 때 남만을 나왔느냐"


"어, 저기…… 13세……?"


시즈코가 당황하면서 그렇게 말한 순간, 노부나가의 눈이 약간 가늘어졌다.

노부나가는 시즈쿠에게 불신감을 품고 있다고,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태도였다.

뭔가 변명을 하려고 한 시즈코였지만, 뭘 말해도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괜히 자기 무덤을 파게 될 거라는 걸 이해했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 좋다. 네가 어디에서 왔건, 내게 이익을 가져오면 됐다. 처음에 말한 대로, 네가 내 곁을 떠날 때는 죽을 때다"


"네, 네 (뭔가 배신하면 벤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


시즈코의 상상은 정답으로, 처음에도 그렇게 말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시의 그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너는 네 재주를 내게 보여라. 그게 네가 할 일이다"


"며, 명심하고 있사옵니다"


"얘기는 이만이다. 하지만 온천이라는 건 아주 훌륭하군. 상으로서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


"아, 네, 타케다 타로 하루노부(武田太郎晴信, ※역주: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가지고 온 욕실 도구를 정리하면서 시즈코는 태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케다 타로 하루노부……라고……?"


조용하지만 살기마저 어린 듯한 목소리로 노부나가가 물었다.


"네. 그 사람, 비탕(隠し湯)이니 뭐니 하면서 탕치장(湯治場)을 개발했었고요. 그걸 부하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었으니 뭔가 비슷한 느낌인 거 같아서요. 아, 지금은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武田徳栄軒信玄)이었던가요. 얼마 전에 출가해서 개명했던 걸로……?"


시즈코가 말하면 말할 수록 노부나가의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솟아올랐다.


노부나가를 등지고 욕실 도구를 정리하고 있던 시즈코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정보를 입에 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피로에서 오는 권태감이, 그녀의 위기감이라는 중요한 것을 둔화시켰던 것일지도 몰랐다.


"……닥쳐라……"


뭐, 이제와서 위기감을 가진들 늦었지만.


"네? 지금, 뭔가 말씀하……셨……나요?"


나무 통이나 의자를 안고 일어선 시즈코는, 아무 생각 없이 얼굴만 돌려 노부나가를 보았다.

순간, 그녀의 손에서 나무 통이나 의자가 미끄러 떨어졌다. 탱그랑 하는 건조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걸 신경쓸 정도로 시즈코의 정신에는 여유가 없었다.

살기마저 감돌고 있는 노부나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라는 편이 무리한 주문이다.


"네놈, 타케다의 간자냐"


그 질문에 시즈코는 열심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쇼군(将軍)의 간자냐"


다시 물은 내용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남만의 간자냐"


뭘 말해도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는 시즈코였다.

애초에 간자(현대에서 말하는 스파이)로 착각되면 끝이다. 잘해봐야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참수밖에 없다.


(그러고보니 이 시대에서 타케다 신겐의 탕치장은 극비 정보였지-!)


시즈코가 있던 시대, 먼 미래라면 타케다 신겐의 정보는 간단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는 누가 어디에 있는 정도의 정보조차 간자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시즈코 처럼 극비 중의 극비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툭툭 내뱉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뭐 좋아, 나는 약속을 지키는 남자다. 네놈이 나를 배신하지만 않으면 벨 필요도 없겠지"


"예, 예엣……"


이젠 웃을 수밖에 없기에, 시즈코는 그냥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메마른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기분 탓인지 욕의가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번 더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군. 너, 지금 당장 출발 준비를 해라"


"예……?"


"지금부터 성으로 돌아간다"


굳은 채로 멍한 표정을 짓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전국시대, 성에 살기 시작한 것은 노부나가가 최초인 듯 하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현실도피하고 싶을 정도로, 시즈코가 지금 처한 상황은 위에 좋지 않았다.


(위에 구멍이 뚫리겠어……)


시즈코는 좌측을 훔쳐봤다.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리 요시나리 이외에는 모두 시즈코를 이상하다는 듯한 태도로 보고 있던가, 수상한 인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갑자기 소집령이 떨어져서 와 봤더니 여자가 한 명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시즈코를 수상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얼굴을 들라"


"(다, 다리가 저려……) 네"


큰절 모드를 해제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말대로 얼굴을 들었다.

푸른 힘줄이 떠오를 듯한 삼엄한 눈초리의 노부나가와 순간적이지만 눈을 마주쳐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피해버렸지만, 누구든 지금의 노부나가를 보면 눈을 피할 것이다.

그 증거로, 신하들도 미묘하게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시즈코,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에 대해 말해라"


"네?"


갑작스런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즈코는 타케다 신겐에 대해 떠올렸다.

보통이라면 타케다 신겐 따위 이름을 알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시즈코는 농업 뿐만이 아니라 역사나 지리도 좋아했다.

아무래도 희귀한 책까지는 읽지 못했지만, 역사적인 자료 등은 대부분 읽어보았다.

특히 무로마치(室町) 시대 말기부터 에도(江戸) 시대까지를 매우 좋아하여, 그 사이에 일어난 역사적 이벤트라면 대부분 외울 수 있었다.


"음!

타케다 토쿠하루 신겐, 카이 국(甲斐国)의 수호(守護, ※역주: 시대에 따라 경비 책임자나 영주를 뜻함)로서 타케다 가문 제 19대 당주. 실명(謂)은 하루노부, 통칭은 타로(太郎). 출가하여 법명을 얻은 후에는 토쿠에이켄(徳栄軒信玄)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타케다 신겐에 대해 줄줄 말하는 시즈코를 보고 모리 요시나리를 비롯한 신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오랜만에 좋아하는 역사를 말할 수 있는 것에 시즈코는 내심 대단히 기뻐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하들의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라기보다 반쯤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에치고 국(越後国)의 수호인 나가오 카게토라(長尾景虎, 훗날의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과 몇 번의 항쟁을 거듭하면서 시나노(信濃, ※역주: 현재의 나가노(長野) 현)를 거의 평정하고 영토를 확장했습니다. 한편 내정에도 정력적으로 임하여, 경제적으로는 남만에서 흘러들어온 굴삭 기술이나 제련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막대한 양의 금을 산출했습니다. 그 금을 밑천으로 금본위 제도를 갖춰 코우슈킨(甲州金; 고이시킨(碁石金); ※역주: 일본 최초의 금화)"을 주조했습니다. 이것은 일본 최초의 금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폐의 유통으로 활성화된 재력을 바탕으로 치수 사업이나 군비 확충을 꾀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모르겠는데)


"치수 사업에 있어서는 신겐이 스스로 앞장서서, "고후(甲府,) 분지를 종종 덮치는 수해를 막기 위해 신겐 제방(信玄堤)이라고 불리는 제방을 정비했습니다. 이것에 의래 하천의 범람을 막고 광대한 새 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여 국력의 밑바탕 향상을 꾀했습니다. 이 치수 공사에는 19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제 됐다"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박력을 가진 노부나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신의 말을 제지당해 불만을 느낀 시즈코였지만, 지금의 노부나가를 보고 그런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쓸데없는 말을 하면 두 토막이 날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


노부나가는 조용히 눈을 감고는, 들고 있는 부채로 뭔가 리듬을 맞췄다.

통통, 통통 하고 가벼운 소리만 울렸다.


"……베겠다"


그 순간, 시즈코의 등골에 진땀이 대량으로 흘렀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네놈의 농지 개혁, 아직 결과를 보지 못했다. 그 결과에 따라 생각하지"


"……휴"


일단 지금 당장 베일 일은 없다는 것을 안 시즈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정을 미룬 것 뿐이다. 실패하면 베이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오나 영주님, 이 자는 너무 위험하옵니다. 영주님께 다가가려는 간자일지도 모릅니다"


시즈코가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갑자기 노부나가의 부하 중 한 명이 진언했다.


"원숭이, 이 자가 간자로 보이느냐? 내겐 그냥 멍청한 꼬마 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숭이, 라고 불린 인물은 노려보는 듯한 시선으로 얼굴을 시즈코에게 향했다.


(원숭이……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확실히 간자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자가 간자라면, 시골 계집조차 간자이겠지요"


"언니도 아닌데 스파이라니……"


"뭐? 시다고?(※역주: 일본어로 '(맛이) 시다'라는 단어의 발음이 '스파이'이다)"


"(아차, 혼잣말이 나와버렸어) 아뇨,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쓸데없는 발언은 자제해야지.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일단 엎드려 조아린 채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시대가 시대니까. 신분증명 따위 불가능에 가깝지. 쓸데없는 의심을 사는 발언은 위험하네)


시즈코의 지식은 어디까지나 후세에 전해진 내용이다.

전국시대의 사람이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던 것이 아니다.

뭐가 비밀 정보고, 어디에 간자가 있는지 모르는 이상, 말은 가급적 적게 하는 편이 좋았다.


"됐다. 이 자의 정체가 무엇이든, 가지고 있는 지식은 달리 얻기 힘든 것"


"옛……"


뭔가 더 말하려고 하던 히데요시였으나, 노부나가의 발언을 듣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물러났다.

다른 무장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유일하게 모리 요시나리만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즈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지. 영주님께 드릴 헌상품이 있었사옵니다"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어떤 것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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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4월 하순



농업은 대지와의 싸움이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던 것을 시즈코는 떠올렸다.


마을에 온 지 3주일 동안, 당연하지만 토양 정비를 하는 가혹한 작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평범한 농장 정비를 계속한 덕분에, 스위트 콘이나 호박, 토마토나 사탕수수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또, 1주일에 한 번씩 퇴비의 재료를 쌓아놓은 무더기를 뒤섞고, 자란 고구마의 모종을 차례차례 밭에 심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목욕을 그립게 생각한 시즈코는, 공작조에 판형의 목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 활약할 기회는 전혀 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좌절하게 될 것 같아진 시즈코였다.


그러던 중, 어쩌다 전 촌장 집의 뒤에 있는 절벽을 보고 있자니, 약간 절벽이 젖어 있는 것을 눈치챘다.

신경쓰여 조사해보니, 시즈코의 키보다 조금 위, 대략 2미터 정도 부근에 작은 구멍이 있으며, 거기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하수인가 생각했지만, 만져보니 묘하게 따뜻했다.

설마하면서도 물을 시간을 들여 모아보니, 그건 천연의 뜨거운 물, 즉 온천수였다.


"후, 후후…… 기적이야. 신이여, 감사합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당장 마을 사람들을 모아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땅을 평탄하게 고른 후 물을 저장할 장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구멍에서 새고 있던 물의 수량을 늘리기 위해, 절벽에 있는 구멍의 사이즈를 조정했다.


조금씩 모여 가는 뜨거운 물에, 시즈코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는 사용할 수 없다.

흙 등의 오염이 있는 탕은 의미가 없었기에, 여과기를 설치해서 탕을 깨끗하게 하기로 했다.

여과기라고 해도 돌이나 숯, 모래나 자갈을 섞은 극히 심플한 것이다.

심플하지만 효과는 발군이라, 처음에는 숯같은 검은 색을 띠고 있던 탕이 서서히 깨끗한 탕으로 변했다.


그 깨끗한 탕을 나무로 만든 파이프를 통해 집으로 보낸다.

집이라고 해도 탕에 들어갈 수 있는 전용의 설비만을 갖춘 장소, 즉 욕실 같은 것이었다.

참고로 전 촌장의 집이 욕탕을 설치하는 데 방해가 되었는데, 시즈코는 문답무용으로 철거해버렸다.

나중에 시즈코는 말했다. 그 때의 울 것 같은 전 촌장의 얼굴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그리고 드디어 간이 욕실이 완성되었다.

강행 공사였지만 시즈코의 귀기어린 박력에 공포를 느낀 마을 사람들이 평소 이상으로 힘을 낸 덕분이기도 했다.


"후우---, 최고다……"


혼자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오랜만의 뜨거운 목욕물을 만끽하는 시즈코. 물론, 남탕과 여탕은 나누어 놓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목욕이라는 걸 모르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에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목욕은 생명의 원천이네-"


샴푸나 린스 따위 있을 리 없지만, 시즈코는 목욕물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위생면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고,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네-. 어떻게 해서든 비누의 대용품을 손에 넣어야지…… 하지만 정말, 온천을 발견하다니 엄청나게 행복해-)


실없는 표정으로 둥둥 떠 있는 시즈코.

그녀는 모른다. 후에 이 온천이 원인이 되어 엄청난 사태에 말려드는 것을.




마을에 온 지 1개월.

그 무렵에는 최초의 당황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마을 사람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구마의 모종을 심고 있었다.

다른 농작물, 토마토나 호박, 스위트 콘이나 사탕수수의 씨앗이나 모종은 다 심었다.

이제는 적당한 타이밍에 제초나 사이갈이, 배토를 하면 여름 무렵에 수확할 수 있다.

퇴비 만들기, 고구마의 모종 심기가 주가 될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외의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시즈코가 신경쓰인 것은 음료수.

현재는 강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우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물을 파는 작업은 중노동인데다, 애초에 물이 솟는 장소를 조사해야 한다.

온천은 기적의 산물이지만, 우물도 마찬가지로 운좋게 발견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뭐, 천천히 찾아볼까)


처음 1개월 동안 해야 할 일은 대부분 끝났기에, 지금은 몸을 쉬게 하는 편이 좋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최근에는 느긋한 작업만을 시키고 있었다.

고구마의 모종을 심을 밭두렁을 만들고, 잡초를 봅고, 퇴비의 원료를 섞으면서 쌀겨나 짚을 추가한다.


퇴비에 관해서는 말똥이 손에 들어온 것이 컸다.

쇠똥과 달리 말똥은 퇴비를 만드는 데는 우수한 재료다.

하지만 농가의 도구인 소와 달리, 전국시대에 말의 방목 따윈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다이묘가 소유한 군마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즈코는 마을에 왔을 때, 모리 요시나리에게 관리하고 있는 말의 똥을 달라고 부탁했다.

의외로 쉽게 승락받아, 1주일에 한 번 정도 마을에 배달되게 되었다.


(퇴비를 쓰는 것은 겨울이랑…… 내년의 농작물을 키울 때일까)


흙이 부드러워지는 겨울에 토양 정비를 하는 것과, 작물의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 1주일 전의 도합 2번.

그 타이밍에 퇴비를 쓰려고 시즈코는 계획하고 있었다.


"촌장님-, 모종 심기 끝났습니다-"


"아, 네. 수고했어요-"


생각을 하고 있으니 토양 정비와 모종 심기를 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고 생각되는 태양의 위치였다. 숙련에 따른 작업효율 향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리라.


"모종 심기를 예정했던 밭의 8할 정도가 끝났습니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에는 전부 끝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라, 예상했던 것보다 모종이 늘어나는 양이 많네요-"


"그런가요. 하지만 저건 굉장하네요. 1주일 전에 거의 다 모종으로 잘라냈는데, 오늘 보니까 여기저기서 싹이 나왔었으니까요"


"(그야 화산재가 쌓인 땅에서도 성장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예정외이긴 하지만 농장 범위를 넓히죠. 수확량은 많아서 나쁠 게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쪽 밭을 파서 일구고 오겠습니다"


"부탁해요-"


밝은 미소로 마을 사람들은 농기구를 한 손에 들고 밭으로 향했다.

역시 밭에 성과(라고 해도 모종 뿐이지만)가 나오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 것이리라.


"후우…… 나도 오늘의 목표를 끝내고, 냉큼 목욕해야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시즈코는 자신의 작업을 재개했다.




(오늘도 작업을 끝내고 따뜻한 목욕을 만끽입니다! 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던 시즈코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가능할 리가 없었다.

눈 앞의 인물의 위압감이, 싫어도 시즈코의 의식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왜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하는 게 아니었나?"


히죽 웃음을 띄운 30대 전후의 남성.

시즈코의 후견인이며, 또다른 이름을 오다 노부나가라고 했다.


"죄송합니다들떠있었습니다정말죄송합니다. 부디부디 용서를---!!"


완전 큰절로 조아림 모드의 시즈코는, 부들부들 떨면서 사죄의 말을 지껄였다.

너무 말이 빨라서 노부나가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네놈이 친 큰소리에 걸맞는 성과를 보이라고 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거 화내고 있는 거죠--!!?)저,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약간의 충동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업이 순조로워서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약간 풀어졌다.

높은 곳에서 농장을 내려다보면서 "이 상태로 농장을 확장할 수 있다면 빈곤한 식량사정이 일변해서, 오다 님도 내 마을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겠지! 단번에 중요 지역이 된다던가"라고 자기도 모르게 입 밖에 내어 중얼거려버렸다.

평소라면 아무 문제도 없는 혼잣말이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고, 하필 그 때 노부나가 본인이 지나가다가 그 말을 들어 버렸다.

혼잣말을 하기 전에 주위를 확인해야 했다고 시즈코는 새삼스레 생각했다.


"……뭐 좋다. 그래서 온천인가 하는 건 어디 있나?"


"네? 온천이요?"


뜬금없이 온천이란 소리에 시즈코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뭐냐. 요시나리의 보고로는, 네놈이 온천이라는 걸 파냈다고 들었는데……?"


"아, 네. 확실히 온천은 나왔습니다……만……?"


점점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한 시즈코는, 어쩐지 노부나가의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솔직히 제발 살려달라고 생각했다.


"나도 온천이라는 걸 몸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그러니, 네놈이 온천으로 안내해라"


하지만 현실은 비정했다.




전국시대의 타케타 신겐이나 우에스기 켄신은, 온천의 효능에 주목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도 마찬가지였냐고 묻는다면, 답은 '모른다'가 정답이리라.

그리고 온천을 체험하고 싶다, 는 것은 온천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즉 그것은, 오다 노부나가는 온천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까 시즈코에게 안내하게 한다. 그 말의 의미는.


(혼욕하라는 거죠------!)


같이 목욕해라, 라는 것이다.


애초에 노부나가가 온 이유도, 시즈코가 모리 요시나리에게 온천에 대해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온천이 뭔지 모르는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쓸데없는 개인 감정을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했다.

보통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끝나겠지만, 노부나가라는 인물은 굉장히 호기심이 왕성하다.

의문으로 생각하고, 체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뭘 하고 있나. 빨리 해라!"


"지, 지금 갑니다--!!"


노부나가의 노성에 찔끔한 시즈코는, 각오를 굳히고 노부나가를 욕실로 안내했다.

원래 욕실 근처에 있었기에 그렇게 많이 걸을 일도 없었다. 겨우 5분 정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오…… 비좁은 장소로군"


"(뭐랑 비교하셨어요) 어 그게, 앞에서 볼 때 좌측이 남성용, 우측이 여성용입니다. 온천은 남녀가 따로 들어가는게 예의이므로-----"


"그런 예의범절이나 전통 따윈 아무래도 좋다. 냉큼 안내해라"


"(아뇨아뇨아뇨아뇨! 잠깐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 따위가 함께 하다니 신하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 같은……"


노부나가 자신도 혼욕을 하고 싶다거나 그런 상스러운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온천에 대해서 모르기에.

설령 그가 혼욕하고 싶다고 말해도, 그걸 밀어붙일 수 있는 권력을 노부나가는 가지고 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비호를 받고 있기에, 더더욱 선택지가 없다는 말이 된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네놈이 나를 해하려고 해봤자, 여자나 아이에게 당할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느니라"


"(그렇겠죠-) 그, 그럼 안으로 드시죠"


언젠가 신하들 중 누군가에게 칼을 맞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욕실의 문을 열었다.




시즈코가 준비한 것은 욕실 의자, 한손 통, 목욕통, 비누 대용품인 무환자나무 열매를 가루로 만든 것, 옷을 넣는 대나무로 짠 바구니, 욕실 안에서 입는 욕의였다.


무환자나무 열매에는 천연의 계면활성제인 사포닌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열매를 건조시켜 가루 상태로 만들면, 비누 대용품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또 사포닌은 생물에게는 독이며, 새나 벌레는 열매를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농약이고 비료고 아무 것도 필요없는 완전한 자연 재배를 할 수 있고, 게다가 열매를 서둘러 수확할 필요도 없다.

일본의 기후에서라면 니이가타(新潟) 등의 특별히 추운 장소를 제외하고 햇볓이 잘 들고 습기가 많은 산 속에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부근의 산을 한바퀴 돌아보니, 여기저기 무환자나무가 잔뜩 자라고 있었다.


(배워두길 잘했어, 에코 지식)


에코 계열의 잡지를 읽었을 때, 무환자나무의 열매를 건조시켜 분말로 만들면 천연의 비누가 된다, 는 기사를 시즈코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온 무환자나무의 열매는 숫자가 많지 않아, 금년의 수확기까지 소량으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본래의 수확 시기가 11월부터니까, 초봄인 요즘에 소량이라고는 해도 손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뭐, 견딜 수 밖에 없어. 금년에는 대량으로 수확해 주겠어-!?)


그런 느낌으로 기합을 넣고 있는 시즈코는 노부나가와 함께 남탕 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애초에 전국시대에 전신을 목욕물에 담그는 타입의 목욕탕은 없고, 한증막 타입의 입욕, 즉 사우나가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것도 상급 무장, 즉 오다 노부나가처럼 영주급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우연히 천연의 온천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원래는 대량의 장작을 준비해야 하고, 품과 시간도 드는 사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전국 무장들 사이에 "목욕 인사(風呂会釈)"라던가 "접대 목욕" 등, 손님이나 가신을 목욕탕에서 접대하는 풍습은 있었지만 이것도 사우나다.

그렇기에 욕조를 만들어고 물을 채우는 타입의 목욕탕을 '온천'이라고 해도 노부나가가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농민이나 하급 무장의 목욕 사정은 더욱 비참했으니까.

사우나를 준비하는 것 따윈 꿈도 꿀 수 없고, '행수(行水)'가 일반적인 목욕 사정이었다.

욕조에 물을 채우는 타입의 목욕이 보급되는 것은 에도(江戸) 시대가 된 이후이다.

그것도 에도(※역주: 현재의 도쿄) 한정으로, 지방에서는 며칠이고 목욕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타케다 신겐이나 우에스키 켄신이 비탕(隠し湯)이라고 칭하며 탕치장(湯治場) 등을 가지고 있던 적은 있지만, 그것도 측근이나 중요한 손님 등 상당히 한정적인 사람밖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즉 시즈코가 원인불명(조사할 수 없으니)의 열원으로 덥혀진 물을 사용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대목욕탕이라는 설비를 건축한 것은, 실은 당시의 배경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설비인 것이다.


"호오……"


약간 수증기가 감도는 방의 중앙, 다섯 명이 들어가도 여유가 있을 정도의 욕조를 보고 노부나가는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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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4월 상순



눈 앞에는 몇 개인가의 밭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메말라 있어, 도저히 작물이 자랄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4……5개일까. 하지만 토양 정비는 중노동이고, 전부를 정비하는 건 불가능. 여기는 큰 농장 두 개 이외에는 버릴 수밖에 없어)


강에 적당히 가깝고, 또 비에 의해 흙의 영양분이 쓸려나가지 않는 장소가 두 군데 있었다.

아마도 제일 나은 작물이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간신히 농작물 전멸이라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1ha(헥타르; 10,000평방미터 = 한 변이 100미터)정도일까. 고구마나 호박을 재배하기에는 충분한 넓이였다.


(강에 제일 가까운 곳에 스위트 콘, 그 다음에 토마토, 호박으로 첫번째 밭은 OK일까. 남은 하나의 밭에 고구마를 심고, 구석에는 사탕수수를 심자. 그러기 위해서도 땅을 파서 일궈둬야 해)


"어흠…… 저기 두 군데의 밭만을 씁니다. 나머지 밭에는 금년 1년은 아무 것도 심지 않아요"


"어, 그러면 작물이 적은 게……"


"문제없어요. 토양 정비는 상당한 중노동이에요. 전부에 대해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요. 그보다는 노동력을 집중해서 한시라도 빨리 쓸 수 있는 농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그럼 먼저 흙을 파서 일구는 것부터 부탁드려요-"


마을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뭔가 수근거렸지만, 결국에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농기구를 걸머지고 지정된 밭으로 향했다.


(결과가 나오려면 빨라도 2개월 후니까-)


메말랐다, 고 해도 불모의 토지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구마나 호박 등, 환경에 강한 작물이 아니면 수확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는 메말라 있었다.

현대라면 퇴비나 부엽토를 사들여서 토양의 정비에 쓰겠지만, 아쉽게도 전국 시대에는 구입이라는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자신들이 직접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짚, 왕겨, 쌀겨는 있었고 쇠똥은 문제없고…… 말똥이 있으면 좋겠네…… 아, 그렇지!) 잠깐 기다리세요!"


묘안을 떠올린 시즈코는 옆에 있던 을병정반에 그렇게 말하고는 어떤 장소를 향해 달려갔다.




10분 후, 돌아온 시즈코는 생글생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을병정반 사람들이었지만, 굳이 지적하기도 뭐하다고 생각해서 넘어갔다.


"자, 그럼 병반은 퇴비를 만들어주세요. 이거 중요한 작업이니까 열심히 해 주세요-"


"퇴비......?"


생소한 말에 병반 사람들은 이상한 듯 물었다.


"간단히 말하면 유기물을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한 비료에요. 유기 비료와 같은 의미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거에요"


"그런 거 준비하지 않아도, 직접 똥을 뿌리면 되는거 아닌가요?"


"농농. 똥은 발효할 때 가스를 발생시켜요. 그게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고, 나아가서는 해충을 불러들이게 되어버려요. 지금까지 뿌리가 썩거나 이상하게 해충이 끓었던 적 없어요?"


"그건……뭐……"


"퇴비는 잘 분해되는 유기물을 완전히 분해한 거니까 가스나 해충은 생기지 않아요. 부식질의 공급과 토양 상태의 개선, 미생물을 공급하는 것에 의한 병충해의 억제, 완충기능의 증대에 의한 토양의 안정화. 그것들을 위해서는 퇴비 만들기는 필수에요. 만드는 데 최소 반년은 걸리지만, 그래도 필요한 일이니까 할 필요는 있어요"


거기까지 설명하고 시즈코는 마을사람들의 표정이 마치 여우에라도 홀린 듯한 얼굴인 것을 깨달았다.

역시 너무 어려웠나, 라고 시즈코는 뒤늦게 실패한 것을 이해했다.


(미생물이라던가 병충해라던가, 그런 지식은 이 시대에 있었는지 의심스러우니까-. 하지만 퇴비가 없으면 내년의 농작업에 영향이 있을 거고…… 어쨌든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밀어붙여야지!)


"저기-"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하던 방법으로는 무리일테니…… 당신 의견에 따르지요"


설득하려고 말을 꺼낸 순간, 의외로 마을사람들 쪽에서 납득했다는 말을 했다.

아니, 납득한 게 아니라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이리라. 그 증거로, 아직도 퇴비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필요하다고 하니까 한다"는 느낌이었다.


(뭐 그래도 되겠지)


마지막 을반과 정반은 설명이 편했다.

일단 목재를 모아와 달라고 하면 끝인 것이다.

물론, 그냥 모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다 모은 다음이 중요했다.


(삽이랑 농업용 쇠스랑, 그게 없으면 퇴비를 만드는 데 엄청 고생하겠지. 남은 건 멧돼지 대책으로 경사진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고)


멧돼지는 입체감이 있는 것을 어려워해서, 비스듬하게 세워진 울타리는 넘지 못한다.

위에 철책이 있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만으로 멧돼지로부터 농지를 지킬 수 있다.

금속은 없으니까 목재로 만들 필요는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


(1개월 정도는 매일 중노동이겠네……으으……목욕하고 싶어-)


전국시대에 서민이 입욕 같은 사치를 부릴 수 있을 리도 없고, 결국은 물로 몸을 씻을 수밖에 없다.


(입지를 볼 때 온천이라도 나올 것 같은데…… 나중에 산책해 볼까)


매일 장작을 태워서 뜨거운 물을 준비하는 노력은 할 수 없지만, 온천이라면 뜨거운 물을 끌어오기만 하면 된다.

운좋게 발견하면 좋은 거고, 없더라도 주변의 환경을 알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억지로 납득한 후, 시즈코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작업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마을에 온 지 4일 정도 지났지만, 하고 있는 일은 퇴비 만들기, 부엽토 만들기, 토양 정비 뿐이었다.

처음에는 부엽토 따위 필요없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낙엽이 꽤 모이기에 급거 만들기로 했다.

부엽토 만들기는 간단해서, 통 속에 낙엽을 넣고 적당한 크기의 돌을 위에 덮는다.

그 후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휘저어주면 되는 것이다.


삽이나 농업용 쇠스랑도 현대의 것처럼 깨끗한 형태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대용품으로서의 기능은 하고 있었다.

퇴비 만들기나 토양 정비의 효율이 올라가, 당초의 예정보다 조금 빨리 끝났다.


(모종도 꽤나 자랐네. 슬슬 밭의 구석에 심을까)


작았던 모종도 지금은 통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슬슬 양산을 위해 모종을 준비해야 할 시기였다.


(현대라면 아직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있지만…… 아쉽게도 전국시대. 해 두면 좋다는 수준의 공정은 생략할 수밖에 없네)


"그럼, 슬슬 나무통의 모종을 농장으로 옮깁니다"


"예에에에? 아직 흙을 파서 일구기만 한 상태인데요-!"


"문제없어요. 요놈은 갈라진 땅에서도 성장하는 생명력이 강한 작물이거든요"


고구마나 호박, 토마토 등은 메마른 대지에서도 자란다.

섬세함이 요구되지 않기에, 과거의 기근 당시 활약했던 것이다.

특히 고구마는 영양이 풍부하기에, 식량 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다.


"뭐 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럼 나무통을 가져와 주세요-. 그리고 작은 통에 물도 부탁해요"


토양정비반에게 나무통과 물을 부탁한 후, 시즈코는 목제 삽을 한 손에 들고 밭으로 이동했다.

역시 4일 정도로는 정비 상황은 썩 좋지는 않아, 절반 가까이 손대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종을 늘려서 심어 가는 것이 주목적이니 문제는 없다.


"여기면 되려나……"


구석 쪽에 목표를 정한 후, 시즈코는 밭의 흙을 일구었다.

보기에는 메말라 있다고는 해도 비로 겉흙이 쓸려간 정도고, 쓸려가지 않은 곳까지 일구어서 섞으면 충분히 작물은 자란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지. 다음은……"


흙을 일군 시즈코는 밭두렁 만들기에 착수했다.

원래는 정식하기 약 1주일 정도 전에 만드는 거지만, 그런 시간적 여유 따위 없다.


"촌장님-, 가져왔습니다…… 뭐 하시는 건가요?"


"이거? 밭두렁을 만드는 거에요"


시즈코는 높이 30cm에서 40cm 정도의 밭두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은, 흙을 쌓아놓은 시즈코를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4일이나 침식을 함께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금방 답이 나온다.

즉, "잘 모르겠지만 생각하는 건 관두자"이다.


"헤-, 오늘은 그걸 만들면 되는 건가요?"


"두 줄만 있으면 돼요. 아무튼 잘 부탁해요-. 아, 통은 거기에 놔두면 돼요"


"알겠심다"


토양정비반은 통을 땅바닥에 놓고, 농기구를 한 손에 들고 밭을 갈았다.

보고 흉내내서 밭두렁을 만들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건지 모양이 엉망이었다.


"자, 그럼, 모종은…… 좋은 느낌으로 자랐네-. 4……아니 5모는 되겠다"


날씨가 좋았던 덕분인지, 고구마의 모는 엄청난 기세로 증식하고 있엇다.

애초에 그늘에서도 1주일 지나면 증식할 정도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은 통에서 꺼내서…… 미리 파둔 구멍에 묻고……"


흙이 들어 있는 나무통에서 모종을 꺼내서, 주위의 흙까지 함께 구멍에 넣었다.

남아 있던 흙을 주위에 덮은 후, 다음에는 물이 든 나무통으로 물을 뿌린다.

너무 많이 줘도 문제이므로, 약간 적은 느낌으로 주었다.


"다음은 모종 심기-"


처음의 모종을 심은 후, 다음에는 자라 있는 모종을 잘라내어 새로운 모종으로 만들었다.

잘린 부분을 물에 담근 후, 마찬가지로 구멍을 파고 모종을 심어갔다.

모종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기에 비스듬하게 심고, 물을 저장하기 위해 작은 구덩이를 팠다.


"이걸로 완료. 나머지는 1주일 후에 대비해서 밭두렁을 만드는 건데…… 대충 끝났으려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밭두렁을 만들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보면서, 시즈코는 나무통에 들어있는 물로 손을 씻었다.




주된 농작물은 고구마라고 정했기에, 시즈코로서는 고구마의 모종을 거의 한계까지 양산할 예정이었다.

대신 토마토나 호박, 스위트 콘이나 사탕수수는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4월 하순에 밭두렁을 만들고, 5월 초에 씨를 뿌리면 충분히 수확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이 시대에 설탕은 분명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니…… 국내에서 양산할 수 있으면 상당한 강점이 되겠지)


하지만 사탕수수의 모종은 별로 많지 않다. 금년에 심는다고 해도 수확한 것은 전부 모종으로 써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확할 수 있는 것은 2년 후이다.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이상, 여기서 살아갈 것도 생각해야……)


길을 걷고 있더니 전국시대로 왔으니까, 어쩌면 길을 걷다 보면 현대로 돌아갈 수 있으맂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산책을 했지만, 돌아갈 수 있을 듯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어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다. 태도를 바꿨다고도 할 수 있지만.


(고구마, 토마토, 호박, 스위트 콘, 사탕수수, 하나같이 현대의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것들 뿐. 그러니까 환경에 강하고, 그리고 전래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이걸로 노부나가의 호감을 살 수 밖에 없지만…… 성과가 나오는 게 10월쯤이니까-)


시험삼아 조금 캐내서 가지고 갈까, 라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그 정도로 만나줄 리가 없었다.

그것보다 임팩트가 있는 고구마를 산처럼 쌓아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어디 그럼, 대체 얼마만큼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으려나"


매주 모종을 늘려간다. 그걸 6월 말까지 반복한다.

말로 하긴 쉽지만, 기계도 뭣도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전부 수작업이다.


"(강이 있으니까 소형의 수차를 만들 필요도 있을지도. 뭐, 뭣보다) ……목욕이 그리워……"


욕조를 떠올리면서 시즈코는 나무 통을 짊어지고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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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3월 하순



그 광경을 눈 앞에 두고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오다 노부나가는 생각한 것보다 엄청나게 행동적이었다.

그런 감상을 느낄 정도로 갑작스런, 그 탁류 같은 행동력에 압도되었다.


옆에 있는 남성을 슬쩍 보았다.

말에 탄 50대 초반의 남성이었지만, 그 얼굴은 나이에 의한 쇠퇴함을 보이지 않았다.

이름은 모리 산자에몬 요시나리(森三左衛門可成), 노부나가가 가장 신뢰했던 무장 중 한 명이었다.

어떤 역경에서도 노부나가의 곁에 있으며 그를 안심시켰다고 전해진다.

노부나가가 처음으로 가신에게 성을 하사한 것도 모리 산자에몬 요시나리라고 한다.


(하지만 보기에는 굉장히 겸손한 아저씨네……말하면 죽을 것 같지만)


시선을 앞으로 되돌리니 엎드려 있는 남녀 합쳐 30명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이 시대에는 어디에나 있는 농촌 중 하나. 하지만, 이곳에 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금년에도 너희들의 공물은 지정된 양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냐"


병사 중 한 명이 촌장으로 보이는 노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마을에서 바치는 공물의 양은 적었다.

지정된 공물의 반도 바치지 못했고, 게다가 해가 갈수록 양이 줄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봐줄 수 없는 수준에 달했기에, 노부나가는 마을을 없애버릴 셈이었다.

그런데 그 때 시즈코와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마을에게 지정된 연간 공물을 바치게 한다. 또는 농작물을 대량으로 출하하게 한다……가 명령인가)


성으로 초대되어 시즈코를 휘하에 두겠다고 노부나가가 말했을 때, 당연하지만 휘하 무장들은 반대했다.

당연히 노부나가도 그럴 것을 알고 있었던 듯, 그는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래된 관습에 흥미는 없다. 쓸 수 있는 것은 쓴다…… 하지만 쓸모없는 것은 용서없이 버린다. 시즈코는 농업에 대한 남만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용하여 내게 네 재주를 보여라]


그것만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노부나가가 시험한다, 고 하는데 휘하 무장들이 불평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무장으로서 휘하에 두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에 안도한 무장들도 있었지만.


(애초에 여자가 무장 흉내 따위 낼 수 없는데다……아니 그보다 나, 칼 따위 잡아본 적도 없어!)


자신의 언니라면 기쁘게 칼을 손에 들고 전장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자신은 전쟁광이 아니다.

극히 보통의, 소위 말하는 일반인이며, 농업의 지식과 실천 경험이 그럭저럭 있는 정도의 여자애였다.


"본래는 목이 잘려야 하지만, 영주님께서는 매우 자비깊으시다"


거기서 병사가 시즈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앞으로 나와라, 라는 뜻이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머뭇거리며 병사 옆에 섰다.


"여기, 아야노코우지 시즈코의 지시에 따라 농작물을 재배해라"


"에엑!"


농민들로부터 경악에 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야 그렇겠지. 소개된 것이 나이어린 소녀였으니까.

놀라지 말라는 쪽이 무리한 얘기다.


(뭐, 나도 같은 말을 했겠지-)


"불복이냐? 그렇다면 너희들의 목을 대신 받아야 한다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병사들이 허리의 칼을 뽑았다.


삶이냐 죽음이냐, 그 양자선택밖에 없는 것에 시즈코는 내심 겁먹었지만, 여기서 이상한 표정을 지으면 수상하게 생각될 것이므로 온 힘을 다해 태연함을 가장했다.


"아, 아뇨아뇨아뇨! 천만의 말씀입니다!"


"좋아. 그럼 당장 시작하도록"


(에엑-! 갑자기 말인가요-!?)


이래저래 지적하고 싶은 곳이 잔뜩 있었지만, 애초에 선택지가 없는 시즈코는 병사의 말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 어흠. 그럼 일단 밭을 보여주세요. 다음으로 생활 환경을. 마지막으로 마을 주위를 한바퀴 안내해 주세요"


할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방법이고 뭐고 모른다면, 노부나가의 비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이해력과 환경 적응력에 눈물지으며 시즈코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밭, 집 따위의 생활 환경, 마을 주위를 시즈코는 시찰했다.

그에 따라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밭의 흙은 나쁘지 않은데…… 땅이 개울 쪽으로 경사져 있어서, 비가 내리면 흙의 영양분이 쓸려내려가는 모양이네)


일단 마을 중앙에는 그런대로 큰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 개울을 경계로 서쪽이 집 등의 촌락, 동쪽이 밭 따위의 농작물을 키우는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촌락 쪽은 평탄했지만, 농지는 약간 경사가 져 있었다.

실제로 물이 흐른 듯한 자국이 몇 개나 있었으며, 그것이 강을 향해 도랑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아무리 토지를 경작해도, 제일 중요한 토양이 메마를 뿐이다.


(다행히 경사는 대단하지 않으니까 밭두렁을 만들면 해결할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토양이 쓸모없으니, 일단 퇴비를 만들 필요가 있겠네-)


만드는 데는 정식(定植, ※역주: 묘판에서 재배한 모종을 정식으로 심는 것) 약 1주일 정도 전 예정.

그 때까지는 퇴비를 만들 필요가 있었지만, 그러기 위한 재료가 문제였다.


(소는 마을에 두 마리밖에 없어. 아마도 마을 사람들의 공동재산적인 위치겠지. 하지만, 두 마리 만으로는 좀 부족해)


소나 돼지, 닭 등의 가축 배설물과 함께 볏짚이나 쌀겨 등의 부재료를 혼합해서 쌓아놓는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같이 섞을 수 있으니까, 가축 배설물의 퇴비는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큼직한 통을 준비해서 거기다 만드는 게 좋으려나. 장소는 소가 있는 곳에서 하면 되고……)


"어떻겠소, 시즈코 님"


"으햐악!"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말을 걸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 버렸다.

약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돌아보니, 거기에는 말에 타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가 있었다.


"예, 옙! 일단 토양 정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흙을 다지지 않으면 지금까지와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서둘러서 엎드려 조아리며 시즈코는 빠른 말로 그렇게 지껄였다.

온화한 미소를 띄우고는 있지만, 역시 전국시대의 무장.

현대인인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영주님께서는 시즈코 님께 기대를 걸고 계시오.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노력하시기 바라오"


"예, 예엡!"


시즈코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리 요시나리는 주위의 병사들에게 외쳤다.


"성으로 돌아간다!"


"옙!"


그 구령과 함께 모리 요시나리를 포함한 병사들은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전원은 아니었다. 소수이긴 하지만 병사들이 남아 있었다.


(아-, 아마도 감시겠지. 아무래도 갑자기 신용할 리는……없겠지-)


다른 사람 일처럼 생각하면서도 시즈코는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 전원이 모여 있었기에, 일단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알게 된 것은, 남성의 인원수가 20명이고 여성이 10명이라는 것.

그리고 남성 중에서 대장간 기술자가 1명, 건축 등의 목재 가공이 가능한 기술자가 3명.

촌장만이 나이가 많아 40대 초반이었기에, 순수한 노동력은 15명 정도라는 것.


(5명을 한 조로, 토양 정비, 목재 모으기, 퇴비 만들기. 기술자들은 대용 공구 만들기일까. 이 시대에 농기구는 갖춰도 이 마을로는 숫자가 너무 부족해)


마을사람들 쪽을 보니, 다들 영양부족으로 깡말라 있었다.

촌장도 40대라고는 했지만, 겉보기에는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듯 보였다.


(금년은 고구마를 메인으로 해야겠다. 그건 기근일 때 쓰일 정도로 영양가가 높고…… 그렇게 되면……)


"저, 저어, 촌장님? 저희들 뭘 하면……"


"아아, 미안해요. 그럼 죄송하지만, 일단 목재 가공하고 대장간 기술자를 제외하고 다섯 명이 한 조를 짜 주세요-"


"알겠습니다-"


한 배에 탄 입장이라는 것을 뼈저릴 정도로 이해한건지, 여자인 시즈코가 명령해도 싫은 얼굴은 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죽음, 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궁극의 협박이겠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지금부터의 계획을 정리했다.


5분 정도 지나서 세 개의 조가 만들어진 것을 보고 시즈코는 다음 명령을 했다.


"반을 알기쉽게 이름을 붙이겠어요. 왼쪽부터 갑, 을, 병으로 합니다. 기술자 분들은 정반이라고 합니다. 자기 반 이름을 확실히 기억해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맨 앞에 있던 소년으로도 청년으로도 보이는 남성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일단 갑반은 토양정비를 합니다. 뭐, 농지의 땅을 파뒤집기만 하는거에요. 다만 평소보다 조금 깊게 파주세요. 다음으로 을반은 목재를 모읍니다. 이건 정반이 도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니까 정반도 같이 작업하세요. 병반은 퇴비를 만듭니다. 큰 통을 준비해 주세요. 가능하면 세 개 정도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한 개라도 상관없습니다"


"아, 예에……"


"자, 준비 개시- 후딱 움직이세요-!"


"네, 네-!"


독려받은 갑을병정 반은 도망치는 토끼처럼 각각 지시받은 것을 가지러 갔다.


"저어? 저희들은 뭘 해야……"


남성들이 떠난 후, 이번에는 여성들이 머뭇거리는 느낌으로 물어왔다.


"나무 통을 하나 준비해 주세요. 거기에 흙을 넣어주세요. 흙은 어디서 가져와도 상관없어요. 그 후에는 물도 준비해 주세요"


"네, 네-"


여성들도 지시받은 물건을 가지러 갔다.

아마도 지시의 태반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그걸로 됐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지금은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그런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해야지…… 그럼, 나도 고구마의 모종을 가지러 갔다 와야지)




그로부터 30분 후, 각각 필요한 것이 준비된 마을사람들은 아까와 같은 장소에 모였다.

모종을 심을 나무통, 물이 담긴 병, 퇴비를 만들 때 쓸 나무 통 세 개, 농기구 한 벌, 벌채도구.

조금 낡았지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디냐고 시즈코는 생각하기로 했다.


"자. 먼저 여성들부터 작업 시작합니다. 하지만 할 일을 간단해요. 먼저 흙에 구멍을 파고 이걸 심어서……"


말하면서 시즈코는 싹이 나온 고구마의 일부를 흙 속에 묻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광경을 신기한 듯 보면서 시즈코의 말을 듣고 있었다.


"다음엔 물을 뿌립니다. 모종을 위해 쓰는 것이니 하루에 한 번 정도면 돼요. 그리고 이걸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설치하고 와 주세요. 그걸로 여성들의 작업은 끝입니다. 나머지는 평소 하던 대로 해 주세요"


"이것뿐…… 인가요?"


"네. 그럼 잘 부탁해요. 다음은 토양 정비의 갑반-. 농장으로 가요-. 다른 반은 그 자리에서 대기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농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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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3월 중순



역사상의 인물을 만날 수 있다면 대체 얼마나 기쁠까.

하지만 그런 꿈은 실현 불가능한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린애는 아니었다.

단지 '만약'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럴 때는 노트에 이것저것 글로 적어보며 만족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망상 노트라는 부류에 들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오늘부터 그 노트는 필요없었다.

하지만-.


"네놈, 대체 누구냐"


타임 슬립해버렸으니까.



(어,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떻게 된거야-------------!)


패닉중의 소녀는 눈 앞의 인물과 지금의 자신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어, 그러니까, 분명히 할아버지 집에서 농사일을 도운 후에, 몇 가지 수확물하고 씨앗을 받아서…… 그리고 할머니의 조림 요리를 가지고 돌아가려고 할 때 언니한테서 전화가 와서……)


지금까지의 행동을 떠올려봤지만, 타임 슬립한 이유 따위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타임 슬립 자체가 어째서 일어나는 것인지조차 몰랐다.


(밀리터리 물을 사오라고 해서, 무겁길래 지름길인 짐승들이 다니는 샛길을 통해서 집 뒤쪽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소녀는 왼쪽을 보았다. 이어서 오른쪽을 보았다. 어느 쪽을 봐도 울창한 삼림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에 나 있는 나무들은, 집 근처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종류의 것들 뿐이었다.


"계집. 나는 성질이 급한 편이다"


다시 패닉에 빠질 뻔 했지만, 머리 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쭈뼛거리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하자, 거기에는 푸른 핏대를 세운 30세 정도의 남성이 말 위에서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네놈, 이름은 뭐라고 하느냐?"


칼자루에 손을 댄 상태로 말을 걸어오는 인물을 소녀는 알고 있었다.

결코 만날 수 있을 리 없을, 그 인물의 이름은.


"오다 카즈사노스케 사부로 타이라노아손 노부나가……?"


그 때, 뚝 하고 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소녀는, 전 신경을 집중시켜 바로 옆으로 뛰었다.


"네놈…… 그 목숨이 필요없는 것 같구나!"


참격을 날린 남성은 이마에 푸른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죽일 생각에 가득찬, 다음에는 확실히 죽인다는 걸 뚜렷하게 보여주는 살기를 띠고 있었다.


(히에에에에엑----!! 그러고보니 전국 시대에는 실명을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


전국시대, 다이묘 클래스의 사람의 이름은 현대 일본인이 본다면 복잡기괴하다.

예를 들면,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의 정식 명칭은 오다 카즈사노스케 사부로 타이라노아손 노부나가(織田上総介三郎平朝臣信長)다.

오다(織田)가  성씨라고도 가명(家名)이라고도 하여, 그 사람이 소속된 가족의 이름이다.

카즈사노스케(上総介)가 가명(仮名: 통칭)이라고 하여, 직업 같은 것이지만 자칭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사부로(三郎)는 배행명(輩行名)이라고 하여, 부모가 자식을 부를 때 등에 쓰는, 현대의 '이름'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타이라(平)가 씨(氏)라고 하여, 자신의 일족의 뿌리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관록을 더하기 위해 멋대로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손(朝臣)이 성(姓)이라고 하여, 조정과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노부나가가 실명이다.

그리고 실명은 달리 휘(諱)라고 부른다. 이것은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이름'이라는 의미다.

어째서 그렇게 불리느냐 하면, 전국시대에는 실명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이름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따라서 그것을 존중하는 뜻에서 실명을 부르지 않는 것을 예의로 쳤다.

바꿔 말한다면 소녀처럼 아무리 봐도 아랫것이 실명을 부르는 것은 대단히 용서하기 어려운 행위이다.

즉, 무례하다는 이유로 목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죄, 죄죄죄죄죄죄죄송합니다-------! 카즈사노스케 님! 부디!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그럼 어떻게 타인을 불러야 하냐면, 남자의 경우에는 "관직명" 등의 통칭에 경칭을 붙여 부르는 것이 올바른 호칭법이다.

흔히 드라마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히데요시(※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노부나가 님!"이라고 부르는 묘사가 있지만, 실제로 그랬다간 농담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례하다는 이유로 목이 날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실명이 사용되는 경우는, 노부나가보다 상당히 높은 사람이 노부나가를 부를 때 정도밖에 없으니까.

또는 조정의 공문서 등에 쓰이는 경우이다. 애초에 그런 경우에는 조정과의 관계를 뜻하는 '타이라노아손노부나가'라는 이름으로 기재된다.


"……본래는 베어버려야 하지만, 네놈의 그 이상야릇한 옷차림에 흥미가 있다. 세 번째는 없다. 네놈의 이름은 뭐라고 하느냐"


이마에 핏대를 세운 노부나가는 손을 움찔거리면서도 칼을 칼집에 넣었다.

다음에야말로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배드 엔딩 코스, 즉 그 자리에서 베일 것을 이해한 소녀는 입술을 떨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시즈코(静子)……아야노코우지(綾小路) 시즈코라고 하옵니다"




엎드렸다기보다 엎어져 조아린 상태에서 시즈코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노부나가는 그런 시즈코를 유심히 보면서 생각했다.



(이상야릇한 차림새로다. 이런 차림새는 본 적이 없군…… 그러면 남만(※역주: 유럽)인가)


적인지 아군인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첩자라기에는 꽤나 멍청하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아까부터 떨고 있는데다가 움직임도 느려 간단히 처치할 수 있을 듯 했다.


(……남만 사람은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걸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시즈코라고 했느냐……네놈, 태어난 나라는 어디냐?"


"네? 태어난 나라? 아, 태어난 장소 말입니까. 어, 그게…… 도쿄입니다만"


"도쿄?"(※역주: 이 시대에는 '도쿄'가 아니라 '에도'라는 이름이었다)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과 차림새, 그리고 소지하고 있는 물건으로부터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남만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죽이기보다 시즈코가 가진 기술을 써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을 노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상야릇한 이름이로다. 뭐 좋다, 용무는 끝났으니 가도 좋다"


"……네?"



하지만 시즈코가 자신에게 얌전히 복종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노부나가는 꾀를 하나 냈다.


혼자라는 점에서, 시즈코는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은 아니다.


멍청한 꼴을 보니 첩자질은 무리일 것이다.


"못 들었느냐. 당장 꺼지라고 했다. 나도 슬슬 성으로 돌아가야 하니 말이다"


"어, 그게……아, 저기!"


혼자라면 누군가의 비호가 없이는 전란의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다행히 자신을 알고 있는 듯한 모습과 불안한 상태를 보아 비호를 청해올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가,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저도 데려가 주실 수 없으신가요!?"


"거절한다"


"커헉!"


"내가 네놈 같은 정체를 모르는 것을 데려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거냐"


"어! 그게, 어……"


시즈코는 안절부절 못하며 메리트를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그런 시즈코를 보며 입술을 치켜올려 웃음을 띄웠다.


(이 계집으로부터 남만의 기술을 손에 넣는다. 그것으로 세계에 맞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


"아! 그, 그그그그렇습니다. 저, 농업을 배웠기에…… 그것으로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호오, 농작물인가"


(나쁘지 않군. 나는 먹는 것에는 흥미는 없지만, 식량 자급률을 올리는 것은 부국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백성들의 봉기 같은 것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전국시대, 봉기의 문제는 끊이지 않는 두통거리라고 할 수 있었다.

백성들이 봉기라도 일으키면, 생산성이 확 떨어져 버린다.

그건 공물로 걷어들일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좋아. 네놈의 능력 나를 위해 쓰거라. 네놈이 나에게서 떨어질 때는 죽을 때, 그것을 잊지 말아라"


"네, 네!"


그건 "배신하면 죽인다. 뭔가 실수해도 죽인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지만, 시즈코는 당장 눈앞의 일만으로도 머리가 꽉 찼는지 그걸 깨닫지 못했다.


(오늘은 좋은 날이군. 남만의 기술이 손에 들어오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원숭이(※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별명, 노부나가는 생전에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항상 '원숭이'라고 불렀다)나 요시나리(※역주: 모리 요시나리)를 설득할까)


들고 있던 가방을 등에 메고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따라갔다. 당연하지만 도보로.

말에 태워줄 리도 없으니,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걷게 되었다


(언니의 책…… 버리고 싶지만, 만약 돌아갔을 때 없으면 언니한테 죽을거야……)


폭군인 언니가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부탁(명령)한 물건, 이름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병기 일람'이라는 책이다.

밀리터리 매니아인 언니다운 물건으로, 그 외에 두 개 정도 사게 되었지만, 그쪽도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한테 받은 몇 종류의 씨앗. 그걸 이용해서 노부나가를 놀라게 해야겠어……)


역사대로라면 노부나가는 성질이 급하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그 자리에서 두 토막이 난다.

하지만 그 반면, 전국시대의 무장 중에서는 이단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혁신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주였다.

신기한 것이나 미지의 것 등을 꺼리기는 커녕 흥미를 가지고 관찰할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했다.



(분명히 고구마는 에도 시대에 카고시마를 경유해서 퍼진 것…… 그러면 고구마는 '미지의 맛'일 거야)


가방을 고쳐 메면서 시즈코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정리했다.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호박 씨앗, 스위트 콘(옥수수) 씨앗, 토마토 씨앗, 소송채 씨앗, 매운 양파 씨앗, 사탕수수의 정식모. 그리고 수확해서 받은 고구마가 세 개, 편의점에서 산 티롤 초콜렛 몇 개랑 과일맛 사탕……좋아!)


이거면 되겠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고구마는 물에 담궈서 싹이 나오면 심으면 되고, 화산재 토양에서도 자랄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추위에는 약하지만, 노부나가가 있다고 하면 미노노쿠니(美濃国, ※역주: 현재 일본의 기후 현 남부) 또는 오와리노쿠니(尾張国, ※역주: 현재 일본의 아이치 현 서부) 중 하나이다.


(오와리노쿠니는 토카이도에 있는 아이치 현 서부. 기후는 충분하고 호박이나 토마토, 소송채는 손이 별로 안 가고 영양가가 높고 수확량도 많아. 유일하게 스위트 콘만 물이 필요하지만 그건 어떻게 되겠지. 게다가 뭐라 해도 사탕수수. 이 시대에 일본은 설탕을 엄청나게 수입했으니, 설탕이 손에 들어온다는 건 큰 강점이겠지)


토마토나 스위트 콘의 선명한 색깔, 고구마나 호박의 수확량, 그리고 사탕수수.

어느 것도 노부나가에게는 '미지의 것'에 해당한다. 애초에 서양(남만)에서도 미지의 것이다.


(전래된 것과 다르게, 이쪽은 21세기의 과학기술 등으로 품종개량된 야채. 또, 농업기술도 이 시대에서는 오버스펙적인 지식이 된다)


시즈코가 가진 지식은, 노부나가가 있는 시대에는 미지의 과학기술에 해당한다.

당연히, 노부나가는 그것을 목적으로 자신을 마구 부려먹을 것이다, 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문제가 있었다.


(이 시대는 여자가 나서는 것 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 시대……지)


전국시대는 여자가 말에 끼어드는 것조차 기피되던 시대이다.

쉽게 말하면 여자에게 인권 따윈 없었다.

정략결혼이 당연하고, 자유연애 끝에 결혼한다는 것 따위는 덧없는 꿈이라는 세계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부나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너무 실적을 올려버려서 다른 부하들에게 반감을 사도 안 돼. 어, 어려워~~~~~~~~~~~~~~!!)


노부나가가 "놓치기엔 아깝다"라고 생각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너무 마음에 들어버리면 이번에는 부하들의 반감을 산다.

절묘한 밸런스가 요구된다.


(언니 왈, '병사들을 위협하는 무서운 적은 둘. 하나는 병, 다른 하나는 굶주림이다'라고 했으니까, 식량 사정을 개선할 수 있다면……)


병사들을 써서 직접 공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병사들의 강함을 뒷받침한다면 반감은 사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적으로 말하면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병사들이 강해진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돌아가는 방법 따윈 모르고, 어쨌든 살아남을 수밖에 없어!)


불안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이 전국의 세상에서 살아남아 반드시 현대로 돌아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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