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9 1566년 10월 상순



시즈코가 쓰고 있는 우물 굴착기는, 핸드 오우거라고 불리는 간이 지질조사 도구이다.

본래는 땅 속에 오우거라고 불리는 드릴 형태의 천공기계를 설치하고, 인력으로 회전압입시켜 땅을 절삭하여, 땅 속에 구멍을 뚫어서 시료의 채취나 관찰을 하기 위해 쓰인다.

지표면 아래 수 미터의 부드러운 토층에서 중간 정도의 단단함을 갖는 점성토나 사질토의 채취나 관찰에 적합하다.

인력이기 때문에 채굴 심도가 3미터를 넘으면 작업 효율이 현저하게 저하되지만, 현대에서도 개인이 하는 우물 조사에는 자주 쓰이는 도구이다.


"분명히 여기에 지하 수맥이 있는 거야"


늑대는 귀와 코가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

어떤 연구에서는, 늑대는 숲 속에서는 반경 6마일(약 9.5km), 탁 트인 장소라면 반경 10마일(약 16km)나 되는 범위의 소리를 지각할 수 있다고 한다.

주파수로 말하면 25KHz 이상도 들린다고 하며, 연구자에 따라서는 80KHz까지 들린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뭐라 해도 늑대라고 하면 우수한 후각이리라.

다양한 냄새를 구별할 수 있어, 동료의 몸에 밴 냄새로 행동의 정보를 파악하거나, 멀리 떨어진 사냥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쩌면 물 냄새를 알아채고 여길 파라고 하는 걸지도 몰라)


카이저가 물 냄새를 알아챘을 가능성이 있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추측이며 사실인지 어떤지는 실제로 파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고, 단순히 엉뚱한 짓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 장소를 찾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에, 카이저가 가리키는 장소를 파는 것은 일종의 도박이기도 했다.


"영차…… 어?"


3미터 정도 팠을 때, 갑자기 핸드 오우거의 감촉이 달라졌다.


단단한 흙을 파고 있다기보다 개울의 모래바닥 아래를 파고 있는 느낌이었다.

조급해지는 기분을 억누르며 오우거의 내용물을 꺼내보자, 시즈코의 예상대로 물이 스며든 모래 덩어리가 나왔다.


"이건 성공일지도……?"


구멍의 위치부터 마을까지의 거리를 눈으로 재 보았다.

다소 거리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트여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위에 절벽 같은 위험한 장소도 없다.

우물막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넓이는 있었기에, 빗물을 막을 수도 있었다.


(빗물이 여과되어 지하에 스며들어서 그게 아래로 흐르고 있는 장소를 판 걸까……?)


4~5m 정도를 각오하고 있었지만, 3m 정도로 갑자기 물이 스며든 흙으로 바뀐 것을 보니, 지하 수맥은 산의 사면을 따라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개울물이 지하에 스며든 것인지, 빗물이 여과되어 지하를 흐르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이걸로 제 1단계는 클리어되었다.


"영차…… 물이 슬슬 나올 것 같은데……"


"곧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 나왔습니다 촌장님!"


다시 1m 좀 넘게 파들어가자, 드디어 목적의 지하수가 오우거 속으로 들어왔다.


다음으로 클리어해야 할 것은, 그 지하 수맥이 '음용에 적합한지'였다.

기껏 지하 수맥을 파내도, 뭔가에 오염되어 있어서는 마실 물로서 이용할 수 없다.


킨조가 오우거에 들어온 물을 작은 나무통에 흘려넣었다.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냄새도 오염물도 없는 담수였다.

하지만 광물에 오염되어 있을 경우, 눈으로 봐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카이저, 이 물 마실 수 있니?"


기계나 약품으로 체크할 수 없기에, 시즈코는 늑대인 카이저의 후각에 걸었다.

만약 카이저가 거부한다면, 그 물은 뭔가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카이저가 나무통에 얼굴을 들이밀고 냄새를 맡았다. 그 모습을 시즈코는 두근두근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냄새맡는 것을 마친 카이저는, 평소대로의 표정으로 나무통에 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카이저가 물을 마신 것으로, 그 장소에 있는 지하 수맥은 음용에 적합하다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드디어 본격적인 우물파기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그럼, 여기를 파죠. 라고는 해도, 몇 명이면 충분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도구를 옮겨와 주세요―"


시즈코가 지금부터 만드는 우물은 원우물이라고 하는 땅을 파서 만드는 우물이 아니라, 보링(boring) 공법으로 만드는 분수식 우물이다.

원우물은 사람이 아래쪽까지 파들어갈 필요가 있어, 생매장이나 가스 등의 위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배출 토사도 많이 나오기 댸문에, 우물을 파는 작업자와 토사를 처분하는 작업자가 필요해진다.

작업 인원수가 많아질 필요가 있으므로, 발 디딜 곳을 확보하기 어려운 산 속에서는 너무 위험하다.


그에 대해 분수식 우물은 불투수층(물을 통과시키지 않는 지층)을 전용의 도구로 뚫고, 그 아래에 있는 대수층(지하수층)에 대나무 관을 넣어 물을 퍼올리는 우물을 말한다.

장소를 차지하지 않고, 게다가 혼자서도 작업이 가능한데다 배출되는 토사도 소량으로 끝난다.

다만 장소에 따라서는 물의 양이 적은 경우도 있기에, 일장일단이 있어 어느 쪽이 무조건 우수한 공법이라는 건 아니다.


타고사쿠들은 20분 정도 지나자 도구를 메고 돌아왔다.

마을에서 적당히 가까워서, 우물까지 왕복하는 것도 그렇게까지 고생할 일은 없는 입지였다.

도구가 갖춰진 후에는 남자들은 킨조와 타고사쿠만을 남기고, 니사쿠와 다이이치는 먼저 니사쿠의 마을로 돌려보냈다.

니사쿠는 완전히 무리를 하고 있는 걸 흘긋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책임자로서의 긍지도 있어 직접 쉬라고 말해도 옹고집이 될 뿐이리라.

그래서 '다이이치와 함께 마을에 있는 여과중인 통을 확인해 달라'는 일을 부탁했다.

표면적으로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작게 한숨을 쉰 것을 킨조와 타고사쿠, 시즈코는 놓치지 않았다.


두 명이 돌아가는 것을 눈으로 전송한 후, 시즈코는 우물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우물을 파는 작업은 킨조 혼자서 했고, 타고사쿠는 시즈코가 말한 도구를 그에게 건네주는 역할, 그리고 시즈코는 킨조에게 우물을 설치하기 위한 지시를 할 뿐이었다.

좁은 장소에서 몇 명이나 작업하면 거꾸로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 또, 작업 방법을 시즈코 혼자만 알고 있기보다, 킨조나 타고사쿠 등 마을사람들도 아는 쪽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촌장님, 말씀하신 대로 설치가 끝났습니다"


킨조가 한동안 물을 퍼올리는 대나무 관의 조정을 하고 있었는데,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겨우 설치가 완료되었다.

이후에는 미리 준비한 부품을 조립할 뿐이었지만, 과거에 킨조는 몇 번인가 조립해 보았기에 시즈코의 지시가 없어도 능숙하게 작업을 완수했다.


그로부터 20분 후, 겨우 분수식 우물이 완성되었다.




시즈코는 핸드 펌프에 마중물을 넣고 핸들을 아래위로 왕복시켰다.

안전하게 물을 빨아들일 수 있을지 아닐지에 의해 이 우물의 가치가 결정된다.

만약 요령이 필요한 우물이라면, 사용하는 사람이 한정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오오!"


하지만 시즈코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고, 핸들을 아래위로 왕복시키는 것만으로도 물구멍에서 물이 기세좋게 뿜어졌다.

킨조가 환희의 함성을 지르면서도 나무통에 물을 받았다.

어느 정도 물을 받자, 시즈코는 핸들의 조작을 멈추고 킨조와 타고사쿠와 함께 나무통을 들여다보았다.


"깨끗하네요―"


"딱히 더러운 것도 안 보이네요"


"물이 나오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이만큼 깨끗하면 괜찮겠네요―"


탁한 곳 없이 깨끗한 물을 보며 세 명은 한가한 감상을 늘어놓았다.

남은 작업은 우물까지 길을 만드는 것이지만, 그건 시즈코들이 선두에 서서 작업할 필요는 없다.

니사쿠들의 마을의 취향에 맞춰 만들면 된다.

세세한 곳까지 지시할 필요도 없고, 너무 지나치면 생색내는 태도가 되어버리니까.


"그럼, 도구를 가지고 니사쿠 씨에게 돌아갈까요―"


"그러네요. 슬슬 해도 질 것 같으니, 얼른 돌아가죠"


"그렇죠―…… 그런데 카이저들은?"


시즈코는 주위를 둘러보고 카이저나 쾨니히, 비트만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로 간 걸까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조금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세 마리는 땅바닥에 늘어진 나뭇가지로 놀고 있었다.


"어―이, 돌아가자―"


시즈코가 그렇게 말을 걸자, 카이저들은 한 번 짖은 후,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그녀의 발 밑에 도착하자, 다들 어리광부리듯 몸을 시즈코의 다리에 비벼댔다.


"그래그래, 착하지―"


카이저들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후, 시즈코는 니사쿠의 마을로 향했다.

10분 후, 니사쿠의 마을에 도착한 시즈코는 도구는 타고사쿠에게 맡기고, 그에겐 먼저 마을로 돌아가도록 부탁했다.


"다른 사람들도 신경쓰고 있을테니, 일단 소식을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일단 괜찮다는 거면 되겠죠?"


"그렇네요―. 효과가 나오는 건 좀 더 나중이지만, 어쨌든 우물은 생겼으니 물 부족은 해소되려나?"


"그러네요. 그럼 촌장님, 나중에 뵙죠. 저는 다이이치 씨와 함께 돌아가겠습니다"


타고사쿠도 다이이치는 니사쿠와 마찬가지로 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대답하기 힘든 내용이기에, 시즈코는 쓴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여과장치의 효과를 확인하고, 그것들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 후, 시즈코는 킨조와 함께 산을 내려갔다.

돌아가기 전에도 마을 사람들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았지만, 왠지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은 어드바이스를 한 정도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사쿠의 마을의 문제가 해결된 지 며칠 후, 시즈코에게 모리 요시나리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혼자가 아니라, 어떤 인물을 데리고 방문했다.


"……몸종…… 인가요"


"그렇소. 그리고 나와의 연락담당이라고 생각해 주시오"


자세를 바로 하고 있는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의 뒤에 시립해 있는 인물에게 시선을 옮겼다.

9세 정도의 소녀였다. 시즈코는, 겉보기에는 차분한 소녀라는 인상을 받았다.


"아야라고 합니다. 필요하신 일은 뭐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시즈코의 시선을 느낀 소녀, 아야가 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절을 하면서 말했다.

왠지 자신이 높은 사람인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아야와 마찬가지로 자세를 바로하고 머리를 숙였다.


"이, 이쪽이야 말로 잘 부탁드려요"


제대로 인사를 했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모리 요시나리, 그리고 아야는 굉장히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뭘 잘못했나,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무슨 말로 수습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시즈코가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두 명의 표정이 점점 딱딱한 느낌으로 바뀌어갔다.


"……몸종에 대해 머리를 숙인 사람은 처음입니다"


"나도 처음이다"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몸종이 어떤 역할인지를 떠올렸다.

신분이 높은 사람의 곁에서 모시며 잡일을 하는 여성이 몸종이다.

기본적으로 여자만의 직업으로, 남자가 되는 경우는 일단 없다.


반대로 남자만이 되는 역할로서는 소성(小姓)을 들 수 있다.

소성이란 호종(扈従)이라는 말에서 유래하며, 원칙적으로 무가의 젊은이가 맡는다. 주된 역할로서는 주군의 곁에서 모시며 이런저런 잡일을 처리하는, 현대의 비서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역할의 성질상, 주군과 함께 다양한 회담을 수행할 필요가 있어, 광범위한 지식과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일류의 예법을 익히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한편, 전장에서는 주군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가 될 필요가 있기에 무예에도 뛰어나야 했으므로, 재능이 넘치는 젊은이가 맡는 각광받는 직업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주군에게 좋게 보일 경우 출세는 약속되어 있어, 후에 측근으로서 활약하는 자도 많았다.


"뭐 좋소. 그게 시즈코 님의 매력이니까"


"허으억! 다, 당치도 않습니다"


"그럼 이후, 뭔가 할 말이 있다면 아야를 통해 전달해 주시오. 영주님께서는 바쁘신 몸이니, 가능한 한 시간 낭비는 피하고 싶으니"


"예, 예엣, 알겠사옵니다"


시즈코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에는 아야 쪽을 향했다.


"지금부터 성심성의껏 시즈코 님을 섬겨라"


"옛! 이 목숨과 바꿔서라도, 시즈코 님의 몸종 일을 훌륭히 해내보이겠습니다"


(머, 멋있다아!)


주군을 지키는 무사 같은 분위기로 단언한 아야를, 시즈코는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음, 잘 부탁한다"


모리 요시나리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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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