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9년, 오와리(尾張) 국의 농업 개혁



017 1566년 10월 상순



창고에 넣을 쌀가마니의 숫자를 계산한 후로, 노부나가는 아까까지의 태도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

형식적인 보고를 마친 후에도, 어려운 주문을 하는 일 없이 시즈코를 풀어주었다.

갑작스런 변모에 고개를 갸웃거린 시즈코였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고 쓸데없는 말 없이 성을 뒤로 했다.

그리고 시즈코가 떠나고 잠시 지났을 때,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를 불렀다.


"시즈코에 대해선 어떻게 되었나"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사오나, 그녀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죄송한 듯한 얼굴로 머리를 숙인 타키카와를 흘긋 본 다음, 이번에는 모리 요시나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노부나가가 뭘 묻고 싶은 건지 이해한 모리 요시나리는, 머리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에게 그러한 재주가 있는 줄은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 앞에서, 한자와 히라가나와 카타카나를 쓰고, 게다가 계산식을 이용해서 사칙연산을 했다.

현대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수준의 얘기지만, 그게 전국시대라면 얘기가 다르다.

산술(算術)은 기본적으로 상인 가문의 사람이나, 오다 노부나가 같은 영주 클래스의 사람 이외에는 거의 모른다.

자기 진영의 병사가 몇만, 적 쪽이 몇만이라는 피아의 전력차를 분석하는 능력이라면 무장들도 가지고 있지만, 그건 대단히 조잡한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한자를 쓰고, 주판을 쓰지 않고 자세한 수치를 계산하는 것은 백성 출신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은 아닌 것이다.


"아야노코우지(綾小路) 가문 쪽은"


"시즈코 님과 같은 여아가 태어났었다는 보고는 없는 듯 합니다"


"……"


타키카와의 말을 들은 노부나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녀석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한 번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5분 정도 지났을 때, 노부나가는 그 상태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녀석은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건……"


"그 때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중에 신경쓰여서 시즈코에게 물었다. 녀석이 뭐라고 답했는지 아나?"


그 물음에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들은 노부나가를 잘 알고 있지만, 시즈코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단번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것 따위 가능할 리가 없다.

간자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시즈코에게서 악의나 적의 등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장과 요시모토사몬지(義元左文字, ※역주: 노부나가가 소유했던 전국시대의 명검 이름)다"


예상외의 대답에 두 명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분명히 '다섯 잎 모과 문장(五つ葉木瓜紋)'이 그려진 겉옷(肩衣)이었다. 그리고 요시모토사몬지를 허리에 차고 있었지. 하지만, 그것 뿐이다"


부채를 손 안에서 가지고 놀면서 노부나가는 다시 말을 이었다.


"녀석은 여러 나라가 원할 정도로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자랑하는 기색조차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공가(公家, ※역주: 문관 귀족이나 관리)의 가문명을 가지기 때문인지, 예의범절에도 밝지. 그리고 타케다나 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라고 입 속에서 중얼거린 후, 모리 요시나리와 타키카와를 보면서 말했다.


"녀석 자신이 깨닫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즈코는 남의 재능을 간파하고 가장 적합한 일을 맡길 정도로 사람을 다루는 게 능숙하다. 그거야말로 시즈코의 가장 무서운 재주겠지. 그걸 이해했을 때, 나는 녀석과 만나게 해준 신불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영주님. 자신의 출생에 대해 말하지 않는 자를 신용하는 것은, 약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흠…… 확실히 지나치게 신용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요. 하지만, 저 개인의 느낌으로는, 그녀는 지나치게 솔직해서 간자에는 맞지 않습니다"


타키카와의 쓴소리에 대해, 모리 요시나리는 동조하면서도 시즈코를 감쌌다.

이 중에서 가장 시즈코와 접점이 많은 그는, 시즈코가 간자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건 아까도 모리 요시나리가 말했던 것처럼, 전국의 세상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솔직한 성격 때문이었다.


"요시나리의 말 대로다. 하지만 카즈마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할 필요도 없지만, 보험은 들어 둘 필요가 있겠지"


팡 하고 노부나가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입구의 맹장지가 조용히 열렸다.

그곳에는-.




모리, 타키카와 등 심복과 노부나가가 시즈코의 처우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때.

그녀는 어떤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으―응…… 결단하라고 해도……"


"죄송합니다, 촌장님. 갑작스럽고 억지스러운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도저히 여유가 없어서"


왼쪽에 있던 전 촌장인 다이이치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머리를 숙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킨조나 타고사쿠, 그리고 사키에 소라 등, 원래 있던 마을 사람들의 태반이 모여 있었다.


시즈코를 필두로, 그들은 마을의 공공 시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큰 집(長屋)에 모여 있었다.

상석에 촌장인 시즈코가 앉고, 좌우에 초기의 마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차림새를 한, 마치 산 속에 사는 사냥꾼 같은 차림새의 남자들이 네 명 정도 있었다.

차림새는 각각 달랐지만 다들 하나같이 깡말라 있어, 극도의 영양실조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뻔뻔스러운 부탁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굶어죽어버립니다. 부디 자비를"


그렇게 말하며 네 명 중에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시즈코를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자신보다 한참 연하인, 그것도 여자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깊게 상처입히리라.

하지만 그런 겉치레를 신경쓸 여유조차 그들에게는 없었다.


"(설마 이 마을과 산 속에 있는 마을이 원래 하나의 마을이었다니……) 머리를 들어 주세요, 니사쿠 님. 저도 지원하는 데 이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라고 시즈코는 전제를 둔 후 조용히 말했다.


"이대로 지원을 해도 가까운 장래에 니사쿠 님 등은 마을을 버리게 될 거에요"


그것은 니사쿠도 이해하고 있었는지, 시즈코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작년부터 니사쿠의 마을에 대해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년이 되어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갈 뿐이었다.

그렇기에 시즈코에게 직접 지원을 부탁해 왔던 것이다.


"……그럼 어쩌라는 겁니까? 저희들도 할 만큼 해봤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이 이상 뭘 하면 되는 겁니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짜증이 났는지, 니사쿠는 강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금방 제정신을 차린 그는, 머리를 가볍게 흔든 후 시즈코에게 머리를 숙였다.


"저도 모르게 무례하게 굴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그보다, 그 쪽의 마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해 보죠. 하지만 그 전에……"


시즈코는 현관을 향해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러자, 현관 문이 열리고 이어서 몇 명의 여성이 손에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그것들을 니사쿠를 포함한 전원의 앞에 놓은 후, 그녀들은 인사하고 물러갔다.


"멀리 오시느라 피곤하시겠죠. 우선 배를 채우세요. 이야기는 그 후에 하도록 하죠"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요리였다.

그것은 매실장아찌가 들어간 흰 죽, 그리고 몇 장의 누카즈케였다.




처음에는 요리에 당황한 니사쿠 등이었지만, 시즈코의 "사양하지 말고 드세요"라는 말에 죽을 먹기로 했다.


죽을 처음 본 것인지 흠칫거리며 먹었지만, 이윽고 식욕이 앞섰는지 그들은 걸신들린 듯 먹어치웠다.


"이런 대접을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 아뇨, 네"


본인의 성격인지, 아니면 원래는 무가 사람이나 뭐 그런 거였는지, 니사쿠는 대단히 예의발랐다.

시즈코로서는 니사쿠 등이 극도의 영양실조에 의한 추위에 떨고 있었기에, 소화가 잘 되고 몸도 따뜻해지는 죽을 대접한 정도였지만.


"그래서 문제점입니다만, 그 전에 제 예상을 말해보겠습니다. 틀린 점이 있다면 그때그때 정정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예상, 이라고 시즈코는 말했지만 실은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거의 다 맞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금년 봄에는 그 문제점을 깨달았지만, 다른 마을의 문제이기 때문에 손대는 것을 자제했던 경위가 있다.


"니사쿠 님의 마을은, 강물에 진흙이 많이 섞여서 생활을 위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이죠?"


순간, 니사쿠들의 표정이 굳었다.

니사쿠들 뿐만이 아니다. 다이이치나 타고사쿠, 킨조 등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굳어 있었다.

그 표정에서, 시즈코는 자신의 지적이 그다지 틀리지 않은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산이 낮에도 어둡고 습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사냥터에 짐승이 다가오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고기나 털가죽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어 매일매일 먹을 것이 모자라죠. 이 두 가지가 문제점이 아닌가요?"


"……당신은 신통력이라도 쓸 수 있는 것입니까. 어째서, 우리들이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입니까"


"그렇게 어려운 얘기는 아니에요.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장작, 숯, 목재, 광물, 짐승 고기, 피혁을 생산하니까, 거기서 추측한 것 뿐이에요"


광물은 화폐, 날붙이, 농기구나 일상용품 등에 쓰이기 때문에, 산이 어두워도 영향은 적다.

그래서 산이 어두워서 짐승이 다가오지 않게 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냥꾼이나 숯 굽는 사람, 나무꾼 등의 사람들이다.


"나무들이 뒤섞여서 밀림이 되어 나무들의 성장이 나빠지고, 태양광이 거의 비추지 않는 상황이죠. 그래서 이산화탄소의 흡수력도 저하되어 있고, 나무 밑에 나는 잡초도 자라지 않아서, 나무가 뿌리를 확실히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땅이 쇠약해져 있는 거에요. 그 결과, 아래쪽 가지가 시들어서, 어느 나무던 깡마른 상태라 장작으로 팔 수가 없죠. 그런 상황이라고 봅니다"


"……하신 말씀의 태반은 의미를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 말씀에 틀림이 없습니다. 장작이 될 만한 나무가 자라지 않고, 게다가 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이 없기에 짐승들이 다가오지 않아 고기를 팔 수도 없습니다"


"역시 그런가요. 그렇게 되면 해결책으로는 '우물'과 '간벌', 그리고 강물을 여과하는 설비가 필요하군요"


몇 년, 어쩌면 십수년이나 되는 세월에 걸쳐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괴롭힌 문제에 대해, 시즈코는 시원스레 해결책을 제시했다. 너무 간단히 말했기에, 니사쿠는 처음에 그녀가 뭘 말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킨조 씨. 예전에 부탁했던 '우물'을 위한 도구류. 전부 갖춰졌나요?"


"네? 아, 네. 일단, 촌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의 물건은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좋아요. 타고사쿠 씨, 숯, 길쭉한 초목, 자갈류를 모아와 주세요. 다이이치 씨는, 큼직한 통하고 그걸 감쌀 수 있을 정도의 천 준비를 부탁드려요"


"옙, 알겠슴다!"


"알겠습니다"


그걸로 필요한 것은 갖춰질 거라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니사쿠들을 보고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사키 씨와 소라 씨, 마을에 가져갈 도시락 준비를 부탁드려요. 저쪽 분들도 일해주셔야 하는데, 배가 고프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시즈코의 말에 기운차게 대답한 소라는, 그대로 기세좋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도시락의 메뉴고 뭐고 말하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거기까지 세세한 지정은 불필요할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니, 저기…… 뭘 하시려고?"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니사쿠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시즈코에게 질문했다.


"지금부터 니사쿠 님의 마을로 가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해결하는 거에요"


니사쿠의 불안을 날려버리듯이 시즈코는 대단히 밝게 그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1각(약 2시간) 후, 각자 준비한 것을 손에 들고 시즈코들은 니사쿠의 마을로 향했다.

아무래도 산을 올라가는 것이니 사키와 소라는 마을에서 대기하게 하고, 도시락류는 마을의 남자들이 운반하기로 했다.

시즈코는 2년 가까이 산에서 이것저것 채집하거나 사슴을 사냥하거나 했기에, 자기 집 앞마당처럼 가볍게 올라갔다.

하지만 산 따위 오르지 않게 된 지 오래된 킨조나 타고사쿠는, 목적지까지의 거리의 절반 근처에서 숨을 헐떡였다.

그 때문인지, 예정보다 조금 늦게 점심시간이 지나서 니사쿠의 마을에 도착했다.


"잠, 이제 무립니다…… 죽을 것 같아요……"


"촌장님…… 어디에 그런 힘이…… 우풉"


마을에 도착한 순간, 킨조와 타고사쿠는 그 자리에 무너져내렸다.

헉헉하고 어깨로 숨을 쉬면서, 허리에 매달린 대나무 수통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채집하거나 사슴을 쫓아다니거나 했으니까요―. 그 때문에 체력이 붙은 게 아닐까요?"


어깨로 숨을 쉬고 있는 두 사람에 대해,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시즈코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약간 땀은 흘렸지만, 킨조와 타고사쿠처럼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는 모습이 그녀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면 작업 개시니까, 그때까지는 숨을 골라 두세요"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늘어져 잇는 두 사람과, 억지로 참으며 무리하게 서 있는 다이이치를 놔두고 니사쿠의 마을로 들어갓다. 선두에 니사쿠들, 그 뒤에 시즈코, 그리고 그 뒤에 비트만과 카이저, 쾨니히라는 순서였다.


"아, 촌장님 어서오세――――히익!!"


늑대 세 마리를 데리고 온 탓인지, 만나자마자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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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