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07 1565년 5월 중순
1565년 5월 중순
포획한 사슴은 어느 쪽도 살아 있었지만, 그걸로 됐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야생동물은 재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면 고기에 특유의 냄새가 밴다.
한 마리는 텍사스 게이트에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상처는 없고, 또 한 마리는 베어트랩에 걸려 다리를 다쳤다.
어느 쪽을 먼저 처리할지는 명백했다.
"먼저 덫에 걸린 쪽을 처리할거에요. 사전에 말했던 준비는 다 됐어요?"
"문제없습니다, 촌장님"
시즈코의 질문에 마을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시즈코는 손에 들고 있는 스탭 슬링에 돌을 장전했다.
"그럼 가요"
그 말과 함께 시즈코는 일어서서 숨어 있던 덤불에서 뛰쳐나갔다.
시즈코 등을 발견한 사슴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느 쪽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잘 맞으려나…… 에잇!"
시즈코가 버둥거리는 사슴의 뒤통수를 겨냥해서 내려치자, 장전된 돌은 깔끔하게 호를 그리며 사슴의 뒤통수를 직격했다.
충격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사슴은 몸을 비틀거린 후 땅바닥에 쓰러졌다.
잠시 상황을 살폈지만, 사슴은 일어나지 않고 완전히 기절해 있었다.
"뒷다리부터 묶어요! 끝나면 덫을 해제하고 앞다리를 결박!"
"알겠습니다!"
사슴은 죽지 않았기에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운반중에 의식을 찾아서 버둥거리면 대단히 위험하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마을사람들은 사슴의 다리를 묶는데 쩔쩔매고 있었다.
"그럼, 그놈을 들고 도살장으로 가죠"
운좋게 사슴이 일어나기 전에 네 다리를 모두 묶을 수 있었다.
그걸 메고 강 근처에 설치한, 피를 빼기 위해 매다는 장소까지 이동했다.
피를 빼면 혈압 저하로 버둥거리거나 하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농장 근처에 강이 있는 입지였기에, 도착하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은 메고 온 사슴을 매다는 장소에 매달았다.
"그럼 내가 해체할테니 잠시 기다려요"
"옙, 근데 촌장님은 사슴을 해체하실 수 있나요?"
"음-, 뭐 할아버지가 하는 걸 예전부터 봤었고, 실제로 몇 번 해체해본 적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해체용의 나이프를 준비했다.
14세 생일때 할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야생동물을 해체하기 위한 나이프 세트였다.
현대 일본이라면 총도법 위반으로 체포될 듯한 길이의 나이프에서, 관절을 분해할 때 쓰는 듯한 소형 나이프까지 다종다양한 사이즈가 있었다.
여중생에게 수렵용 나이프 세트를 선물하는 할아버지도 어지간하다, 라는 지적은 있었지만, 시즈코는 이 나이프 세트가 마음에 들었다.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해체하는 기술은, 엽우회(猟友会) 소속의 할아버지 친구나 할아버지에게서 교육받았다.
약관 10대의 나이이면서, 시즈코는 야생동물의 해체를 할 수 있는 전문가였다.
해체용의 나이프를 손에 든 시즈코는 사슴의 목을 베었다.
경동백을 베면 뇌의 혈압이 낮아져서 순식간에 의식도 없어지지만, 심장은 의식이 없어져도 계속 움직이기에 모세혈관의 피까지 뽑아내준다.
사슴에게도 쓸데없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피를 뺄 수 있다.
(……전국시대가 아니었다면 사슴을 죽이다니 불쌍해, 잔혹해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겠지)
현대에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어떤 방법으로 처리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야생동물의 도살 현장을 보고 '불쌍하다'라던가 '잔혹하다'라는 등의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교육을 받은 시즈코는, 그건 위선 이하의, 최저의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산다는 건 다른 것의 목숨을 빼앗는 것. 뭔가를 먹는 다는 건 다른 것의 목숨을 가지는 것. 살기 위해서는 살생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치. 도살장을 보고 불쌍하다거나 잔혹하다는 생각 따위 한심하다……였지. 저말, 먹을 것에 고생해보니 처음으로 실감했어요, 할아버지)
턱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머리부터 아래 전체를 버리는 곳 없이 처리하여,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전부를 이용하는 것.
그것이 사슴에 대한 공양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피 빼는 건 슬슬 됐겠네. 그럼 내장을 적출할게요. 나무 통을 두 개 준비, 하나는 강물을 담아줘요. 또 하나는 그대로 두면 돼요"
"알겠습니다-!"
간장과 그 이외의 내장을 나누기 위해, 시즈코는 나무 통을 두 개 준비하도록 마을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왜 나누냐 하면, 간장은 비타민 보급을 할 수 있는데다가 증혈 작용이 있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처리하면 소금을 뿌려서 굽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장기에는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쪽은 나무 통에 넣어서 방치하여, 썩힌 다음 발효시켜 퇴비의 재료로 쓴다.
"물이 든 나무 통 준비됐습니다-!"
"고마워요"
내장 제거가 완료되어 모두 물이 들어있지 않은 나무 통에 넣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간장만을 꺼내서 칼집을 내어 물이 든 나무 통의 물로 씻었다.
"사슴을 내려서 강물로 씻어주세요. 다리를 들고 물 속에서 올렸다 내렸다 하면 돼요"
"옙"
마지막 피를 빼는 작업을 마을 사람에게 부탁하고, 시즈코는 간장에 있는 얇은 껍질을 벗긴 후 다시 피빼기 작업을 했다.
고기는 훈제해도 먹을 수 있지만, 간장은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해 버린다.
(빨리 상하는 먹을 것부터 처리해 가야지…… 일단 손을 씻고 다음에는 가죽벗기기인가)
한 마리째를 강물에 담궈놓은 후, 마찬가지로 두 마리째도 피뽑기와 내장 적출 처리를 했다.
그리고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강물에 담궈놓아 피뽑기와 저온 처리를 했다.
그 동안 간장은 소금을 뿌려 구워먹었다.
하루 두 끼의 이 시대, 점심에 식사를 하는 관습은 없지만, 냉동보존도 할 수 없는데 그냥 밖에 놔둘 수도 없었다.
따라서 간식 같은 느낌으로 간장만을 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당황해하던 마을사람들이었지만, 간장이 맛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내가 먼저라고 다투었다.
"이번에는 머리를 위쪽으로 해서 매달아 주세요"
슬슬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 시즈코가, 강에서 사슴을 꺼내기로 했다.
"네-"
시즈코의 명령에 기운좋게 대답하고는 마을사람들은 머리를 위로 해서 다시 매달았다.
해체용의 나이프와 자신의 손을 씻은 시즈코는, 이번에는 가죽과 고기의 해체에 착수했다.
(가죽을 다 벗기면 뒷다리 처리를 해야지)
목까지 가죽을 벗긴 후, 다음에는 뒷다리를 해체했다.
등뼈에 이어지는 요골을 따라 나이프를 넣어서, 관절 중심에 있는 힘줄을 잘랐다.
그것만으로 간단히 해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숙련된 솜씨를 요구한다.
뒷다리, 그리고 앞다리를 떼어내고, 다음에는 등 로스를 떼어냈다.
등뼈 안쪽에 있는 등뼈 안쪽살, 몸통 안쪽의 안심, 갈비뼈 주변의 갈비살, 목 주변의 고기와, 몸통의 고기를 부위별로 해체해 갔다.
모든 고기를 해체하자, 이번에는 다리의 중심을 관통하는 뼈를 떼어냈다.
앞다리에만 주걱 모양으로 들어 있는 견갑골이 까다로웠지만, 어찌어찌 깨끗하게 떼어낼 수 있었다.
넓적다리 고기에서 뼈를 분리한 다음에는 머리에서 아늠살과 혓바닥 고기를 잘라냈다.
(후우…… 꽤나 고생이네. 할아버지는 이런 걸 항상 혼자서 한 건가)
사슴 한마리를 완전히 해체하는 것조차 중노동이었다.
솔직히, 또 한마리 처리하기엔 피곤하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혼자서 괜찮으니까 농사일을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사슴을 다 매단 마을사람들에게 시즈코는 농사일을 하도록 명령했다.
아침부터 사슴 대책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해야 할 농사일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멀어져가는 마을사람들을 바라본 후, 시즈코는 의욕을 끌어올려 고개의 해체에 착수했다.
그리고 또 한 마리를 마찬가지로 다 해체했을 때는 꽤나 시간이 지나 있었다.
"겨우 끝났다……"
전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기지개를 켜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해체하기만 하면 끝이라는 건 아니었다.
다음은 해체한 대량의 고기를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서 소금에 절일 필요가 있었다.
냉장고도 뭣도 없는 이 시대, 고기를 그대로 방치해두면 언젠가 썩는다.
식료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현대라면 신경쓰지 않겠지만, 전국시대에서 고기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참고로 676년의 육식 금지령으로, 소, 말, 개, 일본 원숭이, 닭을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분명히 닭을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에도 시대가 되어서 무정란은 부화하지 않는 게 발견된 다음…… 이었지)
그 때까지 닭은 시간을 알려주는 새로서 신성시되어, 주로 애완동물로 취급되었다.
그렇기에 계란 산업은 전국시대의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먹는 것조차 필사적이면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을 버리다니…… 얼마나 M(※역주: 마조히스트)이었던거야 옛날 사람들은)
조금 어이없어하면서도 작업을 재개하려고 스트레칭을 했을 때, 뒤에 뭔가의 기척을 느꼈다.
별 생각 없이 돌아보니, 거기에는 한 마리의 짐승이 있었다.
그 짐승은 긴 털로 덮인 4족 보행형의 동물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식육목 개과 개속에 속하는 포유동물, 즉 늑대였다.
(어, 어어어어어어떡하지. 설마 피랑 고기 냄새를 맡고!?)
시즈코의 등 뒤에는 해체된 사슴고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슴의 고기에서 나는 냄새에 끌려 사람 사는 마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틀림없었다.
늑대는 3km 이상 떨어진 동료의 냄새를 알아챌 정도로 후각에 관련된 능력이 우수하다.
(지금, 마을사람들은 다들 다른 곳에 있으니…… 나 핀치!?)
무기도 뭣도 없이 절체절명의 핀치라는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늑대를 자세히 보니, 기묘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뭔가…… 꽤나 후들후들거리고 있는 거 아냐?)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자세히 봤다. 아까부터 늑대는 미묘하긴 해도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까는 공포심 때문에 몰랐지만, 몸도 야위어 거의 뼈와 가죽만 남은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엄청나게 쇠약해져 있는 상태인 것은, 시즈코 같은 초짜의 눈으로도 간단히 알 수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던 것을 시즈코는 깨달았다.
늑대는 무리지어 사냥을 하기 때문에, 혼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기본적으로 없다.
그런데 무리가 나타날 기색이 없었다.
(즉 외톨이 늑대라는 거네. 그거라면 쇠약해진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 애초에 집단으로 사냥해도 성공률은 10% 이하니까. 혼자라면 성공률이 더 낮다고 봐도 되겠지)
쇠약해져 있다면 걷는 것조차 힘든 상태이다.
다만 필사적, 이라는 말도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면, 목젖을 물어뜯길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긴장하면서도 늑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잠시 서로 노려보던 상황이었지만, 그 상황은 금방 끝났다.
눈 앞에 있던 늑대가 갑자기 태엽이 풀린 인형처럼 풀썩 하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시즈코는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으아! 괘, 괜찮니!?"
한계에 달한 것을 알아챈 시즈코는, 서둘러 늑대에게 달려갔다.
조심성 없이 안아 일으켰지만, 늑대는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거부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체력이 없는 것이다.
"왜, 왜 이렇게 가벼워!? 며칠이나 굶은 거야!?"
원래의 체중은 모르겠지만, 안아 일으킨 늑대는 10kg나 될까 의심스러웠다.
"이대로는 쇠약사해버리겠어"
늑대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시즈코는 사슴을 해체하던 장소로 급히 돌아갔다.
적당한 고기를 집어들어 그걸 해체용 나이프로 잘게 썰었다.
"지금 상태로는 씹을 힘도 없겠지. 이렇게 잘게 썰어서……"
사슴고기를 잘게 다진 다음, 그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던 나무 통에 강물을 담았다.
"자, 이거면 먹을 수 있겠지"
고기와 물을 가지고 늑대에게 돌아가서, 시즈코는 늑대의 입에 고기를 내밀었다.
냄새를 알아챈 늑대는 시즈코를 약간 경계했지만, 배고픔이 한계였는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쇠약해져도 씹을 힘은 있었는지, 몇 번 씹으며 고기를 먹었다.
"물도 마셔"
나무 통을 눈 앞에 놓자, 이번에는 경계하지 않고 안에 들어 있던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정말 쇠약해져 있었던 듯, 늑대는 한동안 물을 마셨다.
"아-아, 정말…… 위선 이하네"
자연계는 약육강식, 먹이를 얻지 못한 개체는 죽어갈 뿐.
아까까지는 습격받은 상태였는데, 눈 앞에서 쓰러지니 자기도 모르게 도와줘 버렸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못본척 할 수는 없었……지"
그로부터 잠시 후, 작업에서 돌아온 마을사람들이 늑대를 보고 비명을 지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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