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4월 하순
농업은 대지와의 싸움이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던 것을 시즈코는 떠올렸다.
마을에 온 지 3주일 동안, 당연하지만 토양 정비를 하는 가혹한 작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평범한 농장 정비를 계속한 덕분에, 스위트 콘이나 호박, 토마토나 사탕수수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또, 1주일에 한 번씩 퇴비의 재료를 쌓아놓은 무더기를 뒤섞고, 자란 고구마의 모종을 차례차례 밭에 심었다.
그런 상태에서도 목욕을 그립게 생각한 시즈코는, 공작조에 판형의 목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했다.
하지만 생각만으로 활약할 기회는 전혀 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좌절하게 될 것 같아진 시즈코였다.
그러던 중, 어쩌다 전 촌장 집의 뒤에 있는 절벽을 보고 있자니, 약간 절벽이 젖어 있는 것을 눈치챘다.
신경쓰여 조사해보니, 시즈코의 키보다 조금 위, 대략 2미터 정도 부근에 작은 구멍이 있으며, 거기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하수인가 생각했지만, 만져보니 묘하게 따뜻했다.
설마하면서도 물을 시간을 들여 모아보니, 그건 천연의 뜨거운 물, 즉 온천수였다.
"후, 후후…… 기적이야. 신이여, 감사합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당장 마을 사람들을 모아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땅을 평탄하게 고른 후 물을 저장할 장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구멍에서 새고 있던 물의 수량을 늘리기 위해, 절벽에 있는 구멍의 사이즈를 조정했다.
조금씩 모여 가는 뜨거운 물에, 시즈코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는 사용할 수 없다.
흙 등의 오염이 있는 탕은 의미가 없었기에, 여과기를 설치해서 탕을 깨끗하게 하기로 했다.
여과기라고 해도 돌이나 숯, 모래나 자갈을 섞은 극히 심플한 것이다.
심플하지만 효과는 발군이라, 처음에는 숯같은 검은 색을 띠고 있던 탕이 서서히 깨끗한 탕으로 변했다.
그 깨끗한 탕을 나무로 만든 파이프를 통해 집으로 보낸다.
집이라고 해도 탕에 들어갈 수 있는 전용의 설비만을 갖춘 장소, 즉 욕실 같은 것이었다.
참고로 전 촌장의 집이 욕탕을 설치하는 데 방해가 되었는데, 시즈코는 문답무용으로 철거해버렸다.
나중에 시즈코는 말했다. 그 때의 울 것 같은 전 촌장의 얼굴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라고.
그리고 드디어 간이 욕실이 완성되었다.
강행 공사였지만 시즈코의 귀기어린 박력에 공포를 느낀 마을 사람들이 평소 이상으로 힘을 낸 덕분이기도 했다.
"후우---, 최고다……"
혼자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오랜만의 뜨거운 목욕물을 만끽하는 시즈코. 물론, 남탕과 여탕은 나누어 놓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목욕이라는 걸 모르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에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목욕은 생명의 원천이네-"
샴푸나 린스 따위 있을 리 없지만, 시즈코는 목욕물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위생면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고,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네-. 어떻게 해서든 비누의 대용품을 손에 넣어야지…… 하지만 정말, 온천을 발견하다니 엄청나게 행복해-)
실없는 표정으로 둥둥 떠 있는 시즈코.
그녀는 모른다. 후에 이 온천이 원인이 되어 엄청난 사태에 말려드는 것을.
마을에 온 지 1개월.
그 무렵에는 최초의 당황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마을 사람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구마의 모종을 심고 있었다.
다른 농작물, 토마토나 호박, 스위트 콘이나 사탕수수의 씨앗이나 모종은 다 심었다.
이제는 적당한 타이밍에 제초나 사이갈이, 배토를 하면 여름 무렵에 수확할 수 있다.
퇴비 만들기, 고구마의 모종 심기가 주가 될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외의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시즈코가 신경쓰인 것은 음료수.
현재는 강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우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물을 파는 작업은 중노동인데다, 애초에 물이 솟는 장소를 조사해야 한다.
온천은 기적의 산물이지만, 우물도 마찬가지로 운좋게 발견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뭐, 천천히 찾아볼까)
처음 1개월 동안 해야 할 일은 대부분 끝났기에, 지금은 몸을 쉬게 하는 편이 좋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최근에는 느긋한 작업만을 시키고 있었다.
고구마의 모종을 심을 밭두렁을 만들고, 잡초를 봅고, 퇴비의 원료를 섞으면서 쌀겨나 짚을 추가한다.
퇴비에 관해서는 말똥이 손에 들어온 것이 컸다.
쇠똥과 달리 말똥은 퇴비를 만드는 데는 우수한 재료다.
하지만 농가의 도구인 소와 달리, 전국시대에 말의 방목 따윈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다이묘가 소유한 군마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즈코는 마을에 왔을 때, 모리 요시나리에게 관리하고 있는 말의 똥을 달라고 부탁했다.
의외로 쉽게 승락받아, 1주일에 한 번 정도 마을에 배달되게 되었다.
(퇴비를 쓰는 것은 겨울이랑…… 내년의 농작물을 키울 때일까)
흙이 부드러워지는 겨울에 토양 정비를 하는 것과, 작물의 씨앗이나 모종을 심기 1주일 전의 도합 2번.
그 타이밍에 퇴비를 쓰려고 시즈코는 계획하고 있었다.
"촌장님-, 모종 심기 끝났습니다-"
"아, 네. 수고했어요-"
생각을 하고 있으니 토양 정비와 모종 심기를 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직 점심시간 전이라고 생각되는 태양의 위치였다. 숙련에 따른 작업효율 향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리라.
"모종 심기를 예정했던 밭의 8할 정도가 끝났습니다. 이대로라면 다음 주에는 전부 끝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라, 예상했던 것보다 모종이 늘어나는 양이 많네요-"
"그런가요. 하지만 저건 굉장하네요. 1주일 전에 거의 다 모종으로 잘라냈는데, 오늘 보니까 여기저기서 싹이 나왔었으니까요"
"(그야 화산재가 쌓인 땅에서도 성장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예정외이긴 하지만 농장 범위를 넓히죠. 수확량은 많아서 나쁠 게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쪽 밭을 파서 일구고 오겠습니다"
"부탁해요-"
밝은 미소로 마을 사람들은 농기구를 한 손에 들고 밭으로 향했다.
역시 밭에 성과(라고 해도 모종 뿐이지만)가 나오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 것이리라.
"후우…… 나도 오늘의 목표를 끝내고, 냉큼 목욕해야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시즈코는 자신의 작업을 재개했다.
(오늘도 작업을 끝내고 따뜻한 목욕을 만끽입니다! 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던 시즈코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가능할 리가 없었다.
눈 앞의 인물의 위압감이, 싫어도 시즈코의 의식을 현실로 끌어당겼다.
"왜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하는 게 아니었나?"
히죽 웃음을 띄운 30대 전후의 남성.
시즈코의 후견인이며, 또다른 이름을 오다 노부나가라고 했다.
"죄송합니다들떠있었습니다정말죄송합니다. 부디부디 용서를---!!"
완전 큰절로 조아림 모드의 시즈코는, 부들부들 떨면서 사죄의 말을 지껄였다.
너무 말이 빨라서 노부나가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네놈이 친 큰소리에 걸맞는 성과를 보이라고 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거 화내고 있는 거죠--!!?)저, 정말 죄송합니다"
그건 약간의 충동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업이 순조로워서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약간 풀어졌다.
높은 곳에서 농장을 내려다보면서 "이 상태로 농장을 확장할 수 있다면 빈곤한 식량사정이 일변해서, 오다 님도 내 마을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겠지! 단번에 중요 지역이 된다던가"라고 자기도 모르게 입 밖에 내어 중얼거려버렸다.
평소라면 아무 문제도 없는 혼잣말이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고, 하필 그 때 노부나가 본인이 지나가다가 그 말을 들어 버렸다.
혼잣말을 하기 전에 주위를 확인해야 했다고 시즈코는 새삼스레 생각했다.
"……뭐 좋다. 그래서 온천인가 하는 건 어디 있나?"
"네? 온천이요?"
뜬금없이 온천이란 소리에 시즈코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뭐냐. 요시나리의 보고로는, 네놈이 온천이라는 걸 파냈다고 들었는데……?"
"아, 네. 확실히 온천은 나왔습니다……만……?"
점점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한 시즈코는, 어쩐지 노부나가의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솔직히 제발 살려달라고 생각했다.
"나도 온천이라는 걸 몸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그러니, 네놈이 온천으로 안내해라"
하지만 현실은 비정했다.
전국시대의 타케타 신겐이나 우에스기 켄신은, 온천의 효능에 주목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도 마찬가지였냐고 묻는다면, 답은 '모른다'가 정답이리라.
그리고 온천을 체험하고 싶다, 는 것은 온천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즉 그것은, 오다 노부나가는 온천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까 시즈코에게 안내하게 한다. 그 말의 의미는.
(혼욕하라는 거죠------!)
같이 목욕해라, 라는 것이다.
애초에 노부나가가 온 이유도, 시즈코가 모리 요시나리에게 온천에 대해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온천이 뭔지 모르는 모리 요시나리였지만, 쓸데없는 개인 감정을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했다.
보통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끝나겠지만, 노부나가라는 인물은 굉장히 호기심이 왕성하다.
의문으로 생각하고, 체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뭘 하고 있나. 빨리 해라!"
"지, 지금 갑니다--!!"
노부나가의 노성에 찔끔한 시즈코는, 각오를 굳히고 노부나가를 욕실로 안내했다.
원래 욕실 근처에 있었기에 그렇게 많이 걸을 일도 없었다. 겨우 5분 정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오…… 비좁은 장소로군"
"(뭐랑 비교하셨어요) 어 그게, 앞에서 볼 때 좌측이 남성용, 우측이 여성용입니다. 온천은 남녀가 따로 들어가는게 예의이므로-----"
"그런 예의범절이나 전통 따윈 아무래도 좋다. 냉큼 안내해라"
"(아뇨아뇨아뇨아뇨! 잠깐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 따위가 함께 하다니 신하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 같은……"
노부나가 자신도 혼욕을 하고 싶다거나 그런 상스러운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온천에 대해서 모르기에.
설령 그가 혼욕하고 싶다고 말해도, 그걸 밀어붙일 수 있는 권력을 노부나가는 가지고 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비호를 받고 있기에, 더더욱 선택지가 없다는 말이 된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네놈이 나를 해하려고 해봤자, 여자나 아이에게 당할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느니라"
"(그렇겠죠-) 그, 그럼 안으로 드시죠"
언젠가 신하들 중 누군가에게 칼을 맞을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욕실의 문을 열었다.
시즈코가 준비한 것은 욕실 의자, 한손 통, 목욕통, 비누 대용품인 무환자나무 열매를 가루로 만든 것, 옷을 넣는 대나무로 짠 바구니, 욕실 안에서 입는 욕의였다.
무환자나무 열매에는 천연의 계면활성제인 사포닌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열매를 건조시켜 가루 상태로 만들면, 비누 대용품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또 사포닌은 생물에게는 독이며, 새나 벌레는 열매를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농약이고 비료고 아무 것도 필요없는 완전한 자연 재배를 할 수 있고, 게다가 열매를 서둘러 수확할 필요도 없다.
일본의 기후에서라면 니이가타(新潟) 등의 특별히 추운 장소를 제외하고 햇볓이 잘 들고 습기가 많은 산 속에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부근의 산을 한바퀴 돌아보니, 여기저기 무환자나무가 잔뜩 자라고 있었다.
(배워두길 잘했어, 에코 지식)
에코 계열의 잡지를 읽었을 때, 무환자나무의 열매를 건조시켜 분말로 만들면 천연의 비누가 된다, 는 기사를 시즈코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온 무환자나무의 열매는 숫자가 많지 않아, 금년의 수확기까지 소량으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본래의 수확 시기가 11월부터니까, 초봄인 요즘에 소량이라고는 해도 손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뭐, 견딜 수 밖에 없어. 금년에는 대량으로 수확해 주겠어-!?)
그런 느낌으로 기합을 넣고 있는 시즈코는 노부나가와 함께 남탕 쪽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애초에 전국시대에 전신을 목욕물에 담그는 타입의 목욕탕은 없고, 한증막 타입의 입욕, 즉 사우나가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것도 상급 무장, 즉 오다 노부나가처럼 영주급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우연히 천연의 온천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원래는 대량의 장작을 준비해야 하고, 품과 시간도 드는 사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전국 무장들 사이에 "목욕 인사(風呂会釈)"라던가 "접대 목욕" 등, 손님이나 가신을 목욕탕에서 접대하는 풍습은 있었지만 이것도 사우나다.
그렇기에 욕조를 만들어고 물을 채우는 타입의 목욕탕을 '온천'이라고 해도 노부나가가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농민이나 하급 무장의 목욕 사정은 더욱 비참했으니까.
사우나를 준비하는 것 따윈 꿈도 꿀 수 없고, '행수(行水)'가 일반적인 목욕 사정이었다.
욕조에 물을 채우는 타입의 목욕이 보급되는 것은 에도(江戸) 시대가 된 이후이다.
그것도 에도(※역주: 현재의 도쿄) 한정으로, 지방에서는 며칠이고 목욕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타케다 신겐이나 우에스키 켄신이 비탕(隠し湯)이라고 칭하며 탕치장(湯治場) 등을 가지고 있던 적은 있지만, 그것도 측근이나 중요한 손님 등 상당히 한정적인 사람밖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즉 시즈코가 원인불명(조사할 수 없으니)의 열원으로 덥혀진 물을 사용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대목욕탕이라는 설비를 건축한 것은, 실은 당시의 배경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설비인 것이다.
"호오……"
약간 수증기가 감도는 방의 중앙, 다섯 명이 들어가도 여유가 있을 정도의 욕조를 보고 노부나가는 감탄했다.
'취미번역 >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6 - 1565년 5월 중순 (2) | 2016.09.26 |
---|---|
005 - 1565년 5월 상순 (4) | 2016.09.26 |
003 - 1565년 4월 상순 (3) | 2016.09.26 |
002 - 1565년 3월 하순 (6) | 2016.09.26 |
001 - 1565년 3월 중순 (11) | 2016.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