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1565년 5월 중순
"호오……"
뭔가를 시험하는 듯한 표정의 노부나가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입구가 열리고, 거기서 소성(小姓, ※심부름 등을 하는 하급 무사)이 헌상품을 쟁반에 담아 노부나가의 앞까지 가져왔다.
그걸 본 순간, 노부나가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냐……? 본 적도 없는 물건이로다"
주위에 있던 무장들도 헌상품을 보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헌상품으로 바쳐진 물건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길 잘했다, 일본 지도책)
시즈코가 헌상품으로서 바친 것, 그것은 현재에서는 극히 보통으로 팔리고 있는 지도책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시즈코가 가져온 책은, 전문가가 쓸 듯한 두꺼운 서적이었다.
시즈코는 농업 등의 1차 산업은 거의 습관에 가까웠지만, 물론 그 이외에도 취미 등은 있다.
그것이 역사와 지리다.
틈만 나면 역사책이나 지리책을 정신없이 읽을 정도다.
그런 이유로 역사는 잘 알고 있고, 평소 가방 속에 일본 지도나 세계 지도가 들어 있었다.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 날에는 마침 일본 지도를 넣어두었었다.
(에도 시대에도 지도는 국가 기밀품으로 반출 금지였지. 전국시대라면 더욱 귀중한 자료로 취급될 것이고. 강의 흐름은 치수 공사로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리와 방향은 정확할 거야)
"시즈코, 이건 무어냐. 설명해라"
노부나가는 부채로 일본 지도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미묘하게 꺼리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호기심 쪽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다.
시즈코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노부나가의 코앞까지 이동했다. 사이에 있는 것은 일본 지도 뿐.
"설명하겠사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일본 지도책을 펼쳤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책을 펼친다, 는 행위를 흥미깊게 관찰했다.
전국시대에는 제본기술 따윈 없었고, 책 따위는 잘해봐야 화지(和紙)를 끈으로 철한 정도의 물건이다.
보통은 두루마리나 목간이 표준이다. 풀로 철한 책 따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리라.
하지만 노부나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컬러 인쇄였다.
본 적도 없는 선명한 색깔이 들어간 종이, 그것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지도를 대가로, 소금을 나눠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노부나가가 자신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행위가,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에 작은 파문을 만든 것을.
작은 파문, 하지만 그것은 천천히 점차 큰 파도로 번져갔다.
시즈코가 마을에 온 지 2개월이 경과했다.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려고 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매일 맑은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잡초를 봅거나 적당히 물을 뿌리거나 하는 정도다.
하지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시기인데,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문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아…… 어떤 해수(害獣, ※역주: 해로운 짐승) 대책을 세워야 할까……"
그것은 해수 대책. 시즈코가 있던 시대에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었다.
피해 금액이 수천만엔이 된다던가, 농작물을 거의 수확하지 못하게 되던가 했지만, 최대의 문제는 농가의 모티베이션이 낮아지는 것이었다.
농가의 경작 의욕이 저하되는 것은 전국시대에는 사활문제가 된다.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현재, 피해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지만, 여름이 될 무렵에는 위험 수준까지 올라갈 것은 필연적이었다.
대량으로 재배해도 모조리 해수에게 먹혀 버리면 의미가 없다.
"소라(空) 씨, 타고사쿠(田吾作) 씨, 해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알려주세요"
시즈코는 근처에서 잡초를 뽑고 있던 마을 사람, 소라라는 여성과 타고사쿠라는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남성은 풀뽑기에 필사적인 듯 했지만, 여성은 시즈코의 목소리를 들었다.
"뭐라 해도 사슴이 많이 있네요. 예전에는 여우나 족지베도 있었지만…… 사슴이 너무 늘어난 탓인지 요즘에는 안 보이게 되었습니다. 뭐 멧돼지도 조금 있습니다만……"
"으-응, 사슴인가……"
현대의 농가에게 해수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사슴, 멧돼지, 여우, 족제비 네 종류이다.
그 중에 제일 심한 것이 사슴이다. 뭣보다 번식력이 높고, 수렵기에는 야행성이 되는 까다로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해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에서 항상 1위에 빛나는 존재다.
(얘기로는 다른 동물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어…… 그렇다기보다 사슴이 부근 일대를 지배하고 있어서 다른 동물이 살기 어렵게 된 걸까?)
여우와 족제비가 없다는 것은 새로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으니 편했지만, 그렇게 되면 사슴을 얼마나 포획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현대에서는 사슴의 처분에도 귀찮은 수속이 필요하지만, 이 시대라면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 잔뜩 있으면 대량으로 포획해서 말린 고기를 만들어서 그걸로 굶주림을 해결하는 게 나으려나)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는 것은 빨라도 9월말. 그 때까지 입에 풀칠할 수단을 손에 넣어야 한다.
시즈코는 어디까지나 모리 요시나리의 휘하이기에 정기적으로 식량을 받고 있지만, 마을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사슴이 대량으로 있다면, 그걸 식량으로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고구마가 손에 들어오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어. 그 때까지는 멧돼지나 사슴 고기를 손에 넣어야 해……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네……)
엽총을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현대가 아닌데다, 총 자체가 비싼 물건(현대 가격으로 대략 50만 엔)이다.
뭣보다 탄을 쏘는 화약이 귀중품이라, 총을 사용해 사슴을 사냥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천연 초석은 일본에서는 구할 수 없고…… 어라? 잠깐……)
그 때, 시즈코의 뇌리에 뭔가 걸렸다.
즉시 기억을 파헤쳐보자, 어떤 중요한 정보를 떠올렸다.
(으~응…… 재료는 모리 님께 부탁드리면 들여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큰 소리로 말할 수는 없겠지.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기반을 갖추는 데 몇 개월은 걸릴 거 같고, 하지만 뭐 준비해둬서 나쁠 건 없으니, 일단 해둘까. 뭐 그건 그렇다치고…… 사슴 대책이 좋은 게 떠오르질 않네)
생각이 옆길로 샜을 때,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 시즈코였지만 중요한 해수 대책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슴이 대량 번식하고 있는 건, 천적이 되는 육식 동물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늑대를 살게 한다던가……?
아니, 안 돼. 살아줄 거라는 보장도 없고, 뭣보다 너무 장기적이야)
현대에서도 사슴이나 멧돼지가 대량 번식하고 있는 것도, 천적인 일본늑대가 멸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시대라면 아직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다. 에도 시대에 시볼트(※역주: Philipp Franz Balthasar von Siebold)가 늑대와 승냥이 양쪽을 키웠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빠르게 덫을 놓겠지만…… 조류처럼 그물로 막기는 어렵겠지……)
슬쩍 머리 위를 보니 그물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조류 대책으로 농장은 짚으로 만든 간이 그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만드는 데 1개월 가까이 걸렸지만, 덕분에 조류 피해는 거의 막을 수 있었다.
(아예 게이트처럼 지나다니는 길을 만들어서 유…… 도……!?)
순간, 시즈코는 사슴 대책으로 할아버지와 대화했을 때의 내용을 떠올렸다.
그 때 할아버지는 중요한 정보를 말했었다. 그것은 전국시대에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이었다.
"그렇지…… 우제류 동물인 사슴이 절대로 지나가지 못하는 길을 만들면 되잖아!"
"으악, 깜짝이야!"
갑자기 큰 목소리를 낸 시즈코에게 놀란 타고사쿠.
소라는 가까이 없었기에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지만, 역시 갑자기 큰 소리를 낸 시즈코 때문에 놀랐다.
"(저기 소라 씨, 또 촌장님이 뭔가 이상야릇한 걸 생각해 낸걸까?)"
타고사쿠는 소라의 근처까지 이동하더니 귓속말을 하듯 속삭였다.
"(그런 게 아닐가. 하지만 촌장님은 정말 박식하시네. 용케 저렇게 많이 뭐가 떠오르시네)"
"(확실히…… 처음에는 몰랐지만, 해 보니까 처음으로 효과가 있다는 걸 알았어)"
"(이야기 내용을 보니 사슴을 어떻게 하는 방법이라도 떠올리신 거 아닐까?
뭐, 또 저 녀석들이 부려먹힐테니, 고생하겠네-)"
"(그러게……)"
땅바닥에 쭈그리고 뭔가를 쓰고 있는 시즈코를 본 두 명은, 공작조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이 적중한 것은 나중에 알게 된다.
시즈코가 뭔가를 떠올리고 1주일하고 조금 더 지났을 무렵, 농장 주변에는 기묘한 장치가 빼곡하게 들어서게 되었다.
아직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마을사람들은 이게 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즈코의 방법으로 성공했으므로, 어쩐지 잘 될려나 하는 낙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응응, 퍼펙트하네. 베어트랩이랑 텍사스 게이트"
봉 같은 걸 걸머멘 시즈코는, 눈 앞의 장치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행 공사로 만든 것 치고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뭐, 내년에는 농장을 확대하기 때문에 금년만 쓸 수 있는 장치이지만.
"현대 일본에서는 위법인 베어트랩이지만, 지금 시대에는 써도 문제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손에 든 봉 같은 것을 휘둘렀다.
그것은 1미터 정도 길이의 끝이 갈라진 장대였다.
앞부분에 돌을 끼울 수 있는 폭이 넓은 부분을 가진 끈이 달려 있었지만, 끈의 반대쪽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보기에는 갈라진 부분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투석기(스탭 슬링)에 의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지지. 원래는 끈만 써도 되지만, 지렛대의 원리로 사정거리와 위력이 더욱 늘어나니까, 이쪽이 좋거든-. 최악의 경우에는 창을 대신하는 무기로도 쓸 수 있고"
투석기(스탭 슬링).
전장은 대략 1미터 정도, 중량은 300에서 500그램, 사정거리는 100미터에서 150미터 정도의 투석기이다.
기원전 4세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쓰였던 무기로, 활에 떨어지지 않는 비거리를 자랑하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투척할 때 약간 시간이 걸리는 것과 연사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게다가 시즈코는 밑둥 부분에 약간 뾰족한 철제 기구를 부착했다.
이것으로 중심을 중앙으로 안정시킬 수 있고, 지면에 세울 때 자루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칼날만큼 예리함은 없지만, 그래도 찔리면 아프다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정도의 타격력도 있다.
"저기-, 촌장님. 무슨 말씀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저희들 이제 뭘 해야……?"
"쉿-, 이제부터 저 덫의 효과를 보여줄게요"
"네에……"
농장으로부터 바람 불어가는 쪽…… 의 덤불에 숨어 있는 시즈코와 몇 명의 마을사람들.
하지만 시즈코 이외에는 숨어 있는 의미도, 덫의 의미도 전혀 몰랐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런 건 설명하기보다 효과를 보여주는 쪽이 빠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조금씩이지만 사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산에서 내려온 개체인 듯 했으며, 숫자는 전부 9마리 정도 되었다.
"3…… 4…… 뿔이 큰 게 수컷이니까 네 마리가 수컷, 나머지는 암컷으로 봐도 되겠네"
"상당한 숫자인데요……"
아무래도 이만한 숫자를 한번에 본 적은 없는지, 마을사람들은 약간 겁먹고 있었다.
역시 무리라는 것은 인간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한 마리의 개체가 곧장 텍사스 게이트로 향했다.
"오, 이제 곧이다…… 자, 여러분, 저게 덫의 효과에요"
곧장 사슴은 텍사스 게이트를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몇 걸음 걸었을 때,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상태에 사슴이 울음소리를 냈다.
"오오-"
마을사람들이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텍사스 게이트에 끼인 사슴은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했다.
거기다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슴이 방해가 되어 후속의 사슴들은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단백질 공급원 한마리 겟(Get). 자 그럼, 나머지는 베어트랩에 걸려주지 않으려나"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사슴의 비명이 주위에 울려퍼졌다.
너무나 큰 소리였기에, 그 자리에 있던 사슴들이 쏜살같이 원래 있던 장소로 도망쳐갔다.
울음소리가 난 쪽을 보니, 한 마리의 사슴이 베어트랩에 다리가 끼어 있었다.
"두 마리인가…… 나쁘지 않네"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고 시즈코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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