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10 1565년 8월 상순



시험 수확의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겉모습에 꺼려하던 마을사람들도, 맛을 알고는 앞다투어 요리를 먹어치웠을 정도다.

스위트 콘이나 호박은 단맛이 강한 야채이기에, 마을사람들에게는 진수성찬으로 보였으리라.

하지만 이번에는 시험 수확 뿐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수확하여 노부나가에게 헌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제대로 수확물을 헌상하지 않았기에, 일찌감치 헌상하여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또 움직이기 힘든 정장을 하고 영주님을 뵈러 가는 건가……"


이번에 노부나가에게 헌상하는 야채는 고구마, 호박, 스위트 콘, 토마토의 네 종류이다.

고구마는 아직 본격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시험삼아 캐낸 작물로서 맛을 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번의 헌상품에 추가하기로 했다.

시험삼아 파낸 것과 달리, 호박은 햇볕에 말린 것이고, 스위트 콘과 토마토는 당일 아침에 수확했다.


그것들을 나무로 만든 대형의 짐수레에 실었다.

원래는 소로 끌지만, 소는 훌륭한 노동력이기에 마을의 유일한 소를 쓸 수도 없었다.

결국, 인력으로 끌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킨조 씨, 타고사쿠 씨, 잘 부탁드려요~"


소 대신 끄는 두 사람에게 시즈코가 말을 걸었다. 그 말에 두 명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것으로 대답했다.

핸드 사인을 가르친 것은 물론 시즈코였지만, 의외로 마을사람들(의 남자들)은 마음에 들어했다.


두 명이 짐수레를 끌 준비를 마치자, 시즈코는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이미 방문한다는 얘기는 모리 요시나리를 통해 노부나가에 전했다.

다만, 그 때의 대답이 "기대하고 있겠다"였기에, 시즈코는 내심 상당히 겁먹고 있었다.


"누가 좀 대신해 줬으면~"


그렇게 말하며 킨조와 타고사쿠 쪽을 돌아보았지만, 보기좋게 시선을 회피당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쉰 후, 시즈코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도 더워지겠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며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몇 시간이나 걸려 성시(城下町, ※역주: 제후의 거성을 중심으로 해서 발달된 도읍)에 도착하여, 성의 문지기에 설명하고 내부로 들어간 후,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정장으로 갈아입고, 아무도 없는 알현실에서 기다리기를 수십분, 드디어 노부나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은 수확의 성과를 보이겠다고 했지"


머리를 숙이고 있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담담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내게 성과를 보여라. 얼굴을 들라"


그 말에 반응하여 시즈코는 얼굴을 들며 말했다.


"오늘은 수확의 성과와,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즐겨 주셨으면 하옵니다"


"요리……라고"


"옛. 부탁드립니다"


가까이 있던 사람에게 눈짓을 하여, 헌상하는 농작물과 그것을 이용한 요리를 날라오도록 했다.

요리를 본 순간 노부나가가 약간 반응을 보인 것을 시즈코는 놓치지 않았다.


(노부나가는 신기한 것을 좋아하지. 그리고 이 시대의 사람이면서, 지구본을 이해할 정도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렇다면 본 적 없는 요리도 어느 정도 흥미를 보일…… 거야)


"설명드리겠사옵니다"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인 후, 시즈코는 눈 앞에 쌓인 수확물을 짚으며 말했다.


"오늘 헌상드릴 물건은 세 가지. 첫번째는 호박, 두번째는 옥수수, 세번째는 토마토이옵니다. 마지막으로 본격적인 수확은 아직인 고구마이옵니다만, 오늘은 맛을 아셨으면 하여 헌상품에 더하였습니다"


"허어…… 본 적이 없는 모양을 한 것들 뿐이군"


헌상품을 보고 주위의 무장들이 술렁였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한 손을 들자, 그 술렁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계속하라"


"네. 그리고 요리입니다만…… 먼저 호박과 사슴 고기의 된장조림, 삶은 옥수수, 고구마와 된장이 들어간 주먹밥, 토마토는 소금만 뿌려서 잡수시기 바랍니다"


"호오…… 이 옥수수인가 하는 것, 색깔이 마치 빛나는 황금 같구나. 하지만 우선은 이 호박인가 하는 걸 먹어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젓가락을 들어 호박과 사슴 고기의 된장조림을 입에 넣었다.

독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노부나가는 그런 것에 무심한 것일까.

아니면 사전에 독의 유무가 확인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평범하게 씹고 있었지만, 갑자기 그걸 멈추더니 노부나가는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기분 탓인지 초조한 표정으로도 보였다.

얼굴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시즈코는 물론 주위의 신하들도 다급해졌다.


"여, 영주님! 설마 시즈코 님, 독을!"


"멈춰라!"


다급해진 히데요시가 요리에 독을 넣은 것이라고 착각하여 시즈코에게 달려들었지만, 직전에 그것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목소리의 주인은 노부나가이다. 아까와는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여, 영주님? 어라……?"


"이 음식, 지금까지 맛본 적이 없는 식감이로다. 그런데 씹는 맛이 있어 매우 좋구나. 약한 단맛도 맛을 끌어내고 있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입가를 끌어올려 웃음을 띄우며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했다.

그 표정으로 독이 착각이었음을 이해한 신하들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로부터 노부나가는 말없이 요리를 전부 먹어치웠다.

음식에 무관심하다고 하는 노부나가였지만, 역시 새로운 것이 신경쓰이는 것인지 맛을 음미하며 먹고 있었다.

젓가락을 천천히 쟁반에 내려놓더니 노부나가는 시즈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확실히 맛있었다. 그리고 이만한 양을 헌상할 수 있으니 풍작이겠지"


웃음을 띄우며 말하는 노부나가를 보고 시즈코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일순, 즉시 표정이 바뀐 노부나가는 노려보는 듯한 표정으로 시즈코에게 물었다.


"쌀이 아닌 이유는 무엇이냐. 작물과 달리, 쌀은 중요한 물자이기도 하다. 네 모습을 보아하니 쌀은 생산하지 않았겠지. 그 이유를 말하라.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희한한 먹거리라는 이유는 아니겠지?"


전국시대, 겨울에 전쟁이 많았던 것도 쌀을 생산하는 농민이 농사일을 마친 뒤였기 때문이다.

야채와는 달리 쌀은 전쟁에도 사용되는 중요한 물자인 것이다.

얼마나 쌀을 많이 확보하는가가 전쟁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포인트였다.


"……영주님, 그리고 신하 분들 앞에서 황공하옵니다만,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사옵니다"


"상관없다, 말하라"


한 번 머리를 숙인 후, 시즈코는 똑바로 노부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주님께서 천하통일을 이루시기 위해서는 '부국강병'을 행할 필요가 있다, 고 저는 생각하옵니다"


"부국강병이라고?"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 산업의 육성과 군대 강화, 라는 의미의 말이옵니다"


하지만, 이라는 말을 조금 강하게 말한 후, 시즈코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아는 한, 부국강병을 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사옵니다"


순간, 노부나가의 표정이 변했다.

시즈코의 말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어떤 다이묘도, 설령 쇼군이라도 부국강병을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즉 그 안에 노부나가도 들어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신하들의 표정도 변했지만, 그들이 뭔가 말하기 전에 노부나가는 손으로 제지했다.


"계속하라"


"……먼저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결코 영주님을 우롱할 생각은 없사옵니다. 다만, 사실을 사실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상관없다. 다만 그렇게 말한다는 건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있으렸다?"


날카로운 표정으로 시즈코에게 묻는 노부나가로부터, 시즈코는 그게 없다면 용서하지 하지 않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기백에 저도 모르게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지만, 그걸 떨쳐내듯 시즈코는 마음을 다잡았다.


"부국강병 중, 강병은 군사 제도 개혁에 의해 군비를 증강하는 것으로 이룰 수 있사옵니다. 하지만, 우선은 부국 쪽…… 즉 국력의 증가를 꾀할 필요가 있사옵니다. 그것을 위한 첫걸음으로서 평민의 생활 기반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사옵니다"


"……"


"이번에 헌상드리는 작물은, 메마른 토지에서도 재배할 수 있사옵니다. 게다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재배할 수 있사옵니다. 즉 쌀을 재배하면서 옆에서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옵니다"


쌀의 재배는 기본이기에 안할 수 없다.

하지만 쌀 이외의 재배를 하지 못하면, 흉년이 들었을 때 농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져 버린다.

그래서 메마른 토지에서도 자라는 작물이 중요해진다.


(특히 고구마는 번식 능력이 높고, 메마른 토지에서도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자라지. 그러니까 초심자라도 비교적 키우기 쉽고. 에도 시대 이후에 기근 대책으로서 널리 재배된 이유도 거기에 있지)


게다가 시즈코가 재배한 것은 전래 당시의 고구마가 아니라, 현대 과학에 의해 품종 개량된 품종이다.

고구마, 호박, 토마토, 스위트 콘, 사탕수수 모두 병충해에 강하여 웬만해서는 시들 걱정은 없다.


"영양가도 높아, 영양실조에 의한 어린아이의 사망률도 낮출 수 있사옵니다"


어린아이의 사망률이 낮아지면, 그것만으로도 농사일의 노동력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백 명의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반 밖에 어른이 되지 못하는 나라와, 9할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나라는 기반에 차이가 생긴다.

병력은 물론, 농사로 생산되는 쌀이나 야채류도.


"효과적인 방법에 의한 작물 생산량의 증가. 그에 따른 평민의 영양 개선. 그것들을 실현하여 부국을 만듭니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는 것에 의해, 장래의 병사의 증가를 꾀합니다. 이걸로 강병을 이룰 수 있사옵니다"


그녀가 말을 끝낸 순간, 건조한 부채 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다.


"훌륭하다! 겨우 농사일로 거기까지 계산에 넣고 있었다니. 네 능력, 확실히 보았노라"


일어서며 부채로 시즈코를 가리키며 노부나가가 말했다.

그것을 본 무장들이 전원 머리를 숙였기에, 시즈코도 당황하여 머리를 숙였다.


"고개를 들라, 시즈코"


"네"


천천히 고개를 든 시즈코의 이마에 노부나가는 부채 끝을 가볍게 댔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그녀는, 노부나가의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네 빠른 머리 회전, 내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는 담력은 제법이다. 여자인 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지"


"네, 네에……"


"다시 말하지. 너는 내 것이다. 내게서 떠날 때는 죽을 때 뿐이다"


부채를 시즈코의 이마에서 떼더니, 노부나가는 옅게 웃음을 띄우며 말을 이었다.


"네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겠지?"


그 말에 시즈코는 얼굴을 펴며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의 발언에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배신하면 죽인다"는 내용이 없다.

순수하게 시즈코를 쓰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느꼈다.

그렇기에 시즈코가 할 일은 무엇인지 노부나가는 물은 것이다.


(돌아갈 수 없는 이상, 나는 이 전국시대를 살아남겠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노부나가의 수하가 되어 일할 수밖에 없다.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이상, 전국시대를 살아남아야 한다.

게다가 이 시대, 여자를 수하로 쓰겠다는 생각을 하는 다이묘는 노부나가 이외에는 없다.

따라서 시즈코에게는 노부나가를 위해 일하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새삼 이해한 시즈코는 마음속에서 가만히 결의를 굳혔다.


"요시나리! 농민을 50명 정도 모아라"


"옛!"


"시즈코, 나는 미노(美濃)를 친다. 네게는 새로이 영지를 맡기겠다. 거기서 모은 마을사람들을 써서 오와리(尾張)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을 갖추어라"


"옛!"


머리를 숙이며 시즈코는 역사를 떠올렸다.


(분명히 노부나가가 오와리, 미노 두 나라를 다스리는 다이묘가 된 것은 지금부터 2년 후인 에이로쿠 10년(1567년)…… 거기부터 노도의 기세로 영토 확장을 했으니까, 그 때까지 생산력을 강화해야겠네)


세상은 전국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항상 어딘가의 영주끼리 전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에 나가는 병사는 평소에는 농민인 지방 토착 무사가 많다.

그리고 전사자가 그대로 쌀의 생산력 저하로 이어졌다.


(에이로쿠 11년(1568년) 7월에 이치죠인 카쿠케이(一乗院覚慶,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의 법명)가 노부나가에게 접근해서, 에이로쿠 11년(1568년) 9월에 교토로 상경을 시작하지…… 지금부터 3년 뒤인가. 으-음, 그게 충분히 갖춰지는 건 이세(伊勢) 침공의 타이밍일까


농민이 전쟁에 끌려나가도 그걸 메울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을 갖춘다.

그것이 시즈코가 착수해야 할 과제라고 확신했다.


(이어짓기에 돌려짓기, 이모작도 해야겠네. 논도 볍씨를 직접 뿌리는 게 아니라 모판을 만들어서 못자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바꿔야겠어. 정조식(正条植)을 하기 위한 모내기틀, 제초를 위한 회전식 잡초뽑이, 베어낸 벼의 이삭을 털어내서 볍씨로 만드는 데 쓰는 탈곡기, 그것들만 써도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가!)


솔직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눈이 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광대한 농경지를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대로 가슴을 부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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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