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8년, 노부나가 공, 만남의 때



012 1565년 10월 중순



커다란 고구마 구덩이가 다섯 개, 말린 고구마를 넣은 항아리가 선반에 30개 정도 놓여 있었다.


금년의 고구마는 대풍작이었다.

이만큼 있으면 내년의 여름까지 먹는 데는 문제없다고 확실히 단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단맛을 갖는, 배가 든든해지는 먹거리다. 마을사람들의 기분이 고양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초에 전국시대에는 달다는 것만으로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는 시대였다.


"오~ 구워졌다 구워졌어"


그릇에 가득 담긴 군고구마를 보며 시즈코는 즐거운 듯 목소리를 냈다.

살짝 감도는 달콤한 냄새가 그녀의 위를 자극했다.

그건 마을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힐끔힐끔 군고구마 더미를 보고는 침을 삼키고 있었다.


"전원 모인 것 같으니, 각자 고구마를 손에 들어주세요-"


보기에 시즈코 등이 마지막이었던 듯, 그 목소리와 함께 마을사람들이 군고구마 더미에 몰려들었다.

1분도 지나기 전에 군고구마 더미는 깨끗이 모습을 감추었다.


"촌장님-, 뭔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대로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전원 시즈코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선창이 필요하다고 이해한 그녀였지만, 아무래도 30명의 시선을 일제히 받게 되니 움츠려졌다.


"어-, 뭐 어려운 얘기나 긴 얘기는 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한 시즈코는 의외로 의욕적이었다.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고구마가 대풍작입니다. 오늘은 마시고 먹고 놉시다! 내년의 풍작을 기원하며!?"


"오-!"


시즈코가 고구마를 하늘높이 치켜들자, 그것에 호응하듯이 마을사람들도 고구마를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몽상적이지만, 모티베이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소한 일을 신경써서는 시작이 안 된다.


그 목소리가 축제 시작의 신호였다.


"자 그럼, 예쁜 황금색의 고구마 씨. 당신은 무슨 맛일까요~"


마을 사람이 껍질째로 먹거나 밀어넣듯 먹고는 목이 메는 것을 보면서 시즈코는 천천히 고구마의 껍질을 벗겼다.

벗길 때마다 보기좋은 황금색의 속살이 보이며, 그녀는 나이값도 못하고 두근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호오, 확실히 맛있어 보이는 색이구나"


3분의 1 정도 껍질을 벗겼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에 반응하여 뒤돌아보려 했지만, 그 전에 고구마를 든 손이 강하게 잡아당겨졌다.


"음. 딱 좋은 단맛이라 맛있군"


시즈코의 팔을 잡아당긴 인물은, 어이없게도 그녀의 고구마를 주저없이 베어물었다.

순간적으로 껍질을 벗긴 부분이 절반 정도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인물에 대해 불평 따위 하지 않고, 거꾸로 경악하여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여, 여여여여여여영주님!?"


시즈코의 고구마를 먹은 인물은, 그녀의 주인인 오다 노부나가였다.




"말린 고구마인가. 적당한 씹는 맛과 단맛이 좋구나"


"네에……"


그릇에 담긴 말린 고구마를 먹고 있는 노부나가를 시즈코는 반쯤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방문한다는 연락은 전혀 받지 못했고, 정말 갑작스런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저어, 영주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출진하기 전에 온천에 들어가려고. 그리고 네게 용무가 있다"


(출진…… 아아, 슬슬 미노(美濃)를 공격할 시기네)


오다 노부나가가 오와리(尾張)와 미노의 2개국을 다스리는 다이묘가 된 것은 에이로쿠 10년(1567)년이라고 한다.

노부나가의 일대기인 '신장공기(信長公記)'에는 8월 쯤에 미노를 지배했다고 쓰여 있다.

정확한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에이로쿠 10년 11월 9일자로 노부나가에게 미노 국내로 생각되는 직할령(御料所) 탈환을 오기마치(正親町) 천황이 노부나가에게 명했다는 윤지(綸旨)가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에이로쿠 10년(1567년)이 미노를 지배한 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그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소규모 분쟁이 계속되었다.

아마도 그 중 하나,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나는 거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예? 제게요?"


전쟁은 이해했지만 자신에게 용무가 있다, 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용건인지도 모르기에 시즈코는 단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있는 마을사람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되는 50명의 농민. 그놈들은 전장에 데려가지 않겠다. 대신 너는 그것들을 이용해서 이곳을 일대 생산거점으로 바꾸어라"


"예, 예에?"


"그리고 이 말린 고구마는 가져가겠다"


"네에…… 그건 문제없습니다만. 어째서 생산거점을 만들라고 명하시는 건가요?"


애초부터 생산 증가를 생각하고 있었던 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 쪽에서 명한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스스로 늘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노부나가가 이곳을 생산거점으로 만들라고 명령한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너는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건 갑작스런 질문이었다.

시즈코는 대답이 궁했지만, 노부나가는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고, 단지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그렇기에 시즈코가 대답이 궁해 있어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지금도 여전히 다이묘끼리의 소규모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나라도 백성도 한계까지 피폐해져 있겠지. 빨리 나라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만이나 명나라를 따라잡을 수 없다"


조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후, 노부나가는 작게 말했다.


"그러니까, 우선은 네가 말한 '부국강병'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반석같은 기반 없이, 나라를 통일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거기까지 말한 후, 노부나가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천천히 내쉬었다.


"시즈코, 네가 세운 공적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적은 인원으로 대량생산을 하는 일의 어려움을"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다음에는 쌀의 대량 생산을 명한다. 네 역할, 확실히 완수해야 한다"


옅은 웃음을 띄우는 노부나가의 말에, 시즈코는 깊숙히 머리를 숙여 대답했다.


이상한 느낌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말하고 있는 것은 명령이고, 그걸 이루었을 때 상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싫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노부나가가 어디까지 가는지 알고 싶어졌다.


"이 나라를 통일하면, 다음에는 명이나 남만을 뛰어넘는 나라로 발전시킨다. 그런 후에-"


시즈코는 알고 있다. 지금 꿈을 얘기하는 노부나가는 결코 천하 통일따위 이루지 못하는 것을.

꿈의 도중에 모반당하여 그 인생을 끝내게 되는 것을.


그래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가 어디까지 길을 달려가는지를.

인생 그 자체를 일순에 주파하는 노부나가를, 시즈코는 진심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역사가 기록한 노부나가가 아냐. 지금, 눈 앞에 있는 노부나가를 알고 싶어)




결국, 만든 말린 고구마의 대부분은 노부나가가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대신 전장에 가지 않아도 되기에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은 수확물은 세금으로 징수당하고 일손인 농민을 전부 전장으로 끌려가게 되니까.


"시즈코를 따라 수확량을 늘려라. 그것이 너희들의 역할이다!"


말 위에서 노부나가는 마을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시즈코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나라의 기반을 강화할 생각이라는 것을.


(상경까지의 몇 년 동안, 상식을 뛰어넘는 국가 기반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어?)


전국시대, 쌀이나 작물의 수확량은 농민의 수나 토지에 따라 달라졌다.

대량생산도 효과적인 농업기술도 아무것도 없다.

현대처럼 최소한의 생산량을 유지하지 못하고, 매년 거의 운에 맡기는 것에 가까운 형태였다.


"영주님, 기대해 주십시오. 내년 이맘때쯤, 앗 하고 놀라실 양의 쌀을 수확해 보이겠습니다"


하지만 시즈코는 다르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전국시대에서 현대까지 사이에 태어난 육성 방법이 있다.

현대의 지식을 이용해 재배하면, 그것만으로 수확량은 대폭 달라진다.


"호오, 그거 기대되는구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즈코를 보고 노부나가는 히죽 웃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을사람들 중 몇 명인가는 비명을 지를 뻔 했으나, 시즈코만은 작게 웃고 있었다.


절대적인 자신이 있는 건 아니다.

현대에서는 상식인 기계가 전국시대에는 전혀 없다.

타임슬립했을 때 가져온 현대 기술품은 있지만, 그걸로 뭐든지 다 될 정도로 만능도 아니다.

망가지면 대용품을 써야 하기에, 함부로 막 쓸 수도 없다.

그래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은 즐거워서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대한 농지를 경작하고, 그것들을 사용해서 대량의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그녀는 즐거워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제 지식을 이용하여, 어떤 나라보다도, 그리고 어떤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생산량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단한 자신이구나. 그만큼 큰소리를 치다니"


"저 혼자서는 이렇게까지 큰소리를 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 반년 가까이 따라와 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힘을 합치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을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의 수확도 그녀 혼자서 성공한 게 아니다.

마을사람들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고구마나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세도 되지 않은 애송이인데, 그들은 말없이 따라와 주었다.

처음에는 협박받아서 억지로 따라왔지만, 지금은 모두가 단단한 유대로 이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다음에도 실패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기대하고 있겠노라!"


그렇게 말하더니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하는 듯 노부나가는 말머리를 돌렸다.

그것을 본 시즈코는 깊이 고개를 숙였고, 그리고 그런 시즈코를 보고 마을사람들은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잠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윽고 들리지 않게 되자 시즈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당연하지만 그곳에 노부나가의 모습은 없었다.


"후우, 이래저래 바빠지겠네-"


방금 전에 노부나가에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던 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목소리에는 어딘가 느긋함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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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