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9 1567년 3월 하순



호적을 만들려니 주소가 필요해졌지만, 그건 딱히 집착이 없었기에 간단한 내용으로 때웠다.

먼저 마을을 넷으로 나누어, 각각 '정(丁)'의 번호를 붙인다. 그리고 '정'을 넷으로 나누어 '번(番)'의 번호를 붙인다. 가장 북동쪽을 1정목(丁目) 1번지(番地)로 하여 남쪽이 1정목 2번지, 서쪽이 1정목 3번지가 된다. 마찬가지의 순서로 번호를 붙여나가서 대각이 되는 가장 남서쪽이 4정목 4번지가 된다.

이렇게 하여, 어떤 마을도 '정'은 넷, '번'은 16개로 통일된다. 전부를 통일해두면 관리가 쉬워지는 것이다.

나아가 마을마다 특색을 부여하기 위해, 각각의 마을에 특산품을 만들게 했다.

'삼베(麻)'를 생산하는 마을은 이름을 '아사마치(麻町, 삼베마을)'로 하고, 이름 그대로 '삼베'를 생산하게 했다.

'된장(味噌)'을 생산하는 마을은 이름을 '미소마치(味噌町, 된장마을)', '벌꿀(蜂蜜)'을 생산하는 마을은 '미츠마치(蜜町, 꿀마을)', 산에 가까운 마을은 '키노코마치(茸町, 버섯마을)'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시즈코의 마을을 '모토마치(元町, 원점이 되는 마을)'이라고 이름붙였다. 이것은 시즈코의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던 기반을 각 마을로 옮겨 분산시켰기에 '원점이 되는 마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각 마을에 '마치(町, 마을 정)'가 붙어있는 것은, 단지 어감이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대단한 의미는 없다.

애초에 시즈코에게 있어 무라(村, 마을 촌)이던 마치(町)던 아무래도 좋았고, 식별하기 위한 코드가 룰에 따라 만들어져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마지막으로 안내 간판을 설치하여, 전령 등의 사람들에게도 방향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의해 전령의 실수나 길을 잃는 등의 로스를 극력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마을 사람들도 헤매는 경우가 적어져, 정보 전달을 확실히 하기 위해 중요한 시간과 공간의 인식에 대한 공유화 중 공간 쪽은 거의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순조로웠던 것은 거기까지로, 시간에 대한 인식의 공유화에는 막대한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날짜 시간이나 요일 등이 일상에 정착된 것은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이다. 그 때까지는 시대에 따라 역법은 제각각이었다.

예를 들면 전국시대에 쓰였던 주된 달력은 선명력(宣明暦)이다.

하지만 역도(暦道)릂 담당하던 카데노코우지(勘解由小路) 가문(카모우(賀茂) 씨)가 단절된 영향으로, 쿄(京, ※역주: 수도를 말함, 여기서는 교토)와 지방에서 달력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 독자적인 달력(民間暦, 민간력)이 쓰이고 있는 상태였다.

에도(江戸) 시대에 들어서는 천문방(天文方, 천체관측을 하던 관청)이 천체 관측을 기초로 달력을 만들었다.


이번의 경우에는, 오다 가문과 자신들의 마을에서 날짜와 시간이 공유화되면 되는 것이므로, 정월(正月)을 기점으로 1월 1일을 정하여 공유화하기로 했다.

당장은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즈코는 월일(月日)을 공유하기 위한 캘린더를 만들었다.

동시에 칠요제(七曜制, ※역주: 7일을 1주일로 잡는 것)를 도입하여, 가능한 한 시즈코가 현대에서 사용하던 그레고리 력의 캘린더에 근접하게 했다.


시각은 해시계로 커버하기로 했다. 당시의 시간의 개념은 일출과 동시에 일어나서 아침, 태양이 중천에 걸릴 무렵이 정오이며, 해가 진 이후가 밤이라는 조잡한 것이었다. 이래서는 집회를 할 때에 불편하다. 일이 끝난 후의 밤에 촌장 집으로 모이도록 지시하더라도 지평선이 보이고 일몰이 관측되지 않을 경우, 밤의 기점은 개개인의 주관에 의존한다. 그 때문에 전원이 모이는 데 시간이 걸려 효율이 나쁘다. 그 점에서 해시계는 전원이 공유 가능한 시간의 단위를 객관적으로 정할 수 있어 유효했다.

해가 지거나 날씨가 나쁠 때는 시각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결점은 있지만, 우선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전술한 밤의 집회 시간을 공유화하기 전의 단계로서, 개개인이 공유할 수 있는 단위 시간의 감각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금석으로 도입한다.

그렇기에 다소의 디메리트는 감수하기로 했다.


사실은 정각마다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 쪽은 노부나가로부터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종을 치기 위해서는 절이 필요하지 않느냐. 그러니까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말하고 보니 그러네,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노부나가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의 무신론자다.

절을 짓겠습니다라고 하면 불같이 화날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안 되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상신했다. 그러자 의외의 사실이 판명되었다.

노부나가는 불교 등의 종교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무익한 외래어를 일본어로 옮기고 그걸로 인간적으로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나, 풋내나는 이상론을 백성에게 들려주는 한편 금지되어 있는 육식이나 여색, 금품을 얄팍하게 탐하는 타락한 중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듯 했다.

그래서 시즈코의 마을 근처에 절을 세우면, 배고픈 쥐떼처럼 모여들 게 틀림없다, 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알게 되면 대책을 생각하는 건 간단했다.

시즈코는 절을 세우고 싶은 게 아니라, 종을 칠 시설을 세울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절이 아니라 신사를 건축하는 허가를 노부나가에게 신청했다. 물론, 신사 뿐만이 아니라 종을 설치할 시설, 서당(寺子屋) 등의 교육 시설, 숙박 시설, 화장터, 멥쌀을 키울 논이나 작은 밭 등도 함께 신청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몇 가지 작은 의문점은 있지만 내용에 문제는 없다. 그러므로 건축을 허가한다'였다. 일단 허가가 떨어진 것에 시즈코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마지막에 쓰여 있던 한 문장에 다시 그녀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그것들을 물을 기회를 마련할 테니 예정을 비워 두도록'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시즈코였지만, 그것들은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


캘린더는 각 마을에 설치한 광고 게시판과 촌장의 집, 해시계도 마찬가지로 광고 게시판과 촌장의 집 부근에 설치했다.

그 외에도 사람이 모일 만한 장소에 캘린더나 해시계를 설치했다.


거기까지 하게 되자, 간신히 연락망에 쓰이는 회람판을 쓸 수 있었다.

현대에는 당연한 듯 있는 연월일, 요일, 시간, 주소, 전화나 메일 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실패와 성공이 거듭되어 태어난 것인지 시즈코는 지겨울 정도로 알게 되었다.


회람판의 운용을 시작한 후 1주일 정도는,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당황으로 곤혹스러워했지만, 이윽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예정을 맞추는 데 편리한 점을 이해했다. 그 이후로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백성들은 차례차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여 갔다.

지금도 1, 2시간 정도의 시간 오차는 있었지만, 날짜를 틀리거나 하는 연락 미스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달'이 아니라, '마을의 게시판을 보면 된다'고 바뀌었기 때문에, 직접 1차 정보를 손에 넣기 위해 전언(伝言) 게임식의 해석에 의한 정보의 변용이 없어진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시즈코는 불안했기에, 각 마을은 몇 번인가 시찰했다.

연락망은 제대로 바르게 전달되고 있는지, 사실은 잘못 해석되어 있지 않은지, 등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각 마을이 시즈코가 구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았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한숨을 쉬었다.




시즈코는 호적의 원본을 노부나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사본을 갖기로 했다.

이에 의해 내용이 바뀌어도 대조해보면 틀린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종이를 두 배로 필요로 하는데다 내용을 갱신할 때 원본과 동기화시키는 등의 관리상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결점이 있었다. 운용면에서는 목간을 사용하여 1년분의 내용 변경을 모아 두었다가, 1년에 한 번 종이로 청서(清書)하면서 노부나가의 원본과 대조하여 목간의 내용 이외의 변경이 없는지 체크하는 제도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마을의 규모의 파악이나 간자의 잠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이 노부나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비추어졌기에, 종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극력 낭비를 줄여라, 라는 엄명도 함께 받았지만.


"호―, 이게 호적이라는 놈인가. 확실히 누가 어디에 사는지 일목요연하군"


그런 노력의 결정체인 호적표본을, 키묘마루는 느긋한 얼굴로 읽고 있었다.

고심의 작품이 함부로 취급되는 것처럼 보인 시즈코는 어쩐지 낙담해버렸다.

하지만, 애초에 호적 초본, 등본도 주소도 전국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니,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애초에 촌장을 뿌리로 해서 가족마다 갈려져나가 개인은 이파리로서 관리하는 나무 구조의 정보를 일괄 관리하기 위한 서류니까. 그러니까 소중하게 다뤄 줘. 자칫 잘못하다간 영주님의 벼락이 떨어질 거야"


"그건 무섭네. 맞다맞아, 잊기 전에 말해두지. 미안하지만 숯을 팔아주지 않겠어?"


"숯? 괜찮은데, 왜 갑자기?"


키묘마루의 말에 시즈코는 이상하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즈코는 니사쿠의 마을에서 벌채한 나무를 일시적으로 보관하여, 건조시킨 후에 숯을 만들었다.

일부러 마을 한 구석을 사용해서 목재를 보관한 것은, 연료로서 숯이 필요했던 것은 물론이지만, 사실은 목초액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목초액은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대용품이 되는 것 외에 물을 정화하는 작용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효과는, 과학적인 분석 결과 알게 된 것이다. 옛날에는 숯을 구울 때 생긴 목초액은 산림에 그냥 흘려버리는 상태였다.

하지만 흘려버리는 상태였던 덕분에, 나무의 성장이 촉진되거나 하천의 물이 정화되었던 것이니 아이러니라고밖에 할 수 없다.


농약적인 용도로서는 해수, 해충에 대한 기피제, 퇴비의 발효 촉진제나 쓰레기 처리용 소취제 등으로서도 쓰인다. 생활을 질을 향상시키는 용도로서는 입욕제로서 사용하여 소취, 살균, 소독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애초에 목초액은 성분에 편차가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변이원성의 것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취급에도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기에, 과도한 기대는 할 수 없는 물건이다. 기껏해야 효과가 있으면 이득,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시즈코의 숯은 연기가 거의 안 나오더군. 모양도 균등하게 잡혀있으니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것이겠지. 내 것은 연기가 나오고 모양도 나쁘니까"


(그건 그냥 불완전 연소상태일 뿐인게……)


건조한 나무를 불 속에 넣기만 해서는 숯을 만들 수 없다.

새카만 숯처럼 보여도 단지 산화한 것 뿐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숯처럼 탄화되어 있지 않다.

그 두 가지는 겉보기가 닮았을 뿐이지 내용물은 전혀 다른 것이다.

키묘마루가 쓰고 있는 숯은 단지 태우기만 한 것을 재이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충 만든 조악품인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응, 뭐 좋아"


숯은 그럭저럭 여유가 있었기에 키묘마루에게 팔아도 문제없다, 고 생각한 시즈코는 승락했다.




4월이 되고 조금 지났을 무렵, 시즈코는 어떤 것을 수확하러 산에 올랐다.


"그럼, 봄의 표고버섯 수확날입니다…… 아무도 없지만"


그것은 봄의 표고버섯이다. 원래 표고버섯은 봄과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버섯이라 하루코(春子)라고 불린다.

초봄에 생기는 버섯은 종류가 적기 때문에, 하루코는 봄의 맛거리로서 즐기는 것이다.


"오, 좋은 느낌으로 자랐네. 이야, 아야 짱이 화내길래 급거 확장했는데…… 나쁘지 않네"


시즈코는 애초에 개인이 소비할 정도의 양밖에 생산할 생각이 없어서 재바장은 상당히 대충 만들어졌었다.

일조량은 조절되지 않고, 게다가 울타리도 없어서 멧돼지가 먹기도 했다. 그래서 원목의 수는 많았지만, 수확할 수 있었던 양은 백몇십개라는 결과였다.

아야에게서 단단히 설명을 듣고, 노부나가로부터 '표고버섯을 증산해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시즈코는 겨우 표고버섯이 고급품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로부터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빴다. 원목을 대량으로 입하하여, 그것을 늘어놓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일조량을 조절하기 위해 주위의 나무를 베고, 나아가 멧돼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했다.

너무 밀집시키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몇 개인가의 블록으로 나누어 재배하기로 했다.


키노코마치(버섯마을)의 사람들과는 별도로, 시즈코가 가지고 있는 표고버섯 재배 블록은 세 개다.

하나만 조금 떨어져 있지만 대부분은 밀집되어 있기에 멧돼지가 종종 먹으러 온다.

대부분은 울타리로 막을 수 있지만, 무리하게 넘으려고 해서 울타리가 파괴되어도 곤란하기에, 유도용으로 몇 개인가의 원목을 울타리 밖에 놔두었다.


"이건 못쓰겠네…… 이건 아직 작네. 이쪽은 오케이―"


원목의 표고버섯은 모두 자라 있는 건 아니었다. 못쓰게 된 것, 작아서 채취 시기가 아닌 것도 있다.

병이 들거나 한 표고버섯은 전부 떼어내서 적당한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묻었다. 그 이외에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을 사슴가죽으로 만든 숄더백에 넣었다.


사슴을 처리할 때마다 쌓여간 가죽이지만, 가죽은 무두질하지 않으면 쓸 수 었다.

무두질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현대에서도 주류가 된 방법은 크롬 무두질과 탄닌 무두질이 있다. 하지만 크롬 무두질은 다종다양한 약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채 기름을 사용하는 백무두질이나 식물 탄닌을 사용하는 탄닌 무두질이 선택지로서 남는다. 유채 기름은 달리 쓸 곳이 있기에, 여기서는 탄닌 무두질을 했다.

가죽에서 피혁이 되기까지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반년 이상, 식물 탄닌 무두질 용해액이 든 통에 담궈놓아야 한다.

그 동안 탄난의 농도를 서서히 높여갈 필요가 있었다.

다소 손이 가는 탄닌 무두질 피혁이지만, 크롬 무두질 피혁에 비교하면 신축정이나 탄성은 적어도 견고하고 가소성(변형되기 쉬운 성질)이 있어 성형에 적합하다.

따라서 가방 등을 만드는 데 적합하여, 시즈코도 가죽을 사용한 숄더백이나 배낭을 만들었다.

가방의 이점은 뭐라 해도 손이 자유롭다는 것이리라.

보자기 등은 부정형의 물건도 쌀 수 있지만, 반면에 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손이 막혀 버린다.

따라서 산을 오를 때에는 보자기보다도 양 손을 쓸 수 있는 배낭 쪽이 유리한 것이다.


버섯을 수확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부스럭 하고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카이저와 비트만, 그리고 쾨니히가 있었다.

세 마리 모두 시즈코를 발견하자 그녀에게 다가와서 아양부리는 목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볐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주위를 과할 정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 어, 혹시 영역에 뭔가가 침입했나……?)


그것을 이해한 순간, 시즈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하지만 사람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비트만들의 표정을 보니, 누군가가 산 속에 들어온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영역을 어지럽히는 상대를 쫓아내기 위해 산에 들어와서 도중에 시즈코를 발견한 것이리라.


시즈코는 숄더백에서 목간을 꺼내 숯으로 아야 앞으로 편지를 썼다.

내용은 '산에 침입자의 흔적이 있음. 만약을 위해 병사 파견을 요청함'이었다. 그것을 쾨니히에게 묶은 후, 수화 비슷한 사인으로 그에게 명령했다.

잘 전달된 듯, 쾨니히는 한 번 끄덕이더니 방금 온 길을 되돌아갔다.


카이저와 비트만을 데리고 시즈코는 표고버섯 밭을 향했다.

봄의 산나물은 다른 산에서도 채취할 수 있으니 일부러 산 속에 들어와서 찾을 필요성도 없다. 그렇다면 침입자의 목적은, 이 산에만 존재하는 표고버섯 밭일 거라고 시즈코는 예측했다.

말린 표고버섯은 명나라에 대한 주요 수출품이다. 바구니 가득 가지고 돌아가면 상당한 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두번째의 표고버섯 밭에 도착한 시즈코는 우선 주위의 상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딱히 어지럽혀진 흔적은 없었고, 크게 자란 표고버섯이나, 지금부터 성장할 표고버섯이 원목에 한가득 나 있었다.


(두번째의 표고버섯 밭은 괜찮네.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세번째의 표고버섯 밭일까……?)


시즈코는 세 군데 있는 표고버섯 밭 중에서 가장 환경이 좋지만, 마을에서 좀 지나치게 멀리 떨어진 마지막 표고버섯 밭으로 향했다.

이윽고 세번째의 표고버섯 밭의 코앞까지 왔을 때, 카이저가 약간 낮게 으르렁댔다.

역시 누군가 있다, 그렇게 이해한 시즈코는 살금살금 다가가쎠다.


이윽고 그들은 멧돼지를 막기 위한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의 문은 풀과 나무로 간소하게나마 묶여 있었을텐데, 예리한 날붙이로 깨끗하게 잘려 있었다.

시즈코는 부근에 있는 풀과 나무를 모아서 그것들을 나무에 단단히 감고, 막대기를 물려서 비틀었다.

유일한 출입구를 막은 후, 시즈코는 울타리를 따라 바깥쪽으로 돌며 상황을 관찰하면서, 이걸로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군자는 위험한 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지. 상황을 살피는 정도로만 하자)


발소리를 죽이고 시즈코는 표고버섯 밭 안쪽을 관찰했다. 그러자, 밭 안쪽에서 살금살금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방심하고 있는지, 그 인물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괴이한 장소로다. 어째서 벤 나무를 늘어놓은 거지. 그리고 이건……"


생각의 바다에 잠겨 있는지, 목소리의 주인은 비트만들의 낮은 으르렁거림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혼잣말을 계속했다.

시즈코는 비트만들에게 목소리를 죽이도록 명령한 후, 다시 한 번 주위를 관찰했다.

시즈코는 가까운 울타리에 뭔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대신창(大身槍)으로 분류되는 긴 찬이었다.

무기를 손에서 놓다니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바보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주위를 계속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침입자 이외의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카이저나 비트만이 반응하지 않는 걸 보니, 침입자는 혼자라고 생각해도 틀림없으리라.


(길이는 5에서 6미터 정도………… 어라?)


창 쪽을 보니, 통(樋, 날 중앙의 홈)에 뭔가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루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그녀가 생각한 순간, 멀리 뒤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즈코 님―!!! 무사하십니까―!"


니와(丹羽)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수십명이나 되는 발소리나, 갑주가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마도 침입자라고 하니 상당한 숫자의 병사를 데리고 온 것이리라.

그리고 시즈코에게 들렸으니, 당연하지만 침입자에게도 들렸다.


"헛!"


쭈그리고 있던 침입자가 목소리에 반응하여 일어섰다.

그 인물에게 동요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곧장 창을 잡으러 발길을 돌렸다.

순간, 비트만이 크게 포효했다.


"뭐, 어, 헛!"


그것은 개처럼 요란하게 짖는다기 보다, 어딘가 최후 통첩을 들이대는 듯한 결연한 포효였다.

늑대는 개와 달리 거의 짖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큰 소리로 짖는 것 같이 눈에 띄는 행위는 자신의 몸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고의 울음소리나, 일본늑대처럼 멀리서 짖는 습성이 없을 경우, 기본적으로 늑대는 침묵한다.

따라서 회색늑대인 비트만이 짖는 이유는, 침입자에 대해 '내가 상대다, 지금부터 네놈을 사냥하겠다'라고 고하는 것과 동시에, 무리에 대해 전투의 개시를 알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걸 보고, 시즈코는 비트만보다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늑대의 무리의 리더이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족인 비트만들을 지키려는 마음 쪽이 강했다.

그래서 무모하다는 건 이해하면서도, 그녀의 발은 앞으로 나섰다.


한편, 의식 밖에 있던 방향에서 갑자기 늑대의 포효가 들려왔기 때문에, 침입자는 순간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하며 발을 멈춰 버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이 떨고 있으면서도 양팔을 벌리고 있는 시즈코와, 이빨을 드러낸 늑대 두 마리였다.

아무래도 완전히 예상 밖이었는지, 침입자는 패닉을 일으켰다.


"뭐, 뭐, 뭣! 무엇을!"


그리고 그 이상, 침입자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몇 발의 화살이 발 앞에 꽂혔다.


"움직이지 마라"


겨우 도착한 니와를 포함한 오다 군의 병사들에게, 울타리 너머로 주위를 완전히 포위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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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