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6 1567년 1월 하순



정초의 3일이 끝나면 딱히 이벤트도 없고, 겨울 야채나 유채기름용의 재배를 계속할 뿐이었다.

간신히 양파의 생산도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여, 식용으로서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묘(種苗)와 경작지가 부족하여, 본격적인 증산은 바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즈코는 자신이 생산 관리하는 것들을 열거해 보았다.

야채는 옥수수, 부추, 호박, 가지, 토마토, 무, 파, 양배추, 토란, 소송채, 킨토키 당근, 순무 등 12종류.

군수물자로서 쌀, 콩, 표고버섯, 벌꿀, 사탕수수. 비상식으로서 고구마. 게다가 독자의 양계장에서 닭고기와 계란. 기름이 되는 유채꽃(菜種)과 피로 회복에 가장 잘 듣는 식품인 양파.

규모는 작지만 양잠에 의한 견사(絹糸) 생산과, 뽕나무 잎을 사용한 뽕나무 찻잎, 그리고 뽕나무 열매.

인구가 겨우 100명 정도의 마을이 생산하는 규모를 생각하면, 당시로서는 규격외적인 양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아니, 잘 생각해보니 꽤나 종류가 많았네"


자신의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을 목록으로 정리한 시즈코는, 어딘가 감회가 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을 하나의 공동 농장으로 본다면, 현대 사회에서도 한 거점에서 이만큼의 품목을 생산하는 것은 드물지만, 그녀는 자신의 노력의 결과가 나온 것을 단순히 기뻐하고 있었다.


"이게 꽤나인가……? 내 눈에는 명백히 비정상적으로 생각되는데"


이로리의 재 속에 묻어두었던 군고구마를 파내며 소년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차마루(茶丸) 군? 나로서는 좀 더 생산량을 늘리고 싶은데. 특히 견사 쪽을 늘리고 싶을까"


차마루라고 불린 소년이었지만, 물론 이것은 가명이고 본래의 이름은 키묘마루(奇妙丸)이다.

부친인 노부나가의 지시대로, 그는 입장이나 신분을 숨기고 시즈코에게 접근하여, 지금은 이렇게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관계를 쌓고 있었다.

이것에는 아야도 한몫하고 있었지만, 그녀도 소년이 노부나가의 아들인 키묘마루라는 것은 모른다.

시즈코에게 알려진 것은 노부나가의 혈연자라는 사실과, 노부나가의 형제의 아들이라는 거짓말 뿐이다.

아무래도 노부나가의 친족을 막 대할 수는 없어서,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그를 대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그녀는 키묘마루를 받아들여, 지금은 경계심 제로로 집에 들일 정도로 그를 신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케 이만큼 손댈 수 있군. 이만큼 있으면…… 영주님은 꽤나 기뻐하시겠지.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고"


그렇게 말하며 화제를 돌리더니, 그는 조금 진지한 표정이 되어 이렇게 말을 꺼냈다.


"가정의 이야기지만…… 만약 시즈코가 천하를 얻는다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얻을 거지?"


"뜬금없이 무슨 얘기야? 어린애에게 그런 얘기는 아직 이르지 않아?"


"천하를 꿈꾸지 않는 사나이 따위 이 세상에 없어. 아직 성인식은 치르지 않았지만, 전장에 나가게 되면 적을 베어 쓰러뜨리고, 계속 싸워나가면 언젠가는 천하가 손에 들어온다. 최근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서 말을 끊더니, 자세를 바로한 키묘마루는 시즈코를 똑바로 보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서 손자병법의 내용을 들을 때마다 나는 생각해. 과연 계속 싸우기만 하면 천하는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라고. 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너라면 어떤 방법으로 천하를 얻을지 묻고 싶어"


"으―음…… (전국시대를 모티브로 한 전쟁사 게임의 공략법 같은 걸 말하면 되려나……)"


팔짱을 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병법서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고, 천하를 얻는 것 따위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금방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키묘마루의 열의를 접한 그녀는, 뭔가 조언할 수 있는 게 없나 생각했다.

약간 고민했지만, 그녀는 문득 예전에 플레이했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내용을 떠올렸다.


"……손해나 문제를 무시하고 대충 말하자면, 나라면 먼저 키나이(畿内, ※역주: 교토에 가까운 다섯 지방, 야마시로(山城, 현재의 교토(京都) 부(府) 남부 지방), 야마토(大和, 현재의 나라(奈良)현), 카와치(河内, 현재의 오사카(大阪)부 동부 지방), 이즈미(和泉, 현재의 오사카부 남부지방), 셋츠(摂津, 현재의 오사카부 북서부와 효고(兵庫)현 남동부 지방)의 총칭)…… 즉 쿄(京, ※역주: 수도권 비슷한 의미)를 제압하려나. 그것과 동시에 뒤로는 지방의 농촌에 대해 평생 썩히는 작전을 쓸지도?"


"어째서 의문형이지? 그건 그렇고, 과연 쿄를 먼저 제압하는 건가…… 해서, 그 이유는"


"우선 쿄에 있는 천황의 권위를 되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분명히 수십년 전에 즉위한 103대 고츠치미카도(後土御門) 천황은, 천황이라는 존재의 무력함에 절망해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흘렸을 정도니까, 지금도 여전히 천황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겠지. 우선 그 권위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국내에 있는 모든 영주들에게 '천황의 권위, 여전히 쇠하지 않았노라'고 알리는 거야"


현대에 비해 전국시대나 에도(江戸) 시대의 무가 사회는, 핏줄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신격화되어 있었다.

정통의 혈통을 계승한다, 는 것만으로 강한 무장이 모여들 정도이다.

미카와(三河, ※역주: 현재의 아이치(愛知) 현의 동쪽 절반)의 산 속의 토호인 도쿠가와(徳川) 가문이, 일부러 선조는 세이와(清和) 천황의 자손, 즉 겐(源) 씨의 핏줄을 잇고 있다고 선언한 것도,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 ※역주: 카마쿠라(鎌倉) 시대 이후의, 정치와 군사의 최고 권력자를 말함)은 겐 씨의 성을 가진 사람밖에 될 수 없었다는 이유가 있다.

천하통일을 이룬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도 헤이(平) 가문의 후예라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 식으로 혈통을 선언했기에, 고명한 무장들의 가계도는 대부분이 엉터리다.

하지만 혈통의 정당한 중심에 있는 것은 반드시 천황이었다.


"그 후에는 권위가 부활한 천황으로부터 정식으로 정이대장군으로 임명되면, 그 시점에서 대부분의 영주들은 반항 따위 생각하지 않게 돼. 뭐라 해도 천황으로부터 하사받은 권위와 지위로 지배를 정당화할 수 있으니까. 거스르면 천황에게 검을 겨누는 게 되니까, 사방팔방 모두가 적이 되는 거야. 자칫 잘못하면 신뢰하고 있던 심복에게도 배신당하겠지"


"하지만 천황이나 상황(上皇, ※역주: 천황이 양위한 후의 존칭)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나? 말하긴 뭐하지만…… 이미 몰락한 무로마치(室町) 막부(幕府)와 동격인데"


"무로마치 막부는 고작 200년 정도. 그에 비해 천황가는 1000년도 넘는 유구한 시간의 흐름을 살아온 일족이야. 만약 차마루 군이 이 일본 뿐만이 아니라 남만도 내다보고 있다면, 긴 역사를 갖는 왕족이나 황족은 절대로 필요해"


그 말에 키묘마루는 처음에는 깜짝 놀란 후, 거북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언제부터 눈치챘지"


"도중에 왠지, 였지만, 차마루 군은 지금까지 이런 거,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가벼운 잡담 정도로 했었잖아"


"쳇, 나도 모르게 너무 열을 올렸나, 실패했네. 뭐,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해서 내 공으로 하려고 획책했는데 포기해야겠군. 핫핫핫핫"


시즈코에게 계획을 간파당한 키묘마루였지만, 본인은 딱히 신경쓰지도 않고 쾌활하게 웃었다.


"하지만 아까의 이야기는 흥미깊군. 천하를 취할 계획, 그걸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무경칠서 이야기도 좋았지만, 가끔은 이런 꿈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


"(나는 흥미없지만 말야…… 뭐 게임 같아서 기분전환은 되려나)아야짱―, '지도'를 가져와 줘―"


잠시 후, '지도'가 아야의 손에 의해 방으로 운반되어 왔다.

'지도'라고 해도 조잡하게 일본의 형태가 그려져 있는 것 뿐으로, 정확히 산이나 강의 위치를 그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영주들이 비장하고 있는 것보다 정확하게 그려져 있지만.


"일본의 형태는 전에 설명했었지. 여기가 현재 우리들이 있는 장소, 여기가 쿄…… 여기가 영주님께서 지금 공격하고 있는 미노(美濃)네"


표시 대용으로 적당히 커팅한 나무 조각을 지도 위에 올려놓았다.

욕심을 말하자면 좀 더 대형의 종이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손에 들어온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까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지. 키나이를 재빠르게 제압하고, 그 이외에는 비밀 작전인 평생 썩히기를 쓴다고. 키나이를 공격하는 건 알겠어. 쿄, 그리고 사카이(堺)를 수중에 넣으면, 그것만으로 천하에 가까워지니까. 하지만 평생 썩히기 작전이라는 걸 잘 모르겠어"


"……애초에, 차마루 군은 싸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그렇게 물은 시즈코였지만, 물론 시즈코도 전국시대의 싸움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전장에 나간 경험은 없어도, 그것을 기록한 서적에서 얻은 지식이 있다.


"싸움이란 건 무공을 세우는 장소잖아?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아아, 응. 전혀 모른다는 건 알겠어"


전장에서의 군세 중에 무사가 점하는 비율은 1할에서 2할 정도로, 나머지 8할에서 9할은 아시가루(足軽)나 백성(잡병)이었다.

그리고 군세 중에서 전원이 싸움에 참가하는 일은 없고, 짐 운반이나 토목공사 등의 인부나 소성(小姓), 전문직 등의 비전투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에 더해, 군대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도 함께 부속되어 있었다.

즉 군세 5만 등으로 역사서에 기재되어 있다고 해도, 실제로 싸우는 병사의 숫자는 많아봐야 5할 정도다.

1000명 정도만 사상자가 나오면 군으로서는 큰 손해, 라는 것은 이런 사정이 있다.


"무공을 세우고 싶은 건 무사들 뿐이야. 나머지 아시가루나 잡병들의 목적은 대부분 그것 이외의 목적이야"


"……그건?"


"살기 위한 수입을 얻는 것, 그것 뿐이야"


적장의 목을 취하거나, 성 등을 함락시켜 무공을 세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사들 뿐이다.

그럼 나머지 잡병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살기 위한 수입을 얻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장에서 잡병들은 방화, 약탈, 폭행이나 행패, 기타 이런저런 짓을 하며 노획한 것을 자신의 수입으로 삼았다.

그걸 생업으로 하는 상인(※역주: 노획품을 매입하는 상인이라는 뜻)도 존재했으며, 유통 시장도 생겨나, 경우에 따라서는 전투 후에 인신매매 시장이 열리는 경우도 있었다.


전장에 따라서는 먹고살기 힘든 낙오자들, 도적이나 산적 등도 섞여 약탈 행위가 행해졌다.

전국 다이묘들도 폭행이나 행패를 묵인하거나, 적의 성을 함락한 후의 병사들에 대한 포상으로 삼았다.

오히려 약탈 행위에 의해 영지가 풍요로워지기에 일석이조였으며, 장려하는 전국 다이묘가 있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당시에는 전투 후의 행패는 상식으로, 나쁜 짓이라고 간주되지조차 않았다.


"……"


전장에 어딘가 화려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 키묘마루는 조금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걸 본 시즈코가 다급히 덧붙였다.


"뭐, 뭐어 거기까지 처참한 건 드물어. 어, 어쨌든 그걸 반대로 이용하는거야, 평생 썩히기 작전은"


"반대로……?"


"응. 잡병들이 목숨을 걸고 전장에 가는 이유는,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럼, 애초에 그런 걸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조금 생각하고 이해된 키묘마루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애초에 전장에 가려고 하지 않게 된다?"


"그렇지. 잡병은 마을의 규모에 따라서는 강제적으로 징발되지만,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가족도 일손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전장으로는 안 보내겠지?"


"과연. 확실히 잡병들의 입장에서 보면…… 응? 혹시 이게 손자병법에 있던 '싸우지 않고 이긴다'인가!?"


간신히 납득되었다고 말하는 듯, 키묘마루는 양손을 짝 하고 쳤다.


"잡병들에게 먹고 살 길을 마련해 줘서 징병을 싫어하게 하는 거군. 그렇게 하면 영주들은 싸움을 하고 싶어도 잡병이 모이지 않아서 곤란한 상태가 되겠지. 시즈코의 말로는 군세의 대부분을 잡병이 차지하니, 그렇게 되면 상대의 전력은 극단적으로 떨어지겠군. 아무리 강한 무사가 있더라도, 그 인물만으로 1만의 병사를 상대하는 건 무모하겠지"


"하나 더 말하면, 농촌에 식량 공급을 끊으면 그들로서도 대단히 곤란할 거야. 그래서, 공급할 수 없는 원인이 그 땅을 다스리는 영주에 있다고 하면 그들의 분노는 어디로 향할까?"


"이미 나라로서 모양새가 갖춰지지 않는군. 거기서 우리 군문에 투항하라고 교섭하면, 병사를 잃지 않고 나라를 빼앗을 수 있겠어"


"(뭐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간단히 풀리진 않지만―)ㅡ 먼 곳은 지도에서 보면 이쯤…… 키나이보다 먼 장소는, 기본적으로 농업 기술이 낮아서 항상 기아(飢餓) 상태야. 그래서 다들, 전쟁을 해서 자신들이 먹고 살 것을 확보하려고 하는 거지. 또는 전쟁해서 사람을 줄이려고 하는 거야"


시즈코는 시코쿠(四国)、큐슈(九州)、토호쿠(東北) 지방 등에 작은 돌을 놓았다.


"게다가, 이 주변은 이쪽에서 가기에는 꽤나 멀지. 싸움을 하기 전부터 막대한 비용이 들어버려. 그보다는 유통 시장을 만들어서, 그들로부터 싸울 이유 그 자체를 빼앗는 쪽이 결과적으로는 싸게 먹혀. 이 땅을 지배한 후에도 경제 지배는 계속할 수 있으니까"


"호우호우, 과연 시즈코로군. 착안점이 나나 아버지와는 전혀 틀려. 게다가 얄미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군. 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아버지는 뼛성쟁이라서 이렇게 오래 걸리는 얘기를 이해해 줄지 어떨지……"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키묘마루를 시즈코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는 노부나가의 혈연자였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여기서 하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마치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부모나 시중드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뭐 어린애가 하는 말이니까, 그다지 상대해 주는 사람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차피 주위에서 어린애의 헛소리라고 치부해버릴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예전에 자주 생각했던 "이 때, 나라면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역사의 IF 얘기'를 차마루에게 이야기했다.

손자병법 등의 무경칠서도 그녀 독자적인 해석이 아니라, 예전에 읽은 책의 해석을 알기쉽게 정리해서 들려줄 뿐이다.

그것들 모두는 자신과 차마루 사이에서 끝나는 얘기라고, 시즈코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으니 부담없이 알려줬다.

그 인식이 큰 착각이라는 것도 모르고.




노부나가는 키묘마루가 시즈코로부터 들은 '손자병법'을 읽고 있었다.

본래의 '병법'은 100편 가까운 분량에다 난해하지만, 그것을 위(魏)나라의 무제(武帝)인 조조(曹操, ※역주: 삼국지의 그 조조 맹덕)가 13편으로 정리 편집하고 주석이나 해석을 넣은 것이 '위무주손자(魏武注孫子)', 즉 오늘날의 '손자병법'이다.

거기에 추가로 예시 등을 넣은 것이 시즈코의 머릿속에 있는 '손자병법'이다.


(놀랍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군. 이 정도로 우수한 병법서가 명나라에 존재했다니……)


싸움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를 기재하고 있는 '손자병법'은, 노부나가의 싸움에 대한 생각을 모조리 새롭게 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분명히 시즈코는 키묘마루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병법서'는 그냥 외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걸 자신의 안에서 정리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라고)


설령 '손자병법'이라 하더라도, 그냥 읽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라는 내용의 주의를 받았다, 고 키묘마루는 보고해 왔다. 병법서를 읽은 노부나가는 과연, 이라고 생각했다.

노부나가는 보고서를 넘겼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싸움은 국가의 중대사이다. 승산없는 전투를 피하고, 신중하게 대처할 것. 그리고 싸움을 한다면 싸우지 않고 이겨, 적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을 제일 목표로 할 것'


간단히 정리하면, '전쟁은 국민의 생사존망이 걸려 있으므로, 국가의 중대사라고 생각할 것. 질 것을 알고 있는 싸움은 피할 것. 만약 전쟁을 한다면 싸우지 않고 승리하여, 적을 통째로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명심하라'였다.

그 외에도 '병참이야말로 생명선'이나 '간자(間者)는 싸움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인원', '싸움에서 정보는 제일이라 명심하라' 등이 쓰여진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이것들은 확실히 훌륭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간자에 대한 보고로군)


하나같이 오다 가문의 가보로 취급할 만한 자료였지만, 특히 무서운 것은 간자의 예를 적은 보고였다.

예제는 타케다 신겐(武田信玄). 그에 따르면, 신겐은 정보 수집을 가장 중요시하여, 미츠모노(三ツ者)라고도 슷파(素破)라고도 불리는 밀정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직의 인간은 승려나 상인 등 다양한 인간으로 변장하고 여러 나라에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

또, 갈 곳이 없는 어린아이를 받아들이거나 인신매매자로부터 사들인 소녀를 모아서 간자로서의 기술을 가르쳐, 표면적으로는 '유랑무녀(歩き巫女)'로 만들어 전국에 배치하여 첩보 활동을 하게 한다.

수집된 내용은 다방면에 걸쳐, 그 나라의 내정(内情)이나 가신의 동향, 보유 병력, 성주의 능력이나 취미, 기호, 성이나 요새의 구조 등이다.

신겐은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여 전략을 짜는 데 이용하는 것으로 자국에 유리한 전투를 벌여 상승(常勝) 군대를 만들어 낸 것도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타케다에 관한 내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종이에는, 타케다 씨의 전략, 전술을 기재한 군학서(軍学書) '갑양군감(甲陽軍鑑)'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키묘마루가 자신의 집에 시즈코를 초대했을 때 기록된 내용이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키묘마루가 권하는 대로 술을 마셨다.

얼마 안 가 취기가 올라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갑자기 타케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내용이 타케다의 정보 수집, 그리고 '갑양군감'의 두 가지였다.

훗날,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음주 금지령'을 내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술자리에서 말한 내용과, 자신이 얻은 정보를 대조해 보았다.

몇 군데 불명확한 곳은 있지만, 한없이 사실에 근거한 보고라고 노부나가는 이해했다.


(……타케다의 측근조차 모르는 것을 그 계집애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수수께끼다. 하지만 이 정보가 진짜라면…… 아니, 지금은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거기까지 이해한 상태에서, 그는 타케다에게 손을 댈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타케다나 우에스기(上杉) 가문에 선물을 헌상하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그는 판단했다.


(보고서가 진짜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지금밖에 못 하는 일…… 이외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이 보고의 진위를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 후라도 좋다)


노부나가는 최후의 종이를 보면서 작게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타케다 토쿠에이켄 신겐(武田徳栄軒信玄).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 길어야 6년에서 7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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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