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번역/전국시대 미녀 고생담'에 해당되는 글 17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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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2018.02.05 045 - 1568년 4월 중순 6
  12. 2018.02.02 업데이트 예고 3
  13. 2017.12.31 044 - 1568년 2월 하순 16
  14. 2017.12.19 번역 수정 공지 2
  15. 2017.12.18 043 - 1568년 2월 초순 12
  16. 2017.12.16 042 - 1568년 1월 초순 5
  17. 2017.12.09 041 - 1567년 9월 중순 5
  18. 2017.12.07 040 - 1567년 9월 중순 1
  19. 2017.12.07 039 - 1567년 7월 중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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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2017.11.26 034 - 1567년 4월 중순 4
  25. 2017.11.05 033 - 1567년 4월 중순 3
  26. 2017.11.05 032 - 1567년 4월 중순 4
  27. 2017.11.05 031 - 1567년 4월 상순 3
  28. 2017.04.03 030 - 1567년 4월 상순 12
  29. 2017.03.21 029 - 1567년 3월 하순 2
  30. 2017.03.20 028 - 1567년 3월 중순 3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4 1569년 3월 상순



노부나가의 짜증은 2월 상순에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는 2월, 3천의 군세를 이끌고 다른 곳에 진을 쳤다. 그리고 항구도시인 아마가사키(尼崎)에 시전(矢銭, ※역주: 군자금을 요구하는 것)을 부과했으나, 아마가사키 슈(衆)는 이것을 거부했다.

사카이(堺) 슈에 이은 아마가사키 슈의 태도에, 노부나가는 군사적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아마가사키 슈와 일전을 벌인 후, 각각 독립된 도시(町)인 아마가사키 사정(四町) (이치니와쵸(市庭町), 벳쇼쵸(別所町), 후로츠지쵸(風呂辻町), 타츠미쵸(辰巳町))를 모조리 불태웠다.

이 철저한 초토화 작전에 각 도시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노부나가에의 복종을 주장하는 파, 끝까지 철저 항전을 주장하는 파, 혼간지(本願寺) 등 다른 세력과 연대할 것을 주장하는 파 등, 내부 분열이 발생했다.

내부 분열에 의한 자멸이야말로 노부나가의 진짜 목적인 것도 모르고.

결국, 아마가사키 슈를 선동하고 있던 사카이 슈는 굴복하여, 2월 11일에 사실상 사카이가 접수되어 노부나가의 사자(上使)들이 파견되었다.

사카이의 에고우슈(会合衆, ※역주: 카이고우슈라고도 읽는 듯. 자치회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함)는 군자금 2만 관을 내고, 이후 병사를 고용하지 않을 것과 낭인(牢人, 주인 가문을 떠나 봉록을 잃은 자. 에도 시대 중기 무렵부터 낭인(牢人)을 낭인(浪人)이라 부르게 되었다)을 품지 않을 것을 노부나가에게 맹세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겨우 용서받은 셈이지만, 노부나가는 다른 도시들에 대한 경고도 겸하여 사카이에 가혹한 조세를 부과했다.


이에 의해 사카이에는 큰 손해를 입고 몰락(凋落)한 자들과 이 기회에 세력을 키운 자들이 뚜렷이 갈렸다. 두각을 나타낸 자들의 필두가 이마이 소우큐(今井宗久)였다.

그는 한 발 빠르게 노부나가에게 복종의 태도를 보였기에, 이후 노부나가의 철포(鉄砲) 수주를 한 손에 거머쥐는 철포, 화약의 어용상인이 되었다.

이에 의해 이마이 소우큐는 단번에 사카이 슈의 톱이 되었다. 하지만 매사가 순조로워 보이던 그에게도 생각지 못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부나가의 환심을 사려고 다도회(茶の湯)에 초대한 이마이 소우큐였으나, 그의 예상과 반대로 노부나가는 다도회에 눈을 떠 버렸다.

노부나가는 예전에 헤이 가문(平家)을 서쪽으로 쫓아내고 상락을 달성한 미나모토노 요시나카(木曽義仲)와 같은 마음을 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뭣보다 다도회는 당시의 귀인(貴人)들의 소양, 즉 스테이터스 심볼이다.

공가(公家)나 쿄의 사람들에 대한 컴플렉스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도, 무력 뿐만이 아니라 최첨단의 문화를 몸에 익히고 천하의 다기(茶器)를 소유하는 것으로 천하를 쥐는 데 어울리는 실력자임을 증명하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도회에 눈을 뜬 노부나가였지만, 그는 최저한의 다기를 갖추고 스스로의 숙련도에 맞춰 단계를 밟아 도구를 바꿔나간다는 정석을 일체 무시했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지만 골동품이나 미술품 등의 수집은 돈만 내면 되는 게 아니다.

가격이 나가는 물건을 무턱대고 모아서는 졸부 취미가 되어 버리고, 진위를 간파하는 눈썰미를 가지지 못하면 가짜에 속는 일도 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무력을 배경으로 위압하는 것으로 질이나 품위가 뛰어난 것들을 내놓게 하고,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싹쓸이했다.

후세에 '다기 사냥', '명물 사냥', '명기 사냥' 등으로 불리는 노부나가의 다기 수집은, 사카이나 쿄의 다도인들을 진심으로 떨게 만들었다.


명물 사냥에서 조금은 분이 풀렸는지, 노부나가의 기분은 약간 나아진 듯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주 중 식주 환경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쾌적함과는 거리가 먼 잠자리, 입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환경, 특히 입에 맞지 않는 음식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9명이나 되는 요리사들이 해고되었기에, 한시라도 빠른 해결이 요구되었으나, 해결책을 내 줄 것 같은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명령으로 오와리를 떠나지 못했다.

결국, 3월 상순까지 히데요시나 미츠히데는, 노부나가의 살기에 가까운 위압을 계속 받게 되었다.




3월 상순, 간신히 시즈코는 진두지휘를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여유를 낼 수 있었다.

그보다 조금 전, 2월 상순에 세 대의 목제 선반(旋盤)이 완성되고, 2월 하순에 수동식 세탁기가 완성되어 가동을 개시했다.

고비는 넘겼다고 하나, 아직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 오와리를 떠나는 것은 사양하고 싶은 그녀였지만, 히데요시와 미츠히데에게서 날아오는 편지의 간격이 짧아졌기에 이 이상 미루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속부하 500명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세 명을 데리고 쿄로 향했다. 엄중한 경호가 붙은 대열이었기에 시즈코 자신이 준비한 짐도 많았지만, 편승해서 쿄까지 물자를 운반하는 마바리의 행렬도 이어져 훗날의 다이묘(大名) 행렬처럼 보였다.

시즈코 자신은 짐보다 먼저 쿄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기에 소수 정예를 이끌고 말을 바꿔타면서 앞서갔다.

뒤이어 쿄에 오는 마바리대도 히데요시로부터 파견된 병사들 덕분에, 며칠 늦게 큰 문제 없이 무사히 쿄에 도착하게 된다.


먼저 쿄에 도착한 시즈코는 미츠히데의 마중을 받았다.


"수고했소, 잘 와 주었소. 강행군의 피로가 있겠지만, 영주님을 잘 부탁드리오"


"아케치 님이 직접 마중해주시다니,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위통을 앓고 있는 그는, 시즈코를 향해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상태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미츠히데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는 시즈코가 여자인 것에 놀라지 않았다.

실제로 그녀와 처음 얼굴을 마주한 인물은, 거의 전원이 시즈코의 성별과 젊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츠히데가 다른 사람에게 시즈코에 대해 들었을 가능성을 더하더라도, 시즈코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이 그거 거기까지 신경쓸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인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욕조 쪽은 부하들에게 준비시키고 있습니다. 먼저 영주님께 올릴 오찬의 준비에 착수하겠습니다"


"음, 미안하지만 잘 부탁드리오. 조리장 쪽은 준비를 마쳐 두었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위장 언저리를 누르며 떠나갔다. 방치해두면 위궤양으로 쓰러질 듯한 기세였다.

이대로는 노부나가의 스트레스가 부하들에게 전염된다. 최악의 경우, 그게 한 원인이 되어 내부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었다.


노부나가가 어째서 식사에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지 시즈코는 생각했다. 대답은 대단히 단순했다.

쿄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운동을 안 한다. 그에 반해 노부나가는 무가(武家) 출신이다. 필연적으로 쿄의 사람들보다 많은 염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몸을 유지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뛰어나다는 게 아니라 노부나가 등 무가 문화와, 귀족 등의 공가 문화는 거쳐온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하지만 공가는 쿄의 맛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 야만스러운 미개인이라고 생각하고 우월감에 빠진다.

자신들이야말로 일본의 중심이라고 우월감에 빠져, 자신들의 문화를 멋대로 상위라고 해석하고, 다른 문화를 야만스럽다고 한 끝에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한다.

그런 행위야말로 인류 역사상 자주 등장하여 충돌을 낳은 최악의 '야만'적인 행위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야기의 초점을 음식으로 돌려보자.

오와리 출신의 노부나가는 진한 간을 좋아한다. 그걸 가지고 쿄의 문화인이 뒤에서 노부나가의 미각을 비웃더라도, 쿄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이다.

현실은 비정하다. 노부나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쿄의 미래는 밝아지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끌려나오는 것은 좀 불쾌했지만, 불평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식사에 대한 불만의 원인을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칸사이(関西)와 칸토(関東)의 간이 다른 것은 꽤나 복잡한 사정이 있다.

예를 들면 메밀국수의 국물(つゆ)은, 칸사이에서는 투명하고 고급스러운 국물, 칸토에서는 색이 진하고 농후한 국물이 사용된다. 이 차이는 '맛국물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한다. [*1]

칸사이 풍과 칸토 풍 모두에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글루타민산과 이노신산을 조합하여 감칠맛을 끌어내고 있는 점이다.

글루타민산은 다시마나 간장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며, 한편 이노신산은 카츠오부시(鰹節)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 감칠맛 성분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가 식문화의 역사적 배경으로서 나타난다.


칸사이에서는 애초에 다시마를 쓰는 풍습이 있었기에 다시마로 글루타민산, 카츠오부시로 이노신산을 보충하고, 소금 또는 옅은 간장으로 맛을 냈다.

이 때문에 색이 옅은 맛국물이라도 강한 감칠맛을 갖는 요리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편 칸토는 다시마가 생산지로부터 운반되는 시기가 늦었고, 게다가 교통기관의 미발달에 의해 다시마는 고급품의 부류였다.

따라서 다시마를 쓰는 풍습이 없어, 진한 간장으로 글루타민산을 보충했다.

이에 의해 카츠오부시(이노신산)에 진한 간장(글루타민산)을 더하는 것으로 감칠맛을 구성하여, 색이 진한 칸토 풍의 국물이 탄생했다.


정리하면 칸사이에서는 다시마로 글루타민산을 뽑아냈기에 옅은 간장을 조금만 써도 되었고, 칸토에서는 짙은 간장으로 글루타민산을 뽑아냈기에 다시마는 필요없었다.

설령 칸토에도 다시마가 대량 유통되었다고 해도 보급되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칸토의 물은 경도가 높은 '경수(硬水)'이기 때문이다. 경수로 다시마를 삶으면 물에 포함된 칼슘이 다시마에 달라붙어 감칠맛을 추출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달라붙은 칼슘이 다시마의 성분과 결합하여 떪은 맛이 되어 맛국물을 흐려버린다. 게다가 경수로 삶으면 다시마의 좋은 향과 동시에 나쁜 냄새도 잘 나게 된다.

'경수'로도 다시마 맛국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손이 많이 가는데다 연수(軟水)보다 훨씬 긴 시간을 요구한다.

그런 식으로 과제가 많았기에 칸토에서 다시마가 쓰이지 않은 것은 역사적 필연이었다.


(사소한 불편이라면 조용히 참는 영주님께서 큰 목소리로 불만을 말한다는 건, 표층(表層)이 아니라 뿌리 부분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정도의 예상은 되었지만 결정적인 정보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요리에 관여한 사람, 그리고 그의 생활에 관여한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기대한 대로의 대답이 돌아왔기에, 시즈코는 즉시 조리에 착수했다. 점심 먹기에 딱 좋은 시간에, 그녀는 요리를 완성시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쟁반을 든 소성과 함께 노부나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제일 상석에 노부나가가 앉아 있고, 그의 왼쪽에 히데요시와 미츠히데가 앉아 있었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소?"


히데요시가 시즈코를 보자마자 표정이 밝아졌지만, 나온 요리를 보고 곤혹스런 표정으로 바뀌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소박한 요리였다.

밥그릇에 담긴 밥, 파가 든 된장국, 닭고기 감자조림, 소송채 나물, 순무 껍질의 아사즈케(浅漬け).

닭고기 감자조림은 그렇다치고, 히데요시가 볼 때 시즈코가 내놓은 요리는, 오와리에서는 무장이라면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것들이었다.


"어서 드십시오"


쟁만을 노부나가의 앞에 놓는 동시에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먹기 전에, 어째서 이 요리를 택했는지 듣지"


노부나가의 표정은 여전히 험악했다. 그걸 보고 간담이 서늘해진 히데요시와 미츠히데였으나, 시즈코는 긴장함이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띤 채로 대답했다.


"실례지만 영주님께서 요 며칠 드셨던 식사들을 조사했습니다. 제 예상대로, 사치를 부린 쿄 풍의 진수성찬들 뿐이었습니다. 며칠 정도라면 신기함도 있기에 괴롭지는 않겠지만, 매일같이 진수성찬만 먹으면 질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것은 제 추측입니다만, 영주님께서는 식사를 하시는 것에 고통을 느끼고 계시지 않습니까?"


"……여전히 제 눈으로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녀석이구나"


"그 말씀은 긍정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되돌리지요. 질리지 않는 일상적인 식사와, 평소에는 한 번이면 끝나는 진수성찬은 의도하는 바가 다릅니다. 미식에 식상함을 보이시는 영주님께는 고향인 오와리를 생각나게 하는 일상적인 요리야말로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훗, 마음의 평온을 주는 요리인가. 좋아, 사양않고 먹겠다"


노부나가는 닭고기 감자조림의 감자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얼굴에서 서서히 험악함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니, 이번 작전은 성공햇다고 시즈코는 확신했다.


"마음을 만족시키는 식사, 라……"


요리를 깨끗이 비운 노부나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가 중얼거린 말이, 고독감으로서의 외로움이 포함된 것처럼 들린 시즈코였다.




"잠시 괜찮으시겠소? 시즈코 님"


사이조를 데리고 노부나가의 식기를 걷어가고 있던 시즈코는,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았다.

불러세운 것은 미츠히데였다. 그는 시즈코의 앞까지 오더니, 등 뒤에 가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즈코에게 깊이 머리를 숙였다.


"감사하오"


짧지만 그것이 노부나가의 불만을 해소해 준 것에 대한 감사라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당황해서 미츠히데에게 고개를 숙였다.


"화, 황송합니다"


"하하핫, 겸손하지 않아도 좋소. 하지만 이야기로는 들었으나, 정말로 젊은 여자였을 줄이야. 조금 놀랐지만, 저 영주님을 앞두고 동요하지 않는 담력은 훌륭했소"


미츠히데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띄우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럼 실례하겠소. 지금부터도 영주님의 힘이 되어 주시오"


그렇게 말하고 미츠히데는 떠나갔다. 그의 등 뒤에 있던 가신들은 시즈코에게 인사를 하고는 미츠히데의 뒤를 쫓았다.

다양한 평가가 있는 미츠히데지만, 시즈코의 눈에는 성실한 성격의 인물로 보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그는 일본 통일 직전의 노부나가를 해치고, 게다가 후계자인 노부타다까지 해친 인물이다.

미츠히데가 혼노지(本能寺) 사변을 일으킨 이유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완전히 그를 신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사람 더, 오다 가문 가신 중에 주시해야 할 인물이 있는데…… 지금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으려나)


확증이 없는 이상, 섣불리 오다 가문 가신을 계속 의심하는 것은 쓸데없는 소란을 일으킨다.

지금은 혼노지 사변이 일어날 징조를 모조리 없애버릴 힘을 축적할 시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려면 많은 협력자가 필요한데…… 섣불리 파벌을 만드는 것도 문제네―)


"시즈코 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케치 님에 대해 무슨 생각이라도 드셨습니까……?"


미츠히데가 보이지 않게 된 이후에도 그 쪽을 바라보고 있던 시즈코에게 사이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쿄 치안유지 경라대에 대해 묻지 못했네, 라고 생각해서"


"아, 쿄 치안유지 경라대는 아케치 님이 인수하셨었지요"


"현재 상황을 알고 싶었는데…… 뭐, 이번에는 됐으려나"


시즈코의 말에 납득했는지, 사이조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주방에 식기를 가져다주고 와야지"




식사 사정의 개선 이외에도 시즈코에게 맡겨진 안건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먼저 오와리로부터 운반해온 오카베(岡部, ※역주: 노부나가 휘하의 기술자 이름) 식의 나무통 욕조와 족욕용의 통으로, 노부나가의 목욕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킨다. 잠자리는 단순히 이불을 들여놓은 것 뿐이었다.

노부나가의 허가 없는 이불의 제조는 금지되어 있었다. 따라서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별장에 놔두고 있던 이불 세트를 운반해오기로 했다.

나무통 욕조, 족욕용의 통, 이불 세트, 그 외에 방석이나 도자기 등, 모두 노부나가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쿄로 운반해왔으나, 그 후에 노부나가는 그것들은 시즈코의 예측과는 다르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도자기로 된 식기는, 노부나가가 쓰기 위해 준비된 것이었으며, 다양한 장식이 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밥그릇과 된장국, 반찬을 올리는 그릇을 나열하여 처음으로 하나의 그림을 이루도록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이것은 노부나가가 세토(瀬戸)의 도기(陶器)와 마찬가지로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서 만드는 자기(磁器)에 대해 다양한 보호 정책을 실시한 덕분이었다.

자기 자체가 드문 전국시대에, 디자인성까지 뛰어난 식시를 당연한 듯 다룬다.

그것으로 지금까지 노부나가를 '문화적 교양이 없는 거칠고 난폭한 산원숭이'라고 무시해 온 쿄나 사카이의 문화인들은, 놀라움과 함께 열등감을 품게 된다. 족탕이나 뜨거운 물을 담은 통욕조, 이불을 알게 되고 더욱 할 말을 잃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부나가는 타이밍을 재어가며 몇 명인가에게 도자기를 상으로 하사했다. 마치 그것들은 당연한 것으로 신경쓸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하듯이.

받은 사람들은 도자기의 독창성에 경탄했다. 개중에는 이 정도의 물건을 자랑하는 촌놈이라며 인신공격을 하려던 사람도 있었으나, 그 자신이 그 이상의 물건을 도저히 준비할 수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자신의 명예에 상처를 입을 뿐이었다.


이 때, 노부나가는 대단히 사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라고 시즈코는 훗날 얘기했다. 그 자신이야말로 문화인이라고 큰소리치는 놈들에게, 문화적이면서 그들이 본 적이 없는 물건들을 선물하는 것이니 꽤나 속이 시원했으리라.

하지만 노부나가 자신도 깨닫지 못한 점이 있었다. 인간은 살고 있는 지역이나 문화적 배경, 인종이 다르더라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깊은 공포가 있다.

그 중에 '미지의 것은 무섭다'라는 게 있다. 즉 노부나가로부터 도자기를 선물받게 되자, 쿄나 사카이의 문화인들은 놀라움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특히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도자기를 선물한 것은 '자랑'에 가까웠으며, 적의나 악의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것도 공포를 증폭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시바타(柴田)나 삿사(佐々)가 시즈코에게 적의를 보이는 것도, 그녀가 여자라는 것보다 '미지의 존재'라는 이유가 강하다.


노부나가가 문화인 패거리들에게 복수하고, 식사에 크게 만족하며, 욕조에서 피로를 풀고, 이불에서 기분좋게 자기 시작한지 7일 후.

이제는 노부나가에 공포를 느끼는 부하들은 없었고, 그들은 기운차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노부나가 자신도 처음의 살기에 가까운 분위기는 조용해지고, 지금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쿄에서의 목적은 달성되었기에, 시즈코는 오와리로 돌아갈 뜻은 노부나가에 전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답변은 '조금 더 쿄에 체류하라'였다.

이유를 듣기 위해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며칠 전에 남만(南蛮)의 선교사가 알현을 신청해왔다. 그 남만의 선교사와 만나는 것이 내일이라는 얘기였다.


(아―, 시기는 좀 어긋났지만, 상대는 루이스 프로이스(Luís Fróis)겠네)


작년의 상락 때, 노부나가가 루이스 프로이스와 만난 적은 없었다.

가신인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로부터 루이스 프로이스의 상황은 들었으나, 그는 '남만인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 지 모른다'는 이유로 만나는 것을 거절했다.

그 때는 선물을 하나만 받았으며, 그 이외에는 만나지 않는 것을 사과하기 위해 루이스 프로이스에게 되돌려주었다고 한다.


"남만이라는 것이 영 와닿지가 않는군. 마침 잘 됐다, 오늘은 세계에 대해 듣지. 너는 남만 출신이니까 말이다"


"……………………………네? 아, 네. 그, 그랬네요. 네…… (아직 유효했구나, 그 설정)"


미래에서 온 것은 들키지 않았으나,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남만 출신이 아니라고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만 출신이라고 들었을 때, 시즈코는 잠시 이해가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잡념을 털어버리고 머릿속을 정리한 후 서둘러 노부나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좋다…… 거기서는 이야기하기 어렵군. 좀 더 가까이 와라"


그 말을 듣고 시즈코는 두 발자국 정도 노부나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납득하지 못했는지 그는 "좀 더 가까이 와라"라고 말하고 싶은 분위기였다.

할 수 없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며 노부나가의 눈치를 살폈다. 이윽고 상좌(上座) 바로 앞까지 와 버렸지만, 그래도 노부나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어억…… 이, 이 위에 올라가도 되는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상관없다. 냉큼 올라와라"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는 상좌에 올라올 것을 재촉했다.

소성이나 부하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 이상으로 시즈코 쪽이 놀라고 있었다. 상좌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 앉는 곳이며, 입구에서 가장 먼 자리다.

잠시 망설인 시즈코였으나, 허리를 굽히고 상좌에 올라갓다. 여기까지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노부나가에게 뭔가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즈코가 노부나가의 거의 코앞까지 이동했을 때, 노부나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되었다, 라는 신호이다.


"말만으로는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손으로 들 수 있는 흑판을 준비했다. 그걸 설명의 보조로 쓰도록"


말과 함께 흑판을 건네받았다. 잘 보니 흑판에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이것에 의식을 향하지 말고 내 질문에 대답해라]


자기도 모르게 노부나가의 얼굴을 볼 뻔했으나 직전에 멈췄고, 시즈코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흑판을 가볍게 쓸었다.

손으로 노부나가가 쓴 글자를 잘 지우고는 흑판을 노부나가에게 돌려주었다.


"품질에 문제는 없군요. 영주님께서도 뭔가 쓰실 거라 생각되니, 말하는 사람이 흑판을 들기로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흠…… 좋은 생각이구나, 그렇게 하지. 먼저…… 나는 부처와 신의 차이를 모르겠다. 중놈들은 기독교를 사교도라고 욕하지. 하지만, 양쪽 다 신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대체, 신과 부처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이냐"


[종교세력은 견고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냐]


말을 마침과 동시에 흑판을 건네받았다. 가급적 흑판에 의식을 돌리지 않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군요…… 부처도 신도 '힘을 나타낸다'라는 점에서는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나타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부처는 힘을 '성질'로서 드러내고, 신은 힘을 '인격'으로 드러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사원은 요새도시이며, 무기 제조의 기지이기도 합니다. 또 상업 및 물류의 거점을 지배하고 있어, 거기서 이윤을 낳아 막대한 부를 얻고 있습니다]


"힘을 드러내는 형태가 다른 것이냐.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면, 신이나 부처나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겠군. 결국은, 사람이 '힘'을 어떻게 보느냐에 불과한 것이구나"


[키나이(畿内)의 종교 세력 중 세력이 강한 곳은]


"저는 개인적으로는 부처도 신도 믿지 않습니다. 아뇨…… 믿지 않는다기보다 맹신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좋을까요"


[우선 일본 최대의 부호 조지이자, 장원(荘園) 영지(領地를 다수 소유하고, 고리대금업 같은 약점을 잡는 대부업을 하여 상업 및 물류를 지배하고 있는 히에이(比叡) 산 엔랴쿠지(延暦寺). 현재의 히에이 산의 천태좌주(天台座主, ※역주: 엔랴쿠지의 주지 겸 천태종 불교 소속의 사원들을 총괄하는 직책)는 후시미노미야 사다아츠(伏見宮貞敦) 친왕(親王)의 5남인 오우인 뉴도(応胤入道) 친왕(親王)입니다]


"호오,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네게는 부처의 신앙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만?"


[혼간지는]


"제 할머니는 항상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두 신이나 부처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 처음부터 신이나 부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해라. 그것들을 전부 다 한 다음에 처음으로 사람 손으로는 닿지 않는 것에 대해 신이나 부처의 힘을 청해야 한다, 고"


[혼간지는 키나이의 유통 거점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주님이 기후에서 시행하신 낙시낙사(楽市楽座) 정책(※역주: 당시 기성 세력의 기득권을 뒤엎은 경제개혁정책)의 원형으로 이윤을 낳고 있습니다. 혼간지의 제 11대 종주는 켄뇨(顕如). 켄뇨는 법명이며, 계명(院号)은 신교인(信樂院), 휘(諱)는 코우사(光佐). 부인은 뇨슌니(如春尼)로, 그녀의 언니는 타케다 토쿠에이켄 신겐(武田徳栄軒信玄)의 정실인 산죠노카타(三条の方)]


"자신이 한 일을 신에게 보이고 그 결과를 기다린다는 것이냐"


[여전히 자세히도 아는구나]


"진인사이대천명(盡人事而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천명(天命)을 기다린다, 고 말합니다"


[어째서 자세히 아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저는 결코 영주님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도 뭐하나, 처음부터 신이나 부처에게 의지하는 게 편하지 않느냐?"


[그건 묻지 않겠다. 출신을 알 수 없다고 해서 재주있는 자를 멀리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 게다가 너의 지금까지의 행동을 볼 때, 나는 너를 신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떤 나라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의 왕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부하들은 만능의 왕의 결단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여, 무슨 일이건 왕의 판단을 따릅니다. 설령 부부싸움에 대해서도요"


[재주없는 몸입니다만 최선을 다해 신뢰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처음부터 강자에게 의지하는 태도는 확실히 기분이 나빠지는군. 과연,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후에 하늘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인가.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리지. 기독교란 어떤 것이냐?"


[이야기를 되돌릴까. 현 시점에서 종교 세력에 적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양할 필요는 없다. 숨김없이 이야기해라]


노부나가는 과장되게 헛기침을 했다. 분위기를 바꾸려던 것이리라.

물론, 주위의 사람들이 아닌 자신과 시즈코 사이의 분위기였지만.


"남만…… 저는 유럽(欧州)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유럽 최대의 종교입니다. 다른 종교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소규모라고 해도 좋겠지요"


[현 시점에서 종교 세력과 적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우선은 영주님께 적의를 품고 있는 아사쿠라(朝倉)와 아자이(浅井) 사효노죠(左兵衛尉, ※역주: 관직명) 님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영주님께 적대할 거라 생각됩니다. 저로서는 아자이 신쿠로(浅井新九郎) 님을 이쪽 진영으로 끌어들일 것을 아룁니다]


"이쪽의 불교 같은 것이냐"


[아무래도 상황은 내 상상보다 훨씬 나쁜 것 같구나]


"그렇군요. 일본의 불교처럼,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널리 믿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이쪽으로 선교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일본에 와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결코 헛된 위협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만…… 한번에 적을 너무 많이 만들면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영주님께서는 답답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허용 범위를 설정하고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과연. 너무 선입관이 지나쳐도 좋지 않겠지. 기독교 이야기는 이 정도로 좋다"


이야기는 끝났다. 간신히 끝난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간으로는 두 시간 정도였지만, 그녀는 반나절 가까이 이야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노부나가에게 머리를 숙이고 시즈코는 천천히 상좌에서 내려갓다. 이야기가 끝났으니 상좌에 오래 있을 이유도 없고, 뭣보다 상좌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장이 조여들어왔다.


"수고했다. 오늘은 돌아가서 푹 쉬도록"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실례하겠습니다"


"음, 내일도 잘 부탁한다"


흘려들을 수 없는 말에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노부나가를 마주보았다.

그는 장난꾸러기 소년 같은 미소를 띄우며 시즈코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은 너도 동석하거라"




다음 날, 노부나가가 선언한 대로 시즈코는 프로이스와의 알현에 동석하게 되었다.

방범(防犯的)의 의미에서 얼굴을 가릴 필요가 있다, 는 것으로 두건을 쓰고 무가의 정장을 착용하고, 가슴 부분에 천을 묶어 가능한 한 남자로 보이도록 공을 들였다.


(가, 가슴이 답답해……!!

아니, 남한테 자랑할 정도로 가슴이 큰 건 아니지만 말야. 게다가 얼굴이 푹푹 쪄……)


이렇게까지 하면서 알현에 참가시키고 싶은건가라고 생각했으나, 잘 생각해보면 이번의 알현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그녀는 이해했다.

쿄나 사카이는 법화종(法華宗) 신도가 많다. 하지만 이 법화종, 신도를 확대하기 위해 다른 종의 비방중상을 하는 등 상당히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그 결과, 전투까지는 아니더라도 피비린내나는 항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자주 있엇다.

그런 다툼에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이리라.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출석시키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라는 게 시즈코의 본심이었다.


역사적 사실대로, 노부나가는 니조 성을 만들고 있는 공사현장의 다리 위에서 프로이스와 만나게 되었다.

먼저 도착한 것은 노부나가로, 그로부터 조금 지나자 사제로 보이는 인물과 신도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


(루이스 프로이스 사제(司祭), 그리고 통역인 로렌초(Lorenzo Ryosai(了斎)) 수도사네)


멀리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 사람 중, 40대 가까운 남성이 프로이스 사제.

반대쪽에 일본인 예수회 회원인 로렌초 료사이 수도사(irmão)인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크리스천 보호파인 와다 코레마사가 보이지 않네. 분명히 문헌에서는 프로이스를 가마에 태우고 이쪽으로 왔을텐데……?)


눈만 움직여서 와다 코레마사로 보이는 인물을 찾았다. 그러나 그러한 인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는 그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루이스 프로이스입니다. 오늘은 배알할 영광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 특유의 인터네이션으로 프로이스와 자기소개와 회견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오늘은 햇살이 강하지. 모자를 쓰도록"


(저는 얼굴이 푹푹 찌는데요)


햇살이 강하기 때문에 두건 속은 조금 더웠다. 하지만 벗을 수도 없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시즈코는 루이스 프로이스를 보았다. 외모는 유럽인 특유의 얼굴과 체형이었다. 신장은 평균적인 일본인보다 머리 하나는 크지만 그 대신 깡말라 있었다.

프로이스는 뛰어난 통찰력과 분석력을 가졌으며, 그가 쓴 보고서는 예수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오다 님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기념으로, 오늘은 선물을 준비해왔습니다"


(아, 유명한 그게 나오는구나)


처음부터 게임 클리어 상태에서 약간 재미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역시 책으로 아는 것과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은 감동에 차이가 생긴다.

프로이스가 뭘 헌상할지 알고 있어도, 자기도 모르게 두근두근거리는 시즈코였다.


"콘페이토(Konpeitō, 金平糖)와 알펠로아(alféloa, 有平糖)입니다"


그걸 본 노부나가는 자신도 모르게 표정을 풀 정도로 감명을 받았다. 그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던 무사들도 그 신기한 것에 순간적으로 매료되었다.

유일하게 그게 뭔지 알고 있는 시즈코만이, 내심으로는 감동하고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냉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프로이스가 그걸 놓칠 리 없었다. 하지만 금방, 얼굴을 두건으로 감추고 있으니 놀란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거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꽤나 흥미깊구나"


바로 손으로 들 거라 생각되었던 노부나가였으나, 그는 콘페이토가 든 프라스코(frasco) 병을 시즈코에게 건네주도록 손짓으로 지시했다.


"(아―, 이게 뭔지 말하라는 거구나) 이쪽, 프라스코 병에 들어 있는 것은 콘페이토군요. 양귀비 씨앗에 당밀(糖蜜)을 묻혀 굳힌 설탕과자입니다 (※역주: 흔히 말하는 별사탕)"


"코, 콘……?"


발음을 잘 듣지 못했는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노부나가가 다시 물었다. 시즈코는 약간 기분을 진정시킨 후, 다시 한 번 콘페이토(金平糖)의 어원이 된 포르투갈어의 단어를 말했다.


"콘페이토, 입니다. 일본어로 옮기면, 콘페이토(金平糖)가 됩니다"


"……과연, 이쪽의 통 같은 것은 무엇이냐"


"알펠로아입니다. 이쪽도 일본어로 옮기면, 아리헤이토(有平糖)가 됩니다"


콘페이토와 아리헤이토 모두 남만 과자의 일종이다. 양쪽 다 습기에만 주의하면, 설탕과 마찬가지로 2년에서 3년은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콘페이토는 전통적 제법으로 만들면, 습기만 주의하면 20년에서 30년은 간다고 할 정도로 보존성이 좋다.

활동에 필요한 칼로리 섭취, 타액의 분비 촉진, 컬러풀한 과자를 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경감하는 효과가 있기에, 얼음사탕(氷砂糖)과 함께 비상식량인 건빵에 동봉된 적이 있다.


(양쪽 다 포르투갈 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으니 조금 알아듣기 힘들려나…… 어라?)


시선을 느낀 시즈코는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프로이스와 로렌초가 안색이 나빠져서, 뚜렷한 두려움을 느끼며 시즈코를 보고 있었다.

선교사들이 헌상한 남만과자 등은, 어떤 영주에게도 놀란 눈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프로이스가 일본의 대표라고 생각하고 있는 노부나가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의 곁에 시립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에게 자신의 선물이 무엇인지 간파당해 버렸다.

프로이스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으나, 그것을 신앙심으로 억지로 눌렀다.


(주여, 가호해 주십시오)


프로이스는 그의 소문을 여럿 들었으나, 별로 믿을 게 못 된다고 생각을 바꿨다.

노부나가는 부하의 의견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본 것 외에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부하에게서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 중에서 최상의 것과 자신의 의견을 조합해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일본에 와서 몇 명이나 되는 지배자를 알현했으나, 노부나가 같은 타입은 처음이라고 프로이스는 생각했다.

선한 인성과 명석한 판단력을 가진 보기 드문 우수한 인물이며, 큰 현명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도량을 가졌다.

가신들이 노부나가에 대해 어딘가모르게 두려워하고 있는 이유도 납득할 수 있엇다. 그 이상으로 불길하게 느껴진 것이, 얼굴을 감춘 무사(시즈코)였지만.


노부나가는 느긋한 표정으로 프로이스와 회담했다.

어느 쪽이냐 하면 노부나가가 프로이스에게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프로이스가 대답한다는 느낌이었지만.

그 내용은 다방면에 걸쳐서, 나이는 몇인가, 살고 있는 나라는 어딘가, 인도란 어떤 나라인가, 일본어를 배우는 데 얼마나 걸렸는가, 등 호기심 왕성한 노부나가다운 내용이었다.


그 물음에 대답한 후, 때때로 얼굴을 감춘 무사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것이 프로이스는 약간 신경쓰였다.


"프로이스여, 네 친족은 너와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예, 아, 아뇨…… 괜찮습니다"


갑작스럽게 질문이 개인적인 내용으로 바뀌었기에 프로이스는 대답하기 곤란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가. 하지만 부모는 소중히 해야 한다. 효도하고 싶을 때 부모가 없는 것은 쓸쓸하니 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을 때에는 부모는 없다"였다. 말하자면 프로이스를 배려한 내용이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배웠습니다.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어떤 좌절을 겪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해내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효도라고. 저는 그 가르침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나라에서 데우스의 가르침이 퍼지지 않았을 경우, 그대는 어찌할 것인가?"


선교사의 사명은 다른 나라에 데우스의 가르침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프로이스는 가르침이 퍼지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약간 흥미를 가졌다.


"설령 신자가 한 명만 남더라도, 저는 그 사람을 위해 평생 일본에 머무를 결의입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 프로이스의 표정,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눈은, 그 말에 거짓이나 꾸임이 없는 본심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프로이스가, 자신이 믿는 종교를 퍼뜨리기 위해 이 나라를 찾았다고 판단했다.

프로이스는 깨닫지 못했지만, 노부나가는 프로이스 등 예수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선교사들이 본국의 척후이며, 침략을 돕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들 예수회의 선교활동이 '적응정책(適応政策)'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말하자면 예수회에 대해 일본에서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영주였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프로이스가 식민지 정책의 척후병인지, 아니면 단순히 진심으로 신앙심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노부나가는 스스로의 마음 속으로는 '포교의 허가를 내린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필요가 있어, 수하들에게 물었다.

질문받은 쪽은 미칠 노릇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단지 질문을 받은 무사들의 대부분은 무난한 대답밖에 하지 않았다.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조바심이 난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향해 물었다.


"지금부터 그들에게는 많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승들은 그들을 사교라 욕하며 포교의 방해를 하겠지요.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나오겠지요.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나오겠지요"


거기까지 말하고 시즈코는 한번 눈을 감았다 뜬 후 말을 이었다.


"루이스 프로이스 님, 로렌초 료사이 님. 두 분께서는 적을 위해 기도할 수 있습니까?

'너의 적을 사랑하고, 너희들을 미워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마태복음 제 5장 44절)'하실 수 있습니까?"


"그 말…… 네, 저희 주님의 가르침은 '미워하지 말라. 너의 적을 사랑하라'입니다"


시즈코의 말에 성경의 한 구절이 나온 것에 프로이스는 순간적이나마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바로 표정을 풀더니, 자애로움에 가득한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문제없습니다. 영주님, 저…… 소생은 그들의 포교를 인정해야 한다고 아룁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사랑으로 포교를 한다면, 소생에게는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소생은 그들과 칼을 맞대고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소생은 그들의 벗이 되고 싶습니다"


그럴듯한 말을 하고는 있지만, 실은 시즈코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쩐지 떠오른 말들을 늘어놓고, 어쩐지 식자(識者) 같은 분위기가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남만인과 벗인가. 좀 더 적극적으로 설복할 거라 생각했다만


그 생각이 노부나가에게 들켰는지, 그는 히죽하고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의문을 말하는 듯 하면서, 사실은 시즈코의 종교관을 묻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점을 깨닫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외람되지만 영주님. 소생이 그들을 설복해서 머리를 숙이게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 때의 소생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습니까?"


"……"


"그렇습니다. 그들을 내려다보기 위해 설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생이라는 존재를, 그리고 영주님을, 지금부터 알게 하기 위해 벗이 되는 것입니다"


시즈코의 말에 노부나가는 히죽 웃었다.


"재미있구나"




【참고문헌】


[*1]Column Latte


칸사이와 칸토, 메밀국수 국물의 색이 다른 이유는? 맛국물에서 배우는 일본 식문화

(関西と関東、そばつゆの色が違うのはなぜ?出汁から学ぶ日本食文化) (1/2)


   참고 URL:latte.la/column/2696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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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통합)  (16) 2018.04.18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3 1569년 1월 상순



그 질문에 시즈코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타임 슬립 직후라면,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했으리라.

그러나 그녀는 전국시대에 오래 눌러앉아 버렸다. 금생의 이별이라고 생각한 것 만으로도 무의식중에 가까운 사람들이 얼굴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그런 그녀의 심정을 헤아렸는지, 미츠오는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뭐 빠르게 결론을 내는 것은 어렵겠죠. 하지만 각오는 해 주십시오. 그 때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츠오는 타임 슬립 이야기를 억지로 끝맺었다.


거기서 미츠오는 자신은 시즈코와 처음 만나는 것이며, 아시미츠도 시즈코와의 대화를 우선하여 자신의 소개를 해 주지 않은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런 것을 뒤늦게 깨달은 그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작게 헛기침을 했다.



"새삼스럽지만 자기소개를 하지요. 제 이름은 미츠오, 풀 네임은 다나카(田中) 미츠오입니다. 별볼일없는 평사원이죠. 사실은 이런 말투가 아닙니다만, 정중한 말투를 쓰려고 노력하다보니 버릇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되돌리죠. 제가 현대에서 관여하던 업종은 축산업입니다만, 저는 축산을 행하는 계약농가가 아니라, 축산 경영을 보좌하는 쪽입니다. 아, 부업으로 음식점의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요리 실력에는 그럭저럭 자신이 있습니다"


"축산 경영을 보좌하는 쪽……?"


요리 실력을 자랑한 미츠오였지만, 그쪽은 보기좋게 상대해주지도 않았기에 약간 낙심했다.

하지만 바로 기분을 고쳐먹고는 헛기침을 하고 이야기를 이었다.


"네, 축산도 원래는 농업의 일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논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것과, 소나 돼지를 키우는 축산은 완전히 다른 겁니다. 실제로는 혼동하시는 농가 분들이 많고, 그 중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밭을 갈아엎고 축산으로 전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축산의 기초를 가르쳐주거나, 사료를 제공하거나, 해충에 대한 대처법, 육식가공업자 등의 출하처를 알선하는 등, 축산업의 일련의 흐름을 종합 서포트하는 일입니다"


"과연…… 그럼, 축산업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으시다는 거군요?"


그 물음에 미츠오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감이지만 저는 축산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 시대에 있는 당연한 품종에 대해서밖에 대처법을 알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닭이라고 하면 계란용 품종으로는 화이트 레그혼, 육용 품종으로는 브로일러 종이 유명하죠. 그것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만, 원종(原種)에 가까운 닭에 대해서는……"


미츠오의 지식은 어디까지나 현대에서 사육되고 있는 품종에 대해서다. 도중의 품종이나, 초기의 품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그건 미츠오의 잘못이 아니다. 그 업종에 있다고 해서 역사를 자세히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은 적다.


"……그렇다고 하셔도, 기초라는 건 그렇게 바뀌는 게 아니지요. 어느 정도 원종에도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네, 네에…… 뭐어…… 이 길에서 15년은 밥을 벌어먹었으니까요"


시즈코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축산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다고는 해도, 미츠오는 그 업종에서 15년은 일했다.


그렇다면 실행하지 못하고 좌초되어 있던 계획을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지식이 있더라도, 그가 막심한 고생을 할 것은 훤히 보였다.

그래서 시즈코의 이 계획의 성패는 미츠오의 의욕에 달려 있었다.


"흐―음, 좀 여쭙겠는데, 미츠오 씨는 지금부터의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말입니까? 저는 이 시대에 뼈를 묻을 각오입니다"


시즈코의 질문에 미츠오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현대로 돌아가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도 없고, 딸도 시집보내서 현세에 미련이랄 만한 미련이라고 하면 손주의 얼굴을 보는 것 정도입니다. 그보다도 이 세계에서 자신의 힘을 쥐어짜 살아가는 데 필사적이 되었고, 정신이 들어보니 매일매일이 대단히 충실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같은 일본인데 모르는 표정을 보여주는 세계가 있고, 자신의 요리 실력을 높이 평가해주는 사람들도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는 저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가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군요, 시즈코 양.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자라는 동물은 단순합니다. 죽을 뻔 하더라도, 조금 지나면 농담거리로 삼아버릴 정도로 말이죠. 뭐 그런 고로 다나카 미츠오, 전국시대에서 제 2의 인생을 걷겠다, 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흠흠…… 그렇다면 제2의 인생으로서, 저희들과 함께 오다 영지에서 축산을 견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물론, 막심한 고생을 하시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미츠오 씨의 의욕에 달린 거니까요"


팔짱을 끼고 미츠오는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아시미츠가 작게 웃음을 띄우면서 속삭였다.


"해 보는게 어떠냐, 미츠오. 입장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지. 그게 재미있는 것이라면 더 좋지. 어차피 현대에 얽매일 것은 하나도 없지 않나. 큰맘먹고 모험하는 것도 재미있지. 뭐, 걱정하지 마라. 실패해도 누를 끼치는 건 네 몸 하나니까"


부추기는 건지, 아니면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건지 모를 아시미츠의 말이었지만, 미츠오는 조금 생각한 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 군요. 요리 뿐만이 아니라 오랜 세월 쌓아온 축산의 지식과 경험을 썩히는 것도 아까우니까요"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츠오는 시즈코 쪽을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 후회나 불안의 빛은 없었다. 기대에 가슴을 부풀리며 미지와의 조우를 기대하는 듯 보였다.


"그 이야기, 받아들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라고 해도…… 으―음, 닭은 지금 품종으로 괜찮겠죠. 돼지는 류큐(琉球) 왕국(※역주: 오키나와)에서 1385년에 도래한 혈통의 흑돼지(아구)를 들여오죠. 분명히 지금의 류큐 왕국은 정치적 부패가 심각해서, 어느 정도의 돈만 쥐어주면 흑돼지를 들여오는 것도 가능할 거에요. 그리고 멧돼지의 사육도 시야에 넣어서―"


"꽤, 꽤나 많군요"


닭과 소 정도를 생각하고 있던 미츠오는 시즈코가 늘어놓은 품종에 약간 주춤했다.


하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을 물리는 짓은 남자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아, 소는 꼭 필요해요. 천연두(天然痘)의 대책으로서 소는 필수니까요. 산양은 유아의 젖 대용으로 쓸 수 있어요. 소보다 알러지 반응이 적으니까, 산양도 필수네요……"


전국시대에 가장 유행했던 2대 질병, 그것이 홍역(麻疹)과 천연두였다.

홍역은 전염력이 대단히 강하고 합병증을 일으키기 쉽다. 천연두도 강한 감염력과, 일설에 의하면 40%라는 높은 치사율로 맹위를 떨쳤다.

특히 천연두는 우두(牛痘)를 사용한 종두(種痘)가 개발되는 18세기 말까지, 때로는 나라나 민족이 멸망하는 원인이 되었다.


"과연, 확실히 우두는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지요. 저나 아시미츠 씨, 시즈코 양은 예방접종을 받았지만, 이 시대 분들은 받지 않았으니, 천연두 백신으로서는 필수겠군요"


시즈코의 시대에서는 전 국민에게 정기 예방접종이 의무화되어 있엇다. 이것은 바이러스를 사용한 세균병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리고 박멸이 선언된 질병이 다시 유행했기 때문이다.

이전과 다른 것은 예방 접종은 권장이 아니라 의무였으며, 위반하면 '고의로 질병을 만연, 유행시키려고 한' 죄로 벌금형 또는 금고형에 처해진다.

그만큼 세균병기에 의한 테러를 경계한 것이지만, 예방접종의 의무화는 여러 단체로부터 반발이 일었다.

반대하는 단체가 감정론으로 항의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정부는 항의를 무시하고 예방접종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소가 특히 중요하군요"


"그렇지요. 수고를 끼칠 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드려요"


미츠오가 축산 대상으로 하는 것은 소, 흑돼지, 산양, 멧돼지, 닭이다.

광대한 토지와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지만, 교통 편의성 등의 이유로 개척이 이루어지지 않은 땅은 얼마든지 있다.


"미츠오의 이야기는 끝인가?

그럼 다음은 나로군. 이라고는 해도, 과거의 일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시미츠라는 이름도 가명이지"


"아, 분명히 시즈코 양에게 도움받았을 때부터 과거의 기억이 없으였지요 아시미츠 씨는"


미츠오의 말에 아시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대단히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다.

먼저 아시미츠라는 이름은 가명으로, 그의 본명은 누구도 모른다. 본인도 기억해내려 해도 수수께끼의 단어가 떠오를 뿐, 중요한 풀 네임은 기억해낼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가 떠올린 단어를 늘어놓고 '아시미츠(足満)'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시즈코에게 발견되었을 때, 피투성이의 만신창이, 거의 빈사의 중상으로 쓰러져 있었다.

숨도 거의 넘어갈 상태였기에, 시즈코의 신고로 달려온 구급대원들도 십중팔구는 긴급 후송중에 숨을 거둘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그였으나,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장기간의 재활이었다.

먼저 그는 극도의 영양실조, 전신타박상에 긁힌 상처에 도검에 의한 상처, 목숨에 관계될 정도로 깊은 자상이 네 군데. 그런 만신장이인 상태에서도 아시미츠는 뽑아든 칼을 손에서 놓지 않고 굳게 쥐고 있었다.

3개월은 침대에 누워만 있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후로부터는 의사도 놀랄 정도로 경이적인 회복력을 보여, 겨우 반년만에 퇴원하여 정기 통원치료로 전환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의 처우에 대해서 의사는 골치가 아팠다.

외국인이라고 생각된 그였으나, DNA 검사 결과, 일본인 특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아시미츠는 틀림없이 일본인이긴 했지만, 출생으로부터 지금까지에 관한 기록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존재였다.

도검에 의한 상처 등 외상에 사건성이 있는 경우 의사에게는 신고할 의무가 있지만, 담당의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극도로 경찰을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아시미츠는 경찰이 뭔지 모른다, 는 상황이었기에,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보류되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미츠는 시즈코의 부모가 보증인이 되어 신병을 인수하게 된다.


"뭐 처음에는 고생했어요. 뭐라 해도 기억상실…… 욕실이나 화장실 사용법, 휴대전화나 TV등의 가전제품 사용법, 뭐 하나 아는 게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어째서인지 가전제품은 무서워하기까지 했지요"


"어쩔 수 없지. 내게는 모든 게 미지의 존재였으니까. 이거고 저거고 당연한 듯이 있는데, 그것들을 하나도 알지 못했다. 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고아 같은 기분이었다"


"TV를 처음 봤을 때는 비참했어요. 뭔가를 두려워한 끝에, 봉으로 후려쳐서 파괴해버렸으니까요. 그 뒤는 난리도 아니었어요. 언니가 보고 싶은 방송을 못 보게 되어서, 발광한 언니와 아시미츠 아저씨가 대판 싸웠으니까요"


"……그런 일도 있었군"


같이 살기 시작했을 당초의 일을 떠올린 건지, 시즈코는 그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시미츠에게는 창피한 추억이었으리라. 그는 볼을 살짝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과연, 평소에 쿨한 아시미츠 씨도 그런 과거가 있었군요"


"딱히 쿨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뿐이지. 뭐, 생활에 익숙해지는 건 간단했다. 다만 과거의 나는 싱거운 맛을 좋아했는지, 좀 진한 맛에 익숙해지는 것만큼은 고생했지"


"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기억상실인 것 치고는 의외로 박식하신 아시미츠 씨는 어디서 그만한 지식을?"


"호적이 없는 아시미츠 아저씨는 아르바이트 같은 건 못 했으니까요. 그래서 집에 있는 책을 읽었는데…… 중간에 도서관에 틀어박혔었죠"


구해준 보답으로서 아시미츠는 뭔가 도우려고 생각했지만, 슬프게도 그는 농사일의 초보자였으며, 현대 지식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었기에 우선은 지식의 흡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다행히 아시미츠는 머리가 좋아서, 처음에는 고생했지만 1년쯤 지나자 의무교육 레벨은 문제없는 레벨까지 흡수했다.

그 후, 책을 읽는 것에 눈을 뜬 그는,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서적을 읽어댔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는 특히 심리학을 좋아하여, 다양한 서적을 찾아 이곳저곳의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또 이야기가 빗나갔군. 어쨌든 나는 자신을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다. 아시미츠라는 이름을 가진 아저씨라고 생각해주면 돼. 그렇지, 잊기 전에 말해두지. 미츠오가 가져온 현대의 물건들이 든 가방은 시즈코의 손으로 넘어간 모양인데, 그 외에도 조금 더 있다. 라고는 해도, 가족의 사진이나 약간의 조미료 외에는 자잘한 것들이군. 내 물건은 시즈코도 알고 있지만, 칼 두 자루와 토시(籠手) 뿐이다.


"그 칼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버스 사고에 말려든다는 건 상상이 안 가는데요…… 라고 말해봤자 소용없겠죠. 어흠…… 그럼 마지막으로 저네요. 그렇게 말해도 이름이 시즈코인 것과, 얼마 전까지 여고생이었습니다 정도밖엔 없네요―"


억지스러운 헛기침을 하고 시즈코는 자기소개를 했다. 그러나 소개라고 해도 할 말은 적었다.

애초에 현대에서 뭘 하고 있었는가, 라고 말해도 여기에서는 무의미하고 아무 소용도 없다.


"명목상으로는 영주님, 즉 오다 님의 휘하인 모리 님의 휘하…… 라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허울좋은 심부름꾼이네요"


"과연…… 입장적으로는 시즈코 양이 제일 고생하고 있군요. 저희들은 그냥 요리사니까요"


"익숙해졌어요, 영주님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는"


하지만 노부나가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전부 부응했기에 시즈코는 홀몸이면서 안정된 생활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묘한 기분이 드는 그녀였다.


"일단 저는 변함이 없고, 미츠오 씨는 축산. 그렇게 되면 아시미츠 아저씨는…… 신사(神社)의 신주(神主)?"


시즈코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신사의 신주는 예상 밖이었는지, 아시미츠는 기묘한 것을 보는 눈으로 시즈코를 보았다.


"실례합니다, 분명히 노부나가는 종교를 싫어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데 신주 같은 걸 하면 죽음을 당하는 게?"


시즈코가 뭔가 말하기 전에 미츠오가 손을 들며 의문을 입에 올렸다.


노부나가가 불교도를 싫어하고, 기독교(伴天連)를 보호하여 쿄에서 포교를 허가했지만, 결고 기독교를 믿은 적은 없었다.

히에이(比叡) 산 엔랴쿠지(延暦寺)나 그밖의 절과 신사를 불태우거나, 혼간지(本願寺)의 잇코잇키(一向一揆) 무리를 철저히 학살하거나, 기독교의 신자였던 타카야마 우콘(高山右近)에게 '선교사를 죽이고 성당을 불태우겠다'라고 협박하거나 했다.

노부나가가 종교에 대해 냉혹비정한 태도를 관철한 것은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적이라면 신이나 부처조차 베어버린다, 며 야유받은 노부나가였지만 그건 좀 다른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는 최근에 생각하고 있었다.


"영주님께서는 종교가 싫다, 라기보다 특정 종교가 권력을 가지는 것을 싫어하시는 걸로 보입니다. 뭐 간단하게 말하면, 종교가가 정치에 관여하지 마라, 겠죠. 하지만 종교 세력은 기득권익을 침해당하지 않으려고 반발했으니, 사원이 가진 검단권(検断権)을 없애기 위해 철저하게 탄압한 거겠죠"


중세 일본에서 경찰, 치안유지, 형사재판에 관한 직무나 행위, 권한을 총칭한 말을 검단(検断)이라고 하였으며, 검단을 행할 권한을 검단권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세 일본에서는 검단권을 영주인 무사와 사원의 두 세력이 가진다는 이중지배구조가 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혼간지는 명확하게 혼간지로서의 영토를 갖지 않고, 엄연하게 영주가 존재했다.

하지만 영민은 영주에게 세금을 바치면서도 혼간지에 귀의한다는 지배구조가 되어 있었기에, 영주와 사원의 검단권이 중복 존재하고 있었다.


노부나가가 목표로 하는 천하포무(天下布武)란, 무사에 의한 일본의 일원 통일이다.

사원의 검단권을 모두 없애고, 영주인 무사만이 검단권을 가진다는, 정교분리원칙을 철저히 하려고 했다.


"현대의 우리들이라면 몰라도, 근대까지 영민들은 독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영주님의 행동은 불교를 철저히 탄압하는 것처럼 보였겠죠"


"하지만 노부나가는 혼간지의 잇코잇키 무리들을 몰살시키거나, 스스로 신을 칭하듯이 제육천 마왕(第六天魔王)을 자칭했었죠"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자신을 불법(仏法)의 수호자라고 선언한 편지에, 영주님은 확실히 자신을 제육천마왕이라고 칭하며 답신했습니다. 제육천마왕은 불교에서 신앙을 방해하는 욕망을 관장하는 천마(天魔)입니다만, 동시에 제육천마왕을 마주하는 것에 의해 신앙을 깊게 하는 일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적인 위트에 넘치는 답장을 쓴 사람이, 스스로를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요. 뭐어 후세에는 확실히 신이 되었지만요……"


"네?"


후세에 노부나가는 신이 되었다, 라는 말에 미츠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교토(京都)에는 메이지(明治) 천황에 의해 노부나가를 주 제신(主祭神, ※역주: 해당 신사에서 모시는 가장 중요한 신)으로 삼은 타케이사오(建勲) 신사(구 명칭 타케시오리타(健織田) 신사(社))가 있지. 덤으로 자식인 노부타다(信忠, ※역주: 키묘마루)도 같이 모시고 있다"


미츠오의 의문에 아시미츠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본이 외국 세력에 침략받지 않은 것은, 천하포무를 목표로 삼아 일본을 하나로 통일한 노부나가의 덕분이다.

그렇게 생각한 메이지 천황은, 메이지 2년 11월 8일(1869년 12월 10일)에, 천하포무, 조의부흥(朝儀復興) 등을 추진한 노부나가를 찬양하기 위해 타케시오리타 신사의 창건을 결정했다.

타케이사오 신사는 노부나가의 업적을 기념하여 국가안태(国家安泰), 난국돌파(難局突破), 대원성취(大願成就)의 신사로 친다.


"애초에, 오다 씨는 에치젠 국(越前国) 뉴 군(丹生郡) 오다(織田)의 오다 츠루기 신사(織田劔神社)의 신관을 지내던 일족입니다. 후에 에치젠 수호직(守護職, ※역주: 태수, 치안 책임자) 시바(斯波) 씨를 따라, 그가 수호를 맡고 있던 오와리로 이주한 것 뿐입니다. 즉 영주님은 신관 일족이며, 나름대로의 종교 지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신사에 관해서는 상당히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제가 건립을 지휘했던 '오우신(櫻信) 신사'도 영주님의 취향이 꽤나 들어가 있으니까요"


"오우신 신사?"


"네,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신사가 있습니다. 당초에는 단순한 신사가 될 예정이었지만, 영주님께서 상당히 손을 대셔서, 지금은 아예 다른 물건이 되었습니다"


시간을 알리기 위해 시즈코가 건립한 오우신 신사는, 그녀의 예정으로는 작은 본전(本殿)과 종이 있으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 기외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 시즈코에게 불만을 느꼈는지, 아니면 스스로 신사를 설계하고 싶어졌는지, 언제부터인지 노부나가가 이것저것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신사의 경계를 정비하고, 시설이나 설비를 차례차례 더해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노부나가의 손에 의해 보통의 신사로서 손색이 없는 규모로 확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흥이 돋았는지 마개조라고도 할 수 있는 확장은 가속되어, 노부나가의 신사 건립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아무리 메이지 시대에 신사가 국가의 관리하에 들어가기 전까지 신사 그 자체의 구성은 통일성이 없었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의미불명의 설정이 된 신사를 받아도 시즈코는 곤란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마개조에 만족하셨는지, 건조가 끝나자 아무 말씀도 안 하시게 되었지만요. 그러니까 신주라기보다는 관리인일까요"


"성직자가 늘어나면, 교육자의 설득력이 붙으려나. 서당(寺子屋)도 대부분 불승들이 운영했으니"


"그것도 있겠네요. 어쨌든 이걸로 각자 방향성은 정해졌어요. 미츠오 씨가 가장 일찍 바빠지실 것 같은데, 잘 부탁드려요"


"이거 좀 노력해야겠네요―"


그렇게 중얼거리는 미츠오였으나, 목소리에서는 허세는 있어도 난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은 아시미츠, 미츠오 두 사람의 고용주인 노히메의 설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이건 쉽게 양해를 얻었다.

일단 노히메의 요리는 8할이 미츠오 담당으로, 남은 두 사람은 보좌밖에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시미츠를 빼가는 것을 노히메는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미츠오의 배속변경에는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흑돼지나 산양 등, 축산을 하는 것으로 짐승고기의 배리에이션이 늘어날 것이라고 듣자마자 미츠오의 전속을 허가했다.

정확히는 완전한 전속은 아니고, 미츠오는 노히메 전속의 요리사 겸 축산농가라는 입장이지만.

흑돼지나 사냥 고기를 맨 처음 먹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노히메는 미츠오에 대한 원조를 약속했다.

전속 요리사로서는 갑작스레 홀로 남게 된 고로였으나, 그는 낙담하기는 커녕 '노히메 님을 감동하게 할 요리를 만들어 보이겠다!'라며 기합을 넣을 정도는 되는 요리사였다.


세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분주했다. 미츠오의 첫걸음은 큐지로(久治郎)나 다른 상인과 함께 흑돼지나 산양을 찾아서 오키나와(沖縄), 큐슈(九州)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아시미츠를 신사의 관리인으로 삼는 주인장(朱印状)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얼마 후 그로부터 아시미츠를 관리인으로 삼는 것을 허가하는 주인장이 도착했다. 이걸로 아시미츠는 정식으로 신사의 관리인으로 채용되었다.

그 아시미츠는 원래 관리하고 있던 사람들과 처음에는 삐걱댔지만, 과묵하지만 성실한 성격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져서 금방 친해졌다.


한편, 시즈코는 어떤 특수한 설비의 건조에 착수했다.

그것은 얼핏 보면 대형의 흙벽으로 만든 광(土蔵)으로 보였으나, 내용물은 마개조된 설실(雪室)이었다.

흙벽으로 만든 광은 광 내부의 온도와 습도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 기능을 이용하여 눈을 쓴 천연의 냉장고를 만드는 것이다.

소빙하기인 전국시대, 겨울에 눈이 내리는 것은 드물지 않았기에, 대량으로 모으는 것은 쉬웠다.


다만 현대의 냉장고와는 달리, 광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는 않았다.

실험용의 통의 물이 얼어붙은 날도 있었고, 얼지 않고 물 상태를 유지한 날도 있었다. 거기에서 시즈코는 광의 온도는 마이너스 5도에서 5도 사이 정도일 거라 추측했다.

게다가 광의 지하에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작은 방을 만들었다. 콘크리트의 냉복사(冷輻射) 작용을 이용한 천연의 냉동고였다.

이쪽도 역시 온도는 일정해지지 않았으나, 냉동야채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마이너스 18도 이하일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겨울 동안에는 눈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지만, 역시 동해 쪽과 다르게 태평양 쪽은 눈이 내리지 않게 될 때까지의 기간이 짧았다.

에치젠(越前) 근방으로부터의 운반 루트를 구축하고 싶었던 시즈코였으나, 에치젠이 노부나가의 영토가 될 때까지 그것은 불가능하다.


설실과는 다른 작업을 하기 위해, 시즈코는 노부나가 직영의 어촌으로 발을 옮겼다.

이세(伊勢) 만(湾)에 접한 토우카이(東海) 지방에는, 옛부터 이 시기에 먹던 어떤 생선이 있었다. 그것은 숭어(ボラ)이다.

겨울의 숭어는 '찬숭어(寒ボラ)'라고 하여, 기름이 올라 맛있는 생선으로서 중히 여겨지고 있다. 구별법은 간단해서, 찬숭어는 눈에 지방이 껴서 흐릿한 상태가 되어 있다.

현대에서는 오염된 하천의 영향을 받아 냄새가 강한 숭어가 많지만, 전국시대에는 오염된 하천은 적었기에 냄새가 적은 숭어가 많았다.

애초에 숭어의 냄새의 원인은 피이며, 피빼기 처리를 제대로 하면 찬숭어가 아니더라도 냄새를 상당히 억제할 수 있다.


다른 생선이 아니라 숭어를 선택한 것은 딱히 다루기 쉽기 때문만은 아니다.

숭어의 난소를 소금에 절인 후에 건조하면, 일본 3대 진미라고 하는 카라스미(カラスミ)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카라스미 제조는 첫 시도, 10월에 잡은 숭어는 난소를 적출하는 데 몇 번이나 실패했고, 어쩌다 용케 적출해도 피빼기가 잘 되지 않아 냄새가 났다.

11월은 비교적 나아졌지만 소금 간을 실패해서, 도저히 진미라고는 할 수 없었다.

12월에 간신히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명산품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그래도 술안주로는 좋다, 고 노부나가의 평가는 좋았다.


카라스미와는 별도로, 숭어의 살코기를 이용한 훈제 만들기도 전수했다.

숭어는 30cm에서 50cm 정도 되며, 말리기보다는 모아서 훈제 처리하는 쪽이 효율적이다.

훈제는 건어물로는 완전히 억제할 수 없는 '지방의 산화'와 '세균의 발생'을 해결하기 때문에, 건어물보다 보존성이 우수하다.

게다가 훈제로 만들면, 어느 정도 잃어버린다고는 해도 숭어는 영양가 높고, 또 훈제로 생으로 먹는 것과는 다른 풍미나 맛이 가미된다.

추위나 거친 바다 때문에 고기잡이에 나갈 수 없는 날이 많은 혹한기의 식량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숭어의 훈제를 버릴 수는 없다.


그리고 시즈코는 굴(牡蠣)의 양식도 시작했다.

굴은 우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 일본에서는 '바다의 현미(玄米)'라 불린다.

죠몬(縄文) 시대부터 귀중한 먹거리였던 굴은, 일본에서는 텐몬(天文) 시대(1532-1555) 무렵에 양식이 이루어진 기록이 있다.

사실은 좀 더 이른 단계, 작년 8월까지는 준비하고 싶었지만, 상락(上洛)과 그 후의 처리에 정신이 없었기에, 이듬해로 미뤄지게 되어 버렸다.

양식하는 굴은 일본 2대 굴 중 하나인 참굴(真牡蠣)이었다. 이것은 일본 전역에서 수확할 수 있으며, 채묘(採苗)로부터 1년만에 출하할 수 있다.

3년만 지나면 씨가 굵어지지만, 생존확률이 해마다 낮아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1년 만에 출하된다.

사실은 태평양으로부터의 쿠로시오(黒潮)와 이세 만으로부터의 바닷물, 그리고 키소 삼천(木曽三川)과 미야(宮) 강으로부터의 담수가 적당히 섞이는 우라무라(浦村) 만 주변에서도 양식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남(南) 이세는 노부나가의 영토가 아니기에, 이세 침공이 끝난 후에 사업을 시작하자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넓은 바다를 굴 양식에만 쓰는 것은 아깝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굴 양식 이외에 김과 미역 양식에도 손을 댔다.

현대의 마른 김이 등장하는 것은 에도 시대 이후로, 전국시대에는 생김이 주류였다. 하지만 희소가치가 높은 것 치고는 김은 불우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김이나 미역의 주된 산지에 이세 만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김의 양식은 가능하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김도 미역도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9월 하순에서 11월로 농번기가 끝난 직후다.

미역의 양식 기간은 11월에서 이듬해 5월 무렵, 김은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튜브(浮き輪)를 쉽게 만들 수 없었기에, 김은 지주식(支柱式)으로 양식하게 되었다. 대량의 대나무 목재를 준비할 필요가 생겼으나, 시즈코는 자신의 대나무 숲에서 준비했다.


"김과 미역, 그리고 굴. 이 세 가지를 바다에서 양식하자. 김과 미역은 1년, 굴은 1년에서 2년. 순조롭게 진행되면 5년 후에 양식 사업이 궤도에 오르겠지. 완성형이 되려면 10년 정도 필요하겠지만"


이것도 그물이나 밧줄의 원재료인 마(麻) 섬유, 그리고 지주 등에 쓰이는 대나무를 풍족하게 가지고 있는 시즈코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김 같은 걸 어디다 쓰는 거냐"


"음, 마를 대량으로 쓰면서까지 양식인가를 할 필요가 있는건가"


키묘마루와 나가요시가 입을 모아 의문을 표시했다.

호위 3인방은 항상 함께 다니지만, 키묘마루까지 따라온 것에는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머리가 아파졌다.


"유비무환. 급해졌을 때 부족하다고 해봤자 늦어. 평소에 얼마나 밑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가 중요해"


"그런 건가"


"가끔 있지. 급한 상황이 되어서, 큰일이라고 말해봤자 늦는다고. 위기관리 능력은 중요하거든?"


"과연……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케이지가 화로에서 굽고 있던 작은 물고기. 그것도 뭔가의 준비인가"


"……들어넘길 수 없는 말이 들렸지만, 지금은 일단 넘어가겠어"


육지의 작물 생산을 궤도에 올린 시즈코는, 다음으로 해산물에 대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김, 미역, 굴의 양식. 그리고 작은 물고기인 혼모로코(ホンモロコ, ※역주: 잉어과의 담수어. 한국어 명칭은 따로 없는 듯)와 미꾸라지(ドジョウ)의 양식이었다.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영양이 풍부한 김, 미역, 굴을 그녀가 버릴 리가 없다.

지금까지 해산물에 지원하지 않았던 이유는, 마 섬유를 풍족하게 생산할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모로코와 미꾸라지의 양식이네. 뭐 영주님이 땅을 빌려주셨으니까 실행할 수 있는 거지만. 미꾸라지는 장어에 필적하는 영양을 가지고 있고, 혼모로코를 양식하면 땅이 비옥해져"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좀 더 좋은 집에 사는 게 어떠냐"라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넓은 땅과 장인을 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넓은 땅을 혼모로코와 미꾸라지의 양식장으로 대개조해버렸다.

나름 넓은 땅이, 거의 양식장이라는 이름의 연못으로 뒤덮인 것에 노부나가의 머리가 아파졌을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미꾸라지는 그렇다치고 혼모로코에는 어떤 문제가 있엇다.

비와(琵琶) 호수에서 산 채로 운반할 필요가 있는데, 현대라면 수온을 유지하거나 산소농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에어 펌프나 수온계)가 당연하게 존재하지만, 물론 전국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방법을 써서 오와리까지 운반할 것인가, 이것이 시즈코에게 최대의 문제였다.

결국, 무식한 방법이 가장 심플하고 계획 실현 가능성이 높은 해결법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장인들을 써서 비와 호수에서 양식장 사이의 각지에 점재(点在)하는 여관에 혼모로코를 일시적으로 방류해서 보관할 수 있는 연못을 만들게 했다.

그 연못을 써서 혼모로코를 산 채로, 오와리까지 운반한다는 무식한 작업을 성공시켰다.

당연히, 약한 개체는 운반 도중에 죽었지만, 그것은 운반을 담당한 사람들의 위장 속으로 들어갔다.


"(저거 분명히 집을 짓는게 어떠냐, 라고 내려진 상이었지?)"


"(그렇지. 장인들은 안됐지만, 시즈코 님이시니 어쩔 수 없지)"


노부나가가 두통에 시달린 원인을 이해하면서도, 두 사람은 '완곡한 표현을 쓴 노부나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 두 사람, 뭐 하고 있는거야? 이곳 이외에도 돌아볼 거니까, 느긋해할 여유는 없어―"


설실의 설치 작업이나 어촌의 기술 전수 등, 농한기라고 해도 시즈코는 매일 바쁜 것에 변함은 없다.

그런 바쁜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걸 나보고 어쩌라고?"


시즈코에게 전달된 편지의 발신인은, 아케치 미츠히데와 히데요시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노부나가와 함께 니죠 성을 건설하고 있다. 그 두 사람이 공동으로 편지를 보내다는 무슨 일인가 하고 시즈코는 순간적으로 의아해했다.

하지만 내용을 읽은 후에는 어이없다는 말만 나왔다. 편지의 내용은 '영주님께서 최근, 땡깡이 심해져서 대응이 어렵소. 시즈코 님이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소'였으니까.


"목욕탕에 들어갈 수 있게 해라. 맛이 싱거우니 어떻게 해봐라. 잠자리가 딱딱해서 못 견디겠다…… 그냥 땡깡이잖아……"


"그만큼 신뢰받고 있다, 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편지를 집어던지고 마루 위에 엎어진 시즈코에게 차를 마시고 있던 키묘마루가 태평하게 대답했다.


"안 그래도 이 일대를 재정비할 안건도 있는데…… 거기에 쿄에 계시는 영주님의 땡깡까지는 대응 못 해"


"원인의 일단은 시즈코에게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네가 생각하는 생활 환경은, 하나같이 지나치게 쾌적하니까"


"알고 있어……"


시즈코가 전국시대의 생활 스타일을 개량하여 쾌적한 생활 환경을 구축한다. 그것을 노부나가가 마음에 들어하여 도입한다.

그런 것을 계속한 탓인지, 노부나가는 생활의 쾌적함이 압도적으로 향상되어 버렸다. 아무리 쿄가 당시의 유행의 최첨단이라고는 해도, 수백년 후의 생활 스타일에 미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으―음, 하지만 지금 당장은 못 움직이겠지. 금후를 감안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위해가 가지 않도록 이동시켜야 하고…… 뭣보다 챠마루 군이 이쪽으로 이사할테니까 그 구획이―"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고 신음했다.

노부나가는 상락을 성공시켜 많은 우군을 얻었다. 이미 일본을 대표하는 영주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동시에 적도 늘어났다. 조금 전까지 토우코쿠(東国, ※역주: 도쿄를 기준으로 한 칸토(関東) 지방)의 시골 영주였던 노부나가가, 일약 일본을 대표하는 영주가 된 것이다. 그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정책은 서민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권력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기득권익을 침해하는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기득권익이라고 해도 생활 기반에 직결되어 있었기에 간단히 침해를 용납할 수는 없었고, 그것이 적을 늘리는 요인도 되었다.

적이 늘어나면서 그의 흠을 찾으려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났다. 거기서 시즈코의 주위가 특이한 환경이라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위해가 가지 않도록 그들을 멀리 떨어뜨려 놓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은 목숨을 노림받는건 사양, 이라고 말하듯이 노부나가의 이주 정책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케이지 씨에 사이조 씨, 쇼우조 군도 이쪽으로 이사하겠지. 게다가 무장들이 묵을 숙박 시설도 필요하고…… 그렇다고 해서 논밭은 갈아엎을 수 없고…… 으아아―"


마을 사람들을 전원 이주시킨 후, 노부나가는 온천과 부속 시설을 개량하고, 나아가 어느 정도의 병사들을 장기 주둔 또는 정착시킬 계획을 세웠다.

계획이 진행되어, 우선 시즈코의 마을을 포함하는 다섯 개를 없애 빈 터로 만든다.

거기서 우선 방위 시설을 제일로 고려하여, 주위를 둘러싸는 방위망을 강화한다.

그게 끝나면 노부나가의 별장, 시즈코의 집을 개축. 동시에 케이지나 사이조의 집을 건축, 무장들이 온천에 묵기 위한 숙박시설을 건축한다.

그 안에 뚜렷하게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논밭이 들어가는데, 그보다도 더 놀랄 일이 있다.

노부나가는 별장의 관리를 키묘마루에게 일임했다.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것을 이유로, 그의 교육 담당자도 마찬가지로 이사하지만, 그걸 빼더라도 주위를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너에게 교육을 받아라, 라고 아버지는 말씀하고 싶으신 거겠지"


"그거 참 황당한 생각을 하시네, 영주님은. 그런데 계획서 안에 여성용 숙박 시설이 있다는 건……"


계획 중에 논밭과 마찬가지로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있었다. 그게 아무리 봐도 여성용의 숙박 시설이었다.

그것을 노부나가의 계획에 집어넣을 수 있는 인물은 한 명 밖에 없다. 안 좋은 예감에 오싹거리는 것을 느끼며 시즈코는 키묘마루에게 물었다.

당연히, 그녀의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네 예상대로다. 그런 시설을 아버지의 계획에 집어넣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서 한 분 밖에 없지"


"역시…… 노히메 님이시구나, 이걸 넣은 거. 정원의 한 구석에 수박밭이라는 그림이 있는데…… 마츠 님의 희망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네"


"뭐, 포기해라. 딱히 네가 관리하는 것도 아니니까"


무거운 한숨을 쉬는 시즈코에게 키묘마루는 남의 일 처럼 말했다.


"……하아, 영주님의 대응은 다음 달이려나. 그 때까지 참아주면…… 좋겠지만"


"기대는 못 하겠군"


그렇겠지, 라고 시즈코는 중얼거리고 다시 한번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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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2 1569년 1월 상순



에이로쿠(永禄) 12년 1월 5일 (1569년 1월 31일), 쿄(京)의 혼코쿠지(本圀寺, 당시에는 혼코쿠지(本国寺)라고 쓰였음. 에도 시대에 들어와서 혼코쿠지(本圀寺)로 개명됨. 여기서는 개명 후의 명칭을 사용합니다)를 호우코슈(奉公衆)와 함께 임시 궁궐(御所)로서 사용하고 있던 무로마치(室町) 막부 제 15대 쇼군(将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가, 시코쿠(四国)로 도망친 미요시(三好) 3인방에게 습격받는 소위 '혼코쿠지 사변'이 일어났다.


요시아키의 경호는 미츠히데를 중심으로 오우미(近江)와 와카사(若狭)의 쿠니슈(国衆, ※역주: 지방 무사)들 뿐으로, 노부나가의 본대는 거의 관계되지 않았다.

쿄에 있는 '쿄 치안유지 경라대'는, 어디까지나 쿄의 치안을 유지하는 부대이며, 요시아키의 호위는 임무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장비가 빈약했다.

그들은 주된 임무의 성질상, 행패를 부리는 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비살상 무기를 장비하고 있었으며, 창이나 활 등의 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휴대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전투 행위를 할 경우, 일단 틀림없이 막대한 피해를 내고 괴멸될 것은 명백했다. 그 문제점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요시 3인방은 '쿄 치안유지 경라대'를 상대하지 않고 진군했다.


애초에 사원이자 임시 궁궐로서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는 해도 견고한 요세와는 거리가 먼 혼코쿠지로는 함락도 시간 문제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미요시 세력의 선두인 야쿠시지 사다하루(薬師寺貞春)의 군세를, 와카사의 쿠니슈인 야마가타 겐나이(山県源内)나 우노 야시치(宇野弥七) 등이 분전하여, 경내로 진입하는 것을 몇 번이나 저지했다.

결국, 그들이 버틴 덕분에, 이 날의 혼코쿠지는 함락되지 않고 날이 저물었다. 다음 날을 대비하여 미요시 3인방은 병력을 물렸다.


같은 날, 혼코쿠지 습격의 소식을 들은 노부나가는 즉시 출발했다.

폭설이라는 악천후 속의 행군이었으나, 그는 본래 3일은 걸리는 거리를 이틀 만에 주파했다.

하지만 심한 추위와 급한 출발의 댓가인지, 노부나가 휘하의 인부들이 몇 명 동사해버렸다. 그런 희생을 내면서도, 노부나가는 8일에 10기가 채 되지 않는 부하들을 이끌고 혼코쿠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도착하기 전, 1월 6일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나 미요시 요시츠구(三好義継), 셋츠(摂津) 쿠니슈인 이타미 치카오키(伊丹親興),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 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 등 키나이(畿内) 각지로부터의 오다 세력이 집결했던 것이다.

미요시 3인방은 '쿄 치안유지 경라대'를 얕보았다. 그들은 힘은 약하지만 5천명이라는 방대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키나이 각지에 있는 오다 세력에의 급보, 단시간에 그들이 도착하기 위한 길안내, 미요시 3인방에 대한 스파이 행위 및 게릴라 활동, 아군에의 물자 보급 등 직접적인 전투 이외의 후방 지원을 총괄하며 오다 세력의 역습을 뒷받침했다.

5천명이라는 정원은 노부나가가 그냥 생각난는 대로 입에 올린 숫자가 아니다. 평상시에는 쿄의 치안을 유지하고, 유사시에는 군의 병참 및 후방지원이 가능한 규모로서 필요한 인원을 계산한 결과가 5천인 것이다.


불리함을 깨달은 미요시 3인방은 퇴각을 시도했으나, 아시카가, 오다 군의 추격을 받았다.

카츠라 강(桂川) 강변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나, 본래의 전력이나 지휘관의 열세에 의해 미요시 3인방은 무참하게 박살났다.

후세에 '로쿠죠(六条) 전투', '혼코쿠지 사변'으로 불리는 요시아키 습격 사건은, 아시카가, 오다 군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결국, 노부나가의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결판이 났다.

쿄에 도착한 그는 우선 전공이 있는 이케다슈(衆, ※역주: 무리나 패거리를 말하는데, 둘 다 어감이 좋지 않아 굳이 번역하지 않고 일본어 독음으로 적었음) 이케다 마사히데(池田正秀), 첫날에 분전하며 버텨낸 와카사 쿠니슈 야마가타 겐나이나 우노 야시치에게 상을 내렸다.

다음으로 요시아키의 질책을 받았다. 다만 태도만큼은 달게 꾸지람을 듣고 있었으나, 그가 한 말의 10할을 노부나가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려듣고 있었다.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요시아키 같은 성격의 소유주는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게 놔두면 된다, 고 노부나가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긴 것 치고는 실속이 없는 헛소리를 다 들은 노부나가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쇼군 궁궐의 건설에 착수했다.

물론, 새로운 쇼군 궁궐로서 니죠(二条) 성의 조영에 착수하는 것은 요시아키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요시아키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부하들이나 키나이의 장기말들이 전사하는 것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서이다.


1월 10일, 요시아키 측의 미요시 요시츠구 등은 사카이(堺)의 난보쿠노쇼(南北荘, ※역주: 독음 확실치 않음)에 사자를 파견하여, 사카이슈(堺衆)가 미요시 3인방을 도운 것을 질책했다.

미요시 3인방은 아와(阿波, 토쿠시마(徳島) 현에서 일단 사카이우라(堺浦)에 총 집결, 정월에 쿄로 들어가 5일에 쇼군 요시아키가 있는 혼코쿠지를 포위했다.

사카이우라에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을 볼 때, 미요시 요시츠구는 사카이의 상인들 중에 미요시 3인방을 지원한 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자에 난보쿠노쇼는 두려움을 느끼고, 노인과 아이들 및 물건 등을 네코로(根来), 코나가와(粉川) 마키노오데라(槇尾寺) 등에 감추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해자를 파고 무기고를 개방하는 등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카이가 명확한 대결 자세를 보이는 상태는 2월 11일까지 계속되었다.


노부나가는 사카이의 행동을 감시하면서도 미츠히데와 히데요시 두 사람에게 니죠의 궁궐 공사(普請)를 명하고, 나아가 쿄의 봉행(奉行, ※역주: 장관급 관리, 여기서는 책임자라는 의미에 가까움)에 임명했다.

니죠 성의 대궐(御殿) 등의 건설을 총괄하는 대행(代行) 봉행에 무라이 사다카츠(村井貞勝)와 시마다 히데미츠(島田秀満)의 두 사람을 임명했다.

보청 총봉행(普請総奉行), 즉 공사의 진두지휘를 하는 인물은 노부나가 자신이다.

건물의 대부분은 혼코쿠지의 건축물을 해체, 재조립하고, 돌은 호소카와 일족의 분가인 텐큐(典廐) 가문 호소카와 후지타카의 옛 저택에 있는 명석(名石), 후지토(藤戸) 석이 사용되었다.

그 외에, 쿄의 이곳저곳에서 모아들인 묘석(墓石)이나 석불(石仏)도 사용되어, 본격적으로 돌담(石垣)을 쌓은 성으로서 야마시나 토키츠네(山科言経)가 '이시쿠라(돌담(石くら)의 별칭)'를 보고 경탄했다는 기록이 있다.


쿄는 니죠 성의 축성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 무렵, 시즈코는 약간 귀찮은 일에 착수하고 있었다.




정월 직전, 시즈코는 노부나가로부터 '기공총봉행(技工総奉行)'라는 관직에 임명되었다.

어떤 관직인지 확인해보니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고, 주위의 기술적인 개혁을 성공시키도록 지식을 빌려주는 상담역 겸 진두지휘자, 라는 얘기였다.

다른 점은 명확한 관직과 권한이 노부나가에게서 부여되었기에, 시즈코 단독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처럼 시즈코로부터 아야, 아야로부터 모리 요시나리, 모리 요시나리로부터 노부나가, 노부나가로부터 각 조직으로라는 경로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시즈코가 사람이나 조직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이것에는 제약이 있어서, 시즈코가 명령하려면 기술개혁을 할 책임자의 서명이 필요하다. 즉, 개혁을 할 인물이 없으면, 아무리 노부나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도 그녀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지금과 큰 차이 없다고 이해한 시즈코는 느긋한 태도를 취했다. 큰 개혁을 할 인물은 노부나가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매번 그렇듯이 무참하게 깨어졌다. 그녀가 '기공총봉행'에 임명되고 '로쿠죠 전투'로부터 일주일 후, 타케나카 한베에가 시즈코를 찾아왔던 것이다.


"군의 식량 사정의 개혁, 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이상으로 대군을 동원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군수품이 식량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케나카 한베에의 이야기는 군의 식량의 개혁이었다.

즉, 군사행동 중에 각 병사들에게 배급되는 식량(combat ration, ※역주: 전투식량)을 개혁하고 싶다, 는 얘기였다.


"……어째서 식량인가요?


처음으로 식량 사정에 생각이 미친 타케나카 한베에에게 의문을 품은 시즈코는 그렇게 물었다.


"식사란 누구나 매일 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음에 이릅니다. 또, 좋아하는 것만 계속 먹으면 몸이 망가집니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소생은 식사에서 몸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섭취해야 한다, 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식사로 몸에 필요한 것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몸에 필요한 것을 '영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과연, 영양입니까. 학문이 없어 죄송합니다만, 만약 영양이 몸에서 없어지게 되면 사람은 어떤 상태가 되는 겁니까?"


"사물을 분간할 수 없게 되거나,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리거나, 옛 상처가 도지거나, 걷는 것이 힘들게 되거나 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는 것에는 변함이 없군요"


"그렇습니까. 당신의 설명을 들으니, 역시 소생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러한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않았기에 정말 감사합니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시즈코의 설명을 듣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한 얘기로, 설령 노부나가라도 군용식에 대한 개혁은 생각할 수 없었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오히려 그는 식사에 집착이 없다.

최근에는 영양을 신경쓴 식사를 하고는 있지만,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자신 뿐이며, 군에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다.


(뭐어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히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정월에 가신들에게 대해 '식사 12개조'를 배포했을 정도니까)


정월에 주연을 여는 것은 노부나가의 항례 행사였지만, 금년에는 인사하러 온 가신들에게 식사의 훈시라고도 할 수 있는 12개조를 적은 글을 건넸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하나         식사는 하루 세 번, 매번 국과 나물을 함께 먹을 것

7일에 한 번, 새고기나 생선을 먹을 것

어린아이에게는 성인식을 할 때까지 3, 4일에 한 번은 계란을 줄 것

소금, 된장, 간장, 미림은 필수 조미료로서 항상 떨어지지 않게 관리할 것

다섯         이틀 동안은 곤란하지 않을 정도의 말린 고기를 상비해 둘 것

여섯         잡곡, 현미를 중히 여기어, 백미의 과잉 섭취를 삼갈 것

일곱         단맛의 과잉 섭취는 삼갈 것

여덟         술은 하루 2잔 정도로 조절하여 과잉 섭취를 삼갈 것

아홉         식사 전에 '잘 먹겠습니다', 식후에는 '잘 먹었습니다' 등 식사의 예절을 명심할 것

부인, 아이에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주지 못하는 당주는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

열하나 모든 음식에 감사하며 남기지 않고 먹을 것

열둘 모든 음식에 귀천은 없음. 똑같이 하늘이 내려주신 맛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법이 아니라 훈시이며, 노부나가 자신도 농담을 섞어가며 가신들에게 배포했기에, 반드시 지키라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상하관계가 엄격한 전국시대에, 모시는 주군으로부터 훈시로서 받은 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노부나가는 기분파인 경향이 있어, 언제 훈시가 엄수해야 하는 법률로 바뀔지 모른다. 노부나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멋대로 강제력이 붙은 12개조를 지키기 위해 가신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이 뒷날 오와리, 미노에 사는 사람들의 식생활을 혁신시키는 것을, 이 때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군용의 식사, 임시로 '전투식(戦闘食)'이라고 이름붙일까요. 이래저래 조건이 까다롭군요"


"그렇군요. 우선 수송에 견딜 수 있는 보존성이 필요하겠죠. 다음으로 영양 보급이 우수한 것이군요. 욕심을 말하자면 가볍고 입수하기 쉬운 재료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고영양 보급식은 있기는 있습니다만……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라 조금 곤란하군요"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아야를 불러 어떤 것을 만들게 했다. 바로 완성된 그것을, 아야는 타케나카 한베에의 앞에 놓았다.

시험용으로 만든 오트밀이었다. 그릇은 세 개가 있었으며, 왼쪽부터 물로 불리기만 한 것, 된장으로 맛을 내어 끓인 것, 간장과 소금으로 맛을 내어 끓인 것이었다.


"……흠, 보리 향이 강하군요. 확실히 이건 조금 문제입니다. 된장이나 간장 쪽은 냄새가 어느 정도 억제되어 있습니다만, 물만으로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트밀은 간단하게 영양 보급이 가능한 건강 식품이다. 하지만 보리 향이 강하기 때문에, 쌀이 주식인 일본인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된장이나 간장으로 맛을 내면 어느 정도는 완화되지만, 그래도 보리 냄새를 완전히는 없애지 못한다.


"평상시라면 문제가 없더라도, 전장은 정신적 중압이 강한 장소입니다. 식사는 중요한 오락이므로, 맛없는 밥이나 단조로운 식사로는 질려서 사기의 저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행군 중에는 상인들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잡병들의 식사는 그들에게 장사거리입니다. 섣불리 그들의 장사에 끼어들어 반발을 살 수는 없습니다."


전장에는 무장, 무장의 시중을 드는 사람들, 아시가루(足軽, ※역주: 여기서는 무사라는 뜻), 잡병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상인들에게는 매력적인 환경이다.

상인은 물이나 음식을 가지고 전장으로 가서, 잡탕 등의 음식이나 술, 담배 등의 기호품을 팔아 이익을 얻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인들의 시장이 만들어질 정도로 대규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적지의 경우에는 아시가루나 잡병들은 다양한 물건들을 약탈하는데, 이런 약탈품들을 매입하는 것도 군을 따라다니는 상인들이었다.

다만 사들인 상품을 다른 잡병들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었다.


"완전히 쫓아내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붙잡힌 잡병들로부터 음식의 가격이 새어나가도 문제. 역시 잡병들은 현재 상태대로, 상급 아시가루들부터 무장은 독자적으로 준비, 가 좋겠지요"


상인이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이 뛴다는 것은 진중에 있는 식량이 부족한 것이 이유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주들은 붙잡은 잡병들로부터 진중에서 팔리고 있는 음식의 가격을 캐물어 적의 식량 사정을 어느 정도 추측했다.

이것을 교란, 또는 감추기 위해서는 진중에서 소비되는 식량을 모두 직접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현재, 그만한 비축은 오다 군도 가지지 못했다.

게다가 이익이 높은 전장에서 상인들을 쫓아내면, 평상시의 매매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투식을 배급하는 대상은, 행군할 때마다 정하도록 하지요. 우선은 이 보리죽이 받아들여질지 확인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귀리……였던가요?

그것의 양산을 의뢰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귀리는 봄과 가을, 두 번 수확이 가능합니다. 재배에도 별로 손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보리죽은 귀리를 가공한 것입니다. 그 가공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양산의 경우에는 전용의 기계를 만들 필요가 있겠군요"


"과연, 그런 점도 고려해서 금후의 방침을 결정하지요. 지금은 영주님께서 쿄에 계시므로 이야기를 크게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 아니,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있군요"


"그건 어떤 부분인가요?"


"아니, 별 것 아닙니다. 보리죽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보리와 쌀을 섞어보는 겁니다. 잡곡쌀도 쌀에 밤이나 피를 섞고 있습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보리와 살을 섞어보면 어떨까요. 잘 되면 쌀의 소비를 줄이면서 영양이 있는 전투식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현대에도 백미에 납작보리 등을 섞어서 밥을 짓는 사람은 있다. 오트밀은 단시간에 조리할 수 있기 때문에, 쌀과 함께 밥을 짓지 않고 다 지은 후에 섞어서 찌는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

이것은 백미의 맛과 오트밀의 '씹는 맛'이 섞여서, 보통의 백미를 먹는 것보다 높은 만족감과 포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좋은 생각이군요"


얼마나 섞을지는 실험이 필요하지만, 타케나카 한베에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타케나카 한베에와 전투식의 이야기를 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킨카(金華) 산의 산기슭에 있는 노부나가의 거관(居館)에서 노히메는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인이 없는 동안이 아니었으며, 설령 노부나가라는 주인이 있더라도 노히메의 분방한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노히메가 멋대로 행동하는 걸 허락받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 본인이 내버려두는 것이 주 원인이었지만, 본인의 이런저런 언동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먼저 그녀는 노부나가에게 시집올 때, 아버지인 사이토 도우산(斎藤道三)으로부터 '노부나가가 진짜 멍청이라면 이걸로 찌르거라"라며 작은 칼을 건네받았다. 그걸 받은 그녀는 "그런 재미없는 말을 하는 아버지부터 찔러드리죠"라고 대답하여 도우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또 사이토 도우산과 사이토 요시타츠(斎藤義龍)의 싸움(나가라(長良) 강 전투)이 끝난 후, 요시타츠에게서 편지로 "네가 있으면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하다. 그러니까 돌아오지 마라"라고 귀가를 거부당했다.

누가 봐도 돌아갈 곳이 없는 궁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노히메는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아니 오히려 미노(美濃) 공략을 고민하는 노부나가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자에 대한 날카로운 후각을 가지고 있는지, 노부나가 거관에 들어와 있는 타국의 간자를 발견하고는 혼란시키거나 위통(胃痛)으로 망가지게 만들거나 했다.

때로는 피를 토하고 쓰러진 간자도 있었지만, 노히메가 대체 뭘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부나가가 질문해도 그녀는 생글생글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중을 드는 자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새파랗게 질리면서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최종적으로 '노히메는 자유롭게 행동하게 놔 둬라'라는 암묵의 동의가 형성되었다.


그런 이물질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난 노히메는, 아시미츠에게 기묘한 위화감을 품고 있었다.


"아시미츠, 너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환경을 걸어왔지 않느냐?"


위화감을 느낀 후의 노히메의 행동은 신속했다.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후, 아시미츠를 홀로 불러내어 단도직입적으로 정체를 캐묻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보잘것 없는 요리사이옵니다"


말도 안 된다고 하듯이 아시미츠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노히메는 그의 태도에 화를 내기는 커녕, 꽤나 유쾌한 듯이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후훗, 그렇게 경계하지 말거라. 내 질문 몇 가지에 대답하면, 네가 찾는 것에 편의를 봐 줄수도 있느니라"


"……무슨 말씀이신지요"


"끝까지 시치미를 떼겠다는 것이냐. 시간을 들여 신용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속을 떠볼 기분도 아니니라.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주군께 말씀드려 결코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만?"


순간, 아시미츠를 감싸고 있던 분위기가 변했다. 가볍게 들뜬 분위기가, 날카롭게 갈린 칼날 같은, 목숨을 노리고 싸우는 긴장된 분위기로. 그래도 노히메의 태도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하지만 네 태도를 볼 때, 그 녀석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구나. 어느 쪽이냐 하면…… 그렇구나, 애지중지하는 상대, 라고 해야겠구나"


"……그 애한테 손대게 하진 않는다. 그게 설령 신이나 부처 같은 것이라도"


"그 마음가짐은 훌륭하다면, 나는 딱히 녀석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느니라?

적어도, 이 오와리, 미노에서 그 녀석을 해하려는 마음을 품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느니라. 자, 알았으면 그 흉칙한 물건을 얼른 거두거라"


아시미츠는 망설였다. 여기서 노히메를 베는 것은 쉽지만, 그 후의 전개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다. 잘못하면 오와리, 미노에 있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한숨을 쉬며 아시미츠는 시커먼 감정을 뱉어서 흩어버렸다. 그게 대답이라고 이해했는지, 노히메는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좋은 판단이니라. 그럼 바로 말하겠는데, 너와 거래를 하고 싶느니라"


"거래?"


"그러하니라. 네가 찾는 사람, 즉 오와리에 있는 시즈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마. 대신 주군의 꿈에 협력해 주어야 하겠느니라"


"……그 애가 있으면, 나 따위는 필요없을텐데. 대체, 뭘 협력하라는 거지?"


"시즈코는 확실히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있느니라. 그만큼, 간자가 늘어낫지만 뭐 그건 간자를 처리하면 되겠지. 그게 아니라 시즈코는 불가능한 방면으로, 주군의 꿈을 도와주었으면 하느니라"


"그런 얘기인가"


시즈코의 기술 계승은 다방면에 걸치고 있으나, 일부분만 노린 것처럼 빠져 있는 것이 있었다.


"그 애에게는 불가능한,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원한다고, 네년은 말하고 있는 것이군"


그것은 병기 개발이었다.

시즈코가 마음만 먹으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전장식 라이플 보병총인 미니에 총이나 그것에 가까운 것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흑색 화약을 추진력으로 이용하여 국지적인 로켓탄이나, 염소산 칼륨을 정제하여 흑색 화약의 수류탄을 만들거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즈코는 흑색 화약의 재료인 초산 칼륨의 인공 정제 이후, 그러한 것들을 연구, 개발한 것은 하나도 없다.


"주군의 주변에 있는 적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놈들 뿐이니라. 그런 놈들을 굴복시키려면, 엇비슷한 무력만으로는 부족하지. 놈들과는 일획을 긋는 압도적인 폭력이야말로 지금의 주군께는 필요한 것이니라"


"의외로군. 네년은 그냥 멀리서 구경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놈들의 허를 찔러 망연자실한 꼬라지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필경 최고의 소일거리가 되지 않겠느냐"


미친 년, 이라고 아시미츠는 마음 속으로 욕했다.


"알았다. 하지만 오다 나으리가 순순히 협력을 요청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할 거냐"


"그건 내게 맡겨두거라. 뭐, 신경쓰지 말거라. 조금 취미는 살리겠지만,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지"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라는 듯 아시미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출입구의 문에 손을 댔을 때, 그는 돌아보지 않고 노히메에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묻지. 어째서 나를 택한 것이냐. 그런 지식이라면 미츠오가 가지고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냐"


"무얼 새삼스레. 그런 건, 네 정체로 대답이 나오지 않느냐?"


"……실례하지"


노히메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시미츠는 떠나갔다. 그가 떠나가고 잠시 후, 노히메는 킥킥 웃기 시작했다.


(역시 아시미츠만 태연한 것이 묘하구나. 시즈코와 미츠오는 땅에 발이 붙어있지 않지. 두 사람에게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억지로 존재하고 있는 듯한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서도 시즈코와 미츠오와 같은 냄새가 나지. 자,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


수수께끼가 지나쳐 괴이쩍게 생각되는 일조차, 노히메에게는 사고를 할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1월 중순을 조금 지났을 무렵.


"오늘만큼은 놓치지 않겠노라"


노히메는 그런 말을 하며 시즈코를 노부나가의 별장으로 납치해갔다.

연말연시, 노부나가는 정신없이 바쁜데다 현재는 쿄에서의 공사현장 감독을 하고 있다. 주위의 무장들도 이래저래 움직이고 있어, 필연적으로 정실(正室)도 집안일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쁘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 놀러다니는 노히메의 신경은 얼마나 굵은 건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오네나 마츠도 매우 바쁘니라. 내 놀이 상대가 아무도 없느니라. 유일하게 한가할 거라 생각했던 시즈코도, 타케나카 한베에와 이것저것 바쁘다니 예상 외로구나"


"아니, 한가한 쪽이 좋은데요…… 그보다, 어디서 타케나카 한베에 님과의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의논을 한 지 아직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동안, 나가요시나 케이지, 사이조에게 오트밀의 시식을 시켜본 정도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노부나가에게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방탕한 노히메가, 마치 당연한 듯 정보를 입수해오는 것에 약간이지만 두려움을 느낀 시즈코였다.


"홋홋홋, 나는 간자의 필두이니라. 정보를 입수하는 것 따위 아무 것도 아니지. 내가 명령하면 영토 내에 있는 1만의 간자들이 순식간에 완벽히 조사해 오는 것이니라"


"……농담, 이시죠?"


"음, 농담이니라. 설마 믿은 것 아니겠지?"


(조, 종잡을 수 없는 분이네…… 과연, 그 사이토 도우산에게 '역시 내 딸이다'라는 말을 하게 한 사람답네)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의 심리를 아주 쉽게 꿰뚫어보는 헤아릴 수 없는 안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의 심정을 참작하지 않는 노부나가가, 어째서 상대의 심리면을 예측하여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인가. 그 대답이 노히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시즈코를 놀리는 것도 이쯤 하지. 내 명물 요리인을 소개하마"


"소개고 뭐고, 제가 쿄에서 데려온 요리인인데요…… 그보다, 정말 나머지 9명을 해고하신 거군요"


"문화란 흐르는 강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정해진 형태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놈들이 주군의 희망을 이루는 것 따윈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뭐어……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노부나가는 쿄의 장인들을 기후로 데리고 와서, 거기서 원래의 기후 문화와 일본 최첨단이라고 하는 쿄의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시즈코나 다른 무장들을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장인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유행의 최첨단에 있었다고 하는 자존심이 방해가 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장인들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노부나가나 노히메의 눈에 맞지 않은 장인들은 결국 쿄로 돌아갔다. 애초에 돌아가봤자 그들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그냥 소개하는 것도 재미없구나. 시즈코, 네가 무언가 문제를 생각하거라. 그걸 내 요리인들이 푸는 것이다. 어떠냐, 재미있지 않겠느냐?"


"네, 네에…… 그럼…… 으―음, 그러네요. 그럼 평소에 접하는 재료와, 고구마를 쓴 요리를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그냥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매일, 그 요리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어야 합니다"


"흠흠, 꽤나 재미있을 것 같구나. 그럼 확인해 볼까. 요리의 재료는 평소에 접하는 것과 고구마를 조합한 것. 조건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이게 맞느냐?"


노히메의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요리에 조건을 붙인 것은 그 자리에서 바로 생각난 것이 아니다.

영양면을 생각하여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역시 먹는 데 익숙하지 않은 작물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백성들의 영양 개선을 하려면,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를 항상 섭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의 시즈코가 가장 보급되었으면 하는 작물이 고구마였다.

고구마에 포함되는 카로틴은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변하여 야맹증의 예방이나 시력 저하를 예방한다.

그리고 비타민 C는 백혈구의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 열에 약한 비타민 C이지만, 고구마는 가열해도 비타민 C를 잃어버리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기함이나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레시피가 세트로 필요하다. 게다가 한두번으로 만족할 정도로 너무 맛있는 요리……로는 안 된다.

미식이 지나치면 이틀 연속으로 먹을 수 없다. 따라서 매일 당연하게 먹고 있는 재료에 고구마를 포함시켜야 한다.


"그럼, 요리사들에게 그렇게 전하거라"


시즈코의 의도를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여흥으로 받아들였는지, 여전히 뱃속에서 뭘 생각하는 지 알 수 없는 노히메는, 즐거운 듯한 웃음을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지난 후, 노히메의 요리사들의 만든 요리가 노히메와 시즈코의 앞에 놓여졌다.


"오호라, 이것은"


(……당했네. 설마 이런 방법으로 실현할 줄이야)


두 사람의 앞에 놓은 요리는 '섞어지은 밥(炊き込みご飯)'이었다. 원래 섞어지은 밥은 잡곡밥(糅飯)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보리나 피, 들풀이나 잡곡 등의 밥밑(糅)이라 불리는 재료들을 약간의 쌀과 섞어 양을 불려 지은 요리다.

그 역사는 오래되어, 나라(奈良) 시대 초기에 끈기가 있는 밤만 섞어서 지은 '밤밥(栗飯)'이 원형이라고 전해진다.

쌀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없었던 시대에, 쌀을 절약하기 위해 태어난 요리이다.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쌀요리로서 등장하여, 에도(江戸) 시대에는 풍미나 계절감을 즐기는 요리로 발전했다.


(씹는 맛은 먹을 때의 만족감으로 이어지지. 고구마의 약점은 씹는 맛이 없어서 먹는 즐거움이 없다는 것…… 그걸 이런 방식으로 보완할 줄이야)


고구마의 단맛은 포만감 중추를 자극하는 작용이 있고, 풍부한 식물섬유 덕분에 완식에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씹는 맛이 없기에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는 식사는 대사를 저하시킨다.

섞어지은 밥이라면 다른 재료에서 씹는 맛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모양을 즐기며 쌀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항복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졌군요"


"홋홋홋, 요리에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느냐. 굳이 들자면 맛이 없다면 지는 거지…… 음, 맛있구나"


노히메에게 이번 일은 승부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장기말의 자랑이었다. 시즈코가 놀라서 지금 같은 태도를 취한 시점에서 노히메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요리사를 이리로 데려오거라"


식사를 계속하며 노히메는 몸종에게 명령했다.

잠시 지나자 입구 저쪽에서 몸종의 말이 들려왔다. 대응이 신속한 걸 보니, 그들은 평소에도 자주 노히메에게 호출을 받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어, 이번 뿐이겠지)


솔직한 얘기로, 노히메의 요리사와 시즈코는 접점이 너무 적다. 이번에 소개받더라도, 몇 달 뒤에는 이름조차 잊어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키지 않는 얼굴로 절임을 먹고 있자니, 입구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한숨과 함께 그쪽을 본 시즈코였으나, 어떤 것을 본 순간 전신이 경직되었다.

정확히는 문 저편에 있는 세 사람, 그 중 한 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왼쪽부터 고로, 미츠오, 그리고―"


"아시미츠"


노히메가 마지막까지 말하기 전에 시즈코가 살짝 중얼거렸다.

입에 물고 있던 젓가락을 쟁반에 내려놓고, 이마에 손을 대며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섞어지은 밥이 나왔는지 납득이 가네요. 아시미츠 아저씨……가 관여했다면, 그게 나와도 이상하진 않으니까요"


"뭐냐, 너는 아시미츠와 아는 사이였느냐?"


아시미츠는 너무 티가 난다고 생각했으나, 그걸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노히메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는 사이라고 하면 아는 사이입니다만…… 얼마 전까지 함께 살고 있었으니까요"


"정말이냐, 아시미츠"


노히메의 질문에 아시미츠는 눈을 감고 웃었다.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것, 그렇게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질 웃음을 띄우면서 아시미츠는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시즈코. 대략 4년만…… 인가"




미묘한 분위기가 방 안에 감돌았다.

평소에는 희로애락 중 '락(樂)' 이외의 감정이 나오지 않는 시즈코가, 드물게 노기를 띠고 있었다.

그 감정의 대상일 아시미츠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당당한 태도였다.

노히메에 이르러서는 자리를 수습하기는 커녕, 이 상황을 즐기며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 고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여 눈을 크게 뜬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저어―,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저도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작게 손을 들며 미츠오가 그렇게 말했다.

그걸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했는지, 시즈코는 퍼뜩 정신이 든 표정을 지은 후, 볼을 빨갛게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실례, 미츠오 씨. 조금 감정적이 되었네요"


"아뇨아뇨, 신경쓰지 마십시오. 오히려, 시즈코 양은 너무 침착합니다. 당신 정도의 나이라면 감정적이 되어도 별로 이상하지도 않으니까요"


미츠오는 생글생글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기에는 조금 힘든 성격일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흠, 지금부터 대략 10년 정도 전에, 빈사 상태였던 그를 주워서 병원으로 옮긴 게 시작이었습니다. 1년 정도만에 완치된 후, 제 부모님이 '갈 곳이 없다면 우리 집에서 살도록'이라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제가 이곳으로 올 때까지, 약 6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그대의 부모님은 꽤나 훌륭한 인물 같구나. 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빈사의 남자를, 아직 어린 딸이 있는 곳에 끌어들이는 부주의함도 있는 듯 하다만"


"뭐어, 확실히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노히메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미츠가 좋은 사람이었기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범죄자였을 경우, 시즈코는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골 특유의 폐쇄감만 결여되고 느긋함밖에 남지 않은 부모님은, 제 3자가 볼 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선택을 했다, 라고 그녀는 새삼 생각했다.


"흠……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히는 묻지 않겠노라. 하지만 재회하게 되었으니 할 말도 많겠지. 나는 자리를 비울 테니 마음껏 대화를 나누거라"


그 말만 하더니 시즈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노히메는 사람들을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가는 노히메와 아시미츠들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던 고로였으나,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를 깨달았는지, 허둥지둥 방에서 나갔다.

방에 남겨진 것은 시즈코, 아시미츠, 미츠오 등 세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 사이에는 재회를 기뻐하는 분위기는 없었고, 어느쪽이냐 하면 어색한 느낌이 감돌고 있었다.


"……시즈코 양은 타임 슬립 직전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이대로는 얘기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낀 미츠오는, 두 사람이 입을 열기 쉬운 화제를 꺼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히 모르는 그에게, 반드시 관계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타임 슬립이다.


"아뇨, 저는 아무 것도……"


하지만 시즈코에게 타임 슬립 직전의 기억은 없었다. 미안한 듯한 얼굴로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츠오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는지, 그다지 낙담하지 않은 태도였다.


"그런가요. 아뇨, 저도 직전의 기억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시미츠 씨만이 그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는군요"


그 말을 듣자마자 시즈코는 아시미츠를 응시했다.

기계로 빼낸 것처럼 당시의 기억이 없는 시즈코였으나, 미츠오의 얘기로는 아시미츠에게만 약간 기억이 남아있다는 말이었다.

약간 기대를 품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대만큼 그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미츠오가 타고 있던 버스가 사고를 일으킨 것과, 그리고 나와 시즈코는 그 현장에 우연히 같이 있었다는 것 뿐이다"


"그 말은……"


시즈코의 말에 아시미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타임 슬립의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하지만 원인은 하나 뿐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잇는 세 사람이 전국시대로 날아왔다. 버스 운전수는…… 분명히 민가에 전화를 빌리러 갔으니 날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버스의 사고 내용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노후화된 버스였으니…… 아마도 엔진을 꺼먹고 밭에라도 추락한 거겠지"


그 말에 시즈코는 납득했다.

버스 운전수가 죽었다면 확실히 폐지될 마을 유일의 버스 노선은, 구형의 중고 버스였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는데다, 허구헌날 엔진을 꺼먹거나 엔진 이상 등의 고장이 발생했다.

거의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타고 오기에 이용률도 낮다.

"오랜 세월 운행했으니까"라는 한 마디로 유지되고 있는 버스 노선이었다.


"아마도 초상적인 힘이 작용하여 우리들은 전국시대로 날려보내진 거겠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타임 슬립의 원인이나 돌아갈 수단을 찾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뭐라 해도 매일매일 살아가는 데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뭐어…… 그렇지. 솔직히, 그 부분도 생각해서 시즈코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미츠오가 먼저 발견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 이제와서 말하지만, 그 때는 정말로 낙담했다."


"심한 말이군요. 뭐 제가 아시미츠 씨의 입장이라도 마찬가지로 느꼈겠지만요"


두 사람의 대화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을 찾고있던 두 사람에게 그녀는 의문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입장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특수한 위치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구나, 시즈코. 이 시대, 뒷배경이 없는 자가 먹을 것을 구하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안 된다. 내일은 고사하고 오늘 먹을 것조차 손에 들어올지 어떨지 모르지. 그렇기에 시즈코처럼 농업에 관계된 사람이 중히 여겨지는 것이다"


"네에……"


"굶주렸을 때는 소나무 껍질을 물에 불려서 먹었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는 먹을 게 없는 겁니다. 뒷배경이 없는 사람에게 굳이 자신이 먹을 것을 줄여가면서까지 나눠주시는 분은 부처님 정도입니다"


거기까지 듣고 시즈코는 간신히 이해했다.

자신은 처음부터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어서, 식량도 어느 정도는 노부나가에게서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르다. 노부나가 같은 영주의 뒷배경이 없고, 농사일이나 다른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몸 하나 뿐이었다.

신분을 보증해주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잘 곳이나 식량을 자력으로 손에 넣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노부나가의 밑으로 올 때까지 매일매일이 서바이벌이었던 것이다.


"만화나 게임에서는 타임 슬립한 사람들끼리 분쟁을 일으킵니다만, 현실은 그런 여유 따위 없습니다. 의식주를 안정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는 것은 자멸 뿐이니까요"


"그렇지. 이해타산만을 생각해봐도, 타임 슬립한 사람들끼리의 분쟁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동료를 스스로 줄여서 어쩌겠다는 거냐고 생각되는군"


"뭐, 뭐어 만화니까…… 라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어이쿠, 이야기가 빠졌군요. 아무튼 서로 협력한다고 하고, 우선 시즈코 양의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각오?"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면 반문하자, 미츠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이렇게 말했다.


"이 시대에 뼈를 묻을지, 그렇지않으면 반드시 현대로 돌아갈지,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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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피소드 1



01 분노의 무신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 (本多平八郎忠勝)



칸온지(観音寺) 성의 싸움은 미츠쿠리(箕作) 성 싸움이 주 전장으로 거론되기 일쑤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와다야마(和田山) 성과 칸온지 성에서도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둘 중 하나, 와다야마 성에서는 이나바 요시미치(稲葉良通)가 이끄는 제 1대에 섞인 도쿠가와 군의 모습이 있었다.

오다 군에 비교하여 도쿠가와 군은 천 명으로 숫자가 적어, 오다 군의 일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에 한층 눈에 띄는 존재가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물러나라! 물러나라!!"


도쿠가와 군 굴지의 무장,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

후세에 도쿠가와 사천왕(四天王), 도쿠가와 16신장(十六神将), 도쿠가와 삼걸(三傑)에 드는 그도, 이 때는 아직 20세 전후의 젊은 무장이었다.

하지만 19세에 직속군 선봉으로 발탁되어 병사 50기가 맡겨질 정도의 실력을 보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런 그는 '톤보키리(蜻蛉切り)'를 한 손에 들고 롯카쿠 병사들을 닥치는대로 베어넘기고 있었다. 그가 톤보키리를 휘두를 때마다 롯카쿠 병사들의 피와 살점이 날아다녔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내 앞에 나서 보아라!"


잡병 40명이 타다카츠에게 일제히 달려들었지만, 타다카츠의 기염 한 마디에 발이 멈췄다.

생명체로서의 본능이 타다카츠를 눈앞에 다가오는 죽음으로 인식하고 등골에 고드름이 박힌 듯 온몸이 굳어졌다. 당장 도망치려고 해도 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뱀 앞의 개구리 상태의 잡병들에게 타다카츠는 톤보키리를 휘두르며 돌격했다.

창을 한 번 휘두르자 세 명의 잡병들이 비스듬하게 두 토막이 났다. 일순의 시간차를 두고 피가 튀며 내장이 흘러내렸다. 날카로움이 지나쳐, 단숨에 죽지 못한 잡병들의 소름끼치는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 무참하기 짝이 없는 지옥같은 광경에 살아남은 잡병들은 물론 아군 병사들까지 전율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수 이상이 베여 쓰러졌다.


"내 이름은 혼다 헤이하치로!! 자신있는 자는 덤벼라!"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말에 타고 있던 한 명의 무장이 앞으로 뛰쳐나왔다.


"고작 한 기(騎), 두려워할 게 못 된다! 내 이름은-"


"걸리적거린다!"


창을 손에 들고 이름을 밝힌 무장이었지만, 한 합도 겨루기 전에 타다카츠가 베어버렸다.


롯카쿠 군 사이에서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무장이었는지, 그가 타고 있던 말의 목과 함께 일도양단되어버리자 롯카쿠 병사들은 사기가 떨어져, 공포가 전선에서 전장 전체로 전파되어 갔다.

다들 타다카츠를 보는 것만으로도 거미 새끼가 흩어지듯 도망쳤다. 그 중에는 무기를 내던지고 오줌을 지리며 도망치는 병사도 있었다.


"도망치지 마라!! 롯카쿠 병사들은 겁쟁이 뿐이냐!? 나는 여기 있다! 전공을 세워 봐라!"


창을 휘두르며 포효했을 때, 날아온 화살을 튕겨냈다.

운명의 장난인지, 의도적으로 한 일은 아니었지만, 롯카쿠 병사들에게는 눈 앞에 다가오는 화살을 베어 떨어뜨리는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보였다.


"히, 히이이이이익!! 괴, 괴물이다-!"


롯카쿠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하여, 당장 대오도 갖추지 못하는 오합지졸로 화했다. 타다카츠라는 귀신같은 맹장의 손에 의해.


"……어째서 헤이하치로는 저렇게 미쳐 날뛰고 있는 건가?"


조금 멀리서 바라보고 있던 야스마사(康政)에게, 마사시게(正重)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야스마사는 크게 한숨을 쉰 후,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 여자가 만들어 준 주먹밥을 허리에 매달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걸 롯카쿠 병사가 못쓰게 만든 모양일세"




02 시즈코가 만들고, 노부나가가 먹는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상락한 지 조금 지났을 무렵의 어느 날. 그 날, 시즈코는 쿄의 백성들을 인부로서 20명 정도 고용했다.


"그럼, 시작해 주세요"


시즈코가 선언한 직후, 고용된 쿄의 백성들은 앞다투어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목적은 우지마루(宇治丸), 즉 자연산 뱀장어였다. 뱀장어의 제철은 겨울이지만, 지금은 초여름에 들어선 무렵이라 제철과 상당히 어긋나 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 제철 따윈 관계없었다. 그녀는 자연산 뱀장어를 써서 사치스러운 장어덮밥을 먹고 싶은 것 뿐이었다.

현대에서는 인구에 비해 제공 가능한 자연한 뱀장어의 수는 적어서 희소하다.

그걸 쓴 장어덮밥쯤 되면 적어도 5천엔은 한다. 고교생이었을 때의 시즈코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대단히 힘들지만, 전국시대에는 썩어 넘칠 정도로 돈이 남아돌고 있었다.

사람을 임시로 고용하여 자연산 뱀장어를 모으는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낚시하는 게 아니라 강으로 뛰어들다니…… 파워풀하네)


"잡았습니다!"


팔짱을 끼고 그들의 어그레시브함에 감탄하고 있을 때, 벌써 뱀장어를 포획한 인물이 달려왔다.

뱀장어가 들어 있는 나무통을 들여다보자, 제철이 지난 것 치고는 멋진 뱀장어가 들어 있었다.


"좋아, 제철이 지난 것 치고는 굵네. 이건 보수를 지급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돈이 들어 있는 나무상자를 열고, 안에 들어 있던 돈을 한웅큼 집어들었다. 집어든 것을 작은 자루에 넣은 후, 그걸 인부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돈을 받자 그는 그것을 품 속에 넣었다. 그리고 뱀장어를 옮긴 후 나무통을 들고 다시 우지(宇治) 강을 향해 달려갔다.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지, 우지 강에서 뱀장어를 찾고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며 뱀장어를 찾기 시작했다.


"시즛치는 통이 크구만―"


"화폐 경제를 만들려면, 일단 돈을 써야 하니까. 나는 남아돌고 있으니까 팍팍 써야지"


곁에 있던 케이지의 말에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물자의 생산을 담당하는 1차 산업 종사자의 입장이면서, 다양한 이권을 자기도 모르는 와중에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로부터 얻어지는 권익 덕분에, 그녀의 지출은 적은데 수입이 막대하다는, 소위 말하는 돈이 남아도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돈을 쓸 곳이 거의 없다. 가끔 큰 돈을 쓰지만 평소에는 소박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했다. 남아돌아서 썩게 만들 정도라면, 뭔가 요란하게 써 보자고.

거기서 시즈코가 떠올린 것이, 현대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두 겹 장어덮밥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돈을 아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자, 팍팍 잡아줘요"


시즈코는 우지 강에 있는 쿄의 백성들을 독려했다.

최종적으로 굵은 뱀장어가 10마리 잡혔을 때, 시즈코의 뱀장어 남획은 막을 내렸다.


뱀장어의 진흙을 빼면서, 그녀는 예전에 어딘가의 사이트에서 봤던 뱀장어 전문점의 비전 소스를 겉보기 흉내로 만들었다.

악전고투하면서도 뱀장어를 처리하고, 더위에 견디면서 화덕(七輪)에 자연산 뱀장어를 구웠다.

군데군데 태워버렸지만, 간신히 그녀는 자연산 뱀장어를 두 마리나 쓴 호화로운 장어덮밥을 완성시켰다.


"음, 맛있군"


그 맛에 노부나가도 크게 만족했다.




03 좋아, 그렇다면 전쟁이다



비트만을 알파 메일로 하는 그의 무리는, 알파 피메일인 바르티, 새끼인 카이저, 쾨니히, 아델하이트, 리터, 루츠 등 합계 7마리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개체가 하나같이 소빙하기의 영향인지, 대형으로 분류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특히 카이저는 아비인 비트만을 넘어설 정도였다.

카이저만 커진 이유 중 하나로, 아비인 비트만과 위치 싸움을 벌인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지위가 아니다. 시즈코가 낮잠을 잘 때의 베스트 포지션 싸움이다.

무리 사회로 들어선 이후, 특히 시즈코에게 귀여움을 받(았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는 카이저는, 사나운 풍모에 어울리지 않게 대단히 어리광쟁이 늑대로 성장했다.

그것은 성체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성체가 되어 파워와 스피드가 붙은 만큼, 어리광쟁이 성질은 더 강해졌다.


갓 태어났을 때부터 사회성을 가질 때까지는 어미, 무리의 일원이 된 후에는 시즈코에게, 라는 식으로 어쨌든 카이저의 성격은 어리광쟁이였다.

아비인 비트만으로부터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 어리광부리고 싶어하는 성질은 새끼들 모두에게 이어졌다.

그렇기에, 그들은 베스트 포지션을 놓고 다투었다.


그들의 베스트 포지션이 어딘가 하면, 그것은 시즈코가 봤을 때 왼쪽이다.

그 밖에도 머리나 발 밑 등 다른 장소도 있지만, 그들에게 지고의 위치라고 하면 왼쪽인 것이다.

반대로 오른쪽은 인기가 없었다. 그 이유가, 시즈코는 자고 있을 때 오른팔을 별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컷들이 왼쪽을 놓고 배틀을 벌이고 있을 때, 바르티는 냉큼 오른쪽을 차지해버리거나 한다.


그들이 얼마나 바라던 간에 왼쪽에는 한 마리 밖에 누울 수 없다.

그걸 정하기 위해 비트만의 무리는 독특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것은 트라이애슬론이다.

룰은 지극히 단순하여, 시즈코의 집에서 마을을 한바퀴 도는 형태로 달려, 맨 처음 돌아온 개체가 왼쪽에 누울 수 있는 영예를 손에 넣는다.

이 때 만큼은 무리의 계급 따윈 관계없었다. 전력으로 도전하여, 승리한 자에게만 옥좌에 앉을 영예가 주어진다.


"오늘이야말로 베스트 포지션을 차지하겠다"


"좋아, 그렇다면 전쟁이다"


라는 식의 응수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늘도 다시 비트만들은 누울 권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04 노부나가 둑(信長堤)



오와리(尾張)와 미노(美濃)를 수중에 넣은 노부나가였으나, 광대한 토지를 지배하는 것에 따른 문제가 드러났다.

그것은 홍수였다. 키소(木曽) 삼천(三川)(키소 강, 나가라(長良) 강, 이비(揖斐) 강)은, 옜부터 홍수에 의한 수해가 심각하여, 대홍수에 의해 때때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의 명령으로 키소 강 왼쪽 기슭에 카코이 둑(御囲堤)이 건설되었을 정도로 옛부터 수해에 고통받고 있었다.

과거의 노부나가라면 수해를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그는 수로(水路)의 지배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단순히 강권(強権)으로 수리(水利)를 독점하면 큰 반발을 받게 된다.

사람이 반론하기 어려우면서 그럴듯한 대의를 내걸고, 그 뒤에서 수리의 실권을 쥔다.

물은 가장 중요한 라이프라인이며, 수리를 손에 쥐면 영민들의 생사여탈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게다가 수해를 막아서 영민들에게 감사받으면서 실권을 쥘 수 있는 둑의 건축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노부나가는 결론지었다.


하지만 둑(이 경우에는 저수지를 가리킨다) 및 제방을 건축하는데는 방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해진다. 게다가 자재(資材)도 문제였다.

한 방에 해결되는 방법은 없나, 노부나가는 며칠에 걸쳐 생각했지만 좋은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아예 중요한 포인트만 골라서 대응할까 하고 그가 포기하려 했을 때, 신의 계시라고도 해야 할 번득임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지…… 그거라면 자재도 시간도 돈도 해결된다"


그가 떠올린 생각, 그것은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골조에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그 위에 흙이나 자갈을 덮어 제방을 짓는 방법이다.


우선 처음에 상류 지역에 몇 개의 저수지를 만든다.

저수지를 만들면 우기와 건기에 관계없이 항상 안정된 수량을 공급할 수 있다.

그게 끝나면 다음에는 호안 공사(護岸工事)를 한다. 제방은 모두 하천의 최대 유량에 버틸 수 있는 강도가 필요하다.


여기서 노부나가는 제방에 콘크리트를 쓸 계획을 세웠다.

우선 제방을 설치하는 부근에 장방형의 콘크리트 블록을 만든다. 블록이라고 해도 무게가 100kg 가까이 나가기에 바위 덩어리에 가깝다.

이걸로 제방의 토대로 삼을 겸 작업 구역을 명시화한다. 그 뒤에는 블록을 쌓아올려, 하천의 물이 넘치지 않는 높이까지 쌓아올린 후, 직접 콘크리트를 흘려넣어 모양을 잡아 간다.

필요한 높이까지 콘크리트의 벽을 만든 후, 그 위에 녹화(緑化) 콘크리트, 펄라이트를 섞은 혼합토(混合土), 마지막으로 잡초나 경관을 위한 나무를 심으면 완성이다.


콘크리트라면 하천 제방을 만들기 위한 돌을 쓰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 녹화 콘크리트로 덮으면, 주위의 경관에 녹아들도록 제방을 지을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병사를 쓰면 되고, 공병으로서 교육받고 있는 시즈코의 부대를 진두지휘로서 파견하게 하면 된다.


노부나가는 하천제방계획에 추가로 키소 삼천에 의해 형성된 충적평야(沖積平野), 즉 노우비(濃尾) 평야의 대규모 개발도 포함시켰다.

효율적인 토지 개발을 하여, 오와리, 미노에서도 유수의 생산 지대로 개조한다. 물자 운반은 키소 삼천의 수로를 이용하고, 육로에 대해서는 역마차를 설치하여 필요 거점으로 수송한다.


상류 지역에서 저수지나 제방, 노우비 평야의 개발이 끝나면, 남은 것은 하류 지역 뿐이다.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은, 그야말로 홍수와의 싸움의 역사였다.

하류 지역은 나가라 강, 키소 강, 이비 강이 그물 모양으로 흘러, 홍수가 날 때마다 지형이 바뀌는 지경이었다.

카코이 제방은 키소 강의 왼쪽 기슭에 약 50km에 달하는 대제방이지만, 노부나가는 수상운반로의 권익 독점, 홍수의 방어, 서쪽 각국 세력의 침입을 막는다는 군사적인 목적을 주로 하여, 키소 삼천의 완전 분류(分流)를 생각했다.


노부나가의 계획에서 그려진 완성도는, 기묘하게도 현대의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과 같은 형태였다.

그것이 노부나가의 의도인지, 시즈코에게서 얻은 지도를 흉내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쩄든 그의 계획은 키소 삼천의 하류 지역의 완전 개수 공사 완료에 의해 공사가 종료된다.


완성되는 데는 백 년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전국시대 최대의 치수 공사였으나,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치수는 비원이며, 또한 오와리는 주요 촌락이나 도시가 서쪽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노부나가의 정책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들은 노부나가의 진짜 목적은 깨닫지 못했다.

그의 진짜 노림수는, 이세 만(伊勢湾)의 제해권을 쥐는 것, 이세 나가시마(伊勢長島) 등의 윤중 지대(輪中地帯)를 지배 하에 두는 것, 그리고 혼간지(本願寺) 세력의 구축(駆逐)이었다.




05 전국시대식 양치



충치가 생기면 치과 의사에게 가면 된다. 그것이 현대인의 감각이지만, 전국시대에 치과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양치하는 습관 따윈 없다. 이것은 석유에서 정제할 수 있는 첨가 중합계(付加重合系)의 합성수지가 손에 들어올 때까지 칫솔의 안정된 공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즈코는 현대에서 항상 양치를 하고 있었기에, 이빨을 닦지 않는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우연히 가지고 있던 거즈 손수건을 칫솔 대용으로 쓰고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지를 재배하여, 열매 꼭지를 까맣게 태워서 소금과 섞은 것을 치약으로 삼았다.

칫솔은 말갈기 등으로 만든 특주품으로, 이걸로 아침저녁으로 양치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다.


당연하지만 양치의 습관이 없는 노부나가 등에게는, 시즈코의 행동은 희한하게 비춰졌다.

충치는 정제 설탕의 대량 섭취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설탕 자체가 귀중한 전국시대에는 충치의 발생률이 현대에 비해 낮다. 다만,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충치균은 옛부터 존재하고 있다.


구강 케어는 중요하다. 현대에서 이를 닦는 사람과 닦지 않는 사람의 수명 차이는, 양치를 하지 않는 것에 기인하는 발암도 포함하여 13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게다가 충치에 걸릴 확률이 낮다고는 해도, 이빨을 닦지 않으면 치주병(歯周病)에 걸린다. 치조농루(歯槽膿漏)로 이빨이 모두 없어지면,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어 죽을 수밖에 없다.

이건 딱히 인간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라, 야생의 짐승들도 이빨을 잃으면 먹을 수 없어 죽게 된다.


"아야 짱도 꽤나 양치에 익숙해졌네"


"네, 시즈코 님께서 억지로 제 입을 벌리고, 입 안을 칫솔인가 하는 것으로 닦으신 덕분이네요"


아야는 시즈코에 의해 양치의 습관을 철저히 교육받았다.

당연하지만 아야는 그런 습관이 없기에 몇 번이나 잊었으나, 그 때마다 시즈코는 억지로 양치를 시켰다.

때로는 목을 조르면서까지 아야에게 양치를 시킨 시즈코였다.


"앗하하―, 미안해 아야 짱. 하지만 나, 아무래도 입 속이 청결하지 않은 사람은 견딜 수 없거든"


노부나가처럼 거리가 있다면 견딜 수 있지만, 몸 가까이에서 접하는 아야의 숨에서 냄새가 나는 것 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치주병 예방은 중요해. 이빨이 나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쉬우니까"


말할 필요도 없이 이빨은 중요하다. 프로야구 선수가 껌을 씹는 것은 딱히 과자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씹는 것으로 뇌로 가는 혈류를 활성화시켜 집중력을 높이고, 순발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빨의 교합이 좋으면 몸의 밸런스가 안정되고, 파워도 이빨이 나란하지 않는 사람보다 강해진다.


그리고 키묘마루도, 나가요시도, 케이지도, 사이조도 이 양치의 습관만큼은 싫어도 교육받았다. 그게 어느 새 노부나가에게 전해졌고, 그가 흉내내기 시작하자 모리 요시나리나 히데요시, 타케나카 한베에가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히메도 흉내내기 시작했기에, 오와리, 미노에서 일시적으로 가지의 가격이 급등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06 도쿠가와의 참마즙 보리밥



오와리(尾張)와 미카와(三河)에서 면화 공동 재배 회의가 있는 날, 우연히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이에야스(家康)는, 변덕을 부려 회의에 참가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도 크게 놀라는 일은 많았지만, 그 날 그가 가장 놀란 것은 식사 때의 일이었다.


"(헤이하치로, 왜 그녀가 식사를 만들고 있는 게냐?)"


그것은 오와리 진영의 식사를 시즈코가 만들고 있는 점이었다. 시즈코는 오와리 진영의 톱, 아무리 생각해도 식사를 만든다는 허드렛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니와(丹羽)를 필두로 아무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들떠서 완성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과연 시즈코 님! 스스로 식사를 만들어서 가신을 위로하시다니……)"


"(음, 네게 물은 내가 바보였던 것 같다)"


감격해서 눈물을 흘릴 듯한 기세의 타다카츠를 뜨뜻미지근한 눈으로 쳐다본 후, 시선을 시즈코 쪽으로 돌렸다.


"시즈코 님. 실례인 줄은 알지만, 시즈코 님의 요리를 견학하고 싶습니다"


"어, 아, 네. 뜻대로 하세요-"


가까이서 견학한 덕분에 보리밥을 짓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절구로 갈고 있는 것이 뭔지 이에야스는 알 수 없었다.

실은 시즈코가 절구로 갈고 있는 것은 천연의 참마였다. 껍질을 벗긴 참마를 직접 절구로 갈고, 그 후 맛국물을 더해서 불린다.

맛을 내기 위해 술, 미림, 간장, 계란, 된장 등을 더해서 즙으로 만들면, 보리밥에 부을 토로로(とろろ, ※역주: 밥 위에 부어 먹는 소스 같은 것)의 완성이다.

남은 맛국물은 된장국을 만들 때도 쓴다.


"완성"


밥을 담고 위에서 토로로를 부은 후, 된장국과 야채절임을 곁들여 '토로로 정식'의 완성이다.

맛있을 듯한 냄새에 이에야스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실제로 맛있으리라. 오와리 진영 사람들은 맛있다 맛있다라고 말하며 보리밥을 입으로 퍼넣고 있었다.


(으으윽…… 먹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맨얼굴을 드러낼 수는 없다!!)


강철의 의지로 식욕을 억누르는 이에야스에게, 아무 것도 모르는 시즈코는 악의없는 추가 공격을 가했다.


"두 분도 어떠신가요?"


"크흡! 저, 저는-"


"잘 먹겠습니다!!"


다시 흔들리려 한 이에야스의 말을 덮어버리며,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남자,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에야스의 살기가 타다카츠를 향한 것은 말할 것도 없으리라. 하지만 그는 자신을 향한 노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분하여, 나온 참마즙 보리밥을 온 신경을 집중해서 퍼먹고 있었다.


(헤이하치로-----!!!)


주먹을 꽉 쥔 이에야스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한숨을 한 번 쉰 후 이렇게 말했다.


"저는 병을 앓고 있기에, 여러분께 등을 돌리고 먹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참마즙 보리밥의 냄새에,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릴 수 있는 이에야스의 강철의 정신은 드디어 함락되었다.


"그건 어쩔 수 없지요. 신경쓰지 말고 드시지요-"


그는 참마즙 보리밥 정식을 시즈코에게서 받아들고, 타다카츠를 등지고 앉았다. 그리고 겨우 두건의 앞 부분만 풀었다.

순간, 참마즙 보리밥의 냄새에 더 참을 수 없게 된 이에야스였다.


"시즈코 님, 맛있습니다"


멀리서 가노(家老, ※역주: 신하들의 우두머리)가 천박하게 먹는 것을 나무라는 듯 노려보고 있었지만, 이에야스는 무시하고 주위와 마찬가지로 보리밥을 퍼먹었다.


(아아…… 참을 수 없구나)


맑은 하늘 아래, 뭐라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 이에야스는, 그 후 참마즙 보리밥을 세 그릇이나 더 주문했다.


후일 이에야스가 타다카츠에게, 그 때의 참마즙 보리밥의 레시피를 시즈코에게서 알아내도록 명령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07 마성(魔性)의 여인 노히메(濃姫)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라무네이옵니다"


"여러 가지 색깔이나 모양을 한 과자인가. 보는 것만으로도 즐길 수 있다니 역시 대단하구나, 시즈코"


접시에 담긴 다양한 색깔의 라무네 과자를 보고 노히메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라무네 과자는 포도당, 녹말, 구연산 세 가지로 만들 수 있다. 포도당은 고구마의 전분으로 만들고, 녹말은 감자로 만든다.

유일하게 구연산만 까다로운데, 쓰는 물의 양을 줄이고 레몬을 짠 즙으로 대용할 수 있으므로 문제없었다.


"몸에 잘 흡수되는 당분을 사용하고 있사오니, 너무 많이 잡숫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호호, 주의하도록 하겠다. 그럼, 조금 싸 주겠느냐?

주군께도 잡숫게 해드리지 않으면 나중에 시무룩해지실 것 같으니 말이다"


"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싸드리는 것은 문제없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시즈코는 라무네 과자를 작은 항아리에 넣어 노히메에게 건넸다.

그 후 한동안 시즈코가 있는 곳에서 놀 만큼 논 노히메는, 아주 기분이 좋은 상태로 기후(岐阜)의 노부나가의 저택으로 귀가했다.

귀가한 후, 곧장 노부나가와 라무네 과자를 먹으려고 한 노히메였지만, 저택에서 일하는 소성 한 명이 불러세웠다.


"무어냐, 나는 주군께 용무가 있느니라"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에 노히메 님을 섬기던 시녀인 츠유(露) 말입니다만, 건강이 나빠져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츠유 대신 새로운 시녀를 고용했습니다"


"호오…… 그럼 즉시 새로운 시녀에게 일거리를 주도록 하지. 이 글을 주군께 전해드리고 오거라. 니히메(仁比売)로부터, 라고 하면 주군께서는 이해하실 게다"


그렇게 말하며 편지를 새로운 시녀에게 건네고는, 노히메는 그대로 대답도 듣지 않고 그 자리를 떴다.

그 후 시종 말없이 자기 방으로 돌아간 노히메였으나, 방의 문을 닫자 이윽고 그녀는 표정이 변했다.


(새로운 시녀라고…… 멍청한 놈이. 저건 시녀가 아니라 타국의 간자니라. 뭐 대강 예측은 되는군. 나에게서 니히메가 있는 곳을 캐낼 생각이겠지)


니히메의 존재는 공표되지는 않았으나, 노부나가가 막대한 부와 여러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게 된 가장 그럴듯한 이유로서 타국에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니히메는 종4위상(従四位上)이 첫 품계이다. 헤이안(平安) 시대에 절대적인 권세를 자랑했던 후지와라노 미치나가(藤原道長)의 아들, 요리미치(頼通)조차 승전(昇殿)이 허용되는 5위가 첫 품계였다.

맥이 끊긴 아야노코우지(綾小路) 가문의 딸, 그것도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인물에게, 요시아키(義昭)의 종4위하(従四位下)를 뛰어넘는 종4위상이 주어지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사람은 혁신적인 기술을 훔치기 위해, 니히메가 있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타국의 간자가 아무리 고생해서 탐색해봐도, 아직까지 니히메가 있는 곳의 단서조차 잡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게다가 니히메가 존재하는 쪽이, 조정이나 사사(寺社, ※역주: 종교 세력) 놈들에게 유리하지. 니히메가 주군의 계략을 눈치채는 건 과연 언제가 되려나. 하여튼 주군도 사람이 나쁘시지)


어딘가의 방에 숨어 자신에게서 받은 글을 서둘러 베껴쓰고 있을 간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노히메는 키득하고 웃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입수한 정보라면 사실일 거다, 라고 사람들은 쉽게 믿지.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서 약간의 사실을 섞어 두면, 점점 더 사실이라고 믿게 될 터. 날카로눈 자라면 거짓이라고 알아채겠지만, 이번에는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지. 내게는 어느 쪽이든 좋은 결과야)


노히메의 편지는 거짓이 3할, 전혀 의미가 없는 정보가 6할, 진실이 1할의 비율로 쓰여 있다.

다만 진실이라고 해도, 노부나가가 간자 대책으로 흘리고 있는 내용을 노히메가 나름대로 바꿔 적은 내용이다.

즉 진실이 들어있는 듯 하면서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단순한 시간 낭비밖에 되지 않는 편지다.


(그럼, 다음 간자는 언제까지 버텨 줄까)


천사로도 악마로도 보이는 미소를 띄우며, 노히메는 새롭게 손에 들어온 장난감을 다룰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08 쌀 + 마 = 바이오 플라스틱



이듬해부터 오와리, 미노 전토에서 기후(岐阜) 쌀의 재배를 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리하여 시즈코는 드디어 마(麻)를 사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마만으로도 바이오 플라스틱의 원료가 된다.

하지만 시즈코가 알고 있는 제법 중에서 가장 안전, 그리고 전국시대에서도 원재료를 모으기 쉬운 것이, 쌀과 겨릅대(麻幹)를 혼합한 바이오 플라스틱 수지다.


이 제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이, 군수품인 쌀이 관계되어 있는 점이다.

현대 일본이라면 비축미(備蓄米) 중 오래 묵은 쌀이 정기적으로 대량 발생하므로, 마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수지를 제조하는 데 쌀을 이용해도 아무 문제도 없다. 오히려 오래 묵은 쌀을 처리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에서는 쌀의 양이 그대로 유지 가능한 군대의 규모에 직결되기 때문에, 개발에 돌릴 여유가 생겨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도 기후 쌀의 등장으로 끝난다.

지금까지의 기법에 조금 수고를 더하기만 하면 농약을 살포한 쌀과 동등한 수확량이 손에 들어오는 기후 쌀이라면, 바이오 플라스틱 수지의 개발에 돌릴 여유가 생겨난다.


마에 대해서는 간단했다. 오와리, 미노 전토에서 재배하면 충분한 양의 겨릅대가 손에 들어온다.

전용의 토지는 1년 내내 재배하지만, 백성이 사용하는 토지는 겨울에 재배를 집중시키면 농번기와 겹치지 않는다. 그것을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는, 문득 전국민 영양개선 계획을 떠올렸다.

조금 생각한 그녀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겨릅대를 안정적으로 입수하며, 나아가 삼씨를 백성들에게 항상 먹게 하여 양쪽 모두 이익이 되는 방법을.


우선 시즈코는 마의 재배를 전국적으로 추천했다. 당연히 그것만으로는 백성들에게 이익은 없다.

그래서 그녀는 마의 줄기 부분으로만 타겟을 좁혔다. 시즈코는 백성들에게 '마의 줄기를 오다 가문에 가져오면 무료로 섬유로 가공해 주겠다'라고 제안했다.

마에서 섬유를 뽑는 작업은 슐리히텐 박피기 덕분에 간소화 되어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이 이걸 할 수는 없었기에, 옛부터 전해지는 방법으로 섬유를 뽑을 필요가 있다.

분배는 백성이 6, 오다 가문이 4로, 게다가 오다 가문의 몫인 4 중에 1이 신사에 봉납된다. 즉 백성들에게는, 마의 줄기를 가져다주고 기다리기만 하면 섬유가 배달되는 구조다.

시즈코는 섬유가 아니라 겨릅대가 필요했기 때문에, 섬유 자체는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았다. 뭣보다 그녀는 광대한 직영 마밭을 소유하고 있었기에, 마의 섬유는 남아돌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신사에 삼실을 봉납한다는 점에서 시즈코는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삼씨는 신불(神仏)이 주신 선물, 감사하며 남김없이 먹도록 합니다. 어른은 하루 두 알, 어린아이는 하루 한 알만 먹으면 됩니다"


삼씨는 천연의 영양제라고 할 정도로 밸런스 좋게 영양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항상 먹기만 해도 신체 기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저압 압착법으로 삼씨를 짜면 마자유(麻の実油)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삼씨는 기름을 짜내면 단백질이 늘어난다. 이것을 가루로 만든 삼씨 파우더는 천연의 단백질 보충제가 된다.

이것에 착안한 노부나가는 물론, 노히메, 키묘마루, 모리 요시나리, 히데요시, 타키카와, 니와, 시바타, 삿사, 타케나카 형제,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에 아야 등, 시즈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삼씨 너츠(nuts), 마자유, 삼씨 파우더를 항상 먹고 있었다.

물론, 시즈코도 삼씨 너츠를 항상 먹으며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여성 한정이지만 마자유는 식용 이외에 스킨케어에도 활용되고 있었다.


팔곡(八穀)에 삼씨가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쩌다 섭취할 뿐이지 백성들은 항상 먹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갑자기 항상 먹으라고 백성에게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거라 생각한 시즈코는, 삼씨를 '신불이 주신 선물'이라고 속여, 먹는 것이 신불에 대해 감사드리는 것이라고 백성들을 설득했다.

신앙심이 현대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독실했던 전국시대에서의 설득 방법이었다.


예상대로, 이 이야기를 순순히 받아들인 백성들은, 하루에 두 알, 어린아이에게는 한 알을 주기 시작했다.

이걸로 몇 년만 지나면, 전국민 영양새선 계획의 제 2단계인 '영양실조의 개선'이 완료된다.

겨릅대도 안정적으로 입수할 수 있고, 쌀도 대폭 증산이 기대되었기에 간신히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럼…… 바이오 플라스틱을 정말 이 시대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이것만큼은 신만이 아시는 일이네"


마제의 바이오 플라스틱이 완성되면, 일일 생활용품에 수지 제품을 쓸 수 있게 되어, 생활 레벨의 기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특히 현저한 효과가 기대되는 운송 분야에서는, 물자를 운반할 때 주로 사용되고 있는 나무 상자를 대체할 수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나무 상자를 만들려면 먼저 강도가 있는 목재가 필요해진다. 하지만 목재의 원료가 되는 벌채된 원목을 운반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며, 또 원목에서 목재로 가공하는 데는 장기간의 건조 작업이 필수다.

한 번 목재로 제재(製材, 가공)된 후에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나무 상자를 만들려면 몇 명이나 되는 장인들의 수작업이 필요하여, 완성될 때까지 드는 인건비와 기간은 무시할 수 없다.

기간이 길고 많은 인건비가 들면 나무 상자의 가격은 그에 걸맞게 책정되어, 쉽게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게 된다.


그에 대해 플라스틱은 소위 말하는 합성수지이며, 나무 틀이나 금형을 써서 튼튼하고 가벼우며 나무보다 손쉽게 여러가지 모양으로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대에서는 당연한 듯 이용되고 있는 비닐봉지도 석유에서 생성되는 합성수지다.

투명하게 비춰 보일 정도의 얇기이면서 두꺼운 천에 필적하는 인장강도를 가지고, 물이나 약품에 강하며, 액체를 침투시키지 않는 특성이 있다.

두껍게 형성하여 폴리에틸렌 양동이(ポリバケツ)로 대표되는 액체를 간단히 운반 가능한 용기를 만들 수도 있다.

이것들은 조합하여 뚜껑이 달린 밀폐 용기를 만들 수 있게 되면, 화약의 운반이나 신선 식품의 운반 등, 종래에는 불가능했던, 특별 조치를 강구해야 하였기에 채산이 안 맞던 운송이 가능해진다.


전국시대의 육상 수송에서의 주역인 마바리는 목제의 수레바퀴를 사용하고 있다. 목제 수레바퀴는 무겁고 딱딱하기 때문에 노면의 요철을 다이렉트로 흔들림으로서 전달하고, 또 마찰도 크기 때문에 견인하는 우마의 부담도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고무 타이어의 대용품을 합성수지와 팩티스를 사용하여 만들 수 있게 된다. 팩티스를 쓴 고무 튜브의 대용품을 만들고, 그 외부를 덮도록 수지제의 외피를 사용하면 현대의 고무 타이어에 비교적 가까운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타이어의 외측 부분이 만들어지면 림(rim)이나 스포크(spoke) 부분은 대나무가 되겠지만, 자전거나 리어카의 제조가 가능해진다.

자전거는 다양한 과제가 있기는 하나, 비교적 단순한 구조의 리어카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운반 코스트는 대형 짐수레(大八車)나 역마차를 쓰는 것보더 더욱 낮출 수 있게 된다.


마제의 바이오 플라스틱은 석유 계열의 플라스틱보다 강도는 떨어지지만, 필요없게 되면 분쇄해서 묻어버리면 나머지는 미생물이 분해해 주는 이점이 있다.

마가 갖는 항균성을 유지하며, 횡절 강도는 폴리프로필렌보다 우수하고, 내열성은 폴리프로필렌(약 100도)와 동등한, 전국시대에서는 꿈의 소재이다.

그리고 기술이 도둑맞아도 문제는 없다. 애초에 소재는 겨릅대와 쌀이다. 특히 쌀을 소비하는 것이 타국에게 타격이 된다.


"반 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해…… 이세(伊勢) 침공에 때를 맞출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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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51 1568년 12월 중순



노히메 전속 요리사들과 시즈코 일행 양 쪽이 마을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치는 일 없이, 시즈코 일행이 먼저 마을에 도착했다.

그녀는 마을에 도착한 후, 5백 명의 병사를 해산시키고 자신의 짐을 정리했다.

케이지는 술을 한 손에 들고 목욕탕으로, 나가요시는 갑주을 입은 채로 산으로 돌격, 남은 사이조만이 시즈코의 호위를 맡고 있었다. 병사들도 익숙한 평소의 광경이었다.


시즈코는 짐을 정리한 후 밭으로 이동했다. 배추가 수확 시기였기에, 오늘 수확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였다.

재배하고 있는 배추는 대형이었기에 대바구니(籠)에 하나나 둘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사이조도 대바구니를 등에 메고 수확을 도왔다.

시즈코가 메고 있는 대바구니에 둘, 사이조가 메고 있는 대바구니에 둘, 그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것 하나, 합계 다섯 개를 수확했다.


"시간적으로 배추절임(浅漬け)을 만들 수 있으려나"


"소생은 이러한 작물을 처음 봅니다. 그 때문에, 조금 기대하고 있습니다"


작물이 적은 전국시대, 다종다양한 작물이 손에 들어오는 환경은 그것만으로도 오락거리가 된다.

까다로운 성격의 사이조는 처음에는 과한 사치는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시즈코에게 '모든 것은 부처님 앞에서는 평등'이라는 말을 듣고 납득하여, 그녀가 지정한 식생활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새로운 생활습관이 몸에 밴 지금은, 술은 즐기는 정도로 마시고, 닭이나 사슴 등의 짐승고기, 말린 생선이나 말린 오징어 등의 해산물, 마을에서 재배하고 있는 야채류를 가리지 않고 먹고 있다.


"배추절임과 소금절이(塩漬け)를 만들까. 밤에는 전골 재료이려나―"


"기다려 주십시오, 시즈코 님. 그런 말씀을 들으면 더 배고파집니다"


"아아, 미안해. 배추절임은 금방 만들 수 있으니까 얼른 만들까"


수확한 배추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때, 시즈코는 그녀를 찾고 있는 아야와 길이 어긋나 버렸다.

그 때문에, 노히메가 노부나가의 별장에 있는 것도 모르고, 시즈코는 평소에 들어가지 않는 조리장에서 배추 요리를 시작했다.


"배추절임은 매실장아찌랑 염장 다시마가 있으면 좋겠네"


기본적으로 배추는 유산균 발효시켜 먹는 절임식품이 아니다. 따라서 다른 것과 달리 간단한 절임요리를 만들 수 있다.

우선 배추를 잘 씻는다. 다음으로 심 부분을 5mm 정도, 잎 부분을 1cm 정도로 썰어서 대발에 담는다.

염장 다시마도 적당한 사이즈로 자르고, 매실장아찌는 씨앗을 빼고 손으로 적당한 사이즈로 찢는다.

물기를 뺀 배추, 매실, 염장 다시마를 그릇에 넣고, 가볍게 주물저부면서 세 가지 재료를 섞는다.

부드러워지면 그릇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뚜껑을 덮고 30분 정도 재워둔다.


"자, 완성!"


재워둔 배추를 씻지 않고 가볍게 짠 후에 접시에 담기만 하면 완성이다.


"……매실장아찌가 들어있기에 약간 시큼하지만 맛있습니다. 밥이 당기는 게 문제군요"


"뭐 그렇지"


추임새를 넣으며 시즈코는 배추 하나를 사등분했다. 남은 세 개는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천으로 감싸서 차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상온(5도에서 10도)에서도 통째로는 3주일 동안은 보관 가능하지만, 가능한 한 빙실(氷室) 같이 0도에 가까운 환경에 두면 4주일 가까이 보관할 수 있다.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을 조금씩 수확하려고 하고 있지만, 가능한 한 장기보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시즈코였다.


"이건 천일 건조해 두자"


"소생은 밥이 먹고 싶군요. 그러고보니 아야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가 점심식사 때 장시간 집을 비우는 일 같은 건 없었을 텐데요……"


"희한한 일도 다 있네―"


그렇게 말한 후, 천일 건조용의 배추를 안고 시즈코는 집 밖으로 나갔다. 순간, 아까까지 화제에 올랐던 아야가 눈 앞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바로 정지한 후, 굉장한 기세로 시즈코 쪽을 돌아보며 그녀 쪽으로 달려왔다.


"후우, 하아…… 찾아다녔습니다, 시즈코 님"


"어라? 영주님에게서 전령이라도 왔어? 미안, 배추를 수확하고 있어서 어딘가에서 길이 엇갈렸는지도 모르겠네"


이마의 땀을 닦으며 호흡을 가라앉히고 있는 아야에게 시즈코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뺨이 상기되어 있던 아야였으나, 호흡이 진정되자 평소의 포커 페이스로 돌아왔다.

아까워라, 라고 잠깐 생각한 시즈코였다.


"노히메 님께서 내방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에―, 또 왜……"


"보기 드문 요리사를 자랑…… 어흠, 소개하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그쪽이 본심이네. 알았어, 일단 아야 짱에겐 미안하지만, 잠깐 도와줘. 아, 밥 남은 거 있으면 사이조 씨한테 내주면 고맙겠어"


"문제없습니다. 오늘 아침 지은 밥이 남아있을 겁니다. 그걸 사이조 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 말만 하고 아야는 바로 사이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노히메가 데려온 보기드문 요리사, 라는 얘기였으나, 그녀는 그다지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그건 시즈코의 요리에 대한 생각이, 주로 '값싸고 먹기 편하고 영양이 풍부한 요리'가 기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식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고 하지는 않는다. 맛있는 요리를 먹는 것만으로 마음이 치유되는 경우도 있다.


"보기드문 요리사인가요. 흥미는 생기지만, 사치스러운 미식은 제 분수에 맞지 않습니다"


"오오, 시즈코도 제법 말을 잘하게 되지 않았느냐. 뭐, 네가 볼 때는 재미도 없겠지만, 가끔은 내 취향에 맞춰 주거라"


"네에……"


"참참, 오이치(お市)에게도 '가끔은 이쪽으로 놀러오거라'라고 편지를 보내 부르긴 했다만, 아자이(浅井) 님이 허가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하여튼, 그릇이 작은 남자는 이래서 곤란하느니라"


"(대, 대답하기 곤란한 소리를……) 뭐, 뭐어, 부인이 걱정되시는 게 아닐까요……?"


오이치와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는 부부사이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에 전해지는 역사에 따르면 노부나가를 배신한 후에도 부부 사이에 금이 가는 일 없이 사이좋은 부부로 살았다.

오이치는 차차(茶々,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측실(側室)), 하츠(初, 쿄고쿠 타카츠구(京極高次)의 정실(正室)), 고우(江, 도쿠가와 히데타다(徳川秀忠)으 후처(継室)) 등 세 명의 아이가 있다.

차차가 태어난 것이 에이로쿠(永禄) 12년이라고 하니, 지금은 아이를 한 명도 낳지 않았지만.


"(아, 그럼 아이가 태어날 것 같으니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 걸까. 그거라면 납득)"


"뭘 중얼거리고 있는게냐. 그보다, 배추인가 하는 것의 요리는 아직이냐. 나는 아주 기대하고 있노라"


기다리기 힘들다는 느낌으로 노히메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위기가 반대로 시즈코를 냉정하게 만들었는지, 그녀는 보기 드물게 태연했다.

그것은 곧 바쳐질 요리보다도, 현재 착수하고 있는 연구개발에 의식을 빼앗겨 있었다. 현재의 주된 연구는 세탁기였으나, 우연한 기회에 유황을 소량이나마 입수할 수 있었기에, 팩티스의 연구도 병행하여 개시하기로 했다.

타이어의 고무에 쓸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적어도 고무의 대용품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능이 기대되었다.


(그러고보니 보리로 오트밀을 만들어야지. 이유식으로서는 우수하니까…… 보리 냄새가 강하니까 호불호는 갈릴 것 같지만)


재배한 귀리는 가을 무렵에 심었는데 이미 수확 가능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정확한 품종명을 알 수 없었기에 확실히 단언할 수는 없었으나, 가을부터 심으면 겨울에, 봄 무렵부터 심으면 가을 무렵에 수확이 가능한 성장이 빠른 품종일 거라고 예측했다.

일부러 열매를 수확하는 이유는, 귀리로 만드는 오트밀이 갓난아기의 이유식으로서 높은 코스트 퍼포먼스를 갖기 때문이다.


오트밀을 만드는 법은 단순하여, 탈곡한 보리를 으깨거나 갈아서 가루 형태로 만드는 것 뿐이다.

카나카나 표시로는 알기 어렵지만, auto meal이 아니라 oat(귀리) meal(식사)이며, 귀리를 사용한 식품 전반을 가리킨다. (※역주: 알다시피, 일본어는 으 발음이 없고 기본적으로 모음이 아이우에오라서, 오트(oat)와 오토(auto)가 똑같이 オート가 된다)

물이나 우유를 넣고 불려서, 과일이나 견과류를 넣은 뮤즐리(Muesli).

설탕이나 벌꿀을 넣고 식물기름을 묻혀 오븐에서 구운 것을 그라놀라(granola)라고 부른다.


어째서 오트밀이 이유식으로서 높은 코스트 퍼포먼스를 가지는지는 실로 간단한다.

먼저 귀리는 재배에 수고가 들지 않는다.

대충 재배해도 왕성한 생명력으로 알아서 성장해간다. 물론, 적절한 환경이라면 성장 속도는 더 빠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나, 작물과 달리 세세하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오트밀은 현미에 비해 식물 섬유가 약 3.5배, 철분은 2배, 칼슘의 경우에는 5배나 풍부한 식품이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단백질도 풍부하여 영양 밸런스가 굉장히 좋다.

GI수치가 낮기에 탄수화물이 많은 것치고는 지방으로 잘 변하지 않으며, 인슐린 수치가 낮기에 기초대사가 향상된다.

건조식품이기에 적절하게 보존하면 1년 가까이 보존할 수 있다. 잡탕죽(雑炊)이나 죽(おじや)(※역주: 기본적으로 雑炊이나 おじや는 동의어로도 쓰이는 모양인데,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 다르게 구별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며, 여기서는 후자는 그냥 '죽'으로 번역했음)처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갈아서 이유식으로도 쓸 수 있다.


장점뿐인 오트밀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그 상태 그대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다. 다음으로 보리 냄새가 강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생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뭣보다, 물에 끓이기만 해서는 맛이 없다는 점이다.

그 점을 해결한다면 오트밀은 대단히 우수한 식품이 된다.


(달게 하기보다, 죽이나 리조또 스타일이 좋을거라 생각하는데…… 된장으로 끓인다던가 하는 건 괜찮지 않을가……?)


"실례합니다. 시즈코 님, 영주님으로부터 전령이 왔습니다. 긴급한 호출입니다"


"……또 무슨 호출……?"


"바로 올 것, 이라고밖에 듣지 못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서둘러 주십시오. 호위대나 병사들은 이미 수배해 두었습니다"


(그렇게까지 급할 용건이 있었던가?)


어쨌든 호출받았는데 응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안타깝구나. 어쩔 수 없지, 요리사들에게 배추인가 하는 것의 요리라도 만들게 해야겠구나"


"죄송합니다. 이 벌충은 나중에……"


시즈코는 노히메에게 사과한 후, 준비를 갖추고 바로 노부나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때, 시즈코는 도중에 노히메의 전속 요리사들이 멀리서 보고 있던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만약 눈치챘더라면, 그녀는 제정신으로 노부나가에게 갈 수 없었으리라.


길이 엇갈리는 운명이 되어버린 시즈코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노부나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도착 직전부터 해가 질 기색이 보였기에, 오늘밤은 누군가의 집에 묵게 되려나 하고 막연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희망적 관측에 지나지 않았다.

그 날, 노부나가에게 불려간 일행은 도중에 몇 번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아침까지 도로 정비에 대해 왁자지껄하고 뜨겁게 토론하게 되었다.




12월의 어느 날,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 노부나가와 주요 가신단이 집합해 있었다.

오늘은 이 마을에서 생산된 자기(磁器)를 판매하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자기의 재료를 타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오다 영지 내에서는 공공연하게 자기의 매매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상인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생산지를 속여 타국의 사람들에게 비싸게 팔고 있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일본에서 자기가 생산된 것은 에도 시대에 들어선 이후이며, 그 때까지는 중국이 만드는 도자기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즉, 자기라고 하는 것만으로, 예를 들면 디자인이 취향이 아니더라도 비싼 물건이 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자기는 남만인(南蛮人, ※역주: 유럽인)에게도 비싸게 팔아넘길 수 있다.


애초에 유럽 귀족은 중국의 자기를 '하얀 황금'이라고 부르며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유럽 자기의 최고봉이라 칭찬받는 독일의 마이센 제품은 전 세계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마이센도 원래는 '일본이나 중국 같은 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동경이 자기 생산의 시작이었다.

독일의 작센 선제후로, 신성 로마제국 폴란드 왕을 겸임한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Friedrich August II)는 열렬하게 동양 자기를 사랑했다.

아예 드레스덴의 츠빙거(Zwinger) 성에 '일본궁'이라는 수집한 일본의 자기를 보관하는 건물을 지었다.

그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최우선 사업으로서 동양의 자기 같은 것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서 생산되는 자기는, 주로 세 가지 색깔이 사용되고 있다.

구리의 녹을 사용한 적색, 철의 녹을 사용한 흑색, 그리고 군청색 잿물(呉須)을 사용한 청색이다.

이 세 가지 색깔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자기는 깊은 색을 띠고 있어, 노부나가가 한눈에 반했을 정도였다.

특히 그는 발색이 어려운 적색을 주로 하는 아카에(赤絵)를 선호했다.


"호오! 이번에는 꽤나 많구나"


노부나가가 기분좋은 표정으로 앞에 잇는 아카에의 자기를 쓰다듬었다.

그의 말대로, 자기는 다양한 종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전위적인 디자인의 그릇부터, 식사에 쓰기보다는 장식하는 타입의 자기까지 있었다.

무늬도 아양하여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장식에 공이 들어가 있었다.


아카에 자기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처음으로 성공했던 사카이다 카키에몬(酒井田柿右衛門)의 아카에 자기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에서는 한 종류의 적색밖에 사용하지 않았으나, 카키에몬 양식은 밝은 '화적(花赤)', 감의 색깔을 나타내는 깊이감 있는 '농적(濃赤)', 선을 그리기 위한 거무스름한 주황색(カバ) 등 세 종류의 적색을 사용하고 있다.

그 세 종류의 적색을 낳는 조합 방법은 사카이다 가문에 전해지는 "적회구각(赤絵具覚)"에 쓰여 있으나, 내용은 카키에몬의 이름을 계승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비전 중의 비전이다.

특별히 공개된 일부에는, '염분을 뺀 산화철'을 사용한다, 고 재료 중 하나가 쓰여 있었다.

문자 그대로 산화철을 물에 담궈 염분을 빼는 것이다. 이 작업은 대단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여, 최소 십 년은 걸린다고 한다.


카키에몬 양식이 아닌 다른 방법이지만, 아카에 자기용의 적색을 만드는 법을 시즈코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쪽도 재료를 갖추는 데 최소 5년은 걸린다. 그것이 완성될 때까지는 당분간 구리의 녹을 사용한 적색으로 대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약 4백 장 있습니다. 각자 취향에 맞는 자기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럼 자기의 판매를 개최합니다"


그 말과 함께 자기 벼룩시장이 개최되었다.


자기 벼룩시장이라고 해도, 보통의 벼룩시장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매매로 움직이는 돈의 액수의 단위가 다르다. 아무리 양산되고 있다고는 해도, 자기는 아직 고급품의 부류에 들어간다.

또 작품이 마음에 들면 '선행투자'라는 명목으로 장인에게 직접 돈을 건넬 수 있다.

장인이 직접 판매하는 것으로 중간 마진을 없애고, 또 장인들은 자신들의 평가를 직접 알 수 있다. 뭣보다, 이걸 받아들이지 않은 완고함을 가진 장인도 있지만.


(응, 잘 되고 있는 걸까?)


시즈코는 벼룩시장의 상황을 관찰했다. 모리 요시나리가 대접을 손에 들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는 청색으로 그림이 그려진 대접이 취향인 모양이다.

히데요시는 금장 처리된 그릇, 타케나카 형제는 평소에 쓸 법한 타입의 식기, 니와는 그릇보다도 항아리가 취향인 모양이다. 각자 취향에 맞는 자기를 찾아서 구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바와 삿사는 대단히 전위적인 디자인의 그릇이 취향인 듯 했다. 삿사의 경우, 어떻게 봐도 식기로서의 의미를 잃은 그릇을 보며 환희하고 있었다.


"오오, 다들 굉장히 기뻐하네…… 나도 뭔가 살까?"


하지만 시즈코는 노부나가만큼 자기를 고급품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식기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여 구매욕이 일지 않았다.

도중에 말을 걸어온 장인이나 가신들의 상대를 하며, 시즈코는 윈도우 쇼핑을 즐겼다.


"오, 이건 케이지 씨한테 맞으려나…… 이건 사이조 씨. 이쪽은 쇼우조 군일까. 이 예쁜 건 아야 짱에게 사다주자. 으―음, 혼다 님에게도 몇 장 보낼까"


결국,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케이지 등의 선물을 사는 데 그쳤다.

이유는 그들은 참가자로서도, 또 시즈코의 호위로서도 참가할 수 없었다. 안됐지만 인선은 노부나가가 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시즈코 님, 그대도 자기 고르시는 것이오?"


목소리에 반응하여 돌아보자 만면에 웃음을 떠올리고 있는 시바타와 삿사가 있었다.

약간 움츠러든 시즈코였으나, 그들은 대단히 기분이 좋은 것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러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어떻게 감사할지 모르겠소이다"


"그렇지요. 그대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들까지 초대하는 그 도량에, 소생의 속좁음이 부끄러울 뿐이외다"


"어, 아뇨…… 초대자를 정하신 건 영주님이십니다……만"


당황해서 부정하였지만 흥분해 있는 그들에게 시즈코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이쿠, 불러세워 미안하오. 그럼 우리들은 이만"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힘을 보태지요. 실례하겠소"


입을 모아 시즈코를 칭찬한 후, 두 사람은 기분좋게 떠나갔다.

남겨진 시즈코는, 그저 멍하니 두 사람을 전송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벼룩시장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이런저런 뒷정리를 다른 사람에 맡기고 먼저 귀가한 시즈코는, 사온 자기를 각자에게 건네주었다.

케이지에게는 몇 종류의 술잔, 나가요시에게는 돈부리(どんぶり) 밥그릇, 사이조에게는 찻잔(湯のみ, ※역주: 찻잔이라고 해도 흔히 생각하는 홍차 등을 마시는 데 쓰는 찻잔이 아니라, 흔히 음식점에서 나오는 자기로 된 물컵 형태의 것을 말함), 아야에게는 색색의 화려한 작은 그릇을 몇 장 주었다.

타다카츠 용으로 준비한 넓적하고 얇은 접시를, 시즈코는 편지 한 장을 동봉하여 함께 발송을 의뢰했다.

다들 시즈코가 선물한 자기에 기뻐했다. 케이지는 술잔을 받아들자마자 술을 한 손에 들고 사이조와 나가요시에게 목욕탕으로 가지고 했을 정도였다.


자기 벼룩시장이 끝난 후에는 평온했다. 하지만 그녀가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연말 가까이까지 농사일이 거의 없는 시즈코는, 쉬는 틈에 다양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이것은 노부나가에게 '이거야말로 기후(岐阜)!라는 특산 요리로 뭐 생각나는 게 없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식의 명력은 아니고 어느 쪽이냐 하면 단순히 뭐 좋은거 없겠냐라는 질문에 가깝다.


이것저것 만들어 보았지만 노부나가의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콩으로 두부나 유부(油揚げ), 유부에서 유부초밥(稲荷寿司), 오징어밥(イカ飯), 닭튀김(唐揚げ) 등의 단품에서, 새우덮밥이나 오야코 덮밥(親子丼, ※역주: 닭고기와 계란이 들어가는 덮밥) 등의 덮밥류.

나아가서는 소형의 흙냄비를 사용한 키리탄포(きりたんぽ鍋, ※역주: 밥을 반 정도 으깨어 꼬치에 끼워 구운 것; 또, 이것을 닭고기∙채소 등을 넣고 끓인 아키타(秋田) 지방의 향토 요리)나 백숙(水炊き), 멧돼지 전골(ぼたん鍋) 등을 준비했다. 뱀장어도 생각했으나, 뱀장어는 조리가 어려운데다 이미 우지 강에서 잡히는 뱀장어로 만드는 통초밥(姿鮨)이 평판이 좋았기에 제외했다.

시식 담당인 케이지나 나가요시 등에게는 호평이었으나, 노부나가가 볼 때는 '무조건 이게 좋다'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라 전골에 노부나가는 흥미를 가졌다.

조금 생각해보고 자라라면 명산품이 될 거라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자라를 모으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자라는 수온이 낮으면 동면해버리기에, 겨울에 자라를 모으는 것은 어렵다.

양식을 시작하려면 따뜻해지고 산란 시기인 6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줄을 긋고…… 계산식에 대입하면 이만한 거리가 필요하니까…… 음, 이걸로 양식장으로서의 면적은 확보했어. 이젠 시기가 올 때까지 방치하면 되겠지)


자라 양식을 시작하이게는 충분한 넓이였다.

설계도의 이미지와 실제의 넓이가 일치하는 지 확인하러 갔더니, 다소 비좁은 느낌이었지만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느꼈다.

슬슬 시설을 추가할 공간이 없어졌지만, 지금 당장 시설이 필요할 안건은 없다.

자라의 양식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해서 노부나가에게 제출했다. 노부나가는 자라를 양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으로, 긴급연락망을 써서 시즈코를 호출했다.


"수온과 서로 잡아먹는 점, 소란스러운 점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 자라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저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영주님의 희망에 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의 양식이 가능할지는 현 시점에서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흠……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자세는 높이 산다. 결과가 따르면 더욱 좋지"


그렇게 말하며 노부나가는 소성을 불렀다. 즉시 한 명의 소성이 나무 상자를 안고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공손하게 나무 상자를 내려놓은 후, 인사를 하고 소성은 뒤로 물러났다.


"이번은 미리 비용을 건네두마"


"네, 네에!?"


나무 상자의 내용물은 돈이었다. 거금이라고 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액수가 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노부나가의 행동에 시즈코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해가 느리구나. 나도 자라 전골이 마음에 들었으니, 이렇게 자금을 내놓는 것이다. 즉, 그 정도로 네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 네에…… 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 몇 번이나 말하지만 기대하고 있느니라"


약간 뼈가 있는 웃음을 떠올리며 노부나가는 그렇게 말했다.




눈이 돌 정도로 바쁘다.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정도로 연말을 맞이하는 노부나가는 정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성과 중에서도 요시아키(義昭)를 통하지 않고 직접 조정과 연결되는 루트를 확보한 것이 가장 컸다.

물론 비공식 루트에서의 접촉으로, 공식적으로는 쇼군인 요시아키를 통해야 한다.

회사에 비유하면, 정이대장군인 요시아키는 총괄본부장, 노부나가는 총괄본부 밑의 일개 부장이라는 위치가 된다.

사원이 직속 상사를 건너뛰고 수뇌부인 조정에 직접 접촉하거나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걸 허용하면 조직이 붕괴한다.


요시아키에게 알려지면 불리한 입장이 되는데, 그렇게까지 하여 조정과의 연결을 추구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하나는 조정에서 종교 세력(寺社勢力)을 쫓아내는 것이다. 조정과 가까웠던 헤이 가문(平家)이 멸망한 이래, 조정은 주변에 의지하는 상태이다.

그 조정 안에서도 가장 영향력을 갖는 것이 종교 세력이다. 하지만 조정에 대한 영향력을 손에 넣으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용한 것이 시즈코의 성인 아야노코우지(綾小路)였다. 아야노코우지 가문은 아야노코우지 토시카즈(綾小路俊量) 이후 맥이 끊겼다.

이츠츠지 가문(五辻家)에서 아야노코우지 타카아리(綾小路高有)가 1613년에 들어설 때까지 가문 이름의 부활은 없다. 그야말로 딱 좋은 이유였다.


노부나가는 조정에 대해 헌금, 그리고 오와리 쌀이나 자기, 종이 등의 일용잡화를 선물로 보냈다.

갑작스런 선물에 조정이 놀랄 것을 예견하고, 노부나가는 이유를 적은 편지를 한 통 동봉했다.

아야노코우지 토시카즈에게는 숨겨진 자식이 한 명 있었다는 것, 그 자식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기에 가문의 기록에서 말소된 것, 그래도 얻은 이익을 조정에 헌상한다는 것, 병으로 누워 있기에 직접 인사드리러 가지 못하는 것을 사죄하는 것.

편지에는 허실을 뒤섞으면서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도록 거창하게 쓰여 있었다.

시즈코 본인이 알게 되면 배를 잡고 웃을 내용을,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은 모두 믿었다.


조정의 재정은 핍박하였고 권위도 땅에 떨어지려 하고 있어, 대부분의 공가(公家)나 무가(武家)에게서 버림받았고, 헌상금 등의 지원을 하는 인물은 모우리 모토나리(毛利元就), 혼간지(本願寺) 법주(法主)인 켄뇨(顕如), 상락한 노부나가 뿐이었다.

곤궁한 조정의 재정과 권위가 회복되긴 하였으나, 천황은 그들이 곤경에 빠져 있는 자신들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정의 권위를 이용하기 위해 헌금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천황은 요시아키보다 자신의 입장, 그리고 현실을 진절머리날 정도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욕심없는 헌상에 마음이 끌린 것이다.


천황이 이것을 무조건적으로 믿은 것은, 노부나가가 봉정(奉呈)해왔다는 점이 크다.

만약 자신이 노부나가라면 일부러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이름을 써서 선물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으로 선물해도, 병으로 누워 있는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숨겨진 자식에게 알려질 일은 없기 때문이다.

소문의 내용으로부터 천황이 상상한 노부나가의 이미지는, 대가 없는 행위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타산적인 인물이었다. 결코 이런 일을 할 인물이 아니다.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숨겨진 자식이 이름조차 없는 것을 천황은 가슴아파하며, 자신의 휘(諱)에서 '니(仁, 타인에 대한 친애의 정이라는 의미)'의 문자를 따서 '니히메(仁比売)'라는 이름을 내렸다.

또 노부나가에게 '니히메를 잘 요양시키도록'이라는 칙명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니히메'에게 '종4위상(従四位上)'의 품계를 내린다는 이례적인 상을 내렸다.

마찬가지로 헌상금을 바친 모우리 모토나리의 '종5위하(従五位下)'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건 똑같은 선물이라도, 니히메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사람은 '조정 따위 돈과 물건만 건네주면 된다'라는 노골적인 생각이 엿보였다. 그에 대해 니히메의 선물은, 상대를 배려하여 고른 선물들이었다.


물러터진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천황 자신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공가나 황가로부터 버림받고, 많았던 장원의 지배권을 잃고, 무가에 이르러서는 자신들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머릿속에 없었다.

종교 세력은 설령 난세라고 해도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무장 집단이 되어 있는 현실에 한탄하는 천황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선물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은 좋은 느낌으로 니히메에게 경도되고 있군"


천황에게서 도착한 편지를 전부 읽은 노부나가는, 한번 숨을 내쉰 후에 감상을 말했다.

그에게 조정은 이용하기만 할 존재. 하지만 조정의 정치력은 얕볼수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보험으로서 조정과의 커넥션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군께서 갑자기 편지를 써라, 고 하시길래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꽤나 공을 들이셨군요"


곁에 있는 노히메가 킥 하고 웃었다. 지금 방에 있는 것은 시중 담당이나 소성은 없이 두 사람 뿐이었다.


"이상할 건 없겠지. 전투는 거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준비를 잘 갖췄는지가 승부가 된다. 천하통일도 마찬가지다. 천하를 손에 넣기까지 얼마나 천하통일 이후의 준비를 잘 갖췄는지에 따라, 그 후의 평정(平定)이 몇 년만에 끝날지, 아니면 천년동안 계속될지가 결정된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부흥, 이라는 명분을 만드신 것이군요?"


"그렇다"


"호홋, 주군께서 상락으로 시즈코를 데리고 가셨을 때, 소첩은 또 시즈코를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부흥에 쓰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책략(搦め手)을 준비하실 줄이야. 이래서 주군께서는 재미있으십니다"


"이상할 것은 아무 것도 없지. 권력을 손에 넣으면 영향력은 늘어난다. 하지만 동시에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시즈코는 지금의 자유로운 환경에 만족하고 있지.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빼앗는 것은, 녀석의 나에 대한 '충의'에 대해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전국시대는 에도 시대와는 달리, 가신은 개인에 대한 충성은 없고, 가문에 대해 충성을 맹세한다.

타케다(武田) 가문의 예를 들면,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의 아버지인 노부토라(信虎)를 쫓아낸 가신단의 행동은, 당시의 가치관에서 볼 때 단순하게 불충한 자들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이 충의를 맹세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타케다 가문'이며, 노부토라 개인이 아니다. 한편, 노부토라는 가신들을 돌아보지 않고, 영민들이나 호족들(国人衆)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으며, 도의보다 감정을 우선하는 등 통치자로서의 적성이 부족했다.

어리석은 노부토라를 포기하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하루노부(晴信, 信玄(신겐))를 추대하는 편이 타케다 가문의 장래는 밝다고 판단하고 배신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바로 그렇기에, 노부나가에게 오다 가문이 아니라 오다 노부나가라는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시즈코는, 사실은 대단히 귀중한 인재인 것이다.

게다가 '가문'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가신과, '주군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가신은, 서로 파벌을 만들어 다툼을 일으키기 십상이지만, 시즈코는 의식주 관계를 쾌적하게 만들고 있기에 이것도 일어나기 어렵다.


"시즈코는 주군께 충성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참참, 맡아가지고 있으라고 말씀하신 책 말인데, 한가해서 읽어봤습니다"


"……내 주위에 간자들이 얼쩡거리고 있었기에 네가 있는 곳에 감춘 것이다만?"


"어라, 그러셨나요. 하지만 꽤나 자극적인 내용들 뿐이더군요. 무경칠서(武経七書), 군주론(君主論), 전략론(戦略論), 전쟁론(戦争論), 지정학(地政学), 정치학(政治学), 조직을 만드는 법(組織の作り方) 등등 다방면에 걸쳐 있더군요.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알기 쉬웠습니다. 출처는 시즈코겠지요?"


노부나가는 혀를 찼다.

노히메의 개인 방(私室)은 감출 장소로서 우수하긴 하나, 본인이 읽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을 빠뜨리고 있었다.

상대의 심리를 날카롭게 꿰뚫어보는 노히메는, 글자의 읽고쓰기는 물론이고 폭넓은 견식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시즈코의 책도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걸 고려하지 못했던 자신에게 짜증이 났지만, 일어나버린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노부나가는 한숨을 쉬었다.


"소첩은 군주론이 좋았사옵니다. 주군께서는 군주론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타국의 배경을 자세히 알 수 없기에, 몇 가지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구석은 있다. 하지만 그걸 빼더라도, 물러터진 이상을 버리고 철저한 현실 주장을 관철하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럼…… 아아, 안 되겠군요. 이 이상, 주군의 비장의 책에 대해 입에 올리는 것은. 하지만 소첩도 주군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사옵니다"


"……여전히 언어 유희를 좋아하는 녀석이구나. 하지만 싫진 않다"


노히메의 말에 포함된 의미를 이해한 노부나가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면서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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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50 1568년 8월 중순



8월 15일, 노부나가는 요시아키(義昭)를 방문하여 기후(岐阜)로 귀국할 뜻을 전했다.

다음 날, 노부나가는 요시아키로부터 겉장에 '어부(御父) 오다(織田) 단죠노죠(弾正忠)'라고 쓰인 감사장을 받았다.

동시에 아시카가(足利) 가문의 문장인 '키리몬(桐紋)'과 '히키료스지(引両筋)'를 받았다.


요시아키의 후원에 사의를 표하는 것과 함께, 그는 '쿄 치안유지 경라대'의 5천 명과, 아케치 미츠히데를 필두로 한 몇 명의 무장들, 그들을 호위하는 병사들을 쿄에 배치시키고, 나머지를 데리고 기후를 향했다.

도중에 아자이 나가마사의 거성인 오다니(小谷) 성에서 회담에 하루를 소모했으나, 나흘 후인 8월 19일에 오다 군은 기후에 도착했다.

거기서 상락군을 위해 결성된 오다 군은 해산되어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피곤해―"


시즈코는 케이지와 사이조, 나가요시를 데리고 자기 집에 도착했다. 갑주나 활, 백팩의 내용물 등을 정리한 후, 일동은 온천에 들어가 몸을 치유했다.

1개월 가까이 제대로 목욕을 하지 못했기에 몸은 굉장히 지저분했다. 무환자나무 분말로 몸의 구석구석까지 씻은 후, 가볍게 탕에 들어가기만 하고 욕탕에서 나왔다.

그 이후에 논밭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을 사람들이나 아야에게 맡겨두었다고는 해도, 역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되지 않는 시즈코였다.

수박을 적당히 수확한 후, 덩굴풀로 짠 그물에 넣어 개울에 담궈 차갑게 했다.


"어서 오십시오, 시즈코 님. 마중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귀가했을 때는 없었단 아야가, 짐을 들고 모습을 나타냈다.


"오, 어서 와―. 어디 갔다 왔어?"


"노히메 님과 오네 님과 오마츠 님께 수박을 가져다드리고 왔습니다"


"……묘하게 갯수가 적다 했더니, 그 사람들이 먹었구나……"


밭을 봤을 때 수박의 숫자가 뿌린 씨에 비해 적은 것에 의문을 느꼈던 시즈코였는데, 그 위화감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수박은 열매가 맺힌 윗부분의 덩굴손이 땅에 붙은 부분까지 완전히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 수확해도 된다, 고 알려준 탓인가, 라고 약간 후회하는 그녀였다.


"노히메 님도 그러시지만, 특히 오마츠 님께서 수박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셨습니다. 댁에서도 재배하고 싶다, 고 하셨는데, 이건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한 아야는, 마츠로부터의 선물인 코소데(小袖, ※역주: 겉옷의 일종), 책이나 두루마리 그림(絵巻物) 등을 시즈코에게 보여주었다.


"……딱히 선물 같은 건 필요없는데 말이지. 내년에 재배하는 양을 늘리면 될 뿐이니까. 아, 하지만 영주님, 그리고 도쿠가와 님이나 혼다 님에게도 보낼 거니까, 엄선할 수 있을 만한 숫자는 남겨놔 줘"


"그 점은 확실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파발이 왔습니다. 내일 영주님, 모리 님이나 시바타 님 등의 무장 분들, 그리고 챠마루 님이 이쪽으로 오십니다"


"어째서 한꺼번에 오는 거야……"


"온천에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그 한 마디로 납득한 시즈코였다. 지금은 노부나가나 그의 측근은, 입욕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시즈코를 싫어하는 시바타나 삿사도, 온천 개발의 공로만큼은 그녀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을 정도였다.

특히 노부나가는 온천 의자, 한손잡이통(片手桶), 목욕물통(湯桶), 무환자나무 분말과 재를 넣은 나무상자, 몸을 씻는 브러시(거의 수세미에 가까움)라는 5점 세트를 상비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성에도 설치 가능하고 간단히 쓸 수 있는 욕탕을 고안해라, 라는 터무니없는 명령을 오카베(岡部)에게 내린 노부나가였다.

이것 때문에 오카베가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하…… 또 바빠질 것 같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날이 이어지는 것에 시즈코는 묵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 날, 시즈코의 마을에 도착한 노부나가는 즉시 입욕했다. 두발과 몸을 씻고, 욕조에 몸을 담궈 피로를 풀엇다.

그것이 끝나자 목욕탕에서 나와서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측근들을 전원 집합시켰다.


"요시나리, 사카이(堺)에 대한 보고를 들어볼까"


"옛! 사카이 무리에 대해서는 한 발자국만 남은 상태입니다. 이마이(今井) 님의 결사적인 탄원과 큐지로를 이용한 공작이 주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키나이(畿内)의 인사를 하거나 요시아키와 어울리고 있었을 때, 부하들에게 명령한 것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활동하고 있는 동안, 노부나가는 자신을 손님맞이의 미끼로 써서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모았던 것이다.

키나이의 인사나 쿄의 치안 회복, 조정에 대한 탄원 등을 하면, 주위가 무시할 수 없었기에 싫어도 노부나가의 동향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부나가의 뒤에 숨어서 활동하고 있던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원숭이, 칸온지(観音寺) 성 부근의 상황은"


"현재도 롯카쿠의 수하들이 쥐새끼처럼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만 있으면 모두 진압해 보이겠습니다"


"그 지역은 교통의 요충지다. 반드시 장악해야 한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니와, 오우미(近江)의 상인 연합 쪽은 어떠냐"


"딱히 반대는 없이 우리들에게 협력하겠다고 합니다. 다만, 미노(美濃)에서 쿄 까지의 기간 도로 정비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많다고 합니다. 아마도 북 오우미를 지배하는 아자이 가문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 일정 간격마다 여관을 준비하고, 기간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기서 숙박시키게 하는 건 어떠냐. 그렇게 하면 미노에 도착하는 동안, 돈이 오우미에 떨어진다. 상인들은 도의에 반하지 않는 한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지. 돈이 떨어지는 것으로 놈들의 욕심을 자극하면 고개를 세로젓기 쉬워지겠지"


"옛, 그 방향으로 다시 교섭해 보겠습니다"


미카와(三河), 오와리(尾張), 미노(美濃), 오우미(近江), 쿄(京) 사이에 기간도로를 구축하여 육상 교통로로 삼는다. 그리고 도로를 이용하는 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1km마다 킬로 포스트가 아닌 일천총(一粁塚)을 설치한다.

그리고 여행의 표준 장비을 한 사람이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마다 여관을 준비한다. 여관은 짐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엄중한 창고를 함께 갖도록 하여, 장사꾼들이 장사할 물건을 안심하고 운반할 수 있는 대책을 취한다.

그것이 노부나가가 생각하는 상업도로 구축 계획이다. 노부나가는 현재의 물물교환에 의한 경제에서 화폐를 이용한 경제로 변경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악화(悪貨)나 카피품이 어느 정도의 양이 되면 정규 화폐로 교환하는 정책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상인과 상품의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 화폐 경제를 촉진하는 데 있어 최적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사카이나 그 외 상업 지역이 축적하고 있는 부를 각지로 방출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시즈코, 쿄에서 모은 장인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네. 가족을 포함하여 300여명의 장인들은 모두 기후나 주요 마을에 분배했습니다. 다만 요리사가 열 명 정도 있었습니다만, 노히메 님께서 시험을 하신다고 하고 데려가셨습니다……"


"……뭐 좋다. 요리사라면 그다지 영향도 없겠지. 그 녀석은 내버려 둬라"


"알겠습니다"


시즈코가 맡은 역할은 쿄에서 죽치고 있는 솜씨 좋은 장인들을 모으는 것이다.

치안의 열악함 때문에 재료의 입수가 곤란, 또는 입수할 수 있어도 바가지를 쓰게 되고, 조합도 결성 당초의 목적을 잊고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만 움직인다.

그런 쿄의 현실에 탄식하며 부루퉁해 있는 장인들에게 '기후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쿄의 장인들에게 복수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떠 보았다.

장인들의 폭은 대장장이에 한정되지 않고, 베를 짜는(機織) 장인이나 목공 장인 등 폭넓게 모았다. 그 중에는 쿄에 집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태반은 노부나가의 제안에 흥미를 보였다.

최종적으로 가족을 포함하여 300명, 기술자는 다방면에 걸쳤지만 100명 이상이 모였다. 그런 그들을 어느 정도 모아서 기후로 몰래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에 300명을 이동시킨 것은 아니므로, 100명 이상의 기술자가 기후로 이주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와리에 있는 시즈코의 기술자 마을과 경쟁시켜, 오와리, 미노에 새로운 문화를 구축한다. 전에 말했던 양조(醸造) 마을에 대해서도 허가하지"


"감사합니다"


시즈코의 대답에 노부나가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전원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규모가 커진 우리 군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군의 구조를 바꾼다. 각자 정신차리고 듣거라"


그 말에 무장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군의 구조를 변경한다, 는 것은 자신들의 진퇴를 좌우하는 중요 사항이기 때문이다.


"먼저 내가 움직이는 제 1군과 제 2군. 요시나리를 필두로 하는 제 3군. 아케치를 필두로 하는 제 4군. 니와를 필두로 하는 제 5군. 타키카와를 필두로 하는 제 6군. 합계 6개의 군이다"


노부나가는 지금까지의 중앙집권화, 절대복종형에서 권한 이양형으로 서서히 변경해나갈 생각이었다.

이것은 오다 반대파가 군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게릴라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이었다.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매번 중앙의 자신들에게 문의하고 있어서는 대응이 늦어진다.

뭐든지 직접 결정하던 시절의 노부나가를 알고 있다면 그야말로 경탄할 만한 일이다.


6군의 역할은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

직접적인 전투력보다, 정치나 군사의 두뇌를 담당하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제 1군.

오다 군 내부에서 엄선된 정예로 구성되는 주력인 제 2군.

모리 요시나리를 대표(御名代)로 하여 그 아래로 복수의 군단장으로 구성되는 제 3군.

쿄의 치안유지, 장군가의 신변경호 인원으로 구성되는 제 4군.

모든 종류의 전투 지원이나 후방 지원 등, 병참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인원으로 구성되는 제 5군.

정보 수집 등의 첩보 활동, 협력자의 포섭, 타국의 정보 조작 등의 모략 활동 등, 오다 군의 정보기관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제 6군.


제 3군만 특수하여, 군단장 단위로 전투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노부나가가 전장에 없을 경우에도 군단장 단위로 조직적인 전투가 가능해진다.


"지금 당장 익숙해지라고 하지는 않겠다. 적어도 이세(伊勢)를 평정할 때까지는 지금 이대로 갈 것이다. 하지만 이세를 평정하면 지금보다 적이 늘어날 것은 틀림없다.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군의 구성이 지금 이대로여서는 불리하다"


거기서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생각한 결과가, 언제든지 전투를 할 수 있는 상비군을 각 방면에 파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만에 하나, 노부나가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 서로 공통의 목표를 인식하고, 어느 정도 권한을 이양하면 된다.

게다가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지 않고, 뭘 어떻게 할지를 각자 생각하게 하면 간자에 대한 대책도 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면 상대는 대책을 검토조차 할 수 없으므로.


"요시나리는 당분간 나와 행동을 함께 하라.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시간을 들여서라도 알아야 한다"


"옛"


"아케치가 담당하는 것은 쿄의 수호이다. 니와, 너는 후방지원군을 담당한다"


"알겠습니다"


"타키카와, 너는 정보기관을 담당한다. 자세한 내용은 훗날 이야기하겠으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은 미리 말해두겠다"


"옛"


전원의 대답에 노부나가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 타케나카 한베에나 시즈코가 회합을 가지고 있을 무렵, 기후에 있는 노히메는 시즈코가 모아들인 요리사 10명에 대해 어떤 시험을 하고 있었다.

내용은 '쿄 분위기의 요리를, 이쪽이 준비한 재료로 만들어라'였다. 처음에는 간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요리사들이었으나, 재료를 본 순간 그런 어설픈 생각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재료의 9할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식재료였던 것이다. 고구마나 양파 등의 생야채, 말린 야채에 말린 새우에 말린 생선 등의 건물(干物), 조미료는 소금과 된장과 흑설탕과 간장 등이 놓여 있었다.

조리 기구도 마찬가지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들 뿐이었다. 요리사들은 당연히 노히메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그녀는 야무진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시험해보지 않고 처음부터 무리라고 말하는 거짓말장이들 따위 영주님께서는 흥미가 없으시다. 이 정도의 시험조차 통과할 수 없다면 짐을 싸서 당장 쿄로 돌아가도록. 영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쿄의 요리사'가 아니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요리사'이니라"


노히메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노부나가는 쿄의 요리와 기후의 요리를 융합시켜, 새로운 요리 문화를 구축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꼭 요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문화도 쿄와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따라서 '쿄의 요리'를 고집하는 인재는 필요없었다. 원하는 인재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인재였다.


그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요리사들은 화를 내며 돌아가 버렸다. 남은 요리사는 한 명, 그리고 그의 조수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들이었다.

하지만 노히메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요리사를 보았다.


"기대하고 있겠노라"


그 말만 하고 그녀는 요리사들 앞에서 떠나갔다. 노히메가 떠나고 잠시 후, 간신히 진정이 된 요리사가 뒤통수를 긁으며 중얼거렸다.


"오다 나으리의 부인께서는 성격이 대단하시다고 들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성격이시군"


"하지만 고로(五郎) 씨. 저 분의 말은 정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알고 있어, 아저씨. 돌아간 녀석들은 결국 쿄의 요리사라는 긍지를 버릴 수 없었던 거겠지"


세 명 중 가장 젊은 고로라고 불린 남자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쿄에서는 어떤 새로운 요리를 창작하더라도 '전통이 아니다'라는 한 마디로 무시당했다.

그래서 다들 쿄를 빠져나와 기후에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고 고로는 아까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녀석들은 어딜 가도 불만만 늘어놓는 인간들이었다.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에 고로는 자신이 사람이 보는 눈이 없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저는 '아저씨'가 아니라 '미츠오'입니다. 언제쯤 되어야 이름을 기억해 주실 건가요"


입으로는 불만을 말하면서도 정말로 싫은 건 아닌지, 미츠오라는 이름의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볼을 긁었다.


"……말다툼을 해도 의미는 없지. 저 부인의 말씀을 노부… 오다 나으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돌아간 아홉 명에게 미래는 없겠지"


"그러네, 아시미츠(足満) 씨 말이 맞아. 생각해봤자 소용없어. 될 대로 되겠지"


고로는 그렇게 말하며 식재료를 탁자 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눈 앞의 식재료는 그야말로 미지(未知)와의 조우였다.

어떤 맛이 날 지, 어떤 요리에 맞을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고로의 얼굴에 불안은 없었다.

오히려 미지와의 조우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고로 씨, 역시 요리사군요. 보통은 저만큼 모르는 식재료를 늘어놓으면 말로 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낄 거라 생각되는데요?)"


아시미츠의 옆으로 슬쩍 이동한 미츠오가 그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식재료지만)"


"(그렇다고 하면, 역시 아시미츠 씨가 찾으시는 사람은 노부나가의 곁에 있다는 건가요?)"


미츠오의 말에 아시미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한 표정을 지은 그는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더니 동시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걸 보고 확신했다. 역시 그녀는 이 오다 가문의 어딘가에 있어)"




3인 3색, 각자의 생각이 있었으나 일단은 노히메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쿄 분위기의 요리를, 이쪽이 준비한 재료로 만들어라'라는 내용에서 기후의 식재료를 사용하요 쿄 요리를 만들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쿄 분위기의 요리'에 해당하는 게 무엇인가, 라는 점이다.


"쿄 분위기의 요리라고 하면 소금이겠지요. 하지만 소금만으로는 안 돼요. 기후나 오와리는 분명히 된장이 유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저씨, 그런 건 잘 아네. 하지만 나는 된장 요리 같은 건 만들어 본 적이 없고…… 애초에 된장의 맛이 쿄에 있는 것과 너무 틀려"


"미츠오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쪽의 간장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된장 요리와 간장 요리 두 가지. 이걸로 쿄 분위기의 화(和)의 요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간장 요리는 내가 담당하지"


"아시미츠 씨, 뭘 만들 생각인가요?"


"화(和) 볶음밥이다. 다행이 말린 새우나 말린 야채가 있고, 프라이팬도 있으니 문제없겠지"


아시미츠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고로였으나, 어쨌든 한 가지 요리를 만들어 준다면 고맙다고 생각했다.

솔직한 얘기로, 그는 요리사였지만 미츠오와 아시미츠에 비해 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뭐, 뭐 잘 부탁해. 나는 어쩔까…… 이렇게 된 거, 세 명이서 한 가지씩 만들까?"


"흠……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요. 그 노선으로 요리를 만들죠. 저는 야채와 닭고기의 된장볶음을 만들겠습니다. 고로 씨는 쿄의 요리를 부탁드립니다"


"어? 그거 문제되는 거 아냐?"


"쿄 분위기라는 얘기지만, 일단 비교대상이 없으면 안 되죠. 그러니까 쿄의 요리, 된장 요리, 간장 요리를 늘어놓죠"


"호오호오, 아저씨 의외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네"


"아저씨가 아니라 미츠오입니다"


그런 콩트를 하면서 세 사람은 각자의 요리를 만들었다.

이윽고 전원 요리가 완성되기 직전, 이라는 시점에서 갑자기 노히메가 조리장에 나타났다. 아까와 다름없이 내심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며.


"슬슬 때가 되었나 싶었느니라. 어떠한 요리가 완성되는지 견학하러 왔지…… 흠, 말린 새우의 간장볶음밥, 야채와 닭고기의 된장볶음, 그리고 쿄의 요리인가. 과연, 비교 대상이 필요하니 쿄의 요리를 하나 만들었다는 것이냐"


노히메의 말에 세 사람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번 보고 세 사람이 각각 만들고 있는 요리를 맞췄으니 무리도 아니다.

그리고 세 사람의 모습을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띠고 보고 있던 노히메는,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말을 이었다.


"딱히 놀랄 것도 없지 않느냐. 애초에 요리 소재는 이쪽이 준비한 것이니라. 뭐 본업은 아니기에 소재의 조합을 보고 대략적으로 추측해본 것 뿐이니라. 내가 맞췄다고 해서 실격시키지는 않는다. 어서 맛있는 요리를 가지고 오너라"


시종 여유가 있는, 그리고 마음 속이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는 노히메는, 세 명에게 그 말만 하고는 등을 돌려 조리장을 나갔다.

세 사람은 그녀가 나간 출구를 바라보며 잠시 그 자리에 굳은 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후, 그들은 요리를 노히메에게 인정받아, 오다 가문의 요리사로서의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요리사, 가 아니라 노히메 전속의 요리사라는 지위였지만.




9월 중순, 전작의 작물을 모두 수확한 후, 휴경하는 밭 이외에 후작의 작물을 심기 시작했다.

수확했다고 해도 해바라기, 수박, 오크라, 감자, 백화두(白花豆)는 씨앗을 늘리기 위해 식용으로 쓸 수는 없다.

다행히 감자의 경우에는 중간지(中間地, ※역주: 표고 200m에서 400m 사이의 지역을 말하는 듯)에서 재배한다면 9월에 심고 12월 상순에 수확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작(連作) 장해 때문에 3년은 간격을 둘 필요가 있으므로, 벽돌로 플랜터(Planter)를 만들어서 겨울에 재배가 가능한지 시험할 예정이었다.

잘 되면 봄에는 밭에서, 겨울에는 벽돌 플랜터의 2회 수확이 가능해진다.

감자는 고구마와 마찬가지로 비타민 C가 풍부하며 불과 물에 의해 잘 파괴되지 않는 작물이다. 그 밖에도 비타민 B1, B2, B6, 칼륨이 풍부하고, 장기간의 보존도 가능한 겨울의 보존식이다.

양산화에 성공할 수 있다면 고구마와 마찬가지로 긴급시의 비상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까운 것은 가지 과의 식물로 분류되는 감자는 녹색 부분에 인체에 유해한 솔라닌(solanin)이 많이 들어 있어, 고구마처럼 잎이나 줄기를 식용으로 쓸 수 없다.


쌀의 수확에도 착수했다. 토모호나미(ともほなみ) 계열은 1반(10a) 당 6가마니, 이름없는 쌀은 1반(10a) 당 8가마니였다.

각각 2ha만큼 심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토모호나미 계열은 112가마니, 이름없는 쌀은 145가마니였다. 양쪽 다 유기 재배이면서 농약을 쓴 쌀과 동등한 수확량을 목표로 개발된 쌀이지만, 예상 이상의 수확량에 시즈코 자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확량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지만, 이 두 가지 쌀에는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식감이 종래의 쌀과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전국시대의 쌀은 주로 적미(赤米; 대당미(大唐米))와 흑미(黒米)이다.

적미는 나라(奈良) 시대부터 쌀의 주역이지만 상당히 질이 나빠서, 갓 지은 밥이라도 점착성은 거의 없다. 흑미의 경우에는 소금을 넣어서 지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볼 때, 그 맛은 짐작이 갈 것이다.

수백년도 넘게 맛에 연구를 거듭해온 성과인 쌀을 노부나가가 받아들일지, 그건 그야말로 신만이 아실 일이었다.


일종의 도박이었으나 시즈코에게는 하는 것 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만에 하나, 받아들여졌을 경우를 고려해서 준비에 착수했다.

우선 두 종류의 쌀에서 랜덤으로 한 가마니씩 빼놓았다. 나머지는 전부 볍씨로 삼아서 각각 다른 창고에 보관했다.

그리고 빼놓은 쌀을 탈곡하여 현미로 만들었다. 그리고 현미를 반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반을 정미했다.

이 현미와 백미를 각각 밥으로 지어서, 소금간만 한 주먹밥을 만들어 노부나가에게 시식하게 할 것이었다.

어느 형태를 마음에 들어할지는, 실제로 노부나가가 먹기 전까진 알 수 없다. 모두 마음에 들어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모두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보험으로서 부하들 몫의 주먹밥도 만들어 두었다. 노부나가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더라도, 모리 요시나리나 니와 등이 마음에 들어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재배를 계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위통을 느끼며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알현했다.


"오늘은 영주님께서 맛을 보아주셨으면 하여 찾아뵈었습니다"


"호오, 맛이라. 대체 뭘 맛을 보라는 것이냐?"


"쌀이옵니다"


그렇가 말하며 시즈코는 입구 쪽에 있는 사이조에게 눈짓을 했다. 사이조는 입구의 문을 약간 열고, 근시(近侍)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쟁반을 든 소성들이 들어오더니, 그들은 그것을 노부나가와 부하들 앞에 두었다.


"주먹밥이냐"


쟁반 위에는 주먹밥이 올려진 그릇이 여섯 개 있었다. 각각의 그릇 밑에는 번호가 적힌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이번의 쌀은 적미나 흑미와는 계통이 다르기에, 식감이나 맛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양산을 하기 전에, 여러분께서 맛을 보아주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다, 다들 들거라"


그로부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예상대로 토모호나미 계열과 이름없는 쌀의 주먹밥을 먹었을 때,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

그게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 시즈코는 알 수 없었다.


모든 주먹밥을 다 먹은 노부나가는, 시즈코라도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취향에 맞지 않았나하고 시즈코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시즈코, 너는 정말 곤란한 녀석이다"


"이, 입에 맞지 않으셨사옵니까?"


"그 반대다 멍청아. 네놈 때문에 지금까지 먹었던 밥이 흙탕물로 지은 반죽으로밖에 생각되지 않게 되었느니라"


"아, 네……"


주위를 일별하자, 모리 요시나리 등의 부하들도 쌀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백미냐 현미냐에 따라 취향이 갈려 있었으나, 누구의 접시에도 적미의 주먹밥이 남아있는 것을 보니, 현대의 쌀은 전국시대의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여졌다.

대량생산의 길이 열린 것에 안도한 시즈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가지 쌀 모두 맛있다. 내년 이후에 양쪽 다 양산에 힘쓰도록"


"네. 저기, 1번 쌀은 오와리의 환경 이외에는 재배할 수 없는 쌀이라…… 아마도 3번, 4번 쌀 쪽은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흠……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너와 각 마을에서 1번 쌀 생산에 힘쓰도록. 숫자로 말하는 것도 번거롭군. 1번은 오와리 쌀, 3번은 기후 쌀이라고 이름짓도록 하지"


(그건 나쁘지 않은…가? 하지만 토모호나미 계열이라는 이름은 기니까)


시즈코도 쌀의 이름에 집착은 없었고, 이름 없는 쌀 쪽은 한자의 독음을 몰랐다. 노부나가가 붙인 이름이라면, 이후에 이름 때문에 쓸데없는 혼란을 초래할 일도 없으리라.

괜히 이름에 대해 말을 꺼낼 필요가 없다고 시즈코는 생각을 고쳐먹고, 그가 붙인 이름을 쓰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내년부터 오와리 쌀과 기후 쌀의 생산에 힘쓰겠습니다"


내년도 또 바빠지겠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였다.




9월 중순, 시즈코는 양계(그 중에서도 채란(採卵))을 위해 준비해둔 땅을 재정비했다.

닭은 이미 근린 일대에까지 사육이 퍼져있어, 광대한 사육장을 유지할 필요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즈코는 닭에서 집오리 사육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집오리는 헤이안(平安) 시대에 사육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옛부터 일본에 전래되고 있다. 게다가 잡식성이라 기본적으로 뭐든 먹는다.

산란으로부터 30일 정도에 새끼가 부화하고, 새끼가 알을 낳을 수 있게 되는 것은 5개월에서 6개월, 번식이 가능해지는 성적 성숙(性成熟)은 생후 6개월에서 7개월 정도이다.

즉 1년이면 새로운 세대가 산란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결점으로서 집오리는 닭보다 부화율이 낮고, 사육하면 알을 품지 않는 개체가 되기 쉽다.

고기를 얻는 데 6개월 정도 걸리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뭐라 해도 최대의 매력은 깃털이다.

30마리 정도면 다운 자켓 한 벌, 150마리 정도면 오리털이불 한 채를 만들 수 있다. 극한지에서의 작업복에 사용되는 다운 페더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정비를 마치자마자, 시즈코는 당장 출입하는 상인들에게 집오리의 조달을 의뢰했다.

하지만 이 때, 시즈코는 요구하는 숫자를 전하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실수를 했기 때문에, 상인에게서 예정 외의 양을 구입해야 하게 되었다.

시즈코로서는 30마리에서 40마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200마리를 훌쩍 넘어버렸고, 거기에 거위까지 섞여 있었다.

집오리와 거위는 겉보기가 닮은데다, 전국시대에는 제대로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섞여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을 시즈코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결국, 급거 거위용의 사육장을 설치하고, 입하된 집오리 중에서 병약해 보이는 개체를 솎아냈다.

거위는 18마리, 집오리는 우량건강체 50마리까지 줄였다. 남은 집오리는 깃털을 뽑고 고기는 주위에 나눠주거나 비트만들의 위장으로 들어갔다.


그 도중에 어떤 것을 떠올린 시즈코는, 다시 출입하는 상인들에게 입하를 의뢰했다.

그것은 메밀의 열매의 껍질, 즉 메밀 껍질이었다. 메밀 껍질은 정말로 쓰레기 취급이었기에, 이번에야말로 시즈코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던 상인들은 곤혹스러워했다.

대체 뭐에 쓸 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나, 상당한 금액으로 사들여 주었기 때문에 잔뜩 준비해서 시즈코에게 팔았다.

모아들인 메밀껍질을 선별한 후, 시즈코는 그것들을 천일(天日) 건조했다. 천일 건조가 충분히 끝난 뒤에 베개에 채워넣었다.

저가격, 그리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메밀베개다.


메밀베개의 역사를 살펴보면, 나라 시대에 최고급의 베개로서 쇼소인(正倉院, ※역주: 나라의 토우다이지(東大寺)에 있는 목조 창고. 나라 시대의 건축물로 많은 미술품, 공예품, 및 기록이 소장되어 있다)에 보관될 정도였다.

코스트 퍼포먼스가 뛰어나지만, 쓸 때마다 메밀껍질이 뭉개져서 가루가 흘러나오는 결점이 있다.

또, 물세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용물은 반년에서 1년마다 한 번 갈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베개 커버와 메밀껍질을 채울 튼튼한 천이 있다면, 당시 흔히 쓰이던 나무 베개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메밀껍질을 천일 건조하는 동안 깃털을 모았다.

상당한 숫자의 깃털이 모였기에, 시즈코는 그것들을 가공해서 방한복을 네 벌 만들었다.

이것은 모두 비단으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방한성을 높이기 위해 비단이 복잡하게 짜여 있고, 그 안에는 다운 페더라는 현대의 코트에 필적하는 방한복이었다.

양산할 수 있으면 눈 속에서도 행군이 가능해지지만, 비단과 다운 페더의 소비량이 장난이 아니었기에, 잘해봐야 노부나가나 그의 측근들에게까지밖에 준비할 수 없으리라.


"역시 대량의 견사를 사용한 가치가 있어. 따뜻하네"


코트라기보다 망토에 가까운 방한복을 입은 시즈코는, 가을의 추위도 티끌만큼도 느끼지 못했다.

중세 서양에서 망토라고 하면 권위의 상징이었으나, 시즈코는 겉모습보다도 기능성을 중시했기에, 망토 치고는 수수했다.

물론, 그만큼 비할 데 없는 성능으로 완성되었다.


"시즛치가 만드는 건 기묘한 것들이 많지만 편리하기도 하군"


화려한 문양의 망토를 걸친 케이지가, 담뱃대를 아래위로 까딱거리며 말했다.

담배는 들어있지 않은 듯, 담뱃대에서는 연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추위 따윈 기합으로 견딜 수 있어. 하지만, 이 겉옷(羽織)은 나쁘지 않아"


생각나는 모든 것을 집어넣은 무늬의 나가요시는, 콧김을 뿜어대며 기세좋게 말했지만 망토는 빈틈없이 걸치고 있었다.


"기합으로 어떻게 될 거라면 시즈코 님께서는 추위 대첵을 세우시지 않겠지. 그렇다면, 사람의 몸은 마음먹기 만으로는 견딜 수 없다는 얘기다"


아타고곤겐(愛宕権現, ※역주: 일본의 신 중 하나)이 그려진 망토를 걸친 사이조는, 나가요시의 말을 냉정하게 받아쳤다.


네 사람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수수하지만 고급감이 감도는 망토를 걸친 시즈코. 카부키모노로밖에 보이지 않는 화려한 무늬의 망토를 걸친 케이지.

잡다하니 혼돈을 체현한 게 아닌가 싶은 희한하기 짝이 없는 무늬의 망토를 걸친 나가요시. 아타고곤겐이 그려진 망토를 걸친 사이조.

익숙하지 않은 차림새 때문에 사람들은 네 명을 카부키모노라고 굳게 믿었다.


"그럼, 영주님께서는 무슨 용무로 부르신 걸까"


그의 용무가 그야말로 지금 착용하고 있는 망토라는 것을 그녀가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잠시 후였다.




10월이 되기 전, 시즈코는 땅콩의 수확에 착수했다. 기본적으로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건조땅콩으로 수확하는 것이다.

땅콩은 땅 속에서 콩 부분이 열매를 맺는 좀 특이한 작물이다. 땅 위에 있는 부분은 필요없지만, 수확이나 천일건조에 편리하기에 한꺼번에 수확한다. [*1]

뿌리째 뽑아낸 땅콩은 진흙을 씻어내고, 몇 개를 다발로 묶어서 대나무 장대에 뿌리를 위로 하여 걸어놓는다. 이 상태로 2주일 정도 천일 건조한다.

건조 공정 종료의 판단은 콩깍지를 흔들어서 안의 콩이 껍질에 부딪히는 딸깍딸깍 하는 소리가 들리면 된다.

여기까지 오면 콩 이외의 부분은 필요없어지기에 줄기에서 콩깍지를 떼어낸다. 여기까지 오면 여러분에게 친숙한 껍질이 붙은 땅콩 상태가 된다.

그리고 대발 같은 것에 펼쳐놓고 며칠 천일 건조하면 건조땅콩이 완성된다.

천일 건조한 땅콩은 곰팡이가 피는 일은 있지만 1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 곰팡이가 핀 경우에는 물로 씻어서 다시 천일 건조하면 다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생산자만의 특권인데, 갓 따낸 땅콩은 진흙을 털어내고 소금물에 데치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조리법은 땅콩이 생야채 상태일 때만 먹을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땅콩은 건조시키지 않으면 오래 보존할 수 없는 작물인 것이다.


한 그루에 20에서 30깍지(약 70~100g) 정도, 전체 숫자는 6700깍지 정도지만, 절반 가까이는 내년의 씨앗으로 삼을 것이기에, 식용 가능한 양은 3천 깍지 정도가 된다.

하지만 땅콩은 어린아이(키묘마루나 나가요시)에게는 호평이었으나, 어른(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 등)에게는 평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기름기가 많은 식품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시즈코는 추측했다.


여담이지만 일본에서 최초로 땅콩을 재배한 것은 카나가와(神奈川) 현 오이소마치(大磯町)의 농가, 와타나베 케이지로(渡辺慶次郎)라고 한다.

그는 1871년(메이지(明治) 4년)에 요코하마(横浜)의 친척으로부터 땅콩 씨앗을 받아서 시험삼아 자신의 밭에서 재배했다.

땅콩의 지하 결실성(地下結実性)을 모르고 수확 때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생략한다. 그는 이 작물을 판로에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1877년(메이지 10년)에 막과자 가게에 팔았더니 큰 반향이 있어, 경제 재배의 전망이 섰다고 한다.


9월에 12월 상순까지 수확하는 작물은 다양했다.

수고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작물은 현물을 보내지 않고 목록을 작성하여 노부나가에게 제출했다.

그 후, 노부나가를 통해 어용 상인에게 매각, 가공하여 지정된 창고로 운반, 그대로 지정된 목제 사일로로 운반하는 등의 지시서가 도착했다.

이것들에 따라 작물은 처리되었다. 이 때, 역시 단위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노부나가는 느꼈는지, 시즈코에게 MKS 단위계의 채용을 전하는 서류가 도착했다.

서류에 따라 시즈코는 기술자 마을의 장인들에게 해당 공구의 생산을 지시했다. 실제로 쓰는 도구와 연습용의 2세트가 완성될 때마다, 공구류를 노부나가가 지정한 장소로 운반했다.


수완좋게 처리하던 시즈코였으나, 면화에서만 예상 밖의 문제가 생겼다.

면화는 건조나 씨앗 빼기 등의 처리를 마치면, 일단 노부나가가 지정한 장소로 운반하게 되어 있다.

질이 좋은 것을 세금으로서 바친 후의 나머지가 시즈코나 작업을 담당한 마을 사람들의 몫이 된다. 가공법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면화를 노부나가에게 팔아치웠지만, 이불 등의 가공법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당장 어린이 사이즈의 이불을 생산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전에, 노부나가로부터 이불의 생산을 금지하는 주인장(朱印状)이 도착했다. 이불은 하사품으로 쓸 것이기 때문에 시즈코가 이불을 생산하면 곤란하다, 라고 적혀 있었다.

굳이 주인장으로 명령하지 않더라도 한 마디 말로 되는 거 아니었나, 하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인장을 통한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다, 고 생각하기로 한 시즈코는 마스크나 손수건 종류의 생산으로 전환했다.

고무류가 없기 때문에, 마스크는 목 뒤에서 묶는 타입의 것이었다.

손수건을 만들게 되자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는 손을 씻읍시다'를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소품이 늘어난다는 것은, 세탁물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금후, 방한복 등 의류나 소품 종류가 늘어날 때마다, 부인들의 세탁에 관한 부담이 커지리라.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세탁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지만, 프로펠러를 돌리는 모터가 없는데다 전기가 없다.

결국, 손으로 돌리는 방식의 소형 세탁기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형이라도 완성되면, 차가운 개울의 물에 견디면서 빨래판으로 세탁할 필요가 없어진다. 세제에 관해서는 무환자나무의 분말이 있다.

최악의 경우, 잡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 끓는 물에 30분 정도 담궈 두면 세탁물의 잡균은 소멸한다.

크랭크나 나무 나사 등,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다방면에 이르지만, 완성되면 세탁의 집중화가 가능해진다.

동력부가 특수하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설계도를 그려서 다 떠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즈코가 기술자 마을로 가서, 개발자들을 모아 설명하면서 몇 번이나 회의를 열 필요가 있었다.


"오늘도 시즈코는 없는 것이냐?"


그것이 불만인 사람, 노히메는 오늘도 기분이 저조한 모습으로 아야에게 시즈코의 동향에 대해 물었다.


"네……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외출하셔서, 돌아오시는 건 저녁 무렵이 될 듯 합니다"


"모처럼 요리사를 자랑하러 왔건만, 시즈코가 없으면 이야기가 안 되지 않느냐"


"네, 네에……"


애초에 기별도 없이 갑자기 내방하시기 때문이잖아요, 라고 생각한 아야였지만 결코 지적하지 않고 애매한 미소를 띄우며 대응했다.


"주군께서도 뭔가 하고 계셔서 상대해주시지 않으신다. 오네와 마츠와 함께 시간을 때우려 해도, 시즈코가 없어서는 좀 재미가 없느니라"


"그렇군요"


오늘도 넋두리를 듣는 날이 되는 건가, 하고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아야는 적당히 추임새를 넣었다.

하지만 점심 때를 지났을 무렵, 전령인 병사가 시즈코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항상 해가 질 무렵에야 돌아오시는데 희한하네, 라고 생각하면서 아야는 노히메에게 시즈코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오, 오늘은 좋은 날이구나. 내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오라고 전하거라"


"이, 일단 5백 명의 병사를 데리고 있기에, 시간은 제법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상락 후,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시즈코에게는 5백 명의 병사가 따라붙게 되었다.

다른 병사들과 달리 토목건축에 관계가 있거나, 부모가 토목건축 기사였거나 하는 장점 등을 이유로 기술력을 중시하여 모아진 병사들이다.

현재로서는 기술력이나 작업 속도가 떨어지지만, 장래적으로는 즉석에서 다리를 건축할 수 있다거나, 진이나 참호를 단시간에 만들어내거나, 프리패브(prefab) 가건물(小屋) 같은 간소한 건물을 건축할 수 있는, 현대에서 말하는 공병부대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집단 생활을 시키고, 식생활도 개선시키고 있다.


"문제없느니라. 나도 요리사를 데려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전령을 보내어 요리사들을 데려오도록 전하거라"


"네"


쓸데없는 소란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는데, 라고 속으로 바라지 않을 수 없었던 아야였다.




【참고문헌】


[*1]ヤマポン総合研究所/趣味と田舎自慢系シンクタンク

 地産地消を楽しむ 野の幸・ホームフルーツ・手作り作品などなど

 自家製手作り加工食品

 落花生の焙煎

 참고URL: www.geocities.jp/yamapon65/tisantisyou_rakkasei_bais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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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9 1568년 8월 중순



그 이후에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고, 또 오다 군은 롯카쿠 군으로부터 기습을 받지도 않고 평온무사하게 다음 날을 맞이했다.

오다 군 4만에서 5만 정도, 도쿠가와 군 1천 정도, 아자이 군 3천 정도, 총 6만에 가까운 상락군.

그에 대해 본진의 칸온지 성에 당주 롯카쿠 요시하루(六角義治), 요시하루의 아버지인 요시카타(義賢), 그리고 요시하루의 동생인 요시사다(義定)와 정예 호위대 1천 기, 미츠쿠리 성에는 강하고 용감한 것으로 알려진 요시다 시게미츠(吉田重光), 타케베 히데아키라(建部秀明), 코마 슈리노스케(狛修理亮), 요시다 신스케(吉田新助)를 필두로 한 3천여명, 그리고 와다 산성에 타나카 지부노다유우(田中治部大輔) 등을 대장으로 하는 6천여명을 배치한 총 1만 정도의 롯카쿠 군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롯카쿠 군은 상락군의 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와다 산성을 공격하면 배후를 미츠쿠리 성에게 잡히고, 본진인 칸온지 성을 공격하면 와다 산성과 미츠쿠리 성으로부터 협공을 받는다.

미츠쿠리 성이 있는 미츠쿠리 산은 표고 3백 미터 정도의 작은 산이지만, 성으로 통하는 길은 급경사의 외길밖에 없는데다, 그 주위가 큰 나무로 뒤덮힌 천연의 요새다.


미츠쿠리 산은 두 곳의 정상을 가지며, 그 중 하나인 북쪽 정상에 미츠쿠리 성이 있다.

북쪽의 미츠쿠리 산에서 북서쪽으로 칸온지 산(현재는 키누가사(繖) 산이라고 한다)이 있으며, 칸온지 성이 있다.

그리고 칸온지 산에서 동쪽으로 2km 정도 떨어진, 아이치 강과 다이도(大同) 강의 합류점의 서쪽에 위치하는 표고 180m 정도의 와다 산, 그 산꼭대기 부근에 와다 산성이 있다.

와다 산성은 50m x 100m 정도의 성역 주위에 흙성을 둘러, 남쪽에서 마출곡륜(馬出曲輪, ※역주: 일본 성의 특정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 이후의 주곡륜, 노대도 마찬가지로, 자세한 내용은 http://underzero.net/html/casl/cas_m_a.htm 등을 참조), 주곡륜(主曲輪)이 연이어 배치되어 있고, 게다가 주곡륜 뒤쪽에 10m x 10m 정도의 노대(櫓台)가 배치되어 있다.


미츠쿠리 산과 칸온지 산은 코토(湖東) 평야, 즉 오우미 분지(近江盆地)에 있는 산이다.

그리고 두 개의 산 사이에는 좁고 험한 길이 형성되어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현대에는 국도 8호선, JR 비와코선, 및 신칸센이 키누가사 산과 미츠쿠리 산 사이를 지나고 있다.

이 루트를 장학하기 위해서 롯카쿠 씨가 칸온지 산에 본성, 그리고 미츠쿠리 산에 지성을 쌓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긴 세월에 걸쳐 쌓아올린 방위선에 롯카쿠 씨 당주 롯카쿠 요시하루는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불행이 닥쳤다.

그것은 그가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는 방위망, 및 이번의 작선이나 인원의 배치, 옛 방식에 따라 도주하는 루트 등, 대부분의 군사 관계 정보들 중 기록에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 노부나가와 그의 주요 부하들에게 알려져 있는 점이다.


"롯카쿠 따위에게 책략을 부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가진 힘으로 놈을 유린하라"


노부나가가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칸온지 성 전투의 막이 올랐다.


이른 아침부터 전투를 개신한 오다, 도쿠가와, 아자이 3군은, 아이치 강을 건넌 후 세 부대로 나뉘었다.

이나바 요시미치(稲葉良通)가 이끄는 제 1대가 와다 산성, 시바타와 모리 요시나리가 이끄는 제 2대가 칸온지 성, 니와, 히데요시, 그리고 노부나가가 이끄는 제 3대가 미츠쿠리 성으로 향했다.

싸움은 미츠쿠리 성에서 시작되었다. 북쪽 입구에서 히데요시가 이끄는 2천 3백명이, 동쪽 입구에서 니와가 이끄는 3천명이 공격을 개시했다.

하지만 미츠쿠리 성은 급경사나 큰 숲에 둘러싸인 견고한 성. 그리고 요시다(吉田) 이즈모노카미(出雲守隊) 대의 수비도 굳건하여, 히데요시와 니와는 고전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 동안, 노부나가는 뭘 하고 있었는가. 그것은 미츠쿠리 성으로 이어지는 외길의 봉쇄였다.

미츠쿠리 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하나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거목으로 뒤덮여 있거나 경사가 급한 짐승이나 다니는 길이거나 했기에 통상의 군사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즉 외길이 봉쇄되면 미츠쿠리 성에 있는 수비대는, 조직적인 철수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산기슭에 세 군데, 그리고 길 위에 네 군데의 봉쇄를 마친 노부나가는, 어떤 것이 들어있는 항아리를 대량으로 운반해 왔다.

어느 정도의 숫자가 모이자, 병사들은 그것을 성을 향해 던져넣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항아리가 깨지고, 내용물이 주위에 튀었다.

노부나가가 항아리에 넣은 것, 그것은 알코올 도수가 60도를 넘는 액체였다. 술이라기보다 위험물에 해당하는 그것을, 노부나가는 계속 성 안으로 던져넣게 했다.

요시다 이즈모노카미 대는 노부나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여, 곤혹스러워하면서도 히데요시 대나 니와 대를 상대했다.

이윽고 일부 바닥에서 작은 물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던져진 알코올이, 주위의 열기에 반응하여 조금식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미츠쿠리 성에 경고 피리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에 호응하듯이 히데요시 대와 니와 대가 공격을 멈추고 재빠르게 철수했다.

그들의 행동이 하나도 이해되지 않아,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진 요시다 이즈모노카미 대는,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춰서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했다.


한 대의 불화살이 성으로 쏘아졌다. 그것이 기화한 알코올에 닿은 순간, 세계는 일변했다.

순식간에 미츠쿠리 성이 불바다로 뒤엎였다. 그 상황에 이해가 따라가지 못한 요시다 이즈모노카미 대였으나, 현 상황을 인식할 수 있게 된 순간, 패닉이 병사들을 휘감았다.

만약 그들이 알코올은 연소 속도는 빠르지만, 순발력 뿐이지 지속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또 다른 미래가 펼쳐졌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주위가 단번에 불바다에 뒤덮여, 어디로 도망쳐야 안전한지 방향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허둥댔다.

그것이 패닉의 전염에 박차를 가했다. 짧은 시간에 그들은 집단 패닉 상태가 되어, 요시나 이즈모노카미 대는 궤멸되었다.


애초에 롯카쿠 군은 롯카쿠 가문 당주인 롯카쿠 요시하루가 그릇도 재능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높아서 거드름피는 태도로 명령만 했기에 사기가 낮았다.

그런 그들이 불바다가 된 미츠쿠리 성을 지킬 리가 없었고, 무구류를 내던지고 앞다투어 도망쳤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도주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오다 군이, 성으로 이어지는 외길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츠쿠리 성 함락. 그것은 성이 공격받은지 겨우 6시간 후의 일이었다.

반나절 정도에 미츠쿠리 성이 함락된 것에 롯카쿠 군, 특히 현 당주인 롯카쿠 요시하루는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와다 산성과 칸온지 성, 그리고 미츠쿠리 성을 동시에 공격받았지만, 앞의 두 곳에서는 유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대로의 기세로 간다면 상락군을 되밀어내는 것도 가능,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달랐다.

상락군은 성에서 그들을 끌어내기 위해, 또 미츠쿠리 성의 상황을 의식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밀리는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기가 서투른 자들도 있었기에, 어딘가 어색한 느낌으로 싸움에 지는 것을 연기하고 있던 상락군이지만, 승산이 있다는 것에 눈이 먼 롯카쿠 군은 그 어설픈 연기를 꿰뚫어보지 못했다.


다행히도 요시하루는 칸온지 성에 있었지만, 책략에 넘어간 그의 아버지와 동생은 호위대 7백을 이끌고 성을 나서 버렸다.

다급히 아버지와 동생에게 칸온지 성으로 돌아올 것과, 와다 산성에 농성해서 버티도록 전령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전령이 가져온 정보는 그를 절망에 빠뜨리는 내용 뿐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내 정예 호위대가 전멸, 게다가 아버지와…… 동생이 전사했다고!"


정예의 호위대 1천 기 중, 7백이나 되는 호위대가 전멸. 게다가 그 7백을 끌고 나간 아버지 요시카나와 동생 요시사다는 전사했다.

게다가 와다 산성은 미츠쿠리 성이 함락된 것으로 거의 와해되어 버렸다. 잡병들은 물론이고, 무장들도 무구를 버리고 앞다투어 도망쳤다.

요시하루는 겨우 반나절 만에 미츠쿠리 성과 와다 산성을 잃었다. 해가 완전히 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의 계절은 여름, 가을이나 겨울에 비해 낮이 길다.

그 시간을 겨우 2백여 정도의 호위대로, 1만을 넘는 상락군을 상대해야 한다. 그 사실을 이해한 순간, 요시하루는 무릎을 찧으며 무너져내렸다.


"어, 어째서냐, 어째서 이렇게 상락군에게 유리한 일만 일어나는 것이냐!!"


분통을 터뜨리는 어린애처럼, 그는 바닥을 양손으로 두들겼다. 하지만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상락군은 칸온지 성을 노리고 있다.

와다 산성과 미츠쿠리 성에 비해, 칸온지 성은 방어가 약하다. 이미 촌각을 다툰다는 점을 깨달은 그는, 옛부터의 예를 따라 코우가(甲賀)로 도망친다는 판단을 내렸다.

원래는 야음을 틈타 이동할 필요가 있지만, 그 때까지 칸온지 성이 버틸 가능성은 낮다.

요시하루는 도망칠 것을 측근에게 전하고, 서둘러 준비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칸온지 성에서 도망치기 위한 비밀통로는 몇 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다들, 각자의 장소로 도망쳐라. 나는 코우가 방면으로 가겠다"


그 말만 하고 그는 호위대 중에서도 가장 신뢰하고 있는 자들 20여명을 이끌고 도주 루트 중 하나를 이용해 칸온지 성에서 탈출했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비밀 통로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멀리서 승전보 같은 목소리가 요시하루의 귀에 들어왔다.

원통하다는 표정으로 비밀통로의 입구를 노려본 후, 그는 숨을 죽이고 비밀통로를 걸었다. 한동안 걷자 산 속의 나무들로 숨겨진 출구에 도착했다.

경계하면서 호위대 중 한 명이 비밀통로에서 기어나갔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람 그림자는 없고, 멀리서 상락군의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호위대가 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호위대 20여명과 요시하루가 비밀통로에서 기어나왔다.

의복의 먼지를 털어낸 후 요시하루는 코우가 방면을 향해 이동했다.


"도망칠 방향은 이쪽이다. 가자"


그렇게 말하며 맨 앞을 걷고 있던 요시하루였는데, 몇 발자국 걸었을 때 갑자기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갑작스런 일에 호위대는 웅성거리면서 요시하루를 찾았다. 나무들이 스치는 소리에 위를 올려다본 호위대는,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요시하루를 발견했다.

그는 트랩에 걸려, 하늘로 던져졌던 것이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몇 번 난 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요시하루는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물론, 트랩은 요시하루로만 끝나지 않았다. 망연자실 상태였던 호위대에게도 덮쳐갔다. 앗 하는 사이에 호위대는 전멸하고, 살아남은 것은 요시하루 뿐이었다.


"뭐, 뭐…… 가……"


"설마 롯카쿠 가문 당주께서 스스로 맨 먼저 함정에 걸려서 부하들에게 모범을 보이시다니, 선도자(露払い)를 세울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서두르신 것이오?"


요시하루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눈만 움직였다. 타키카와와, 그가 이끌고 있는 닌자 집단이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보였다.


"어째서……"


비밀통로의 출구가 알려진 것, 이 장소에서 자신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미리 함정을 설치해둔 것, 등 다양한 의문을 떠올리며 요시하루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타키카와는 요시하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사무적인 말투로 짧게 말했다.


"편하게 해 줘라"


그것이 남 오우미를 지배하고 있던 롯카쿠 가문의 당주, 롯카쿠 요시하루가 이 세상에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남 오우미에서 벌어진 상락군과 롯카쿠 군의 전투, 칸온지 성 전투(또는 미츠쿠리 성 전투)는 겨우 하루 만에 결판이 났다.

오다 군은 천 명 정도의 피해, 도쿠가와 군은 수십명의 피해, 아자이 군은 300명 정도의 병사의 피해, 나가마사의 가신 와키자카 야스아키라(脇坂安明)가 전사했다.

이에 대해 롯카쿠 군은 롯카쿠 가문 당주 요시하루, 아버지 요시카타, 그리고 동생인 요시사다는 전사. 정예 호위대 1천 기는 전멸, 롯카쿠 가문을 떠받치고 있던 유력한 무장들은 대부분이 전사했다.

병사는 4000 정도의 피해, 4500이 도망, 남은 병사들은 최후까지 주군과 함꼐, 라는 등의 기특한 마음가짐은 없었고, 전에 아군이었던 자들의 시체에서 장비를 강탈하는 상황이었다.

칸온지 성, 와다 산성, 미츠쿠리 성은 폐성, 나머지 무사한 지성들도 롯카쿠 가문의 노신(老臣)인 가모 카타히데(蒲生賢秀)가 지키는 히노(日野) 성 이외에는 대세가 결정된 그 날에 상락군에 항복한다는 참담한 결말을 맞이했다.

그 히노 성도 뒷날 오다 가문의 무장 칸베 토모모리(神戸具盛)가 단신으로 히노 성으로 들어가서 가모 카타히데를 설득했다. 어째서 그에게 이런 일이 가능했느냐 하면, 그것은 토모모리의 아내가 카타히데의 여동생이었기 때문이다.

토모모리의 설득에 응한 카타히데는 항복했고, 친아들을 바치고 노부나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 때의 친아들이, 노부나가의 딸인 후유히메(冬姫)를 아내로 맞이한 카모 우지사토(蒲生氏郷)이다.


"그래서, 겨우 하루 만에 함락되었는데, 이건 상대가 도망칠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진 대기를 명령받은 키묘마루, 나가요시, 시즈코 등 세 명.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있던 키묘마루와 나가요시는, 롯카쿠가 하루 만에 무너진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일이나 모레에는 쿄(京)인가……"


"그 전에 롯카쿠다. 무너진 원인, 그걸 생각하는 것이 무장으로서의 역할이랄까"


"그래…… 뭐 열심히 해. 나는 딱히 무장이 아니니까. 애초에, 그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적인 전술이니까"


"잠깐, 그렇게 간단히 결론짓지 마라. 너라면 뭔가 자세히 알고 있겠지? 영주님께서도 이것저것 물으셨다고 하니까"


"때로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해"


어떤 명장이라도 하루 만에 성을 함락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노부나가의 '하루 만에 결판을 낸다'라는 생각과, 롯카쿠의 '상황이 나빠지면 철수'라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술이 일치한 결과, 칸온지 성 전투는 하루 만에 결판이 난 것이다.

애초에 요시하루는 장기전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겨우 하루 만에 철수를 선택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은 그에게도 예상 밖이었으리라.


"지금 상태로는 아무 것도 모르겠어.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걸 줘"


"음―, 뭐 그거라면 괜찮으려나"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면, 키묘마루와 나가요시에게서 사고하는 능력을 빼앗아 버린다. 그렇게 생각해서 시즈코는 일부러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힌트 없이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큼직한 종이에 힌트가 되는 정보를 적어나갔다.


종이의 중앙에 롯카쿠라고 쓴 후, 비와 호(琵琶湖, 오우미 해(近江海)라고도 부른다), 후와노세키(不破関, 미노(美濃)), 아라치노세키(愛発関, 에치젠(越前)), 키몬슈고(鬼門守護, 히에이 산(比叡山)), 그리고 코우가(伊勢)를 써넣었다.

롯카쿠 글자 옆에 '쿄시키(京職, 쿄(京)의 치안 유지)'와 '케비이시(検非違使(조정 경찰))'을 써넣은 후, 그 종이를 키묘마루 앞에 놓았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그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이 두 사람, 어느 틈에 사이가 좋아졌지?)


나이가 비슷한 탓일까, 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이 배치를 보면, 롯카쿠의 세수(税収)는 비와 호에 의존하고 있군"


"그렇게 되면 북 오우미의 아자이와 적대한 것은 롯카쿠에게는 심한 타격이라는 건가"


"아니 잠깐. 그것만으로는 도망친다는 선택지가 되지 않아. 롯카쿠에게 불리한 것…… 분명히 문헌인가 뭔가에서 후와노세키와 아라치노세키, 그리고 스즈카노세키(鈴鹿関)는 삼관(三関)이라고 부르고 있었지. 생각할 수 있는 건, 후와노세키도 오다 영토가 되었기에, 처음부터 도망을 계산에 넣고 있던 게 아닐까?"


"아자이 가문에겐 배신당하고, 사이토(斉藤) 가문은 멸망하고, 그 대신 미노를 지배한 오다 가문과는 적대…… 흠, 롯카쿠의 '불리해지면 철수'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술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군"


(오오, 좋은 포인트를 잡았네. 뭐어 롯카쿠는 '강자'에 기생하는 타입이니까, 처음부터 싸울 생각 따위 없었다고 생각해)


롯카쿠가 사는 남 오우비는 비와 호와 3대 방위 거점(히에이 산, 후와노세키, 아라치노세키)으로 보호받는 땅이다.

세수도 비와 호와 3대 방위 거점에 기생하고 있다. 하지만 땅의 태반이 비와 호라는 입지상, 보유할 수 있는 병사는 항상 소수다.

동원 병력은 많이 잡아도 1만 전후 정도. 그런 상태의 롯카쿠는 기생할 곳이 히에이 산, 후와노세키와 아라치노세키, 비와 호의 상인연합 등 복수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롯카쿠 자체가 분열되어서 단합력이 없다.


남 오우미는 대대로 종종 큰 싸움의 장소가 되기 때문에, 대군이 밀어닥치면 숨어서 지나가길 기다리고, 전화(戦火)가 사그러들때까지 몸을 숨기는 수단이 롯카쿠 군의 상투 수단으로 변했다.

관문(関所), 또는 히에이 산이 뚫리면, 그들은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덤으로 쿄로 올라가려고 하는 영주들은 대부분이 수만의 대군으로 밀고들어오며, 기백도 군비도 롯카쿠 군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상하군. 어째서, 롯카쿠 가문 당주는 처음부터 도망칠 태세를 취하지 않는 거지? 상락군은 약 5만, 그에 대해 놈들이 동원할 수 있는 병사들의 숫나는 1만 정도. 옛부터의 예를 따른다면, 처음부터 상락군을 통과하게 하고 몸을 숨겨야 할텐데"


"내게 말해도…… 단순히 당주가 상황 파악조차 할 수 없는 멍청이였던 게 아닐까?"


"아무래도 그건 아니겠지. 첫째 날의 상황에서 금후의 예정을 생각했던 걸까?

그렇다면 반나절만에 미츠쿠리 성이 함락된 것이 롯카쿠에게는 예상 밖이었다는 건가"


"으―음, 역시 내게는 단순하 멍청이로밖에 생각되지 않는군. 듣자하니 농성하고 있어야 할 칸온지 성에서 병사와 다수의 무장이 나왔잖아? 평범하게 생각하면 농성 중에 병사를 내보내다니 바보 이외의 무엇도 아닌데……"


그 후에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거의 처음 만나는 것에 가까운 두 사람인데, 어째서인지 시즈코에게는 문경지교(刎頸之交)라고 해야 할 만한 굳건한 인연으로 맺어진 듯 보였다.


"그러고보니 미츠쿠리 성에서 화공을 했는데, 불씨를 어떻게 운반한 걸까"


"응? 그건 이걸 쓴 거라고 생각해"


나가요시의 말에 시즈코는 파이어 피스톤을 꺼내면서 대답했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파이어 피스톤은 단순한 나무 막대기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당연한 반응이다.


"남만에서 쓰이고 있는 불피우는 도구의 일종이야. 우리 집에서 제일 오래 쓰고 있는 것은 아야 짱이려나?"


나무 막대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불씨를 만들 수 있다고 해봤자 두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의 앞에서 불피우기를 실제로 해 보였다. 작은 천쪼가리가 앗 하는 사이에 불씨로 변하자 두 사람은 나란히 경악했다.


"이런 도구가 있다니. 하지만 확실히 이거라면, 일부러 불씨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크기도 지나치지 않으니, 숨기는 것도 가능하겠군"


"만드는 것도 작은 칼 하나면 되니까. 세 개 만들었는데 영주님이 전부 가져가셨어"


"당연하지, 멍청아. 불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는 게 얼마나 유리한지 모르는 거냐"


불씨는 불씨를 보관하는 전용 장인이 있을 정도로, 전국 시대에는 귀중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히이레(火入れ, ※역주: 불씨를 보관하는 작은 그릇)라는 전용의 도구를 준비하여, 아궁이로 불을 유지하는 등의 연구를 하여 불씨를 계속 유지해 왔다. 그 정도로 불피우기는 힘든 작업인 것이다.


"하여튼, 시즈코에게는 항상 놀라는군"


"그렇군. 그런 편리한 도구가 있다면 더 일찍 내놓았어야지"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은 사이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후로도 좋은 관계로 계속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었던 시즈코였다.




6월 30일.

앗 하는 사이에 남 오우미를 평정한 노부나가는, 곧장 후와 미츠하루(不破光治)를 요시아키가 있는 곳으로 보내어 입락(入洛)의 준비를 하게 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7월 10일, 요시아키는 쿄를 향해 출발한다. 7월 15일, 노부나가는 미이데라 고쿠라쿠인(三井寺極楽院, 시가(滋賀) 현 오오츠(大津) 시)으로 진을 옮겼다.

다음 날, 노부나가는 미이데라 고쿠라쿠인에서 요시아키를 맞이했다. 그리고 7월 17일, 노부나가는 드디어 쿄에 입성한다.


노부나가가 토우후쿠지(東福寺)에 진을 치자, 선진(先陣)인 시바타 카츠이에, 하치야 요리타카(蜂屋頼隆), 모리 요시나리, 사카이 마사히사(坂井政尚)의 군은 카츠라(桂) 강을 건너, 우선 사전 연습삼아 세이류지(青竜寺, 勝竜寺(쇼우류지)라고도 한다)에 있는 미요시 3인방 중 한 명인 이와나리 토모미치(岩成友通)를 공격했다.

미요시 세력은 저항했으나 곧 농성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노부나가의 승리에 안심했는지, 요시아키도 쿄에 있는 키요미즈데라(清水寺)에 들어갔다.


다음 날, 노부나가의 본진이 출진해오자 이와나리 토모미치는 단념하고 항복했다. 그 후에도 노부나가는 손을 멈추지 않고, 미요시 측의 성을 차례차례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아쿠타가와(芥川) 성의 호소카와 아키모토(細川昭元), 미요시 나가야스(三好長逸)는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퇴거했고, 코시미즈(越水) 타키야마(滝山) 성의 시노하라 나가후사(篠原長房)도 성을 버리고 퇴거했다.

텅 비게 된 아쿠타가와 성에 요시아키는 입성했다.

그 동안 오다 군은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의 거성인 이케다(池田) 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여기만큼은 다른 성과 달리 저항이 격렬하여, 오다 군은 전사자가 다수 나오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저항하는 이케다 카츠마사도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오다 군 앞에 이윽고 항복하고, 노부나가에게 인질을 바쳤다.

미요시 3인방과 대립하고 있던 미요시 가문 당주 요시츠구(義継) 진영의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는, 최고급의 다기(茶入れ)인 '츠쿠모가미(九十九髪)'를 노부나가에게 헌상하고 그의 부하가 되었다.


상락군은 상락 후 겨우 며칠만에 키나이(畿内) 및 주변의 나라들을 지배하에 두었다.

압도적인 쾌진격을 계속한 노부나가였으나, 여기서 상락군에 어떤 문제가 드러났다. 아자이 군의 사기가 저하한 것이다.

오다 군은 병농분리(兵農分離)를 하고 있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도쿠가와 군과 아자이 군은 백성들을 잡병으로 징용하고 있다.

따라서 아자이 군의 잡병들은 논밭의 상황이 신경쓰여 견딜 수 없었기에, 거의 마음이 딴 데 가 있었다.


원래는 농번기 이후였을 상락 예정을, 무리하게 단축시켜 7월 전으로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노부나가였다.

따라서 그는 아자이 군의 사기 저하에 대해 한 마디도 불만을 말하지 않고, 반대로 나가마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그의 몸 상태에 신경썼다.

행인지 불행인지, 그 노부나가의 태도에 나가마사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은 아직 현저하지는 않지만, 도쿠가와 군도 곧 사기가 저하할 거라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7월 20일에 상락군을 해산했다.


금후의 일은 노부나가에게 일임한다, 는 요시아키의 언질을 받은 노부나가는, 이에야스와 나가마사의 귀국을 전송한 후, 곧장 행동에 나섰다.

요시아키가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이 되려면 천황의 칙령으로 임명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부나가가 조정과 교섭을 할 필요가 있다.

그 교섭을 하고 있는 동안, 요시아키가 아쿠타가와 성에서 혼코쿠지(本国寺, 本圀寺)로 옮기거나, 헌상품을 가지고 인사하러 온 이마이 소우큐(今井宗久)나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거나 하는 등, 노부나가는 이런저런 일로 정신없이 바빴다.

그리고 키나이를 평정한 후 대략 3주일 후인 8월 12일, 요시아키는 황궁(内裏)에 입궐(参内)하여 정이대장군에 임명되었다.

여기에 무로마치(室町) 막부(幕府) 최후의 쇼군이 되는 제 15대 아시카가 요시아키가 탄생했다.


요시아키를 쇼군의 자리에 앉힌 노부나가는, 그의 허가를 받아 키나이의 인사에 착수했다.

요시아키 휘하의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를 쿄(京) 산성(山城)에 배치하고, 마찬가지로 요시아키 휘하의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를 셋츠(摂津) 타카츠키(高槻) 성에 넣었다.

셋츠에 있는 그 밖의 성에 배치한 인원은 이타미(伊丹) 성에 이타미 타다치카(伊丹忠親), 이케다(池田) 성에는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다.

카와치(河内)에 있는 성은 와카에(若江城) 성에 미요시 요시츠구(三好義継)、타카야(高屋) 성에는 하타케야마 타카마사(畠山高政)、그리고 야마토(大和)에는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를 배치했다.


노부나가는 자신에게 항복한 요시아키 휘하 이외의 무장, 즉 옛 미요시 계 무장들이 가진 영지의 소유권을 인정해주었다.

이것은 미요시 3인방과, 미요시 가문 당주 요시츠쿠 및 마츠나가 히사히데의 대립으로 내부 분열을 일으켜 노부나가에게 항복한 대부분이 무장들이 미요시 3인방 반대파였기 때문이다.

노부나가에게는 그들의 영지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미요시 3인방의 세력을 뭉개고, 나아가 미요시 3인방 반대파와의 적대를 피하려는 속셈이 있었다.

약간 요시아키의 의도도 들어가 있었지만, 그건 정말 새발의 피 정도였다. 그걸로 요시아키는 만족했기 때문에, 정말 멍청한 쇼군이시라고, 책략을 쓴 노부나가는 어이없어할 수밖에 없었다.


인사를 마친 노부나가는, 다음으로 영지 내의 관문과 조합(座)을 폐지했다. 이것은 쿄의 민중들의 지지를 얻고 치안을 회복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예상대로 쿄에 사는 민중의 대부분이 노부나가의 정책을 지지했다. 민중의 지지를 얻은 노부나가는 추가적인 개혁을 시행했다.

쿄의 치안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자신의 병사를로부터 5천 명 정도를 모아서 '쿄 치안유지 경라대(警ら隊)'를 결성했다.

경라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즈코가 기술자 집단의 마을에서 실시했던 경찰 시스템을 유용한 것 뿐이다.

하지만 이 경라대, 노부나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으로 민중에게 침투했다.


경라대는 쿄의 정식 직함을 가진 집단은 아니지만, 노부나가의 정규군인 것에 변함은 없다.

따라서 범죄자들은 그들에게 손을 댈 수 있을리 없었기에 도망치듯 쿄에서 나갔다.

범죄자가 없어진 결과, 경범죄를 포함하는 사건은 눈에 보이게 줄었다. 치안의 회복과 함께 경라대는 민중들에게 환영받았다.


치안 회복과 인사 등을 포함하여 요시아키는 노부나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능악(能楽, ※역주: 일본의 가면 음악극)을 열었다. 이 때, 요시아키는 호소카와 후지타카나 와다 코레마사 등을 사자로 삼아, 노부나가를 부 쇼군(副将軍)이나 관령(管領) 직에 임명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신참자인 제가 부 쇼군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라고, 요시아키의 자존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거절했다.

대신 원래는 능악의 연주곡을 5번까지 줄이려고 했던 노부나가였으나, 사죄라는 형태로 13번까지 요시아키와 함께 관람했다.

부 쇼군을 사퇴하는 이유, 그리고 좋은 사교성에 요시아키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다.

물론, 일부러 쇼군인 요시아키와 시간을 보낸 것은, 노부나가가 부하에게 비밀리에 명한 것이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지만.




시간을 조금 거슬러올라가서, 요시아키가 쇼군이 되고 '쿄 치안유지 경라대'가 결성되었을 무렵, 시즈코는 쿄의 거리를 산책하고 있었다.

함께 한 것은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나가요시, 카이저와 쾨니히였다. 그녀가 노부나가에게 명령받은 임무는, 장인을 많이 기후(岐阜)로 보내는 것이다.

현대에서 말하는 스카웃이다. 그와는 별개로, 시즈코는 쿄에 있는 책을 사들이며, 현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문화재를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한 문화재는 건조물, 회화, 조각, 공예품, 서적(書跡, ※역주: 여기서는 유명한 서예가나 승려가 쓴 글을 말함), 전적(典籍, ※역주: 중국이나 일본의 오래된 책 및 불교의 경전 등을 말함), 고문서(古文書, ※역주: 여기서는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의 개인적인 기록이나 일기, 편지 등을 말함), 참고 자료, 역사 자료 등 다방면에 이르렀다.

또, 현대에서는 국보지만 당시에는 가치가 없는 것이라 간주되는 것들도 사모았다.

사모으다, 라기 보다는 문화재의 보호를 명목으로 하고 있지만.


"대박대박, 오늘도 잔뜩 샀어"


산 것들은 어떤 공가(公家)의 장편일기 20권, 해외에서 수입되었지만 읽을 수 없어 헐값에 팔린 책 4권, 제작된 시기가 확실치 않은 공예품이 몇 점, 잘 알 수 없는 조각이 1점이었다.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


"네가 시즛치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굉장하다고 생각해, 쇼우조"


"슬슬 책 때문에 바닥이 빠질 것 같은 느낌인데"


호위라기보다 짐꾼이 된 세 명은, 시즈코가 산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공가의 일기의 뭐가 좋은 것인지, 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시즈코에게는 어떤 것이든지 전국시대를 알 수 있는 제 1급의 사료(史料)인 것이다.

특히 일기류는 훗날의 역사가가 편찬한 자료류에는 없는, 당시의 사람들의 생생한 생각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쿄의 거리를 걷는 시즈코를, 쿄의 백성들은 멀리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번의 상락군은 과거와는 달리, 규율이 바로잡힌 군대라서 대규모의 약탈이나 학살은 발생하지 않았다.

노부나가가 약탈 행위를 엄금하여, 위반한 병사는 엄하게 처벌받는데다, 애초에 병사들에게는 군율을 잘 지키며 임무를 수행하면 충분한 보상이 확실히 약속되어 있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쿄 치안유지 경라대'도 결성되었기에, 쿄의 백성들은 대부분 상락군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 상락군 안에서 시즈코가 하고 있는 일은 세 가지다.

첫번째는 노부나가가 가장 중요한 명령이라고 한 장인 찾기, 두번째는 고아를 모아서 고아원에 살게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사체 처리 등 위생면의 개선이다.

그런 틈틈이 시즈코는 사장되어있던 곰팡내나는 목상(木像)이나, 언제 것인지 알 수 없는 경화(硬貨), 가난한 공가가 쓴 일기 등의 책을 개인적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폐품 회수를 해 준다면 좋다, 라고 말하듯 쿄의 백성들은 물건을 팔았다.

그 중에는 가짜를 팔아넘기려 한 패거리도 있었지만, 그녀의 감정안(鑑定眼) 앞에 어이없이 간파되어, 누구 하나 가짜를 팔아넘기지 못했다.


"작물의 씨앗도 꽤나 입수했으니 아주 좋아 (매번, F1종인지 고정종인지 조사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네―)"


씨앗의 권리 단체가 존재하지 않은 전국시대에는, 물물교환으로 고정종의 씨앗을 쉽게 입수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서 고정종을 손에 넣는 것은 어렵다.

일단 씨앗의 입수는, 그에 관련된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고정종을 취급하고 있는 연구기관, 또는 개인적으로 씨앗의 연구를 하고 있는 농가에서 구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에 반해 F1종은 시장에 넘쳐나고 있어 씨앗을 입수하는 것은 쉽다.


어째서 이만큼 차이가 생겼는가.

그것은 생육이 빠르고 모양이 균일하며 질병에 강한 F1종 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고정종은 질병에 대해 깊은 지식이 필요하고, 모양새는 들쭉날쭉하며, 육성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시장에 출하하는 농가도, 가정텃밭을 하는 사람들도, 고정종을 키우는 일은 일단 없다.

F1종을 취급하는 회사나 농협 조합이 정기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 고정종을 시장에서 배척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도, 주위의 환경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고정종을 키우는 것은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이다.


"그럼, 경라대의 보고를 받으러 가볼까요"


그렇게 중얼거린 후, 시즈코는 케이지 들을 데리고 경라대가 이용하고 있는 기지 시설로 향했다.




시즈코가 맡고 있는 세 가지 일 중, 사체 처리가 제일 간단했다. 사체를 도시 밖까지 운반하여, 최저 1.5m의 흙을 덮게 하는 것과, 사체에 생석회를 뿌리는 것으로 끝났다.

장인 찾기도 쿄의 백성들과 사이가 좋아지게 되면,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에 간단히 찾을 수 있다. 그 후에는 교섭에 달렸지만, 딱히 지체되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고아원의 확보와 고아의 소집이었다. 전쟁고아를 방치해두면, 이윽고 도당을 결성해서 도적이 된다.그렇게 되지 않는다 해도 고아들은 날마다 먹고살기 위해 절도 등의 죄를 저지른다.

전쟁고아들이 도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고아원에 살게 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며, 수양부모(里親)를 모집하는 것이 낫다.

이것은 에도 시대의 악법으로 이름높은 살생금지령(生類憐れみの令, ※역주: 도쿠가와 5대 쇼군 도쿠가와 츠나요시(徳川綱吉)가 포고한, 일반적인 동물 외에도 물고기, 조개, 심지어 벌레까지 죽이는 것을 금한 좀 황당한 법이라고 하는데, 당연하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았다고 한다)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도가 지나친 동물 애호법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살생금지령은 병자나 버려진 아이의 구제도 규정하고 있다.

6대째 이에노부(家宣, ※역주: 도쿠가와 이에노부(徳川家宣). 원문에는 家督이라고 되어 있는데, 오타로 보임)가 쇼군이 되었을 때 살생금지령은 폐지되었으나, 이 버려진 아이의 교육 제도는 남겼을 정도로 뛰어난 제도였다.


하지만 뛰어난 제도가 시행되어도, 고아들이 순순히 말을 들을 리도 없다.

대부분의 고아는 잡히지 않으려 도주, 어쩌다 잡혀서 고아원에 넣어져도 탈주를 반복한다, 는 완전히 숨바꼭질 상태였다.


"으―음, 오늘은 세 명 탈주. 개중 두 명은 금방 붙잡혔지만, 한 명은 절도……라. 힘으로 억누르면 괜히 더 악화될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자칫 도시 밖으로 나가게 하면 도당을 결성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쿄 치안유지 경라대로부터의 보고를 받은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며 책상에 엎드렸다.

명목상으로는 노부나가의 휘하이지만, 실제로 경라대의 행동 지침을 결정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시즈코였다.

2인 1조로의 순찰, 경비견의 도입, 순찰 루트의 제정 등, 그들에게는 처음 겪는 것들 뿐이었기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기술자 마을에서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도입에 관해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행히, 오늘까지 하루 이상 도망친 적은 없습니다만…… 금후에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젊은 병사가 시즈코에게 그렇게 진언했다. 그는 남방 경라대 2번대의 대장이다.

북방, 동방, 남방, 서방 각각을 담당하는 치안유지대, 사무, 경리 등의 뒷일을 담당하는 업무지원대, 그리고 다섯 대의 건강 문제를 책임지는 위생대.

쿄 치안유지 경라대는 크게 나누어 이 여섯 개의 부대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무로마치 막부의 쿄우시키(京職, 쿄의 치안 유지)는 있으나 마나한 것.

조정 주변의 치안 유지는 계통이 다르기에 기능하고 있었으나, 쇼군 주변, 나아가서는 쿄의 치안유지는 노부나가의 군사력과 재력이 있었기에 성립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치안유지 조직을 편성하여 노부나가의 부하인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에게 인수인계하는 것이 시즈코의 역할이다.


(뭐어 인수인계라고 해도, 내가 작성한 서류를 아케치 미츠히데의 부하에게 넘기고 끝이지만……)


시즈코는 때가 되면 오와리로 돌아가지만, 미츠히데를 포함하는 부하 몇 명은 쿄에 남는다.

금후, 쿄 치안유지 경라대가 효율좋게 움직일 수 있을지는, 실은 시즈코의 조직 편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것을 시즈코는 모른다.


"이거에 관해서는 평범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네. 고아를 솎아내기…… 같은 걸 했다간 오다 반대파에게 이용당할테니까"


고아가 도망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평범하게 계속 붙잡는 것 이외의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고아를 죽이면, 오다 반대파가 그 점을 이용해 올 가능성이 높다.


"경비견의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고 있지요?"


"그다지 순조롭지 않습니다. 수백 명의 부대라면 몰라도, 치안유지대는 4천 명을 넘는 규모라서…… 년 단위를 고려해 주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흠…… 그러네요. 여기서 서둘러 도입해서 실패하는 건 피하고 싶으니까요. 개의 훈련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해 주세요. 물론, 빨리 끝내는 게 제일 좋지만요"


치안유지대는 네 개의 대를 합하면 4천 명을 넘는다. 경비견을 도입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애초에 개의 브리더(breeder) 조차 없는 전국시대이다. 개를 모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다, 경비견으로서의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적다. 경비견의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정도겠지요. 보고, 연락, 상담을 잊지 말고, 이후에도 업무에 힘써 주세요"


더 들을 게 없어진 시즈코는, 각 대의 대장을 돌아보면서 종합적인 이야기를 한 후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그로부터 8월 12일까지, 그녀는 '쿄 치안유지 경라대'를 정리했다.

하지만 8월 13일, 시즈코는 노부나가에서 정식으로, 미츠히데에게 '쿄 치안유지 경라대'에 관한 권한 이양과 인수인계를 하도록 명령받았다.

그리고 8월 15일, 오랫동안 쿄에 체재하고 있었던 노부나가였지만, 이 이상 기후를 비워두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여, 귀국을 결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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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8 1568년 6월 중순



노부나가와 가신들에 의한 병참 회의는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군의 중핵을 이루는 중요 안건이었지만, 노부나가가 결정하여 상의하달(上意下達)로 끝내지 않고 가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부나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도입되었던 '오(伍, ※역주: 5명으로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의 대. 현대의 분대 같은 것)' 시스템을 채용하여, 잡병에서 정예병에 이르기까지 5명을 한 조로 하여 군사 행동의 최소 단위로 삼기로 했다. 이 시스템을 기본으로 가신들은 병참을 구상했다.


처음으로 의견을 낸 것은 타케나카 한베에다.

그는 자신도 활용하고 있는 보온병을 응용하여, '오'의 한 끼 식량을 넣을 수 있는 식량통을 제안했다.

먼저 말린 밥, 말린 야채, 닭고기 등의 말린 고기, 살균 작용이 있는 매실장아찌를 보온병에 넣는다.

이렇게 하면 조리할 때, 끓인 물을 식량통에 붓기만 하면 된다. 말하자면 현대의 인스턴트 식품에 가깝다.

말린 고기나 말린 야채는 완전히 건조시키면 상온에서도 3주일 가까이 보존이 가능하다. 말린 밥은 최고 20년은 간다고 한다.


또 병참을 유지하려면 군사물자 운반용의 도로 정비가 필요하다, 라는 의견을 낸 것은 모리 요시나리와 니와 나가히데였다.

그들은 시즈코가 정비한 머캐덤 포장을 채용하여, 그것을 사용하여 도로를 정비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정비가 잘 된 매커넘 포장 도로는, 비가 내려도 물이 잘 빠지고, 도로의 양쪽 도랑을 통해 물이 배출된다.

즉, 어느 정도 날씨에 영향받지 않고 군수품을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포장도로이기에 마바리의 속도도 올라가며, 게다가 우천에 의해 노면이 진창으로 변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에 수송대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고 등이 없어져 수송 비용의 대폭적인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도로가 정비된다면 마차가 나올 차례이다, 라는 것으로 수송용 병기로서 시즈코는 39식 치중차(三九式輜重車)를 제안했다.

무구, 식량 등의 물자를 말 한 마리로 끄는 목제의 짐마차로, 메이지(明治) 39년(※역주: 1906년)에 제식화된 이래로, 제 2차 세계대전 후에 일본군이 해체될 때까지 사용되었다.

본래의 적재량은 220kg이지만, 제 2차 세계대전 수준의 성능은 낼 수 없으리라. 그래도 말의 등에 실어 운반하는 것보다는 많이 운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물자를 운반하는 상자에 어떤 가공을 하여, 운반 도중에 적의를 가진 인물에 의한 독물의 혼입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구조는 단순하여, 우선 식량통을 넣는 전용의 상자를 만든다. 그 상자에 안쪽에서부터 열리는 부분에 종이를 붙인다. 그 상태에서 반대쪽으로부터 식량통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나무못을 박아서 바닥을 붙여 고정시킨다.

그렇게 하면 개봉한 순간 끼어 있던 종이가 찢어지기 때문에 개봉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안쪽에 붙어 있는 이상, 종이를 찢지 않고 다시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무못을 사용하였기에 못을 뽑을 수는 없고, 어설프게 수작을 부리려 해봤자 나무못은 간단히 부러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짐마차를 이용해서 운반하는 것에 대해 히데요시는 어떤 의문점을 제시했다. 그는 말을 계속해서 며칠이나 달리게 하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동 거리가 짧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히데요시는 하루 동안 말을 달려서 운반할 수 있는 거리마다 방위 시설에 해당하는 '역(駅)'을 설치하고, 거기서 하루마다 말을 교대시켜 달리게 하는 것을 제안했다. 소위 말하는 역마차 제도다.

그렇게 하면 운반할 수 있는 양과 이동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말의 사료를 짐수레에 싣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처음의 말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차례차례 짐을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어느 아이디어도 실현될 때까지는 최소 2년은 걸리지만, 운용하여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빠른 군사 행동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병참, 즉 노부나가의 병참관리 시스템은 평시에서의 응용 이용도 가능하다. 통상의 물류와 군수품의 물류를 한 손에 장악하면, 뭐가 어디로, 얼마만한 양이 흘러가고 운반되어 오는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것들을 쓰지 않고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건 평범하게 간자를 이용하여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이 이상은 됐다. 우선은 롯카쿠, 그리고 미요시 3인방을 박살내는 것만 생각하라. 아시카가 님을 쇼군으로 추대한 후, 이것들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


"옛!"


그 한 마디로 이번의 회의는 해산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피곤해진 시즈코는 어깨를 두들기며 방을 나섰다.

아직 10대 후반인데 벌써 아저씨같은 짓을 하는 시즈코에게, 등 뒤에서 시바타가 말을 걸었다.


"잠시 괜찮겠습니까, 시즈코 님"


"흐억!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시바타 님"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시바타, 그리고 삿사가 있었다. 양쪽 다 신속하고 용맹과감, 그리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사람들이다.

특히 삿사 나리마사 쪽이 지독하게 지는 것을 싫어하여, 노부나가도 '네 결점은 고집이 너무 센 점이다'라고 쓴소리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호로슈(母衣衆, ※역주: 호로(母衣)라는 것은 일본의 방어구의 일종으로, 돌이나 화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갑옷이나 투구 뒤에 비단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부착한 것이라 하는데, 이것이 다이묘 직속의 정예무사들의 상징처럼 되었다고 한다. 즉, 여기서 말하는 호로슈는 다이묘 직속 친위대의 일종이라고 보여진다)의 대장에 임명될 정도로 노부나가의 신뢰를 얻고 있기도 했다.


(이 두 사람,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무장들의 급선봉이었지……)


그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맞물려서인지, 아니면 자신들보다 여자 따위가 중용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오다 가문에 가신들 중에 시즈코가 있는 것을 싫어하고 있다.

반대로 적극적인 활용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타케나카 한베에, 니와 나가히데였다.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의 의견에 따르는 스타일이었기에, 한결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태도였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의 방해가 되겠지요. 시즈코 님이 쉬고 있는 곳에서 이야기해도 괜찮겠소?"


"네, 네에…… 저기,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문제없을까요"


"문제없소"


진중에서 시즈코가 머무르는 장소에는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어째서인지 나가요시가 머물고 있엇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있는 것 보다는, 이라는 노부나가 나름의 배려이리라. 매춘부로 착각되지 않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시바타와 삿사를 데리고 돌아가자, 생각대로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나가요시가 있었다. 시즈코에게도 예상 밖이었던 것은, 키묘마루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있었던 점이었다.

케이지는 처음에 시즈코와 시바타, 삿사를 쳐다보았지만, 드러누운 상태에서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그 대신 사이조가 허리를 곧게 펴고 일어나 세 명에 대해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나가요시와 키묘마루는 컴파운드 보우로 과녁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타케나카 한베에가 지켜보고 있었다.

상당히 혼돈스러운 광경이었다. 일단 나가요시와 키묘마루의 놀이를 그만두게 한 후, 시즈코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준비했다.


"그래서…… 이야기라는 것은 무엇인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키묘마루들을 보았다. 자리를 피할 생각이 없는 그들은, 각자의 장소에 앉아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아예 감출 생각도 없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바타 들의 대화를 들으려고 하고 있었다.

시바타와 삿사는 동시에 헛기침을 했지만, 입을 연 것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시바타였다.


"어설픈 탐색은 익숙하지 않으니, 솔직히 말하겠소. 나와 삿사 님이 그대를 무척 싫어하는 것은 그대도 알고 있겠지.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도리에 맞는 이야기까지 반발하진 않소. 우선 이것부터 이해해 주셨으면 하오"


"네"


"그럼 이야기 말인데, 내게는 병참의 장점이 전혀 이해되지 않소. 그것에 집착하는 그대의 생각도 노림수도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군. 확실히 말하자면 어쩐지 너무 기분이 나쁘오"


(기분이 나쁘다……? 아아…… 과연)


그 말에 간신히 시즈코는 그들이 자신을 매우 싫어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두려운 것이다. 시즈코가 언젠가 자신들을 대신하게 되어, 자신들의 존재가 완전히 부정되는 것이.

두 사람은 속마음을 감추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리라. 시즈코가 간단히 본심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우직함이 지나칠 정도로 솔직했다.


"먼저, 저는 병참에 집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병참을 결여, 또는 소홀이 하면 이길 수 있는 싸움도 패배하게 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병참 만으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병참은 현재의 기술과 경제를 베이스로 한 군대, 말하자면 국가의 축소판에 해당한다.

전술, 전략보다 상위의 가치관이 아니라, 그 둘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경제 규모에 맞지 않는 전쟁을 하면, 전술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어도 전략적으로 패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어째서, 병참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오. 집착이 없다면, 지금 이 시기에 말할 필요도 없지 않소"


"그건 뭐…… 영주님께서 흥미를 보이셨다고밖에는"


"아아……"


그 한 마디로 납득한 시바타와 삿사였다. 엄청난 설득력이네, 라고 말한 본인인 시즈코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할까. 나, 딱히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우연히 타케타 신겐의 이야기를 꺼냈다가 언니의 말을 떠올린 것 뿐이고……)


"제 나름대로 병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만"


팔짱을 끼고 끙끙거려봤지만 두 사람에게 병참의 유익함을 이해시킬 방법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묘안이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을 무렵,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타케나카 한베에가 입을 열었다.


"시즈코 님은 병참을 구축하는 것 자체에 흥미가 있으신 게 아니라, 병참이라는 개념을 아는 것으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곳이 보이게 된다, 고 말씀하고 싶은신 게 아닐까요"


"음…… 확실히 지금까지 식량 사정을 고려에 넣지는 않았지만……"


"영주님께서는 시즈코 님을 다방면에 등용하고 계신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영주님께서는 매사에 따라 보는 것의 위치를 바꾸고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계십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되어 보이게 되는 것, 보아야 할 것, 그리고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따라서 유익하다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시는 것이지요"


"과연. 영주님의 심모원려(深謀遠慮)는 그러한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나. 내 얕은 생각이 부끄러울 뿐이군. 소생이 학문이 짧아 그런 것이니 용서를 바라오"


"하―, 영주님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셨던 건가요"


"……어째서, 거기서 시즈코 님이 감탄하시는지는 대단히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소생도 이로서 납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삿사에게서 냉정한 지적을 받은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노부나가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님께서 종종 말씀하시는 '승복할 수 없다면 시즈코를 뛰어넘는 재주를 내게 보여라'라는 것은, 그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뒷부분부터 타케나카 한베에게 설득에 가까운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여 조용히 듣고 있던 시즈코였다.




한베에의 설득에 의해 일단 납득은 했지만, 그렇게 간단히 생각을 바꿀 수 없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의 생각은 역사(戰史)를 배우고, 실제 전장에서 적과 칼날을 맞부딪히며 길러진 것이다.

하루아침에 바뀌면 고생할 일이 없다. 하지만 그들도 무의미한 반말은 불화를 초래한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이제부터는 노골적으로 시즈코에게 반발하는 것은 삼가기로 했다.

물론, 반론해야 할 곳은 설령 노부나가가 찬동하더라도 반론하겠지만.


이래저래 꽤나 밀도높은 첫째날이었으나, 이틀째는 딱히 사건이나 사고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고, 이틀간 휴식을 취한 노부나가-도쿠가와 연합군은 아자이(浅井) 군과 합류한 후, 아이치 강(愛智川) 북쪽 기슭 부근까지 이동하여 포진했다.

포진한 후, 노부나가는 스스로 말을 몰아 직접 적정 시찰을 하고, 공격 목표를 칸온지(観音寺) 성, 미츠쿠리(箕作) 산성, 그리고 롯카쿠 진영의 최전선 기지인 와다(和田) 산성으로 정했다.

입지적으로 아이치 강의 반대쪽 기슭에 와다 산성, 그 후방에 롯카쿠 씨의 본거지인 칸온지 성, 동쪽에 지성(支城, ※역주: 본성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보조적 역할을 가지는 성, 요새, 진지 등)인 미츠쿠리 성이 있었다.

이 세 성을 선으로 이으면 삼각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간선(幹線)은 이 삼각형 안쪽을 지나고 있다.

거기까지 파악한 노부나가는 롯카쿠가 어떠한 책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롯카쿠의 방어 태세는 우선 와다 산성에 주력을 배치하여 이곳에 상락군을 못박아둔다. 그 동안 칸온지 성과 동쪽에 있는 지성인 미츠쿠리 성의 병력을 이용하여 상락군을 협공하는 작전에 나설 것이라 확신했다.

게다가 그는 남 오우미(南近江)의 지금까지의 전사(戦史)를 조사하여, 이 주변에 있는 영주들은 싸움에서 불리해지면 전장에서 도망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긍지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불리해지면 철수하여 권토중래를 바라며 자복(雌伏)한다는 것이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처세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놈들은 놓치면 성가시다. 싸구려 도발에 넘어오지 않고 철저하게 몸을 숨기니까. 그런 주제에, 마치 쥐새끼처럼 쫄래쫄래 움직이지. 롯카쿠는, 이 땅에서 완전히 씨를 말릴 필요가 있겠군)


방침이 정해진 노부나가는 호위들을 데리고 진지로 돌아갔다.

상락군의 대부분이 오다 군이라고 해도, 롯카쿠를 공격하려면 작전 회의를 열어야 한다.

4만이라는 대군을 움직이는 노부나가는 강한 발언권을 가지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상락군은 노부나가를 포함하는 연합군'이라는 입장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작전 회의는 자기 혼자 결정하지 않고 아자이, 도쿠가와와 의논하고, 전투에서는 위험한 장소에 먼저 들어간다.

그것을 말하고 반드시 지키는 것으로 동맹 상대를, 특히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목표다. 이것은 노부나가의 생각이 아니라, 노히메의 의견이 채용된 것이었다.


(하여튼, 뭐가 '아사쿠라 가문 당주는 주군께 요여(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 ※역주: 요여(神輿)는 제례 때 신위(神位)를 모시고 메는 가마)를 새치기당하여 심히 화가 난 듯 합니다. 따라서 할아버님 대부터 친한 사이이자 맹우(盟友)인 아자이 가문 영감님(ご隠居, ※역주: 자식이나 후계자에게 가문이나 사업을 물려주고 은퇴한 노인을 뜻한다)께는 절대 방심하지 마시길'이냐. 어이없군…… 하지만, 그 녀석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흘려들을 수 없는 것 뿐이다)


한 번도 접촉이 없는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와 노부나가가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 그것은 아시카가 요시아키가 원인이라고 한다.

그가 류우쇼지(立政寺)에서 노부나가와 회담한다는 것을, 2년이나 신세를 진 요시카게에게 알린 것은 출발 직전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요시카게는 세 번에 걸쳐 요시아키를 말리려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결국 요시아키를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러한 흐름이, 요시카게에게 노부나가에 대한 반발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비젠노카미(備前守, 아자이 나가마사의 통칭, ※역주: 우리 말로 하면 비젠(備前) 태수 정도로 이해하면 됨)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 지금 당장 사효노죠(左兵衛尉,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의 통칭, ※역주: 일본의 관직 중 하나)가 이래저래 움직일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으니. 우선은 요여를 쿄(京)로 옮기고, 그걸 처리한 후에 다음 일을 생각하자)


진지에 도착하자마자, 노부나가는 아사히 나가마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작전 회의 개최 요청을 보냈다.

수락하는 답변은 곧장 돌아왔다. 대답을 확인한 노부나가는, 숨돌릴 틈도 없이 곧이어 주요 부하들을 호출했다.


"그럼, 오늘은 밤까지 바빠지겠군"


노부나가는 제법 유쾌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가 적정 시찰을 하고 있을 때, 본진에 있던 시즈코는 따분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필요한 정보를 노부나가에게 모두 전달했기에, 그녀는 할 일이 없었다. 카이저와 쾨니히를 쓰다듬는 것도 지겨워졌다.

주위가 지금부터의 싸움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혼자 여유가 넘치는 태도의 시즈코였다.


"……너무 한가해. 잠깐 산책이라도 하고 오자"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즈코는 가지고 있던 도구로 목제의 파이어 피스톤(Fire Piston)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세 개를 만들고 지겨워진 그녀는, 산책을 나서려고 생각했다.

참고로 파이어 피스톤은 동남아시아의 원주민이 사용하던 발화 도구의 일종으로, 19세기에 로렌스 반 데르 포스트(Sir Laurens Jan van der Post)에 의해 유럽에 보고되었다.

단열 압축이라 불리는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디젤 엔진의 점화 방식과 같은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불씨를 불쏘시개로 옮기기까지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지만, 심플하고 휴대성이 좋으며, 발화석 같은 특수한 재료가 필요없고, 그리고 단시간에 불씨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전국 시대에는 오버 스펙인 발화 도구이지만, 시즈코에게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만든 정도의 인식이었다.


백팩에서 간단한 먹거리와 도구를 소형 백에 옮겨서 등에 멨다.

카이저와 쾨니히, 그리고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를 데리고 시즈코는 본진 주위를 산책하기로 했다.

주위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뭣보다, 이제 곧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되는데 관광유람 분위기를 내는 사람이 있으면 신경쓰이는 건 당연한 얘기였지만.


"으―음, 역시 자연이 많이 남아 있네. 이것저것 먹을 수 있는 게 잔뜩 있어"


여기저기 산에서 나는 먹거리들이 보였지만, 아무래도 주워모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이 눈 앞에 있는 상황에서는, 산에서 나는 먹거리들에 수작이 부려져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뭔가 시간 때울 만한 건 없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적당한 길을 걸었다.

20분 정도 걸었지만 역시 세상이 그렇게 편리하진 않아서, 단순한 산책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커브길을 지난 시즈코가 돌아갈까 하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카이저의 귀가 자신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이어서 쾨니히가 몸을 움직이며 전달했다. 두 마리의 행동을 보니 누군가 이쪽을 보고 있다, 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케이지나 사이조도 인기척을 느낀 듯, 기척이 나는 방향을 경계하고 있었다.


시즈코는 소매에서 포켓 화장거울을 꺼냈다.

화장도구류는 이미 못 쓰게 되었지만, 거울 같은 소품은 지금도 쓸 수 있다.

헌터 케이스(Hunter Case, ※역주: 일반적인 회중시계 형태를 말한다) 타입의 회중시계처럼 용두를 눌러 뚜껑을 열자, 안에는 직경 5.5cm의 원형 거울이 끼워져 있었다.

디자인은 그냥 심플할 뿐이지만, 기능성을 중시하는 시즈코가 쓰는 것이라 생각하면 위화감은 없었다.


손거울의 위치를 잘 조정해서 뒤쪽에 숨어 있는 인물을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금방 거울을 닫았다.

거울에 비친 것은 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한 번 감싸쥔 후, 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혼다(本多)님, 거기서 뭘 하고 계시나요"


순간, 가까이서 수풀의 잎이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렸다. 그것은 숨어서 시즈코를 살피고 있던 인물이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라는 확신을 주는 소리였다.


(어쩐지 카이저와 쾨니히가 반응하지 않더라. 적의가 아닌 단순한 시선이라면 얘네들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두 마리가 소리에만 반응한 이유가 납득이 간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무슨 신호라고 생각했는지, 덤불 저편에 숨어 있던 타다카츠가 뻘쭘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거 참 우연이군요, 시즈코 님!"


이 상황에서도 아직 뻔뻔하게 얼버무리려는 타다카츠에게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다.


"일단 진지로 돌아가죠"


타다카츠가 이 장소에 있었던 이유는 묻지 않기로 한 시즈코였다. 물었다간 괜히 더 피곤해질 듯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그는 단순히 시즈코를 찾고 있었던 것 뿐이며 딱히 깊은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직감만으로 찾아내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한 재능이지만.


어떻게든 시즈코와의 관계를 발전시켜보려고 획책한 타다카츠였지만, 카이저와 쾨니히 두 마리가 절묘한 컴비네이션으로 타다카츠를 계속 블로킹했다.

두 마리의 공방에 패한 타다카츠는, 결국 대단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자신의 진지로 돌아갔다.

뭣보다 헤어지기 직전에, 주먹밥과 훈제 무 절임을 나눠받는 것으로 기운을 되찾을 정도의 실의였지만.

갑작스레 기운이 난 탓인지, 그의 실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틀려져, 어째서인지 롯카쿠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변환되어 버렸다. 불합리한 분노를 받게 된 롯카쿠 병사들이 가엾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참고로, 그는 시즈코를 발견하기 전에 나가요시를 발견했다.

야스마사(康政) 왈, 두 사람의 대화는 대단히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라고 했으나, 내용을 모르는 시즈코는 나가요시가 자신을 약간 피하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해 그냥 고개를 갸우뚱하며 곤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노부나가, 이에야스, 그리고 나가마사의 상락군은 다음 날 전투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어느 군이 어떤 성을 공격할지를 정하고, 작전 회의가 끝나기 직전 무렵, 이에야스가 그제서야 떠올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다 님. 귀하의 명물 병사를 보고 싶은데,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명물 병사?"


무슨 소리냐는 듯한 태도의 노부나가에게, 이에야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괜한 겸손이시군요. 뭔가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짐승을 거느리고 있는 병사가 있다고 저희 군에서는 소문이 자자합니다만"


"그건 저도 들은 적이 있소. 형님,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도 구경하고 싶군요"


이에야스의 말에 나가마사가 자신도 생각난 듯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 내용에서 누구를 말하는 건지 이해한 노부나가는 잠시 생각했다.


(……확실히 박력이 있는데다 경외의 대상으로서 위엄이 있는 늑대를 데려오라고 했지만…… 쿄에 도착하기 전에 소문이 났나)


옛부터 일본에는 늑대 신앙이 있다.

예전에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의 산에 서식하고 있던 일본 늑대는, 농작물을 망치는 사슴이나 멧돼지를 잡아먹었다.

그 때문에 늑대는 신의 사자, 즉 신사(神使)로서 신앙의 대상이었다.

늑대가 사람을 습격하는 위험한 해수라는 생각은, 메이지 시대 이후에 서양에서 들어온 잘못된 생각이며, 일본은 그때까지 늑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의 교토(京都)시 후시미(伏見)구 후카쿠사오오카메다니(深草大亀谷)는, 옛날에는 산성(山城)의 나라인 오오카메다니(大亀谷)라고 불렸다.

이 산은 일본서기(日本書紀)에도 등장한다. 그것은 늑대끼리 싸우는 상황에서 중재에 들어간 사람이, 그 덕에 의해 입신출세하여 행복해지는 이야기이다.

킨키(近畿) 지방(※역주: 교토,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2부(府) 5현)에 있는 야부(養父) 신사(神社)는, 에도 시대부터 몇 안 되는 늑대 신사로 알려져 있었다.


즉 키나이(畿内)에서 늑대는 사람을 돕는 신의 사자이기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시즈코의 호위는 케이지와 사이조였지만, 그에 대해 종군에 관록을 붙게 하는 의미로 데려오라고 명령한 노부나가였으나, 예상밖으로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을 깨달았다.


"흠…… 뭐 좋겠지. 허나 녀석은 보통 괴상한 녀석이 아니니, 그건 우선 이해해 두도록"


"오다 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다니…… 조금 무섭군요"


말과는 달리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이에야스였다. 너구리 녀석, 이라고 노부나가는 마음 속으로 내뱉으며 작전 회의를 일찍 끝냈다.

그리고 이에야스와 나가마사를 데리고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호위니 뭐니 따라오기 때문에 상당한 인원수가 되어 버렸다.


"시즈코, 지금 괜찮……"


노부나가의 말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눈에 들어온 광경이 너무나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목적한 인물인 시즈코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카이저의 등에 머리를, 쾨니히의 등에 발을 올려놓고 자고 있었다.

본진에 있다고는 해도 적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무방비하게 코를 골고 있는 배짱에 노부나가는 머리가 아파졌다.

게다가 그녀의 근처에서 솔잔을 한 손에 들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케이지와 사이조. 한편 나가요시는 4미터나 될 듯한 긴 죽창를 사용하여, 실에 매달아놓은 영락전(永楽銭, ※역주: 중국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永楽帝) 때 주조되기 시작한 동전(엽전)으로, 일본에는 무로마치 시대 때 대량으로 수입되어 에도 시대 초기까지 유통되었다)의 구멍에 끼워넣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사전에 '상대는 엄청나게 이상한 녀석이다'라고 듣고 있던 이에야스와 나가마사도 이것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위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는 관자놀이 주변을 누르면서 자고 있는 시즈코에게 다가갔다.

어벙한 표정으로 자는 모습에 한 번 한숨을 쉰 후, 그는 시즈코의 볼을 힘껏 잡아당겼다.


"실로 멋진 침구에서 일찌감치 취침이라니 너는 참 팔자 한 번 좋구나"


"흐억! 여, 여우이(영주님)!? 아아어(아파여)―――!"


행복한 꿈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깨워진 시즈코는, 패닉을 일으키면서도 노부나가임을 깨달았다.


"됐으니까 그 얼빠진 얼굴을 빨리 조여라"


그 말만 하도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볼에서 손을 뗐다.




어지간히 아팠는지,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잡아당겼던 부분을 양손으로 문지르며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얼핏 보니, 높은 신분의 사람이 둘에 나머지가 호위라고 추측했다.

갑자기 사람이 늘어나자 카이저는 경계를 나타내는 낮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쾨니히는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주위의 상황을 바쁘게 살피고 있엇다.


(또 뭔가 안 좋은 예감이……)


참고로, 케이지 등 세 명은 어느 틈에 술잔이나 죽창을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하고 있었다.

태세전환이 빠르네라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도 자세를 바로하고 노부나가가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노부나가와 두 명의 남자가 의자에 앉았다.


"보면 볼수록 크군……"


"무섭군…… 저 하얀 털의 늑대, 머리는 사람만큼 좋은 걸까"


"검은 털 쪽은 지금도 목을 물어뜯어올 듯 하지 않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시즈코에게 그다지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확실히 카이저와 쾨니히는, 일본 늑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거구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함부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애초에 늑대는 경계심이 강하여, 사람 앞에 모습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적극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형 늑대가 다수 서식하는 캐나다에서, 늑대에게 공격받을 확률은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한다.

물론, 절대로 공격받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육아중의 늑대에게 부주의하게 접근하거나 고의로 무리에 위해를 가하려고 하거나 하면, 늑대에게 보복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저런 괴물이 곁에 있으면, 언제 자다가 공격받을 지 모르겠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저 여자가 부추길지도 모르지 않나"


순간적으로 혈압이 올라, 시즈코는 수근대는 자들에게 한 소리 하려고 했다.


"겁장이 놈들이 시끄럽게 재잘대지 마라"


하지만 그녀가 얼굴을 든 순간,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차가운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시즈코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왔던 말을 자기도 모르게 삼켰다.


"나는 가신을 구경거리로 만들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다. 들으라는 듯 험담하는 비겁한 놈들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게 말해봐라"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노부나가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오다 님의 말씀이 맞군요. 저희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했습니다. 이래서는 겁장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고요함이 지배하는 자리를 처음으로 깬 것은 의외로 노부나가의 옆에 있던 이에야스였다.

그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다 님, 시즈코 님. 제 가신들의 결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너희들, 이 이상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마라"


노부나가와 시즈코에게 고개를 숙인 후, 이에야스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부하들에게 박력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누가 험담을 했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이에야스는 솔직히 결례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형님, 저도 결례를 사과드립니다. 애초에 제가 꺼낸 이야기인데, 기분을 해치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한 템포 늦게 나가마사도 노부나가에게 머리를 숙였다. 여기서 시즈코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라……? 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난 거야……?"


나가마사는 노부나가에게 결례를 사과했다. 당연히 그는 시즈코의 이름을 모르기에,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처음부터 노부나가와 시즈코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뭐어 아자이 쪽은 영주님에게 사과한 것 뿐일까?)


가신에게까지 일부러 사과한 이에야스였지만, 시즈코는 그냥 이에야스가 꼼꼼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어디 기세를 돋을 겸, 신의 사자의 가호를 받아보도록 하죠"


이에야스는 말하자마자 일어나서 큰 걸음으로 카이저에게 걸어갔다. 가신들이 말릴 틈도 없이 이에야스는 시즈코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허리를 굽혀 시선을 시즈코에게 맞춘 후, 이에야스는 목소리를 낮춰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면화(綿花) 때도 그러했지만, 그대는 퍽 흥미롭소. 가능하면 오다 님이 없는 자리에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해보고 싶소"


"네……?"


처음부터 시즈코의 대답 따윈 고려하지 않았는지, 이에야스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카이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약간 겁내면서 카이저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 했으나, 카이저는 교묘하게 머리를 움직여 그 손을 피했다.


"실로 안타깝군요. 아무래도 신의 사자께서는 기분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오"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은 무리라고 이해한 이에야스는, 과장된 태도로 익살을 떨어 보였다.




※용어나 명칭에 대한 역주 내용의 기본적인 출처는 역자 본인이 알고 있던 내용 외에는 네이버 일한사전 및 구글, 일본 위키피디아입니다. 역주마다 일일이 출처를 기재하자니 본문의 가독성을 지나치게 해치는 것 같아 이렇게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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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7 1568년 6월 중순



노부나가가 요시아키와 류우쇼지에서 회견한 것이 같은 해 6월 23일.

더 거슬러올라가서 요시아키가 노부나가와 회견하기 위해 이치죠다니(一乗谷)를 출발한 것이 같은 해 6월 12일.

그것과 별 관계는 없지만 이에야스가 병사를 이끌고 기후(岐阜)에 도착한 것이 6월 25일.

그리고 에이로쿠(永禄) 11년(1568년) 6월 26일. 이 날, 노부나가의 본거지인 기후는 사람으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오오, 역시 압권이네"


당세구속(当世具足, ※역주: 일본 갑주의 일종)을 걸치고 있는 시즈코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평소에는 말을 이용하는 시즈코였지만, 군대의 행군이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료의 준비나 말을 보살피는 사람을 고용할 틈도 없었기에, 그녀는 도보로 행군하게 되었다.


지정된 장소를 찾아 시즈코는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남녀의 체형 차이는 갑주 정도로는 완전히 감출 수 없어, 자세히 보면 시즈코가 여자인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사들은 시즈코를 빤히 쳐다보며 호기심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금방 시선을 피했다.

그녀의 좌측에는 평범한 차림새를 한 사이조, 우측에는 카부키모노(傾奇者)의 차림새를 한 케이지, 그리고 뒤에는 카이저와 쾨니히 등 두 마리.

그들로부터 일제히 시선을 받으면, 잡병들은 얽히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이전에 시즈코의 차림새도, 잡병들이 볼 때는 이질적이었다.

그녀는 대형의 백팩을 메고 있었다.

가죽제였지만 수납구가 많아, 대나무 수통에서 식량, 정비용 도구류, 여행용품이나 사슴 해체용으로 쓰고 있는 나이프 등 다양한 것들을 세세하게 구별되어 넣을 수 있었다.

본래는 사슴 사냥에 쓰던 것이지만, 백팩의 범용성이 높아서 전장에서도 내용물에 따라서는 충분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모양새가 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가져온 컴파운드 보우, 그리고 이대(矢竹)로 만든 화살과 그것을 넣을 화살통이었다.


컴파운드 보우는 사슴 사냥용으로 쓰고 있는 만큼, 육지에서라면 높은 명중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시즈코는 사람을 쏴본 적은 없고, 지금까지의 사냥감은 모두 동물 뿐이었다.

높은 명중률을 자랑하며 위력은 낮지만 연사성이 높은 타입의 컴파운드 보우였지만, 화궁(和弓, 일본 활)을 능가하는 성능은 아니다.

그리고 정비에도 손이 많이 간다. 나쁘게 말하면 '어정쩡한 성능'의 활이다.

하지만 그러한 도구들을 모르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갑주 차림새에 백팩, 그리고 컴파운드 보우라는 모습은 대단히 괴이하게 보였다.


(컴파운드 보우는 조정해서 위력을 올렸지만…… 아마 60파운드 정도려나. 뭐, 활용할 상황 따윈 없지 없어. 어차피 이동중에 식량을 구하기 위한 도구가 될 뿐이야)


모양새만 나면 돼, 라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실제로는 카부키모노 수준으로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역주: 옛날 일본에서 말하는 카부키모노라는 사람들의 차림새는, 현대에서 말하는 (특히 일본의) 폭주족이나 헤비메탈이니 펑크 패션 등을 연상하면 대충 얼마나 이질적인 느낌일지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나가요시가 있는 곳에 도착하기 조금 전, 갑자기 케이지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쇼우조 녀석,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거 아니었던가"


노부나가가 상락할 때, 나가요시의 나이는 10세에서 11세.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13세인가 14세 정도에 성인식을 치렀지만, 그것은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와 형인 모리 요시타카(森可隆)가 사망하여, 정식으로 모리 가문의 당주가 되기 위해서다.

어째서 상락에 따라갈 허가가 떨어졌는가 하는 의문에 케이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쇼우조 군은 전에 있었던 씨름 대회의 포상으로, 이번의 상락에 종군할 수 있는 허가를 오다 님께 받았다고 하더군"


"과연, 그래서 어린애인데도 참가할 수 있었다는 건가…… 어이쿠, 도착한 건가"


케이지의 말에 두 사람은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늠름한 표정으로 말에 타고 있는 나가요시의 모습이 보였다.

근처에 모리 요시나리는 있었지만, 나가요시보다 약간 연상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형인 모리 요시타카는 이번에도 예외없이 오와리에 있는 모리 씨의 구 영지를 맡아 지키고 있었다.


"시즈코, 영주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시즈코의 신하, 마에다 케이지. 마찬가지로 영주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카니 사이조. 오다 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나가요시에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모리 요시나리에게 인사를 했다.


"음, 이야기는 들었소. 셋은 쇼우조와 행동을 함께 해 주시오"


"옛, 알겠습니다"


인사와 간단하 의논을 마친 세 명은 쇼우조 쪽으로 이동했다.

어린애면서도 상락의 싸움에 참가할 수 있었던 그였지만, 당연하게도 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건 아니고 기본적으로 후방에서 견학이다.

그래도 전투에 대한 대비는 게을리하지 않아, 십자창(十文字槍)을 들고 있었다. 유일하게 묘한 구석을 꼽자면, 그도 또한 컴파운드 보우를 장비하고 있는 점이리라.

하지만 시즈코의 컴파운드 보우와는 달리, 화궁의 화살도 쓸 수 있도록 사이즈가 변경되어 있었다.

대형화된 만큼 총 중량도 올라갔지만, 그것은 가죽제의 숄더 벨트로 커버했다.


"오, 시즈코인가. 이번의 상락에 참가하다니 놀라운데"


시즈코를 보고 나가요시는 어깨를 움츠리며 익살을 떨었다. 그 ㅈ신도 이례적인 참가지만, 시즈코와 달리 주위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당당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잘 부탁해. 근데 뭐, 쇼우조 군은 그렇다치고 나는 뒤에서 견학 확정이네"


"그런가? 네 활솜씨는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명중 숫자 승부에서는 지고 있으니까"


"그야 해수 구제 때문에 활동하고 있으니까"


시즈코가 사는 마을의 주위에는 사슴이 서식하고 있다. 니사쿠들의 활동에 의해 산의 환경이 개선되었다.

당연하지만 사슴들도 생활 범위가 넓어져, 결과적으로 뭉쳐 있던 무리가 분산되어 버렸다.

원래 니사쿠들의 구역이 생활권으로서 성립하지 않았던데다, 풍부한 먹이터가 밀집되어 있었기에 사슴들도 밀집되어 있었던 것 뿐이다.

산의 환경을 정비하여 복원하면, 자연스레 사슴들도 분산된다. 그리고 분산된 것 뿐이지 숫자는 줄지 않았다.

되려 먹이터가 늘어난 것에 따라, 몇 년 전보다 사슴의 숫자는 늘어났다.

가죽이나 고기가 손에 들어오니 니사쿠들에게는 기뻐할 일이지만, 농사일을 하는 시즈코들은 감당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니사쿠들에게 맡겨두었던 사슴의 사냥을, 시즈코들도 할 필요가 생겼다.

거기서 수행을 빙자하여 나가요시, 그리고 케이지나 사이조도 사냥을 돕게 하던 시즈코였다.


"얕보고 있었어, 사슴의 대증식을…… 삼림도 파괴당하니, 적절한 숫자로 조정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민둥산이 되겠어"


현대 일본에서도 사슴의 대증식에 의해 수목이 마구 먹히고 있다. 사슴의 식해(食害)는 보통이 아니라,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조차 말라버린다.

모처럼 산이 본래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게끔 정비한 환경이 사슴에 의해 모조리 파괴되어 간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숫자까지 줄이고, 항상 삼림이 파괴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빈번하게 사슴 사냥에 참가한 때문인지, 나가요시는 숙련된 사냥꾼과도 견줄 만한 실력이 되었다.

컴파운드 보우는 활 자체의 특성상 화살을 당긴 상태에서 조준을 하기 때문에 높은 명중 정밀도를 자랑한다.

한편 화궁은 숙련되는 데 시간을 필요로 하여, 단기간의 수련으로는 도저히 써먹을 수 없다.

유일한 문제점으로서 예비 활을 준비하지 못했기에, 갑자기 화궁으로 바꿔잡을 필요가 생길 경우에는 일단 표적에 명중하는 일은 없으리라.


장점만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컴파운드 보우는 명중 정밀도가 높을 뿐이고, 활에서 화승총으로의 세대교체의 과도기를 담당할 정도의 영향력은 없다.

나쁘게 말하면, 이미 활은 '어정쩡한 무기' 취급인 것이다. 아무리 컴파운드 보우가 단순한 발상이나 원리에 비해 고위력이라도, 화궁 만한 성능은 없다.


"뭐어, 나도 너도 나갈 차례는 없겠지. 예외는 케이지와 사이조 정도인가"


"뭐, 그렇겠지"


나가요시와 담소하고 있는데 전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말을 달리며 뭔가 말하고 있었다.

불운하게도 거리가 있었기에 절반은 들리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들려오는 말에서 전령의 내용을 추측했다.


"아무래도 상락의 행군이 시작된 모양이다. 꽤나 오래 얘기했는데, 뭐 여기는 중군이니까"


전국시대, 군은 전군(前軍), 중군(中軍), 후군(後軍)의 세 부대로 나누어 행군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군이 앞에 척후(斥候)를 내보내면서 전진하고, 중군이 좌우로 척후를 내보내면서 진군한다.


"전군의 외침이 가늘게 들려오는군. 영주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나…… 크윽, 나도 듣고 싶었어!"


전국시대에서 군단의 사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전투 전에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자군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적 측의 부당성을 소리높여 외치는 언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언쟁, 군단의 사기가 좌우될 정도로 중요한 싸움이지만, 때로는 상대의 역린을 건드려 전의를 고양시키는 경우나, 예상 외의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머리에 피가 솟구쳐 군사 기밀을 흘리는 혈기왕성한 자들도 있었기에, 군에 따라서는 언쟁을 벌이는 자는 사형에 처하는 군령을 내린 곳도 있다.


"으―음, 이 근처가 행군을 개시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겠네"


전군의 외침에 자극받은 병사들이 기염을 토하고 있는 가운데, 시즈코는 느긋하게 군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상락할 때 노부나가를 가로막는 것은 남(南) 오우미(近江)를 지배하는 롯카쿠 씨만 남았다.

1개월 전, 롯카쿠 씨와 7일간에 걸쳐 상락군에 가담하도록 설득했으나 설득은 결렬되었다.

이에 따라 노부나가는 롯카쿠 씨의 정벌을 결단했다. 그에 앞서 그는 어떤 책략을 꾸몄다.

오다 가문 신하인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를 오우미, 야마시로(山城)에 파견하여, 쿠니슈(国衆, ※역주: 지방 토호, 무사들) 및 막부(幕府) 호코슈(奉公衆, ※역주: 쇼군(将軍) 직속의 군사력)에 상락군의 편을 들도록 손을 썼다.

게다가 서가(庶家, ※역주: 방계), 즉 본가에서 분가한 계열의 롯카쿠 요시카타(六角義賢)가 남 오우미의 영주(守護)가 된 것을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롯카쿠 종가(惣領家)에 공작을 하여, 오우미의 쿠니슈를 상락군 편으로 끌어들였다.

이 책략에 의해 노부나가는 수많은 키나이 장수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반대로 롯카쿠를 약체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류우쇼지에서 요시아키에게 상락을 표명한 다음날, 노부나가는 오우미 타카미야(高宮)에 도착했다.

여기서 노부나가의 여동생인 오이치(お市)와 혼인하여 동맹 관계가 된 아자이(浅井)의 군세와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뭔가 문제가 발생했는지, 다음날인 28일에 노부나가와 이에야스와 합류할 계획으로 변경되었다.


"뭐어, 그게 아니라도 이틀은 인마를 쉬게 해야 하니…… 왜 그러냐, 시즈코. 배탈이라도 났냐?"


"……어째서 네가 여기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마주 앉아있는 키묘마루를, 시즈코는 어이없는 감정을 담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뭐, 아버지가 공부라고 하셔서 말이지. 실전보다 좋은 훈련은 없다, 라는 거겠지. 물론, 전투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그쪽은 아무래도 좋고, 어째서 남이 만든 밥을 당연한 듯이 먹고 있는 걸까? 라고 하고 싶거든?"


계절은 초여름에 접어들 무렵이었지만, 전국시대는 소빙하기(小氷期)였기에 현대와 달리 평균 기온이 낮아서 밤은 제법 쌀쌀하다.

뭔가 따뜻한 것을 먹자고 생각한 시즈코는 말린 밥을 사용해서 죽을 만들기로 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해서 속이 깊은 프라이팬으로 물을 끓이고, 말린 밥, 말린 고기, 말린 야채의 순서대로 넣고, 소금과 간장으로 맛을 내고, 마지막으로 살균작용을 강화하기 위해 매실장아찌를 넣는 것 뿐이다.

맛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행군중에는 식사를 충분하게 할 수 있기만 하면 감지덕지다.

전투식량인 죽을 완성시킨 후, 카이저와 쾨니히에게 식사를 주고 있는데 키묘마루가 나타난 것이다.


"뭐 거기는 너와 나 사이니까, 라는 걸로"


"……하아, 나중에 꼭 돌려줘. 아무래도 식량은 자기 몫밖에 없고, 갑작스러웠기에 예비는 얼마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말해서 마바리(小荷駄, ※역주: 중세 일본에서 말이나 작은 수레에 물자를 실어 운반하던 물자 또는 보급 부대)의 물자에서 받아오지"


"횡령은 하면 안 돼"


"무슨 소리냐, 정식으로 나눠받는 것 뿐이다…… 어이쿠"


스푼에서 죽이 넘칠 뻔 했기에 키묘마루는 급히 균형을 잡았다.

넘치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스푼에 담긴 죽을 입에 넣었다.


"그런데 네가 만든 간장, 이었던가. 아버지는 대단히 마음에 들어 하시더군.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선다고 하던데"


"내가 고안한 건 아니지만 말야. 뭐 영주님께서는 진한 맛이 취향이시니까, 간장이 취향과 일치한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전에 생선의 간장조림을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셔서, 요리사들에게 금일봉을 내렸을 정도니까"


"……그렇구나. 그런데 차마루 군, 아무리 본진이라고 해도 혼자서 돌아다니는 건 좋지 않은데―"


"아― 시끄러시끄러. 너까지 할아범처럼 잔소리하지 말라고. 기침병 때부터 오늘까지 공부, 훈련, 공부였단 말이다. 조금은 쉬게 해 줘"


"뭐 나중에 혼나는 건 차마루 군이니까 상관없지만…… 말야"


식사 후, 물이 담긴 나무통에 두 사람의 식기와 조리도구를 담궜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행군에 따라온 상인들에게 식사를 살 걸 그랬나, 라고 생각했지만 완성 후에 생각났기에 이미 늦었다.

카이저와 쾨니히는 시즈코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긴장이 풀려서 기분좋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도 귀는 키묘마루 쪽을 향하고 있었기에 최저한의 경계는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롯카쿠는 어째서 상락군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지?"


카이저나 쾨니히와 스킨십을 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키묘마루는 질문을 던졌다.


"아시카가 님은 예전에 롯카쿠 씨의 영토에 있었거든. 그런데 미요시 3인방에게 습격당했으니까 롯카쿠 씨는 아시카가 님이 자신들을 원망하고 있다, 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건 자기 몸조차 지키지 못하는 쇼군 가문의 현재 상황을 한탄해야 할 일이군"


"사람은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편이 편하니까. 뭐, 쇼군 가문은 한 세대 전의 제13대 쇼군(公方)께서 암살당했을 때부터 몰락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제와서 한탄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흠…… 상락도 아버지의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키묘마루는 식후의 감주(甘酒, 누룩으로 제조)를 마셨다.


"생강 즙이 들어 있어서 마시기 편하군. 그러고보니 감주(一夜酒)를 군의 상비품으로 삼도록 진언한 게 시즈코였던가. 대체 이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영양이라는 말이 있거든. 이건 사람이 몸의 기능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의 총칭이야. 이래저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뭐 단적으로 밥을 먹어서 취할 수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해 줘. 그리고, 이것들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어서, 그게 부족하면 사람의 몸은 기능 장해를 일으키게 돼"


"아버지의 식사가 바뀐 것은 그 때문인가. 나도 이래저래 쓴 소리를 들었어"


"뭐, 그건 몸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니까. 그리고, 쌀누룩으로 만든 감주는, 그 영양을 보급하는 데 효율이 좋아"


감주에는 비타민 B계열, 쌀에서 유래한 식이섬유나 아미노산 종류, 그리고 포도당으로 대표되는 다량의 당류를 포함하고 있다.

이것은 영양제의 링거로서 이용되는 유산 링거액 + 쌀에서 유래된 성분에 해당하는 구성으로, 감주는 '마시는 링거'라고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시는 링거'라고 불리는 것에 경구(経口) 보수액(補水液)이 있다. 이것은 물에 소량의 소금과 많은 설탕을 녹여서 만들 수 있다. (※역주: 스포츠 드링크를 말하는 듯)

단순이 물만을 마시는 것보다 수분이 흡수되기 쉽고, 게다가 에너지와 염분(전해질)을 재빨리 보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에 구연산 등의 중탄산 전구체를 첨가하면 흡수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아까 시즈코가 먹은 매실장아찌를 넣은 죽도, 일본식의 경구 보수액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감주, 경구 보수액 양쪽 다 우수한 음료이지만, 전국 시대에는 설탕이 귀중품이기 때문에 시즈코는 쌀누룩으로 만드는 감주를 추천한 것이다.


"배가 고파서 비틀거리는 병사와, 건강하고 의식이 또렷한 병사. 어느 쪽이 강하다고 생각해?"


"그건 뭐 후자겠지. 굶주린 잡병 따위, 아무리 노력해도 사기가 올라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


"그런 거야. 설령 1만의 병사라도, 영양실조 상태의 사람들로는 힘을 제대로 낼 수 없으니까"


병사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것 만으로도 군이 가지는 힘은 상당히 달라진다.

하지만 식량 사정의 개선은 그렇게 간단히 되지 않는다.

먼저 공급 과잉이 될 정도로 작물의 생산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전쟁에 의해 농업 인구가 감소해도 생산력이 필요 공급량을 밑돌지 않는 초 고효율형의 농업 시스템이 필수다. 인구 한 명 당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잉여 인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초 고효율형의 농업 경영을 생각하려면, 작부 면적, 수확량, 10아르 당 수확량과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해진다.

그 데이터를 통일된 포맷으로 기재하려면 등사판 인쇄기가 필요해진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한 작업이지만, 등사판 인쇄기는 금후에도 쓸모가 있기에, 시즈코는 기술자 마을에서 재현할 수 없을지 연구중이었다.


"(1893년 무렵에 토머스 에디슨이 원형을 만들었으니까, 등사판은 전국 시대에서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뭐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닌가) 그건 그렇고 행군이라는 건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네. 낭비를 없애도록 개선하면 편해질 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대체 어느 부분이 낭비라고 생각한 거냐?"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대의 문제는 병참이네"


"병참……? 마바리가 아닌 것이냐?"


마바리는 군대에 직접 부속되는 보급품의 운반 부대로, 후방에서 모든 지원을 하는 병참 부대와는 다른 것이다.


"전혀 다른 거야. 전선에 같이 따라오는 마바리대가 아니라, 병참은 군수품의 수송, 물자 보급, 연락망의 확보 등의 후방 지원을 말하는 거야"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지만, 이해하지 못했는지 키묘마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쟁의 명인이라고 불렸던 우에스기 켄신이나 타케다 신겐도, 마바리에 식량을 실어 끌고 적과 싸웠으며, 마바리의 식량이 다 떨어지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것이 전국 시대의 전쟁의 정석이며, 히데요시가 토우카이(東海) 가도 연변(街道筋)으로 쌀을 매점하여 호죠(北條, 北条를 옛 글자로 쓴 것)을 공격할 때까지 굳건한 상식이었다.


"뭐 후방 지원대를 만드는 건 보통의 군세를 만드는 것보다 번거롭고 손도 많이 가니까. 효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에―――――"


거기까지 말을 끝냈을 때, 시즈코의 어깨를 누군가가 가볍게 두드렸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키묘마루와, 그와 이야기하고 있던 시즈코는 동시에 그 인물에게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이해했을 때, 두 사람의 표정이 굳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나도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시즈코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까"


상락 군의 톱, 노부나가가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면서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다.




큰일이다, 라며 시즈코의 마음 속은 편치 않았다.

돌아온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카이저와 쾨니히에게 짐을 지키게 한 후, 노부나가에게 키묘마루와 함께 연행된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후, 노부나가는 준비한다고 말을 하고 방을 나갔다. 잠시 후, 그는 대형의 흑판과 주요 가신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마침 좋은 기회다. 이 녀석들도 참가시키겠다"


그건 그야말로 절대적인 명령이었다. 주요 가신들도, 시즈코도, 싫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삿사 나리마사(佐々成政) 등, 무투파 가신들은 불복하는 표정이었지만, 시즈코는 일부러 못 본체 했다.

그들이 노려봐도 시즈코에게는 방법이 없었으므로.

반대로 타케나카 한베에, 그의 동생인 시게노리(重矩), 니와는 흥미진진한 느낌이었다.


"그럼, 우선은 병참과 마바리의 차이점이군. 내게는 똑같이 들린다만, 그 차이를 설명해 보겠느냐"


"네, 네. 우선…… 마바리는 종군하는 보급품의 운반 부대입니다. 그에 대해 병참은 군의 전투 능력의 유지,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전략적으로는 전투 행위 이외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역할, 전술적으로는 전투 행동을 계속하여 유지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시즈코 님, 잠시 괜찮겠습니까"


타케나카 한베에가 손을 들며 질문했다. 당장 뭔가 의문이 떠오른 걸까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말을 잇게 했다.


"저도 그렇지만, 아마도 여기에 계신 분들 전원이, 전술, 전략이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거기부터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우선 전략이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말합니다. 그리고 전술이란, 전략에 의해 정해진 구상을 따라, 전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단기적인 방법을 말합니다. 이번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전략이란 '영주님께서 아시카가 님을 쇼군으로 추대하는 것'입니다. 전술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롯카쿠 씨를 정벌하는 것', '쿄(京)에 있는 미요시 3인방을 정벌하는 것' 등입니다"


어떤 규모부터 전략, 전술이라는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지만, 개념상으로는 구분되어 있다.

전략이란 전쟁 전채에서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지도하는 술책이며, 전술은 전장에서 실제로 승리하기 위한 전투부대를 지휘통제하는 술책이다.

이 두 가지의 명확한 구분 기준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양쪽 모두 목표 달성의 수단이라는 공통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물론, 고려해야 할 문제의 대소나 시야의 폭 등,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그 외에도 자잘한 사항들은 있습니다만, 혼재되기 쉽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 두 가지 만을 들겠습니다. 그리고, 싸움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이라 하면, 대략적으로 물과 식량 등의 생활 물자, 갑주나 칼, 창, 활과 화살 등의 병기, 우마(牛馬)의 사료 등이지요. 그리고 이것들을 수송하는 병사가 필요해집니다. 이것들을 묶어서 병참이라고 합니다"


무슨 영향을 받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많은 일본인들은 병참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인물이 윗자리에 앉았을 때, 원래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사람에 대해 '기합이 부족하다'라며 정신론을 꺼내며 죽게 놔두거나, 보급선을 위험한 레벨까지 늘리거나, 필요한 식량을 주지 않고 굶어죽게 하는 등의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한다.

실제로, 전국 시대에서 병참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뿐이라고 하기도 한다.

제 2차 세계 대전중의 대일본 제국군이 무모한 행군을 반복한 것도, 병참이라는 단어가 군의 교과서에 나올 뿐 제대로 기능시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즉, '병참의 능력을 충실하게 갖추는 쪽이 이긴다'라는 당연한 것을, 근대의 일본군이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증거이다.


"……마바리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들리는군요. 그것에 대해 어떠한 점이 문제인지 알고 싶습니다"


조용하게 손을 든 것은 니와였다.


"마바리에는 마바리의 장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마바리는 못 쓴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군의 행동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마바리에는 어떤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토우고쿠(東国, ※역주: 칸토(関東) 지방)의 우에스기, 타케다, 호죠를 이용하여 설명하겠습니다"


이 셋을 선택한 이유는, 마바리의 문제를 말하는 데 가장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바리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 이 셋의 싸움의 승패가 좀처럼 갈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이다.


"타케다 및 우에스기는, 호죠가 틀어박힌 오다와라(小田原) 성을 둘러싼 적은 있지만, 결국 대단한 전과를 내지 못하고 본국으로 철수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철수할 때 호죠로부터 추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호죠가 토우고쿠에서 가장 견고한 성인 오다와라 성에 틀어박혔다는 이유도 있습니다만, 마바리에 실은 식량을 다 먹어치웠다는 것도 이유입니다"


마바리가 가진 식량을 다 먹어치우면, 그 이상의 전투 행위는 하지 않고 본국으로 철수한다.

일본의 전투는 그게 정석이며, 식량의 준비가 충분한 성에서 견고한 수비에 전념하면 대부분 상대가 패한다.

포위한 쪽의 식량이 먼저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남북조 시대부터 전국 시대까지 끊임없이 전쟁 소동이 이어진 것이다.


"마바리는 기동성이 좋고, 상황에 따라 유연한 움직임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만, 운반 중인 물자가 다 떨어지면 군 행동이 종료된다, 는 결점이 있습니다"


이유를 더 들자면, 대부분의 경우 백성을 잡병이나 종군 인부로 고용하기 때문에, 농한기 외에는 전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농한기가 끝나면 잡병들은 농사일이 그리워지며, 군의 사기가 대폭 하락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참이라는 보급병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언제 싸움이 끝날 지 모르는 상황을"


상세한 묘사까지 상상할 수 있었는지, 무장들 중 몇 명이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 중에는 시바타도 있었지만, 시즈코는 그것을 못 본척 하기로 했다.


"계전(継戦) 능력이 있다, 라는 것은 그것만으로 위협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끝없는 공포를 상대에게 주게 됩니다"


"……과연, 겨우 맥락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조용히 시즈코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노부나가였으나, 갑자기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수년 전, 내가 너를 주웠을 때부터, 너는 일관되게 기술을 퍼뜨리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백성들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인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병참이라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었다니. 정말 대단한 계집이로다"


"…………………어, 아니, 저기요?"


뭔가 엄청난 착각에 의한 고평가라는 느낌이 든 시즈코는, 당황해서 부정하려고 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에 노부나가의 안에서는 시즈코의 평가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우선 농업을 개혁하여, 그에 의한 높은 생산력을 손에 넣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이 손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다음으로 그것을 세상에 퍼뜨려 국가의 생산력을 높인다. 타국에 알려지게 되겠지만,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참이라는 힘을 우리 군에 도입한다. 흠…… 부국을 이루어 강병을 만든다, 라는 것일까"


"과연. 확실히 행군을 받치는 생산력이 없다면, 병참이라는 생각도 망상이 되겠군요"


"그녀가 퍼뜨린 것들은 쌀, 소금, 콩, 그 외의 작물도 많이 있었지. 하나같이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물자이기에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은 무척 어렵지"


그와 함께 가신들로부터의 평가도 급등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미 뭘 말해도 늦었다,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완전히 체념했다.


(하, 하하…… 어쩌지……)


시즈코는 일관되게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 농업 기술을 퍼뜨리고, 견사나 삼실이나 목면의 생산에 착수하고, 기술자 마을을 만들어 연구, 개발을 했다.

의식주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사람은 간신히 여유가 생겨나고, 그 여유를 가지고 교육을 하면 나라는 번영한다.

옛부터 지식이란 좋건 나쁘건 권력자가 독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식이란 민중이 권력자에게 저항하기 위한 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전 국민에게 학문을 닦게 해야 한다. 그에 관련된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의 '학문의 권유(学問のすすめ)'이다.


제 1편의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는 문구에서, 학문의 권유는 인류 평등을 노래한 작품이라고 오해되기 쉽다. 그 때문인지 후쿠자와 유키치는 성인군자처럼 생각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학문의 권유'는 그 문장 이후에, '하지만 실제로 세상에는 현명한 사람과 우둔한 사람,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높은 신분의 사람과 낮은 신분의 사람이 있지. 그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것은 학문을 닦고 있는가 아닌가이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전 17편에 걸쳐 '어리석은 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공부해라', '권력자에게 탄압받고 싶지 않다면 공부해라', '외국에 침략받고 싶지 않다면 공부해라'라는 내용으로 학문을 닦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마키아벨리와 나폴레옹을 더해서 농축한 듯한 극단적인 매파 영감이다.

그리고 '학문의 권유'에 '아코우 로우시(赤穂浪士, ※역주: 일본의 유명한 연극인 충신장(忠臣蔵)에 등장하는 47명의 무사들로, 무사도의 교과서처럼 취급됨)?, 존황양이(尊皇攘夷, ※역주: 일왕을 받들고 서양 세력을 쫓아내자는 사상)? 바보 아냐?'라던가 '유학(儒学) 같은 걸 어디다 써'라던가 '학자 양반들은 옛날부터 변한 데가 없군요'라던가 하는 대단히 위험한 말을 태연하게 써제끼는 독설 영감이기도 하다.


"그럼, 즉시 검토로군"


"(병참 따윈 생각하지 않았어. 언니의 책을 읽었기에 알고 있는 것 뿐인데……) 네……"


이제 와서 그런 소리, 입이 찢어져도 할 수 없는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말에 넋이 나간 상태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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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예고  (3) 2018.02.02
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6 1568년 6월 상순



시즈코는 야채의 작부(作付, ※역주: 작물을 심음)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새롭게 입수한 씨앗이나 묘목을 고려해서, 재배의 계획을 다시 짜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4년 주기의 돌려짓기를 기본으로 하는 것은 변경하지 않는다. 변경하는 것은 재배할 작물에 한정시킨다.


하지만 이게 제일 골치아팠다.

작부 계획서는 작물의 밭갈이부터 수확까지 계산에 넣지 않으면, 수확과 그 뒤에 심는 작물의 밭갈이가 겹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실패하면 씨뿌리기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퍼즐 같은 조합은, 원래 일본인이 특기로 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시기에 관해서도, 달력이라는 공통의 역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씨앗을 심는 시기를 착각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아직 전래되지 않은 작물을 제외하고, 현재 상태에서 재배 가능한 작물의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나, 상성이 좋은, 또는 상성이 나쁜 작물의 조합의 자료를 작성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줬다.

즉, 백성들은 시즈코의 진두 지휘가 없어도, 스스로 작부 계획을 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사람들이 이주하여 생긴 남는 토지를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해 남은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 보았지만, 그들의 작부 계획에 대해서는 상담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무래도 50명이 쓰고 있던 논밭을 30명으로 분배했기에, 상당히 넓은 논밭을 가지게 되었다.

분배된 토지를 정비하자, 시즈코는 밭을 돌려짓기용의 밭을 세 개,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 작물을 키울 밭 하나로, 총 4개로 나누었다.


먼저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 작물로 간주되는 호박, 고구마, 당근, 소송채 등 네 종류를 재배하는 구역. 이것들은 토지를 회전시키지 않고 매년 같은 순서로 재배한다.

다음으로 돌려짓기 플랜 A였다. 이것은 콩을 키울 구역이기에 가장 넓은 밭을 포함한다. 그룹 A에 땅콩, 그룹 B에 옥수수와 콩, 그룹 C에 고구마, 그룹 D는 계란이다.

돌려짓기 플랜 B는 그룹 A의 전작(前作, ※역주: 같은 땅에 두 가지 이상의 작물을 재배할 경우, 먼저 재배하는 작물,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 후작(後作)이 배추. 그룹 B의 전작이 가지, 후작이 무. 그룹 C의 전작이 토마토, 후작이 시금치. 그룹 D는 계란이다.

마지막으로 돌려짓기 플랜 C는 그룹 A가 수박, 그룹 B가 오크라, 그룹 C가 감자, 그룹 D는 백화두(白花豆)이다.


하지만 논밭을 깔끔하게 다 쓰지는 못하여, 손바닥만한 토지가 몇 군데 남았다.

방치하는 것도 아까웠기에, 시즈코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영양소나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영양소가 포함된 수송나물(オカヒジキ)이라는 작물을 심었다.

이것은 벌레가 잘 달라붙지 않기에 농약이 필요없고, 조건만 맞으면 재배에 손이 가지 않는다. 몇 번이고 수확이 가능하여 소송채처럼 키우기 쉬운 작물이다.

비누의 재료인 소다회를 만들기 위해 수송나물이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비누를 만드는 것의 메리트가 별로 없다.

올리브 오일이 일용품으로 취급되는 서양과 달리, 일본은 유채 씨앗이나 깨 기름 등의 식물성 오일은 귀중품이다.

게다가 소다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의 장작이 사용되며, 부산물로 생성되는 화학물질에 의해 토양 오염이나 대기 오염 등의 환경 오염도 일어난다.

그러한 리스크들을 감안하고 비누를 만드느니, 무환자나무를 대량으로 심어 열매 껍질을 입수하는 편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전작과 후작을 하는 밭이 있는 한편, 단일 품종만을 심는 밭도 있는데, 이것은 휴경 등을 하기 위해서다.

항상 작물을 계속 키우게 되면 토지가 피폐해져 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휴경지로 만들어서 대지의 활력을 되찾게 해야 한다.


프렌치 마리골드, 월계수는 컴패니언 플랜츠이기 때문에, 벽돌용의 흙을 유용하여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사각형의 화분에 심었다. 시기를 봐서 야채가 재배되고 있는 구역에 둘 예정이다.


과일은 넓은 토지를 준비했지만, 중요한 묘목이 하나나 둘 밖에 없겄기에, 넓게 정지(整地)된 토지의 한 구석에 듬성듬성 묘목이 심어져 있는 모습은 정말 쓸쓸했다.

본래는 감이나 밤도 같이 재배할 예정이었지만, 감이나 밤나무에 작물의 해충이 몰려들 것을 생각하면, 밭 근처에서 재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식수(植樹, ※역주: 나무를 심는 것)는 단념했다.


백화충제국, 해바라기, 알로에벨라도 광대한 토지를 준비했다. 특히 백화충제국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유는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정리하고 있을 때, 백화충제국은 모기향의 재료로 쓰이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때, 시즈코는 신에게 감사하며 신앙심이 싹텄다. 하지만, 그건 들어올렸던 손에서 스마트폰이 미끄러지며 이마에 격돌했을 때 제로가 되었지만.


모기향은 제법이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발군이다. 현대에서도 전기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모기향은 모기장과 함께 의료 관계자가 중시하고 있다.

알로에벨라도 '의사가 필요없음'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가진다. 이 쪽도 양산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해바라기도 씨앗은 식품으로 보면 약간 기름기가 많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또 식물성 기름을 씨앗에서 채취할 수 있다.

유일하게 아무 메리트도 없는 섬게선인장이었지만, 이건 키우면 키울수록 대형화하므로, 관상용이라 생각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쌀 두 종류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역시 질병에 강해지도록 품종개량된 것이 큰 반면, 비료를 주는 것을 전제로 하는 품종이기도 하기에 토양 관리가 어려웠다.

근처에 지금까지 재배했던 벼의 모가 있었는데, 그것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힘이 느껴지는 벼로 보였다.

하지만 질병에 강한 벼라도, 백미(白米)로 만들면 영양을 잃어버리므로, 그걸 어떻게 개선할지가 문제였다.


시즈코는 바쁘지만 충실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약속대로, 긴급한 명령 이외에는 내리지 않았고, 한결같이 시즈코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속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에 반해 시즈코의 표정은 딱딱했다. 그것은 시즈코의 마을을 찾아오는 노부나가의 가신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노 공략과도 다른, 그러면서 미노 공략 때보다 강한 열기를 느낀 시즈코는, 가까운 장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이해했다.


(드디어 상락이 시작되는구나)


천하포무의 첫걸음, 교토로 상락하여 키나이(畿内)를 손에 넣는 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노부나가가 상락을 실행한다, 그 판단을 내린 근거는 직감 뿐만이 아니다.

먼저 시즈코가 올리는 다양한 상신(上申)에 대한 노부나가의 응답이 둔해져 있었다. 한 번이라면 우연이겠지만, 세 번이나 계속되면 필연이다.

또, 일주일에 한번 꼴로 편지를 주고받던 타다카츠의 편지가 격주(隔週)로 오게 되었다. 면화의 공동 재배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대리인을 보내는 상황이다.

결정적인 것은 노부나가의 이례적인 물자의 구입이었다. 물품도 다종다양하여, 쌀이나 소금 등 군수품에 포함되는 식량이나 목재, 숯, 가죽 등의 일용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군사행동에 필요한 모든 물자가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대대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알려지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노부나가가 군사 행동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을.

이후, 노부나가가 상락 때까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금의 그녀는 그쪽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시즈코, 빨리 굽거라"


노부나가나 가신들이 바빠져 가는 데 비례하여, 오다 가문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노히메, 그리고 그에 수반하여 오네와 마츠가 자주 마을을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잡담을 하러 온 것은 아니고,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히메는 시즈코가 대꼬챙이를 사용한 '꼬치구이'나 '닭꼬치' 등을 시험삼아 만들어보고 있는 것을 파악하여, 그녀들에게는 생소한 요리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가스 따위 존재하지 않는 전국시대, 당연히 전부 숯불구이가 된다. 이게 의외로 노력이 필요한데다 열기 때문에 체력을 소모한다.


"기, 기다리셨습니다. 허벅다리살, 네기마(ねぎま, ※역주: 닭고기와 대파를 넣어 만든 닭꼬치), 연골, 뱃살, 껍질입니다"


땀범벅이 되면서도 닭꼬치를 굽는 시즈코. 아야가 있으면 분업태세도 가능했겠지만, 그 아야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불려가서 이 자리에는 없다.

게다가 나가요시나 케이지나 사이조도 각각 호출받았다.

호위대나 측근만이 호출을 받았는데 어째서 그녀 본인만 방치된 건지 약간 납득이 가지 않았던 시즈코였다.

하지만 소리쳐봐야 상황이 바뀔 리도 없다. 닭꼬치나 꼬치구이를 굽는 것이 지금의 그녀가 할 일이었다.


"오오, 기다렸노라…… 으음, 맛있구나"


"이 즙이 정말 맛있다. 매콤달콤하니 맛있구나, 시즈코"


"남자들은 독 검사니 뭐니 해서 식어빠진 밥밖에 못 먹으니까, 이런 뜨끈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건 우리들의 특권이지"


뜨거운 닭꼬치를 먹는 데 열중하는 세 사람. 영주나 무장들은 독 검사 등의 관계로, 대부분 식어빠진 밥밖에 먹지 못한다.

그에 반해 정실, 측실은 독살당할 가능성이 무장들보다는 낮다. 애초에 독살당해도 다음 여자를, 이라는 식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실이 한 명 뿐이라고 엄밀하게 규정된 것은 에도 시대의 무가제법도(武家諸法度) 이후의 일이다. 헤이안 시대의 쿠쿄우(公卿), 히데요시의 챠챠(茶々/淀殿(요도도노))나 쿄고쿠 타츠코(京極竜子/松の丸殿(마츠노마루도노)) 등, 동시대의 자료에서는  그녀들이 정실로 취급되었던 것이 확인되었다.

물론, 독살당할 가능성은 제로가 될 수는 없다. 때로는 칼싸움으로까지 번지는 후계자 다툼은, 어느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기에.


"호홋, 독의 걱정따윈 하지 않노라 시즈코. 만약 네가 독을 탔다고 해도, 그건 내게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을 뿐이니라"


"아, 아뇨, 그런 독을 타는 짓 따위"


"사람의 변절은 예상사라 하지만, 적어도 너는 근본적으로 바보라서 권모술수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는 않겠지"


"바, 바보라뇨"


심한 평가라며 시즈코는 볼을 부풀리며 항의했다. 하지만 시즈코의 반응에 노히메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띠었다.


"잘 생각해 보거라 시즈코. 너는 지금까지 얼마만한 쌀이나 콩을 주군께 헌상했느냐?

그리고 최근에는 초석이나 소금을 주군께 헌상했다지 않느냐. 너의 지금까지의 소산을 고려해보면, 이런 시골의 촌장을 계속하는 쪽이 이상한 일이니라"


"노히메 님의 말씀대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다의 피를 잇는 사람의 정실이 되어, 평생 편하게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는 시골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닭꼬치를 굽고 있지 않느냐"


"그렇지. 뭐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는 게 시즈코의 매력이기도 하다만"


혹평을 당했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칭찬받게 되어 시즈코는 등이 간지러워졌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다른 의도가 없는 칭찬은 거북한 그녀였다.


"아니, 저는 그냥 타인의 기술을 퍼뜨리고 있는 것 뿐이고……!"


양손을 내저으며 수줍어하는 시즈코는 별 거 아니라는 듯 행동했다.


"타인의 기술을 퍼뜨리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

세상에 퍼져 있는 기술 같은 건, 거슬러 올라가면 누군가 한 명이 생각해낸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저는 무슨무슨 류(流)이오, 소생은 이러이러 류이오, 하고 마치 자기 것처럼 이야기하지"


"그, 그건 자기 안에서 기술을 승화시켜, 새로운 길을……"


"그렇다면 시즈코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네가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 얼마만한 노력을 필요로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너는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하여, 지금까지 주군의 이런저런 명령을 받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그건 확실히 시즈코의 안에 기술이 뿌리내렸기 때문이 아니냐?"


"윽……"


시즈코는 말이 막혔다. 그녀는 지금까지 노부나가로부터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나 대성공을 거두었건, 어차피 자신은 수백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끊임없이 노력해 온 사람들의 기술을 훔치고 있는 것 뿐, 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그래서 자신은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칭찬을 받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히메는 시즈코의 갈등 따위 무의미하다고 말하듯이 잘라버렸다.


"만약, 네가 타인의 기술에만 의지하는 상황이 싫다고 한다면, 무언가 한 가지, 무엇이든 좋으니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보거라"


"자신만의…… 것"


"그렇다. 네가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것을 말이다. 하지만 기억해두거라, 시즈코. 노력한 사람 모두가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모두 '힘들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이니라"


"……"


노히메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조용한 공간에, 젓가락 받침대에 젓가락을 올려놓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어떤 길을 걸을지는 시즈코의 자유이니라. 노력이 헛되게 되는 것이 싫다, 고 포기하고 지금의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 노력해서 자신이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붙잡는 것도 좋다. 그걸 붙잡기 전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도 좋다. 모두 네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걷는 것이다. 아, 옆에서 헛소리를 하는 것들이 있어도 무시해 버리거라. 자신이 걷는 길에 대한 책임은 자신 이외에는 질 수 없는 것이니"


"네, 네! 감사, 합니다!"


마음의 답답함이 조금 덜어진 듯한 느낌이 든 시즈코였다. 지금부터 무엇을 선택하여 걸을지 그녀 자신에겐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앞길에 고난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해서 걷는 것을 멈추는 건 그만두자,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호홋,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노히메 님의 설법…… 제가 대상이 아님에도 마음 속에 스며듭니다"


갑자기 마츠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오다 님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다. 미노의 일로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길래, 뺨을 후려쳐서 기합을 넣어준 것 뿐이니라"


(그건 그거대로…… 뭐랄까 굉장한 거 같은데?)


용케 노부나가의 분노를 사지 않았네, 라고 시즈코는 솔직히 감탄했다.


"그 때는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고민할 정도라면 가서 부딪혀라. 뭐어 하기도 전부터 포기하고 후회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다음에 후회해라, 라는 것이지. 간단히 말하면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쓸 바에야, 미노를 제압할 책략을 생각하는 데 시간을 써라, 라는 게다"


"저기, 노히메 님은 사이토(斉藤) 가문 분이시죠? 미노를 제압해버려라, 라는 건 이래저래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아버님은 오라버니에게 배신당해 전사하셨다. 오라버니는 아버님을 배신한 주제에, 맥없이 병으로 쓰러졌지. 그 시점에서 나는 미노에 대한 마음을 잃었느니라. 본 적도 없는 오라버니의 아이에게 정은 생기지 않고, 이야기를 듣자 하니 상당히 무능하다고 하더구나. 그렇다면 주군께서 아무 것도 남기지 말고 멸망시켜 주시는 편이 좋지 않느냐?"


(용서없네……)


노부나가에 대해 '사이토 가문의 당주는 무능하니 멸망시켜 버려라'고 딱 잘라 말하는 노히메에게 진심으로 경탄했다.


전국시대, 공수동맹(攻守同盟)을 맺어도 맹약이 지켜진다는 보증은 없다.

그래서 관계 강화를 위해 정략결혼이 이루어졌다. 이에 의해 혈족이 되는 것으로 관계 강화의 담보로 삼았다.

하지만 정략결혼으로 시집간 여성에게는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로 간주되는 임무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친정이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꾀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노부나가가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의 배신에 의해 카네가사키(金ヶ崎)에서 궁지에 빠졌을 때, 한 발 빨리 아자이 나가마사의 배신을 알린 것이 오이치 쪽이었다고 전해진다.

시집간 아자이 가문에서 보면 괘씸한 배신 행위지만, 노부나가가 볼 때는 훌륭한 행동이다. 이것도 오이치 쪽이 남편인 아자이 나가마사보다 자신의 친정인 오다 가문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있기에, 남편이 아내의 친정과 험악한 관계가 되면, 아내는 남편의 허가 없이 행동하지 못하는 등의 제약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정으로 돌려보내지게 된다.


노히메의 입장이라면, 오다 가문의 내정을 살피는 스파이 행위, 경우에 따라서는 노부나가가 방심했을 때 노부나가를 해칠 것이 요구되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언동은 정반대로, 사이토 가문을 깨끗하게 멸망시켜버리는 행동이다. 사이토 가문에 미래가 없으니까라고 말해도, 육친의 정을 버리고 합리성이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순수하게 대단한 일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럽게 생각하고 있구나, 시즈코. 하지만 이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라를 빼앗는 것은 둘 중 하나이니라.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하듯이 달래던가, 아니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멸망시키던가. 우연히 미노 공략 때에 주군께서 취한 행동이, 깨끗하게 멸망시켜버리는 쪽이었던 것 뿐이니라"


그녀의 말에서는 사이토 가문을 멸망시킨 노부나가에 대한 증오, 사이토 가문이 멸망한 데 대한 슬픔, 그 어느 쪽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즈코의 마을에서 노히메가 느긋하게 닭꼬치를 음미하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는 류우쇼지(立政寺)에서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와 회견하고 있었다.

이 때, 그는 요시아키에게 돈 1천관, 검, 갑주, 말 등을 선물하고 융숭하게 대접했다.


"홋홋홋, 오다(織田) 단죠노죠(弾正忠) 공. 그대의 충성을 나는 기쁘게 생각하노라"


요시아키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실은 노부나가가 요시아키를 지지하며 상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 한 번, 에이로쿠(永禄) 8년에 노부나가 상락의 계획이 세워졌다.

그 때, 북 오우미(北近江)를 지배하는 아자이와는 동맹 관계가 없어 적인지 아군인지 불명, 미노를 지배하는 사이토와는 전쟁 상태였다.

요시아키는 그들 각각에게, 강화 또는 동맹 관계를 맺어 협력할 것, 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당연하지만 어떤 영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아시카가 요시히데(足利義栄)를 떠받드는 미요시(三好) 3인방(三人衆)이, 롯카쿠 씨에게 계속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상락시키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었다.

만약 롯카쿠와 아자이, 또는 롯카쿠와 사이토가 결탁하면, 그것만으로 노부나가는 독 안에 든 쥐 상태가 된다. 일족의 파멸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 노부나가가 아니라도 머뭇거리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결국, 전략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상락 따위 불가능한 꿈, 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하여 이 이야기를 없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쇼군(将軍) 가문인 아시카가 가문의 명령은 따르는 것이 당연, 이라는 인식의 요시아키는 이것에 대해 대단히 화를 냈다.

결국, 오다 가문의 중신인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는 에이로쿠 9년 8월 28일자로, 야마토(大和, ※역주: 현대의 나라(奈良)현)의 야규 무네요시(柳生宗厳)에게 "오우미의 정세가 불온하기에 노부나가의 상락은 연기한다"고 전했다.

상락을 연기한 그 해, 노부나가는 키소 강(木曽川)을 건너 미노를 공격해 들어갔지만 사이토 측에게 대패를 당해 버렸다.

요시아키가 노부나가를 "전대미문의 추태, 그야말로 천하의 웃음거리구나"라고 비웃으며 깎아내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상락은 언제쯤을 예정하고 있는고?

나를 비호하던 아자이 가문은 말뿐으로, 나를 몇 년이나 방치해 두었으니 말이다. 나도 조금 걱정이 되느니라"


"심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흘 후에는 쿄(京)로 진군을 개시할 것입니다"


비굴한 표정으로 노부나가를 보는 요시아키에게, 그는 태연한 태도로 대답했다.


"사, 사흘!?"


"예, 사흘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쿄에 있는 미요시 놈들을 몰아낸 후, 쇼군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때까지 잠시동안 이곳에서 편히 쉬고 계십시오"


그건 예측이나 추측이 아니라, 확정된 미래를 말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것에 듬직함을 느낀 요시아키였지만, 그와 함께 노부나가를 회견하고 있던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는 내심 경악하고 있었다.


(듣던 것보다 더한 행동력. 보통, 상락 같은 대규모 군사 행동은 년 단위로 준비하는 법. 그것이 겨우 사흘…… 이 남자, 처음부터 상락을 계산에 넣고 있었다는 건가)


호소카와는 요시아키와 노부나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요시아키는 명백하게 노부나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있었다.

당연하다. 그의 마음 속에서 최대의 희망의 빛은 노부나가가 아니라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요시아키는 켄신에게 편지를 잔뜩 보냈다.

자신을 추대하여 상락하도록 몇 번이나 손을 쓰고, 또 그를 적대하는 자는 우에스기와 동맹을 맺도록 공작을 폈다.

하지만 켄신에게는 상락 같은 대규모 군사행동을 일으킬 여력은 없었기에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요시아키는 계속 편지를 썼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요시아키를 추대하여 상락할 것을 결정한 후에도 켄신에 대해 편지를 계속 쓴 것을 볼 때, 얼마나 요시아키가 켄신에게 기대하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본래는 롯카쿠 요시하루(六角義弼) 공을 설득하여 쿄까지의 길을 확보하는 것이 도리이겠지요. 하지만, 그 쪽은 쇼군 가문의 사자의 설득에도 응하지 않았기에, 강행 돌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으윽, 그 놈이! 내가 사무라이도코로 쇼시다이(侍所所司代, ※역주: 현대의 검찰, 경찰을 합친 기관의 차관 정도의 지위로 보임)의 지위를 약속했건만!"


분개하는 요시아키였으나 노부나가, 그리고 호소카와는 롯카쿠가 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과거에 미요시 3인방과 결탁하여 요시아키를 죽이려고 했었다.

이제와서 요시아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만약 그런 짓을 하면, 이번에는 미요시 3인방에게 공격당할 것이 확실하다.


"상관없다! 그런 놈 따위 멸망시켜 버리거라!"


"안심하십시오. 쇼군(公方)께 적대하는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모두 정의의 철퇴를 내리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정이대장군(쇼군)이 아닌 요시아키였지만, 노부나가는 일부러 그를 그렇게 불렀다.


"음! 그대에게는 기대하고 있노라!?"


쇼군 나으리(神輿)께서는 머리가 나쁘시기 때문에.




"흠흠흠흐~음"


노부나가와 요시아키와의 회담 다음 날, 시즈코에게도 노부나가 상락의 소식은 전해졌다.

그걸 들은 시즈코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훗훗후, 옛부터 무사는 길흉을 따지는 법. 예외없이 쇼우조 군도 케이지 씨도 사이조 씨도 다들 없어졌네)


전국시대, 여성은 부정(不淨)하다는 생각이 상식이었다. 백성들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무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따라서 출진 3일 전부터 여자와의 성행위는 금지, 생선이나 고기를 먹는 것도 금지. 또, 임신중인 여자가 군복(軍衣)에 손대는 것도 금지였다.

며칠 후에 출진을 앞두고 잇는데 태연하게 시즈코를 부른다거나, 케이지 처럼 신경도 쓰지 않거나, 사이조처럼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물은 드물었다.

그런 그들도 상락이라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에는 아무래도 길흉을 따지고 싶어졌으리라.


(즉! 지금부터 당분간, 나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농사일을 할 수 있어!

쇼우조 군도 씨름 대회의 포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락에 따라갈 수 있는 모양이니―. 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밭을 일굴 수 있다니 너무 멋져―!)


한 번 출진하면 1개월 가까이 소식이 없어지는 건 당연하고, 불러들이려 해도 본래 시즈코의 경호를 담당할 5백명의 병사는 상락의 영향으로 아직 배치되어 있지 않다.

지금은 6월이니 최소한 7월 중순까지는 방치될 것이 틀림없다. 상락 후에도 이래저래 바쁠테니, 그걸 생각하면 9월 정도까지는 평화로울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카이저, 쾨니히, 거기 도구 집어줘―"


요 몇달 동안 상대해주지 못했던 카이저들에게 시즈코는 명령을 내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카이저와 쾨니히는 도구를 물고 시즈코에게 달려갔다.


"오―, 그래그래, 잘했어 잘했어"


시즈코는 도구를 가져온 두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밭이기에 약간 조심스레 꼬리를 흔드는 두 마리.

그렇다고는 해도 두 마리만 편애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에게 명령을 내리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시즈코였다.


"루츠, 이 밧줄을 물고…… 그래그래…… 좋아. 이제 됐어―. 아, 리터랑 아델하이트, 나무통을 이쪽으로 가져와 줘. 바르티는…… 비트만이랑 놀고 있…네"


이것저것 손발처럼 움직여주는 비트만들은, 밭일을 할때 든든한 파트너다.

평소에도 믿음직하지만, 특히 밭일이라면 오른팔이라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논에서 작업할 때는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한 번, 말렸는데 카이저가 논에 들어와서, 진흙에 발이 빠져 움직이 못하게 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밭일은 도움받고 있지만 논에서 일할 때는 가까이서 대기하게 하고 있었다.


"으―음, 오늘은 이 정도면 되려나―. 분무기의 시제품이 완성될 것 같다고 했는데, 나중에 상황을 보러 갈까"


분무기의 동작 원리는 단순하다.

스트로를 두 개 준비하여, 구별하기 쉽도록 한쪽을 검게 칠한다.

액체를 비이커 등의 용기에 넣고, 거기에 색칠하지 않은 스트로를 세로로 세운다.

다음으로 검은 스트로를 색칠하지 않은 스트로의 머리 부분에 대고 옆에서 숨을 불어넣는다.

이 때, 숨의 분출구가 세워놓은 스트로의 머리 부분에 어느 정도 가려지게 하면, 스트로 본체에 충돌한 숨이 막혀 기류의 박리가 발생한다.

이것에 의헤 세워놓은 스트로 머리부분 부근의 압력이 낮아져, 비이커 안의 액체를 빨아올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스트로 같은 건 없었기에 대용품을 써서 실험하며 분무기의 원리를 장인들에게 전달했다.


(뭐, 아무래도 그걸 보여준 후에, 이렇게 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니까 만들어라, 라는 건 가혹했나……?)


하지만 완성되면 목초액(木酢液)이나 죽초액(竹酢液)을 잎에 뿌리는 것이 편해진다. 어떻게해서든 쓸만한 것을 만들어줬으면 했는데, 의외로 싱겁게 완성된 모양이다.

약간 장인들을 얕보고 있었다고 시즈코는 반성했고, 선반이 완성되면 그들에게 축하 선물을 해줄 예정이다.


"아, 그러고보니 마늘이나 고추의 씨앗은 아직이려나. 고추는 그렇다치고, 마늘은 이미 재배되고 있을 텐데 말야"


분무기가 필요한 건 죽초액 등을 뿌리기 위해서지만, 또 하나가 식재료 등을 사용한 자연 농약을 뿌리기 위해서다.

무농약은 몸에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마늘을 갈아만든 즙을 사용한 것도 농약이다.

목초액이나 죽초액이나 파즙 등도 농약이 될 수 있다. 몸에 좋다고 인기를 끄는 삼백초도, 밀가루와 쌀겨와 함께 반죽하면, 방충 효과가 높은 삼백초 경단이라는 농약으로 쓰인다.

농약은 외부에만 쓰는 것이 아니다. 작물이나 과실에는 곰팡이나 병충해의 피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면역에 해당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소위 말하는 '생체방어 단백질(감염특이적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물질이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가끔 알러지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꽤나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 생체방어 단백질은,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당할 때마다 늘어난다. 거꾸로 농약을 써서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막을수록, 이 생체방어 단백질은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농약은 위험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사람에게 독성을 나타내는 농약이 쓰이지 않았는가를 신경쓰는 편이 좋다.


농작물이 안정 공급을 생각하면 농약이라는 약제는 필수다.

다만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화학 농약이라 불리는 것은 구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작물이 갖는 능력을 이용하여 만드는 자연 농약이라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자연 농약 중에 부족한 게 있어. 가장 많이 쓰이는 자연 농약은 목초액, 식초, 소주를 섞으면 되지만, 중요한 소주가 없어. 이것에 고추랑 마늘을 섞어서 강화할 필요도 있어. 으―음, 증류기가 완성되었다고는 해도, 소주가 만들어지는 건 내년이고…… 고추는 씨앗이 손에 들어올지 수상하고, 마늘도 미묘하려나……)


소주에 담근 고추액, 마늘액, 재거름(草木灰), 그리고 목초액, 쌀식초, 소주, 마늘, 고추를 섞어 담근 것 등이 있다.

간편하고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재거름이다. 이것을 잎 표면에 살포하여 병해충 전반에 대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작물의 병해로서 유명한 흰가루병(ウドンコ病), 모자이크병, 부패병에 대해서는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이미 진딧물이나 달팽이가 갉아먹은 작물에 대해서도 직접 살포하면 해충을 격퇴할 수 있는데다, 잎 표면에 붙은 재거름은 표면의 수분과 결함하여 알칼리성의 막을 형성한다.

이것에 의해 잎이 단단해져 병원균이나 해충이 잘 달라붙지 않게 된다. 물에 녹으면 알칼리성을 띠지만, 비 등에 의해 뿌리 쪽으로 씻겨나가도 토양 표면의 산성을 중화하여 식물이 흡수하기 쉬운 칼륨 성분의 영양이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농약이 없는' 상태와 비교해서 효과가 있는 것 뿐으로, 결코 과신해서는 안 된다.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 간주해야 한다.


"일단 재거름을 생산해서 밭 전체에 뿌려야지. 지금 제일 입수하기 편하고 효과가 높은 게 그거 정도니까"


재료라도 모아둘까, 하고 생각했을 때 저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쌀 문제도 있어 마을 사람들과 밭의 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시즈코에게 용무가 있는 인물 외엔 이쪽으로 오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그 인물을 보았다.


"뭐야, 아야 짱이구나"


항상 쿨 페이스인 아야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야호―, 아야 짱. 일은 끝났어?"


"네, 전부 문제없이 끝났습니다"


여전히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는 애네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웃으면 예쁜데, 라고도 생각했다.

그 때문인지 시즈코는 아야를 히죽히죽 소름끼치는 웃음을 띠고 보고 있었다. 아야가 약간 뒤로 물러난 것은 비밀이다.


"수고했어. 자자…… 이걸로 한동안 느긋하게 지낼 수 있으려나"


"안타깝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시즈코 님께 갑주가 배달되었습니다"


"………………………………………………뭐? 미안, 내가 잘못 들었나. 내 앞으로 갑주가 배달되었다니, 말도 안 돼"


손을 휘휘 저으며 아야의 말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런 시즈코에게, 아야는 평소의 쿨 페이스로 지옥으로 밀어떨어뜨리는 말을 꺼냈다.


"……유감이지만 꿈도 환상도 아닌 현실입니다"


"Hi! 잠깐 기다려보자. Why? 갑주? 대체 뭣 때문에 나한테 배달된 건데? 그 부분을 자세히!"


너무 황당한 일에 착란을 일으켜서 이상한 말투로 말하는 시즈코였지만, 그녀가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냉정해지는 아야였다.

아야 자신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노부나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즈코를 전장에 데려가지 않았다.

사람이 부족해서 철포대(鉄砲隊, ※역주: 라이플 부대)나 장창(長槍) 부대에 여자가 들어가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의 상락은 병사의 숫자가 오다 군 만으로 대략 4만.

동맹인 도쿠가와나 아자이를 더하여 총 7만의 군세가 된다고 한다. 즉, 병사가 부족해서 여자를 데려간다, 라는 조건은 맞지 않는다.


"그 건에 대해 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영주님의 편지를 받아왔으니, 거기에 쓰여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뭔가 엄청나게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노부나가의 편지에 좋은 기억이 없는 시즈코는 표정이 흐려졌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하지 않으면 노부나가가 어째서 자신에게 갑주를 보냈는지 알 수 없다.

아야에게서 편지를 받아들고 그것에 시선을 옮겼다. 필요없는 부분은 건너뛰고, 해당하는 부분만 지긋이 읽었다.


"……응, 역시 안 좋은 일이었어"


편지의 내용은 단적으로 말하면 "여자가 군중에 있는 건 길하지 않다, 라는 미신 따위 부숴버리겠다"였다.


전국시대, 여성이 전장에 나가는 것은 드물다. 여성은 집을 지키기 위해, 라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분리되어서 여자는 싸움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농성전에서 밥을 짓는 것은 여자의 일이고, 성주를 도망치게 할 때 시간벌이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는 약하다는 의식은 에도 시대 이후의 것으로, 거꾸로 전국시대의 여자는 늠름했다.

혼다 타다카츠가 남긴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내가 젊었을 때의 싸움은, 사람이 부족해서 여자도 전장에 끌려나왔었지. 남자 중에는 피냄새를 맡기만 해도 쓰러지는 녀석도 있었는데, 여자는 피에 익숙해서인지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리고 배짱도 좋았지. 공격받았을 때, 가장 먼저 돌격한 건 여자였지. 정말 여자는 씩씩해"


하지만 히데요시가 전장에 정실, 측실을 데려와도 OK, 라는 허가를 내릴 때까지 전장에 여자를 데려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NG였다.

그 이유가 '재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노부나가에게 의미 없는 미신이므로, 그렇지 않다고 증명하기 위해 시즈코를 데려가는 것이리라.


(끌려가는 쪽은 배겨낼 재간이 없지만 말야……)


아야는 편지라고 했지만, 시즈코에게 보내진 편지의 마지막에 '천하포무'의 도장(朱印)이 찍혀 있었다.

즉 도장이 찍힌 공문서 '주인장(朱印状)'이다. 기업에 비유하면 사령장(辞令)에 해당한다.


"……뭐 ……알았어. 그런데 갑주가 배달되었다는 건, 이제 곧 전쟁에 가는 거지? 대체 언제야?"


시즈코의 물음에 아야는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모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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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예고  (3)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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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5 1568년 4월 중순



5백 명의 병사와 그에 따른 가족들이 이주한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면 그것만으로 마을 하나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새 마을 확장 계획은 부득이한 연기에 연기을 거듭하게 되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노부나가의 상락(上洛)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하여, 병사를 한 명이라도 많이 모을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노부나가는 미노를 지배하에 두고, 도쿠가와와는 키요스(清洲) 동맹, 아자이(浅井)는 오이치(お市, ※역주: 노부나가의 여동생)를 시집보내 동맹을 맺는 등, 착실하게 교토에 대한 포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남 오우미(南近江)를 지배하는 롯카쿠 씨(六角氏)만이 노부나가에 대항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도 일체 고개를 세로젓지 않는 롯카쿠에게 분노를 느끼면서, 그는 이세(伊勢) 국 북부(北伊勢)를 판도에 더하려고 침공을 계속했다.

미노 때와는 달리, 높은 숙련도를 자랑하는 크로스보우 부대와 팰랭스(※역주: phalanx) 부대에 의해, 이세 국 북부의 침공은 노부나가의 상상 이상의 스피드로 진행되고 있었다.

전장에 있는 무장들은 막연하게 깨달았다. '개인'의 싸움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집단'의 싸움이 지금부터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집단'의 싸움이 주류가 되더라도, '개인'을 이끌어 '집단'으로 만드는 '장수'가 필요하게 되는 것까지는 깨닫지 못했다.


그런 오다 군 내부의 변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시즈코의 마을은, 오늘도 나가요시의 교육과 농사일로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가요시는 훈련의 나날 속에서, 부드러운 모래로 된 2백 미터의 레인을 20회 정도 달리거나, 모래를 통에 넣어 백 미터 앞의 포인트에 모래언덕을 만들거나, 야산을 갑주 차림으로 뛰어다니거나, 사이토 도산(斎藤道三)도 했던 것처럼, 일문전(一文銭)의 중심에 있는 네모난 구멍에 대나무로 된 장대 끝에 매단 굵은 바늘을 찔러넣거나 하고 있었다.

신체를 단련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어는 히라가나(平仮名), 카타카나(片仮名), JIS 1급 수준의 한자(2965자)를 읽고 쓰는 것을 배우고, 수학은 기본적인 사칙연산이나 암산 등이었다.

슬슬 전지의 열화가 보이기 시작하는 스마트폰에 있는, '72시간만에 다시 배우는 의무교육' 시리즈를 옮겨적었지만, 다른 시리즈도 가까운 시일 내에 옮겨적으려고 생각한 시즈코였다.


도중까지는 그걸로 문제없었으나, 어떤 문제를 깨달은 시즈코는 나가요시를 같은 집에 살게 했다.

문제라는 것은 식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영양의 문제였다. 전국시대는 물론,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항상 영양실조 상태였다.

나가요시도 예외는 아니라 먹고 있는 것들의 밸런스가 나빴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의 총량이 낮았다.

이래서는 '비상시의 괴력'을 낼 수 없다. 그걸 걱정한 시즈코는, 나가요시의 식사를 바꾸려고 생각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나가요시가 닭에 대해 딱히 혐오감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식사를 아침점심저녁의 3식으로 변경하고, 발아현미밥에 켄친 장국(けんちん汁), 닭가슴살에 겨된장절임 등의 절임을 조합한, 국 하나에 반찬 셋을 기본으로 했다.

운동량이 많은 나가요시에 맞췄기에 단백질이 많고, 칼로리도 그런대로 높은 메뉴가 되었다.

그게 신기했는지, 언젠가부터 케이지와 사이조와 아야도 끼어들어, 시즈코를 포함한 다섯 명은 일본에서도 톱 레벨의 건강체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일본 최강의 건강체는, 이에야스가 아니라 실은 노부나가였다. 이것은 노부나가가 40대 무렵부터 고혈압에 시달렸던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가, 영양학에 대한 책에서 입수 불가능한 식재료를 제외하고 정리한 서류를 건넨 것이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서류에 있는 체크 항목의 결과가 자신의 증상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가벼운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노부나가는 시험삼아 해본다는 기분으로 식생활을 바꾸어 보았다.

처음 1개월은 효과가 없었으나, 2개월에서 3개월 무렵부터 두통이 사라지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꼈던 권태감이나 가끔 느꼈던 구토감도 사라졌다.

정확하게 영양학을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음식의 섭취에 의해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그는 체감적으로 이해했다.

애초에 묘한 데서 철저한 노부나가는, 라디오 체조나 스트레칭 등도 도입하여, 지금은 현대인조차 능가할 정도로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가요시의 몸은 동물성 단백질에 의한 순발력과, 옛부터 일본에서 먹던 식사에 의한 지구력 양 쪽이 갖춰졌다.

그런 그에게 훈련의 성과를 보일 장소가 제공되었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주최한 씨름(角力) 대회였다.




노부나가가 주최하는 씨름 대회는 금년에도 어김없이 개최되었지만, 금년은 조금 양상이 달랐다.

그것은 영지 내의 무가에 소속된, 성인식(元服)을 치르기 전의 남자아이들만 치르는 대회도 같이 개최된 것이다. 현대에서 말하는 어린이 씨름대회 같은 것이었다.

나가요시는 10세였기에 당연히 성인식을 치르지 않았다. 무가의 남자아이에 성인식 전이라는 두 조건을 그는 문제없이 클리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멋대로 참가했다 혼나고 싶진 않았기에, 나가요시는 슬쩍 시즈코에게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시즈코는 딱히 문제삼지 않고 참가를 승인했고, 모리 요시나리도 시즈코가 인정했다 하면 문제없다며 승낙했다. 그리하여 그는 어린이 씨름대회에 참가할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그 날을 위해 특훈을 한다, 라는 기특한 짓은 하지 않는다. 평소대로 생활하고, 평소대로 훈련할 뿐이었다.


대회 전날, 시즈코에게 '씨름 대회의 분위기를 띄우러 오도록'이라고 노부나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나가여시만 참가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에게, 그야말로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그리고 대회 당일, 만약을 위해 아야에게 만들게 한 도시락을 한 손에 들고, 시즈코는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대회에 참가하는 나가요시를 데리고 대회 장소로 향했다.

도착하자 이미 참가자들과 그 일행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참가자를 무가의 아이로 한정한 만큼, 표정이 늠름한 아이들 뿐이었다.

도중에서 참가자인 나가요시와 헤어지고 구경할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손짓해 부르는 것이 시야 한 구석에 들어왔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그곳에는 나가요시의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가 있었다.


"모리 님, 안녕하십니까"


시즈코가 머리를 숙여 인사하자, 뒤에 시립하고 있던 케이지와 사이조도 그에 따라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시오, 시즈코 님. 그대들의 자리는 이쪽에 준비해 두었소"


모리 요시나리도 마찬가지로 가볍게 인사했다.


"죄, 죄송합니다. 모리 님을 번거롭게 해드려서"


"핫핫핫, 신경쓸 것 없소. 오늘, 우리들은 씨름의 당사자가 아니라, 속편한 구경꾼의 입장이니. 조금은 걷지 않으면 몸이 둔해져서 못쓰는 법이지요"


황망해한 시즈코였지만, 정작 모리 요시나리 본인은 지극히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쪽이오"


그런 말과 함께 안내된 장소는, 특등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였다.

전국 스모 대회(大相撲)의 단체석 같네, 라고 자기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가 가리킨 장소에 나란히 앉았다.

제일 앞자리라는 부분이 신경쓰였지만, 이제와서 불평해도 소용없다.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에게는 별도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던 모양으로, 두 사람은 그쪽으로 안내되었다.


"빨리 시작하지 않으려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을 예감한 시즈코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사반각 정도 지나 어린이 씨름대회는 시작되었다.

역시 어린아이들만이 출전하기 때문인지, 씨름대회라고는 해도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초등학교의 대운동회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판정인(見極め人, 진행과 심판을 맡는 사람)은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였다. 당시에는 씨름에 판정인 같은 건 없어서, 미묘한 승부가 될 경우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런 일로 진행이 정체되는 것을 싫어한 노부나가가 판정인을 둔 것이 교지(行司, ※역주: 스모의 심판)의 시초라고 한다.

참고로 씨름판(土俵)의 원형이 생긴 것은 에도 시대 이후로, 그 때까지는 구경꾼이 원을 만들고 그 안에서 씨름을 했다.

씨름꾼(力士)과 구경꾼의 경계선이 애매했기 때문인지, 승부를 방해하는 구경꾼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경꾼끼리, 또는 구경꾼과 씨름꾼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 것들을 없애기 위해, 노부나가는 링처럼 네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것들을 밧줄로 둘러싸, 그 안에서 씨름을 하도록 했다.

말하자면 현대의 씨름판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노부나가 나름대로의 합리적이고 특수한 룰은 있는 씨름대회였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노부나가의 눈에 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호기였다.

소성으로 임명되면 영달의 길이 열린다. 필연적으로 어린아이들은 의욕이 상승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씨름대회는 일종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시즈코 님, 다음이 쇼우조의 차례이오만…… 자신있으십니까?)"


살기가 번득이는 싸름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모리 요시나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부모로서는 자식의 역량이 어느 쯤인지 알고 싶으리라. 시즈코는 잠깐 생각하고,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음―…… 쇼우조 군에게 이길 수 있는 아이를 찾는 쪽이 힘들겠죠)"


"(그건……)"


그 말의 뜻을 물으려고 햇던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그 전에 나가요시의 차례가 돌아왔기에 거기서 대화를 중단했다.

승부의 결과에서 나가요시의 역량을 재려고 생각한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그 생각은 예상외의 결말을 맞이했다.


나가요시와, 어디의 누군지 모르는 아이의 씨름은 순식간에 끝났다.

승자는 나가요시였지만, 그 승부 내용이 다른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나가요시는 상대의 샅바를 붙잡고 용쓰거나 하지 않고, 손바닥치기(張り手) 한 방으로 상대를 KO시켜 버렸던 것이다.

겉보기에는 전체적으로 단단한 체구를 하고 있는 나가요시지만, 허리나 등 근육 등의 근력과 뼈의 밀도가 높은 나가요시의 손바닥치기는, 그것만으로도 필살의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대전자에게 다행이었던 점은, 아픔을 느끼기 전에 기절했던 것이리라.


"(뭐 저런 느낌입니다. 꽤나 혹독한 훈련 같은 걸 시켰으니, 보통 아이라면 상대하는 것은 어렵겠죠?)"


시즈코의 예상대로, 어린이 씨름대회에서 나가요시는 무쌍 상태였다. 연상이던 연하던, 자신보다 체구가 큰 사람이던,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사람이던, 한꺼번에 휩쓸어버렸다.

어떤 때는 손바닥치기 한 방으로, 또 어떤 때는 샅바를 붙잡고 메다꽂았다. 전국시대의 씨름은 다소 거친 행위도 허용되었기에, 나가요시는 상대의 목덜미를 붙잡고 억지로 메다꽂기도 했다.


도중에 나가요시의 대전자가 시합 후에 트라우마에 걸리거나, 싸우기 전부터 항복하거나 하게 되어, '도전해 온 상대하고만 싸운다'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재미없군"


한가해져버린 나가요시가 누가 좀 덤비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해서 도발적인 말을 중얼거렸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어린이 씨름대회는 나가요시가 간단히 우승했다.

도중부터는 대전자가 없어져서, 나가요시에 대해 도전하는 상대와 매칭한다는 특수 룰로 변경되었지만, 누구 하나 나가요시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대회는 성인식을 치르기 전의 남자아이들만이라는 규정이 있기에, 어른이 도전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부모가 부추기거나 했지만, 아이들은 자신과 나가요시의 역량을 싫을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망설였고, 결국 도전자가 끊겼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나, 육모와 밭갈이가 시작된 5월 상순,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마을에 시찰을 왔다.

시찰하는 마을은 항상 가던 온천이나 논밭이 있는 마을이 아니라, 그녀가 거느리고 있는 기술자 집단 쪽이었다.

가동한 후 몇 달이 지났는데 이제와서 시찰하러 온 것은 타케나카 한베에의 행동과 관계가 있다.


그는 시즈코가 만든 대나무제의 보온병이 궁금해져, 시즈코에게 자신과 남동생용으로 두 개를 제조 의뢰했다.

이 보온병은 대나무의 마디를 이용해, 바닥 부분에는 마디를 남기고 윗부분은 마디 직전에 절단한다.

게다가 위쪽 가장자리를 뚜껑에 맞춰 대나무를 깎아 직경을 조정하고, 나선형의 홈을 파 두었다.

뚜껑은 대나무 통보다 한층 큰 마디가 달린 대나무를 돌려빼는 뚜껑으로 가공한 것을 맞춘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용법에 당황했지만, 1주일이 지나자 두 명 다 보온병을 대단히 마음에 들어했다.

표주박은 물을 넣는 것이 고생스러운데다 파손되기 쉽다. 그에 비해 보온병은 뚜껑을 돌려 열고 직접 물에 담그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위생면에서도 세척이 가능한 대나무제 보온병 쪽이 뛰어나다. 뭣보다 목이 마를 때,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점이 최대의 메리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마음에 들어했다고 해도, 대나무제 보온병은 장식이 없는 심플한 구조였다.

그래서 그들은 멋대로 장식을 달거나 문자를 새겨넣는 등, 취향껏 장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하면 주위는 흥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돌고돌아 노부나가의 귀에 들어간다는 셈이다.

지금까지 일용품이라고 들었기에 시찰을 하지 않았던 그였으나, 대나무제 보온병 같은 편리한 소도구를 만들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먼저 작은 것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것들은 목공 장인들이 만든 소도구입니다"


시즈코의 말대로, 테이블 위에는 비좁을 정도로 조리용 소도구들이 늘어놓아져 있었다.

주걱, 볶음주걱, 뒤집개, 버터 나이프, 다양한 사이즈의 국자, 무를 가는 강판, 집게, 샐러드 서버, 쌀씻기봉(米とぎ棒), 사사라(ササラ, ※역주: 대 끝을 잘게 쪼개어 묶은 또는 잘게 쪼갠 대를 다발지은 도구(밥통 따위를 씻는 데 씀,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 머들러(muddler), 차조리(茶こし), 김밥말이, 대꼬챙이, 스푼, 포크, 스푼/포크 홀더, 젓가락, 요리용 긴 젓가락, 젓가락 받침, 젓가락통, 대발, 대바구니.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통이나 찬합, 대나무살로 만든 부채, 목제 식기, 대나무제 식기, 대나무제 걸상, 타케나카 한베에에게 준 대나무제 보온병.

약간 목제 도구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항균작용이 있는 대나무제였다. 외관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일상적으로 쓰는 데는 문제없다.


"흐음…… 전체적으로 대나무를 쓰고 있군. 어째서 대나무를 많이 쓴 것이냐"


"대나무는 균일한 굵기와, 목질(木質)이면서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삼나무나 노송나무는 20년이 지나도 목재로서 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대나무는 겨우 4년에서 5년만에 목재로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나무 세공으로 문제가 없다면, 굳이 목공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렇구나"


대나무 세공이나 대나무 공예에 쓰는 대나무는, 벌채 후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그늘에서 건조시켜 수분을 빼고, 불에 쬐어 기름기를 뺀 후, 마지막으로 1개월 정도 천일건조시키면 처리가 완료된다.

목재도 건조시켜서 안의 수분을 빼거나 하는 것은 다르지 않지만, 대나무와 나무는 딱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운반 루트다. 대나무는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에 청죽(青竹, 벌채 직후의 대나무)이라도 적은 인원수로 운반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목재는 벌채한 후에 모양을 다듬고, 강에 띄워서 일단 상류에서 모은 후, 똇목을 짜서 목재를 지정한 장소까지 강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도착한 후에도 처리는 계속된다. 먼저 수분을 풍부하게 머금은 목재를 건조시키고, 그 후에 원하는 판으로 가공할 필요가 있었다.

목재는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인원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재보다 저비용이고 단기간에 준비가 갖춰지는 대나무에 시즈코가 눈을 돌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목공 장인들은 대나무 세공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소형의 일용품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인들이 숙련도를 높이게 되면, 대바구니나 의자 같은 대형의 일용품 제작에 착수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림(※역주: 대나무숲)은"


"참죽, 담죽은 이미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이웃나라인 명나라에서 맹종죽이라는 종류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쪽은 상인으로부터의 입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시 빈틈없구나"


"감사합니다. 목공 장인들이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는 도자기 장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데리고 목공 장인들의 마을에서 도자기 장인들의 마을로 이동했다.

각 마을은 포장된 주간(主幹) 도로로 직선으로 이어져 있어, 구불구불한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좋은 길이구나"


"머캐덤(macadam) 포장이라는 방법으로 길을 포장했습니다. 장래에는 말로 끄는 수레라는 탈것으로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완성을 기대하고 있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도자기 장인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가마, 6단식의 계단식 가마와 3단식의 계단식 가마 두 개가 있다.

보통은 6단식으로 한번에 구워내며, 뭔가 실험이나 검증을 할 때에 3단식을 이용한다.


"과연, 돌가마를 만든 것은 이게 목적이냐"


"혜안에 감복했사옵니다. 작년, 내화 벽돌을 만들었습니다만, 갑자기 계단식 가마 같은 대형 설비를 건조하는 것은 조금 불안했기에, 우선 돌가마로 실험을 했습니다"


내화 벽돌을 제조해도 내구 실험이나 내화 실험을 한 건 아니다. 갑자기 계단식 가마로 한번에 가는 것보다, 돌가마로 성능 체크를 하면 실패했을 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런 생각도 있어서 시즈코는 돌가마를 만들어서 내화 실험이나 내구 실험을 했다. 때때로, 노히메가 돌가마의 요리를 요구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규칙성이 없는 실험을 할 수 있었으므로, 노히메에게는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랐다.


"돌가마에서 생긴 문제점을 검증하여, 최종적으로 이 계단식 가마를 건조했습니다. 이걸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만, 이 마을에는 또 하나의 이점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했었는지, 시즈코가 눈짓을 하자 즉시 나무 상자를 든 남자들이 나타났다.

남자들에게서 나무 상자를 받아들더니, 시즈코는 그 뚜껑을 열고 안쪽을 노부나가에게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도기(陶器) 이외에 자기(磁器)도 구울 수 있습니다"


나무 상자 안에는 짚으로 둘러싸인 직경 20cm 정도의 큰 그릇이 들어 있었다. 구리나 철, 잿물(呉須) 등으로 그려진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정중앙에는 '천하포무(天下布武)'라는 문자가 힘있게 그려져 있었다.


"……자기라. 과연, 큐지로를 써서 돌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들었다만, 이것 때문이었느냐"


"네. 오와리와 미노는 자기의 재료(도석)이 산출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타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서 타국의 영주들은 자기에 쓰이는 재료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려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테니, 가능한 한 빨리 긁어모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훗, 네놈도 빈틈이 없구나. 좋다, 큐지로에게는 잔뜩 모으라고 전해라…… 응? 저 하얀 알갱이 같은 것은 무엇이냐"


자기를 감상하고 있던 노부나가의 시야에, 알갱이가 작은 돌을 넣은 나무 상자가 들어왔다.


"이것은 펄라이트(발포체, pearlite)라고 하는 것입니다. 화산 부근에서 발견되는 경석의 친척뻘 됩니다. 보시는 대로 작은 구멍이 많이 뚫려 있어, 이곳에 공기나 물 등을 품기 때문에 보수성(保水性)이나 단열성이 뛰어납니다. 이것을 토양에 섞으면 생육 촉진이나 뿌리가 썩는 것의 방지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펄라이트는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흑요석이나 진주암이라 불리는 광물을 1000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시키면 광석 안의 구조수(構造水)가 가스가 되어 발포한다.

흑요석제의 펄라이트는 잘 부서지지 않아 장기간의 사용에도 견딜 수 있다. 한편 진주암제의 펄라이트는 보수성이 뛰어나다.


"과연. 네놈이 기술자 집단을 만든 것도, 자신이 가진 기술을 재현하기 위해서냐"


"네, 저나 마을의 장인들만으로는 손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은 구상 뿐입니다만, 내년에는 양조 관계…… 된장, 간장, 술, 쌀식초, 쌀누룩 등을 제조하는 마을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정리해서 제출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오카베 님의 협력을 받아 연구하고 있는 집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즈코는 오카베의 주도로 집의 건축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구역으로 노부나가를 안내했다.

그곳은 크게 나누어 3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지붕의 재료인 기와를 연구하는 구획, 마루나 벽 등의 건축 자제를 대나무로 대용할 수 없는지 연구하는 구획, 그리고 집의 구조를 연구하는 설계 구획이다.

아무래도 건축 기술은 잘 알지 못하는 시즈코였기에, 기와 이외의 기술적인 부분은 오카베에게 거의 다 맡기는 형태로 의존하고 있었다.

즉 오카베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어떤지 검증, 시즈코는 가능할 경우의 규격화를 담당하고 있다.


"중놈들의 절에 잇는 기와와는 모양이 틀리구나. 그쪽은 둥근 느낌이다만, 이쪽은 구불구불한 모양이다. 뒤쪽에는 뭔가 걸리는 구조가 있는 것이냐?"


"지붕을 보시면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지붕에 잔목(桟木)이라는 각재를 못으로 고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기와의 손톱 부분을 걸고, 다시 두 군데를 못으로 고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노부나가가 지붕 부분으로 얼굴을 돌리자, 시즈코의 설명대로 지붕에 붙어 있는 판자 위에 옆으로 쳐져 있는 각재가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연구하고 있는 것이 민가인 것이냐"


"민가는 집의 기초적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더욱 발전시키면, 다리나 성에 응용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기초를 소홀히 하면, 규모를 크게 응용시키면 시킬수록 문제도 커져서, 이윽고 파탄이 옵니다"


"기초가 중요, 라. 좋다, 마음껏 좋은 것을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그 후에도 시즈코의 설명은 이어졌다. 목통 증류기는 가동중이었기에 가까이 가는 것은 위험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폐당밀(廃糖蜜)이다. 폐당밀은 절반을 흑당비료(黒糖肥料)로 만들고, 남은 절반 중에 발효시켜 증류한 것을 떡갈나무로 만든 통에 반을 넣고, 나머지를 증류시켜 나무통에 넣고 재워놓았다.

전자가 술, 후자가 소독용 알코올이다. 폐당밀은 럼주의 원료가 될 정도로 알코올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만들라고 명했던 '알코올'이란 것은 순조롭느냐"


"증류기가 있으면 알코올을 정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농도를 너무 높일 경우 취급에 주의해야 합니다만……"


"불씨를 가까이 대면 바로 불이 붙는 정도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면 보통의 싸움에서는 쓸 수 없겠구나. 역시 공성에서, 여기다 할 때에 쓰기 위해 모아두는 편이 좋겠군"


"……저기, 알코올은 어떻게 쓰실 예정이십…니까?"


"알고 싶으냐?"


노부나가는 싸늘하고 짓궂은 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물었다.

그 웃음만으로 대답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 시즈코는, 고개를 가로젓으며 그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

공성전에서 쓴다고 하면 대답은 하나, 성을 불태우기 위한 재료로 쓴다, 였다.

기본적으로 성은 파괴해버리면 재건축에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침략한 후에 적의 성을 재이용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그 중에는 '방위상의 이유로 파괴해야 하는 성', 이라는 것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적에게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성이지만, 이쪽에게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성이다.

그런 성은 일찌감치 처분해야 한다. 그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불을 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와 달리, 불을 지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상대도 방화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기화하기 쉬운 알코올을 사용하여 빠르게 불이 번지게 하려는 것이리라.

알코올의 디메리트는 연소 시간이 짧다는 점이지만, 그것을 고려한 노부나가가 뭔가를 생각할 것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방화라…… 성냥 같은 게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지)


발화성이 있는 혼합물(성냥대가리)를 짧은 나무 막대 끝에 묻힌 것이 성냥이다. 하지만 화학약품이 필요한데다, 정확한 혼합비를 시즈코는 모른다.

지포라이터는 구조가 간단하지만, 중요한 부싯돌을 일본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결국, 성냥이나 라이터는 '그림의 떡'같은 아이템이었다.


"대체적인 것은 알겠다. 단위인가 하는 것도 불편은 없어보이는구나. 하지만 퍼뜨리는 것은 조금 기다려라"


"네"


상락할 때에 단위계를 퍼뜨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시즈코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상 대부분의 내용은 설명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뭔가 신경쓰이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흠…… 현 시점에는 없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반(旋盤, ※역주: 밀링 머신)'이라는 것이 완성되었을 때 다시 한 번 이곳에 오지"


"알겠습니다"


오랫동안 계속 설명한 탓인지, 시즈코는 그렇게 말한 후 피로를 뱃속에서 토해내듯이 긴 숨을 내뱉었다.




노부나가의 시찰로부터 1주일 후, 시즈코는 방에서 혼자 노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마트폰 충전지가 열화되기 시작하여, 앞으로 2년이나 버티면 감지덕지하고, 슬슬 못 쓰게 될 것이다.

그 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는 꺼내려고 했지만, 먹과 화지(和紙)로는 효율이 나빴기에, 시즈코는 일단 연필과 흑역사 노트에 베껴쓰고 있었다.

이쪽이라면 스마트폰이 못 쓰게 된 후에도 한동안은 정보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필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거기에 그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럼, 이쪽의 노트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다른 노트를 손에 들었다. 그것은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가 아니라, 스포츠 백의 주인의 노트였다.

그 날, 일기장을 읽은 후 시즈코는 슬쩍 '남자 2인조'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상대의 용모나 연령을 알 수 없다.

일기장의 주인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는 남자는 더욱 수수께끼였다. 따라서 정보가 너무 적어서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와리, 미노에 있는지도 확실히 않았기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력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하다못해 일기의 남자 쪽은, 이라고 생각해서 일기장을 다시 읽고 있던 시즈코는 어떤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가 농가에 건넸을 양갱과, 그 농가에서 받은 씨앗과 묘목을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이려나. 분명히 겐키치(源吉) 할아버지에게 이것에 쓰여 있는 씨앗 중 일부를 부탁받은 기억이……. 그리고 겐키치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것도, 분명히 민채당의 밤양갱이었고……)


시기도 일치하고 있었다. 마을에 사는 겐키치라는 노인으로부터, 일기장에 기재되어 있는 씨앗의 일부를 달라, 고 부탁받은 것이 8월 11일. 그리고 그것을 건네준 것이 다음 날인 12일.

씨앗을 건네줬을 때, 겐키치는 '며칠 후에 어떤 사람에게 줄 거다'고 말했다. 일기장에는 8월 14일이나 15일에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다.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할아버지의 마을에 온 사람과 같다고 생각되네. 그 마을은 말하긴 미안하지만 깡촌이고……)


보기드문 고정종의 작물을 키우고 있는 것 이외에, 그 마을에는 이렇다 할 명산품도 관광이 될 만한 장소도 없다.

따라서 그 마을에서 사람이 나가는 일은 있어도, 찾아오는 사람은 친지 이외에는 없다. 친지라면 친지라고 말하겠지만, 겐키치는 '어떤 사람'이라고 타인을 가리키는 말로 표현했다.


"곤란하네…… 그 마을 출신이라면 알지만, 타인이라면 전혀 몰라"


노트를 다시 봐도 스포츠 백의 주인이 어떤 직업에 종사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공사혼동을 하지 않는 사람인지, 일에 관해서는 무엇 하나 적혀있지 않았다. 뭔가를 가르치던 입장 같지만 교사인지, 아니면 단순히 부하 교육인지, 그것조차도 확실하지 않았다.


"일기에서 개인 특정을 할 수 없는 점을 보면, 보안 관계의 사람일까? 아니면 탐정이라던가 흥신소에 관련된 사람? 으―응…… 모르겠어"


그녀는 노트를 내던지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스포츠 백에서도, 일기장에서도 개인의 용모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방법이 없다.


"이 사람도 그렇지만, 애초에 문제는 어떻게 타임 슬립했는지, 려나"


아직도 타임 슬립한 원인은 특정하지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타임 슬립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

타임 슬립하기 전의 기억은, 어느 정도 사라진 점.

타임 슬립할 때 가지고 있던 짐은 같이 따라오는 점.

성별이나 특정 직업에 있는 사람 등, 사람을 골라서 타임 슬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 짐 등이 타임 슬립의 조건이 된 건 아니라는 점.

'검', '칼집', '때의 서출' 등, 각각 고유명사 같은 것이 있는 점.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 사람은, 현재 알고 있는 것만으로 자신을 포함해서 세 명. 그리고 금후에 늘어날지 어떨지가 확실하지 않은 점.

확증에 이르지 못한 것이 많지만, 일단 정리할 수는 있었기에, 시즈코는 현재 상황을 되돌아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예감이지만, 이 이상 타임 슬립할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


막연하지만 시즈코는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은 동시에 타임 슬립했고,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서로 다른 해에 떨어진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쯤, 여기저기에 타임 슬립한 사람이 출현할 터였다.


(……어라?)


으응으응하고 신음하면서 타임 슬립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는데, 문득 어떤 가정을 떠올렸다.

어이없다며 웃어버릴 얘기였지만, 그거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깨닫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아니, 설마…… 하지만…… 그거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하지만 그런 SF 영화같은)


시즈코는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볼을 때리거나, 머리를 젓거나 하며 생각을 털어버리려 했지만, 그에 반해 머릿속에서는 점점 더 그 생각이 강해져갔다.

그 중압이 한계에 달했을 때, 시즈코는 마음 속으로 그 생각을 토해냈다.


(……나……는…… 타임 슬립한 게…… 아니야? 어쩌면, 나는 누군가의 타임 슬립에 휘말려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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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수정 공지  (2) 2017.12.19
Posted by 가리아

후... 바쁜 일이 대충 끝나서... 한숨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런고로... 다음 에피소드... 체력이 허락한다면 하나쯤 더... 주말중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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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4 1568년 2월 하순



문어 다음은 오징어. 그게 끝나면 생선의 처리법 등을 가르쳤다.

작은 생선은 처리해도 의미는 없지만, 중형에서 대형의 생선은 처리해두는 편이 고기가 상하지 않고 관리도 하기 쉽다.


"전갱이는 째서 말리죠. 내장을 빼고, 째서 바닷물에 어느 정도 담궈둔 후에, 저녁에서 다음날에 걸쳐 하룻밤 말립니다"


"예, 옛"


실제로 해보이면서 시즈코는 어부들에게 건어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그런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시즈코의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나가요시가 있었다.


"거참, 우리 공주님은 박식하구만. 어떤 스승에게서 배웠는지 조금 궁금해지는데"


"오다 가문 상담역이시니까, 시즈코 님은. 하지만 젊은 나이에 저만한 지식, 어떻게 익혔는지 소생도 조금 궁금하긴 하군"


두 사람은 주위를 신경쓰면서 시즈코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프로 어부는 아니고, 프로 요리사도 아니다. 건어물을 능숙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새우도 말리지만, 껍질은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것들도 같이 말립니다. 살은 그대로 놔두지만, 껍질은 나중에 절구로 갈아서 가루 형태로 만듭니다"


"네에―"


어느 정도 모여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시즈코는 순서대로 이동하면서 지시를 내렸다.

바빠 보이는 건 누가 봐도 알겠지만, 케이지나 사이조는 도울 일이 없다. 기껏해야 뒤를 따라가는 게 고작이다.

뒤에 있어도 작업의 방해만 되기 때문에, 그들은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서 시즈코에게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생선의 내장도 씻어서 말려 주세요―. 그것들은 생선비료에 쓸 거니까…… 아아, 퇴비 생성소를 만들어야겠네요. 밭의 작물은 무나 파, 그리고―"


"으―음, 한동안 공주님 이야기는 계속될 것 같군"


멀리서 들려오는 시즈코의 이야기는 아직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잠깐 측간"


그렇게 말하고 그는 손을 살래살래 저으며 어딘가로 가버렸다.

사반각 정도 후, 그는 상쾌한 표정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자리를 떴을 때는 가지고 있지 않던 창을 손에 들고 있었다.


"늦었군"


"어, 측간이 붐벼서 말야. 너도 가고 싶으면 미리 가는 게 좋을거다"


나가요시의 말에 케이지는 가벼운 분위기로 대답했다.

하지만 반대쪽에 있는 사이조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세 명인가"


"아니, 두 명이다"


그것만 말하고는 케이지는 나가요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쇼우조―, 공주님한테 '슬슬 돌아가야 합니다'라고 전하고 와라"


"어째서 내가…… 알았어 알았어, 갈 테니까! 그 수상한 웃음은 그만둬!?"


불만을 입에 올렸던 나가요시였으나, 케이지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

케이지가 이런 행동을 취할 때는 대부분 가당찮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나가요시는 알고 있었다.

몸으로 겪어서 경험했기에.


"하여튼……"


투덜거리면서도 나가요시는 시즈코에게 갔다.

그가 시즈코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무렵, 케이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같은 편의 소행일 거다. 보아하니, 공주님이 공적이 눈에 거슬려서 뭔가 실수를 하지 않는지 캐고 있던 거겠지"


"어디에도 그런 패거리는 있는 법이군"


"위쪽에서 평가가 좋은 녀석이라는 건 누구라도 이런 식의 질투를 한몸에 받는 법이지. 뭐, 간자는 처리했다"


"당분간 주의해 둘 필요가 있군. 아니면 일부러 이야기를 크게 만들어서 영주님의 귀에 들리도록 해야 할까"


"아―, 그 경우에는 간자를 푼 것에 오다 나으리가 화를 내셔서 가문 폐쇄 처분을 내릴 건 틀림없겠군"


그렇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이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3월 중순, 노부나가에게 선별된 백성들이 그가 지정한 마을로 이동을 개시했다.

현대의 말로 말하자면 이사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결정한 땅에 사는 것이 아니다, 라는 점이다.

대신 살 집, 의복류, 약간의 식량이 지급된다. 준비금으로서 그 나름대로의 현금도 함께 지급되기에, 당장 먹고사는 데 곤란할 상황에 빠질 일은 없다.

게다가 그들의 친족은 이사한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조치되어 있었다. 이 한 해, 그들의 아이들이나 친족을 불러오려고 했던 것을 강제적으로 막았던 것에 대한 속죄일까,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우리 마을에서는 50명이 뽑혀가다니…… 결국, 첫 해 째로 되돌아온 것 뿐인가, 어흐흑)


시즈코의 마을에서는 2년째에 추가되었던 백성 50명과 가족 전원이 뽑혀갔다.

마을의 사람 숫자가 한꺼번에 줄었기에 세수도 대폭 줄었지만, 이 수입 감소도 노부나가에게는 계산된 범위일 것이다.


500명의 병사 이야기는 생각 외로 시간이 걸렸다.

병사 주둔소를 같이 만드는데다, 시즈코는 모래밭 구역의 건설을 의뢰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다섯 명 정도가 달릴 수 있는 길이 200m의 모래로 된 레인. 그리고 한 변이 100m인 정사각형의 대형 모래밭.

시설에 사용할 모래의 반입에 시간이 걸려, 완성 예정은 4월 중순 이후로 연기될 예정이 되었다.

시설 완성을 서두를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예정의 지연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래는 무게가 있고, 거기에 양질의 모래의 경우 시간이 걸리는 것도 당연하다.


3월 하순, 드디어 오와리 국과 미카와 국 사이에 정식 협정이 체결되었다.

양국이 대규모의 면화 재배 계획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 첫번째의 회의가 키요스(清州) 성에서 열리게 되었다. 오와리 측은 시즈코가 필두가 되었고, 미카와 국 측은 타다카츠가 필두가 되었다.


"오늘은 먼 곳에서 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반대쪽에 있는 타다카츠에게 시즈코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타다카츠 측으로부터의 대답이 없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시즈코는 고개를 들었다.

타다가츠는 곤혹스럽다, 기보다 당황한 듯 보였다. 뭔가 이상한 게 있었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에게 사이조가 귀띔했다.


"(시즈코 님, 아마도 미카와 국 측은 이러한 자리 배치는 처음일 것입니다. 소생도 의도를 짐작하지 못하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모두에게 설명을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일동은 서양식 원탁의 다리를 자른 것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 오와리 측, 미카와 측으로 나뉘어 앉아 있었다.


"(아, 아아…… 미안해요) 어흠…… 오늘, 이러한 배치를 한 것은, 저희들의 생각을 표명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번 헛기침을 한 후 시즈코는 타다카츠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그의 진지한 눈빛에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엿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시즈코는 눈을 돌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희 주군 오다 카즈사노스케(織田上総介) 님과, 혼다 헤이하치로 님의 주군 도쿠가와 종5위하 미카와노카미(徳川従五位下三河守) 님은 동맹을 맺고 계십니다. 동맹이라는 것은 대등한 입장…… 따라서 어느 쪽이 상석에 앉을지 같은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확실히, 동맹이란 대등한 것. 하지만 지금은 시즈코 님 쪽이 많은 기술을 가지고 계십니다만? 그걸 생각하면 당신이 상석에 앉는 데 대해 소생은 이의를 가지지 않습니다"


"그럼, 우선은 그 차이를 없애지요"


시즈코의 말에 눈썹을 찌푸린 타다카츠 등 미카와 국 사람들이었으나, 그것은 오와리 측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시즈코 이외의 전원이 그녀의 발언의 의도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고, 시즈코는 옆방에 대기하고 있던 소성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거기서 쟁반을 손에 든 소성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소성들은 쟁반을 미카와, 오와리의 각 사람들 앞에 놓더니,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타다카츠는 쟁반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제법 두꺼운 종이다발이 놓여 있었다.


"들고 읽어 보십시오"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며 종이다발을 읽을 것을 채근했다. 약간의 당황을 남기면서도 타다카츠는 종이다발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이것은……"


"이쪽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적어 놓았습니다. 물론, 면화에 대해서입니다"


종이다발은 면화에 대한 자료였다.

그것도 시즈코가 아는 한, 전국시대에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까지 기재되었다. 그야말로 이 전국시대에서 가장 면화에 대해 자세히 적힌 책자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너무나 상세했기 때문에 미카와 측은 물론, 오와리 측도 아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타다카츠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었으며, 야스마사나 마사시게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미카와 국의 사람들도 다들 서류를 손에 든 채 굳어 있었다.


오와리 진영도 시즈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만약 노부나가의 '시즈코의 마음대로 하게 해라'라는 명령이 없었다면 전원이 그녀를 억지로 퇴출시킨 후 진의를 따져 물었으리라.


(아―…… 조금…… 너무 자세히 적었나?

으―음, 책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쓴 것 뿐인데…… 실패했네. 단순히 지식을 통일시킬 생각이었지만……)


양 진영의 다양한 감정이 담긴 시선을 받으며 작전이 실패한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을 떠올렸다.


"……시즈코 님,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지금부터 어떻게 만회할까 하고 시즈코가 생각하고 있는데, 미카와 측에 있던 두건을 쓴 인물이 발언했다.


"실례. 소생은 몸에 병이 있어, 여러분께 옮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두건을 쓰고 있습니다. 부디 용서 바랍니다"


"괜찮습니다. 그래서, 어떤 질문이신지요"


"학문이 없는 소생이라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종이에는 대단히 상세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립니다만, 먼저 패를 모두 꺼내보이는 태도에 의문을 느낍니다. 그런 정보를 아까운 기색도 없이 저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당신께"


전국시대는 현대와 같이 정보가 범람한 사회가 아니다. 장인들은 자신의 은밀한 기술이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있었다.

그것이 당연하고 상식이다. 시즈코처럼 동맹 상대로 아까운 기색도 없이 정보를 무상제공하는 사람은 없다.

거짓 정보를 섞어서 중요한 부분을 숨길 생각인가, 하고 미카와 진영은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깊다.


"……이 일본에 화승총이 전래된 지 몇 년이 지났다고 생각하시나요?"


"어, 아니…… 죄송합니다. 소생은 알지 못합니다"


"텐몬(天文) 12년 8월 25일(1543년 9월 23일)…… 지금부터 약 24년 전입니다"


순간, 미카와 진영은 웅성거렸다.

화승총이라고 하면 전쟁의 병기의 하나로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그 화승총이 전래된 지 겨우 2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에 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24년 만에 전 일본에 퍼진 이유, 그것은 단기간 내에 여러 사람들의 손에 의해 철포(鉄砲, ※역주: 총) 제조 기술이 확산되었기 때문에, 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철포와는 달리 면화는 군사적으로 관련되기 힘든 물건입니다. 그러므로, 전 일본에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과연, 그래서 동맹국인 미카와 국과 공동 재배를 하자, 라고 생각하신 거군요. 하지만 그래서는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의문? 무엇인지요"


두건을 쓴 남자는 한 호흡을 쉰 후, 시즈코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의 이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자료를 보는 한, 면화에서 만들어지는 목면은 비단이나 마와 동등한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우선은 자국에서 생산한다는 게 상식이겠지요. 그걸 뛰어넘어서 갑자기 저희 나라와 공동 재배를 한다, 라는 부분이 의문입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민란 대책, 하나는 어린아이의 사망을 줄이는 것, 하나는 재배에 광대한 토지가 필요한 점이 이유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자세히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재배에 광대한 토지가 필요한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의류에 사용하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요"


"……"


"다음으로 어린아이의 사망을 줄이는 것입니다만, 목면으로 만든 의류는 여름에 시원하게,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싸움 이외에서 죽을 때, 주된 원인으로서 들 수 있는 것이 굶주림, 질병, 추위입니다. 그 중에 가장 흔한 '추위'는 목면으로 만드는 의류를 대량 생산하면 몸을 지킬 수가 있습니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추위에 의한 사람의 죽음은 당연한 일처럼 발생했다. 특히 저항력이 약한 갓난아기나 어린아이가, 질병이나 추위에 의해 매년 다수 사망했다.

대 한파가 발생해서 난민 캠프에 있던 어린 아이 서른 명이, 그 날 전원 사망했다는 가슴아픈 이야기도 있다.

추위로 죽는 것은 민간인 뿐만이 아니다. 러일전쟁 전에 내한훈련으로 군인 2백 명이 사망하고, 러일전쟁시에 2천명 이상이 동사했다.

그만큼 '추위'라는 것은 몸 가까이 느끼는 자연 현상 중에서도 확실한 위협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란 대책입니다만…… 사람은 의식주라는 물질적인 부자유가 사라지면 처음으로 예절에 마음을 돌릴 여유가 생겨납니다. 그 상태를 유지하여 안정시키면, 사람들은 민란 따위 일으키지 않게 됩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잃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을, 입을 것을, 먹을 것을…… 그것들을 버리면서까지 민란이라니 바보스럽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보다 온건한 형태로 윗사람과 대화하는 편이 훨씬 건설적이라고 생각하겠지요. 뭐 백성들을 필요 이상으로 몰아넣거나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만"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도 일종의 히에라르키(hierarchy) 계급제와 질서가 갖춰져 있으면 사람들은 놀랄 정도로 순종적이 되어 열악한 환경조차 받아들여 버린다.

특히 일본인은 한 번 안정된 환경을 손에 넣을 경우, 웬만해서는 거기서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


"백성들에게 의식주를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합니다만"


"(……나쁜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눈은 아니군)과연…… 당신의 의도는 민란 대책으로, 목면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즈코의 말에 두건을 쓴 남자는 뼈가 있는 말을 했다.




결국, 시즈코가 정보를 조금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공개했기 때문에, 미카와 측의 경계심이 강해져버려 회의는 큰 진전 없이 끝났다.

그래도 재배 작업은 계속 진행한다는 것에 합의하고, 양 진영에서 사람이 파견되어 취락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쓸데없이 사태를 악화시킬 거라 생각한 시즈코는, 그 이후에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작업을 진행시켰다.

첫 인상이 문제였기 때문에, 미카와 진영은 시즈코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타다카츠는 여전히 시즈코에게서 주먹밥이나 훈제 무 절임을 받아들고는 기뻐하고 있었다.

야스마사나 마사시게는 어이없어하면서, 그 굵은 신경에 나쁜 의미로 경탄했다.

그런 일부만 느긋하지만 대부분은 따끔거리는 상태 속에서 면화를 공동으로 재배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조금 지난 3월 하순, 시즈코는 헛간에서 어떤 것을 꺼냈다.

그것은 대단히 냄새가 강한 것이었다. 두꺼운 천으로 코나 입을 덮고 있는데도 고약한 냄새를 느낄 정도였다.


(우헤―, 얼른 끝내자. 이걸로 3년 동안의 성패를 알 수 있으니, 기합을 넣어야지)


고약한 냄새의 산에서 재료를 어느 정도 긁어모은 후, 시즈코는 며칠에 걸쳐 그것에 포함된 것을 추출했다.

추출이 끝난 날의 점심 무렵, 모리 요시나리가 그녀를 방문했다.


"그것이 완성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소. 아쉽게도 영주님께서는 시간을 내실 수 없어, 대신 내가 입회하게 되었소"


"조합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이것만큼은 처음 해보는 시도라서요"


"핫핫핫, 뭐 실패했을 때는…… 영주님의 꿀밤은 각오해 두시길"


시즈코의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사람 좋게 웃었다. 반대로 시즈코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위 주변을 손으로 누르면서 조합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우, 우――…… 아무래도 '초석'의 조합은 처음이니…… 성공했으면 좋겠어―)


그녀가 3년의 세월을 들여 소중하게 꾸려 온 초석산. 얼핏 보면 고약한 냄새가 감도는 그냥 쓰레기 더미지만, 특정한 순서에 따라 작업하면 '초석'을 채취할 수 있다.

본래는 4년에서 5년을 들여야 하지만, 채취 자체는 3년째부터 가능하다. 단, 이론적으로는, 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그리고 초석을 조합해서 만드는 것이 '흑색 화약'이다. 만약 초석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게 되면, 오다 군은 타국의 군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한 사정들도 있어, 본래는 노부나가 본인이 확인하러 올 예정이었으나, 오우미 방면에 용무가 생겨 그럴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모리 요시나리가 방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잠시 후 흑색 화약의 조합이 완료되고, 화승총을 든 아시가루가 다섯 명 정도 모리 요시나리 앞에 섰다.

그들은 깊게 머리를 숙인 후, 마치 미리 정해놓았던 것처럼 능숙하게 일렬로 섰다. 화승총의 발사는 숙련자라도 30초 가까이, 보통은 1분 가까이 걸린다.

그리고 1분 후, 사격 준비가 갖춰진 한 명의 아시가루가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화승총에서 납탄이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시즈코의 초석 조합이 성공한 증거였다. 그것이 우연이 아닌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화승총이 차례차례 불을 뿜었다.

합계 20발의 탄이 발사되었는데, 한 발도 불발이 일어나지 않고 모두 발사되었다.


"성공이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리 요시나리를 보며, 시즈코는 간신히 위의 부담이 사라졌다는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4월 하순, 시즈코는 밭일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작년 이상의 밭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맡아왔던 시즈코였지만, 이제와서 갑자기 농사일에만 전념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시즈코는 얼마 전에 몇 년에 걸쳐 생성한 초석을 헌상했다. 그 양은 무려 200kg이었으니 놀랄만 하다.

화승총의 사격에 사용되는 화약의 양은 3g에서 5g이다. 얼마 되지 않는 화약량에도 불구하고 한 발 당 비용은 현대 가격으로 600엔이나 된다.

흑색 화약은 초석(산화제)과 유황, 목탄(가연물)의 혼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초석은 일본에서 채취할 수 없었기에 남만에서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운송비용 등이 더해져 비싸지는 것이다.

화약 생산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초석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된 의의는 대단히 크다. 초석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이나 중요 군수물자를 외부에 의존하는 위험성이 낮아지게 되고, 또한 화약을 충분히 사용하여 실 사격 훈련을 쌓는 것으로 숙련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소금의 증산에도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방식(입병식(入浜式) 염전 제염)보다도 몇 배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숙련된 장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절차가 높이 평가되었다.

종래의 입병식 염전은 간단해 보이지만 엄청나게 중노동이며, 사람 손도 필요하고 숙련된 기술도 필요해진다.

'바닷물을 긷는 데 3년, 바닷물을 뿌리는 데 10년'이라는 말이 있듯이, 바닷물을 퍼올려서 염전에 균일하게 뿌리는 데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에 대해 유하식(流下式) 염전은 사람이 맡아 하던 중노동을 태양열과 바람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진한 소금물(함수)를 채취하는 작업(채함)은, 그냥 바닷물을 유하시켜 태양열과 바람에 의해 건조시키는 것 뿐이다.

적절하게 설계된 설비가 있다면, 1년 내내 채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바닷물을 균일하게 뿌릴 필요도, 무거운 모래를 옮길 필요도 없어져, 장인들은 중노동에서 해방되었다.

효율적인 소금의 생산 방식을 증명하듯, 시즈코는 초석과 함께 대량의 소금을 헌상했다.


방대한 양의 인공 초석의 생산에 성공한 것. 1개월 정도의 주기로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 것. 또 그 양이 종래의 염전을 압도할 수 있는 것.

소금과 초석이라는 중요한 군수물자를 헌상하고, 게다가 그것들을 지금부터 정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시즈코의 공적은 크다.

노부나가가 아주 좋은 기분으로 "무엇이든 원하는 상을 주겠노라"라고 말한 것도 당연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넓은 토지와…… 그리고 농사일을 할 시간을 주십시오"


이 말에 노부나가를 비롯한 수하 전원의 의식이 헛돈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이든 원하는 상을 주겠다고 했더니, 설마하던 농사일을 할 시간을 달라, 였으니.

돈도 명예도 다 건너뛰고 그 말이 맨 처음 나온 것에 전원이 시즈코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평소보다 몇 배나 상냥한 목소리로 시즈코에게 진의를 물었다.

그에 따르면, 아무래도 최근에 일이 많아서 프러스트레이션(frustration)이 쌓이고 쌓였던 모양이다.

그 프러스트레이션을 해소하는 방법이 '아무 생각 없이 밭일을 한다'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시즈코가 찾아낸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농사일보다 다른 일이 더 많이 맡겨진 상태였다. 이래서는 프러스트레이션이 더욱 쌓이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이 쯤에서 시원하게 털어버리기 위해서도 농사일에 전념할 환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노부나가는 겸연쩍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그리고 이야기는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지금, 그녀는 급한 일은 얘기가 다르지만, 나중에 해도 문제없는 일에서는 제외되어, 마음껏 농사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진흙과 땀으로 범벅된 그녀였지만, 그 표정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충만한 표정이었다.


"빛나고 있군"


"빛나고 있군요"


"빛나고 있네"


그런 시즈코를 멀리서 바라보는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등 세 명.


"지나치게 빛나는 거라 생각하는데"


"시즈코 님은 우리들과는 다른 감성을 가진 분이시니까요"


"단순히 한가하게 노는 것만으로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내 기분 탓일까"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즈코를 멀찌감치에서 바라보는 히데요시, 타케나카 한베에, 모리 요시나라 등 세 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작업에 몰두했다.


시즈코는 자신 전용의 넓은 농지를 며칠 만에 다 갈아 버렸다. 그리고 흙 만들기, 씨뿌리기 등의 작업을 차례차례 처리했다.

현대에서 온 두 종류의 쌀도 재배를 시작했지만 씨앗이 적어서, 둘 다 합쳐도 4ha 정도의 양밖에 되지 않았다.

첨부되어 있던 증명서나 메모의 내용을 보면, 한 쪽은 오와리 등의 중부 지방 한정이지만 도열병에 강하고, 수확이 유기재배면서도 농약 재배만큼의 양을 기대할 수 있는 토모호나미 계열의 품종.

다른 하나는 어려운 한자가 쓰인데다 독음이 써 있지 않았기에 시즈코도 읽을 수 없었지만, 대단히 질병에 강하고 또 추운 지방이나 더운 지방에서도 문제없이 재배가 가능한 품종 같았다.

수확량도 풍작 때의 코시히카리의 7할 정도로 뛰어나지만, 결점으로서 맛이 2급품의 브랜드보다도 떨어지는 레벨, 이라고 쓰여 있었다.

즉, 다른 품종이 흉작이었을 때 같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재배하죠, 라는 품종이다.

하지만 시즈코는 토모호나미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벼 쪽을 기뻐했다.


토모호나미는 맛이 코시히카리에 필적하는 레벨이지만, 재배 지역이 한정되어 있어 양산은 어렵다.

하지만 어떤 지방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은, 북쪽으로는 홋카이도에서 남쪽으로는 카고시마까지 다 가능한 것이다.


애초에 한랭지에서의 벼농사는 어려움이 따른다.

중국에서 전래된 참파(Chăm Pa) 벼를 심어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도 벼농사를 가능하게 한 예는 있다.

이 품종은 현재의 베트남 남부 참파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장립종(長粒種)의 쌀이다. 해충 피해나 가뭄에 강하지만, 추위에는 굉장히 약하다.

전래된 중국에서도 식문화는 '북면남반(北麺南飯)'이라고 하여, 추위가 혹독한 북부에서는 밀을 가공한 면류를, 온난한 남부에서는 쌀을 먹는 것이 주류이다.


일본의 쌀 중에도 추위에 강한 벼는 적다. 한랭한 토호쿠(東北) 지방에서도 벼농사는 짓고 있지만, 태평양 쪽은 재넘이(※역주: 산을 넘어 내리부는 건조한 바람,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이 골칫거리였으며, 냉해에 의한 심각한 피해를 계속 받아왔다.

평화가 찾아온 에도 시대부터는 홋카이도(北海道) 오시마(渡島) 반도에서도 벼농사를 지었지만, 그 규모는 미미한 것이었다.

홋카이도에서 대규모의 벼농사가 가능하게 된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이다. 한랭지에서 벼농사가 가능한 벼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기술 개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내한성이 있는 벼를 개발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을 양산하는 것으로 잃지 않아도 되는 목숨이 있다면, 시즈코는 찬탈자의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응? 시즈코 님이 허리에 매달고 있는 대나무통, 조금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멀리서 시즈코를 바라보고 있던 다케나카 한베에가, 그녀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대나무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외견을 볼 때 물 등의 액체를 넣는 것인 건 알 수 있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묘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아아, 저건 시즛치가 목공 장인들한테 만들게 한 '수통'이라는 거라더군. 여기, 나도 받았는데 이런 식으로 입에 대는 거야"


타케나카 한베에의 의문에 케이지가 허리에 매달고 있던 똑같은 것을 보여준 후, 대나무 수통의 윗부분을 손으로 돌렸다.

별 것은 아니다. 현대에서 말하는 보온병을 대나무로 만든 것 뿐이다. 물론, 현대 제품같은 진공 단열 기능이 없기에, 보냉, 보온 효과는 대단히 나쁘다.

표주박을 쓰는 편이 훨씬 간단하지만, 이 대나무 수통은 마시기 전에 안의 액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위생면에서도 관리 면에서오 이쪽이 훨씬 뛰어나다. 결점은 가공에 시간이 필요하여, 완성품 하나가 만들어질 때까지 시간이 보통 대나무 수통보다 오래 걸리는 것과, 소재를 엄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나무의 나이 중 가장 강도가 높아지는 4년생에서 5년생, 그리고 수분 함유량이 가장 낮아지는 9월에서 11월에 벌채한 것이 필요하다.

물론, 2년생이나 3년생, 가을 이외에 벌채한 것으로도 제작 가능하다. 엄선하는 이유는, 단지 장기간의 사용이나 거친 취급에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가지게 하기 위해서다.

시즈코의 대나무 수통은 실용시험용의 최종 릴리즈 판으로 3년생의 대나무로 만들어져 있지만, 일주일 동안 농사일을 할 때 매달고 있어도 딱히 파손되는 일은 없었다.

전투 등의 격한 환경에서는 어떻게 될지 검증되지 않았지만.


"표주박으로 문제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건 이거대로 이점이 있어 보이는군요. 가장 큰 이점은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과…… 표주박과는 달리 다른 것도 넣는 것이 가능하군요"


궁금해진 타케나카 한베에는 케이지에게서 대나무 수통을 받아들고 어떤 구조인지 살폈다.

주둥이 직경이 크기 때문에 단시간에 물을 넣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한 것과, 액체 이외에도 주먹밥 등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반면, 접합부의 가공에 손이 많이 가서 양산이 어려울 거라 느꼈다.


"뚜껑에 해당하는 부분의 가공이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런 것 같아. 그래서 '선반(旋盤)'이라는 도구를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야. 꽤 많은 인원을 투입하고 있으니, 상당히 크고 복잡한 거겠지. 그 외에도 '신장 측정기'라던가 '체중 측정기'라던가, 여러가지 수수께끼의 물건들을 만들고 하려고 있어. '목통증류기'라는 건 완성되어서, 그걸 써서 뭔가 만들려고 하고 있고"


"흠…… 뭔가 거창한 기계 도구 같군요. 하지만 신장이나 체중이란 것은…… 처음 듣는 말입니다만"


"시즛치 말로는 '기술이나 도구는 언젠가 타국에도 알려진다. 하지만 [이것]은 흉내내려고 해도, 지효성이기 때문에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였었지. 분명히…… '전국민 영양 개선 계획'이었던가?"


국민의 영양 상태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1975년(쇼와 50년) 무렵의 일로, 그때까지 국민들은 항상 영양실조 상태였다.

특히 2대 국민병이라고 불린 것이 결핵과 각기(脚気)병이다.

결핵은 얘기가 다르지만 각기병이 유행한 이유는, 비타민 B1을 포함하지 않는 흰쌀밥만을 먹고, 부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에도 시대에 흰쌀밥 주식 문화의 에도에서, 우동보다 메밀국수가 유행한 배경에는 각기병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메밀국수를 먹으면 각기병의 예방, 또는 각기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각기병은 비타민 B1의 결핍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이므로, 비타민 B1을 많이 포함하는 메밀국수를 먹으면 비타민 B1 부족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비타민 결핍증은 무서운 질환을 발병시킨다.

비타민 A라면 야맹증.

비타민 B1이라면 각기병, 베르니케-코르사코프(Wernicke-Korsakoff) 증후군, 고 파이루빈산염혈증, B2라면 구내염이나 지루성(脂漏性) 피부염, B6라면 빈혈, 설염(舌炎), B12라면 말초신경염, 아급성(亜急性) 연합척추변성증(連合脊髄変性症).

비타민 C라면 괴혈병, 비타민 D라면 골연화증, 비타민 E라면 보행 부진 등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누구나 비타민 결핍증에 걸리는 것이 이 질병들의 무서운 점이다.


"'전국민 영양 개선 계획'이라. 여전히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렇군요 키노시타 님.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모리 요시나리와 히데요시였으나, 입가에는 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쌀이나 콩 등의 군수물자를 대량 생산했다. 얼마 전에는 흑색 화약의 원료인 초석을 직접 생산했다. 전에 없던 속도로 오다 가문의 영토는 진화하고 있다)


시즈코에게 얼굴을 돌린 타케나카 한베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천하포무도 단순한 꿈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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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서 노부나가의 신하들이 노부나가를 부르는 명칭인 'お館様'과, 2인칭으로 쓰일 경우 주로 '나으리, 주군' 등의 의미로 쓰이는 '殿'를 별 생각없이 일괄적으로 '주군'으로 번역했었는데, 등장인물이 점점 많아지고 상하 관계도 복잡해지면서 혼동이 올 소지가 크다고 판단, 'お館様'를 '영주님'으로 전체 수정하였습니다 (오타 때문에 빼먹은 부분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영주님이란 단어를 쓴 이유는, 중세 일본이 서양처럼 봉건제였던 점과, お館様라는 호칭이 가문이나 조직의 주인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인데, '가주님'은 뭔가 무협지스러워서^^;; 영주님으로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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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3 1568년 2월 초순



시즈코가 만든 기술자 집단의 마을은, 좋게 말하면 획기적,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이질적인 마을이었다.

먼저 각 가정에 매립식 코타츠(掘り炬燵)와 이로리(囲炉裏)를 설치했다. 습도를 높이기 위해 젖은 타올을 놓는 장소도 있다.

이것은 1년 중에 12월부터 2월에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다.

겨울은 기온이 내려가고 습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활성화되어 대유행을 일으킨다.

그 대책으로서 습도를 높이는 것과 집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을 이용하면, 당연하지만 장작의 사용량은 무시할 수 없다.

추위 대책을 위해 산림을 벌채하여 장작의 확보에 분주한 결과로서 민둥산을 양산했다가는 단기적으로는 좋아도 장래적으로는 상황이 악화된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보였다.


해결책은 죽탄(竹炭, ※역주: 대나무 숯)이다.

죽탄은 비장탄(備長炭) 등의 목탄(木炭, ※역주: 나무 숯)보다 화력이 떨어지고 연소 시간도 목탄의 5, 6시간보다 짧은 3, 4시간 정도다.

모든 면에서 목탄보다 떨어지는 죽탄이지만, 원료가 되는 대나무의 성장 속도는 나무에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속도를 자랑한다.

쓸만한 크기가 되는 데 3개월에서 4개월, 죽제품 등의 가공품에 쓸만한 품질이 되는 데는 4년 정도다.

그에 반해 삼나무나 노송나무는 20년이 지나도 10미터 전후로밖에 자라지 않는다.


죽탄에 가장 적합한 것은 맹종죽(孟宗竹)이지만, 맹종죽이 일본 전국에 퍼진 것은 에도 시대라고 한다.

사원 관계자가 중국에서 가지고 왔다, 라는 설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어느 것도 확증은 없다.

가능하다면 맹종죽의 죽탄을 양산하고 싶었던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씨앗, 또는 지하경(地下茎, ※역주; 땅 속 줄기)의 입수를 의뢰했다.

전래의 설이 있던 사원 관계자와 중국으로부터의 밀수, 두 가지 루트에서 찾아보도록 의뢰했다.

맹종죽, 참죽, 담죽의 구별법은 간단하다.


맹종죽은 마디의 고리가 한 개, 새로 난 대나무는 하얀 가루가 붙어 있기에 고리 아래에 있는 하얀 가루가 눈에 띈다.

참죽은 마디의 고리가 두 개, 가느다랄 경우 위쪽 고리가 눈에 띈다. 그리고 위의 고리의 촉감이 각진 부분이 없다.

담죽은 마디의 고리가 두 개로 참죽과 같지만, 줄기 전체가 희뿌옇게 보이고 위의 고리가 비교적 각이 져 있다.


따라서 마디 고리가 하나, 그리고 새로 난 대나무의 고리에 하얀 가루가 있으면 그것은 맹종죽이라고 한다.

지하경이라면 5개 정도, 씨앗이라면 있는대로라고 전했을 때, 큐지로는 평소의 수상쩍은 웃음을 띄우며 수락했다.

상담(商談)이 성립되었다는 것으로,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선금과 공작비용을 건넸다. 관리들이나 사찰 사람들은 돈에 약하다.

그를 위한 공작 자금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그만큼 얹어서 큐지로에게 건넨 셈이다.

꽤나 돈을 써버렸기에, 당분간은 절제할 필요가 있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 자금이 줄어든 것 뿐으로, 후세에 부농(豪農)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정도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각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맹종죽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의 임시방편으로, 시즈코는 참죽과 담죽의 죽림(竹林, ※역주: 대나무 숲)을 만들었다.

양쪽 다 상당히 광범위한 죽림을 만들었기에 연료에 곤란해할 일은 없으리라.


죽탄을 만들면 부산물로서 죽초액(竹酢液)과 나무 타르를 채취할 수 있는데, 이쪽은 원액을 정치법(静置法)이라는 수법으로 최소한 3개월은 정치하여 죽초액과 타르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죽초액은 냄새 제거나 살균, 방균, 방충 효과, 토양 개량이나 농약 줄이기, 퇴비 만들기, 스킨 케어나 목욕물에 넣어서 탕이 식는 걸 방지하는 등 다종다양한 용도가 있다.

나무 타르도 석유에서 만드는 콜 타르와는 달리 살균 작용이 있다. 냄새도 석유 냄새가 나는 콜 타르와는 선을 긋는 독특한 향기가 난다.

성능도 죽초액과 마찬가지로 방충, 곰팡이 방지, 방수, 방산(防酸), 방유(防油), 방염(防塩), 방부, 개미 방지 등 고성능이다.

건축 자재에 칠하면 방충성이나 방수성을 얻을 수 있으며, 게다가 한 번 건조하면 고온이 되어도 연화되지 않는다.

완전히 건조하면 무취가 된다. 살균 성능이 높기에, 핀란드에서는 전통적인 약으로 쓰였다.

물로 희석해서 타르 워터로 만들면 용도는 더욱 다양해진다.

유일한 결점은 정치할 필요가 있기에, 즉석의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화장실 사정은 에도 시대에 맞추기로 했다. 퍼세식 변소를 곳곳에 설치하고, 그것들을 정기적으로 퍼내어 분뇨 저장소로 옮겨서 비료의 하나로 가공한다.

또 위생면의 강화로서 입욕의 습관화를 장려했다. 아무래도 매일의 입욕은 비용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만, 1주일에 2, 3번 정도는 들어갈 수 있도록 연료의 준비를 했다.

그 때, 태우는 건 당연하지만 대나무다. 대나무는 기름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서 연소 속도가 빠르고, 또 속이 빈 구조로 되어 있어 지나치게 물을 뜨겁게 끓이는 일 없이 다 타버리므로 적당했다.


식사에 관해서는 '식당'을 설치했다.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요리를 만들기보다, 한번에 한꺼번에 만드는 편이 효율적이다.

각 가정에서 폐기품을 모으기보다, '식당'에서 일괄적으로 수집하는 편이 쉽다. 또, 마을의 곳곳에 퇴비용 유기 쓰레기 전용의 회수 상자를 설치해서 정기적으로 회수했다.

하지만 여성진은 요리라는 중노동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것은 원래 가정에서 요리하던 부인들이다.

그 관계로 '식당'에서 제공되는 요리의 맛에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맛의 취향에 따라 '식당'에 편차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시즈코는 걱정했지만, 의외로 마을 사람들은 각 '식당'의 맛이 다른 것을 일종의 오락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경비 문제는 현대의 경칠 기구를 참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라고 말하면 듣기는 좋지만, 실제로는 직업 경찰관을 선출하여 마을의 곳곳에 설치된 파출소에 배치하여 교대로 근무하는 정도의 간소한 조직이다. 그래도 개와 경비원을 한 세트로 하여, 2인 1조로의 행동을 기본으로 했다.

개는 훈련시키면 경비, 정찰, 전령, 부상병의 발견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기본적인 훈련을 쌓아 주종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개가 본래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어째서 개냐 하는 것은, 역사를 살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인류 최고(最古)의 파트너는 개다,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개와 인간의 관계는 깊다.

전세계에 있는 고대인의 화석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개의 화석이 존재하고 있는 점에서 역사의 깊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동물이 아닌 개였던 이유, 그것은 조명이 부족했던 시대에 어둠 속에서 습격해오는 적을 한 발 빨리 감지해주는 것이 개였기 때문이다.

개의 사회성, 그리고 우수한 후각이나 청각 덕분에 인간은 몇 번이나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었다.

군용견의 역사도 길어서, 오래된 사례로는 고대 그리스에서 군단으로서 운용되었다.

고대 로마 제국에서는 켈트 인이나 게르만 부족 등 숲 속에서 흩어져서 싸우는 적에 대해, 개의 군단을 만들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었다고 한다.

또 공격 뿐만이 아니라 방어용으로도 사용되어, 그리스 인이나 고마 인은 요새 안에서 개를 키우며, 날카로운 후각이나 청각으로 적의 접근을 감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부터 개는 용맹과감한 전사로서, 동시에 인간에게 충실한 친구이기도 했다.


특히 일본 개는 소박, 충실, 용감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번견으로서는 더 이상 듬직할 수 없는 존재다.

마을 내부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것만으로도 간자 대책이 되며, 설령 침입하더라도 비정상적인 냄새나 기척을 개가 감지해 준다.

애초에 그것들을 회피할 노력을 한다 해도, 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려우리라.

왜냐 하면, 시즈코가 만든 기술자 집단의 마을은 군사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곳이 아니라, 군사 기술을 민간용의 기술로 전용하거나, 현대에 있던 각종 공구류를 재현하거나 하기 위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장인 마을의 생활에 간신히 익숙해졌을 무렵, 그들에게 시즈코의 무모한 명령 제 1탄이 날아들었다.


"어…… 이것과 비슷한 것을 만드는…… 겁니까?"


모아진 목공 장인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인물이 자리를 대표하여 시즈코에게 의문을 표했다.


"맞아요. 정확히는 이 뚜껑 부분, 이걸 재현하는 거에요"


그들의 곤혹스러움을 일부러 무시한 시즈코는 생긋하고 사람이 좋아 보이는 미소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가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현대에서 말하는 페트병이니까.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에 장인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화승총에도 쓰이고 있는 나사 기술을 응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안의 액체가 새지 않고 높은 기밀성을 얻을 수 있어요. 잘 봐요"


나무판을 끼워넣어 뚜껑을 덮기만 한 대나무 수통과, 스포츠 백 안에 들어 있던 몇 개의 페트병 중 하나를 뒤집었다.

그러자 나무 판자를 끼워넣은 쪽은 물의 압력에 못 이겼는지, 뚜껑 역할을 하는 나무판이 튀어나오며 안의 물이 흘러넘쳤다.

그러나 페트병 쪽은 내용물이 새지 않고, 또한 뚜껑이 빠지지도 않고 물을 막고 있었다.


"오, 오오오……"


놀라면서도 감탄의 목소리를 내는 장인들. 이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그들이 감동하고 있는 동안 말을 이었다.


"기간은 2개월, 조건은 대나무 수통으로 재현할 것과 설계도대로의 직경일 것. 연구 비용은 이 나무 상자에 들어있으니까 사양하지 말고 쓰세요. 아, 기간은 꼭 지켜줘요. 그러지 않았다간 영주님의 벼락이 떨어질테니까"


페트병의 뚜껑에 관한 설계도, 연구 비용, 연구에 쓰기 위한 원본품.

그것들을 차례차례 건네준 후, 그들이 뭔가 말하기 전에 시즈코는 목공장인들의 집회소를 나갔다.

시즈코가 떠나고 얼마가 지나자, 간신히 머리로 이해하게 된 그들은 페트병을 조심조심 만져보았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차츰 그들은 장인 혼에 불이 붙어 한눈팔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비슷한 일을 길쌈 장인, 도자기 장인, 생활 대장장이들에게도 했다.

길쌈 장인에게는 스포츠 백 안에 들어 있던 T셔츠, 속옷, 스테테코(ステテコ, ※역주: 주로 남자들이 입는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바지)의 재현. 도자기 장인은 계단식 가마(登り窯)의 사용법을 마스터해서 도자기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

생활 대장장이에게는 시즈코가 그린 수많은 농경 기구의 재현이다.


공동으로 하는 것도 있다. 시즈코는 대장장이와 목공 장인들에게 나무통 증류기의 제조를 명령했다.

그녀는 증류기란 스테인리스 등의 금속과 고무로 된 것이라고 계속 착각하고 잇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고무가 없는, 또는 있었다고 해도 고급품이 되는 에도 시대, 어떻게 증류해서 소주(焼酎)를 만들었는가, 라는 것을 깨달았다.

힌트는 뭔가 없나 하고 생각하다가, 카고시마(鹿児島)에 여행갔을 때 '나무통 증류기'의 견학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소량의 금속과 벽돌을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나무와 대나무였다. 증류기의 원리나 기법은 목재든 금속이든 다르지 않다.


"으―음…… 고무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식물성 유지(油脂)에 유황을 첨가해서 제조하는 팩티스(서브, ※역주: factice)가 천연 고무의 대용품으로서는 충분…… 할까? 하지만 혼합비가 많아서 어느게 좋을지……"


천연 고무가 없어도 고무의 대용품은 만들 수 있다. 그것은 팩티스라고 하는 것이다.

팩티스의 역사는 오래되어, 중세 유럽에서는 아마인유(亜麻仁油)와 유황을 반응시켜 탄성이 있는 수지 상태의 물질로서 활용했다.

방부 작용이 있어서, 주로 외과용 약품으로서 사용된 기록이 남아있다.

또 합성고무가 출현한 후에는 증량제, 연화제를 거쳐 가공 보조제로 역할이 바뀌었다.


"식물 기름은 해바라기에서 얻는다 치고…… 문제는 유황이네. 흑색 화약에서 쓰니까 유황을 입수하는 건 간단하지만, 실험으로 계속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있다고도 생각되지 않으니까"


현 상황에서는 개발의 우선 순위도 있어서 대량으로 유황을 유용하는 것은 어렵다. 식물 기름도 귀중품인 이상, 지금은 사치스러운 연구는 할 수 없는 것을 시즈코는 이해했다.


각 기술자들에게 물건을 만들게 하고 있지만 특히 생활 대장장이 쪽이 힘들어서, 완성품을 만들면 끝이 아니다.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그때그때 피드백하여, 그것들을 해결하여 버전업시켜가는 순환 개발을 한다.

생활 도구는 천하통일 후에도 계속 사용된다. 처음에는 느슨해도 점차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개시 시기가 빠르면 빠를 수록 문제점이 밝혀지는 법이니까, 재현도가 낮더라도 계속 시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 때문에 시즈코는 어느 정도의 모양새가 갖춰지면 사용 실험을 할 것을 명령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지시하기만 해서는 끝나지 않는다. 시즈코도 스포츠 백에 들어있던 모와 씨앗을 재배할 필요가 있다.


노트의 주인은 씨악이나 묘목을 재배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전부 다 키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조합이 엉망진창인 것이다. 이래서는 첫 해는 좋아도, 몇 년 안에 흙을 못 쓰게 될 것이다.

무턱대고 씨앗이나 묘목을 모은 것을 보니, 노트의 주인은 농업에 대해서는 초짜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초짜는 '일단 많이 키우고 싶다'고 다양한 종류를 키우려고 한다. 실제로, 시즈코도 처음에는 그랬다가 텃밭을 전멸시켰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컴패니언 플랜츠 처럼 조합하면 좋지만, 반대로 천적을 같이 재배했다가는 작물은 공멸해버린다.


우선은 씨앗과 모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스포츠 백을 다시 열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얼핏 봤을 때는 몰랐지만, 잘 관찰해보니 몇 개의 모가 손상되어 있었다. 손상 상태에서 추측할 때, 강한 힘을 측면에서 받은 느낌이다.

가방을 안은 채로 뭔가에 격돌한 건가, 라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곧 원인을 알아봤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다시 모나 씨앗을 확인했다.


확인 결과, 매실의 묘목이 제일 심한 손상을 입었다.

매실은 자가결실성(自家結実性)이 약한 품종이라, 꽃가루가 많은 품종과 함께 키워야 한다. 가장 바깥쪽에 있었던 탓인지 두 종류 모두 큰 손상을 입었다.

현대라면 수복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보강 테이프 등의 도구류가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시즈코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상은 매실 뿐만이 아니었다. 레몬이 두 개, 귤은 한 개의 묘목이 수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

결국, 무사했던 것은 레몬의 묘목 하나, 가장 안쪽에 있던 귤의 묘목 둘 뿐이었다.

게다가 비극은 계속되었다. 부러진 모가 스낵파인의 모에 꽂혀 있었다. 스낵파인의 모 20개 중 6개를 폐기처분했다.

부러진 모는 추가로 꽃씨가 들어있던 봉투도 찢어서, 나무 알로에와 스트렐리치아, 코스모스의 봉투가 찢어져 있었다. 씨앗이 뒤섞여버렸기 때문에, 분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눈 딱 감고 파기할 것을 선택했다.


최종적으로 키울 쌀은 두 종류, 그리고 귀리.

야채는 시금치, 배추, 백화두, 백설콩, 감자, 오크라, 땅콩.

과일은 레몬과 귤과 수박과 스낵파인.

꽃은 백화충제국, 해바라기, 알로에벨라, 섬게선인장, 프렌치 마리골드, 월계수였다.


귀리와 해바라기는 풋거름용으로 쓸까 했는데, 그러러면 해바라기의 씨앗과 귀리의 열매가 필요했다.

따라서 귀리는 특유의 심근성(深根性)을 이용한 토양 개량 효과를 얻는 데 그쳤다. 해바라기는 씨앗 이외에는 분쇄해서 풋거름에 쓰기로 했다.

월계수, 프렌치 마리골드는 컴패니언 플랜츠로서 공생시키기 위해 키우기로 했다.

달리 무사한 꽃을 키우지 않는 것은 키울 여유가 시즈코에게 없기 때문이었다. 비료나 부엽토, 각종 질병에 대한 약제가 있는 현대라면 가능하지만, 그것들을 구할 수 없는 전국시대에서는 키워봤자 무의미했다.

가능한 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것을 선별한 결과이다. 또, 자소류는 무서운 번식력으로 계속 증식하기 때문에, 다른 것과 똑같이 키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시즈코의 시대에서도 '작물 게릴라'의 이름을 시작으로 테러리스트 등의 나쁜 이미지의 호칭이 많다. 가정 텃밭에서도 프로 농가에서도 '특정 환경에서만 육성해야 한다'는 품종이 있다.

자소는 그 부류에 들어가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매실장아찌를 절일 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버리기에는 아깝다. 그래서 재배 장소를 다른 것들과 격리하고 벽돌로 간소한 플랜터 재배를 하기로 했다.

섬게선인장은 단순한 선인장이기에 키울 의미는 별로 없지만, 손이 가지 않기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종류도 시기를 계산해서 준비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에게서 새로운 지시가 시즈코에게 전달되었다.

그 내용은 '소금을 증산하라'였다. 그것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문제없었지만, 명령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이 '시즈코의 마을의 주민들을, 확장중인 마을로 이주시킨다'라는 수수께끼의 명령이었다.




갑작스런 주민 이주에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납득할 수 없었다.

이유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알현을 신청했더니, 의외로 빨리 알현 허가가 내려왔다.

예상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기분이 좋았던 건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잘 됐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서둘러서 노부나가에게 갔다.

알현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질문했다. 이 시기에 갑작스레 마을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잘못하면 생산고가 떨어져 버려서 충분한 세금을 바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지금 당장 사람을 이주시킬 것인가라고.


"상관없다"


그에 대해 노부나가의 대답은 심플했다.

노부나가가 너무나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기에, 시즈코는 일순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건가 하고 착각했다.


"하, 하지만 이대로는 대폭적인 감산이 될 가능성이……. 그 문제를 무시하면서까지 사람의 이주를 강행할 이유가 있습니까?"


하지만 바로 머리를 흔들고는 노부나가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금년의 세금이 적어도, 내년 이후의 세금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문제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 기술을 전수받은 백성들을 각지에 이동시켜서 추가적으로 전수시킬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만 속에 감추고 있던 계획을 말했다.

그의 계획은 전국시대에서도, 아니 현대에서도 기상천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용이었다.

철저한 효율주의의 계획은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다.


우선 각 마을에서 20명에서 30명을 뽑는다. 이 때, 시즈코를 포함한 초창기의 백성 30명은 제외된다.

모은 사람들로 마을을 6개 만들어, 그 마을을 기점으로 3개에서 5개 마을을 위성처럼 묶는다.

묶인 마을은 '조(組)'라는 단위로 하여, 그 '조'를 3개 합쳐서 '가(街)'라는 단위로 부른다.

노부나가는 '삼조지일가(三組之一街)'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삼조지일가'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첫 해에는 시즈코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점이 되는 마을이 각 마을에 농업의 교육, 지원을 한다.

그리고 첫 해의 수확에서 '담보'가 되는 비축쌀을 오다 가문에 바친다.

다음 해부터 각 '조'마다 재배하는 작물을 1년마다 교대한다.

예를 들면 첫 해의 '갑조'는 쌀과 콩, '을조'는 쌀과 고구마, '병조'는 쌀과 계란. 둘째 해의 '갑조'는 쌀과 고구마, '을조'는 쌀과 계란, '병조'는 쌀과 콩. 셋째 해의 '갑조'는 쌀과 계란, '을조'는 쌀과 콩, '병조'는 쌀과 고구마.

그리고 넷째 해는 첫째 해와 같은 재배를 하여, 3년 전에 바친 '담보'가 반환된다. 하지만 다음의 3년용으로 새로운 '담보'가 필요해진다.

현대에서 말하는 2년 약정이니 3년 약정이니 하는 고정 계약이다. 당연하지만 3년 안에 계약을 파기하고 싶을 경우에는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한다.

지불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담보로 맡긴 비축쌀이 페널티로서 몰수된다.

이 패턴을 5번 반복하면 세율이 50%에서 40%로 변경된다.


추가로 복리후생의 일환으로서 정월 및 수확제 때 떡이 지급된다.

마을 사람 한 명 당 3개, 그리고 마을마다 거울떡(鏡餅)이 하나 지급된다. 이것은 노동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백성들의 노동 의욕 향상과 배신을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우대라고 할 특례 조치를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는 미리 공표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의 '은혜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맛보게 하기 위해서도 조금씩 베풀어야 한다'를 실천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의 당근에 해당하는 부분은 조금씩만 내놓는다.

당연하지만 당근만을 주는 게 아니라, 알기 어려운 부분을 불리하게 고쳐 밸런스를 잡는다.


"그, 그래서는 째째하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요……"


"무릇 군주가 되어서 구두쇠라는 평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결과만 좋으면, 수단은 항상 정당화된다. 따라서 내가 백성들을 속이더라도, 그 결과는 백성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백성들은 내 정책을 신경쓰지 않는다. 백성들에게는 적당한 꿈을 꾸게 하면서 살찌게 하면 되는 것이다"


"과연…… 알겠습니다. 영주님의 진의를 헤아리지 못하고 어리석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괜찮다. 지금부터도 의문이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묻도록 해라. 그것이 더 좋은 의견을 낳는 경우도 있다"


그 말에 시즈코는 솔직히 놀랐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생각에 절대적인 자신이 있기에 간단히 남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즈코의 시선을 눈치챈 노부나가는, 대단히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굳이 놀랄 것도 없지 않느냐. 나는 지금까지 내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에게서 세계를 알게 되며, 내 경험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 깨달았다. 세계는 넓다. 아직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자가 이 세상에는 많이 있지. 따라서 나는 그놈들의 지식을, 경험을 배워서 내 피와 살로 삼겠다고 결정한 것 뿐이다"




2월 하순, 시즈코는 노부나가 직영의 대형 염전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살고 있는 곳은 내륙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염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안부(湾岸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안부는 개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소가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또 있었다. 물이다.


세로로 길고 가는 치타 반도(知多半島)에는 큰 하천이 없어 만성적인 물부족 상태였다.

따라서 빗물이 모인 못(池)이 백성들의 생활을 지탱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한번 간벌이 일어나면 바로 기근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쇼와(昭和) 36년(1961년) 9월에 완성되는 '아이치 용수(愛知用水)'가 가동될 때까지, 백성들은 항상 간벌의 공포와 싸워왔다.

아이치 용수란 기소(木曽) 강의 상류에서 치타 반도의 돌출부 끝부분까지를 종단하는 112km의 간선 수로, 인체에 비유하자면 이것은 동맥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동맥에서 갈라져나와 몸의 곳곳에 영양을 운반하는 모세혈관의 역할을 하는 1012km나 되는 지선 수로로 구성된다.

이 대사업의 중심 인물은 독농가(篤農家)인 쿠노 쇼타로(久野庄太郎)와 안죠(安城) 농업고등학교(農林高校) 교사인 하마지마 타츠오(浜島辰雄)의 두 사람.

그들이 꿈꾼 미래는 구상에 9년, 착공 후 4년이 지나, 총 공사비 423억엔을 사용하여 실현된다. 2차 대전 이후의 일본 최초의 초대형 국책사업이 되었다.


다행히도 쇼와 시대 만큼의 인구는 아니었기에, 물 한 방울 때문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일은 없었고, 사람이 정착하지 않은 지역의 작은 개울에서 음용수를 입수하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것은 음용수 뿐이고 농업용수는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또 작은 개울밖에 없기에 하천 공사도 어렵다.

결국, 치타 반도의 뿌리 근처에 대형의 염전을 만들어서 음용수를 포함한 생활용수를 텐파쿠(天白) 강에서 끌어오기로 했다.

그 후에는 노부나가가 미리 준비해 둔 사람들을 살게 한다.

그걸로 끝날 예정이었다. 다만, 그것은 시즈코의 생각일 뿐이고 현실은 냉엄했다.


"어업조합?"


정착할 마을 사람들의 대표인 촌장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예. 오다 님과 의논하여 저희들은 이곳에 정착하여 소금의 생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금만으로는 불안하여, 그 이야기를 오다 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아아, 뭐 이해는 되네요"


소금의 생산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라고 촌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소금의 생산이 실패로 끝나면,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 뿐이니까.


"그 때 오다 님께서, 어업을 겸업하면 어떠냐고 권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어업에 관한 기술 지도를 시즈코 님께서 해주실 거라는 말씀이었습니다만……?"


"에엑―…… (그런 소리 못 들었어!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지) 뭐, 저로 괜찮다면, 겉핥기 정도로는 지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말한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고기잡이 방법을 '알고 있는 것 뿐'으로, 본격적인 어업 경험은 없다.

대형 어선이나 수송선의 설계도는 가지고 있지만, 그 설계도는 현대의 단위로 치수가 적혀 있기에, 당장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마을이 완성되면, 영주님께 도량형을 MKS 단위계로 통일시켜 주시게 하자. 대응표를 써서 했다간 오차가 나왔을 때 웃어넘길 수 없으니까. 일시적인 수입 감소, 이익 감소를 각오하고 기준을 통일하는 게 좋을지도)


기준을 통일하는 것으로 부정을 저지르기 어려워져 악덕 상인이 줄어든다. 땅의 크기에서 수확량을 계산할 수 있는데다, 세금을 상당히 정확한 수치로 예측할 수 있어 잉여분을 영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긴 안목으로 볼 때 단위 통일은 이득이 된다. 그리고 도량형의 제정은 근세까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노부나가의 뒤를 이은 히데요시나, 에도 막부를 연 이에야스도 도량형을 통일했었다.


"죄송합니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 실례지만 어선이 안 보이는데, 어디에 있나요?"


그들은 매번 그렇지만 노부나가가 어딘가에서 모아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집을 지은 것까지는 알고 있지만, 중요한 어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선을 정박시킬 부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선 건조부터 시작하는 건가, 하고 시즈코는 진절머리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뇨, 그런 건 오다 님께서 준비해 주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아무래도 어선 건조는 다른 장소에서 하고 있고, 그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 좋아요. 그러네요…… 음―, 뭐 일단 주낙(延縄) 어업, 통발 어업, 항아리 어업 세 가지면 되려나. 익숙해지면 채개 어업(採介漁業, ※역주: 손으로 성게나 조개 종류 등을 따는 것)이 좋겠네요. 그리고 바닷가에서 조개줍기라던가……?"


"네에……"


"(그렇게 불안한 듯한 표정 짓지 않아도 설명할 거야!!) 먼저 주낙 어업에 대해서인데요―"


결국, 돌아가는 시간이 될 때까지 설명하게 된 시즈코였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간신히 어선이 그들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그 보고를 받은 시즈코는 바로 그들의 마을로 향했다. 도착 후에 어선을 보자, 중형 규모의 어선이 3척, 소형의 2인승 보트급 사이즈가 8척으로 합계 11척이 선착장에 계류되어 있었다.

문어항아리 비슷한 것이나 미끼를 넣은 '통발', 주낙 어업을 위한 도구도 완성된 듯, 그들은 도착한 날에 어선에 올라타 설치하고 왔다고 했다.

어구의 구조가 간단하고 조업도 비교적 간편한 항아리 낚시나 통발 낚시는, 어획 성능이 좋기 때문에 초짜라도 일정한 양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어획 성능이 지나치게 좋아서, 자원 보호의 관점상 현대에서는 사용하는 통발의 숫자에 제한이 걸려 있다.


"이래저래 설치한 지 3일이 지났으니 슬슬 회수할 시기일까요"


"네. 유감이지만 어제와 그제, 주낙은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장소를 바꾸어 설치했습니다. 물론, 시즈코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깃발이 보이지 않는 장소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한 번 해난사고가 발생하면 대참사는 피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난사고는 1912년(메이지(明治) 45년) 4월 14일, 영국 선적 객선 '타이타닉'이 처녀 항해중에 빙산에 충돌하여 침몰. 1517명이 사망한 사고다.

1914년(타이세이(大正) 3년) 5월 29일, 캐나다 선적 객선 '엠프레스 오브 아일랜드'가 짙은 안개 때문에 세인트 로렌스 강에서 노르웨이 선적 화물건 '스토르스태드(Storstad)'와 충돌하여 침몰, 사망 및 행방불명은 1024명이나 되었다.

일본에서는 1910년(메이지 43년) 4월 15일에 일본 해군의 '제6 잠수정'이 히로시마(広島) 앞바다에서 가솔린 잠항 실험 훈련중에 침몰. 함장 사쿠마 츠토무(佐久間勉) 이하 승무원 14명 전원이 순직했다.


전국시대에 해난사고가 일어나면 더욱 비참하다.

배에서 내던져져, 파도에 휩쓸려버리면 끝이다. 두 번 다시 살아서 땅을 밟을 수 없다.

그들은 어부인 동시에 소금을 만드는 장인이다. 가능한 한 '목숨을 소중히 해라' 작전을 철저히 따라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즈코는 그들에게 어떤 규칙을 부과했다.


어업을 하는 경우에는 마을의 장소를 알리는 깃발을 세울 것 (알기 쉬운 귀환 목표).

새끼줄로 묶은 대나무 통을 몸에 두를 것(구명조끼 대용품).

자신의 몸과 배를 끈으로 연결하고 어업을 할 것 (생명줄).

야간, 또는 날씨가 나쁜 날에는 어업을 하지 않을 것 (위험회피).


그 규칙들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선을 압수하고 소금 생산에 전념시킬 것이라고 그들에게 통고했다.

처음에는 그 규칙이 필요한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이지만, 어제 어떤 마을 사람이 배에서 내던져졌을 때 절감했다.

바다의 날씨는 거칠어지기 쉽고, 약간의 방심이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시즈코의 규칙은, 그것들을 가능한 한 회피하기 위한 규칙이라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이해했다.


"오, 돌아온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볼 때……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


"어라, 어업 성과는 좋지 않았던 걸까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어선은 부두에 도착했다. 로프를 계류 기둥에 감아서 어선을 계류시켰다.

그런 것들이 끝나자 어부들은 수확물이 들어 있을 상자를 어선에서 내렸다.

몇 명이 달려들어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그들의 표정은 굳었다.

모든 상자가 시즈코 앞에 늘어놓아지자, 그 중 하나의 상자의 뚜껑을 잡으면서 어부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전부 가지고 왔습니다만…… 저기, 이게 뭡니까?"


말과 함께 뚜껑이 열렸다.

안에 있던 것은 참문어였다. 그 외에도 살오징어나 흰꼴뚜기 같은 해양 연체동물들이 들어 있었다.


"(……설마 본 적 없는 건가? 저기―, 한 가지 묻겠는데, 혹시 바다에서의 낚시는 처음인가요?"


"예, 예에. 창피하지만 지금까지는 강에서밖에 낚시해본 적이 없어서…… 실은 이렇게 바다에 나가는 건 처음이라서요"


예상대로였다. 그들은 강 낚시 전문의 어부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해양 생물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리라, 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뭐, 뭐어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 기억해 주세요. 그럼, 다른 건 뭐가 들어 있나요?"


아이스 박스 대용의 나무 상자를 열었다.

통발 낚시로는 새우, 게가 들어 있었다. 새우는 보리새우가 많았고, 게는 꽃게가 많이 들어 있었다.

주낙 쪽을 확인하자, 보리멸이나 문절망둑도 섞여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갱이가 많은 것 같았다.

잘 보니 복섬(クサフグ, ※역주: 복어의 일종)이 조금 섞여 있었기에, 시즈코는 그 중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에―, 이 복어라는 생선은 먹으면 위험해요. 실수로라도 먹지 않도록 하세요"


"……먹으면 어떻게 됩니까?"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가 목숨을 잃어요"


조심조심 묻는 촌장의 말에 시즈코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복섬 등이 체내에 축적하는 독의 주 성분은 테트로도톡신이다.

테트로도톡신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유명한 독물인 '청산가리'의 850배 정도의 독성을 갖는 물질이다.

경구섭취할 경우, 표준적인 성인 남성이 1, 2mg의 섭취로 죽게 된다. 또 열에도 강해서 조리의 범주에서 쓰이는 300도 정도의 열량으로는 분해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일단 몸 안에 들어간 경우, 약물 투여에 의한 분해가 어려워서, 강심제를 투여해서 심장을 활성화시키고 이뇨제를 사용해서 독물이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것을 촉진할 수밖에 없다.

또, 테트로도톡신은 신경계에 작용하여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물 투여와 병행하여 인공호흡의 보조가 필요해진다.


"참고로 어디에 독이 있는지는 종류에 따라 달라요.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그리고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독이 몸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복어를 보면 즉시 바다에 돌려보내세요"


"예, 옛"


말이 끝날 무렵에는 촌장의 얼굴은 새파래져 있었다.

하지만 테트로도톡신은 정말로 위험한 독이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복어를 직접 만지는 것만으로는 중독되지 않는 것이다.


"뭐 이렇게 부풀어오르니까 알기 쉬워요. 자, 이 녀석은 바다로 던져버리죠"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복어를 바다를 향해 힘껏 던졌다. 깨끗한 포물선을 그리며 복어는 바다에 떨어졌다.

그것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다시 마을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 그럼…… 우선은 살아있는 문어의 처리 방법이에요"


"처리요?"


"네, 문어나 오징어, 생선은 그대로는 기운이 너무 넘치니까요. 처리해두지 않으면 날뛰어서 위험해요"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적당한 문어를 아무렇게나 잡아서 준비해 둔 테이블 위에 놓았다.

문어는 아직 기운이 넘친다, 고 주위에 어필하듯이 복수의 흡반이 달린 8개의 촉수로 위협하고 있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손에 대나무 꼬치를 굵게 만든 것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문어나 오징어, 생선을 처리하는 데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도구를 준비했던 것이다.


"많은 흡반이 달린 8개의 다리가 주로 먹을 수 있는 부위에요. 촉수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얼핏 머리로 보이는 부위는 사람으로 말하면 배 부분이에요. 실제의 머리는 이 눈이 달려있는 부분이에요. 그러니까 양 눈 사이에 식칼이나, 또는 이런 도구로 한번 찔러서 처리해요"


식칼로 양쪽 눈 사이를 베던가, 또는 송곳(千枚通し)으로 마구 찌르면 문어를 처리할 수 있다.

급소를 잘 찔렀는지 어쩐지 확인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잘 찌를 경우에는 다리 전체가 순식간에 하얘져요. 자, 아까까지 붉은 색을 띠고 있던 다리가 단번에 하얘졌죠"


그녀의 말대로, 문어의 다리가 마치 탈색된 듯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까까지 움직이고 있던 다리도 축 처져서, 한눈에 절명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오―"


촌장을 포함한 어부들이 감탄의 소리를 냈다.


"다음에는 머리 속에 손가락을 넣어서 내장을 끄집어내요. 거칠게 간 무로 씻어서 끈적임을 없앱니다"


"무…… 말입니까?"


"네, 소금으로 해도 되지만, 비싼 소금으로 끈적임을 없애기보다는 간 무로 끈적임을 없애는 편이 싸게 먹히니까요"


소금으로 문어의 끈적임이 없어지는 원리는, 소금에 의해 단백질이 변성되어 굳어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무는 성분의 소화효소계로 떠오르게 한다.

무 쪽이 깨끗하게 없앨 수 있는데다 디아스타아제(아밀라제)가 문어를 부드럽게 해 주지만, 반면 끈적임을 없애는 힘이 약해서 시간이 걸린다.


"끈적임은 안쪽에 남기 쉬우니까, 주의해서 씻어냅니다"


소금으로 하는 것보다 시간을 들여 간 무로 씻었다. 그걸로 간신히 밑처리가 완료된다.


"자, 다음은 여러분 차례에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시즈코는 어부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빨리 익숙해져라?"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그들이 생각한 것은 결코 기분 탓은 아니리라.

왜냐하면, 시즈코는 곤혹스러워하는 그들을 향해 이렇게 덧붙였기에.


"괜찮아요, 문어는 많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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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2 1568년 1월 초순



전국시대의 무사들의 정월 풍경은 현대인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친척이나 동료들과 함께 정월의 첫 참배에 가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며 정월을 만끽한다.

다른 구석을 들어보면, 주군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등성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끝나면 중신이나 다른 가신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것이다.


시즈코의 마을에 있는 케이지와 나가요시도 예외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이조만은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아타고곤겐(愛宕権現, ※역주: 일본의 신 중 하나)에게 참배하러 가기를 원했다.

사이조가 젊었을 때부터 아타고곤겐의 독실한 신자인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시즈코는 세 명에게 어느 정도의 준비금과 먹을 것을 건네주었다. 가는 길에 곤란한 일이 있을 경우를 위해서라고 생각한 것인데, 정작 세 명은 과한 배려에 곤혹스러워했다.

시즈코로부터의 배려를 사양할까 생각했던 세 명이었으나, 최종적으로 '시즈코니까'라는 걸로 납득하고 감사히 받기로 했다.


한편 시즈코는 작년과 별로 다르지 않아, 마을 사람들과 정월의 연회를 열고, 이틀째에 주군인 노부나가에게 인사하기 위해 등성여, 그대로 술자리에 참가한다.

금년에는 'NO 음주'를 결심하고 있었기에, 술을 마시고 추태를 보이는 일은 없었다.

저번과 달리 다소 말을 걸어오는 인물들도 늘어났지만, 오다 가신들 중에서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시즈코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본인은 이름을 팔 생각이 없었기에, 무명 상태로도 딱히 곤란한 점은 없었다. 필요한 권한이나 재료 등은 아야를 통해서 손에 넣을 수 있으니, 생활에 딱히 곤란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술자리에 참가하였으면서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귀가길에 오른 시즈코는, 집이 조용한 것에 약간 쓸쓸함을 느꼈다.


그 쓸쓸함을 달래려고, 시즈코는 마지에 다양한 기구를 기억해내어 스케치했다. 조류는 다방면에 걸쳐서, 조리 기구나 토목공사 도구 및 농기구, 측정 도구 등이다.


기구의 스케치를 하고 있는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첫 해, 둘째 해와는 달리 시즈코는 생활에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기 시작했다. 여유가 생기면, 지금까지 바빠서 불편하다고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들이 눈에 띈다.

특히 눈에 띈 것이 일용품이었다. 전국시대는 무기에 철광류를 소비하고 있었기에, 생활도구가 극히 빈약하다.

약한데다가 사이즈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이래서는 지금은 괜찮아도 천하통일 후에 곤란해질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일용품류를 재현할 필요가 있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실은 돌가마를 만든 것도, 오븐 레인지의 대용품을 재현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시즈코는 기억나는 모든 일용품을 스케치했다. 이 때, 단위는 MKS(※역주: 미터법) 단위를 기준으로 했다.

원래는 이 이야기와 동시에 오다 영토에 일제히 MKS 단위 계열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대규모의 규격 통일에 의한 장인들의 혼란이 문제시되었다.

의논한 결과, 시험적으로 하나의 마을에서 도입을 한다는 형태로 결정이 났다.

어떤 이유로 새로운 마을의 구상을 하고 있던 시즈코는 마침 잘됐다고 생각, 계획에 편승하는 형태로 생활도구 계열의 대장장이, 길쌈 장인, 이미 도자기는 유통시키고 있었지만 도자기 장인, 대나무나 목재를 가공할 수 있는 목공 장인을 모집했다.

메인은 대장장이로, 길쌈 장인을 포함한 다른 장인들은 미안하지만 덤이었다.


대장장이는 크게 나누면, 화승총 등 무구를 만드는 도공 대장장이와 농기구 등을 만드는 생활 대장장이의 두 종류가 있다.

도공 대장장이는 각지의 영주들이 데리고 있지만, 생활 대장장이에 관해서는 도공 대장장이보다 아래 급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다만, 에도 시대가 되자 도공 대장장이와 생활 대장장이는 입장이 뒤바뀌어, 먹고살기 위해 도공 대장장이는 생활 대장장이에게 가르침을 청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시대, 따라서 생활 대장장이는 적지 않을까 하고 시즈코는 우려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필요없었다.


겨우 이틀만에 어느 직종이고 규정 인원수를 채웠던 것이다. 당연하다. 지금의 오다 영토는 돈과 물품이 넘치는 장소인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장사나 일을 시작하기 좋은 환경이기에, 필연적으로 장인들이나 상인들이 유입되기 쉽다.

물론, 그 반대로 장인들이나 상인들이 다른 나라로 유출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지만 미미한 숫자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오다 가문이 장인을 모집하고 있다, 라고 하면 장인들이 쇄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너무나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선발 시험을 실시해서 규정 인원수까지 줄여야 했지만, 덕분에 실력이 좋은 장인들을 다수 보유할 수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오다 가문 소속의 기술집단이지만, 실제로는 시즈코 휘하의 기술자 집단이었다




일부러 시즈코가 기술자 집단을 거느린데는 이유가 있다.

시즈코에게서 농업 기술의 계승을 받은 백성들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수확물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뻐했지만, 그 상식을 벗어난 수확량이 큰 문제로 변했다. 그것은 수확량에 걸맞는 저장 시설이 갖춰져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량의 작물을 한번에 손에 넣은 백성들은 가족의 소비 및 만일을 위한 비축을 아득히 뛰어넘는 양을 감당하지 못했다.

상인에게 팔면 가격을 후려칠 것은 뻔했다. 애초에 멋대로 파는 건 노부나가와의 계약상 불가능하다.

몰래 판 사실을 들키면 어떤 벌이 내려질지 모른다. 고민하다못해 시즈코에게 하소연한 것이다.


하지만 하소연받은 시즈코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비교적 보존이 쉬운 곡물류라면 그렇다치고, 야채 등 상하는 게 빠른 작물에 대해서는 매매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최소한 며칠은 필요하므로, 그 동안에 작물이 못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제와서 모든 양을 소비로 돌린다는 것도 무리한 얘기다. 고민한 결과, 그들에게 원래는 예정되지 않았던 가공, 보존, 저장의 지혜를 전해주기로 했다.

어째서 예정되지 않았냐고 하면, 보존식이라는 건 각 가정에서 전해지면서 거기에서 독자성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일할 생각은 시즈코에겐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각 가정의 독자적인 맛내기를 권장할 방침이었다.


어쨌든 급피치로 간소한 저장시설을 만들고, 저장용으로 가공한 작물을 보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장용의 도구류가 부족해졌다.

이것만큼은 시즈코의 지식으로 어떻게 되는 일이 아니라서, 출입하는 상인들이나 노부나가에게 부탁해 모을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1할 가까운 야채를 파기하게 되었지만, 어찌어찌 모든 공정을 해낼 수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에 반해 시즈코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이 사건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노부나가들에게 부탁하면 어떻게 된다, 라고 잔뜩 방심하고 있었던 자신을.

이 일을 크게 반성하여,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기구류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이 많은 전국시대에는, 생활에 관련된 기구를 만드는 장인이 적어서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시즈코는 생각했다. 사람이 적다면 모아서 마을을 만들어 버리자. 내친 김에 MKS 단위계를 퍼뜨리자, 라고.


미터, 킬로그램, 초에는 하나같이 원기(原器)가 필요하다.

우선 미터의 원기인데 이것은 시즈코의 현대 물품 중에서 스테인리스 제의 자, 대나무 자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그것을 원기로 삼기로 했다.

초의 원기에는 원자시계가 최고지만, 전국시대에는 원자를 관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해시계를 일용품으로서 사용하여, 그걸로 시간 감각을 익히게 하기로 했다.


골치아팠던 것이 킬로그램의 원기다.

하지만 무게의 원기는 분량을 속인다는 부정을 없애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어떡할까 하고 고민했는데, 문득 시즈코는 에도 시대에 킬로그램의 원기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은 저울로 재는 것으로, 기본이 되는 무게가 필요했다. 1그램의 무게를 가진 것이 없나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까이 있던 것이 그 문제를 해소해 주었다. 현대의 화폐이다.

시즈코의 시대에는 1엔 동전이 1그랩, 500엔 동전이 7그램이라고 법률로 정해져 있다. 밀리그램 단위의 오차는 있지만, 그것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재료가 모였기에 1엔 동전으로 그램의 원기를, 그램을 여러 개 모아서 킬로그램의 원기를 제조했다.

그램은 그렇다치고 킬로그램 쪽은 오차가 있지만, 그것도 세세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뭣보다 지금은 완벽함보다 단위계를 퍼뜨리는 쪽이 중요하니까.


그리하여 원기에서 기구를 복제시켜, 기술 마을의 사람들에게 MKS 단위계를 침투시키고 있을 무렵, 시즈코의 마을을 수상한 남자가 한 명 방문했다.




그 남자는 딱 봐도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헷헷헤, 시즈코 님. 안녕하십니까"


손을 주물럭대며 안부를 묻는 남자의 이름은 큐지로(久治郎).

이래뵈도 노부나가에게 시즈코의 마을의 출입을 허가받은 상인 중 한 명이다.

성은 불명, 태생은 오우미(近江)였지만 성인식과 동시에 행상이 되어 각지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들었다.


실제 연령은 20대 초반이지만 겉보기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다, 정수리는 물론이고 뒤통수까지 대단히 위험한 레벨로 머리숱이 적은 덕분에, 겉보기의 수상함은 출입하는 상인들 중에서 넘버원이다.

다만 오우미 상인이니만큼 장사 수완도 출입하는 상인들 중에서 넘버원이다.

특히 물건을 '팔 곳'에 대한 후각이 날카롭기 떄문에, 노부나가에게서 같은 물건을 사들이고 있는 다른 상인들보다 빨리, 그리고 비싸게 팔아치우고 있다.

그런 빈틈없는 면도 노부나가가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떤 용건이신가요"


"잠깐 봐 주셨으면 하는 상품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이"


시즈코의 말에 히죽히죽 수상한 미소로 대답한 후, 큐지로는 뒤에 있던 남자에게 짧게 말했다.

남자는 짧게 대답한 후, 두 개의 나무상자 중 왼쪽에 있는 것을 시즈코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남자는 큐지로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호위대인 케이지가 경계하면서 상자를 열었다.


"뭐야 이게?"


내용물을 확인한 케이지가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무리도 아니다. 나무 상자에 들어있던 것은 크기가 다양한 돌 뿐이었다.

케이지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사이조와 나가요시도 안을 보았다. 돌멩이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사이조는 고개를 갸웃하고, 나가요시는 큐지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치고 있었다.

그런 세 명의 반응을 보고도 큐지로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여전히 수상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자, 다들 거기까지. 나한테도 보여줄래?"


그렇게 말하면서 세 명을 밀어내고 나무 상자 안을 확인했다. 손에 들고 자세히 보니, 하얀 것이 반점처럼 섞여 있었다.

완전히 백색의 돌도 있었지만, 연질의 돌인지 꽤나 물렀다. 돌이라기보다 암석으로 보인 그것을 손에 들어보면서, 시즈코는 큐지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암석, 어디서 구했지요?"


"헷헷헤, 원래는 상품의 출처는 비밀입니다만, 다름아닌 시즈코 님의 질문이시니 대답하겠습니다. 그것은 우에스기(上杉)나 유자(遊佐) 영토 방면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과연. 좋아요, 그쪽이 원하는 가격에 사들이죠"


암석을 나무 상자에 되돌려놓으며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돌멩이를 사들인다는 말에 놀란 세 명이었지만, 본인이 결정한 이상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않았다.


"과연 시즈코 님. 이게 무엇인지 알아주신 것 같군요. 뭐, 저도 시즈코 님께 배운 입장이니 잘난 척 말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헤헷"


"뭐 진짜라고는 생각하지만, 일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다음 번은 기다려 줘요"


"괜찮습니다. 외부인이긴 하나 잘 아는 녀석이 있어서 확인했습니다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뭐, 그 녀석은 '입막음'을 해 두었습니다만. 어이쿠, 이건 상관없는 얘기였군요"


"그리요…… 아야 짱, 돈을 가져와 줄래?"


그가 말하는 '입막음'은 '시체가 되는 것'이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이 암석이 시즈코가 예상한 대로의 암석이라면, 용도를 알고 있는 외부인이 파내게 되면 장사의 방해가 될 거라고 그는 생각한 것이리라.


"(어이 시즈코, 이 돌멩이에 그렇게 가치가 있는 거야?)"


궁금해진 나가요시가 시즈코에게 귓속말을 했다. 다른 두 명도 궁금했는지,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중에 얘기할께. 일단 이 암석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면 쓸모가 있어. 아마도, 그는 이걸로 내가 뭔가를 만들 것을 계산에 넣고 있다고 생각해)"


"(……저 야비한 놈. 알았어, 일단 나중에 듣지)"


"상의는 끝나셨습니까? 그럼 이번에는 이쪽을…… 분명히 시즈코 님도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나가요시가 시즈코에게서 떨어진 순간, 큐지로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남자에게 짧게 말했다.

남자는 시즈코의 앞에 있는 나무 상자를 옆으로 밀어내더니, 다른 하나의 나무 상자를 시즈코의 앞에 내려놓았다.

아까의 나무 상자와는 달리, 장방형의 모양을 가진 나무 상자였다. 케이지가 시즈코를 뒤로 물러서게 한 후, 아까와 마찬가지로 경계하면서 나무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도 뭔지 잘 알 수 없었던 케이지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뒤에서 나무 상자를 본 시즈코는 약간 얼굴이 굳었다.


"시즈코 님, 돈을 가져왔습니다"


"……큐지로 씨, 이 쪽도 사겠어요"


아야에게서 억지로 돈이 든 견고한 나무 상자를 빼앗더니, 시즈코는 그것을 그의 앞에 놔두고 이렇게 말했다.


"원하는만큼 가져가도 좋습니다"




의외로 큐지로는 시즈코의 "원하는만큼 가져가라"는 말에 대해, 이마를 탁탁 친 후, 그가 본래 생각하고 있던 가격만큼만 나무 상자에서 꺼내갔다.


"헷헷헤, 보통의 상인이라면 통째로 가져가겠지만, 이 큐지로는 그런 천박한 짓은 안 합니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수상쩍은 미소를 지으며, 큐지로는 돈을 받고는 나무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죄송합니다. 이후에도 다른 상담(商談)이 있기에,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시즈코 님, 달리 뭔가 필요하시면 부디 이 큐지로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수상쩍은 미소를 띄우고 큐지로는 남자와 함께 나갔다.

마을 입구에 있는 문을 지나 시즈코의 마을이 눈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큐지로의 곁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큐지로 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저만큼 큰 돈은 그리 흔하게……"


"아아?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라. 그건 나를 시험한 것일게다"


남자의 말에 큐지로는 멍청한 소리를 들었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저 큰 돈을 전부 가지고 가봐라. 나는 저 여자가 벌이는 신규 사업에서 빠지게 됐을 거다. 그리고 억지로 파고들면 오다 나으리께 찍히게 되겠지. 욕심을 부려서 그 결과 짭짤한 얘기에서 빠지게 되는 건 사양이다.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는 건 사카이(堺) 놈들로 충분해"


"네, 네에……"


"알겠냐, 장사는 그 자리에서 사고파는 것 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득과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상대를 배불려 줄 필요도 있지. 그 때의 투자가 나중에 큰 돈이 되어서 내 품에 굴러들어오는 거다. 요는 손해를 보고 이득을 취해라, 라는 게야"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라니…… 아이고―, 너는 정말 내 아들이냐. 조금은 장사의 기본을 이해해라. 오늘부터 오우미 상인의 장사 10계명, 그리고 산포요시(※역주: 三方よし,  판매자에게 좋고 구매자에게 좋고 세상 사람에게 좋고(즉 Win-Win)는 에도 시대 상인의 중요한 경제 이념으로, 판매자·구매자·사회(三方)에게 모두 좋은 것이라는 의미의 표현이다 -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를 복창해 둬라, 이 얼간아!"


큐지로는 노성에 움찔하는 아들을 한번 쳐다본 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남겨진 아들은, 머리로 이해가 된 후에는 서둘러 큐지로의 뒤를 쫓았다.


한편, 암석과 '어떤 것'을 산 시즈코는, 암석을 한 손에 들면서 케이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말야, 도석(陶石)이라는 광석이야"


"도석……?"


"그래, 도자기를 만들 때의 원료. 오와리, 미노에서는 구할 수 없고, 다른 나라도 아직 발굴하지 않았으니 귀중한 거야"


도석은 단독으로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백색 연질의 암석이다. 하지만 도석은 오와리, 미노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

가까운 곳에는 도석광맥(이시카와(石川) 현의 핫토리(服部), 카와이(河合) 도석이나 기후 현의 키요미(清見), 이사이(伊西), ・시부쿠사(渋草) 도석 등)이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타국의 영토이기에 마음대로 파러 갈 수는 없다.

애초에 도석 자체가 에도 시대부터 발굴되었기에, 전국시대에는 일단 볼 수 없다.


게다가 비금속이라고는 해도 광석을 파려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갱도를 파지 않고, 지표에서 소용돌이치듯 파내가는 노천채굴이라는 수법을 쓰기 때문에, 보통의 광산보다는 드는 비용이 적다.

노천 파내기는 광상이 지표에 가깝고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도석 채굴에 적합하다.


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타국에서 광석을 파는 것 같은 요란한 활동을 하며, 그 토지의 지배자에게 반드시 들키게 된다.

노부나가가 상락하기 전에 쓸데없는 짓을 해서 그의 계획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이다.

어쩔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무렵, 그 이야기를 들은 큐지로가 그쪽까지 가서 광산을 팠던 것이리라.


"용케 영주의 눈길을 끌지 않았군…… 저 자식"


"이건 철이나 구리, 은, 금과 다른 계통이니까. 즉, 제대로 가공하지 않으면 쇼우조 군이 말한 것처럼 '근처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거든. 쓸모없는 걸 상인이 파내더라도 아마도 신경쓰지 않은게 아닐까. 그리고 뇌물이라도 줬을지도"


어느 쪽이든, 이것이 진짜 도석이라면 일본에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본래의 역사에서는 도자기는 에도 시대 초기에 사가(佐賀) 현 아리타쵸(有田町) 동부의 이즈미 산(泉山)에서 백자광(白磁鉱)이 발견되고, 그것을 써서 자기를 생산한 아리타야키(有田焼)가 시초이다. 그 때 만들어진 도자기는 백색 단일색의 도자기였다.

8세기에 도자기의 기술을 완성시킨 중국이 만드는 도자기를 동경한 일본인에게, 백색뿐인 단색 도자기는 수요가 없어, 곧장 그림 문양과 장식이 있는 도자기가 생산되었다.

순식간에 백색 뿐인 단색 도자기는 밀려나고, 장인의 손으로 다양한 모양이 그려진 일본 그릇이 생산되었다.


도자기를 생산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 번 도자기 굽는 걸 해보고 싶다, 는 별거 아닌 이유였다.

노부나가는 무력만을 믿는 원숭이가 아니라 문화인으로서의 깊은 교양을 가진 사람이다, 라고 어필하는데 쓸 수 있다, 라는 생각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참으로 시즈코다운 이유였다.


"뭐어 쓸 수 있게 가공한 후, 장인들한테 만들게 해볼까. 나도 하나 만들어 보겠지만"


"호오, 시즛치는 도예의 취미도 있는 거야?"


"그런 고상한 취미는 없어. 단지 딱 좋은 기회니까, 한 번 체험해 볼까? 하고.

뭐 우선은 점토로 가공해야 되지만 말야. 아야 짱, 나무 통이랑 세토(瀬戸)의 흙을 수배해 줘―"


"알겠습니다. 세토의 흙이란, 세토의 도자기 장인들이 쓰고 있는 흙 말인가요?"


"응, 그걸로 부탁해. 도석 쪽은 나무 통이 갖춰진 후에 작업할 거니까 지금은 됐어. 이쪽의 나무 통은 내 방으로 옮겨 놓을게. 피곤하니까 내용물을 확인하는 건 나중에 하지 뭐"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다른 하나의 나무통 쪽을 들어올렸다.

의외로 무거운 듯 묵직한 무게를 손에 느꼈지만,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한 채 방을 나섰다.


"아, 다들 적당히 해산해도 좋아. 이제 사람이랑 만날 예정도 없으니까"


나가기 직전, 시즈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의 안색을 살폈다.

딱히 시즈코의 행동을 수상쩍게 생각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것에 시즈코는 내심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방을 나서서 시즈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나무 상자를 방의 한복판에 놓고는 방의 문단속을 확실히 했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시즈코는, 다시 방의 한복판에 놓여진 나무 상자를 마주했다.

살짝 뚜껑을 들어올리고 안쪽을 확인했다. 내용물이 변할 리는 없기에, 그녀의 예상대로의 물건이 나무 상자 안에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어째서 쿠지로 씨가 이걸……?

아니, 애초에 어째서 내가 가지고 있던 것 이외의 현대 물품이 이 시대에 떨어져 있는 거야……?)


나무 상자 안에 있는 것, 그것은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검은 스포츠 백이었다.




스포츠 백은 상당히 대형 사이즈인듯, 80cm 정도의 길이였다.

게다가 그냥 스포츠 백이 아니었다. 주인이 오랫동안 애용한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방은 낡았고, 그리고 진흙투성이였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지워버리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핏자국이 가방에 배어 있었다.

가방의 주인의 피에 의한 핏자국일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인지는 모른다. 시즈코는 떨리는 손으로 스포츠 백의 지퍼를 열었다.

대량의 작은 비닐봉투와 묘목 같은 것들이 조금, 그리고 일기장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비닐봉투에 들어있는 것이나 묘목이 신경쓰인 시즈코였지만, 우선은 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남의 일기를 멋대로 읽는 것은 조금 꺼려졌던 그녀였지만, 꺼림칙한 마음보다도 소유주의 정보를 알고 싶은 마음 쪽이 강했다. 마지막 부분의 정보부터 보려고 시즈코는 뒤쪽부터 읽었다.


"6월 15일

드디어 딸이 이 집에서 나갔다. 아니, 나갔다는 건 올바르지 않다. 정확하게는 결혼하여 새로운 가족에게 갔다, 겠지.

하지만 뭐 결혼식에서는 기습을 받았어. 애초에 그 녀석이 유치원 때, 그 녀석을 위해 만든 옷을 가지고 나오다니 비겁해. 울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크게 울어 버렸어. 그리고 진정되었을 때 그 녀석이 말했어. 엄마는 어린 시절에 돌아가셨지만, 아빠가 엄마 몫까지 애정을 쏟아주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어요. 나는 아빠의 딸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라고 말야…… 그래서 또 크게 울었어, 나. 어떡하지. 마누라 사진이 짠물 투성이가 되어 버렸어. 그 녀석의 결혼 사진을 마누라한테 보여줄 수 없잖아"


"8월 1일

딸이나 사위가 집에 자주 온다. 쓸쓸하지 않은 반면, 그 녀석들에게 너무 마음을 쓰게 한 걸까?

좀 떨떠름해서 마음먹고 이야기를 꺼내 봤다. 역시 내가 혼자서 외롭지 않은지 신경쓰고 있던 모양이다.

사위는 같이 살자고 권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일단 뭣보다도 딸 부부가 두 사람의 가정을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인터넷에서는 자주 같이 살 생각을 해서 돌봄을 받으려고 부심하는 부모가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거지같은 놈들과 똑같아지고 싶지 않아.

그래서 딸하고 사위에게 말했다. 같이 살자는 말은 굉장히 기쁘다. 하지만, 딸아, 네 가족은 네 옆에 있는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서방, 이런 영감을 신경써줘서 고맙네. 하지만 나보다 딸에게 신경을 써 주게.

괜찮아, 아직 노망들 나이는 아니다. 그리고 요즘, 가정 텃밭을 가꾸고 있는 덕분인지, 뱃살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

그렇게 말했더니 둘 다 웃으면서도 울어주었다. 그게 웃다가 나온 눈물이라고 아빠는 생각하겠다, 딸아"


"8월 7일

어지간한 과일이라면 심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넓은 마당의 유효 활용을 생각했다.

옛날에 딸이 넓은 마당의 이유를 물었었는데, 그 때는 주차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서라고 거짓말을 했었다. 응, 사실은 마누라랑 같이 가정 텃밭을 일구거나 꽃을 키우거나 하면서 같이 나이를 먹자고 생각했었다.

첫 단계에서 소용없어졌지만.

그렇군…… 마누라가 좋아했던 꽃, 딸과 사위가 좋아하는 먹거리를 키워 볼까"


"8월 8일

이쪽에서 전화할 일은 없으니 긴장했다. 하지만 어째서 사위가 받은 거지? 라고 생각했지만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자가 남자가 좋아하는 걸 물어본다는 게 얼핏 보면 위험하지 않을까. 뭐, 가정 텃밭에서 뭘 키울지 고민되서, 가족이 좋아하는 거라도 키워보려고 생각해서, 라고 말하면 되려나"



"8월 10일

사위는 젊은데도 야채를 좋아하는 건가, 조금 의외다. 회사의 신입들은 대부분 고기라고 대답하는데…….

뭐 괜찮겠지, 분명히 부장이 아는 사람 중에 농업의 프로가 있다고 말한 적 있으니, 내일에라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보자.

어디보자 딸이 좋아하는 게 시금치랑 배추, 귤이랑 수박, 그리고 쌀이군. 그리고 사위가 소송채, 백화두(白花豆), 백설콩, 감자, 레몬, 매실장아찌인가…….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 두 사람 다 정말로 젊은이 맞아? 뭔가 시골 할아버지랑 할머니 같은 취향이네.

과일과 야채가 섞여 있으니 빨리 연락하는 편이 좋으려나. 일단 부장에게 전화해보자"


"8월 13일

부장의 수완과 빠른 행동에는 매번 질린다. 전화한 다음 날에는 유급휴가 신청을 했다니 대체 뭐야…….

아니 뭐 괜찮지만 말야. 하지만 시골은 굉장하네, 전화하고 며칠만에 물건이 모이다니. 무섭다, 시골 네트워크.

분명히 F1종이 아니라 고정종이라고 했는데…… 애초에 F1종이라는 게 뭐지? 씨앗에 뭔가 차이라도 있는 건가?

F1이라니 설마 F1 레이서 같은 거? 뭔가 잘 모르겠어. 나중에 구글에서 검색해보자"


"8월 14일

내가 사는 곳도 시골이라고 생각햇는데, 지정된 장소는 더 시골이었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오는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하루에 한 대였을 때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

묘목이라는 녀석을 받아야 하기에 출장갈 때 쓰던 스포츠 백을 가져왔는데…… 괜찮으려나.

역시라고 할지 소개받은 농업의 프로는 고집쟁이 영감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내게는 비밀병기가 있었다.

나는 인사한 후에, 살짝 어떤 것을 그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부장에게서 '그 할아버지는 민채당(民菜堂)의 밤양갱(栗羊羹)을 좋아한다'라고 들었었다.

예상대로, 할아버지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효과 죽이는데!"


"8월 15일

버스 문제로 그 할아버지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술을 마셨다고 할아버지는 기뻐했다.

받아든 씨앗과 묘목을 확인했다. 씨앗은 시금치, 배추, 소송채, 백화두, 백설콩, 감자, 오크라(okra), 수박. 묘목은 귤과 레몬과 매실. 예정 외의 품종이 매실장아찌용의 텐진(天神) 적자소라는 것과 풋거름용의 귀리 씨앗이군. 그리고 맥주 마실 때 좋다고 억지로 쥐어준 땅콩.

쌀은 토모호나미(ともほなみ)라고 하는 모양인데 너무 마이너해서 모르겠다. 애초에 쌀은 코시히카리(コシヒカリ)라던가 아키타 코마치(あきたこまち) 정도밖에 모르지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뭐라는 이름이더라…… 분명히 어려운 한자를 쓴 것 같은데…… 뭐 됐다.

어이쿠, 꽃도 확인이다. 제충국, 해바라기, 코스모스, 알로에벨라, 나무 알로에, 섬게선인장(金鯱), 프렌치 마리골드, 스트렐리치아, 마가렛, 로리에(월계수)…… 좋아, 전부 있군.

그런데 내 마누라지만 어째서 이 라인업인거지……? 갓난아기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

이렇게 써놓고 보니 숫자가 많군. 뭐 이만큼 숫자가 많으면 우울할 일도 없겠지.


묘목은 타올이나 종이로 싸서 상하지 않게 하고, 남은 공간에 씨앗을 넣었다.

모는 크지만 씨앗은 몇백개가 되던간에 한 알 한 알이 작으니까 컴팩트하네. 모보다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

의외로 많이 들어가서 좀 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말한 것은 실수였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집에 돌아갔나 했더니, 바로 종이봉투를 한 손에 들고 돌아왔다. 뭡니까 그거, 라고 묻자 스낵파인의 모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지인에게서 모를 받은 모양인데, 키울 생각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던 듯 하다. 뭐 괜찮겠지, 무리라면 그걸로 좋으니.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버스가 흔들려서 졸음이 오기 시작하니 오늘 일기는 여기서 끝. 굿나잇"


그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다음에 쓰인 문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꽤나 난잡하게 적혀 있었다.


"??월 ??일

여긴 어디야! 이상하다…… 나는 버스 안에서 자고 있었을 뿐인데…… 어째서 삼림 투성이인 장소에 있는 거야!

서, 설마 버스의 운전수가 나를 어딘가에 버리고……?

아니, 그럴 리는 없을 거다. 그런 짓을 해도 운전수에게 아무 이득도 없고, 뭣보다 짐이 무사하다. 하지만 어디야 여기……?

일단 일본…… 이지?

그리고 지금 깨달은 건데, 나는 칼집을 손에 쥐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칼집 같은 걸 짐에 넣은 기억이 없는데……?"


(칼집……? 분명히 영주님은 노파에게서 '검'이 '때의 서출'을 불러온다고 들었다고 하셨는데…… 뭔가 관계가 있는 걸까?)


계속 읽어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다시 일기에 시선을 옮겼다.


"??월 ??일

코스프레 강도? 그도 아니면 묻지마살인범?

뭔지 모르겠지만 일본도를 들고 상투를 튼 남자들에게 쫓겨다녔다. 시대극의 코스프레인지 뭔지라면 다른 데서 해줘. 그렇게 생각하고 무시하려고 했더니 갑자기 공격해왔다.

농담도 뭣도 아니라고 깨닫고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상대쪽이 유리했던 듯 금방 따라잡혔다.

살해당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남자들 중 한 명이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동료들과 뭔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단어가 굉장히 무서웠지만, 나는 작심하고 물어보았다.

너희들 설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호모? 라고.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남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속옷? 훈도시(褌)? 를 벗는 걸 보니 내 안 좋은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그, 그만둬 나는 그런 취미는 없어! 라고 정조의 위기?에 빠진 순간, 남자 한 명이 대나무가 쪼개지듯 두 토막이 났다.

강도 뒤에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때는 진짜로 신이 나타났다, 고 생각했어. 그 녀석은 순식간에 도적들을 참살했다. 나는 한심하게도 눈 앞의 처참한 광경에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월 ??일

강도?를 벤 남자는 어째서인지 나를 간호해주었다. 일단 살았습니다, 라고 감사를 했다.

그 후에 남자가 어째서 나를 도왔는지 이유를 물었다. 나는 별볼일없는 아저씨고, 뛰어난 재능도 없다.

말하긴 뭐하지만 가방끈도 길지 않다. 돈도 없고,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남자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정황 증거가 그의 말을 부정할 수 없게 했다.

머리가 나쁜 나라도 그건 알 수 있다. 정말 믿을 수 없다…… 평범하게 살아온 내가, 설마 SF영화의 주인공처럼 되어 있다니"


"??월 ??일

이 쪽으로 온 지 3일째, 나는 도와준 남자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서도 전국시대에서도 돈은 중요하구나.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한다.

나중에 이 짐은 꽤나 거추장스럽다는 걸 알았다. 할아버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씨앗과 묘목은 가방째로 상인에게 팔아야겠다.

하지만 이 가방, 너덜너덜해서 사 줄지 불안했는데…… 역시 보기좋게 예상은 적중했다.

수상쩍은 상인이 사들이기까지, 마음이 꺾일 정도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수상쩍은 상인은 내 물건에 흥미를 보이며, 상당한 가격으로 사들여주었다. 가방을 한 번도 열지 않았는데 어째서 산 걸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묻는 것도 뭐하다고 생각해서 말없이 팔기로 했다.

가방 안에 있는 마누라와 딸의 사진, 지갑과 휴대전화, 그리고 만에 하나를 위해 사탕깡통만 가져간다.

이 일기도 같이 놓아눈다. 괜히 가지고 있다가 눈에 띄고 싶지 않으니까"


거기서 일기는 끊겨 있었다. 아마도 거기까지 쓰고 가방 안에 넣었던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였는데, 페이지를 펄럭펄럭 넘기자 뭔가 쓰여있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이 일기장을 읽은 사람에게 부탁한다. 이 안에 들어 있는 씨앗이나 묘목을 키워주지 않겠나.

멋대로인 부탁인 건 알고 있다. 무리라면 버려도 좋다.

하지만, 이 녀석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부탁한다"


"후우―……"


크게 숨을 내쉬고 시즈코는 노트를 가방 안에 넣었다.

나무 상자의 뚜껑을 덮고는 그녀는 드러누웠다. 이런저런 정보가 한꺼번에 머리에 들어와서 피곤해진 것이다.


(일기에 쓰여 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나 외에 타임 슬립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어. 노파의 말을 빌리면, 전원이 '때의 서출'인걸까)


적어도 가방의 주인은 때의 서출이다. 노트나 연필류를 사용하고 있으니 확실하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이 남성에게 현실을 알려준 남자, 이쪽이 상당히 애매했다.

남성에게 전국시대에 대해서, 타임 슬립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 걸 보면 이쪽 남자도 때의 서출이라고 생각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가 걸린다. 그 남자에 관해서는 단순한 타임 슬리퍼와는 선을 긋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명확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기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가. 사람을 주저없이 벨 수 있는 감각과, 전국시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한 거야)


현대에서 사람을 베면 경찰에 체포되어, 법률에 의거해 처벌을 받는다.

살인귀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거라면 노트의 주인을 도울 이유가 없다.


(이 남자는 요주의 인물이네. 높은 전투 능력을 가진데다, 전국시대의 지식이 있다고 하면…… 성가신 인물이 되겠어)


성가신 인물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태는 대단히 위험하다.

동료가 되어 준다면 좋다. 하지만 적대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죽일 필요가 있다.

역사를 알고 있기에 무서운 게 아니다. 역사를 알고 있으니, 눈 앞의 위험에 대해 회피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었을 때, 기존의 역사 내용을 바꾸거나, 또는 없었던 일이 된다. 그게 오다 진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완전하게는 부정할 수 없다.


(일단 남자의 정보는 최우선 사항이네. 정보를 모아야지……)


자신과 같은 때의 서출, 그 인물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불안이 시즈코의 마음을 묵직하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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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41 1567년 9월 중순



노부나가는 거성(居城)을 기후(岐阜) 성으로 옮겼다. 하지만 기후 성은 개수중이라, 이번의 시즈코와의 알현은 코마키(小牧) 산성에서 하게 되었다.

알현실에서 노부나가는 시종 기분이 좋았다.

세금으로 운반되어 온 쌀가마니가 예상 숫자를 크게 웃돌아 창고에 다 들어가지 않았기에 또다시 창고의 증축이 필요해졌지만, 그래도 노부나가는 기분이 좋았다.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


"면화의 장점을 증명하는 것을 가져왔다고 하더구나"


그것은 시즈코가 '면화의 장점을 체험하실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가겠습니다'라는 보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것이 나올지, 어떻게 체험하는 것일지, 노부나가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네. 그리고 또 하나, 건축 재료로 쓸만한 소재를 가지고 왔습니다. 목면 쪽은 시간이 걸리므로, 먼저 건축 자재 쪽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끝내자 시즈코는 손뼉을 짝 하고 쳤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거기서 사이조와 케이지가 둘이서 쟁반을 가지고 들어왔다.


"오오……"


그것을 본 가신 중 누군가가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윽고 노부나가의 눈 앞에 쟁반이 놓이자, 케이지와 사이조는 인사를 하고 시즈코의 뒤로 물러났다.


"남만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축 자재, 콘크리트이옵니다"


"……흠, 매끄러운 표면이군. 멋진 솜씨라고 하고 싶다만, 하나뿐으로는 의미가 없겠지"


"영주님, 성급함은 금물입니다. 확실히 콘크리트는 하나입니다만, 이것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노부나가는, 턱에 손을 대고 콘크리트 블록을 보았다.

이것은 노부나가로부터의 '잠시 생각하겠다'라는 신호이다. 그는 미지의 것을 보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표현의 매끄러움은 훌륭하군. 마치 명도로 절단한 듯한 표면이다. 단단함은…… 호오, 상당하군. 두께가 있다면 화승총조차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표면을 주의깊게 만져보거나, 콘크리트 블록을 들어올려보거나, 가볍게 두들겨서 단단함을 확인하거나 하면서 노부나가는 콘크리트 블록을 지긋이 검사했다.


"후훗, 콘크리트의 비밀인가. 막연하지만 알겠다, 시즈코. 이것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돌이렷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영주님. 혜안에 감복할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엎드렸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호쾌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다, 네가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즐겁다. 그럼 시즈코, 이것을 만드는 재료는 무엇이냐. 설마 귀중한 물건을 쓴다고 하지는 않겠지"


"재료는 시멘트라고 부르는 석회석과 점토와 석고와 미량의 철의 혼합물, 자갈, 모래, 물, 공기입니다. 그것들을 어떤 혼합비로 섞고, 순서에 따라 가공하여 30일 정도 말려서 만듭니다. 콘크리트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재질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만 전체적으로 높은 내구성을 가집니다"


"무엇이라! 그것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냐!?"


노부나가는 자기도 모르게 경악했다. 재료가 하나같이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힘들여 구할 필요가 없다.

바로 그렇기에 누군가가 깨달았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아무도 깨닫지 못했다.


"네. 제법은 이쪽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과연 빈틈없구나. 거기까지 준비를 해 두었다니"


콘크리트의 제법이 기록되어 있는 서류를 받아들고 노부나가는 그것에 시선을 주었다.

써 있는 내용을 쭉 읽은 후, 그것들을 곁에 있던 소성에게 던지듯이 넘겨주었다.


"오카베(岡部)에게 건네주어라. 녀석이라면 이것을 써먹을 수 있겠지"


던져진 서류를 당황하여 받아든 소성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살폈지만, 노부나가가 한 번 노려보았기에 다급히 알현실에서 물러났다.


"그럼 다음으로, 면화의 장점을 이해하실 수 있는 것을 헌상하겠습니다"


노부나가의 앞에 있던 콘크리트 블록을 케이지와 사이조가 치웠다.

하지만 바로 다른 것을 둘이서 옮겨와서 그것을 노부나가 앞에 천천히 놓았다.

콘크리트 블록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놓은 두 사람은 시즈코의 뒤로 물러났다.


"호오"


그것은 두께가 있는 천 같이 보였다. 하지만 천을 그냥 겹쳐놓기만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안에 부드러운 뭔가를 채워넣은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이것이 오늘, 면화의 장점을 즐겨보시게 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이름을 이불(布団)이라 합니다"


이불은 일본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침구 중 하나다.

잘 때에 체온이 내려가지 않도록 보온하며, 체중이 한 점에 집중되어 몸이 상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까는 이불과 덮는 이불이 쓰이게 되는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이다. 그 때까지는 서민이나 전국 시대의 무장들은 낮에 입고 있던 옷을 덮고 자거나, '깔개(寝むしろ)'나 '돗자리(寝ござ)'에서 잤다.

그것은 목면 등의 '솜'이 명나라와의 무역에서밖에 손에 들어오지 않는 고가품이었기 때문이다.


"영주님,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옵니다. 이불의 장점을 체험하시기 위해서, 잠옷으로 갈아입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호오…… 내게 여기서 잠옷 차림을 드러내라고 너는 말하는 것이구나. 재미있군"


화난 듯한 말투 치고는 그것을 즐기고 있는 표정의 노부나가는, 일단 알현실에서 나갔다.

잠시 후 그는 잠옷을 입고 돌아왔다.


"이쪽으로"


까는 이불 위에 눕도록 시즈코가 손짓하자, 노부나가는 히죽 웃고는 까는 이불 위에 드러누웠다.

마찬가지로 솜이 채워져 있는 베개에 노부나가가 머리를 올린 것을 확인한 후, 시즈코는 덮는 이불을 일단 들어올렸다.

아무 장치도 없다는 것을 노부나가와 가신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것이 끝나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발부터 천천히 덮는 이불을 덮어 나갔다.

어깨까지 덮은 후, 시즈코는 세 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났다.


딱딱한 바닥에서 자는 것와 차원이 다른 쾌적함이 노부나가를 감쌌다. 천천히 퍼져가는 기분좋은 따스함에, 그는 무의식중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장 그는 덮는 이불을 박찰 기세로 일어났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어깨로 숨을 쉬는 듯한 모습에 가신들은 놀라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노부나가는 한 손으로 얼굴을 덮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즈코, 이것은 너무 쾌적해서 거꾸로 위험하다. 나도 모르게 이불에 몸을 완전히 내맡길 뻔 했다"


별 게 아니라, 노부나가는 이불의 마력 때문에 잠들 뻔했던 것이다.

오늘은 가을답게 시원한 기온이었기에, 노부나가가 자기도 모르게 졸음을 느낀 것도 어쩔 수 없다.

그 후 노부나가는 잠옷에서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고, 다시 알현실로 돌아왔다.

그는 턱에 손을 대고 이불을 다시 바라보았다.


"흠…… 확실히 목면의 장점을 느꼈노라"


하지만 금방 웃음을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그 후, 콩이나 흑설탕의 예상 생산량의 보고를 마친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에서 포상으로 금일봉을 받았다.

견사가 날개돋친 듯 팔린 것에 대한 상이었다. 시즈코는 모르지만, 오다 마크가 붙은 오와리의 견사는 현재 교토나 사카이에서 화제의 상품이었다.

일류의 장인이 만든 최고급의 견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오다 마크의 견사에는 다른 것에 없는 특색이 있었다.

그것은 품질의 균일화였다. 견사를 만드는 데는 많은 공정을 수행할 필요가 있으며, 대부분의 공정에서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품질에 고르지 못한 부분이 생겨버린다.

견사를 10단계 평가로 말하자면, 통상의 견사는 9나 10에 해당하는 견사와, 1이나 2에 해당하는 견사가 섞여 있다.

하지만 오다 마크의 견사는 균일화되어 있기에, 5나 6의 견사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인들은 닥치는대로 사들여서 비싸게 파는 것이지만.


정작 시즈코 본인은 현금을 받아도 쓸 데가 마땅치 않았다.

상당한 금액이 내려졌지만, 애초에 그녀는 소비하는 쪽이 아니라 소비하는 것을 생산하는 쪽이다.

농기구 등을 사들일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모든 마을의 농기구를 새로 바꿀 정도로 많은 금액은 아니다.


"그렇게 되었으니 보너스를 지급하겠습니다"


다 쓰지 못하는 돈을 가지고 있어도 의미없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긴급용의 자금으로서 필요한 만큼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케이지, 사이조, 아야, 나가요시에게 분배했다.

나가요시는 시즈코를 섬기고 있는 것이 아니고 단순한 훈련생이라는 이유로 다른 세 명보다 다소 적었다. 그래도 상당한 액수이긴 하지만.


"호―, 통이 크네 시즛치는"


"이러한 배려를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벼운 태도로 감사를 표하는 케이지와, 고지식한 분위기로 감사를 표하는 사이조였다.


"뭐 그 뭐냐, 고맙게 받겠다"


"보너스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금일봉을 받으셨다면 쓰시면 되잖습니까"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지적을 하는 아야였다.

하지만 지금도 백성 치고는 재산이 많으면서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시즈코였다. 이 이상 돈이 늘어나봤자 죽은 돈이 될 것이 뻔히 보였다.


"하핫. 확실히 벽돌 만들 때 재료비로 꽤나 썼지만, 그래도 반도 못 썼어. 그럼 나 혼자서는 다 쓰지 못할 게 뻔히 보이니까"


"뭐어…… 시즈코 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그보다 콩과 사탕수수의 수확 쪽이 신경쓰이네. 금년은 콩이 풍작일 기미가 보이니까, 작년보다도 많이 수확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지금부터 통을 잔뜩 준비하는 편이 좋으려나"


돈보다 밭의 작물이 신경쓰인다. 무욕이라기보다, 세상의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욕심의 소유주라고 아야는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만일을 위해 통을 수배해 놓겠습니다"


콩의 수확을 기대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아야는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몇 달은 아무 일도 없이 평온하게 지나갔고, 12월 초순이 되었을 무렵 드디어 콩의 수확이 시작되었다.

천일(天日) 건조를 하려면 넓은 장소가 필요한데다, 각자 따로따로 작업하기보다는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작업하는 편이 효율적이라 생각해서, 뿌리째 뽑아내서 전부 시즈코의 마을로 모았다.

뿌리를 아래로 해서 대나무로 만든 T자형 건조대에 기대어세워 말린다. 아무래도 모든 마을의 콩이 모이자, 그 수는 한 마디로 압권이었다.

천일 건조가 끝나면 탈곡을 하고, 껍질, 벌레먹은 콩, 안에 있는 벌레, 깨끗한 콩을 각각 분류한다.

순수하게 많은 사람 손이 필요하기에, 이 날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탈곡을 했다.

탈곡과 분류 작업이 끝나자, 통을 늘어놓고 각각의 마을의 수확량을 계산했다.

아사마치, 미소마치, 미츠마치, 타케마치, 모토마치의 재배 면적은 각각 20ha, 20ha, 20ha, 20ha, 50ha가 된다.

각각 18톤, 19.5톤, 16톤, 17.2톤, 52톤, 합계 122.7톤의 수확량이었다.

사탕수수는 모두 5ha로 공통되어 있으나, 대신 한계까지 틈새를 없애서 재배수를 늘리는 방법을 취하고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사탕수수를 크게 키우기보다, 한번에 재배할 수 있는 숫자를 늘리는 쪽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은 간격을 140cm 정도 띄우는 사탕수수를, 80cm에서 100cm의 간격으로 재배했다.

결과, 통상의 재배보다 조금 많이 수확할 수 있었다.

밭 하나 정도라면 미미한 차이지만, 지금부터 밭을 늘려가면 이윽고 그 차이는 눈에 보일 정도가 될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간격을 파악하는 것이 금후의 과제가 된 시즈코였다.

중요한 사탕수수의 수확량은 처음이라는 것도 있어, 어느 마을이건 대략 1ha당 60톤에서 70톤의 평균 수확량이었다.

그리고 사탕수수의 총 중량에서 4할 정도가 설탕이 된다. 실제로는 조금 더 내려가서, 약 400톤이라는 3할 정도의 채취량이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파격적인 수확량이다.

노부나가는 앉아있는 것만으로 품 속에 콩이 대략 60톤, 흑설탕이라고는 해도 200톤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거기서 추가로 낮은 가격으로 콩과 흑설탕을 시즈코 등 백성들에게서 사들인다. 이것은 백성들이 원하는 금액만큼 사들이는 것이기에 불확정한 양이지만, 다른 것과 달리 킬로그램 단위로 거래했다.


그만한 양을 운반하는 것도 큰일이지만, 더욱 큰일은 보관 장소이다.

하지만 쌀의 문제도 있었기에 시즈코는 오와리와 미노에 있는 노부나가의 거성에 목제 사일로의 건축을 의뢰했었다.

그 덕분에 운반에는 시간이 걸렸지만, 보관 장소에 대해서 머리를 썩히는 일은 없었다.


쌀도 콩도 설탕도 납세가 끝났다.

그 이후에는 다음 봄까지 휴가를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지만, 어림도 없었다.




"돌가마, 라는 게 완성되었다고 들었노라"


노부나가에게 콩과 흑설탕을 바치고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작스레 노히메가 시즈코의 마을을 방문했다.

시즈코에게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의 홍두깨 상태였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 네에…… 돌가마를 만들었습니다만……?"


게다가 그녀는 혼자서 찾아온 게 아니라, 시종들과는 별도로 귀인을 대동하고 방문했던 것이다.


"네가 노히메 님께서 말씀하셨던 시즈코인가?"


"나이는 우리들과 비슷해 보이는구나"


노히메와 함께 온 여성이 두 명 있었으며, 나이는 둘 다 20 전후라는 느낌으로, 분위기를 볼 때 사이가 좋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노히메와 행동을 함께 했다는 것은, 노부나가의 측근이나 중신의 정실일 거라고 시즈코는 예측했다.


"오오, 너는 처음이었구나. 이쪽은 키노시타 님(※역주: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인 오네(おね, ※역주: 네네), 그리고 이쪽이 마에다 님(※역주: 마에다 토시이에)의 정실인 마츠(まつ)니라. 아, 시즈코 밑에 있는 마에다 님(※역주: 마에다 케이지)은 아니다"


"네, 네에…… 잘 부탁드립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면서 시즈코는 이해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굉장히 좋게 느껴진 것을.

오네와 마츠라면 납득되었다. 뭐라 해도 아즈치(安土) 시절에는 집이 이웃이고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도 있어 다른 무장들의 부인보다 가깝게 사귀었다.

그 두 사람과 노히메가 어울리는 사이였다는 건 놀랐지만, 시즈코는 주군과 신하라는 점에서 뭔가 역사에 남지 않은 연결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오, 이게 돌가마인 것이냐"


돌가마가 있는 장소로 세 명을 안내하자, 노히메가 어린애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사용중인 돌가마를 이래저래 만져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만져보려고 했다간 전력으로 말려야 하지만.


"하면 시즈코야. 이걸로 어떤 맛있는 걸 만들 수 있는 것이냐?"


"어, 네…… 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닭찜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닭, 이라는 단어에 오네와 마츠가 반응했다. 닭이나 소, 말 등의 고기는 기피해야 할 대상, 이라는 것이 전국시대의 상식이다.

백성들은 그렇다치고 무사나 무가의 딸은 어릴 때부터 절에서 교육을 받는 일이 많다.

그 때문에 닭을 꺼리는 무장들은 지금도 많다.


"노히메 님, 닭은 기피해야 할 짐승고기입니다. 어째서 그런 것을……"


"호호홋, 무슨 말이냐 마츠. 네가 지금까지 먹은 들새와 닭에 뭔가 차이가 있더냐?"


마츠의 쓴소리에 노히메는 웃으면서 반론했다. 하지만 가벼워보이는 분위기와 달리 말에는 강한 중심이 있었다.


"게다가 부처를 섬기는 땡중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지 않고 태연하게 술이나 여자를 탐하고 있다.그런데 우리들이 참는다는 건 이치에 안 맞지 않더냐"


"그, 그건……"


"윗사람이 저건 안 된다, 이것도 안 된다고 하는 건 맛있는 것들 뿐이다. 결국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게 되니까, 천한 자들은 먹지 말라고 하는 것 뿐이다. 그런 바보들의 헛소리 따윈 들을 필요가 없느니라"


과연 노부나가의 정실이라고 시즈코는 솔직히 감탄했다. 전국시대의 사람에 어울리지 않는 사고방식, 윤리관을 가지고 있기에 노히메는 노부나가의 정실이 될 수 있었던 건가,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 시즈코야. 어서 그걸 만들어서 내 혀를 즐겁게 해다오"


그 후, 오네와 마츠는 완성된 닭요리를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여, 시즈코의 몫까지 먹어버린 건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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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40 1567년 9월 중순



마에다 케이지 토시마스(前田慶次利益)와 카니 사이조 요시나가(可児才蔵吉長), 두 명의 무인이 시즈코의 호위대가 되었다.

애초에 호위대의 건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된 것은 아니고, 어느 쪽이냐 하면 크게 말썽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당연하다. 우수한 무인을 뽑아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군 내부에 있어서의 파워 밸런스의 붕괴를 의미한다.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의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에도 관계되므로, 누구나 유능한 가신을 내어주는 것을 주저했다.

결국 '유능하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따돌림받던 무장들 중에서 두 명이 선택되었다.


우선 케이지는 양부인 마에다 토시히사(前田利久)가 노부나가에 의해 억지로 은거당하고, 그 대신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가 오와리 아라코(荒子) 2천 관(貫)의 땅(약 4천 석)을 이었다.

그 때, 케이지는 양부를 따라 아라코 성에서 퇴거했다. 의지할 상대가 없는 케이지는, 세상을 구경하러 방랑 여행에 나설 결의를 했다.

그것을 제지한 것이 다름아닌 노부나가였다. 그는 케이지에게 "특이한 녀석을 섬겨 볼 생각은 없느냐"라고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던 케이지였으나, 노부나가가 유일하게 데리고 있는 여자 가신, 그리고 오다 가문 가신들이 약간이라고는 해도 여자 가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는 것에 그는 강한 흥미를 느꼈다.

최종적으로 그는 "섬길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거취의 자유를 인정한다"라는 조건부로 시즈코의 호위대가 되는 것을 수락했다.


한편 사이조에게는 케이지만큼 복잡한 사정은 없었다. 그는 사이토 씨(사이토 타츠오키, 斎藤龍興)가 노부나가의 손에 의해 멸망한 후, 오다 가문 가신을 섬기게 되었다.

노부나가는 처음에는 사이조를 장수로 만들려고 생각했으나, 무공이나 평소의 언동을 볼 때 병사를 이끄는 장수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사이조를 히데요시의 수하에 두었으나, 그는 히데요시와 뜻이 맞지 않아, 곧 시바타 밑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직전, 노부나가는 그를 시즈코의 호위대로 쓰려고 생각을 바꾸어, 그쪽으로 돌렸던 것이다.


달리 사람이 모이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 노부나가는, 두 명을 시즈코에게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직전에 예정외의 인물을 노부나가는 추가했다.

훈련생 취급인 쇼우조, 즉 훗날의 모리 나가요시이다.

나가요시는 미노와 오우미(近江, ※역주: 현대의 시가(滋賀) 현)의 건달이나 떠돌이를 모아 나가요시 군단을 결성했다. 그에 대해 근린 주민으로부터의 민원이 노부나가 가신들에게 들어갔다.

그 이야기를 노부나가가 들었고, 미노 평정주에 쓸데없는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은 그는 곧장 행동에 나섰다.

우선 나가요시와 군단 전원을 포박. 치안을 어지럽혔다는 죄로 나가요시 이외에는 전원 처형. 당연하지만 나가요시 군단은 강제 해산. 그리고 나가요시는 절에서의 근신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자랐던 나가요시는, 절에서의 근신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변함없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렸다. 최종적으로는 절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교정은 무리라고 판단한 노부나가는, 나가요시를 시즈코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그 밑에 두었다.

물론 시즈코의 마을이나 다른 마을은 노부나가의 직할지이므로, 이상한 짓을 했다간 문답무용으로 베어버릴 것을 통고한 후에.

물론, 그 정도로 제멋대로 자란 나가요시가 태도를 고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보통의 마을과는 다른 시즈코의 마을의 세례를 그는 받게 된다.


먼저 마을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그는 닭을 훔쳐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피냄새를 알아채고 비트만 가족이 현장으로 급행. 그리고 운나쁘게 고기를 먹는 도중에 그들은 마주쳤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심플했다.

영역 내에서 자신들보다 서열이 낮은 나가요시가, 수령인 시즈코의 것인 닭을 멋대로 먹고 있다.

군대보다 상하관계가 엄격한 늑대 사회에서,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 당연하지만 처벌이라는 이름의 제재가 가해진다.

무기의 휴대가 허락되지 않은데다, 멈추면 몇 마리나 되는 늑대에게 공격받기 때문에 나가요시는 그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무기가 있었더라도,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에게 "시즈코 님의 늑대는 영주님께서도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신다"라는 말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던 나가요시였기에,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늑대를 다치게 해서 할복했습니다, 라는 건 수치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었기에.


몇 번인가 그늘에 숨어서 피하려고 시도했으나, 그 때마다 발견되어 쫓기게 된 나가요시는 노선을 변경했다.

늑대들은 시즈코의 명령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보스인 시즈코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첫번째는 그 속셈을 눈치챈 케이지에 의해 저지되어 미수로 끝났다.

두번째는 용케 시즈코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의 방에 도착했지만 그의 운은 거기서 끝났다.

그 날, 어쩌다 잠버릇이 나빴던 시즈코는, 살금살금 다가온 나가요시를 붙잡더니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었던 것이다.

완전히 수면 상태인 시즈코였지만 팔꺾기 역십자굳히기(腕ひしぎ逆十字固め) 등의 갖가지 서브미션 기술을 걸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고통에 나가요시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들은 아야는 현장에 급행했으나, 현장을 본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쉰 후에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요시를 못본 척 했다.

결국, 비명에도 끄떡없이 깊이 잠든 시즈코에게 아침까지 관절을 꺾였다.

뒤척임이 섞인 완급 조절을 포함하는 몇 시간에나 걸친 고문에 나가요시는 혼이 다 빠져나갔고, 이곳은 자신의 힘이 통용되지 않는 장소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후 그는 시즈코에게 뭔가 하려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것이 너무 늦었다.


아야는 감시라는 임무에서는 해제되었지만, 평소의 시즈코의 동향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시즈코지 나가요시가 아니지만, 혹시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녀는 나가요시의 지금까지의 악행도 보고에 첨부했다.

모리 요시나리는 즉시 나가요시를 불러들여, 그를 설명도 없이 어떤 장소로 데려갔다.

그곳은 약간 몸이 움츠러들 정도의 높이가 있는 폭포였다. 대체 뭐가,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나가요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모리 요시나리는 이렇게 말했다.


"기어올라올 수 있다면 이번의 일은 묻지 않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는 나가요시를 폭포로 걷어차 떨어뜨렸다.

모리 요시나리는, 사자는 자기 새끼를 천야만야한 골짜기에 떨어뜨린다, 를 농담도 뭣도 아니라 실제로 실행했던 것이다.

즉 폭포에서 기어올라오지 못하면 모리 가문에서 쫓아낸다, 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농담인가 하고 생각했던 나가요시도, 폭포에 걷어차여 떨어졌을 때부터 농담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죽기살기로 절벽을 기어올랐다.

간신히 기어올라온 나가요시였지만, 마지막에 또 하나의 불행이 그를 덮쳐온다.

시즈코에게 홀딱 반한 상태인 타다카츠에게, 어떤 경위인지는 불명이지만 시즈코 습격 미수의 건이 전해져버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가요시가 갑작스럽게 불행에 직면하는 것은 좀 더 뒤의 일이다.




나가요시에게 그런 벌이 내려진 따위 모르는 시즈코는, 갑자기 순종적으로 변한 나가요시에게 고개를 갸웃했지만, 금방 의문은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나가요시를 단련시켜 달라, 고 해도 시즈코는 군인의 훈련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 금방 머리가 터질 듯 했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서도 단련법이 다르기에, 시즈코는 나가요시에게 사용하는 무기를 확인했다.

아버지는 모리 요시나리와 마찬가지로 창을 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창의 기본 전술은 '후려친다'이다. 어째서인가 하면, 기병이 상대라면 후려치면 대부분 낙마시킬 수 있고, 보병이 상대라면 머리를 후려치면 기절해 쓰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찌르기'와 '휘두르기(払う)'가 쓸모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길이를 무기삼은 광범위의 '휘두르기'는, 몸을 빼서 피한다는 방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창으로 적병의 관절부나 목 등을 '찌를' 수 있다면, 순식간에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후려친다'가 세 가지 동작 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후려친다'는 동시에 '베기'도 가능하므로.

그것을 고려한 시즈코는 트레이닝 메뉴를 생각했다.


"으으으으윽……!"


"그래그래, 힘내―"


검도 등에서도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자세가 되어도 균형을 유지하는 강한 다리와 허리이다.

지구력 및 밸런스 감각을 단련하는 것으로, 장시간의 혹사에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체간(体幹)을 만든다.

특히 넓적다리를 중점적으로 단련하는 것으로 자세 제어의 핵심이 되는 근육을 강화한다.


그것을 최적으로, 또한 효율적으로 단련하는 방법으로서, 시즈코는 '야산을 달린다'를 나가요시에게 시키기로 했다.

사람이 밟고 걷는 길이 아닌, 문자 그대로 여기저기의 짐승의 길이다. 그것을 갑주를 입힌 채로 시키고 있으니 나가요시에게는 상당히 힘든 트레이닝이리라.

애초에, 산 아래로 돌아간 후에는 '1분간 스쿼트'가 기다리고 있기에, 산 아래든 산 위에서든 힘든 트레이닝을 받는 것에 차이는 없지만.


"젠장! 어째서 그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으억!"


"아, 거기 구덩이가 있어…… 라니 이미 늦었네"


"크으으으!!!! 빌어먹을! 질 수는 없다!"


기합으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오자, 나가요시는 전속력으로 산을 달려올라갔다. 하지만, 금방 부엽토에 감춰진 구덩이에 또 빠졌다.


"……저기 말야, 일직선으로 돌진해서 어쩔거야. 용기와 무모함은 다른 거야. 무공을 세우고 싶다면,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키우라고"


한숨을 쉬며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대꾸할 말도 없는지, 나가요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에도 조용하여, 산꼭대기에 도착할 때까지 나가요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단련하는 것은 신체 뿐만이 아니다.


"그 한자는 틀려. 이 글에서 쓰는 한자는 이쪽"


학문도 마찬가지로 주입했다. 하지만 머리를 쓰는 게 쥐약인 나가요시는, 현대의 유치원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잇는 문제조차 풀지 못했다.


"으그그그극…… 하, 학문 따위 무슨 소용이 있냐!"


"말 뒤에 감춰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주님의 애매한 명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잖아. 정확한 숫자의 계산을 하지 못하면 아군과 적군의 비교를 할 수 없어. 뭣보다 상상력을 키우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영주님을 따라갈 수 없거든"


불만을 입에 올렸지만 시즈코는 용서없이 정론을 후려쳤다. 찍 소리도 내지 못한 나가요시는, 이를 갈면서도 시즈코가 만든 문제를 풀어나갔다.


"알았어? 쇼우조 군. 싸움에 강한 사람은 굉장히 성실해"


"전하무쌍의 호걸보다도냐"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문제를 풀 줄 알았다.

그래서 약간이지만 놀란 시즈코였으나, 곧 작은 미소를 띠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용맹과감한 호걸은 확실히 강하지. 하지만 말야?

윗사람이 볼 때는, 그 호걸은 어디까지 활약할지 모르거든. 화려한 장면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반면 평범한 장면이나 참아야 하는 장면에서는 몸을 아낄지도 몰라. 경우에 따라서는 도망칠지도 몰라"


"……"


"쇼우조 군. 나는 말야, 네가 자신이 활약할 자리만을 찾는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해. 화려한 장면도, 진흙탕스러운 장면도, 스스로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는 장면도, 어떤 때이건 주인의 명령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돌격하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가 일만의 병사라도 돌격하고, 물러서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뼈만 남더라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 그런 책임감이 강한 아이가 되었으면 해"


"……"


"아, 물론 이건 내 희망이고, 쇼우조 군이 그리는 미래는 달리 있을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내 말은 참고 정도로만 들어줘"


"흥"


그 말만 하고 나가요시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했다.

나가요시의 태도에 시즈코는 어깨를 움츠리고는 그가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았다. 절반 가까이 틀렸지만, 그걸 바로 말하진 않았다. 지적은 문제를 다 푼 다음에 한다고 정해두었으니까.




케이지와 사이조가 호위대로 임명된 지 수 개월이 지났을 무렵, 각 마을은 쌀의 수확 시기에 들어갔다.

아사마치(麻町), 미소마치(味噌町), 미츠마치(蜜町), 타케마치(茸町), 그리고 시즈코가 있는 모토마치(元町)는, 각각 40ha, 40ha, 40ha, 100ha의 논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벼를 막 베어낸 상태지만, 거기서 시즈코는 대략적인 수확량을 계산했다.

그에 따르면, 아사마치는 873가마니, 미소마치는 909가마니, 미츠마치는 810가마니, 타케마치는 856가마니, 그리고 모토마치는 2611가마니, 합계 6059가마니가 되었다.

미츠마치만 다른 곳보다 숫자가 적은 것은 병해(病害)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해가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즈코는 병해 구역의 벼를 통째로 베어내 버렸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900가마니는 확실할 거라 예상했던 만큼, 병해의 발생은 뼈아픈 사태였다.


호박이나 고구마의 수확은 양호했다. 각 마을마다 매일 먹어도 내년까지는 버틸 정도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고구마의 잎은 보존할 수 없기에 여름 야채로 먹었지만, 줄기는 토란 줄기로서 보존식으로 삼았다.

잎도 줄기도 다른 야채류에 비해 영양가가 높다. 게다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몇 번이나 수확할 수 있으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콩과 사탕수수의 수확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시즈코는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콩은 풍양(豊穣)이라고 할 정도로 열매맺음이 좋아서 대풍작이 될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건 마치, 지금부터 노부나가가 상락(上洛, ※역주: 교토로 올라가는 것)할 것을 하늘이 축복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삼실(麻糸)은 슐리히텐 박피기를 사용하여 대량 생산하고 있었다.

당초에는 한 대였던 슐리히텐 박피기도 이익이 올라감에 따라 두 대, 세 대로 늘어나, 일괄 처리하기 위한 간이 공장까지 세워졌다.


견사(絹糸) 쪽은 자동 조사기가 6대 가동하여, 순조롭게 견사의 대량 생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견사를 생산해도 시즈코는 판매 루트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노부나가와 독점 계약을 맺기로 했다.

생산하는 견사는 노부나가 이외에 팔지 않을 것, 12개를 한 세트로 할 것, 가격은 노부나가가 시장에 내는 가격보다 낮을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타케마치나 미소마치, 미츠마치는 말할 것도 없이, 차례차례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사이클이 갖춰져갔다. 노부나가는 그것들 전부에 견사와 마찬가지로 독점 계약을 맺었다.

각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생산한 것을 노부나가가 사들여, 그것들을 노부나가의 부하가 미노나 오와리의 상인들에게 팔아치운다.

백성들은 부업으로 수입을 얻고, 노부나가는 상인들에게 팔 때의 차액으로 이익을 얻는 WIN-WIN의 관계다.


모든 마을에서 판매용으로 생산되는 것들의 숫자는 많다.

꿀벌의 둥지를 가열압축하여 만드는 밀랍. 그것은 왁스나 접착제에 쓰이거나, 양초의 원료로서 사용할 수 있다.

옥수수의 수염은 '남만모(南蛮毛)'라는 생약, 심 부분은 접착제, 껍질은 섬유가 튼튼하기에 끈이나 짚신의 재료 등 버릴 것 없이 쓸 수 있다.

고구마의 줄기는 건조시키면 년 단위로 보존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비타민 C, E, K, 칼슘, 폴리페놀 등의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는 숨겨진 영양식품이다.

뽕잎은 건조시켜서 찻잎으로, 영양 풍부한 뽕나무 열매는 흑설탕을 섞어 잼으로, 열매와 잎을 맺지 못하게 된 뽕나무는 벌채하여 목재로 만든다.

슐리히텐 박피기로 삼실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나오는 펄프로 마지(麻紙, ※역주: 삼나무 껍질로 만드는 종이)도 생산되게 되었다.

곡지(穀紙, ※역주: 닥나무를 원료로 만든 일본 종이)에 비해 치밀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있는 마지는 일정하게 인기가 있었다.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이 왕유(王乳), 즉 로열젤리다. 채취할 수 있는 양이 적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값이 비싸지지만, 그 효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양한 상품이 노부나가를 경유하여 오와리와 미노의 시장에 흘러들어갔다.

물건이 있으면 사람은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떨어진다. 돈이 떨어지면 마을은 풍족해진다.

그리고 상인은 이익을 얻으려고 중계 지점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물건과 돈이 흐르는 루트가 생겨난다.

동쪽으로는 미카와 국이나 카이(甲斐) 국, 서쪽은 교토나 사카이(堺) 등에서 상인들이 상품을 찾아 오와리, 미노로 왔다.


현대에서 말하는 전매 장인의 흉내를 내기만 하는 것으로, 노부나가는 군자금이 풍족해지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풍족해지는 것은 노부나가 뿐만이 아니다.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이 혜택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간사해서, 지금까지 시즈코나 그녀를 우대하는 노부나가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자들도, 자신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자마자 아주 쉽게 태도를 바꾸었다.




쌀 수확으로부터 2주일 후, 각 마을은 노부나가에게 바칠 세금의 쌀가마니나 견사, 벌꿀 등을 차례차례 짐수레에 실었다.

준비가 끝난 짐수레가 어느 정도 모여들자 호위를 붙여서 출발시켰으나, 짐수레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장사의 행렬이 생겨났다.


"휘익―, 이게 전부 오다 나리께 가는 건가"


짐수레에 실려가는 쌀가마니나 상품을 말 위에서 보고 있던 케이지가 우스꽝스럽게 말했다.


"이만한 물자가 세금으로 운반되는 광경은 본 적이 없소"


마찬가지로 말에 타고 있는 사이조가 감상을 늘어놓았다.


"오다 나리가 어째서 시즛치(静っち)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그게 이거였다니"


"케이지 님. 시즈코 님은 우리가 섬기는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따님. 괴상한 이름으로 부르는 건 삼가는 게 좋을 듯 하오. 그리고 그 괴이한 복장도 삼가는 게 좋을 것 같소만"


"카― 뭐 어때. 본인도 문제없다고 하니까"


사이조와 케이지,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이상하게도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사이조, 너는 시즛치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라고 하셔도. 희한한 분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소. 공가(公家)의 피를 이으신 분이, 백성들이 하는 일을 하시다니 들어본 적도 없고 말이오"


"흠…… 그야― 저 여자가 대지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해"


"대지의 사랑을 받는다?"


이상한 평가에 사이조는 눈썹을 찌푸렸다. 케이지는 작게 미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걸 봐라. 백성들의 얼굴을. 다들, 이 난세를 느끼게 하지 못하는 얼굴이잖나. 그리고 이 수확량, 이건 대지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밖에 할 수가 없지"


"과연, 일리가 있군. 케이지 님이 아직 시즈코 님 곁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것이 이유인 것이오?"


"그렇지. 대지의 사랑을 받는 여자를 데리고 있는 오다 나리가, 어디까지 갈 지 보고싶어. 그러니까 당분간은 호위대 임무를 열심히 할 거다"


"매일 놀고 먹으면서, 목욕탕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케이지 님의 입에서, 호위대 임무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사이조의 지적대로, 케이지는 호위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매일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먹고 싶을 때 밥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잤다. 가끔 어딘가의 유곽 같은 장소에 가서는 며칠은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급료는 빼먹지 않고 받고 있으니까 급료 도둑이라고 욕먹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시즈코는 '카부키모노(傾奇者, ※역주: 튀는 행동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됨)라는 건 그런 거잖아?"라며, 케이지의 말이나 행동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해심이 너무 깊은 것도 문제라고 사이조는 생각했다.


"아니, 그 말을 들으면 귀가 따갑지만 말야"


"거참…… 그럼, 슬슬 준비가 끝나겠소. 시즈코 님께서 부르시기 전에 그 분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합시다"


말이 끝나자마자 사이조는 말머리를 돌려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지식하구만, 읏차"


사이조의 고지식함에 질린 표정이 된 케이지는 한숨을 쉬면서도, 말을 돌려 그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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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9 1567년 7월 중순



오다 가문 상담역에 임명된 시즈코였으나, 그로부터 2개월 가까운 시일이 흘렀음에도 노부나가로부터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호위대(馬廻衆)나 병사의 이야기도 일체 없었고, 그들을 데리고 사람이 찾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농번기를 피해서 이야기하려는 노부나가 나름의 배려인 것이지만, 아무 말도 없는 상황에 시즈코는 일말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의 일거리는 '소금과 칠판의 생산 및 제법을 기록해라'라고 시즈코는 예감했다.

그것들에 필요한 재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갈대발(よしず)이나 발(すだれ), 그리고 그것들을 매달기 위한 재목(材木)이다.

칠판은 먹과 감물(柿渋, ※역주: 날감의 떫은 즙. 방부제로 사용)에 판형의 목재, 분필은 풀과 석고가 있으면 된다.

내친 김에 돌가마(石窯, ※역주: 참숯 제조용 가마)를 만들자, 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금방 문제가 발견되었다. 당시의 일본에는 벽돌(煉瓦)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벽돌만이라면 재료를 반죽해서 햇빛에 말리면 되지만, 돌가마는 내화(耐火) 벽돌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내화 벽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연방식(連房式) 도자기 굽는 가마(登窯)의 건설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소성(焼成) 온도가 최고 1300°C 전후로 유지되는 도자기 굽는 가마는, 내화 벽돌을 양산하기에 최고의 가마이다.

의기양양하게 흑역사 노트를 펼쳐들고 도자기 굽는 가마의 구조를 찾아본 시즈코는,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자기 굽는 가마에 필요한 재료 목록에, 내화 벽돌이 쓰여 있었다. 내화 벽돌을 만들기 위해 내화 벽돌이 필요하다는 수수께끼의 딜레마에 빠진 시즈코였다.

고민한 끝에 간신히 그녀는 깨달았다. 처음에는 내화 벽돌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가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행히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마의 제작에 시간을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선인의 지식의 정수인 결과만을 알고 있다고 해서 갑자기 벽돌이 구워질 리는 없었기에, 작업의 각 공정에서 실패하고, 그에 대한 원인 분석에 시간을 필요로 했다.

먼저 점토를 만들기 위해 토련기(土練機)가 필요한데, 이 기계를 설계했을 때 시즈코는 커다란 실수를 깨닫지 못하고 조립해 버렸다.

그 때문에, 토련기는 가동 직후에 부하가 한쪽으로 쏠리며 뒤틀려서 못쓰게 되어버렸다. 시즈코는 파손된 토련기에서 문제점을 찾아야 하게 되었다.

설계도와 파손 상태와 눈싸움을 하며, 문제가 발생한 곳을 찾아내는데 2주일이나 소비한 끝에, 가동 후에 발견된 작은 문제점을 모조리 수정하여 토련기 2호기를 제작했다.

이번에는 크게 파손되지는 않았지만, 사용하면서 미세 조정을 반복하여 점토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보였다.


그것만 극복하면 내화 벽돌을 만들수 있다, 라는 건 아니고 역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벽돌은 다 구운 후에 시간을 들여 식힐 필요가 있는데, 시즈코는 그걸 빼먹고 급격하게 식혀 버렸다. 당연하지만 급격한 온도 변화에 약간 벽돌은 그것에 견디지 못하고 수축된 후 갈라졌다.

내화 벽돌 제조용의 가마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앞쪽과 안쪽에서 온도차가 발생하여 균등하게 열이 전달되지 않았다.

그 대책으로서 연기를 내는 구멍 '연도(煙道)', 즉 굴뚝을 다른 것으로 교환했다.

무려 3미터가 넘는 긴 굴뚝으로 바꾸어 기압차에 의해 연기를 끌어내는 동시에, 불을 안쪽까지 끌어들여 전달시켰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농업처럼 실천을 거듭하여 체득한 지혜와 달리, 내화 벽돌 제작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낙담하기는 커녕, 그 실패조차 즐기고 있었다. 문제점이 있으면 원인 조사, 수정, 검증이라는 지루한 작업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런 진흙탕 생활이 1개월 반 정도 이어졌을 무렵, 간신히 제대로 된 내화 벽돌이 완성되었다.

구워진 벽돌의 숫자는 3백개 정도로 숫자는 적었지만, 지금까지의 고생이 열매를 맺은 것을 증거하듯, 내화 벽돌은 작은 망치로 때리면 금속을 때렸을 때처럼 높고 맑은 소리가 났다.

지금부터 수천, 어쩌면 수만 개의 내화 벽돌이 필요해지지만, 지금부터는 천천히 만들면 된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화 벽돌에 대해 어떤 것을 잊고 있었다.

돌가마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화 벽돌은, 강철을 제련 가능한 용광로에도 전용 가능한 전략적 자원이기도 한 것을.




"하―, 평화롭네……"


때때로 파발마를 통한 타다카츠의 편지가 오는 정도로, 시즈코의 마을은 평화 그 자체였다.

기술 전달은 그 후에도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 기쁘게도 성모용(成苗用) 2조식(二条植)의 인력 이앙기가 완성되었다.

다소 정비가 번거롭지만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여, 모내기에 드는 시간을 극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면화도 잘 자라고 있네…… 혼다 님이 직접 씨앗을 가져왔을 때는 놀랐지만……"


공동 면화 재배는 표면적으로는 노부나가로부터 이에야스에게 타진한 모양새였지만, 실제로는 타다카츠가 이에야스에게 타진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토가 관련되면 바로 장소를 준비할 수는 없었기에 계획은 내년도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년까지 한 번은 면화 재배를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타다카츠의 편지에 대한 답장에 '면화의 씨앗을 보고 싶어요'라는 어련무던한 말을 덧붙였다.

그걸로 씨앗을 손에 넣는다면 이득, 안 되도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타다카츠의 행동은 시즈코의 예상을 벗어났다.


"시즈코 님! 씨앗을 가져왔습니다!"


설마 하던 타다카츠 본인이 씨앗을 전해주러 왔다. 두 사람의 편지의 중계 지점이 되어 있던 니와도 이것은 예상밖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전해주겠다고 니와가 말해도, 타다카츠는 '소생이 시즈코 님께 전하겠소!'라고 고집을 부리며 양보하지 않아, 결국 시즈코가 호출되게 되었다.


"시즈코 님, 모리 님께서 오셨습니다"


"으엑, 뜬금없네. 응, 알았어. 바로 갈게"


멍한 얼굴에 기합을 넣은 후,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오래 기다리셨…… 습니다?"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서자, 모리 요시나리의 뒤에 성인 남성 두 명과 어린애 한 명이 있었다.

한 명은 거대한 체구를 하고 있었는데, 전국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거구의 소유주였다.

다른 한 명은 고지식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야성미도 느껴지는 신비한 인물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물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즈코는 항상 앉는 장소에 앉았다.

그녀가 앉는 것과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호위대의 건으로 왔소. 파발마도 보내지 않고 급하게 와서 미안하오"


"어, 아뇨, 문제없습니다"


"너무 시간을 뺏는 것도 미안하니 짧게 하도록 하겠소. 우선은 호위대를 소개하지. 오른쪽에 있는 것이 마에다 케이지(前田慶次) 님, 그리고 왼쪽에 있는 것이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역주: 카니 요시나가(可児吉長))이오"


소개된 사람들 중, 시즈코를 재미있는 녀석을 보는 눈으로 보고 있던 케이지가 입을 열었다.


"나는 케이지라고 불러줘. 당신이지? 얼마 전에 오다 나으리의 술자리에서 굉장한 전설을 만든 게"


(뭐야, 그 굉장한 전설이라는 게!?)


몇 개월 전에 있었던 위로의 술자리에 시즈코는 참가햇었으나, 그 때의 기억을 잃어버렸었다.

눈을 뜨니 자신의 방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모두의 태도가 싹 변했었다.

묘하게 저자세로 나오는데다, 그 이유를 물어도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한 번, 니와를 추궁해 봤더니 전력으로 도망쳤다.

노부나가는 변함없었지만, 그 '뭔가'가 영향을 끼쳤는지 노히메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다.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나다를까, 그는 당황해서 시선을 피했다.


"소인은 사이조라고 합니다. 사이조라고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은 시바타(柴田) 님을 섬길 예정이었습니다만, 뭔가 사람이 안 모인다고 하여 급거 이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거기서 시즈코는 깨달았다. 마지막의 소년이 전혀 소개되지 않은 것을.


"저어…… 그런데 뒤쪽의 소년은?"


"응? 아, 이 애는 내 아들이오"


묘하게 노려보는 소년에 몸이 움츠러든 시즈코는, 어색하게 모리 요시나리에게 물었다.

지금도 물어뜯을 듯한 분위기에, 시즈코는 차남인 모리 무사시노카미 나가요시(森 武蔵守 長可)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름은 쇼우조(勝蔵)요"


안 좋은 예감만 적중한다, 고 시즈코는 마음속에서 머리를 감싸쥐었지만,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네에…… 그런가요. 자, 잘 부탁해?"


손을 내밀었지만 나가요시는 딴청을 부렸다. 순간, 그의 머리에 모리 요시나리의 주먹이 내리쳐졌다.

시원스런 소리가 작렬했다. 어지간히 아팠는지, 나가요시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아픈 곳을 감싸쥐었다.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마라. 시즈코 님은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따님이시자, 영주님의 중요한 요인이시다"


"하, 하지만, 아버지. 아무리 영주님의 요인이라고 해도, 여자가 아닙니까! 이 사람에게서 제가 무얼 배우라는 겁니까!"


(어라―, 뭔가 얘기가 이상한 거 같은데?)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멋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 든 시즈코는, 의문을 입에 올리려 했다.

그 전에,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힌 나가요시가 시즈코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아무리 영주님의 명이라고는 하나, 여자를 섬기는 건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저어―, 뭔가 불안을 느끼는 단어가 들리는데요……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가요?"


작게 손을 들며 모리 요시나리에게 묻자, 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께서 '군에도 새로운 바람을 넣어야 한다'고 하셨소이다"


"네"


"그래서 쇼우조를 시즈코 님 밑에서 단련하게 하라는 명이시오"


"………………………………………………………………네?"


뭔 소리래 이 사람, 이라고 말할 뻔 했기에 시즈코는 다급히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전혀 이어지지 않습니다만…… 애초에 단련을 시키다니 뭐를 말인가요?"


"그건 시즈코 님께 맡기신다고 합니다"


"(모조리 떠넘기는 겁니까……) 저기, 거부권은…… 없, 겠죠?"


그 말에 모리 요시나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으로 대답은 알 수 있었다.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아직도 기분나쁜 표정을 하고 있는 나가요시를 어떻게든 설득하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케이지와 사이조는 딱히 불만은 없는지,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즈코에게 대들지 않았다.

특히 케이지 쪽은 시즈코가 어떻게 움직일지 즐기고 있는 듯, 히죽히죽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약―간 터무니없고 위험하지만…… 이 방법으로 갈까) 저기, 일단 쇼우조 군……이면 되려나. 나를 섬긴다느니 단련받는다느니 하는 게 불만인 거지?"


"……"


시즈코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나가요시는 딴청을 부렸다.


"입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거든?

나는 독심술사가 아니고…… 뭐 이대로는 평행선이니, 여기는 승부를 해서 이야기를 결판짓자"


"승부우?"


괴이쩍다는 표정을 떠올린 나가요시였지만, 바로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승부 = 무예 대결이라고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작게 웃음을 떠올렸다.


"내가 이기면 얌전히 말을 들을 것. 지면 내가 영주님께 이 임무를 취소해 달라고 설득할께. 어때?"


"흥, 너 따위가 영주님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거냐"


"싫다면 승부를 거절해도 좋지만, 그 경우 너는 '여자가 승부를 걸었는데 도망쳤다'는 평판이 따라다닐 걸?"


신경에 거슬렸는지 나가요시는 눈을 크게 뜨고 시즈코를 노려보았다. 그것에 내심 겁먹으면서 시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뭐 싫으면 어쩔 수 없네"


"잠깐, 누가 거절한다고 했냐. 좋아, 그 승부 받아주지"


"좋아. 승부의 방법인데…… 말을 꺼낸 건 나니까, 내가 정해도 될까?"


"상관없다. 뭐가 되었든 여자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


나가요시가 함정에 빠진 것을 이해한 시즈코는, 내심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모리 님. 죄송하지만, 승부의 증인이 되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모리 요시나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후, 시즈코는 나가요시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다시 승부의 설명을 하겠습니다. 우선 승부의 방법을 정하는 건 나. 그리고 내가 이겼을 경우에는, 영주님의 명령에 따를 것. 제가 졌을 경우에는, 제가 영주님께 이 이야기를 없었던 걸로 해 주시도록 설득하겠음. 괜찮지?"


"그걸로 좋다. 그래서, 중요한 승부는 뭐냐? 말이냐? 활이냐? 아니면――――"


"아아, 응. 보기좋게 내 예상대로의 내용이네. 하지만 아니야. 내 승부는 굉장히 간단해"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붓을 손에 들고, 종이에 글자를 적어갔다.

괴이쩍다는 표정을 짓는 나가요시를 무시하고 뭔가를 다 적자, 시즈코는 종이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이걸 일본의 말로 번역해봐. 훌륭하게 번역하면 네 승리. 번역하지 못하면 네 패배야"


전원이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SHIZUKO "Why don't you listen to me?"

SYOZO "No problem. Everything's fine"


번역)

시즈코 "어째서 내 말을 안 듣는거야?"

쇼우조 "괜찮아. 문제없다"


20초 가까운 침묵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그것을 깬 것은 나가요시의 절규였다.


"뭐, 뭐야 이게――――――――――!?"


"뭐냐니, 남만의 문자 중 하나야. 자, 번역해 봐?"


나가요시의 동요고 짜증이고 싹 무시하고 시즈코는 대단히 태연한 태도로 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자, 장난하지 마! 뭐냐 이 승부는! 남만의 문자 따윌 어떻게 알아!?"


"장난이 아니야, 아주 진지해. 그러니까 몇 번이나 물었잖아. 승부는 내가 정해도 되냐고. 그에 대해서 너는 내가 정해도 된다고 단언했어. 그러니까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승부를 걸었다는 거야"


"뭣……!?"


여전히 뭔가 격하게 말하려던 쇼우조였으나, 말이 나오지 않고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전국시대의 남만인이라고 하면 포르투갈인이나 스페인인중 하나로, 유명한 루이스 프로이스(※역주: Luís Fróis)도 포르투갈 출신의 카톨릭 사제이다.

그렇기에 영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쩌면 기록에 남아있지 않을 뿐, 영어를 쓸 수 있는 남만인도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록에 없는 이상, 시즈코는 '전국시대에 영어를 쓰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승부에 영어를 쓴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무예로 승부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만약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건 단지 네가 그렇게 믿었을 뿐이야.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면 큰코 다치는 법이거든?"


"이, 이 비겁――――"


"적당히 해라"


부들부들 떨면서 고함치던 나가요시였으나, 그것은 모리 요시나리의 말 한 마디에 지워졌다.

방 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간 듯한 느낌에 시즈코는 몸을 떨었다. 그렇게 느낀 것은 시즈코 뿐만이 아니었다.

사이조나 케이지도,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등을 곧게 세우고 있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사내답지 않게 아우성치는 그 추태,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구나"


담담하게, 평소대로의 말투로 모리 요시나리가 말했다. 하지만 입가에는 상냥해보이는 미소는 없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네놈은 시즈코 님의 질문에 뭐라고 답했느냐. '뭐가 되었든 여자 따위에게 지지는 않아!'라고 대답하지 않았더냐. 잊어버렸다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하,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다. 상대가 반드시 네놈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만약 이것이 싸움이었다면, 네놈은 그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걸 잘 이해하고, 아우성친 자신을 부끄럽게 여겨라"


"……"


"이 승부, 시즈코 님의 승리다"


모리 요시나리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시즈코의 승리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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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8 1567년 5월 상순



지적 호기심에 들뜬 노부나가에게 용서라는 단어는 없었다.

날이 밝기도 전에 강제로 깨워져서,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이것저것 질문공세.

도중에 몇 번인가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날이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전술이나 전략 등의 군사 관계는 물론, 정치나 사회학, 나아가서는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아무래도 전문외라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있지만, 알고 있는 한도에서는 대답한 시즈코였다.

특히 노부나가의 흥미를 끌었던 것이, 중국의 삼국지 시대에서 난세의 간웅으로 불렸던 조조, 역사상 최대의 몽골 제국을 건국한 칭기즈칸,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룩한 5현제였다.

그들은 어떻게 대국을 건국했는가, 어떤 수법으로 대국을 계속 유지하였는가, 외적으로부터 어떤 수단으로 몸을 지켰는가.

병사의 숫자는, 진형은, 무장은, 지휘계통은, 등등 노부나가의 흥미는 끊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세계의 역사를 말만으로 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칠판과 분피필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부나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어떻게 만들었느냐', '이것은 양산이 가능한 것이냐' 등등 질문공세를 받은 시즈코였다.

그것들을 끝내고 칠판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면서 역사를 설명할 때까지 반나절을 필요로 했다.


(마치 학교의 수업 같아……)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부나가에게 타국의 역사를 설명했다.

한동안 역사 등을 이야기하고 있던 시즈코는, 문득 지금까지의 내용을 되새겨보았다. 그 결과, 그의 흥미는 장르에 따라 편중된 곳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종교는 그야말로 '알아둘 뿐'의 레벨로, 자세히 알려는 기색조차 없었다. 오히려 종교는 어떤 시대에서도 해악이 될 뿐이다, 라고 더욱 종교 혐오를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잊어버리기 전에, 이것에 대해 네 의견을 들어보겠다"


점심때가 조금 지났을 무렵, 노부나가는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다.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소성이 뭔가를 쟁반에 받쳐들고 가져왔다. 노부나가가 그것을 집어들자, 소성은 한 번 인사를 하고 방에서 물러났다.


"네가 만든 크로스보우를, 내 나름대로 개량해 보았다. 네가 볼 때 어떤지, 의견이 듣고 싶다"


"네, 네"


건네어진 크로스보우에 시선을 향했다.

시위를 당길 때 되감기 기구를 이용한 구조에서, 펌프 액션 같은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전상(前床)을 앞으로 당겨보았지만, 상당히 강한 힘이 아니면 당길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이즈가 중형과 대형의 중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력을 희생하여 연사성을 높인 타입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시위를 당기는 구조는 이런 형태보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구조 쪽이 적은 힘으로 강한 시위를 당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레버라고 불리는 막대기 형태의 것을 앞뒤로 왕복시켜서 시위를―――"


"그것이다!"


레버 액션의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부나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깜짝 놀란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등을 똑바로 세우고 굳어버렸지만, 노부나가는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턱에 손을 댄 채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화살에 구멍을 뚫어 출혈을 유도하는 구조로 만들었지만,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렛대의 원리라는 걸 이용하면, 크로스보우의 시위 당김, 장전, 발사를 단시간에 할 수 있다"


"어, 저, 저기……?"


"선마로 일격이탈 전법을 사용하면, 적병의 돌진을 저지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노부나가는 완전히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었다.

말을 거러 방해하는 것도 꺼려졌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곁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노부나가는 칠판 앞에 서더니, 분필을 사용하여 뭔가를 써갈겼다. 칠판에 문자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겠지, 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아, 직필을 손에 넣을 찬스였는데. 아까운 짓을 했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시즈코는, 아까운 짓을 했다고 생각하며 노부나가가 의식을 자신에게 향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소성이 술자리 이야기를 전해올 때까지, 노부나가가 사고의 세계에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즈코는 약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자문자답했다.

그 후, 소성에게 술자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도 얼결에 참가한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는 술자리에서 뭘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분명히 누군가가 술을 권한 건 기억에 있는데……"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빙글빙글 자극하면서 생각해내려고 했지만, 몇 번을 해도 사고는 안개가 낀 듯 뚜렷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생각해내려는 이유는, 노부나가의 측근이나 무장들의 태도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이나 노부나가의 측근들이, 시즈코를 보자마자 묘하게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그들은 그런 태도가 아니라, 어느 쪽이냐 하면 오만해보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에게 물으려고 했으나, 다들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도망쳤다.

그것이 시즈코의 불안에 박차를 가했다.


"아아―――, 대체,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아―!"


자포자기한 듯 외쳤지만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편, 온전 시설의, 그것도 노부나가나 특정 인물만 사용할 수 있는 구획.

그곳에 있는 온천에 노히메는 당당히 몸을 담그고 있었다. 게다가 당당하게 있는 것은 그녀 뿐으로, 같이 있는 첩은 조마조마해하며 출입구를 신경쓰고 있었다.


"후우―,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것이 이 정도로 기분이 좋을 줄이야. 하여간, 뭐라 말할 수 없는 사치로구나"


한 번 기지개를 켠 후, 노히메는 입구 쪽으로 고개를 빙글 돌리고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께서도 그런 곳에 서 계시지 마시고, 이쪽으로 오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순간, 출입구가 거칠게 열렸다. 노히메의 말대로, 입구 저편에 노부나가가 있었다.

첩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직전에 가까스로 삼켰다.

노부나가는 그쪽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큰 걸음으로 탕 쪽으로 향했다. 그가 욕조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노히메는 시종들을 물러나게 했다.


"몸을 씻은 후에 들어오는 것이 온천의 예의라고 들었습니다만?"


"흥, 그런 예의 따위 모른다"


"그런가요. 그럼, 이쪽은 어떠신가요"


그렇게 말하면 노부나가에게 작은 사발을 내밀었다. 그는 말없이 사발을 받아들고 그것을 보았다.

걸쭉하고 희뿌연 것과, 탱탱한 느낌이 드는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노부나가가 고개를 갸웃하자, 짓궂어보이는 웃음을 떠올린 노히메가 어떤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온천계란, 이라는 것입니다. 걸쭉한 식감이 재미있고 꽤나 맛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독 검사는 소첩이 확실히 해 두었습니다"


"그래놓고, 덴뿌라 때처럼 일본 최초를 빼앗아갔다는 거냐"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씀을 하시네요. 소첩은 영주님을 생각하여 독 검사를 했을 뿐입니다"


손톱만큼도 그런 걸 생각하고 있지 않는 건 명백했지만, 노히메는 기죽은 기색도 없이 말했다.

잔소리를 하는 것도 바보같아진 노부나가는, 거칠게 사발을 기울이고 나무로 된 숟가락으로 온천계란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뭐, 나쁘지 않군"


"호호호, 영주님은 좀 더 진한 간이 취향이실까요?"


"쓸데없는 참견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사발을 노히메 쪽으로 내밀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노히메는 사발을 받아들고는, 욕조 안에 가라앉아 있는 바구니 속에서 계란을 하나 집어들었다.


"시즈코는 이상한 여아로군요. 소첩들이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을, 아주 쉽게 실행합니다. 그리고, 어딘가 심지가 굳은 구석이 있군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어라, 술자리에서 시즈코에게 반론당하시고 화가 나셔서 쟁반을 걷어차셨다고 들었는데요?"


"귀가 밝구나"


"곁에서 모시는 자들을 보면, 대략 예상은 가지요. 하지만 걷어차셨다는 건 거짓말이지요?

사실은 순종적이라고 생각했던 시즈코에게 반론당하셔서, 동요하신 나머지 일어나 버리셨는데 그 때 쟁반이 몸에 부딪혔다, 라는 걸까요?"


그 질문에 노부나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노히메는 눈만 움직여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았다.

잔뜩 찌푸린 표정과 침묵이 긍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노히메는 굳이 추궁하지는 않고 혼자서 이해하고 있엇다.


(본인은 술의 효과로 잊고 있지만, 무장들은 영주님의 분노를 보고 벌벌 떨었지. 그런 영주님을 앞에 두고, 당당했던 시즈코…… 점점 더 흥미를 끄는 여아로다)


"영주님, 소첩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네네나 마츠를 불러도 괜찮을까요?"


노히메를 한 번 쳐다본 후, 노부나가는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사용시의 조건을 말했다.


"한 가지만 지켜라. 내게 방해되는 짓은 하지 말도록"




영문모를 이유로 노부나가의 부하들이 피하고 있는 시즈코는, 처음에는 곤혹스러워하기는 했지만, 금방 포기의 경지에 도달했다.

영문모를 일에 일말의 불안은 있었으나, 타초경사를 범할 수도 없다.

노부나가 본인이 뭔가 말하지 않는다면, 주위의 부하들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 심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고 약간 우울해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들려주기로 했다.


"아―, 햇살이 기분좋아"


채네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하자, 라는 등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걸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적당한 곳에 드러누웠다.


"옆자리에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아야노코우지 님"


따뜻한 햇살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무렵,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여인 같은 얼굴을 한 예쁘장한 남자가 시즈코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드러누운 상태로는 실례였기에, 시즈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예쁘장한 남자는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시즈코의 옆에 앉았다.


"실례. 소생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역주: 타케나카 시게하루(竹中重治))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즈코의 수상쩍어하는 태도를 느꼈는지, 예쁘장한 남자는 시즈코가 이름을 묻기 전에 먼저 밝혔다.


"……아야노코우지 시즈코입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저는 시즈코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님자를 붙이면 등이 간질거려!)"


약간 움츠리며 시즈코는 머리를 숙였다.

타케나카 한베에라고 하면 많은 군공에 관한 일화나 미담을 남겼지만, 그것들 중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후세의 창작이며, 역사적 사실로서의 활약의 실태가 확실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나바 산성을 16, 또는 17명으로, 그것도 겨우 하루만에 탈취하거나, 노부나가가 가신으로서 등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등, 나름대로의 재능은 있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럼, 시즈코 님. 질문이 있습니다만, 시간이 괜찮으신지요?"


"괜찮습니다. 일광욕을 할 정도로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외람되지만…… 시즈코 님께 천하통일이란 어떤 것이지요?"


일광욕이라는 부분에서 순간적이지만 표정이 변했던 타케나카 한베에였으나, 바로 원래의 예쁘장한 남자의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정가운데 직구 같은 질문을 입에 올렸다.


"천하통일, 인가요? 음―, 그러네요……"


새삼스레 생각해 봤지만, 시즈코는 천하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었기에 명확한 비전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본을 통치하는 것, 일까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느낌입니까?"


"법이라는 질서를 구축하고, 화폐, 도량형, 문자를 통일하고, 중앙관리하의 부(府)와 현(県)으로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조세제도 개혁, 학교제도 제정, 사회생활 기반의 정비……일까요"


"과연, 시즈코 님께 천하통일이란, 새로운 제도와 질서를 제정하는 것이군요"


감탄한 듯이 한베에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어디에 감탄했는지 잘 알 수 없었던 시즈코는 애매한 웃음을 띄웠다.


(누구든지, 저 오다 님조차, 천하통일이란 쿄(京, ※역주: 교토)를 제압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것에 명확한 반론을 했던 시즈코 님의 천하통일은,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는데…… 과연, 오다 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실 만하군)


교토에 있는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에게도, 천하를 노리는 지방의 영주에게도 없는 일본 통치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만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애매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상 따위가 아니라, 단계를 밟고 목표를 내걸어 실현의 절차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해한 한베에는 무의식중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소생은 이만"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일어선 후, 한베에는 시즈코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시즈코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대로 걸어가 버렸다.


"……뭐였지?"


생각해 봤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시즈코는, 기지개를 펴고 다시 드러누웠다.


"느긋하게 낮잠을 잘 여유는 있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부나가가 체재하는 동안에는, 낮잠을 잘 여유가 그녀에게 주어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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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7 1567년 5월 상순



마치 재고 있었던 것처럼, 덴뿌라를 다 먹었을 무렵에 노부나가로부터 전령이 왔다.

내용은 서둘러 지정한 장소로 올 것, 이었다.

재빠르게 몸단장을 마친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지정한 장소로 향했고, 약 5분 정도에 지정한 장소에 도착했다.

노부나가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그는 마른 나무등걸에 앉아 있었다.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노부나가에게 다가가서 시즈코는 머리를 숙이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시즈코를 일별하더니 턱짓을 했다.

거기에 앉아라, 라는 의미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노부나가보다 높이가 낮아지는 장소를 골라 앉았다.


자세히 보니 노부나가는 혼자였다. 소성은 물론, 호위대나 수하 무장들도 없었다.

노부나가와 시즈코가 서로를 바로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내 질문에 거짓 없이, 진실만을 대답해라"


말투에 날카로움이 있었다. 아니, 말투 뿐만이 아니라 눈이나 표정, 나아가서는 분위기까지.

전신에서 예리한 일본도 같은 패기가 흘러나왔다. 노부나가의 분위기에 노출된 시즈코는, 무의식중에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호, 혹시 이게 본래의 노부나가……?)


문헌 등에서 '노부나가의 부하들은, 그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축되었다'라는 말을 자주 본 시즈코였지만, 지금까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노부나가 앞에 앉아보니, 그러한 문헌들이 과장도 뭣도 아니었다는 걸 겨우 알게 되었다.

솔직한 얘기로,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시즈코,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렷다"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 단정에 가까운 물음이었다.

갑자기 핵심을 찔린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분위기에 휩쓸렸던 것도 있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헉!"


"좀 더 정확히 말하지. 너는 이 난세에 태어난 게 아니다. 물론, 남만도 아니다. 좀더 다른…… 뭔가 다른 장소라고 하면 될까. 어쨌든, 너는 이 일본에서 생을 얻은 것이 아니렷다"


"어, 아, 으……"


"네가 말해도 되는 건 '예', '아니오' 둘 중 하나다. 안심해라. 거짓이 아니라면 네 목을 칠 일은 없으니"


그건 반대로 말하면 거짓을 말하면 목을 치겠다, 라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었다.

사람을 물린 것, 그리고 뭣보다 노부나가는 시즈코가 '예'라고 대답할 거라 확신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예"


그녀는 단념했다.

증거도 뭣도 제시되지 않았지만, 노부나가는 그것에 생각이 미치게 된 확증을 얻었다, 고 시즈코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대답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당연한 것, 이라는 느낌이었다.


"흠, 역시 그렇군"


"저어……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만, 언제 제 정체를 눈치채신 건가요?"


턱에 손을 대고 있는 노부나가에게 시즈코는 쭈뼛거리며 물었다.

그런 부분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고, 가능한 한 전국시대의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무래도 시즈코 본인 뿐이었던 모양이다.


"네게 그만한 지식을 얻게 하는 데 얼마만한 돈과 노력이 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 너를 방치하는 건 있을 수 없지. 게다가 너는 중놈들의 영향이 지나칠 정도로 적다. 부처의 가르침을 소중하다고도, 그렇다고 경멸하지도 않는 태도. 결정적으로는 돈에 무관심한 것 같으면서, 자신이 가진 기술의 전수를 위해서 바보처럼 돈을 쏟아붓지"


"어, 저, 그게……"


"여기까지 말해도 모르겠느냐?

너는 존재 그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스승으로 모셨는지 말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이는 것 치곤, 그 기술 자체는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전수하는 걸 아까워하지도 않지"


"그, 그건 영주님의 힘이 되도록……"


"그렇다고 해도"


시즈코의 변명같은 말을 노부나가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너는 한 번도 내게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네가 원하는 것은 하나같이 내게 이익을 가져오는 것 뿐이다. 내게는 너 자신의 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노부나가의 말은, 시즈코가 요구하는 것에 본인의 욕심이 보이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전국시대는 오랜 세월 주군을 섬긴 가신이더라도, 공을 세웠다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게을리하면 이반, 배신, 다른 주군으로의 변절은 당연하게 일어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진탕 욕을 먹고 쫓겨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욕심도 별로 없고, 성격이 까다롭지도 않고, 어설픈 인간도 아니다.

명령받은 일은 묵묵히 수행한다. 그리고 성공에 대해 우쭐하는 일이 없다.

겨우 2년 일하는 동안 수많은 공적을 세웠지만, 노부나가가 상을 주기 전에는 아무 요구도 하지 않는다.

거기에 노부나가는 일종의 공포심을 느겼다.


"그 외에는…… 그렇군, 하나 더 있다. 너와 만나기 조금 전에, 나는 이상한 노파를 만났다"


"노파……입니까?"


시즈코의 말에 노부나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코미요이케(小澪池, ※역주: 정확한 독음을 모르겠음)에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나는 갑자기, 짙은 안개에 휩싸여 앞뒤를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주위를 경계했을 때, 갑자기 노파가 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는 나를 무시하고, 노파는 이렇게 말했다. '검'이 '때(刻)의 서출(落胤, ※역주: 귀한 집안의 사생아)'을 불러오리라'라고 말이다"


"'때의 서출'……?"


'서출이란 정통의 혈통에서 벗어난 아이를 말한다. 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간 등을 나타내는 말에 많이 쓰이고 있으니, 그런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즉 노파의 말이 옳다면, 너는 우리들과는 다른 시간에 태어난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납득되는 이야기지. 애초에,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실제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었는지 노부나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걸로 전부터의 의문이 해결되었다. 뭐, 네가 나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 한, 나는 네 목숨을 지키겠다. 따라서, 너는 지금부터도 내게 재주를 보여라"


그 말에 시즈코는 깊이 고개를 숙인 후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았다.

그곳에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분위기를 띤 노부나가가 아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에 넘치는 노부나가가 있었다.




의외로 노부나가는 지식을 전부 넘겨라,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과 변함없이 주어진 일을 수행해라, 라는 명령이었다.

이것은 갑자기 시즈코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것에 의해 주위에 불신감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 변화도 없을 수는 없었다.


"네게는 지금부터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는 직책을 내리겠다. 그 지식, 머리 회전을 나를 위해 쓰거라"


시즈코에게는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이름은 달라도 실질적으로는 오도키슈(御伽衆, ※역주: 전국시대에 주군의 말상대를 하던 사람)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만일을 위해 확인하기로 했다.

노부나가의 경우, 드물게 새로운 직책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으니까.


"영주님, 오다 가문 상담역이라 하심은 대체……?"


"기본적으로 지금 하는 것과 별 차이는 없다. 내 질문에 대답하고,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할 뿐이다. 필요한 권한은 내가 그때그때 주는 부분이 다르다. 하지만…… 뒷일을 생각하면 신변 경호를 늑대에게만 의존하는 건 문제가 있겠군. 시즈코, 네게 병사를 500, 그리고 호위대를 내리겠다"


"으엑! 예, 옛……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그, 병사라는 건 제가 마음대로 해도 괜찮겠습니까?"


"호오, 네게는 뭔가 생각이 있는 거냐"


"남만에 있는 로마라는 나라의 군단병은, 전투 뿐만이 아니라 도시 건설의 익스퍼트…… 전문가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본받아, 토목건축 등의 기술에 특화된 부대, 즉 쿠로쿠와(黒鍬)와 전투를 양립시킬 수 있는 부대를 만들고 싶사옵니다"


쿠로쿠와는 전국시대부터 에도 시대에 걸쳐 토목 작업을 담당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퍼졌다.

군에 포함되어 쿠로쿠와슈(黒鍬衆)로서 운용되게 되어, 진지의 구축이나 다리의 건설 등 전략적인 토목작업에 종사했다.

전후처리로서 전사자의 수용이나 매장 등도 쿠로쿠와슈의 일이었다. 민간에서도 농기구로서의 '쿠로쿠와(※역주: 여기서는 자루가 짧고 각도가 예리한 괭이를 말함)의 원산지로서 유명해진, 오와리 치타(知多) 군(郡)의 토공 집단인 '쿠로쿠와구미(黒鍬組)'가 유명하다.


시즈코는 전투공병을 양성하여, 각지에서 토목, 치수 공사, 신규 농지의 개발, 도로 정비 등의 사회생활기반을 정비하는 부대로 만들려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부대이기에, 어느 정도 전투도 하지 못하면 곤란하지만.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군자는 위험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였다. 위험해지면 전력차를 생각하지 않고 즉시 퇴각이다.


"그리고 기반을 쌓을 시간을 주셨으면 하옵니다"


"그 이유는"


"남만에 있는 나라,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이었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말했습니다. '갑자기 지위던 무엇이던 이어받게 되어버린 자에게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보다 맨 먼저, 그리고 즉각적으로, 기반을 다치는 것이다.' 저는 지금까지 수백 단위의 사람을 한번에 관리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기반이 되는 관리 체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시즈코는 후회했다. 마키아벨리의 이름과 그 사상을 섣불리 입에 올린 것을.

입가를 손으로 가리면서 노부나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역시나 그는 굉장히 좋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그 웃음은 사악한 웃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인가 하는 자는 좋은 말을 했군. 시즈코, 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예, 옛"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의 사본을 내놓아라, 라고 말하고 싶은 거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현대에서는 객관적, 근대적인 정치학의 시조로 생각되고 있으나, 전국시대의 유럽에서는 카톨릭 교회의 대항개혁의 일환으로 금서 목록에 올라가 불태워졌다.

마키아벨리 자신도 "배신을 좋아하는 배덕한 작가"라고 계속 비난받았고, 18세기에 재평가될 때까지 '군주론'은 입지가 좁았다. 그만큼 중세 유럽 시대의 도덕이나 종교에 있어서는 문제 투성이인 '군주론'이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노부나가에게는 관계없었다.


"남만의 도덕심 따위 필요없다. 내가 일본의 상식이니라"




그 이후에도 노부나가로부터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평소에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느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 부모나 형제는 잘 있느냐, 그들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느냐, 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네가 살고 있던 곳에서는 어떤 정치 체제가 세워져 있느냐, 군은 어떤 관리 체제이냐, 규모는, 무기의 종류는, 적국에 침략받은 적은 없느냐, 만약 침략받았을 때는 어떻게 격퇴하느냐, 등등 사회나 정치 등 다방면에 걸친 내용이었다.

게다가 설명을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민주주의에서는 백성이 우둔할 경우, 우둔한 통치자밖에 태어나지 않는다"

"의무교육은 일정한 지식을 준다는 점에서는 뛰어나지만, 동시에 우수한 사람을 매장시켜 버린다. 재주있는 자에게는 더욱 좋은 환경을 갖춰 주어야 한다"

"헌법이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좋지만, 벌칙이 너무 가벼운 게 아니냐?

특히 나라의 돈으로 사복을 채우는 놈이 금고형이라니 언어도단. 참수에 처해야 한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 매스미디어인가 하는 것들 따위는 없애버려라. 스스로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무능한 놈들 따위에게 존재가치는 없다. 오히려 해악이다"

"기술자를 경시하는 무능한 놈들 따윈 필요없다. 그리고 우쭐한 기술자도 필요없다. 평생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지 않는 기술자에게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냐"


등등 자신이 문제점이라 생각한 것들은 용서없이 쳐내버리고 자신의 지론을 늘어놓기도 했다.

가치관이나 생사관이 다르다고 말하면 그뿐이지만, 노부나가가 볼 때는 무능한 자나 어리석은 자도 살아갈 수 있는 시즈코의 세계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으리라.

하지만 이국의 세계는 이상하다는 것만으로 끝낼 수 없는 게 노부나가였다.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장소가 생기면, 그곳에 보통 사람은 다가가지 않고, 대신 죄인들이 자리잡게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깨어진 창문 이론……이라. 실로 훌륭한 이론이다"


"제 나라에서는 경비 파출소를 필요로 하는 곳에 설치하여, 그곳에 사람을 몇 명 대기시켜 둡니다. 그 사람들은 정해진 범위를 순찰하고, 경미한 질서 위반을 단속하고 있었습니다"


"흠, 나쁘지 않은 이야기다. 당장 검토해보도록 하지. 잘하면 간자 대책에 쓸 수 있겠다"


(……저는 슬슬 지쳤습니다…만)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 가볍게 묻는 정도였다. 하지만 서서히 이야기의 범위가 넓어져, 언제부터인가 시즈코가 살고 있던 일본에 대해 설명하게 되었다.

자신으로부터 지식을 뿌리째 뽑아갈 생각인가 하고 시즈코는 일순 생각했지만,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고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비뚤어짐이 없는 소년의 눈동자, 솔직한 미소, 그리고 왕성한 호기심. 그것은 겉과 속이 다른 곳을 느낄 수 없는, 자기도 모르게 반해버릴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

남자가 남자에게 반한다, 라는 건 이런 심정일까 하고 시즈코는 문득 생각했다.


"선마(セン馬, ※역주: 거세한 말)라는 건 좋은 생각이다. 거세하여 성질을 억누르고 다루기 쉽게 하며, 적에게 빼앗겨도 번식에 쓸 수 없게 할 수 있고, 발정기에 흥분하게 하지 않는다, 였던가. 무사들 사이에서는 날뛰는 말을 좋게 치는 풍조가 있으나, 그런 한심한 생각 따윈 내다 버리면 된다. 그리고 편자(蹄鉄)였던가…… 흠, 그것도 검토해볼 가치는 있다."


"……저어, 생각에 잠겨있으신데 죄송합니다만, 슬슬 저택에 돌아가시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이제 일각만 있으면 해가 질 거라 생각하오니"


지적받고 그제서야 깨달은 듯, 노부나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은 서쪽으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두시간 정도면 거의 해가 질 거라 생각한 노부나가는 말없이 일어서더니 엉덩이의 먼지를 털었다.


"그럴 것 같구나. 돌아가자"


"예, 예!"


휴 하고 한숨을 쉰 시즈코도 일어섰다. 그녀는 먼지를 털면서 간신히 해방된다고 안도했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생각이었다. 노부나가는, 일어선 시즈코를 향해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야기는 저택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계속 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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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6 1567년 5월 상순



그 후, 미카와 무사들은 니와의 저택을 물러나 귀로에 올랐다.

그리고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말을 걷게 하여 미카와를 향했다. 가운데에 타다카츠, 오른쪽이 야스마사, 왼쪽이 마사시게, 주위를 그들의 부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가운데의 타다카츠는 생기가 없이 흐린 눈을 한 채로 입을 다물고 있어, 마치 장례식 같은 무거운 분위기를 주위에 흩뿌리고 있었다.


"자자, 기운을 내라"


잠시 말없이 말을 걷게 하고 있던 세 명 중에, 처음으로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야스마사였다.

그는 앞을 향한 채로 옆에 있는 타다카츠에게 말을 건넸다.


"으, 음…… 뭐, 뭐어 공동재배가 성립되면, 7일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치게 되지"


만약 오와리 국의 노부나가와 미카와 국의 이에야스가 공동재배에 합의할 경우, 미카와 측은 타다카츠를, 오와리 측은 시즈코를 대표자로 임명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공동재배라기보다, 시즈코가 양산하기 위한 재배방법을 확립하고, 그것을 타다카츠가 미카와 국으로 가져갈 뿐이지만.


"소생은 학문이 없기에, 여차할 때는 잘 부탁한다"


"뭐어, 그 여자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뭣보다…… 그렇군, 그 여자가 남을 속일 인물로는 생각되지 않아"


동조하듯히 마사시게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다카츠가 반한 여자라길래 어떤 여걸인가 하고 흥미가 생겨 그를 따라왔던 두 사람이었는데, 만나보니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아무리 봐도 흔한 시골 처녀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좋게 말하면 순박, 나쁘게 말하면 어벙해 보이는 어린 계집애라는 게 그들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시즈코 님은 그런 짓은 하지 않아. 그 분의 마음은, 맑은 물처럼 깨끗하고 어머니 같은 자애로움을 아낌없이 주는 햇님처럼 빛나고 있다"


"……뭐어, 네놈이 그걸로 좋다면 상관없다……만"


"당면의 과제는, 어떻게 주군을 설득하느냐로군"


"뭐, 그건 우리들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우리 주군과 오다 오와리노카미 님께서 어떻게 결정할지다"


맞아맞아, 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야스마사는 가벼운 분위기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 때까지 무공을 세워서 어엿한 무사가 되기라도 하면 그 여자도 돌아볼지도 모르지 않겠어?"


"그거다!"


예상 이상으로 큰 타다카츠의 목소리에 야스마사와 마사시게, 주위의 부하들이 기겁했다.

하지만 타다카츠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두 손을 힘껏 움켜쥐면서 말했다.


"소생이 강해져 무훈을 세워서 입신출세하면 되는 거다! 음, 그렇게 정했으니 특훈이다!"


"아, 아니, 그……?"


폭주하고 있는 타다카츠에게 말을 건 야스마사였으나, 이미 그의 목소리는 타다카츠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타다카츠는 말을 갑자기 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이놈들아! 서둘러 미카와 국으로 돌아가자―!"


"호, 혼다 님―!?"


혼자 폭주하는 타다카츠를 몇 명의 사람들이 당황해서 쫓아갔다. 야스마사와 마사시게를 지키는 부하들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야스마사와 타다카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버려둬라……"


피곤한 듯 한숨을 쉰 후, 야스마사는 동요하는 부하들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내용을 알 수 없다고는 해도,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를 살짝 엿본 아야는 그걸 어떻게 보고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뭐가 쓰여 있는지 알 수 없는 책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고밖에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모리 요시나리의 대답은 지극히 간결했다.


'당분간 감시는 관두고, 시즈코 님의 잔심부름에 진력하라. 그리고 시즈코 님의 소유물은 모두 돌려드리도록'


내용에 곤혹스러워한 아야였으나, 겨우 간자 한 명 정도에게 모리 요시나리나 노부나가가 모든 걸 이야기할 리가 없다.

따라서 노부나가의 뜻을 전한 모리 요시나리의 두 마디째 말은 '잔심부름에 진력하라'였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서 정보를 억지로 듣는 것보다, 상담이라는 형태로 기술을 끌어내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자신이 이어받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이해했다.

얼핏 보면 노부나가는 이익만을 향유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이 타국에 유출되거나, 자신의 영토를 노림받거나 하는 디메리트도 받고 있다.

오히려 더욱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시즈코 쪽이다.

그녀에게는 노부나가의 비호 아래, 표면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만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전국시대의 세상에서 여성 혼자 의식주의 불편 없이 안온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은 얻기 힘든 것이었다.

설령 목숨을 노림받더라도, 노부나가가 그녀 앞에 나서서 대처해주는 덕분에 고생하지 않고 몸을 지킬 수 있으므로.


모리 요시나리는 아야에게 명령을 내린 후, 노부나가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하러 그의 거성으로 발을 옮겼다.


"시즈코가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계획은 순조롭더냐"


보고하러 온 모리 요시나리에게 노부나가는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질문했다.


"옛,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함부로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만, 저번의 대답은 '양호'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순조로운가. 크큭, 하여튼 녀석에게는 항상 놀라고 있지만, 이 계획은 나조차 간담이 서늘했노라. 설마 내 밑으로 왔을 때부터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니"


"저도 재료에서 뭐가 만들어질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성공하면, 그녀가 후하게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가진 자들도 입을 다물겠지요"


시즈코는 오와리 후다이슈(譜代衆, ※역주: 대대로 한 가문을 섬기는 신하들)인 모리 요시나리의 휘하에 있지만, 실제로는 노부나가의 직신(直臣)에 가깝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는 오다 가문의 친족이나 자식들, 모리 요시나리나 젖형제인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중신인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등의 오와리 후다이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여자에다가 키가 크고(전국시대에는 아무리 미녀라도,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 추녀로 취급된다), 게다가 혼인을 하지 않은 노처녀인데도 대우받고 있다, 고 하면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생겨도 이상하지는 않다.

실제로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몇 번이나 그녀의 대우에 대해 노부나가에게 직소한 사람들은 있다.

그 때마다 노부타가는 "재주있는 자는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다. 내게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으면 녀석 이상가는 재주를 내게 보여라"고 대답했다.

즉, "불만이 있으면 시즈코가 필요없다고 생갈될 정도의 재능을 내게 보여봐라"라는 것이다.


"녀석이 문외불출의 기술을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나, 그 기술을 잇기에 적당한 인재를 모아두어라"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그렇게 명한 후, 살짝 술잔을 기울였다.




미노 공략으로부터 1개월 후, 간신히 미노 평정이 정리된 노부나가는 특정한 가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싸움이 아니라, 미노 공략시에 특별히 공을 세운 자들만 모은 위로의 술자리를 여는 것 뿐이었다.

그 관계로 시즈코의 마을 및 주변은 살벌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부름받은 것은 모리 요시나리를 필두로,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 시바타 카츠이에, 타키카와 카즈마스 등, 뒷날의 오다 군을 떠받치는 무장들.

쿠로호로슈(黒母衣衆, ※역주: 오다 노부나가의 친위대 중 하나) 필두인 카와지리 요헤에 히데타카(川尻与兵衛秀降), 아카호로슈(赤母衣衆, ※역주: 오다 노부나가의 친위대 중 하나) 필두인 마에다 마타자에몬 토시이에(前田又左衞門利家), 노부나가의 호위대(馬廻衆)인 후세 토우쿠로(布施藤九郎), 아사히 마고하치로(朝日孫八郎).

미노 공략시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번번이 오다 군을 괴롭힌 지략을 가진 타케나가 한베에 시게하루(竹中半兵衛重治)가 특례로서 참가자에 더해졌다.


쟁쟁한 멤버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이나 참모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가운데,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현실감이 없는 시즈코는 태평한 얼굴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 요리는, 남만 요리인 덴뿌라(天ぷら)입니다―"


그것은 덴뿌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드디어 유채기름을 채취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그것의 완성도를 확인하려고 생각했다.

기름이라고 하면 튀김요리, 하지만 고로케나 돈까스에 필요한 빵가루를 준비하지 못했기에, 메뉴를 덴뿌라로 변경했다.


"크흐흐…… 생산자만의 특권이네. 대량으로 기름을 쓰는 건, 이 시대에서는 사치니까"


재료는 어패류를 취급하고 있는 항상 드나드는 상인에게서 오늘 아침에 막 잡은 망둥이와 보리멸을 살아있는 상태로 바닷물째로 통에 넣어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직접 준비한 몇 가지의 산나물과 고구마이다.

망둥이는 겉보기에 기분나쁘게 생겼고, 보리멸은 등이 보통 알고 있는 바다 물고기와 다른 색을 띠고 있다, 며 상인은 꺼림칙해했기에 상당히 값싸게 손에 넣었다.


"시즈코 님, 뭘 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진정해 주십시오"


"으, 미안해. 덴뿌라는 오랜만이라…… 오, 좋은 느낌으로 온도가 올라갔네"


전혀 반성하지 않는 말을 하면서 그녀는 재료를 기름 안에 투입했다.

순간, 기름으로 튀기는 소리가 성대하게 울려퍼졌다. 너무나 큰 소리에 평소에 냉정한 아야가 드물게 당황했다.


"시, 시즈코 님! 뭐, 뭔가 엄청난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진정해, 진정해, 워워…… 그야 튀기고 있으니까, 이 정도 소리는 나거든?"


약간 패닉 상태인 아야를 진정시킨 후, 그녀는 차례차례 튀김옷을 입힌 재료를 기름에 넣었다.

접시에 작은 산처럼 쌓여서 김을 풍기고 있는 덴뿌라를 보며 약간 겁을 먹은 아야는, 쭈뼛거리며 질문했다.


"이것……은?"


"남만 요리 덴뿌라. 기름으로 튀기는 요리야"


"튀김……? 요리는 찌고, 삶고, 굽는 세 종류 뿐입니다만……?"


"아니, 튀기거나 볶는다는 요리 방법도 있어. 뭐 튀기는 건, 보는대로 대량의 기름을 쓰니까, 그렇게 간단히 할 수는 없지만"


"네, 네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러고 저러는 와중에, 시즈코에 손에 의해 모든 재료는 덴뿌라로 변모했다.


"훗훗후, 이걸로 일본에서 최초로 덴뿌라를 먹은 사람이 될 수 있어!"


"호오, 네놈은 그런 가당찮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느냐"


큰 접시를 하늘높이 들어올리고 있던 시즈코의 움직임이 멈췄다. 녹슨 기계처럼 머리를 움직여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호호호, 과연 영주님의 총애를 받는 만큼, 제법 재미있는 아이로군요"


거기에 있던 것은 즐겁다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노부나가와 낯설은 여성이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 정도, 옷은 화려하지만 결코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머리 모양은 스베라카시(垂髪, ※역주: 여자 머리 모양의 한 가지; 앞머리를 좌우로 부풀게 하고 머리채를 뒤로 길게 늘어뜨림(지금은 황족(皇族)의 정장(正裝) 때의 머리))라는 풍모였다.

명백히 고귀한 신분인 것은 알겠지만, 중요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근년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여성의 이름이 남는 경우는 드물었고, 설령 남았다고 해도 대부분은 통칭(通称, ※역주: 실명이 아니라 흔히 부르는 별명 등)으로 남는 데 그쳤다. 따라서 시즈코가 여성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냉정함을 되찾은 시즈코는 큰 접시를 가까운 탁자 위에 놓고, 먼지를 털고 그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신분이나 이름을 몰라도, 노부나가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상당히 신분이 높은 여성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시즈코,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저 노란 것은 뭔지 설명하라"


하지만 시즈코의 생각 따위 신경쓰지 않는 노부나가는, 부채로 튀김을 가리키며 그렇게 물었다.


"나, 남만 요리 중 하나인, 덴뿌라이옵니다"


덴뿌라는 남만요리가 조상이지만, '소재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긴다'는 요리법 자체는, 나라(奈良) 시대나 헤이안(平安) 시대에 쌀가루 등을 튀김옷으로 사용한 튀김 요리가 전래되어, 채소 요리(精進料理)나 싯포쿠 요리(卓袱料理, ※역주: 일본화된 중국식 요리) 등에 의해 일본에서 확립되었다.

한편, 16세기에 남만요리에서 파생된 '나가사키 덴뿌라(長崎天ぷら)'이 등장한다.

이것은 밀가루를 물에 녹여, 설탕, 소금, 술 등의 조미료를 더한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긴다. 튀김옷 자체에 진한 간이 되어 있기에 소금이나 튀김국물 등에 찍지 않고 먹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남만 요리에서 유래된 덴뿌라와 옛부터 있던 튀김 요리가 혼동되어 버렸기 때문에, 옛날부터 기원이나 어원에 혼동이 보인다.

그러한 경위도 있기에, 지금도 서일본에서는 생선살을 으깬 것을 튀김옷 없이 튀긴 것, 소위 말하는 '튀김어묵'도 덴뿌라로 부르는 지역이 있다.

여담이지만 현대의 덴뿌라와 거의 같은 것이 문헌 등의 기록에 등장하는 것은, 간분(寛文) 11년(167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에도(江戸) 막부(幕府)가 열린 것이 케이쵸(慶長) 9년(1603년)인 것을 생각하면 백년 가까이 시대를 앞당긴 셈이다.


덴뿌라의 어원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으며, 어느 설이 올바른지 확실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일설에는 포르투갈어로 사계절의 재일(斎日)을 가리키는 '템포라(tempora)'가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사계절의 재일이란, 계절의 첫 3일 동안 기도와 금식을 하는 로마 교회의 독특한 관습이다.

이 기간 동안, 로마 교회의 신자들은 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이 기간 동안에는 생선 등에 밀가루옷을 입힌 요리를 먹었다.

이 요리가 일본에 전해져 '템포라'가 '덴뿌라'가 되었다고 한다.


즉 시즈코의 설명은 미묘하게 틀렸다.

그녀가 알고 있는 덴뿌라는, 나가사키 덴뿌라를 에도(江戸, ※역주: 현대의 도쿄)의 요리사가 '에도의 세 가지 맛'이 될 때까지 개량한 에도 요리이다.

그 조리법이 각지로 퍼져, 최종적으로 전래되었을 때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의 일본 요리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사를 잘 안다고 해도 요리의 역사까지 잘 아는 것은 아니기에, 그녀가 덴뿌라 = 남만 요리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호호호, 남만 요리라니 특이한 것을 만드는구나"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은 여성이 노부나가보다 앞으로 나서더니, 그녀는 망설임없이 덴뿌라가 담겨 있는 접시 앞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시즈코, 노부나가나 그보다 뒤에 있던 시녀들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여자는 젓가락을 손에 들고 덴뿌라를 한 입 먹었다.


"……흠, 표면의 것은 씹는 맛이 있는데, 안쪽에 있는 것은 부드럽구나. 두 가지 씹힘맛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식감을 내고 있도다"


"노, 노히메(濃姫) 님! 그, 그런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것을!?"


(노히메라니 노부나가의 정실(正室) 부인이잖아!?)


자기도 모르게 노히메를 바라본 시즈코였지만, 당사자는 주위의 시선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영주님께서 총애하시는 아이가 나를 독살한다는 거냐, 그것도 재미있겠구나. 아이야, 이름은 뭐라 하느냐?"


"으엑! 아, 네! 시즈코라고 합니다!"


"시즈코, 오늘부터 나를 섬기거라"


그게 자연의 섭리인 양, 노히메는 아주 간단하게 문제 발언을 했다.

네라고도 아니오라고도 할 수 없는 시즈코는,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노부나가에게 보냈다.


"시즈코는 줄 수 없다. 이 녀석에게는 아직 시킬 일이 많으니까"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쉰 노부나가였으나,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노히메와의 대화를 즐기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어머나, 남자가 질투하시면 기량을 의심받을텐데요"


"흥, 무슨 말이던 해라. 어쨌든, 네게 시즈코는 줄 수 없다"


노부나가와 노히메, 얼핏 보면 부부 사이는 나빠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에서 볼 때, 시즈코에게 부부 사이는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노히메는 긴장감 있는 대화를 즐기고 있었으며, 노부나가는 긴장감 있는 대화에서 기분좋은 긴장감을 얻고 있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부부 사이는 양호, 하다고도 할 수 있다.


(위장이…… 위장에 중압이……!)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조마조마함의 연속으로, 도저히 안심할 틈이 없었다.


"뭐어 이 아이와는 오래 보게 될 예감이 드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겠지요. 영주님, 소첩에게 이 아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노부나가를 놀리는 것에 만족했는지 노히메는 생긋 웃은 후 주방에서 나갔다.


"곤란한 것 같으니. 시즈코, 나중에 할 말이 있다. 준비해 두거라"


"네, 네"


시즈코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노부나가도 주방에서 나갓다.


"흐―음, 이것저것 질문공세를 받겠지만…… 우선은 덴뿌라를 먹을까―"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는 시즈코는 후에 처절하게 후회하게 된다.

간단히 '네'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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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5 1567년 5월 상순



날이 밝기 전, 키묘마루의 저택에서 살금살금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인물이 있었다.


(……좋아, 여길 빠져나가면 그 이후에는 입구까지 일직선이다)


그 인물은 저택의 주인인 키묘마루였다. 그가 여기저기 경계하면서 걷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날, 기침병을 앓고 있던 키묘마루는 자신의 정체를 시즈코에게 말했다.

그것은 노부나가의 의향을 무시한 행위였기에, 며칠 머리를 식히라고 근신처분을 받게 되었다.

현대인의 발상으로는, 정체를 밝히거나 노부나가의 의향을 무시한 정도로 근신처분을 받는 것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전국시대의 가장제도에서는 노부나가의 권한은 절대적인 것이다.

따라서 처자나 일족이라도, 가장의 명령에는 충실하게 따를 의무가 있다. 거역하면 가장의 성패권에 의해 피가 흐르는 일조차 있었다.

설혹 일족이나 처자 쪽이 이치에 맞았더라도.


(아버님의 의향을 무시한 것이 잘못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다른 문제야)


실은 노부나가에 의한 근신처분은 이미 풀려 있었지만, 그게 없어도 그는 외출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키묘마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교육 담당자의 교육열이 다시 타올랐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아침부터 밤까지 꼼짝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노부나가도 문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키묘마루에게는 좋은 약이다'며 할아범을 격려하는 상황.


(여길 빠져나가면―――)


"어디로 외출하십니까, 키묘마루 님"


골 지점은 눈앞, 그렇게 생각한 키묘마루가 발에 힘을 주어 달리려고 한 순간, 그의 등뒤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대로 굳어버린 키묘마루는, 녹슨 기계처럼 목만을 움직여 등 뒤를 보았다.

무표정한 할아범이 그곳에 있었다.


"자, 잠깐 화장실에… 말이지"


"화장실은 저쪽에 있습니다만"


아까까지 키묘마루가 걷고 있던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할아범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 말이지?"


등에 땀을 대량으로 흘리면서 키묘마루는 변명을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에 뻔한 거짓말을 한 시점에서, 키묘마루의 발언에 신용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하여, 어디로 외출하십니까?"


"아니…… 마, 맞아! 오늘은 시즈코의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생각해서 말이지!"


"시즈코 님께는 당분간 가지 않아도 좋다고 영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만?

게다가 시즈코 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지식이란 복수의 정보원에서 조사하여 비교하거나, 선인의 가르침을 듣거나 해서 최종적으로 몸에 붙는 것. 내 얘기에만 편중되는 것은 위험하고, 지식만 있는 껍데기는 우자에게조차 못 미친다' 고"


"으윽"


"'그리고 지식은 활용할 수 있을때 처음으로 지혜가 된다'고도 말씀하셨지요. 키묘마루 님, 오늘은 아침식사 후에 활과 말타기의 연습이 있습니다. 그러면 할아범은 준비가 있으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키묘마루 님, 부디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찍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정론에 얻어맞은 키묘마루는 할아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즈코는 타다카츠에의 답신을 노부나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노부나가에게 확인하고 시즈코가 답장을 쓰는 것보다, 노부나가가 부하에게 명하여 답장을 쓰는 편이 세세한 점에서의 무례를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급적 온건한 느낌으로 초대를 거절하는 내용의 글은, 시즈코가 노부나가에게 맡긴 지 며칠 후에 타다카츠에게 도착했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라는 인물을 조금 얕보고 있었다.


5월 8일, 시즈코는 니와의 부름을 받고 그의 집으로 갔다.

직접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가장 많은 니와가 어째서 시즈코의 집이 아니라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명령을 내린 건지 시즈코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고민해봤자 소용없다. 그의 집으로 가는 것 외에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으니까.


처음 찾아가는 장소였기에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예정된 시각에는 니와의 집에 도착햇다.

집, 이라기보다는 저택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맞을 것이다. 적어도 시즈코의 집보다 몇 배, 어쩌면 십수배는 큰 집이었다.

저택의 스케일에 압도되고 있는 시즈코에게, 안내역의 몸종이 말을 걸어왔다. 님 소리를 들으니 등이 간질간질한 느낌이었지만, 그녀는 얌전히 몸종을 따라갔다.

이 때, 그녀가 조금 더 주의깊게 주위를 관찰했다면, 낯설은 집단이 있는 것을 눈치챘으리라.

하지만 저택에 압도되어 있던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시즈코 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들라 하라"


문 너머로 몸종이 말을 걸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이 입실 허가였는지, 몸종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다 열자, 문 저편에 있는 주인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러한 인사를 끝내자, 몸종은 시즈코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흠칫거리는 느낌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시즈코의 왼쪽에 니와가 있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오"


그리고 오른쪽에는 혼다 타다카츠와 낯설은 남자가 두 명 있었다. 시즈코는 니와가 권하는 대로 그의 옆에 앉았다.


"소생, 도쿠가와 종5위하 미카와노카미의 신하, 혼다 헤이하치로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카키바라 코헤이타(榊原小平太)라 합니다"


"마찬가지로, 혼다 야자에몽(本多三弥左衛門)이라 합니다"


시즈코가 앉은 것을 확인한 타다카츠가 이름을 밝히고, 두 남자도 그에 따랐다.


(도쿠가와 종5위하 미카와노카미의 신하…… 도쿠가와 일족의 신하…… 혼다 타다카츠, 사카키바라 야스마사(榊原康政), 혼다 마사시게(本多正重)의 세 명이라…)


도쿠가와 삼걸(徳川三傑)에 꼽히는 혼다 타다카츠와 사카키바라 야스마사. 카이도(海道, ※역주: 토카이도(東海道)를 말하는 듯함) 제일의 용사라는 별명을 가진 혼다 마사시게.

하나같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들이지만, 이 때는 아직 하타모토 선봉역(旗本先手役)으로 발탁되어 요리키(与力, ※역주: 이 경우에는 기병을 말하는 듯) 50기로 구성된 하타모토(旗本) 부대를 이끄는 장수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 세 사람이 니와의 저택을 방문했는지, 시즈코는 그걸 알 수 없었다.


"전에는 큰 폐를 끼쳤습니다. 그리고 소생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감사와 사죄를 드립니다"


그 말과 동시에 타다카츠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타다카츠의 그 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시즈코는 어떤 결단이 내려졌는지 몰랐지만, 말을 들어보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고 이해하고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잘 알겠습니다"


"그쪽의 여성분께도 폐를 끼쳤습니다. ……이름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말을 걸자 시즈코는 조금 놀라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네, 네. 시즈코라고 합니다"


오다(織田) 오와리노카미(尾張守)의 신하, 라고 말하진 않은 것은 아무래도 여자인 자신이 오다 일족의 신하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시즈코 님이시군요.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그렇게 말하더니 타다카츠는 자신의 뒤에 있던 보퉁이를 손에 들고 시즈코의 앞에 놓았다.

높이가 꽤 있는 보퉁이가 뭔지 모르는 니와와 시즈코는 내용물이 뭔지 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타다카츠가 보퉁이의 봉인을 풀었다. 사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내용물이 드러났다.


"오오……"


내용물을 본 니와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한 송이 꽃이었다.

전체적으로 하얀 꽃이지만, 군데군데 크림이나 핑크색이 섞여 있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근래에 저희 미카와 국에 전래된 면화(綿花, ※역주: 솜)라는 꽃입니다. 까탈스러운 꽃이지만, 어찌어찌 피어 있는 꽃을 한 송이 구했습니다"


(면화……? 그거 7월이나 8월 정도에 만개했던 것 같은데……)


면화는 5월에서 6월 상순에 씨를 뿌리고, 개화는 7월에서 8월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벌써 개화한 목면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씨뿌리는 시기를 틀려서 우연히 성장해서 개화한 것 뿐이라 생각했다.


일본산 목면은 에이쇼(永正) 7년(1510년)에, 코후쿠지(興福寺)의 대승원(大乗院)에 남아 있는 '에이쇼 연중기(永正年中記)'에 '미카와(三川) 목면'을 연공 180문 만큼 징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1530년 무렵에는 면화에서 얻을 수 있는 목면을, 상인들이 필사적으로 교토 방면으로 판매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목면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던 것은 미카와에서도 극히 일부의 상인들 뿐으로, 대대적인 판로를 구축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미카와의 상인들에게 뼈아팠던 것은, 명(중국)이 목면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국시대 말기가 될 때까지, 일본산 목면이 관심을 받는 일은 없었다.


(으―음, 이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얘기려나. 꽃이 마음에 들었으니 씨앗이 가지고 싶다, 라고 말하면 의심받지 않을지도……?)


가치가 낮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 시즈코가 면화의 씨앗을 손에 넣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게 그야말로 가치가 낮다, 는 점이었다.

미카와 국의 일부에서만 관심을 끄는 면화를, 꽃을 사랑할 만한 성격도 아닌 노부나가가 원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리 호의적으로 보더라도 지나치게 수상한 언동이라고 주위에서 생각할 것이다.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시즈코는 가능한 한 자연스러운 형태로 면화응 씨앗을 입수하려고 생각했다.


"소생은 꽃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나, 그대를 꽃에―"


타다카츠가 더듬거리는 느낌으로 말하고, 그 옆에 있는 야스마사와 마사시게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것에 의식을 향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목면을 키울 방법, 그것과 노부나가를 설득할 방법을.


(이쪽에 왔을 때 입고 있던 내 셔츠…… 분명히 목면 T셔츠였을거야. 백문이 불여일견, 그걸 쓰면 설명도 간단히 되려나? 아니, 안 돼. 그런 고도의 직물을 내놨다간 내가 의심받을 뿐이야. 그렇게 되면 다른 방법으로 목면의 장점을 알게 할 필요가……)


"……그렇게 되어, 그…… 시, 시즈코 님!?"


타다카츠의 미묘하게 큰 목소리에 사고의 늪에서 끌어올려진 시즈코는, 깜짝 놀란 얼굴로 타다카츠를 보았다.

그는 볼을 약간 붉히고, 작은 주머니를 움켜쥐며 이렇게 말했다.


"소, 소생과…… 소생과 함께 이 꽃을 키우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마음 속에서 잘게 씹으며 골똘히 생각한 시즈코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받아들이겠습니다"




타다카츠의 마음은 날아오를 듯 했다.

다만 옆에 있던 마사시게는 쓴웃음을 짓고, 야스마사는 아예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는가, 그건 지극히 간단했다.


'면화의 공동 재배는 아무래도 영주님의 허가가 필요합니다만,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나라에서 재배하는 것도 문제가 있겠네요. 니와 님, 국경 부근에 땅을 준비하는 것은 어려울까요?"


타다카츠는 자신과 결혼하여, 자신의 곁에서 함께 꽃을 키우자, 라는 의미로 말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미카와 국과 오와리 국의 공동 사업으로서 면화를 공동재배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메마사와 마사시게는 시즈코가 공동재배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라고 바로 이해했다.

그렇기에 둘 다 어이없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 두 사람의 모습과 시즈코의 말을 듣고, 뒤늦게나마 타다카츠도 이해했다.

자신의 말에는 중요한 부분이 모자라서, 상대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하, 하하……"


타다카츠의 얼굴에서 감정이라는 감정이 모조리 빠져나갔다.

엄청난 기세로 기쁨의 감정이 치솟았던 만큼, 실의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빨랐다.


"어, 그럼 혼다 헤이하치로 님. 대답에 대해서는 뒷날에 해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만약 공동재배가 가능하게 되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네"


소위 말하는 탈진 증후군이 된 타다카츠는, 시즈코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네네 하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가엾어진 야스마사가, 니와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타다카츠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니까 말했잖냐. 네놈의 말투는 너무 빙빙 돌려서 거꾸로 알기 어렵다고. 좀 더 직접적으로 전해지도록 하라고)"


"(하, 하지만 말이다…… 도무지 쑥스럽달까…… 그……)"


"(확실히 여자의 마음을 끌기 위해서 면화를 준비한 건 너로서는 한 발자국 진보한 거다. 여자는 예쁜 걸 좋아하니까, 라는 내 조언으로 꽃을 떠올린 것도 칭찬해 주마. 하지만 마지막이 글렀다. 저래서는 같이 꽃을 키우죠, 라고 말하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아!)"


"(크윽…… 아니, 기다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것도 한 발자국 진보다. 뭣보다 면화 때문에 시즈코 님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 그렇다면, 이건 이거대로 좋다!)"


"(……뭐, 뭐어 네놈이 그걸로 좋다면, 그걸로 됐다만……)"


한편, 시즈코도 니와에게서 귓속말을 듣고 있었다.


"(시즈코 님, 저 면화라는 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면화라는 꽃이 아니라, 열매 쪽에 가치가 있습니다)"


"(호오…… 괜찮다면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면화에서 얻을 수 있는 목면이라는 섬유는, 보온, 통기성이 우수하고 가볍습니다. 게다가 싼 값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섬유로서 평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뒷날의 이야기지만…… 뭐 괜찮으려나) 남만 얘기입니다만, 면화 재배는 인도라는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대영제국이 대대적으로 하고 있을 정도로 수입이 좋은 사업입니다)"


"(그 정도의 것이라면, 이미 미카와 국에서 재배하고 있는 게?)"


"(목면은 명에서 수입하고 있기에, 사카이(堺) 등의 상인들은 국산 목면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카와 국의 사람들도, 목면의 가치를 깨달은 것은 극소수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판매자와 상품이 있더라도, 구매자가 없으면 장사는 성립되지 않지요)"


"(과연…… 하지만 가치가 낮다면, 씨앗 따윈 간단히 입수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요?

어째서, 공동 재배라는 번거로운 방법을 취하십니까?)"


"(가치가 없는 것을, 합리주의자인 영주님께서 뜬금없이 원하신다고 말씀하지면 수상하지 않겠습니까?)"


"(……즉, 시즈코 님께서는 이 기회에 씨앗을 입수하여, 공동 재배를 한 후에 오와리 국에 도입하는 쪽이 더욱 자연스럽다고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오와리 국에 전래되어, 그 후에 대대적인 생산을 하는 편이 좋다.

서둘러서는 일을 망친다, 라는 속담도 있다. 목면의 도입을 서둘렀다가 주위에서 불신감을 품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손해일 것이다.


"혼다 헤이하치로 님, 귀하의 이야기는 영주님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그렇기에, 대답은 뒷날 하는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쪽도 갑작스러운 이야기로 크게 실례했습니다"


타다카츠가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숙이자, 그에 따르듯 니와도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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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4 1567년 4월 중순



"기침병을 어떻게 치료했느냐, 인가요"


아픈 부분을 쓰다듬으며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질문을 되물었다.

여전히 노부나가의 주먹은 아팠지만, 꽤나 손에 힘을 뺐었던 듯 아픔은 금방 가셨다.

평범하게 불러줬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불평했지만, 키묘마루와 교육 담당자의 뭔가 말하고 싶은 듯 가늘게 뜬 눈을 보고 시선을 피한 그녀였다.


"어떻게고 뭐고, 단지 병이 낫는데 효과적인 환경을 만든 것 뿐입니다만?

애초에 기침병의 원인은 수백가지나 있기 때문에, 특효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침병, 감기에 특효약은 없다. 따라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면역 시스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즈코는 그 면역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환경을 만든 것 뿐이다.


"그것 뿐이냐? 뭔가 남만의 비술 같은 걸 쓴 것은 아니냐?"


설명을 다 들은 노부나가는 자기도 모르게 질문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기침병에 대한 특효약은 제가 아는 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치유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면역기능이라고 말하면 편하지만, 전국시대의 사람은 그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니까. 으으…… 의학은 전문외니까 풀어서 설명하는 게 어려워)


"흠…… 원인이 수백가지가 있기 때문에, 특효약을 만들 수 없는 것인가"


"기침병은 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으로 낫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약을 먹어도 금방 낫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감기의 치료법은 자신의 몸에 맡길 수밖에 없다, 가 현대에서는 통설이 되어 있다.

물론, 급격한 발열로 생명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의 해열, 소염, 진통 등의 대증요법을 취하는 경우는 있다.

항생물질 등에 관해서는 어떤 의미에서는 특효약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석이 아니기에 생략한다.

즉, 그 이외에는 그야말로 '될 대로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라"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던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도록 채근했다.


"기침병은 미열이나 발열, 콧물의 과분비, 기침, 재채기,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제가 알고 있는 한도를 전제로 할 때, 기침병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 병원균이라는 것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으로 발병합니다"


"……"


"(체온을 올려서 면역력을 UP. 즉 백혈구의 작용을 평상시 체온보다 활발하게 한다…… 고 말해도 모르겠지. 병원균은 열에 약하다는 걸로 해두자) 대체적으로 이 병원균이라는 것은 열에 약합니다. 이 때문에 발열은 인체가 이물질인 병원균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몸의 온도…… 체온을 올려 퇴치하려고 하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체온을 올리면 몸에 이상을 일으키기에 병원균과 자신의 참을성 싸움이 됩니다. 재채기는 체온의 조절을 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콧물이나 기침, 구토는 몸 안에 있는 나쁜 것을 밖으로 꺼내려는 행위입니다"


"……"


"그리고…… 식욕부진은 조금 까다롭습니다. 우선 사람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만…… 저희들이 먹을 것을 먹어 체력을 붙일 때, 우선 음식을 이빨로 잘게 씹어부숴서, 목구멍을 통해 위장 부분까지 이동시켜, 거기서 음식을 녹여서 몸에 흡수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킵니다. 이 일련의 흐름을 소화라고 부릅니다"


"……"


"(마, 말이 없는 게 괴로워……!

으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건가)저기, 실은 이건 의외로 체력을 소모하는 행위입니다. 단단한 것이나 큰 음식을 먹는다거나, 또는 많은 양을 먹거나 하면 그만큼 소화에 큰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체력을 많이 사용해도, 그만큼 많은 음식을 몸에 흡수할 수 있기에 더하기빼기에서는 이득이 됩니다. 하지만 병 같은 긴급시에는, 마치 전쟁터 같은 것으로…… 알기 쉽게 말하자면, 병원균이라는 적을 물리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니 한가하게 논밭을 일굴 틈은 없다, 라는 몸으로부터의 통보입니다. 그것들을 잘못 판단할 경우, 기침병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키묘마무는 얼굴을 살짝 피했다.

아마도 무리하게 식사를 한 거겠지, 라고 시즈코는 예상했다.


"과연, 약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있으나, 우리들의 몸에는 처음부터 병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는 것이렷다?"


"그 말씀대로입니다. 몸이 가진, 외적을 물리치고 건강을 유지하려는 작용, 이것을 자연치유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이 기침병을 치료하는 최대의 무기입니다"


"무기는 항상 손질해두어야 하지. 손질을 게을리하면 여차할 때 쓸모가 없다"


"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손질의 방법에 대해서입니다만, 명나라에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사상이 있습니다. 이것은 병을 치료하는 약과, 매일 먹는 것은 뿌리가 같다, 는 생각입니다. 매일 먹는 것을 생각해서 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꾀하는 것, 이것을 식양생(食養生)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약선(薬膳)입니다. 뭐…… 뜬금없는 표현입니다만, 매일 몸의 상태에 맞는 식사를 합시다, 라는 것입니다만"


"그거에 대해선 나중에 듣도록 하지.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기침병을 앓았을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냐"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하고, 수분을 섭취하고, 식사는 부드러운 죽 같은 것을 소량만, 신속하게 방의 네 귀퉁이에 뜨거운 물이 담긴 통을 놓아 방을 덥히고(습도를 높임), 따뜻한 차림새를 하고 충분히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침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기침병은 자연의 건강법입니다. 기침병을 앓은 후에는, 마치 뱀이 허물을 벗은 듯 몸이 깨끗해집니다"


"호오, 꽤 재미있는 생각이구나. 마음에 들었다"


뭐가, 라고 말하려던 시즈코였지만 그 말은 삼키기로 했다.

괜한 소릴 했다가 추가로 질문공세를 받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으므로.


(그건 그렇고, 정말로 탐욕스러운 지식욕이네―)


시즈코가 하는 기침병의 설명에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으면 즉시 질문해온 노부나가.

거기서 다시 의문이 생기면 질문, 납득하지 못하면 지론을 입에 올려 토론 비슷한 것을 했다.

덕분에 설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그 빨간 책?

같은 것은 쓸모가 있구나. 내용을 복제하여 내게 가져오도록. 종이는 항상 하던 식으로 보내겠다"


"으엑!?"


빨간 책에 시선을 돌렸다. 최하 300페이지 이상은 되는 붉은 책을, 완전히 복사하라고 노부나가는 말했다.


(피, 필요없는 논문이라던가 법률 부분을 커트하면…… 가, 가능할까?)


슬프게도, 거부한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노부나가에게 순종적인 시즈코였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미노를 손에 넣은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의 일이었다.


"이오이우어?"


"시즈코 님, 입에 뭘 문 채로 말씀하시는 건 품위가 없습니다. 그리고 위로의 주연(酒宴)입니다"


지적받은 시즈코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 안에 든 것을 삼켰다.


"미안해. 그래서, 영주님께서 여시는 위로의 주연이 있다는 얘기인데, 그게 나랑 뭐 관계가 있어?"


노부나가는 미노 공략에 특히 공헌한 자들에 대한 특별 보수를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온천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와, 맛있는 술과 요리의 주연, 그리고 며칠의 휴가다.

뭔가 평범한 보수이며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도 아니라고 느낀 시즈코는, 아야에게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그러자 금은이나 장식품 등의 하사품이 주어진 후의 추가 보수라는 것이었다.

다만 미노 공략 직후라서, 상을 언제 내릴지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지만.


"아, 며칠 동안 근처가 소란스러워 질테니 주의하라는 거?"


온천을 이용한다면 확실히 옆에 있는 노부나가의 별장이 쓰이게 될 것이 틀림없다.

거기에 노부나가와 주요 무장들이 모이는 것이니, 당연히 호위나 시중을 들러 따라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사전에 통보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불안을 느끼게 하지 말아라, 라는 속셈인가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예상은 간단히 뒤집혔다.


"아뇨, 그게 아니라…… 영주님께서 참가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4월 하순, 시즈코가 관할하는 각 마을에는 육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즈코 자신은 육모 작업을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작업을 지휘해서는 농업 기술의 계승이 완전히 끝나지 않기 떄문이다.

그러면 그녀는 뭘 하고 있느냐 하면, 농작업의 매뉴얼화였다.

지금은 전원이 1차 정보를 입수하고 있지만, 금후에도 각 마을의 백성들이 그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언 게임 방식으로 전해질 가능성도 있어, 그것들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농작업의 매뉴얼화는 필수였다.

하지만 매뉴얼화한다는 것은, 농작업의 기술이 쉽게 타국에 알려지는 디메리트가 있다.

따라서 시즈코는 집필을 마친 매뉴얼을 사용하는 타이밍은 노부나가에게 맡기려고 생각했다.

그런 매뉴얼을 3분의 1 정도 썼을 때, 시즈코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거…… 어떡하면 좋아……"


편지를 다 읽은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책상에 엎드렸다.


"판단은 시즈코 님께 맡깁니다만, 답장에는 주의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옆에서 시립하고 있던 아야가 표면적으로는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그러나 미묘하게 잔소리를 섞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그런 대답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설마…… 이런 편지가 오다니"


편지의 발신인은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本多平八郎忠勝)다. 그것도 미카와 국의 직위인 하타모토 선봉역(旗本先手役, ※역주: 하타모토는 본래 영주의 직속 호위에 해당하는 무사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하타모토 선봉역(先手役)은, 단순히 호위 임무가 아니라 전투에서 적극적으로 투입되는 부대를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그냥 친위대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로서 보내온 상황이다.

내용은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안녕하십니까. 저번에는 대단히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또, 훈제 무 절임이라는 것을 잔뜩 나눠주셔서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에 사죄와 답례를 겸하여, 그대에게 미카와의 맛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분명히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추신, 그 주먹밥에 들어 있던 노란 것은 무엇인가요?'


단적으로 말하면 식사 초대였다. 즉, 현대식으로 말하면 이 편지는 러브레터, 내용은 데이트 초청이다.

편지에 쓰여 있던 글을 읽으면, 그에게 사심은 없고 순수한 호의로 초청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거절한다는 선택지를 고르기 어려웠다.

애초에 거절하면 그의 체면을 뭉개는 게 된다. 이건 대단히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편지로 초대받았다고 설렁설렁 가는 것도 문제다.

우선 도로 정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이동은 리스크가 너무 높다. 게다가 오와리가 아니라 미카와이기에, 치안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아―, 어쩌지……"


초청을 받아도 지옥, 초청을 거절해도 지옥. 그야말로 진퇴양난, 이었다.

결국, 일 각 정도 고민했지만 좋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던 시즈코는, 최종수단을 택했다.


"아야 짱―, 영주님께서는 이 편지에 대해서 뭐라고?"


그건 노부나가에게 판단을 모조리 떠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타다카츠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답장을 보낼 수 있다.


"아직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영주님의 판단을 듣고 싶네. 아마 거절하라고 하실 거 같지만……"


"그러네요. 시즈코 님이시라면, 미카와에 가서 돌아오지 못하실 것 같기도 하니까요"


"……저기, 아야 짱. 아야 짱은 나를 모시는 거지? 뭔가 요즘, 빡세지 않아?"


"무례를 무릅쓰고 주인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도 아랫사람의 도리입니다"


비난의 뉘앙스를 담은 말투였지만, 아야에게는 소 귀에 경읽기 상태였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무렵의, 어딘가 벽이 있는 듯한 언동보다는 낫겠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 좋아. 맞다맞다, 신사의 건축은 어떻게 돼가?"


"예정보다 빨리, 신전을 포함한 시설은 거의 건축이 완료되었습니다. 뭔가 오카베 님께서 의욕이 넘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미노의 성 건축에 참가하기 때문에 이쪽의 작업은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부탁했던 부속 시설은?"


"6할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즈코 님께서 명하신 것들 중에, 몇 가지 확실하지 않은 것이 있기에 한 번 확인해 주셨으면 한다고 합니다"


"알았어. 그럼, 농업의 확인을…… 우선 재거름은 각 마을에 다 배포됐어?"


"각 마을에 있는 모든 밭에 산포가 끝났습니다. 퇴비도 산포 완료. 경운, 정지 등의 작업도 끝나서 토양 만들기는 완료되었습니다"


"오, 거기까지 스스로 한 건가. 토양산도계(土壌酸度計)가 없으니까 계측은 못 하지만, 그건 각자의 감에 맡길 수밖에 없으려나… 모 만들기는?"


"다이이치 님의 감상으로는 잘 되간다고 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솜씨좋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다만, 역시 올해에 생긴 마을의 백성들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고 합니다"


"뭐 그렇지, 익숙하지 않을테니―. 뭐, 내년에는 모양이 잡힐 거라 생각하니, 별로 고민할 필요도 없으려나"


"계란에 관해서는 딱히 이렇다 할 문제는 없습니다. 농업 관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야의 보고대로, 사전에 문제가 될 만한 구석을 싹 없앴기에, 시즈코의 기술 계승은 문제랄 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순조로운 시작을 보이고 있었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당분간은 다이이치들에게 다 맡겨놓아도 문제없으리라.


"미소마치(味噌町: 된장 마을)에서 시험적으로 만들고 있는 장은?"


"다소 당황하고 있지만, 제법이 비슷하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장…… 아마, 간장이라는 이름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중요한 조미료거든. 다음, 아사마치(麻町: 삼베 마을)는?"


"마는 시즈코 님께서 설계하신 슈… 슈슈휘텐 박피기 덕분에,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생산량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슐리히텐 박피기네. 그러고 보니, 우리 마을이 담당하고 있는 견사(絹糸, ※역주: 명주실) 쪽은 수차(水車)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繰糸機, ※역주: 실 뽑는 기계)가 가동하고 있었지. 그쪽은 어때?"


혀가 꼬여서 약간 얼굴을 붉히고 있던 아야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헛기침을 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


"그쪽은 더욱 생산량이 올라갔습니다. 다만 장시간 가동시키면 실에 균일하지 못한 부분이 생긴다고 합니다. 2각(※역주: 1각은 약 2시간)마다 한 번, 반 각 정도 쉬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질좋은 견사를 대량생산할 수 있기에, 영주님께서도 기뻐하고 계셨습니다"


견사는 누에고치에서 실마리를 뽑아낸 후, 목표로 한 굵기가 되도록 몇 가닥을 합쳐서 꼰다.

그리고 한 가닥의 생사로 집속된 후, 물레(小枠)라고 불리는 것에 감는다.

이 공정이 가장 시간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간다. 그래서 시즈코는 수차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를 킨조에게 만들게 했다.

슐리히텐 박피기는 본래의 설계도가 있지만, 수차를 이용한 자동 조사기는 시즈코의 오리지널이다.

게다가 설계한 이유가 구동의 조사기를 보고 '자동화할 수 없나'라고 생각한 게 발단이라는, 그야말로 이과계열의 기술자 같은 이유였다.

결국, 그럭저럭 자동화 장치가 완성되어, 그럭저럭 괜찮은 시간에 견사가 만들어진다는, 거의 자기만족적인 형태로 끝났다.

그 때의 경험을 지금 활용한 셈이다.


"마, 명주, 이쯤 되면 면도 있으면 좋겠네"


"면?"


"응. 뭐 그건 기회가 있으면, 정도면 될까. 이웃나라인 미카와 국에 전래되고 있을 텐데, 그쪽은 아직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물물교환으로 간단히 얻을 수 있겠지"


"(아직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마치 그게 정해진 미래 같은 말투……) 상인을 통해 입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야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가로젓고 대답했다.


"완성품은 필요없어. 나는 목면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거야. 즉, 씨앗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어"


"그렇습니까. 미츠마치(蜜町: 벌꿀 마을)와 타케마치(茸町: 버섯 마을)에는 딱히 큰 문제는 없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흠흠, 순조로운 시작이라는 거네. 뭐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으면 그때그때 보고를 올려줘"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이 편지를 어떡할지 생각해 볼게"


밝은 목소리로 손에 든 편지를 살랑살랑 흔드는 시즈코였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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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3 1567년 4월 중순



그 날은 아침부터 쾌청하여 그야말로 전쟁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이미 항례 행사가 되어 있는 이른 아침부터의 평범한 전투는 중지하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수행했다.

그렇기에 사이토 측의 병사들도 항상 하던 대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 생각했다.

이미 기력만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곧 그 기력을 지탱하는 마음은 꺾이게 된다.


에이로쿠(永禄) 10년(1567년) 4월 14일의 오전 9시 반, 드디어 오다 군은 이나바 산성에 대해 총공세를 펼쳤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선두에 나선 것은 오다 가문 가신 제일의 무투파, 모리 요시나리.

그의 맹수의 포효 같은 외침은, 사이토 측의 병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발이 굳어버릴 정도였다.

그 뒤를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이나 병사들이 따랐다.


전황이 이해되지 않는 사이토 측의 병사들이었지만, 곧 자신들이 있는 곳이 격전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항상 하던 대로 다른 곳에 원군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오다 군의 맹공을 받고 있어 우리에게 원군을 보낼 여유 없음'이었다.


"사양할 필요 없다! 지금까지의 울분을 놈들에게 풀어라!"


"병사들이여! 다른 놈들에게 뒤쳐지지 마라! 눈 앞의 적을 베고, 베고, 닥치는 대로 베어라!"


각 무장들의 외침에 호응하여 오다 군의 사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그 열량은 킨카(金華) 산을 뒤덮을 정도였다. 말단의 병사들조차 기염을 토하며 날뛰는 상태를 보고, 사이토 측의 병사들은 간신히 이해했다.

오다 군은 전군 전력의 총공격을 걸어온 것이라고.


성주에게 전령을 보내라, 고 '누군가'가 말했다.

하지만 거듭된 싸움으로 피로가 축적되었고, 게다가 총공격을 받고 있는 상태였기에, 병사들의 대부분은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 명령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향해 말한 건지 알지 못하고, 그리고 의문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들은 그냥 밀어닥쳐오는 오다 군과 싸움을 계속했다.

분명히 '누군가'가 전령이 되어 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그만둔 것처럼.

그 병사들의 피로에 의한 사소한 실수가, 사이토 타츠오키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되었다.


한편, 오다 군 총공격의 혼란을 틈타, 히데요시는 이나바 산성의 뒤쪽 계곡에 있는 미즈루테라 산(瑞琉寺山, ※역주: 정확하지 않음. 구글 검색에서도 딱히 걸리는 게 없었음)의 샛길로 들어서 있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것은 하치스카 마사카츠(蜂須賀小六)나 산기슭의 사냥꾼인 호리오 요시하루(堀尾茂助) 등 겨우 7명이었다.

동굴을 통해 이나바 산성으로 침입한 히데요시는 주위를 경계했으나, 아직 총공격의 소식이 도달하지 않았는지 성 안은 전시 특유의 분주함은 있었으나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마침 잘됐다는 듯 히데요시는 더욱 안으로 침입하여, 성의 병사들을 베어넘기고 나뭇간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쓰러뜨린 성의 병사들의 창끝에 허리에 매달고 있던 표주막을 묶더니, 그걸 한 손에 들고 큰 바위(텐구이와, 天狗岩)로 올라갔다.


"으쌰으쌰으쌰!! 으쌰으쌰으쌰!! 으쌰으쌰아아아아~~~~~!!"


히데요시는 정면의 성의 정문 쪽에 있는 오다 군에게 들리도록, 보이도록 표주박이 달린 창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승전보를 외쳤다.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히데요시의 승전보는 양 진영의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당연히, 그 반응은 정반대의 것이었다.

오다 군은 히데요시가 기습을 성공시켰다고 생각하고 더욱 공격에 힘을 넣었으나, 사이토 군은 성이 함락되었다고 착각하고 완전히 와해되어 버렸다.

몸을 지탱하고 있던 마음이 산산조각난 사이토 군은, 무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무릎을 꿇고 어깨를 떨어뜨렸다.

눈 앞을 오다 군이 지나가도, 떨어뜨린 어깨를 올리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나뭇간에 불이 질러지고 정면의 성 정문이 함락되자 간신히 타츠오키와 중신들은 현재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오다 군이 6일 동안이나 성과를 올리지 않는 상황에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들은 성을 함락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그렇지 않았던 것을, 그들은 겨우 이해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성의 뒷문 쪽에서 히데요시들이 기습을 걸었고, 정면의 성의 정문에서는 오다 군이 물밀듯 밀고들어오는 상황이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항복이나 자결 중 하나이다.


타츠오키의 결단은 빨랐다.

목숨을 아까웠던 그는 오다 군과 칼날을 맞부딪히는 일 없이 빠르게 항복을 선택했다.

그 결단에 각오를 굳힌 가신들이었지만, 타츠오키와 타츠오키 주변의 아첨꾼이나 알랑꾼들이라 야유받던 가신들만은 달랐다.


타츠오키는 항복을 전하는 사자를 보낸 후, 몸단장을 한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물론, 이건 새빨간 거짓말로, 그는 들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급히 긁어모은 후, 일개 병졸 같은 차림새로 갈아입고 성에서 빠져나갔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항복하면 무슨 말을 하던 반드시 목이 잘려 효수될 것이다, 라고.

즉 그는 보신을 위해 미노의 통치자로서의 책임을 내던진 것이다.

그것은 그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어서, 그들도 들고 갈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손에 들고 타츠오키와 함께 도망쳤다.

남겨진 가신들이 그것을 깨달은 것은, 그들이 킨카 산을 내려가 배를 타고 성 아래의 나가라 강을 따라 한참 내려갔을 무렵이었다.

결국, 몇 명이나 되는 가신들로부터 품행을 바로잡을 것을 간언받았어도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았던 타츠오키였다.




타츠오키의 항복을 받아들인 노부나가였으나, 그 이후는 전광석화, 그리고 난세에서는 이례적인 행동을 취했다.

이럴 때, 성 안에서는 승자에 의한 폭력과 행패가 당연한 것인데, 노부나가는 측근을 포함한 병사 전원에게 그것을 금지시키고, 위반하는 자는 누구든 참수하겠다고 엄명을 내렸다.

그것은 엄격하게 지켜져, 부녀자를 폭행한 상급 아시가루(足軽) 다섯 명이 변명도 해보지 못하고 참수되었다.


다음으로 노부나가는 살아남은 미노의 병사들을 전원 무장해제시킨 후에 하산시켰다.

그에게 오와리(尾張) 병사의 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미노 병사들은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탐이 났다.

병사들을 하산시킨 후에는, 여자나 어린아이, 노인 등의 보조 전투원이나 비전투원을 하산시켰다.

마지막으로 성 안에 남아 있는 무구류를 전부 내가게 한 후, 그제서야 노부나가는 이나바 산성에 입성했다.


입성하자 곧 타츠오키가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였지만, 그는 한번 웃을 뿐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타츠오키가 있었을 방에 가자,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토 가문 가신들이 있었다.

다들 흰 소복 차림이었다.


"적이지만 너희들의 싸움, 실로 훌륭하였다"


그 말에 사이토 가문 가신들은 의미를 알 수 없어 멍해 있었다.

노부나가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배를 가르기 전에 네놈들에게 묻겠다. 스스로의 목숨을 내게 바칠 기개가 있다면,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나를 섬겨라. 하지만 나는 강요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주군에 대한 충의를 지킬 것인지, 나를 섬길 것인지는 네놈들이 정해라"


마지막으로 그들을 일별한 후, 노부나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이어서 주요 오다 가문 가신들도 자리를 떴고, 남겨진 것은 그들을 감시하는 병사들 뿐이었다.

노부나가의 말에 그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어쨌든 전례가 없는 태도다. 노부나가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걸 알 수 없어 그들은 미지의 존재와 조우한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하자, 그들은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 후에 다시 한 번 숙고한 끝에 간신히 이해했다.


노부나가는 패배한 자신들에게도 꽃을 들려준 것이라고.


그걸 모욕이라고 받아들일지, 온정이라고 받아들일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받아들였는지,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 달랐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도 각자 달랐다. 어떤 사람은 노부나가에게 복수하겠다고 마음먹고 미노를 떠났다.

어떤 사람은 사이토 가문에 대한 충의를 위해 자결했다. 어떤 사람은 노부나가에 흥미를 가지고, 섬기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되었던 것은 누구도 타츠오키를 위해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은 것이었다.

충의를 위해 자결한 사람도, 죽은 후에도 섬기려고 생각한 상대는 사이토 요시타츠(斉藤義龍)였다.


노부나가의 최후의 일격으로, 그들의 마음은 타츠오키에서 완전히 떠났다.

이후, 타츠오키가 접촉을 꾀해봤자 상대도 하지 않으리라.

이미 타츠오키는 두려울 게 없다, 라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나가라 강을 내려가고 있는 타츠오키의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사이토 요시타츠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노부나가는 드디어 염원하던 미노를 손에 넣었다.




사후처리를 가신들에게 맡기고 거성인 코마키(小牧) 산성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노부나가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키묘마루가 쾌유했다, 는 낭보가. 그것은 시즈코가 키묘마루를 진찰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기에.


(병에도 강하다면, 녀석의 정체를 신경쓰는 놈들이 나오겠지만…… 그건 당분간 공가(公家) 출신이라고 해 두자. 공가의 복장을 몸에 걸쳐도, 공가다움도 기품도 영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겉보기만 요란해지는 게 아닌가, 라고 일말의 불안을 느끼면서도 노부나가는, 코마키 산성으로 돌아가면 공가의 복장을 수배하려고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예법 등을 억지로 가르칠 필요가 있지만, 당연히 하루아침에 몸에 붙는 게 아니고, 천천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저택에 매일 다니고 있었다.


"음―"


이유는 키묘마루의 저택에 있는 책들이었다.

키묘마루의 교육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노부나가가 모은 책을 보관하고 있는 것인지, 어쨌든 키묘마루의 저택에는 몇백권이나 되는 장서가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묵묵히 읽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같은 장소에서 읽고 있는 탓인지, 그녀의 주변에는 다 읽은 책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할 일이 없다"


"키묘마루 님께서도 시즈코 님을 본받아, 조금은 책을 읽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턱을 괴고 무료하다고 불만을 늘어놓던 키묘마루였으나, 교육 담당자로부터 아픈 곳을 찔려 침묵했다.

애초에 시즈코가 책벌레가 된 것은, 키묘마루의 기침병이 낫기 시작할 무렵에 교육 담당자가 공부용의 책을 가져온 탓이지만.


"저기 시즈코, 나는 따분하다만?"


"응―"


"세계의 위인의 이야기를 해 주겠다는 약속은?"


"응―"


"……너, 틀림없이 내 말 안 듣고 있지!"


"응―"


이거 답이 없군, 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키묘마루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때, 방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키묘마루와 교육 담당자가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벅저벅 하고 거친 발소리와 함께 문이 기세좋게 열렸다.


"책벌레 상태라는 건 정말인 모양이구나"


열린 문의 저편에 있던 인물은, 깜짝 놀라는 키묘마루들을 무시하고 시즈코에게 다가가더니, 주먹을 가볍게 쥐고 그녀의 머리에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키묘마루의 방에 짜부러진 개구리 같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키묘마루의 기침병은 시즈코의 헌신적이자 효과적인 간병에 의해 완치되었다.

하지만 거의 계속 달라붙어 있었기에 그녀는 집을 거의 비우고 있었다. 다행히도 다이이치나 킨조 등이 서포트해 주었기에, 농사일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집을 장기간에 걸쳐 비우는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인물이 있었다.


(늑대들도 없…고)


아야였다. 그녀는 엄중하게 봉인된 나무 상자가 신경쓰여서 견딜 수 없었다.

평소에는 비트만들이 있지만, 시즈코가 집을 거의 비우게 된 후에는 방 안에 있지 않고 한결같이 현관 앞에서 대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천재일우의 호기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만 역시랄까 봉인 자체는 손으로 풀지 못했다.

그건 봉인 자체가 튼튼한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퍼즐처럼 복잡한 조합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무리인가라고 그녀가 포기하려 했을 그 때, 아야는 나무 상자 옆에 다른 작은 상자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상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 혹시 이 봉인된 나무 상자의 내용물이 아닐까?)


언제 늑대가 방에 올지 모르는 이상, 아야는 그 나무 상자의 출처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작은 나무 상자를 손에 들었다. 이쪽은 엄중한 봉인 따위 되어 있지 않아서, 간단히 열 수 있었다.

아야는 한 번만 방의 입구를 보았다. 늑대들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는 살짝 뚜껑을 열었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몇 권의 노트였다. 다만, 아야는 노트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녀에게는 미지의 물건인, 광택이 나고 부드러운 촉감의 노트를, 아야는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듯 만져보았다.


약간 머뭇거린 아야였으나, 뜻을 굳히고 노트를 손에 들고 펴보았다.

그리고, 이 때의 그녀는 동요하고 있어서 깨닫지 못했으나, 노트의 제목은 '전국시대와 현대 과학 기술의 고찰'이라고 적혀 있었다.

즉, '만약 자신이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하게 되면, 이런 거나 저런 걸 해보고 싶다'라는, 시즈코의 상상(망상이라는 이름의 흑역사)가 적혀 있엇다.

그렇기에 아야가 읽은 것을 시즈코가 알게 되면, 그녀는 성대하게 머리를 감싸쥐고 데굴데굴 굴렀으리라.

그러나 이 메모장의 내용이 충실한 덕분에, 시즈코는 지금도 전국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 얄궂다고 하면 얄궂은 일이다.


(……뭐, 뭐가 쓰여 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전국시대의 먹과 붓으로 쓰여진 문자와, 현대의 연필로 쓰여진 문자는, 같은 일본어이지만 보기에는 전혀 다른 것이다.

시즈코처럼 전국시대의 문자와 현대의 문자 양쪽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노트의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없다.

즉 아야에게는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에 뭐가 적혀있는지 거의 알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아야 자신이 보고에 필요한 만큼만 읽고쓰기를 배우지 않았다는 원인도 있지만.

하지만 아야라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본인의 성격인지,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에는 문자 뿐만이 아니라 사진이나 일러스트 등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대수확의 경우, 쌀의 보존은 쌀가마니로는 불충분해. 목제 사일로를 만들 필요가 있어. 사일로란 쌀, 밀, 옥수수, 콩 등의 농작물 및 가축의 사료를 저장, 보관하는 창고를 말해. 사일로의 이점은 벼 상태로 쌀을 장기 보존할 수 있는 점이야. 설계도는 목제지만 스마트폰에 보존'


그 그림 부근에 연필로 쓰여진 시즈코의 메모가 있었다. 하지만 아야에게는 히라가나, 카타카나, 한자가 혼재한 문장은 뭐가 쓰여 있는지 해독할 수 없었다.


(느낌이지만…… 저장고?

하지만 이 그림…… 마치 풍경을 잘라낸 것 같아…… 뭐야 이거…… 아차차, 시간이 없으니 다음 걸 보자)


일단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찾자고 생각하고, 아야는 노트의 페이지를 넘겼다.


'소금의 생산은 유하식 염전을 채용. 쿄우코 언니 왈, 소금은 매실 장아찌, 된장, 간장을 만드는 데 필수 조미료니까, 천하 통일은 소금의 양산 가능 여부에 달려 있음. 소금의 역사에 관한 장서를 고서관에서 읽었는데 납득. 이온 교환막 제염법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시대적으로 어렵겠지'


(소금……? 이 막대기가 늘어서 있는 그림은 뭐지? 으―음, 모르겠어…… 다음)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으로 입수할 수 있는 병법서도 준비해 둘까. 손자의 병법서는 원문은 50엔이니까 싸지. 남만 무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으니, 그 사전이나 간단한 교재도 구입해 둘까. 아마도 회화 따윈 무리겠지만……'


(지, 지렁이가 꿈들대는 것 같은 문자 투성이…… 남만어? 다음)


'된장과 간장의 생산을 위해, 콩을 대량 생산할 필요가 있어. 분명히 할아버지가 10a 500kg 생산할 수 있는 스페셜 농법을 고안했다, 고 했었는데…… 다음에 물어볼까. 특히 간장은 필수야. 간장이 없다니 생각도 할 수 없어. 중요하니까 몇 번이든 말하겠어. 간장은 일본인에게 혼의 조미료야'


(……다음)


'오늘은 쿄우코 언니와 철포에 대해 이야기했어. 역시 화승총을 단번에 진화시킬 방법은 없다는 얘기. 애초에 재료가 너무 부족해. 쿄우코 언니는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서 보크사이트를 손에 넣으라고 하지만…… 알루미늄의 제법은 어려운 거 아냐?'


(언니……? 시즈코 님, 언니가 계신 걸까…… 읽을 수 없어…… 다음)


'집 근처에서 공사가 있었는데, 그걸 보다가 생각했어. 콘크리트라는거 유용하지 않을까?

라고. 돌아가서 찾아보니, 재료는 대단치 않아. 바닷물을 쓴 콘크리트도 있는 모양이야. 제법에 관해서는 평소처럼 스마트폰에 보존. 철근을 넣는 건 무리니까 죽근(竹筋) 콘트리트려나?

도로 포장 공사는 무조건 마카담 포장. 기초적인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으니 껌'


(뭐야 이 노란 판 투성이의 물건…… 하지만 색이 선명해서 예뻐……)


아야는 일단 숨을 내쉬었다. 예상 이상으로 머리를 혹사시킨 듯, 왠지 어깨가 무거웠다.

정신을 다잡고 노트의 나머지를 읽었다. 하나하나 읽어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해한 아야는, 일단 훑듯 읽기로 했다.


'옛날에 만들었던 동력원이 수차의 자동 조사기(※역주: 실 제조기)에 관한 자료가 나왔어. 옛날 생각 나네…… 할아버지나 근처의 양잠가 사람들과 자주 얘기했었지. 금속을 피했던 나를 이상하게 봤지만…… 최종적으로는 금속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 하지만 뭐…… 완성되기는 했지만 성능은 그저 그랬지. 그리고 여름방학의 자유연구로 제출했더니, 선생님이 기겁했던가……'


'기후(岐阜)를 발전시키려면 역시 사람이 모여야 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교통망의 정비, 하나는 물류의 확립, 하나는 은행…… 아우 많아. 일단 정리해 보자……'


'불평: 수업중에 검토하다가 선생님한테 들켰다. 몰수될 뻔 했지만, 내용을 본 선생님은 한숨을 한 번 쉰 다음 돌려줬다. 미안해, 어차피 어린애의 망상 메모장이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이어져 있었으나, 아야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삼베는 슐리히텐 박피기가 좋겠지. 비단도 자작한 자동 조사기를 쓸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남은 건 면인가. 하지만 면은 미카와(三河) 국이었지. 어떻게든 씨앗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어. 실을 뽑는 건 비단용을 조금 개량하면 되려나. 비단은 쿄(京, ※역주: 교토, 수도라는 뜻도 있음), 삼베랑 목면은 절반을 자국에서 소비하고, 절반을 다른 나라에 수출이려나'


'고구마는 빠르게 퍼뜨릴 필요가 있어. 널리 알려져서 곤란한 작물은 아니니까. 뭣보다 널리 퍼지는 편이 천하통일 후에, 국민의 영양개선을 할 필요가 없어져'


거기까지 읽고 간신히 아야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치게 이질적인 노트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독려했다.


'칠판은 나무 판대기에 먹을 바르고, 그 위에 감즙을 바르면 어떻게든 돼. 분필은 석회와 물과 풀이었던가?

그것들이 완성되면 서당(寺子屋)을 전국에 보급시켜야지. 교육은 중요하네, 왓튼 군'


'어업 기술은 필요하다고 쿄우코 언니는 말했어. 하지만 조선 기술이나 항해 기술은 어려워…… 이것들은 남만에서 들여오는 편이 편하겠네. 생선은 역시 말린 생선일까……'


'식림(※역주: 숲을 조성함) 기술은 생각했지만, 단순히 나무를 심고 방치해서는…… 안 되겠지. 진지하게 연구하자'


'쿄우코 언니에게 '철포를 갖추면 천하통일은 가까워질까?'라고 물어봤다. 코웃음치더라. 철포를 갖춘다니 자금원은 어떡할 거야, 라는 얘기. 그리고 대량의 화약을 어떻게 준비할 거냬. 으―음, 확실히 게임처럼 착착 갖춰지지는 않겠지. 일단 화약의 원료가 되는 초석, 그것에 대해서는 조사해봤으니 메모를 끼워두자'


'인구 증가에는 역시 오기노 식(※역주: 여성의 월경에 관한, 배란일 계산법)이 좋으려나, 라고 쿄우코 언니에게 물어봤다가 따귀를 맞았어. 아무래도 내가 아기를 만든다고 착각한 모양이야. 일단 따귀맞은 이유는 알겠지만 뭔가 불합리해……. 뭐어, 오기노 식의 내용을 아래에 적어두겠음―'


거기가 한계였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가 허용량을 넘어선 것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기피하듯이 노트를 나무 상자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초조함과 공포, 그리고 비트만들이 신경쓰였던 그녀는, 손에서 노트를 떨어뜨렸다.


(이런…… 늑대들이 눈치채겠어)


당황해서 노트를 주운 후 재빨리 나무 상자 안에 곱게 넣으려고 했다.

그 때, 작은 종이조각이 노트에서 떨어졌다. 아무래도 작은 종이조각이 끼워져 있었던 모양이다.

아야는 그것을 손에 들도 다시 노트에 끼우려고 했다.


'배양법(극비)'


하지만 종이조각에 쓰여져 있던 글을 보고 동작을 멈췄다.

뭔가 신경쓰인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종이조각을 다시 한 번 지긋이 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엇다.


'배양법(극비)'


●개요

우수한 품질의 초석을 생산하는 방법.

생산효율, 품질 모두 최고로 이 이상의 방법은 없음.

다만 유럽에서 초석을 대량 수입하는 쪽이 편하긴 함.


●재료

피(※역주: 식물), 담배, 메밀, 삭(※역주: 식물), 삼, 땅두릅, 무라타치(※역주: むらたち, 뭔지 모르겠음), 쿠사야(아카리)(※역주: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르겠음), 샤키(※역주: しゃき, 뭔지 모르겠음), 누에 똥, 사람 오줌, 기름진 논의 흙(上田土), 삼밭의 흙(麻畑土)


●제조 방법

・볕이 잘 드는 장소에 헛간을 지음

・안에서 흙, 풀 종류, 분뇨를 혼합해 쌓아놓음

・이후, 때때로 뒤섞어주며 충분히 부패한 분뇨를 추가

・상기 작업을 3년에서 5년동안 반복

・진흙화되면, 표면의 흙을 긁어모음

・추출~졸임~건조로 초석을 추출함

(방법은 고토법과 마찬가지. 별지 참조)


●화학 반응

부패물이나 오줌에서 나온 암모니아→박테리아의 작용으로 아초산

2NH3+3O2→2H2O+2HNO2

아초산→산화되어 초산

2HNO2+O2→2HNO3

초산→흙 속에 있는 칼슘 성분과 결합하여 초산 칼슘

2HNO3+CaO→Ca(NO3)2+H2O

초산 칼슘→잿물(탄산칼륨)이 작용하여 초산칼륨(초석)

Ca(NO3)2+K2CO3→2KNO3+CaCO3


●비고

'본 제법은 극비 중의 극비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이외에 알고 있는 것은 고카야마(五箇山), 시라카와(白川)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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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2 1567년 4월 중순



빠른 말을 빌려 되돌아온 시즈코는 곧장 키묘마루의 침소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자 키묘마루는 누워서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방의 네 구석에 뜨거운 물을 넣은 통을 놓아 주세요. 그리고, 차가운 물과 수건을 몇 개…… 갈아입을 옷도 있는대로 준비해 주세요"


키묘마루의 곁에 시림하고 있던 교육 담당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시즈코의 말대로 하라"


시즈코의 말에 당황하던 교육 담당자에게 키묘마루는 그렇게 명령했다.

그는 한 번 머리를 숙이고는 방을 나가서 허드렛일꾼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기 시작했다.


"빠른 말로 달렸다고는 해도, 왕복했으니 시간적으로는 괜찮겠지"


본래는 반나절 정도 재워놓는 게 좋지만, 이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작은 대나무 통을 꺼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무와 벌꿀, 즉 목이 아플 때 복용하는 무엿이다.

목제의 숟가락으로 위에 뜬 것을 퍼서 상태를 보기 위해 자신의 입에 넣었다. 물엿 대신 벌꿀을 썼기 때문에 통상의 무엿과는 달랐지만, 적당한 단맛과 물기라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뭐냐 그건……?"


"무엿. 사실은 물엿으로 만드는 건데, 없어서 벌꿀로 만들었어. 목이 아릿할 때 먹으면 효과가 있어"


무가 가진 효소(아밀라제, 리파제, 프로테아제)에는 소화를 돕거나 목의 점막의 염증을 완화하는 성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대로 먹어도 되고, 끓인 물로 엷게 해서 먹어도 된다.

만드는 법도 간단하여 무를 주사위 모양으로 자르고, 그 후에는 물엿이나 벌꿀에 담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 뿐이다.

조금 지나면 무에서 수분이 나오기 떄문에, 위로 떠오른 것을 건져 먹으면 된다. 단, 무의 효소는 열에 약하므로 그것만은 주의가 필요하다.


"……음, 달군"


"뭐 벌꿀이 들어갔으니까. 그 외에도 이것저것 먹어야 돼. 체력의 유지에는 위장의 움직임이 불가결하니까―"


"뭐… 식욕은 그다지 없지만, 노력해 보지"


그 후, 교육 담당자가 수건과 통에 담은 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수건으로 키묘마루의 땀을 닦아내고, 땀투성이의 옷을 갈아입혔다. 몸을 닦을 때 키묘마루가 묘하게 저항하여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이에 걸맞게 창피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그런 미묘한 남자 마음은 깨닫지 못하는 시즈코였다.


"구, 굴욕이다…… 그건 그렇고 그건 대체 뭐냐?"


키묘마루는 시즈코가 가져와서 억지로 겨드랑이에 끼우게 한 유리로 만든 걸로 생각되는 막대기 모양의 것에 시선을 향하며 의문을 입에 올렸다.


"응― 체온계…… 37.9도. 어제부터의 체온을 모르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뭐 목숨에 관계될 만한 체온은 아니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만……"


"뭐 체력을 붙여서 조섭하는 수밖에 없네. 일단 다진 파를 베갯머리에 둘게. 밥은 고구마 밥과 다진 생강과 파를 끓는 물에 넣어. 그 후에는 구운 매실장아찌려나…… 병에는 자양강장과 영양보급이 뭣보다 중요하니까"


"……뭐랄까 너무 간단해서 거꾸로 불안해진다만"


감기에 좋은 식품으로서 생강이나 파, 무나 고구마 등이 있지만 전국시대에는 그런 지식은 없다.

애초에 한방의 사고방식은, 평소의 식생활로 질병에 지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이며, 서양 의학처럼 대증요법적인 약은 별로 없다.

전국시대는 식사는 배를 채우는 것이 제일이며, 영양소 따위 발견되지 않은 시대이니 무리도 아니다.

따라서 키묘마루의 시점에서 보면, 시즈코가 말하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 필요한 지 짐작도 가지 않는 것이다.


"자자, 여기는 시즈코 누나를 신용하라고"


"아니, 너를 믿지 않는 건 아니… 다만?"


그 말에 거짓은 없다.

키묘마루에게 있어, 지금 시즈코는 '이해타산이나 입장을 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인 것이다.

만약 시즈코가 남자라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둘도 없는 벗이 되었으리라.

그런 의미에서 시즈코가 여자인 것이 실로 안타까웠다. 동시에 여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신비한 것이구나"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키묘마루는 눈을 감았다. 이마에 얹혀진 수건이 차가워서 기분이 좋았다.

전신의 나른함도 있었기에, 키묘마루의 의식은 서서히 멀어져갔다.


"어라? 벌써 자? 뭐 괜찮겠지…… 잘 자, 차마루 군"


그 말이 귀에 닿은 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깊은 잠에 빠졌다.




키묘마루의 기침병에 대해서는 멀리 떨어진 전장에 있는 사나이에게도 즉시 전해져 있었다. 


"뭣이, 시즈코가?"


미노 국 이노구치(井之口)에 있는 사이토 씨의 거성(居城), 이나바(稲葉) 산성을 공격하고 있던 노부나가였다.

그는 키묘마루가 기침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자마자, 약사 등 현대에서 말하는 의사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파견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그 후 1주일이 지나도 차도가 있다는 등의 보고는 오지 않았다. 다른 자식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지만, 노부나가에게 키묘마루는 가문을 이을 적자다.

지금 병으로 죽어서는 곤란했다. 이거 어쩐다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시즈코가 키묘마루의 간호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옛. 가문에서 일하는 자의 말에 따르면, 뭔가 기묘한 지시가 많다고 합니다. 뜨거운 물이 든 통을 방의 네 구석에 놓는다던가, 베갯머리에 다진 파를 놓는다던가…… 또, 식사에도 이것저것 주문을 넣고 있다고 합니다"


"……"


턱에 손을 대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보고에 따르면 키묘마루는 자신의 남은 목숨이 길지 않다, 고 생각하고 시즈코에게 정체를 밝혔다고 했다.

그걸 알면서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기침병을 치료하려 하고 있다. 무슨 속셈이지, 라고 생각했지만, 금방 노부나가는 그 생각이 쓸데없는 의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 계집이 요령좋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내게 오지는 않았겠지. 즉 시즈코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이다. 단순히 선의에서 가까운 사이인 키묘마루의 기침병을 치료하려고 하는 것 뿐이겠지)


"가문에서 일하는 자들에게 시즈코의 지시에 따르도록 명하라. 녀석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가능한 한 준비하도록. 시즈코에게는 자세한 보고를 나중에 듣겠다고 전하라"


"옛!"


깊이 머리를 숙이고 대답한 후, 전령에게 노부나가의 말을 전하러 몸을 돌렸다.


"시즈코 님은 농업 뿐만이 아니라 병에 대해서도 박식한 것인가"


모리 요시나리가 약간 감탄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노부나가는 그 말에 동의하려 했으나, 잠시 생각한 후,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시즈코의 박식함은 놀랍지만, 녀석은 여기가 좋은 것 뿐만이 아니다. 그 녀석의 무서운 점은, 상대에 맞춰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어휘가 풍부한 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키묘마루나 니와, 그리고 아야의 보고를 받고 있던 노부나가는, 어떤 하나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시즈코는 박식하지만, 그 지식을 '타인'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

그걸 깨달은 노부나가는, 손자의 병법서나 그 외의 병법서, 남만에서의 전기(伝記) 등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어떤 병법서도 다른 것보다 훨씬 간결하고, 그러면서 알기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해석 방법도 일관성이 있으며, 또 난해한 부분에는 적당한 주석이 붙어 있어, 전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확실히 영주님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녀에게 설명을 요구하면, 요점을 간결하게 정리해서 설명해주니까요"


"그렇다. 뭐 지금은 그 녀석은 놔두도록 하지. 예의 도쿠가와의 가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었나?"


"이미 도쿠가와(徳川) 종5위하(従五位下) 미카와노카미(三河守) 님께 인도는 끝났다고 합니다"


"음, 그러면 됐다. 이 시기에 쓸데없는 소동으로 골치를 앓고 싶지 않다. 미적지근한지도 모르지만, 본인에게 못을 박아두는 정도로 하지"


"영주님의 혜안, 실로 훌륭하시옵니다. 미노와 싸울 때, 등 뒤에 우환이 있으면 긴장상태를 강요받게 되니까요"


오와리(尾張)의 방비가 허술한 시기에 미카와 국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은 노부나가에 있어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로 이웃나라들이 미노에 손대지 못하게 한 고생이 물거품이 된다.

따라서 노부나가는 타다카츠의 건으로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노부나가는 타다카츠가 시즈코의 마을에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하고, 니와와 타다카츠는 우호 관계가 있다, 라는 '존재하지 않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했다.

물론, 타다카츠는 이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락했다.

애초에 그는 주인인 이에야스(家康)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받아들일 태세였지만.


"이나바 산성의 상황은 어떠냐"


그 말에 모리 요시나리는 표정을 바로잡았다.


"성 아래의 이노구치(井口)을 불태워 이나바 산성은 알몸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성의 주위의 목책 설치를 완료한 상황입니다"


"좋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각 거점의 병사를 나누어라. 10명을 한 조로 하여 7명에게 낮 경계, 3명에게 밤 경계를 시켜라"


"예……?"


병사를 나누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거기서 다음 명령이 뭘 의미하는 지 몰라 모리 요시나리는 곤혹스러워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의 내심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사악한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끈기 싸움이니라"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는 수하에게 노부나가의 진을 정찰하게 했으나, 그 보고를 듣고 그는 심한 혼란에 빠졌다.

주요 가신의 절반 가까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부터 자군 측이 월등히 유리하게 생각되었으나, 남아 있는 사람들이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정찰한 사람도 잘 알지 못하고, 흙을 쌓고 있다느니, 구덩이를 파고 있다느니 하는 요령부득의 보고만 들어왔다.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노부나가가 포위망을 짜려고 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 탓인지 이 호기를 놓치지 않고 치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농성할 것인지, 가신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딱 둘로 갈라져 버렸다.

타츠오키 자신도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 이나바(稲葉), 우라베(卜部), 안도(安藤)의 미노(美濃) 3인방에게 밀사를 보내고, 그 대답을 기다려 행동을 결정하려고 했다.

다행히도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내용은 '오다 군을 상대하는 중이기에, 병사가 도착할 때까지 10일 전후 걸린다'였다.

이걸로 결론은 나왔다. 타츠오키는 이나바 산성에 농성하여, 그들의 원군을 기다리는 작전을 채택했다.

가신들에게도 반대 의견은 없었다. 노부나가 군의 병력이 반으로 줄어 있는 것도, 서(西) 미노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얼핏 어딜 봐도 흠잡을 데 없는 판단으로 보였지만, 그들은 작은, 그러나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결정적인 변화를 놓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오다의 군세는 성의 동쪽으로부터 나가라(長良) 강을 도하하여 진을 치고, 총력을 다해 공성을 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도착하자마자 군을 나누어 절반을 서 미노로 보낸 노림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어째서 미노 3인방은 원군을 10일 전후로 보낼 수 있다고 바로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인가.

하나하나는 사소한 문제지만, 상대의 관점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에 의해 도출되는 필연을 타츠오키 진영은 깨닫지 못했다.

이미 자신들은 노부나가의 손바닥 안에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사지(死地)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이나바 산성을 포위한 노부나가가 가신들에게 내린 명령은 지극히 간단했다.

'적극적으로 전과를 올리려 하지 말고 자군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억제할 정도의 평범한 전투를 7일 동안, 밤낮없이 쉬지 말고 반복해라'와 '공격 병력을 당번제로 하여, 교대하여 순서대로 휴식을 취하게 해 전선의 사기를 항상 높게 유지하라', 그리고 '장소를 바꾸어 격전지역을 만들어, 막연하게 방어에 전념할 수 없게 하라'의 세 가지였다.

노부나가의 목적을 알 수 없어 당황한 가신들이었지만, 그들은 명령을 충실하게 받들어 평범한 전투를 반복했다.

그러나 가신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노부나가는 타츠오키 따위를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킨카(金華) 산은 절벽이 많은 험한 산이다. 그리고 산 정상에 있는 이나바 산성은 많은 망루(櫓)와 창고(蔵)와 울타리(郭)를 갖추고 다수의 병사를 배치한 견고한 성이다.

게다가 병사들은 지금까지 많은 수라장을 헤쳐나온 백전연마의 강자들 투성이다. 이걸 격파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을 노부나가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백전연마의 강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것을 위한 작전이 '밤낮을 가리지 않은 평범한 전투'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는 문자 그대로 24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평범한 전투도 문자 그대로 평범하게 싸우는 것을 말한다.

얼핏 의미없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이 작전에 즉효성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숙련된 정예라도 몸에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축적되어 간다.


극도의 긴장 상태를 항상 강요받는 것에 의한 '스트레스'.

안심하고 잘 수 없는 상태를 강요받는 것에 의한 '수면부족'.

충분한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태를 강요받는 것에 의한 '영양과 수분 공급 부족'.


그것들은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약점이다.

'수면부족'이 계속되면 집중력이 저하되어, 긴급 사태에 즉시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면역력이 저하되어 몸 상태가 나빠지고, 전장이라는 비일상에서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감정의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수분 부족'은 문자 그대로 체내의 수분량이 부족하여, 탈수 증상이나 열중증, 저혈압을 일으킨다.

게다가 인체는 보유하고 있는 수분의 15%를 잃으면 생명 활동의 유지에 지장이 생기고, 20%를 넘으면 죽음에 이른다.


노부나가는 인체에 그렇게까지 해박한 것은 아니다.

그는 경험으로부터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상태가 계속되는 것과, 잠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 것 뿐이다.

그 상태가 계속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에 대해서는 시즈코가 한 말이 관계되어 있었다.

인간의 생명 유지에 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이상, 노부나가는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 싸움에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럼,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며칠 후, 그는 '수면부족'과 '영양, 수분 부족'이 인체에 대단히 치명적인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이나바 산성을 포위한 지 4일째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강한 저항을 받아왔던 오다 가문 가신들은, 백전연마의 정예의 반격이 힘을 잃은 것을 깨달았다.

공격할 때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노부나가로부터 '7일 동안'이라는 엄명이 있었기에, 그들은 조바심을 억누르며 평범한 전투를 계속했다.

그러나 제어가 가능했던 것도 6일째까지였으며, 7일째를 눈앞에 둔 밤에 노부나가에게 공격의 허가를 받고자 직접 담판을 지으러 온 사람이 나왔다.


"영주님, 부디 이 원숭이에게 한 부대를 맡겨 주십시오. 타츠오키 놈의 목을 어전에 바쳐보이겠습니다"


가장 먼저 본진에 도착한 히데요시는, 앉아 있는 노부나가에게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쪄서 말린 고구마를 입에 물고 있던 노부나가는, 그걸 삼킨 후에 이렇게 말했다.


"원숭아,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고 있다. 다른 놈들도 곧 오겟지. 그 때까지 잠시 앉아서 기다려라"


그 말을 따른 히데요시는 본진의 한 구석에 주저앉았다.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공성에 참가하고 있던 대부분의 무장들이 본진에 도착했다.


"이 6일 동안, 평범한 전투를 계속하니 어떻더냐"


노부나가는 모여든 무장들에게 그렇게 물었다.

대부분의 무장들은 노부나가의 의도를 읽지 못하고 당황을 감추지 못했지만, 눈치 빠른 무장들은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


"첫날, 둘째날은 저항이 격심하여 피해를 줄이는 데 고생하였습니다만, 나흘이 지났을 무렵에는 눈에 띄게 기세가 줄었습니다"


"닷새째의 야습에서는 보초가 기능하지 않았으며, 화살을 쏘아붙였더니 그제서야 반응이 있었던 정도였습니다"


"방어전 도중에 힘이 다해 쓰러지는 병사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모리 요시나리나 히데요시가 입을 열자, 다른 무장들도 차례차례 말을 꺼냈다.


"소생이 담당하는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닷새 째부터 반응이 둔해진 것 같은……"


"적장은 목이 쉬도록 아군을 고무하고 있었습니다만, 병졸들의 움직임은 느릿하고 사기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이쪽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군요"


그 후에도 무장들이 시끌벅적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그것들을 노부나가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반쯤 잡담 상태인 상황이 되었어도, 오로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이읃고 무장들이 할 말이 떨어졌을 무렵을 노려서 노부나가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들, 꽤나 울분이 쌓여 있겠지. 내일은 그것을 놈들에게 실컷 풀고 와라"


그것은 명확한 말은 아니었지만, 무장들은 모두 '총공격의 허가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 후 아무 일도 없이 회담은 끝나고, 그들은 자신의 진지로 돌아갔다.

돌아간 직후, 당장 무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무장들은 총공격 준비에 착수했다.

물론, 당초의 예정대로 야간의 공격은 계속하고 있었다. 밤 담당의 병사들 이외에는 충분한 식사와 휴식을 취하게 하여 내일을 대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무훈을 세우는 것은 무인의 영광. 그들은 이나바 산성을 공격한 지 이레 째만에 그 기회를 얻었다.

남은 건 그걸 움켜쥐는 것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철저히 준비를 갖추어,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모리 요시나리 만큼은, 평소와 태도가 다르지 않았다.

주위의 열기에 동화되어 진언한 부하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세가 왕성한 건 좋다. 그러나 공을 너무 서두른 나머지 발밑을 소홀히 해서는 이류. 일류의 무사는 영달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스려, 먼저 살아남은 후에 주인의 명을 완수하고, 그 다음에 자신의 입신출세를 이루는 것이다"


그 말에 부하는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고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모리 요시나리는 그걸 한 손으로 제지하고, 마치 아들을 보는 듯한 상냥한 미소를 띄우고 이렇게 말했다.


"무공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멀면, 여차할 때 실수하게 된다. 젊기에 위를 향하는 것은 인지상정. 쿠우야(空也) 스님의 말씀에 '몸을 버려야 떠오르는 때도 있다'고 하였으나, 나는 '살아있어야 떠오를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바심내지 말고 자신 뿐만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며 서로 돕고, 살아서 영주님이 보여주시는 다음 세상을 향하도록 하자"


그 후, 부하를 물러나게 한 모리 요시나리는 말 그대로, 마지막까지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밤을 보냈다.

그것과 정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였다.

그는 몇 명의 부하들을 모으는 한편, 대다수의 병사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런 피아 각각의 생각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노부나가의 이나바 산성 공략 이레째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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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1 1567년 4월 상순



어색한 침묵이 그 자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야는 평소와 다름없는, 아니 약간 한심하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시즈코는 침묵에 견디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어, 언제부터 거기에?"


"'이 문제를 잊고 있었어'라는 데서부터입니다"


"아예 처음부터잖아!? 어째서 말을 걸어주지 않은거야!"


"뭔가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모양이라 말을 걸기도 꺼려져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런 배려는 필요없거든? 다음부터는 사양하지 말고 말 걸어도 되거든!?"


머리를 감싸며 그렇게 외치는 시즈코였지만, 아야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으로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차마루 님께서 오셨습니다. 화공이라고 말씀하실 틈이 있으시면,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에둘러서 바보같은 말을 외치지 말고 일을 해 달라는 느낌을 주는 은근히 무례한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이면서 아야는 온 길을 되돌아가기 위해 발을 돌렸다.


"……응, 알았어"


결국, 무슨 말을 해도 냉정하게 되돌아오니 거꾸로 시즈코 쪽이 대미지가 커진다.

그렇게 이해한 그녀는, 조금 고개를 숙이고 아야의 뒤를 따라갔다.


"어, 시즈코냐. 콜록…… 기다렸다"


집에 돌아가자 자기 집처럼 익숙한 상태인 키묘마루가 방에서 딩굴거리고 있었다.

차나 차에 곁들이는 과자가 있는 걸 보니, 아야가 가져온 것이리라.


"아―미안해, 밭을 보고 있었거든…… 안색이 나쁜데 괜찮아?"


방에서 딩굴거리고 있는 키묘마루가, 시즈코의 눈에는 어딘가 열이 있는 듯 보였다.

감기라도 걸렸냐고 그녀가 묻기 전에, 키묘마루 쪽이 대답했다.


"음, 좀 기침병에 걸려버렸다. 콜록…… 뭐 금방 낫겠지"


"그래? 무리하면 안 돼. 당분간은 따뜻하게 하고 자"


"알고 있다"


약간 걱정하면서도 시즈코는 키묘마루와 어울렸다.

결국 평소대로 머물던 키묘마루는, 평소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만 한 가지 평소와 달랐던 것은, 그 때까지 매일같이 시즈코의 집에 다니던 키묘마루가, 그 날을 경계로 방문이 뚝 끊겼다.



키묘마루의 방문이 끊긴 지 1주일.

처음 며칠은 걱정하던 시즈코도, 매일의 작업에 쫓기다보니 의식에서 완전히 빠져버렸다.

키묘마루의 소식이 끊긴 지 다시 1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시즈코의 집에 어떤 사람이 찾아왔다.


"시즈코 님은 계십니까"


그것은 복장을 잘 갖춘 50대 전반의 노인이었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 인물을 알지 못했다.

애초에 이야기하러 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모리 요시나리나 니와 나가히데 본인이나, 그들이 보낸 파발마이다.

교육자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는 노인과는 한 번도 얼굴을 맞댄 적이 없다.

대체 누굴까 하고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 노인은 작게 머리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다 가문 가신 중 한 명으로, 키묘마루 님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 네에……(키묘마루라니 분명히 오다 노부타다의 아명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분이 제게 무슨 용무이신가요?"


시즈코는 키묘마루와 차마루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모른다.

따라서, 키묘마루의 교육 담당이 어째서 자신을 찾아온 건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키묘마루 님께서 걸리신 기침병은 악화되기만 하여, 완전히 자리에 누워 버리셨습니다. 완전히 마음이 쇠약해지셨는지, 최근에는 마지막으로 한 번 시즈코 님께 남길 말이 있으시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네, 네에……"


"갑작스레 죄송하오나, 지금 와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애초부터 거부할 리도 없는 시즈코였지만, 그래도 키묘마루의 교육 담당은 한결같이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했다.

그에게 키묘마루는 굉장히 소중한 존재이리라. 그것만 알면 시즈코에게는 충분했다.


"머리를 들어 주세요. 애초에 저는 거절할 생각은 없습니다. 급한 것 같으니, 지금 바로 출발하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가시지요"


그 후, 아야에게 뒤를 부탁한 시즈코는 재빨리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섰다.

시즈코의 집까지 말로 달려온 교육 담당이었지만, 목적지까지는 시즈코의 보조에 맞추기 위해 말에서 내려,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길을 서둘렀다.


키묘마루의 집에 도착하자 바로 마부가 말을 건네받았고, 곧장 키묘마루의 침소로 향했다.

그 뒤를 급하게 따라가는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집에 도착했을 무렵부터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쩐지…… 어디서 본 듯 한데……?)


처음 봤을 텐데 처음이 아니다, 그런 기시감을 그녀는 계속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위화감을 느낀 이유를 알게 된다.


"키묘마루 님, 시즈코 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콜록콜록…… 음, 들여보내라"


그 말과 함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잘 와 주었다, 시즈코"


문 저편으로부터 말을 건 인물은, 야위어 있었지만 틀림없이 시즈코가 아는 차마루 그 사람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해 곤혹스러워하는 시즈코에게, 키묘마루는 억지로 작게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속여서 미안했다. 내 진짜 이름은 키묘마루……다"


아직도 사태가 이해되지 않는 시즈코는, 교육 담당 노인의 재촉을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키묘마루의 머리맡에 앉는 동시에, 키묘마루는 무리하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기침으로 체력을 잃었는지, 몸을 움찔움찔거리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차마루 군이…… 키묘마루 님? 영주님의 적자인……?"


"역시 시즈코로군. 그 말 대로다…… 콜록! 미안했다, 가짜 이름을 대서"


"아니, 괜찮아 그런 건"


권력자나 그 후계자가 암살 등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대단찮아 보이는 이름을 붙이거나, 몇 개의 가명을 쓰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전국시대, 유명한 영주나 그 자식들의 아명이 엉터리로 보이는 것도, 거창한 이름을 붙이면 요절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타국과 동맹 관계를 맺을 때의 인질로서 자식을 내놓을 때, 정이 생겨나버리는 것을 막는 의미도 있었다.


"보는 대로, 병을 앓고 있다. 네 말대로 따뜻하게 하고 지내고 있지만 전혀 나을 기색이 없구나"


"……"


"분하구나…… 병 따위에게 이렇게 농락당하다니"


메마른 웃음과 함께 키묘마루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평소의 자신에 넘치는 키묘마루의 얼굴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절망에 가득찬 얼굴이었다.

시즈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수많은 정보가 머릿 속에서 회전하며 키묘마루에 대한 대답이 소홀해져 있었다.


"아버님의 뒤를 이어, 훌륭한 천하인이 될 꿈이―"


"에라잇―"


중얼중얼거리던 키묘마루의 머리에, 간신히 머리로 이해가 된 시즈코가 기묘한 기합소리와 함께 수도를 내리쳤다.

시원스런 소리가 작렬했다. 뒤에서 보고 있던 교육 담당 노인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키묘마루가 뭔가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시즈코가 입을 열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인생이 이미 끝난 것같은 소리나 하고. 언제부터 차마루 군은 그렇게 포기가 빨라졌어?"


"하, 하지만 말이다. 콜록콜록……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목은 아프고, 기침이 멎질 않는다. 벌써 반 달이나 이런 상태라고"


확실히 시즈코라도 감기가 2주일이나 계속되면 우울해진다. 하지만 키묘마루와 시즈코에게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정확한 치료 방법을 '알고 있는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가'이다.

그리고 시즈코는 치료 방법을 알고 있다. 그것도 머리 속 외에, 또 하나 현대에서 가져와 빛을 보지 못한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물건이.


(설마 보건 체육의 부교재로 강제로 사게 됐던 그것…을 쓸 때가 오다니)


현대라면 그런 것에 의지하기보다 병원에 가는 쪽이 빠르고 확실하다.

지금까지는 단순한 누름돌 정도의 취급으로, 시즈코는 특별히 중요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키묘마루의 상태를 보고, 역시 400년이라는 방대한 시간은 모든 분야를 성장시킨 것을 실감했다.


"알겠어? 키묘마루 군. 병은 마음에서, 야. 괴로울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마음이 약해질 때가 아냐. 오히려 뭐야 이 자식, 이라는 정도의 기개를 가져줬으면 해"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약사가 달여 준 약탕조차 효과가…… 콜록콜록, 없었단 말이다. 이 이상 어떻게 하라는 거냐"


"그런 수상한 약 따윈 버려. 어쨌든, 내게는 비밀병기가 있어. 지금부터 집에 가지러 갔다올 테니까, 그 때까지는 얌전히 안정을 취하고 있어"


검지손가락으로 키묘마루의 이마를 빙글빙글 문대면서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뒤에 있던 교육 담당의 노인은 슬슬 거품을 물고 쓰러질 듯한 분위기였지만, 시즈코는 그쪽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내, 내 병은 낫는… 거냐?"


뭔가에 기대하는 듯한, 매달리는 듯한 느낌으로 묻는 키묘마루에게, 그녀는 대단히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시즈코 누나에게 맡겨둬!"



말을 빌려 자택으로 돌아온 시즈코는,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사정도 설명하지 않고 아야에게 명령을 날렸다.

기본적으로 걸어다니는 그녀가 말을 탈 수 있는 것은 승마 등이 취미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니와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여, 니와는 긴급 이동 수단으로서 시즈코에게 말을 타는 법을 가르친 것인데, 그런 뒷사정 따윈 모르는 그녀는 시키는 대로 승마를 배웠다.


"무, 벌꿀, 대파, 생강은 저번에 들여놨었지. 그리고 숯도 몇 개 준비해 줘. 준비가 끝나면 그걸 이 가방에 담아줘"


평소 자주 가지고 다니는 가죽 배낭을 던지듯이 아야에게 건넨 후,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고 시즈코는 자기 방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델하이트, 리터, 루츠 등 세 마리가 사이좋게 웅크리고 있었다.

문을 기세좋게 열어젖혔을 때의 소리에 놀랐는지, 그들은 깜짝 놀라면서 시즈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거기 있는게 시즈코라는 걸 알자, 세 마리는 꼬리를 흔들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세 마리를 균등하게 쓰다듬어준 후, 시즈코는 방의 한 구석에 있는 물건 앞까지 걸어갔다.


(…어디…보자)


그것은 아야가 내용물을 보고싶어했던, 엄중하게 봉인된 나무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시즈코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했을 때 가져온 것이다.

그 안에는 현대 과학품 이외에, 아직 노부나가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이 들어 있다.


엄중한 봉인을 풀고, 시즈코는 천천히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역시 처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병기 일람'이라는 책이다. 책이라고 해도 모두가 떠올리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 기세좋게 모서리로 내려치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가능할 정도의 두께를 가진, 백과사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것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붉은 색으로 통일된 책, 보건체육에 어울리지 않는 가정용 의학책이다.

내용은 다방면에 걸쳐 있어, 특별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질병, 상처 이외의 증상과 응급 조치 방법, 그 질병이나 상처에 관한 기초 지식이 기재되어 있다.

게다가 세간에서 관심이 높은 테마나, 질병이나 상처의 셀프 체크 리스트, 나아가서는 체온계 등의 간소한 의료 도구가 몇 개 붙어있는, 도대체 어떤 독자층을 노리고 편집된 것인지 불확실했다.

말할 것도 없이 시즈코가 다녔던 학교의 학생들은, 이권 관계 때문에 강제적으로 구입하게 된 것이라 생각되었다.


두꺼운데다 무겁고, 애초에 이런 책에 의지하지 않고 얌전히 병원에 가라, 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태반은 함부로 다루었다.

그 이외에도 이유가 있다.시즈코가 살고 있던 현대에는 전자서적이 널리 보급되어 있었기 때문에, 종이책이 극단적일 정도로 적은 것이다.

인쇄 기술 및 제본에 관한 기술이 실전되지 않도록, 학교의 교재나 특별한 서적만이 종이책으로 되어 있었다.

그 이외의 신문, 광고 등의 전단지, 만화, 소설, 잡지, 실용이나 문예, 사진집 등의 민간 기업이 출판하는 것은 거의 모두 전자서적이다.

시즈코도 전자서적에 친숙하여,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는 많은 책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관심가는 걸 찾자마자 원클릭으로 구입하는 시즈코와, 언니인 쿄우코가 시즈코의 단말기로 전자서적을 구입하기 때문에, 그녀의 스마트폰에는 뭐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시즈코 자신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아―…… 이제 구입은 할 수 없으니, 조만간 목록을 만들어 둘까)


그런 걸 생각하면서 새빨간 책을 가방에 넣고 나무 상자를 정리하려고 할 때, 그녀의 눈에 스마트폰이 들어왔다.

무의식중에 그걸 손에 쥐고, 의미도 없이 톡톡 하고 화면을 두드려, 딱히 목적도 없이 안에 있는 데이터를 열람했다.

현대인들에게 흔한 휴대전화를 체크하는 버릇은, 아무리 시즈코라도 2년 정도로는 없어지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로컬에 저장되어 있는 기사를 훑어보았다. 본래는 이대로 적당히 본 후에 어쩐지 만족하여 스마트폰을 집어넣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어떤 뉴스 사이트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을 때, 시즈코의 손가락이 딱 멎었다.


"……"


그것은 현대의 일상에 흔해빠진 것에 대한 기사였다.

도시의 부흥에는 반드시 관계되는 '그것'은, 실은 다양한 것의 축적에 의해 생겨난 기적의 재료였다.

그리고 낮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친환경적인 것이다, 라고 기사에는 적혀 있엇다.

하지만 시즈코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곳이 아니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였다.

'그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 목록을 보고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환하게 미소지었다.


"설마, 이렇게 좋은 기사가 있었다니. 크흣, 이건 꼭 활용해야겠네"


기사를 한번 더 읽은 후, 시즈코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나무 상자 안에 넣었다.

그리고 나무 상자의 뚜껑을 덮고, 다시 엄중하게 봉인하여 원래 위치에 돌려놓았다.

그대로 키묘마루의 집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그 전에 시즈코는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시간이 아까웠기에 숯으로 필요한 걸 종이에 적어서 1/4로 접은 후,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섰다.



현관에 도착하자 이미 준비를 끝낸 아야가 대기하고 있엇다.

부탁했던 짐을 그녀에게 받아들며, 시즈코는 아까 써서 접은 종이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 재료들을 준비해놔줘―. 가능하면 많이 준비해주면 고맙겠어"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하핫, 잠깐 감기 환자를 치료하고 올게. 내일 아침에는 일단 돌아올거야"


아야가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대단히 느긋한 태도로 시즈코는 집을 나섰다.

예상대로, 시즈코의 얼빠진 느낌에 아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약간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곤란하네, 라고 말하고 싶은 미소로 시즈코를 전송한 후, 아야는 건네받은 종이를 펴 보았다.


"……회반죽이라도 만드실 생각이세요?"


쓰여 있는 내용을 보고, 아야는 무의식중에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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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0 1567년 4월 상순



일순, 주위에 긴장이 흘렀지만, 그것은 금방 자취를 감추었다.

침입자가 와키자시(脇差, ※역주: 단도)을 멀리 던져버려서 재빠르게 무장해제를 한 후 순순히 따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그걸 보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은 약간 어깨의 힘을 뺐다.

하지만 다시 방심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경계하면서 침입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저항의 의사를 보이지 않고, 순순히 양손이 뒤로 묶였다.

기대어 세워져있던 창과 땅에 떨어진 칼은 회수되어 니와가 있는 곳으로 모아졌다.


"아, 그 창 잠깐 보여주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창 쪽이 신경쓰였던 시즈코는, 창을 들고 있는 병사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다.

병사는 니와 쪽을 보았고, 니와는 말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는 창의 중간쯤을 잡고, 창끝을 뒤집어 밑둥 쪽부터 그녀에게 창을 내밀었다.

창을 받아들자 시즈코는 창날을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겨우 이해했다.

이 창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감각이,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니라는 것을.


"새겨져 있는 건 범어(梵字, ※역주: 불교 등에서 쓰이는 인도 문자)와 삼고검(三鈷剣, ※역주: 일본 밀교에서 마귀를 쫓는 무기. 불교의 금강저와 비슷하다). 이거 미카와몬쥬 파(三河文珠派, ※역주: 유명한 도공일파인 村正(무라마사) 중 도쿠가와(徳川) 영지에 있던 일파를 가리킴), 후지와라 마사자네(藤原正真) 작품이네. 아마도, 톤보기리(蜻蛉切, ※역주: 잠자리베기라는 뜻)라는 이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순간, 지금까지 얌전히 있던 침입자가 엄청난 기세로 고개를 시즈코 쪽으로 향했다.


"어, 어떻게 그 이름을!?"


눈을 크게 뜨고 경악을 드러내고 있는 그를 보고, 니와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시즈코 님. 혹시, 이 자의 정체를 아십니까?"


"으―음, 톤보기리를 사용하는 창잡이라고 하면…… 아마도 미카와 국 사람으로, 도쿠가와 가문 가신인 혼다 헤이하치로(本多平八郎, ※역주: 혼다 헤이하치로 타다카츠(本多平八郎忠勝)) 님이 아닐까요―"


약간 자신없는 듯 하면서도 시즈코는 니와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미카와 국, 훗날의 에도(江戸) 막부(幕府) 초대 쇼군(将軍)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다스리는 나라다. 그리고 노부나가는 에이로쿠 5년에 이에야스와 키요스 동맹(清洲同盟)을 성사시켰다.

키요스 동맹이 있는 이상, 아무리 도둑이라도 도쿠가와 가문 가신이라면 그렇게 간단히 처단할 수는 없었다.


"소생은 어떤 처벌을 받아도 상관없소. 부디, 부디 소생의 주군에게까지 책임이 미치지 않도록 소생 혼자의 죄로서 끝내 주시기 바라오"


정식 수속도 없이 오다 영토 중에서도 비밀스럽게 감춰진 장소에 들어가버린 것을 알게 된 타다카츠(忠勝)였지만, 본인은 딱히 조급해하는 기색도, 당황하는 기색도 없었다.

다만 주인인 도쿠가와 가문에게까지 책임 문제로 발전시키지 말아달라,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 정도는 기쁘게 내놓겠다고까지 하는 상황이다. 그걸 듣고, 이게 죽기 직전, 아니, 죽어서도 이에야스에게 충성을 다하려 했던 혼다 타다카츠인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가 저지른 일은 설령 동맹국 사이라고 해도 무죄방면하기에는 너무 컸다. 영토 침범은 물론, 표고버섯의 인공재배라는 당시로서는 극비 중의 극미에 해당하는 정보를 목격해 버린 것이다.

그걸 타다카츠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위의 분위기로부터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버린 것을 느꼈던 것이리라. 거구의 몸을 움츠린 채 풀이 죽어 있었다.


"(어쩌죠……)"


시즈코는 옆에서 걷고 있던 니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는 그녀로서는, 가능하다면 온건하게 처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으―음, 어떻게 하려고 해도…… 영주님의 명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니와 쪽도, 일을 크게 만들어 국가간의 외교 문제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노부나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혼다 타다카츠의 처우가 결정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타다카츠의 처리를 노부나가에게 묻기 위해, 니와는 파발을 보냈다. 그 동안, 타다카츠는 병사 주둔소의 한 방에 연금하기로 했다.


"잘 알겠소"


당분간 신병을 구속할 것을 설명하자, 타다카츠는 단지 그 한 마디를 입에 올렸을 뿐이었다.

호담한 것인지 배짱을 부리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니와였지만, 일단 얌전히 있어 준다면 얘기가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타다카츠를 감옥으로 이송하려고 한 그 때, 땅울림 같기도 하고 짐승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뭐라 말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뱃속의 벌레가 성대하게 울어제낀 본인은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작게 떨고 있었다. 잘 보니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 창피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걸 보고 시즈코와 니와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다. 이렇게까지 호쾌하게 배에서 소리가 나서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 그렇지 니와 님! 저, 새로운 주먹밥을 생각했거든요. 잠깐 감상을 들려주지 않으시겠어요?"


"으, 음, 그, 그런가요. 그럼 먹어보도록 하죠"


타다카츠에게 창피를 주지 않으려고 방법을 궁리한 시즈코는, 마치 지금 생각났다고 말하려는 듯 양손을 탁 하고 쳤다.

니와 쪽은 약간 어색한 느낌은 있었지만, 시즈코에게 맞추었다.

두 사람은 약간 굳은 얼굴로 서로를 본 다음, 나란히 타다카츠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호, 혼다 님도 함께 어떠십니까?"


"그렇군요. 저녁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 여기서 요기를 하는 것도 좋겠지요"


"음…… 감사합니다. 사실은 산에서 헤매다가 가지고 있던 식량도 떨어져, 하루종일 물 이외에 입에 대지 못했습니다. 두 분의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타다카츠는 자세를 바로하더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상당히 억지스러웠지만 세 명의 생각이 일치하여, 이 자리에서 주먹밥 감상회를 열게 되었다.


(후우…… 어거지였지만 어떻게 됐네)


마음 속으로 안도하면서 시즈코는 숄더 백에서 주먹밥을 꺼냈다.

마침 딱 세 개가 있었다. 대나무 잎으로 감싼 큼직한 주먹밥을 니와와 타다카츠에게 하나씩 건넸다.


"원래는 젓가락을 준비해야 하겠지만, 주먹밥이니까 그냥 손으로 잡고 드셔 주세요"


"진중식(陣中食, ※역주: 싸움터에서 먹는 밥) 같은 것이군요. 어디……"


세 명은 각자 이로리 가장자리에 앉았고, 니와는 대나무 잎을 풀었다. 안에 있던 것은 현미와 잡곡쌀의 고구마밥으로 만든 주먹맙, 그리고 훈제 무 절임(いぶり漬け)이 몇 개 들어 있었다.


"시즈코 님, 이건 대체?"


절임 같으면서 조금 다른 훈제 무 절임을 가리키며 니와가 물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걸 입에 넣는 건 꺼려진 그였지만, 타다카츠 쪽은 달랐다.


"……맛있군. 주먹밥 따위 이미 질리도록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노란 것에는 적당한 단맛이 있어 질리지 않는 맛이군. 이쪽의 절임 같은 것은 훌륭하군. 어딘가 그리운,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맛이다. 정말 마음에 스며드는군"


그는 주먹밥을 집더니 한입 먹고, 이어서 훈제 무 절임을 한 조각 입에 넣었다.

경계하지 않고 이쪽에서 내놓은 먹을 것을 입에 넣는 태도에 니와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입 안에 든 것을 삼킨 후 타다카츠는 이렇게 말했다.


"소생의 얼굴에 뭔가 붙어있소이까?"


"아니, 독을 의심하지 않는가 해서 말이오"


"귀하들이 소생을 독살하는 것 같은 얄팍한 무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고, 죽일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지 않소?"


"그, 그렇소만……"


남자다운 미소를 띤 채, 타다카츠는 주먹밥을 먹었다.

놀라서 맥이 쭉 빠져버린 니와는, 그를 따르듯이 주먹밥과 훈제 무 절임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후, 타다카츠는 감옥이 아니라 빈 방에 보초를 세우는 형태로 구금되었고, 다음 날 다른 장소로 옮겨지게 되었다.

타다카츠르르 둘러싸는 듯한 배치로, 호위 겸 감시역인 병사들 30명과 니와가 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타다카츠는 딱히 조급해하는 모습도 없었고, 소중하게 훈제 무 절임이 든 꾸러미를 안고 말에 타고 있었다.


어째서 그가 그런 것을 안고 있냐고 하면, 훈제 무 절임이 대단히 마음에 들어 맛의 포로가 된 타다카츠는, 출발 직전에 시즈코에게 조금 나누어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 딱히 비밀도 아닌데다 훈연되어 있어 상할 걱정도 별로 없는 음식이었기에 그녀는 두말없이 승락했던 것이다.

상당한 양이 들어 있는 천 꾸러미를 그에게 건네주자, 타다카츠는 시즈코의 손을 양손으로 쥐고 감사의 말을 했다.

참고로, 타다카츠가 타인에게 양손을 맡기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알기 힘든데다가, 대부분 타다카츠는 텐션이 높기 때문에 상대에게 전해지지는 않는다.


"……벚나무인가"


문득 옆을 본 타다카츠의 눈에 벚나무가 비쳤다.

이미 태반은 진 벚나무를 본 그는, 문득 마음 속에 어떤 말이 떠올랐다.


"봄바람이 벚꽃을 지게 하더라도 눈부시게 피는 내 마음의 꽃"

(※역주: 원문은 春風が 桜の花を 散らせども 輝き咲くは 我が心の花로, 일본에서 5글자 7글자에 맞춰 짓는 시 종류임)


"예?"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오"


곁에 있던 니와가 괴이쩍은 표정을 짓는 것을 깨달은 타다카츠는, 약간 얼굴을 붉히면서 헛기침을 했다.

어째서 그런 말이 입에서 나왔는지, 그 자신도 잘 몰랐다.


"앞으로 일각 정도에 도착합니다"


"알겠소"


딱히 신경쓰지 않고 니와는 화제를 돌렸다.

그걸 기회로 타다카츠는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금방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곳에서 영주님으로부터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아무래도 어떤 판단이 내려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능하면 그 장소에 있던 것을 이 이상 추궁받고 싶지 않군) 알겠소. 가능하면 주군께는 책임이 미치지 않도록 배려해주시면 감사하겠소"


그건 그렇고, 라고 입 속에서 중얼거리더니 타다카츠는 그 뒷말을 마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말이 도망가버려서 헤메다가 그 장소에 들어갔다니 수치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4월 초, 다이이치에게 논밭의 작업 관리를 맡긴 시즈코는, 작년에 콩을 심은 밭에 와 있었다.

그녀는 우물을 파는 도구로, 콩과 옥수수를 심었던 장소의 흙을 각각 파냈다.

파내어진 흙을 지층처럼 늘어놓았다.


"……망했네. 이 문제를 잊고 있었어"


얼핏 보면, 그녀 앞에 늘어놓은 흙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이 보면 일부분만 흙이 심하게 건조되어 있었다. 그것은 지상에서 대략 1.5m 근처의 땅 속에서 채취한 흙이다.

지표면은 나무랄 데 없이 수분을 머금고 있는 흙인데, 일정한 깊이에 있는 흙 속에는 수분이 고갈되어 있었다.

주위에서 보면 이상한 현상이지만, 시즈코는 이 원인을 알고 있었다.


"컴패니언 플랜츠로서 콩과 함께 키우는 옥수수는 흙 속의 수분을 상당히 빨아들이는 걸 잊고 있었어……"


원인은 콩 용으로 늘어놓고 키우던 옥수수였다.

옥수수는 수분 함유량이 실제 중량 대비 4분의 3 정도나 되는 작물이기 때문에, 다른 곡물보다 많은 농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동일 면적으로 비교하면, 옥수수는 밀의 세 배나 되는 농업용수가 필요해진다.

필연적으로 토양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도 다른 작물보다 많이 흡수되어 버린다.


지표면 근처에는 물을 줘서 항상 수분 함유량을 유지할 수 있지만, 옥수수의 뿌리는 230cm 정도나 뻗어나간다고 한다.

이것은 콩이나 밀에 비해 두 배 가까운 것으로, 감자나 벼와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길다.


게다가 시기적인 문제도 발생한다.

옥수수가 가장 잘 성장하는 시기는, 밭의 수분 증발이 심한 더운 시기와 겹친다.

따라서 본래는 1년 동안 강우량이 많아지는 장마나 여름의 소나기에 의한 수분이, 지하수 층까지 달하기 전에 흡수되어 버려 서서히 지하수가 줄어든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으―음…… 파내는 것도 중노동이네"


농업용수의 계산을 실수한 것과 강우량이 적었던 것에 의해 발생한 토양의 수분 부족이지만, 다행히 밭의 규모가 작았기에 피해는 경미했다.

하지만 이대로 콩의 생산고 확대와 함께 옥수수가 늘어나면, 언젠가는 강물만으로는 부족해져서 지하수를 사용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급격하게 빨아올려지는 지하수에 의해 지반 침하가 일어난다.

최종적으로는 지하수를 고갈시켜버려, 토양 수분 부족이 악화되어 토양이 건조, 소위 말하는 갈수를 거쳐 사막화를 일으켜 버릴 것이다.


현대에서는 옥수수라고 하면 미합중국이 유명하지만, 그 나라는 지표면에 물을 뿌리기만 하는 방법을 200년 동안 계속해 왔다.

수원은 물론 지하수다.

미합중국에는 지하수원이 여럿 있어, 장소에 따라서는 비축된 물의 양이 4조 톤(비파호의 물 150배에 해당)이라는 규모의 지하수원도 있다.

막대한 저수량이긴 하지만, 광대한 농지를 적시기 위해 그곳으로부터 끝없이 퍼올리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지하수가 고갈 상태가 되어버렸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일본의 면적 정도 되는 거대 지하수원이 사라지려 하고 있다.

이것들을 원래대로 돌리려면 5000년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옥수수에 의한 토양의 수분 부족 및 지하수의 대량 사용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휴경을 하기만 하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콩의 생산도 멈추게 된다.

만약 콩이 시즈코의 예상대로의 생산고가 된다면, 노부나가는 확실히 생산고의 유지를 요구해 올 것이다.

하지만 계속할 경우 풍요로운 토지인 오와리(尾張)를 파괴해 버린다. 잘못하면 수십년 안에 오와리는 불모의 땅이 되어 버릴 것이다.


"병충해 대책…… 방법은 있지만, 이번에는 쌀 재배가 소홀해질 것 같네"


콩은 화학비료에 의한 증산 효과는 높지 않기 떄문에, 생산고는 지력과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 세균의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그 때문에, 콩을 유기재배할 때의 기술적 문제점은 병충해의 다발(多発)이나 잡초가 무성해지는 것이다.

특히 병충해가 만연하면 콩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옥수수였는데, 이번에는 옥수수에 의한 지하수의 고갈이 문제가 된 셈이다.


콩의 주요 해충은 노린재류와 박각시나방류다. 어느 쪽도 잡초가 무성해지는 밭두렁 등의 그늘에 주로 서식한다.

그리고 초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 주로 여물어 가는 콩의 콩깍지나 어린 열매에 해를 끼친다.

즉 해충을 막으려면, 콩을 심기 전에 포장(圃場) 주변의 잡초를 남김없이 베던가 태우던가 할 필요가 있다.

그에 의해 겨우살이 벌레의 개체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뿌리째 뽑아버릴 필요가 있다.


"……응, 그러네. 금년에는 방법을 바꿔보자"


또 하나의 문제, 잡초에 대해서는 비교적 간단하다. 콩은 사이갈이, 북주기를 주체로 한 잡초 대책이 효과가 있다.

콩을 키우기 전에, 잡초의 발아 억제 조치를 철저히 해 두면, 사이갈이, 북주기만 해도 상당히 달라진다.


옥수수에 의한 지하수의 고갈 대책은 거창한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좀 더 기본적이면서 견실성이 있는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옥수수 밭에 대나무로 만든 송수관을 설치한다.

물론, 그냥 송수관은 아니고, 군데군데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거기에 물을 흐르게 하면 뚫어둔 작은 구멍에서 조금식 물이 새어 지표를 항상 가볍게 적신다.

이렇게 함으로써 물의 사용량을 70%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뿌리를 내리는 데 쓰이는 영양이 성장에 쓰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역시 먼저 할 것은 잡초 대책이었다. 이걸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수확량에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생긴다.


"즉…… 화공(火攻)이다―!"


그런 의미불명의 말을 하면서 시즈코는 기세좋게 뒤로 돌았다.


"……"


바로 코앞에 아야가 있는 것도 모른 채.




※작가의 웹연재분 코멘트


옥수수 부분에서 큰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잔뜩 심는 것만으로 지하수가 고갈되는 일은 없습니다.


○ 옥수수가 성장하는 시기는 더운 시기와 겹쳐, 밭의 물이 증발하기 쉽다. 따라서 농업용수의 양이 다른 것보다 많이 필요하다.

○ 다른 작물보다 토양의 수분을 많이 흡수한다.


그런 작물을 연간 강우량이 적은 건조 지역에서 재배하여, 농업용수를 지하수로 보충하려고 제한없이 퍼올리면, 지하수가 보충되지 않고 계속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지역에서 농업을 하는 이유는, 건조 지대에는 강력한 태양빛, 이산화탄소가 있기에 물만 있으면이라는 조건부의 농업 적합지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는 단순히 옥수수 쪽이 수량 단가가 높은 것이 이유였습니다.

나름 조사를 하고 있지만 큰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옥수수 재배에 대해, 불안이나 오해를 부르는 묘사를 해 버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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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9 1567년 3월 하순



호적을 만들려니 주소가 필요해졌지만, 그건 딱히 집착이 없었기에 간단한 내용으로 때웠다.

먼저 마을을 넷으로 나누어, 각각 '정(丁)'의 번호를 붙인다. 그리고 '정'을 넷으로 나누어 '번(番)'의 번호를 붙인다. 가장 북동쪽을 1정목(丁目) 1번지(番地)로 하여 남쪽이 1정목 2번지, 서쪽이 1정목 3번지가 된다. 마찬가지의 순서로 번호를 붙여나가서 대각이 되는 가장 남서쪽이 4정목 4번지가 된다.

이렇게 하여, 어떤 마을도 '정'은 넷, '번'은 16개로 통일된다. 전부를 통일해두면 관리가 쉬워지는 것이다.

나아가 마을마다 특색을 부여하기 위해, 각각의 마을에 특산품을 만들게 했다.

'삼베(麻)'를 생산하는 마을은 이름을 '아사마치(麻町, 삼베마을)'로 하고, 이름 그대로 '삼베'를 생산하게 했다.

'된장(味噌)'을 생산하는 마을은 이름을 '미소마치(味噌町, 된장마을)', '벌꿀(蜂蜜)'을 생산하는 마을은 '미츠마치(蜜町, 꿀마을)', 산에 가까운 마을은 '키노코마치(茸町, 버섯마을)'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시즈코의 마을을 '모토마치(元町, 원점이 되는 마을)'이라고 이름붙였다. 이것은 시즈코의 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던 기반을 각 마을로 옮겨 분산시켰기에 '원점이 되는 마을'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각 마을에 '마치(町, 마을 정)'가 붙어있는 것은, 단지 어감이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대단한 의미는 없다.

애초에 시즈코에게 있어 무라(村, 마을 촌)이던 마치(町)던 아무래도 좋았고, 식별하기 위한 코드가 룰에 따라 만들어져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마지막으로 안내 간판을 설치하여, 전령 등의 사람들에게도 방향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의해 전령의 실수나 길을 잃는 등의 로스를 극력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마을 사람들도 헤매는 경우가 적어져, 정보 전달을 확실히 하기 위해 중요한 시간과 공간의 인식에 대한 공유화 중 공간 쪽은 거의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순조로웠던 것은 거기까지로, 시간에 대한 인식의 공유화에는 막대한 노력을 들일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날짜 시간이나 요일 등이 일상에 정착된 것은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이다. 그 때까지는 시대에 따라 역법은 제각각이었다.

예를 들면 전국시대에 쓰였던 주된 달력은 선명력(宣明暦)이다.

하지만 역도(暦道)릂 담당하던 카데노코우지(勘解由小路) 가문(카모우(賀茂) 씨)가 단절된 영향으로, 쿄(京, ※역주: 수도를 말함, 여기서는 교토)와 지방에서 달력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 독자적인 달력(民間暦, 민간력)이 쓰이고 있는 상태였다.

에도(江戸) 시대에 들어서는 천문방(天文方, 천체관측을 하던 관청)이 천체 관측을 기초로 달력을 만들었다.


이번의 경우에는, 오다 가문과 자신들의 마을에서 날짜와 시간이 공유화되면 되는 것이므로, 정월(正月)을 기점으로 1월 1일을 정하여 공유화하기로 했다.

당장은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즈코는 월일(月日)을 공유하기 위한 캘린더를 만들었다.

동시에 칠요제(七曜制, ※역주: 7일을 1주일로 잡는 것)를 도입하여, 가능한 한 시즈코가 현대에서 사용하던 그레고리 력의 캘린더에 근접하게 했다.


시각은 해시계로 커버하기로 했다. 당시의 시간의 개념은 일출과 동시에 일어나서 아침, 태양이 중천에 걸릴 무렵이 정오이며, 해가 진 이후가 밤이라는 조잡한 것이었다. 이래서는 집회를 할 때에 불편하다. 일이 끝난 후의 밤에 촌장 집으로 모이도록 지시하더라도 지평선이 보이고 일몰이 관측되지 않을 경우, 밤의 기점은 개개인의 주관에 의존한다. 그 때문에 전원이 모이는 데 시간이 걸려 효율이 나쁘다. 그 점에서 해시계는 전원이 공유 가능한 시간의 단위를 객관적으로 정할 수 있어 유효했다.

해가 지거나 날씨가 나쁠 때는 시각을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결점은 있지만, 우선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전술한 밤의 집회 시간을 공유화하기 전의 단계로서, 개개인이 공유할 수 있는 단위 시간의 감각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금석으로 도입한다.

그렇기에 다소의 디메리트는 감수하기로 했다.


사실은 정각마다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고 싶었지만, 그 쪽은 노부나가로부터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종을 치기 위해서는 절이 필요하지 않느냐. 그러니까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말하고 보니 그러네,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떠올렸다. 노부나가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의 무신론자다.

절을 짓겠습니다라고 하면 불같이 화날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안 되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상신했다. 그러자 의외의 사실이 판명되었다.

노부나가는 불교 등의 종교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무익한 외래어를 일본어로 옮기고 그걸로 인간적으로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나, 풋내나는 이상론을 백성에게 들려주는 한편 금지되어 있는 육식이나 여색, 금품을 얄팍하게 탐하는 타락한 중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듯 했다.

그래서 시즈코의 마을 근처에 절을 세우면, 배고픈 쥐떼처럼 모여들 게 틀림없다, 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알게 되면 대책을 생각하는 건 간단했다.

시즈코는 절을 세우고 싶은 게 아니라, 종을 칠 시설을 세울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절이 아니라 신사를 건축하는 허가를 노부나가에게 신청했다. 물론, 신사 뿐만이 아니라 종을 설치할 시설, 서당(寺子屋) 등의 교육 시설, 숙박 시설, 화장터, 멥쌀을 키울 논이나 작은 밭 등도 함께 신청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몇 가지 작은 의문점은 있지만 내용에 문제는 없다. 그러므로 건축을 허가한다'였다. 일단 허가가 떨어진 것에 시즈코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마지막에 쓰여 있던 한 문장에 다시 그녀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그것들을 물을 기회를 마련할 테니 예정을 비워 두도록'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시즈코였지만, 그것들은 일단 제쳐두기로 했다.


캘린더는 각 마을에 설치한 광고 게시판과 촌장의 집, 해시계도 마찬가지로 광고 게시판과 촌장의 집 부근에 설치했다.

그 외에도 사람이 모일 만한 장소에 캘린더나 해시계를 설치했다.


거기까지 하게 되자, 간신히 연락망에 쓰이는 회람판을 쓸 수 있었다.

현대에는 당연한 듯 있는 연월일, 요일, 시간, 주소, 전화나 메일 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실패와 성공이 거듭되어 태어난 것인지 시즈코는 지겨울 정도로 알게 되었다.


회람판의 운용을 시작한 후 1주일 정도는,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당황으로 곤혹스러워했지만, 이윽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예정을 맞추는 데 편리한 점을 이해했다. 그 이후로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백성들은 차례차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여 갔다.

지금도 1, 2시간 정도의 시간 오차는 있었지만, 날짜를 틀리거나 하는 연락 미스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달'이 아니라, '마을의 게시판을 보면 된다'고 바뀌었기 때문에, 직접 1차 정보를 손에 넣기 위해 전언(伝言) 게임식의 해석에 의한 정보의 변용이 없어진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시즈코는 불안했기에, 각 마을은 몇 번인가 시찰했다.

연락망은 제대로 바르게 전달되고 있는지, 사실은 잘못 해석되어 있지 않은지, 등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각 마을이 시즈코가 구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았다고 말하고 싶은 듯 한숨을 쉬었다.




시즈코는 호적의 원본을 노부나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사본을 갖기로 했다.

이에 의해 내용이 바뀌어도 대조해보면 틀린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종이를 두 배로 필요로 하는데다 내용을 갱신할 때 원본과 동기화시키는 등의 관리상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결점이 있었다. 운용면에서는 목간을 사용하여 1년분의 내용 변경을 모아 두었다가, 1년에 한 번 종이로 청서(清書)하면서 노부나가의 원본과 대조하여 목간의 내용 이외의 변경이 없는지 체크하는 제도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마을의 규모의 파악이나 간자의 잠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이 노부나가에게는 매력적으로 비추어졌기에, 종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극력 낭비를 줄여라, 라는 엄명도 함께 받았지만.


"호―, 이게 호적이라는 놈인가. 확실히 누가 어디에 사는지 일목요연하군"


그런 노력의 결정체인 호적표본을, 키묘마루는 느긋한 얼굴로 읽고 있었다.

고심의 작품이 함부로 취급되는 것처럼 보인 시즈코는 어쩐지 낙담해버렸다.

하지만, 애초에 호적 초본, 등본도 주소도 전국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니,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애초에 촌장을 뿌리로 해서 가족마다 갈려져나가 개인은 이파리로서 관리하는 나무 구조의 정보를 일괄 관리하기 위한 서류니까. 그러니까 소중하게 다뤄 줘. 자칫 잘못하다간 영주님의 벼락이 떨어질 거야"


"그건 무섭네. 맞다맞아, 잊기 전에 말해두지. 미안하지만 숯을 팔아주지 않겠어?"


"숯? 괜찮은데, 왜 갑자기?"


키묘마루의 말에 시즈코는 이상하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즈코는 니사쿠의 마을에서 벌채한 나무를 일시적으로 보관하여, 건조시킨 후에 숯을 만들었다.

일부러 마을 한 구석을 사용해서 목재를 보관한 것은, 연료로서 숯이 필요했던 것은 물론이지만, 사실은 목초액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목초액은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대용품이 되는 것 외에 물을 정화하는 작용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효과는, 과학적인 분석 결과 알게 된 것이다. 옛날에는 숯을 구울 때 생긴 목초액은 산림에 그냥 흘려버리는 상태였다.

하지만 흘려버리는 상태였던 덕분에, 나무의 성장이 촉진되거나 하천의 물이 정화되었던 것이니 아이러니라고밖에 할 수 없다.


농약적인 용도로서는 해수, 해충에 대한 기피제, 퇴비의 발효 촉진제나 쓰레기 처리용 소취제 등으로서도 쓰인다. 생활을 질을 향상시키는 용도로서는 입욕제로서 사용하여 소취, 살균, 소독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애초에 목초액은 성분에 편차가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변이원성의 것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취급에도 어느 정도 주의가 필요하기에, 과도한 기대는 할 수 없는 물건이다. 기껏해야 효과가 있으면 이득,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시즈코의 숯은 연기가 거의 안 나오더군. 모양도 균등하게 잡혀있으니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것이겠지. 내 것은 연기가 나오고 모양도 나쁘니까"


(그건 그냥 불완전 연소상태일 뿐인게……)


건조한 나무를 불 속에 넣기만 해서는 숯을 만들 수 없다.

새카만 숯처럼 보여도 단지 산화한 것 뿐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숯처럼 탄화되어 있지 않다.

그 두 가지는 겉보기가 닮았을 뿐이지 내용물은 전혀 다른 것이다.

키묘마루가 쓰고 있는 숯은 단지 태우기만 한 것을 재이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충 만든 조악품인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응, 뭐 좋아"


숯은 그럭저럭 여유가 있었기에 키묘마루에게 팔아도 문제없다, 고 생각한 시즈코는 승락했다.




4월이 되고 조금 지났을 무렵, 시즈코는 어떤 것을 수확하러 산에 올랐다.


"그럼, 봄의 표고버섯 수확날입니다…… 아무도 없지만"


그것은 봄의 표고버섯이다. 원래 표고버섯은 봄과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버섯이라 하루코(春子)라고 불린다.

초봄에 생기는 버섯은 종류가 적기 때문에, 하루코는 봄의 맛거리로서 즐기는 것이다.


"오, 좋은 느낌으로 자랐네. 이야, 아야 짱이 화내길래 급거 확장했는데…… 나쁘지 않네"


시즈코는 애초에 개인이 소비할 정도의 양밖에 생산할 생각이 없어서 재바장은 상당히 대충 만들어졌었다.

일조량은 조절되지 않고, 게다가 울타리도 없어서 멧돼지가 먹기도 했다. 그래서 원목의 수는 많았지만, 수확할 수 있었던 양은 백몇십개라는 결과였다.

아야에게서 단단히 설명을 듣고, 노부나가로부터 '표고버섯을 증산해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시즈코는 겨우 표고버섯이 고급품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로부터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빴다. 원목을 대량으로 입하하여, 그것을 늘어놓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일조량을 조절하기 위해 주위의 나무를 베고, 나아가 멧돼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했다.

너무 밀집시키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몇 개인가의 블록으로 나누어 재배하기로 했다.


키노코마치(버섯마을)의 사람들과는 별도로, 시즈코가 가지고 있는 표고버섯 재배 블록은 세 개다.

하나만 조금 떨어져 있지만 대부분은 밀집되어 있기에 멧돼지가 종종 먹으러 온다.

대부분은 울타리로 막을 수 있지만, 무리하게 넘으려고 해서 울타리가 파괴되어도 곤란하기에, 유도용으로 몇 개인가의 원목을 울타리 밖에 놔두었다.


"이건 못쓰겠네…… 이건 아직 작네. 이쪽은 오케이―"


원목의 표고버섯은 모두 자라 있는 건 아니었다. 못쓰게 된 것, 작아서 채취 시기가 아닌 것도 있다.

병이 들거나 한 표고버섯은 전부 떼어내서 적당한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묻었다. 그 이외에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을 사슴가죽으로 만든 숄더백에 넣었다.


사슴을 처리할 때마다 쌓여간 가죽이지만, 가죽은 무두질하지 않으면 쓸 수 었다.

무두질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현대에서도 주류가 된 방법은 크롬 무두질과 탄닌 무두질이 있다. 하지만 크롬 무두질은 다종다양한 약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채 기름을 사용하는 백무두질이나 식물 탄닌을 사용하는 탄닌 무두질이 선택지로서 남는다. 유채 기름은 달리 쓸 곳이 있기에, 여기서는 탄닌 무두질을 했다.

가죽에서 피혁이 되기까지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반년 이상, 식물 탄닌 무두질 용해액이 든 통에 담궈놓아야 한다.

그 동안 탄난의 농도를 서서히 높여갈 필요가 있었다.

다소 손이 가는 탄닌 무두질 피혁이지만, 크롬 무두질 피혁에 비교하면 신축정이나 탄성은 적어도 견고하고 가소성(변형되기 쉬운 성질)이 있어 성형에 적합하다.

따라서 가방 등을 만드는 데 적합하여, 시즈코도 가죽을 사용한 숄더백이나 배낭을 만들었다.

가방의 이점은 뭐라 해도 손이 자유롭다는 것이리라.

보자기 등은 부정형의 물건도 쌀 수 있지만, 반면에 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손이 막혀 버린다.

따라서 산을 오를 때에는 보자기보다도 양 손을 쓸 수 있는 배낭 쪽이 유리한 것이다.


버섯을 수확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부스럭 하고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카이저와 비트만, 그리고 쾨니히가 있었다.

세 마리 모두 시즈코를 발견하자 그녀에게 다가와서 아양부리는 목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볐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주위를 과할 정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 어, 혹시 영역에 뭔가가 침입했나……?)


그것을 이해한 순간, 시즈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하지만 사람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비트만들의 표정을 보니, 누군가가 산 속에 들어온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영역을 어지럽히는 상대를 쫓아내기 위해 산에 들어와서 도중에 시즈코를 발견한 것이리라.


시즈코는 숄더백에서 목간을 꺼내 숯으로 아야 앞으로 편지를 썼다.

내용은 '산에 침입자의 흔적이 있음. 만약을 위해 병사 파견을 요청함'이었다. 그것을 쾨니히에게 묶은 후, 수화 비슷한 사인으로 그에게 명령했다.

잘 전달된 듯, 쾨니히는 한 번 끄덕이더니 방금 온 길을 되돌아갔다.


카이저와 비트만을 데리고 시즈코는 표고버섯 밭을 향했다.

봄의 산나물은 다른 산에서도 채취할 수 있으니 일부러 산 속에 들어와서 찾을 필요성도 없다. 그렇다면 침입자의 목적은, 이 산에만 존재하는 표고버섯 밭일 거라고 시즈코는 예측했다.

말린 표고버섯은 명나라에 대한 주요 수출품이다. 바구니 가득 가지고 돌아가면 상당한 자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두번째의 표고버섯 밭에 도착한 시즈코는 우선 주위의 상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딱히 어지럽혀진 흔적은 없었고, 크게 자란 표고버섯이나, 지금부터 성장할 표고버섯이 원목에 한가득 나 있었다.


(두번째의 표고버섯 밭은 괜찮네.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세번째의 표고버섯 밭일까……?)


시즈코는 세 군데 있는 표고버섯 밭 중에서 가장 환경이 좋지만, 마을에서 좀 지나치게 멀리 떨어진 마지막 표고버섯 밭으로 향했다.

이윽고 세번째의 표고버섯 밭의 코앞까지 왔을 때, 카이저가 약간 낮게 으르렁댔다.

역시 누군가 있다, 그렇게 이해한 시즈코는 살금살금 다가가쎠다.


이윽고 그들은 멧돼지를 막기 위한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의 문은 풀과 나무로 간소하게나마 묶여 있었을텐데, 예리한 날붙이로 깨끗하게 잘려 있었다.

시즈코는 부근에 있는 풀과 나무를 모아서 그것들을 나무에 단단히 감고, 막대기를 물려서 비틀었다.

유일한 출입구를 막은 후, 시즈코는 울타리를 따라 바깥쪽으로 돌며 상황을 관찰하면서, 이걸로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군자는 위험한 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지. 상황을 살피는 정도로만 하자)


발소리를 죽이고 시즈코는 표고버섯 밭 안쪽을 관찰했다. 그러자, 밭 안쪽에서 살금살금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서 방심하고 있는지, 그 인물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괴이한 장소로다. 어째서 벤 나무를 늘어놓은 거지. 그리고 이건……"


생각의 바다에 잠겨 있는지, 목소리의 주인은 비트만들의 낮은 으르렁거림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혼잣말을 계속했다.

시즈코는 비트만들에게 목소리를 죽이도록 명령한 후, 다시 한 번 주위를 관찰했다.

시즈코는 가까운 울타리에 뭔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대신창(大身槍)으로 분류되는 긴 찬이었다.

무기를 손에서 놓다니 어지간히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바보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주위를 계속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침입자 이외의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카이저나 비트만이 반응하지 않는 걸 보니, 침입자는 혼자라고 생각해도 틀림없으리라.


(길이는 5에서 6미터 정도………… 어라?)


창 쪽을 보니, 통(樋, 날 중앙의 홈)에 뭔가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자루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고 그녀가 생각한 순간, 멀리 뒤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즈코 님―!!! 무사하십니까―!"


니와(丹羽)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수십명이나 되는 발소리나, 갑주가 스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마도 침입자라고 하니 상당한 숫자의 병사를 데리고 온 것이리라.

그리고 시즈코에게 들렸으니, 당연하지만 침입자에게도 들렸다.


"헛!"


쭈그리고 있던 침입자가 목소리에 반응하여 일어섰다.

그 인물에게 동요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곧장 창을 잡으러 발길을 돌렸다.

순간, 비트만이 크게 포효했다.


"뭐, 어, 헛!"


그것은 개처럼 요란하게 짖는다기 보다, 어딘가 최후 통첩을 들이대는 듯한 결연한 포효였다.

늑대는 개와 달리 거의 짖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큰 소리로 짖는 것 같이 눈에 띄는 행위는 자신의 몸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고의 울음소리나, 일본늑대처럼 멀리서 짖는 습성이 없을 경우, 기본적으로 늑대는 침묵한다.

따라서 회색늑대인 비트만이 짖는 이유는, 침입자에 대해 '내가 상대다, 지금부터 네놈을 사냥하겠다'라고 고하는 것과 동시에, 무리에 대해 전투의 개시를 알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걸 보고, 시즈코는 비트만보다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늑대의 무리의 리더이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가족인 비트만들을 지키려는 마음 쪽이 강했다.

그래서 무모하다는 건 이해하면서도, 그녀의 발은 앞으로 나섰다.


한편, 의식 밖에 있던 방향에서 갑자기 늑대의 포효가 들려왔기 때문에, 침입자는 순간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하며 발을 멈춰 버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이 떨고 있으면서도 양팔을 벌리고 있는 시즈코와, 이빨을 드러낸 늑대 두 마리였다.

아무래도 완전히 예상 밖이었는지, 침입자는 패닉을 일으켰다.


"뭐, 뭐, 뭣! 무엇을!"


그리고 그 이상, 침입자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몇 발의 화살이 발 앞에 꽂혔다.


"움직이지 마라"


겨우 도착한 니와를 포함한 오다 군의 병사들에게, 울타리 너머로 주위를 완전히 포위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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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

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28 1567년 3월 중순



노부나가의 싸움은 바뀌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미노(美濃) 공략에 관여한 자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나쁘게 말하면 기세를 몰아서의 강행 돌파가 많았다. 그 자체는 보편적인 전술이며, 추세를 결정하는 훌륭한 방책이라 할 수 있다.

전쟁에서 기책(奇策, ※역주: 기이한 책략)만으로 승리하는 경우는 드물고, 최종적으로는 반드시 정면에서의 총력전이 된다.

문제는 그것을 행할 타이밍이다. 그 타이밍이 잘못되면, 아군만 피해를 입고 끝나게된다.


"군사를 예의 장소까지 물려라"


"예, 옛!"


노부나가가 지시한 것은 결코 많지는 않다.

성을 지키는 무장이 혈기왕성한 상대라면, 강행 돌입을 하여 일부러 패퇴한 듯 군사를 물린다.

그러면 상대방이 취할 선택은 대략 두 가지가 된다. 하나는 승리했다고 생각하고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끝날 뿐.

그리고 또 하나는, 더욱 상대에게 피해를 주려고 공격하러 나오려고 한다.

후자의 경우라면 횡재한 것이다. 견고한 성의 보호에서 빠져나와, 무방비한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 주는 것이니까.


"화살을 쏘아라"


"옛!!"


감쪽같이 유인당한 된 무장은 위지(囲地)라고 하는, 적을 공격하는 데 절호의 지형으로 유인되었다.

노부나가 측은 높은 곳에서 활을 안전하게 쏴댈 수 있고, 적장 측은 도망칠 장소가 한 곳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당연하지만 적장 측은 무장도 포함해서 패닉에 빠진다. 하지만 퇴로에는 노부나가 측의 병사가 매복해 있어, 퇴각은 성공하지 못하고, 멈춰서는 아군과 속속 퇴각해 오는 병사와의 사이에 정체가 일어난다.

이렇게되면 싸움은 일방적이다. 화살이 아니라도 바위나 쓰러진 나무 등을 집어던지는 것만으로, 재미있을 정도로 적병을 쓰러뜨릴 수 있다.


"주, 주군!! 뒤는 잡병이 쇄도하여 도망칠 수 없습니다! 아, 앞에는 오다 군이 버티고 있습니다! 우, 우리는 포위되어 버렸습니다!"


"크윽! 병사를 물린 것은 이 때문이었나! ……무사한 자를 모아서, 오다 군 쪽으로 정면 돌파를 꾀한다!"


이렇게 외친 적장이지만, 그 작전이 실행에 옮겨지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마치 타이밍을 잰 것처럼, 적장에게 무수한 화살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수십 대나 되는 화살이 적장의 목이나 가슴, 팔이나 다리에 꽂혔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그는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물론 항상 이렇게 잘 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생각대로 전과를 거두지 못하고 피해만 입고 있었다. 시원찮은 전황에 노부나가가 분노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그는 대담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잘 되고 있군"


그 뻔뻔하기까지 한 태도는 그야말로 태연자약을 체현하고 있었다.

허세를 부리고 있는 듯 생각되었지만, 국소적인 승패에 고집하지 않고 대담하고 병사를 운용하여, 최후에는 승리를 거두었다.

분노나 초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심으로는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애초부터 불 같은 성격의 노부나가는 애써 냉정한 태도를 취하려고 부심하고 있었다.


불리한 상황일수록 뻔뻔하게 웃는다.

이것이 노부나가가 하고 있는 일이었다. 얼핏 보면 단지 허세를 부리고 있는 듯 보이리라.

그러나 그는 묵직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피아의 '불안'이라는 감정을 컨트롤하려고 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성가신 것으로, 얼마만큼 부정할 수 있는 재료가 있더라도 완전히는 불식시킬 수 없고, 작은 불안의 씨앗이 싹터 자라간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자군의 '불안'을 가능한 한 제거하고, 반대로 적에게는 불안이나 불안의 근거가 되는 의심의 씨앗을 뿌렸다.


어떤 역경에 몰리더라도, 지휘관이 부하 앞에서 동요하면 사기는 떨어져 버린다.

그와 마찬가지로 노부나가가 잘 안 풀릴 때 마구 화풀이를 해 대면, 그건 부하에게 쓸데없는 '불안'을 주게 된다.

그렇기에 노부나가는 '무신경할 정도로 매사에 동요하지 않는 투장(闘将)'을 이미지하고, 사태의 경중이나 길보, 흉보에 상관없이 항상 예상 범위 내의 사태인 듯 당당한 태도를 취하기로 했다.

이게 의외로 효과를 거두어, 무장들은 물론, 아시가루들도 용기백배하게 된다.


반대로 적에게는 적극적으로 '불안'을 조장하는 책략을 도입했다.

함락시킨 성의 잡병에게서 갑주를 벗겨서 그걸 간자에게 입혀., 어딜 봐도 성에서 도망친 듯한 분위기를 풍기게 했다.

당초에는 그대로 '불안'을 선동할 만한 보고를 시키려고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약하다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그래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더욱 효과적인 수단을 모색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사실도 전하지 않는 보고', 즉 의도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를 생략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보고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말이나 벌어진 일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 쉽다. 설령 그것이 거짓이라도, 보고를 받은 사람이 받아들이기 쉬운 스토리라면 사람은 그렇게 해석한다.

따라서 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자의적인 사고 유도가 가능하다.  그리고 간자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을 뿐, 거짓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혐의를 받을 일도 없다.


예를 들면 간자에게 "노부나가는 다음 성을 향해 진군중"이라고 보고하게 했다고 하자.

얼핏 보면 보통의 보고로 보인다. 하지만 이 보고는 중요한 부분이 일부러 빠져 있다.

노부나가가 진군중, 이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거느리는 무장이나 병력 등 규모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다.

당연히 일개 병졸의 보고를 그대로 믿을 무장은 없다. 진형이나 병력에 대해서도 묻게 되겠지만,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고 말하면 되고, 그러면 추가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척후를 보내려고 하리라. 하지만 이것은 판단에 요구되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나(예를 들면 바로 근처에 노부나가가 와 있는 등), 그 정보를 뒷받침할 증거를 무장들에게 발견하게 하는(예를 들면 실제로 노부나가의 군세가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등) 것으로 판단을 부채질할 수 있다.

그들은 지금이 천재일우의 찬스라고 착각하고, 노부나가의 등 뒤를 급습하려고 부대를 파견한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이끌고 있는 군은 기마병으로만 구성된 속도 우선의 미끼이며, 유인된 적군의 등뒤를 본대가 급습한다. 그리고 적의 움직임이 멈췄을 대 노부나가의 부대도 반전하여 협격한다.


치명적인 실책을 깨닫고 보고자를 질책하려고 해도, 그 때에는 당사자는 모습을 감추었으니 자신의 불운을 저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간자에게는 연기력과 담력 이외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경우의 재치 등 높은 능력이 요구되므로, 인재 확보가 금후의 과제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시험 단계이지만, 노부나가는 새로운 진형도 도입했다. 밀집진형, 소위 말하는 팰랭스(Phalanx, ※역주: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밀집보병 진형).

그렇다고는 해도 지중해나 마케도니아 식처럼, 정예에 의해 구성된 진형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인원도 적어서 총 30명에서 40명 정도다.

그리고 5명을 한 줄로 삼아, 맨 앞줄이 볼품없는 나무판자로 만든 몸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방패를 들고, 2번째 줄부터 뒤로 20명 정도가 노부나가가 개발한 장창을 손에 들고, 맨 뒷줄에 크로스보우를 든 병사를 몇 명 배치했다.

진형을 구성하는 병사들은, 처음 겪는 진형에 당황하고 놀라 삐걱대고 있었다.

그래도 전장에서 죽음을 가까이 느꼈기 때문인지, 몇몇 부대는 운명 공동체로서의 연대감을 발휘하여 하나가 되어 공격하고 있었다.

맨 앞줄이 상대의 화살을 막고, 접근해 오는 적병에게는 장창이, 성 가퀴(※역주: 성벽 등에 만들어진 화살을 쏘는 구멍)로부터의 공격에는 크로스보우가 대응했다.

중간 규모나 대규모의 산성이 아닌 한, 자연의 지형을 이용하여 산의 곳곳에 울타리, 해자, 흙벽을 쌓는다는 정도의 방어 설비밖에 없는 장소에는, 팰랭스처럼 집단이 한 덩이가 되어 혈로를 여는 전술은 일정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밀집진형의 숙련도를 올리는 게 금후의 과제로군, 요시나리"


"옛. 아까 최종 방어선을 돌파하여, 현재 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좋아, 잘 했다. 밀집진형의 병사들을 물려라. 그리고 아시가루들도 물려라. 남은 건 잡병들만으로 충분하겠지"


그 말대로, 이미 산성은 함락 일보직전 상태였다.

이미 산꼭대기로부터 검은 연기가 몇 개나 올라가고 있었다. 그게 노부나가측의 잡병들이 불을 지른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산성의 사람들이 자포자기하여 불을 지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에 대해 흥미가 없었던 노부나가는 연기를 한 번 본 후, 모리 요시나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다.


"남은 성도 이 기세로 함락시킨다"


"옛!"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모리 요시나리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볼에 한 줄기 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서웠다. 남만과 명나라의 지식을 자기 속으로 흡수하고,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여 전과를 올리는 노부나가가.


(……영주님께서는 그것을 습득하여, 이렇게 실천하고 계신다. 시즈코 님의 지식도 놀랍지만, 역시 영주님의 천품(天稟)에는 미치지 못할 지도 모르겠군)


병법서, 아야로부터의 보고, 키묘마루로부터의 보고, 그 외에 시즈코로부터 직접 흘러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

그것들 중에서 내용을 취사선택하여, 합리적인 형태로 실현시키는 노부나가에게 모리 요시나리는 무의식중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소심한 놈이라 비웃음당해도 좋다. 나는 영주님이 두렵다. 대체 이 분은 어디까지 거대해지실 것인가)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의 등을 보았다.

보기에는 보통 사람의 등으로밖에 보이지 않을텐데, 어째서인지 모리 요시나리의 눈에는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크고 무섭게 보였다.




한편, 전장에서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한적한 농촌 지대에 있는 시즈코는, 슬슬 비밀병기 1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밭갈이에 쓰는 '하네쿠리 빗추(※역주: はねくり備中, 삽과 쇠스랑을 합쳐놓은 듯한 농기구의 일종. 참고 링크: http://doyano.sytes.net/oyaku/hanekuri/index.html)다.

종래의 밭갈이 작업은 곡괭이나 쇠스랑을 사용하여 앞으로 숙이고 작업하기 때문에 허리를 다치기 쉽다.

그래서 서서 작업할 수 있는 하네쿠리 빗추를 사용하여 작업 효율을 향상시키고 허리의 부담을 줄이려고 생각했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흙을 갈기 때문에 힘도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타이쇼(大正) 시대(※역주: 1912년~1926년)에 개발되어 쇼와(昭和) 초기(※역주: 1927년~)부터 쇼와 40년대(※역주: 1965년~1974년)까지, 밭갈이라고 하면 하네쿠리 빗추를 써서 논밭을 가는 것, 이라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한 명에 하나씩 줄 여유는 없지만, 각 마을에 30개 정도 배포할 수 있는 숫자는 생산할 수 있었다.


"농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면 되니까 괜찮은데…… 호적 쪽이 문제네. 역시 처음부터 만드는 건 방대한 작업이구나"


호적 쪽은 아직도 정리중이었다. 애초에 호적을 만들려면, 먼저 주소를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는 주소 뿐만이 아니다. 가족 구성을 남편과 아내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상태도 문제였다.

전국시대, 싸움터에서 돌아왔더니 자식이 늘어 있었다, 라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남자 쪽은 딱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자식이 늘어난 것을 기뻐할 정도였다.

물론, 모두 원만하게 풀리는 건 아니고 아내의 간통을 의심하여 추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족이 늘어나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 애매한 사고방식으로는 중요 군수 거점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생긴다. 타국의 스파이, 즉 간자의 개입을 허용해버리는 것이다.

남편이 전쟁 등으로 집을 비웠을 때, 아내가 간자와 간통하여 비밀을 흘리거나 하면 큰 문제이다.

그것만큼은 아무리 시즈코라도 용납할 수는 없었다. 호적의 정비도 간자 대책의 하나이지만,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시즈코가 가진 농업기술이 노부나가의 심복에게 '널리 퍼진' 상태가 될 때까지, 극력 외부와의 접촉을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언젠가 시즈코의 농업 기술은 타국도 알게 될 것이고, 생산량 증가를 위해 도입할 것이다.

그 때, 시즈코 혼자만 기술을 쥐고 있는 상태로는 이런저런 문제가 생긴다.

농업 기술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시즈코라는 것을 타국이 알게 되면, 그들은 오다 가문의 세력을 깎기 위해 시즈코의 암살을 꾀할 것은 확실하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작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노림받고 살해당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 때문에 '시즈코 혼자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 단계인 '불특정 다수의 백성이 알고 있는' 상태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그 상태가 되면, 시즈코 한 명을 암살해도 큰 효과는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녀는 꾸준히 기술을 주변에 퍼뜨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은 '최저 수준의 향상'이라는 부국 정책에 가까웠다.

농업 기술은 시즈코의 마을을 기점으로 부채꼴로 퍼져나가, 이윽고 오다 영토의 백성 모두에게 알려진다.

그렇게 되면 오다 영토는 전국시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확량을 자랑하는 나라가 된다.

'최저 수준의 향상'의 가장 무서운 점은, 기점이 된 장소를 없애버려도 이미 의미가 없는 점이다.

이미 영토 내에 퍼진 상태에서 시즈코의 마을을 공격해도, 그걸로 오다 영토 전체의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뿌리내린 지식을 근절시키려면, 영민을 한 명도 남김없이 몰살시키고 모든 기록을 파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다 가문을 멸망시킬 필요가 있으며, 오다 가문의 전력을 깎기 위해 오다 가문을 괴멸시켜야 한다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뭐, 한탄해도 소용없나. 그보다 전력의 방법은, 파발 이외에는 없으려나"


파발꾼을 하루에 몇 번이나 쓰는 건, 아무래도 비용이 지나치게 든다.

좀 더 간편한 방법으로 정보의 전달을 할 수 없을까,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이, 시즈코―, 놀러왔다―…… 으악! 깜짝이야……"


팔짱을 끼고 생각하고 있자니, 현관에서 키묘마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중에 비명이 섞였기에, 시즈코는 무슨 일인가 하고 빠른 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했다.


"왜 그래―?"


그렇게 말하며 현관을 내다보니, 카이저와 쾨니히가 키묘마루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하지만 시즈코를 발견하더니 두 마리는 놀라는 키묘마루를 내버려두고 꼬리를 흔들며 시즈코에게 달려왔다.

두 마리 다 시즈코 앞에 앉아서, 바닥을 쓸듯 꼬리를 크게 흔들었다.

이것은 무리의 상급자에 대해, 최대한의 애정과 경의를 표할 때 나오는 동작이다. 말로 하면 '뭐든지 명령해 주십시오!'이다.

그걸 이해한 시즈코는, 그러고보니 요즘 바빠서 비트만들에게 별로 신경써주지 못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외로우니까 신경써줘 신경써줘'라는 느낌이리라. 이래서는 비트만들에게 스트레스가 쌓여, 몸에도 마음에도 좋지 않다.


"좋―아, 어차피 내일 해도 되니까, 오늘은 일은 관두자. 카이저, 그거 가져와"


시즈코는 카이저 앞에서 어떤 동작을 취했다. 그게 뭔지 이해한 카이저는, 즉시 일어나서 그것을 가지러 갔다.

그걸 본 후, 시즈코는 자주 쓰는 개피리를 불었다. 내용은 '전원 집합'이다. 기다렸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이 비트만들은 금방 모여들었다.

모두 시즈코를 보자마자 입을 핥으며 '너무 좋아요' 어필을 했다. 이래저래 일이 쌓여 신경써주지 못한 것을 사과하듯이, 시즈코는 조금 요란하게 그들의 몸을 쓰다듬었다.

모두 모였을 때 카이저가 부탁한 것을 입에 물고 돌아왔다.

그것은 원반 모양, 소위 말하는 프리스비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녀는 그걸 받아들고, 아직도 멍해 있는 키묘마루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카이저네랑 놀 건데, 키묘마루 군도 같이 할래?"


약간 움츠러들었지만, 무서운 걸 도리어 보고 싶은 마음에 키묘마루는 작게 끄덕였다.




노부나가는 본진을 갖추고 잠시 쉬고 있었다.

현재 공격하고 있는 성은 이미 함락 직전. 그리고, 이 다음에 공격하려고 예정했던 성으로부터 투항하겠다는 사자가 왔다.

노부나가의 진영은 큰 병력 손해가 없어 순조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다.

하지만 사이토 타츠오키(斎藤龍興)가 있는 이나바(稲葉) 산성을 함락시키지 않는 한 그는 안심할 수 없었다.

노부나가는 그것을 위한 비밀병기 중 하나인 크로스보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요시나리, 이 크로스보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노부나가는 곁에 있던 모리 요시나리에게 질문했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 노부나가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위력은 강합니다. 하지만 시위를 당기는 데 도구가 필요하여, 그 때가 빈틈투성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흠, 역시 시위를 당길 때가 문제인가"


애초에 노부나가는 시즈코로부터도 '시위를 당기는 시간이 길다'는 경고는 받았다.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는 시험적으로 싸움에 도입했던 것이다.

결과는 시즈코의 경고대로였다. 노부나가는 화승총, 화궁, 그리고 크로스보우를 머릿속에서 비교했다.


유효사정거리가 가장 긴 것은 화궁, 다음으로 크로스보우, 마지막으로 화승총.

연사능력도 화궁, 다음으로 크로스보우, 마지막으로 화승총.

제조 비용은 압도적으로 크로스보우가 싸고, 다음으로 화궁, 마지막으로 화승총.

위력은 화승총이 압도적이고, 다음으로 화궁, 마지막으로 크로스보우.

유지비는 흑색 화약을 소비하는 화승총이 압도적으로 높고, 다음으로 화궁, 마지막으로 크로스보우.


"……요시나리, 문득 생각했는데, 이 크로스보우…… 화살을 얹는 곳에, 다른 것을 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크로스보우에는 나무로 된 받침대가 있어, 그곳에 화살을 얹고 발사하도록 되어 있다.

시위를 받아내야 하는 점도 있어,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평탄한 부분이 있었다. 노부나가는 그 위에 화살 이외의 무언가를 얹을 수 없을지 생각했던 것이다.


"옛, 확실히 다른 것을 얹을 수 있을 듯 합니다만…… 얹을 수 있는 것이 상당히 제한될 듯 합니다"


"상관없다. 놈(사이토 타츠오키)을 기겁하게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이 시위를 당기는 기구, 이것도 다른 뭔가로 대용할 수 없으려나"


말하면서 노부나가는 기구를 사용해 현을 당겼다. 힘을 쓰는 게 이 때 뿐이라고는 해도 답답한 시간이었다.

난전으로 들어가면 이 시간은 사활문제. 하지만 시위를 느슨하게 하면 위력이 떨어진다. 위력을 낮추지 않으면서 시위를 당기는 시간을 짧게 하는 방법은 없을지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게다. 화살을 33간(※역주: 1간은 약 1.818m, 즉 33간은 약 60m) 날릴 수 있는 숙련자를 10명 모으기보다, 이 크로스보우의 결점을 극복한 것을 100개 준비하는 편이 훨씬 쉬우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크로스보우를 봤지만, 역시 해답이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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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