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6 1567년 5월 상순
그 후, 미카와 무사들은 니와의 저택을 물러나 귀로에 올랐다.
그리고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말을 걷게 하여 미카와를 향했다. 가운데에 타다카츠, 오른쪽이 야스마사, 왼쪽이 마사시게, 주위를 그들의 부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가운데의 타다카츠는 생기가 없이 흐린 눈을 한 채로 입을 다물고 있어, 마치 장례식 같은 무거운 분위기를 주위에 흩뿌리고 있었다.
"자자, 기운을 내라"
잠시 말없이 말을 걷게 하고 있던 세 명 중에, 처음으로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야스마사였다.
그는 앞을 향한 채로 옆에 있는 타다카츠에게 말을 건넸다.
"으, 음…… 뭐, 뭐어 공동재배가 성립되면, 7일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치게 되지"
만약 오와리 국의 노부나가와 미카와 국의 이에야스가 공동재배에 합의할 경우, 미카와 측은 타다카츠를, 오와리 측은 시즈코를 대표자로 임명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공동재배라기보다, 시즈코가 양산하기 위한 재배방법을 확립하고, 그것을 타다카츠가 미카와 국으로 가져갈 뿐이지만.
"소생은 학문이 없기에, 여차할 때는 잘 부탁한다"
"뭐어, 그 여자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뭣보다…… 그렇군, 그 여자가 남을 속일 인물로는 생각되지 않아"
동조하듯히 마사시게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다카츠가 반한 여자라길래 어떤 여걸인가 하고 흥미가 생겨 그를 따라왔던 두 사람이었는데, 만나보니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아무리 봐도 흔한 시골 처녀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좋게 말하면 순박, 나쁘게 말하면 어벙해 보이는 어린 계집애라는 게 그들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시즈코 님은 그런 짓은 하지 않아. 그 분의 마음은, 맑은 물처럼 깨끗하고 어머니 같은 자애로움을 아낌없이 주는 햇님처럼 빛나고 있다"
"……뭐어, 네놈이 그걸로 좋다면 상관없다……만"
"당면의 과제는, 어떻게 주군을 설득하느냐로군"
"뭐, 그건 우리들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우리 주군과 오다 오와리노카미 님께서 어떻게 결정할지다"
맞아맞아, 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야스마사는 가벼운 분위기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 때까지 무공을 세워서 어엿한 무사가 되기라도 하면 그 여자도 돌아볼지도 모르지 않겠어?"
"그거다!"
예상 이상으로 큰 타다카츠의 목소리에 야스마사와 마사시게, 주위의 부하들이 기겁했다.
하지만 타다카츠는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두 손을 힘껏 움켜쥐면서 말했다.
"소생이 강해져 무훈을 세워서 입신출세하면 되는 거다! 음, 그렇게 정했으니 특훈이다!"
"아, 아니, 그……?"
폭주하고 있는 타다카츠에게 말을 건 야스마사였으나, 이미 그의 목소리는 타다카츠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타다카츠는 말을 갑자기 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이놈들아! 서둘러 미카와 국으로 돌아가자―!"
"호, 혼다 님―!?"
혼자 폭주하는 타다카츠를 몇 명의 사람들이 당황해서 쫓아갔다. 야스마사와 마사시게를 지키는 부하들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야스마사와 타다카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버려둬라……"
피곤한 듯 한숨을 쉰 후, 야스마사는 동요하는 부하들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내용을 알 수 없다고는 해도,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를 살짝 엿본 아야는 그걸 어떻게 보고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뭐가 쓰여 있는지 알 수 없는 책을 소유하고 있다'는 보고밖에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모리 요시나리의 대답은 지극히 간결했다.
'당분간 감시는 관두고, 시즈코 님의 잔심부름에 진력하라. 그리고 시즈코 님의 소유물은 모두 돌려드리도록'
내용에 곤혹스러워한 아야였으나, 겨우 간자 한 명 정도에게 모리 요시나리나 노부나가가 모든 걸 이야기할 리가 없다.
따라서 노부나가의 뜻을 전한 모리 요시나리의 두 마디째 말은 '잔심부름에 진력하라'였다.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서 정보를 억지로 듣는 것보다, 상담이라는 형태로 기술을 끌어내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자신이 이어받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이해했다.
얼핏 보면 노부나가는 이익만을 향유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이 타국에 유출되거나, 자신의 영토를 노림받거나 하는 디메리트도 받고 있다.
오히려 더욱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시즈코 쪽이다.
그녀에게는 노부나가의 비호 아래, 표면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만 일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전국시대의 세상에서 여성 혼자 의식주의 불편 없이 안온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은 얻기 힘든 것이었다.
설령 목숨을 노림받더라도, 노부나가가 그녀 앞에 나서서 대처해주는 덕분에 고생하지 않고 몸을 지킬 수 있으므로.
모리 요시나리는 아야에게 명령을 내린 후, 노부나가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하러 그의 거성으로 발을 옮겼다.
"시즈코가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계획은 순조롭더냐"
보고하러 온 모리 요시나리에게 노부나가는 입을 열자마자 그렇게 질문했다.
"옛,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함부로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만, 저번의 대답은 '양호'라고 하였습니다"
"그런가, 순조로운가. 크큭, 하여튼 녀석에게는 항상 놀라고 있지만, 이 계획은 나조차 간담이 서늘했노라. 설마 내 밑으로 왔을 때부터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니"
"저도 재료에서 뭐가 만들어질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성공하면, 그녀가 후하게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가진 자들도 입을 다물겠지요"
시즈코는 오와리 후다이슈(譜代衆, ※역주: 대대로 한 가문을 섬기는 신하들)인 모리 요시나리의 휘하에 있지만, 실제로는 노부나가의 직신(直臣)에 가깝다.
결국 경우에 따라서는 오다 가문의 친족이나 자식들, 모리 요시나리나 젖형제인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중신인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등의 오와리 후다이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여자에다가 키가 크고(전국시대에는 아무리 미녀라도, 키가 크다는 것만으로 추녀로 취급된다), 게다가 혼인을 하지 않은 노처녀인데도 대우받고 있다, 고 하면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생겨도 이상하지는 않다.
실제로 그녀가 모르는 곳에서 몇 번이나 그녀의 대우에 대해 노부나가에게 직소한 사람들은 있다.
그 때마다 노부타가는 "재주있는 자는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다. 내게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으면 녀석 이상가는 재주를 내게 보여라"고 대답했다.
즉, "불만이 있으면 시즈코가 필요없다고 생갈될 정도의 재능을 내게 보여봐라"라는 것이다.
"녀석이 문외불출의 기술을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나, 그 기술을 잇기에 적당한 인재를 모아두어라"
노부나가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그렇게 명한 후, 살짝 술잔을 기울였다.
미노 공략으로부터 1개월 후, 간신히 미노 평정이 정리된 노부나가는 특정한 가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싸움이 아니라, 미노 공략시에 특별히 공을 세운 자들만 모은 위로의 술자리를 여는 것 뿐이었다.
그 관계로 시즈코의 마을 및 주변은 살벌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부름받은 것은 모리 요시나리를 필두로,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 시바타 카츠이에, 타키카와 카즈마스 등, 뒷날의 오다 군을 떠받치는 무장들.
쿠로호로슈(黒母衣衆, ※역주: 오다 노부나가의 친위대 중 하나) 필두인 카와지리 요헤에 히데타카(川尻与兵衛秀降), 아카호로슈(赤母衣衆, ※역주: 오다 노부나가의 친위대 중 하나) 필두인 마에다 마타자에몬 토시이에(前田又左衞門利家), 노부나가의 호위대(馬廻衆)인 후세 토우쿠로(布施藤九郎), 아사히 마고하치로(朝日孫八郎).
미노 공략시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번번이 오다 군을 괴롭힌 지략을 가진 타케나가 한베에 시게하루(竹中半兵衛重治)가 특례로서 참가자에 더해졌다.
쟁쟁한 멤버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이나 참모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가운데,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현실감이 없는 시즈코는 태평한 얼굴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주 요리는, 남만 요리인 덴뿌라(天ぷら)입니다―"
그것은 덴뿌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드디어 유채기름을 채취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그것의 완성도를 확인하려고 생각했다.
기름이라고 하면 튀김요리, 하지만 고로케나 돈까스에 필요한 빵가루를 준비하지 못했기에, 메뉴를 덴뿌라로 변경했다.
"크흐흐…… 생산자만의 특권이네. 대량으로 기름을 쓰는 건, 이 시대에서는 사치니까"
재료는 어패류를 취급하고 있는 항상 드나드는 상인에게서 오늘 아침에 막 잡은 망둥이와 보리멸을 살아있는 상태로 바닷물째로 통에 넣어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직접 준비한 몇 가지의 산나물과 고구마이다.
망둥이는 겉보기에 기분나쁘게 생겼고, 보리멸은 등이 보통 알고 있는 바다 물고기와 다른 색을 띠고 있다, 며 상인은 꺼림칙해했기에 상당히 값싸게 손에 넣었다.
"시즈코 님, 뭘 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진정해 주십시오"
"으, 미안해. 덴뿌라는 오랜만이라…… 오, 좋은 느낌으로 온도가 올라갔네"
전혀 반성하지 않는 말을 하면서 그녀는 재료를 기름 안에 투입했다.
순간, 기름으로 튀기는 소리가 성대하게 울려퍼졌다. 너무나 큰 소리에 평소에 냉정한 아야가 드물게 당황했다.
"시, 시즈코 님! 뭐, 뭔가 엄청난 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진정해, 진정해, 워워…… 그야 튀기고 있으니까, 이 정도 소리는 나거든?"
약간 패닉 상태인 아야를 진정시킨 후, 그녀는 차례차례 튀김옷을 입힌 재료를 기름에 넣었다.
접시에 작은 산처럼 쌓여서 김을 풍기고 있는 덴뿌라를 보며 약간 겁을 먹은 아야는, 쭈뼛거리며 질문했다.
"이것……은?"
"남만 요리 덴뿌라. 기름으로 튀기는 요리야"
"튀김……? 요리는 찌고, 삶고, 굽는 세 종류 뿐입니다만……?"
"아니, 튀기거나 볶는다는 요리 방법도 있어. 뭐 튀기는 건, 보는대로 대량의 기름을 쓰니까, 그렇게 간단히 할 수는 없지만"
"네, 네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이러고 저러는 와중에, 시즈코에 손에 의해 모든 재료는 덴뿌라로 변모했다.
"훗훗후, 이걸로 일본에서 최초로 덴뿌라를 먹은 사람이 될 수 있어!"
"호오, 네놈은 그런 가당찮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느냐"
큰 접시를 하늘높이 들어올리고 있던 시즈코의 움직임이 멈췄다. 녹슨 기계처럼 머리를 움직여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호호호, 과연 영주님의 총애를 받는 만큼, 제법 재미있는 아이로군요"
거기에 있던 것은 즐겁다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노부나가와 낯설은 여성이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 정도, 옷은 화려하지만 결코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머리 모양은 스베라카시(垂髪, ※역주: 여자 머리 모양의 한 가지; 앞머리를 좌우로 부풀게 하고 머리채를 뒤로 길게 늘어뜨림(지금은 황족(皇族)의 정장(正裝) 때의 머리))라는 풍모였다.
명백히 고귀한 신분인 것은 알겠지만, 중요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애초에 근년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여성의 이름이 남는 경우는 드물었고, 설령 남았다고 해도 대부분은 통칭(通称, ※역주: 실명이 아니라 흔히 부르는 별명 등)으로 남는 데 그쳤다. 따라서 시즈코가 여성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냉정함을 되찾은 시즈코는 큰 접시를 가까운 탁자 위에 놓고, 먼지를 털고 그 자리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신분이나 이름을 몰라도, 노부나가와 함께 행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상당히 신분이 높은 여성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시즈코,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저 노란 것은 뭔지 설명하라"
하지만 시즈코의 생각 따위 신경쓰지 않는 노부나가는, 부채로 튀김을 가리키며 그렇게 물었다.
"나, 남만 요리 중 하나인, 덴뿌라이옵니다"
덴뿌라는 남만요리가 조상이지만, '소재에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긴다'는 요리법 자체는, 나라(奈良) 시대나 헤이안(平安) 시대에 쌀가루 등을 튀김옷으로 사용한 튀김 요리가 전래되어, 채소 요리(精進料理)나 싯포쿠 요리(卓袱料理, ※역주: 일본화된 중국식 요리) 등에 의해 일본에서 확립되었다.
한편, 16세기에 남만요리에서 파생된 '나가사키 덴뿌라(長崎天ぷら)'이 등장한다.
이것은 밀가루를 물에 녹여, 설탕, 소금, 술 등의 조미료를 더한 튀김옷을 입혀 기름으로 튀긴다. 튀김옷 자체에 진한 간이 되어 있기에 소금이나 튀김국물 등에 찍지 않고 먹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남만 요리에서 유래된 덴뿌라와 옛부터 있던 튀김 요리가 혼동되어 버렸기 때문에, 옛날부터 기원이나 어원에 혼동이 보인다.
그러한 경위도 있기에, 지금도 서일본에서는 생선살을 으깬 것을 튀김옷 없이 튀긴 것, 소위 말하는 '튀김어묵'도 덴뿌라로 부르는 지역이 있다.
여담이지만 현대의 덴뿌라와 거의 같은 것이 문헌 등의 기록에 등장하는 것은, 간분(寛文) 11년(167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에도(江戸) 막부(幕府)가 열린 것이 케이쵸(慶長) 9년(1603년)인 것을 생각하면 백년 가까이 시대를 앞당긴 셈이다.
덴뿌라의 어원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으며, 어느 설이 올바른지 확실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일설에는 포르투갈어로 사계절의 재일(斎日)을 가리키는 '템포라(tempora)'가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사계절의 재일이란, 계절의 첫 3일 동안 기도와 금식을 하는 로마 교회의 독특한 관습이다.
이 기간 동안, 로마 교회의 신자들은 고기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에, 이 기간 동안에는 생선 등에 밀가루옷을 입힌 요리를 먹었다.
이 요리가 일본에 전해져 '템포라'가 '덴뿌라'가 되었다고 한다.
즉 시즈코의 설명은 미묘하게 틀렸다.
그녀가 알고 있는 덴뿌라는, 나가사키 덴뿌라를 에도(江戸, ※역주: 현대의 도쿄)의 요리사가 '에도의 세 가지 맛'이 될 때까지 개량한 에도 요리이다.
그 조리법이 각지로 퍼져, 최종적으로 전래되었을 때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의 일본 요리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사를 잘 안다고 해도 요리의 역사까지 잘 아는 것은 아니기에, 그녀가 덴뿌라 = 남만 요리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호호호, 남만 요리라니 특이한 것을 만드는구나"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웃은 여성이 노부나가보다 앞으로 나서더니, 그녀는 망설임없이 덴뿌라가 담겨 있는 접시 앞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시즈코, 노부나가나 그보다 뒤에 있던 시녀들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여자는 젓가락을 손에 들고 덴뿌라를 한 입 먹었다.
"……흠, 표면의 것은 씹는 맛이 있는데, 안쪽에 있는 것은 부드럽구나. 두 가지 씹힘맛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식감을 내고 있도다"
"노, 노히메(濃姫) 님! 그, 그런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것을!?"
(노히메라니 노부나가의 정실(正室) 부인이잖아!?)
자기도 모르게 노히메를 바라본 시즈코였지만, 당사자는 주위의 시선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영주님께서 총애하시는 아이가 나를 독살한다는 거냐, 그것도 재미있겠구나. 아이야, 이름은 뭐라 하느냐?"
"으엑! 아, 네! 시즈코라고 합니다!"
"시즈코, 오늘부터 나를 섬기거라"
그게 자연의 섭리인 양, 노히메는 아주 간단하게 문제 발언을 했다.
네라고도 아니오라고도 할 수 없는 시즈코는,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노부나가에게 보냈다.
"시즈코는 줄 수 없다. 이 녀석에게는 아직 시킬 일이 많으니까"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쉰 노부나가였으나,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노히메와의 대화를 즐기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어머나, 남자가 질투하시면 기량을 의심받을텐데요"
"흥, 무슨 말이던 해라. 어쨌든, 네게 시즈코는 줄 수 없다"
노부나가와 노히메, 얼핏 보면 부부 사이는 나빠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분위기에서 볼 때, 시즈코에게 부부 사이는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노히메는 긴장감 있는 대화를 즐기고 있었으며, 노부나가는 긴장감 있는 대화에서 기분좋은 긴장감을 얻고 있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부부 사이는 양호, 하다고도 할 수 있다.
(위장이…… 위장에 중압이……!)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조마조마함의 연속으로, 도저히 안심할 틈이 없었다.
"뭐어 이 아이와는 오래 보게 될 예감이 드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겠지요. 영주님, 소첩에게 이 아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노부나가를 놀리는 것에 만족했는지 노히메는 생긋 웃은 후 주방에서 나갔다.
"곤란한 것 같으니. 시즈코, 나중에 할 말이 있다. 준비해 두거라"
"네, 네"
시즈코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노부나가도 주방에서 나갓다.
"흐―음, 이것저것 질문공세를 받겠지만…… 우선은 덴뿌라를 먹을까―"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는 시즈코는 후에 처절하게 후회하게 된다.
간단히 '네'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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