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8 1567년 5월 상순



지적 호기심에 들뜬 노부나가에게 용서라는 단어는 없었다.

날이 밝기도 전에 강제로 깨워져서,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이것저것 질문공세.

도중에 몇 번인가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날이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전술이나 전략 등의 군사 관계는 물론, 정치나 사회학, 나아가서는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아무래도 전문외라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있지만, 알고 있는 한도에서는 대답한 시즈코였다.

특히 노부나가의 흥미를 끌었던 것이, 중국의 삼국지 시대에서 난세의 간웅으로 불렸던 조조, 역사상 최대의 몽골 제국을 건국한 칭기즈칸,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룩한 5현제였다.

그들은 어떻게 대국을 건국했는가, 어떤 수법으로 대국을 계속 유지하였는가, 외적으로부터 어떤 수단으로 몸을 지켰는가.

병사의 숫자는, 진형은, 무장은, 지휘계통은, 등등 노부나가의 흥미는 끊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세계의 역사를 말만으로 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칠판과 분피필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부나가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어떻게 만들었느냐', '이것은 양산이 가능한 것이냐' 등등 질문공세를 받은 시즈코였다.

그것들을 끝내고 칠판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면서 역사를 설명할 때까지 반나절을 필요로 했다.


(마치 학교의 수업 같아……)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부나가에게 타국의 역사를 설명했다.

한동안 역사 등을 이야기하고 있던 시즈코는, 문득 지금까지의 내용을 되새겨보았다. 그 결과, 그의 흥미는 장르에 따라 편중된 곳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종교는 그야말로 '알아둘 뿐'의 레벨로, 자세히 알려는 기색조차 없었다. 오히려 종교는 어떤 시대에서도 해악이 될 뿐이다, 라고 더욱 종교 혐오를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잊어버리기 전에, 이것에 대해 네 의견을 들어보겠다"


점심때가 조금 지났을 무렵, 노부나가는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다.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소성이 뭔가를 쟁반에 받쳐들고 가져왔다. 노부나가가 그것을 집어들자, 소성은 한 번 인사를 하고 방에서 물러났다.


"네가 만든 크로스보우를, 내 나름대로 개량해 보았다. 네가 볼 때 어떤지, 의견이 듣고 싶다"


"네, 네"


건네어진 크로스보우에 시선을 향했다.

시위를 당길 때 되감기 기구를 이용한 구조에서, 펌프 액션 같은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전상(前床)을 앞으로 당겨보았지만, 상당히 강한 힘이 아니면 당길 수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이즈가 중형과 대형의 중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력을 희생하여 연사성을 높인 타입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시위를 당기는 구조는 이런 형태보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구조 쪽이 적은 힘으로 강한 시위를 당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레버라고 불리는 막대기 형태의 것을 앞뒤로 왕복시켜서 시위를―――"


"그것이다!"


레버 액션의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부나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깜짝 놀란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등을 똑바로 세우고 굳어버렸지만, 노부나가는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턱에 손을 댄 채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화살에 구멍을 뚫어 출혈을 유도하는 구조로 만들었지만, 뭔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렛대의 원리라는 걸 이용하면, 크로스보우의 시위 당김, 장전, 발사를 단시간에 할 수 있다"


"어, 저, 저기……?"


"선마로 일격이탈 전법을 사용하면, 적병의 돌진을 저지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노부나가는 완전히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었다.

말을 거러 방해하는 것도 꺼려졌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곁에서 가만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노부나가는 칠판 앞에 서더니, 분필을 사용하여 뭔가를 써갈겼다. 칠판에 문자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겠지, 라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아, 직필을 손에 넣을 찬스였는데. 아까운 짓을 했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시즈코는, 아까운 짓을 했다고 생각하며 노부나가가 의식을 자신에게 향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소성이 술자리 이야기를 전해올 때까지, 노부나가가 사고의 세계에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즈코는 약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자문자답했다.

그 후, 소성에게 술자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도 얼결에 참가한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는 술자리에서 뭘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분명히 누군가가 술을 권한 건 기억에 있는데……"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빙글빙글 자극하면서 생각해내려고 했지만, 몇 번을 해도 사고는 안개가 낀 듯 뚜렷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생각해내려는 이유는, 노부나가의 측근이나 무장들의 태도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무장이나 노부나가의 측근들이, 시즈코를 보자마자 묘하게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그들은 그런 태도가 아니라, 어느 쪽이냐 하면 오만해보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에게 물으려고 했으나, 다들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도망쳤다.

그것이 시즈코의 불안에 박차를 가했다.


"아아―――, 대체,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아―!"


자포자기한 듯 외쳤지만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편, 온전 시설의, 그것도 노부나가나 특정 인물만 사용할 수 있는 구획.

그곳에 있는 온천에 노히메는 당당히 몸을 담그고 있었다. 게다가 당당하게 있는 것은 그녀 뿐으로, 같이 있는 첩은 조마조마해하며 출입구를 신경쓰고 있었다.


"후우―,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것이 이 정도로 기분이 좋을 줄이야. 하여간, 뭐라 말할 수 없는 사치로구나"


한 번 기지개를 켠 후, 노히메는 입구 쪽으로 고개를 빙글 돌리고 이렇게 말했다.


"영주님께서도 그런 곳에 서 계시지 마시고, 이쪽으로 오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순간, 출입구가 거칠게 열렸다. 노히메의 말대로, 입구 저편에 노부나가가 있었다.

첩은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 했지만, 직전에 가까스로 삼켰다.

노부나가는 그쪽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큰 걸음으로 탕 쪽으로 향했다. 그가 욕조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노히메는 시종들을 물러나게 했다.


"몸을 씻은 후에 들어오는 것이 온천의 예의라고 들었습니다만?"


"흥, 그런 예의 따위 모른다"


"그런가요. 그럼, 이쪽은 어떠신가요"


그렇게 말하면 노부나가에게 작은 사발을 내밀었다. 그는 말없이 사발을 받아들고 그것을 보았다.

걸쭉하고 희뿌연 것과, 탱탱한 느낌이 드는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노부나가가 고개를 갸웃하자, 짓궂어보이는 웃음을 떠올린 노히메가 어떤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온천계란, 이라는 것입니다. 걸쭉한 식감이 재미있고 꽤나 맛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독 검사는 소첩이 확실히 해 두었습니다"


"그래놓고, 덴뿌라 때처럼 일본 최초를 빼앗아갔다는 거냐"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씀을 하시네요. 소첩은 영주님을 생각하여 독 검사를 했을 뿐입니다"


손톱만큼도 그런 걸 생각하고 있지 않는 건 명백했지만, 노히메는 기죽은 기색도 없이 말했다.

잔소리를 하는 것도 바보같아진 노부나가는, 거칠게 사발을 기울이고 나무로 된 숟가락으로 온천계란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뭐, 나쁘지 않군"


"호호호, 영주님은 좀 더 진한 간이 취향이실까요?"


"쓸데없는 참견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사발을 노히메 쪽으로 내밀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노히메는 사발을 받아들고는, 욕조 안에 가라앉아 있는 바구니 속에서 계란을 하나 집어들었다.


"시즈코는 이상한 여아로군요. 소첩들이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을, 아주 쉽게 실행합니다. 그리고, 어딘가 심지가 굳은 구석이 있군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어라, 술자리에서 시즈코에게 반론당하시고 화가 나셔서 쟁반을 걷어차셨다고 들었는데요?"


"귀가 밝구나"


"곁에서 모시는 자들을 보면, 대략 예상은 가지요. 하지만 걷어차셨다는 건 거짓말이지요?

사실은 순종적이라고 생각했던 시즈코에게 반론당하셔서, 동요하신 나머지 일어나 버리셨는데 그 때 쟁반이 몸에 부딪혔다, 라는 걸까요?"


그 질문에 노부나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노히메는 눈만 움직여 노부나가의 얼굴을 보았다.

잔뜩 찌푸린 표정과 침묵이 긍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노히메는 굳이 추궁하지는 않고 혼자서 이해하고 있엇다.


(본인은 술의 효과로 잊고 있지만, 무장들은 영주님의 분노를 보고 벌벌 떨었지. 그런 영주님을 앞에 두고, 당당했던 시즈코…… 점점 더 흥미를 끄는 여아로다)


"영주님, 소첩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네네나 마츠를 불러도 괜찮을까요?"


노히메를 한 번 쳐다본 후, 노부나가는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사용시의 조건을 말했다.


"한 가지만 지켜라. 내게 방해되는 짓은 하지 말도록"




영문모를 이유로 노부나가의 부하들이 피하고 있는 시즈코는, 처음에는 곤혹스러워하기는 했지만, 금방 포기의 경지에 도달했다.

영문모를 일에 일말의 불안은 있었으나, 타초경사를 범할 수도 없다.

노부나가 본인이 뭔가 말하지 않는다면, 주위의 부하들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 심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고 약간 우울해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들려주기로 했다.


"아―, 햇살이 기분좋아"


채네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하자, 라는 등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걸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적당한 곳에 드러누웠다.


"옆자리에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아야노코우지 님"


따뜻한 햇살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무렵,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여인 같은 얼굴을 한 예쁘장한 남자가 시즈코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드러누운 상태로는 실례였기에, 시즈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예쁘장한 남자는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시즈코의 옆에 앉았다.


"실례. 소생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역주: 타케나카 시게하루(竹中重治))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즈코의 수상쩍어하는 태도를 느꼈는지, 예쁘장한 남자는 시즈코가 이름을 묻기 전에 먼저 밝혔다.


"……아야노코우지 시즈코입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저는 시즈코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님자를 붙이면 등이 간질거려!)"


약간 움츠리며 시즈코는 머리를 숙였다.

타케나카 한베에라고 하면 많은 군공에 관한 일화나 미담을 남겼지만, 그것들 중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후세의 창작이며, 역사적 사실로서의 활약의 실태가 확실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나바 산성을 16, 또는 17명으로, 그것도 겨우 하루만에 탈취하거나, 노부나가가 가신으로서 등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등, 나름대로의 재능은 있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럼, 시즈코 님. 질문이 있습니다만, 시간이 괜찮으신지요?"


"괜찮습니다. 일광욕을 할 정도로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외람되지만…… 시즈코 님께 천하통일이란 어떤 것이지요?"


일광욕이라는 부분에서 순간적이지만 표정이 변했던 타케나카 한베에였으나, 바로 원래의 예쁘장한 남자의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정가운데 직구 같은 질문을 입에 올렸다.


"천하통일, 인가요? 음―, 그러네요……"


새삼스레 생각해 봤지만, 시즈코는 천하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었기에 명확한 비전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본을 통치하는 것, 일까요"


"구체적으로는 어떤 느낌입니까?"


"법이라는 질서를 구축하고, 화폐, 도량형, 문자를 통일하고, 중앙관리하의 부(府)와 현(県)으로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조세제도 개혁, 학교제도 제정, 사회생활 기반의 정비……일까요"


"과연, 시즈코 님께 천하통일이란, 새로운 제도와 질서를 제정하는 것이군요"


감탄한 듯이 한베에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어디에 감탄했는지 잘 알 수 없었던 시즈코는 애매한 웃음을 띄웠다.


(누구든지, 저 오다 님조차, 천하통일이란 쿄(京, ※역주: 교토)를 제압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것에 명확한 반론을 했던 시즈코 님의 천하통일은,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는데…… 과연, 오다 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실 만하군)


교토에 있는 정이대장군(征夷大将軍)에게도, 천하를 노리는 지방의 영주에게도 없는 일본 통치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만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애매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상 따위가 아니라, 단계를 밟고 목표를 내걸어 실현의 절차를 구성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해한 한베에는 무의식중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소생은 이만"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띄우며 일어선 후, 한베에는 시즈코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시즈코에게서 등을 돌리고 그대로 걸어가 버렸다.


"……뭐였지?"


생각해 봤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시즈코는, 기지개를 펴고 다시 드러누웠다.


"느긋하게 낮잠을 잘 여유는 있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부나가가 체재하는 동안에는, 낮잠을 잘 여유가 그녀에게 주어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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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