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40 1567년 9월 중순



마에다 케이지 토시마스(前田慶次利益)와 카니 사이조 요시나가(可児才蔵吉長), 두 명의 무인이 시즈코의 호위대가 되었다.

애초에 호위대의 건에 대해서는 쉽게 결정된 것은 아니고, 어느 쪽이냐 하면 크게 말썽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당연하다. 우수한 무인을 뽑아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군 내부에 있어서의 파워 밸런스의 붕괴를 의미한다.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의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에도 관계되므로, 누구나 유능한 가신을 내어주는 것을 주저했다.

결국 '유능하지만 이런저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따돌림받던 무장들 중에서 두 명이 선택되었다.


우선 케이지는 양부인 마에다 토시히사(前田利久)가 노부나가에 의해 억지로 은거당하고, 그 대신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가 오와리 아라코(荒子) 2천 관(貫)의 땅(약 4천 석)을 이었다.

그 때, 케이지는 양부를 따라 아라코 성에서 퇴거했다. 의지할 상대가 없는 케이지는, 세상을 구경하러 방랑 여행에 나설 결의를 했다.

그것을 제지한 것이 다름아닌 노부나가였다. 그는 케이지에게 "특이한 녀석을 섬겨 볼 생각은 없느냐"라고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던 케이지였으나, 노부나가가 유일하게 데리고 있는 여자 가신, 그리고 오다 가문 가신들이 약간이라고는 해도 여자 가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는 것에 그는 강한 흥미를 느꼈다.

최종적으로 그는 "섬길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거취의 자유를 인정한다"라는 조건부로 시즈코의 호위대가 되는 것을 수락했다.


한편 사이조에게는 케이지만큼 복잡한 사정은 없었다. 그는 사이토 씨(사이토 타츠오키, 斎藤龍興)가 노부나가의 손에 의해 멸망한 후, 오다 가문 가신을 섬기게 되었다.

노부나가는 처음에는 사이조를 장수로 만들려고 생각했으나, 무공이나 평소의 언동을 볼 때 병사를 이끄는 장수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사이조를 히데요시의 수하에 두었으나, 그는 히데요시와 뜻이 맞지 않아, 곧 시바타 밑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직전, 노부나가는 그를 시즈코의 호위대로 쓰려고 생각을 바꾸어, 그쪽으로 돌렸던 것이다.


달리 사람이 모이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 노부나가는, 두 명을 시즈코에게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직전에 예정외의 인물을 노부나가는 추가했다.

훈련생 취급인 쇼우조, 즉 훗날의 모리 나가요시이다.

나가요시는 미노와 오우미(近江, ※역주: 현대의 시가(滋賀) 현)의 건달이나 떠돌이를 모아 나가요시 군단을 결성했다. 그에 대해 근린 주민으로부터의 민원이 노부나가 가신들에게 들어갔다.

그 이야기를 노부나가가 들었고, 미노 평정주에 쓸데없는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은 그는 곧장 행동에 나섰다.

우선 나가요시와 군단 전원을 포박. 치안을 어지럽혔다는 죄로 나가요시 이외에는 전원 처형. 당연하지만 나가요시 군단은 강제 해산. 그리고 나가요시는 절에서의 근신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방약무인한 젊은이로 자랐던 나가요시는, 절에서의 근신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변함없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렸다. 최종적으로는 절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교정은 무리라고 판단한 노부나가는, 나가요시를 시즈코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그 밑에 두었다.

물론 시즈코의 마을이나 다른 마을은 노부나가의 직할지이므로, 이상한 짓을 했다간 문답무용으로 베어버릴 것을 통고한 후에.

물론, 그 정도로 제멋대로 자란 나가요시가 태도를 고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보통의 마을과는 다른 시즈코의 마을의 세례를 그는 받게 된다.


먼저 마을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그는 닭을 훔쳐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피냄새를 알아채고 비트만 가족이 현장으로 급행. 그리고 운나쁘게 고기를 먹는 도중에 그들은 마주쳤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심플했다.

영역 내에서 자신들보다 서열이 낮은 나가요시가, 수령인 시즈코의 것인 닭을 멋대로 먹고 있다.

군대보다 상하관계가 엄격한 늑대 사회에서, 그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 당연하지만 처벌이라는 이름의 제재가 가해진다.

무기의 휴대가 허락되지 않은데다, 멈추면 몇 마리나 되는 늑대에게 공격받기 때문에 나가요시는 그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무기가 있었더라도,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에게 "시즈코 님의 늑대는 영주님께서도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신다"라는 말을 지겨울 정도로 들었던 나가요시였기에, 뭘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늑대를 다치게 해서 할복했습니다, 라는 건 수치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었기에.


몇 번인가 그늘에 숨어서 피하려고 시도했으나, 그 때마다 발견되어 쫓기게 된 나가요시는 노선을 변경했다.

늑대들은 시즈코의 명령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보스인 시즈코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첫번째는 그 속셈을 눈치챈 케이지에 의해 저지되어 미수로 끝났다.

두번째는 용케 시즈코의 집에 침입하여 그녀의 방에 도착했지만 그의 운은 거기서 끝났다.

그 날, 어쩌다 잠버릇이 나빴던 시즈코는, 살금살금 다가온 나가요시를 붙잡더니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었던 것이다.

완전히 수면 상태인 시즈코였지만 팔꺾기 역십자굳히기(腕ひしぎ逆十字固め) 등의 갖가지 서브미션 기술을 걸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고통에 나가요시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들은 아야는 현장에 급행했으나, 현장을 본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쉰 후에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요시를 못본 척 했다.

결국, 비명에도 끄떡없이 깊이 잠든 시즈코에게 아침까지 관절을 꺾였다.

뒤척임이 섞인 완급 조절을 포함하는 몇 시간에나 걸친 고문에 나가요시는 혼이 다 빠져나갔고, 이곳은 자신의 힘이 통용되지 않는 장소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후 그는 시즈코에게 뭔가 하려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 결론에 이르는 것이 너무 늦었다.


아야는 감시라는 임무에서는 해제되었지만, 평소의 시즈코의 동향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나 모리 요시나리가 신경쓰고 있는 것은 시즈코지 나가요시가 아니지만, 혹시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녀는 나가요시의 지금까지의 악행도 보고에 첨부했다.

모리 요시나리는 즉시 나가요시를 불러들여, 그를 설명도 없이 어떤 장소로 데려갔다.

그곳은 약간 몸이 움츠러들 정도의 높이가 있는 폭포였다. 대체 뭐가,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나가요시의 어깨에 손을 얹고 모리 요시나리는 이렇게 말했다.


"기어올라올 수 있다면 이번의 일은 묻지 않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리 요시나리는 나가요시를 폭포로 걷어차 떨어뜨렸다.

모리 요시나리는, 사자는 자기 새끼를 천야만야한 골짜기에 떨어뜨린다, 를 농담도 뭣도 아니라 실제로 실행했던 것이다.

즉 폭포에서 기어올라오지 못하면 모리 가문에서 쫓아낸다, 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농담인가 하고 생각했던 나가요시도, 폭포에 걷어차여 떨어졌을 때부터 농담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죽기살기로 절벽을 기어올랐다.

간신히 기어올라온 나가요시였지만, 마지막에 또 하나의 불행이 그를 덮쳐온다.

시즈코에게 홀딱 반한 상태인 타다카츠에게, 어떤 경위인지는 불명이지만 시즈코 습격 미수의 건이 전해져버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가요시가 갑작스럽게 불행에 직면하는 것은 좀 더 뒤의 일이다.




나가요시에게 그런 벌이 내려진 따위 모르는 시즈코는, 갑자기 순종적으로 변한 나가요시에게 고개를 갸웃했지만, 금방 의문은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나가요시를 단련시켜 달라, 고 해도 시즈코는 군인의 훈련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것 때문에 금방 머리가 터질 듯 했다.


사용하는 무기에 따라서도 단련법이 다르기에, 시즈코는 나가요시에게 사용하는 무기를 확인했다.

아버지는 모리 요시나리와 마찬가지로 창을 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창의 기본 전술은 '후려친다'이다. 어째서인가 하면, 기병이 상대라면 후려치면 대부분 낙마시킬 수 있고, 보병이 상대라면 머리를 후려치면 기절해 쓰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찌르기'와 '휘두르기(払う)'가 쓸모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길이를 무기삼은 광범위의 '휘두르기'는, 몸을 빼서 피한다는 방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창으로 적병의 관절부나 목 등을 '찌를' 수 있다면, 순식간에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후려친다'가 세 가지 동작 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이다. '후려친다'는 동시에 '베기'도 가능하므로.

그것을 고려한 시즈코는 트레이닝 메뉴를 생각했다.


"으으으으윽……!"


"그래그래, 힘내―"


검도 등에서도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자세가 되어도 균형을 유지하는 강한 다리와 허리이다.

지구력 및 밸런스 감각을 단련하는 것으로, 장시간의 혹사에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체간(体幹)을 만든다.

특히 넓적다리를 중점적으로 단련하는 것으로 자세 제어의 핵심이 되는 근육을 강화한다.


그것을 최적으로, 또한 효율적으로 단련하는 방법으로서, 시즈코는 '야산을 달린다'를 나가요시에게 시키기로 했다.

사람이 밟고 걷는 길이 아닌, 문자 그대로 여기저기의 짐승의 길이다. 그것을 갑주를 입힌 채로 시키고 있으니 나가요시에게는 상당히 힘든 트레이닝이리라.

애초에, 산 아래로 돌아간 후에는 '1분간 스쿼트'가 기다리고 있기에, 산 아래든 산 위에서든 힘든 트레이닝을 받는 것에 차이는 없지만.


"젠장! 어째서 그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으억!"


"아, 거기 구덩이가 있어…… 라니 이미 늦었네"


"크으으으!!!! 빌어먹을! 질 수는 없다!"


기합으로 구덩이에서 빠져나오자, 나가요시는 전속력으로 산을 달려올라갔다. 하지만, 금방 부엽토에 감춰진 구덩이에 또 빠졌다.


"……저기 말야, 일직선으로 돌진해서 어쩔거야. 용기와 무모함은 다른 거야. 무공을 세우고 싶다면,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키우라고"


한숨을 쉬며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대꾸할 말도 없는지, 나가요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에도 조용하여, 산꼭대기에 도착할 때까지 나가요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단련하는 것은 신체 뿐만이 아니다.


"그 한자는 틀려. 이 글에서 쓰는 한자는 이쪽"


학문도 마찬가지로 주입했다. 하지만 머리를 쓰는 게 쥐약인 나가요시는, 현대의 유치원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잇는 문제조차 풀지 못했다.


"으그그그극…… 하, 학문 따위 무슨 소용이 있냐!"


"말 뒤에 감춰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주님의 애매한 명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잖아. 정확한 숫자의 계산을 하지 못하면 아군과 적군의 비교를 할 수 없어. 뭣보다 상상력을 키우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영주님을 따라갈 수 없거든"


불만을 입에 올렸지만 시즈코는 용서없이 정론을 후려쳤다. 찍 소리도 내지 못한 나가요시는, 이를 갈면서도 시즈코가 만든 문제를 풀어나갔다.


"알았어? 쇼우조 군. 싸움에 강한 사람은 굉장히 성실해"


"전하무쌍의 호걸보다도냐"


나가요시는 시즈코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문제를 풀 줄 알았다.

그래서 약간이지만 놀란 시즈코였으나, 곧 작은 미소를 띠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용맹과감한 호걸은 확실히 강하지. 하지만 말야?

윗사람이 볼 때는, 그 호걸은 어디까지 활약할지 모르거든. 화려한 장면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반면 평범한 장면이나 참아야 하는 장면에서는 몸을 아낄지도 몰라. 경우에 따라서는 도망칠지도 몰라"


"……"


"쇼우조 군. 나는 말야, 네가 자신이 활약할 자리만을 찾는 아이가 되지 않았으면 해. 화려한 장면도, 진흙탕스러운 장면도, 스스로의 긍지가 용납하지 않는 장면도, 어떤 때이건 주인의 명령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돌격하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가 일만의 병사라도 돌격하고, 물러서지 말라는 말을 들으면 뼈만 남더라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 그런 책임감이 강한 아이가 되었으면 해"


"……"


"아, 물론 이건 내 희망이고, 쇼우조 군이 그리는 미래는 달리 있을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내 말은 참고 정도로만 들어줘"


"흥"


그 말만 하고 나가요시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했다.

나가요시의 태도에 시즈코는 어깨를 움츠리고는 그가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았다. 절반 가까이 틀렸지만, 그걸 바로 말하진 않았다. 지적은 문제를 다 푼 다음에 한다고 정해두었으니까.




케이지와 사이조가 호위대로 임명된 지 수 개월이 지났을 무렵, 각 마을은 쌀의 수확 시기에 들어갔다.

아사마치(麻町), 미소마치(味噌町), 미츠마치(蜜町), 타케마치(茸町), 그리고 시즈코가 있는 모토마치(元町)는, 각각 40ha, 40ha, 40ha, 100ha의 논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벼를 막 베어낸 상태지만, 거기서 시즈코는 대략적인 수확량을 계산했다.

그에 따르면, 아사마치는 873가마니, 미소마치는 909가마니, 미츠마치는 810가마니, 타케마치는 856가마니, 그리고 모토마치는 2611가마니, 합계 6059가마니가 되었다.

미츠마치만 다른 곳보다 숫자가 적은 것은 병해(病害)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해가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즈코는 병해 구역의 벼를 통째로 베어내 버렸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900가마니는 확실할 거라 예상했던 만큼, 병해의 발생은 뼈아픈 사태였다.


호박이나 고구마의 수확은 양호했다. 각 마을마다 매일 먹어도 내년까지는 버틸 정도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고구마의 잎은 보존할 수 없기에 여름 야채로 먹었지만, 줄기는 토란 줄기로서 보존식으로 삼았다.

잎도 줄기도 다른 야채류에 비해 영양가가 높다. 게다가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몇 번이나 수확할 수 있으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콩과 사탕수수의 수확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시즈코는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특히 콩은 풍양(豊穣)이라고 할 정도로 열매맺음이 좋아서 대풍작이 될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건 마치, 지금부터 노부나가가 상락(上洛, ※역주: 교토로 올라가는 것)할 것을 하늘이 축복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삼실(麻糸)은 슐리히텐 박피기를 사용하여 대량 생산하고 있었다.

당초에는 한 대였던 슐리히텐 박피기도 이익이 올라감에 따라 두 대, 세 대로 늘어나, 일괄 처리하기 위한 간이 공장까지 세워졌다.


견사(絹糸) 쪽은 자동 조사기가 6대 가동하여, 순조롭게 견사의 대량 생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견사를 생산해도 시즈코는 판매 루트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노부나가와 독점 계약을 맺기로 했다.

생산하는 견사는 노부나가 이외에 팔지 않을 것, 12개를 한 세트로 할 것, 가격은 노부나가가 시장에 내는 가격보다 낮을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타케마치나 미소마치, 미츠마치는 말할 것도 없이, 차례차례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사이클이 갖춰져갔다. 노부나가는 그것들 전부에 견사와 마찬가지로 독점 계약을 맺었다.

각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생산한 것을 노부나가가 사들여, 그것들을 노부나가의 부하가 미노나 오와리의 상인들에게 팔아치운다.

백성들은 부업으로 수입을 얻고, 노부나가는 상인들에게 팔 때의 차액으로 이익을 얻는 WIN-WIN의 관계다.


모든 마을에서 판매용으로 생산되는 것들의 숫자는 많다.

꿀벌의 둥지를 가열압축하여 만드는 밀랍. 그것은 왁스나 접착제에 쓰이거나, 양초의 원료로서 사용할 수 있다.

옥수수의 수염은 '남만모(南蛮毛)'라는 생약, 심 부분은 접착제, 껍질은 섬유가 튼튼하기에 끈이나 짚신의 재료 등 버릴 것 없이 쓸 수 있다.

고구마의 줄기는 건조시키면 년 단위로 보존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비타민 C, E, K, 칼슘, 폴리페놀 등의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는 숨겨진 영양식품이다.

뽕잎은 건조시켜서 찻잎으로, 영양 풍부한 뽕나무 열매는 흑설탕을 섞어 잼으로, 열매와 잎을 맺지 못하게 된 뽕나무는 벌채하여 목재로 만든다.

슐리히텐 박피기로 삼실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동시에 나오는 펄프로 마지(麻紙, ※역주: 삼나무 껍질로 만드는 종이)도 생산되게 되었다.

곡지(穀紙, ※역주: 닥나무를 원료로 만든 일본 종이)에 비해 치밀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있는 마지는 일정하게 인기가 있었다.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이 왕유(王乳), 즉 로열젤리다. 채취할 수 있는 양이 적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값이 비싸지지만, 그 효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양한 상품이 노부나가를 경유하여 오와리와 미노의 시장에 흘러들어갔다.

물건이 있으면 사람은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떨어진다. 돈이 떨어지면 마을은 풍족해진다.

그리고 상인은 이익을 얻으려고 중계 지점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물건과 돈이 흐르는 루트가 생겨난다.

동쪽으로는 미카와 국이나 카이(甲斐) 국, 서쪽은 교토나 사카이(堺) 등에서 상인들이 상품을 찾아 오와리, 미노로 왔다.


현대에서 말하는 전매 장인의 흉내를 내기만 하는 것으로, 노부나가는 군자금이 풍족해지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풍족해지는 것은 노부나가 뿐만이 아니다.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이 혜택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간사해서, 지금까지 시즈코나 그녀를 우대하는 노부나가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자들도, 자신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자마자 아주 쉽게 태도를 바꾸었다.




쌀 수확으로부터 2주일 후, 각 마을은 노부나가에게 바칠 세금의 쌀가마니나 견사, 벌꿀 등을 차례차례 짐수레에 실었다.

준비가 끝난 짐수레가 어느 정도 모여들자 호위를 붙여서 출발시켰으나, 짐수레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장사의 행렬이 생겨났다.


"휘익―, 이게 전부 오다 나리께 가는 건가"


짐수레에 실려가는 쌀가마니나 상품을 말 위에서 보고 있던 케이지가 우스꽝스럽게 말했다.


"이만한 물자가 세금으로 운반되는 광경은 본 적이 없소"


마찬가지로 말에 타고 있는 사이조가 감상을 늘어놓았다.


"오다 나리가 어째서 시즛치(静っち)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그게 이거였다니"


"케이지 님. 시즈코 님은 우리가 섬기는 아야노코우지 가문의 따님. 괴상한 이름으로 부르는 건 삼가는 게 좋을 듯 하오. 그리고 그 괴이한 복장도 삼가는 게 좋을 것 같소만"


"카― 뭐 어때. 본인도 문제없다고 하니까"


사이조와 케이지,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이상하게도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사이조, 너는 시즛치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라고 하셔도. 희한한 분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소. 공가(公家)의 피를 이으신 분이, 백성들이 하는 일을 하시다니 들어본 적도 없고 말이오"


"흠…… 그야― 저 여자가 대지의 사랑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해"


"대지의 사랑을 받는다?"


이상한 평가에 사이조는 눈썹을 찌푸렸다. 케이지는 작게 미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걸 봐라. 백성들의 얼굴을. 다들, 이 난세를 느끼게 하지 못하는 얼굴이잖나. 그리고 이 수확량, 이건 대지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밖에 할 수가 없지"


"과연, 일리가 있군. 케이지 님이 아직 시즈코 님 곁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것이 이유인 것이오?"


"그렇지. 대지의 사랑을 받는 여자를 데리고 있는 오다 나리가, 어디까지 갈 지 보고싶어. 그러니까 당분간은 호위대 임무를 열심히 할 거다"


"매일 놀고 먹으면서, 목욕탕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케이지 님의 입에서, 호위대 임무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사이조의 지적대로, 케이지는 호위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매일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먹고 싶을 때 밥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잤다. 가끔 어딘가의 유곽 같은 장소에 가서는 며칠은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급료는 빼먹지 않고 받고 있으니까 급료 도둑이라고 욕먹어도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시즈코는 '카부키모노(傾奇者, ※역주: 튀는 행동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됨)라는 건 그런 거잖아?"라며, 케이지의 말이나 행동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해심이 너무 깊은 것도 문제라고 사이조는 생각했다.


"아니, 그 말을 들으면 귀가 따갑지만 말야"


"거참…… 그럼, 슬슬 준비가 끝나겠소. 시즈코 님께서 부르시기 전에 그 분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합시다"


말이 끝나자마자 사이조는 말머리를 돌려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지식하구만, 읏차"


사이조의 고지식함에 질린 표정이 된 케이지는 한숨을 쉬면서도, 말을 돌려 그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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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