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0년, 천하포무(天下布武)



033 1567년 4월 중순



그 날은 아침부터 쾌청하여 그야말로 전쟁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이미 항례 행사가 되어 있는 이른 아침부터의 평범한 전투는 중지하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수행했다.

그렇기에 사이토 측의 병사들도 항상 하던 대로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라 생각했다.

이미 기력만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곧 그 기력을 지탱하는 마음은 꺾이게 된다.


에이로쿠(永禄) 10년(1567년) 4월 14일의 오전 9시 반, 드디어 오다 군은 이나바 산성에 대해 총공세를 펼쳤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선두에 나선 것은 오다 가문 가신 제일의 무투파, 모리 요시나리.

그의 맹수의 포효 같은 외침은, 사이토 측의 병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발이 굳어버릴 정도였다.

그 뒤를 모리 요시나리의 가신이나 병사들이 따랐다.


전황이 이해되지 않는 사이토 측의 병사들이었지만, 곧 자신들이 있는 곳이 격전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항상 하던 대로 다른 곳에 원군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오다 군의 맹공을 받고 있어 우리에게 원군을 보낼 여유 없음'이었다.


"사양할 필요 없다! 지금까지의 울분을 놈들에게 풀어라!"


"병사들이여! 다른 놈들에게 뒤쳐지지 마라! 눈 앞의 적을 베고, 베고, 닥치는 대로 베어라!"


각 무장들의 외침에 호응하여 오다 군의 사기가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그 열량은 킨카(金華) 산을 뒤덮을 정도였다. 말단의 병사들조차 기염을 토하며 날뛰는 상태를 보고, 사이토 측의 병사들은 간신히 이해했다.

오다 군은 전군 전력의 총공격을 걸어온 것이라고.


성주에게 전령을 보내라, 고 '누군가'가 말했다.

하지만 거듭된 싸움으로 피로가 축적되었고, 게다가 총공격을 받고 있는 상태였기에, 병사들의 대부분은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그 명령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향해 말한 건지 알지 못하고, 그리고 의문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들은 그냥 밀어닥쳐오는 오다 군과 싸움을 계속했다.

분명히 '누군가'가 전령이 되어 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그만둔 것처럼.

그 병사들의 피로에 의한 사소한 실수가, 사이토 타츠오키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되었다.


한편, 오다 군 총공격의 혼란을 틈타, 히데요시는 이나바 산성의 뒤쪽 계곡에 있는 미즈루테라 산(瑞琉寺山, ※역주: 정확하지 않음. 구글 검색에서도 딱히 걸리는 게 없었음)의 샛길로 들어서 있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것은 하치스카 마사카츠(蜂須賀小六)나 산기슭의 사냥꾼인 호리오 요시하루(堀尾茂助) 등 겨우 7명이었다.

동굴을 통해 이나바 산성으로 침입한 히데요시는 주위를 경계했으나, 아직 총공격의 소식이 도달하지 않았는지 성 안은 전시 특유의 분주함은 있었으나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마침 잘됐다는 듯 히데요시는 더욱 안으로 침입하여, 성의 병사들을 베어넘기고 나뭇간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쓰러뜨린 성의 병사들의 창끝에 허리에 매달고 있던 표주막을 묶더니, 그걸 한 손에 들고 큰 바위(텐구이와, 天狗岩)로 올라갔다.


"으쌰으쌰으쌰!! 으쌰으쌰으쌰!! 으쌰으쌰아아아아~~~~~!!"


히데요시는 정면의 성의 정문 쪽에 있는 오다 군에게 들리도록, 보이도록 표주박이 달린 창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승전보를 외쳤다.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히데요시의 승전보는 양 진영의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당연히, 그 반응은 정반대의 것이었다.

오다 군은 히데요시가 기습을 성공시켰다고 생각하고 더욱 공격에 힘을 넣었으나, 사이토 군은 성이 함락되었다고 착각하고 완전히 와해되어 버렸다.

몸을 지탱하고 있던 마음이 산산조각난 사이토 군은, 무기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무릎을 꿇고 어깨를 떨어뜨렸다.

눈 앞을 오다 군이 지나가도, 떨어뜨린 어깨를 올리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나뭇간에 불이 질러지고 정면의 성 정문이 함락되자 간신히 타츠오키와 중신들은 현재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오다 군이 6일 동안이나 성과를 올리지 않는 상황에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들은 성을 함락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그러나 그렇지 않았던 것을, 그들은 겨우 이해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성의 뒷문 쪽에서 히데요시들이 기습을 걸었고, 정면의 성의 정문에서는 오다 군이 물밀듯 밀고들어오는 상황이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항복이나 자결 중 하나이다.


타츠오키의 결단은 빨랐다.

목숨을 아까웠던 그는 오다 군과 칼날을 맞부딪히는 일 없이 빠르게 항복을 선택했다.

그 결단에 각오를 굳힌 가신들이었지만, 타츠오키와 타츠오키 주변의 아첨꾼이나 알랑꾼들이라 야유받던 가신들만은 달랐다.


타츠오키는 항복을 전하는 사자를 보낸 후, 몸단장을 한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물론, 이건 새빨간 거짓말로, 그는 들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급히 긁어모은 후, 일개 병졸 같은 차림새로 갈아입고 성에서 빠져나갔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항복하면 무슨 말을 하던 반드시 목이 잘려 효수될 것이다, 라고.

즉 그는 보신을 위해 미노의 통치자로서의 책임을 내던진 것이다.

그것은 그의 측근들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어서, 그들도 들고 갈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손에 들고 타츠오키와 함께 도망쳤다.

남겨진 가신들이 그것을 깨달은 것은, 그들이 킨카 산을 내려가 배를 타고 성 아래의 나가라 강을 따라 한참 내려갔을 무렵이었다.

결국, 몇 명이나 되는 가신들로부터 품행을 바로잡을 것을 간언받았어도 끝까지 뒤돌아보지 않았던 타츠오키였다.




타츠오키의 항복을 받아들인 노부나가였으나, 그 이후는 전광석화, 그리고 난세에서는 이례적인 행동을 취했다.

이럴 때, 성 안에서는 승자에 의한 폭력과 행패가 당연한 것인데, 노부나가는 측근을 포함한 병사 전원에게 그것을 금지시키고, 위반하는 자는 누구든 참수하겠다고 엄명을 내렸다.

그것은 엄격하게 지켜져, 부녀자를 폭행한 상급 아시가루(足軽) 다섯 명이 변명도 해보지 못하고 참수되었다.


다음으로 노부나가는 살아남은 미노의 병사들을 전원 무장해제시킨 후에 하산시켰다.

그에게 오와리(尾張) 병사의 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미노 병사들은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탐이 났다.

병사들을 하산시킨 후에는, 여자나 어린아이, 노인 등의 보조 전투원이나 비전투원을 하산시켰다.

마지막으로 성 안에 남아 있는 무구류를 전부 내가게 한 후, 그제서야 노부나가는 이나바 산성에 입성했다.


입성하자 곧 타츠오키가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였지만, 그는 한번 웃을 뿐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타츠오키가 있었을 방에 가자,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토 가문 가신들이 있었다.

다들 흰 소복 차림이었다.


"적이지만 너희들의 싸움, 실로 훌륭하였다"


그 말에 사이토 가문 가신들은 의미를 알 수 없어 멍해 있었다.

노부나가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배를 가르기 전에 네놈들에게 묻겠다. 스스로의 목숨을 내게 바칠 기개가 있다면,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나를 섬겨라. 하지만 나는 강요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주군에 대한 충의를 지킬 것인지, 나를 섬길 것인지는 네놈들이 정해라"


마지막으로 그들을 일별한 후, 노부나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이어서 주요 오다 가문 가신들도 자리를 떴고, 남겨진 것은 그들을 감시하는 병사들 뿐이었다.

노부나가의 말에 그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어쨌든 전례가 없는 태도다. 노부나가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걸 알 수 없어 그들은 미지의 존재와 조우한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하자, 그들은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 후에 다시 한 번 숙고한 끝에 간신히 이해했다.


노부나가는 패배한 자신들에게도 꽃을 들려준 것이라고.


그걸 모욕이라고 받아들일지, 온정이라고 받아들일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받아들였는지, 받아들이는 방식은 각자 달랐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도 각자 달랐다. 어떤 사람은 노부나가에게 복수하겠다고 마음먹고 미노를 떠났다.

어떤 사람은 사이토 가문에 대한 충의를 위해 자결했다. 어떤 사람은 노부나가에 흥미를 가지고, 섬기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되었던 것은 누구도 타츠오키를 위해 움직이려고는 하지 않은 것이었다.

충의를 위해 자결한 사람도, 죽은 후에도 섬기려고 생각한 상대는 사이토 요시타츠(斉藤義龍)였다.


노부나가의 최후의 일격으로, 그들의 마음은 타츠오키에서 완전히 떠났다.

이후, 타츠오키가 접촉을 꾀해봤자 상대도 하지 않으리라.

이미 타츠오키는 두려울 게 없다, 라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나가라 강을 내려가고 있는 타츠오키의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사이토 요시타츠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노부나가는 드디어 염원하던 미노를 손에 넣었다.




사후처리를 가신들에게 맡기고 거성인 코마키(小牧) 산성으로 돌아가려 했을 때, 노부나가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키묘마루가 쾌유했다, 는 낭보가. 그것은 시즈코가 키묘마루를 진찰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기에.


(병에도 강하다면, 녀석의 정체를 신경쓰는 놈들이 나오겠지만…… 그건 당분간 공가(公家) 출신이라고 해 두자. 공가의 복장을 몸에 걸쳐도, 공가다움도 기품도 영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겉보기만 요란해지는 게 아닌가, 라고 일말의 불안을 느끼면서도 노부나가는, 코마키 산성으로 돌아가면 공가의 복장을 수배하려고 생각했다.

최악의 경우, 예법 등을 억지로 가르칠 필요가 있지만, 당연히 하루아침에 몸에 붙는 게 아니고, 천천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저택에 매일 다니고 있었다.


"음―"


이유는 키묘마루의 저택에 있는 책들이었다.

키묘마루의 교육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노부나가가 모은 책을 보관하고 있는 것인지, 어쨌든 키묘마루의 저택에는 몇백권이나 되는 장서가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묵묵히 읽고 있었다. 하지만, 항상 같은 장소에서 읽고 있는 탓인지, 그녀의 주변에는 다 읽은 책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할 일이 없다"


"키묘마루 님께서도 시즈코 님을 본받아, 조금은 책을 읽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턱을 괴고 무료하다고 불만을 늘어놓던 키묘마루였으나, 교육 담당자로부터 아픈 곳을 찔려 침묵했다.

애초에 시즈코가 책벌레가 된 것은, 키묘마루의 기침병이 낫기 시작할 무렵에 교육 담당자가 공부용의 책을 가져온 탓이지만.


"저기 시즈코, 나는 따분하다만?"


"응―"


"세계의 위인의 이야기를 해 주겠다는 약속은?"


"응―"


"……너, 틀림없이 내 말 안 듣고 있지!"


"응―"


이거 답이 없군, 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키묘마루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때, 방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키묘마루와 교육 담당자가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벅저벅 하고 거친 발소리와 함께 문이 기세좋게 열렸다.


"책벌레 상태라는 건 정말인 모양이구나"


열린 문의 저편에 있던 인물은, 깜짝 놀라는 키묘마루들을 무시하고 시즈코에게 다가가더니, 주먹을 가볍게 쥐고 그녀의 머리에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키묘마루의 방에 짜부러진 개구리 같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키묘마루의 기침병은 시즈코의 헌신적이자 효과적인 간병에 의해 완치되었다.

하지만 거의 계속 달라붙어 있었기에 그녀는 집을 거의 비우고 있었다. 다행히도 다이이치나 킨조 등이 서포트해 주었기에, 농사일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집을 장기간에 걸쳐 비우는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던 인물이 있었다.


(늑대들도 없…고)


아야였다. 그녀는 엄중하게 봉인된 나무 상자가 신경쓰여서 견딜 수 없었다.

평소에는 비트만들이 있지만, 시즈코가 집을 거의 비우게 된 후에는 방 안에 있지 않고 한결같이 현관 앞에서 대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천재일우의 호기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만 역시랄까 봉인 자체는 손으로 풀지 못했다.

그건 봉인 자체가 튼튼한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퍼즐처럼 복잡한 조합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무리인가라고 그녀가 포기하려 했을 그 때, 아야는 나무 상자 옆에 다른 작은 상자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상자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 혹시 이 봉인된 나무 상자의 내용물이 아닐까?)


언제 늑대가 방에 올지 모르는 이상, 아야는 그 나무 상자의 출처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작은 나무 상자를 손에 들었다. 이쪽은 엄중한 봉인 따위 되어 있지 않아서, 간단히 열 수 있었다.

아야는 한 번만 방의 입구를 보았다. 늑대들의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는 살짝 뚜껑을 열었다.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몇 권의 노트였다. 다만, 아야는 노트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녀에게는 미지의 물건인, 광택이 나고 부드러운 촉감의 노트를, 아야는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듯 만져보았다.


약간 머뭇거린 아야였으나, 뜻을 굳히고 노트를 손에 들고 펴보았다.

그리고, 이 때의 그녀는 동요하고 있어서 깨닫지 못했으나, 노트의 제목은 '전국시대와 현대 과학 기술의 고찰'이라고 적혀 있었다.

즉, '만약 자신이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하게 되면, 이런 거나 저런 걸 해보고 싶다'라는, 시즈코의 상상(망상이라는 이름의 흑역사)가 적혀 있엇다.

그렇기에 아야가 읽은 것을 시즈코가 알게 되면, 그녀는 성대하게 머리를 감싸쥐고 데굴데굴 굴렀으리라.

그러나 이 메모장의 내용이 충실한 덕분에, 시즈코는 지금도 전국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 얄궂다고 하면 얄궂은 일이다.


(……뭐, 뭐가 쓰여 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전국시대의 먹과 붓으로 쓰여진 문자와, 현대의 연필로 쓰여진 문자는, 같은 일본어이지만 보기에는 전혀 다른 것이다.

시즈코처럼 전국시대의 문자와 현대의 문자 양쪽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노트의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없다.

즉 아야에게는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에 뭐가 적혀있는지 거의 알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아야 자신이 보고에 필요한 만큼만 읽고쓰기를 배우지 않았다는 원인도 있지만.

하지만 아야라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본인의 성격인지,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에는 문자 뿐만이 아니라 사진이나 일러스트 등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대수확의 경우, 쌀의 보존은 쌀가마니로는 불충분해. 목제 사일로를 만들 필요가 있어. 사일로란 쌀, 밀, 옥수수, 콩 등의 농작물 및 가축의 사료를 저장, 보관하는 창고를 말해. 사일로의 이점은 벼 상태로 쌀을 장기 보존할 수 있는 점이야. 설계도는 목제지만 스마트폰에 보존'


그 그림 부근에 연필로 쓰여진 시즈코의 메모가 있었다. 하지만 아야에게는 히라가나, 카타카나, 한자가 혼재한 문장은 뭐가 쓰여 있는지 해독할 수 없었다.


(느낌이지만…… 저장고?

하지만 이 그림…… 마치 풍경을 잘라낸 것 같아…… 뭐야 이거…… 아차차, 시간이 없으니 다음 걸 보자)


일단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찾자고 생각하고, 아야는 노트의 페이지를 넘겼다.


'소금의 생산은 유하식 염전을 채용. 쿄우코 언니 왈, 소금은 매실 장아찌, 된장, 간장을 만드는 데 필수 조미료니까, 천하 통일은 소금의 양산 가능 여부에 달려 있음. 소금의 역사에 관한 장서를 고서관에서 읽었는데 납득. 이온 교환막 제염법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시대적으로 어렵겠지'


(소금……? 이 막대기가 늘어서 있는 그림은 뭐지? 으―음, 모르겠어…… 다음)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으로 입수할 수 있는 병법서도 준비해 둘까. 손자의 병법서는 원문은 50엔이니까 싸지. 남만 무역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으니, 그 사전이나 간단한 교재도 구입해 둘까. 아마도 회화 따윈 무리겠지만……'


(지, 지렁이가 꿈들대는 것 같은 문자 투성이…… 남만어? 다음)


'된장과 간장의 생산을 위해, 콩을 대량 생산할 필요가 있어. 분명히 할아버지가 10a 500kg 생산할 수 있는 스페셜 농법을 고안했다, 고 했었는데…… 다음에 물어볼까. 특히 간장은 필수야. 간장이 없다니 생각도 할 수 없어. 중요하니까 몇 번이든 말하겠어. 간장은 일본인에게 혼의 조미료야'


(……다음)


'오늘은 쿄우코 언니와 철포에 대해 이야기했어. 역시 화승총을 단번에 진화시킬 방법은 없다는 얘기. 애초에 재료가 너무 부족해. 쿄우코 언니는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서 보크사이트를 손에 넣으라고 하지만…… 알루미늄의 제법은 어려운 거 아냐?'


(언니……? 시즈코 님, 언니가 계신 걸까…… 읽을 수 없어…… 다음)


'집 근처에서 공사가 있었는데, 그걸 보다가 생각했어. 콘크리트라는거 유용하지 않을까?

라고. 돌아가서 찾아보니, 재료는 대단치 않아. 바닷물을 쓴 콘크리트도 있는 모양이야. 제법에 관해서는 평소처럼 스마트폰에 보존. 철근을 넣는 건 무리니까 죽근(竹筋) 콘트리트려나?

도로 포장 공사는 무조건 마카담 포장. 기초적인 내용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으니 껌'


(뭐야 이 노란 판 투성이의 물건…… 하지만 색이 선명해서 예뻐……)


아야는 일단 숨을 내쉬었다. 예상 이상으로 머리를 혹사시킨 듯, 왠지 어깨가 무거웠다.

정신을 다잡고 노트의 나머지를 읽었다. 하나하나 읽어서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해한 아야는, 일단 훑듯 읽기로 했다.


'옛날에 만들었던 동력원이 수차의 자동 조사기(※역주: 실 제조기)에 관한 자료가 나왔어. 옛날 생각 나네…… 할아버지나 근처의 양잠가 사람들과 자주 얘기했었지. 금속을 피했던 나를 이상하게 봤지만…… 최종적으로는 금속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 하지만 뭐…… 완성되기는 했지만 성능은 그저 그랬지. 그리고 여름방학의 자유연구로 제출했더니, 선생님이 기겁했던가……'


'기후(岐阜)를 발전시키려면 역시 사람이 모여야 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교통망의 정비, 하나는 물류의 확립, 하나는 은행…… 아우 많아. 일단 정리해 보자……'


'불평: 수업중에 검토하다가 선생님한테 들켰다. 몰수될 뻔 했지만, 내용을 본 선생님은 한숨을 한 번 쉰 다음 돌려줬다. 미안해, 어차피 어린애의 망상 메모장이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이어져 있었으나, 아야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삼베는 슐리히텐 박피기가 좋겠지. 비단도 자작한 자동 조사기를 쓸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남은 건 면인가. 하지만 면은 미카와(三河) 국이었지. 어떻게든 씨앗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어. 실을 뽑는 건 비단용을 조금 개량하면 되려나. 비단은 쿄(京, ※역주: 교토, 수도라는 뜻도 있음), 삼베랑 목면은 절반을 자국에서 소비하고, 절반을 다른 나라에 수출이려나'


'고구마는 빠르게 퍼뜨릴 필요가 있어. 널리 알려져서 곤란한 작물은 아니니까. 뭣보다 널리 퍼지는 편이 천하통일 후에, 국민의 영양개선을 할 필요가 없어져'


거기까지 읽고 간신히 아야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치게 이질적인 노트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독려했다.


'칠판은 나무 판대기에 먹을 바르고, 그 위에 감즙을 바르면 어떻게든 돼. 분필은 석회와 물과 풀이었던가?

그것들이 완성되면 서당(寺子屋)을 전국에 보급시켜야지. 교육은 중요하네, 왓튼 군'


'어업 기술은 필요하다고 쿄우코 언니는 말했어. 하지만 조선 기술이나 항해 기술은 어려워…… 이것들은 남만에서 들여오는 편이 편하겠네. 생선은 역시 말린 생선일까……'


'식림(※역주: 숲을 조성함) 기술은 생각했지만, 단순히 나무를 심고 방치해서는…… 안 되겠지. 진지하게 연구하자'


'쿄우코 언니에게 '철포를 갖추면 천하통일은 가까워질까?'라고 물어봤다. 코웃음치더라. 철포를 갖춘다니 자금원은 어떡할 거야, 라는 얘기. 그리고 대량의 화약을 어떻게 준비할 거냬. 으―음, 확실히 게임처럼 착착 갖춰지지는 않겠지. 일단 화약의 원료가 되는 초석, 그것에 대해서는 조사해봤으니 메모를 끼워두자'


'인구 증가에는 역시 오기노 식(※역주: 여성의 월경에 관한, 배란일 계산법)이 좋으려나, 라고 쿄우코 언니에게 물어봤다가 따귀를 맞았어. 아무래도 내가 아기를 만든다고 착각한 모양이야. 일단 따귀맞은 이유는 알겠지만 뭔가 불합리해……. 뭐어, 오기노 식의 내용을 아래에 적어두겠음―'


거기가 한계였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가 허용량을 넘어선 것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기피하듯이 노트를 나무 상자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초조함과 공포, 그리고 비트만들이 신경쓰였던 그녀는, 손에서 노트를 떨어뜨렸다.


(이런…… 늑대들이 눈치채겠어)


당황해서 노트를 주운 후 재빨리 나무 상자 안에 곱게 넣으려고 했다.

그 때, 작은 종이조각이 노트에서 떨어졌다. 아무래도 작은 종이조각이 끼워져 있었던 모양이다.

아야는 그것을 손에 들도 다시 노트에 끼우려고 했다.


'배양법(극비)'


하지만 종이조각에 쓰여져 있던 글을 보고 동작을 멈췄다.

뭔가 신경쓰인다,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종이조각을 다시 한 번 지긋이 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엇다.


'배양법(극비)'


●개요

우수한 품질의 초석을 생산하는 방법.

생산효율, 품질 모두 최고로 이 이상의 방법은 없음.

다만 유럽에서 초석을 대량 수입하는 쪽이 편하긴 함.


●재료

피(※역주: 식물), 담배, 메밀, 삭(※역주: 식물), 삼, 땅두릅, 무라타치(※역주: むらたち, 뭔지 모르겠음), 쿠사야(아카리)(※역주: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르겠음), 샤키(※역주: しゃき, 뭔지 모르겠음), 누에 똥, 사람 오줌, 기름진 논의 흙(上田土), 삼밭의 흙(麻畑土)


●제조 방법

・볕이 잘 드는 장소에 헛간을 지음

・안에서 흙, 풀 종류, 분뇨를 혼합해 쌓아놓음

・이후, 때때로 뒤섞어주며 충분히 부패한 분뇨를 추가

・상기 작업을 3년에서 5년동안 반복

・진흙화되면, 표면의 흙을 긁어모음

・추출~졸임~건조로 초석을 추출함

(방법은 고토법과 마찬가지. 별지 참조)


●화학 반응

부패물이나 오줌에서 나온 암모니아→박테리아의 작용으로 아초산

2NH3+3O2→2H2O+2HNO2

아초산→산화되어 초산

2HNO2+O2→2HNO3

초산→흙 속에 있는 칼슘 성분과 결합하여 초산 칼슘

2HNO3+CaO→Ca(NO3)2+H2O

초산 칼슘→잿물(탄산칼륨)이 작용하여 초산칼륨(초석)

Ca(NO3)2+K2CO3→2KNO3+CaCO3


●비고

'본 제법은 극비 중의 극비라고 할 수 있는 기술. 이외에 알고 있는 것은 고카야마(五箇山), 시라카와(白川)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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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