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8 1568년 6월 중순



노부나가와 가신들에 의한 병참 회의는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군의 중핵을 이루는 중요 안건이었지만, 노부나가가 결정하여 상의하달(上意下達)로 끝내지 않고 가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노부나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도입되었던 '오(伍, ※역주: 5명으로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의 대. 현대의 분대 같은 것)' 시스템을 채용하여, 잡병에서 정예병에 이르기까지 5명을 한 조로 하여 군사 행동의 최소 단위로 삼기로 했다. 이 시스템을 기본으로 가신들은 병참을 구상했다.


처음으로 의견을 낸 것은 타케나카 한베에다.

그는 자신도 활용하고 있는 보온병을 응용하여, '오'의 한 끼 식량을 넣을 수 있는 식량통을 제안했다.

먼저 말린 밥, 말린 야채, 닭고기 등의 말린 고기, 살균 작용이 있는 매실장아찌를 보온병에 넣는다.

이렇게 하면 조리할 때, 끓인 물을 식량통에 붓기만 하면 된다. 말하자면 현대의 인스턴트 식품에 가깝다.

말린 고기나 말린 야채는 완전히 건조시키면 상온에서도 3주일 가까이 보존이 가능하다. 말린 밥은 최고 20년은 간다고 한다.


또 병참을 유지하려면 군사물자 운반용의 도로 정비가 필요하다, 라는 의견을 낸 것은 모리 요시나리와 니와 나가히데였다.

그들은 시즈코가 정비한 머캐덤 포장을 채용하여, 그것을 사용하여 도로를 정비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정비가 잘 된 매커넘 포장 도로는, 비가 내려도 물이 잘 빠지고, 도로의 양쪽 도랑을 통해 물이 배출된다.

즉, 어느 정도 날씨에 영향받지 않고 군수품을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포장도로이기에 마바리의 속도도 올라가며, 게다가 우천에 의해 노면이 진창으로 변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에 수송대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고 등이 없어져 수송 비용의 대폭적인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도로가 정비된다면 마차가 나올 차례이다, 라는 것으로 수송용 병기로서 시즈코는 39식 치중차(三九式輜重車)를 제안했다.

무구, 식량 등의 물자를 말 한 마리로 끄는 목제의 짐마차로, 메이지(明治) 39년(※역주: 1906년)에 제식화된 이래로, 제 2차 세계대전 후에 일본군이 해체될 때까지 사용되었다.

본래의 적재량은 220kg이지만, 제 2차 세계대전 수준의 성능은 낼 수 없으리라. 그래도 말의 등에 실어 운반하는 것보다는 많이 운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물자를 운반하는 상자에 어떤 가공을 하여, 운반 도중에 적의를 가진 인물에 의한 독물의 혼입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구조는 단순하여, 우선 식량통을 넣는 전용의 상자를 만든다. 그 상자에 안쪽에서부터 열리는 부분에 종이를 붙인다. 그 상태에서 반대쪽으로부터 식량통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나무못을 박아서 바닥을 붙여 고정시킨다.

그렇게 하면 개봉한 순간 끼어 있던 종이가 찢어지기 때문에 개봉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안쪽에 붙어 있는 이상, 종이를 찢지 않고 다시 붙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무못을 사용하였기에 못을 뽑을 수는 없고, 어설프게 수작을 부리려 해봤자 나무못은 간단히 부러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짐마차를 이용해서 운반하는 것에 대해 히데요시는 어떤 의문점을 제시했다. 그는 말을 계속해서 며칠이나 달리게 하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동 거리가 짧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히데요시는 하루 동안 말을 달려서 운반할 수 있는 거리마다 방위 시설에 해당하는 '역(駅)'을 설치하고, 거기서 하루마다 말을 교대시켜 달리게 하는 것을 제안했다. 소위 말하는 역마차 제도다.

그렇게 하면 운반할 수 있는 양과 이동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말의 사료를 짐수레에 싣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처음의 말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차례차례 짐을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어느 아이디어도 실현될 때까지는 최소 2년은 걸리지만, 운용하여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빠른 군사 행동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병참, 즉 노부나가의 병참관리 시스템은 평시에서의 응용 이용도 가능하다. 통상의 물류와 군수품의 물류를 한 손에 장악하면, 뭐가 어디로, 얼마만한 양이 흘러가고 운반되어 오는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것들을 쓰지 않고 운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건 평범하게 간자를 이용하여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


"이 이상은 됐다. 우선은 롯카쿠, 그리고 미요시 3인방을 박살내는 것만 생각하라. 아시카가 님을 쇼군으로 추대한 후, 이것들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


"옛!"


그 한 마디로 이번의 회의는 해산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피곤해진 시즈코는 어깨를 두들기며 방을 나섰다.

아직 10대 후반인데 벌써 아저씨같은 짓을 하는 시즈코에게, 등 뒤에서 시바타가 말을 걸었다.


"잠시 괜찮겠습니까, 시즈코 님"


"흐억!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시바타 님"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시바타, 그리고 삿사가 있었다. 양쪽 다 신속하고 용맹과감, 그리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사람들이다.

특히 삿사 나리마사 쪽이 지독하게 지는 것을 싫어하여, 노부나가도 '네 결점은 고집이 너무 센 점이다'라고 쓴소리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호로슈(母衣衆, ※역주: 호로(母衣)라는 것은 일본의 방어구의 일종으로, 돌이나 화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갑옷이나 투구 뒤에 비단을 풍선처럼 부풀려서 부착한 것이라 하는데, 이것이 다이묘 직속의 정예무사들의 상징처럼 되었다고 한다. 즉, 여기서 말하는 호로슈는 다이묘 직속 친위대의 일종이라고 보여진다)의 대장에 임명될 정도로 노부나가의 신뢰를 얻고 있기도 했다.


(이 두 사람,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무장들의 급선봉이었지……)


그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맞물려서인지, 아니면 자신들보다 여자 따위가 중용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오다 가문에 가신들 중에 시즈코가 있는 것을 싫어하고 있다.

반대로 적극적인 활용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타케나카 한베에, 니와 나가히데였다.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의 의견에 따르는 스타일이었기에, 한결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태도였다.


"여기서는 다른 사람의 방해가 되겠지요. 시즈코 님이 쉬고 있는 곳에서 이야기해도 괜찮겠소?"


"네, 네에…… 저기,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문제없을까요"


"문제없소"


진중에서 시즈코가 머무르는 장소에는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어째서인지 나가요시가 머물고 있엇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있는 것 보다는, 이라는 노부나가 나름의 배려이리라. 매춘부로 착각되지 않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시바타와 삿사를 데리고 돌아가자, 생각대로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나가요시가 있었다. 시즈코에게도 예상 밖이었던 것은, 키묘마루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있었던 점이었다.

케이지는 처음에 시즈코와 시바타, 삿사를 쳐다보았지만, 드러누운 상태에서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그 대신 사이조가 허리를 곧게 펴고 일어나 세 명에 대해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나가요시와 키묘마루는 컴파운드 보우로 과녁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타케나카 한베에가 지켜보고 있었다.

상당히 혼돈스러운 광경이었다. 일단 나가요시와 키묘마루의 놀이를 그만두게 한 후, 시즈코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준비했다.


"그래서…… 이야기라는 것은 무엇인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키묘마루들을 보았다. 자리를 피할 생각이 없는 그들은, 각자의 장소에 앉아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아예 감출 생각도 없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바타 들의 대화를 들으려고 하고 있었다.

시바타와 삿사는 동시에 헛기침을 했지만, 입을 연 것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시바타였다.


"어설픈 탐색은 익숙하지 않으니, 솔직히 말하겠소. 나와 삿사 님이 그대를 무척 싫어하는 것은 그대도 알고 있겠지.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도리에 맞는 이야기까지 반발하진 않소. 우선 이것부터 이해해 주셨으면 하오"


"네"


"그럼 이야기 말인데, 내게는 병참의 장점이 전혀 이해되지 않소. 그것에 집착하는 그대의 생각도 노림수도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군. 확실히 말하자면 어쩐지 너무 기분이 나쁘오"


(기분이 나쁘다……? 아아…… 과연)


그 말에 간신히 시즈코는 그들이 자신을 매우 싫어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두려운 것이다. 시즈코가 언젠가 자신들을 대신하게 되어, 자신들의 존재가 완전히 부정되는 것이.

두 사람은 속마음을 감추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리라. 시즈코가 간단히 본심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어떤 의미에서는 우직함이 지나칠 정도로 솔직했다.


"먼저, 저는 병참에 집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병참을 결여, 또는 소홀이 하면 이길 수 있는 싸움도 패배하게 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병참 만으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병참은 현재의 기술과 경제를 베이스로 한 군대, 말하자면 국가의 축소판에 해당한다.

전술, 전략보다 상위의 가치관이 아니라, 그 둘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경제 규모에 맞지 않는 전쟁을 하면, 전술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어도 전략적으로 패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어째서, 병참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오. 집착이 없다면, 지금 이 시기에 말할 필요도 없지 않소"


"그건 뭐…… 영주님께서 흥미를 보이셨다고밖에는"


"아아……"


그 한 마디로 납득한 시바타와 삿사였다. 엄청난 설득력이네, 라고 말한 본인인 시즈코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할까. 나, 딱히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우연히 타케타 신겐의 이야기를 꺼냈다가 언니의 말을 떠올린 것 뿐이고……)


"제 나름대로 병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만"


팔짱을 끼고 끙끙거려봤지만 두 사람에게 병참의 유익함을 이해시킬 방법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묘안이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을 무렵,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타케나카 한베에가 입을 열었다.


"시즈코 님은 병참을 구축하는 것 자체에 흥미가 있으신 게 아니라, 병참이라는 개념을 아는 것으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곳이 보이게 된다, 고 말씀하고 싶은신 게 아닐까요"


"음…… 확실히 지금까지 식량 사정을 고려에 넣지는 않았지만……"


"영주님께서는 시즈코 님을 다방면에 등용하고 계신데,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영주님께서는 매사에 따라 보는 것의 위치를 바꾸고 생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계십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되어 보이게 되는 것, 보아야 할 것, 그리고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따라서 유익하다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시는 것이지요"


"과연. 영주님의 심모원려(深謀遠慮)는 그러한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나. 내 얕은 생각이 부끄러울 뿐이군. 소생이 학문이 짧아 그런 것이니 용서를 바라오"


"하―, 영주님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셨던 건가요"


"……어째서, 거기서 시즈코 님이 감탄하시는지는 대단히 의문입니다만, 어쨌든 소생도 이로서 납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삿사에게서 냉정한 지적을 받은 시즈코였지만, 그녀는 노부나가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님께서 종종 말씀하시는 '승복할 수 없다면 시즈코를 뛰어넘는 재주를 내게 보여라'라는 것은, 그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뒷부분부터 타케나카 한베에게 설득에 가까운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여 조용히 듣고 있던 시즈코였다.




한베에의 설득에 의해 일단 납득은 했지만, 그렇게 간단히 생각을 바꿀 수 없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의 생각은 역사(戰史)를 배우고, 실제 전장에서 적과 칼날을 맞부딪히며 길러진 것이다.

하루아침에 바뀌면 고생할 일이 없다. 하지만 그들도 무의미한 반말은 불화를 초래한다고 생각을 고쳐먹고, 이제부터는 노골적으로 시즈코에게 반발하는 것은 삼가기로 했다.

물론, 반론해야 할 곳은 설령 노부나가가 찬동하더라도 반론하겠지만.


이래저래 꽤나 밀도높은 첫째날이었으나, 이틀째는 딱히 사건이나 사고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고, 이틀간 휴식을 취한 노부나가-도쿠가와 연합군은 아자이(浅井) 군과 합류한 후, 아이치 강(愛智川) 북쪽 기슭 부근까지 이동하여 포진했다.

포진한 후, 노부나가는 스스로 말을 몰아 직접 적정 시찰을 하고, 공격 목표를 칸온지(観音寺) 성, 미츠쿠리(箕作) 산성, 그리고 롯카쿠 진영의 최전선 기지인 와다(和田) 산성으로 정했다.

입지적으로 아이치 강의 반대쪽 기슭에 와다 산성, 그 후방에 롯카쿠 씨의 본거지인 칸온지 성, 동쪽에 지성(支城, ※역주: 본성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보조적 역할을 가지는 성, 요새, 진지 등)인 미츠쿠리 성이 있었다.

이 세 성을 선으로 이으면 삼각형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간선(幹線)은 이 삼각형 안쪽을 지나고 있다.

거기까지 파악한 노부나가는 롯카쿠가 어떠한 책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롯카쿠의 방어 태세는 우선 와다 산성에 주력을 배치하여 이곳에 상락군을 못박아둔다. 그 동안 칸온지 성과 동쪽에 있는 지성인 미츠쿠리 성의 병력을 이용하여 상락군을 협공하는 작전에 나설 것이라 확신했다.

게다가 그는 남 오우미(南近江)의 지금까지의 전사(戦史)를 조사하여, 이 주변에 있는 영주들은 싸움에서 불리해지면 전장에서 도망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긍지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불리해지면 철수하여 권토중래를 바라며 자복(雌伏)한다는 것이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처세술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놈들은 놓치면 성가시다. 싸구려 도발에 넘어오지 않고 철저하게 몸을 숨기니까. 그런 주제에, 마치 쥐새끼처럼 쫄래쫄래 움직이지. 롯카쿠는, 이 땅에서 완전히 씨를 말릴 필요가 있겠군)


방침이 정해진 노부나가는 호위들을 데리고 진지로 돌아갔다.

상락군의 대부분이 오다 군이라고 해도, 롯카쿠를 공격하려면 작전 회의를 열어야 한다.

4만이라는 대군을 움직이는 노부나가는 강한 발언권을 가지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상락군은 노부나가를 포함하는 연합군'이라는 입장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작전 회의는 자기 혼자 결정하지 않고 아자이, 도쿠가와와 의논하고, 전투에서는 위험한 장소에 먼저 들어간다.

그것을 말하고 반드시 지키는 것으로 동맹 상대를, 특히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목표다. 이것은 노부나가의 생각이 아니라, 노히메의 의견이 채용된 것이었다.


(하여튼, 뭐가 '아사쿠라 가문 당주는 주군께 요여(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 ※역주: 요여(神輿)는 제례 때 신위(神位)를 모시고 메는 가마)를 새치기당하여 심히 화가 난 듯 합니다. 따라서 할아버님 대부터 친한 사이이자 맹우(盟友)인 아자이 가문 영감님(ご隠居, ※역주: 자식이나 후계자에게 가문이나 사업을 물려주고 은퇴한 노인을 뜻한다)께는 절대 방심하지 마시길'이냐. 어이없군…… 하지만, 그 녀석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흘려들을 수 없는 것 뿐이다)


한 번도 접촉이 없는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와 노부나가가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 그것은 아시카가 요시아키가 원인이라고 한다.

그가 류우쇼지(立政寺)에서 노부나가와 회담한다는 것을, 2년이나 신세를 진 요시카게에게 알린 것은 출발 직전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요시카게는 세 번에 걸쳐 요시아키를 말리려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결국 요시아키를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러한 흐름이, 요시카게에게 노부나가에 대한 반발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비젠노카미(備前守, 아자이 나가마사의 통칭, ※역주: 우리 말로 하면 비젠(備前) 태수 정도로 이해하면 됨)는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 지금 당장 사효노죠(左兵衛尉,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의 통칭, ※역주: 일본의 관직 중 하나)가 이래저래 움직일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으니. 우선은 요여를 쿄(京)로 옮기고, 그걸 처리한 후에 다음 일을 생각하자)


진지에 도착하자마자, 노부나가는 아사히 나가마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작전 회의 개최 요청을 보냈다.

수락하는 답변은 곧장 돌아왔다. 대답을 확인한 노부나가는, 숨돌릴 틈도 없이 곧이어 주요 부하들을 호출했다.


"그럼, 오늘은 밤까지 바빠지겠군"


노부나가는 제법 유쾌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나가가 적정 시찰을 하고 있을 때, 본진에 있던 시즈코는 따분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필요한 정보를 노부나가에게 모두 전달했기에, 그녀는 할 일이 없었다. 카이저와 쾨니히를 쓰다듬는 것도 지겨워졌다.

주위가 지금부터의 싸움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혼자 여유가 넘치는 태도의 시즈코였다.


"……너무 한가해. 잠깐 산책이라도 하고 오자"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시즈코는 가지고 있던 도구로 목제의 파이어 피스톤(Fire Piston)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세 개를 만들고 지겨워진 그녀는, 산책을 나서려고 생각했다.

참고로 파이어 피스톤은 동남아시아의 원주민이 사용하던 발화 도구의 일종으로, 19세기에 로렌스 반 데르 포스트(Sir Laurens Jan van der Post)에 의해 유럽에 보고되었다.

단열 압축이라 불리는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디젤 엔진의 점화 방식과 같은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불씨를 불쏘시개로 옮기기까지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지만, 심플하고 휴대성이 좋으며, 발화석 같은 특수한 재료가 필요없고, 그리고 단시간에 불씨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전국 시대에는 오버 스펙인 발화 도구이지만, 시즈코에게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만든 정도의 인식이었다.


백팩에서 간단한 먹거리와 도구를 소형 백에 옮겨서 등에 멨다.

카이저와 쾨니히, 그리고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를 데리고 시즈코는 본진 주위를 산책하기로 했다.

주위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뭣보다, 이제 곧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되는데 관광유람 분위기를 내는 사람이 있으면 신경쓰이는 건 당연한 얘기였지만.


"으―음, 역시 자연이 많이 남아 있네. 이것저것 먹을 수 있는 게 잔뜩 있어"


여기저기 산에서 나는 먹거리들이 보였지만, 아무래도 주워모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이 눈 앞에 있는 상황에서는, 산에서 나는 먹거리들에 수작이 부려져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뭔가 시간 때울 만한 건 없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즈코는 적당한 길을 걸었다.

20분 정도 걸었지만 역시 세상이 그렇게 편리하진 않아서, 단순한 산책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커브길을 지난 시즈코가 돌아갈까 하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카이저의 귀가 자신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이어서 쾨니히가 몸을 움직이며 전달했다. 두 마리의 행동을 보니 누군가 이쪽을 보고 있다, 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케이지나 사이조도 인기척을 느낀 듯, 기척이 나는 방향을 경계하고 있었다.


시즈코는 소매에서 포켓 화장거울을 꺼냈다.

화장도구류는 이미 못 쓰게 되었지만, 거울 같은 소품은 지금도 쓸 수 있다.

헌터 케이스(Hunter Case, ※역주: 일반적인 회중시계 형태를 말한다) 타입의 회중시계처럼 용두를 눌러 뚜껑을 열자, 안에는 직경 5.5cm의 원형 거울이 끼워져 있었다.

디자인은 그냥 심플할 뿐이지만, 기능성을 중시하는 시즈코가 쓰는 것이라 생각하면 위화감은 없었다.


손거울의 위치를 잘 조정해서 뒤쪽에 숨어 있는 인물을 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금방 거울을 닫았다.

거울에 비친 것은 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한 번 감싸쥔 후, 무거운 한숨을 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혼다(本多)님, 거기서 뭘 하고 계시나요"


순간, 가까이서 수풀의 잎이 버스럭거리는 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렸다. 그것은 숨어서 시즈코를 살피고 있던 인물이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라는 확신을 주는 소리였다.


(어쩐지 카이저와 쾨니히가 반응하지 않더라. 적의가 아닌 단순한 시선이라면 얘네들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두 마리가 소리에만 반응한 이유가 납득이 간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무슨 신호라고 생각했는지, 덤불 저편에 숨어 있던 타다카츠가 뻘쭘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거 참 우연이군요, 시즈코 님!"


이 상황에서도 아직 뻔뻔하게 얼버무리려는 타다카츠에게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다.


"일단 진지로 돌아가죠"


타다카츠가 이 장소에 있었던 이유는 묻지 않기로 한 시즈코였다. 물었다간 괜히 더 피곤해질 듯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것은 올바른 판단으로, 그는 단순히 시즈코를 찾고 있었던 것 뿐이며 딱히 깊은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직감만으로 찾아내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한 재능이지만.


어떻게든 시즈코와의 관계를 발전시켜보려고 획책한 타다카츠였지만, 카이저와 쾨니히 두 마리가 절묘한 컴비네이션으로 타다카츠를 계속 블로킹했다.

두 마리의 공방에 패한 타다카츠는, 결국 대단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자신의 진지로 돌아갔다.

뭣보다 헤어지기 직전에, 주먹밥과 훈제 무 절임을 나눠받는 것으로 기운을 되찾을 정도의 실의였지만.

갑작스레 기운이 난 탓인지, 그의 실의는 엉뚱한 방향으로 비틀려져, 어째서인지 롯카쿠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변환되어 버렸다. 불합리한 분노를 받게 된 롯카쿠 병사들이 가엾다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참고로, 그는 시즈코를 발견하기 전에 나가요시를 발견했다.

야스마사(康政) 왈, 두 사람의 대화는 대단히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라고 했으나, 내용을 모르는 시즈코는 나가요시가 자신을 약간 피하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해 그냥 고개를 갸우뚱하며 곤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노부나가, 이에야스, 그리고 나가마사의 상락군은 다음 날 전투를 시작하는 데 합의했다.

어느 군이 어떤 성을 공격할지를 정하고, 작전 회의가 끝나기 직전 무렵, 이에야스가 그제서야 떠올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다 님. 귀하의 명물 병사를 보고 싶은데,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명물 병사?"


무슨 소리냐는 듯한 태도의 노부나가에게, 이에야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괜한 겸손이시군요. 뭔가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짐승을 거느리고 있는 병사가 있다고 저희 군에서는 소문이 자자합니다만"


"그건 저도 들은 적이 있소. 형님,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도 구경하고 싶군요"


이에야스의 말에 나가마사가 자신도 생각난 듯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 내용에서 누구를 말하는 건지 이해한 노부나가는 잠시 생각했다.


(……확실히 박력이 있는데다 경외의 대상으로서 위엄이 있는 늑대를 데려오라고 했지만…… 쿄에 도착하기 전에 소문이 났나)


옛부터 일본에는 늑대 신앙이 있다.

예전에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의 산에 서식하고 있던 일본 늑대는, 농작물을 망치는 사슴이나 멧돼지를 잡아먹었다.

그 때문에 늑대는 신의 사자, 즉 신사(神使)로서 신앙의 대상이었다.

늑대가 사람을 습격하는 위험한 해수라는 생각은, 메이지 시대 이후에 서양에서 들어온 잘못된 생각이며, 일본은 그때까지 늑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의 교토(京都)시 후시미(伏見)구 후카쿠사오오카메다니(深草大亀谷)는, 옛날에는 산성(山城)의 나라인 오오카메다니(大亀谷)라고 불렸다.

이 산은 일본서기(日本書紀)에도 등장한다. 그것은 늑대끼리 싸우는 상황에서 중재에 들어간 사람이, 그 덕에 의해 입신출세하여 행복해지는 이야기이다.

킨키(近畿) 지방(※역주: 교토,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2부(府) 5현)에 있는 야부(養父) 신사(神社)는, 에도 시대부터 몇 안 되는 늑대 신사로 알려져 있었다.


즉 키나이(畿内)에서 늑대는 사람을 돕는 신의 사자이기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시즈코의 호위는 케이지와 사이조였지만, 그에 대해 종군에 관록을 붙게 하는 의미로 데려오라고 명령한 노부나가였으나, 예상밖으로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을 깨달았다.


"흠…… 뭐 좋겠지. 허나 녀석은 보통 괴상한 녀석이 아니니, 그건 우선 이해해 두도록"


"오다 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다니…… 조금 무섭군요"


말과는 달리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이에야스였다. 너구리 녀석, 이라고 노부나가는 마음 속으로 내뱉으며 작전 회의를 일찍 끝냈다.

그리고 이에야스와 나가마사를 데리고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호위니 뭐니 따라오기 때문에 상당한 인원수가 되어 버렸다.


"시즈코, 지금 괜찮……"


노부나가의 말은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눈에 들어온 광경이 너무나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목적한 인물인 시즈코는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카이저의 등에 머리를, 쾨니히의 등에 발을 올려놓고 자고 있었다.

본진에 있다고는 해도 적이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무방비하게 코를 골고 있는 배짱에 노부나가는 머리가 아파졌다.

게다가 그녀의 근처에서 솔잔을 한 손에 들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케이지와 사이조. 한편 나가요시는 4미터나 될 듯한 긴 죽창를 사용하여, 실에 매달아놓은 영락전(永楽銭, ※역주: 중국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永楽帝) 때 주조되기 시작한 동전(엽전)으로, 일본에는 무로마치 시대 때 대량으로 수입되어 에도 시대 초기까지 유통되었다)의 구멍에 끼워넣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사전에 '상대는 엄청나게 이상한 녀석이다'라고 듣고 있던 이에야스와 나가마사도 이것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위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노부나가는 관자놀이 주변을 누르면서 자고 있는 시즈코에게 다가갔다.

어벙한 표정으로 자는 모습에 한 번 한숨을 쉰 후, 그는 시즈코의 볼을 힘껏 잡아당겼다.


"실로 멋진 침구에서 일찌감치 취침이라니 너는 참 팔자 한 번 좋구나"


"흐억! 여, 여우이(영주님)!? 아아어(아파여)―――!"


행복한 꿈에 젖어 있을 때 갑자기 깨워진 시즈코는, 패닉을 일으키면서도 노부나가임을 깨달았다.


"됐으니까 그 얼빠진 얼굴을 빨리 조여라"


그 말만 하도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볼에서 손을 뗐다.




어지간히 아팠는지,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잡아당겼던 부분을 양손으로 문지르며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얼핏 보니, 높은 신분의 사람이 둘에 나머지가 호위라고 추측했다.

갑자기 사람이 늘어나자 카이저는 경계를 나타내는 낮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쾨니히는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주위의 상황을 바쁘게 살피고 있엇다.


(또 뭔가 안 좋은 예감이……)


참고로, 케이지 등 세 명은 어느 틈에 술잔이나 죽창을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하고 있었다.

태세전환이 빠르네라고 생각하면서, 시즈코도 자세를 바로하고 노부나가가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노부나가와 두 명의 남자가 의자에 앉았다.


"보면 볼수록 크군……"


"무섭군…… 저 하얀 털의 늑대, 머리는 사람만큼 좋은 걸까"


"검은 털 쪽은 지금도 목을 물어뜯어올 듯 하지 않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시즈코에게 그다지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확실히 카이저와 쾨니히는, 일본 늑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거구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함부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애초에 늑대는 경계심이 강하여, 사람 앞에 모습을 별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적극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형 늑대가 다수 서식하는 캐나다에서, 늑대에게 공격받을 확률은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한다.

물론, 절대로 공격받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육아중의 늑대에게 부주의하게 접근하거나 고의로 무리에 위해를 가하려고 하거나 하면, 늑대에게 보복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저런 괴물이 곁에 있으면, 언제 자다가 공격받을 지 모르겠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저 여자가 부추길지도 모르지 않나"


순간적으로 혈압이 올라, 시즈코는 수근대는 자들에게 한 소리 하려고 했다.


"겁장이 놈들이 시끄럽게 재잘대지 마라"


하지만 그녀가 얼굴을 든 순간,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차가운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시즈코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왔던 말을 자기도 모르게 삼켰다.


"나는 가신을 구경거리로 만들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다. 들으라는 듯 험담하는 비겁한 놈들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게 말해봐라"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노부나가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오다 님의 말씀이 맞군요. 저희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했습니다. 이래서는 겁장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고요함이 지배하는 자리를 처음으로 깬 것은 의외로 노부나가의 옆에 있던 이에야스였다.

그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다 님, 시즈코 님. 제 가신들의 결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너희들, 이 이상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마라"


노부나가와 시즈코에게 고개를 숙인 후, 이에야스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부하들에게 박력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누가 험담을 했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지만, 이에야스는 솔직히 결례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형님, 저도 결례를 사과드립니다. 애초에 제가 꺼낸 이야기인데, 기분을 해치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한 템포 늦게 나가마사도 노부나가에게 머리를 숙였다. 여기서 시즈코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어라……? 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만난 거야……?"


나가마사는 노부나가에게 결례를 사과했다. 당연히 그는 시즈코의 이름을 모르기에,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처음부터 노부나가와 시즈코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뭐어 아자이 쪽은 영주님에게 사과한 것 뿐일까?)


가신에게까지 일부러 사과한 이에야스였지만, 시즈코는 그냥 이에야스가 꼼꼼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 어디 기세를 돋을 겸, 신의 사자의 가호를 받아보도록 하죠"


이에야스는 말하자마자 일어나서 큰 걸음으로 카이저에게 걸어갔다. 가신들이 말릴 틈도 없이 이에야스는 시즈코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허리를 굽혀 시선을 시즈코에게 맞춘 후, 이에야스는 목소리를 낮춰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면화(綿花) 때도 그러했지만, 그대는 퍽 흥미롭소. 가능하면 오다 님이 없는 자리에서 속을 터놓고 이야기해보고 싶소"


"네……?"


처음부터 시즈코의 대답 따윈 고려하지 않았는지, 이에야스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카이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약간 겁내면서 카이저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 했으나, 카이저는 교묘하게 머리를 움직여 그 손을 피했다.


"실로 안타깝군요. 아무래도 신의 사자께서는 기분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오"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은 무리라고 이해한 이에야스는, 과장된 태도로 익살을 떨어 보였다.




※용어나 명칭에 대한 역주 내용의 기본적인 출처는 역자 본인이 알고 있던 내용 외에는 네이버 일한사전 및 구글, 일본 위키피디아입니다. 역주마다 일일이 출처를 기재하자니 본문의 가독성을 지나치게 해치는 것 같아 이렇게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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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