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6 1568년 6월 상순



시즈코는 야채의 작부(作付, ※역주: 작물을 심음)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새롭게 입수한 씨앗이나 묘목을 고려해서, 재배의 계획을 다시 짜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4년 주기의 돌려짓기를 기본으로 하는 것은 변경하지 않는다. 변경하는 것은 재배할 작물에 한정시킨다.


하지만 이게 제일 골치아팠다.

작부 계획서는 작물의 밭갈이부터 수확까지 계산에 넣지 않으면, 수확과 그 뒤에 심는 작물의 밭갈이가 겹치는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실패하면 씨뿌리기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퍼즐 같은 조합은, 원래 일본인이 특기로 하는 분야이기도 했다.

시기에 관해서도, 달력이라는 공통의 역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씨앗을 심는 시기를 착각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아직 전래되지 않은 작물을 제외하고, 현재 상태에서 재배 가능한 작물의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나, 상성이 좋은, 또는 상성이 나쁜 작물의 조합의 자료를 작성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줬다.

즉, 백성들은 시즈코의 진두 지휘가 없어도, 스스로 작부 계획을 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즈코는 사람들이 이주하여 생긴 남는 토지를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해 남은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 보았지만, 그들의 작부 계획에 대해서는 상담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무래도 50명이 쓰고 있던 논밭을 30명으로 분배했기에, 상당히 넓은 논밭을 가지게 되었다.

분배된 토지를 정비하자, 시즈코는 밭을 돌려짓기용의 밭을 세 개,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 작물을 키울 밭 하나로, 총 4개로 나누었다.


먼저 이어짓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잘 발생하지 않는 작물로 간주되는 호박, 고구마, 당근, 소송채 등 네 종류를 재배하는 구역. 이것들은 토지를 회전시키지 않고 매년 같은 순서로 재배한다.

다음으로 돌려짓기 플랜 A였다. 이것은 콩을 키울 구역이기에 가장 넓은 밭을 포함한다. 그룹 A에 땅콩, 그룹 B에 옥수수와 콩, 그룹 C에 고구마, 그룹 D는 계란이다.

돌려짓기 플랜 B는 그룹 A의 전작(前作, ※역주: 같은 땅에 두 가지 이상의 작물을 재배할 경우, 먼저 재배하는 작물,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 후작(後作)이 배추. 그룹 B의 전작이 가지, 후작이 무. 그룹 C의 전작이 토마토, 후작이 시금치. 그룹 D는 계란이다.

마지막으로 돌려짓기 플랜 C는 그룹 A가 수박, 그룹 B가 오크라, 그룹 C가 감자, 그룹 D는 백화두(白花豆)이다.


하지만 논밭을 깔끔하게 다 쓰지는 못하여, 손바닥만한 토지가 몇 군데 남았다.

방치하는 것도 아까웠기에, 시즈코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영양소나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영양소가 포함된 수송나물(オカヒジキ)이라는 작물을 심었다.

이것은 벌레가 잘 달라붙지 않기에 농약이 필요없고, 조건만 맞으면 재배에 손이 가지 않는다. 몇 번이고 수확이 가능하여 소송채처럼 키우기 쉬운 작물이다.

비누의 재료인 소다회를 만들기 위해 수송나물이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비누를 만드는 것의 메리트가 별로 없다.

올리브 오일이 일용품으로 취급되는 서양과 달리, 일본은 유채 씨앗이나 깨 기름 등의 식물성 오일은 귀중품이다.

게다가 소다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의 장작이 사용되며, 부산물로 생성되는 화학물질에 의해 토양 오염이나 대기 오염 등의 환경 오염도 일어난다.

그러한 리스크들을 감안하고 비누를 만드느니, 무환자나무를 대량으로 심어 열매 껍질을 입수하는 편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전작과 후작을 하는 밭이 있는 한편, 단일 품종만을 심는 밭도 있는데, 이것은 휴경 등을 하기 위해서다.

항상 작물을 계속 키우게 되면 토지가 피폐해져 버린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휴경지로 만들어서 대지의 활력을 되찾게 해야 한다.


프렌치 마리골드, 월계수는 컴패니언 플랜츠이기 때문에, 벽돌용의 흙을 유용하여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사각형의 화분에 심었다. 시기를 봐서 야채가 재배되고 있는 구역에 둘 예정이다.


과일은 넓은 토지를 준비했지만, 중요한 묘목이 하나나 둘 밖에 없겄기에, 넓게 정지(整地)된 토지의 한 구석에 듬성듬성 묘목이 심어져 있는 모습은 정말 쓸쓸했다.

본래는 감이나 밤도 같이 재배할 예정이었지만, 감이나 밤나무에 작물의 해충이 몰려들 것을 생각하면, 밭 근처에서 재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식수(植樹, ※역주: 나무를 심는 것)는 단념했다.


백화충제국, 해바라기, 알로에벨라도 광대한 토지를 준비했다. 특히 백화충제국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유는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정리하고 있을 때, 백화충제국은 모기향의 재료로 쓰이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때, 시즈코는 신에게 감사하며 신앙심이 싹텄다. 하지만, 그건 들어올렸던 손에서 스마트폰이 미끄러지며 이마에 격돌했을 때 제로가 되었지만.


모기향은 제법이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발군이다. 현대에서도 전기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모기향은 모기장과 함께 의료 관계자가 중시하고 있다.

알로에벨라도 '의사가 필요없음'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가진다. 이 쪽도 양산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해바라기도 씨앗은 식품으로 보면 약간 기름기가 많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또 식물성 기름을 씨앗에서 채취할 수 있다.

유일하게 아무 메리트도 없는 섬게선인장이었지만, 이건 키우면 키울수록 대형화하므로, 관상용이라 생각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쌀 두 종류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역시 질병에 강해지도록 품종개량된 것이 큰 반면, 비료를 주는 것을 전제로 하는 품종이기도 하기에 토양 관리가 어려웠다.

근처에 지금까지 재배했던 벼의 모가 있었는데, 그것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힘이 느껴지는 벼로 보였다.

하지만 질병에 강한 벼라도, 백미(白米)로 만들면 영양을 잃어버리므로, 그걸 어떻게 개선할지가 문제였다.


시즈코는 바쁘지만 충실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약속대로, 긴급한 명령 이외에는 내리지 않았고, 한결같이 시즈코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속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그에 반해 시즈코의 표정은 딱딱했다. 그것은 시즈코의 마을을 찾아오는 노부나가의 가신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노 공략과도 다른, 그러면서 미노 공략 때보다 강한 열기를 느낀 시즈코는, 가까운 장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이해했다.


(드디어 상락이 시작되는구나)


천하포무의 첫걸음, 교토로 상락하여 키나이(畿内)를 손에 넣는 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노부나가가 상락을 실행한다, 그 판단을 내린 근거는 직감 뿐만이 아니다.

먼저 시즈코가 올리는 다양한 상신(上申)에 대한 노부나가의 응답이 둔해져 있었다. 한 번이라면 우연이겠지만, 세 번이나 계속되면 필연이다.

또, 일주일에 한번 꼴로 편지를 주고받던 타다카츠의 편지가 격주(隔週)로 오게 되었다. 면화의 공동 재배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대리인을 보내는 상황이다.

결정적인 것은 노부나가의 이례적인 물자의 구입이었다. 물품도 다종다양하여, 쌀이나 소금 등 군수품에 포함되는 식량이나 목재, 숯, 가죽 등의 일용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군사행동에 필요한 모든 물자가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대대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알려지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노부나가가 군사 행동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을.

이후, 노부나가가 상락 때까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금의 그녀는 그쪽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시즈코, 빨리 굽거라"


노부나가나 가신들이 바빠져 가는 데 비례하여, 오다 가문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노히메, 그리고 그에 수반하여 오네와 마츠가 자주 마을을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잡담을 하러 온 것은 아니고,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노히메는 시즈코가 대꼬챙이를 사용한 '꼬치구이'나 '닭꼬치' 등을 시험삼아 만들어보고 있는 것을 파악하여, 그녀들에게는 생소한 요리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가스 따위 존재하지 않는 전국시대, 당연히 전부 숯불구이가 된다. 이게 의외로 노력이 필요한데다 열기 때문에 체력을 소모한다.


"기, 기다리셨습니다. 허벅다리살, 네기마(ねぎま, ※역주: 닭고기와 대파를 넣어 만든 닭꼬치), 연골, 뱃살, 껍질입니다"


땀범벅이 되면서도 닭꼬치를 굽는 시즈코. 아야가 있으면 분업태세도 가능했겠지만, 그 아야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불려가서 이 자리에는 없다.

게다가 나가요시나 케이지나 사이조도 각각 호출받았다.

호위대나 측근만이 호출을 받았는데 어째서 그녀 본인만 방치된 건지 약간 납득이 가지 않았던 시즈코였다.

하지만 소리쳐봐야 상황이 바뀔 리도 없다. 닭꼬치나 꼬치구이를 굽는 것이 지금의 그녀가 할 일이었다.


"오오, 기다렸노라…… 으음, 맛있구나"


"이 즙이 정말 맛있다. 매콤달콤하니 맛있구나, 시즈코"


"남자들은 독 검사니 뭐니 해서 식어빠진 밥밖에 못 먹으니까, 이런 뜨끈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건 우리들의 특권이지"


뜨거운 닭꼬치를 먹는 데 열중하는 세 사람. 영주나 무장들은 독 검사 등의 관계로, 대부분 식어빠진 밥밖에 먹지 못한다.

그에 반해 정실, 측실은 독살당할 가능성이 무장들보다는 낮다. 애초에 독살당해도 다음 여자를, 이라는 식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실이 한 명 뿐이라고 엄밀하게 규정된 것은 에도 시대의 무가제법도(武家諸法度) 이후의 일이다. 헤이안 시대의 쿠쿄우(公卿), 히데요시의 챠챠(茶々/淀殿(요도도노))나 쿄고쿠 타츠코(京極竜子/松の丸殿(마츠노마루도노)) 등, 동시대의 자료에서는  그녀들이 정실로 취급되었던 것이 확인되었다.

물론, 독살당할 가능성은 제로가 될 수는 없다. 때로는 칼싸움으로까지 번지는 후계자 다툼은, 어느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기에.


"호홋, 독의 걱정따윈 하지 않노라 시즈코. 만약 네가 독을 탔다고 해도, 그건 내게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을 뿐이니라"


"아, 아뇨, 그런 독을 타는 짓 따위"


"사람의 변절은 예상사라 하지만, 적어도 너는 근본적으로 바보라서 권모술수의 세계에 발을 들이지는 않겠지"


"바, 바보라뇨"


심한 평가라며 시즈코는 볼을 부풀리며 항의했다. 하지만 시즈코의 반응에 노히메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띠었다.


"잘 생각해 보거라 시즈코. 너는 지금까지 얼마만한 쌀이나 콩을 주군께 헌상했느냐?

그리고 최근에는 초석이나 소금을 주군께 헌상했다지 않느냐. 너의 지금까지의 소산을 고려해보면, 이런 시골의 촌장을 계속하는 쪽이 이상한 일이니라"


"노히메 님의 말씀대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다의 피를 잇는 사람의 정실이 되어, 평생 편하게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는 시골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닭꼬치를 굽고 있지 않느냐"


"그렇지. 뭐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는 게 시즈코의 매력이기도 하다만"


혹평을 당했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칭찬받게 되어 시즈코는 등이 간지러워졌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다른 의도가 없는 칭찬은 거북한 그녀였다.


"아니, 저는 그냥 타인의 기술을 퍼뜨리고 있는 것 뿐이고……!"


양손을 내저으며 수줍어하는 시즈코는 별 거 아니라는 듯 행동했다.


"타인의 기술을 퍼뜨리는 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

세상에 퍼져 있는 기술 같은 건, 거슬러 올라가면 누군가 한 명이 생각해낸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저는 무슨무슨 류(流)이오, 소생은 이러이러 류이오, 하고 마치 자기 것처럼 이야기하지"


"그, 그건 자기 안에서 기술을 승화시켜, 새로운 길을……"


"그렇다면 시즈코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네가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 얼마만한 노력을 필요로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너는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하여, 지금까지 주군의 이런저런 명령을 받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그건 확실히 시즈코의 안에 기술이 뿌리내렸기 때문이 아니냐?"


"윽……"


시즈코는 말이 막혔다. 그녀는 지금까지 노부나가로부터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나 대성공을 거두었건, 어차피 자신은 수백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끊임없이 노력해 온 사람들의 기술을 훔치고 있는 것 뿐, 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그래서 자신은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칭찬을 받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히메는 시즈코의 갈등 따위 무의미하다고 말하듯이 잘라버렸다.


"만약, 네가 타인의 기술에만 의지하는 상황이 싫다고 한다면, 무언가 한 가지, 무엇이든 좋으니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보거라"


"자신만의…… 것"


"그렇다. 네가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것을 말이다. 하지만 기억해두거라, 시즈코. 노력한 사람 모두가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모두 '힘들게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한 결과이니라"


"……"


노히메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조용한 공간에, 젓가락 받침대에 젓가락을 올려놓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어떤 길을 걸을지는 시즈코의 자유이니라. 노력이 헛되게 되는 것이 싫다, 고 포기하고 지금의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다. 노력해서 자신이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붙잡는 것도 좋다. 그걸 붙잡기 전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도 좋다. 모두 네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걷는 것이다. 아, 옆에서 헛소리를 하는 것들이 있어도 무시해 버리거라. 자신이 걷는 길에 대한 책임은 자신 이외에는 질 수 없는 것이니"


"네, 네! 감사, 합니다!"


마음의 답답함이 조금 덜어진 듯한 느낌이 든 시즈코였다. 지금부터 무엇을 선택하여 걸을지 그녀 자신에겐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앞길에 고난이 가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해서 걷는 것을 멈추는 건 그만두자,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호홋,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노히메 님의 설법…… 제가 대상이 아님에도 마음 속에 스며듭니다"


갑자기 마츠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오다 님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다. 미노의 일로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길래, 뺨을 후려쳐서 기합을 넣어준 것 뿐이니라"


(그건 그거대로…… 뭐랄까 굉장한 거 같은데?)


용케 노부나가의 분노를 사지 않았네, 라고 시즈코는 솔직히 감탄했다.


"그 때는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고민할 정도라면 가서 부딪혀라. 뭐어 하기도 전부터 포기하고 후회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다음에 후회해라, 라는 것이지. 간단히 말하면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쓸 바에야, 미노를 제압할 책략을 생각하는 데 시간을 써라, 라는 게다"


"저기, 노히메 님은 사이토(斉藤) 가문 분이시죠? 미노를 제압해버려라, 라는 건 이래저래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아버님은 오라버니에게 배신당해 전사하셨다. 오라버니는 아버님을 배신한 주제에, 맥없이 병으로 쓰러졌지. 그 시점에서 나는 미노에 대한 마음을 잃었느니라. 본 적도 없는 오라버니의 아이에게 정은 생기지 않고, 이야기를 듣자 하니 상당히 무능하다고 하더구나. 그렇다면 주군께서 아무 것도 남기지 말고 멸망시켜 주시는 편이 좋지 않느냐?"


(용서없네……)


노부나가에 대해 '사이토 가문의 당주는 무능하니 멸망시켜 버려라'고 딱 잘라 말하는 노히메에게 진심으로 경탄했다.


전국시대, 공수동맹(攻守同盟)을 맺어도 맹약이 지켜진다는 보증은 없다.

그래서 관계 강화를 위해 정략결혼이 이루어졌다. 이에 의해 혈족이 되는 것으로 관계 강화의 담보로 삼았다.

하지만 정략결혼으로 시집간 여성에게는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로 간주되는 임무가 있다.

그것은 자신의 친정이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꾀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노부나가가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의 배신에 의해 카네가사키(金ヶ崎)에서 궁지에 빠졌을 때, 한 발 빨리 아자이 나가마사의 배신을 알린 것이 오이치 쪽이었다고 전해진다.

시집간 아자이 가문에서 보면 괘씸한 배신 행위지만, 노부나가가 볼 때는 훌륭한 행동이다. 이것도 오이치 쪽이 남편인 아자이 나가마사보다 자신의 친정인 오다 가문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있기에, 남편이 아내의 친정과 험악한 관계가 되면, 아내는 남편의 허가 없이 행동하지 못하는 등의 제약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정으로 돌려보내지게 된다.


노히메의 입장이라면, 오다 가문의 내정을 살피는 스파이 행위, 경우에 따라서는 노부나가가 방심했을 때 노부나가를 해칠 것이 요구되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언동은 정반대로, 사이토 가문을 깨끗하게 멸망시켜버리는 행동이다. 사이토 가문에 미래가 없으니까라고 말해도, 육친의 정을 버리고 합리성이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순수하게 대단한 일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럽게 생각하고 있구나, 시즈코. 하지만 이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라를 빼앗는 것은 둘 중 하나이니라.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하듯이 달래던가, 아니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멸망시키던가. 우연히 미노 공략 때에 주군께서 취한 행동이, 깨끗하게 멸망시켜버리는 쪽이었던 것 뿐이니라"


그녀의 말에서는 사이토 가문을 멸망시킨 노부나가에 대한 증오, 사이토 가문이 멸망한 데 대한 슬픔, 그 어느 쪽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즈코의 마을에서 노히메가 느긋하게 닭꼬치를 음미하고 있을 무렵, 노부나가는 류우쇼지(立政寺)에서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와 회견하고 있었다.

이 때, 그는 요시아키에게 돈 1천관, 검, 갑주, 말 등을 선물하고 융숭하게 대접했다.


"홋홋홋, 오다(織田) 단죠노죠(弾正忠) 공. 그대의 충성을 나는 기쁘게 생각하노라"


요시아키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실은 노부나가가 요시아키를 지지하며 상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 한 번, 에이로쿠(永禄) 8년에 노부나가 상락의 계획이 세워졌다.

그 때, 북 오우미(北近江)를 지배하는 아자이와는 동맹 관계가 없어 적인지 아군인지 불명, 미노를 지배하는 사이토와는 전쟁 상태였다.

요시아키는 그들 각각에게, 강화 또는 동맹 관계를 맺어 협력할 것, 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당연하지만 어떤 영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아시카가 요시히데(足利義栄)를 떠받드는 미요시(三好) 3인방(三人衆)이, 롯카쿠 씨에게 계속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상락시키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었다.

만약 롯카쿠와 아자이, 또는 롯카쿠와 사이토가 결탁하면, 그것만으로 노부나가는 독 안에 든 쥐 상태가 된다. 일족의 파멸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 노부나가가 아니라도 머뭇거리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결국, 전략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상락 따위 불가능한 꿈, 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하여 이 이야기를 없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쇼군(将軍) 가문인 아시카가 가문의 명령은 따르는 것이 당연, 이라는 인식의 요시아키는 이것에 대해 대단히 화를 냈다.

결국, 오다 가문의 중신인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는 에이로쿠 9년 8월 28일자로, 야마토(大和, ※역주: 현대의 나라(奈良)현)의 야규 무네요시(柳生宗厳)에게 "오우미의 정세가 불온하기에 노부나가의 상락은 연기한다"고 전했다.

상락을 연기한 그 해, 노부나가는 키소 강(木曽川)을 건너 미노를 공격해 들어갔지만 사이토 측에게 대패를 당해 버렸다.

요시아키가 노부나가를 "전대미문의 추태, 그야말로 천하의 웃음거리구나"라고 비웃으며 깎아내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상락은 언제쯤을 예정하고 있는고?

나를 비호하던 아자이 가문은 말뿐으로, 나를 몇 년이나 방치해 두었으니 말이다. 나도 조금 걱정이 되느니라"


"심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흘 후에는 쿄(京)로 진군을 개시할 것입니다"


비굴한 표정으로 노부나가를 보는 요시아키에게, 그는 태연한 태도로 대답했다.


"사, 사흘!?"


"예, 사흘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쿄에 있는 미요시 놈들을 몰아낸 후, 쇼군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때까지 잠시동안 이곳에서 편히 쉬고 계십시오"


그건 예측이나 추측이 아니라, 확정된 미래를 말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것에 듬직함을 느낀 요시아키였지만, 그와 함께 노부나가를 회견하고 있던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는 내심 경악하고 있었다.


(듣던 것보다 더한 행동력. 보통, 상락 같은 대규모 군사 행동은 년 단위로 준비하는 법. 그것이 겨우 사흘…… 이 남자, 처음부터 상락을 계산에 넣고 있었다는 건가)


호소카와는 요시아키와 노부나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요시아키는 명백하게 노부나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있었다.

당연하다. 그의 마음 속에서 최대의 희망의 빛은 노부나가가 아니라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요시아키는 켄신에게 편지를 잔뜩 보냈다.

자신을 추대하여 상락하도록 몇 번이나 손을 쓰고, 또 그를 적대하는 자는 우에스기와 동맹을 맺도록 공작을 폈다.

하지만 켄신에게는 상락 같은 대규모 군사행동을 일으킬 여력은 없었기에 그저 방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요시아키는 계속 편지를 썼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요시아키를 추대하여 상락할 것을 결정한 후에도 켄신에 대해 편지를 계속 쓴 것을 볼 때, 얼마나 요시아키가 켄신에게 기대하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본래는 롯카쿠 요시하루(六角義弼) 공을 설득하여 쿄까지의 길을 확보하는 것이 도리이겠지요. 하지만, 그 쪽은 쇼군 가문의 사자의 설득에도 응하지 않았기에, 강행 돌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으윽, 그 놈이! 내가 사무라이도코로 쇼시다이(侍所所司代, ※역주: 현대의 검찰, 경찰을 합친 기관의 차관 정도의 지위로 보임)의 지위를 약속했건만!"


분개하는 요시아키였으나 노부나가, 그리고 호소카와는 롯카쿠가 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과거에 미요시 3인방과 결탁하여 요시아키를 죽이려고 했었다.

이제와서 요시아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만약 그런 짓을 하면, 이번에는 미요시 3인방에게 공격당할 것이 확실하다.


"상관없다! 그런 놈 따위 멸망시켜 버리거라!"


"안심하십시오. 쇼군(公方)께 적대하는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모두 정의의 철퇴를 내리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정이대장군(쇼군)이 아닌 요시아키였지만, 노부나가는 일부러 그를 그렇게 불렀다.


"음! 그대에게는 기대하고 있노라!?"


쇼군 나으리(神輿)께서는 머리가 나쁘시기 때문에.




"흠흠흠흐~음"


노부나가와 요시아키와의 회담 다음 날, 시즈코에게도 노부나가 상락의 소식은 전해졌다.

그걸 들은 시즈코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훗훗후, 옛부터 무사는 길흉을 따지는 법. 예외없이 쇼우조 군도 케이지 씨도 사이조 씨도 다들 없어졌네)


전국시대, 여성은 부정(不淨)하다는 생각이 상식이었다. 백성들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무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따라서 출진 3일 전부터 여자와의 성행위는 금지, 생선이나 고기를 먹는 것도 금지. 또, 임신중인 여자가 군복(軍衣)에 손대는 것도 금지였다.

며칠 후에 출진을 앞두고 잇는데 태연하게 시즈코를 부른다거나, 케이지 처럼 신경도 쓰지 않거나, 사이조처럼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물은 드물었다.

그런 그들도 상락이라는,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에는 아무래도 길흉을 따지고 싶어졌으리라.


(즉! 지금부터 당분간, 나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농사일을 할 수 있어!

쇼우조 군도 씨름 대회의 포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락에 따라갈 수 있는 모양이니―. 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밭을 일굴 수 있다니 너무 멋져―!)


한 번 출진하면 1개월 가까이 소식이 없어지는 건 당연하고, 불러들이려 해도 본래 시즈코의 경호를 담당할 5백명의 병사는 상락의 영향으로 아직 배치되어 있지 않다.

지금은 6월이니 최소한 7월 중순까지는 방치될 것이 틀림없다. 상락 후에도 이래저래 바쁠테니, 그걸 생각하면 9월 정도까지는 평화로울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카이저, 쾨니히, 거기 도구 집어줘―"


요 몇달 동안 상대해주지 못했던 카이저들에게 시즈코는 명령을 내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카이저와 쾨니히는 도구를 물고 시즈코에게 달려갔다.


"오―, 그래그래, 잘했어 잘했어"


시즈코는 도구를 가져온 두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밭이기에 약간 조심스레 꼬리를 흔드는 두 마리.

그렇다고는 해도 두 마리만 편애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에게 명령을 내리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시즈코였다.


"루츠, 이 밧줄을 물고…… 그래그래…… 좋아. 이제 됐어―. 아, 리터랑 아델하이트, 나무통을 이쪽으로 가져와 줘. 바르티는…… 비트만이랑 놀고 있…네"


이것저것 손발처럼 움직여주는 비트만들은, 밭일을 할때 든든한 파트너다.

평소에도 믿음직하지만, 특히 밭일이라면 오른팔이라도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논에서 작업할 때는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한 번, 말렸는데 카이저가 논에 들어와서, 진흙에 발이 빠져 움직이 못하게 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밭일은 도움받고 있지만 논에서 일할 때는 가까이서 대기하게 하고 있었다.


"으―음, 오늘은 이 정도면 되려나―. 분무기의 시제품이 완성될 것 같다고 했는데, 나중에 상황을 보러 갈까"


분무기의 동작 원리는 단순하다.

스트로를 두 개 준비하여, 구별하기 쉽도록 한쪽을 검게 칠한다.

액체를 비이커 등의 용기에 넣고, 거기에 색칠하지 않은 스트로를 세로로 세운다.

다음으로 검은 스트로를 색칠하지 않은 스트로의 머리 부분에 대고 옆에서 숨을 불어넣는다.

이 때, 숨의 분출구가 세워놓은 스트로의 머리 부분에 어느 정도 가려지게 하면, 스트로 본체에 충돌한 숨이 막혀 기류의 박리가 발생한다.

이것에 의헤 세워놓은 스트로 머리부분 부근의 압력이 낮아져, 비이커 안의 액체를 빨아올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스트로 같은 건 없었기에 대용품을 써서 실험하며 분무기의 원리를 장인들에게 전달했다.


(뭐, 아무래도 그걸 보여준 후에, 이렇게 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니까 만들어라, 라는 건 가혹했나……?)


하지만 완성되면 목초액(木酢液)이나 죽초액(竹酢液)을 잎에 뿌리는 것이 편해진다. 어떻게해서든 쓸만한 것을 만들어줬으면 했는데, 의외로 싱겁게 완성된 모양이다.

약간 장인들을 얕보고 있었다고 시즈코는 반성했고, 선반이 완성되면 그들에게 축하 선물을 해줄 예정이다.


"아, 그러고보니 마늘이나 고추의 씨앗은 아직이려나. 고추는 그렇다치고, 마늘은 이미 재배되고 있을 텐데 말야"


분무기가 필요한 건 죽초액 등을 뿌리기 위해서지만, 또 하나가 식재료 등을 사용한 자연 농약을 뿌리기 위해서다.

무농약은 몸에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마늘을 갈아만든 즙을 사용한 것도 농약이다.

목초액이나 죽초액이나 파즙 등도 농약이 될 수 있다. 몸에 좋다고 인기를 끄는 삼백초도, 밀가루와 쌀겨와 함께 반죽하면, 방충 효과가 높은 삼백초 경단이라는 농약으로 쓰인다.

농약은 외부에만 쓰는 것이 아니다. 작물이나 과실에는 곰팡이나 병충해의 피해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면역에 해당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소위 말하는 '생체방어 단백질(감염특이적 단백질)'이라고 불리는 물질이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가끔 알러지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꽤나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 생체방어 단백질은,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당할 때마다 늘어난다. 거꾸로 농약을 써서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막을수록, 이 생체방어 단백질은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농약은 위험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사람에게 독성을 나타내는 농약이 쓰이지 않았는가를 신경쓰는 편이 좋다.


농작물이 안정 공급을 생각하면 농약이라는 약제는 필수다.

다만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화학 농약이라 불리는 것은 구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작물이 갖는 능력을 이용하여 만드는 자연 농약이라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자연 농약 중에 부족한 게 있어. 가장 많이 쓰이는 자연 농약은 목초액, 식초, 소주를 섞으면 되지만, 중요한 소주가 없어. 이것에 고추랑 마늘을 섞어서 강화할 필요도 있어. 으―음, 증류기가 완성되었다고는 해도, 소주가 만들어지는 건 내년이고…… 고추는 씨앗이 손에 들어올지 수상하고, 마늘도 미묘하려나……)


소주에 담근 고추액, 마늘액, 재거름(草木灰), 그리고 목초액, 쌀식초, 소주, 마늘, 고추를 섞어 담근 것 등이 있다.

간편하고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재거름이다. 이것을 잎 표면에 살포하여 병해충 전반에 대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농작물의 병해로서 유명한 흰가루병(ウドンコ病), 모자이크병, 부패병에 대해서는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이미 진딧물이나 달팽이가 갉아먹은 작물에 대해서도 직접 살포하면 해충을 격퇴할 수 있는데다, 잎 표면에 붙은 재거름은 표면의 수분과 결함하여 알칼리성의 막을 형성한다.

이것에 의해 잎이 단단해져 병원균이나 해충이 잘 달라붙지 않게 된다. 물에 녹으면 알칼리성을 띠지만, 비 등에 의해 뿌리 쪽으로 씻겨나가도 토양 표면의 산성을 중화하여 식물이 흡수하기 쉬운 칼륨 성분의 영양이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어디까지나 '농약이 없는' 상태와 비교해서 효과가 있는 것 뿐으로, 결코 과신해서는 안 된다.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정도로 간주해야 한다.


"일단 재거름을 생산해서 밭 전체에 뿌려야지. 지금 제일 입수하기 편하고 효과가 높은 게 그거 정도니까"


재료라도 모아둘까, 하고 생각했을 때 저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쌀 문제도 있어 마을 사람들과 밭의 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시즈코에게 용무가 있는 인물 외엔 이쪽으로 오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그 인물을 보았다.


"뭐야, 아야 짱이구나"


항상 쿨 페이스인 아야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야호―, 아야 짱. 일은 끝났어?"


"네, 전부 문제없이 끝났습니다"


여전히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는 애네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리고 웃으면 예쁜데, 라고도 생각했다.

그 때문인지 시즈코는 아야를 히죽히죽 소름끼치는 웃음을 띠고 보고 있었다. 아야가 약간 뒤로 물러난 것은 비밀이다.


"수고했어. 자자…… 이걸로 한동안 느긋하게 지낼 수 있으려나"


"안타깝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시즈코 님께 갑주가 배달되었습니다"


"………………………………………………뭐? 미안, 내가 잘못 들었나. 내 앞으로 갑주가 배달되었다니, 말도 안 돼"


손을 휘휘 저으며 아야의 말을 부정했다. 하지만 그런 시즈코에게, 아야는 평소의 쿨 페이스로 지옥으로 밀어떨어뜨리는 말을 꺼냈다.


"……유감이지만 꿈도 환상도 아닌 현실입니다"


"Hi! 잠깐 기다려보자. Why? 갑주? 대체 뭣 때문에 나한테 배달된 건데? 그 부분을 자세히!"


너무 황당한 일에 착란을 일으켜서 이상한 말투로 말하는 시즈코였지만, 그녀가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냉정해지는 아야였다.

아야 자신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노부나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즈코를 전장에 데려가지 않았다.

사람이 부족해서 철포대(鉄砲隊, ※역주: 라이플 부대)나 장창(長槍) 부대에 여자가 들어가는 일도 있었지만, 이번의 상락은 병사의 숫자가 오다 군 만으로 대략 4만.

동맹인 도쿠가와나 아자이를 더하여 총 7만의 군세가 된다고 한다. 즉, 병사가 부족해서 여자를 데려간다, 라는 조건은 맞지 않는다.


"그 건에 대해 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영주님의 편지를 받아왔으니, 거기에 쓰여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뭔가 엄청나게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노부나가의 편지에 좋은 기억이 없는 시즈코는 표정이 흐려졌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하지 않으면 노부나가가 어째서 자신에게 갑주를 보냈는지 알 수 없다.

아야에게서 편지를 받아들고 그것에 시선을 옮겼다. 필요없는 부분은 건너뛰고, 해당하는 부분만 지긋이 읽었다.


"……응, 역시 안 좋은 일이었어"


편지의 내용은 단적으로 말하면 "여자가 군중에 있는 건 길하지 않다, 라는 미신 따위 부숴버리겠다"였다.


전국시대, 여성이 전장에 나가는 것은 드물다. 여성은 집을 지키기 위해, 라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분리되어서 여자는 싸움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농성전에서 밥을 짓는 것은 여자의 일이고, 성주를 도망치게 할 때 시간벌이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는 약하다는 의식은 에도 시대 이후의 것으로, 거꾸로 전국시대의 여자는 늠름했다.

혼다 타다카츠가 남긴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내가 젊었을 때의 싸움은, 사람이 부족해서 여자도 전장에 끌려나왔었지. 남자 중에는 피냄새를 맡기만 해도 쓰러지는 녀석도 있었는데, 여자는 피에 익숙해서인지 아무렇지도 않았어. 그리고 배짱도 좋았지. 공격받았을 때, 가장 먼저 돌격한 건 여자였지. 정말 여자는 씩씩해"


하지만 히데요시가 전장에 정실, 측실을 데려와도 OK, 라는 허가를 내릴 때까지 전장에 여자를 데려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NG였다.

그 이유가 '재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노부나가에게 의미 없는 미신이므로, 그렇지 않다고 증명하기 위해 시즈코를 데려가는 것이리라.


(끌려가는 쪽은 배겨낼 재간이 없지만 말야……)


아야는 편지라고 했지만, 시즈코에게 보내진 편지의 마지막에 '천하포무'의 도장(朱印)이 찍혀 있었다.

즉 도장이 찍힌 공문서 '주인장(朱印状)'이다. 기업에 비유하면 사령장(辞令)에 해당한다.


"……뭐 ……알았어. 그런데 갑주가 배달되었다는 건, 이제 곧 전쟁에 가는 거지? 대체 언제야?"


시즈코의 물음에 아야는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모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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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