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1년, 상락(上洛)
045 1568년 4월 중순
5백 명의 병사와 그에 따른 가족들이 이주한다. 말로 하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면 그것만으로 마을 하나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새 마을 확장 계획은 부득이한 연기에 연기을 거듭하게 되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노부나가의 상락(上洛)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하여, 병사를 한 명이라도 많이 모을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노부나가는 미노를 지배하에 두고, 도쿠가와와는 키요스(清洲) 동맹, 아자이(浅井)는 오이치(お市, ※역주: 노부나가의 여동생)를 시집보내 동맹을 맺는 등, 착실하게 교토에 대한 포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남 오우미(南近江)를 지배하는 롯카쿠 씨(六角氏)만이 노부나가에 대항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도 일체 고개를 세로젓지 않는 롯카쿠에게 분노를 느끼면서, 그는 이세(伊勢) 국 북부(北伊勢)를 판도에 더하려고 침공을 계속했다.
미노 때와는 달리, 높은 숙련도를 자랑하는 크로스보우 부대와 팰랭스(※역주: phalanx) 부대에 의해, 이세 국 북부의 침공은 노부나가의 상상 이상의 스피드로 진행되고 있었다.
전장에 있는 무장들은 막연하게 깨달았다. '개인'의 싸움은 서서히 사라져가고, '집단'의 싸움이 지금부터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집단'의 싸움이 주류가 되더라도, '개인'을 이끌어 '집단'으로 만드는 '장수'가 필요하게 되는 것까지는 깨닫지 못했다.
그런 오다 군 내부의 변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시즈코의 마을은, 오늘도 나가요시의 교육과 농사일로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가요시는 훈련의 나날 속에서, 부드러운 모래로 된 2백 미터의 레인을 20회 정도 달리거나, 모래를 통에 넣어 백 미터 앞의 포인트에 모래언덕을 만들거나, 야산을 갑주 차림으로 뛰어다니거나, 사이토 도산(斎藤道三)도 했던 것처럼, 일문전(一文銭)의 중심에 있는 네모난 구멍에 대나무로 된 장대 끝에 매단 굵은 바늘을 찔러넣거나 하고 있었다.
신체를 단련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어는 히라가나(平仮名), 카타카나(片仮名), JIS 1급 수준의 한자(2965자)를 읽고 쓰는 것을 배우고, 수학은 기본적인 사칙연산이나 암산 등이었다.
슬슬 전지의 열화가 보이기 시작하는 스마트폰에 있는, '72시간만에 다시 배우는 의무교육' 시리즈를 옮겨적었지만, 다른 시리즈도 가까운 시일 내에 옮겨적으려고 생각한 시즈코였다.
도중까지는 그걸로 문제없었으나, 어떤 문제를 깨달은 시즈코는 나가요시를 같은 집에 살게 했다.
문제라는 것은 식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영양의 문제였다. 전국시대는 물론,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항상 영양실조 상태였다.
나가요시도 예외는 아니라 먹고 있는 것들의 밸런스가 나빴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의 총량이 낮았다.
이래서는 '비상시의 괴력'을 낼 수 없다. 그걸 걱정한 시즈코는, 나가요시의 식사를 바꾸려고 생각했다.
다행이었던 것은 나가요시가 닭에 대해 딱히 혐오감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식사를 아침점심저녁의 3식으로 변경하고, 발아현미밥에 켄친 장국(けんちん汁), 닭가슴살에 겨된장절임 등의 절임을 조합한, 국 하나에 반찬 셋을 기본으로 했다.
운동량이 많은 나가요시에 맞췄기에 단백질이 많고, 칼로리도 그런대로 높은 메뉴가 되었다.
그게 신기했는지, 언젠가부터 케이지와 사이조와 아야도 끼어들어, 시즈코를 포함한 다섯 명은 일본에서도 톱 레벨의 건강체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일본 최강의 건강체는, 이에야스가 아니라 실은 노부나가였다. 이것은 노부나가가 40대 무렵부터 고혈압에 시달렸던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가, 영양학에 대한 책에서 입수 불가능한 식재료를 제외하고 정리한 서류를 건넨 것이 원인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서류에 있는 체크 항목의 결과가 자신의 증상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가벼운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노부나가는 시험삼아 해본다는 기분으로 식생활을 바꾸어 보았다.
처음 1개월은 효과가 없었으나, 2개월에서 3개월 무렵부터 두통이 사라지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꼈던 권태감이나 가끔 느꼈던 구토감도 사라졌다.
정확하게 영양학을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음식의 섭취에 의해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그는 체감적으로 이해했다.
애초에 묘한 데서 철저한 노부나가는, 라디오 체조나 스트레칭 등도 도입하여, 지금은 현대인조차 능가할 정도로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가요시의 몸은 동물성 단백질에 의한 순발력과, 옛부터 일본에서 먹던 식사에 의한 지구력 양 쪽이 갖춰졌다.
그런 그에게 훈련의 성과를 보일 장소가 제공되었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주최한 씨름(角力) 대회였다.
노부나가가 주최하는 씨름 대회는 금년에도 어김없이 개최되었지만, 금년은 조금 양상이 달랐다.
그것은 영지 내의 무가에 소속된, 성인식(元服)을 치르기 전의 남자아이들만 치르는 대회도 같이 개최된 것이다. 현대에서 말하는 어린이 씨름대회 같은 것이었다.
나가요시는 10세였기에 당연히 성인식을 치르지 않았다. 무가의 남자아이에 성인식 전이라는 두 조건을 그는 문제없이 클리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멋대로 참가했다 혼나고 싶진 않았기에, 나가요시는 슬쩍 시즈코에게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시즈코는 딱히 문제삼지 않고 참가를 승인했고, 모리 요시나리도 시즈코가 인정했다 하면 문제없다며 승낙했다. 그리하여 그는 어린이 씨름대회에 참가할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그 날을 위해 특훈을 한다, 라는 기특한 짓은 하지 않는다. 평소대로 생활하고, 평소대로 훈련할 뿐이었다.
대회 전날, 시즈코에게 '씨름 대회의 분위기를 띄우러 오도록'이라고 노부나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나가여시만 참가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에게, 그야말로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그리고 대회 당일, 만약을 위해 아야에게 만들게 한 도시락을 한 손에 들고, 시즈코는 케이지와 사이조, 그리고 대회에 참가하는 나가요시를 데리고 대회 장소로 향했다.
도착하자 이미 참가자들과 그 일행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참가자를 무가의 아이로 한정한 만큼, 표정이 늠름한 아이들 뿐이었다.
도중에서 참가자인 나가요시와 헤어지고 구경할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손짓해 부르는 것이 시야 한 구석에 들어왔다.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그곳에는 나가요시의 아버지인 모리 요시나리가 있었다.
"모리 님, 안녕하십니까"
시즈코가 머리를 숙여 인사하자, 뒤에 시립하고 있던 케이지와 사이조도 그에 따라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시오, 시즈코 님. 그대들의 자리는 이쪽에 준비해 두었소"
모리 요시나리도 마찬가지로 가볍게 인사했다.
"죄, 죄송합니다. 모리 님을 번거롭게 해드려서"
"핫핫핫, 신경쓸 것 없소. 오늘, 우리들은 씨름의 당사자가 아니라, 속편한 구경꾼의 입장이니. 조금은 걷지 않으면 몸이 둔해져서 못쓰는 법이지요"
황망해한 시즈코였지만, 정작 모리 요시나리 본인은 지극히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쪽이오"
그런 말과 함께 안내된 장소는, 특등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였다.
전국 스모 대회(大相撲)의 단체석 같네, 라고 자기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모리 요시나리가 가리킨 장소에 나란히 앉았다.
제일 앞자리라는 부분이 신경쓰였지만, 이제와서 불평해도 소용없다.
호위대인 케이지와 사이조에게는 별도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던 모양으로, 두 사람은 그쪽으로 안내되었다.
"빨리 시작하지 않으려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을 예감한 시즈코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사반각 정도 지나 어린이 씨름대회는 시작되었다.
역시 어린아이들만이 출전하기 때문인지, 씨름대회라고는 해도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초등학교의 대운동회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판정인(見極め人, 진행과 심판을 맡는 사람)은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였다. 당시에는 씨름에 판정인 같은 건 없어서, 미묘한 승부가 될 경우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런 일로 진행이 정체되는 것을 싫어한 노부나가가 판정인을 둔 것이 교지(行司, ※역주: 스모의 심판)의 시초라고 한다.
참고로 씨름판(土俵)의 원형이 생긴 것은 에도 시대 이후로, 그 때까지는 구경꾼이 원을 만들고 그 안에서 씨름을 했다.
씨름꾼(力士)과 구경꾼의 경계선이 애매했기 때문인지, 승부를 방해하는 구경꾼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경꾼끼리, 또는 구경꾼과 씨름꾼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 것들을 없애기 위해, 노부나가는 링처럼 네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것들을 밧줄로 둘러싸, 그 안에서 씨름을 하도록 했다.
말하자면 현대의 씨름판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노부나가 나름대로의 합리적이고 특수한 룰은 있는 씨름대회였지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노부나가의 눈에 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호기였다.
소성으로 임명되면 영달의 길이 열린다. 필연적으로 어린아이들은 의욕이 상승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씨름대회는 일종의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시즈코 님, 다음이 쇼우조의 차례이오만…… 자신있으십니까?)"
살기가 번득이는 싸름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모리 요시나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부모로서는 자식의 역량이 어느 쯤인지 알고 싶으리라. 시즈코는 잠깐 생각하고,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모리 요시나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음―…… 쇼우조 군에게 이길 수 있는 아이를 찾는 쪽이 힘들겠죠)"
"(그건……)"
그 말의 뜻을 물으려고 햇던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그 전에 나가요시의 차례가 돌아왔기에 거기서 대화를 중단했다.
승부의 결과에서 나가요시의 역량을 재려고 생각한 모리 요시나리였으나, 그 생각은 예상외의 결말을 맞이했다.
나가요시와, 어디의 누군지 모르는 아이의 씨름은 순식간에 끝났다.
승자는 나가요시였지만, 그 승부 내용이 다른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나가요시는 상대의 샅바를 붙잡고 용쓰거나 하지 않고, 손바닥치기(張り手) 한 방으로 상대를 KO시켜 버렸던 것이다.
겉보기에는 전체적으로 단단한 체구를 하고 있는 나가요시지만, 허리나 등 근육 등의 근력과 뼈의 밀도가 높은 나가요시의 손바닥치기는, 그것만으로도 필살의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대전자에게 다행이었던 점은, 아픔을 느끼기 전에 기절했던 것이리라.
"(뭐 저런 느낌입니다. 꽤나 혹독한 훈련 같은 걸 시켰으니, 보통 아이라면 상대하는 것은 어렵겠죠?)"
시즈코의 예상대로, 어린이 씨름대회에서 나가요시는 무쌍 상태였다. 연상이던 연하던, 자신보다 체구가 큰 사람이던,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사람이던, 한꺼번에 휩쓸어버렸다.
어떤 때는 손바닥치기 한 방으로, 또 어떤 때는 샅바를 붙잡고 메다꽂았다. 전국시대의 씨름은 다소 거친 행위도 허용되었기에, 나가요시는 상대의 목덜미를 붙잡고 억지로 메다꽂기도 했다.
도중에 나가요시의 대전자가 시합 후에 트라우마에 걸리거나, 싸우기 전부터 항복하거나 하게 되어, '도전해 온 상대하고만 싸운다'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재미없군"
한가해져버린 나가요시가 누가 좀 덤비지 않으려나 하고 생각해서 도발적인 말을 중얼거렸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어린이 씨름대회는 나가요시가 간단히 우승했다.
도중부터는 대전자가 없어져서, 나가요시에 대해 도전하는 상대와 매칭한다는 특수 룰로 변경되었지만, 누구 하나 나가요시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대회는 성인식을 치르기 전의 남자아이들만이라는 규정이 있기에, 어른이 도전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부모가 부추기거나 했지만, 아이들은 자신과 나가요시의 역량을 싫을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망설였고, 결국 도전자가 끊겼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나, 육모와 밭갈이가 시작된 5월 상순,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마을에 시찰을 왔다.
시찰하는 마을은 항상 가던 온천이나 논밭이 있는 마을이 아니라, 그녀가 거느리고 있는 기술자 집단 쪽이었다.
가동한 후 몇 달이 지났는데 이제와서 시찰하러 온 것은 타케나카 한베에의 행동과 관계가 있다.
그는 시즈코가 만든 대나무제의 보온병이 궁금해져, 시즈코에게 자신과 남동생용으로 두 개를 제조 의뢰했다.
이 보온병은 대나무의 마디를 이용해, 바닥 부분에는 마디를 남기고 윗부분은 마디 직전에 절단한다.
게다가 위쪽 가장자리를 뚜껑에 맞춰 대나무를 깎아 직경을 조정하고, 나선형의 홈을 파 두었다.
뚜껑은 대나무 통보다 한층 큰 마디가 달린 대나무를 돌려빼는 뚜껑으로 가공한 것을 맞춘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용법에 당황했지만, 1주일이 지나자 두 명 다 보온병을 대단히 마음에 들어했다.
표주박은 물을 넣는 것이 고생스러운데다 파손되기 쉽다. 그에 비해 보온병은 뚜껑을 돌려 열고 직접 물에 담그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위생면에서도 세척이 가능한 대나무제 보온병 쪽이 뛰어나다. 뭣보다 목이 마를 때,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점이 최대의 메리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마음에 들어했다고 해도, 대나무제 보온병은 장식이 없는 심플한 구조였다.
그래서 그들은 멋대로 장식을 달거나 문자를 새겨넣는 등, 취향껏 장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을 하면 주위는 흥미를 나타낸다. 그리고 돌고돌아 노부나가의 귀에 들어간다는 셈이다.
지금까지 일용품이라고 들었기에 시찰을 하지 않았던 그였으나, 대나무제 보온병 같은 편리한 소도구를 만들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먼저 작은 것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이것들은 목공 장인들이 만든 소도구입니다"
시즈코의 말대로, 테이블 위에는 비좁을 정도로 조리용 소도구들이 늘어놓아져 있었다.
주걱, 볶음주걱, 뒤집개, 버터 나이프, 다양한 사이즈의 국자, 무를 가는 강판, 집게, 샐러드 서버, 쌀씻기봉(米とぎ棒), 사사라(ササラ, ※역주: 대 끝을 잘게 쪼개어 묶은 또는 잘게 쪼갠 대를 다발지은 도구(밥통 따위를 씻는 데 씀, 출처: 네이버 일한사전), 머들러(muddler), 차조리(茶こし), 김밥말이, 대꼬챙이, 스푼, 포크, 스푼/포크 홀더, 젓가락, 요리용 긴 젓가락, 젓가락 받침, 젓가락통, 대발, 대바구니.
대나무로 만든 도시락통이나 찬합, 대나무살로 만든 부채, 목제 식기, 대나무제 식기, 대나무제 걸상, 타케나카 한베에에게 준 대나무제 보온병.
약간 목제 도구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항균작용이 있는 대나무제였다. 외관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일상적으로 쓰는 데는 문제없다.
"흐음…… 전체적으로 대나무를 쓰고 있군. 어째서 대나무를 많이 쓴 것이냐"
"대나무는 균일한 굵기와, 목질(木質)이면서도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삼나무나 노송나무는 20년이 지나도 목재로서 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대나무는 겨우 4년에서 5년만에 목재로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나무 세공으로 문제가 없다면, 굳이 목공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렇구나"
대나무 세공이나 대나무 공예에 쓰는 대나무는, 벌채 후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그늘에서 건조시켜 수분을 빼고, 불에 쬐어 기름기를 뺀 후, 마지막으로 1개월 정도 천일건조시키면 처리가 완료된다.
목재도 건조시켜서 안의 수분을 빼거나 하는 것은 다르지 않지만, 대나무와 나무는 딱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운반 루트다. 대나무는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에 청죽(青竹, 벌채 직후의 대나무)이라도 적은 인원수로 운반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목재는 벌채한 후에 모양을 다듬고, 강에 띄워서 일단 상류에서 모은 후, 똇목을 짜서 목재를 지정한 장소까지 강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도착한 후에도 처리는 계속된다. 먼저 수분을 풍부하게 머금은 목재를 건조시키고, 그 후에 원하는 판으로 가공할 필요가 있었다.
목재는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인원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재보다 저비용이고 단기간에 준비가 갖춰지는 대나무에 시즈코가 눈을 돌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목공 장인들은 대나무 세공의 경험이 적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소형의 일용품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인들이 숙련도를 높이게 되면, 대바구니나 의자 같은 대형의 일용품 제작에 착수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죽림(※역주: 대나무숲)은"
"참죽, 담죽은 이미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이웃나라인 명나라에서 맹종죽이라는 종류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쪽은 상인으로부터의 입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시 빈틈없구나"
"감사합니다. 목공 장인들이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는 도자기 장인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즈코는 노부나가를 데리고 목공 장인들의 마을에서 도자기 장인들의 마을로 이동했다.
각 마을은 포장된 주간(主幹) 도로로 직선으로 이어져 있어, 구불구불한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좋은 길이구나"
"머캐덤(macadam) 포장이라는 방법으로 길을 포장했습니다. 장래에는 말로 끄는 수레라는 탈것으로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완성을 기대하고 있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도자기 장인들의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가마, 6단식의 계단식 가마와 3단식의 계단식 가마 두 개가 있다.
보통은 6단식으로 한번에 구워내며, 뭔가 실험이나 검증을 할 때에 3단식을 이용한다.
"과연, 돌가마를 만든 것은 이게 목적이냐"
"혜안에 감복했사옵니다. 작년, 내화 벽돌을 만들었습니다만, 갑자기 계단식 가마 같은 대형 설비를 건조하는 것은 조금 불안했기에, 우선 돌가마로 실험을 했습니다"
내화 벽돌을 제조해도 내구 실험이나 내화 실험을 한 건 아니다. 갑자기 계단식 가마로 한번에 가는 것보다, 돌가마로 성능 체크를 하면 실패했을 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런 생각도 있어서 시즈코는 돌가마를 만들어서 내화 실험이나 내구 실험을 했다. 때때로, 노히메가 돌가마의 요리를 요구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규칙성이 없는 실험을 할 수 있었으므로, 노히메에게는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랐다.
"돌가마에서 생긴 문제점을 검증하여, 최종적으로 이 계단식 가마를 건조했습니다. 이걸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만, 이 마을에는 또 하나의 이점이 있습니다"
미리 준비했었는지, 시즈코가 눈짓을 하자 즉시 나무 상자를 든 남자들이 나타났다.
남자들에게서 나무 상자를 받아들더니, 시즈코는 그 뚜껑을 열고 안쪽을 노부나가에게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도기(陶器) 이외에 자기(磁器)도 구울 수 있습니다"
나무 상자 안에는 짚으로 둘러싸인 직경 20cm 정도의 큰 그릇이 들어 있었다. 구리나 철, 잿물(呉須) 등으로 그려진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정중앙에는 '천하포무(天下布武)'라는 문자가 힘있게 그려져 있었다.
"……자기라. 과연, 큐지로를 써서 돌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들었다만, 이것 때문이었느냐"
"네. 오와리와 미노는 자기의 재료(도석)이 산출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타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서 타국의 영주들은 자기에 쓰이는 재료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려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테니, 가능한 한 빨리 긁어모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훗, 네놈도 빈틈이 없구나. 좋다, 큐지로에게는 잔뜩 모으라고 전해라…… 응? 저 하얀 알갱이 같은 것은 무엇이냐"
자기를 감상하고 있던 노부나가의 시야에, 알갱이가 작은 돌을 넣은 나무 상자가 들어왔다.
"이것은 펄라이트(발포체, pearlite)라고 하는 것입니다. 화산 부근에서 발견되는 경석의 친척뻘 됩니다. 보시는 대로 작은 구멍이 많이 뚫려 있어, 이곳에 공기나 물 등을 품기 때문에 보수성(保水性)이나 단열성이 뛰어납니다. 이것을 토양에 섞으면 생육 촉진이나 뿌리가 썩는 것의 방지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펄라이트는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흑요석이나 진주암이라 불리는 광물을 1000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시키면 광석 안의 구조수(構造水)가 가스가 되어 발포한다.
흑요석제의 펄라이트는 잘 부서지지 않아 장기간의 사용에도 견딜 수 있다. 한편 진주암제의 펄라이트는 보수성이 뛰어나다.
"과연. 네놈이 기술자 집단을 만든 것도, 자신이 가진 기술을 재현하기 위해서냐"
"네, 저나 마을의 장인들만으로는 손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은 구상 뿐입니다만, 내년에는 양조 관계…… 된장, 간장, 술, 쌀식초, 쌀누룩 등을 제조하는 마을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정리해서 제출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오카베 님의 협력을 받아 연구하고 있는 집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즈코는 오카베의 주도로 집의 건축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구역으로 노부나가를 안내했다.
그곳은 크게 나누어 3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지붕의 재료인 기와를 연구하는 구획, 마루나 벽 등의 건축 자제를 대나무로 대용할 수 없는지 연구하는 구획, 그리고 집의 구조를 연구하는 설계 구획이다.
아무래도 건축 기술은 잘 알지 못하는 시즈코였기에, 기와 이외의 기술적인 부분은 오카베에게 거의 다 맡기는 형태로 의존하고 있었다.
즉 오카베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어떤지 검증, 시즈코는 가능할 경우의 규격화를 담당하고 있다.
"중놈들의 절에 잇는 기와와는 모양이 틀리구나. 그쪽은 둥근 느낌이다만, 이쪽은 구불구불한 모양이다. 뒤쪽에는 뭔가 걸리는 구조가 있는 것이냐?"
"지붕을 보시면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지붕에 잔목(桟木)이라는 각재를 못으로 고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기와의 손톱 부분을 걸고, 다시 두 군데를 못으로 고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노부나가가 지붕 부분으로 얼굴을 돌리자, 시즈코의 설명대로 지붕에 붙어 있는 판자 위에 옆으로 쳐져 있는 각재가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연구하고 있는 것이 민가인 것이냐"
"민가는 집의 기초적인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더욱 발전시키면, 다리나 성에 응용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기초를 소홀히 하면, 규모를 크게 응용시키면 시킬수록 문제도 커져서, 이윽고 파탄이 옵니다"
"기초가 중요, 라. 좋다, 마음껏 좋은 것을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그 후에도 시즈코의 설명은 이어졌다. 목통 증류기는 가동중이었기에 가까이 가는 것은 위험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폐당밀(廃糖蜜)이다. 폐당밀은 절반을 흑당비료(黒糖肥料)로 만들고, 남은 절반 중에 발효시켜 증류한 것을 떡갈나무로 만든 통에 반을 넣고, 나머지를 증류시켜 나무통에 넣고 재워놓았다.
전자가 술, 후자가 소독용 알코올이다. 폐당밀은 럼주의 원료가 될 정도로 알코올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만들라고 명했던 '알코올'이란 것은 순조롭느냐"
"증류기가 있으면 알코올을 정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농도를 너무 높일 경우 취급에 주의해야 합니다만……"
"불씨를 가까이 대면 바로 불이 붙는 정도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면 보통의 싸움에서는 쓸 수 없겠구나. 역시 공성에서, 여기다 할 때에 쓰기 위해 모아두는 편이 좋겠군"
"……저기, 알코올은 어떻게 쓰실 예정이십…니까?"
"알고 싶으냐?"
노부나가는 싸늘하고 짓궂은 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물었다.
그 웃음만으로 대답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 시즈코는, 고개를 가로젓으며 그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
공성전에서 쓴다고 하면 대답은 하나, 성을 불태우기 위한 재료로 쓴다, 였다.
기본적으로 성은 파괴해버리면 재건축에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침략한 후에 적의 성을 재이용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그 중에는 '방위상의 이유로 파괴해야 하는 성', 이라는 것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적에게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성이지만, 이쪽에게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성이다.
그런 성은 일찌감치 처분해야 한다. 그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불을 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와 달리, 불을 지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상대도 방화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기화하기 쉬운 알코올을 사용하여 빠르게 불이 번지게 하려는 것이리라.
알코올의 디메리트는 연소 시간이 짧다는 점이지만, 그것을 고려한 노부나가가 뭔가를 생각할 것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방화라…… 성냥 같은 게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지)
발화성이 있는 혼합물(성냥대가리)를 짧은 나무 막대 끝에 묻힌 것이 성냥이다. 하지만 화학약품이 필요한데다, 정확한 혼합비를 시즈코는 모른다.
지포라이터는 구조가 간단하지만, 중요한 부싯돌을 일본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결국, 성냥이나 라이터는 '그림의 떡'같은 아이템이었다.
"대체적인 것은 알겠다. 단위인가 하는 것도 불편은 없어보이는구나. 하지만 퍼뜨리는 것은 조금 기다려라"
"네"
상락할 때에 단위계를 퍼뜨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시즈코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상 대부분의 내용은 설명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뭔가 신경쓰이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흠…… 현 시점에는 없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반(旋盤, ※역주: 밀링 머신)'이라는 것이 완성되었을 때 다시 한 번 이곳에 오지"
"알겠습니다"
오랫동안 계속 설명한 탓인지, 시즈코는 그렇게 말한 후 피로를 뱃속에서 토해내듯이 긴 숨을 내뱉었다.
노부나가의 시찰로부터 1주일 후, 시즈코는 방에서 혼자 노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마트폰 충전지가 열화되기 시작하여, 앞으로 2년이나 버티면 감지덕지하고, 슬슬 못 쓰게 될 것이다.
그 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는 꺼내려고 했지만, 먹과 화지(和紙)로는 효율이 나빴기에, 시즈코는 일단 연필과 흑역사 노트에 베껴쓰고 있었다.
이쪽이라면 스마트폰이 못 쓰게 된 후에도 한동안은 정보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필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거기에 그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럼, 이쪽의 노트는……"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다른 노트를 손에 들었다. 그것은 시즈코의 흑역사 노트가 아니라, 스포츠 백의 주인의 노트였다.
그 날, 일기장을 읽은 후 시즈코는 슬쩍 '남자 2인조'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상대의 용모나 연령을 알 수 없다.
일기장의 주인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는 남자는 더욱 수수께끼였다. 따라서 정보가 너무 적어서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와리, 미노에 있는지도 확실히 않았기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력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하다못해 일기의 남자 쪽은, 이라고 생각해서 일기장을 다시 읽고 있던 시즈코는 어떤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가 농가에 건넸을 양갱과, 그 농가에서 받은 씨앗과 묘목을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이려나. 분명히 겐키치(源吉) 할아버지에게 이것에 쓰여 있는 씨앗 중 일부를 부탁받은 기억이……. 그리고 겐키치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것도, 분명히 민채당의 밤양갱이었고……)
시기도 일치하고 있었다. 마을에 사는 겐키치라는 노인으로부터, 일기장에 기재되어 있는 씨앗의 일부를 달라, 고 부탁받은 것이 8월 11일. 그리고 그것을 건네준 것이 다음 날인 12일.
씨앗을 건네줬을 때, 겐키치는 '며칠 후에 어떤 사람에게 줄 거다'고 말했다. 일기장에는 8월 14일이나 15일에 받았다고 기재되어 있다.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할아버지의 마을에 온 사람과 같다고 생각되네. 그 마을은 말하긴 미안하지만 깡촌이고……)
보기드문 고정종의 작물을 키우고 있는 것 이외에, 그 마을에는 이렇다 할 명산품도 관광이 될 만한 장소도 없다.
따라서 그 마을에서 사람이 나가는 일은 있어도, 찾아오는 사람은 친지 이외에는 없다. 친지라면 친지라고 말하겠지만, 겐키치는 '어떤 사람'이라고 타인을 가리키는 말로 표현했다.
"곤란하네…… 그 마을 출신이라면 알지만, 타인이라면 전혀 몰라"
노트를 다시 봐도 스포츠 백의 주인이 어떤 직업에 종사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공사혼동을 하지 않는 사람인지, 일에 관해서는 무엇 하나 적혀있지 않았다. 뭔가를 가르치던 입장 같지만 교사인지, 아니면 단순히 부하 교육인지, 그것조차도 확실하지 않았다.
"일기에서 개인 특정을 할 수 없는 점을 보면, 보안 관계의 사람일까? 아니면 탐정이라던가 흥신소에 관련된 사람? 으―응…… 모르겠어"
그녀는 노트를 내던지고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스포츠 백에서도, 일기장에서도 개인의 용모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방법이 없다.
"이 사람도 그렇지만, 애초에 문제는 어떻게 타임 슬립했는지, 려나"
아직도 타임 슬립한 원인은 특정하지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타임 슬립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
타임 슬립하기 전의 기억은, 어느 정도 사라진 점.
타임 슬립할 때 가지고 있던 짐은 같이 따라오는 점.
성별이나 특정 직업에 있는 사람 등, 사람을 골라서 타임 슬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 짐 등이 타임 슬립의 조건이 된 건 아니라는 점.
'검', '칼집', '때의 서출' 등, 각각 고유명사 같은 것이 있는 점.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 사람은, 현재 알고 있는 것만으로 자신을 포함해서 세 명. 그리고 금후에 늘어날지 어떨지가 확실하지 않은 점.
확증에 이르지 못한 것이 많지만, 일단 정리할 수는 있었기에, 시즈코는 현재 상황을 되돌아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예감이지만, 이 이상 타임 슬립할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네)
막연하지만 시즈코는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은 동시에 타임 슬립했고,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서로 다른 해에 떨어진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쯤, 여기저기에 타임 슬립한 사람이 출현할 터였다.
(……어라?)
으응으응하고 신음하면서 타임 슬립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시즈코였는데, 문득 어떤 가정을 떠올렸다.
어이없다며 웃어버릴 얘기였지만, 그거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깨닫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아니, 설마…… 하지만…… 그거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하지만 그런 SF 영화같은)
시즈코는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볼을 때리거나, 머리를 젓거나 하며 생각을 털어버리려 했지만, 그에 반해 머릿속에서는 점점 더 그 생각이 강해져갔다.
그 중압이 한계에 달했을 때, 시즈코는 마음 속으로 그 생각을 토해냈다.
(……나……는…… 타임 슬립한 게…… 아니야? 어쩌면, 나는 누군가의 타임 슬립에 휘말려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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