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에이로쿠(永禄) 12년, 이세(伊勢) 평정



052 1569년 1월 상순



에이로쿠(永禄) 12년 1월 5일 (1569년 1월 31일), 쿄(京)의 혼코쿠지(本圀寺, 당시에는 혼코쿠지(本国寺)라고 쓰였음. 에도 시대에 들어와서 혼코쿠지(本圀寺)로 개명됨. 여기서는 개명 후의 명칭을 사용합니다)를 호우코슈(奉公衆)와 함께 임시 궁궐(御所)로서 사용하고 있던 무로마치(室町) 막부 제 15대 쇼군(将軍) 아시카가 요시아키(足利義昭)가, 시코쿠(四国)로 도망친 미요시(三好) 3인방에게 습격받는 소위 '혼코쿠지 사변'이 일어났다.


요시아키의 경호는 미츠히데를 중심으로 오우미(近江)와 와카사(若狭)의 쿠니슈(国衆, ※역주: 지방 무사)들 뿐으로, 노부나가의 본대는 거의 관계되지 않았다.

쿄에 있는 '쿄 치안유지 경라대'는, 어디까지나 쿄의 치안을 유지하는 부대이며, 요시아키의 호위는 임무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장비가 빈약했다.

그들은 주된 임무의 성질상, 행패를 부리는 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비살상 무기를 장비하고 있었으며, 창이나 활 등의 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휴대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전투 행위를 할 경우, 일단 틀림없이 막대한 피해를 내고 괴멸될 것은 명백했다. 그 문제점을 어떻게 알았는지, 미요시 3인방은 '쿄 치안유지 경라대'를 상대하지 않고 진군했다.


애초에 사원이자 임시 궁궐로서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는 해도 견고한 요세와는 거리가 먼 혼코쿠지로는 함락도 시간 문제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미요시 세력의 선두인 야쿠시지 사다하루(薬師寺貞春)의 군세를, 와카사의 쿠니슈인 야마가타 겐나이(山県源内)나 우노 야시치(宇野弥七) 등이 분전하여, 경내로 진입하는 것을 몇 번이나 저지했다.

결국, 그들이 버틴 덕분에, 이 날의 혼코쿠지는 함락되지 않고 날이 저물었다. 다음 날을 대비하여 미요시 3인방은 병력을 물렸다.


같은 날, 혼코쿠지 습격의 소식을 들은 노부나가는 즉시 출발했다.

폭설이라는 악천후 속의 행군이었으나, 그는 본래 3일은 걸리는 거리를 이틀 만에 주파했다.

하지만 심한 추위와 급한 출발의 댓가인지, 노부나가 휘하의 인부들이 몇 명 동사해버렸다. 그런 희생을 내면서도, 노부나가는 8일에 10기가 채 되지 않는 부하들을 이끌고 혼코쿠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도착하기 전, 1월 6일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나 미요시 요시츠구(三好義継), 셋츠(摂津) 쿠니슈인 이타미 치카오키(伊丹親興), 이케다 카츠마사(池田勝正), 아라키 무라시게(荒木村重) 등 키나이(畿内) 각지로부터의 오다 세력이 집결했던 것이다.

미요시 3인방은 '쿄 치안유지 경라대'를 얕보았다. 그들은 힘은 약하지만 5천명이라는 방대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키나이 각지에 있는 오다 세력에의 급보, 단시간에 그들이 도착하기 위한 길안내, 미요시 3인방에 대한 스파이 행위 및 게릴라 활동, 아군에의 물자 보급 등 직접적인 전투 이외의 후방 지원을 총괄하며 오다 세력의 역습을 뒷받침했다.

5천명이라는 정원은 노부나가가 그냥 생각난는 대로 입에 올린 숫자가 아니다. 평상시에는 쿄의 치안을 유지하고, 유사시에는 군의 병참 및 후방지원이 가능한 규모로서 필요한 인원을 계산한 결과가 5천인 것이다.


불리함을 깨달은 미요시 3인방은 퇴각을 시도했으나, 아시카가, 오다 군의 추격을 받았다.

카츠라 강(桂川) 강변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나, 본래의 전력이나 지휘관의 열세에 의해 미요시 3인방은 무참하게 박살났다.

후세에 '로쿠죠(六条) 전투', '혼코쿠지 사변'으로 불리는 요시아키 습격 사건은, 아시카가, 오다 군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결국, 노부나가의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결판이 났다.

쿄에 도착한 그는 우선 전공이 있는 이케다슈(衆, ※역주: 무리나 패거리를 말하는데, 둘 다 어감이 좋지 않아 굳이 번역하지 않고 일본어 독음으로 적었음) 이케다 마사히데(池田正秀), 첫날에 분전하며 버텨낸 와카사 쿠니슈 야마가타 겐나이나 우노 야시치에게 상을 내렸다.

다음으로 요시아키의 질책을 받았다. 다만 태도만큼은 달게 꾸지람을 듣고 있었으나, 그가 한 말의 10할을 노부나가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려듣고 있었다.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요시아키 같은 성격의 소유주는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게 놔두면 된다, 고 노부나가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긴 것 치고는 실속이 없는 헛소리를 다 들은 노부나가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쇼군 궁궐의 건설에 착수했다.

물론, 새로운 쇼군 궁궐로서 니죠(二条) 성의 조영에 착수하는 것은 요시아키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요시아키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부하들이나 키나이의 장기말들이 전사하는 것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서이다.


1월 10일, 요시아키 측의 미요시 요시츠구 등은 사카이(堺)의 난보쿠노쇼(南北荘, ※역주: 독음 확실치 않음)에 사자를 파견하여, 사카이슈(堺衆)가 미요시 3인방을 도운 것을 질책했다.

미요시 3인방은 아와(阿波, 토쿠시마(徳島) 현에서 일단 사카이우라(堺浦)에 총 집결, 정월에 쿄로 들어가 5일에 쇼군 요시아키가 있는 혼코쿠지를 포위했다.

사카이우라에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을 볼 때, 미요시 요시츠구는 사카이의 상인들 중에 미요시 3인방을 지원한 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자에 난보쿠노쇼는 두려움을 느끼고, 노인과 아이들 및 물건 등을 네코로(根来), 코나가와(粉川) 마키노오데라(槇尾寺) 등에 감추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해자를 파고 무기고를 개방하는 등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카이가 명확한 대결 자세를 보이는 상태는 2월 11일까지 계속되었다.


노부나가는 사카이의 행동을 감시하면서도 미츠히데와 히데요시 두 사람에게 니죠의 궁궐 공사(普請)를 명하고, 나아가 쿄의 봉행(奉行, ※역주: 장관급 관리, 여기서는 책임자라는 의미에 가까움)에 임명했다.

니죠 성의 대궐(御殿) 등의 건설을 총괄하는 대행(代行) 봉행에 무라이 사다카츠(村井貞勝)와 시마다 히데미츠(島田秀満)의 두 사람을 임명했다.

보청 총봉행(普請総奉行), 즉 공사의 진두지휘를 하는 인물은 노부나가 자신이다.

건물의 대부분은 혼코쿠지의 건축물을 해체, 재조립하고, 돌은 호소카와 일족의 분가인 텐큐(典廐) 가문 호소카와 후지타카의 옛 저택에 있는 명석(名石), 후지토(藤戸) 석이 사용되었다.

그 외에, 쿄의 이곳저곳에서 모아들인 묘석(墓石)이나 석불(石仏)도 사용되어, 본격적으로 돌담(石垣)을 쌓은 성으로서 야마시나 토키츠네(山科言経)가 '이시쿠라(돌담(石くら)의 별칭)'를 보고 경탄했다는 기록이 있다.


쿄는 니죠 성의 축성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 무렵, 시즈코는 약간 귀찮은 일에 착수하고 있었다.




정월 직전, 시즈코는 노부나가로부터 '기공총봉행(技工総奉行)'라는 관직에 임명되었다.

어떤 관직인지 확인해보니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고, 주위의 기술적인 개혁을 성공시키도록 지식을 빌려주는 상담역 겸 진두지휘자, 라는 얘기였다.

다른 점은 명확한 관직과 권한이 노부나가에게서 부여되었기에, 시즈코 단독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처럼 시즈코로부터 아야, 아야로부터 모리 요시나리, 모리 요시나리로부터 노부나가, 노부나가로부터 각 조직으로라는 경로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시즈코가 사람이나 조직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이것에는 제약이 있어서, 시즈코가 명령하려면 기술개혁을 할 책임자의 서명이 필요하다. 즉, 개혁을 할 인물이 없으면, 아무리 노부나가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도 그녀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지금과 큰 차이 없다고 이해한 시즈코는 느긋한 태도를 취했다. 큰 개혁을 할 인물은 노부나가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매번 그렇듯이 무참하게 깨어졌다. 그녀가 '기공총봉행'에 임명되고 '로쿠죠 전투'로부터 일주일 후, 타케나카 한베에가 시즈코를 찾아왔던 것이다.


"군의 식량 사정의 개혁, 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이상으로 대군을 동원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군수품이 식량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케나카 한베에의 이야기는 군의 식량의 개혁이었다.

즉, 군사행동 중에 각 병사들에게 배급되는 식량(combat ration, ※역주: 전투식량)을 개혁하고 싶다, 는 얘기였다.


"……어째서 식량인가요?


처음으로 식량 사정에 생각이 미친 타케나카 한베에에게 의문을 품은 시즈코는 그렇게 물었다.


"식사란 누구나 매일 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음에 이릅니다. 또, 좋아하는 것만 계속 먹으면 몸이 망가집니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소생은 식사에서 몸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섭취해야 한다, 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식사로 몸에 필요한 것을 받아들입니다. 저는 몸에 필요한 것을 '영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과연, 영양입니까. 학문이 없어 죄송합니다만, 만약 영양이 몸에서 없어지게 되면 사람은 어떤 상태가 되는 겁니까?"


"사물을 분간할 수 없게 되거나, 만성적인 두통에 시달리거나, 옛 상처가 도지거나, 걷는 것이 힘들게 되거나 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리는 것에는 변함이 없군요"


"그렇습니까. 당신의 설명을 들으니, 역시 소생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러한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않았기에 정말 감사합니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시즈코의 설명을 듣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한 얘기로, 설령 노부나가라도 군용식에 대한 개혁은 생각할 수 없었을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오히려 그는 식사에 집착이 없다.

최근에는 영양을 신경쓴 식사를 하고는 있지만,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자신 뿐이며, 군에까지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다.


(뭐어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히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정월에 가신들에게 대해 '식사 12개조'를 배포했을 정도니까)


정월에 주연을 여는 것은 노부나가의 항례 행사였지만, 금년에는 인사하러 온 가신들에게 식사의 훈시라고도 할 수 있는 12개조를 적은 글을 건넸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하나         식사는 하루 세 번, 매번 국과 나물을 함께 먹을 것

7일에 한 번, 새고기나 생선을 먹을 것

어린아이에게는 성인식을 할 때까지 3, 4일에 한 번은 계란을 줄 것

소금, 된장, 간장, 미림은 필수 조미료로서 항상 떨어지지 않게 관리할 것

다섯         이틀 동안은 곤란하지 않을 정도의 말린 고기를 상비해 둘 것

여섯         잡곡, 현미를 중히 여기어, 백미의 과잉 섭취를 삼갈 것

일곱         단맛의 과잉 섭취는 삼갈 것

여덟         술은 하루 2잔 정도로 조절하여 과잉 섭취를 삼갈 것

아홉         식사 전에 '잘 먹겠습니다', 식후에는 '잘 먹었습니다' 등 식사의 예절을 명심할 것

부인, 아이에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주지 못하는 당주는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

열하나 모든 음식에 감사하며 남기지 않고 먹을 것

열둘 모든 음식에 귀천은 없음. 똑같이 하늘이 내려주신 맛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법이 아니라 훈시이며, 노부나가 자신도 농담을 섞어가며 가신들에게 배포했기에, 반드시 지키라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상하관계가 엄격한 전국시대에, 모시는 주군으로부터 훈시로서 받은 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노부나가는 기분파인 경향이 있어, 언제 훈시가 엄수해야 하는 법률로 바뀔지 모른다. 노부나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멋대로 강제력이 붙은 12개조를 지키기 위해 가신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이 뒷날 오와리, 미노에 사는 사람들의 식생활을 혁신시키는 것을, 이 때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군용의 식사, 임시로 '전투식(戦闘食)'이라고 이름붙일까요. 이래저래 조건이 까다롭군요"


"그렇군요. 우선 수송에 견딜 수 있는 보존성이 필요하겠죠. 다음으로 영양 보급이 우수한 것이군요. 욕심을 말하자면 가볍고 입수하기 쉬운 재료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고영양 보급식은 있기는 있습니다만…… 익숙하지 않은 물건이라 조금 곤란하군요"


그렇게 말한 후, 시즈코는 아야를 불러 어떤 것을 만들게 했다. 바로 완성된 그것을, 아야는 타케나카 한베에의 앞에 놓았다.

시험용으로 만든 오트밀이었다. 그릇은 세 개가 있었으며, 왼쪽부터 물로 불리기만 한 것, 된장으로 맛을 내어 끓인 것, 간장과 소금으로 맛을 내어 끓인 것이었다.


"……흠, 보리 향이 강하군요. 확실히 이건 조금 문제입니다. 된장이나 간장 쪽은 냄새가 어느 정도 억제되어 있습니다만, 물만으로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트밀은 간단하게 영양 보급이 가능한 건강 식품이다. 하지만 보리 향이 강하기 때문에, 쌀이 주식인 일본인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된장이나 간장으로 맛을 내면 어느 정도는 완화되지만, 그래도 보리 냄새를 완전히는 없애지 못한다.


"평상시라면 문제가 없더라도, 전장은 정신적 중압이 강한 장소입니다. 식사는 중요한 오락이므로, 맛없는 밥이나 단조로운 식사로는 질려서 사기의 저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행군 중에는 상인들이 반드시 따라옵니다. 잡병들의 식사는 그들에게 장사거리입니다. 섣불리 그들의 장사에 끼어들어 반발을 살 수는 없습니다."


전장에는 무장, 무장의 시중을 드는 사람들, 아시가루(足軽, ※역주: 여기서는 무사라는 뜻), 잡병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상인들에게는 매력적인 환경이다.

상인은 물이나 음식을 가지고 전장으로 가서, 잡탕 등의 음식이나 술, 담배 등의 기호품을 팔아 이익을 얻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인들의 시장이 만들어질 정도로 대규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적지의 경우에는 아시가루나 잡병들은 다양한 물건들을 약탈하는데, 이런 약탈품들을 매입하는 것도 군을 따라다니는 상인들이었다.

다만 사들인 상품을 다른 잡병들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었다.


"완전히 쫓아내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붙잡힌 잡병들로부터 음식의 가격이 새어나가도 문제. 역시 잡병들은 현재 상태대로, 상급 아시가루들부터 무장은 독자적으로 준비, 가 좋겠지요"


상인이 판매하는 음식의 가격이 뛴다는 것은 진중에 있는 식량이 부족한 것이 이유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주들은 붙잡은 잡병들로부터 진중에서 팔리고 있는 음식의 가격을 캐물어 적의 식량 사정을 어느 정도 추측했다.

이것을 교란, 또는 감추기 위해서는 진중에서 소비되는 식량을 모두 직접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현재, 그만한 비축은 오다 군도 가지지 못했다.

게다가 이익이 높은 전장에서 상인들을 쫓아내면, 평상시의 매매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투식을 배급하는 대상은, 행군할 때마다 정하도록 하지요. 우선은 이 보리죽이 받아들여질지 확인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귀리……였던가요?

그것의 양산을 의뢰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귀리는 봄과 가을, 두 번 수확이 가능합니다. 재배에도 별로 손은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보리죽은 귀리를 가공한 것입니다. 그 가공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양산의 경우에는 전용의 기계를 만들 필요가 있겠군요"


"과연, 그런 점도 고려해서 금후의 방침을 결정하지요. 지금은 영주님께서 쿄에 계시므로 이야기를 크게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 아니,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있군요"


"그건 어떤 부분인가요?"


"아니, 별 것 아닙니다. 보리죽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보리와 쌀을 섞어보는 겁니다. 잡곡쌀도 쌀에 밤이나 피를 섞고 있습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보리와 살을 섞어보면 어떨까요. 잘 되면 쌀의 소비를 줄이면서 영양이 있는 전투식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현대에도 백미에 납작보리 등을 섞어서 밥을 짓는 사람은 있다. 오트밀은 단시간에 조리할 수 있기 때문에, 쌀과 함께 밥을 짓지 않고 다 지은 후에 섞어서 찌는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

이것은 백미의 맛과 오트밀의 '씹는 맛'이 섞여서, 보통의 백미를 먹는 것보다 높은 만족감과 포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좋은 생각이군요"


얼마나 섞을지는 실험이 필요하지만, 타케나카 한베에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타케나카 한베에와 전투식의 이야기를 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킨카(金華) 산의 산기슭에 있는 노부나가의 거관(居館)에서 노히메는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인이 없는 동안이 아니었으며, 설령 노부나가라는 주인이 있더라도 노히메의 분방한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노히메가 멋대로 행동하는 걸 허락받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 본인이 내버려두는 것이 주 원인이었지만, 본인의 이런저런 언동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먼저 그녀는 노부나가에게 시집올 때, 아버지인 사이토 도우산(斎藤道三)으로부터 '노부나가가 진짜 멍청이라면 이걸로 찌르거라"라며 작은 칼을 건네받았다. 그걸 받은 그녀는 "그런 재미없는 말을 하는 아버지부터 찔러드리죠"라고 대답하여 도우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또 사이토 도우산과 사이토 요시타츠(斎藤義龍)의 싸움(나가라(長良) 강 전투)이 끝난 후, 요시타츠에게서 편지로 "네가 있으면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하다. 그러니까 돌아오지 마라"라고 귀가를 거부당했다.

누가 봐도 돌아갈 곳이 없는 궁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노히메는 생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아니 오히려 미노(美濃) 공략을 고민하는 노부나가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자에 대한 날카로운 후각을 가지고 있는지, 노부나가 거관에 들어와 있는 타국의 간자를 발견하고는 혼란시키거나 위통(胃痛)으로 망가지게 만들거나 했다.

때로는 피를 토하고 쓰러진 간자도 있었지만, 노히메가 대체 뭘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부나가가 질문해도 그녀는 생글생글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중을 드는 자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새파랗게 질리면서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최종적으로 '노히메는 자유롭게 행동하게 놔 둬라'라는 암묵의 동의가 형성되었다.


그런 이물질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난 노히메는, 아시미츠에게 기묘한 위화감을 품고 있었다.


"아시미츠, 너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환경을 걸어왔지 않느냐?"


위화감을 느낀 후의 노히메의 행동은 신속했다. 사람들을 물러나게 한 후, 아시미츠를 홀로 불러내어 단도직입적으로 정체를 캐묻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보잘것 없는 요리사이옵니다"


말도 안 된다고 하듯이 아시미츠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노히메는 그의 태도에 화를 내기는 커녕, 꽤나 유쾌한 듯이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후훗, 그렇게 경계하지 말거라. 내 질문 몇 가지에 대답하면, 네가 찾는 것에 편의를 봐 줄수도 있느니라"


"……무슨 말씀이신지요"


"끝까지 시치미를 떼겠다는 것이냐. 시간을 들여 신용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속을 떠볼 기분도 아니니라.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주군께 말씀드려 결코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만?"


순간, 아시미츠를 감싸고 있던 분위기가 변했다. 가볍게 들뜬 분위기가, 날카롭게 갈린 칼날 같은, 목숨을 노리고 싸우는 긴장된 분위기로. 그래도 노히메의 태도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 하지만 네 태도를 볼 때, 그 녀석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구나. 어느 쪽이냐 하면…… 그렇구나, 애지중지하는 상대, 라고 해야겠구나"


"……그 애한테 손대게 하진 않는다. 그게 설령 신이나 부처 같은 것이라도"


"그 마음가짐은 훌륭하다면, 나는 딱히 녀석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느니라?

적어도, 이 오와리, 미노에서 그 녀석을 해하려는 마음을 품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느니라. 자, 알았으면 그 흉칙한 물건을 얼른 거두거라"


아시미츠는 망설였다. 여기서 노히메를 베는 것은 쉽지만, 그 후의 전개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는다. 잘못하면 오와리, 미노에 있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한숨을 쉬며 아시미츠는 시커먼 감정을 뱉어서 흩어버렸다. 그게 대답이라고 이해했는지, 노히메는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좋은 판단이니라. 그럼 바로 말하겠는데, 너와 거래를 하고 싶느니라"


"거래?"


"그러하니라. 네가 찾는 사람, 즉 오와리에 있는 시즈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마. 대신 주군의 꿈에 협력해 주어야 하겠느니라"


"……그 애가 있으면, 나 따위는 필요없을텐데. 대체, 뭘 협력하라는 거지?"


"시즈코는 확실히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있느니라. 그만큼, 간자가 늘어낫지만 뭐 그건 간자를 처리하면 되겠지. 그게 아니라 시즈코는 불가능한 방면으로, 주군의 꿈을 도와주었으면 하느니라"


"그런 얘기인가"


시즈코의 기술 계승은 다방면에 걸치고 있으나, 일부분만 노린 것처럼 빠져 있는 것이 있었다.


"그 애에게는 불가능한, '사람을 죽이는 기술'을 원한다고, 네년은 말하고 있는 것이군"


그것은 병기 개발이었다.

시즈코가 마음만 먹으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전장식 라이플 보병총인 미니에 총이나 그것에 가까운 것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흑색 화약을 추진력으로 이용하여 국지적인 로켓탄이나, 염소산 칼륨을 정제하여 흑색 화약의 수류탄을 만들거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즈코는 흑색 화약의 재료인 초산 칼륨의 인공 정제 이후, 그러한 것들을 연구, 개발한 것은 하나도 없다.


"주군의 주변에 있는 적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놈들 뿐이니라. 그런 놈들을 굴복시키려면, 엇비슷한 무력만으로는 부족하지. 놈들과는 일획을 긋는 압도적인 폭력이야말로 지금의 주군께는 필요한 것이니라"


"의외로군. 네년은 그냥 멀리서 구경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놈들의 허를 찔러 망연자실한 꼬라지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필경 최고의 소일거리가 되지 않겠느냐"


미친 년, 이라고 아시미츠는 마음 속으로 욕했다.


"알았다. 하지만 오다 나으리가 순순히 협력을 요청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할 거냐"


"그건 내게 맡겨두거라. 뭐, 신경쓰지 말거라. 조금 취미는 살리겠지만,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지"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라는 듯 아시미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출입구의 문에 손을 댔을 때, 그는 돌아보지 않고 노히메에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묻지. 어째서 나를 택한 것이냐. 그런 지식이라면 미츠오가 가지고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냐"


"무얼 새삼스레. 그런 건, 네 정체로 대답이 나오지 않느냐?"


"……실례하지"


노히메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시미츠는 떠나갔다. 그가 떠나가고 잠시 후, 노히메는 킥킥 웃기 시작했다.


(역시 아시미츠만 태연한 것이 묘하구나. 시즈코와 미츠오는 땅에 발이 붙어있지 않지. 두 사람에게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억지로 존재하고 있는 듯한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서도 시즈코와 미츠오와 같은 냄새가 나지. 자,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


수수께끼가 지나쳐 괴이쩍게 생각되는 일조차, 노히메에게는 사고를 할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1월 중순을 조금 지났을 무렵.


"오늘만큼은 놓치지 않겠노라"


노히메는 그런 말을 하며 시즈코를 노부나가의 별장으로 납치해갔다.

연말연시, 노부나가는 정신없이 바쁜데다 현재는 쿄에서의 공사현장 감독을 하고 있다. 주위의 무장들도 이래저래 움직이고 있어, 필연적으로 정실(正室)도 집안일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쁘다.

이런 상황 아래에서 놀러다니는 노히메의 신경은 얼마나 굵은 건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오네나 마츠도 매우 바쁘니라. 내 놀이 상대가 아무도 없느니라. 유일하게 한가할 거라 생각했던 시즈코도, 타케나카 한베에와 이것저것 바쁘다니 예상 외로구나"


"아니, 한가한 쪽이 좋은데요…… 그보다, 어디서 타케나카 한베에 님과의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의논을 한 지 아직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동안, 나가요시나 케이지, 사이조에게 오트밀의 시식을 시켜본 정도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노부나가에게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방탕한 노히메가, 마치 당연한 듯 정보를 입수해오는 것에 약간이지만 두려움을 느낀 시즈코였다.


"홋홋홋, 나는 간자의 필두이니라. 정보를 입수하는 것 따위 아무 것도 아니지. 내가 명령하면 영토 내에 있는 1만의 간자들이 순식간에 완벽히 조사해 오는 것이니라"


"……농담, 이시죠?"


"음, 농담이니라. 설마 믿은 것 아니겠지?"


(조, 종잡을 수 없는 분이네…… 과연, 그 사이토 도우산에게 '역시 내 딸이다'라는 말을 하게 한 사람답네)


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의 심리를 아주 쉽게 꿰뚫어보는 헤아릴 수 없는 안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의 심정을 참작하지 않는 노부나가가, 어째서 상대의 심리면을 예측하여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인가. 그 대답이 노히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시즈코를 놀리는 것도 이쯤 하지. 내 명물 요리인을 소개하마"


"소개고 뭐고, 제가 쿄에서 데려온 요리인인데요…… 그보다, 정말 나머지 9명을 해고하신 거군요"


"문화란 흐르는 강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정해진 형태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놈들이 주군의 희망을 이루는 것 따윈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뭐어……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노부나가는 쿄의 장인들을 기후로 데리고 와서, 거기서 원래의 기후 문화와 일본 최첨단이라고 하는 쿄의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문화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시즈코나 다른 무장들을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장인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유행의 최첨단에 있었다고 하는 자존심이 방해가 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장인들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노부나가나 노히메의 눈에 맞지 않은 장인들은 결국 쿄로 돌아갔다. 애초에 돌아가봤자 그들의 입장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그냥 소개하는 것도 재미없구나. 시즈코, 네가 무언가 문제를 생각하거라. 그걸 내 요리인들이 푸는 것이다. 어떠냐, 재미있지 않겠느냐?"


"네, 네에…… 그럼…… 으―음, 그러네요. 그럼 평소에 접하는 재료와, 고구마를 쓴 요리를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그냥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매일, 그 요리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어야 합니다"


"흠흠, 꽤나 재미있을 것 같구나. 그럼 확인해 볼까. 요리의 재료는 평소에 접하는 것과 고구마를 조합한 것. 조건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이게 맞느냐?"


노히메의 말에 시즈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요리에 조건을 붙인 것은 그 자리에서 바로 생각난 것이 아니다.

영양면을 생각하여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역시 먹는 데 익숙하지 않은 작물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백성들의 영양 개선을 하려면,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를 항상 섭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금의 시즈코가 가장 보급되었으면 하는 작물이 고구마였다.

고구마에 포함되는 카로틴은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변하여 야맹증의 예방이나 시력 저하를 예방한다.

그리고 비타민 C는 백혈구의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 열에 약한 비타민 C이지만, 고구마는 가열해도 비타민 C를 잃어버리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기함이나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레시피가 세트로 필요하다. 게다가 한두번으로 만족할 정도로 너무 맛있는 요리……로는 안 된다.

미식이 지나치면 이틀 연속으로 먹을 수 없다. 따라서 매일 당연하게 먹고 있는 재료에 고구마를 포함시켜야 한다.


"그럼, 요리사들에게 그렇게 전하거라"


시즈코의 의도를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여흥으로 받아들였는지, 여전히 뱃속에서 뭘 생각하는 지 알 수 없는 노히메는, 즐거운 듯한 웃음을 띄우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지난 후, 노히메의 요리사들의 만든 요리가 노히메와 시즈코의 앞에 놓여졌다.


"오호라, 이것은"


(……당했네. 설마 이런 방법으로 실현할 줄이야)


두 사람의 앞에 놓은 요리는 '섞어지은 밥(炊き込みご飯)'이었다. 원래 섞어지은 밥은 잡곡밥(糅飯)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보리나 피, 들풀이나 잡곡 등의 밥밑(糅)이라 불리는 재료들을 약간의 쌀과 섞어 양을 불려 지은 요리다.

그 역사는 오래되어, 나라(奈良) 시대 초기에 끈기가 있는 밤만 섞어서 지은 '밤밥(栗飯)'이 원형이라고 전해진다.

쌀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없었던 시대에, 쌀을 절약하기 위해 태어난 요리이다.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쌀요리로서 등장하여, 에도(江戸) 시대에는 풍미나 계절감을 즐기는 요리로 발전했다.


(씹는 맛은 먹을 때의 만족감으로 이어지지. 고구마의 약점은 씹는 맛이 없어서 먹는 즐거움이 없다는 것…… 그걸 이런 방식으로 보완할 줄이야)


고구마의 단맛은 포만감 중추를 자극하는 작용이 있고, 풍부한 식물섬유 덕분에 완식에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씹는 맛이 없기에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는 식사는 대사를 저하시킨다.

섞어지은 밥이라면 다른 재료에서 씹는 맛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모양을 즐기며 쌀의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항복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졌군요"


"홋홋홋, 요리에 이기고 지고가 어디 있느냐. 굳이 들자면 맛이 없다면 지는 거지…… 음, 맛있구나"


노히메에게 이번 일은 승부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장기말의 자랑이었다. 시즈코가 놀라서 지금 같은 태도를 취한 시점에서 노히메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요리사를 이리로 데려오거라"


식사를 계속하며 노히메는 몸종에게 명령했다.

잠시 지나자 입구 저쪽에서 몸종의 말이 들려왔다. 대응이 신속한 걸 보니, 그들은 평소에도 자주 노히메에게 호출을 받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어, 이번 뿐이겠지)


솔직한 얘기로, 노히메의 요리사와 시즈코는 접점이 너무 적다. 이번에 소개받더라도, 몇 달 뒤에는 이름조차 잊어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키지 않는 얼굴로 절임을 먹고 있자니, 입구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한숨과 함께 그쪽을 본 시즈코였으나, 어떤 것을 본 순간 전신이 경직되었다.

정확히는 문 저편에 있는 세 사람, 그 중 한 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왼쪽부터 고로, 미츠오, 그리고―"


"아시미츠"


노히메가 마지막까지 말하기 전에 시즈코가 살짝 중얼거렸다.

입에 물고 있던 젓가락을 쟁반에 내려놓고, 이마에 손을 대며 이렇게 말했다.


"어째서 섞어지은 밥이 나왔는지 납득이 가네요. 아시미츠 아저씨……가 관여했다면, 그게 나와도 이상하진 않으니까요"


"뭐냐, 너는 아시미츠와 아는 사이였느냐?"


아시미츠는 너무 티가 난다고 생각했으나, 그걸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노히메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는 사이라고 하면 아는 사이입니다만…… 얼마 전까지 함께 살고 있었으니까요"


"정말이냐, 아시미츠"


노히메의 질문에 아시미츠는 눈을 감고 웃었다.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것, 그렇게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질 웃음을 띄우면서 아시미츠는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시즈코. 대략 4년만…… 인가"




미묘한 분위기가 방 안에 감돌았다.

평소에는 희로애락 중 '락(樂)' 이외의 감정이 나오지 않는 시즈코가, 드물게 노기를 띠고 있었다.

그 감정의 대상일 아시미츠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당당한 태도였다.

노히메에 이르러서는 자리를 수습하기는 커녕, 이 상황을 즐기며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 고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여 눈을 크게 뜬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저어―,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저도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작게 손을 들며 미츠오가 그렇게 말했다.

그걸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했는지, 시즈코는 퍼뜩 정신이 든 표정을 지은 후, 볼을 빨갛게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실례, 미츠오 씨. 조금 감정적이 되었네요"


"아뇨아뇨, 신경쓰지 마십시오. 오히려, 시즈코 양은 너무 침착합니다. 당신 정도의 나이라면 감정적이 되어도 별로 이상하지도 않으니까요"


미츠오는 생글생글 사람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기에는 조금 힘든 성격일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어흠, 지금부터 대략 10년 정도 전에, 빈사 상태였던 그를 주워서 병원으로 옮긴 게 시작이었습니다. 1년 정도만에 완치된 후, 제 부모님이 '갈 곳이 없다면 우리 집에서 살도록'이라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제가 이곳으로 올 때까지, 약 6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그대의 부모님은 꽤나 훌륭한 인물 같구나. 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빈사의 남자를, 아직 어린 딸이 있는 곳에 끌어들이는 부주의함도 있는 듯 하다만"


"뭐어, 확실히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노히메의 말에 시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미츠가 좋은 사람이었기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범죄자였을 경우, 시즈코는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골 특유의 폐쇄감만 결여되고 느긋함밖에 남지 않은 부모님은, 제 3자가 볼 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선택을 했다, 라고 그녀는 새삼 생각했다.


"흠……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히는 묻지 않겠노라. 하지만 재회하게 되었으니 할 말도 많겠지. 나는 자리를 비울 테니 마음껏 대화를 나누거라"


그 말만 하더니 시즈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노히메는 사람들을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가는 노히메와 아시미츠들을 번갈아가며 보고 있던 고로였으나, 두 사람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를 깨달았는지, 허둥지둥 방에서 나갔다.

방에 남겨진 것은 시즈코, 아시미츠, 미츠오 등 세 사람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 사이에는 재회를 기뻐하는 분위기는 없었고, 어느쪽이냐 하면 어색한 느낌이 감돌고 있었다.


"……시즈코 양은 타임 슬립 직전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이대로는 얘기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낀 미츠오는, 두 사람이 입을 열기 쉬운 화제를 꺼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자세히 모르는 그에게, 반드시 관계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 타임 슬립이다.


"아뇨, 저는 아무 것도……"


하지만 시즈코에게 타임 슬립 직전의 기억은 없었다. 미안한 듯한 얼굴로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츠오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는지, 그다지 낙담하지 않은 태도였다.


"그런가요. 아뇨, 저도 직전의 기억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시미츠 씨만이 그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는군요"


그 말을 듣자마자 시즈코는 아시미츠를 응시했다.

기계로 빼낸 것처럼 당시의 기억이 없는 시즈코였으나, 미츠오의 얘기로는 아시미츠에게만 약간 기억이 남아있다는 말이었다.

약간 기대를 품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대만큼 그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미츠오가 타고 있던 버스가 사고를 일으킨 것과, 그리고 나와 시즈코는 그 현장에 우연히 같이 있었다는 것 뿐이다"


"그 말은……"


시즈코의 말에 아시미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타임 슬립의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하지만 원인은 하나 뿐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잇는 세 사람이 전국시대로 날아왔다. 버스 운전수는…… 분명히 민가에 전화를 빌리러 갔으니 날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버스의 사고 내용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노후화된 버스였으니…… 아마도 엔진을 꺼먹고 밭에라도 추락한 거겠지"


그 말에 시즈코는 납득했다.

버스 운전수가 죽었다면 확실히 폐지될 마을 유일의 버스 노선은, 구형의 중고 버스였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는데다, 허구헌날 엔진을 꺼먹거나 엔진 이상 등의 고장이 발생했다.

거의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타고 오기에 이용률도 낮다.

"오랜 세월 운행했으니까"라는 한 마디로 유지되고 있는 버스 노선이었다.


"아마도 초상적인 힘이 작용하여 우리들은 전국시대로 날려보내진 거겠지요. 하지만 우리들은 타임 슬립의 원인이나 돌아갈 수단을 찾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뭐라 해도 매일매일 살아가는 데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뭐어…… 그렇지. 솔직히, 그 부분도 생각해서 시즈코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미츠오가 먼저 발견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 이제와서 말하지만, 그 때는 정말로 낙담했다."


"심한 말이군요. 뭐 제가 아시미츠 씨의 입장이라도 마찬가지로 느꼈겠지만요"


두 사람의 대화에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을 찾고있던 두 사람에게 그녀는 의문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입장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특수한 위치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구나, 시즈코. 이 시대, 뒷배경이 없는 자가 먹을 것을 구하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안 된다. 내일은 고사하고 오늘 먹을 것조차 손에 들어올지 어떨지 모르지. 그렇기에 시즈코처럼 농업에 관계된 사람이 중히 여겨지는 것이다"


"네에……"


"굶주렸을 때는 소나무 껍질을 물에 불려서 먹었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는 먹을 게 없는 겁니다. 뒷배경이 없는 사람에게 굳이 자신이 먹을 것을 줄여가면서까지 나눠주시는 분은 부처님 정도입니다"


거기까지 듣고 시즈코는 간신히 이해했다.

자신은 처음부터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어서, 식량도 어느 정도는 노부나가에게서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르다. 노부나가 같은 영주의 뒷배경이 없고, 농사일이나 다른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몸 하나 뿐이었다.

신분을 보증해주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잘 곳이나 식량을 자력으로 손에 넣어야 한다.

그들에게는 노부나가의 밑으로 올 때까지 매일매일이 서바이벌이었던 것이다.


"만화나 게임에서는 타임 슬립한 사람들끼리 분쟁을 일으킵니다만, 현실은 그런 여유 따위 없습니다. 의식주를 안정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는 것은 자멸 뿐이니까요"


"그렇지. 이해타산만을 생각해봐도, 타임 슬립한 사람들끼리의 분쟁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동료를 스스로 줄여서 어쩌겠다는 거냐고 생각되는군"


"뭐, 뭐어 만화니까…… 라고밖에 할 말이 없네요"


"어이쿠, 이야기가 빠졌군요. 아무튼 서로 협력한다고 하고, 우선 시즈코 양의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각오?"


시즈코가 고개를 갸웃하면 반문하자, 미츠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이렇게 말했다.


"이 시대에 뼈를 묻을지, 그렇지않으면 반드시 현대로 돌아갈지,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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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