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戦国自衛隊
작가: 半村 良
번역: 가리아
제 1장
03 증발(蒸発)
바위투성이의 해변가에 파고든 절벽에 달라붙는 듯한 모습으로 민가가 세 채 정도 나란히 있었다. 물방울과 바닷바람이 스며들어 검게 변색한 나무로 된 계단식 사다리(段梯子)가 개중 한 채의 뒤쪽에서 해변가로 내려져 있었다. 계단식 사다리가 닿아있는 해변가 바위 주변에는 40명 정도의 대원들이 한 덩이가 되어, 각자 다른 자세로 휴대 식량(携帯口糧)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 대원들의 3분의 2 이상은 바다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산처럼 쌓인 보급물자와, 그 주변을 둘러싼 트럭. 그쪽을 볼 때 가장 왼쪽 길에 장갑차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완전무장한 보통과(普通科) 대원 10명이, 느슨해지기 시작한 임시 보급소의 분위기에 관계없이 묘하게 정연하게 서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 보통과 대원들을 보고 있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앞바다에서 와서 곧 접안할 것 같은 해상자위대의 초계정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또 몇 명인가는 특징적인 제트 헬리콥터의 엔진음에 자기도 모르게 바로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관객들의 눈 앞에서, 이 전대미문의 대 이변은, 실로 어이없이,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집적해두었던 보급물자의 산이, 그 사이로 보이고 감춰지던 사람 그림자와 함께, 차량과 함께, 일순간에 지워진 것이다. 초계정도 60식 장갑차도 완전 무장한 보통과 대원들도, 그리고 마침 바로 위에 있던 헬리콥터도,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소멸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만약 마술이라면, 일순간 해가 기울어 어두워진 것이나 일진광풍 같은 것이 그 기괴함을 연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 일어난 이변(異常)은 지금 그곳에 있었고, 그리고 사라졌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어라……"
말끝의 톤이 올라가는(尻あがり), 어느 쪽이냐 하면 약간 늘어진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거지"
대원들의, 그 평범하고 그다지 동요도 없는 제일성(第一声)이야말로, 이 이변의 끝없는 황당함을 상징하고 있는 듯 했다. 사람에게 놀라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의 이변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먼저 생각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이었으며, 갑작스런 소실(消失)을 착각이라고 느끼고 눈을 껌뻑인 사람은 차라리 나은 편이다. 밤새 물자를 운반해온 것 자체를 의심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곳에 자신이 서 있는 것조차 의심하여, 꿈에서 깨어나려고 노력한 사람도 있었다.
제일 처음 그 천연의 돌제(突堤)로 걷기 시작한 사내의 경우, 스스로 뭘 의심해야 할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는 듯 했다. 5, 6걸음 걷다가, 빙글 몸을 돌리더니 주박(呪縛)에 걸린 듯 움직이지도 못하는 동료들을 향해 사교성 웃음(愛想笑い)으로도 보이는 의미불명의 미소를 지었다.
"없어……"
그 짧은 한 마디가, 남자들 사이에서 공통의 체험이었다는 현실감을 되돌렸다.
"없어"
2, 3명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없어졌어……"
군화 바닥이 바위를 밟고, 지뢰밭으로 향하는 듯 머뭇거리며 발을 옮겼다.
"없어"
겨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여유가 생겼다.
"분명히 있었어"
그렇게 서로 확인했다.
"사라졌어. 어디로 간 거지"
전투복 차림의 횡대(横隊)가, 조용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확인하듯이 물자의 산이 있었던 바위 광장 쪽으로 전진했다. 트럭이 없다. 장갑차가 없다. 초계정도 없다. 드럼통이 사라지고, 탄약이 사라지고, 화약이 사라지고, 식량이 사라지고, 그리고 동료들이 사라졌다. 강한 바다 향기와 밀어닥치는 파도소리만이 남겨진 그 바위 광장을 향해, 대원들은 어떻게 할 도리도 없이 그저 숨을 들이키며 걸어갔다.
소리높은 전기기관차의 경적소리가 산 아래를 지나가고, 육중한 열차 소리가 초여름의 햇빛이 넘치는 해변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어느 부대의 지휘관인지, 한 명이 집합 호령을 내렸다. 자기 자신의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부하들의 질서를 요구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는 어찌되었던, 그것은 이 때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조치였으리라. 애초에 소속이 제각각인 대원들은, 이변에 떨고 있는 개인에서 싸우기 위한 집단 구성원으로 변화하는 것에 의해 이해 불가능한 현상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차례차례 호령이 떨어지고, 바위 광장에 군화발소리가 어지럽게 울려퍼졌다.
뒤집어진 산 모양(逆山形)의 선이 세 개에 별이 하나인 소매 기장(袖章)을 단 한 사람의 상병(士長)이, 짧은 횡대를 구성한 부하들을 앞두고 적절하기 짝이 없는 지시를 내렸다.
"이건 해석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현재 위치를 확보하라"
화창한 초여름의 대낮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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