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戦国自衛隊


작가: 半村 良


번역: 가리아




제 1장


06 가상적(仮想敵)



작은 초계정은 엔진이 수리되어 힘찬 소리를 내기 시작한 직후였다. 마치 그걸 기다리고 있었던 듯, 산에 가려진 사카이가와(境川)의 하류쪽에서 더 큰 엔진 소리가 들리고, 그것은 이윽고 제트 헬리콥터 특유의 금속성 울림이 되어 날아올랐다.


이유는 뚜렷하지 않는 환성이 바위밭의 사내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V-107이 숲 위로 모습을 드러내, 몹시 놀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경사진 자세로 튀어나오더니, 착지 지점을 찾아 보급소 위를 호버링했다. 상공에서 당황한 듯 잠시 그러고 있었으나, 이윽고 장갑차보다 꽤나 앞쪽의, 절벽 끝부분의 바위밭에 사뿐히 착지했다. 큰 기체의 문이 열리고, 두 명의 사내가 굴러떨어지듯 뛰쳐나와서는 장갑차를 향해 달려왔다. 둘 다 상사(一曹)였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이바(伊庭) 앞에서 두 사람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초계정은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파도를 박차고 떠나갔다.


헬리콥터 또한 타임 슬립에 말려든 모양이다. 시간 이변은 바위밭의 보급소를 저변(底辺)으로 하는 입방체(立方体) 속에서 일어난 듯 했다. 헬리콥터는 순간적으로 시대를 이동하여, 그 직후에 그 돌풍에 휩쓸려 강의 상류에 착지해버린 것이다. 상공에서 가옥이나 사람을 꽤나 목격했다고 한다.


"마치 이건 칼싸움의 세계입니다"


파일럿은 그렇게 말하며 목을 움츠렸다.


"야, 들었냐"


시마다(島田) 하사(三曹)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은 칼싸움 시대로 와버린 거다. 굉장하잖아. 저것 봐, APC에 버톨(Vertol, 역주: V-107)에 초계정. 거기에 다들 64식 소총을 가지고 있다고. 너, 64식은 1분에 몇 발 쏠 수 있는지 말해봐라"


장갑차 아래에서 젊은 대원이 대답했다.


"예. 7.62mm NATO탄을 실용 최대속도 분당 100발입니다"


"저것 봐라. 트럭 25대에 석유가 잔뜩 실려있고, 바주카나 지뢰나 MAT까지 있는 모양이야. 재미있어졌잖아"


시마다는 그렇게 말하며 소리높여 웃었다. "로빈슨 크루소치곤 아주 좋아. 무슨 시대인진 모르지만, 하여간 이곳 녀석들이 불쌍하구만"


"하사, 조용히 하지 못하겠나"


이바가 나무랐다.


"맞은편 기슭에서 뭔가 하는 모양입니다"


옷을 벗어 장갑차 위에 널고 있던 히라이(平井) 상병(士長)이 외쳤다. 다들 일제히 사카이가와의 엣츄(越中) 쪽을 보았다. 꽤나 거리가 있었으나, 반대편 기슭의 절벽 위에서 칼과 창을 번쩍이는 무사(武士)로 보이는 한 무리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시마다는 잽싸게 장갑차로 들어가서, 작은 포탑을 선회시켰다.


"공격해 올까요?"


히라이 상병이 말했다.


"기다려, 침착해라. 하사에게 발포하지 말라고 말해라"


히라이 상병은 다급히 장갑차로 뛰어올라갔다.


"다들 발포하지 마라.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는 거다. ……보급대원, 철조망의 포장(梱包)을 풀어라. 풀어서 이 지점에 침입하지 못하게 헬리콥터가 있는 쪽부터 철조망을 치는거다"


이바 소위(三尉)는 그렇게 명령하고, 맞은편 기슭의 무사들을 보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전투는 할 수 없다. 저것도 일본인이다"


그 옆에서 키무라(木村) 상병은 생기를 되찾은 듯, 부하들인 보통과 대원들을 정렬시켜 철조망을 치는 작업을 하러 달려갔다.

파도소리가 한가롭게 들려오고, 하구(川口)의 수면을 기듯이 제비(燕) 들이 어지럽게 날고 있었다. 30명 정도의 자위대원들이, 확고한 지휘계통도 없는 채로, 자주적으로 경계를 갖춰갔다.


지켜야 할 국민도 없이 시대에 고립된 채, 지금 그들은 일본인을 가상적(仮想敵)으로 간주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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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