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戦国自衛隊
작가: 半村 良
번역: 가리아
제 1장
05 토론(議論)
상투(髷)를 튼 남자는 그 이상 다가오려고 하지 않고 허둥지둥 도망쳐 버렸다.
"뭡니까, 저 남자는"
그 질문에 이바(伊庭)는 조금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어쩌면, 현지인(現地人)일지도 모른다"
"현지인……"
다들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좋아. 반론이 있다면 사양않고 말해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바는 입술을 핥았다. "이곳은 쇼와(昭和)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시대에 떨어진 거다"
침묵하고 있었다. 누구도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믿고 싶지 않고, 믿기지도 않겠지. 하지만 철도 선로가 사라져버린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국도(国道) 8호도 사라져버렸고, 차도 사람도 지나가지 않는다.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아까부터 나는 그 이외의 이런저런 설명을 생각해보았지만, 그 이외의 적당한 답이 없다. 어쩌면 이 바위밭째로 옮겨져서 어딘가 먼 장소로 와버린 걸까라고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저건 분명히 노토(能登) 반도(半島)이고, 이쪽의 지형도 변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있었던 거다. 우리들을 쇼와 시대에서 날려버린 무언가가……"
"타임 슬립입니다"
무기대원인 카노(加納) 일병(一士)이 오른손을 들고 말했다.
"그럼 훈련이 끝나도 원대로 복귀할 수 없는 겁니까"
12사단의 보급대원이었던 사토(佐藤) 이병(二士)이 말하자, 이바는 그제서야 쓴웃음 같은 걸 떠올렸다.
"만약 내가 생각한 대로의 상황이라면, 이미 훈련 따윈 없다"
"즉 우리들은 고립되어버린 거군요"
장갑차 위에서 시마다(島田) 하사(三曹)가 놀랍게도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거다"
이바는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언제 쇼와 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마루오카(丸岡). 소위(三尉)님을 곤란하게 하지 마라. 이건 천재지변이다. 소위님도 그런 건 모르신다고"
시마다는 부하인 마루오카 일병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소위님. 조금 더 정세를 살핀 후에 결론을 내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누구의 목소리였는지, 발언자는 동료들의 등 뒤에 숨은 듯 알 수 없었다.
"정세……"
이바는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몇 명 정찰을 내보내죠"
보통과 대원인 키무라(木村) 상병(士長)이 말했다.
"안 돼. 만약 거기 일병이 말하는 타임슬립이라면, 그건 지진 같은 것일지도 모르잖나. 여진(揺り戻し)으로 즉시 원래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싫습니다. 정찰하러 나간 동안 다들 원래 시대로 돌아가면, 말 그대로 버림받게 되어버립니다"
키무라의 부하들은 얼굴을 마주보며 제각기 그렇게 말했다.
"조용히 해라. 조용히 하지 못하겠나"
키무라는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고함쳤다.
"소위님"
학교의 학생처럼, 그 부하들 중 한 명이 이바의 얼굴을 보며 손을 들었다.
"말해봐라"
이바는 그 안경을 쓴 젊은 사내에게 말했다.
"아가타(県) 일병입니다"
그 사내는 큰 소리로 말한 후, "이건 완전히 초상(異常)적인 상황으로, 우리들 자위대원의 의무의 범위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다른 시대로 우리들이 표류했다고 하면, 이 시대에는 다른 사회가 있고, 우리들이 복종해야 할 모든 법률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서 우리들 사이에는 계급은 없고, 전원이 대등한 개인으로서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뿐이냐"
"예"
시마다 하사가 군화발로 장갑차의 어딘가를 걷어차고 있는 듯 했다. 쾅쾅쾅 하고 묘하게 텅 빈 소리가 계속 울려퍼졌다.
"맙소사. 꼬맹이(餓鬼)들을 돌보는 건 피곤하군요"
시마다는 동정하듯 이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름이 뭐였지"
"아가타 일병입니다"
"음. 아가타 일병의 말대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자위대의 질서를 해체하고, 그러고 어쩔 것인가. 만약 그 쪽이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나는 기쁘게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전투 집단으로서의 체제를 풀 수 있겠느냐. 아까 왔던 상투를 튼 남자가 이 부근의 주민이라고 하면, 이미 이 시대의 경찰조직…… 무사인지 관리(役人)인지는 모르지만, 그곳으로 보고하러 달려가고 있겠지. 우리들은 현재 이곳에 상륙한 침입자라는 모양새가 되어 있다. 무력행사도 있을 수 있지. 우리들은 우리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렇지?"
"그렇습니다"
키무라 상병이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훈련을 받은 상급자가 지휘를 해야 합니다"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그 때, 초계정으로 온 해상자위대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저희들은 해상자위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니이가타(新潟) 항(港)에서 토야마(富山) 항으로 저걸 회송(回送)하는 도중에 고장을 일으켜 이 보급소에 들린 것 뿐입니다. 이쪽의 결정이 어찌되었든, 저희들은 엔진을 수리해서 즉시 토야마 항으로 급행해야 합니다"
"말도 안 돼. 이 땅이 어떻게 변해있는지 모르겠느냐"
이바는 분연히 말했다.
"확실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어디까지나 해상자위대원입니다. 어쨌든 일단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초계정의 세 사람은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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