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戦国自衛隊
작가: 半村 良
번역: 가리아
제 1장
02 이변(異変)
하구(川口)의 오른쪽 기슭은 꽤 넓은 천연의 돌제(突堤)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검고 건조한 바위 위에 드럼통이나 네모난 나무상자, 듀랄루민의 중형 컨테이너 등이 빽빽하게 적재되어 있었다.
평소에 그곳에 놓여있는 배나 선구(船具), 어망(漁網) 같은 것들은 사전에 지역 주민과 교섭하여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두었다.
국도에서 차로 그 장소로 들어오는 길은 하나밖에 없어서, 마지막으로 온 60식 장갑차가 집적 지점에서 방향전환하여 국도 쪽으로 짧은 포신을 형하고 정지하자, 이제 그것으로 차량의 진입은 불가능해졌다.
60식 장갑차는 APC라 불리며, 완전 무장한 병사 10명을 태우고 45km/h의 스피드로 이동할 수 있으며, 1일 기동능력은 200km를 넘는 국산의 신예 차량이었다. 차장(車長)은 시마다(島田) 하사(三曹)로, 그가 태우고 온 보통과(普通科) 대원들의 리더는 키무라(木村) 상병(陸士長)이다.
실전이라면 이미 보급 활동에 바빴을 테지만, 훈련에서는 완전히 할 일이 없어 따분할 뿐이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자, 국도 8호를 지나는 자위대 차량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민간의 트럭이나 승용차가 바쁘게 달려갈 뿐이었다. 다만, 지역 주민들은 평소와 달리 하늘에 헬리콥터의 모습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전 부대가 우치나다(内灘)에 집결하고 있는거야"
바다 위의 하늘을 토야마(富山) 방면을 향해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보면서 제1 사단에서 파견된 수송대의 지휘관, 이바(伊庭) 소위(三尉)가 말했다. 바다 향기가 감도는 바위 위에 앉아있는 전투복 차림새의 남자들은 그걸 흘려듣는 듯 말없이 파도가 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등뒤에 쌓여올려진 물자의 산을 에워싸는 형태로 그들의 트럭이 나란히 서 있었다.
"낚시하면 낚이려나"
누군가가 살짝 중얼거렸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몇 개 떠 있었고, 초여름의 햇살이 사위를 태우고 있었다 (역주: 원문은 初夏の陽ざしがモロに鋲幅を焼く인데, 아무리 검색해봐도 鋲幅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음).
"그보다 헤엄쳐서 작살을 찌르겠어. 그 편이 나아"
단단한 어깨 근육을 춤추듯 몇 번 위아래로 흔들면서 히라이(平井)라는 상병(士長)이 말했다.
"이 주변의 바다에는 전복이나 소라가 있겠죠"
"어, 있어. 나는 토야마 출신이니까 이 주변에 대해선 잘 알아. 맛있다고"
히라이 상병의 큰 목소리는 꽤나 떨어진 곳에 있는 무기과(武器科) 대원들이 있는 곳까지 들렸다. NATO탄이라고 쓰인 나무 상자 더미에 기대어 있는 카노(加納) 일병(一士)은, 그걸 듣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수영하고 싶네"
카노 일병은 입대 1년차로 이제 막 만 19세가 되었으며, 히라이 상병도 21세. 다들 대단히 젊었다.
"저 배는 이리로 올 생각인 모양이네"
수송대의 지휘관인 이바 소위가 말했다. 토야마 쪽에서 온 초계정(哨戒艇)이, 함수(艇首)를 뚜렷하게 이쪽으로 돌려서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일어선 이바 소위와 히라이 상병은, 어선용으로 만들어진 위태해 보이는 나무로 된 잔교(桟橋)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엔진을 단속적(断続的)으로 회전시키고 있었다.
"고장인 모양인데"
직업상이라고는 해도, 역시 정확하게 엔진 소리를 귀로 구별해낸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마주보았다.
탄약상자에 기대어 있던 카노 일병은 그 배는 보지 못했지만, 바로 위를 날고 있는 헬리콥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안 타고 있네"
빈 채로 날고 있다. 감으로 그걸 깨달은 듯 했다. V107이라 불리는 그 대형 제트 헬리콥터는 무장병 26명을 태우고 220km를 날아간다. 카노는 바로 얼마 전에 그것에 탔을 때의 괴로운 훈련이라도 떠올린 것이 틀림없다. 착지(降着) 10초 이내에 전개하라. 이탈시에는 20초 이내에 탑승하라. ……그 명령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괴로움이 아직 몸의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이다. 헬기는 떠 있었다. 착지 전개는 차라리 괜찮지만, 이탈 탑승시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점프해서 달라붙어야 하는 것이다.
"진짜 심했어"
올려다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변은 그 순간에 일어났다.
쿠웅……. 대지가 한 번 흔들렸다. 아니, 대지가 한번에 낮아진 듯 했다. 쌓여올려졌던 나무 상자들이 여기저기서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돌풍이 소용돌이치며 지나갔다. 바다가 부풀어오르고, 파도의 물방울이 장갑차 근처까지 덮쳐갔다. 모든 차량이 흔들흔들거리고, 카노는 풍압으로 숨이 막힐 듯 했다. 그 때문인지 방향감각이 헝크러져, 바다가 어느 쪽이고 산이 어느 쪽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공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독감에 휩싸여, 카노는 바위에 주저앉은 채 무의식중에 양쪽 무릎을 끌어안고 그 사이에 얼굴을 묻으려 하고 있었다. 카노 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기괴한 자세로 웅크려버렸다. ……그것은 마치 태아(胎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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