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戦国自衛隊


작가: 半村 良


번역: 가리아




제 2장


01 사자(使者)



이바(伊庭) 소위(三尉)의 손목시계는 그 때 3시 무렵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몇시 몇분인지 이제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전원의 손목시계가 완전히 엉망진창인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누구도 설명은 할 수 없었다. 다만, 자신들을 덮친 시간 이변에 관계되어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천연의 돌제(突堤)를 형성하고 있는 그 바위밭의 주위에 초긴급으로 철조망이 쳐지고, 대원들이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이바 소위는 진정되지 않은 모습으로 그 진지 안을 걸어다니며 뭔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 45분 간격으로 장갑차 앞쪽의 길을 보고 있었다.


"소위님, 무얼 신경쓰고 계신 겁니까"


반라의 히라이(平井) 상병(士長)이 보다 못한 듯 물었다.


"안 된다. 빨리 옷을 입어라"


이바는 히라이 상병을 보더니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자신은 푹 젖은 상태로, 어깨나 팔 부근은 이미 마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곧 마릅니다"


"빨리 입어라. 손님이 올 거다"


"손님이라뇨……"


"강 저편에서 사무라이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잖나. 그들에게 우리는 침입자다. 반드시 사자(使者)가 올거다"


"사자입니까"


히라이 상병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니와가 사용한 사자라는 단어가, 아까 강 건너편에 보였던 사무라이들의 모습과 겹쳐서 대단히 옛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인 것이 틀림없다.


"이바 소위님, 전방에 적입니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반사적으로 이바와 히라이가 그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국도(国道) 8호가 있었던 부근에서 창끝이 반짝하고 빛났다. 히라이는 당황해서 셔츠를 걸치고 소매에 팔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전원에게 명령이 있을 때까지 발포하지 말라고 해라. 단, 결코 큰 목소리를 내지 마라. 상대를 자극할 만한 행동은 일체 삼가도록"


이바는 그렇게 말하고 장갑차 앞으로 나왔다.


길에 40명 정도의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그들은 통솔이 잡힌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듯 했다. 한동안 바다를 향해 횡대(横隊)를 짜고 있었으나, 개중 약 절반 정도가 강을 향해 빠릿한 걸음걸이로 이동하고, 나머지 20명 정도가 길에서 벗어나 장갑차로 통하는 언덕길을 내려왔다. 하지만 이윽고 언덕이 끝나는 곳에서 정지하여, 3열종대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창이 10자루 정도 파란 하늘을 향해 늘어섰고, 그 끝부분에 달린 짧은 칼날(白刃)이 끊임없이 태양빛을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났다.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갈색의 가죽 상의를 걸친 사내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아마도 싸움터에서 입는 겉옷(陣羽織) 같은 것일텐데, 그건 약간 짧은 편인 감(紺)색의 바지(袴)나, 허리에 찬 큰 칼(大刀)과 잘 매칭되어 있어서, 자위대원들이 입고 있는 전투복에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실전적으로 보였다.


사내의 몸은 탄탄했고, 키(上背)도 꽤 커 보였다. 다만 복장의 가로폭이 넓어서, 그런 복장이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키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피부는 햇빛에 검게 타 있었고, 눈썹은 검고 굵었으며, 긴 구렛나룻이 정한(精悍)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관모(冠)를 쓰지 않은 머리에는 이마부터 깨끗이 깎여 있었고, 후두부로부터 정수리로 굵은 상투(髷)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 무사는 헬리콥터가 보이는 위치로 오자 발을 멈추고, 꾸밈없는 태도로 감탄한 듯 그것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주위에 쳐진 철조망을 알아차리고, 오른손 손가락으로 그 가시 부분을 쿡 하고 찔러보았다. 조금 아팠던 듯, 깜짝 놀란 듯이 손가락 끝을 바라보더니, 하얀 이빨을 보이며 이바 소위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이바는 그에 낚인 것처럼 미소로 답했다.


"좋은 날씨(日和)외다"


뱃속에 스며드는 듯한 중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바는 천천히 턱을 끌어당겨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이 날리던 것은 저것이오이까?"


"그렇습니다"


이바가 대답했다. 그 말투에 다소의 위화감이 있었던 것이리라. 사내는 "호오, 호오"라며 감탄한 듯한 탄성을 내고, 이바의 얼굴을 보며 걸어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바가 말했다.


"허허, 기다리셨다 함은?"


"이쪽의 영토 안에 이런 무리가 출현했으니 당연히 어느 분이던 이야기하러 오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바 요시아키(伊庭義明)라고 합니다. 부하는 합계 27명. 그 밖에도 세 명, 배에 탄 자들이 있습니다만, 지금은 자리를 비우고 없습니다"


"나가오(長尾) 헤이조(平三) 카게토라(景虎)라고 하오"


사내는 천천히 인사하며 말했다. "카스가야마(春日山) 성주(城主), 코이즈미(小泉) 사에몬(左衛門) 고로(五郎) 유키나가(行長)님을 섬기고 있으나, 다만 지금은 카츠야마 성(勝山城)에 거하며 엣츄 입구(越中口, 역주: 확실하지 않음)를 지키고 있소"


"호오, 이 부근에 성이 있는 겁니까"


그러자 사내는 뒤돌아보며 왼쪽의 산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부근이 우리 카츠야마 성이오"


"저희들은 이 부근의 사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모른다라…… 하면 뭣 때문에 이곳으로 오셨소"


이바 소위는 당혹한 듯 잠시 눈을 감더니, 자조적인 미소를 떠올렸다.


"표류자(漂流者)라고 생각해 주신다면……"


"그거 고생이시겠구려"


사내의 표정에 약간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배는 어쩌셨소"


"지금 현재, 저희들은 버려진 상황입니다"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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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