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戦国自衛隊


작가: 半村 良


번역: 가리아




제 2장


03 전투(戦闘)



이바(伊庭) 소위(三尉) 등, 시간 이변과 조우하여 시대를 표류한 자위대원들이 도착한 것은, 서력 1500년대의 어딘가인 모양이었다. 나가오 카게토라(長尾景虎)라고 이름을 밝힌 사내는 그 해를 에이로쿠(永禄) 3년이라고 말했으나, 이바나 히라이(平井)의 지식으로는 환산할 방법도 없었고, 또 설령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연대로 환산했다고 해도, 과연 그게 정확히 이 시대와 그들의 고향인 시대의 시간차를 나타낼지 어떨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일직선으로 같은 시대를 역행한 것이 아니라, 약간이지만 양상(様相)이 다른 별개의 차원으로 날아들어 버린 듯 했다.


이바는 카게토라로부터, 당시의 주요한 사회 정세를 듣고, 자신들이 다른 차원(異次元)에 온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오와리(尾張) 오케하자마(桶狭間)에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에 의해 죽었을 터인 이마가와 요시모토(今川義元)는 그 해 3월에 오다와라(小田原)에서 병사해버렸고, 뭣보다 오다 노부나가나 오다 가문 자체의 존재를 이 나가오 카게토라라는 사내는 모르는 것이다. 또, 토우카이(東海)에서 한참 고생중이어야 할 마츠다이라(松平) 가문, 즉 도쿠가와(徳川) 가문도 이바가 알고 있는 역사처럼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아시카가(足利) 막부(幕府)가 붕괴하여 전국시대 소란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나, 고나라(後奈良), 오오기마치(正親町)로 이어지는 천황가(天皇家)의 계보(系譜) 같은 것은 이바가 알고있는 지식대로인 듯 햇다. 즉, 중요한 역사의 기둥이 되는 부분은 같지만, 어디를 어떤 무사가 다스리고, 누구를 누가 쓰러뜨렸냐라는 세세한 부분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만약 시간이라는 것이 종방향과 마찬가지로 횡방향으로도 무한한 변화를 갖는 여러 차원에 이어져있는 것이라 하면, 이 세계는 이바들이 있었던 세계와 미묘하게 달라진 이야기를 갖는 다른 차원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바들의 역사에서는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 될 터인 이 사내는, 켄신, 즉 나가오 카게토라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던 무한한 가능성의 하나를 이바들의 세계의 동일 인물과는 다른 방향으로 선택해서 살고 있는 사내인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걸물(傑物)로 보였다. 이 카게토라도, 카스가 산성(春日山城) 성주 코이즈미 유키나가(小泉行長)의 부장(部将)으로서, 가장 분위기가 험악한 엣츄(越中) 국경(国境)의 수비를 맡고, 그곳에 자위대(自衛隊)라는 이물질이 등장했음에도 극히 합리적인 자세를 보이며 훌륭하게 어려운 문제를 처리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꽤나 해도 기울었군요. 그럼 내일 아침, 바로 쌀이나 된장(米噌) 같은 것을 가져오게 하겠소"


"감사드립니다"


의외인 것은, 이바 소위는 그 카게토라에 대해 전혀 뒤떨어져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것은 시대의 전체적 느낌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의 강점이기도 했겠지만, 아무래도 카게토라는 이바 요시아키(伊庭義明)라는 사내에게 흥미와 경의를 느낀 듯 했다.


카게토라가 일어서서 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 저편에서 심상치않은 함성이 터졌다. 그제서야 강을 보니, 상당한 인원이 강을 건너서 반대쪽 기슭으로 전진하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쿠로다(黒田)의 정찰대(物見)입니다"


3열 종대(縦隊)로 늘어서 있던 남자들이 입을 모아 그렇게 외쳤다. 이바들은 뒤섞인 사람들의 모습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없었으나, 아무래도 엣츄 측의 척후(斥候) 4, 5명이 강을 향해 수비태세를 갖추고 있던 카게토라의 부하에게 발견되어 쫓기고 있는 듯 했다. 강의 한복판에서 두 명 정도 창에 찔려 가라앉았.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나머지를 사내들이 무턱대고 쫓고 있었다.

그 때, 반대쪽 기슭에 백 명 정도의 무사들이 나타나 깃발을 들어올렸다. 크고작은 30여개 정도의 깃발이 서남풍에 휘날리며 위세좋게 펄럭이고 있었다. 그 깃발 아래쪽에서 일제히 짧은 활시위 소리가 울려퍼지고, 화살이 검은 호를 그리며 빗발처럼 사카이가와(境川)로 쏟아졌다. 경장(軽装)인 에치고 측 인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압도당하여 다급히 철수했다.

기마(騎馬) 무사가 10기 정도, 물방울을 튕기며 강으로 들어갔다. 하얀 칼날을 번쩍이며 등을 보인 사내들의 머리 위로 덮쳐갔다.


"가라……"


카게토라는 큰 소리로 외치며, 장검(大刀)의 칼자루를 쥐고 달려나갔다. 대기하고 있던 부대가 맹렬하게 강으로 달려갔다. 반대쪽 기슭에서는 보병의 병사들도 내보냈다.


"3대 1이야"


장갑차 위에 머리를 내밀고 있던 시마다(島田) 하사(三曹)가 말했다. "저 양반(大将), 당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리는 없다. 우에스기 켄신이니까"


히라이 상병(士長)은 기도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말발굽 소리와 거친 욕설이 뒤섞였다.


"소위님. 적은 어느 쪽입니까"


헬기의 바로 옆에 있던 대원이 외쳤다.


"쏘지 마라.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바가 목청껏 외쳤다.

길을 따라 에치고 병사들이 한덩이가 되어 물러났다. 그것을 강 저편에서 다가온 병사들이 에워싸듯 하며 베어넘겼다.

죽음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도망치지 못하고 에치고 병사들은 차례차례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바다를 등지고 뒷걸음쳤다. 그리고, 카게토라가 숙적(宿敵)이라 말한 쿠로다 히데하루(黒田秀春)의 병사들이 기세를 타고 그들을 찌르고 베었다…….

이바의 "쏘지 마라"라는 외침은 이걸로 몇 번째였을까. 그는 목이 심하게 말라서 연이어 생침을 삼켜야 했다.

길에서부터의 언덕길을 카게토라가 점차 후퇴해왔다. 혼자서 4, 5명을 상대로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기마 무사가 2기, 그 공격측(寄手)에 비집고 들어와 덮쳐누르는 듯한 기세로 카게토라를 노리기 시작했다. 카게토라는 단숨에 달려서 20미터 정도 물러난 후 갑자기 옆으로 뛰었다. 그곳은 바위로, 기마 습격을 피하는 데는 절호의 위치였다. 그러나, 고립된 카게토라를 보고 쿠로다 병사들이 15, 16명, 엄청난 살기를 띠고 달려왔다. 앞의 4, 5명은 이미 바위에 올라가서 카게토라를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었다.


"요시아키(義明) 님……"


갑자기 카게토라는 그렇게 불렀다. 바위 위에 떡 버티고 서서(仁王立ち) 씨익 웃고 있었다.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니다. 그건 마치, 놀고 있던 어린아이가 지나가던 친구(仲間)에게 인사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삿된 구석(邪気)이 없고, 계산(利害)도 없고, 승패조차 초월한 남자의 미소였다.

요시아키…… 그렇게 이름을 불린 이바 소위는, 그 생각지도 못한 친근함에 감동했다. 성이 아닌 이름으로 서로 부른다. 그런 친구를 잃은지 몇년이 지났을까. 초등학교 친구들조차 서로를 이미 성으로 부르고 있었다.


"카게토라, 죽지 마라"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외쳤다. 이바 소위는 64식 자동소총을 집어들더니, 미군식의 돌격자세로 카게토라에게 몰려드는 쿠로다 병사들을 향해 숙련된 짧은 연사(短連射)를 퍼부으며 전진했다.


"치사합니다, 소위님"


시마다 하사는 그렇게 고함치고는 장갑차 안으로 들어가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승무원인 마루오카(丸岡) 일병(一士)이 당황하여 장갑차에 뛰어올라 안으로 들어갔다. 포탑이 회전하여 언덕길을 내려오는 3기의 무사의 한가운데를 조준하자, 듬직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인마(人馬)는 맥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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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