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戦国自衛隊


작가: 半村 良


번역: 가리아




제 2장


05 황금(黄金)



카게토라(景虎)는 적극적이었다. 이바 요시아키(伊庭義明)는 강기슭에서 오야시라즈(親不知)의 험한 곳(難所)으로 올라가는 호쿠리쿠도(北陸道)의 도로폭을 장갑차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넓히고 길을 고르게 다지는(整地) 것을 제안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부터 무사(武士)와 백성(百姓)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인원을 동원하여 공사에 착수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 공사에 동원된 백성들의 모습은, 이 명령이 얼마나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하고 합리적인 것인지를 추호의 의문도 가지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는 듯 보였다. 카게토라의 지배가 잘 먹히고 있는 증거였다.

그러나, 그 화려한 공사 모습은, 반대쪽 기슭의 쿠로다(黒田) 군을 자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대쪽 기슭에도 사람 모습이 늘어났고, 이윽고 급조한 것이긴 하나 삼엄한 대(棚)와 망루(櫓)가 출현했다.

카게토라는 그 진지구축을 보고도 동요하는 기색 없이,


"전쟁수레(いくさ車)의 화통(火筒)이 불을 뿜으면, 저런 요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재가 될 것이다"


라고 부하 무사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어느 새 여자들이 취사도구를 가지고 모여들어, 공사에서 일하는 사내들이나 철조망 안의 자위대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양쪽의 밥도 반찬도 전혀 구별이 없는 것을 보고, 이바는 카게토라의 신경이 의외로 섬세한 것에 놀랐다. 식량의 분배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이런 경우에 장수(将)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心得)이라는 것을 이바는 자위대의 간부교육을 통해 알고 있었다.


"요시아키 님"


부지런하게 여기저기 지시하며 돌아다니고 있던 카게토라가, 점심 무렵이 되자 눈을 반짝거리며 이바의 곁으로 다가왔다. 지도를 손에 들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 표시는 어떤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오?"


카게토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바다 건너의 사도(佐渡)였다. 이바는 의자에 앉아서 카게토라가 건네준 지도를 무릎 위에 펼치고, 옅은 파란색으로 나타난 그 부분을 보았다.


"아……"


다음 순간, 이바는 어처구니없는 듯 카게토라를 올려다보았다. 카게토라는 뭔가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당신은 놀라운 사람이군요"


"저는 놀라거나 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바는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현대어(現代語)의 애매함을 창피하게 느꼈다 (역주: 현대 일본어에서 '놀라운 사람(驚いた人)'이라는 표현은, 직역하면 '놀란(驚いた) 사람(人)'이라는 뜻이 됨).


"아니, 경탄할 만한 인물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거 송구스럽소이다"


"거꾸로 여쭙겠습니다만, 카게토라 님의 영지(領国), 아니 코이즈미 씨(小泉氏)의 영토인 이 에치고(越後)의 경제 상태는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경제……"


이바는 볼펜을 꺼내어 지도 구석의 여백에 써 보였다.


"물산(物産), 축적(蓄積), 장사(商い)의 수지(収支)…… 즉, 풍요로움의 상태입니다"


"에치고는 금곡(金穀)의 나라라고 하지만, 지금의 우에스기(上杉) 가문은 꽤 궁한 형편이외다"


카게토라는 목소리를 낮추어, 이 사내로서는 드물게 쑥스러워하면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전비(戦費)의 충당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소. 특히 선대(御先代) 시절에 아가노가와(阿賀野川) 너머의 오쿠고오리(奥郡)가 이로베(色部) 일족의 손에 떨어져, 쌀의 산지(米倉)를 하나 빼앗긴 상황이라서 말이오"


"그럼, 사도에서 황금(黄金)이 난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그건 알고 있소. 사도의 니시미카와무라(西三川村)는 옛부터 사금(砂金)이 났고, 근년에는 코후가와(国府川)의 어딘가에 황금이 산이 잠자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퍼쳐, 사도의 산야(山野)를 살피고 다니는 광맥꾼(山師)들이 늘어났다는 모양이오. 하나, 아직 그 황금의 산을 발견한 사람은 없는 모양이외다"


이바는 볼펜 뒤를 눌러서 붉은 잉크로 바꾼 후, 카게토라의 지도에 붉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 산은 이곳일 것입니다. 십중팔구, 이곳을 파면 황금이 나옵니다. 아니면 은(銀)일 수도 있습니다만, 은으로 괜찮다면 틀림은 없습니다. 이 츠루시(鶴子)라는 곳에 잠자고 있을 것입니다"


"역시 그러한가. 어젯밤 내내 이 지도를 보았소만, 보면 볼수록 에치고를 철저하게 드러내고 있기에, 사도의 이 표시는, 어쩌면 황금이 있는 곳을 나타내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소이다. ……그건 그렇고, 그대는 놀라운 사람이외다"


카게토라는 이바의 말투를 흉내내며 유쾌한 듯 웃었다. "땅에 묻혀있는 황금을, 자기 손바닥 위를 가리키듯 가리켜 보이다니, 그야말로 귀신이 따로 없군요……"


"사도에 사람을 보낼 수 있습니까"


"음, 보내지 않을 수 있겠소이까. 광맥꾼 백 명을 당장이라도 긁어모아 황금백은(黄金白銀)을 파내어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가지고 오게 하겠소"


"하지만, 그 때문에 사도에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겠습니까"


"사도의 혼마 씨(本間氏)는 명가(名家)이외다. 허나, 아무리 요리토모(頼朝) 공(公) 때부터의 명가라 하나,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 가신(家人)들 숫자도 백 명도 되지 않소. 황금이 나오면 코이즈미 가문만이 번영하는 것이 아니라, 여택(余恵)은 반드시 혼마 가문을 부유하게 할 것이라 하면, 우리에게 반발하여 피를 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仕儀). 늙었다고는 하나 혼마 가문에는 아직 그렇게 이치가 보이지 않는 자는 없을 거외다…… 허나, 만에 하나 혼마 가문이 대든다면, 에치고 일국의 안녕(安泰)을 걸고서라도 단번에 짓밟아버릴 뿐이오"


카게토라는 북쪽 바다를 바라보며 그렇게 외쳤다. 그 근본적으로(根太く) 사나운 논리에, 이바는 어깨가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이 사내의 뇌리에 그려져 있는 조국이란, 사카이가와(境川)에서 네즈가세키(鼠ケ関)에 이르는 에치고 일국, 즉 니이가타(新潟) 현(県) 하나를 가리키는 것이리라. 데와(出羽), 미치노쿠(陸奥), 시모츠케(下野), 코우즈케(上野), 시나노(信濃), 히다(飛騨), 엣츄(越中), 카가(加賀), 노토(能登), 그리고 에치젠(越前), 미노(美濃)…… 그 나라들은 모두 외국이며, 자신과는 피가 섞이지 않은 완전한 타인인 것이다. 이만한 걸물(傑物)에게 이 정도로 좁은 세계관을 가지게 하고, 쇼와(昭和) 시대에서는 흔하디 흔한(凡愚) 자신에게 이 정도로 넓은 세계를 파악하게 하고 있는 역사의 흐름(積み重ね)에, 이바는 어쩐지 전율스러움을 느꼈다.

그 때 멀리 바다 위에서 폭음이 들려와 두 사람의 대화를 중단시켰다.


"엇, 그대들을 마중하러 온 것이외까?"


카게토라는 크게 당황하여 말했다. 다가오고 있는 것은 토야마(富山)로 간다고 말하고 출발한 초계정(哨戒艇)이었다.


"유감이지만, 저것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표류자입니다"


이바는 실망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빠르군. 물 위를 말보다도 빠르게 달려오다니. 저것 보시오, 저렇게 시원스럽게 박차는 모습을"


초계정은 카게토라의 말대로, 거친 파도 위를 박차고 뛰어오르며 다가왔다. "어떠한 수군(水軍)도 저 빠르기에는 당할 수 없겠소. 이거 참"


카게토라는 군사적 견지에서 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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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