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戦国自衛隊


작가: 半村 良


번역: 가리아




제 2장


04 지도(地図)



"고맙소"


해가 저물어오는 바닷가에서, 나가오 카게토라(長尾景虎)는 이바(伊庭) 소위(三尉)에게 그렇게 감사의 말을 했다. 철조망 주위에 쿠로다(黒田) 병사들의 시체가 몇 굴러다니고 있었고, 부상당한 무사들이 자위대원들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무서운 도구로소이다"


카게토라는 장갑차의 바디를 두들기면서 말했다. "뭐라는 이름이오?"


이바는 뭔가 말하려다가, 곤란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장…… 전차(戦車)라고 하면 이해하시겠습니까"


"전차. 전쟁 수레(車)입니까. 아니, 이것 하나만 있으면 에치고(越後)의 싸움도 하루도 안 되어 진정되겠군요"


카게토라는 진심으로 가지고 싶은 듯한 눈동자로 그 쇳덩이를 바라보았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한번 더, 저걸 쏘아주실 수 있겠소이까"


이바는 그 어린애같은 바람에 미소를 지었다.


"어디를 향해 쏠까요"


"저곳에"


카게토라는 강 어귀에 있는 작은 소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백 미터 정도의 거리이다.


"너무 가깝습니다. 저 쯤은 어떨까요"


이바는 맞은편 기슭에 보이는 뾰족한 바위를 가리켰다. 그것은 해가 지기 시작한 바다를 배경으로 예각적(鋭角的)인 실루엣을 떠올리고 있었다.


"저것을……"


카게토라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시마다(島田) 하사(三曹). 강기슭에 튀어나온 저 암각(岩角)에 포격해보게"


"라저. 그런데 좀 너무 가깝지 않습니까"


"세상에. 저래도 말이오?"


카게토라는 신음했다. 이바들의 역사에 따르면 타네가시마 토키타카(種子島時堯)가 시마즈 타카히사(島津貴久)에게 포르투갈 총을 헌상한 것이 텐분(天文) 12년(역주: 1543년). 이 세계에서 그것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무사가 철포(鉄砲)의 철자도 모르는 것은 확실했다.

천천히 조준하고, 이윽고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반대편 기슭의 바위는 보기좋게 날아갔다.

카게토라는 어린애처럼 양손의 손가락을 귓구멍에 꽂고 생침을 삼켰고, 손가락을 뺴더니 묘하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시아키(義明) 님을 우리 진(陣)으로 맞아들이고 싶군요"


이바는 당황해서 손을 저었다.


"우리들의 무력은 자위(自衛)를 위한 것입니다. 타인을 해치기 위해서는 쓸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해치는 것도, 결국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것이 될 거라 생각하오만……"


"그것은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리사욕을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치는 것은 자연히 이야기가 다르겠지요"


그러자 카게토라는 호탕하게 웃었다.


"과연, 역시 요시아키 님이시오"


그렇게 말하고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이 카게토라, 감복했소이다. 우리들을 괴롭히는 이로베(色部), 쿠로다 놈들은 하나같이 사리사욕. 영민(領民)을 도탄(塗炭)에 빠뜨리고 천하를 어지럽히며 혈족의 신의(信義)에 반하면서도 조금도 수치스러워하지 않소. 잘 말씀해 주셨소이다. 어느 쪽이던 의(義)에 따라 행동하신다는 본심, 틀림없이 보았소이다. 이에 대해서는 제 주인인 코이즈미(小泉) 에치고노카미(越後守)께 틀림없이 전하겠소"


맑은 눈동자에 넘치도록 신뢰를 담아보이는 카게토라에 대해, 이바는 그 해석이 너무 나간 것이라고 말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이후에 쿠로다 측은 공격해올까요? 이미 우리들은 중립을 지키는 데 실패해 버렸으니……"


"그야 물론, 틀림없이……"


"그렇게 되면, 그에 대비해야 하겠군요"


"다만……"


카게토라가 드물게 말을 흐렸다.


"다만, 뭡니까"


"공격대(寄手)가 나타나는 것은 언제일까이오. 오늘밤일지, 내일일지, 모레일지"


이바는 이 시대의 템포가 조금 이해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투도 상당히 슬로우 템포로 전개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이 발생하는 것은, 전략적인 타이밍보다 오히려 우발적인 '계기'에 좌우되는 것이다. 따라서 카게토라 같은 인물도 정확한 예측은 할 수 없는 것이리라. 이바는 문득, 이 시대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근대화기가 무엇 하나 없더라도 승리해나갈 수 있을 듯한 예감을 받았다.

이바는 히라이(平井) 상병(士長)에게 말해서 이 일대의 지도를 가져오게 했다.


"우리들은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카이가와(境川). 카스가야마(春日山)는 이것입니다"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가운데 지도를 펼치고, 일일이 알기쉽게 손가락으로 가리켜나가자, 카게토라는 홀린 듯 그것을 쳐다보았다. "적의 전선기지(前線基地)는 어디쯤일까요"

카게토라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얼굴을 들어 이바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이윽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산의 모양도 강의 굽이도, 적지의 상황이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지 않소. 이래서는 싸움이 되질 않겠소이다"


"한 장 드리지요"


"이것을 저에게 주신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카게토라는 희색이 만면해졌다.


"예, 다만, 무익한 살인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 사이로……"


그러면서 이바는 국도 8호(国道八号)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이 지도에 있듯이, 길의 폭을 넓히고 길을 고르게 다져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이 APC…… 아니 전차가, 언제 어느 때라도 적을 무찌를 수 있으니까요"


"음, 음"


카게토라는 흥분하여 몇 번이고 그렇게 말했다. "오, 그렇다면 이 강 어귀에 요새(砦)가 하나 늘어난 거나 마찬가지로군요"


그렇게 외치더니 일어나서 반대쪽 기슭을 노려보았다.


"요시아키 님의 힘을 빌려, 미야자키(宮崎) 요새에 있는 쿠로다 히데하루(黒田秀春)의 목을 벤다면, 카미고오리(上郡) 일대는 예전처럼 조용해질 것이 틀림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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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