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1 1571년 9월 중순
노부나가에 의해 사카모토(坂本)가 잿더미로 변하고 있을 무렵, 시즈코는 칙명을 받고 히데요시(秀吉)와 함께 오다니 성(小谷城)을 공격하여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를 못박아두고 있었다. 물론 시즈코 군, 히데요시 군으로 구성된 연합군(寄り合い所帯)이었으나, 지휘계통은 각각 독립되어 있었다.
양 군은 수비측의 요충지인 정면 출입구(大手口)를 공격하고 있었다.
정면 출입구는 성의 방어의 핵심인 동시에 급소이기도 하다. 여기를 뚫리면 적군이 대거 공격해들어오기에 방어 측에서도 많은 인원을 할당하여 정예를 배치해두고 있었다.
시기적으로는 노부나가의 사카모토 공격 전부터 포위공격을 하고 있었으나, 공성은 방어측이 유리하여 일진일퇴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열세라고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열세인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시즈코 군은 정예부대를 물러나게 하고, 신병이나 숙련도가 낮은 부대만을 이용하여 규칙적인 전투를 반복하고 있었다.
매일 정해진 시각에 전투를 시작하여, 무리하게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느긋하게 압력을 가하는 데 치중하고,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철수했다.
적 측에서 본다면 쓸데없이 소모할 뿐 전과를 올릴 수 없는 어리석은 책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상대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주기 위한 함정이다. 즉, 오다 군은 낮에만 공격해오고, 밤에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방어를 담당하는 자들은 생각하게 되었다.
7일이나 같은 짓을 계속하면 야간 순찰도 소홀해지기 일쑤이다. 그 방심이야말로 시즈코가 절실히 원하는 것이었다.
"그럼 여러분, 오늘은 12일입니다. 영주님의 사카모토 공격은 끝났을 무렵이겠죠. 그렇다면, 우리들도 슬슬 공격으로 전환해도 될 때입니다. 실컷 무공을 세우죠"
모인 사람들을 향해 시즈코는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여전히 패기(気負い)를 느낄 수 없는 태도의 시즈코였으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조(才蔵)는 그녀가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보는 게 빠르겠죠"
그 말만 하고 이야기를 끝낸 시즈코는, 겐로(玄朗)에게 부탁하여 지정된 병사들을 모았다. 또, 사이조에게 츠키가세 성(月ヶ瀬城)으로부터 어떤 것을 회수하도록 명했다.
"오늘, 조금 위험한 것을 사용합니다. 광범위하게 영향이 미치므로, 평소보다 부대를 뒤로 물려서 대기해 주십시오"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병사들이었지만, 뒤로 물러서라는 명령에 불만은 없었다.
각 소대에 연락이 전해지자 시즈코는 활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평소처럼 정면 출입구 앞에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히데요시가 시즈코의 모습을 보자마자 히데나가(秀長)와 한베에(半兵衛)를 데리고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슬슬 뭘 할 건지 가르쳐 줬으면 좋겠군. 한베에는 알고 있는 듯 한데, 내게도 말해주질 않는다"
"후훗, 소생도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만 시즈코 님과의 약속이라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계책을 선보인다고 하시니,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겠지요"
이번의 작전은 한베에에게만 사전에 설명해두었다. 하지만 한베에도 개요만 들었고 자세한 내용까지는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정보 유출을 경계해서 그러는 건가 하고 그들은 생각했으나, 시즈코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정면 출입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상, 아자이(浅井) 측으로부터의 간자가 자군에 섞여들어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그들에게 '뭔가를 한다'라고 알려주기 위해, 시즈코는 핵심 부분만을 은폐하며 일부러 정보를 흘리고 있었다.
"하핫, 말로 설명하는 건 간단합니다만…… 그보다 보는 쪽이 빠를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어째서냐. 아무래도 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단계까지 와서 간자를 경계할 필요도 없잖나?"
"형님, 아무래도 시즈코 님은 자신이 있으신 듯 합니다. 여긴 일단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너무나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이라면…… 그렇군요, 청주(清酒) 한 잔이라도 받도록 하죠"
여전히 알고 싶은 듯한 태도의 히데요시 때문에 시즈코가 곤란해하고 있자, 히데나가가 싱긋 웃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아무래도 동생인 히데나가가 그렇게 말하자, 히데요시는 순순히 물러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실행할 때는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
신딘당부한 후, 히데요시는 두 사람을 데리고 자신의 진으로 돌아갔다. 떠나갈 때 히데나가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을 보니, 실행 직전에 히데요시에게 연락할 필요가 있겠다고 시즈코는 이해했다.
(과연 히데나가네. 정말로 히데요시를 다루는 게 능숙해. 어떤 의미에서는, 히데요시를 조종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
히데요시가 망설이면 슬쩍 등을 밀고, 히데요시가 화를 내면 잘 달래서 화를 풀게 하고, 히데요시가 바라는 것을 가장 먼저 손에 넣어온다.
어떤 의미에서는 히데요시를 컨트롤하고 있다고 해도 좋은 히데나가였으나, 그는 항상 생긋 웃는 표정을 지을 뿐 결코 스스로의 무공을 자랑하는 적은 없었다.
(뭐 준비는 완료되어 있지만, 어젯밤의 일은 알고 있다고 봐도 좋겠네)
눈치가 빠른 히데나가다. 시즈코가 지금까지 해온 일을 볼 때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대략 파악하고 있으리라. 아마도 타케나카 한베에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더라도 대략 그 흐름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이다, 라고 시즈코는 생각하면서 소정의 장소로 이동했다.
"반 각(刻)(약 1시간) 후에 개시합니다"
말 그대로 시즈코는 1시간 동안 가만히 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1시간 후, 정오가 되기 전에 드디어 시즈코가 행동을 개시했다. 그녀는 먼저 히데요시들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렀다.
"드디어냐. 기다리다 지쳤다!"
기대에 가슴을 두근거리는 히데요시에 한베에와 히데나가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린애처럼 들떠 있는 히데요시에 시즈코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지금부터 할 일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저 문을 파괴할 겁니다"
한 번 헛기침을 하여 분위기를 바꾼 후, 시즈코는 정면 출입구에 있는 정문(大手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정문을 파괴한다, 그게 가능하면 지금의 상황은 크게 바뀔 것이다. 시즈코가 뭘 할지 이해한 세 사람이었으나, 바로 의문이 떠올랐다.
"어떠한 방법으로 정문을 파괴하시는 겁니까?"
그것은 정문의 파괴 방법이었다. 정문의 파괴가 목적이라면, 지금까지 시즈코가 평범한 전투를 반복해 온 것과 모순된다.
방어하는 아시가루들을 섬멸할 기색도 없이 단지 소모를 반복해왔던 것과 뭔가 관계가 있는건가, 그것을 세 사람은 알 수 없었다.
"자자, 지금부터 보여드릴테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
곤혹스러워하는 세 사람을 가볍게 넘긴 후 시즈코는 딱 좋은 위치로 이동했다.
말에 타고, 쌍안경으로 정문을 확인했다. 찾는 것이 확실히 부착되어 있으며, 상대편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을 확인한 시즈코는, 메가폰을 입에 대고 평소와 다름없는 어조로 말했다.
"정문을 지키는 아자이 병사들에게 고합니다. 슬슬 진지하게 침공하겠습니다. 우선 정문을 부술테니, 죽고싶지 않은 사람은 정문에서 떨어져 주세요"
박력도 없고, 반대로 맥이 빠질 듯한 목소리가 정문에 울려퍼졌다. 순간 멍해졌던 아자이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자, 여기저기서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예상의 범주였기에 시즈코는 메가폰을 내려놓더니 활을 조준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빗나가면 창피하지. 잘― 조준해서)
"어이어이, 화살로 성문을 파괴하겠다는 거냐. 농담은 그 말투만으로 충분한데"
아자이 병사들이 야유를 했지만, 시즈코는 신경쓰지 않고 정문에 설치된 어떤 것을 노렸다. 조준이 맞았다고 느낀 순간, 시즈코는 화살을 날렸다. 그것은 호를 그리며 깔끔하게 정문의 한 지점에 명중했다.
순간,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굉음을 수반한 대폭발과 함께 정문이 뒤쪽으로 날아갔다.
직선상에 있던 아자이 병사들을 깔아뭉개면서 3미터 정도 날아간 후, 거대한 정문은 중량감있는 소리를 울리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낙하시의 충격으로 모래먼지가 피어올랐다.
잠시 후 모래먼지가 걷히고 시야가 트였지만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자이 병사들도, 오다 병사들도, 그리고 시즈코의 뒤에 있던 히데요시나 한베에, 히데나가까지, 누구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시즈코는 활을 내리고는 다시 메가폰을 입에 대호, 아까와 변함없는 기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정문의 파괴가 끝났으니, 지금부터 침공을 개시합니다. 지금부터 열을 셀 동안만 항복을 받겠습니다. 전군으로 공격할 것이니 빨리 판단해 주세요. 그럼 하나―, 둘―, 셋―"
너무나 황당한 상황에 멍해있던 오다 병사들이었으나, 시즈코의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카운트에 겨우 자신들이 할 일을 떠올리고 전투준비를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시즈코가 무슨 짓을 한 결과로서 정문이 날아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넷―, 다섯―"
궁기병대(弓騎兵隊)도 혼란에서 깨어나 당황하며 활을 들었다. 그 소리에 반응하여 여기저기서 오다 병사들이 돌격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여덟―, 아홉―"
"기, 기다려! 하, 항복이다. 그쪽에 투항할테니, 공격하지 말아줘!"
이제 시즈코가 팔을 내리면 침공이 시작되기 일보 직전에, 아자이 병사들 측에서 항복 의사를 표했다. 시즈코는 손을 올린 채, 망원경을 한 손에 들고 그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얼래, 좀 너무 심하게 놀래켰나? 굉장히 겁먹어서, 약간 불쌍해지네)
멍하니 선 채로 굳어 있는 자, 벌벌 떨며 머리를 감싸쥔 자, 개중에는 실금(失禁)한 채 기절한 자도 있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모르지만 일격에 성문을 날려버리는 무기가 있으며, 그것은 자신들을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 것이리라. 뿌리부터 뜯겨 날아간 원래 성 정문이었던 물체에 자신의 미래를 겹쳐보고 절망한 게 아닐까, 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주의깊게 관찰했으나 아자이 병사들에게 저항의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자, 시즈코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무기를 모두 뒤로 던진 후, 양손을 머리 뒤에서 깍지끼고 땅바닥에 엎드려 주세요. 한 명이라도 서 있거나, 무장 해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저항의 의사가 있다, 고 간주합니다"
그 말대로 아자이 병사들은 소지하고 있던 모든 무기를 뒤로 던졌다. 기절해 있는 자는 부근에 있던 자들이 허리에 찬 칼이나 창을 빼앗아서 뒤로 힘껏 던졌다.
다급히 무장해제를 마친 자들부터 땅바닥에 엎드렸다. 눈에 보이는 범위 안에 서 있는 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시즈코는, 아직까지 곤혹스러운 모습의 병사들에게 호령했다.
"선행대(先行隊), 정문 상황을 확인!"
"예…… 옛!"
일순, 멍해 있던 바람에 반응이 살짝 늦은 겐로였으나, 즉시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 후 500명을 이끌고 정면 출입구를 돌파했다.
버려진 무기들을 회수하고 아자이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저항의 의사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명씩 갑주를 벗긴다. 어깨를 친 사람부터 일어나라!"
무기가 오다 군의 진까지 운반된 것을 확인한 겐로는, 다음으로 아자이 병사들 전원의 갑주를 압수했다. 시간이 걸리기에,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아자이 병사들의 갑주를 벗겼다.
무장 해제가 끝나면 약간의 노자와 하루이틀치의 식량을 주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아무래도 마지막 조치는 이해의 범주를 넘어섰는지, 아자이 병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오다 병사들을 쳐다보았다.
"우리 주군께서는 대단히 자비로우시다. 네놈들 같은 잡병들의 죽음에도 슬퍼하시지. 그렇기에 항복한 자는 무장을 해제한 후, 집으로 돌아간다면 보내주도록 되어 있다"
곤혹스러워하는 아자이 병사들의 의문에 겐로가 대답했다. 그는 시즈코와는 달리 박력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주군의 자비도 한 번 뿐이다!
네놈들, 언제까지나 주군의 자비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음에 싸움터에서 만나면 용서없이 베어버릴 것이다. 자, 그만 가라!"
말을 끝내자 겐로는 아자이 병사들을 쫓아냈다. 차례차례 병사들이 무구를 벗어던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문에 있던 아자이 병사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돌아갔다. 정문 파괴에 말려든 시체도 깊은 구멍을 파고 생석회와 함께 매장한 후, 흙을 볼록하게 쌓아 간소한 묘를 만들었다.
"해체(解体)다!"
아자이 병사들을 정면 출입구에서 몰아낸 후, 겐로는 병사들을 배치하며 큰 소리로 명령했다. 그 명령에 기다렸다는 듯 쿠로쿠와슈(黒鍬衆)가 함성을 지르며 건물로 돌격했다.
그들의 임무는 방어시설의 해체였다. 평소에 건물을 짓는 일이 많은 그들은, 거의 할 일이 없는 해체라는 작업에 기분이 고양되어 있었다.
판자를 뜯어내고, 때로는 파괴하거나 하면서 건물을 해체해 갔다. 해체된 자재는 순차적으로 운반되어, 중고 자재로서 오우미(近江) 상인연합(商人連合)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오다 군은 오다니 성의 방어망을 파괴할 수 있었고, 쿠로쿠와슈는 해체 작업에 만족했으며, 오우미 상인연합은 자재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다들 행복한 상황이었다.
굳이 불행한 사람을 들자면 아자이 히사마사(浅井久政), 그리고 자신이 쌓아올린 방어시설이 눈 앞에서 해체되어가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된 나가마사(長政)이리라.
"팍팍 해체하라!"
겐로가 쿠로쿠와슈를 재촉했다. 그에 대해, 쿠로쿠와슈는 손도끼를 휘두르며 파괴음으로 대답했다.
한편, 오다 군의 본진에 있는 시즈코는, 히데요시로부터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었다.
"폭약이라고? 그만한 양으로, 어떻게 정문을 파괴한 것이냐?"
"그게 말이죠. 자세한 계산은 생략하겠습니다만――"
호기심이 끊이지 않는 히데요시에게 시즈코는 넌더리가 났지만, 그가 끝나도 뒤에 히데나가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하루는 날아가겠네, 라고 시즈코가 포기했을 때, 갑자기 히데나가가 입을 열었다.
"형님, 슬슬 저희들에게도 질문하게 해 주십시오. 아까부터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엇,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이고 나발이고 없습니다. 형님은 이후 질문 금지입니다"
드물게 강경한 말투가 된 히데나가에, 히데요시는 마지못한 태도로 물러났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모습에 히데나가는 쓴웃음을 짓더니, 타케나카 한베에 쪽을 보았다.
"아마도 같은 질문을 하시겠지. 그렇다면 한베에 님부터 하시오"
"이거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싸움, 시즈코 님은 무엇을 꾸미고 계신 겁니까?"
히데나가에게 인사를 한 후, 타케나카 한베에가 질문했다. 히데나가도 그가 말한 대로 같은 질문을 할 생각이었던 듯,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히데요시가 시즈코에게 질문하고 있는 동안, 타케나카 한베에는 지금까지 시즈코가 한 일을 돌이켜보고 있었다. 정문을 간단히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졌으면서, 그녀는 오늘까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평범한 전투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적을 정면 출입구에 몰아놓기 위한 평범한 전투인가 하고 타케나카 한베에는 생각했으나, 정문을 간단히 파괴한 지금, 다른 속셈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그는 결론지었다.
"딱히 대단한 속셈은 아닙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알쏭달쏭한 상태를 만들었다'일까요"
"알쏭달쏭한 상태?"
수줍게 웃는 시즈코의 말에 타케나카 한베에는 앵무새처럼 되물었다.
"제 설명을 들으신 타케나카 님은, 제가 부린 '수작'을 알고 계시죠. 하지만 아자이 측은요? 또, 이 싸움을 보고 있던 간자들은?
그럼, 그들이 본 저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요, 가 되지 않겠나요"
"음, 확실히……"
시즈코가 한 것은, 현대에서도 하는 문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문의 연결부위를 따라 셈텍스(Semtex) 등의 플라스틱 폭약을 붙이고, 마지막으로 대각선으로 붙인 후 가운데 부분에 신관을 매설한다.
그 뒤에는 신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폭시키면, 폭발의 충격으로 문이 뒤쪽으로 날아가던가, 문을 고정하는 금속구 부분만이 파괴되어 그 자리에 쓰러진다.
이번에 시즈코가 한 것도 그것과 거의 같은 것이다. 셈텍스가 아니라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폭약인 젤리그나이트(Gelignite)를 사용했다.
규조(珪藻) 다이너마이트와는 달리, 젤리그나이트는 니트로글리세린이 배어나오지 않는 이점 떄문에 당시부터 편리한 폭약이었다.
(금광이나 은광용으로 다이너마이트의 개발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산물이 생겨버렸었지)
최근에는 안포(ANFO ※역주: Ammonium Nitrate Fuel Explosive) 폭약에 의해 대체되어 빛을 보지 못하는 폭약이지만, 광산 개발에 사용되는 폭약이라고 하면 다이너마이트가 유명했다.
니트로겔에 질산 암모늄, 감열소염제(減熱消炎剤, 식염(食塩) 등)을 섞으면 광산채굴용의 다이너마이트가 완성된다.
하지만, 니트로글리세린은 불안정한 물질로, 제작에 고도의 설비가 요구된다. 게다가 니트로 셀룰로오스를 니트로글리세린과 혼합할 때, 온도와 농도 관리에 실패하면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현대에서도 가압하여 고온에서도 안정되도록 한 후에 혼합하지만, 전국시대에 가압실(加圧室)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시즈코는 가압실의 대용품으로서 저온실(低温室)을 만들고 거기서 혼합하는 방법을 채용했다.
혼합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소량밖에 혼합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다이너마이트의 위력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는 가치가 있다.
"야간 전투는 없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준 후에 야음(夜暗)을 틈타 폭약을 설치했으니, 그 수작을 모르는 적은 성문을 믿을 수 없게 됩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문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을 느낍니다. 그 불안이 자신을 좀먹는 중압이 되어, 이윽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부성(付城) 전술과 조합하면, 적은 더 이상 정상적인 상태로 있을 수 없게 되지요"
"하지만, 제정신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 상대는 끈질깁니다만"
타케나카 한베에의 의문은 온당한 것이었다. 아무리 방어시설에 불안을 느껴도, 그것만으로는 사람은 간단히 망가지지 않는다.
불안을 느끼면서도 버텨내는 사람이 나타나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는 버틸 수 있겠죠. 하지만, 버텨서 해결될 문제일까요?"
"……버텨봤자 무의미, 라는 겁니까"
"부성 전술로 주위를 포위당한 상태에서 원군은 기대할 수 없다. 성을 지키는 정문은 아주 간단히 순식간에 돌파당한다. 오다 군은 그 밖에도 숨겨진 수가 있지 않을까? 지금의 성과 병사들로 지켜낼 수 있을까?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무의미하게 깊이 생각해버리죠. 그리고 머리가 좋은 사람이 무너지면…… 이미 의사 결정은 어려워집니다"
오다 군이 부성을 이용하여 원군을 끊고, 견고해야 할 정문을 일격에 날려버렸다. 이것은 확실히 결과가 남아 있기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날려버렸는지를 알 수 없다.
결과가 보이는데 과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는, 상대에게 더없는 불안감을 주게 된다. 그 밖에도 뭔가 숨겨진 수가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에 빠져 정신적인 소모를 강요받는다.
공포가 아닌 불안을 느끼게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공포는 구체적인 대상을 수반하지만, 불안은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불안은 제어하는 데 막대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오다 군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라는 불안은 막연하고, 그 불안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거기에 걱정을 더하면 부정적인 사고에서 더욱 강한 불안을 느끼게 되어버린다.
"(뭐어, 태반은 아시미츠(足満) 아저씨가 짠 이론이지만) 마지막에는 항복해오겠지요. 큰 피해도 없이 상대의 병력을 고스란히 자군으로 흡수할 수 있습니다. 멋대로 자폭하고, 멋대로 항복해 주니까요"
시즈코의 공성은 기본적으로 아시미츠가 고안한 것이다.
우선 부성으로 포위하여 원군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성에 있는 자들을 바깥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켜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상태로 만든다. 다음으로 성 내부에 불안과 걱정의 씨앗을 심어 냉정함을 깎아낸다.
이미 주위는 포위당한 상태이다. 오다 측은 초조해 할 필요가 없고, 설령 적이 치고 나와도 부성까지 철수하여 견고한 성에 틀어박혀 맞아싸우면 된다. 이윽고 적은 공략을 단념하고 자신의 성으로 도망쳐 돌아간다.
빠져나갈 수 없고, 외부의 정보가 일체 들어오지 않게 되면 성 내부에서는 항복인지 철저 항전인지로 의견이 갈려, 가신들 사이에 불화가 일어난다.
이렇게 적당히 불화가 만연했을 때, 누군가가 내부 정보를 흘린 것처럼 보이는 공작을 하여, 가신들이 서로 의심하는 상태에 빠지게 한다.
정보 누설의 용의자로 몰리게 된 인물은 정보를 누설하지 않았다, 는 악마의 증명을 강요받게 된다. 하지만, 누설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변명하거나 혐오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론하거나 하면, 주위에서 수상한 태도로 보이게 된다.
가엾은 용의자는 목숨이 걸려 있으니 필사적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런 것조차 깨닫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뒷말이나 험담의 응수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며, 마지막으로는 파벌이 생겨나 칼부림을 벌이는 사태로 발전한다.
마지막 마무리로서 시즈코 측에서 배신을 권장한다. 가장 먼저 투항한 자만 목숨을 구해주겠다, 고 외부에서 알려 배신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설령 항복 권유에 응하지 않더라도, 적당한 사람을 한 명 유괴하면 된다. 그 후에는 멋대로 서로를 의심하여 있지도 않은 배신자를 찾으려 혈안이 된다.
아무리 견고한 성에 틀어박히더라도, 성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이 꺾이면 쉽게 함락된다.
"이쪽은 소모하지 않고, 상대도 윗사람들만 멋대로 자멸해갑니다. 그리고 상대에게서 손쉽게 자원을 징수할 수 있죠…… 어, 왜 그러시나요?"
설명하고 있는 도중에, 히데요시 등 세 명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시즈코는 깨달았다. 뭔가 거슬리는 말을 한 건가, 하고 불안해진 시즈코였으나, 그걸 부정하듯 타케나카 한베에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문제없습니다. 약간 놀란 것 뿐입니다"
"그, 그러신가요. 그럼 설명은 이쯤 하고, 나머지는 다음에 하기로 하지요"
시즈코의 제안에 히데요시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벙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악랄한 공성을 생각해내는 녀석이군"
자신의 진으로 돌아가던 도중, 문득 히데요시가 말했다. 타케나카 한베에와 히데나가도 같은 의견인지, 고개를 끄덕여 히데요시의 의견에 찬동했다.
세 사람 모두 상상력이 풍부했기에, 시즈코가 생각한 것을 실제로 당했을 경우 손쓸 방법이 없는 상태에 빠질 것을 깨달은 것이다.
"원군이 오지 않는다. 내부에 불화가 생기면 탈주병은 끊이지 않는다. 대체 누굴 믿어야 될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이미 군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 겠군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히데나가가 가볍게 말했다. 그걸로 어느 정도 기분이 누그러졌는지, 히데요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베에, 그렇게까지 지독할(苛烈) 필요는 없다. 적이 가여울 지경이다"
"그건 적을 공포에 빠뜨려서, 주위에 항복을 재촉하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지독한 계책은 아닙니다"
"끄렇군요. 공격받고 있는 성은 정보를 차단당해도, 외부의 성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방법으로 공격당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히 함락될지도 모르겠군요"
"으…… 으하하핫! 무, 물론 나도 깨닫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두 사람이 납득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초조해졌는지, 히데요시가 식은땀을 흘리며 얼버무렸다. 뻔히 보이는 태도였지만 타케나카 한베에와 히데나가는 깊게 지적하지 않고 쓴웃음을 짓는 데 그쳤다.
(……과연,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히데요시와 히데나가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타케나카 한베에는 어떤 것을 이해했다.
(시즈코 님이 하고 있는 것은, 희생을 최소화하며 성을 함락시키는 것. 성을 고립무원으로 만들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게 하여, 항복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그걸 본 주위는, 다음은 자기 차례다, 라고 두려워하게 되지)
타케나카 한베에는 시선을 히데나가 쪽으로 돌렸다. 싱긋 웃고 있는 히데나가였으나, 그의 눈은 웃고있지 않았다. 타케나카 한베에는, 그가 자신과 같은 해답을 얻은 것을 알게 되었다.
(무력이 아닌 심리전으로 함락시킨다. 간단히 흉내낼 수 없는 무서운 전술이군. 지금부터 시즈코 님에게 함락되는 성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한 불가사의한 상태가 되겠군)
다음 차례는 츠키가세 성인가, 라고 타케나카 한베에는 마음 속에서 덧붙였다.
시즈코-히데요시 연합군의 본대가 오다니 성의 정문을 공략하고 있던 무렵, 별동대가 츠키가세 성을 공격하고 있었다.
전술은 변함없이 주위를 이중, 삼중으로 부성으로 둘러싸 보급로를 차단하고 원군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 후에는 공격했다 물러나고, 공격했다 물러나는 지연 전술을 반복했다.
원군이 오지 않는 것, 보급선이 완전히 끊긴 것 때문에, 성을 지켜낼 자신이 없어진 츠키가세 성의 성주 츠키세 단고노카미 요리츠구(月瀬丹後守頼次, ※역주: 독음 확실치 않음)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토라고젠 산(虎御前山)에 성채를 지은 노부나가였으나, 바로 서쪽에 츠키가세 성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협공당할 위험이 있었다. 따라서 노부나가에게 츠키가세 성과, 가까이 있는 야마모토 산성(山本山城)은 전략적으로 반드시 함락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시즈코의 쿠로쿠와슈를 동원하여,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응용하여 개발한 '하룻밤 부성(一夜付城)'을 이용해 두 성을 둘러싸게 했다.
하룻밤 부성은 현대의 프리패브 기술처럼, 부성을 지을 장소에서 자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리 안전한 장소에서 부성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 가공하고, 부성을 지을 장소에서 조립하는 방법이다.
히데요시의 스노마타 성(墨俣城)에서 따서 이름붙은 공법은, 겉보기는 완성되어도 알맹이는 텅 비었다는 결점이 있다.
그러나, 눈 앞에 하룻밤 새에 부성이 생긴다는 것은, 성에 틀어박힌 병사나 백성들의 전의를 꺾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아랫사람들이 모조리 전의를 잃어버리면, 성주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항복밖에 없게 된다.
이걸 증명하듯, 츠키가세 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날이 갈수록 전의를 잃어갔다.
첫날에 부성이 완성되고, 둘째 날에 성 안에서 불화가 생겼으며, 셋째 날에 야마모토 산성의 원군이 오지 않는다는 정보를 알게 된 그들은 항복 의사를 밝혔다.
야마모토 산성의 정보는 거짓이지만, 주위에 적의 성이 있는 상태는 그들에게 막막한 느낌을 들게 하여,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머리를 잃게 했다.
"좋아, 필요한 만큼은 입수했다"
시즈코로부터 의뢰받은 것을 손에 넣자, 사이조는 당장 시즈코-히데요시 연합군 본대로 향했다.
"공성전을 벌이지 않고 츠키가세 성을 함락시켰으나, 소생은 좀 불만족스러운 느낌입니다"
종자(従者)들 중 한 명이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전쟁터의 공훈에 따라 출세를 노릴 수 있으나, 시즈코의 전법은 거의 싸울 일이 없었다. 이래서는 공훈 운운 이전의 문제였다.
"츠키가세 성은 아자이-아사쿠라(朝倉)에게 중요한 거점이다. 그것을 피해 없이, 싸우지 않고 함락시키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해라. 병법에서도 말했다. 싸워서 성을 함락시키는 것은 하책(下策), 싸우지 않고 성을 함락시키는 것이 상책(上策)이라고 말이다"
"옛……"
약간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나, 사이조는 종자를 무시하고 본진으로 서둘렀다. 그에게 시즈코의 곁에서 장기간 떨어져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초조해졌다.
말에 약간 무리를 시키며, 보통 걸릴 시간의 2/3만에 본진에 도착한 사이조는, 곧장 시즈코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작전회의를 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이조는 시즈코가 히데요시들과 함께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신히 시즈코의 모습을 보았을 때, 사이조는 작기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곧장 절을 하며 말했다.
"시즈코 님. 명령하신 대로 적당히 선별한 자들로부터 그것을 받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의외로 빨랐네요. 병사들에게는 휴식을 취하게 하세요. 다음 야마모토 산성은…… 영주님에 달렸으려나요"
그렇게 말하면서 시즈코는 사이조에게 부탁했던 것을 받아들었다. 그것은 편지(文)였다. 그러나, 그녀가 편지를 펼치자, 그 안에는 백지, 아니, 그 사람이 썼다고 증명하는 화압(花押)만이 구석에 쓰여 있었다.
함께 있던 히데요시나 타케나카 한베에는 물론이고, 히데나가도 그걸로 뭘 할건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어이, 시즈코. 그 백지는 뭐에 쓸 것이냐?"
궁금해진 히데요시가 부채로 편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편지를 펼쳐서 히데요시들에게 보이며 시즈코는 대답했다.
"뭐라고 하셔도, 이것에 오다 가문에 내통한다는 내용을 기재할 뿐이에요. 뭐, 편지를 받을 사람은 오다니 성에 틀어박혀 있는 아자이입니다만"
"츠키가세 성은 함락시켰잖나? 왜 굳이 내통한다는 편지를 쓰는 거냐?"
"내통한다는 편지와는 별도로 '사람 마음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것, 무너져가는 결속을 보는 것은 허무한 일이구나'라는 편지를 첨부할 겁니다. 그 후에 편지를 읽은 아자이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뭐 마음대로 하라고 하죠"
"……? ――억!?"
처음에는 알 수 없었던 히데요시였으나,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타케나카 한베에나 히데나가, 사이조도 해답을 깨닫자마자 식은땀을 흘렸다.
시즈코가 지금부터 펼칠 계책이 성공하면, 야마모토 산성은 악마의 증명을 강요받게 된다. 내통하는 편지가 아자이의 손에 들어가면, 그는 배신자가 있었기 때문에 츠키가세 성이 함락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그리 생각하지 않더라도, 내통한 자가 있다고 아자이가 생각하기만 하면 이득이다. 영주(国人)는 애초에 가신의 배신에는 만반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야마모토 산성도 마찬가지, 라는 말만으로 아자이 히사마사는 의심에 빠지게 된다. 야마모토 산성도 똑같이 함락되면, 그들은 더욱 열세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내통자가 있다면, 자신들의 움직임이 알려진다.
만약 내통자의 손에 의해 야마모토 산성이 함락된다면 원군이 섬멸당할 우려가 있다. 더 이상 원군을 보낼 여력이 없는 아자이에게, 원군의 괴멸은 피하고 싶은 사태다.
하지만, 영주는 지성(支城)에 원군을 보낼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게을리하면 가신들은 일족을 지키기 위해 영주를 간단히 배신한다.
원군을 보낼지, 아니면 내버릴지, 아자이 히사마사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리라.
"아자이는 골머리를 썩히고, 가신들(家中)은 서로를 의심하고, 근거 없는 혐의를 받은 야마모토 산성 사람들은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겠지요. 그대로 방치해두면 아자이 가문의 단결은 쉽게 무너지고, 멋대로 내분을 시작할 겁니다. 아자이 가문이 적당히 약해졌을 때 단번에…… 쳐부숩니다"
쳐부순다, 라는 말과 동시에 시즈코는 테이블을 강하게 쳤다. 좀 아팠지만 표정에 드러내지는 않고 말을 이었다.
"오다니 성은 견고한 성입니다. 하지만 굳세고 단단한 벽도, 단 하나의 균열이 원인이 되어 붕괴합니다. 얼마나 성을 견고하게 만들던, 병사들의 마음이 꺾이면 함락됩니다. 이번의 계책으로 아자이 가문에 균열을 만들면, 나중에 유리하게 작용하겠지요"
그 말을 증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히사마사가 함부로 야마모토 산성의 성주, 아츠지 사다유키(阿閉貞征)를 의심하여, 사다유키와 히사마사 사이에 골(溝)이 생겼다. 그리고 그 골은 없어지기는 커녕,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넓어질 뿐이었다.
결코 얕지 않은 골로까지 넓어졌을 때, 아츠지의 마음에 마(魔)가 끼게 되었다. '노부나가와 내통한다'는 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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