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2 1571년 10월 상순



엔랴쿠지(延暦寺)는 히요시타이샤(日吉大社)의 앞마당(門前町)이기도 했던 사카모토(坂本)가 멸망한 것만으로 노부나가에게 굴복했다.

본산인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는 무사했으나 도저히 승산이 없었기에 이대로 싸워봐야 패배는 틀림없다는 것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그건 세상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이라, 이것이 원인으로 엔랴쿠지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지금까지처럼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토양이 조성되었다.

엔랴쿠지의 종주(宗主)인 천태좌주(天台座主)는 히에이 산에서 쫓겨났고, 그에 대해 오오기마치(正親町) 천황이나 조정은 탓하지 않았다.


엔랴쿠지의 근본중당(根本中堂)과 대강당(大講堂), 히요시타이샤는 소실되었고, 사찰의 영토(寺領, 社領)는 노부나가에게 모두 몰수되었다.

그 영토들은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나카가와 시게마사(中川重政), 시바타 카츠이에(柴田勝家), 니와 나가히데(丹羽長秀)에게 분배되었다. 다섯 명은 각자의 영토를 가지면서, 여력을 파견하여 분배받은 영토를 통치하게 되었다.


천태좌주인 카쿠죠(覚恕) 법친왕(法親王)을 필두로, 노부나가와 교섭했던 쇼카쿠인 고우세이(正覚院豪盛) 등은 카이(甲斐)까지 도망쳐서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에게 비호를 요청했고, 신겐은 그에 응하여 그들을 보호했다.

또, 엔랴쿠지에 대한 노부나가의 조치를 알고 "노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천마(天魔)가 둔갑(変化)한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다음 날인 13일, 전후 처리를 아케치 미츠히에데게 맡기고 노부나가는 정예만을 이끌고 상락했다. 그 동안, 각 군은 오우미(近江)의 잇키(一揆)를 각개격파해 나갔다.

쿄(京)에 들어가 엔랴쿠지 토벌의 보고와 전후 처리에 관한 공작(根回し), 각종 인사 등의 정무를 처리한 후 노부나가는 기후(信長)로 귀환했다.

쿄에 체제하던 도중 신경쓰이는 소문을 몇 번이나 들은 노부나가는, 원인으로 생각되는 아시미츠(足満)를 호출했다.


"네놈, 마츠나가(松永)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던 소문은, 타카츠키 성(高槻城)을 포위하고 있던 마츠나가 군에 대해서였다.

유리한 전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전선을 이탈하여 자국으로 돌아가 문을 걸어잠그고 틀어박혀버려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수하의 간자를 풀어 뒷조사를 해본 노부나가는, 아마도 아시미츠의 짓이라고 짐작했다.

아시미츠의 짓이라고 짐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미요시 3인방(三好三人衆)과 마츠나가 히사히데(松永久秀)에게 암살당할 뻔 했다. 깊은 증오를 품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훗, 조금 겁을 준 것 뿐이다. 대단한 건 아니지"


노부나가의 물음에 아시미츠는 웃으며 대답했다.

꿈쩍도 안하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그였으나, 마츠나가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자기 손으로 죽인 상대가 살아 있었고, 힘을 기른데다 자신을 죽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적전 도주도 납득이 간다.


"쫑알쫑알 떠들지 마라, 변명은 듣지 않겠다. 소우이(宗渭, 미요시 소우이(三好宗渭), 미요시 3인방 중 한 명)와 같은 꼴을 당하고 싶으냐"


"네놈에겐 죽음조차 사치다"


"적지 않은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복수할 의미라고?

네놈이 멀쩡히 밥을 먹으며 살고 있고, 네놈이 하루를 더 사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 내가 평온하게 잠들기 위해 네놈들은 벌레처럼 죽어라!"


마츠나가 히사히데, 히사미치(久通) 부자를 향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아시미츠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떠올렸다.


"당분간은 얌전해지겠지. 뭐 너무 겁을 먹어서 정신이 이상해질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자세한 이야기는 묻지 않겠다. 하지만, 적당히 하라"


"노력해보지"


그건 NO라고 대답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이해한 노부나가는 아시미츠에게 그 이상 무언가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자히 히사마사(浅井久政)에 대한 공작을 마친 시즈코 군은, 뒷처리를 히데요시(秀吉)에게 맡긴 후 오와리(尾張)로 귀환했다. 이번에는 결코 적지 않은 부상병이 나왔으나, 죽은 사람의 숫자는 양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에 그쳤다.

남겨진 가족에 대한 대응을 겐로(玄朗)에게 맡긴 후, 시즈코는 이번의 싸움에서 공이 있는 자들에게 포상을 내렸다.

그 중에는 나가마사(長政)도 들어 있었다. 그는 100명의 병사가 주어졌으며, 거기에 엔도(遠藤)와 미타무라(三田村)가 요리키(与力, ※역주: 직속 부하 정도의 의미)로서 주어졌다. 원래는 나가마사의 가신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시즈코 휘하의 병사라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의 포상으로, 그들은 지금까지처럼 우연을 가장할 필요 없이 당당히 나가마사를 따라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애초에 두 사람이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시즈코가, 부대 내부에서 쓸데없는 불화를 일으키지 않도록 세 사람을 한 곳에 모은 것 뿐이었지만.


전후처리를 마치고, 논공행상도 일단락된 후, 시즈코는 중요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것은 후추의 수확이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각국에서는 3월에서 5월에 걸쳐 수확하지만, 심은 시기나 기후 때문인지, 시즈코의 후추밭은 8월에서 10월이라는 늦은 수확 시기가 되어 버렸다.

8월 하순 무렵부터 열매를 맺은 후추였으나, 여전히 작은 열매가 달렸을 뿐이라 9월이 지나고, 간신히 9월말을 전후하여 열매가 크게 성장했다. 줄기성 식물인 후추 나무는 줄기 하나당 약 2kg의 열매가 달린다.

하지만 시즈코가 재배한 후추는 토양이 적합하지 않았던건지 아니면 온도가 부족했던 건지, 열매가 맺히는 게 신통치 않아서, 열매를 맺은 10그루에서 합계 5kg 정도밖에 수확할 수 없었다.

본래의 기대 수확량으로는 약 20kg가 기대되었으나, 금년에는 열매는 고사하고 꽃조차 피지 않은 나무가 4그루나 있어, 투자한 금액을 고려하면 대적자가 확실한 흉작이었다.


"후추다, 후추다"


수수께끼의 춤을 추며 시즈코는 후추를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을 기뻐했다. 전국시대의 일본에서 후추 재배 같은 건 꿈 같은 소리인데, 그걸 약간이지만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수확량이 적은 흉작보다, 약간이라도 수확할 수 있었던 것이 기뻤다.


"화이트 페퍼(white pepper)와 블랙 페퍼(black pepper)를 만들고, 그걸 섞어서 후추를 만들자"


후추의 열매를 원료로, 수확 시기나 제법의 차이에 의해 블랙 페퍼, 화이트 페퍼, 그린 페퍼(green pepper), 핑크 페퍼(pink pepper)가 만들어진다.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하고, 그것을 원료로 블랙 페퍼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는 완전히 익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은 화이트 페퍼였다.


화이트 페퍼는 블랙 페퍼와 달리, 우선 물에 침지(浸漬)시켜 완전히 발효시킬 필요가 있다. 발효 후에 껍질을 벗기고 천일(天日) 건조시키면 완성이다. 한편, 블랙 페퍼는 덜 익은 열매를 천일 건조시키기만 하면 완성된다.

현대 일본의 가정에서는 블랙 페퍼와 화이트 페퍼를 블렌드한 분말 형태의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말 형태로 만든 것은 향이 날아가기 쉬운데다 유통기간이 짧아진다.

알갱이(粒) 형태라면 블랙, 화이트 페퍼는 상온에서 최장 3년은 간다. 따라서 전국시대라면 페퍼 밀(pepper mill)에 알갱이를 넣고 필요할 때마다 갈아쓰는 게 가장 좋다.


전동 밀(mill) 같은 건 바랄 수도 없지만, 페퍼 밀은 목제로 된 수동식이 가장 폼이 난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몇 개월 전에 중심이 잘록한 목제 페퍼 밀을 남만 선박에서 구입했었다.

후추는 포함되지 않고 용기 뿐이며, 대형의 짐도 아니기에 운반하기 쉬워서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덤으로 부패를 억제하기 위해 넣던 로리에(월계수(月桂樹)의 잎을 건조시킨 향신료)와 월계수의 묘목도 구입했다.

잡초나 마찬가지인 묘목에 큰 돈을 내는 시즈코에게 남만 상인들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으나, 돈을 후하게 지불하는 시즈코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거래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건 곤란했기에, 화물(積荷)로서 운반해온 나무 상자에 가득한 로리에와 몇 그루의 묘목을 그녀에게 양도했다.


월계수는 자택으로, 페퍼 밀은 기술자 마을에 보내 똑같은 것을 만들도록 의뢰했다. 꽤 많은 숫자를 구입했기에 몇 개는 구조를 알기 위해 분해되었으나, 그 덕분에 빠르게 재현할 수 있었다.

허브로 분류되는 월계수는 방치 재배(放置栽培)에 적합했기에, 플랜터에 옮겨심은 후에는 적당히 물만 주는 것 이외에는 내버려두는 식으로 재배했다.

그래도 순조롭게 성장하니, 허브의 생명력은 무서운 것이었다.


"닭고기 오케이, 소금 오케이, 로리에 오케이, 발아현미(発芽玄米) 오케이, 후추 오케이, 계란 오케이, 준비 완료네"


화이트 페퍼가 완성되었을 무렵, 시즈코는 프로이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녀가 원했던 중마종(重馬種)인 데스트리어가 드디어 기후(岐阜)로 운반된 것을 알리는 편지였다.

지금까지 노부나가가 쿄에서 기후로 이어지는 요소(要所)를 봉쇄하고 있었기에, 안전한 도로를 이용할 수 없어 말의 운반이 늦어져 버렸다.

하지만, 사카모토를 파괴한 것으로 일대의 봉쇄가 해제되어 드디어 운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편지에 적혀 있었다. 또, 편지에는 만나줫으면 하는 인물이 있다, 고 추신이 적혀 있었다.


(음~, 상황적으로 볼 때 쿄 포교 책임자인 그네키 솔디 오르간티노(※역주: Organtino, Gnecchi‐Soldi, Gnecchi‐Soldo라고도 쓰는 모양)일까나. 큐슈(九州) 포교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카브랄(Francisco Cabral)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그네키 솔디 오르간티노는, 겐키(元亀) 원년(元年) 5월에 일본으로 와서, 이후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이탈리아인 선교사이다.

인품이 좋고 일본인을 좋아하는 그는 많은 일본인에게서 우르간바테렌(宇留岸伴天連, ※역주: 오르간티노의 '오르간'과 카톨릭을 뜻하는 '바테렌(伴天連)'을 합친 말)으로 사랑받으며, 노부나가나 히데요시 등 당대의 권력자들과 지기(知己)가 되었다.

밝고 매력적인 인품, 적극적으로 일본어와 일본의 관습을 배우고, 1573년부터 1년에 걸쳐 법화경(法華経)을 연구하여, 착임한 지 3년 만에 킨키(近畿) 지방의 신도를 1만 5천명까지 늘린 큰 공적을 세웠다.

1577년부터 30년에 걸쳐 교토(京都) 지구의 포교 책임자를 맡은 것을 보면, '적응주의(適応主義)'를 실시하여 일본인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은 것을 엿볼 수 있다.


오르간티노와 대조적으로 거명되는 인물이, 큐슈 포교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카브랄이다.

그는 당시의 포르투갈 인 모험가들과 마찬가지로,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대해 마지막까지 부정적, 차별적인 태도였다.

카브랄은 적응주의를 맨 먼저 부정하고, 전임자인 코스메 데 토레스(Cosme de Torres)의 방침을 완전히 무시하였으며, 일본인을 저급한 국민으로 불렀기에, 일본인 신도들과 선교사들 사이에 골(溝)이 생겨 버렸다.

최종적으로 포교 책임자의 자리에서 1581년에 해임되어 인도의 고아(Goa)로 돌아가게 되었다.


여전히 현지의 신도는 전무, 교회는 하나도 없으며, 연이은 전란 상태의 일본에서,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이 기독교(キリスト教)의 포교를 할 수 있는 것은 코스메 데 토레스의 공적에 의한 것이다.

그는 당시의 유럽인을 뛰어넘은 사상인 '적응주의(선교사들이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 문화를 따라 사는 것)'을 행하여, 자비에르(※역주: 아마도 Francis Xavier를 말하는 듯)의 숙원이었던 교토에서의 포교를 달성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일본에서 쿄나 사카이(堺), 야마구치(山口) 등에 교회가 세워지고 많은 신도들이 생겨난 것은 자비에르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온 토레스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카브랄은 1573년에 야마구치로 갈 때까지 쿄에 있었던 것 같은데……?)


잠시 생각했으나 프로이스가 만나게 하고 싶다, 라고 하니 오르간티노일 거라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그는 프로이스와 마찬가지로 쿄의 포교를 담당하고 있기에, 그라는 쪽이 납득이 간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오랜만에 요리를 만들자. 이번에는 값비싼 향신료인 후추를 사치스럽게 쓴 요리야"


아야(彩)와 쇼우(蕭)는 돕겠다고 했으나, 도움받을 일은 없으므로 자신들의 일에 전념하도록 명했다.

이번에 시즈코가 만드는 것은 닭고기의 소금가마구이(塩釜焼き)였다.

우선 내장을 뺀(袋抜き, 겉모습은 그대로 유지하며 내장과 뼈를 밖으로 빼는 기법) 닭(丸鶏)을 물로 씻어서 피(血合い)나 지저분한 것을 제거한다. 동시에 뱃속에 넣는 발아현미를 물로 씻어 10분 정도 물에 담가둔다.

그게 끝난 후, 닭은 물기를 잘 털어내고, 발아현미는 소쿠리(ザル)에 올려둔다.

다음으로 갓 갈아낸 후추를 닭 전체에 반죽하고, 텅 빈 뱃속에 발아현미와 로리에를 섞은 것을 7할 정도 채워넣은 후, 대나무 꼬치 등으로 엉덩이를 꿰매듯 하여 닫는다.

닭의 밑준비가 끝나면 다음에는 소금가마이다. 흰자를 가볍게 거품을 내고, 거기에 소금을 넣어 잘 섞는다.


섞은 소금을 돌가마(石窯)의 받침대(土台)에 두께 1cm 정도로 깔고, 그 위에 닭은 올려놓고, 닭 전체를 덮도록 두께 1cm 정도의 소금 돔(dome)이 생길 때까지 소금을 바른다.

이것을 돌가마에서 1시간 반 정도 가열하고, 불을 줄인 후 여열(余熱)로 30분 정도 뜸을 들인다.

돌가마에서 꺼내면, 그 후에는 망치 등으로 소금을 깨고 안에서 닭을 꺼내면 완성이다.

뱃속에서 채워넣었던 것을 꺼내고, 찜구이된 닭고기를 찢어서 섞은 후, 소금과 직접 닿아서 염분이 강해진 살이 적은 부분은 따로 떼어내어 스프의 건더기로 썼다.


"이 다음에는……"


품에서 부채를 꺼낸 후, 시즈코는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요리를 부채로 붙었다. 꽃의 꿀에 몰려드는 벌레처럼, 맛있을 듯한 냄새에 이끌린 면면들이 다가왔다.

집 전체에 냄새가 퍼지도록 부채질을 하고 있자 사이조(才蔵), 이어서 케이지(慶次), 나가요시(長可), 마지막으로 아시미츠가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전원 모여들었다.


"굶주린 자들(腹ぺこ)아. 오늘은 남만인이 좋아하는 후추를 사용한 요리로다"


"예―이!"


케이지와 나가요시가 쌍수를 들고 기뻐했다. 두 사람의 태도에 어이가 없어진 시즈코는, 아야나 쇼우, 타카토라(高虎)도 부르면서 요리를 내왔다. 안타깝게도 키묘마루(奇妙丸)는 노부나가에게 가 있어, 할아범(爺)과 함께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돌아오면 시끄럽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는 자리에 앉았다. 두 손을 모아 식전 인사를 하자, 케이지들도 그것을 따라했다.


"굉장해, 맛있다. 그냥 현미인데, 맛이 배어들어서 맛있어"


"이 스으프, 적당히 닭고기 맛이 녹아들어 맛있군"


"――! ――!"


하이텐션으로 외치며 발아현미를 먹는 나가요시, 천천히 맛보면서 닭고기 스프를 마시는 사이조, 말없이 밥을 퍼먹는 타카토라, 어디선가 술을 꺼내서는 자작으로 한잔 하면서 먹는 케이지 등, 테이블 위는 혼돈 상태였다.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으나, 아야나 쇼우도 맛있다고 먹고 있는 모습에 조금 안도했다. 유일하게 먹어본 경험이 있는 아시미츠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먹고 있었으나,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후추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은 것 같네)


맛에 까다로운 케이지들도 만족하고 있는 것에 성과를 확신한 시즈코는 주먹을 약간 힘있게 쥐었다.


며칠 후, 시즈코는 프로이스와 회담하기 위해 항상 그렇듯 남장을 준비하고, 평소에는 따라오지 않는 케이지와 사이조, 나가요시, 타카토라를 데리고 기후의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의 최종 체크를 마치고, 시즈코는 회담에 대비하여 일찍 취침했다. 다음 날, 2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 시즈코는, 프로이스의 방문을 기다렸다.


"프로이스 님이 오셨습니다"


"안내하라"


잠시 후 소성(小姓)에게 안내된 프로이스들이 알현실로 들어왔다. 루이스 프로이스, 로렌초 료사이(ロレンソ了斎), 동행한 수녀, 그리고 사람 좋아보이는 선교사 등 네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알현의 영광을 베풀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그렇듯 프로이스가 절하며 인사하고, 다른 세 사람이 프로이스에 이어 인사했다. 평소대로의 광경으로 보였으나, 시즈코에게는 프로이스의 표정이 약간 어색해보였다.


"얼굴을 드십시오. 하여, 오늘은 소생이 의뢰한 짐을 가져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다짜고짜 실례인 것은 알지만, 우선은 말을 보여주십시오. 그 후에 느긋하게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약간 애매모호한 태도의 프로이스를 배려하여, 시즈코는 먼저 말에 대한 것을 처리하기로 했다. 잠시 망설인 프로이스였으나, 사람 좋아보이는 선교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는 시즈코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우, 우와아……"


말이 매여져 있는 마굿간(厩)으로 안내된 시즈코들 중에서, 먼저 타카토라가 거마인 데스트리어를 보고 기겁했다. 나가요시나 사이조도, 본 적이 없는 대형종(重種)이 가지는 대형동물 특유의 위압감에 표정이 굳었다. 유일하게 케이지만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호오, 멋진 말이군요"


실물을 그림 등에서 보아 알고 있는 시즈코는, 실물의 거대함이나 열을 뿜는 듯한 위압감에 놀라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지는 데스트리에게 호감을 느꼈다.

데스트리어는 성질이 온순하고 순종적이라, 처음 보는 시즈코가 쓰다듬어도 딱히 저항흔 하지 않았고, 오히려 냄새를 맡는다거나 콧등을 손이나 팔 등에 대어보거나 했다.

설령 시즈코가 얼굴을 감추고 있어도 말은 인간의 마음을 간단히 꿰뚫어본다. 무서워하면 말도 경계하고, 반대로 친근하게 대하면 말도 그에 화답해준다.

합계 5마리의 데스트리어를 관찰하고, 시즈코는 그들이 약간 피로해하는 것을 알았다.


"긴 여행으로 말도 피곤한 듯 하니, 마굿간(厩舎, 馬小屋, ※역주: 사전으로는 그냥 '마굿간'이라고 나오는데, 규모나 구조에 따라서 명칭의 구별이 있는 듯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음)에 넣고 물과 사료를 듬뿍 주세요. 톱밥은 새것으로 깔아놓았었지요. 그리고 고양이는 풀어놓았나요"


시즈코는 마굿간을 관리하는 말구종(馬丁)에게 질문했다. 마굿간(厩舎)이란 말하자면 말을 위한 집이다. 남향의 넓고 밝고 청결한 방은 최저 조건이라고 해도 좋다.

말은 청결한 동물이기에, 자신의 방이 더러울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다. 톱밥은 목재를 재단할 때 생기는 미세한 나무 가루들이다. 제재(製材)를 하면 일상적으로 대량 발생한다.

톱밥은 짚(敷き藁)을 까는 것 만큼은 아니지만 보온 효과가 있으며, 소취(消臭) 효과도 있다. 분뇨 냄새를 억제할 수 있기에 말과 관리하는 사람 양쪽의 정신 위생상 좋은 소재이다.

프리패브(prefab) 공법에서 사용하는 일정한 규격의 목재를 매일 제조하고 있는 시즈코에게 톱밥을 입수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톱밥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그녀는 만약을 대비하여 짚도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마굿간에 고양이를 풀어놓는 이유는 쥐 대책, 그리고 말과 고양이는 의외로 사이가 좋다는 것이 이유였다.


"옛! 모두 문제 없습니다"


"좋아요. 다섯 마리의 피로가 풀리면 오와리로 운반합니다. 그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도록 하세요"


말도 피곤할 때 지나치게 신경쓰면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줄 뿐이다. 시즈코는 약간 담백하다고도 할 수 있는 태도로 말과 헤어진 후, 사이조들을 거느리고 프로이스들과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

알현실로 돌아가자 시즈코는 소성에게 차를 준비하게 했다. 두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약간 마시기 불편했으나, 어찌어찌 목을 축인 시즈코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소생의 용무는 끝났습니다. 다음은 그쪽의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요"


애초에 시즈코는 프로이스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대강 예상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프로이스 등 선교사들에게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는 제가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실례, 제 이름은 오르간티노라고 합니다. 이후 잘 부탁드립니다"


"귀하가 고명한 그네키 솔디 오르간티노 님이시군요.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밝히지도 않은 풀 네임을 듣게 된 것에 오르간티노는 약간 반응을 보였으나, 금방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하핫, 재상님의 귀에까지 들어갔다니 이거 영광입니다"


이름을 물으려고 생각한 오르간티노였으나, 이 자리에서는 묻지 않기로 했다.

일본인의 권력자는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기피한다. 말에는 힘이 깃들어 있다는 언령(言霊)을 믿고 있는 것을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즈코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노부나가로부터 정체를 밝혀도 좋다는 명령이 없기 때문일 뿐, 오르간티노의 생각과는 약간 엇나가 있긴 하지만.


"하여, 어떤 용건이십니까?"


"이거 참, 재상님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던가요. 오다 님에 대해 알고, 저희들과 친구가 된다고. 그에 따라 저도 저희들에 대해 알아주셨으면 하여, 당신과 친구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아니오, 저도 말이 지나쳤습니다. 이해해 주셨으니, 시작할까요. 우리들의 우호를 다지기 위해"


그로부터 몇 시간 동안 대화는 계속되었으나, 오르간티노는 생긋 웃는 표정을 시종 허물지 않았다.




시즈코와 오르간티노의 회담은 몇 시간에 걸쳤다. 오르간티노의 이야기는 폭넓어서, 일본에 살면서 놀란 일이나 감동한 일을,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했다.

가끔 프로이스가 유럽과 일본 문화의 차이점을 화제에 올리거나, 시즈코가 일본은 물론, 서양이나 동남아시아 각국, 인도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여 오르간티노를 놀라게 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오르간티노의 독무대였다.

중간에 점심식사를 하고, 3시의 간식을 함께 먹었으나 화제는 전혀 바닥나지 않았다. 결국, 해가 질 무렵이 되어 드디어 회담 자리는 끝났으나, 둘 다 아직 할 이야기가 많다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오랫동안 함께 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아뇨, 소생도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음 기회가 있다면, 또 대화를 즐기도록 하지요"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오르간티노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후, 프로이스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무렵, 시즈코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역사에 대해 대화할 수 있었던 시즈코는 감개가 무량했다. 충실한 느낌과 만족감이 있었으며, 지금이라면 대부분의 일은 용납할 수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아, 역시 당시 사람들은 잘 알고 있네. 내가 모르던 세세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서 최고야)


사이조나 케이지가 봐도 시즈코가 대단히 기분이 좋은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두 사람은 시즈코와 오르간티노가 한 이야기의 절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는 할 수 없었으나, 남만인에게도 시즈코 수준의 지식을 자랑하는 인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에 약간 불안과 놀라움을 느낀 두 사람이었다.


"허허, 이거 참 놀랍군요. 저렇게 우리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한편, 오르간티노도 시즈코의 박식함에 내심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시즈코로부터는 서양인데 대한 두려움이나 편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 권력자에게 흔한 경계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쪽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 그에 응하여 경계심을 늦추고 우호적인 태도로 대응해왔다.


"오르간티노 님도 놀랍습니다만, 그것에 따라갈 수 있는 두건재상님에게도 새삼 놀랐습니다"


"아니오, 프로이스 군. 쓸데없는 경계심을 품어선 안 됩니다. 이쪽이 성의를 보이면, 그들은 그에 응해 줍니다. 이 나라에서는 정직한 것이 미덕이니까요"


프로이스가 약간 경계심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에 대해, 오르간티노는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이며 그의 생각을 부정했다.

일본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오르간티노다운 생각이었다. 그는 저서에서도 유럽인은 현명하다고 하나 일본인에 비하면 야만스럽다, 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선교사들 중에서 누구보다 일본인을 좋아하고, 가장 일본인을 잘 이해한 인물이다.


"이 나라에서는 성의야말로 최고의 전략, 정직함이야말로 최고의 전술입니다. 특히 권력자는 우리들의 경계심에 민감합니다. 어설프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도, 항상 성실한 태도로 있을 것을 명심해 주세요"


"예, 옛"


유럽에서는 유명인이 된 프로이스도, 일본에서의 포교에 관해서는 오르간티노에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와 오랫동안 이야기했습니다만, 두건재상님을 신도로 만들자, 라는 생각에 저는 반대합니다. 그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특정 종교를 편드는 것을 싫어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공평하게 하기 위해, 그는 어떤 종교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자자, 그건 그의 정치에 대한 생각입니다"


표정이 흐려진 프로이스의 걱정을 오르간티노는 일소에 부쳤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는 사람좋은 웃음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들을 도와준 와다(和田) 님의 예도 있습니다. 두건재상님은 신도는 아니지만, 우리들과 적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교도라고 거절하기보다, 우호의 손길을 내미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애초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카프랄 님은 웃었습니다만"


말의 내용과 달리 그다지 신경쓰는 기색은 없이, 오르간티노는 태연한 태도였다. 이 부분은 고지식한 프로이스와, 사소한 것을 신경쓰지 않는 오르간티노의 성격의 차이가 드러났다.


"하지만, 카프랄 님과는 만나게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라는 프로이스 군의 의견에는 찬성입니다. 카프랄 님으로는 재상님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그의 긍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 같고, 어설프게 재상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도 문제니까요"


"예. 와다 님이 전사하신 지금, 우리들은 오다 님, 그리고 두건재상님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급무입니다. 실례라고는 생각합니다만, 타카야마(高山)님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타카야마 부자는 포교를 너무 서두르고 있습니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라는 말이 머리 속에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는 머지 않아 적을 너무 많이 만들어 사면초가에 빠지겠죠. 프로이스 군, 그들에게는 자중하도록 당부해 두십시오"


자중, 이라는 부분에서만 오르간티노는 약간 어조를 강하게 하여 프로이스에게 명령했다.


"예"


프로이스의 대답에 만족하고는, 오르간티노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역시 쿄에서 유행병을 억제한 인물과 두건재상님은 동일인물이군요. 감추고는 있지만 성별의 차이까지는 완전히 감추지 못했지요. 하지만, 어째서 정체를 감추는 것일까요. '그녀'가 우리들에게 정체를 밝히는 것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거기까지 생각하고 오르간티노는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멈추었다.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죠. 감추고 있다는 것은 뭔가 밝히고 싶지 않은 사정이 있는 것이겠죠. 우리들은 와다 님이라는 좋은 지원자를 잃었습니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했다가 강대한 지원자인 오다 님까지 잃을 수는 없지요. 두건재상님이 여자라는 것은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주님께서 정하신 일이니까요)


오르간티노는 시즈코의 건에 대해서도 주님이 정한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회견으로부터 5일 후, 말의 피로가 풀렸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다섯 마리의 데스트리어를 오와리로 운반했다.

하지만 대형종이 다섯 마리나 나란히 있으면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뿜는다. 체고(体高, 어깨까지의 높이)가 평균 160cm로 당시의 일본인 평균을 상회하기에 머리 위치는 올려다보는 높이가 된다.

거구이기에 보폭이 넓고 자세가 낮은 걸음걸이가 특징인 데스트리어는, 평범하게 걷기만 해도 다른 것을 추월해버린다. 따라서 견인 방법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경험을 쌓는다는 구실로 한 마리에만 마구(馬具)를 장착시켰으나, 나름 키가 큰 편인 시즈코도 타는데 고생했다.

시야의 높음에 약간 식은땀이 흘렀으나, 간신히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오와리까지 도착했다.


"꽤, 꽤나 피곤하네. 난 마차 타입이야, 응"


케이지에게 '마음에 드는 것 한 마리를 골라요'라고 말한 후, 시즈코는 허리를 문지르며 문을 통과했다. 비트만들의 거친 환영을 받고, 이어서 셰퍼드 패밀리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이름을 정하지 않았네. 좋아…… 너는 사쿠라(サクラ, ※역주: 벚꽃), 너는 츠바키(ツバキ, ※역주: 동백나무), 너는 키쿄(キキョウ, ※역주: 도라지). 오늘부터 그렇게 부를테니까 잘 기억해 둬"


셰퍼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시즈코는, 셰퍼드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걸 잊었던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멍해 있던 셰퍼드들이었으나, 그게 자신들을 부르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작게 짖었다.

상황을 보니 마음에 들었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약간 힘주어서 셰퍼드, 사쿠라나 츠바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새끼들 이름까지는 무리네. 번호로 부른다는 것도 멋대가리 없고"


생후 1년 미만이지만, 울프독들은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

울프독은 정한(精悍)한 얼굴, 날카로운 후각, 셰퍼드와 마찬가지로 쫑긋 선 귀, 반사신경과 운동신경이 우수하고, 북슬북슬한 처진 꼬리가 특징이다.

주인에 대해 충실하고 애정이 깊으며, 스트레스를 받은 환경에서도 인내심이 강하지만, 늑대 특유의 신중함과 주의깊음, 경계심도 가지고 있었다.


개의 유순함과 늑대의 주의깊음을 겸비한 울프독은, 체고가 평균 30cm, 체중은 10kg 전후에서 20kg로, 생후 수 개월이면서 이미 중형견 정도의 체구가 되어 있었다.

개는 반년에서 2년 정도면 성견이 된다. 이대로 순조롭게 자라면 체고는 65cm에서 75cm, 체중은 35kg에서 45kg까지 성장할 거라는 계산이다.

결점을 들자면 적으로 간주한 상대에게는 짖기 전에 공격을 시작하는, 공격성이 높은 일면을 가지고 있는 점, 단독보다 2, 3마리 쪽이 잠재능력을 내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그래, 착하지"


체구가 중형견 클래스라도, 울프독들은 아직 어렸다. 뭐든지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전력으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부모의 피 떄문인지, 아니면 성격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데스트리어를 오와리로 운반한 지 며칠 후.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마리를 선택한 케이지였으나, 정작 그 말에게 타는 것을 거부당하고 있었다. 지금도 타려다가 실패하고 힘껏 내떨쳐져서 강에 처박혔다.

그래도 서서히 타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기에, 슬슬 탈 수 있겠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기운이 넘치네"


"벌써 4일째입니다. 매일 긁힌 상처 투성이로 돌아오는데 전혀 포기할 기색이 없습니다"


이마 앞에 손을 대고 구경하는 시즈코의 의문에 사이조가 대답했다. 그만큼 말에게 거절당하고 포기하기는 커녕, 길들여보이겠다고 정열을 불태우는 케이지에게 사이조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정열을 불태울 수 있다는 것에 약간 부럽다고도 느꼈다.


"아직 멀었다!"


올라탔다가 말에게 거부당해 낙마했다. 그걸 반복하길 열흘째, 겨우 케이지와 말 사이에 변화가 찾아왔다.


데스트리어가 케이지를 보더니 그의 어깨를 가볍게 물었다. 몇 번 살짝 물더니, 말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타라, 고 말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케이지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착된 마구를 쓰다듬은 후 말에 올라탔다. 지금까지처럼 말이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고, 소리높여 울음소리를 냈다.

며칠에 걸친 말과의 격투 끝에, 케이지는 데스트리어에게 자신의 등에 태우기에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인정받았던 것이다.


"달려라아!"


케이지의 말과 함께 말은 달렸다. 순발력은 좋다고 하기 어려웠으나, 흐르는 듯이 깨끗한 폼이었다.

과연 100kg를 넘는 중장보병(重装歩兵)을 태우고 달리는 군마(軍馬)였다. 2미터 가까운 케이지를 태우고도 지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키소 말(木曽馬)이라면 어림도 없고, 금방 스태미너가 떨어질 게 뻔하다.


"이 하늘까지 달려올라갈 듯한 속도! 오늘부터 너는 마츠카제(松風)다!"


연일에 걸쳐 격렬한 격투를 벌였기에 여기저기 긁힌 상처 투성이인 모습이었던 케이지였으나, 그 표정은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10월에 들어서자마자 이에야스(家康)로부터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대지(台地)의 지형조사 허가가 떨어졌다. 물론, 시즈코들 뿐만이 아니라 타다카츠 부대(忠勝隊)의 감시하에서 지형조사가 이루어진다.

사전에 준비해 두었던 덕분에, 시즈코들은 당황하는 일 없이 짐수레에 조사 기재를 싣고 미카타가하라 대지로 향했다.


"오오, 역시 넓네"


남북 약 15km, 동서 약 10kg에 표고는 낮은 지점은 25m였으나, 가장 높은 지점은 110m나 되었다.

텐류가와(天竜川)의 선상지(扇状地)가 융기되어 형성된 것이기에, 얼핏봐서는 완전히 평평한 장소는 적고 언덕이 많은 분위기였다.


'우선은 대지(台地)의 형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다음으로는 표고 측정이 필요하겠네"


타케다(武田) 군은 3만이나 되는 대군으로 미카타가하라 대지에 진을 쳤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 오다-도쿠가와(徳川) 연합군이 포진했던 점을 생각하면, 자연히 싸움터가 될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된다.

역사적 사실에서 싸움터가 된 장소와 주위의 지형을 정확히 파악하면, 타케타 전투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쉬워진다.


"좋―아, 이 지점에 천막을 설영하자"


지형의 상황 파악도 겸하여 걷다 보니, 시즈코들은 상당한 인원이 진을 치기에 최적의 지점을 발견했다.

대나무로 만든 지주(支柱)를 동물 가죽으로 감고, 땅바닥에 멍석(筵)을 깔아 천막을 설영했다. 겨울에도 어느 정도 추위나 모래먼지 등을 막을 수 있는 천막은, 지형조사에 딱 맞는 장비였다.

다들 익숙해져 있었기에 짐을 짐수레에서 내리고 각자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천막의 설치가 끝나니 식사 시간대였다.

식사라고 해도 주먹밥과 된장국(味噌汁), 그밖에는 절임 등의 반찬 뿐이었다. 하지만 된장국은 시즈코가 타케나카 한베에와 함께 생각해낸 즉석 된장국이다.


전국시대의 즉석 된장국이라고 하면 이모쿠키나와(芋茎縄), 또는 토요토미(豊臣) 가문 5대 부쿄(五奉行)의 일각을 담당했던 마시타 나가모리(増田長盛)가 고안한 즉석 된장국이 유명하다.

하지만 시즈코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함께 고안한 즉석 된장국은 고형(固形) 큐브 형태를 하고 있다. 된장에 다시마(昆布)나 카츠오부시(かつお節)를 넣어 맛국물 된장으로 만든 후, 건조야채를 넣어 큐브 형태로 만들면 끝이다.

그 후에는 필요할 때 끓는 물에 타서 먹으면 된다. 기본적으로 이모쿠키나와와 다르지 않지만, 이모쿠키나와는 된장국이라기보다 맑은 장국(すまし汁)에 가깝다.

장기 보존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모쿠키나와에 비하면 맛은 훨씬 좋다. 몸이 따뜻해지는 된장국 쪽이 좋지만, 물을 끓일 수 없는 경우에는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반합(飯盒)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대의 알루미늄제와 달리 전부 철제이기에 무거워서 개인 휴대에 적합하지 않다.


"따뜻한 된장국은 그 자체로 정의네"


머그컵에 넣은 된장 큐브를 시즈코는 대나무로 만든 일회용 젓가락으로 녹여서 마셨다. 이어서 주먹밥(お握り)을 베어물었다. 조금 차가웠으나 소금맛이 배어들어 맛있었다.

내용물(具)은 매실장아찌(梅干し), 국물을 내고 남은(ダシガラ) 다시마로 만든 츠쿠다니(佃煮), 마찬가지로 국물을 내고 남은 카츠오부시로 만든 가다랑어포(おかか)였다. 맛국물을 낸 후의 다시마나 카츠오부시라고는 해도, 수고를 좀 들이면 충분히 주먹밥의 내용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씨름(角力)을 하고 있다는 건…… 또 주먹밥의 내용물로 다투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버려둬도 문제없습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타다카츠 부대 사람들이 씨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젠 익숙한 광경이라고 말하듯 시즈코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물음에 한조(半蔵)는 적당히 대답했다.


시즈코에게 그럴 생각은 없었으나, 그녀나 케이지들의 생활 스타일은 천천히 타다카츠 부대를 침식해들어가고 있었다.

물들기 쉬운 사람은 며칠 만에 물들고, 완고한 사람도 겨우 몇 주일 만에 함락되어 버렸다. 그런 그들이 가장 많이 다투는 원인, 그것이 주먹밥의 내용물 다툼이었다.

기본적으로 매실장아찌 파벌, 츠쿠다니 파벌, 가다랑어포 파벌 등 3개 세력이 다투고 있었으나, 그 중에는 주먹밥 재료로는 좀 아닌 것 같다, 는 의문을 품게 하는 것까지 재료로 취급되었다.

그런 그들이 주먹밥의 내용물로 다툴 때, 결판내는 방법이 씨름이었다. 그렇기에 미카와(三河) 무사들끼리 씨름이 벌어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주먹밥의 내용물로 다투고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현재는 매실장아찌 파벌인 헤이하치로(平八郎)가 최대 파벌이군요"


"아니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거, 말리지 않아도 되나요?"


"바보(阿呆)에게 듣는 약은 없습니다"


영 성의없는 태도였으나, 한 번 말리려고 했다가 타다카츠에게 던져진 경험상, 한조는 저 상황의 그들에게 얽히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학습한 것이리라.

뒤에서 씨름으로 불꽃이 튀어도 냉정한 태도로 주먹밥을 입 속 가득 우물거리고 있었다.

도중에 아시미츠가 씨름에 참가하여 타다카츠와 대접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다행히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이야말로 네놈을 쓰러뜨리겠다!"


"웃기지 마라, 꼬맹아! 내게 이기려면 1000년은 이르다!"


식후의 차를 마시고 있자니 씨름이 벌어지는 쪽에서 노성이 들려왔으나, 시즈코는 전부 흘려들었다.




도착한 날은 이런저런 일이 있어 기분이 느슨해졌던 사람들이었으나, 다음날부터 전원 기분을 다잡고 조사에 착수했다.

시즈코가 조사에 계속 달라붙어있을 필요는 없지만, 킥스타트 만큼은 반드시 참가해야 햇다.

킥스타트가 끝나면, 기본적으로는 다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보고가 올라오는 것을 기다릴 뿐이다.

스털링 엔진이나 측거의(測距儀) 등도 마찬가지로, 최근의 시즈코는 프로젝트의 예산을 획득하는 것과 계획을 입안하기만 하는 입장이다.

가끔 개발에 관여하고 싶다고도 생각하지만, 신분이 높아진 것 때문에 주위에 사람들이 따라오는 상태로는 주위의 방해가 될 뿐이었다.

계획을 통과시키기 쉬운 이점을 얻은 대신, 시즈코는 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잃었다. 이미 그녀는 자기 자신의 뜻만으로 행동하는 것이 어려운 입장인 것이다.


계획서대로 인원을 배치하고 조사를 개시하게 한 후, 타카토라와 그 전용의 참모를 몇명 배치한지 1주일 후, 시즈코에게 노부나가로부터 주인장(朱印状)이 도착했다.

때를 같이하여 타다카츠에게도 이에야스로부터의 서신이 도착했다. 양쪽이 글 내용을 미리 맞춘 건 아니지만, 취해야 할 행동은 같았다.

시즈코는 전투병의 절반을 이끌고 오와리로 귀환했고, 타다카츠들은 한조의 수하들만을 남기고 하마마츠 성(浜松城)으로 향했다.


"곤란하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역시 반응해버린 건가"


오와리로 향하던 도중, 시즈코는 곁에 있던 사이조에게 투덜댔다.

서신에는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지형조사에 타케다가 반응했다'라는 내용이었다. 오다 군만이 이동하면 침략행위로 보이겠지만, 이에야스의 가신들과 함께 행동하면 쓸데없는 자극은 주지 않을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즈코의 예상은 어설펐다. 타케다는 평소의 절반 정도의 군에 대부분이 후방지원병인 시즈코 군에도 반응하여 도쿠카와의 움직임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다-도쿠가와 양쪽은 지금 타케다와 일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따라서 양쪽 다 병사들을 물리라는 명을 내렸다.


(뭐,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지형조사는 순조롭네. 이거라면 1년이 아니라 반년만 있으면 대부분의 데이터는 모이려나)


당초에는 1년 걸릴거라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쿠로쿠와슈의 솜씨가 좋았다. 지형조사는 현지에서의 계측과 끊임없는 계산인데, 다들 당황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지형조사가 개시되면 시즈코가 할 일은 이미 없다.

현대에서도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아래에서 올라온 서류를 확인하거나, 보고서를 읽거나, 문제에 대해 인원을 할당하기만 하게 된다.

시즈코는 오와리에 도착하자 군을 해산시켰다. 그 후, 주인장에 기재된 나머지 절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마을(街)을 만들테니 번영시켜라, 라는 건 너무 대책없는 거 아닌가요)


노부나가는 미노(美濃)의 기후(岐阜)에서 오와리의 항구도시까지를 잇는 선 위에 몇 개의 마을을 건설했다. 자연스럽게 생긴 마을과 달리, 일반적인 상인들의 이동거리를 계산하여 하루만에 도착할 수 있는 지점에 마을을 건설하고 있었다.

마을 안에는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거리 등, 상인들이 돈을 쓰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었다. 지역마다 다양한 장사를 시켜서, 오와리-미노 전체에 사람과 물건이 넘쳐나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물론, 상인에게 장사를 시켜서 세금의 징수액을 높이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었다. 이러한 성질의 마을이 시즈코의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새롭게 건설되게 되었다.

그 마을을 노부나가는 시즈코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것도 번영시키는 수단은 묻지 않겠으니 스스로 떠오르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도 좋다, 라는 조건이 붙었던 것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보다 현지에서 읽지 못한 쿠로쿠와슈의 보고서를 읽자"


하지만, 마을이 생긴다고 해도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한동안 시간이 걸린다.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두 번 정도 밤에 강도(夜盗)의 습격을 받았으니 거의 손해없이 물리쳤다고 한다. 또, 조사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1개월만 지나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낼 수 있다, 고 적혀 있었다.


"오호― 역시 우수하네, 쿠로쿠와슈. 다들 빼가려고 난리인 것도 납득이 가"


보고서를 읽은 후에 할 일은 없다. 사무 방면의 인원도 조금씩 모으고 있었기에, 지금에 와서는 시즈코는 서류를 읽어보고 승인할 뿐이다.

아무래도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인물은 채용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숨겨진 우수한 인재들을 모을 수 있었다.

다양한 일거리를 다른 사람에게 할당하고 있는 덕분에, 최근의 시즈코는 자유로운 시간을 내기가 쉬워졌다. 그 대신 24시간 관계없이 이야기거리를 가져오는 노부나가의 상대를 할 필요가 있지만.


"주인장 건은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비트만이나 윳키를 충분히 예뻐해줘야지"


방에서 데굴거리고있는 비트만 등 동물들을 시즈코는 남김없이 쓰다듬으며 스킨십을 했다.

일 각 정도 쓰다듬고 있었는데, 문득 시즈코의 귀에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입구의 맹장지를 쳐다보고 있자니, 기세좋게 맹장지가 열어젖혀졌다.


"시즈코오! 어째서 나를 부르지 않은 거냐아!"


맹장지를 기세좋게 열어젖힌 것은 키묘마루였다. 그가 피눈물을 흘릴 듯한 기세로 고함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은) 상대가 타다카츠라면 일격에 녹아웃시켰겠지만, 흥분하고 있는 키묘마루에게는 효과가 제로였다. 시즈코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키묘마루는 몸통박치기를 할 듯한 기세로 시즈코에게 달려들었다.


"또 맛있는 걸 먹―――― 아야야야얏! 야, 그만둬! 아야야야야얏!"


갑작스런 일이었기에 시즈코의 방어본능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여, 달려드는 키묘마루를 붙잡고 그라운드 기술(寝技)을 걸었다.


"――――헛!"


키묘마루의 관절에서 위험한 소리가 나기 시작할 무렵, 간신히 현재 상황을 파악한 시즈코가 다급하게 기술을 풀었다. 아픈 부분을 문지르며 키묘마루가 눈물이 맺힌 눈으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부주의하게 접근한 것은 자신인 것이 켕겼는지,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아픔이 가실 무렵, 키묘마루는 헛기침을 하고 자세를 바로했다. 그에 따라 시즈코도 자세를 바로했다.


"아―, 미안해. 언니의 교육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되어버려서"


"뭐, 뭐어 됐다. 그보다, 얼마 전에 맛있는 것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나도 먹고싶으니 만들어라"


"응? 아, 그거. 무리"


"야야야야!! 어째서 무리인 거냐아―!"


시즈코의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드는 키묘마루였으나, 고함쳐봤자 그가 닭고기의 소금가마구이를 먹을 수는 없다.

시즈코에 대한 행패가 보아넘길 범주를 넘었다고 판단한 비트만들이 당장이라도 키묘마루를 덮치려고 자세를 낮추고 있는 것을 보고, 시즈코는 키묘마루의 손을 잡더니 이번에는 관절기를 걸었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줄래? 닭을 통째로 한마리 쓰기 때문에, 그건 바로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크어어어어억!! 아파, 아프다고! 알았다, 알았으니까 놔라!"


한숨을 한 번 쉰 후, 시즈코는 관절기를 풀었다. 둘 다 난리를 쳤을 때 흐트러진 의복을 바로 한 후, 키묘마루는 오늘 두 번째로 헛기침을 했다.


"하여간, 벌레도 못 죽일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 의외로 사정이 없구나 너는"


"이 애들이 물 것 같아서 긴급수단을 취한 것 뿐이야. 뭣보다 관절은 빼지 않았으니까 문제없어"


"……역시 너는 무서워. 이야기가 샜군. 그래서, 그 소금가마구이인가 하는 건, 언제라면 먹을 수 있는거냐. 나는 빨리 먹고싶다"


꺾였던 관절 부분을 풀면서 키묘마루가 닭고기의 소금가마구이를 재촉했다. 그의 귀에 들어갓다는 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 노부나가도 같은 목적으로 찾아올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니 그 뿐만이 아니라 노부나가의 몫도 준비해야 한다. 키묘마루와 달리, 노부나가에게 잠시 기다려달라는 것은 통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며칠 안에 준비할거야. 닭을 한 마리 통째로 해체하는 거라서 엄선해야 하거든"


"흐―음, 손이 많이 가는 것이군. 어? 야, 시즈코. 저 나무상자는 무엇이냐? 꽤나 엄중하게 봉인되어 있는데"


방 한 구석에 떡하니 놓여진 나무상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키묘마루가 물었다.

나무상자만이라면 딱히 이상한 구석은 없지만, 그 나무상자는 튼튼한 밧줄로 단단히 묶여서, 일부가 튼튼한 기둥에 묶여 있었다.


"아, 저거. 으―음, 말해도…… 되려나. 뭐, 괜찮으려나"


팔짱을 끼고 고민한 후, 시즈코는 평소의 표정으로 폭탄발언을 했다.


"저 안에는 신형 화승총(火縄銃)이 들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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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