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4 1571년 12월 하순



타코야키(たこ焼き)와 붕어빵(たい焼き), 오방떡(大判焼き)의 대 시식회를 앞두고, 시즈코는 자신이 이권을 쥐고 있는 항구마을로 갔다.

시즈코는 굴(牡蠣)이나 김(海苔) 양식(養殖), 또 일부의 계류시설(係留施設)을 관리, 운용하는 권리를 가지고, 정박하는 선박에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몸이다.

하지만, 시즈코는 세수(税収)의 태반을 양식장의 확장에 재투자하고 있다. 그 덕분에 당초에는 굴밖에 없었던 양식 대상은 바지락(アサリ)에 가리비(ホタテ), 전복(アワビ), 소라(サザエ) 등 폭넓게 취급하는 데 성공했다.

여담이지만 담수생(淡水生)의 재치조개(シジミ)도 별도로 양식장을 준비하여 생산에 착수했다.

식용 이외의 품종으로는 진주조개로 유명한 아코야 조개(阿古屋貝)에도 손을 뻗쳐, 양식에 의한 진주의 안정적인 공급을 개시했다.

대형의 식용 조개로 기대한 소라나 전복은 사육이 어려워서 실패의 연속이었으나, 바지락이나 재치조개, 가리비는 양식의 전망이 확보되어, 안정적 공급을 향한 스타트를 끊었다.

자금원으로서 기대한 진주 양식은 천연의 아코야 조개도 사용했기에 진주의 질에 편차가 있었으나 알이 굵은 것들을 다수 수확할 수 있었다.

조개 자체도 정리되어 양식하는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알이 균일한 8mm 사이즈의 진주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번에는 갑(甲) 진주가 많네"


"옛, 금년의 진주는 질이 좋은 것 같습니다"


시즈코의 말에 진주 양식의 지휘자인 우두머리(親方)가 뒤통수를 긁으며 웃음을 띠웠다.


진주는 그 크기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시즈코는 위로부터 직경 8mm의 것을 갑, 7mm를 을(乙), 6mm 이하를 병(丙) 등급으로 정했다.

8mm를 넘는 앍이 굵은 진주가 얻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9mm 이상은 규격외로서 갑이 아니라 최저 등급인 정(丁) 등급으로 했다.

이것은 9mm 이상의 진주를 얻으려고 하면 생육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어, 조개의 사망 리스크가 크게 높아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도박이 되어버리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도박에 이겨도 10mm 정도가 한계이며, 대부분 리스크에 걸맞지 않는 결과가 되는 것이 다른 하나의 이유였다.

이러한 이유로 진주 양식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큰 사이즈를 얻으려는 의식 자체를 억제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

생산된 진주는 등급에 따라 용도가 구별되었다.

갑을의 상위 랭크는 보석으로서 장식용으로 사용되지만, 을 이하의 하위 랭크의 것들은 약용(진주는 양질의 칼슘이기에 분말로 만든 가루약(散薬)이 해열제로 쓰인다)이나 화장품 등의 재료로 사용했다.

또, 아코야 조개 자체도 식용에 적합하지만,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포획을 금지했다.

진주를 꺼낼 때에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조개관자(貝柱)는 예외적으로 양식업자와 주변 주민들에 더해, 시즈코들 관리자 측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먹는 것이 허용되었다.

조개관자 이외의 고기조각은 내장을 제외한 일부를 새로운 진주의 핵(核材)으로 재활용하고, 남은 부분도 유기물은 비료로 가공했다.

조개껍질 자체도 아름다운 진주질을 갖는 아코야 조개는, 조개껍질조차도 가공하면 미술공예품으로 쿄(京)나 사카이(堺)에서 인기가 좋았다.


"좋아, 계산 끝. 세금을 빼고 대충 이 정도의 가격이겠네"


진주에 한정되지 않고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양식이 자리를 잡아 질, 양이 안정될 때까지 판로를 가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규정된 품질에 미치지 못하는 물건을 시장에 유통시킨 결과 양식산은 자연산에 비해 떨어지는 2급품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며, 또한 시즈코가 관리하는 마을 전체의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양식업자도 인간인 이상 밥줄이 없으면 굶주리게 된다. 그래서 양식이 안정될 때까지는 전량을 시즈코가 사들여 선별하여 어용상인(御用商人)에게 납품한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안정된 생산 실적을 올린 업자들만이 시즈코의 손을 떠나 독자적인 판로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완전히 자유로운 독자 판로는 허가되지 않고, 노부나가가 관리하는 도매 조합(卸組合)을 통해서만 매매가 가능하게 되어있다.


"오오, 감사합니다"


시즈코가 돈이 든 나무 상자를 진주 우두머리에게 건네주고, 그 대신 우두머리는 진주를 하나하나 목면(木綿)으로 감싸 외벽이나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배려된 나무 상자를 시즈코의 병사에게 건넸다.


"아,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근처에 사는 꼬맹이가 뭔가 묘하게 냄새나는 돌을 주웠다고 합니다. 분명히, 시즈코 님께서는 그런 돌을 모으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아직 필요하십니까?"


상자를 8할 정도 쌓았을 때 어떤 것을 떠올린 우두머리가 말했다.


"……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 가능하면 현물이 있으면 좋겠어"


"옛, 알겠습니다. 어이! 스케(助, ※역주: 이게 이름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가진 명사인지 정확히 모르겠음) 네 아들내미한테 그놈이 주웠다는 냄새나는 돌을 가져오라고 전해줘!"


가까이 있던 젊은이들에게 우두리가 소리쳤다. 젊은이들은 허리를 펴더니 급히 달려나갔다. 잠시 후, 오랫동안 표류했는지 뾰족한 부분이 닳아 둥그래지고 희게 변색된 돌과, 14세 정도의 남자애를 데리고 돌아왔다.


"으악, 냄새! 확실히 냄새가 굉장한데"


코를 부여잡고 우두머리는 손을 흔들어 냄새를 쫓았다. 한편 시즈코는 젊은이들에게서 작은 누름돌(漬物石) 정도 크기의 돌을 받아들고 면밀하게 체크하기 시작했다.

표류에 의해 외부가 깎여나간데다 자외선에도 노출되고 산화되어 있었지만, 표층에 특징적인 부리(嘴) 모양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생각했떤 물건이 맞다고 판단한 시즈코는 웃었다.


"이건 바로 내가 찾던 물건이네. 일단 무게는…… 대충 700g이려나. 표면은 깎아내야 하지만, 이 정도로 큰 거라면 비싸게 사들일게"


"사들이신다니…… 그 냄새나는 걸 말입니까? 참고로 얼마 정도입니까?"


"일단 60관(貫)에 어때?"


"60관!?"


60관은 현대의 금전 가치로 따지면 약 600만 엔이다. 몇 만엔으로 1개월을 살 수 있는 그들에게 600만은 터무니없는 거금이 된다.


"이웃나라에서 이걸 귀중하게 여겨서 수요가 있거든. 하지만 고래가 특정한 질병에 걸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물건이야. 우리는 포경(捕鯨)을 하고 있지만 아직 입수하지 못했으니 너는 정말로 운이 좋아"


그렇게 말하고 악취를 뿜는 하얀 돌, 아니 향유고래(マッコウクジラ)의 결석(結石)인 용연향(龍涎香)을 가리켰다.

용연향은 결석이긴 하나 귀중한 천연 향료이다. 향유고래를 해체했을 때 몸 속에서 얻거나, 배설된 결석이 해안가에 떠밀려온 것을 우연히 줍는 것 이외에는 입수할 방법이 없다.

용연향은 물보다 비중(比重)이 가벼워서 해면(海面)에 떠서 표류하기 때문에 운에 따라서는 일확천금을 실현할 수 있는 꿈의 소재이기도 하다.

현대의 이세 만(伊勢湾)에는 어패류(魚貝類)의 서식밖에 확인되어있지 않으나, 20세기 무렵까지는 고래나 범고래(シャチ) 같은 대형 해양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세 만 근처에 우연히 지나가던 향유고래가 있었고, 그 개체가 담석(胆石)을 가지고 있었으며, 게다가 이 타이밍에서 몸 밖으로 배설되었고, 외양(外洋)으로 흘러가지 않고 표착하여, 해안가에서 파도에 의해 깨지기 전에 우연하게 어린애가 주웠다는, 천문학적인 확률을 뚫은 것이 이 용연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용연향은 그 자체로는 악취밖에 나지 않지만, 다른 향료와 섞어서 태우면 그 향을 오래 유지하면서 부드럽고 중후한 향을 더한다는, 달리 예를 찾아볼 수 없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아, 네네. 60관으로 좋습니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받고, 이거라면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욕심이 생긴 꼬맹이였으나, 즉시 치명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자신이 냄새나는 돌을 주웠다는 것은 우두머리나 젊은이들에게도 다 알려져 있는데다, 큰 돈에 팔아넘겼다는 사실도 알려진다.

이제와서 가격을 끌어올리면 무슨 소리를 들을 지 모르는데다, 시즈코는 이 지역 일대에 일거리를 주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로부터 돈을 뜯어냈다는 소문이 퍼지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여기는 시즈코가 제시한 금액에 넘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래? 그럼 60관을 가져오게 할게"


병사 중 한명에게 60관을 가져오게 한 시즈코는 스케의 아들에게 나무상자를 넘겼다. 그리고 용연향을 소중하게 상자에 넣은 후 곁에 있던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용무 끝. 돌아갑니다"




진주가 든 나무상자를 가지고 돌아간 시즈코는, 즉시 크기와 등급으로 분류된 진주를 더 세세하게 선별했다.

체크의 기준은 다양했지만, 기본은 광택, 상처 유무, 형상, 색상(色味)의 네 가지로 선별했다.

우선 진주의 형상이 완전한 구체인지 어그러짐이 있는지를 체크한다. 완전한 구체인지를 확인하는 이유는, 진주는 완전한 원(円)을 그리며, 원(円)을 연(縁, ※역주: 일본어로는 독음이 같음, '운'이라는 의미가 있음)이라고 써서 운을 불러오는 물건(縁起物)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상처 유무나 광택은 겉보기에 관계뙨다. 아무리 완전한 원형이더라도 상처가 있거나 광택이 살지 않은 진주로는 가치가 떨어져 버린다.

색상을 체크하는 이유는, 진주질은 백색만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으로 색상을 띠기 때문에 검은 색상이나 붉은 색상을 가진 진주가 생겨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코야 조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진주는 백색을 최상으로 치며, 다른 색을 가진 진주는 하급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체크가 끝난 진주는 최고 품질을 특(特), 고품질을 상(上), 저품질을 하(下)로 추가로 세분화시킨다.

진주 중에 최고 품질이 '특팔갑(特八甲)'(8mm의 최고품질 진주) 및 '특칠갑(特七甲)'(7mm의 최고품질 진주)이 되며, 이어서 '상팔갑(上八甲)', '상칠갑(上七甲)', '하팔갑(下八甲)', '하칠갑(下七甲)'으로 설정된다.

품질이 좋은 것은 보석과 장신구로 취급되며, 품질이 낮은 것은 가공품으로 돌려진다.


"이게 특팔갑만으로 만든 진주 목걸이. 이쪽은 은(銀)과 진주로 된 비녀(簪)려나"


시즈코는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고, 머리에 섬세한 은세공에 진주가 상감(象嵌)된 비녀를 꽂았다.

목걸이는 단순히 8mm 진주를 이은 것 뿐이지만, 비녀는 매화꽃을 모티브로 하여 가지와 잎에 꽃잎을 섬세한 은세공으로 표현하고, 알이 굵은 순백의 진주를 배치하여 고급감을 내는 한편, 일부러 색을 띤 코럴 오렌지(coral orange)의 진주를 화심(花芯)에 배치하고 주변에 금으로 된 암술대(花柱)를 곁들인, 다이내믹하고 도전적인 의욕작(意欲作)이다.

차분한 은색과 백색이 고급감을 감돌게 하고, 지나치게 크지 않은 장식이 차분한 어른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네, 네에. 잘 어울리십니다"


하지만, 아야(彩)와 쇼우(蕭)의 반응은 미묘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비녀는 다양한 머리모양이 유행한 에도(江戸) 시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쓸데없는 장식을 하지 않고 윤기있는 머리카락을 아름답다고 본 전국시대에서는 미묘한 반응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반응이 시원찮네. 역시 별로인가"


아야도 쇼우도 머리장식은 달고는 있었지만, 머리카락을 묶지는 않는다. 그에 반해 시즈코는 머리를 묶은 후에 머리 장식을 단다는 것은 전국시대의 패션에서 볼 때는 이단아이다.

아무리 지위가 높아져도, 기이한 눈초리를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아뇨, 그런 건"


"핫핫핫, 뭐 머리를 늘어뜨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나한텐 좀 안 어울리려나"


쇼우가 다급히 커버하는 것을 보고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었다. 늘어뜨린 머리를 쳐주는 전국시대였으나, 어느 세상이건 새로운 유행이란 괴짜(奇矯) 취급을 받는 법이지, 라고 시즈코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뭐, 그건 그렇고, 며칠 후면 시식대회(試食大会)인데, 팥(小豆)이나 설탕(砂糖) 운반은 완료되었어?"


"아, 네. 식재료는 전부 운반을 마쳤습니다. 기술자 마을로부터 지정하신 도구 종류를 한 벌(一式) 씩 전부 들여왔습니다. 남은 건 전날에 고로(五郎) 님이 팥소(餡)의 조리에 착수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팥소는 하룻밤 재워두면 맛이 안정되고 부드러운 단맛이 된다. 조리 중에도 재워두는 공정이 있기는 하지만, 완성 후에 하룻밤 재워두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시간과 수고가 드는 이유는, 일본 과자(和菓子)에 있어 팥소의 맛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팥소의 맛이 나쁘면, 아무리 고급 식재료를 쓰더라도 과자 자체를 다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만드는 붕어빵(たい焼き)이나 오방떡(大判焼き)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껍질과 팥소 뿐이다. 팥소의 맛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코야키(たこ焼き) 용의 다시마와 카츠오부시도 문제없네. 근데, 이렇게 보니 이세 만(伊勢湾)에서 다시마를 생산할 수 없는 게 아쉬워"


다시마의 양식 자체는 가능하지만, 그걸 하려면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가 방해된다.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제거하지 않으면 이세 만을 완전하게 장악할 수 없다.

하지만 시즈코는 그렇게까지 비관하고 있지는 않았다. 타케다(武田) 군과 마찬가지로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굴복시킬 작전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잘만 하면 타케다 군과 나가시마 잇코잇키슈를 한번에 제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세 만은 완전히 노부나가가 장악하게 되어, 시즈코는 다시마 양식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상황은 순조롭네. 예정대로 신겐(信玄)은 도쿠가와(徳川)에게 트집을 잡아서 토오토우미 국(遠江国)을 침략하고 있어)


오다와 타케다, 오다와 도쿠가와, 타케다와 도쿠가와는 상호 동맹국이다. 하지만 에이로쿠(永禄) 12년(1569년)에 타케다 측이 일방적으로 동맹을 파기하여, 타케다와 도쿠가와(타케다와 오다는 수년 후에 동맹 파기)는 적대 관계가 되었다.

이후, 타케다가 멸망할 때까지 오다-도쿠가와와 타케다 사이에 동맹관계가 부활하는 일은 없었다. 이에야스(家康)가 하마마츠 성(浜松城)으로 거처를 옮긴 것도 타케다 가문에 대한 방어 강화가 목적이다.


(그런 시기에 그 두 사람을 여기에 놔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뭐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대지(台地) 조사 후에 돌아갔지만)


예상 외의 사건이기는 했으나, 시즈코의 계획에서 볼 떄는 사소한 문제였다. 계획은 틀어지지 않고 간단히 궤도 수정을 할 수 있었다.


(예정으로는 1500…… 아니, 1300이네. 탄(弾)은 4만, 그건 15발, 발파(発破)는 3000 정도지만, 쓸 수 있는 건 1500 정도려나. 어느 쪽이든, 란체스터의 법칙(※역주: 상호간의 무기의 성능이 동등할 경우 다수가 소수를 훨씬 적은 피해로 쉽게 이길 수 있다는 법칙)으로 계산한 결과는 아주 좋아. 나머지는 계획대로, 그들이 출진하면 돼. 그렇게 되면, 8할의 확률로 승리를 거둘 수 있어)


아무리 역사를 잘 알아도, 사람이 역사적 사실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이에야스(家康)가 예상 외의 행동을 취했기 때문에 시즈코는 약간 계획의 궤도를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에야스의 행동은, 오히려 시즈코에게 바람직한 것이었다. 역사를 알고 있다는 이점에 안주하여 무의식중에 방심하기 시작했던 시즈코의 마음을 다잡아주었던 것이다.

기분좋은 긴장감을 준 이에야스에게는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랐다.


"시즈코 님, 아시미츠(足満) 님이 오셨습니다"


"어라, 뭔가 긴급한 보고가 있는 걸까. 아, 두 사람은 다시 일하러 가도 돼"


아시미츠가 직접 찾아왔다는 것에 뭔가 긴급한 보고가 있는 것이라고 이해한 시즈코는 아야와 쇼우에게 자리를 비키도록 말했다.

두 사람은 시즈코에게 인사를 한 후 방을 나갔다. 그녀들과 교대하듯이 아시미츠가 방으로 들어왔다.


"희한하네, 아저씨가 먼저 찾아오다니"


"간신히 마지막 일이 끝나서 말이지"


그 말에 시즈코의 표정이 약간 움직였다. 현대의 기술을 알고 있는 아시미츠에게 시즈코는 다양한 일을 극비리에 의뢰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마지막 일이라고 하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완성했어? 그 어려운 걸"


"유압(油圧) 시스템과 온도 유지에 고생했지만. 말보다 실물을 직접 보는 게 빠르겠지"


품 속에서 검은 덩어리를 꺼낸 아시미츠는 그것을 시즈코에게 던졌다. 검은 덩어리를 한 손으로 받아든 시즈코는, 감촉을 확인하기 위해 몇 번 쥐어본 후, 그것을 눈 앞으로 가져갔다.

지긋하게 검사한 후, 시즈코는 싱긋 웃었다.


"응, 틀림없네. 우리들의 시대에서 쓰이던 바이오 코크스(bio-cokes)에 손색없는 물건이야"


"아무래도 그 시대만큼 재료가 풍부하진 않지. 하지만, 이걸로 연료 문제는 클리어다. 드디어 만들 수 있어. 고로(高炉)를 말이지"


바이오 코크스란 식물성 폐기물을 재료로 만들어진 석탄 코크스의 대용품이다.

대충 말하자면 천연의 석탄이 만들어질 떄의 압력과 온도를 식물성 폐기물에 가하면 된다. 하지만 규정된 압력을 얻기 위해서는 유압(油圧) 프레스가 필요불가결하며, 이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막대한 노력이 들어갔다.

또, 열은 특정한 온도를 넘어서면 재료가 되는 식물성 폐기물이 타서 재가 되고, 밑돌게 되면 바이오 코크스를 생성하기 위한 화학반응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규정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유압만큼 까다롭지는 않았다. 단순히 가열된 것에 물을 끼얹으면 그 때의 물의 반응으로 현재의 온도는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네. 남은 건 남만에서 석탄을 수입해서 코크스를 만드는 것. 부산물로 황산(硫酸)이나 암모니아, 유황(硫黄)을 얻을 수 있어. 코크스를 얻을 수 있으면 강철을 제련할 수 있지"


바이오 코크스의 결점은, 그것 하나만으로는 석탄 코크스의 대용품이 되지 않는 점이다. 석탄 코크스는 1500도를 넘는 열량을 낼 수 있으나, 바이오 코크스만으로는 1400도가 한계이다.

또, 석탄 코크스와 달리 환원작용을 가지지 않아, 그 때문에 온도 유지에 필요한 연료로서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국시대에 석탄 코크스는 직접 만들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귀중품이다. 가능한 한 사용량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 몰래 할 필요는 없네. 타케다도 착착 오다 가문을 쳐부술 준비를 하고 있을테니까"


"조사해 봤지만, 혼간지(本願寺)의 대머리가 보낸 거병 요청의 서신에 답장을 했더군. 타케다의 대머리는 지금부터 생트집을 잡아 속이 시커먼 너구리에 대한 침공을 강화하겠지"


"아니, 두 사람 다 삭발했으니까 머리카락은 없지만 말야. 그건 그렇고, 좋은 경향이네. 출진하면 거의 승리는 결정된 거니까. 뭐, 방심은 금물이지만"


시즈코의 말에 아시미츠는 조용히 웃었다. 사키히사(前久)가 봤다면 몇 번이고 다시 봤을 정도로, 평소의 그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보급 루트는 내게 맡겨라. 하마마츠 성까지 피스톤 수송이 가능한 루트는 몇 개 파악해두고 있다"


"전쟁은 최종적으로 맛있는 밥을 많이 먹은 쪽이 이기는 거니까. 특히 처음에는 농성이라고 듣게 될 테니까, 얼마나 맛있는 밥을 줘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게 하는가가 중요해"


"통조림은 무리지만 병조림이라면 가능하다. 밥도 병조림으로 보존이 가능한 것도 검증이 끝났다. 다만, 역시 통조림만큼의 보존력은 바랄 수 없지. 뭐, 금방 병사들의 뱃속으로 들어갈테니 이번에는 신경쓸 필요는 없겠군"


병조림이란 식초나 술, 야채 등을 병 속에 넣는 행위와, 병조림을 끓여서 안의 식품을 장기 보존하는 방법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후자는 뒷날 금속으로 만들어진 통조림으로 바뀌지만, 그것은 19세기에 들어선 후의 일이다.


"생선 조림이나 굴의 식용유 절임 같이 해산물로 만든 게 좋겠네. 성 안에 틀어박히게 되니까, 해산물은 진수성찬으로 보일테니"


"건더기가 든 된장 큐브를 양산해야겠군. 보통의 된장국 자체가 성 안에서는 사치품이지만 시기가 시기니까, 추울 때 마시는 된장국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지"


"오케이―, 식량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네. 뭐, 시기가 시기니까 부패는 걱정없지 않을까. 여름이라면 좀 걱정이지만 말야"


병참의 의미에서 시즈코는 아시미츠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전국시대, 아니, 일본인은 병참을 경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건 화려하게, 단시간에 결판이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화려한 승리도, 평범한 작업을 거듭하여 얻은 결과이다.

싸움에서 승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싸우기 전부터 승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식량의 현지 조달을 해라, 라고 손자(孫子) 병법에 적혀 있다고 챠마루(茶丸) 군에게 가르쳤지만 라야. 뭐, 로지스틱스(※역주: 물류)는 어려워. 나도 이것저것 조사해봤고, 프로가 쓴 책을 몇 권이나 읽어봤어. 그런 그들도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직면하니까 말야"


"뭐 그런 문제도 내가 처리하지"


"알았어. 병참에 대한 전권을 줄테니, 아시미츠 아저씨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줘. 나한테는 사후보고해도 상관없어"


"……내가 말을 꺼내긴 했지만, 간단히 수락하는구나"


"즉단즉결(即断即決)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일일이 나한테 허가를 받으라고 하는 건 시간낭비야. 결과만 알 수 있으면 문제없어. 무슨 일이 있을 때 책임을 지는건 내 일이니까"


시즈코의 대답에 아시미츠는 옅게 웃었다. 하극상의 시대에 제장(諸将) 들에게 권력을 주고, 거기에 보고를 그때그때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니, 제후들은 크게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시즈코라는 모체(母体)에서 뱀이 몇 마리나 풀려나는 셈이지. 뱀만 주시하고 있으면 시즈코에게 잡아먹히고, 시즈코에게만 고집하면 뱀에게 잡아먹힌다. 적으로 돌리면 까다로운 상황이지)


케이지(慶次), 나가요시(長可), 사이조(才蔵), 타카토라(高虎), 그리고 자신까지 5명. 타카토라는 아직 조금 부족하지만, 각자가 지금은 어엿한 무장으로까지 급성장했다. 게다가 우사 산성(宇佐山城)의 전투에서 잃은 정예병들도 복구되고 있었다.

앞으로 1년만 있으면 충분히 타케다 군에 대항할 수 있는 군이 되리라.


"알았다. 병참은 내게 맡겨둬라"


1년 후가 기대되는군, 이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며 아시미츠는 옅게 웃었다.




타코야키나 붕어빵의 시식회 당일, 노부나가의 정원 주변은 대단히 소란스러웠다. 뭐라 해도 주요 가신들, 그들의 정실(正室)이나 적자(嫡子)까지 노부나가가 초대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만 있으면 가신을 불러 이벤트를 개최하는 노부나가를 보고, 그가 축제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인원수가 인원수다보니, 정월 설날과 마찬가지로 출입구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까지 경호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시즈코 님이 오셨습니다―!"


마중하는 역할의 병사가 큰 소리로 내방객의 이름을 외쳤다. 맨 끝의 병사로부터 200미터 가량을 무장한 아시가루(足軽)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시즈코는 그 모습을 흘긋 보며 일그러진 미소를 떠올렸다. 그녀는 그렇게까지 거창한 이벤트가 될 줄은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이 마중은 지나친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어쨌든 초대받은 손님들은 중진(重鎮)들 뿐이라는 걸 떠올리고, 지나친 경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흠"


헛기침을 하여 기분을 새로 한 후, 표정을 굳히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항상 하는 남장이었지만 허리에는 오오카네히라(大包平)를 차고 있었다. 양산품보다는 폼이 날 거라 생각해서 오랜만에 창고에서 꺼낸 명품이다. 배 앞에 찬 단도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다마스커스 나이프였다.

수행원(従者)은 호위대(馬廻衆)인 케이지와 사이조였다. 사이조는 정장 차림이었으나 케이지는 이런 자리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관철하고 있었다. 즉, 언제나의 카부키모노(傾奇者) 차림새였다.


(뭐랄까…… 굉장한 마중이네. 역시 나오지 않고 뒤에서 타코야키를 굽고 싶었어)


표면적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내심으로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노부나가가 이따금 개최하는 시식회는 이렇게까지 대대적이지 않다.

평소에는 가신들의 노고를 위로할 때, 명목상으로는 노부나가 주최의 시식회로서 새로운 요리를 대접했었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경호도 전쟁시의 진영과 같은 레벨로 하면서까지 시식회를 연 전례는 없다.


(미츠타다(光忠)가 만든 칼을 줄 테니 얼굴을 내밀어라, 라고 했지만 낚이는 게 아니었어)


영지(知行地)는 필요없고, 포상금도 필요한 만큼 외에는 부하들에게 뿌리고, 미식이나 차도구(茶道具)에 흥미가 없는 시즈코가 유일하게 열광하고 있는 취미가 명품 수집이다.

아무래도 소우자사몬지(宗三左文字) 같은 노부나가의 애도(愛刀)는 손에 넣을 수 없었지만, 그 이외에 손에 들어온다면 무슨 어려움이라도 무릅쓰고 손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노부나가가 소유하고 있는 미츠타다가 만든 칼(太刀)이 하사된다는 이야기만으로 평소에 싫어하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에 어슬렁어슬렁 얼굴을 내민 것만 봐도 명백했다.


(아무래도 짓큐 미츠타다(実休光忠)는 아니겠지. 아마, 후세에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燭台切光忠)라고 불린 쪽이려나. 아니, 요시테루(義輝)에게서 하사받은 모가미 미츠타다(最上光忠)일 가능성도)


미츠타다가 만든 칼 중 가장 윰병한 것이, 노부나가로부터 히데요시(秀吉), 히데요시로부터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로 소유주가 바뀐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이다.


하지만, 미츠타다가 만든 칼은 그 밖에도 몇 종류인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노부나가가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고, 혼노지(本能寺) 사변 당시 마지막으로 휘두른 칼이 짓큐 미츠타다라고 한다.


모가미 미츠타다는 아시카가(足利) 쇼군(将軍)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명품인데, 요시테루가 노부나가에게 하사했다. 그 후, 노부나가는 모가미 요시아키(最上義光)를 데와노카미(出羽守)로 임명했을 때의 그에게 기념품으로서 모가미 미츠타다를 주었다.

모가미 요시아키는 기뻐했으나, 그 후 여러가지 이유로 히데요시에게 모가미 미츠타다를 몰수당해버렸다.

히데요시에게서 히데요리(秀頼)의 손으로 넘어가고, 이후 이에야스, 히데타다(秀忠) 등 여러 인물들을 거친 끝에, 마지막에는 모가미 가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현재는 칼과 소유자는 모두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외에 미츠타다가 만든 칼들도 노부나가는 수집하여, 그 숫자는 총 30자루 이상은 되었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 수집한 이유는, 노부나가가 미츠타다가 만든 화려한 칼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뭐 괜찮으려나. 아마도, 헤시키리하세베(へし切長谷部) 같은 건 무리일테고, 낚이는 건 이번만이려나. 그보다 바다 저편(外洋)에 대해 알고 싶다, 고 한 게 신경쓰여. 일단 이것저것 자료는 준비했지만 말야)


그리고 그녀는 몰랐으나,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는 확실치 않은 츠루마루쿠니나가(鶴丸国永)나 정 3위(正三位)의 지위를 가진 히노모토고우(日本号) 등, 노부나가는 시즈코를 부려먹을 때를 위해 하사할 명품들을 여러가지 소유하고 있었다.

다만 내놓는 것을 아껴서 시즈코에게는 몇 개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정원에 들어서자 풍경이 확 바뀌었다. 시들은 나무들이라는 살풍경함이 아니라, 푸르름이 넘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얼마 안 되지만 꽃이 피어 있어, 그것이 겨울 풍경으로서 색을 곁들이고 있었다.


"오오, 굉장하네"


눈 앞의 광경을 보고 시즈코는 감탄성을 냈다. 정원의 곳곳에 양탄자(毛氈)가 깔려 있는 긴 의자(長椅子)에 커다란 파라솔(妻折傘, 爪折傘이라고도 함)이 세워져 있었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노부나가답게 양탄자와 파라솔 모두 붉은 색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겨울의 추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담소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게냐―. 츠부앙(粒あん)의 맛을 모르다니, 이 얼간이가!!"


"얼간이에 멍청이는 네놈이다. 코시앙(こしあん)의 맛을 모르는 원숭이놈이 잘난 듯 떠들다니!!"


"츠부앙은 코시앙처럼 맛이 끝까지 똑같지 않다. 씹을 때마다 다양한 맛이 느껴지는데, 그걸 모르다니!"


"멍청이. 코시앙은 만들고 남은 것을 가지고 한 가지를 더 만들 수 있다. 츠부앙처럼 다 섞어버리는 건 어리석음의 극치다!"


"뭣이라!"


"해볼테냐 원숭아!"


산책하는 도중, 시바타(柴田)와 히데요시가 항상 그렇듯 츠부앙과 코시앙으로 드잡이질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린 후, 시즈코와 사이조와 케이지는 일제히 몸을 돌려 못본 척 하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타코야키나 붕어빵, 오방떡이 구워지는 광경을 보고 시즈코는 그리운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현대 같은 소스는 없기 때문에, 타코야키는 간장 맛국물로 먹게 되었다.

그 외에도 레몬 간장이나 마요네즈, 폰스(ポン酢) 등도 있다. 타코야키 전용의 소스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소스에는 향신료나 허브가 듬뿍 사용된다.

전국시대의 일본에서는 향신료나 허브를 모으는 것은 어렵기에, 이번에는 다른 조미료로 먹게 하기로 했다.


"호호홋, 맛국물로 먹는 타코야키는 맛있구나. 붕어빵도 버리기 아깝지만, 타코야키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좋도다. 나는 뭐든 좋지만, 이 폰스인가 하는 게 취향에 맞는구나"


"저는 된장이 취향에 맞는군요. 네네 님은 역시 간장인가요?"


"호홋, 간장 냄새가 참을 수 없군요. 요즘에는 소비가 편중되어 남편이 곤란한 표정을 하기에, 가끔은 된장도 쓰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모자라면 시즈코의 창고에서 원하는 만큼 가져가면 되느니라.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말 안하고 있었으니, 그 정도는 해도 불만은 없겠지"


(뭔가 굉장한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쪽을 눈치채기 전에 도망치자)


노히메(濃姫)를 필두로 무장의 아내들도 모여서 대화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끔 불온한 대화가 귀에 들어온 시즈코였으나, 얽히면 끝장이고 무슨 소리를 들을 지 모르기에 전략적 후퇴를 했다.


"마치 축제날(縁日) 같은 분위기네"


여기저기서 즐거운 듯한 대화가 들렸다.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걸 잊고 다들 지금을 즐기고 있었다.


"축제날이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우물우물…… 붕어빵은 꽤 맛있군"


"케이지 님, 양 팔 가득 안고 입에 가득 무는 것은 무인으로서 조심성이 부족하외다"


"입에 파를 묻히고 있는 녀석이 할 말이 아닌데"


어느 새인가 케이지와 사이조는, 양 팔에 타코야키나 붕어빵을 안고 있었다. 정원을 만끽하는 것도 지겨워졌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적당한 긴 의자에 앉았다.


"즐기고 있느냐"


한숨 돌렸을 때 타이밍 좋게 노부나가에게 발견되었다. 그는 호리 히데마사(堀秀政)와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그리고 딱 봐도 나이어린 소성(小姓)을 데리고 있었다.

시기로 볼 때 모리 요시나리(森可成)의 자식인 모리 란마루(森蘭丸)(신장공기(信長公記)에는 란(蘭)이 아니라 란(乱)이라고 기술되어 있으나, 알기쉬움을 중시하여 란마루(蘭丸)를 사용함)일거라고 시즈코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영주님. 물론 즐기고 있습니다"


"그대로 있도록. 흠, 내 눈에는 너보다 뒤의 두 사람 쪽이 만끽하고 있는듯 보인다만"


케이지는 노부나가가 나타나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붕어빵을 먹고 있었다. 한편 사이조는 직립부동으로 서 있었으나, 입 주변이 타코야키의 간장 맛국물에 들어간 파로 범벅되어 있었다.

이마를 손으로 짚은 시즈코를 일별한 노부나가는 호쾌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니 지금의 노부나가는 매우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잊기 전에 처리해 두지. 따라와라"


뭐를, 이라고 일순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즉시 미츠타다가 만든 칼을 하사해준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걷기 시작한 노부나가들의 뒤를 시즈코들이 따라갔다.

간혹 란마루가 머리만 돌려 시즈코를 보았으나, 몇 번째인가에 그걸 눈치챈 호리가 란마루의 머리를 쿡 찔렀다.

그 후, 두 사람은 몇 번인가 대화를 나누었으나, 그건 대화를 한다기보다는 호리가 란마루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다.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은 시즈코는, 뒤에 있는 케이지와 사이조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두 사람도 호리와 란마루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어깨를 움츠렸다.


"여기서부터는 시즈코 뿐이다. 나머지는 기다리고 있거라"


시즈코 이외의 사람을 일별, 이라기보다 노려보며 못박은 후, 노부나가는 다른 사람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케이지는 어깨를 움츠린 후, 가까이 있는 기둥에 등을 기대고 자세를 풀었다. 케이지의 자유분방함에 사이조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의 곁에 앉는 것을 보니,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시즈코의 용무가 끝나기를 기다릴 생각인 듯 했다. 호리와 츠네오키도 사이조를 따라 케이지의 근처에 앉았다.


(이건 괜찮은 걸까……?)


"란마루,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라"


유일하게 소성인 란마루만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런 란마루를 차마 보지 못하겠는지, 호리가 한숨을 섞어 란마루에게 말했다. 몇 번인가 시선을 방황시킨 후, 란마루도 호리 근처에 앉았다.


(아, 역시 모리 란마루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즈코도 방에 들어갔다. 등 뒤에서 란마루의 강한 시선을 느꼈으나, 맹장지를 닫기 직전에 머리에 주먹을 내려치는 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렸다.

적의(敵意)나 살기(殺気)는 아니었으나, 어째서 란마루가 저런 태도를 취하는지 알 수 없어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회가 있으면 본인이나 모리 님한테 물어볼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몇 개인가의 빈 방을 경유하여 시즈코는 목적한 방에 도착했다. 보안상의 이유라고는 해도, 방을 계속 들락날락하는 것은 아무리 시즈코라도 진절머리가 났다.


"늦다, 시즈코"


방에 들어가자마자 상좌(上座) 쪽에서 노부나가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말처럼 화가 난 모습은 아니고, 오히려 즐거운 듯한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


"딱히 탓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형식에 얽매일 생각은 없으니, 너도 편하게 있어도 좋다"


그 말대로 노부나가는 대단히 릴랙스한 상태였다. 어느 정도 긴장감이 없이 보였으나, 그것은 시즈코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보다 신경쓰이는 점이 있었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가 긴장을 풀고 있는 것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저어, 그런데 눈 앞에 늘어놓여진 칼들은 대체……?"


노부나가와 시즈코 사이에, 칼걸이(太刀掛)에 장식된 칼이 10자루 놓여 있었다. 하사되는 것은 미츠타다가 만든 칼 한 자루일텐데, 눈 앞에 10자루나 칼이 있는 것에 시즈코는 곤혹스러워졌다.


"훗, 미츠타다가 만든 것이 가지고 싶다면 스스로의 눈으로 맞춰보아라. 보기좋게 미츠타다의 칼을 골라낸다면 골라낸 칼을 네게 주마"


으스대면서 노부나가는 시즈코의 질문에 대답했다. 콜렉션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견딜 수 없는 마음과, 이만한 숫자를 모은 것을 자랑하고 싶은 노부나가였다.

콜렉션을 눈 앞에 두면 사람은 누구나 어린애같이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마스크와 장갑, 그리고 도검을 쥐기 위한 천을 꺼냈다.

마스크는 도검에 침이 튀지 않기 위해, 장갑과 천은 도검에 먼지나 오물이 묻지 않도록, 또 묻었을 경우에 닦아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시즈코는 도검유(刀剣油) 등 도검용의 손질 도구를 꺼냈다.


"……꽤나 준비가 좋구나"


"만에 하나를 생각하여 준비해 두었습니다"


반쯤 어이가 없어진 노부나가의 중얼거림에 대답하고, 시즈코는 왼쪽부터 순서대로 도검을 확인했다. 모든 칼을 다 확인한 시즈코는, 미츠타다가 만든 것은 6자루 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도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大倶利伽羅広光)에 츠루마루쿠니나가, 헤시키리하세베, 소우자사몬지네. 근데, 어째서 시험하려고 생각한 걸까. 뭐 괜찮겠지, 이걸 받자)


모든 칼을 확인하고 도구를 갈무리한 후,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머리를 한 번 숙이고 어떤 칼을 손에 쥐었다.


"그럼 이 미츠타다가 만든 한 자루를 가지고 싶습니다"


말을 끝내기 전에 노부나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시즈코가 고른 미츠타다가 만든 칼은 노부나가가 사랑해마지 않는 짓큐 미츠타다이기 떄문이다.


짓큐 미츠타다는 구별법이 존재한다. 이름의 유래가 된 미요시 짓큐(三好実休)가 최후에 미츠타다로 적을 베었을 때, 칼날의 이빨이 약간 빠져 버렸다. 이것이 미츠타다가 만든 다른 칼들과 짓큐 미츠타다를 구별하는 방법이다.

이 구별 방법은 시즈코가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비슷한 기록이 있다.

노부나가가 사카이의 호상(豪商) 들에게 미츠타다가 만든 칼들을 늘어놓고 짓큐 미츠타다가 어떤 것인지 맞춰 보아라, 라고 말했을 때, 감정인(鑑定人)으로서 이름높은 키즈야(木津屋)가 보기좋게 짓큐 미츠타다를 맞춰냈다.

이 때, 키즈야가 20자루 이상 있던 미츠타다가 만든 칼 중에서 짓큐 미츠타다를 맞춘 방법이, 짓큐 미츠타다에 있는 칼날의 이빨이 빠진 부분이라는 이야기였다.

아즈치 성(安土城)에서 벌어진 짓큐 미츠타다 맞추기 게임이었기에, 그 이전의 짓큐 미츠타다에도 칼날의 이빨이 빠진 부분이 있었으며, 동시에 노부나가가 소유하고 있는 미츠타다가 만든 다른 칼들은 칼날에 이빨이 빠진 칼이 없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서두르지 마라, 시즈코. 좀 더 다른 칼도 보지 않겠느냐. 자, 이건 정말로 훌륭한 만듦새이니라!"


그렇게 말하며 노부나가는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를 손에 쥐고 재촉하듯 시즈코에게 내밀었다. 누가 봐도 노부나가가 동요하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으나, 시즈코는 대단히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 이상, 영주님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실례가 됩니다. 저 같은 것은 이 칼날의 이빨이 빠진 한 자루로 충분하옵니다"


"큭…… 네 이놈, 알고 있구나"


"무엇을 말이옵니까"


보통의 하사품이라면 시즈코도 적당한 걸로 끝냈겠지만, 안타깝게도 시즈코도 열을 올리는 도검이 하사품이다. 그렇기에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큭큭큭, 시즈코도 제법 컸구나"


잠시 당황했던 노부나가였으나, 갑자기 뻔뻔한 웃음을 지었다. 진정한 것도 있겠지만, 이만큼 자기 뜻을 고집하는 시즈코에게 호감을 느낀 것도 있었다.


"하지만, 네겐 약점이 있지. 시즈코…… 명령이다. 짓큐 미츠타다를 내게 헌상해라! 대신 명품을 두 자루 주겠다"


"우와, 비겁합니다!"


시즈코의 약점, 그것은 노부나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생트집에 가까운 난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다보니,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명령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었다.

시즈코는 머리를 감싸쥐고 생각했다. 그녀 안에서는 충견(忠犬) 정신과 명품 수집 정신이 다투고 있었다. 잠시 후 시즈코는 한숨을 쉬며, 그와 동시에 절충안을 노부나가에게 제시했다.


"그러시다면…… 짓큐 미츠타다를 헌상하는 대신, 미츠타다가 만든 칼 한 자루와 다른 두 자루의 칼을 원합니다!"


"음, 좋다"


자포자기해서 말한 절충안이었으나 노부나가는 쉽게 수락했다. 그에게는 짓큐 미츠타다만 돌아온다면 다른 칼은 내줘도 문제없다는 것이리라. 아니, 조금 달랐다.


"……어, 어느 틈에 칼이 줄었어!"


처음에는 미츠타다의 칼 6자루와 다른 칼 4자루였으나, 지금은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에 츠루마루쿠니나가, 헤시키리하세베, 미츠타다다 만든 칼 두 자루 등 합계 5자루밖에 놓여있지 않았다.

어느 틈에 노부나가가 칼을 치운 것이다. 거기에 지금, 시즈코의 눈 앞에 놓여있는 칼들은, 원래부터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하사할 예정이었던 칼들 뿐이었다.


"여, 여기서 째째함을 발휘하시다니"


"째째하다니 무례한 녀석이구나. 고도의 흥정술이라고하지 못하겠느냐"


"크으으윽. 그, 그럼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와 하세베쿠니시게(長谷部国重, 헤시키리하세베), 그리고 이 미츠타다가 만든 칼(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를 원합니다"


"좋다. 세 자루 다 가져가도록"


시즈코가 항복한 모습을 보고 노부나가는 승리감에 넘친 표정을 지었다. 이길 수 있으려나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역시 조정이나 쇼군, 영주(国人)들과 정치적 흥정을 계속해온 노부나가였다.

시즈코 정도의 책략으로는 승산은 없었다. 애초에 시즈코도 진심으로 짓큐 미츠타다가 가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세 자루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을 기뻐하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세 자루는 손으로 들고 운반할 수 없었기에,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와 헤시키리 하세베를 등에 지고, 오오쿠리카라히로미츠를 손에 들고 운반하기로 했다.


"돌아가서 가신들에게 신경쓰는 것도 귀찮군. 당분간 나와 이야기를 하자"


"(일단, 저도 가신인데요……) 옛, 알겠습니다"


시즈코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부나가는 품 속에서 붕어빵과 오방떡이 든 봉투를 꺼내서 자신의 눈 앞에 펼쳤다. 허리의 대나무 수통을 꺼내고는, 뚜껑을 열어 안에 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무엇부터 이야기할까"


이거 장기전(長丁場)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시즈코는 내심으로 질색하면서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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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