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83 1571년 11월 하순



시즈코가 키묘마루(奇妙丸)에게 폭탄발언을 했을 무렵, 어떤 신사(神社)의 신주(神主)는 성대하게 재채기를 했다.


"음, 누가 내 이야기를 하고 있군"


코를 문지르며 아시미츠(足満)는 툴툴거렸다. 그런 그의 발 밑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언제쯤부터인지 신사에 눌러앉은 고양이로, 당초에는 쫓아냈으나 그래도 신사에 눌러앉은 고양이들에게 아시미츠가 손을 들고 내버려두기로 했다.

고양이는 형제인 듯 항상 함께 있었다. 거기에 친구도 있는지 삼색(三毛) 고양이나 검은 고양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도 있지만, 형제 이외에는 항상 함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형제라. 훗, 내 동생은 끝이 없는 멍청이라 곤란하군. 이미 아시카가(足利)에 세상을 다스릴 힘은 없다. 그걸 이해하지 못하다니 말이다"


현대에서 자신의 죽음 후의 역사를 알았기 때문이 아니다. 아시미츠는 자신이 습격당했을 때, 쇼군(将軍) 가문의 위광(威光)은 이미 없고 아시카가 가문은 멸망할 운명이라고 깨달았던 것이다.

정치적으로 쇼군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졌다면 몰라도, 암살이라는 비열한 수단으로 반역을 하고, 거기에 주위는 그 행동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쇼군 따위 껍데기만 남은 존재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암살하려 했던 것을 용서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지)


"고양이와 햇빛을 쬐고 있다니, 꽤나 귀여운 행동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시미츠는 그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미요시(三好)의 바보놈들을 죽일지 생각하는 중이다"


"그거 무서운 얘기군"


말을 건 인물, 사키히사(前久)는 익살맞은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당연한 듯 그의 옆에 앉더니 품에서 도자기(陶器)로 된 마개 달린 술병(とっくり)을 꺼냈다.


"좋은 술을 구했지. 하늘을 안주삼아 마시지 않겠나?"


"……어차피 안 마신다고 하면 멋대로 마실 거 아닌가. 마음대로 하라"


"그럼, 마음대로 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며 사키히사는 잔을 두 개 꺼내어 각자에 술을 부었다. 말없이 잔을 손에 쥐고 묵묵히 아시미츠는 반 정도를 단번에 들이켰다.


"내게 붙어있어봤자 네놈에게 이득은 없다"


"벗과 이야기하는데 손득 계산은 풍류가 없지. 애초에 내가 이익만을 좇는다면 일부러 이곳에 오지는 않네"


"……일리있군"


중얼거린 후, 아시미츠는 잔을 기울여 남은 술을 다 마셨다. 빈 잔에 사키히사가 미소를 띄우며 술을 따랐다. 술이 가득찬 잔을 내려놓고, 답례로서 아시미츠는 사키히사의 잔에 술을 따랐다.

한층 더 짙어진 미소를 지으며 사키히사는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역시 시즈코 님인가?"


순간, 잔을 입에 댄 채로 아시미츠가 굳었다. 몇 초 후, 감정의 고삐를 다시 잡은 아시미츠는, 사키히사를 일별한 후 잔을 비웠다.


"……최근, 타케다(武田)의 간자가 많아졌다. 시즈코의 근처에조차 말이다. 찾아내는대로 처리하고는 있지만 전혀 줄어들 기색이 없다. 오다는 저택으로 수비를 강화하는 모양이지만, 많은 인원을 동원한다는 건 쓸데없이 간자가 끼어들 여지를 주는 것을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신경이 곤두섰는지 아시미츠는 잔을 쥐어부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다(怒髪天を衝く)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분노하는 아시미츠의 옆에서 사키히사는 태평하게 잔을 기울였다.


"그렇게까지 걱정되면, 여길 나가서 시즈코 님에게 가면 되지 않는가"


"그게 가능하면 고생할 일이 없다. 귀찮은 일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거 어렵군"


그렇게 말하고 사키히사는 술을 비웠다. 한편, 짜증이 가라앉지 않는 아시미츠는, 자기 손톱을 물어뜯으며 감정의 제어를 시도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심약한 사람이라면 아시미츠가 발산하는 살의(殺意)라고도 할 수 있는 분위기에 위축되겠지만, 이매망량(魑魅魍魎)이 발호(跋扈)하는 복마전(伏魔殿)인 조정(朝廷)을 쥐락펴락하는 칸파쿠(関白) 직책도 맡았던 사키히사는 갈대밭에 부는 바람인마냥 멀쩡한 표정으로 받아넘기고 있었다.


"자자, 그런 표정을 짓지 말게. 아무래도 '손님'이 오신 모양이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사키히사는 어떤 방향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약간 러프한 차림새였으나, 허리에 두 자루 칼을 차고 남장한 인물이 서 있었다.


"얼래, 제가 방해한 건가요?"


태평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남장한 인물, 시즈코는 뒤통수를 긁었다.




오와리(尾張)의 어떤 장소, 주위에 차폐물은 없고, 또 사람이 숨을 수 있을 만한 그늘도 없는 장소에 노부나가와 몇 명의 가신들이 모였다.

주위에는 시즈코나 미츠히데(光秀) 직속의 정병들이 거리를 두고 에워싸듯 경비하고 있었다. 사람은 커녕 고양이 새끼 한 마리 파고들 여지가 없었다.

사냥개 부대나 경비대(警備衆)도 경호에 참가하고 있었기에, 비밀스러운 대화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모여든 가신은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타케나카 한베에(竹中半兵衛), 모리 요시나리(森可成), 아시미츠(足満), 그리고 시즈코 등 5명이었다.

8명 이상 모이면 어딘가에서 정보가 새기에, 그 이하의 인원으로 금후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걸맞는 인물을 모은 결과였다.


"훗, 이번에는 아무리 나라도 놀랐다"


상좌에 앉은 노부나가가 웃음을 띄우며 중얼거렸다. 미츠히데나 타케나카 한베에, 모리 요시나리는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아시미츠와 시즈코는 지극히 평온한 표정이었다. 헛기침을 하여 분위기를 바꾼 후, 시즈코는 말했다.


"먼저 작년의 싸움, 저 같은 것의 계책을 채용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예정대로 패배를 연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엔랴쿠지(延暦寺) 공격, 이걸로 타케다를 '끌어낼' 상태가 갖춰졌습니다"


세 사람의 표정이 굳은 이유, 그것은 작년의 패배가 처음부터 미리 짜여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놀랐으나 그들은 곧 어떤 것에 생각이 미쳤다.

주요 무장들은 부상은 입었더라도 한 명도 전사하지 않은 것. 배신자가 몇 명이나 나왔으나 유능한 무장들은 노부나가 곁에 있는 것이었다.


"상관없다. 나는 네 계책에서 가치를 발견했다. 그것 뿐이다"


"감사합니다. 중신 여러분께도 일패도지(一敗塗地)하여 결코 적지 않은 피해를 끼쳤습니다만, 이것도 최종적으로 오다 가문의 승리를 얻기 위한 것이기에, 부디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니, 승패는 병가지상사. 아까의 설명으로 이해가 되었으니, 신경쓰지 마시오"


아직 표정은 굳었으나, 상황을 이해하고 납득이 갔는지 모리 요시나리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에 따라 미츠히데나 타케나카 한베에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을 태도를 보고 시즈코는 사람좋은 미소를 떠올리며 옆에 놓여 있던 종이를 펼쳤다.


"제 1차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대지(台地)의 조사로, 여러가지 좋은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이걸로 점점 더 타케다는 불리해집니다. 뭐 불리함을 감추기 위해 전군을 이끌고 나오겠지요. 그 숫자는…… 약 3만 정도일거라 생각됩니다"


"3만!"


자기도 모르고 미츠히데가 목소리를 높였다. 타케다 군 3만이라는 것은, 냉정침착한 미츠히데가 당황할 정도의 위협이었다. 그러나, 시즈코는 미츠히데의 걱정을 가볍게 흘려버렸다.


"숫자에 의지하는 자는 숫자에 당하는 법입니다. 3만은 확실히 위협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약점을 가지고 있기에, 그만한 숫자를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적비대(赤備え), 헐거운 화살촉(ゆる矢じり, ゆる鏃) 등의 군사적인 면, 공병 공성(工兵攻城)이나 편익포위(片翼包囲), 딱다구리(きつつき) 전법 등의 전술적인 면 등, 타케다 가문의 군사교리는 기발한 전술은 별로 없고, 기본에 조금 개량을 가한 정도의 것이 많다.

그곳에 타케다 병사의 순수한 강력함과, 그를 이끄는 무장들의 질이 높은 것이야말로 타케다 군 최대의 무기다. 그렇기에 야전(野戦)에 강하며, 그 증거로 신겐(信玄)은 평생동안 두 번밖에 전술적 패배를 겪지 않았다.

타케다 병사가 강한 이유는, 코우슈(甲州)라는 혹독한 생활 환경이 표한(剽悍)하고 늠름한 병사를 낳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카와(三河) 병사 한 명은 오와리 병사 세 명에 필적한다', ' 코우슈 병사 한 명은 오와리 병사 다섯 명에 필적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타케다 병사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강인한 전사였다.


그 중에서도 정예병을 모은것이 유명한 '타케다의 적비대'이다. 오부 토라마사(飯富虎昌)가 창설하고, 그가 죽은 후에는 동생인 야마가타 마사카게(山県昌景)가 계승한 전국시대 최강의 부대이다.

이 타케다의 적비대 중의 특공대(特攻隊)가 무토우 키헤에(武藤喜兵衛), 훗날의 사나다 마사유키(真田昌幸)이다.

10배의 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격파하는 적비대는, 훗날의 적비대 정예 신화를 낳았다. 이 신화를 따라, 도쿠가와(徳川) 최강 부대인 '이이(井伊)의 적비대'와 사나다가 이끄는 '사나다의 적비대'가 태어났다.


하지만, 전국시대 최강이라 이름높은 타케다 군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타케다 가문 당주의 권력이 약한 점'이다.

가신들의 발언력이 강하여, 봉건제(封建制)를 채택하고 있으나 과두정치(寡頭政治)에 가까워서, 당주가 독단으로 재가를 내리고 가신들이 수락하는 체제가 아니다.

또,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쾌진격을 거듭한 이유의 태반이, 유능한 부하의 공적이나 헌책(献策, ※역주: 계책을 올림)이었기에, 독립독보(独立独歩)의 기풍이 강하여 당주를 중심으로 결속하도록 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약육강식을 체현하는 신겐의 외교 방침은, 동맹을 맺어도 상대가 약체화된 순간 배신하고 영토 침략을 계속했기에, 동맹 상대와의 신뢰성을 쌓지 못하여, 항상 뒤통수를 맞을 위험성을 품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장기간의 출진을 하기 어려워서, 단기간에 승패를 결정지을 필요에 쫓겼다. 역사적 사실에서도 타케다 신겐이 죽은 후, 카츠요리(勝頼)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가신단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신겐은 가신들의 의견을 듣고, 중요한 일은 가신과 의논하여 결정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합의제(合議制)에 가까워서, 우수한 리더이기는 했으나 의장 겸 조정자로서 가신들 사이의 다툼을 중재하는 데 부심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가신들끼리 다투어도 신겐에게는 막을 방법이 많지 않았다는 셈이다. 애초에 가신들은 독자적인 영토와 병사들을 가진 소국의 영주로, 각각이 싸울 힘을 가진 자들이다.

전원의 의견을 정리하여 행동하지 않으면 배신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이 상태를 타파하려고 한 것이 노부토라(信虎)였으나, 아들인 신겐이 그를 추방해버렸기에, 타케다 가문 당주의 독재력(独裁力)을 강화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구식의 군사 제도에서 탈피하지 못한 점이다. 동원하는 병사들은 농병(農兵)과 지방의 토착 무사(地侍)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철포(鉄砲)의 장비 비율도 보통 정도였다.

약졸(弱卒)과 강병(強兵)의 차이를 없애버리는 철포를 싫어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자금부족이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어쨌든 타케다 병사의 철포 장비는 크게 뒤떨어졌다.

이것은 철포가 전래된 지 5년 후에는 철포에 신시대(新時代)의 가능성을 깨달은 노부나가와 대극(対極)에 있는 생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타케다는 강적입니다. 그렇기에, 최대 인원으로 덤벼오는 그들을 맞아싸워 완전히 박살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혼간지(本願寺)가 깔아놓은 오다 포위망을 깰 방법은 없습니다"


호각의 힘을 갖는 우에스기(上杉), 호죠(北条) 등은 별도로 치더라도, 타케다를 쳐부순다는 것은 오다 포위망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영주들에게 충격을 주게 된다.

아자이(浅井)나 아사쿠라(朝倉)는 물론이고, 혼간지에 협력하는 영주들을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 정도로 타케다는 빅 네임(Big Name)이자 반 오다 세력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타케나카 한베에가 의문을 제기했다. 평온한 표정을 하고는 있었으나, 반대를 용납치 않는 박력이 느껴졌다.


"시즈코 님의 계책은 흐름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타케다를 쳐부술 근거를 제시하시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힘으로 정강무비(精強無比)한 타케다 군 3만을 쳐부술 수 있다고 확신시키실 생각이십니까?"


그것은 노부나가도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설명에 아무 의문점도 없고, 시계열(時系列) 적으로 위화감은 없고, 대략 타케다 군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모두 예측하고 있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상대하는 타케다 군을 어떻게 쓰러뜨릴지, 시즈코의 이야기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


"몇 가지 '병기'를 쓸 것입니다만, 가장 크게 활용할 것은 '이것'이겠죠"


시즈코가 망설임없이 타케나카 한베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을 때, 아시미츠가 신형 화승총을 주위에 보이도록 들어올렸다.


"저와 아시미츠 아저씨가 개발한, 현행 화승총에 비해 몇 배나 되는 초장거리를 유효 사정거리로 가지는 신형 화승총입니다"


신형 화승총이란, 샤프스(Sharps) 군용 카빈을 베이스로, 엔필드(Enfield) 총이나 윈체스터(Winchester) M1873 카빈 등, 다수의 총의 장점을 가져온 총이다.

유효 사정거리는 830m, 발사속도는 매분 9발, 중량은 4.6kg, 초속은 420m/s, 탄은 종이 탄피(紙薬莢)를 한 발만 후장하는 방식이다.

무연화약(無煙火薬)을 쓰면 초속이 600m/s 이상이 되며 납이 녹아버리기에, 사용하고 있는 화약은 갈색화약(褐色火薬)이다.

종이 탄피는 현대에서 일반적인 센터파이어(centerfire)식 뇌관을 채용하고 있다. 발사 후에 갈색 화약이 타고남은 찌거기는 종이에 달라붙기 떄문에, 총신 내부의 더러움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단순 계산하면 1분 이내에 최소 9명을 사살할 수 있다. 100정이 있다면 1분에 900명을 사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백미터 저편의 적을 겨냥하면,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능하다.


참고로, 무연화약을 쓴 실탄은 탄속이 너무 빨라서 마찰열에 의해 납의 용융(溶融)이 일어나, 몇 발만 발사하면 탄이 막히는 정도면 다행이고, 최악의 경우 폭발을 일으켜 총신이 파열되어 발포자가 위험해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한 방식이 피복강탄(被覆鋼弾, 풀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이다.

하지만 피복강탄은 가공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비싸기에, 많은 수량을 준비할 필요가 있는 탄약(소모품)으로서는 채용할 수 없어 성능이 떨어지는 갈색화약과 종이 탄피로 대용했던 것이다.


"완성된 것이냐!"


그렇게 외치며 노부나가는 기세좋게 일어섰다. 당장이라도 신형 화승총을 빼앗아들 듯한 분위기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한 시즈코였으나, 헛기침을 하고는 아시미츠로부터 신형 화승총을 받아들었다.


"상세한 것은 비밀입니다만, 제가 가진 기술 모두를 쏟아부었습니다. 몇 가지 재료는 남만(南蛮)으로부터 수입하였습니다만, 그들은 그것들의 가치를 아직 깨닫지 못한 듯 합니다. 뭐 그 덕분에 백금(Platinum)과 마찬가지로 싸게 입수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만"


현대에서는 대단히 비싼 금속인 백금이지만, 대항해시대에는 가짜 은 취급을 받아 대량의 백금이 바다에 폐기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의 유럽에서 귀하게 여겨지던 은으로 착각하여 약탈해서 가지고 돌아갔으나, 은의 가공시설에서는 전혀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은의 융점(融点)은 약 960도이지만, 백금의 융점은 약 1770도이다.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백금을 은의 가공시설에서 녹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그것은 시즈코도 다를 게 없지만, 그녀는 백금이 거의 산화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하여 백금을 가공했다.

분말형태로 가공한 후, 분말치금(粉末冶金)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보관하기 쉬운 잡아늘린 막대기(延べ棒) 형태로 성형한 것 뿐이지만.

스페인 상인이나 포르투갈 상인에게 일본이 녹일 수 없는 은을 매입한다는 이야기가 퍼진 덕분에 상당한 양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태도를 볼 때 바보 취급당하는 것은 알 수 있었으나, 속고 있는 쪽이 유리했기에 시즈코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속고 있는 척 하는 정도로 막대한 양의 백금이 입수할 수 있으니 이득인 것이다.


"우선 성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아케치 님, 조금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양쪽 다 준비를 마친 후, 노부나가들은 화승총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1km 정도의 초장거리까지 사격용의 표적이 준비된 장소였다.

제아무리 시즈코라도 1km 밖의 표적을 맞출 사격 능력은 없지만, 최대 사정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준비했다.


"우선은 아케치 님부터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듣고 미츠히데는 종래의 화승총을 겨누고, 21간(間, 약 38m)에서 사방 1척(尺)의 표적을 관통시켰다. 당시의 화승총이나 탄환의 성능을 생각하면 경이적인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에 사관(仕官)했을 때, 25간(약 45m)에서 사방 1척의 표적에 맞췄다는 이야기도 영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과연 아케치 님이십니다. 그럼, 신형 화승총의 성능을 보아 주십시오"


샤프스 총에 종이 탄피를 장전한 후 시즈코는 총을 겨누었다.

탄환의 장전 방법이 너무나 달랐기에, 노부나가들은 시즈코가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 말을 걸기 전에 시즈코가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폭발음이 났나 싶더니 61간(약 110m) 저편에 있던 사방 1척의 표적이 산산조각났다.


"후우…… (아아, 다행이야. 자신만만한 얼굴로 설명해놓고 빗나갔으면 창피하다는 레벨로는 안 끝났겠지)"


예정한 표적과는 달랐지만, 보기좋게 명중한 것에 시즈코는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노부나가들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명백히 배 이상의 거리의 표적에 명중시켰다.

그것도 직선상에 있는 표적에 말이다. 화승총은 탄환이 구체(球体)이기에, 위력은 그런대로 있으나 발사시에 총신 내부에서 좌우로 흔들리기 때문에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탄환을 똑바로 날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그걸 시즈코의 화승총은 어렵잖게 해냈다. 일찍부터 화승총을 연구하고 있던 노부나가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흠, 보시는 대로입니다"


얼빠진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노부나가들에게 시즈코는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간신히 머리로 이해되었는지, 노부나가는 표정을 조이더니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나는 확신했다, 타케다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시즈코, 그 화승총을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하라.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내겠다"


"옛!"


시즈코의 대답에 노부나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츠히데나 타케나카 한베에, 모리 요시나리는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캐물어봐야 메리트가 없었기에, 의문을 속으로 삼켰다. 원리의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어쨌든 노부나가로부터 예산을 받아냈기에, 시즈코는 1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신형 화승총을 제조하기로 했다. 간자 대책을 고려하여, 부품별로 따로 생산하여 마지막으로 조립하는 방식을 채용한다.


그 후, 이런저런 의논을 하고 각자 해산하게 되었다. 시즈코는 실질적인 타케다 전(武田戦)의 총사령관이 되었으나, 명목상으로는 키묘마루(奇妙丸)가 총사령관이 된다.

자신이 제일 위에 있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시즈코는 노부나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제부터 시즈코는 타케나카 한베에와 타케다 전의 계책을 의논하거나, 미츠히데의 철포대(鉄砲隊)의 힘을 빌리거나, 모리 요시나리와 함께 병사들을 훈련시키거나 하게 된다.

바빠지겠지만, 이 싸움이야말로 오다 가문의 운명을 좌우하기에, 적당히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피곤해―"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시즈코는 중얼거렸다. 더 이상 자신감이 넘칠 수 없는 표정으로 설명했기에, 태도에 어울리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한다. 할 일이 많아서 시즈코는 약간 우울해졌다.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거냐"


한동안 걷다가 문득 아시미츠가 물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한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떤 것을 품 속에서 꺼냈다.


"아무래도 이게 비밀병기, 라고 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잖아요?"


시즈코가 꺼낸 것, 그것은 현대에서는 일반적으로 팔리고 있는 접이식 우산이었다.


"……나와 미츠오, 그리고 시즈코의 접이식 우산. 충분한 양이다"


"그러네요. 하지만, 어째서 다들 접이식 우산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특히 미츠오 씨가 가지고 있었던 게 이상해요"


찰나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짧은 순간이었으나 아시미츠의 표정이 씁쓸하게 일그러졌다. 그것은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을 시즈코가 알려 했기 떄문인지, 아니면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을 시즈코가 입에 올렸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시즈코에게 접이식 우산이 3개 있는 것은 단순한 의문이었으나, 아시미츠에게는 시즈코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그는 알고 있는 사정이라는 것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아시미츠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시즈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접이식 우산 같은 건, 그 시대라면 누구든지 가지고 있지. 유비무환, 이라는 거다"


"뭐― 그러네요. 갑자기 비가 온다던가 자주 있는 일이니까"


대단한 의문이 아니었던 시즈코는, 아시미츠의 말에 납득하고는 접이식 우산을 품 속에 넣었다. 아시미츠는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작게 한숨을 쉬고는 마음 속으로 어떤 말을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시즈코. 하지만 나는…… 이제 두번 다시 네가 우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단다)




11월 하순이 되자 한층 더 추위가 혹독해져,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다. 미카타가하라 대지의 조사에서 몸이 안 좋아진 사람들이 늘어났기에, 시즈코는 지형조사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를 마쳤기에 타카토라(高虎)가 돌아오고, 이어서 비공식 참가(陣借り)를 마친 케이지(慶次)와 나가요시(長可)가 돌아왔다. 하지만 시즈코의 집은 대 개수중이었기에 그들도 시즈코용의 임시 거처에서 먹고 잘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케이지는 어디에 살던 케이지였다. 다만, 마음대로 목욕을 할 수 없는 것만이 그들의 불만이었다.


노부나가로부터 예산은 얼마든지 좋다(青天井), 라는 언질을 받은 시즈코는, 예산을 무시하고 곳곳에 방대한 숫자의 부품 생산을 명했다. 그 후, 시즈코가 할 일은 대(対) 타케다 전투에서 결과를 낼 뿐이다.

모든 것은 시즈코가 생각한 대로 각 세력이 움직이고 있었다. 혼간지도, 엔랴쿠지(延暦寺)도, 타케다도, 우에스기도, 그리고 도쿠가와도였다. 이 때 만큼은, 모든 세력이 시즈코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모든 세력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시즈코는 겨울이 되자 늘어나는 편지의 답장을 쓰고 있었다.

추위 때문에 실내에 있는 일이 많아진 탓일까, 라고 그녀는 생각했으나, 상대방은 겨울에는 시즈코로부터의 답장이 빠르기 때문에 시기를 골라 편지를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근데, 편지 상대가 매년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히데요시(秀吉)나 타케나카 한베에, 시바타(柴田), 니와 (丹羽), 삿사(佐々),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 등은 전부터 편지를 보내왔지만, 이 무렵에는 이케다 츠네오키(池田恒興), 사쿠마 노부모리(佐久間信盛), 하야시 히데사다(林秀貞), 호리 히데마사(堀秀政) 등의 유명한 무장들로부터도 편지가 오게 되었다.

가끔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마이너한 무장들로부터도 오지만, 대부분은 나름대로 가신들 중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 뿐이었다.

생각났다는 듯 호소카와 후지타카(細川藤孝)가 편지와 함께 터키시 앙골라에 관한 시(和歌)를 두꺼운 책자(冊子)로 보내왔다.

역사적 자료로서는 일급품이기에, 그쪽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 정도로 가지고 싶어할 물건이리라.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읽는 게 피곤한데다 길다보니 매번 잘도 이만큼 쓸 수 있네라고 어이없어지는 물건이었다.


"오, 또 편지라도 왔어?"


평상복(着流し) 차림의 케이지는 시즈코에게 말을 거는 것과 동시에 가까운 곳에 앉더니 사양하는 법도 없이 가까이 있던 편지를 집어들었다.

프라이버시가, 라고 일순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시즈코에게 전해지는 편지는 모두 검열된 것이기에 이제와서 누가 봐도 곤란할 내용 같은 건 쓰여있지 않으므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단순히 써야 할 답장의 숫자가 많다보니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한가하면 오이치(お市) 님 상대를 부탁해"


"핫핫핫, 내게 그 말괄량이 공주님을 상대하는 건 무리야"


편지를 원래 장소로 되돌려놓고 케이지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흘려버렸다.

오이치는 처음에는 얌전했다. 얌전했다, 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다르고 낯선 생활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만도 벅차다는 상태였다.

그러나, 일단 생활에 익숙해지니 그야말로 노부나가의 친여동생, 이것저것 주위의 사물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시녀의 말 따윈 마이동풍, 때로는 혼자서 설렁설렁 산책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생각한 시즈코는, 노부나가에게 편지를 보내 부드럽게 주의를 주려고 생각했다.


"오이치답구나. 책임은 그 녀석 자신이 지는 것이다. 내버려 둬라"


하지만 돌아온 편지는 짧았고, 그리고 시즈코의 골머리를 썩게 하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볼 때 오이치의 행동은 기행(奇行)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성격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알 수 있는 것과 납득하는 것은 별개지만, 어쨌든 멋대로 나다니다가 밖에까지 나가면 곤란하기에, 시즈코는 문지기에게 오이치를 통과시키지 말라고 명령했다.


"겨울은 금년도의 개발품을 검증할 필요가 있는데…… 곤란하네"


큰 피로감을 느낀 시즈코는,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시즈코의 개발 계획은 기본적으로 1월부터 2월에 예산을 획득하고, 4월까지 계획을 정리하여 기술자 마을에 발주한다.

그 후에는 시즈코가 노부나가를 따라 군사 행동을 취하기 떄문에, 쌀의 수확을 하는 9월에서 10월까지 진행은 완전히 맡겨놓은 상태다. 수확이 완료된 후, 각 계획의 잔행 상황을 듣고, 지연되고 있다면 재촉을 한다.

완성되어 있다면 검증용 제품을 받아서 최종 체크를 한다. 시즈코의 검증에 합격하면 계획은 보기좋게 완료, 세세한 후처리를 하고 프로젝트는 종료된다.

노부나가의 군사 행동이 봄에서 여름에 걸쳐 집중되기에, 이러한 계획의 흐름이 되어 있는 것이다. 시즈코가 겨울에 자택에 틀어박히기 십상인 이유는, 농한기(農閑期)다보니 검증할 시간을 비교적 내기 쉽다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 어째서 붕어빵(たい焼き) 틀이나 타코야키(たこ焼き) 틀, 오방떡(今川焼き, 大判焼き, 二重焼き, 御座候 등 복수의 애칭이 있음) 틀을 만들려고 생각한 걸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시의 나를 두들겨 패버리고 싶어"


금년에 계획을 세운 것은 거울(鏡), 자석(磁石), 육분의(六分儀), 측거의(測距儀), 해시계 컴퍼스(日時計コンパス), 각종 원형 계산자(円形計算尺), 기계식의 해양 크로노미터(chronometer), 스털링 엔진(Sterling engine) 등 여덟 가지였다.

거울, 자석, 육분의, 측거의, 해시계 컴퍼스, 각종 원형 계산자는 이미 양산체제에 들어가기만 하면 될 뿐으로, 거기까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기계식의 해양 크로노미터는 배 위에서 안정시키는 것에 시간이 걸려서, 아직도 시제품의 제조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스털링 엔진은 단순히 시행착오의 연속으로 그다지 만족스럽게 진척되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의외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시즈코는 추가로 전구(電球)용 유리를 발주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뭘 생각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즈코는 붕어빵 틀과 타코야키 틀, 오방떡 틀의 개발을 발주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검증용 제품이 도착해서 시즈코가 머리를 감싸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팥소(あん)는 집안의 불화의 씨앗이 되니까 만들지 않는 편이 좋은데 말야"


"우리 숙부는 츠부앙(つぶあん) 파에 들어가 있었지"


웃으면서 말하는 케이지였으나, 시즈코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뭐라 해도 '팥소'의 취향은 금기에 가깝다. 어설프게 다른 '팥소'를 깎아내렸다가는 중진(重鎮)들의 벼락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여실히 나타난 것이 양갱(羊羹)의 난(乱)이었다.


양갱의 난에서 태반의 사람들은 코시앙(こしあん)이나 츠부앙 파로 갈라졌다. 다만 미츠히데는 말차(抹茶), 니와나 모리 요시나리는 유자(柚), 타키카와(滝川)와 사쿠마, 하야시는 소금, 노부나가는 밤(栗) 등 취향은 세분화되었다.

양대 파벌 중에서 코시앙 파 필두가 시바타, 츠부앙 파 필두가 히데요시라는, 대단히 싸움이 벌어지기 쉬운 사람들이 필두였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시바타는 친구인 마에다 토시이에가 츠부앙 파, 히데요시는 동생인 히데나가(秀長)와 타케나카 한베에가 코시앙 파였기에, 더더욱 상대를 용납할 수 없게 되었다.

참고로, 히데나가가 코시앙 파라는 것을 알았을 때, 히데요시는 시저(Caesar)가 심복인 브루투스(Brutus)의 배신을 비난했을 때와 비슷한 대사(※역주: 유명한 "Et tu, Brute?"를 말하는 듯)를 내뱉았다고 한다.


"나는 뭐든지 좋아. 맛있는 게 중요해"


"그만큼 결단력이 있으면 그런 말다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야"


현대에서도 결판이 나지 않는 츠부앙 파 vs. 코시앙 파 논쟁, 전국시대에 결판이 날 리도 없어서, 두 사람은 시즈코가 개최하는 오와리(尾張)-미노(美濃) 센류(川柳, ※역주: 5-7-5글자로 된 일본 시의 일종) 대회에서도 다투었다.


"뭐― 만드는 건 좋지만, 오늘은 안 되겠네. 챠마루(茶丸) 군이 없으니, 만들었다간 또 화낼 것 같고"


저번의 소금가마구이(塩釜焼き)에서 따돌림당한 것이 어지간히 충격이었는지, 키묘마루는 요즘 시즈코에게 물건이 올 때마다 '다음에는 꼭 불러라'고 입아프게 고함치고 있었다.

따라서 오늘, 노부나가에게 가 있는 동안 붕어빵을 만들었다간 이번에야말로 단단히 삐질 것이다.

그가 삐지면 이래저래 귀찮아지므로, 시즈코는 기후(岐阜)로 파발마(早馬)를 보냈다. 내용은 키묘마루의 귀가가 언제인지를 묻는 것 뿐이었으나, 이것이 시즈코에게 불행을 부르게 된다.


다음 날, 파발마 대신 대량의 팥(小豆)과 설탕이 시즈코에게 배달되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든 시즈코는 동봉된 편지를 읽어보았다. 편지에는 노부나가와 오다 가문 가신들(一族一門衆), 그 가족들도 시식에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대량의 팥과 설탕이 보내어진 이유는, 그만큼 대인원으로 참가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추가로 문제가 발생했다.


"나를 따돌리다니, 시즈코도 많이 컸구나"


팥과 설탕을 가져온 것은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노히메(濃姫)였다. 그녀는 자주 와서 익숙한 다른 사람의 집처럼,  출입금지 간판이 서 있는 구역도 용서없이 들어왔다.

기대하지 않았다고는 해도, 효과가 전혀 없는 것에 시즈코는 약간 머리가 아팠다.


"딱히 따돌리려던 것은"


"뭐 좋다. 헌데 요즘, 새를 들여다 가지고 놀고 있다고 들었다만? 그 묘하게 시커먼 새도 그 중 하나인 것이냐?"


어떤 닭을 부채로 가리키며 노히메가 물었다.

지금 시즈코가 예뻐하고 있는 새는 오골계(烏骨鶏)라는 닭의 품종이었다. 이름 그대로 뼈까지 새카맣다는, 다른 닭에는 없는 특이한 특징을 가진다.


원산지는 여전히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역사적으로는 중국산의 품종이 유명하다.

옛부터 중국에서는 영조(霊鳥)로 취급되었으며, 11세기에는 '물류상감지(物類相感志)'에, 14세기에는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録)'에도 그 기술이 보이는 오래된 품종이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닭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으며, 거기다 그 살이나 뼈, 내장까지 검은 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계란도 영양면에서 일반적인 계란과는 동떨어진 우수성을 가지기에 각국에서 약용으로 중히 여겨진 적이 있다.

애초에 산란수가 적어서 절대적인 숫자가 적기 떄문에 현대에서도 값비싼 계란, 닭고기로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지역에서 자란 오골계 중에서 우수한 개체를 선별하여, 그것들을 조합하여 산란수가 많은 순혈의 오골계 품종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네, 이웃나라의 닭입니다. 그 밖에도 들여오고 있습니다"


오골계 외에 코친(九斤黄, Cochin) 종이라는 중국의 토종닭도 시즈코는 들여왓다. 이름 그대로 대형의 닭이라, 브로일러(broiler) 종이 약 2.5kg인데 비해, 코친 종은 통상 4kg에서 5kg까지 성장한다.

이 코친 종과 오와리의 토종닭을 조합한 품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고야(名古屋) 코친이다. 시즈코가 코친 종을 들여온 것도 나고야 코친에 가까운 품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어…… 사츠마 닭(薩摩鶏)에 도도(Dodo) 새, 타조도 들여왔습니다"


사츠마에서 키워지는 토종닭을 사츠마 닭이라고 한다. 그 역사는 오래되어, 헤이안(平安) 시대에서 카마쿠라(鎌倉) 시대의 무장인 시마즈(島津) 씨의 조상인 시마즈 타다히사(島津忠久) 때부터 사육되었다고 한다.

성질이 난폭하여 투계(闘鶏)에 적합한 성격이지만, 검고 긴 꼬리에 붉고 선명한 몸 색깔도 맞물려 대단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어 관상용으로도 사육되었다.


일본 3대 토종닭으로 꼽히는 마지막 한 종류, 히나이 닭(比内鶏)은 태국에서 수입된 군계(軍鶏)와 아키타 현(秋田県) 북부에서 사육되던 토종닭을 교배시켰다고 한다.

이쪽은 아키타 현 북부라는 입지가 오다 가문의 세력권 밖이었기에 아무래도 입수는 어렵다고 단념하고, 시즈코는 히나이 닭을 베이스로 한 품종개량 계획을 중지했다.


한편, 도도새는 발견된 지 겨우 100년도 되지 않아 멸종한 새이다. 야생 생물치고는 대단히 경계심이 옅어, 처음 보는 인간에게도 경계하지 않고 다가갈 정도였다.

그 때문에 유럽의 입식자(入植者) 들에 의한 포식이 일반화되고, 또 입식자들이 반입한 작은 동물들이 야생화하여 도도새를 습격하게 되었다.

그밖에도 땅 위에 둥지를 만드는 등 여러가지 요인이 겹쳐, 도도새는 순식간에 멸종했다.


유럽에 반입된 기록을 볼 때 환경 적응 능력이 높고,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수율(歩留まり)도 좋았으며, 거기에 성격이 온순하기에 사육도 쉬울거라 판단한 시즈코는, 예수회를 통해 도도새를 일본으로 수입했다.

시즈코의 예상대로 어느 정도 높은 환경 적응 능력이 있는 것은 판명되었지만, 거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다른 닭들과는 달리 격리된 장소에서 사육하고 있었다.

지금 판명된 것은 새끼를 키울 때만 경계심이 강하지만, 그 이외에는 사람을 무서워하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다가올 정도로 경계심이 없었다.


마지막이 타조였다.

조류 최대의 새인 타조는 경이적인 생명력과 환경 적응 능력을 가지고, 상처나 질병에도 강하며, 잡식이라 생활 부산물인 야채 부스러기 정도로 사육하는 것이 가능하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이미 사육되었던 기록이 있으며, 고기 뿐만 아니라 가죽이나 지방 등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성체의 경우 더위나 추위, 높은 습도에도 잘 견디며, 감염증에 강하고, 조용하고 얌전하며, 냄새도 나지 않고, 높은 번식능력을 가지며, 영역 다툼을 하지 않는 타조를 사육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다른 닭들과 달리 1년 가까운 사육 기간이 필요하지만, 잡식이기에 목초(牧草)나 야채 부스러기 등의 식물 주체로 사육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가지 난점을 들자면, 경이적인 생명력을 가지기에 목을 잘라내는 정도로는 즉사하지 않고, 생명의 위기에 처하면 시속 60km나 되는 속력을 지탱하는 심장이 전력으로 전신에 혈류를 공급하는 것이다.


타조 고기는 조직이 치밀하고 섬세하며 튀는 맛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말하자면 전신이 닭가슴살에 가까운 육질을 가지고 있기에, 앞서 말한 상태로 방치해두면 한계를 넘어서는 혈류가 공급된 전신의 모세혈관이 파열되어, 고기의 구석구석까지 혈류로 시뻘겋게 물든다.

일단 이 상태가 되어버리면, 원래 담백하고 섬세한 고기이므로 피비린내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결점이 있었다.

여담이지만 현대에서는 탄산가스 등으로 재운 상태에서 잡는 것으로 전술한 현상을 회피하고 있다.


"뭔가 처음 듣는 이름이 많구나"


"그야 뭐, 닭의 품종 개량을 하기 위해 모으고 있으니까요……"


닭은 소나 돼지와 달리 생명 사이클이 짧아 품종 개량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품종은 손쉽게 사육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닭은 사육하기 쉬운 데 비해 영양가가 높은 것도 높이 평가된다.

다만 이번에 들여온 닭들 중에서 가장 문제가 있다고 하면 오골계이리라. 닭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영양가를 자랑하는 오골계이지만, 검은색 때문에 식욕이 일지 않는 모습이 되기 쉽다.


"호호홋, 언제가 될 지 모르겠다만, 맛은 기대하고 있겠노라"


그 말만 하고 노히메는 시원스럽게 떠나갔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던 시즈코였으나, 잠시 후 노히메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오골계의 사육 작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그 손은 금방 멈췄다.


"잊고 있었노라. 뭔가 최근에 맛있는 것을 먹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나를 부르지 않다니 어찌된 것이냐?"


떠난 줄 알았던 노히메가 어느 틈에 등 뒤까지 다가와서 시즈코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귓가에서 속삭였다.


"다음에는 잊지 말거라"


노히메는 어깨에 얹은 손에 약한 힘을 넣으며 경고했다. 시즈코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만족한 노히메는 생긋 웃더니, 양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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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