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3년 결전(決戦),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089 1572년 7월 상순
혼간지(本願寺)와 타케다(武田)가 주도하는 포위망은 점점 완성되어가고 있었으나, 포위되어 있을 터인 오다 영내에는 전시(戦時) 특유의 긴장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다 영내에 잠복하고 있는 혼간지의 간자들로부터는, 오다 가문은 타케타의 배신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고, 포위망이 좁혀져오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 보고를 들은 켄뇨(顕如)나 그의 측근들은 계책이 성공한 것에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후세에 '오오사카노사유우오타이쇼(大坂之左右之大将)'라고 불리는 시모츠마 라이렌(下間頼廉)의 경우에는 보고를 듣자마자 "이겼다"고 중얼거렸을 정도였다.
"약병(弱兵) 투성이인 오다가 천하에 그 이름을 떨치는 타케다와 백 번을 싸워봐야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저번에는 아사쿠라(朝倉)의 멍청이(阿呆)가 발목을 잡아 오다가 도망치게 해버렸지만, 이번에는 패배를 모르는 타케다다. 놓친다는 만에 하나도 있을 리가 없다"
이 인식은 혼간지 뿐만 아니라 반 오다를 표방한 영주나 쇼군(将軍) 요시아키(義昭)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타케다는 30년 이상 다른 나라에게 국토를 침략당한 적이 없고, 반대로 다른 나라를 침공하여 승리를 거두었으며, 최악의 경우라도 비기는 싸움으로 끝냈다.
반대로 오다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오와리(尾張) 병사들은 약졸(弱卒)로서 유명하며, 타케다가 보유한 카이(甲斐) 병사 한 명은 오와리 병사 다섯 명에 필적한다고 야유받을 정도의 평가였다.
"이번에는 타케다에게 맡기자. 우리들이 괜히 설쳤다가 타케다의 행보를 어지럽히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타케다로부터의 요청에 응하여 움직이고, 우리들은 제후(諸侯) 들의 중재(取りまとめ)나 뒷받침 역할(裏方仕事)에 충실하도록 하자"
"옛!"
켄뇨의 지시(下知)를 받은 측근들은 각자 해야 할 일에 착수했다.
그들의 머리에는 타케다가 천하를 통일한 후에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밖에 없어, 예측하지 못한(不測) 사태에 대한 대비 따윈 뇌리를 스치지조차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방심하고 있었다.
아무리 약병이라도 사지(死地)에 몰리면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窮鼠猫を噛む)'라는 속담이 말하듯, 포식자에 대해 이빨을 드러내고 그 목젖을 물어뜯는 경우조차 있다는 것을.
게다가 또 하나의 오산이 있었다. 오와리 병사들은 결코 약병 따위가 아니다. 예전에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애초에 오와리에는 비옥한 토지가 많아 일용할 양식을 얻는 것이 용이했다.
한편, 험준한 산악부에 있는 카이에서는 입에 풀칠하는 데도 상당한 실력을 요구받았다. 즉, 생존 경쟁으로 단련되어 있기에 기초가 되는 저력(地力)이 다른 것이다.
이것에 기인하는 병사 한 명 한 명의 실력차이가 약병의 오와리와 정강(精強)한 타케다라는 평가를 얻는 한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인을 전쟁터로 끌어내는, 비상비군(非常備軍)을 비교한 경우에 한한다.
일반인이라도 훈련에 따라서는 운동선수에 필적하는 신체능력을 얻을 수 있듯이, 기초 능력이라는 건은 단련을 거듭하여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농민을 징병하여 아시가루(足軽)로 삼는 전국 시대에, 그들을 훈련시킨다는 생각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직속 수하나 가신들의 친족 등, 제한된 장병 후보들로 한정시킨다면 전투 훈련도 실시되고는 있었다.
이 상식을 노부나가는 깨버렸다. 풍부한 재력을 배경으로 병농분리(兵農分離)를 시행하여, 상비군을 보유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시즈코는 이것에 한술을 더 떴다. 신병의 소모율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의 병사 훈련소를 건설하고, 철저한 신병 훈련을 실시하도록 진언했던 것이다.
그 결과, 약병이라고 조롱받던 오와리 병사들은 일변(一変)했다.
가혹하기 짝이 없는 기초 훈련은, 그것을 수료한 병사들 사이에서 '부처(仏)의 1주일, 수라(修羅)의 3개월, 지옥의 반년, 죽음을 바라는 3개월'이라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다만 시즈코의 병사훈련소를 수료한 사람은, 가혹한 경험에 걸맞는 이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훈련 수료자는 사관할 곳이 부족하지 않다. 그들의 고용주가 되는 무장들은, 그 훈련이 얼마나 가혹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친의 정이 끼어드는 부모 밑에서 끌어내 적자(嫡子)를 훈련소에 집어넣는 사람까지 있었다.
두번째로 기본적인 수준의 문답이 가능하고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일체 신분을 묻지 않는 점이다.
장자 상속이 상식인 전국 시대나 에도 시대에서, 가문을 이을 적자(嫡男) 이외의 사람은 사실대로 말하면 불우한 취급이었다.
적자에게 만약의 일이 있을 경우의 예비로서, 집안의 한 방에 감금되어(留め置かれ) '방살이(部屋住み)'라고 불리게 된다.
자신의 가문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아내를 맞아들이는 것도 허락되지 않으며, 가장의 안색을 살피는 더부살이 같은 취급을 받았다.
대가 바뀌어 적자가 가문을 이어도 방살이는 변하지 않는다. 당주가 된 적자에게 키워지면서 당주에게 만에 하나의 일이 있을 경우를 대비할 뿐인 인생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평생 썩는(飼い殺し) 인생이 싫어서 봉공(奉公, ※역주: 다른 사람 밑으로 일하러 감)이나 양자(養子)로 가는 차남 이하의 사람들도 많았다. 예비는 한 명만 있으면 되기에 3남 이하는 '방살이'조차 될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적자의 입장에는 책임이 따른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모두 물려받는 대신, 자신의 가족은 물론이고 형제자매를 먹여살리며, 형제가 봉공할 곳이나 양자로 갈 곳을 찾고, 자매가 시집가게 되면 지참금을 줄 책임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양자나 봉공이라는 선택지가 있는만큼 일본은 나은 축이었다.
세계, 특히 유럽에서는 봉공이나 양자로 간다는 생각은 독일의 일부 지역밖에 없었고, 기본적으로 가장에게 평생 키워지며 썩어가던가 약간의 손절금(手切れ金)을 받고 쫓겨나는 게 보통이다.
그 때문에 친지들 사이에 후계자 싸움이 벌어지기 쉽고, 가장이 사망했을 경우에 죽음을 애도하기는 커녕 축복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다만 재산을 상속받은 자에게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형제자매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다.
그 밖에도 성직자가 되는 길이나, 기사로서 왕을 섬기는 길도 있지만, 특권은 유력자들이 독점하고 있어, 자신이 속하는 일족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
이야기를 되돌려서 마지막 장점은, 훈련 기간중에는 식사와 거처가 보장되는 점이다. 병사로서의 적성이 없어 탈락하더라도, 최종 판단까지의 확인 기간이 존재한다.
그 동안에는 하루 세 번의 식사와 따뜻한 잠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어지는 훈련은 가혹하기 짝이 없기에, 단순히 숙식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
반 오다 필두인 혼간지나 아사쿠라, 아자이(浅井)가 암약하고 있을 무렵, 쇼군 요시아키도 또한 비밀리에 획책을 하고 있었다.
죽이 맞지 않아 미묘한 사이가 되어 있긴 하나, 표면상으로는 생글거리며 노부나가를 상대하면서 뒤로는 대결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1570년의 제 1차 오다 포위망이 붕괴한 지 2년, 제 2차 오다 포위망이 착실히, 그리고 조용히 노부나가의 발 밑으로 다가들고 있었다.
6월 하순, 스크류 선박 시운전을 위해 시즈코는 치타 반도(知多半島) 방면으로 향했다. 시운전이기에 나가라가와(長良川)에서도 문제없었으나, 스크류 선박은 외양(外洋)에서 활약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바다에서 시운전하는 편이 이치에 맞는다. 반대로 말하면 하천은 스크류 선박을 고집할 필요는 없고, 현재의 일본 배(和船)로 충분히 커버되었다.
"그럼 시작해 주세요"
노부나가로부터 시찰의 전권을 부여받은 시즈코가, 시운전 개시의 신호를 보냈다.
이번에 시운전하는 스크류 선박은 2가지 타입을 준비했다. 1인승과 2인승의 2종류이다.
1인승은 그 이름 그대로 오직 한 명의 승무원이 모든 것을 조작한다.
조타장치와 스크류가 일체화된 현대의 모터 보트처럼 되어있어, 조타와 출력 조정을 모두 혼자서 할 필요가 있다.
2인승은 장치가 나뉘어 있어, 조타수와 출력조정수가 서로 연대하며 배를 조작한다.
3인승 이상으로 만들지 않는 이유는, 장치가 단순하기에 전임(専任) 이외의 승무원은 방해되기 떄문이다. 애초에 조종에 가혹한 훈련을 요구하기 떄문에 잉여 인원 같은 건 둘 여유가 없다.
배의 기본 구조는 양쪽 모두 공통되어 있다. 외연기관(外燃機関)인 스털링 엔진의 회전을 크랭크 기구를 통해 전달하여, 수지(樹脂)로 된 스크류를 회전시키는 구조이다.
각 타입의 차이점은 그 엔진 출력에 있다. 전임의 조종수를 준비할 필요가 있는 대신 장치를 대형화시킬 수 있고, 대형화에 수반하여 출력이 크게 증강된다.
탑재되는 시스템 및 파츠 종류가 공통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기간이 장기화된 것은, 기어박스와 토크 컨버터에 원인이 있었다.
스크류 선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스크류의 회전 속도와 회전력을 동적으로 재빨리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변속 기구인 기어박스와 토크 컨버터가 필요해졌다.
탈건 전반에 걸쳐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정지 상태에서 초동(初動)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속도는 늦더라도 강한 힘(토크)가 필요해진다.
한편, 스피드가 실린 상태에서는 회전수가 적으면 그게 저항이 되어버리기에, 작은 힘이라도 고속으로 회전할 필요가 생긴다.
이 상태를 전환하기 위해 기어박스가 필요해지며, 그 전환을 스무스하게 하기 위해 토크 컨버터가 필요해졌다.
다만 토크 컨버터의 개발은 대단히 힘들어서 아직 개발 전망이 서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기어의 변경은 클러치 방식으로 조작하게 해 놓았다.
유압(油圧)에 의한 배력(倍力) 기구가 없기 때문에 기어 체인지에는 힘이 필요하여, 전문의 인원을 필요로 했다.
"이(イ) 형부터 시작해 주세요"
타입의 명칭이 길었기에, 시즈코는 1인승 타입을 이 형, 2인승 타입을 로(ロ) 형이라고 개발 코드네임을 붙였다. 그게 그대로 명칭으로 채용되어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이 형, 시험 시작!"
구호를 맡은 아시가루가 북을 쳤다. 그에 호응하여 이 형의 배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론 수업(座学)이나 모의 기계로 훈련하고 있다고는 해도, 실기(実機)를 만지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인지 움직임이 어색했다.
개중에는 기어 체인지에 애를 먹어 개시 위치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 배도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이어서 로 형을 시작해 주세요"
"로 형, 시험 시작!"
이 형이 순항 속도에 달했을 무렵, 2인승인 로 형이 시험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전임 담당자가 있었기에 스무스하게 속도가 올라갔다.
"순조로운가?"
이 형, 로 형 모두 순조롭게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즉시 실전 투입할 수 있으려나, 하고 시즈코는 낙관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 시험에는 따라붙기 마련인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응? 경고 호루라기(警笛)? 무슨 일이 있었나?"
시험이 반쯤 진행되었을 무렵, 갑자기 비상 사태(異常)를 알리는 경고 호루라기가 울려퍼졌다.
즉시 전령이 달려가서 비상 사태의 이유를 시즈코에게 보고했다. 그것은 시즈코도,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쿠키(九鬼) 수군(水軍)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동력이 정지했다고요?"
"옛. 고속 운전중에 돌연 기관이 정지햇습니다. 현재 기술자들이 원인을 특정하는 중입니다"
기어를 고속 회전시킨 상태에서의 이동 시험중, 이 형과 로 형 모두 엔진이 정지하는 트러블이 발생했다.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몇 번이나 일어나고 있는 상태였다. 시즈코도 비상 사태라는 것을 이해했다.
(엔진 정지를 일으켜? 기어 개발에서 놓친 게 있었나?
아니, 그럴 리는 없어. 기어박스의 설계도를 확인했지만, 초짜가 보기에도 비정상이라고 할 만한 기구는 없었어. 게다가 저속 상태에서는 문제없이 동작하고 있어. 기어가 바뀌고 있는 이상 기어비의 차이에 따른 트러블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개발자가 한 척의 기어박스를 분해해서 조사중이었기에, 그 결과에 따라 방침이 바뀐다. 만약, 기어박스에 문제가 있다면, 개수에 얼마만큼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긴박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다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보고를 목매어 기다리고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흩어진 것은 그로부터 1각(刻) 후였다.
"……즉, 회전수가 모자라서 기관이 정지했다, 는 건가요?"
보고를 들은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엔진 정지가 반복된 이유는, 스크류 프로펠러의 변형이 상정한 것보다 커서 물의 저항이 커졌기 때문에 고속 기어에서의 토크 부족으로 회전수가 낮아져, 지정된 회전수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달리 원인은 없는지 기어박스를 분해해서 조사했으나, 모든 파츠에 고장난 부분은 없었고, 연결부에도 문제는 없었다.
즉시 청취 조사(聞き取り調査)를 했다. 해가 지기 조금 전에 청취 조사를 마친 시즈코들은, 결론은 내일 내기로 하고 그 날은 해산했다.
다음 날, 청취 조사 결과를 확인한 일동은, 금후의 방침을 의논했다.
"이번 시험에서 스크류 선박의 유용성을 실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 형, 로 형 모두 저속 회전에서의 시험밖에 하지 못했습니다만, 검증 결과 노(櫂)로 낼 수 있는 속도를 상회하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고속 회전시의 문제는 기어비를 조정해서 토크 폭에 여유를 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스크류 선박은 실용 단계에 들어섰다는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모인 일동에게 시즈코가 선언했다. 청취 조사나 기구의 조사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스크류 프로펠러의 변형은 소재를 바꿀 수밖에 없고, 금속으로 만들면 무거워지며 가공도 어렵다.
기어박스의 구조에는 문제점이 없었기에, 저속 기어와 고속 기어 사이에 중간 속도의 기어를 끼워놓는 것으로 해결을 꾀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기구 자체에 큰 트러블이 존재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다, 라는 점에 일동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크류 프로펠러는 외양에 나가기 위해 필요한 기구이다.
그렇기에 노부나가의 기대는 크다. 수 년의 개발을 거쳐 행하는 시험에서 꼴사나운 결과를 냈다간 어떤 벌이 내려질지 다들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고속 회전시의 시험 항목은 전부 제외하고, 저속 회전시의 시험만을 재개했으나, 작은 트러블이나 인원의 숙련도에 기인한 조작 미스 등이 발생하긴 했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운전의 시험 결과를 노부나가에게 보고하기 위해 시즈코는 시험 결과서를 정리했다. 노부나가 용이기에 비즈니스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맨 처음에 결론을 기재한다.
하천에서의 소규모 운용에 한정할 경우 현재의 추진기인 노를 사용하는 편이 효율적임.
단, 노젓는 배(艪櫂船)는 대형화나 일정한 속도에 달하면 즉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형선을 적은 인원으로 운용하여 대량 수송을 실현할 경우에는 원동기 엔진식 스크류 선박이 유리함, 이라는 결론이 되었다.
참고로 노와 스크류 프로펠러 모두 물을 밀어내어 추진력을 얻는다는 원리는 같지만, 노의 경우 저속 소형선에는 적성이 높은 데 반해, 스크류 프로펠러는 레저 보트에서 수송 탱커까지 폭넓게 커버할 수 있다.
"현재의 하천 수송에서는 이점은 적다. 해운에서의 대량 및 고속 수송을 실현하는 것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노부나가가 떠올릴 의문의 대답을 시즈코는 가능한 한 시험 결과서에 기재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의문을 느끼면 폭풍처럼 질문을 던져오기 때문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곤하기 때문에, 노부나에게 대한 보고서를 쓰는 것은 다들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보고서를 스스로 제출한 기술자도 몇 명 있었으나, 보고서가 퇴짜를 맞은데다 질문으로 뒤덮인 종이 다발도 따라오고, 거기에 대답은 아직이냐 하고 화살같은 재촉이 날아왔다는 이야기가 퍼진 후, 시즈코가 쓰는 것이 불문율(暗黙の了解)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기술자들은 의외로 시즈코에게 꼼짝도 못 한다.
어떤 기술자는 말한다. 노부나가의 질문은 단순히 대답을 말하면 되는 게 아니라, 노부나가 본인을 납득시킬 이론을 세워서 말해야 한다, 고.
본인이 기술을 완벽히 습득해도, 그것읋 타인이 이애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는 다른 재능이다.
"으ー음, 이 정도면 되러냐. 왠지 요즘, 중간 관리직 같은 입장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이라고 해두는 게 좋겠지"
다 쓴 두꺼운 보고서를 시즈코는 운반용의 목제 서류 케이스에 넣었다. 이후에는 몸종(小間使い)들이 노부나가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처리를 맡아준다.
서류 케이스를 쇼우(蕭)에게 건네며 노부나가에게 발송할 것을 의뢰한 후, 시즈코는 기지개를 켜 몸을 풀었다.
"후이~, 다음은 개량형 스털링 엔진과 고로(高炉)의 확인이네. 그쪽은 아시미츠(足満) 아저씨가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으니, 나는 시험 날짜까지 느긋하게 지낼 수 있겠어"
"손이 비셨다면, 이 서류의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몸을 쭉 펴고 있던 시즈코의 어깨에 손을 얹는 것과 동시에, 어느 틈에 바로 옆에 서 있던 아야(彩)가 산더미같은 서류를 내밀었다.
한 마디로 고로라고 해도, 선철(銑鉄)을 만드는 '제철(製鉄)'과, 제철된 철을 강철(鋼)로 제련(精錬)하는 '제강(製鋼)'의 2단계 운용 공정이 존재한다.
'선철'은 기본적으로 가늘고 긴 자라목(とっくり) 틀(型)의 머리 부분(頂)부터 코크스와 철광석을 번갈아가며 투입해 고로 내부의 열로 철광석을 녹이는 작업이다.
고로에 투입된 코크스는, 고로 하부에서 유입되는 열풍에 의해 연소한다. 고로에 따라서는 보관 환원제(保管還元剤)로서 미분탄(微粉炭) 등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연소된 코크스는 환원 가스가 되는 일산화탄소나 수소를 발생시킨다. 이 환원 가스가 고로 내부의 상승기류가 되어 철광석을 녹임과 동시에 철광석에 포함되는 불순물을 제거(환원)한다.
즉, 코크스는 철광석을 녹일 수 있는 온도를 고로 내부에 형성하는 것과, 철광석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환원제라는 두 가지 역할을 맡고 있다.
환원 가스에 의해 불순물이 제거된 용선(溶銑, 녹은 철)은, 그대로 중력을 따라 고로 바닥으로 흐른다.
그리고 고로 하부에 있는 연소중의 코크스와 접촉하여, 코크스가 발열할 때 발생하는 탄소와 반응하여, 탄소를 수 퍼센트 포함하는 철이 되어 고로 바닥 부분(湯溜まり部)에 모인다.,
이 때, 철광석에 포함되는 불순물은 용선 위에 층이 되어 모인다. 이것을 슬래그(slag)라고 하며, 녹은 철과는 별도로 고로에서 배출된다. 슬래그는 제철시의 부산물로서 재이용된다.
철광석에 포함되는 산소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용해(溶解)까지의 프로세스를 일거에 처리할 수 있는 고로의 원형은, 14~15세기에 독일의 라인 강 지류에서 탄생했다.
초기에는 물레방아(水車)로 풀무(ふいご)를 움직여 송풍량(送風量)을 늘리고, 열원(熱源)과 환원제(還元剤)로 목탄(木炭)을 이용했다.
연료로서 코크스가 이용된 것은 18세기 초엽이기에, 그 때까지 많은 나무가 벌채되었고, 결과적으로 삼림이 파괴되어갔다.
그 밖에도 경작지(田畑) 개간(開墾) 등의 이유는 있으나, 고로에 의한 철 생산이 유럽의 삼림 감소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근대 고로가 탄생한 지 약 300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고로가 근대적인 화학 플랜트보다 우위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설비로 불순물의 제거를 하면서 용선을 일거에 수행할 수 있는 점이다.
또, 고로는 다른 화학 플랜트와 달리 수명이 길다. 매일 고온 환경에 24시간 노출되는 고로이지만, 고로 내부의 벽돌을 십수년마다 갈아주기만 하면 조업(操業)을 계속할 수 있다.
24시간 365일 연속 조업하는 고로에 있어, 수명이 길다는 것은 필수라고도 할 수 있는 요구이다.
다른 화학 플랜트의 경우, 파손 부분에 따라서는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에서도 고로는 우위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보다 걱정되네"
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해진 시즈코는 불안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고로의 시운전은 한번에 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의 단독 시험이 수행된 후, 마지막으로 결합 시험이 수행될 예정이다.
오늘은 고로에서 중요한 설비인 송풍기(送風機), 그 동력이 되는 스털링 엔진의 시운전 날이다.
스케줄에 여유를 두고 있다고는 해도, 시운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후의 시험 날짜가 밀리게 되어, 마지막 시험 공정인 고로의 결합 시험 날짜가 늦어져 버린다.
하나라도 스케줄이 늦어지면 전체가 늦어지는 크리티컬 패스(critical path)이기에, 지금까지와 달리 시즈코도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다.
"대장(大将)이 불안해하면 아랫사람도 진정하지 못한다. 듬직한(どっしり) 태도를 보여라"
안절부절 못하는 시즈코를 아시미츠가 다독였다. 그는 시즈코와는 반대로 평소의 침착냉정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심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아시미츠 쪽이 침착해보였다.
"그렇게 말해도. 아, 맞다. 그쪽의 소결(焼結) 시험은 끝났어?"
"……그건 내가 없어도 문제없다. 게다가 철광석의 분쇄부터 시작하니까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지"
철광석은 사이즈가 획일적이지 않기에, 그대로 고로에 장입(装入)하면 막힘(目づまり)을 일으킨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철광석을 일단 분쇄하여 가루로 만들고, 마찬가지로 가루로 만든 코크스와 십수 퍼센트의 석회석(石灰石)을 섞어 구워서 형태를 통일하는 공정을 소결이라고 한다.
소결은 하지 않지만 형태를 맞추는 것은 석탄 코크스나 바이오 코크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밑준비들을 끝낸 후에야 철광석이나 코코스 종류가 고로에 투입된다.
"바이오 코크스의 이용가치가 얼마나 될지, 는 일찌감치 실증시험을 마쳐두고 싶네"
환원제가 되지는 않지만 열분해 가스의 연소 효과로 고로 내부의 온도를 석탄 코크스만 쓸 때보다도 높게 올릴 수 있어, 결과적으로 용해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어떤 비율로 대체할 수 있는지, 이것만큼은 실증시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현대와는 달리 시험용의 고로를 제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것 뿐만이 아니겠지. 바이오 코크스가 있으면 스털링 엔진의 열원으로도 쓸 수 있다. 작동 가스가 공기일 때 1kw의 발전이 가능한 독일제만큼 고품질의 것은 바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헬륨 가스가 대세인 와중에 독일은 공기로 하고 있으니 꽤나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 덕분에 우리들은 편하게 된 거지. 이 자리에서 헬륨 가스의 생성은 너무 번거로우니까"
최대 출력 1kw 클래스에서 작동 가스가 공기인 스털링 엔진은 실용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스펙 그대로의 수치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출력은 얼마간 떨어질 것이다.
약 2백 년 전의 설계인 엔진이 현재, 특히 군용 잠수함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디젤 기관이나 원자로보다 정숙하고, 그것들이 내는 폐열(廃熱)로 동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 일본의 소류(そうりゅう)형 잠수함에는 AIP(비대기의존(非大気依存)) 추진기관이라 불리는 스털링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소류형 잠수함에 스털링 엔진이 탑재된 이유는, 효율적인 연료전지가 없어서 수소를 저장할 좋은 방법이 없었기에 만에 하나의 사고를 고려하여 연료전지의 탑재가 보류되었기 때문이지만.
"고로가 완성되면, 드디어 강철(鋼)의 생산에 착수할 수 있어. 공업품은 철보다 단단한 강철이 필수니까 큰일이야. 그리고, 부품을 만드는 건 처음에는 수작업이라는 부분도…… 호브(hob) 판이라던가"
호브 판이란 톱니바퀴의 톱니 절삭(歯切り) 가공에 쓰이는 톱니 절삭기(歯切り盤)의 일종이다. 톱니 절삭 가공이란 호브라고 불리는 전용의 절삭공구를 회전시켜, 톱니 가공전의 부재(톱니바퀴 블랭크(blank)라고도 한다)에 톱니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옛부터 톱니바퀴는 중요한 부품이긴 했으나, 호브 판을 사용한 공업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의 일이다. 그 때까지 톱니바퀴의 제조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지금은 수작업이니까. 균일한 사이즈의 톱니바퀴를 대량으로 원한다면 꼭 호브 판이 필요해지지"
"톱니바퀴는 중요한 부품이니까. 철제의 호브로 놋쇠(真鍮) 절삭용의 호브 판 제작은 성공했지만, 역시 철제 톱니바퀴가 필요해. 목제 톱니바퀴는…… 호브 판보다 실톱(糸鋸)이지만"
철제의 호브로 놋쇠 톱니바퀴를 제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철제의 톱니바퀴는 강철제의 호브가 필요해진다. 목제는 강도가 다르기에, 호브 판을 쓰기보다 실톱으로 자르는 쪽이 낫다.
"지금은 수작업이 많으니까, 덕분에 기어박스를 양산할 때는 꽤나 부담을 줘버렸어. 뭐, 고로가 완성되면 철제 호브와 같은 걸 강철로 만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여전히 편하다고 하면 편한 걸까"
(그 최초의 수작업이 제일 고생스러운 건데…… 뭐 시즈코가 고생하는 건 아니니 괜찮은가)
어떤 업계에서도 선구자는 항상 고생한다. 하지만 호브 판이 있으면 톱니바퀴의 양산이 가능해져서 장인들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앞을 내다본다면 필요불가결한 공작기계다.
"공작기계는 만드는 것보다 사양 통일이 귀찮지만 말야. 자, 슬슬 스털링 엔진 준비가 끝난 걸까?"
헛기침을 한 시즈코는 억지로 화제를 바꾸어, 호브 판 등을 표준화나 규격화했을 때의 지긋지긋한 기억을 머릿속에서 억지로 털어냈다.
뒤를 잇는 사람들이 곤란하지 않도록, 시즈코는 기술자 마을에서 쓰이는 것은 전부 표준화나 규격화시켰다.
이에 의해 다음 세대는 기술의 습득을 효율좋게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에는 오감이나 몸으로 기억한 것이 중요하지만.
하지만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책상에 앉아 서류를 쓰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친다.
중요하다고는 해도, 시즈코에게 그런 작업은 처음에 가까운 체험이라는 것도 지치는 원인이 되었다.
결국, 표준화나 규격화의 서류를 써서 장인들과 회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다시 회의, 라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이 고생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번이었기에, 시즈코의 마음고생은 헤아릴 수 없다. 그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제 싫다는 딜레마를 품어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주군, 방금 보고가 들어왔는데, 사반각(四半刻, 약 30분) 후에 시험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약간 뾰로통해(やさぐれ) 있을 때, 시즈코의 의문을 들은 겐로(玄朗)가 그녀의 지시를 받기도 전에 곳곳에 확인하러 가서 그 결과를 시즈코에게 보고해왔다.
우수한 부하가 있어서 행복하네, 라고 생각하며 시즈코는 표정을 조였다.
"좋아요. 그럼 시간이 되면 이동하죠"
사반각 후, 시즈코들은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그 무렵에는 어딘가 가 있던 케이지(慶次)나 사이조(才蔵)도 돌아와 있었다. 나가요시(長可)의 옷이 약간 피로 지저분해져 있었는데, 씨름(角力)할 때 묻었다는 이유에 시즈코는 납득하고 그 이상 묻지 않았다.
실제로는 여기저기 숨어있던 간자들을 찾아내서 샌드백처럼 두들겨패며 심문했을 뿐이었지만.
시험장에 도착하자, 이미 스털링 엔진의 실린더가 덥혀져 있었다.
이번에 시험에 쓰이는 스털링 엔진은 2피스톤 엔진이었다.
2개의 피스톤과 각각에 연결되어 있는 가열부(加熱部)와 냉각부(冷却部), 그리고 일시적으로 작동 유체(作動流体)를 저장하는 재생기(再生器) 등 네 가지가 주된 부품이다.
작동 유체란 다른 이름으로 동작 가스(動作ガス)라고도 불린다. 외연기관은 외부에서 얻은 열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변환할 필요가 있으며, 이 변환시에 쓰이는 물질이 작동 유체라고 불리는 것이다.
스털링 엔진에서는 기본적으로 대기압(大気圧)의 공기, 고성능의 경우에는 압축한 헬륨 가스나 수소 가스가 이용된다.
이번에는 헬륨 가스나 수소 가스가 아니라 공기 가스를 이용한 스털링 엔진이다.
동작은 우선 가열부에서 가열된 공기가 크랭크 기구 중 고온(高温) 측에 있는 피스톤과 실린더를 움직이고, 이어서 고온의 공기가 냉각부로 이동하여 냉각(冷却) 측에 있는 피스톤과 실린더를 움직인다.
그 후에는 작동 유체가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는 것으로 고온 측과 냉각 측 각각의 피스놑의 왕복 운동이 커넥팅 로드(connecting rod)를 통해 크랭크의 회전 운동으로 변환된다.
크랭크의 회전 운동은, 출력축(出力軸)을 통해 기어박스로 전달된다.
기어박스는 속도를 낮추어서 토크를 올리거나, 속도를 높여 토크를 낮추는 등 용도에 따라 구별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는 송풍기를 위해 고속의 저 토크 기어박스가 필요하다.
기어박스의 톱니바퀴의 조합을 송풍기용으로 설정하고, 마지막으로 기어박스의 출력축에서 날개(羽根車)에 회전 운동을 전달하여 고로 내부로 열풍을 보낸다.
이만큼 대규모의 설비를 투입해서 가능해지는 것이 고로에 병설(併設)되는 열풍로(熱風炉)이다. 열풍로에 의해 고로 내부의 온도가 높아져, 출선량(出銑量)이 비약적으로 증대된다.
송풍하는 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지만, 현대처럼 1천 도를 넘는 열풍을 송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하루에 수 톤의 철을 생산할 수 있으니, 전국 시대에서는 파격적인 생산력이다.
고로는 고성능이지만 사철(砂鉄)을 쓸 수 없는 결점이 있다.
이것은 사철에 포함된 티타늄이 고로 내부에서 가열되면 산화 티타늄이 되어, 녹은 철의 흐름을 저해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고로에는 티타늄이 적은 철광석 밖에 쓸 수 없다.
하지만 철광석은 일본에서는 산출량이 적어서 해외의 산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장 가까운 산출국은 중국이지만, 중국의 철광석은 철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가성비가 나쁘다.
따라서 인도, 베트남, 태국 등 복수의 국가에서 철광석을 수입했다.
전국 시대에 일본으로 철광석 및 석탄의 수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남만(南蛮) 무역에 큰 권리를 가지고 있는 예수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걸맞는 은(銀) 막대기(延べ棒) 필요해졌지만.
"의외로 은이 많이 들었네. 뭐 고로가 성공하면 그들에게도 이익이 있으니, 선행투자라는 거겠지만"
얼핏 장사와는 관계없어보이는 예수회였으나, 확실히 남만 무역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각국과 유럽, 또는 일본과의 교역로는 예수회와 그들의 뒤에 있는 카톨릭 교회가 움켜쥐고 있다.
따라서 교역으로 배가 나갈 때마다 상인들은 그들에게 돈을 내야 한다. 좋게 말하면 헌금, 나쁘게 말하면 교역료를 이용하는 보호비(みかじめ料)이다.
게다가 그들은 아시아에 점재(点在)하는 항구나, 아시아 지역 최대의 노예시장인 마카오 등에서 일정한 권익을 가지고 있었다.
즉, 시즈코가 남만 무역을 하면 할수록, 예수회는 상인들로부터 헌금을 징수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큰 돈이 품에 들어오니, 교역이 왕성해지게 하기 위해서라면 배포좋게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즈코가 수출품을 늘렸기에 교역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예수회의 재정은 점점 좋아졌던(右肩上がり) 것이다.
"그런 것보다, 슬슬 스털링 엔진이 움직인다"
"어이쿠 이런. 지금은 눈앞에 집중해야지"
아시미츠의 지적에 사고의 늪에서 되돌아온 시즈코는, 쓸데없는 잡념을 머리에서 털어버렸다. 시선을 스털링 엔진 쪽으로 돌리자, 몇 명이 출력축에 있는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스털링 엔진은 작동 유체를 덥히기만 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피스톤을 움직여 작동 유체의 흐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작동 유체가 일정한 온도차에 도달하지 않으면 스털링 엔진은 외연기관으로서 기능하지 않는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네"
턱에 손을 대고 기술자(職人)들을 지켜보았다. 그게 약간 압박감을 주었는지, 기술자들은 작은 목소리로 뭔가 이야기를 나누며 핸들을 돌렸다.
그리고 30회 정도 핸들을 돌렸을 무렵, 드디어 스털링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옷"
나가요시가 감탄성을 발했다. 케이지나 사이조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스털링 엔진에 시선이 못박혀있었다. 조금 후 출력이 필요 수치에 도달했을 무렵, 기어박스를 통해 송풍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릿했던 풍력이, 금방 땅바닥의 흙먼지를 날려버릴 정도의 파워가 되었다. 실제로 열풍을 보내는 시험은 다른 날에 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상황을 보는 한 딱히 문제는 없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녀의 확신은 옳았다. 고로의 온도를 높이는 열풍로의 시험은, 최종 시험까지 큰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고로에 관한 시운전을 했으나, 하나같이 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작은 문제가 쌓여서 며칠 시험 예정이 어긋났으나, 만회할 수 있는 범위였다.
스크류 선박의 트러블에 비하면 무서울 정도로 문제랄 만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고로의 시험은 최종 시험까지 종료되었다.
관계자들에게 치하의 말을 하고 성대한 기념 파티를 연 후, 모든 보고서를 노부나가에게 제출한 시즈코는 잠시간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휘이ー, 한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어"
"고생했다, 시즈코"
자기 방의 책상에 엎드려서 휴식을 취하는 시즈코에게 아시미츠가 위로의 말을 했다.
고로의 시험이 끝나면, 키묘마루(奇妙丸)의 첫 출전식(初陣式)까지 딱히 할 일은 없다.
그는 할아범(爺)에게서 스파르타 식의 특훈을 받고 있기에 이 자리에는 없지만, 소문(風の噂)으로는 그런대로 봐줄만해지고 있다고 한다.
오다 가문의 적자(嫡男)로서 훌륭하게 소임을 다 하기를, 이라고 시즈코는 마음 속으로 응원했다.
"아시미츠 아저씨도 수고했어요ー. 이것저것 손이 미치지 않는 부분을 도와줘서 고마워요ー"
시즈코도 아시미츠에게 치하의 말을 건넸다.
"신경쓰지 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아무 것도 아니라는 태도였으나,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다시 책상에 엎드린 시즈코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고로에 대한 향후의 일을 생각했다.
제철이 가능해지면 다음에는 제강(製鋼)을 하고 싶지만, 시즈코에게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제철을 하기 위한 전로(転炉)는 내화(耐火) 벽돌과 마찬가지로 딜레마를 품고 있다.
즉, 강철을 만드는 전로를 위해 강철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전로를 받치는 지주(支柱)와 움직이기 위한 횡봉(横棒)이 강철이 아니면 강도가 부족하여 쪼개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 때문에 시즈코는 한 가지 궁리를 해야 했다. 고로에서 만든 철을 일단 성형하여, 일본도처럼 두들겨서 필요한 탄소량을 함유한 강철로 바꾼다.
하지만 용선(溶銑)을 그대로 성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phosphor)이나 유황이 섞여 있어, 강철로 만들어도 약해져 버린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용선 예비처리(溶銑予備処理)라고 하는 공정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용선에 함유된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기본적으로는 탈규(脱珪), 탈인(脱リン), 탈유황(脱硫黄) 세 가지를 한다. 그러기 위해 투입되는 재료는 석회(石灰), 산화철(酸化鉄), 형석(蛍石) 등이다.
이것들을 용선에 투입하여 교반(攪拌, ※역주: 휘저어 섞음)한다. 이 때, 산소는 투입하지 않는다. 산소를 투입하면 용선이 고온이 되어 결과적으로 탈인 반응이 둔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석회나 산화철은 입수하기 쉽고, 형석도 일본에서 산출(기후(岐阜) 현(県) 히라이와(平岩) 광산(鉱山) 등)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
용선 예비처리를 한 철을, 일본도의 기술로 제련하여 강철로 만든다. 그것들로 전로를 만들어야 간신히 강철의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품질의 강철을 추구한다면 전로로 제련한 후, 강철에 함유된 성분의 농도를 조정하는 2차 제련 공정을 할 필요가 있다.
2차 제련은 제강의 최종 공정에 해당하며, 그리고 강재(鋼材)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공정이다.
현대에서는 고로에서 제련, 용선 예비처리, 전로에서 제련, 2차 제련이라는 4공정이 고급 강철을 제조하는 표준적인 공정이다.
"고로에서 제조한 철을 제련해서 만든 강철이라"
고로의 시험은 문제없이 종료되었다. 슬래그가 꽤 나왔지만, 처음부터 슬래그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없이 철을 녹여서, 전로는 아니라도 제련하여 강철을 만들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석탄을 코크스로 변경하는 코크스 로(炉)나, 고로에서 나오는 슬래그도 부산물로서 재이용된다.
특히 코크스 로는 다양한 부산물이 손에 들어온다. 연소 배기가스(燃焼排ガス)를 그대로 밖으로 내보내면 공해를 일으키기에, 배출된 가스는 정제(精錬)하여 깨끗한 배기가스로 만들 필요가 있다.
코크스 로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연소실(燃焼室), 벽돌로 된 벽으로 만들어진 탄화실(炭化室)이 교차로 배치된 로이다.
연소실에서의 열이 탄화실에 있는 석탄을 가열한다(蒸し焼き). 생성된 코크스는 고온이기에 고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냉각된다.
냉각에 물을 사용하면 품질이 떨어지므로, 건식(乾式) 소화설비(消火設備)라 불리는 장소에서 불활성(不活性) 가스(질소 등 화학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 기체)를 사용하여 냉각시킨다.
이 때 발생하는 고온 가스를 사용하여 발전용의 터빈을 돌리는 증기를 생성하는 시스템도 있다.
석탄을 가열하면 휘발 성분이 가스가 되어 방출된다. 가스에는 거친(粗) 경유(軽油)나 황산(硫酸), 암모니아 등의 유효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에, 그대로 밖으로 방출하는 것은 위험하다.
먼저 고온의 가스를 암모니아수로 냉각시킨다. 코크스 로 가스에 함유된 황화수소(硫化水素)나 염소(塩素) 가스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데는 농도가 옅은(希薄) 암모니아수가 가장 좋다.
그 후에는 극약(劇薬)이 제거된 가스에서 타르나 거친 경유, 황산, 암모니아를 정제하고, 남은 가스는 코크스 로의 연료로 재이용한다.
참고로 황산과 암모니아를 사용하여 질소 비료의 황산 암모늄(다른 명칭은 유안(硫安))을 생성하거나, 그것들을 재료로 질산(硝酸) 암모늄(다른 명칭은 초안(硝安))을 생성할 수 있다.
유안은 비료로서 중요하지만, 초안은 비료 외에도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초안은 물과 섞으면 흡열(吸熱) 반응을 일으키기 떄문에, 순도(純度)를 일부러 낮춘 초안과 물을 섞어서 얼리면 휴대용 보냉제(保冷剤)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초안은 조금만 취급에 실수하면 폭발하여 주위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다. 그 떄문에 시즈코는 순도를 극도로 낮춘 초안을, 휴대용 보냉제로서 취급하는 것에만 한정시키려고 생각했다.
"완성도는 좋은 느낌이네. 이거라면 전로의 지주도 반년 정도면 완성될까?"
"글쎄. 소량은 잘 풀려도 대량 생산이 되면 성공하지 못하는 케이스는 자주 있지"
"뭐, 그건 조금씩 생산량을 늘려가며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확인해 봐야지"
고로의 시험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걸로 완료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기술은 나날이 진보한다. 지금의 고로로는 철의 품질이 나쁘다. 지금부터 수십년, 어쩌면 백년 이상을 들여 천천히 연구하며 고품질의 철이나 강철을 생산하게 된다.
철이나 강철의 품질이 높아지면, 지금은 나무로 만든 배도 언젠가 철로 바뀐다. 철로 바뀌면 지금보다 더욱 대형의 배를 건조할 수 있어, 물류도 크게 변하게 된다.
그러나 고품질의 강철은 동시에 강력한 대포를 제조하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고로나 전로의 기술을 응용하여 폭약(爆薬)을 제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기술이란 건 어차피 도구이며, 평화를 위해 쓰일지, 아니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위험한 것이 될 것인지, 그것은 쓰는 쪽의 의사에 의해 좌우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하버-보쉬 법(Haber-Bosch Process)이 있겠다.
하버 보쉬 법이 탄생하기 전까지, 인류는 "맬서스 트랩(Malthusian Trap, 토지의 생산력에 맞는 인구로 억제하지 않으면 등차수열(等差数列) 적으로 증가하는 생활 자원이 반드시 부족해진다는 생각)"에 의한 빈곤에 신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버-보쉬 법에 의해 암모니아의 합성이 가능해지자 많은 화학 비료가 탄생하여, 농작물의 수확량 등 생활 자원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의해 인류는 처음으로 '맬서스 트랩'을 극복, 인구는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만약 현대에서 하버-보쉬 법에 의한 암모니아 합성이 불가능해졌을 경우, 약 30억 명이 굶어죽을 것이라고 한다.
인류의 번영에 크게 공헌한 하버-보쉬 법이지만, 암모니아의 합성은 동시에 폭약의 원료가 되는 질산의 대량 생산도 가능하게 했다.
현대에서는 '오스왈트(Ostwald) 법(암모니아 산화법(酸化法)이라고도 한다)'에 의한 공업적 제법이 쓰이고 있는데, 이 때 암모니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오스왈트 법이란 암모니아를 산소와의 혼합 기체로 만들어, 백금과 백금 광석에 함유된 불순물의 하나인 로듐(rhodium)을 1할 정도 섞은 것을 촉매(触媒)로서 가열한다.
그렇게 하면 일산화질소가 발생하고, 이것이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질소로 변한다. 이 이산화질소를 온수(温水)와 반응시켜 질산과 일산화질소를 발생시킨다.
마지막 공정에서 발생한 일산화질소는 다시 이용되어, 다시 이산화질소가 되어 질산과 일산화질소가 된다.
이렇게 오스왈트 법을 이용하면 암모니아와 공기(순수한 산소 쪽이 생산량은 늘어난다), 온수가 있으면 폭약을 제조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정세에 영향받지 않고 자국내에서 질산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기에, 지금까지 자원이 떨어지면 끝났던 전쟁이 장기화되게 되었다.
이 떄문에 하버-보쉬 법은 '평시(平時)에는 비료를, 전시(戦時)에는 화약을 공기에서 만든다'고 형용되게 되었다.
"일단 품질을 향상시키는 건 당연하다 치고, 당분간은 민간에서 사용해서 검증한 후에 군사적으로 이용하면 되려나ー"
그걸로 문제없다고 말하듯 아시미츠는 시즈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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