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3년 결전(決戦),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090 1572년 7월 하순
스크류 선박에는 과제가 남았지만, 스털링 엔진, 고로(高炉) 및 그에 부수되는 시설들 모두 큰 트러블 없이 무사히 시운전을 완료했다.
그 때문에 시즈코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대 안건이 일단락되자 마음에 약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인지, 미뤄두고 있던 어떤 시설의 시찰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떠올랐다.
이쪽은 이미 본격 가동되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시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의 수장이라는 입장상 방치해둘 수도 없어 시즈코는 케이지(慶次) 들을 데리고 공장으로 향했다.
"휘익ー, 이쪽도 크구만"
고로의 시설도 거대했지만, 이번에 시찰하는 시설ー오다 가문이 설립한 '제사(製糸) 공장'ー은 광대한 부지를 가진, 다른 의미에서 거대한 시설이었다.
공장의 부지는 네 개의 구획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종업원들이 사는 거주구획(居住区画), 학교에 병원, 보육소, 상점, 음식점 등이 있는 상업구(商業区)라고도 불리는 지원구획(支援区画), 누에(蚕)의 사육에서 누에고치(繭)의 건조까지의 공정을 담당하는 누에 생산구획(蚕生産区画), 외부에서 반입되는 삼베(麻)나 목면(木綿)의 섬유, 건조를 마친 누에고치로부터 실을 뽑아내는 조사구획(繰糸区画)이다.
"유리랑은 달라서 양산이 절대적 요건이었으니 년 단위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오와리(尾張) 굴지의 대규모 시설로 오다 가문 내에서는 유명한 장소야"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즈코 일행은 공장의 정문을 통과했다.
이미 하나의 마을(街)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규모의 공장이었으나, 다른 사람들의 출입이 전제된 마을과는 달리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정문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노부나가나 시즈코 등 공장 운영에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시설 내에서 살고 있는 종업원들이나 물자의 반입/반출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뒷문이나 옆문을 이용해서 출입하는 것이다.
"우선 누에치는 방(蚕室) 부터 보도록 하죠"
시즈코가 그렇게 말하자, 공장의 책임자인 공장장이 직접 누에치는 방이 있는 구역으로 안내했다.
노부나가를 창업자 겸 사장으로 친다면 시즈코는 영업 총괄 본부장에 필적하는 입장이기에, 공장에서는 최종 책임자인 공장장도 다급하게 달려와 안내역을 맡고 있는 것이다.
누에치는 방은 합계 14동(棟)이 있었다.
10개 동이 통상의 누에를 사육하는 동, 2개 동이 누에 알을 부화시켜 2령(齢)이 될 때까지 사육하는 동, 1개 동이 인공 사료나 품종 개량의 연구를 하는 연구동, 그리고 마지막 1개 동이 특수한 누에 품종인 '코이시마루(小石丸)'를 사육하는 동이다.
누에는 발육 정도를 나타나는 말로서 '잠령(蚕齢)'이라는 것이 있다.
알에서 부화한 누에는 전신에 털이 나 있어 애누에(毛蚕)나 까만 색이라 개미(蟻)처럼 보이기 때문에 애누에(蟻蚕, ※역주: 蟻는 개미라는 뜻의 한자)라고도 불리는 상태를 1령으로 세고, 첫 탈피(脱皮)를 마친 것을 2령, 이후 탈피를 거듭할 때마다 3령, 4령으로 부르며, 누에고치를 만드는 단계까지 성숙한 개체를 5령이라고 부른다.
1개 동마다의 사육 수는 무려 2만에서 3만에 달한다. 5월부터 11월이라는 한정된 기간에 1년분의 견사(絹糸)를 확보하려면, 그만큼 많은 누에고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기 떄문이다.
누에의 먹이라고 하면 뽕나무(桑) 잎이지만, 여기서는 시험적으로 인공 사료도 사용하고 있다.
인공 사료는 건조시킨 뽕나무 잎을 가루로 만든 것을 주재료로 하여, 옥수수의 전분이나 기름을 짜낸 후의 탈지대두(脱脂大豆)를 가루로 만든 것, 비타민 종류를 보충하기 위한 메밀(蕎麦) 가루, 유자(柚子) 껍질을 건조분쇄한 가루 등을 혼합했다.
신선한 뽕나무 잎을 얻을 수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필요성이 낮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하여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루 상태로 되어 있기에 장기 보존이 가능하며, 저장 장소도 크게는 차지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인공 사료로의 사육과 병행하여, 누에의 생태에 관해서도 자세히 연구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나 품종 개량을 위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연구이다.
그리고 통상 품종과는 다른 계열에서 사육되고 있는 코이시마루는, 나라(奈良) 시대 때부터 사육되기 시작한 누에의 품종이며, 현재의 품종의 선조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일본에 옛부터 있는 재래종(在来種)인 코이시마루는, 대단히 가늘면서도 질 좋은 실을 자아낸다. 그 실은 힘있는 탄력과 비할 데 없는 광택을 겸비하여, 현대에서도 최고급의 견사로 친다.
반면, 통상의 누에보다 누에고치 하나당 채취할 수 있는 실이 짧아, 통상 품종이라면 평균 1300m에서 1500m 정도가 되는 데 반해, 코이시마루는 길어봤자 5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산란수도 적고 질병에 약하기 때문에 다른 누에와는 환경을 구별하여 사육해야 하므로,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은 품종이기도 하다.
이러한 디메리트만 눈에 띄는 코이시마루지만, 그 견사로 짠 직물은 다른 것과는 한 획을 긋는 광택과 탄력을 가지기 떄문에, 최고급품으로서 항상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점심때라서 아무도 없네요"
누에는 2령이 되면 아침과 저녁에 두 번, 먹이의 교환과 사육상자의 청소를 한다.
누에의 사육상자는 뚜껑이 없는 나무 상자의 바닥에 누에섶(蚕籠)을 놓고, 잠망(蚕網)을 덮어씌우고, 그 위에 먹이가 되는 뽕나무 잎을 빽빡히 깔고, 마지막으로 누에를 올려놓는다.
누에의 사육방법은 잠령에 따라 구별되며, 1령에서 3령의 누에에게는 뽕나무 잎을 가로세로 1cm 크기로 잘라준다.
청소 방법도 간단하여, 누에 위에 새로운 뽕나무 잎을 놓은 잠망을 덮어씌운다. 그 상태로 30분 정도 기다리면, 누에는 새로운 먹이가 있는 잠망으로 이동한다.
이 새로운 잠망을 다른 누에섶 위에 덮어씌우고, 이동하지 않은 누에를 옮긴 후, 오래된 뽕나무 잎이나 탈피한 껍데기, 똥이 쌓인 누에섶을 청소하고 다음 이동에 대비하면 된다.
4령부터는 가지뽕 사육(条桑育)이라는 방법을 채용하고 있다. 뽕나무를 가지째로 잘라, 그 상태 그대로 누에의 먹이로 주는 사육법이다.
먹이주기와 청소는 아침저녁 두 번으로 변함이 없지만, 4령에서 5령에 걸쳐 몸 길이가 단번에 커지기 때문에 과밀함을 피하여 사육 상자를 2개 사용해 사육을 계속한다.
청소 방법은 2령부터 변하지 않지만 먹는 먹이의 양이 늘어나므로, 점심때 먹이의 양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통상의 양잠농가(養蚕農家)라면 아침저녁은 누에를 돌보고, 낮에도 뽕나무에 달라붙어야 하기 때문에 한산한 시기 이외에는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게 된다.
그러나 뽕나무 밭을 밖에 두고 매일 신선한 뽕나무 잎이 운반되어오는 이곳은 다르다.
아침저녁은 변함없이 바쁘지만, 점심때는 먹이가 남은 상황을 확인하고, 적을 경우 보충하는 정도 외에는 거의 할 일이 없다.
5령쯤 되면 영견(営繭, 누에고치 만들기)에 대비해 성대한 식욕을 발휘하기 때문에, 빈번하게 먹이를 보충해주고 영견을 시작하려고 하는 누에가 없는지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즈코들이 시찰하고 있는 장소는 4령의 누에가 사육되고 있는 구역이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는 저녁 때까지 충분한 먹이가 사육 상자에 준비되어 있었다.
딱히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으나, 공장장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 아하하, 이게 참,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들어서…… 말입니다"
공장장이 비지땀을 닦으며 변명했다. 그가 쩔쩔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시즈코가 시찰하기 전에 기습적으로 공장을 시찰했던 노부나가가, 공장 내에 감도는 이완(弛緩)된 분위기에 불쾌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장장 이하 몇 명의 책임자들은 노부나가에게 직접 설교를 듣고, 더 긴장감을 가지고 일에 종사하라는 꾸중을 들은 참이었다.
시즈코가 정한 복무규정에 일정한 품질과 생산 숫자를 유지한다면 근무 태도는 불문에 붙인다는 조항이 없었다면, 몇 명의 목이 물리적으로 날아갔을 가능성까지 있었다.
"딱히 신경쓰진 않아요. 생산량을 유지한다면, 의 이야기지만요"
안도한 공장장에게 못을 박아두면서도 시즈코는 다음 사육 공정으로 이동했다.
누에는 부화한지 약 3주일 후에 영견을 시작할 시기에 도달한다.
그 무렵의 누에를 숙잠(熟蚕)이라고 부르며, 먹이를 전혀 먹지 않게 된다. 몸은 체내의 견사선(絹糸腺)에 모인 견물질(絹物質)이 체표(体表)를 통해 보이면서 암황색(暗黄色)으로 보이게 되며, 그 때 약간이지만 몸이 줄어든다.
그렇게 된 개체는 뽕나무 잎째로 이동시킨 후, 위에서 그물망을 덮어놓는다. 그렇게 되면 답답한 공간에서 도망치려고 누에가 그물망 사이를 통해 위로 이동하나다.
딱 좋게 이동했을 때 그물망째로 걷어올리면, 누에의 배설물과 뽕나무 잎, 그리고 그물망에 얽힌 누에를 분리할 수 있다.
영견하는 누에와 쓰레기의 분리가 끝나면, 다음은 상족(上蔟)을 한다. 짚 등으로 엮은 섶(蔟, ※역주: 잠족(蠶蔟)이라고도 함)이라 불리는 그물망에 누에를 옮기는 작업이다.
수십마리 정도라면 한 마리 한 마리 수작업으로 옮겨도 문제없지만, 수만 마리를 상족시키는 경우에는 방대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것을 줄이는 방법이 회전족(回転蔟) 이다.
회전족에는 특수한 섶을 사용한다.
바깥틀과 안틀이라는 크기가 약간 다른 두 개의 나무 틀을 금속 부품(金具)으로 십자로 교차하도록 고정하고, 거기에 미닫이문(障子) 처럼 격자 형태로 짜인 섶을 여러 단 설치하여 금속 부품으로 고정한다.
이 격자 하나하나에 누에가 들어가 누에고치를 만들게 된다.
회전족의 핵심은, 섶을 매달아서 누에 자신에게 격자 틀 속으로 이동하게 하는 점이다. 원리는 단순하여, 우선 회전족에 일정 숫자의 누에를 올려놓고 매단다.
누에는 안전한 영견 장소를 찾아 섶 안의 칸에 한 마리씩 들어간다.
칸에 들어가지 않은 누에는 안전한 장소를 찾아 위로 이동하고, 누에가 한 곳에 너무 많이 모이면 누에 자신의 무게로 중심이 이동하여, 이윽고 회전족 자체가 바깥틀과 안틀을 고정하고 있는 금속 부품 겸 회전축을 중심으로 빙글 하고 반회전한다.
그렇게 되면 위에 있어야 할 누에들은 자신이 아래로 이동한 것을 깨닫고, 다시 위를 향해 올라가는 과정에서 칸을 발견해 영견을 시작한다. 이것이 반복되며 모든 누에가 균등하게 칸에 들어간다.
물론 회전하는 기세로 떨어지는 누에도 있지만, 회전족 아래에는 약간 떨어진 곳에 천(布)이 펼쳐져 있어, 떨어져도 다시 사람이 회전족으로 옮겨주면 문제없이 영견을 해준다는 구조이다.
떨어진 누에를 보조하는 것 이외에는 내버려둬도 문제없는 것처럼 보이는 작업이지만, 이 때의 온도와 습도 관리가 대단히 어렵다.
누에고치의 품질은 상족 후 3일에서 4일째에 결정되기 때문에, 이 작업이 가장 신경을 소모한다.
상족하는 계절에 따라 적절한 기온과 습도가 변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대략 7일에서 8일째에 고추따기(収繭)라고 부르는, 섶에서 누에고치를 뗴어내는 작업을 한다.
누에고치를 만드는 게 느린 누에도 있기에, 공장에서는 누에가 누에고치를 만들기 시작한지 10일 후에 고추따기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누에고치를 떼어내는 작업은 풀솜벗김틀(毛羽取り機)이라는 기계를 사용한다. 이것은 섶에서 누에고치를 떼어내고 누에고치에 붙어있는 보풀(毛羽)을 제거하는 기계이다.
누에고치의 보풀이란, 누에가 섶에 누에고치를 만들 때, 발판(足がかり) 삼아 뱉어낸 실이나 쓰레기 등을 가리킨다. 이것을 남겨두면 누에고치끼리 엉키거나 하기 때문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사실에서도 기계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는 누에고치 긁개(繭掻棒, ※역주: 의역임)라고 불리는 도구로 섶에서 누에고치를 떼어내고, 누에고치에 붙어있는 보풀을 손으로 돌리는 방식의 풀솜벗김틀(毛羽取り器, ※역주: 한자가 달라 구별하기 위해 원어를 병기함)로 제거했다.
이 공장에서도 수동이기는 하나 누에고치 긁개와 풀솜벗김틀(毛羽取り器)을 준비해두고 누에고치의 회수와 섶에 붙어있는 보풀을 제거하는 공정을 한 번에 수행하기 떄문에 효율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제거된 보풀은 삶아서 씻은 후 이불 솜(中綿) 등에 쓰인다.
"현재는 마침 누에고치가 만들어지고 있는 시기네요. 가동 상황을 확인하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마지막 건조실로 가죠"
섶에 누에를 올려놓은 날짜를 확인하자, 아직 고추따기를 할 날이 아니었다. 설정된 날자는 며칠 후였기에, 지금부터 보여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올라오는 견사의 품질에 문제는 없었기에, 특별히 문제는 없을거라 판단하고 시즈코는 마지막 작업인 건조실로 향했다.
"예, 옛!"
공장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건물(棟)에서 나오자, 시즈코는 근처에 있는 굴뚝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누에고치는 그냥 놔두면 안쪽의 번데기(蛹)에서 성충(成虫)이 누에고치에 구멍을 내고 나와버린다. 이걸 막기 위해 약 100도 가까운 열풍을 6시간 정도 쬐어 건조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누에고치 안의 누에가 죽고, 누에고치인 상태로 장기 보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참고로, 열풍을 쬐는 설비가 없는 경우에는, 며칠 냉동시켜서 누에를 죽게 한 다음 천일(天日) 건조하는 방법도 있다.
"흠흠, 여기서 건조시킨 걸 자루에 담아서, 마지막으로 저온에 습기가 적은 창고(蔵)에 보관되는 거군요"
"예, 옛. 그런 순서로 하고 있습니다, 예"
건조를 마친 누에고치는 일단 창고에 보관된다. 양잠(養蚕)은 5월에서 11월까지 동안만 할 수 있기에, 그 동안에 1년 내내 견사를 생산할 수 있도록 1년분의 누에고치가 준비된다.
따라서 누에를 키우기만 하는 것이라면 공장 외의 장소에서도 하고 있다.
생산 거점을 늘리지 않고 집중형의 공장으로 만든 이유는, 완전히 폐쇄된 환경에서 일관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그리고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것들을 순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순환형 공장에서는 생산물에 부산물, 폐기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남김없이 재활용한다. 특히 누에는 '누에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버릴 게 없다.
평소라면 폐기되는 먹고 남은 먹이나 똥, 탈피한 껍질, 수확했을 때의 뽕나무 부스러기 등은, 건조시켜서 섞으면 비료나 가축의 사료가 된다.
특히 누에의 똥을 건조시킨 것은 잠사(蚕沙)라고 하는 한방약(漢方薬)이 되기도 한다. 현대의 아이스크림이나 녹색 껌(gum)의 녹색 색소는 잠사에서 엽록소를 추출하여 이용하고 있다.
재활용하는 것은 딱히 누에나 뽕나무 뿐만은 아니다. 사람의 배설물이나 남은 식재료도 재활용한다. 기본적으로는 비료로서 재활용한다. 견사를 뽑은 후에 나오는 누에의 번데기는 잉어(鯉)의 먹이로 이용한다.
비료는 공장 밖에 있는 논밭에 이용되거나, 또는 다른 마을에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한다.
공장은 그밖에도 누에고치나 목면(木綿), 삼베에서 실을 뽑는 구역이나, 기직(機械織り) 등으로 천을 짜는 구역도 있지만 이번에는 양잠 구역만 시찰하였다.
시즈코는 서류가 보관되어 있는 공장장들의 공장장관(工場長館)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작업 보고서나 일지(日誌), 대장(台帳),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원인과 대책을 정리한 것 등, 다양한 서류를 확인했다.
"공장 내부의 청소 상태 등의 직장 환경, 도구 손질, 서류 기록을 확인하는 한 딱히 문제는 없습니다"
그 순간, 공장장 이하 간부들은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개중에는 성대하게 한숨을 쉬며 안도하는 자도 있었다.
저번의 노부나가의 시찰이 어지간히 무서웠던 걸까, 하고 시즈코는 내심 생각했으나 입 밖으로 내어 물어보면 그들이 곤란해하기에 의문을 도로 삼켰다.
"이번에는 양잠 구획만 하고, 다른 구획은 나중에 시찰하기로 할게요"
"예, 옛.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맞다. 현 시점에서의 견본장(見本帳)을 꺼내 주세요. 영주님께 문양(文様)이나 무늬(柄)의 설계를 검토받겠습니다"
하지만 안도한 것도 순간, 다시 그들은 긴장 상태로 빠져들었다.
견본장이란 공장에서 생산되는 견사나 목면, 삼베 등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천(生地)을 작게 잘라서 대지(台紙)에 붙인 장부(帳面)이다.
현대의 컬러 인쇄된 카탈로그나 리플릿(leaflet)과 달리, 진짜 천이 붙어 있기에 색감(色合い)이나 촉감, 소재의 질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아무리 고품질의 소재를 사용해서 옷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견본이라고는 해도 옷 한벌쯤 되면 방대한 양의 실을 소비하게 된다.
그래서 색감이나 질감, 무늬(図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작은 조각을 여러 개 준비하여, 견본장으로서 제시하여 디자인을 확인한 후에 주문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객은 생각한 대로의 옷을 얻을 수 있고, 제작하는 쪽은 쓸데없는 소비가 없어 양쪽에 이득이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견본장은 옷, 나아가서는 소재인 실의 매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료로 간주되며, 1년에 최저 한 번은 갱신된다.
견본장에 없는 디자인의 옷도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주문을 받은 장인이 처음부터 만들기 때문에 납품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결점이 있었다.
"이쪽이 견본장입니다"
"고마워요"
공장장으로부터 견본장을 받아든 시즈코는 가볍게 안을 확인했다. 이미 디자인 패턴은 200종류를 넘고 있었다.
실제로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는 다른 이야기지만, 적어도 그만한 숫자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 오늘 시찰은 이걸로 종료합니다"
견본장을 품에 안고, 굳어 있는 공장장들에게 시즈코는 그렇게 말했다.
저택으로 귀가한 시즈코는 견본장의 내용을 확인했다. 모양은 물론이지만 염색의 견본장이기도 하다.
이건 사람에 따라 '짙은 색'이나 '옅은 색'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것이 원인이다. 하얀 천과 색(色) 견본장을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완성된 것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색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색 견본장은 염색한 천을 붙여놓았다. 하지만, 이래도 색의 미스매치는 발생해버린다.
천의 염색방법에는 다양한 수법이 있으며, 그에 따라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지므로 생각했던 색과 다른 색감으로 보여버린다.
또, 사람의 눈은 같은 색이라도 작은 천쪼가리를 본 후에 옷감(反物)을 보게 되면 농염(濃淡)이 다르게 느껴버린다.
이런 요소들이 겹쳐서 완성된 옷감에 대해 구매자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끼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재, 하얀 천과 색 견본장이 아니라, 완성된 옷감을 구매자에게 고르게 하는 이유는, 완성된 것에 대해 구매자가 색감이 다르다고 느끼게 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뭐ー, 이 시대에선 색감이 다르다느니 뭐니 하는 소리 할 상황은 아니지만 말야"
색의 미스매치라고 했지만, 바꾸어 말하면 구매자에게는 '약간의 색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섬세함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 시즈코의 고객 중 그만큼 섬세한 인물은 없지만, 이후에도 없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완성된 옷, 착용감(着心地)을 확인하지 않았었던가"
시즈코는 옷(着物), 정확히는 화복(和服)의 기원이 된 코소데(小袖)의 착용감을 확인했다. 갈아입고 잠시 음음거리며 살핀 후, 겉옷(羽織)을 입고 다시 상태를 확인했다.
"어ー이, 시즈코. 심심하구나, 같이 심심풀이를 하거라"
큰 거울(姿見) 앞에서 옷의 완성도를 확인하고 있짜니, 오이치(お市)가 사양하는 법도 없이 출입문을 열어젖혔다.
시즈코에 대한 배려고 나발이고 없었지만, 지적해봤자 개선될 리도 없다. 애초에 오이치의 자유분방함은 노부나가도 포기하고 있는 것이므로.
"뭐냐, 그 희한(珍妙)한 차림새는"
수수(地味)한 화살깃(矢羽根) 문양(矢絣(야가스리)라고도 함) 코소데, 그 위에 감색(紺色)에 꽃잎을 수놓은 금자수(金刺繍)의 겉옷(羽織)을 입고 있는 시즈코를 보고 오이치가 괴이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금자수라고 해도 선명하게 빛나는 것은 아니고, 나쁘게 말하면 칙칙한 색감, 좋게 말하면 침착한 색감이었다.
"희한하다니 실례네요. 세상의 유행을 앞서가는 복장이라고요"
"그러냐. 하지만 지금은 유행하고 있지 않는 것이지? 그러니 희한한 차림새라고 할 수 있겠구나"
"큭, 아픈 곳을. 그래서, 무슨 용무이신가요?"
냉정한 지적에 반론할 수 없었던 시즈코는, 머리를 긁으며 화제를 돌렸다.
오이치도 그렇게까지 신경쓰던 것은 아닌 듯, 용무를 묻자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한 표정으로 양손을 짝 하고 쳤다.
"오오, 그랬지. 심심하니 함께 심심풀이를 하거라"
"바쁘니까 사양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서신의 확인을 해야 하니까요"
"뭐냐, 재미없구나. 가끔은 일을 잊고 노는 것도 중요하노라"
"그냥 본인께서 놀고 싶으신 거죠? 어쨌든,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아야(彩) 짱에게 혼나니까, 놀이 상대는 다른 사람을 찾아주세요"
"안 된다, 나는 심심하느니라"
이 자기본위를 지탱하는 절대적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다.
하지만 입씨름(押し問答)을 해봤자 오이치가 포기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그건 1년 가까이 알고 지낸 시즈코에게도 충분히 짐작되었다.
"애초에 한가하시다면 자녀분들 상대를 해 주세요"
"아무 걱정도 필요없다. 유모에게 맡겨놓았느니라"
"아…… 그러신가요"
무슨 말을 해도 무리라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포기하고 오이치의 심심풀이에 함께하기로 했다.
7월 10일, 시즈코는 어떤 용무로 쿄(京)로 향했다. 노부타다(信忠, 키묘마루(奇妙丸))의 첫 갑주 착용식(具足始の儀)이 19일로 결정되었기에, 그 전에 어떤 거래를 처리해두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주(真珠)의 거래였다. 진주의 질과 생산량을 계산한 결과, 이듬해부터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상인에게 매각하고, 그 후 종교 세력(寺社)이나 무가(武家)들을 상대로 판매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시즈코가 손에 넣고 싶은 판로는 해외, 즉 유럽 각국이었다.
진주는 인류가 최초로 마주친 보석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진주는 '토리하마 펄(Torihama Pearl)'이라고 불리는 약 5500년 전의 죠몬(縄文)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위지왜인전(魏志倭人伝), 고사기(古事記), 일본서기(日本書紀), 만엽집(万葉集) 등에도 진주의 기술이 보이며, 나라(奈良) 시대의 보물로서 쇼소인(正倉院)에 보존 상태가 좋은 진주가 4000개 이상이나 보관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진주는 페르시아 만이나 홍해(紅海), 스리랑카 주변에서 나는 천연 진주인 오리엔탈 펄(Oriental Pearl)이다.
이쪽도 기원전부터 역사가 있으며, 20세기에 양식 진주가 태두할 때까지 진주의 일대 산지였다.
그밖에도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캘리포니아 반도에서 남미 페루, 유럽에서는 스코틀랜드나 옥일의 강에서 채취할 수 있는 담수(淡水) 진주가 유명하다. 채취된 진주는 왕후귀족이나 교회에 공급되었다.
즉, 시즈코의 비즈니스 상대는 교회,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수회였다. 이유는 기독교(キリスト教)는 진주를 종교적인 장식으로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 기독교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진주를 동일시하는 사상이 옛부터 있었다. 기독교의 이단인 그노시스 파(Gnostics)도 진주는 가장 이상적인 완성형의 상징으로 삼았다.
진주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기독교 뿐만이 아니다. 이슬람교나 불교에서도 진주는 귀중한 보물로서 취급된다.
또 종교 뿐만이 아니다. 유럽 각국의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왕후귀족들은, 진주를 가장 희소한 보석으로 생각하여 권력의 상징으로 이용했다.
종교나 권력자의 권위를 더하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다. 진주는 전세계적으로 장수(長寿)의 약이라고 생각되어,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믿어져 왔다.
엄밀하게 말하면 광석은 아니지만, 인류가 처음으로 마주친 보석이며, 고대로부터 사람들을 계속 매료시켜온 것이다.
"이 동그란 구슬 따위에 남만인이 비싼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말야"
나가요시(長可)는 해열제(解熱剤) 삼아 가지고 있는 진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무리도 아니다. 일본에서도 진주는 귀하게 취급받고는 있지만, 유럽처럼 장식품으로서 사용된 적이 거의 없다.
따라서 나가요시가 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시즈코가 크고작은 걸 합쳐서 많은 진주를 생산하고 있는 관계로, 도저히 값이 나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진주는 옛부터 달이랑 관계가 있다고 해서 물의 심벌 취급이니까. 카톨릭(伴天連)의 성경에도 진주는 여러 번 등장하고, 영적(霊的)으로 완성된 물건이라고 보고 있거든. 그러니까 거절할 일은 없을거라 생각해"
나가요시의 의문에 시즈코가 대답했다. 하지만, 영적이라느니 물의 심벌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어도 나가요시에게는 영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러던 도중에 귀찮아졌는지 진주를 허리에 찬 주머니에 집어넣고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쿄에 도착한 다음날, 시즈코는 항상 입는 남장으로 갈아입었다. 갈아입는 것을 마침과 동시에, 오르간티노를 필두로 프로이스나 수도사 등 많은 예수회 멤버들이 시즈코의 저택을 방문했다.
무리도 아니다. 상담(商談) 인사 대신으로 특팔갑(特八甲)의 진주를 30알 정도 보냈던 것이다. 총명한 오르간티노라면 그것 만으로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했으리라.
"갑작스런 내방에도 불구하고 알현의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르간티노가 대표로 머리를 숙였다. 과연 오르간티노, 라고 시즈코는 감탄했다. 내심으로는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서도 그걸 표정에 전혀 내보이지 않고 평소의 부드러운(柔和) 분위기를 하고 있었다.
"얼굴을 드십시오. 이번에는 딱딱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장사 이야기이니, 조금 차가운(厳しい) 면이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하핫,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럼, 잡담도 좋지만 지나치게 기다리시게 하는 것도 문제군요. 우선 저희들의 상품을 보아 주십시오"
양손을 쳐 신호를 하자, 소성(小姓) 들이 한 손에 쟁반(膳)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쟁반에는 진주가 몇 알 놓여 있었으며, 소성들은 그것을 오르간티노들의 앞에 놓고는 인사를 한 후 방을 나갔다.
"충분히 보아 주십시오. 우리 나라에서 생산된・・・・・ 진주입니다"
생산이라는 말에 순간 반응한 오르간티노였으나, 질문을 입에 올리지 않고 쟁반에 놓여진 진주를 아래에 깔린 천째로 손에 들었다. 색이나 광택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또 형태도 완벽한 원에 가까워서, 천으로 감싸 한 알을 들어올리자 천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지금까지 보아 온 진주는 형태가 어그러져서, 동그란 건 거의 본 적이 없었다.
"훌륭한 품질의 진주입니다"
진주의 질은 장식품에 둔한 오르간티노도 감탄할 정도의 완성도였다. 다만, 둔하다고 해도 진주를 보는 오르간티노는 어떤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것은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훌륭할 정도의 완벽한 원형, 하나라면 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만한 숫자를 모으려면 뭔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유럽에서는 담수산(淡水産) 진주를 사용하고 있기에, 해수산(海水産) 진주와는 색감이나 광택이 다르다. 그 뿐만이 아니라, 형태가 거의 균일한 점에 그는 위화감을 느꼈다.
보통은 조금은 형태가 다른 것이 섞여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진주가, 오싹할 정도로 형태가 색이 통일되어 있었다. 이 위화감과 시즈코의 행동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진주라고 추측했다.
"혜안(慧眼)이 놀라우십니다. 이웃 나라에서 진주의 기술을 습득하여 드디어 우리 나라에서의 진주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람의 손을 탄 것을 저희 주님께 바칠 수는 없습니다"
오르간티노의 반응은 당연하다고 시즈코는 이해하고 있었다. 숭배하는 대상에게 천연의 것이 아닌 양식산을 바치는 것은, 설령 알맹이가 똑같다고 이해하고 있더라도 저항감이 있으리라.
바로 그렇기에 시즈코는 진주를 예수회가 아니라 그들의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급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그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쓰라, 고 강요하는 것은 무례라는 것도요. 하지만, 왕후귀족들은 어떨까요?"
그 한 마디에 오르간티노는 시즈코가 말하고 싶은 것을 대충 헤아렸다.
"실례했습니다. 두건재상님께서는 저희들이 아니라, 저희들을 지원해주고 있는 왕후귀족들에게 팔려고 생각하신 건가요"
"실례인 것은 알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이국의 상인들 중 본국에 있는 왕후귀족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따라서 저희들은 당신들에게 진주를 팔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사정은 이해했습니다. 결(キメ)이 곱고, 다른 진주에는 없는 투명감이 있는 광택은 아름답다, 고 저 개인은 좋은 진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판매를 하게 되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그리고 이 진주가 왕후귀족들에게 받아들여질지도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입니다. 아무리 좋은 품질이라고 저희들이 역설해도, 당신들이 볼 때는 정체를 알수없는 진주 비슷한 무언가, 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합니다. 판매 이야기, 라고 말했습니다만 이 자리는 말하자면 사전 거래입니다"
지금에야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아코야 진주지만, 전국시대에는 아코야 진주의 거래 따위 전무한 거나 다름없다. 유럽의 왕후귀족들이 기피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시즈코에게는 승산이 있었다. 중세나 근대 유럽은 진주 조개를 지나치게 남획하여, 진주의 유통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것, 콜롬부스가 일본의 진주에 열을 올렸던 것이라는 두 가지 사실이다.
따라서 예수회가 교회의 장식품으로서 쓰지 않더라도, 왕후귀족들은 진주를 귀하게 칠 가능성은 있다고 시즈코는 판단했다.
"거기까지 생각하셨다면, 제가 다음에 무슨 말씀을 드릴지도 이해하시겠군요"
시즈코를 시험하듯이 오르간티노가 말했다. 생긋 웃는 분위기는 무너뜨리지 않았으나, 그것이 마음 속에서 뭘 생각하고 있는지 추측조차 할 수 없게 했다.
그가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한 시즈코는, 입구에 있던 소성에게 신호하여 어떤 것을 가져오게 했다. 잠시 후 몇 개의 오동나무(桐) 상자가 올려진 쟁반이 오르간티노 앞에 놓였다.
"왕후귀족들에게 보이기 위한 진주와, 그 진주를 사용한 장식품을 드리겠습니다. 그들에게 충분히 구경시켜 주십시오"
시즈코의 말을 들은 오르간티노는 웃음을 떠올렸다. 그녀의 대답은 오르간티노에게 있어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좋다는 말을 들어도, 일본에 있는 오르간티노에게 큰 돈을 움직일 정도의 힘은 없다. 또, 설령 진주를 구입해도 진주가 좋고 나쁜 것은 장식품으로 만들어보기 전에는 판단할 수 없다.
진주와 진주를 사용한 장식품, 두 가지가 있으면 유럽의 왕후귀족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오가 갈리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과연 총명하신 두건재상님이십니다. 그럼 이것들을 이용하여 왕후귀족들의 반응을 살피도록 하지요. 만약, 그들의 마음에 든다면 다시 상담(商談)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본국은 여기서 아득히 먼 장소,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양해해 주십시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대화를 끝으로 시즈코와 오르간티노의 상담은 끝났다. 상담이 끝난 후, 잠시 대화를 나누고 오르간티노는 교회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시즈코의 저택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반 각(刻) 정도 지나자, 시즈코는 남장을 풀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으아~, 피곤해. 덥썩 물거라고 생각했는데, 꽤나 신중한 태도를 보였네"
시즈코는 기지개를 켜서 몸을 풀었다. 남장은 몸의 여기저기를 고정하기 때문에 몸이 굳어버린다. 끝난 후, 몸을 풀어두지 않으면 다음 날에는 비참한 상태가 된다.
"카톨릭(伴天連)은 장사를 싫어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꽤나 이야기에 잘 따라왔네"
나가요시도 기지개를 켜서 몸을 풀었다. 딱딱한 이야기가 영 맞지 않는 그는, 비즈니스 이야기조차 어깨가 뻣뻣해졌다.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으나, 그 시선은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사이조(才蔵)는 항상 시즈코를 감쌀 수 있는 위치에 몸을 두고, 전신의 힘만을 뺀 탈력(脱力) 상태였다. 케이지는 얼핏 빈틈투성이로 보였으나, 한 손이 항상 칼을 쥐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시즈코를 습격해도 잘해봐야 세 사람 중 누군가가 부상을 당하는 정도이고, 운이 나쁘면 반대로 습격한 사람이 베이는 게 고작이다.
그들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상담이 끝났을 무렵부터 세 사람은 간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로부터는 살의(殺意)도 적의(敵意)도 느껴지지 않고, 그냥 흐릿한 안개같은 기척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적지에 들어와 있으면서 이 정도로 존재를 지울 수 있는 실력에 세 사람은 혀를 내둘렀다.
세 사람은 경계하면서도 상대가 있는 곳을 찾았지만 특정할 수 없었다. 그것도 어쩔 수 없었다. 상대는 토비카토(鳶加藤)이므로.
세 사람이 쓸데없는 경계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안 토비카토는, 그대로 사라지듯 시즈코의 저택에서 물러났다. 간자가 떠난 것을 알게 되자 세 사람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럼, 일을 하나 더 처리할까요"
아무 것도 모르는 시즈코는 편지를 꺼내면서 세 사람에게 말했다.
한편, 오르간티노는 교회로 돌아가서 같은 파벌 사람들을 모았다. 예수회는 하나로 뭉친 듯 보이지만 비둘기파와 매파의 두 파벌이 존재한다.
예수회의 비원은 중국(中国, ※역주: 아래 내용을 볼 때 츄고쿠가 아니라 중국을 말하는 듯)에서의 카톨릭(キリスト教) 포교이지만, 기본적으로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르라'가 활동의 기본 방침이다. 하지만 그 의견에 찬동하지 않는 인물도 있어, 일본 포교는 항상 의견이 갈렸다.
그런 예수회의 불행은, 매파에 속하는 카브랄(Francisco Cabral)이 일본의 포교 총책임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르간티노는 금후의 포교가 불안하다고 한탄했다고도 전해진다.
그 외에 매파에 속하는 인물이 가스파르 코엘료(Gaspar Coelho)이다. 그는 일본인을 카톨릭(キリスト教)으로 개종시켜 일본을 카톨릭 국가로 만들어, 이웃나라인 중국 침공의 첨병으로 삼을 계획까지 세웠다.
그렇기에 코엘료는 특히 나쁜 평가를 받아서, 같은 예수회에서도 '카톨릭(伴天連) 추방령이 내려진 건 그 사람 탓'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회(※역주: Ordo Fratrum Minorum)나 도미니코 수도회(※역주: Ordo fratrum Praedicatorum)에서 볼 때, 예수회는 온건파, 나쁘게 말하면 겁쟁이들의 모임 취급으로, 코엘료가 딱히 별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엘료 같은 인물이 다수파를 점하는 수도회 쪽이 많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도사가 왔을 경우, 일본에서 이만큼 포교가 퍼지지는 않았으리라.
"두건재상님에게 진주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빌리면, 이것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듯 합니다"
모여든 비둘기파의 사람들에게 오르간티노는 아코야 진주를 보여주었다. 아코야 진주의 광채에 다들 감탄성을 발했다.
"이러한 것을 만들어내다니, 두건재상님은 신의 영지(英知)을 얻은 사람입니까"
"카브랄 님이 경계하여 만나지 않는 것도 납득이 갑니다. 지금까지 만난 일본인과는 전혀 달라요"
아무리 인공물(人工物)이라는 말을 들어도, 그들은 진주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광채에 매료되어 있었다. 성급한 사람은 이미 어떤 방법으로 시즈코에게 진주를 얻어낼지 계산하고 있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신에게 바칠 수는 없다, 고 저는 그에게 말했습니다만, 이 진주는 매력적인 보석입니다"
천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에서 진주를 굴리면서 오르간티노는 말했다. 양식(養殖) 진주를 교회에서 사용하는 것은 주저하는 그였으나, 유럽의 왕후귀족들에게 파는 것에 대해서는 기피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활동자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르간티노 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우리들의 활동자금을 얻기 위해서도 이 진주는 유용합니다"
"이 나라의 권력자들은 청결한 인물이 아니면 만날 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는데도 자금이 필요합니다"
"슬픈 일이지만, 이 나라에서 포교하기 위해서는 많은 활동자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고아(Goa)에 자금을 신청해도 잘 납득해 주질 않습니다"
오르간티노의 말에 수도사들이 각자 생각을 말했다. 누더기를 입고 포교하는 것은 카톨릭(キリスト教)에서 올바른 포교 스타일이지만, 일본에서는 대부분 문전박대당했다.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냄새다. 냄새는 습도에 의해 증폭되기 때문에, 건조한 유럽에서는 문제없더라도, 고온다습한 일본에서는 몸을 청결하게 하지 않으면 심하게 냄새가 난다.
태어났을 때(産湯) 이후로는 한 번도 목욕을 하지 않았던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는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도 냄새로 위치를 알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에 반해 유럽에서는 목욕하면 병에 걸리기 쉽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선교사인 그들도 원래는 상류 계급 사람들로, 개중에는 군인이나 의사에서 선교사가 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은 카브랄 님을 화나게 합니다"
적응주의(適応主義)에 의해 입욕에 대한 혐오감은 옅어졌으나, 결코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일본 포교의 수장인 카브랄이 적응주의에 부정적이라, 선교사들이 청결한 차림새를 하는 것을 혐오하고 있었다.
"포교하기 위해서는 현지 협력자가 필요합니다. 권력자의 비호를 얻지 못하면, 포교도 잘 되지 않지요. 어째서 카브랄 님은 그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시는지"
"그렇습니다. 포교를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데, 모든 것을 부정당하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포교를 위해서라면 설령 혐오하는 것이라도 신의 시련이라고 생각하고 극복한다. 그 각오로 일을 하고 있는데, 카브랄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모두 부정했다.
그 때문에 선교사들 사이에서도 카브랄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었다.
"자자, 여러분. 남의 험담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숨을 고르고 일단 진정하지요"
"하지만 오르간티노 님……"
"여러분의 불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라. 미운 상대를 용서하라, 고요. 카브랄 님은 우리들이 깨닫지 못한 점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감사할 지언정, 미워할 분은 아닙니다"
오르간티노의 말에 전원이 침묵했다. 그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이 이상의 불평은 그냥 화풀이하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진주에 관해서는 보류하죠. 몇 개를 고아에 보내서 그 대답을 받은 후 다시 취급에 대해 의논하도록 하지요"
이 이상의 대화는 카브랄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는 자리가 된다. 그렇게 생각한 오르간티노는, 약간 억지스럽긴 했으나 대화를 종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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