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3년 결전(決戦), 미카타가하라(三方ヶ原) 전투
087 1572년 3월 상순
※역자 코멘트: 카네츠구의 시즈코에 대한 말투가 평어에서 경어로 바뀌는데, 항상 그렇지만 이 경어법 관련한 처리가 매우 골치아픕니다-ㅅ-. 시즈코와 그 일행들 사이의 대화도 경어법이 일관적이지 않고, 단순히 공적인 대화와 사적인 대화의 차이를 넘어선 수준이라, 일단 시즈코는 나가요시를 제외한 자기 수하들에게는 반경어, 나가요시나 아야, 쇼우 등에게는 평어를 쓰는 것으로 통일하고, 카네츠구에게는 시즈코가 기본적으로 평어를 쓰고, 카네츠구가 시즈코에게 하는 말은 그냥 그대로 번역하겠습니다.
"머리가 아파"
이마에 손을 대고 시즈코는 신음했다. 카네츠구(兼続)가 간단히 정체를 밝혀버린 덕분에, 시즈코의 호위들은 경계심을 높이고 있었으나,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사이조(才蔵) 같은 경우에는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을 보일 경우 손을 쓸 분위기였다. 하지만, 카네츠구 쪽은 주위의 반응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시즈코 님을 보러 왔어. 정체를 감추고 엿보는 것 따윈 성격에 맞지 않아. 뭣보다 나는 간자가 아니야"
머리를 감싸쥐는 시즈코에게, 두통의 씨앗은 태연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여전히 경계는 풀지 않았지만, 돌봐줄 역할로 임명된 케이지(慶次)는 평소처럼 웃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오다와 우에스기(上杉)의 전쟁이 될 뻔 했어, 정말로"
"전쟁이 벌어지면 어쩔 수 없다. 전쟁터에서 모든 결판을 짓겠다, 라고 영주님(お実城様)이라면 말씀하시겠지. 전쟁을 터지게 한 내가 화려하게 산화한다면 더욱 좋고"
"그렇게 '잠깐 나갔다 올게'라고 하는 분위기로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말아줘. 네가 일찍 죽으면 이래저래 곤란하거든"
우에스기 가문의 후계자 다툼에서, 라고 시즈코는 마음 속으로 덧붙였다.
요로쿠, 훗날의 나오에 카네츠구(直江兼続)는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 죽은 후, 우에스기 카게카츠(上杉景勝)와 우에스기 카게토라(上杉景虎) 사이에 벌어진 내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오타테의 난(御館の乱) 이후, 포상과 맞바꾸어 카게카츠 진영으로 변절해 큰 공적을 남긴 모우리 히데히로(毛利秀広)가, 야마자키 슈우센(山崎秀仙)의 의견에 의해 포상이 취소된 것에 격분하여, 나오에 노부츠나(直江信綱)와의 회담 도중에 야마자키 슈우센 및 나오에 노부츠나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후계자를 잃은 나오에 가문은, 카네츠구를 나오에 노부츠나의 처 오센(お船)의 데릴사위로 맞아들인다. 카네츠구는 나오에 가문을 잇게 되자 카노우 히데하루(狩野秀治)와 함께 우에스기 가문을 계속 뒷받침했다.
"아, 혹시 그 때, 같이 있었던 연상의 아이는 나가오 키헤이지(長尾喜平次) 씨(氏) (나가오 키헤이지 아키카게(顕景) 훗날의 우에스기 카게카츠)?"
"용케 맞췄네. 설마 그런 장소에서 수행원도 없이 다닐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 같아. 그 때의 간자들의 놀란 표정은 볼만했다고"
"장난이 너무 심한데"
"주군께서는 그 때의 일에 감사하시고 싶다고 하셨지만, 이번에는 내가 멋대로 온 거라서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렸지"
뭘 생각하고 쿄(京)에 파견했는지 알 수도 없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도 모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우에스기 가문과 얽힐 생각이 없는 시즈코였으나, 저쪽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우에스기 가문은 꽤 으스스하지. 깊게 얽혔다간 데이는 정도론 끝나지 않을 것 같고, 여기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나으려나)
전국시대의 상식을 뒤엎은 것은 오다 노부나가라고 할 수 있지만, 그에게 비견될 수 있는 괴짜가 우에스기 켄신이다.
독자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당시의 사상, 신조, 도덕관에 구애받지 않는 행동을 여럿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도중 시즈코 일행은 어떤 마을로 들어갔다.
작년부터 노부나가가 운영, 관리를 맡긴 마을로, 시즈코의 저택에서도 적당히 가까우면서 항구 마을로 통하는 주간 도로(主幹道路, ※역주: main street)가 정비되어 있었다.
항구 마을에서 각 방면을 잇는 도상에 마을이 있었기에, 마을 안에는 상인들의 모습이 많았다.
시즈코의 저택이 가깝다는 입지상, 시즈코 군의 태반이 이 마을에 기거하고 있어, 병사들이나 그 친지들도 상인들에 뒤지지 않는 세력이 되어 있었다.
사람이 모이고 물건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돈이 굴러들어온다. 상인들이 항구 마을에서 기후(岐阜)나 쿄(京)로 갈 때, 우선 이 마을에서 숙박하기 때문에 오와리(尾張) 령에서도 굴지의 번화함을 보이고 있었다.
시즈코의 저택이 있고 시즈코 군이 집결해 있기에, 주민들의 태반은 시즈코가 이 땅의 영주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대관(代官)도 아니다.
원칙적으로 도시 계획은 지배자인 노부나가가 하지만, 이 마을에 한해서는 모든 권한을 시즈코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근대적 설계가 포함된 마을은 다른 마을과는 한 획을 긋는 완성도를 보이고 있었다.
가장 이채를 발하는 것은 도로, 그것도 가도(街道)를 그대로 끌어들인 중심가(目抜き通り)였다.
중세, 근세의 일본에서는 주로 군사적인 이유로 도로가 정비되지 않았다. 길이 없는 곳을 진군할 것을 강요하면 적을 소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외 중의 예외가 타케다 신겐(武田信玄)이 개발한 신겐 제방(信玄堤)이나 봉도(棒道)다. 이것은 신겐이 갖는 카리스마, 자금력, 인심 장악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규모 공공 사업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큰 제방이나 가도 정비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성시(城下町)를 벗어나면 논두렁길(あぜ道) 정도, 그것도 구불구불 구부러져서 대단히 이동하기 힘든 길들 뿐이었다.
이러한 길은 물류가 정체되기 쉽고, 또 교차점(십자로(辻))에서의 유괴가 발생하기 쉽다.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즈코는 폭이 넓은 직선의 주간도로를 정비했다.
또 가드레일에 해당하는 목제의 방호 울타리를 설치하여 보행자와 우마차나 마차를 분리, 보도와 차도의 경계를 설정했다.
이 덕분에 항구 마을과의 물류가 대폭 증가, 오와리는 물론이고 미노(美濃)에까지 다양한 물자들이 흘러들게 되었다.
물론, 사람의 이동이나 물류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대로 다른 나라의 간자들이 들어오기 쉬워지지만, 그것은 엄격한 법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시즈코 님, 저건 무엇이지?"
시즈코의 옆을 걷고 있던 카네츠구가, 길 옆에 있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시즈코는 그게 뭔지 이해했다.
"저건 우마음수조(牛馬飲水槽). 문자 그대로, 소나 말을 위한 급수장(給水場)이야"
우마음수조란 문자 그대로 우마용의 수조(水槽)이다. 마시는 물이므로 사람이 마셔도 문제없지만, 소나 말에 맞춰 수조의 높이나 폭이 설계되어 있기에 사람이 마시기엔 맞지 않았다.
"우마용의 급수조라니 희한하군"
"상인들에게는 꽤 인기거든. 그 때문에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주위 사람들한테 몰매를 맞으니까 나쁜 장난은 치지 않는 게 좋아. 어이쿠"
카네츠구에게 설명하고 있던 도중, 시즈코의 말이 우마음수조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항구 마을로 갔었기에 수분 보급이 불충분했던 걸까, 라고 생각한 시즈코는 말이 좋을대로 하게 놔두었다.
우마음수조에 도착하자, 말은 머리를 움직여 물을 마시고 싶다고 어필했다. 시즈코가 우마음수조를 보니, 내용물이 거의 없었기에 물을 퍼올릴 필요가 있었다.
"알았어. 지금 물을 넣어 줄게"
말을 쓰다듬어 진정시킨 후, 시즈코는 우마음수조 옆에 있던 수동식 펌프를 움직여 물을 퍼올렸다. 물이 적당히 받아졌을 때 말이 얼굴을 들이밀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려 줘. 심심하면 근처를 관광하고 와도 좋아"
가신이 가져다놓은 걸상(床几)에 앉아서 시즈코는 어꺠의 힘을 뺐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카네츠구였으나, 시즈코를 관찰하러 온 것이기에 시즈코의 곁을 떠나는 건 본말전도(本末転倒)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
지나치게 무방비한 그녀가 걱정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오, 시즈코 님 아니십니까. 이런 데서 휴식이라니, 부디 저희 찻집을 이용해 주세요"
"아쉽지만 내가 아니라 말이 휴식중이야"
보도를 걷고 있던 남자가 멈춰서더니 시즈코에게 싹싹하게 말을 걸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카네츠구는 깜짝 놀랐지만 주위는 익숙한 기색으로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유감이네요. 어이쿠 이런, 얼른 돌아가지 않으면 애엄마에게 혼나겠네요. 부디 애용해주십쇼"
말하자마자 남자는 뛰는 듯한 걸음걸이로 떠나갔다. 그 이후에도 여러 사람들이 시즈코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떄로는 유머를 섞어가며 대답했다.
"시즈코 님, 이런 데서 한가하게 계시면 겐로(玄朗) 님의 벼락이 떨어집니다요"
"그 때는 도망칠테니 안심하세요"
"그런 데서 뭉개지 마시고 제 가게에서 돈 좀 쓰고 가 주세요―"
"핫핫핫, 내게 돈을 내게 할 만한 것을 가지고 오거라―"
눈 앞의 광경이 믿겨지지 않아 카네츠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동안에도 차도는 그가 처음 보는 인력거나 마차가 속속 통과해 갔다.
그들은 시즈코의 옆을 지나갈 때, 머리를 숙이거나 쓰고 있던 모자를 벗거나 하며 인사했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대답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라기보다,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끼리 인사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어 멍해져 있는 그에게, 히죽히죽 웃음을 떠올린 케이지가 한 마디 했다.
"자알 구경해 두라고, 저게 시즛치다"
결국, 마을이 궁금해진 카네츠구는 일단 시즈코와 헤어져 마을을 구경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시즈코는 딱히 신경쓰지 않고 케이지에게 길안내를 맡긴 후, 그대로 수하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 케이지도 시즈코 일행이 보이지 않게 되자, 어디의 가게에 있겠다고 카네츠구에게 알려준 후 그에게 등을 돌리고 떠나갔다.
시즈코들에게서 신뢰받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업신여겨지고 있는건지 종잡을 수 없다고 카네츠구는 생각했다.
"괜찮은 건가 저거. 사이조 님은 내 행동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저래뵈도 케이지 님도 시즈코 님의 호위대(馬廻衆)였지? 전혀 정반대인데 용케 다투지 않는군"
케이지로부터 건네받은 돈주머니를 품 속에 넣고, 카네츠구는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자 그것은 종이 무더기가 들어 있는 나무 상자였다.
"어째서, 이런 장소에 종이 무더기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카네츠구는 가장 위에 있는 종이를 집어들었다. 종이에 쓰인 내용은, 이 마을에 있는 숙박시설의 정보 잡지였다.
마을에는 몇 군데 여관(旅籠)이 있어, 혼자 여행하는 행상(行商)부터 대인원으로 이동하고 있는 호상(豪商)까지 폭넓은 사람들에게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의 어디쯤에 숙박 시설이 있고, 얼마만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처음 오는 상인들에게는 알 방법이 없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이용자가 모르면 의미가 없다. 좋은 것이 알아서 퍼지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발신하지 않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인 것이다.
그것들을 해소하는 것이, 마을 곳곳에 배치된 여관 안내 잡지였다. 카네츠구가 집어든 것은 그 중 한 권이다.
물론 정보 잡지는 무료 배포다. 한 권에 얼마를 내라, 라는 째째한 짓은 안 한다. 하지만, 뒷면에 '아는 사람에게 책자를 양도하여 퍼뜨려 주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흐ー음, 저녁 식사(夕餉)는 없지만 요리점이 늘어서 있는 도로가 있으니, 그쪽을 이용하라는 건가. 내일 아침 식사(朝餉)는 나오는 거군. 그걸로 숙박료를 낮추고 있는 건가. 오오! 요금을 내면 창고에 짐을 맡아주는 건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군"
카네츠구는 통행인의 방해가 되지 않는 장소까지 이동하더니 여관 정보 잡지를 다시 펼쳐들었다.
내용은 모두 새로운 것들 뿐이었다. 카네츠구는 감탄성을 내며 정보 잡지를 읽어나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를 수상쩍은 듯 보는 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뭐냐, 이 점수표라는 건…… 호호, 자주 이용하는 손님에게는 이런저런 특전을 붙여주는 거군. 여관에 따라서 바뀌고, 손님은 어디에 숙박할지 고민하겠군"
여관에는 조합(組合)이 있고, 그 조합은 포인트 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가입한 여관에 숙박하면 포인트가 붙어, 점수에 따라 다양한 특전이 제공된다.
포인트로 얻을 수 있는 특전은 각 여관이 마음대로 정하고 있다.
다양한 특전이 준비되어 있어, 비교적 낮은 포인트라도 오와리(尾張)의 특산품을 받을 수 있는 등, 외부인에게는 탐나서 견딜 수 없는 품목들이었다.
"과연. 밥은 식당(飯屋), 숙박은 여관으로 구별해 놓았으니 숙박료를 낮출 수 있군. 게다가 상부상조(持ちつ持たれつ)하는 관계이니, 어딘가의 조합에 계속 돈이 모이는 일도 없겠군"
중얼거리면서 카네츠구는 요리점이 늘어선 도로로 발길을 옮겼다. 요리점이 나란히 늘어서있는 것에 신기함을 느꼈지만, 그 이상으로 술이 저렴하다는 것이 카네츠구에게는 중요했다.
게다가 오와리나 미노의 술은, 주군인 켄신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술이다. 뭣보다 술고래인 에치고(越後) 사람으로서 다른 나라의 술을 궁금해하지 말라는 것이 무리한 이야기다.
그러나 거의 다 간 시점에서 그는 발을 멈추었다. 술을 마시면 과연 자제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자문자답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다, 다음에 오자. 아무래도 연이어서 돈을 요구하는 건 파락호(破落戸)나 다름없지)
유곽에서 아픈 맛을 본 카네츠구는 단장(断腸)의 심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후에는 머릿속에서 술 생각을 털어내고 냉정하게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크게 5개의 구획이 설정되어 있었다. 마을 중심에는 다양한 공공 시설이 늘어서 있었다. 중심에서 우측으로 농업 관계의 구획이 2개, 좌측은 위쪽이 상업, 아래쪽이 공업지구로 되어 있었다.
가장 떠들썩한 장소는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상업지구였다. 다양한 상품이 늘어서 있고,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만큼 물건이 넘치면, 강도(夜盗)나 도둑(物取り)이 빈발하는 게 아닌가 하고 카네츠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가까이 있던 사람을 붙잡고 질문했을 떄 해결되었다.
마을에서는 범죄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있어, 정기적으로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을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를 쫓는 전문 추적부대까지 있다는 것이었다.
대장장이(鍛冶) 일가를 살해한 범인을 쫓아 아즈치(安土) 근처까지 쫓아가 포박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로 추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범죄자가 자포자기하게 되기 쉽지만 재범이 일어나지 않는 점, 범죄에 대해 엄격한 태도가 강한 억지력이 되어 상인이나 여행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었다.
게다가 기후(岐阜)의 시장과 달리, 시끄럽다기보다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자세히 조사하지 않아도 활발한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주(国人)를 알고 싶으면 백성을 보아라, 켄신의 말을 카네츠구는 떠올렸다.
(다들 생기가 넘치는군. 오다 가문이 사방팔방에 적 투성이가 되어도 계속 싸울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인가)
대부분의 지배자는 백성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는다. 하지만, 오다 가문이 지배하는 오와리, 미노는 빼앗는 것이 아니라 공존한다. 백성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신 세금을 낸다. 세금을 받은 오다 가문은 백성을 지킨다.
백성이 없으면 오다 가문은 먹고 살 수 없고, 그렇다고 백성들만으로는 평화를 향유하는 것은 불가능.
(이거 영주님(お実城様)이 버겁다고 생각하실만 하군. 우리들과 같은 힘…… 아니, 그 이상이다)
무사(いくさ人)이기에 오다 가문과의 전쟁은 기대하고 있던 카네츠구였다. 하지만, 전쟁을 하지 않아도 오다 가문과 우에스기 가문이 손을 맞잡으면, 많은 백성들이 구원받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라고도 생각했다.
(어떻게 보고할지, 이야기가 까다롭게 되어 버렸군)
쓴웃음을 지으며 카네츠구는 케이지가 있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즈코 관찰은 지금부터다, 느긋하게 즐기자고 생각하면서 그는 한 발을 내딛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카네츠구와 헤어져 먼저 집으로 귀가한 시즈코는 그에 대해 아야(彩)에게 이야기했다. 그에 대한 아야의 대답은 지극히 단순했다.
오다와 우에스기는 동맹이지만, 가신이 교류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는 아니다. 그걸 멋대로 자택에 끌어들여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것인가가 아야에게는 의문이었다.
"어차피 영주님(お館様)이시니까 그의 행동도 빈틈없이 조사하고 계시겠지. 거기다 지금 그는 중요한 안건에 관계하고 있지 않으니까. 뭐, 영주님에게는 어떻게 할지 확인은 하겠지만"
"그건 그렇습니다만……"
"뭐, 신경쓰지 않아도 문제없어. 어설프게 몰래몰래 하는 것 같으면 '우에스기 가문의 무사가 간자 흉내라니 언어도단(言語道断)'이라고 말할 수 있고, 당당하게 한다면 비트만들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니까"
시즈코의 저택은 말할 필요도 없이 비트만 패밀리의 영역이다. 사람에 의한 감시와 동물에 의한 감시를 양쪽 다 돌파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만약 카네츠구가 몰래 간자 흉내를 낸다면, 그 점을 찔러 주도권을 쥐면 된다. 그러지 않고 당당하게 하더라도, 지금의 시즈코에게 감춰야 할 비밀은 없다.
"그렇다곤 해도 방심은 금물. 당분간 비트만들이나 마루타(丸太) 정도를 방에 들여놓을까. 꽤나 경계심이 강하니까, 마루타는"
아야는 흘깃 마루타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경계심 제로로 배를 다 드러낸 채, 게다가 대자로 누워 자고 있는 마루타를 보고 경계심이 높다는 말을 들어도 머릿속에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트만들이 있다면 문제없다고 생각하여, 아야는 마루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저는 영주님께 편지를 보낼 준비를 해 오겠습니다"
처음에는 읽고 쓰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야였으나, 시즈코가 확실히 교육시킨 덕분에, 지금은 읽기, 쓰기, 주판이 가능한 재녀(才女)가 되었다.
지기 싫어하는 쇼우(蕭)도 분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공부(勉学)한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 읽고 쓰기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의 피를 이었기 때문인지, 주판 실력은 쑥쑥 늘고 있었다.
"잘 부탁해ー"
"다른 사람들에겐 쇼우 님이 연락하시게 하겠습니다. 저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임시 주택에 옮겨살기 시작한 이후인지, 아니면 새로운 저택은 대인원을 전제로 한 것인지, 오다 가문 가신들은 자신들의 자식들을 시즈코의 시녀 또는 저택의 고용인, 허드렛일꾼(下働き) 등으로 파견하게 되었다.
임시 저택이라고는 해도 아야나 쇼우만으로는 다 관리할 수 없어, 그것 자체는 고마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아야가 평민 출신이라는 것이 집의 관리에서 걸림돌이 되어 버렸다.
시즈코가 있는 곳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실력과 운이 필요불가결하다.
지금에야 수백의 병사를 맡고 있는 겐로(玄朗)였으나, 처음에는 대장장이였으며 마을을 습격당해 노예가 되었고, 그 후에 노예로 구매한 주인에게서 도망쳐 강도가 되었으나 시즈코의 부대에게 진압당했다.
간신히 처벌은 면했으나, 이번에는 고기방패(肉盾)에 가까운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찌어찌 살아남아, 다양한 무공을 세워 간신히 시즈코 부대에 편입된 경력의 소유주이다.
궁기병대(弓騎兵隊)의 대장격인 니스케(仁助)와 요키치(四吉)도 파란만장(波瀾万丈)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이 시즈코를 신봉하는 것도, 나락(どん底)을 경험하고 밑바닥(最底辺)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실력만을 평가해주기 때문이다.
저택 안에서도 시즈코의 실력주의는 변함이 없어, 재녀가 된 아야를 곁에 두고 집안의 관리 총괄역(取りまとめ)으로 채용하고 있다.
다만,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었다.
인사(人事)에 신분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사전에 들어도, 지금까지 신분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리 간단히 의식을 바꿀 수 없는 걸까라고 시즈코는 약간 포기하고 있는 기색이었다.
애초에, 어설픈 짓을 했다간 가장(家長)으로부터 호된 질책이 기다리고 있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자들도 생각하는 것으로만 그치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뭐하면 아야 짱을 내 여동생으로 삼는 방법도 있어"
"……저 같은 것에겐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그래서는 시즈코 님께 모두 의존하는 것이 됩니다. 조금 더 제 몸 하나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래? 뭐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
"감사합니다. 그 때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는 이만 마치고, 이쪽의 서류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깊이 예를 올린 후, 아야는 시즈코의 눈 앞에 서류를 쌓아올렸다. 끼익, 하고 책상이 비명을 지른 것은 결코 환청이 아닐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메마른 웃음을 떠올리면서 첫 서류를 한 장 들어올렸다.
"하, 하핫, 꽤 많네"
"금년도의 계획을 세우는 달이기에, 이것저것 처리할 서류가 많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오늘 중으로 검토(精査)를 부탁드립니다"
"에엑ー, 뭐 하긴 하겠지만 말야,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줘"
"오늘 중에 검토를 부탁드립니다"
당부하듯 다시 말한 후, 아야는 노부나가에게 카네츠구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 방을 나갔다. 남겨진 시즈코는 무거운 한숨을 쉰 후, 다시 종이로 눈을 돌렸다.
"……흐ー음, 꽤나 착안점이 좋은 계획이네"
"오, 이런 곳에 있었구나 시즛치"
서류와 부속된 자료를 훑어보고 있을 때, 생긋 미소를 띤 케이지가 들어왔다. 예의고 나발이고 없이 입구의 맹장지를 기세좋게 열어젖히거는, 그 기세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시즈코는 맹장지가 망가지지 않을지 걱정할 뿐이었다.
"요로쿠(与六) 님 때문이죠"
"정답. 그래서ーーー"
"밤새 대화를 나누고 싶으니 술을 내달라, 고는 하지 않겠죠?"
순간, 케이지가 웃는 표정 그대로 굳었다. 손으로 얼굴을 괴고 시즈코는 생긋 미소를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케이지를 향해 말을 이었다.
"안주로 카라스미가 좋겠다, 고도 하지 않겠죠?"
"아, 아니 그 말이 맞아. 역시 시즛치, 잘 알고 있네ー. 그러니 부탁해, 응?"
전부 꿰뚫어보여진 것을 안 케이지는, 양손을 모아 시즈코에게 합장했다.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던 시즈코였으나, 생각하는 것도 바보스러워져서 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저녁 식사는 방어(ブリ)와 야채의 냄비요리에요. 그 때 술을 마시지 않겠다면 허가할게요"
"윽, 냄비요리에 술 금지는 가혹한데"
"이래뵈도 꽤 양보하고 있는 거에요. 원래는 안 된다고 할 상황이니까요"
팔짱을 끼고 신음한 케이지였으나, 아무래도 이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했다.
시즈코가 돈을 대신 내준 것(立て替え) 때문에도 꽤나 고생했으니, 여기는 시즈코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받아들이지 않을지 이외에 케이지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없었다.
"할 수 없지, 그 조건을 받아들일게"
"그럼 저녁 식사 후에 열쇠를 받으러 와요. 창고 지하실로 가는 열쇠도 같이 줄테니까"
창고(蔵)는 지상 2층이 기본이지만, 술을 보관하는 창고만은 지하 1층이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지하 쪽이 보존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1층이나 2층의 경우, 사람이 창고의 문을 열 때 습도나 온도가 변화해 버린다. 그 점에서, 지하는 설비가 갖춰져 있다면 문을 여닫는 정도로는 기온이나 습도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품질 유지, 그리고 간단히 가지고 나갈 수 없게 하기 위해, 일부러 술은 지하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렇게 잘 부탁해ー"
대화가 끝나자 케이지는 손을 살래살래 흔들고 나갔다. 한 번 한숨을 쉰 후, 시즈코는 손에 들고 있는 서류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 후 저녁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그녀는 서류의 처리를 계속할 뿐이었다.
카네츠구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집 안에 많은 짐승들이 살고 있는 것도 놀랐지만, 무엇보다 놀란 것은 시즈코가 케이지들과 식탁을 함께 둘러앉은 것이었다.
무사의 식사라고 하면 현미(玄米)가 듬뿍, 그것도 적미(赤米)나 흑미(黒米)가 기본이다. 반찬(副食)도 절임(漬け物)이나 매실장아찌(梅干し) 등 짠 것들 뿐이고, 잘해봐야 야채를 익힌 것(煮物)이 나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밥은 백반(白飯), 된장국은 겨된장(糠味噌)이 아니라 콩된장(豆味噌), 주찬은 야채와 방어의 냄비요리였다. 그것도 백반을 먹고 있는 것은 시즈코 뿐만이 아니라, 케이지나 사이조 등의 가신들, 그리고 시녀인 아야까지 백반이었다.
밥 뿐만 아니라 반찬도 하나같이 같은 것을 먹고 있었다. 독이 어쩌니 하기 이전의 이야기라고 카네츠구는 경악했다.
"어라, 입에 맞지 않았나?"
카네츠구의 젓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가 식사를 멈추고 질문했다. 그 말에 정신이 든 카네츠구는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백반 같은 건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놀랍군요"
"일단 영양가를 생각해서 가끔 적미나 흑미를 섞는 경우는 있어. 저쪽의 결식아동들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어이없는 표정으로 시즈코는 어떤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케이지와 사이조, 나가요시(長可)가 떠들썩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서로 다투듯 냄비 요리를 집어 밥과 함께 퍼먹고는 추가 주문을 하고 있었다.
매일매일 백반만으로도 충분한 양을 확보하고 있는 시즈코였으나, 영양가를 생각해서 현미식이나 백반이라도 5% 정도의 적미나 흑미를 섞어서 비타민이나 미네랄 종류를 보충하고 있었다.
또 적미나 현미는 백미(白米)와 함께 밥을 지으면 보기에 아름다워지고, 적미나 흑미의 독특한 향기를 즐길 수 있는 밥이 된다.
전부 적미나 흑미로 하면 맛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밥이 되지만, 이런 '카야쿠(かやく) 밥'으로 만들어서 밥에도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주고 있었다.
물론, 항상 백반을 먹는 케이지들에게는 적미나 흑미 같은 걸 섞은 밥이나 현미밥은 별로 평가가 좋지 않았지만.
"그건 그렇고, 시녀까지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계시군요"
"응? 방어는 그렇다치고, 냄비요리의 야채나 쌀은 내가 재배한 거고, 된장은 내가 만든 거야. 그러니까 그다지 돈은 안 들었어"
"네?"
시즈코의 말을 듣고 카네츠구는 더욱 고민했다.
(잠깐잠깐, 재배라고?
어째서 오다 가문의 중진(重鎮)이 백성(百姓) 흉내를 내는 거냐. 이건 그녀 나름대로 재력을 알리지 않게 하기 위해 얼버무리는 건가? 아니, 아냐. 아무리 봐도 진심인 눈빛이다. 도저히 사람을 속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
그 자신도 우에스기 가문에서 카부키모노(傾奇者)라느니 비상식적(常識知らず)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시즈코의 언동은 그런 카네츠구조차 곤혹스러워지는 것이었다.
(달리 생각하자, 요로쿠. 재배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냥 관리하고 있을 뿐이겠지)
"그러고보니 시즛치, 최근에 만든 시설은 뭣 때문에 만든 거야?"
"그건 방류할 연어(鮭)의 치어(稚魚)를 키우고 있는 곳이에요"
억지로 납득하려던 카네츠구였으나, 케이지와 시즈코의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로 다시 사고가 나락으로 떨구어졌다.
(잠깐잠깐, 방류라고?
연어의 치어라니, 대체 뭣 떄문에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아니 그보다, 어째서 시즈코 님이 직접 키우고 있는거냐. 아니, 가신이라고 해도 언제 배신당할지 모르는 판인데, 자신의 기술은 가급적 숨겨야 하는 것 아닌가)
연어나 송어(マス) 류의 인공 부화는, 단적으로 말하면 산란 시기의 물고기를 잡아서 물이 묻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채란(採卵)하여 수정(受精)시킨 후, 부화에 적합한 환경의 수조(水槽)에 담근다.
이것이 근년에 연어나 송어 류의 인공부화에 쓰이고 있는 건도법(乾導法)이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19세기 후반에 C.G. 앳킨스(Atkins) 박사에 의해 확립되었다.
참고로, 물이 묻지 않게 하는 이유는, 물이 묻으면 알이 수정되었다고 생각하여 수정된 알과 똑같이 성장하지만, 결코 부화하지 않는 미수정란(未受精卵)이 되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다른 사람이 키우고 있는 치어랑 함께 방류할거에요. 재작년부터 하고 있으니, 앞으로 1년이나 2년은 성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뭐, 내년 쯤에 잔뜩 돌아올거라고 생각해요, 연어"
(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잠깐. 연어가 잡히는 강은 봉토(知行地)로 내려질 정도의 강이라고. 타케다는 잡은 연어의 절반 가까이나 세금으로 내게 하고 있어. 그 연어를 늘리는 기술을, 어째서 쉽게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거냐!)
그가 고민하는 것도 어쩔 수 없지만, 실은 시즈코는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어, 그녀의 기술을 다른 사람이 알더라도 딱히 문제없게 하고 있다.
그것이 특허(特許)이다. 특허란 사회에 유익한 발명을 한 인물이나 조직이, 일정기간 독점적인 권리를 보유하는 것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상공업을 독점하거나, 특허를 이요하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특허료를 징수하거나 할 수 있다. 특허는 양날의 검이기는 하나, 장인들이 유익한 기술을 감춘 채 기술이 소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발명자가 개발 의욕을 잃거나, 새로운 사업,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 대한 의욕을 잃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물론, 제한없는 우선권(優先権)은 아니다. 시장 독점에는 일정한 제한이 걸리며, 특허료에 대해서도 지불하는 쪽이 불복할 경우 이의 신청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가장 중요한 것인데, 특허로 인정된 내용을 다른 나라에 팔면 엄격한 처벌이 가해진다.
기술의 랭크에 따라 달라지긴 하나 최저한이라도 일가 전원 참수, 기초 연구 등의 근간기술(根幹技術)일 경우 멸족(族滅), 소위 말하는 일가친지(一族郎党) 전원이 참수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다.
일족 이외의 관계자가 있다면, 관계자에게도 고문을 포함한 심문이 가해진다.
특허에 관해서는 다양한 형법이 제정되어 있지만, 정보 누설이나 스파이 행위는 특히 엄격한 대응이 취해지도록 되어 있다.
(으음ー, 모르겠군)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카네츠구는 실컷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얌전히 백반을 먹으려고 밥을 입에 넣은 순간, 입구의 맹장지가 기세좋게 열어젖혀졌다.
"시즈코오…… 하리하리나베가 연기라는 건 어떻게 된 일이냐~!"
기세좋게 맹장지를 열어젖힌 것은 오이치(お市)였다. 뒤에서 챠챠(茶々)와 하츠(初)가 양손을 펼쳐 맹장지를 기세좋게 열어젖히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기세좋게 맹장지를 열어젖히는 것이 예법인가, 라고 카네츠구는 반쯤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그러니까 말씀드렸잖아요. 고기를 숙성시키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요"
"음, 듣지 못했다. 그러니 나는 모른다"
"그걸 그렇게 당당하게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아무리 해체 전에 숙성되어 있다고는 해도, 조금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요. 괜찮습니다, 내일은 먹을 수 있으니까요"
고래는 인간보다 다소 체온이 높다. 그 때문에, 높은 온도에서 부패하지 않도록 복부를 갈라(내장은 버리지 않고 남겨둠), 16시간 정도 바닷속에 넣어 온도를 저온으로 유지하여 고기를 숙성시킨다.
포경 후, 항구로 운반된 고래는 신사(神事)를 치른 후에 이 작업을 반드시 거친다. 따라서 신사가 끝난 후, 하루를 기다리지 않으면 고래 고기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건 사전에 전달했을텐데, 오이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크윽, 어쩔 수 없지. 그럼 오늘은 그 냄비요리로 용서해주마"
"용서해주시고 뭐고, 이건 제 저녁 식사인데요…… 아니 그보다 그쪽에도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을텐데요"
"식어빠진 밥 따윈 먹을 게 못 된다. 게다가 맛있는 것은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거다, 라고 노히메(濃姫) 님도 말씀하셨지. 에잇, 이 어미는 너희들을 돌봐주지 않을 것이다. 시즈코에게 돌봐달라고 해라"
말이 끝나자마자 오이치는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챠챠나 하츠도 옆에 앉으려 했으나, 오이치는 무정하게도 자기 자식을 내쳤다.
하지만 익숙한 듯, 챠챠와 하츠는 그대로 시즈코 쪽으로 가서 적당한 장소에 자리잡았다.
(남자도 여자도 관계없다. 맛있는 것은 다 같이 둘러앉아 먹는 것, 인가. 정말로 파격적인 이야기군…… 하지만 나쁘지 않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카네츠구는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목욕(風呂)이란 좋은 것이군"
인생 첫 입욕(入浴)을 경험한 카네츠구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전신이 뜨끈뜨끈한 상태인 카네츠구는, 케이지가 머물고 있는 암자로 향했다.
임시 저택의 뜰에 있는 암자는 크게 잡아도 6첩(畳, ※역주: 6첩은 약 3평 정도)로,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속세에서 동떨어진 정숙한 분위기(風情)가 있었다.
"우선 한잔(一献) 하지"
케이지가 준비한 찻잔(茶碗) 두 개에 술을 따르더니, 하나를 카네츠구에게 내밀었다. 카네츠구가 받아들자, 케이지는 씩 웃으며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카네츠구도 그에 따랐다.
"특이한 그릇이로군"
"시즛치 말에 따르면 대폿술(茶碗酒)이라는 거지. 본래는 차를 마시는 그릇으로 술을 마시다니, 대단히 통쾌하지 않나"
"확실히 그렇군"
다도회(茶の湯)는 상류 계급의 오락으로 정착되어 있지만, 그것을 위해 쓰이는 그릇으로 일부러 술을 마신다. 파격적인 이야기지만, 실로 시원스러운(小気味よい) 이야기라고 카네츠구는 생각했다.
술이 달빛을 반사하는 것을 꺠달은 카네츠구는, 찻잔 속을 들여다보았다.
"물처럼 맑군. 달빛을 비추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어"
"구경하는 건 거기까지 하고, 일단은 마시자고"
말이 끝나자마자 케이지는 찻잔을 기울여 단번에 잔을 비웠다. 조금 늦게 카네츠구도 케이지와 마찬가지로 찻잔의 술을 단번에 마셨다.
"……맛있군! 그 말밖에 못 하겠어"
"좋은 것에 말은 필요없지"
빈 찻잔에 서로 술을 따라주었다.
"그렇군…… 음, 이 안주도 맛있군. 술이 계속 당기는데"
카라스미를 한 조각 입에 넣고, 이어서 술을 입 안에 흘려넣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맛이 입 안에 퍼져나갔다.
술안주 같은 건 항상 소금절이(塩)로, 그것도 몇 번 마실 때마다 한 번 먹으면 다행이었던 카네츠구에게 카라스미는 기대하지도 못했던 절품(逸品)이었다.
그 이후로는 술맛이 뛰어남을 인정하며 두 사람은 담소했다. 이야기하는 내용은 다양했다. 물론, 기밀에 관한 것은 서로 가볍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아니, 하지만 정말로 부럽군. 이런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지. 우리 주군께서 칭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시즛치는 봉토가 없으니까. 땅을 주지 못하는 대신, 이라고 하면서 이것저것 융통해주지. 뭐 가끔 과하게 마셨다가 혼나는 경우도 있지만"
혼나고 있는 것치고는 전혀 변함이 없는 분위기의 케이지였다. 웃으면서 카네츠구가 찻잔을 입에 가져갔을 때, 어디선가 좋은 냄새가 풍겨왔다.
궁금해져서 주위를 둘러보자, 케이지도 냄새를 알아챈 듯 열심히 냄새가 어디서 풍겨오는 지 찾았다.
"들어가겠다"
그 말과 함꼐 맹장지가 열렸다. 이어서 큰 접시를 한 손에 들고 사이조와 나가요시가 방에 들어왔다. 냄새가 풍겨오는 곳은 사이조가 들고있는 그릇인 것을 두 사람은 깨달았다.
큰 접시를 중앙에 놓더니 사이조는 적당한 장소에 앉았다. 가지고 있던 술병을 큰 접시 옆에 놓고는 나가요시도 마찬가지로 앉았다.
"네가 이쪽으로 오다니 별일이군. 오, 구운 닭(焼き鳥)이라니 호화롭잖아"
"……시즈코 님께서 '남자들이 이야기할 떄는 이거잖아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우리에게 술과 안주를 내려주셨다"
"꽤나 멋진 배려잖아. 그럼 당장…… 음, 맛있군"
지금도 카네츠구를 경계하는 사이조에게, 시즈코는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라고 그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라는 걸 케이지는 이해했다.
나가요시는 신경쓰지 않고 있는 건지, 재빨리 술을 자신의 찻잔에 따르더니 구운 닭을 한 손에 들고 사이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마셔라. 더 못 마시겠다는 말은 못할 거다"
말이 끝나자마자 비어 있는 카네츠구의 찻잔에 사이조가 술을 찰랑거리게 따랐다. 꽤나 마신 카네츠구였으나 그는 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이, 에치고 사람을 얕보지 말라고.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냐!"
따라진 술 따위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카네츠구는 술을 단번에 비웠다. 씩 웃더니, 사이조는 자신의 찻잔을 내밀었다. 따라봐라, 라는 의미라고 이해한 카네츠구는, 마찬가지로 술을 찰랑거리게 따랐다.
사이조도 카네츠구와 마찬가지로 술을 단번에 비웠다.
"얕보지 마라, 꼬마야. 이쪽은 술고래(大酒飲み)와 항상 상대하고 있지. 에치고 사람 따위 한 손으로 비틀어주마"
"그쪽이야말로 에치고 사람을 얕보지 말라고. 케이지 님과 먼저 마셨던 정도로 내가 불리해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주지"
그 이후에는 서로 술을 단번에 마시고, 케이지와 나가요시가 이래저래 부추기면서 자신들도 열심히 마셔댔다.
페이스를 생각하지 않고 분위기와 기세로 떠들썩하게 마셔댔기에, 다음 날 네 사람은 나란히 숙취(二日酔い)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기술자 마을이나 양조 마을(醸造街)은 설령 우에스기 가문 사람이라도 들어갈 수 없지만, 항구 마을과 시즈코가 관여하고 있는 마을은 평범하게 출입할 수 있었다.
양쪽 모두 해당되는 것이지만, 요리점이 늘어선 장소는 위장이 자극받는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특히 항구 마을은 해산물이 풍부하게 모이는 관계로 요리점이 많았고, 그 때문에 각 가게가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었다.
"어느 가게나 뱃속에 호소하는 냄새로군"
주위에 감도는 냄새를 맡으며 카네츠구는 중얼거렸다. 그렇게까지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먹고 싶어질 정도로 향기로운 요리의 향기였다.
"하핫, 여기는 시즛치가 관리하는 장소니까. 하나같이 맛있찌만, 역시 제일 인기 있는 건 장어집(鰻静)이겠지. 거기는 시즛치에게서 비전의 소스(タレ)인가 하는 걸 받아서 장어덮밥(鰻丼)이나 장어찬합(鰻重)을 시작한 모양인데 이게 엄청나게 유행이야. 장어가 잔뜩 잡힌 날에는 장사진이 생긴다고"
옆을 걷고 있던 케이지가 어느 가게에 들어갈 지 고민하면서 카네츠구에게 설명했다.
"먹어보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인기라면 줄을 서는 것도 큰일이겠군"
"유행이 지나차서 종종 싸움까지 벌어질 정도지. 덕분에 시즛치가 장어의 양식까지 계획하게 되었어"
"……전에도 들었지만, 어째서 굳이 늘리려고 하지? 생선 같은 건 얼마든지 잡힐텐데"
양식이란 대상의 생물을 인공적으로 키우는 산업이다. 현대처럼 해양자원의 고갈이 걱정된다면 몰라도, 외양(外洋)에도 나가지 못하는 시대에서는 해양자원이 고갈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수백년에 한 번 꼴의 기상이변이 일어난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전국시대의 기후는 현대보다 춥기는 해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해양자원이 위험에 빠질 일은 없다.
"잡혔다고 해서, 백성들의 입에 얼마나 들어갈까"
"뭐?"
일순, 카네츠구는 케이지의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케이지는 담배가 들어 있지 않은 담뱃대를 입으로 아래위로 움직이면서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생선이 풍족하게 잡혀봤자, 백성들이 그 생선을 얼마나 먹을 수 있겠어. 높은 양반들만 먹고 아랫사람들이 먹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아"
"……즉, 운이 필요한 바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먹거리(食い扶持)를 늘린다, 라는 건가"
"오다 나으리가 천하를 통일하면, 자연스럽게 싸움은 사라져 가겠지. 지금까지처럼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은 할 수 없게 되지. 그렇게 되면 서로 뺏고 빼앗게 되는 거야. 쟁탈전을 벌이면 이윽고 모든 것을 다 먹어치워버리게 되지"
조금 쓸쓸한 듯한 목소리로 케이지는 말을 이었다. 그는 순수(生粋)한 무사(いくさ人)이다. 싸움이 사라지면 그는 죽을 장소를 잃어버린다. 무사에게 있어 죽을 장소를 잃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다.
그래도 그는 시즈코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설령 싸움터를 잃게 되더라도, 그녀가 노부나가 밑에서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은 것이다.
자기가 생각해도 복잡(難儀)한 성격이라고 케이지는 생각했다. 무사로서 죽을 장소를 찾으면서, 새로운 세상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보고 싶다, 그런 모순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이쿠, 거기 계신 건 케이지 님 아니십니까"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기에 케이지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살집이 좋은 뚱뚱한 여성이 있었다. 종자(お供)인 여성이 뒤에 서 있는 것을 보니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사키(咲)님인가. 별일이군, 이쪽까지 나오다니"
"호호홋, 겨우 이쪽에 가게를 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거든요. 예비 조사(下見)도 겸해서 견학을 왔지요"
본명은 불명, 창녀(女郎) 들로부터는 사키라고 불리는 여성은, 항구 마을에 있는 유곽, 제 2구(二之区)의 유력자였다. 코토(琴)와 오토(音)가 날씬하고 미인인데 반해, 사키는 살이 찐 편인데다 결코 미인이라고는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항상 상냥하고, 때로는 엄하면서도 애정 있는 질타를 하는 사키는, 제 2구의 창녀들로부터 '엄마'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고 있었다.
"아, 당신 쪽은 창독(瘡毒) 환자가 나왔었지"
예전에 사키가 관리하던 제 2구에서 창독, 다른 명칭은 매독(梅毒)이라고 하는 감염증에 걸린 사람이 나와버렸다. 그것도 시즈코의 마을에 지점을 낼 허가를 내주기 직전이었다.
기본적으로 성행위로 감염되는 병이기에, 시즈코가 관리하는 마을에 지점을 낼 허가는 취소되고, 새로운 환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 조건에 더해졌다.
"한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시즈코님 덕분에 겨우 나았습니다"
"오ー, 그렇다는 건 제 2구 폐쇄는 해제된 건가"
매독이 발생한 이상,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시즈코는 제 2구를 일시적으로 봉쇄했다. 장사는 끝장이었지만, 이것만큼은 계약 관계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호호홋, 겨우 다시 장사 시작이지요. 지금부터 손해본 걸 메꿔야 하니까요. 그럼, 전 이만 실례하지요"
케이지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사키는 동행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가버렸다.
"흐ー음, 이런저런 일이 있군. 어이쿠, 이런. 우리도 술을 사서 돌아가지"
"꽤나 흥미깊은 얘기였어. 오늘 밤 술안주로 삼자고"
웃으면서 두 사람은 술가게로 갔다. 시즈코의 창고에 술은 잔뜩 있지만, 가끔은 밖에서 파는 술도 마시고 싶어진 두 사람은, 적당한 술을 몇 종류 구입해서 귀로에 올랐다.
도중에 아무 일도 없이 귀가한 두 사람이었으나, 시즈코의 저택 앞까지 왔을때 이변을 눈치챘다.
"엉? 왠지 사람이 많은 거 아닌가"
평소에는 그다지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며 사람의 출입도 적은 편인 시즈코의 저택 앞이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차림새를 보니 신분이 높은 사람의 종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들을 피해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즉시 맡아본 적이 없는 향기가 콧구멍을 간지럽혔다. 잘 맡아보니 발효 식품 같은 시큼한 느낌이었는데, 상당히 특이한 향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설마!"
뭔가에 생각이 미친 케이지가 서둘러 달려나갔다. 순간 놀란 카네츠구였으나 즉시 그의 뒤를 쫓았다. 예민한 후각으로 향기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던 케이지였으나, 잠시 후 그는 발을 멈추게 되었다.
"이 앞에는 주군께서 계시오. 누구라도 지나갈 수 없소"
케이지 앞을 가로막고 선 것은 호리(堀)였다. 그를 보고 케이지는 발을 굴렀다. 누가 이 집에 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제길, 뭔가 하려고 하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설마 오늘이었을 줄이야!"
"포기하시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카네츠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케이지에게 물으려고 카네츠구가 입을 벌리려던 순간, 복도(廊下) 안쪽에서 반론을 허용치 않는(有無を言わせぬ) 박력이 담긴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호리는 옆으로 비켜나서 무릎을 꿇었다. 케이지도 속이 거북한 표정을 지으며 복도 옆으로 비켜섰다.
"맛있는 것은 다 같이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단, 내가 가장 먼저 맛보는 것이지만 말이다"
안쪽에서 나타난 것은 노부나가였다. 그는 여전히 어쩔 줄 모르고 잇는 카네츠구를 쳐다보더니, 입술 끝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네놈이 우에스기에서 온 녀석이냐"
그 한 마디에 그 자리를 고요함이 지배했다.
식은땀을 흘린 카네츠구는 뭔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카네츠구는 노부나가에게서 느껴지는 중압감을 겨우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오른팔이 되었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근시, 그것도 12세 정도의 풋내기다.
수많은 전장을 달리며 이매망량(魑魅魍魎)이 발호(跋扈)하는 쿄에서 몇 년이나 공가(公家)나 불가(仏家)와 싸우고, 때로는 협력하며 정치를 휘어잡고 있는 노부나가를 앞에 두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이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카네츠구는 최대한 허세를 부렸다.
"훗…… 호리, 곧 시즈코가 남만의 음식인 '피자'라는 걸 구울 것이다. 너는 사람들을 데리고 그걸 나르게 해라. 갓 구운 것이 맛있다는 것 같으니, 빨리 날라오도록 엄히 명해라"
모든 것을 꿰뚫어본 노부나가였으나, 카네츠구의 허세는 지적하지 않고 호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순 카네츠구를 본 호리였으나, 곧 정중하게 노부나가에게 예를 올리고 조용히 떠나갔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다면 시즈코와 백성들을 잘 봐두어라. 그곳에 네놈이 원하는 답이 있다"
그 말만 하고 노부나가는 한 번 돌아보는 법도 없이 카네츠구의 옆을 지나쳐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노부나가가 사라지고 잠시 후, 카네츠구는 겨우 숨을 내쉬었다.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여 호흡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그 정도로 노부나가의 존재는 이질적이었다. 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방심하면 목젖을 물어뜯길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
(저것이…… 적이라면 불가조차 멸망시키는 제육천마(第六天魔))
노부나가의 별명이 되어 있기도 한 제육천마. 하지만, 이 이름이 붙여진 것은 노부나가가 처음은 아니다.
유명한 인물로서는 최초로는 엔랴쿠지(延暦寺)의 천태좌주(天台座主)에 올랐으나, 후에 환속(還俗)하여 아시카가 쇼군(足利将軍)이 된 아시카가 요시노리(足利義教)도, 엔랴쿠지와 적대했을 때 제육천마의 이름으로 불렸었다.
그 밖에도 두 번째로 엔랴쿠지를 불태웠던 호소카와 마사모토(細川政元) 등, 엔랴쿠지와 적대하면 엔랴쿠지 관계자나 민중들로부터 제육천마의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사람이군)
카네츠구는 잠시 홀린 듯이 노부나가가 떠나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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