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7 1571년 4월 하순
오다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장병들의 정강함(精強), 장수들의 전술안(戦術眼), 그리고 병사들을 통솔하는 힘을 과시한 것은 딱히 시즈코 군만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참가하고 있는 아케치(明智) 군과 시바타(柴田) 군도, 시즈코 군과는 다른 강함으로 다른 이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파괴력에 관해서는 오다 가문 제일의 맹장인 시바타 군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본진을 움직이는 일 없이 상대하는 군을 격파하는 용병술은, 키나이(畿内)의 영주들을 떨게 했다.
한편, 아케치 군은 천변만화하는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보였다.
전체를 관찰할 수 있는 관객들은 아케치 군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지만, 허실을 뒤섞은 운용에 현혹되어 진짜 공격을 구별할 수 없었다.
그런 판에 시야가 제한된데다가 혼전 상태인 상대측에게는 생각도 못한 곳에서 돌격을 당하고, 방어로 전환하면 협격을 당해서 숫자를 끌어모으면 본대와 분단되는 식으로 농락당했다.
어느 새 본대가 산산이 조각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대장기는 빼앗긴 상태였다.
항상 대응이 늦어져, 전황을 파악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은 채 패배를 강요당했다. 아케치 군과 상댛나 무장은 말할 수 없는 공포에 떨었다.
도중부터는 모의전이 아니라 오다 군의 강함을 과시하는 시위 행동이라고 이해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해도 아무 소용없는데다, 설령 입에 올렸다가는 겁장이라고 매도당할 것은 명백했다. 조건이 같은 이상 오다 군의 목표를 깨부수지 못한다면 패자의 변명이라는 비난은 면할 수 없다.
따라서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상금에 눈이 먼 시점에서, 그들의 운명은 결정되었던 것이다.
그 후에는 귀신같은 강함으로 정면에서 깨부수는 시바타 군인가, 그도 아니면 신출귀몰한 전략으로 농락하는 아케치 군인가, 싸움마다 모습을 바꾸며 임기응변을 체현한 시즈코 군 중 누구에게 요리될 것인가, 그것 뿐이었다.
결국, 모의전은 오다 3군이 우승을 다투는 모양새가 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군도 아케치 군에게 맥없이 쓰러졌다. 시즈코는 시바타 군과 상대하게 되어, 이긴 쪽이 아케치 군과 싸우는 조합이 되었다.
"어설픈 잔재주는 관두죠. 저쪽은 전투 경험이 풍부해요. 급조한 책략을 써봤자 통용되지 않을 건 뻔하니까요. 다들, 그들은 백전노장의 정병들, 그리고 뭣보다 오늘까지 살아남은 강한 운의 소유주들이에요"
시즈코의 말에 병사들의 얼굴이 굳었다.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굴복할 듯한 정도의 중압감이었다. 지금까지의 어딘가 나사빠진 군대가 아니었다. 말단 병사들까지 정예인, 진짜 강자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번에는 단순해요. 기책(奇策)을 쓸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형태로, 정면에서 전군 돌격을 감행합니다. 적과 아군이 뒤섞이는 백병전이 되겠지만, 저쪽은 기세가 없고, 반대로 이쪽은 기세를 유지한 채로 적군 속으로 돌격할 수 있어요. 솔직히, 이것 이외에 시바타 군에게 취할 수 있는 전술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케이지(慶次) 등도 같은 생각이었다. 시바타 군에 대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해서 시뮬레이션 해봤으나, 도저히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오다 군이라고 해도 공동으로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시즈코들은 시바타 군이 싸우는 모습을 들은 것 외에는 모른다.
거기다, 시즈코가 지금까지 해온 정책들은 딱히 시즈코 군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다 군 전체의 밑바탕이 향상되어 있다. 타군이라도 병사들의 훈련도 쾌히 받아들였다.
(곤란하네. 이런 형태로 자신이 해온 결과를 알게 될 줄이야)
이것에 시즈코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양군, 준비를!"
사회진행자의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다. 그 목소리에 따라, 양군 모두 소정의 위치로 이동했다. 남은 건 개시 신호를 기다린 후, 시즈코가 즉시 돌격 신호를 내면 된다.
"전투 시작!"
개시 신호가 귀에 들림과 동시에, 시즈코는 돌격 신호를 냈다.
"돌격!"
하지만, 그 목소리는 하나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본군을 움직이지 않았던 시바타 군 또한, 시즈코 군과 마찬가지로 전군 돌격을 감행했다.
이것에 약간이나마 시즈코 군이 동요했다. 이 작은 동요가 패인이 되었다. 돌격의 기세는 시바타 군이 앞서, 최초의 격돌에서 시즈코 군은 기세가 꺾여 버렸다.
이렇게 되면 기세를 되찾는 것은 어렵다. 거기에, 적과 아군의 구별이 되지 않는 혼전 상태이다. 후방으로 물러서 다시 돌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혼전에 의해 케이지, 사이조(才蔵), 나가요시(長可), 시즈코 등 네 명은 분단되어 버렸다.
"배후가 허술하군요, 시즈코 님!"
재편성을 하려고 시즈코가 움직이려던 때, 시바타가 정예를 이끌고 그녀를 배후에서 급습했다.
(설마 본군의 돌격 자체가 미끼!
혼전의 틈에 후방에서 급습이라니, 정면에서 상대를 깨는 것을 좋아하는 시바타 님이, 설마 이런 전술을 쓸 줄이야!!)
후방에서 군을 움직이며, 무력도 어느 쪽이냐 하면 활이나 화승총 등 원거리 무기가 특기인 시즈코에게, 접근전이 특기인 시바타는 상성이 대단히 나빴다.
"(이렇게 되면……) 우오오오오오오옷!"
하지만, 지금 여기서 도망치면 군이 완전히 와해될 거라고 순간적으로 판단한 시즈코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시바타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음!? 다른 자들은 끼어들지 마라!!"
시즈코의 돌격은 시바타에게도 예상 밖이었는지, 순간적으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순, 전투에 익숙한 그는 즉시 표정을 굳히더니 시즈코의 공격을 받아쳐갔다.
(어리석군. 마상창은 말의 제어를 잃기 쉽다는 것을 그녀가 모를 리는 없을텐데!!)
"에잇―!"
"흥…… 뭣!!"
공격 자체는 단조로워서 시바타는 어렵잖게 막아냈다. 평소라면 그 이후, 말의 자세가 흐트러져서 제어불능에 빠질 터였다.
하지만, 시즈코는 고삐를 놓은 상태에서 말을 제어하여, 약간 자세가 흐트러졌을 뿐 즉시 자세를 바로잡더니 시바타에게 다시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다고는 해도, 역전의 맹장인 시바타에게 벼락치기 무술이 통용될 리가 없었다. 5합 정도 겨뤘을 뿐이지만, 그걸로 시바타는 시즈코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았다.
그 이후의 시즈코는 시바타의 공격을 막기에만도 벅차게 되었다.
(크윽! 일격이 무거워!! 이건 오래 못 버티려나)
자신이 버티고 있는 동안, 주위에 있는 시바타 군의 병사들을 제압하여 그를 고립시킨다. 그런 불리한 도박이 시즈코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정예 중의 정예, 간단히 쳐부술 수 있는 장수가 아니었다.
결국, 시즈코가 버틴 것은 2분 정도로, 시바타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말에서 떨어졌다.
아제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시즈코는 저항다운 저항을 할 수 없어, 재빠르게 말에서 내린 시바타에게 어이없이 대장기를 빼앗겼다.
"승자, 시바타 군-!"
모의전은 상대의 대장기를 빼앗으면 결판이 난다. 사회진행자가 높은 나무 대(櫓)에서 시바타 군의 승리를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시바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핏 보기에 시바타의 전격전(電撃戦)은 시즈코 군을 완전히 박살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도박 투성이의 위험한 승부였다.
시바타는 정예를 자신의 주위에 배치하고, 남은 병사들을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의 세 명을 막기 위해 투입했다.
시바타 군의 병사들은 케이지들의 병사보다 숙련도가 낮았기 때문에, 장시간 치고받으면 와해될 것은 불보듯 뻔했다. 따라서, 시바타는 정예와 함께 크게 우회하여, 배후에서 시즈코를 습격했다.
후방에서 지휘를 하는 시즈코였기에, 반드시 군의 후방에 있을 거라고 그는 예측했다. 그 예상은 적중하여, 시바타는 시즈코를 발견하자마자 주위를 싹 무시하고 시즈코에게 돌격했다.
마지막에는 운이 작용하기는 했으나 시즈코를 패배시키고 대장기를 빼앗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어째서 후방으로 물러나지 않은 것이지)
시즈코의 성격을 볼 때 병사들을 앞으로 내보내고, 후방에서 화살을 쏠 거라고 시바타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시즈코가 단독으로 시바타에게 전투를 걸어왔다.
잠시 고민한 시바타였으나, 문득 시야에 들어온 시즈코 군을 보고 해답이 뇌리에 떠올랐다.
(과연. 대장이 부하를 지키지 않으면 부하들은 따라오지 않는다. 또 부하가 대장에게 충의고 뭐고 느끼지 않게 되어, 따라서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전국시대, 어지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지성(支城)이 공격받으면 영주들은 원군을 보낼 의무가 있다.
만약 원군을 보내지 않는다면, 지성의 사람들은 영주를 신용하지 않게 되어, 적에게 투항하거나 성을 버린다.
이 현상이 습격당한 성에 그치지 않고 다른 성에도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영주들은 지성을 함락당하지 않기 위해, 또 가신들로부터의 신용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원군을 보낸다.
이것은 군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총대장이 일어서야 할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병사들은 총대장을 신용하지 않게 된다. 스스로의 목숨을 부지하는 데만 신경쓰며, 최악의 경우 탈주병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자리에서 시즈코가 시바타에게 돌격하지 않으면, 시즈코 군은 완전히 와해되어 재편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시즈코는 무모하더라도 돌격해왔다. 그리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시즈코도 또한 앞에 나설 각오가 있다고 주위에 보여주었다, 고 시바타는 결론지었다.
(효율을 추구하는 그녀답지 않은 행동. 하지만, 나쁘지는 않아. 나쁘지는 않소, 시즈코 님)
마음 속으로 한바탕 웃은 후, 시바타는 결승전에 대비해 마음을 새롭게 했다.
결승전은 시바타 군과 아케치 군이었다. 양쪽 모두 일장일단은 있지만, 시바타는 힘으로, 아케치는 전술로 단점을 보완하여,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최종적으로 체력의 차이로 시바타 군이 아케치 군의 본군을 쓰러뜨리고, 시바타가 미츠히데(光秀)로부터 대장기를 빼앗았다.
"이번의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지금 이상으로 정진하라"
무릎을 꿇고 있는 시바타에게 노부나가는 지극히 보통의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에게 있어 오다 군 중 누군가가 우승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이번의 모의전은, 그것을 주위에 알리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2위는 시즈코가 즉각 기권했기에 아케치 군의 차지가 되었다. 이미 시즈코에 군에게 아케치 군과 싸울 수 있을 만한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 객기를 부렸다간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나온다. 애초에 상위 3위를 오다 군이 휩쓸어버린 시점에서 시즈코에게는 싸울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힘이 남아있지 않은 것은 아케치 군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2번이나 연속으로 싸우고도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시바타 군 쪽이 비정상이었다.
"물러서야 할 때에 물러선다, 그것은 간단한 것 같지만 어렵지. 긍지, 명예, 오명, 타인으로부터의 비방이나 조소…… 그것들이 생각을 둔하게 만들지. 하지만 너는 그것들을 이해하고, 그럼에도 물러설 것을 결단했다. 또 한층 성장했구나"
노부나가도 당초의 목적을 이룬 이상, 이 이상의 자군의 손해는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하고 시즈코의 기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끝날 때 그럴듯한 격언을 입에 올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앴다.
3위의 포상을 받은 시즈코였으나, 돈을 받아도 쓸 데가 떠오르지 않아, 한 웅큼 정도의 돈을 작은 주머니에 넣은 후, 나머지를 사이조에게 건네어 병사들에게 분배하도록 명했다.
쓸 데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 쓰게 해라, 였다.
예기치 않은 임시 보수에 흥분한 병사들이었으나, 건네받을 때 사이조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았기에 경솔한 행동을 하는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
"쿄(京)도 꽤나 안정되었네. 상락(上洛) 당시의 처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니까"
"여기저기 시체가 굴러다니고 벌레가 들끓었습니다. 십자로(辻, 교차로)에는 반드시 시체의 산…… 게다가 시체를 노리고 들개나 곰이 나오는 지경이었습니다. 그 황폐함에서 겨우 몇 년 만에 용케 여기까지 복구되었군요"
노부나가가 상락했을 때, 쿄는 지독한 상황이었다.
오우닌의 난(応仁の乱)으로부터 100년이나 되는 기간동안 파고의 흔적은 수복되지 않고, 또 치안을 지키는 자들은 지방으로 도망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쿄에는 시체가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는데다, 썩어문드러져 파리나 구더기가 들끓고 지독한 냄새가 가득했다.
현대의 교차로에 해당하는 십자로에도 시체의 산이 있었다. 썩은 고기를 먹는 까마귀나 들개, 멧돼지까지 도시 안에 모습을 보였다.
치안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노상강도(夜盗)나 도둑, 산적(野武士)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상인이나 부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상락하여 쿄의 실권을 쥔 후, 노부나가가 한 것은 시체의 처리와 치안 유지, 도시의 청소였다.
무력으로 노상강도나 도둑을 섬멸하고, 방치되어 있는 시체를 도시 밖으로 운반하여 매장하고, 쿄의 구석구석을 청소하여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 알렸다.
또, 치안유지대에 도보 순찰을 시켜, 경미한 범죄라도 단속하게 했다. 이에 더해 고아들을 고아원에 들어가게 하여 노상강도나 도둑이 되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했다.
얼핏 보면 노부나가에게 이득이 없는 듯 보이지만, 그는 키나이(畿内)의 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 상락시의 목적 중 하나였기에, 확실히 그에게 이익으로 연결되는 행동이었다.
다만 아무도 그가 계획하는 유통에 의한 경제활동의 활발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것 뿐이다. 이 때의 노부나가의 행동이 확실히 이해된 것은, 그가 상락한 지 무려 수백년 후의 일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노부나가가 계획한 비전은 시대를 지나치게 앞섰던 것이다.
"주군, 방금 전령이 와서 와다(和田) 님과 프로이스 님이 내일 찾아온다고 합니다"
사이조와 잡담을 나누며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맹장지 저편에서 겐로(玄朗)가 보고를 올렸다.
"어라, 프로이스 님은 이해하겠는데, 거기에 와다 님까지 오시다니 희한하네요. 딱히 문제는 없으니, 내일 방문을 허가하지요"
"옛!"
(정말, 뭐가 목적이지)
의문을 느꼈지만, 딱히 접점이 없는 와다의 생각을 알 수 있을 리도 없는 상태로 시즈코는 다음 날을 맞이했다.
모의전이 끝난 지 2일 후, 와다 코레마사(和田惟政와 루이스 프로이스, 로렌초 료사이(ロレンソ了斎), 프로이스 밑에서 수행하고 있는 수도사들이 찾아왔다.
지금까지도 프로이스가 방문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와다 코레마사까지 따라온 적은 지금까지 없었기에, 조금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시즈코는 남장을 하고 프로이스들과 회담했다.
"오늘은 바쁘신 와중에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프로이스를 시작으로 전원이 깊이 머리를 숙였다. 어째서 그들은 노부나가가 아니라 자신을 만나러 온 건지 알 수 없어, 시즈코는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볼 수 밖에 없었다.
"얼굴을 드십시오. 하여, 소생에게 무슨 용무이신지요"
"그럼 소생이 먼저 말씀드리지요"
와다의 말과 함께 소성이 쟁반을 날라왔다. 눈 앞에 놓인 쟁반에 시선을 돌리자, 정중하게 포장된 서신이 한 통 놓여 있었다.
시즈코는 와다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 후, 쟁반의 서신을 열고 읽었다. 숙독한 후, 시즈코는 작게 한숨을 쉬며 서신을 접어 쟁반 위에 올려놓았다.
"죄송합니다만, 편지의 내용에 찬동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말과 함께 시즈코는 쟁반을 와다 쪽으로 밀었다. 웬만해서는 거절하지 않는 시즈코가 명확한 거절의 의사를 보인 것이 케이지들의 표정이 변했다.
서신의 내용은 모르지만, 좋지 않은 내용이 쓰여져 있는 것이라고 세 사람은 생각했다.
"그만둬요. 그들도 서신의 내용은 모르고 있겠지요. 자세히 밝히진 않겠지만, 아마도 보낸 사람의 독단이에요. 알고 있다면, 주위에서 말렸을 테니까요"
곤혹스러운 모습의 와다를 노려보는 나가요시를 시즈코는 손으로 제지했다. 시즈코의 예상대로, 와다는 단지 서신을 시즈코에게 전달해달라고 명령받았을 뿐으로, 그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다.
"(외교력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치 센스가 나빠서 장점을 제대로 살리질 못하네) 서신의 내용을 이야기하면 와다 님께서 곤란해지시겠죠. 여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가주시는 편이, 양쪽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소생은 생각합니다. 와다 님의 의견을 들어보죠"
말을 하라고 해도 대답하기 곤란한 와다였다. 서신의 내용은 모르지만, 내용이 좋지 않다면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상대는 오다 가문의 중역(重鎮), 자칫 잘못하면 또 봉토(知行地)를 몰수당하게 된다.
서신을 받아들고 품에 넣은 후, 와다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대의 말대로, 나는 서신의 내용을 알지 못하오.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서로 모르는 것으로 하는 편이 좋겠지"
다시 찾아오겠소, 라고 와다가 일어서려던 순간,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소리에 반응한 세 명이 시즈코를 감싸려고 움직였지만, 그들의 귀에 들린 것은 신음소리였다.
전원이 소리의 출처를 찾았다. 장소는 바로 판명되었다. 와다의 발 밑에서 프로이스가 신음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원의 의식이 와다에게 쏠려 있었기에, 그가 쓰러진 것을 눈치채는 것이 늦어 버렸다.
"프로이스 님!"
로렌초나 젊은 수도사들이 쓰러진 프로이스를 일으켰다. 도움을 받아 일으켜진 것에도 반응하지 않고, 프로이스는 어깨로 거칠게 숨을 쉬었다.
멀리서 보고 있던 시즈코조차 프로이스가 의식이 혼탁한 상황인 것을 뚜렷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감기인가 하고 생각했던 시즈코였으나, 시기를 따져보니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엇다.
"실례"
주위 사람들읋 헤치고 시즈코는 프로이스의 옆으로 이동하더니, 프로이스의 열이나 눈의 상태를 진찰했다.
프로이스의 체온은 불처럼 뜨거웠으며, 눈에는 결막염(結膜炎)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발진(発疹)이 나타나 있었다.
"질문드리겠습니다. 요 며칠, 프로이스 님은 고열로 앓아누우시지 않았나요. 그 때, 기침이 심하지는 않았나요"
"예? 아, 네…… 확실히 프로이스 님은 요 며칠 앓아누우셨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시즈코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이미 프로이스는 어떤 병에 걸려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시즈코는 지금부터의 계획을 머릿속에서 세워갔다.
"그는 어떠한 병에?"
"프로이스 님은 적반창(赤斑瘡)에 걸렸습니다. 아마도 발진기(発疹期)…… 나흘 동안은 발열이 계속되겠지요"
적반창이라는 말에 와다의 표정이 굳었다. 옛날에는 적반창, 현대에는 홍역(麻疹)이라 불리는 병은 천연두(天然痘)나 수두(水痘)와 함께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병이다.
특히 전국시대는 천연두나 홍역이 가장 유행했던 시기이다. 에도(江戸) 시대 이후에도 영양부족이 원인으로 종종 유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죽었다.
시즈코를 필두로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그리고 그들의 병사들은 홍역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지만, 와다나 젊은 수도사들은 항체를 가지고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게 누구 없느냐!"
"부르셨습니까, 주군!"
시즈코의 고함소리에 겐로가 즉시 달려왔다. 그는 방을 한 번 보고, 심상치 않은 사태라고 짐작했다.
"쿄에 홍역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케치 님에게 급건을 보내, 서둘러 대책이 필요하다고 연락해라. 당장 할 일이 없는 자들에게 격리 병동을 만들 준비를 시켜라. 숫자는 15, 하지만 30개를 만들 생각으로 대응하라"
"옛!"
정중하게 예를 올린 후, 겐로는 그 자리에서 달려나갔다. 즉시 그의 호령이 울려퍼지고, 시즈코의 저택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얼마 안 지나 위생병 5명이 방으로 달려들어오더니, 아직까지 사태가 이해되지 않는 수도사들을 밀어젖히고 프로이스를 진찰했다. 결과는 시즈코와 동일했다.
"주군께서 예상하신 대로, 홍역이옵니다. 아마도, 균은 쿄의 곳곳에 퍼져 있는 듯 합니다……"
"서둘러 감염자를 격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케치 님, 그리고 쿄 치안유지 경라대와 협력하여 병을 봉살(封殺)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쓰러지겠지요. 당신들에겐 고생을 시키게 될 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합니다"
머리를 숙이는 시즈코에게 위생병들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를 드십시오, 주군. 주군이 안 계셨다면 저희들은 모두 죽었을 겁니다. 큰 은혜에 보답할 수 있다면, 이제부터 바빠지는 것 정도는 사소한 일입니다"
프로이스를 들것에 실은 후, 위생병들은 그를 격리 병동으로 옮기기 위해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
"유감이지만 당신들도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실례라는 것은 알지만, 그들의 지시에 따라 주십시오"
간신히 사태를 파악할 수 있던 로렌초들이었으나, 그들이 뭔가 행동을 하기 전에 새로운 위생병들이 방으로 들어와, 다짜고짜 그들을 연행해 갔다.
들렸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시즈코는 그들에게 선언했다. 프로이스들과 행동을 함께 했던 그들이 감염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수도사인 그들이 카톨릭 교도(キリシタン)들과 함께 행동하며, 그것이 감염된 사람을 더욱 늘렸을 가능성이 높은 이상, 감염력이 강한 병에 걸린 사람들 격리 시설에 수용하는 것 이외에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
"우리들도 할 일을 합니다"
시즈코의 말에 세 명은 표정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쿄에 홍역이 유행할 가능성이 농후, 라는 시즈코의 보고에 아케치들은 물론이고, 기후(岐阜)로 돌아가 있던 노부나가도 충격을 받았다.
노부나가나 가신들 중 일부가 며칠 전까지 쿄에 있었지만, 그러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게 겨우 며칠 만에 상황이 바뀌는 것에, 새삼스레 질병의 무서움을 인식했다.
쿄의 치안이 어지러워지는 것은 상업 활동의 정체, 적대 세력이 폭동을 선동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오다 가문이 주도하여 유행병을 막아내면, 그것은 주위에 오다 가문의 힘을 보여주게 된다.
홍역의 유행을 억제하는 것은 장래적으로 오다 가문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 노부나가는, 미츠히데나 키나이의 영주들에게 시즈코의 지시에 따르도록 명했다.
"편하다고 하면 편하지만…… 남장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피곤해"
미츠히데나 영주들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노부나가로부터의 명령이 도착하자마자, 다음날에는 시즈코에게 인사를 하러 와서 지시를 요청했다.
유행병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영주건, 조정이건, 종교 세력(寺社)이건, 상관없이 맹위를 떨친다. 그 무서움을 키나이의 영주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시즈코가 그들에게 내린 지시의 내용은 대단히 간단했다.
호소카와(細川)와 미츠히데에게는 조정이나 쇼군(将軍) 가문에 대한 대응을 추가로 의뢰했으나, 그 밖에는 감염되었다고 의심되는 자들은 격리 병동(長屋, ※역주: 긴 건물 내부에 칸을 막아 여러 가구가 살 수 있게 되어있는 일종의 연립주택 같은 건물)에 격리한다. 지정된 식사를 준다. 풀어주는 것은 회복기로부터 4일 후. 대응하는 자들은 과거 10년 동안 홍역에 걸려 항체를 가진 자들로 한정했다.
프로이스의 홍역 감염 발견으로부터 5일, 연쇄 반응을 일으키듯 홍역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환자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 상황을 보니, 3주일 정도 전부터 쿄는 홍역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생각해도 좋았다.
"주군. 시바타 님, 니와(丹羽) 님、타키카와(滝川) 님、키노시타(木下) 님、모리(森) 님,、삿사(佐々) 님으로부터 지원병력이 왔습니다"
"지원병력……? 아, 확실히 이래저래 사람이 많이 빠져서 치안 유지가 불안해지네요. 그 이야기, 고맙게 받겠다고 연락해 주세요"
홍역 대책에 쫓겨 쿄의 치안유지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것을 내다보고 병력을 빌려준 것이라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그들에게 감사했다.
"옛"
예를 올린 후 전령 병사는 재빠르게 떠나갔다. 하지만, 그와 뒤바뀌듯이 다른 전령 병사가 왔다.
"주군. 쇼군 가문의 사자가 와 있습니다만……"
"호소카와 님께 가게 하세요. 쇼군 가문에 대한 대응은, 전부 호소카와 님께 부탁드리고 있어요. 조정에서 와도 마찬가지에요. 지금은 그들의 상대를 할 여유가 없어요"
"옛"
요 며칠, 연달아 올라오는 정보에 대응하기만도 바쁜데, 거기에 조정이나 쇼군 가문의 상대를 하는 것은 시즈코에게는 불가능했다.
"(바쁠 때일수록 윗사람들은 쓸데없는 짓을 하네. 좀 더 진득하게 행동해 줬으면 좋겠어) 위생대(衛生衆)의 도착은 아직인가요?"
"내일 아침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케이지 씨, 카츠조(勝蔵) 군. 지원병력을 둘이서 나눠서 쿄의 치안유지를 담당해 줘요. 사이조 씨는 제 호위를…… 반 오다 연합(反織田連合)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는 상태이니까, 긴장하고 임무를 수행해 주세요. 치안 악화를 노리는 상대라면, 다소 거칠게 다루어도 상관없어요"
"알겠습니다"
각자 무기를 한 손에 들고 두 사람은 방을 나갔다. 다른 의미에서 피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았지만, 치안 유지에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걸 게을리하면, 상대가 약점을 파고 들어온다.
그 후에도 1시간에 20명 정도의 전령 병사들를 상대하고 간소한 점심식사를 한 후, 시즈코는 쿄에 있는 17개의 격리 병동 중, 프로이스가 들어가 있는 제8 격리 병동으로 갔다.
"슬슬 열이 내렸을 무렵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로이스 님의 상태는 어떤가요"
"옛. 오늘 아침에는 의식도 뚜렷하고, 이쪽의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3일 후에는 퇴원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프로이스를 담당하는 위생병을 잡고 이야기를 듣자, 오늘 아침부터 차도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회복기에 들어서도 홍역은 여전히 감염력을 가지기 떄문에, 며칠 동안은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여기도 단번에 사람이 늘었네요"
"예. 이곳은 제 8 격리 병동입니다만, 이미 수용 한계에 달했습니다"
"제 18, 19 격리 병동을 서둘러 준비시키고 있지만, 그것도 금방 한계에 달할지도 모르겠네요"
"홍역의 감염력은 무섭습니다. 뭐라 해도 며칠 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려왔으니까요. 이건 그야말로 질병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물론, 저희들은 패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위생병은 힘있게 주먹을 쥐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천연두로 양친을, 홍역으로 형과 누이동생과 자기 자식을 잃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위생병들은 질병으로 가족을 잃은 자들이 많다. 현대라면 병원에 가면 될 정도의 병에 의해서다.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의 원통함이 원동력이 되어, 위생병이라는 전국시대에서는 바보 취급받기 쉬운 일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솔선해서 행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그들의 장래의 의료를 짊어질 사람들이 되겠지요) 우리들이 여기서 노력하면, 나라는 평안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쓰러져서는 안 됩니다"
"옛!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소생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고개를 숙인 후, 위생병은 가볍게 달려갔다. 그가 담당하는 환자는 두 손으로는 셀 수 없었다.
좀 더 위생대를 충원할 필요가 있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러려면 지금 이상으로 무공(武功이 필요했다. 군을 충원하려면 무공을 세우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다.
"실례합니다. 프로이스 님, 몸은 좀 어떠십니까"
병으로 쇠약해져 있을 때는 사소한 일이라도 다툼으로 발전한다. 쓸데없는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프로이스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개인실로 이동시켰다. 그 방에 시즈코는 사이조와 함께 들었다.
"아, 두건재상님. 콜록콜록…… 이런 모습으로 실례합니다"
"신경쓰지 마시고 안정을 취해 주십시오. (전부터 생각했는데, 어째서 나는 두건재상이라고 불리는 걸까. 뭔가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물어볼 수도 없고…… 아니 자기소개를 하지 않은 탓인가. 하지만 이걸 쓰고 있으라고 한 건 영주님이시니, 정체를 밝혀도 되는 걸까)"
"콜록콜록, 기침이 아직 계속 나옵니다만 콧물은 멎었습니다. 발진은 조금 더 지나면 깨끗하게 없어질 것입니다. 바쁘신 시기일텐데 폐를 끼쳤습니다"
쿄에 있으면 원치 않아도 정보는 들어오는 것일까, 아니면 와다로부터 오다 가문의 사정에 대해 들은 것일까, 프로이스는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사죄했다.
"사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유행병에 걸리셨고, 소생은 병의 유행을 막고 싶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그래도 감사의 마음은, 콜록콜록…… 말씀드리겠습니다. 죽음의 늪에 있었던 것을 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병에 걸렸을 때 신에게 기도하는 것이 카톨릭 교도지만, 그는 일본 문화를 숙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일은 고형(固形) 식사를 하실 수 있겠지요. 며칠은 더 답답하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부디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네, 그건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렇게까지 해주셔서 참 면목이 없습니다"
"카톨릭(伴天連)이던, 땡중(生臭坊主)이던, 위생병에게 있어 병에 걸린 사람들은 한 사람의 환자. 환자를 돕는 것이 위생병의 임무입니다. 소생은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시겠다면, 그들에게 표시해 주십시오"
그 말만 하고 시즈코는 프로이스에게 등을 돌렸다. 하지만, 방을 나가려다가 프로이스 쪽을 다시 돌아보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일행의 수도사님께서도 홍역에 걸리신 듯 합니다. 당분간 이 병동에 격리하겠습니다만, 만전의 태세로 대응하고 있으니 안심해 주십시오"
그 말과 함께 사이조가 방의 문을 닫았다.
홍역의 맹위는 엄청나서, 프로이스 감염 발견으로부터 1주일 후에는 3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카타르 기(catarrhal period)의 프로이스와 접촉하여 거기서 감염자가 퍼진 건지, 아니면 원래 감염자가 있었고 프로이스는 그 인물로부터 감염된 건지, 이제와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은 홍역의 감염 확대를 저지하지 못하여, 키나이 일대는 물론이고 츄고쿠(中国) 지방、츄부(中部) 지방, 나아가서는 칸토(関東) 방면까지 홍역은 퍼져나갔다.
다행히 키나이에는 노부나가, 그리고 조정이나 쇼군 가문이 홍역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각국에 명령했기에, 이 시기에 사건을 일으키는 괘씸한 인간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시즈코가 역병 대책을 계속 실시했던 덕분에, 오와리(尾張), 미노(美濃)에서는 소규모 유행은 발생했지만, 금방 봉쇄되어 대유형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번의 홍역 유행은 교통편이 좋아진 것 때문에 일어났다고 해도 좋다.
현대에서는 비행기나 선박에 타면 전세계를 이동할 수 있지만, 이게 본래는 풍토병(風土病)이었던 질병을 세계에 퍼뜨린 원인이 되어 버렸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노부나가가 일본의 상업 활동을 활발화시키려고 오와리나 미노, 키나이의 교통망을 정비한 결과, 상인이나 그들에게 고용된 사람들이 활발하게 이동하게 되었다.
그것이 극히 한정된 지역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머물러 있던 질병을 각지에 퍼뜨려버리게 된다.
질병을 검사할 도구가 없는 이상, 교통편을 개선하는 것은 질병의 유행을 돕는 폐해를 감수해야 했다.
"상황 보고를 부탁드려요"
"옛. 현재, 300명의 위생병을 20개의 격리 병동에 배치시켜, 홍역의 치료를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역의 맹위는 엄청나서, 쿄 주변만 해도 환자는 1만에 달할 기세입니다. 아마도 종교 세력들(寺社)이 비협조적인 것이 감염 확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프로이스의 감염 발견으로부터 2주일 후, 시즈코는 항례의 상황 보고를 받았으나 좋은 내용이라고는 하기 어려웠다.
병에 걸리면 신불(神仏)에게 기도하는 풍조와, 종교 세력들이 비협조적인 것이 영향을 끼쳐 방역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종교 세력들 뿐만이 아니었다. 반 오다 연합에 있었던 무가들 또한 방역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각 진영의 정치적인 속셈도 맞물려, 시즈코들이 방역할 수 있는 범위는 쿄 주변이 한계였다.
그런 관계로 쿄에서의 홍역에 의한 사망자는 합병증을 일으킨 자들 수십명 뿐이었으나, 키나이의 일부에서는 홍역에 의해 목숨을 잃은 자들이 이미 1000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조사할 수 없는 키나이 이외의 상태는 추측할 수밖에 없었지만, 항체를 가진 상인들로부터의 보고에 의하면 비참하다는 말 한 마디로는 끝나지 않는 상태였다. 상업도시가 죽음의 도시로 화한 곳도 있다고 했다.
물론, 협조적인 인물도 있다. 호소카와 가문이나 쿄의 유력자들은 오다 가문의 요청을 쾌히 받아들여, 격리 병동을 지을 토지를 준비해주거나 다양한 구호 물자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또, 프로이스가 치료받은 것 때문에 예수회 측도 솔선하여 협력을 자원해 주어, 그런 관계로 카톨릭 교도(キリシタン)들도 시즈코에게 협조적이었다.
종교 세력들 중에도 협조적인 곳은 있었다. 키나이나 나가시마(長島)는 비협조적이었으나, 미노나 오와리의 혼간지(本願寺)는 노부나가에게 협조적이다.
"……어쩔 수 없네요. 우리들이 관할하는 지역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 그 이외의 장소에서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입수해 주세요. 백성들에게 눈에 보이는 형태로 차이를 알게 하면 우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겠지요"
오다 가문과 그 이외의 장소에서 사망자 수의 추이에 차이가 있다면, 명확한 죽음을 느끼고 있는 백성들은 종교 세력들이 아니라 오다 가문으로 올 거라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그래도 여전히, 종교 세력을 의지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싫다는 상대를 구해줄 수 있을 만큼의 여력은 없다.
"옛,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보고를 올려 주세요. 전령(早馬)의 숫자가 적을 경우 신청하면 4명 정도는 늘릴 수 있어요"
각 격리 병동에는 보고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전령을 6명 배치하고 있었다. 사소한 휴먼 에러(human error)가 때로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에, 사소한 내용이라도 보고를 올리게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전령을 두어도 보고를 올리기 어려운 환경으로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시즈코는 몇 명의 병사를 써서 보고를 상시 올리게 하여, 격리 병동에 보고를 올리기 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격리 병동에서 스무스하게 보고가 올라가면, 그 후에는 사령부에 있는 시즈코나 병사들이 꼼꼼히 검토하여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마지막으로 해결 방법을 정리한 서류를 격리 병동으로 보낸다. 물론,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 대응 방법을 다른 격리 병동에서 쓸 수 있을 가능성도 고려하여, 사후에라도 보고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렇게 모인 노하우집이 정리되어, 마지막으로 노부나가에게 보고되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축적된 지식이야말로 노부나가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라고 해도 좋다.
"옛!"
보고를 마친 병사는 예를 올리고는 방을 나갔다. 그 밖의 보고도 다 들은 시즈코는 미츠히데에게 전달할 보고서를 작성했다.
입장상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시즈코는, 보고서로 상황을 알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우필(右筆)을 써서 보고서를 쓰는 게 아니기에 그만큼 시간 손실이나 인식 차이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전부 시즈코가 써야 했다.
도중에 보고를 받으면서 미츠히데에게 보낼 보고서를 다 쓰자, 오늘의 시즈코의 업무는 끝났다.
"응~! 아무래도 사무처리만 하자니 피곤하네. 내일은 비트만들이 도착할테니, 앞으로 2주일 정도는 대기하게 되려나"
며칠이면 돌아갈 거라서 비트만들을 데려오지 않았으나, 몇 주일 동안 쿄에 체류할 필요가 있는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그들을 불러오는 쪽이 효율이 좋다.
호위역에 그들이 가세한다면 그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케이지나 나가요시가 치안 유지를 담당하고, 곁에 사이조가 있다고는 해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시즈코의 우려는 들어맞았다. 케이지나 나가요시, 사이조가 자리를 비우기 십상인 그녀의 저택에는 간자가 숨어들어 있었다.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것이 위장하기 좋은 상황이 되어, 간자가 들어오는 것을 허용해 버렸다. 물론, 겉보기와는 달리 정보의 보안이 철저한 시즈코였기에 중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던 간자는 없었다.
그래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말단에 흘러다니는 정보로부터 중핵 부분을 유추할 가능성도 있다. 가능한 한, 정보가 새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정보가 새어나갔을 때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억제할 대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딱히 눈에 띄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고, 다음 날 시즈코가 있는 곳에 비트만들이 도착한다. 그것을 경계로 간자들이 시즈코에게 접근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24시간 비트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다, 자료가 보관되어 있는 곳에 들어가려고 해도 금방 그들이 눈치채기 때문이다.
비트만들을 부른 이유는 그밖에도 있었다.
홍역은 합병증이 없다면 10일에서 14일 정도에 완치된다. 지금은 프로이스의 감염을 확인한 후 15일이 지난 무렵이었기에, 초기에 격리 병동으로 옮겨진 환자들이 완치되어 순서대로 풀려나고 있었다.
파악된 것 만으로도 약 1만 2500명이, 노부나가의 영향력이 있는 키나이에서의 환자 수였다.
그 중, 사망자는 합병증이나 영양실조로 죽은 아이들이 약 60명, 어른이 약 30명, 60세를 넘은 사람들이 약 120명 뿐이었다.
즉, 홍역이 완치된 사람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기에, 지금 이상으로 인원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시기에 호위가 불안하다고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시즈코는 비트만들을 불렀다.
오다 가문의 영향력이 없는 지역은 감염자가 지금도 계속 증가하여, 그 중 8할이 병사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쿄 주변은 감염자 수에 대해 사망자 숫자가 비정상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적었다.
이유는 현대에서도 실시되는 비타민 A를 섭취하게 했기 때문이다. 홍역 감염이 농후한 인물에게는, 사전에 비타민 A를 투여하면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이 현대에서는 증명되어 있다.
하지만 비타민 A를 대량으로 추출, 농축하는 공장이 없기에, 시즈코는 식사에 쑥(よもぎ), 소송채(小松菜), 계란 노른자(卵黄)를 포함시켜 비타민 A를 경구섭취하게 했다.
비타민 A는 간장에서 만들어지며, 필요 이상으로 생성되지 않도록 제한되기 때문에, 과잉 섭취의 걱정은 필요없다.
계란 노른자는 그렇다치고 쑥이나 소송채는 재배가 용이하고 입수하기 쉬운 작물이기에 많은 환자들에게 섭취하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주위의 경호를 포함해여 준비를 마친 시즈코였으나, 그로부터 며칠 후, 그녀의 예상과는 다른 형태로 인원이 분산되게 되었다.
합병증이 일어난 사람과, 저항력의 강화가 늦었던 사람들 이외에, 홍역에 걸린 환자들은 목숨을 잃지 않고 병이 낫게 되었다.
그리고 홍역이 완치된 사람들은 시즈코의 저택을 찾아와서 감사의 말을 하며 절을 했기에, 저택에는 인간 장벽이 생겨 버렸다.
그 결과, 간자들에게는 사람의 출입이 잦은 상황을 틈타 숨어드는 것이 어려워졌다.
서서히 병자들이 줄어들고, 그와 반비례하여 저택에 사람들이 밀어닥쳤기에, 시즈코들은 저택 주변이 사람들 때문에 혼란스러워지지 않도록 병사를 배치했다.
병사들로부터의 시선과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여 저택 내부로 침입하는 것은 어렵다.
전령 병사의 복장을 하고 침입하려 해도, 들어갈 때 문지기가 소속과 전령 번호를 묻고, 이것을 모르는 간자는 대답하지 못하여 그대로 포박되었다.
"안 돼. 어딜 가나 사람, 사람, 사람 투성이다. 이래서는 숨어드는 건 불가능해"
인적이 드문 좁은 길에 네 명의 간자가 비밀리에 모였다.
사람의 출입이 잦았을 때는, 소속과 전령 번호의 확인에 의한 시간 손실과 간자가 숨어드는 리스크를 저울질하여, 시산 손실을 줄이는 쪽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현재는 환자 수가 줄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간 손실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때문에 소속과 전령 번호를 확인하게 되어, 그걸 모르는 간자는 느닷없이 알 수 없는 질문을 받고 대답이 궁해지고, 대답하지 못하는 자를 수상하게 여긴 위병들에게 포박되고 있었다.
"어쩌지, 이대로는……"
간자들의 목숨은 가볍다. 유익한 정보를 얻지 못하면 잘해야 좌천, 아니면 책임을 물어 참수당한다.
자신들의 목숨이 가볍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간자들은 핵심 부분에 해당하는 정보를 얻지 못해 초조해하고 있었다.
"찾―았다"
그렇기에 자신들에게 소리없이 다가오는 위험을 깨닫지 못했다. 등골에 오싹 하고 한기가 느껴진 순간, 그 자리에 있던 간자들 중 세 명은 뛰어 물러섰으나, 마지막 한 명은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 있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살이 뭉개지는 소리와 액체가 비산하는 소리가 들렸다. 멍하니 서 있던 간자의 머리가 박살나며, 보기에도 무참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어제부터 남의 주변을 얼쩡거리던 쥐새끼들은 너희들이냐"
간자 한 명을 바디시로 절명시킨 나가요시가, 남은 간자들을 일별하며 말했다. 갑작스런 나가요시의 등장에 간자들은 동요했으나, 즉시 냉정을 되찾고 무기를 손에 들고 나가요시와 대치했다.
3대 1이라는 보통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나가요시는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입술을 핥더니 나가요시는 간자들을 위협하듯 바디시를 치켜올렸다.
두께감 있는 바디시의 칼날에, 간자들은 잠깐이지만 움찔했다. 그 잠깐의 틈을 나가요시는 놓치지 않았다.
간자와의 거리를 단번에 좁히더니, 가장 앞에 있던 간자의 머리에 바디시를 후려쳤다. 두개골이 박살나고 뇌장과 뇌수가 함께 비산했다.
흩뿌려진 액체를 피하려고 간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가렸다. 빈틈 투성이 상태가 된 간자의 옆구리에, 나가요시의 바디시가 파고들었다.
몸통을 반쯤 절단당한 간자는 낙법 따윈 취하지도 못하고 흙벽에 처박혔다. 눈 깜짝할 사이에 3대 1이 1대 1이 되자, 남은 간자는 깜짝 놀랐다.
"도망치지 않은 것은 칭찬해 주마. 그럼, 머리가 박살나는 쪽이 좋으냐? 아니면 몸통이 두 토막 나는 쪽이 좋으냐? 원하는 죽음을 선택하게 해주마"
오만한 대사였으나, 실력 차이를 생각하면 큰소리치는 것도 당연했다. 간자는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나가요시가 살려놓은 상태인 것이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목숨은 사라진다. 그걸 이해한 간자는 한 줄기 땀을 흘렸다. 이 자리를 벗어날 방법은 없는가, 그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쓸모없는 짓이었다.
침묵하고 있는 간자에 대해, 나가요시는 아무 말 없이 바디시를 휘둘렀다. 중량감 있는 칼날이 원심력으로 가속했다. 간자의 다리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어, 한쪽 다리는 잘려나가고, 다른 한 쪽 다리는 무릎뼈가 분쇄되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잠시 시간차를 두고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이 간자의 전신을 관통했다. 하지만 절규한 것도 잠깐이고, 나가요시가 바디시에서 모닝스타로 바꿔쥐더니, 풀스윙하여 오른쪽 어깨를 강타했다.
오른쪽 어깨 뿐만이 아니었다. 왼쪽 어깨, 팔꿈치, 배, 턱 등 나가요시는 말없이, 하지만 미소를 띤 채 간자를 구타했다. 찢겨져나간 간자의 육편이 벽이나 땅바닥에 달라붙고, 피와 기름이 땅바닥이나 벽을 물들였다.
이윽고 말못하는 시체로 화한 간자를 내려다보며,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나가요시는 말했다.
"하여간, 쓸데없이 시간을 들이게 하지 말라고. 아―, 좀 개운하네"
간자의 시체를 걷어차버린 후, 나가요시는 물러서 있던 병사들을 불렀다. 처참한 광경을 보고 구토가 치밀어오르는 병사도 있었지만, 토했다간 무슨 말을 들을 지 몰라 억지로 삼켰다.
"어차피 대단한 걸 가지고 있진 않을 거다. 구덩이를 파고 묻어버려"
신원을 증명할 것은 무엇 하나 없을거라 나가요시는 예상했다. 따라서 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고 처리했다.
간자를 남모르게 처리하고 있는 것은 나가요시 뿐만이 아니다. 시즈코 군의 대장급들도 마찬가지로 간자 사냥을 하고 있었다.
쿄 안에 있는 간자들을 차례차례 처리한다. 그것은 살아 남아있는 간자들에게, 다음은 네 차례다라고 가르쳐주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위험을 감지한 간자들은, 거미 새끼들이 흩어지듯 떠나갔다. 남은 것은 오다 가문이 풀어놓은 간자들이거나, 아니면 완전히 녹아든 간자들의 두 종류 뿐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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