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2년 히에이 산(比叡山) 엔랴쿠지(延暦寺)


075 1571년 3월 상순



따뜻한 공기가 흐르기 때문에 몸을 녹이러 동물들이 모여드는 것은 시즈코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된 케이지(慶次)가 먼저 방에 죽치고, 이어서 나가요시(長可)가 죽치고, 다음으로 사이조(才蔵), 키묘마루(奇妙丸)와 할아범 등, 순식간에 남자들은 방 안에 집결했다.

지금은 케이지가 뭔가의 번역을 하고, 사이조와 할아범이 장기를 두고, 키묘마루가 낮잠을 자고, 나가요시가 밖에서 스트레칭이나 근육 트레이닝을 하는 등, 각자 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추우니까 어쩔 수 없지"


엎드려 누워 있는 키묘마루가 시즈코의 말에 반응했다.

표정을 조이고 진지한 얼굴로 대답한 키묘마루였으나, 등에 터키시 앙골라라 올라타있는 탓에 한없이 폼이 살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 비니루…… 라는 건 어떤 물건이냐? 비도 바람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햇빛은 막지 않는다는 신기한 구조를 하고 있구나"


"습관상 비닐하우스라고 말해버렸지만, 정확히는 비닐은 아니야. 잠깐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시즈코는 온실로 되돌아갔다. 잠시 후 온실에서 나온 그녀는, 호박색(琥珀色)의 사각진 덩어리를 키묘마루 앞에 놓았다.


"이게 소재야"


"뭐냐 이건. 전혀 닮지도 않은 묘한 물건을 내놓고, 나를 놀리는 거냐"


"그게 아니야. 이걸 가열해서 잡아늘리면 밖에 있는 것처럼 투명하고 얇은 막 형태가 되는거야"


비닐이란 비닐기(基)를 갖는 화학물질의 총칭이지만, 시즈코가 꺼낸 그것은 소위 말하는 아메서브(飴サブ, ※역주: 한글 명칭을 검색할 수 없었음. 서브는 'substitute(대용품)'의 약어)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유채 기름(菜種油)에 염화황(塩化硫黄)을 첨가하여 제조할 수 있는 팩티스(factice)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비닐하우스 등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loride; PVC)과는 달리 고무에 가까운 성질을 갖는 물건이지만 가격이 싸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비닐만큼의 중량대비 인장강도(引張強度)를 갖지 못하는 결점은 있으나, 시트 형태로 만들어 하우스의 피복으로 쓰는 데는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유리를 사용한 온실로 하지 않은 이유는, 태풍이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유리 하우스 건축이 불가능한 점, 판유리를 한 장 제조하는 시간과 코스트를 무시할 수 없는 점 때문이다.

유리의 주성분은 규소(silicon), 즉 광물이라서 보기보다 훨씬 중량이 나간다.

이 때문에 목재나 대나무 지주(支柱)로는 중량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다. 또 파손되었을 때의 교체도 위험한 점이 많아 후보에는 올라갔지만 채용되지는 못했다.


역사를 뒤흔들 기술 발전이 아주 간단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옆에서는, 나가요시가 장난감(猫じゃらし)으로 새끼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들은 나가요시의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2개월 이상 지났기에, 새끼 고양이들은 자립할 준비에 들어간 것이리라.

형제들과 놀거나, 나가요시의 장난감에 정신이 팔리거나 했으며, 어미 고양이인 하나 곁에 있는 새끼 고양이는 한 마리도 없었다.


"잘됐네―, 놀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하면서 놀이에 질린 새끼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자, 이번에는 새끼 고양이들과 놀고 있던 나가요시가 반응했다.


"나, 나는 그저 고양이의 반응에서 전쟁터 감각을 기르고 있는 것 뿐이야. 차, 차차차착각하지 말라고! 사나이가 되서 고양이 따위에 회유될―"


"네네, 그러네―. 카츠조(勝蔵) 형아는, 틈만 나면 아침부터 밤까지 놀아주지―"


"들으라고 임마!"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반론하는 나가요시의 말을 시즈코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다. 다시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새끼 고양이들이 놀아달라고 울기 시작한 것을 듣고 급히 장난감을 새끼 고양이 앞에 흔들었다.


"귀여워하는 건 좋지만 말야. 터키시 앙골라는 단독으로 키워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나면 네 마리 모두 거세해서 양도하게 되는데……?"


말의 의미를 이해한 순간, 나가요시는 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으로 불타버렸다. 생후 1개월 쯤에서 이야기했을텐데, 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지만, 그의 태도를 볼 때 듣고 있지 않았던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이미 노부나가가 양도할 상대를 결정해놓았기에, 이미 나가요시가 무슨 말을 해도 늦었다.

지금까지 귀여워한 것을 생각하면 나가요시가 약간 가엾게도 생각되었으나, 이것 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시즈코는 방으로 돌아가 서류를 정리했다.


이런저런 서류들이 있지만, 시기적으로 터키시 앙골라들의 거세수슬에 관한 내용이 많다.

터키시 앙골라 뿐만이 아니라, 고양이의 거세수술을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쓸데없는 번식을 막는 것이다.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양이는 1년에 세 번의 출산이 가능하며, 1회의 출산에서 4마리에서 6마리를 낳는 높은 번식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1년에 최저 12마리를 낳을 수 있다. 게다가 고양이의 발정기는 생후 6개월 정도쯤에 오기 때문에, 만약 4년을 살았다고 하면 한 쌍당 50마리를 낳을 수 있다.

물론, 혹독한 자연환경에서는 태반의 새끼 고양이들이 병사나 부상 등, 다양한 이유로 목숨을 잃는다.


번식능력이나 발정기의 시기는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품종이던 높은 번식능력을 가지고 있다.

계속 늘어나는 고양이를 사육할 수 있는 재력 따위, 지금의 일본에서는 누구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사육의 한계를 넘으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잘해봐야 버려지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먹이가 되어 버린다.

태어나서 바로 버려지는 것과 생식 능력을 빼앗는 것 중 어느 쪽이 좋은지 찬반양론은 있으나, 시즈코로서는 일본 고양이의 혼혈화와, 모르는 사이에 번식하는 것을 막는 것을 생각하여 거세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한 마디로 거세라고 해도 그걸 할 기술이 없다. 또 마취 같은 의료도구도 없다.

다행인지 어쩐지는 알 수 없지만, 전국시대에는 고양이를 먹는 풍습이 있어, 몇 번이나 해체해본 사람들은 꽤 있엇다.

동물학적으로 고양이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거세수술에 관해서는 문제없었다.


역시 문제가 된 것은 마취였다. 전국시대에 준비할 수 있는 마취는 다이에틸에테르(diethyl ether)밖에 없는데, 이 다이에틸 에테르를 정제하는데도 에탄올(ethanol)에 황산(硫酸, sulfuric acid)을 섞어 가열할 필요가 있다.

에탄올을 입수하는 것은 쉽지만, 문제가 된 화학약품은 황산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가열한 유황과 질산칼륨(potassium nitride, 초석(硝石, saltpeter))으로 황산은 정제할 수 있다.

황산이 있으면 질산(硝酸, nitric acid), 염산(塩酸, hydrochloric acid)을 정제할 수 있는데, 현재 공업 생산은 불가능하고 소량밖에 생산할 수 없다.


어쨌든 다이에틸에테르를 소량이나마 생산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이 정제기술, 조금 응용하면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제조에 쓸 수 있는 점과, 이 화학약품들이 하나같이 현대에서 말하는 극물(劇物)로 지정되는 것들이기에 엄중한 관리가 필요했다.

따라서 고양이의 거세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다 영토 내에 겨우 두 사람밖에 없었다.


"성적은 좋은데, 그 두 사람 굉장히 사이가 나쁘지"


둘 다 이미 수백 마리의 고양이의 거세수술을 했다. 물론, 실패해서 고양이가 죽은 적도 있다.

현대에서도 거세수술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보다 환경이 나쁜 전국시대에서 8할 가까운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으니 좋은 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기, 어느 쪽에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


옆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자고 있는 하나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당연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즈코는 최근 두 사람이 했던 피임 수술의 결과 보고서를 읽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고양이 바보네, 이 두 사람"


시즈코가 고민하는 이유, 그것은 두 사람 모두 엄청나게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중증 애묘가(愛猫家)인 점과, 자신의 부인과 어머니에게 꼼짝 못하는 점이 똑같았다.

동족혐오 때문인지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치면 다툼을 일으키고, 둘 다 나란히 집에서 쫓겨나서 근처 이웃들에게 중재를 부탁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실력좋은 고양이 의사 두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 바보 두 사람'으로 이웃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물론 이웃 사람들도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으로서 존경은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추운 날에 덜덜 떨면서 중재를 졸라대는 모습 쪽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 영 훌륭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흑인장(黒印状)을 낼 수밖에 없겠네. 후아――, 오늘은 햇빛도 따뜻하고, 이대로 사치스럽게 낮잠이나 자볼까"


방에 들어오는 햇빛이 겨울 치고는 따뜻하여, 시즈코는 가벼운 졸음기를 느꼈다. 목면 모포의 따뜻함도 겹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시즈코는 주위를 재빠르게 정리하고 가까운 바닥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아아…… 봄의 이불도 저항하기 어렵지만…… 겨울의 낮잠도…… 나쁘지 않네)


다가오는 부드러운 졸음기에 몸을 맡긴 시즈코는, 그대로 의식의 끈을 놓았다.




1월이 되자마자 노부나가는 요코야마 성(横山城)에 있는 히데요시(秀吉)에게 쿄(京)와 호쿠리쿠(北陸)를 잇는 일체의 교통 차단을 명하고, 와사 산성(和佐山城)에 니와(丹羽)를 넣어 기후(岐阜)와 남 오우미(南近江)의 교통을 확보하는 등, 신년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각 무장들도 활발하게 활동하여 다양한 임무에 당하고 있었지만, 시즈코 군 만큼은 평화 그 자체였다.


2월 하순, 유럽에서 홉(hop)이 도착하자, 시즈코는 즉시 재배에 착수했다.

사전에 일조(日照) 조건이 좋은 땅에 마그네시아 석회(苦土石灰)를 섞어서 물빠짐이 좋은 석회질의 용토(用土)로 만든 땅에 심은 후, 줄기를 얽히게 하기 위한 지주(支柱)를 세웠다.

마지막으로 수동 가압식 펌프로 목초액(木酢液)을 살포하면 대충 작업이 끝난다.

내한성(耐寒性)이 강한 홉은 일본의 겨울도 견딜 수 있기에, 어려움없이 옥외(屋外) 재배를 할 수 있다. 이후에는 4년 후에 홉을 수확하면 맥주의 원재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손에 들어온다.

맥주 효모균(酵母菌)도 있으면 좋겠지만, 홉이 없으면 효모균만 가지고 있어도 쓸 데가 없다.


비트만들과 사슴 사냥을 하거나, 시로가네로 매사냥을 하거나 하면서 시즈코 군은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풍이라는 것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으로, 평온한 시즈코에게 소동이 일어났다.


"……저기,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자기 귀를 의심한 시즈코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마주보고 있는 마츠(まつ)에게 질문했다. 그에 대해 그녀는 생글거리는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시즈코의 부탁에 싫은 표정 한 번 짓지 않고 질문에 대답했다.


"내 아이를 시즈코의 시녀로 삼는다, 는 오다 님의 하명이시니 포기하거라"


말의 내용과 반대로 마츠는 대단히 즐거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츠의 차녀, 쇼우(蕭) 공주(姫, ※역주: 한국어에서의 '공주(princess)'와는 조금 의미가 다른, '명문가의 아가씨' 정도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지만, 딱히 적당한 말이 없는 것 같아서 그냥 공주로 직역하겠슴)를 시녀로 삼는다, 는 터무니없는 주인장(朱印状)에 시즈코는 머리가 아파졌다.

게다가 주인장은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시즈코의 머리를 더 아프게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뭐냐, 챠챠(茶々) 님도 시녀? 아자이(浅井) 가문을 섬기던 토우도 요키치(藤堂与吉)를 내린다?

나가시마(長島) 잇코잇키슈(一向一揆衆)를 공격할 때, 병력을 6천 내일테니 별동대로서 충분히 활약해라? 뭔가 이것저것 한꺼번에 와서 머리가 아프네"


"호호홋, 오다 님은 시즈코에게 그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이지. 그러니 못난 여식이 무례를 저지르면 충분히 벌을 주도록 하거라"


"네에, 저기, 말이죠…… 시녀를 주셔도, 그…… 어떻게 해야?"


"시즈코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느니라. 애초에, 챠챠 님을 시녀로 삼은 건 노히메(濃姫) 님께 뭔가 생각이 있으신 거라 생각되느니라. 나 같은 범인(凡人)으로는 노히메 님의 생각 같은 건 헤아릴 수 없지만 말이다"


마츠의 말을 듣고 시즈코는 노부나가와 노히메의 생각을 추측했다.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와 마츠의 딸인 쇼우는, 나카가와 미츠시게(中川光重)의 정실(正室)이다. 언제 결혼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노부나가와 노부타다(信忠)가 혼노지(本能寺) 사변으로 횡사(横死)한 후, 쇼우를 며느리로 맞았던 인연으로 토시이에를 섬겼던 점을 볼 때, 적어도 1582년까지 혼인한 것은 확실하다.

쇼우가 태어난 해인 1563년으로부터 생각해보면, 슬슬 혼인하여 출가할 연령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급거, 시녀로서 채용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자이 가문을 섬기던 토우도 요키치는 토우도 타카토라(藤堂高虎)네. 사이조 씨랑 마찬가지로 몇 번이나 주군을 바꿨지만, 어째서인지 이 사람은 변절자 소리를 들었지)


타카토라는 몇 명이나 주군을 바꾼 변절자, 또는 주구(走狗)라는 평가를 들으며, 소설 등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주군을 몇 번이나 전전한 카니 사이조(可児才蔵)는, 유교(儒教)의 가르침이 무사들에게 침투한 에도(江戸) 시대에도 인기가 높았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막부(幕府) 말기(末期)의 막부군(幕府軍)과 관군(官軍)의 싸움 속에서, 토우도(藤堂) 씨가 이끄는 츠 번(津藩)이 취한 행동에 원인의 일단이 있다고 전해진다.

츠 번은 당초, 히코네 번(彦根藩)과 함께 관군을 맞아싸웠으나, 막부 측이 열세인 것을 알자마자 관군으로 변절하여, 막부 측에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관군의 닛코(日光) 토우쇼 궁(東照宮)에 대한 공격 명력은 '번조(藩祖, ※역주: 번(藩)의 시조)가 받은 큰 은혜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 배신 행동이 타카토라의 악평을 결정지어버렸다고 전해진다.


"뭐, 뭐 깊이 생각해도 어쩔 수 없나. 우선은 자기소개를 할까. 그 뭐냐, 내 이름은 시즈코, 편하게 불러도 좋아"


시즈코가 말을 걸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쇼우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즉시 양 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바닥에 닿을 정도로 조아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즈코 님! 소첩의 이름은 쇼우라고 합니다! 섬길 수 있는 영광을 받아 삼가 기뻐해 마지않습니다!"


"어, 응, 잘 부탁해…… 그, 고개를 들어도 되거든?


"옛!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쇼우는 일거수 일투족이 기운이 넘치는 아이였다. 남자 못지 않은(男勝り) 소녀라는 건 이런 아이를 말하는 건가, 라고 시즈코는 현실도피를 하면서 마츠 쪽으로 시선만을 돌렸다.


"호호홋, 이 아이는 시즈코의 활약을 들은 이래로 그대를 동경해서 말이지. 그럴 때, 시즈코에게 시녀를 붙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재미…… 마침 좋다고 생각했노라"


"지금, 재미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오늘 점심은 무엇이냐. 나는 조금 기대하고 있다만"


시즈코의 지적에 노골적인 태도로 딴청을 피우는 마츠였다. 다시 지적해봤자 대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은 시즈코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성대하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챠챠 님과 토우도 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입니다"


"고지식하구나, 시즈코는"


"이런 말씀 드리기는 실례되지만, 저는 필요한 사람은 스스로 모으려고 합니다. 떠넘겨진 사람이 내부에서 불화를 일으켜서 발목을 잡게 되는 사례는 일일이 다 셀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각자의 생각을 확인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곤란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정도의 무공을 세운 이상, 시즈코는 많은 가신을 거느리고 필요 이상의 무공을 올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괜히 젊은 무사를 보내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곤란하기도 했다.


"우선은 이야기가 빠른 챠챠님 부터군요. 오이치 님도 모셔와 주겠어?"


"네, 알겠――"


"명을 받듭니다! 즉시 전하고 오겠습니다!"


아야에게 오이치, 챠챠, 그리고 시녀와 유모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쇼우가 기세좋게 일어나더니, 주위의 반응을 무시하고 방에서 뛰쳐나갔다.

시즈코와 아야가 멍하니 있자, 마츠가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즐거운 듯 말했다.


"저 아이는 일직선이라서 말이지"




잠시 후 쇼우는 오이치, 챠챠, 하츠(初), 오이치의 시녀, 챠챠의 유모, 하츠의 유모를 데리고 왔다.

사람과 만나는 것도 고려한 넓은 방이라고는 해도, 아무래도 10명 이상이 한 곳에 모이면 비좁게 느껴져버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뵙는 건 두번째입니디만, 우선 자기소개를 하지요. 제 이름은 시즈코, 편하신 대로 부르셔도 좋습니다"


"나는 오이치니라. 이 쪽이 챠챠, 저쪽이 하츠다"


순서가 밀려 있는 것도 생각하여, 자기소개가 끝난 시즈코는 즉시 본론을 꺼냈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만, 오이치 님. 이번 건에 대해 뭔가 말씀하실 것은 없으신가요"


"오라버니가 정하신 것이겠지. 그렇다면 내게 이의 같은 건 없다. 게다가 애초에, 키요스 성(清洲城)에 살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어라, 남편과 떨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건가) 실례라는 것은 알지만, 이곳은 일종의 방어시설입니다. 따라서, 이후에는 그렇게 간단히 아자이 님과 만나실 수 없게 됩니다만, 그 점은 이해해주시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상관없다. 게다가 얼빠진 남편에게 기합을 넣으려고 나는 여기에 온 것이니라"


이어서 오이치는 시즈코에게 아자이 나가마사(浅井長政)의 현재 상황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일개 병졸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을. 물론, 실은 시즈코의 부대에 있다는 것은 숨기고 있었다.


당초에는 키요스 성에 살게 할 예정이었으나, 도중에 계획을 변경해서 오이치들을 시즈코가 있는 곳에 살게 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없이 시즈코가 있는 곳에 살게 하면 불만이 생긴다. 그걸 회피하기 위해, 노부나가는 챠챠를 시즈코의 시녀로 삼고, 장래적으로는 하츠도 시녀로 삼는다는 이야기로 만들어 전원을 이사시켰다.

전원이 이사하는 이유는, 챠챠가 아직 한 살이 좀 넘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하츠의 경우에는 아예 생후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교육을 시킬 오이치들이 같이 사는 것이라는 논리였다.


"여전히 복잡한 일을 만드시네요, 영주님께서는. 뭐 그렇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여러가지로 폐를 끼칠 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한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들의 저택이 완성될 때까지, 노부나가가 사용하고 있는 별장이 임시 거처가 되었다. 즉 오이치와 그녀의 딸들은 시즈코에게 이웃이 된다는 것이다.

보통은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이 장소에 살려면 이것저것 알려줘야 할 것들이 있다.


"나중에 전해드리겠습니다만, 이 주변은 다른 곳과 좀 달라서…… 이것저것 배우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오라버니에게서 들었느니라. 희한한 짐승들이 많다고 들었지. 오오, 그렇지. 분명히 남만 개와 남만 고양이도 있었지. 나는 조금 흥미가 있다. 빨리 보고 싶구나"


"(아아, 응…… 역시 영주님과 남매구나. 말이 안 통하는 느낌이 있어)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한명 더, 이야기를 들을 인물이―"


어린애처럼 눈을 빛내는 오이치를 타이르고 있을 때, 갑자기 거친 발자국 소리가 시즈코의 귀에 들렸다. 그 발자국 소리가 이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이해한 전원이 입구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순간, 문이 파괴되는 기세로 열어젖혀졌다.


"어이, 시즈코! 이 멍청이는 누구야!"


입구를 기세좋게 열어젖힌 것은 나가요시였다. 그는 한 팔에 끼고 있는 인물을 시즈코에게 보여주면서 따져물었다.

연이어 두통거리가 굴러들어온 것에, 시즈코의 평소에는 끊어지지 않는 무언가가 뚝 하고 끊어졌다.


"자, 카츠조 군. 끼고 있는 사람을 거기에 내려놓고, 이리로 와"


평소보다 약간 톤이 낮아진 시즈코의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한 나가요시는 얌전히 끼고 있던 인물을 내려놓고 시즈코 앞에 앉았다.


"우선 모르는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유를 들어볼까?"


"으…… 그게 말이지, 내가 타마랑 하나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데, 저 멍청이가 갑자기 시비를 걸었어"


"그렇구나―, 응. 그건 박살나도 어쩔 수 없네. 하지만 말야, 문답무용으로 손님에게 사형(私刑, ※역주: 린치)을 가하는 건 문제거든"


그렇게 말하며 시즈코는 모래시계를 꺼냈다. 약 5분만에 모래가 다 떨어지는 그것을 나가요시에게 보여주면서, 시즈코는 그에게 선고했다.


"벌로서 이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과수원의 간판까지 왕복 세 번"


"크억, 과수원이라니 언덕 위에 있는 거기냐!"


과수원은 수목이 햇빛을 받기 쉽게 하기 위해서, 사면(斜面)에 조성되어 있다. 결코 경사가 급한 언덕은 아니지만, 쉬운 언덕도 아니다.

보통이라면 다소 지치는 정도지만, 작심하고 달리게 되면 언덕의 기복으로 체력을 격심하게 소모한다.

지금의 나가요시라면 왕복 한 번이라면 5분 이내에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왕복 세 번이라면, 마지막 왕복은 이미 기력(気力)과의 승부다.


"응, 맞아. 뭔가 문제가 있어? 우리 훈련은―"


"'못 하는 아이는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철저하게 합시다'. '못 하는 아이가 할 수 있게 되면 칭찬해준 후, 더욱 강도를 높여 훈련을 시킵시다'.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아이는 못 하겠다고 말할 때까지 강도를 계속 올려 훈련을 시킵시다'……였죠"


도중에 경어(敬語)로 바뀐 나가요시였으나, 그 정도로 시즈코가 용서해줄 리도 없어서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손님에게 폭력을 휘두른 건 그대로 흘려넘길 수는 없거든. 그럼, 모래시계의 왕복이 끝날 때까지 왕복 8번, 힘내"


(늘어났어!)


"그럼 3, 2, 1…… 자, 시작"


"잠깐, 너…… 우,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뭔가 말하려던 나가요시였으나 시즈코가 듣지 않을 것을 깨닫자마자 다급하게 뛰쳐나갔다.

시즈코를 제외한 전원이 뛰쳐나간 나가요시를 멍하니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아야를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치료를 부탁해"


그 후, 9분 55초에 보기좋게 왕복 8번을 마친 나가요시였으나, 그의 무릎은 한동안 후들거리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마츠는 쇼우를 남겨두고 귀가했고, 오이치들도 챠챠나 하츠들과 함께 노부나가의 별장으로 돌아갔다. 시즈코의 집에 남은 것은 쇼우와 타카토라 두 명 뿐이었다.


"다시 자기소개를 하지요. 내 이름은 시즈코, 주위 사람들은 편한 대로 부르고 있고, 나도 신경쓰지 않으니가 편한 대로 불러도 돼"


"……제 이름은 토우도 요키치라고 합니다"


"이것저것 생각이 있겠지만, 우선은 필요한 이야기를 할게. 우리의 봉록(俸禄)은 봉토(知行地)가 아니라 돈(金子)으로 지급해. 평소에는 1개월마다 기본 급료를 지급하고, 전투시에는 활약에 따라 봉록의 금액이 주어지는 형식이야. 참고로 나는 봉록으로 줄 봉토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거든"


노부나가의 토지에 대한 생각은 다른 영주들과는 달라서, 오다 가문이 지배하는 토지는 전부 오다 가문의 것이고, 가신에게 내리는 토지는 일시적으로 오다 가문을 대리하여 관리인을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가신들은 '지점장(支店長)' 같은 위치에 있으며, 토지나 그 토지에서 생산되는 것은 모두 오다 가문의 것이다.

또, 생산된 것은 일단 오다 가문에 전부 모아져서, 거기서 가신들에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한 것들을 나눠주고 있었다.

당연히 지점장은 전근(관리하는 토지의 변경)이 빈발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토지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에,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가 혼노지 사변을 일으켰다고도 전해진다.


"다음으로 우리 마을에서 생산되는 건, 전부 영주님의 것이니까 함부로 취하는 건 금지. 다음으로,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의 목록은 아야 짱이 관리하고 있으니까, 원하는 것이 있으면 우선 창고의 목록을 확인해 줘"


"네"


"마지막으로 나중에 소개하겠지만, 우리 마을에 있는 동물들은 거친 아이들이 많으니까, 함부로 싸움을 걸지 않는 편이 좋아"


"네"


"그 밖에도 세세한 부분은 있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되려나. 여기까지, 요키치 군은 뭔가 느낀 게 있었을까? 싫으면 지금 말해줘. 그렇다고 여기에서의 대우가 변하지는 않지만, 다음에 사관할 곳 정도는 소개해줄게"


시즈코의 말을 들은 타카토라는 잠시 생각한 후, 시즈코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그럼, 지금 제가 느낀 것을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이곳에 오기 전에는 솔직히, 여자가 지휘하는 부대 따위 별 것 아니다, 라고 얕보고 있었습니다. 그 부대에 있는 무장들도 여자에게 알랑거리는 나약한 패거리라고 얕보았기에, 카츠조 님에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결과는 보기좋게 손도 써보지 못하고 박살이 났습니다"


"……"


"그 결과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껏해야 우물 안 개구리, 세상에는 저보다 강한 사람은 무수하게 있다는 것을. 이번의 패배는, 아자이 님에게 감사를 받았다는 것으로 기고만장해 있던 제게 딱 좋은 약이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후, 타카토라는 깊이 머리를 숙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런 미숙한 저입니다만,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응, 네 각오는 알겠어. 지금부터 잘 부탁해"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타카토라는 다시 한번 머리를 깊이 숙였다.




시즈코 군에 토우도 타카토라가 가세하고, 시즈코에게 마츠의 차녀, 쇼우와 오이치의 장녀, 챠챠가 시녀로 주어졌다. 하지만 챠챠가 시녀가 되는 것은 시즈코의 마을에 오이치를 살게 하기 위한 구실이었다.

시즈코 자신도 시녀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챠챠가 시녀의 일을 하지 않아도 문제없었다.


타카토라는 기초훈련을 나가요시에게서, 창 등의 무예와 예의범절을 사이조, 두 사람의 보좌로서 케이지가 훈련시키고 있었다. 스스로의 미숙함을 깨달은 그는, 세 명의 혹독한 훈련에도 견뎌냈다.

훗날 쿠로다 요시타카(黒田孝高), 카토 키요마사(加藤清正)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축성능력(築城能力)의 명인(名人)인 것을 알고 있는 시즈코는, 타카토라에게 축성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거나, 쿠로쿠와슈(黒鍬衆)에게 배우게 하거나 했다.

노부나가가 시즈코에게 내린 것으로, 타카토라는 소성 정도의 입장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병졸 취급이었다. 그래도 특별한 훈련을 받고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는 좋은 대우였다.


쇼우는 기운이 넘치는 소녀였지만, 동시에 지기 싫어하는 소녀이기도 했다. 나기나타(薙刀)가 특기지만 창을 든 사이조에게 손도 못 써보고 패배한 이후, 그에게 이기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가끔 시녀의 일도 잊어버리고 사이조에게 승부를 걸었지만, 여전히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전패하고 있었다.


3월에 들어서자 시즈코가 의뢰한 물건들이 차례차례 도착했다. 소비자인 무사들과 달리 생산자도 겸임하고 있는 시즈코는, 생산한 것이 팔리면 이익을 얻게 된다.

도자기 등 공예품은 계절을 따지지 않지만, 농작물은 가을에서 겨울에 집중되어 있다.

해산물인 굴(牡蠣)이나 김(海苔), 봄에서 여름에 걸쳐 수확하는 농작물도 있지만, 기본은 가을에 수확하는 작물의 수익이 가장 많다.


농가에서 직접 작물을 사들이고, 그것들을 가공업자에게 넘겨 가공시켜, 운송업자에게 지정된 장소로 운반시킨다.

다른 루트로 운송업자에게 쓰레기나 분뇨를 회수하게 하고, 그것들을 퇴비 제조공장으로 운반시켜 쓰레기를 퇴비로 만든다. 완성된 퇴비는 백성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것들을 시즈코는 총괄하고 있었기에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농가도 성시(城下町)까지 나갈 필요 없이 돈이 들어오고, 가공업자나 운반업자는 정기적으로 수입이 들어오며, 가공품을 이용하는 사람은 쓰레기나 분뇨를 치우지 않아도 된다.

시즈코가 혼자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 전원이 이득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다양한 사업으로 얻은 이익으로, 시즈코는 기술자 마을에 발주를 넣는다. 수입을 얻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잉 수입을 방출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몸에 붙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하루만에 꽃피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진보시키고 문화를 꽃피우게 하려면 사람들이 절차탁마(切磋琢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국시대나 현대나, 사람을 움직이려면 돈이 없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돈이 있어야 비로소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시즈코의 입장은 대단히 좋았다. 애초에 생산자인데다, 현재는 생산자와 경영자의 입장을 겸임하고 있다.

농작물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실이나 천 등의 직물품(織物品), 해산물인 굴이나 김, 미역 등의 양식품(養殖品), 기술자 마을이나 주조(酒造 마을에서 나오는 술이나 공업품 등, 1년 내내 뭔가의 이익을 얻고 있다.

이미 노부나가에게서 급료를 받는 입장이 아니라, 스스로 돈을 모을 수 있는 입장인 것이 지금의 시즈코였다. 보통, 이렇게 혼자서만 잘나가는 상태가 되면 주위의 질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시즈코가 업종을 늘리고 다양한 물건들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면, 그에 비례하여 오다 가문의 경제 상황도 점점 좋아진다.

노부나가의 주머니 사정이 윤택해지면, 그가 가신들에게 호화로운 생활을 시켜주기 위해 쓰는 금액도 급증한다.

이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가신들은, 시즈코를 실각시키면 돌고 돌아 자신들의 목을 조이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시즈코가 질시를 받지 않도록 지켜주고, 쓸데없는 소동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다.


윤택해지는 것은 딱히 노부나가나 오다 가문 가신들 뿐만이 아니다. 시즈코는 윤택한 이익을 케이지나 사이조, 나가요시에게 분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거느리고 있는 병사들에게도 이익분배를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씨름(角力) 대회나, 오와리(尾張)-미노(美濃) 센류(川柳, ※역주: 일본 시의 일종) 대회, 스도쿠(数独) 대회, 면적미로(面積迷路, ※역주: 퍼즐의 일종인듯) 대회, 바둑, 장기대회 등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상위 입상자에게 포상금도 주고 있었다.

돈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그와 함께 수요가 늘어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돈이 돌게 된다. 돈이 사람들에게 고루 퍼지면 신기하게도 다툼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돈을 여기저기에 퍼지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쾌적한 환경을 한 번 알게 되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불편을 감수하고 생활하는 것은, 그보다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을 모를 때 뿐이다.

돈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얻고, 그 생활에 푹 빠지면 두번다시 빠져나올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종교(寺社) 세력들은 사람들을 선동하기가 어려워진다.

지금 생활을 버리고 노부나가에 대항해라, 라는 말을 들어도 생활을 버리면서까지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사람을 조종하려면 미래에 기대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 쪽이 유리하다. 미래의 전망이 캄캄하기에 땡중들의 말에 속아 마음껏 이용당한다.

백성들을 다른 세력의 공작에서 지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생활을 보장하여, 다른 세력의 말을 들어도 이득은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큰 돈이 움직인 관계로 시즈코에게 오는 경리 서류는 방대했다.

간신히 주판(算盤)을 다룰 수 있게 된 아야는, 매일 이런 종류의 서류와 격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최근에는 쇼우가 시즈코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쇼우 짱, 오늘의 예정은 뭐였지?"


"옛, 오늘 예정된 방문자는 없습니다. 도착한 문서는 전부 조사가 끝났습니다"


쇼우의 보고를 들은 시즈코는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말 위에 타고 있었지만 시즈코는 다리만으로도 말을 어느 정도 컨트롤 가능했기에, 고삐를 놓아도 문제없다.


(으―음, 아야 짱을 사무-경리 담당, 쇼우 짱을 시중이나 스케줄 관리 담당으로 나눴는데, 아직 어딘가 좀 삐걱거리네)


챠챠나 하츠는 아직 아기였기에 일을 시킬 수 없지만, 쇼우는 웬만큼 교양 수업을 받았기에 시녀로서 흠잡을 데 없다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일을 두 사람에게 시키는 것은 효율이 나쁘기에, 각기 다른 역할로 나누었다.

지금은 공동으로 작업하는 경우는 있지만, 장래적으로는 아야가 사무, 경리, 창고 담당, 쇼우가 시즈코의 시중, 스케줄 관리 담당이 된다.

아야 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裏方)을 도맡게 되는데, 이것은 시즈코가 아야 쪽을 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츠의 딸이라도, 그다지 오래 알고 지내지 않은 쇼우에게 그런 일을 맡기는 것을 시즈코는 망설였다.


딱히 예정은 없었지만, 시즈코는 밖을 설렁설렁 쏘다녔다.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주변의 간자들이 번거로워져서 그에 대한 대책을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


시가의 진(志賀の陣)에서 오다 가문이 패한 이후, 몇 명이나 되는 배신자가 나왔는데, 그 중의 누군가가 시즈코에 대한 정보를 판 모양으로, 간자의 숫자가 예년보다 증가해 버렸다.

수백명의 위병과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그리고 비트만 패밀리, 아카가네, 쿠로가네, 시로가네가 눈에 불을 켜고는 있으나, 역시 간자의 숫자가 많다보니 쉽게 근절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시즈코가 관리하는 산에는 반달곰(ツキノワグマ)이 다수 살고 있었다. 반달곰은 다른 개체를 배제하는 고정된 영역을 가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개체간의 활동 범위가 크게 겹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고정된 영역을 가지지 않기에, 식량이 부족해지면 풍족한 땅을 찾아 행동 범위를 넓히는 습성이 있다.

사람이 살지 않고, 반달곰 이외에 먹이를 다툴 상대가 없으며, 대형 육식동물이 살지 않는 조건이라면, 산이 반달곰의 천하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 때문에 간자가 들어가기 힘든 산이 되었지만, 겨울에는 대부분의 개체가 동면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간자들이 숨어들기 쉬워졌다.


이제는 사냥하면 사냥할수록 늘어나는 것이 현재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즈코는 자신이 움직여서, 적당히 거짓을 섞어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기로 했다.

사람을 신용하게 만들려면 진실을 보여주면 된다. 설령 중요한 부분은 거짓으로 되어 있어도, 진실이 포함되어 있으면 사람은 얻은 정보를 전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조사해봤자 무의미한데 말야. 그렇다고 해서 방해받게 되면 일에 지장이 생기니…… 귀찮네―"


주변국은 이미 코너에 몰린 상태였다. 노부나가를 유일하게 멸망시킬 수 있는 기회는 제 1차 오다 포위망, 그것도 노부나가가 쿄로 돌아가기 전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몸풀이 경기(消化試合)가 될 뿐이다.

노부나가가 아사쿠라 요시카게(朝倉義景)가 가진 츠루가 항구(敦賀港)를 원하는 줄 알았는데, 비와 호(琵琶湖)를 중심으로 한 수상 운송을 빠른 단계에서 육로를 주체로 한 육로 운송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아사쿠라를 서둘러 멸망시킬 이유도 없어졌다.


(아사쿠라는 언젠가 멸망시키겠지만, 사카모토(坂本) 보다는 우선순위가 낮으려나?)


육로를 중시하게 된 노부나가가 다음에 원할 장소, 그것은 쿄에 가깝고 키나이(畿内) 유수의 대 상업도시인 사카모토(坂本)이다.

사카모토는 천황, 쇼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권력을 갖는 엔랴쿠지(延暦寺)의 문전도시(門前町)이다.

전국에 있는 엔랴쿠지 소유의 장원 영지로부터 도착한 생산물이나 쿄로 운반되는 물자들이 모이는 사카모토는, 금융업자인 전당포(土倉)나 운송업자인 바샤쿠(馬借, ※역주: 말을 이용한 개인운송업)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가구수(戸数)도 시타사카모토(下阪本)의 카라사키(唐崎)나 히에이츠지(比叡辻)는 3천 가구를 넘을 정도로, 쿄의 경제를 좌우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히데요시가 오사카 성(大阪城)을 건축하여 정치, 경제의 중심이 쿄에서 오사카로 이동하기 전까지, 사카모토는 오우미(近江) 지배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주군―!"


지금부터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겐로(玄朗)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역자 코멘트 ※※


본문중의 토우도 타카토라는, 국내에서는 도도 다카도라라고 표기하는데, 여기서는 일본어 발음에 맞춰 적었습니다. 참고로 영화 '명량'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노란 옷을 입은 저 인물이 바로 토우도 타카토라입니다. 영화 중반부부터는 계속 '리… 슌신…!'만 중얼거린 바로 그 아저씨죠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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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가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