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미녀 고생담
戦国小町苦労談
작가: 夾竹桃
어느 날, 한 명의 소녀가 전국시대로 타임슬립했다.
그야말로 신의 변덕, 악마의 심심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뜬금없이.
소녀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극히 보통의, 그리고 평범하고 수수한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전국 시대를 살아남는다 - 그것 뿐이다.
번역: 가리아
겐키(元亀) 원년(元年), 제 1차 오다(織田) 포위망
073 1570년 12월 하순
연말(年の瀬)이 다가오며 추위가 한층 혹독해질 무렵, 의외의 인물이 사키히사(前久)를 방문했다.
"우선 삭막한 패거리를 물려주지 않겠나. 풍류를 알지 못하는 촌뜨기들은 밖에서 기다리게 해 주게. 이곳에는 무기 하나 놓아두지 않았지. 맨손인 내게 당할 그대도 아닐테니"
예상외의 진객(珍客)에 놀란 사키히사였으나, 생긋 웃으며 독설을 내뱉았다. 방문객은 통렬한 비아냥에 개의치않고 싱긋 미소를 띄우더니 주위 사람들을 물러나게 했다.
"꽤나 갑작스럽고, 그리고 뜬금없는 방문이로군, 에치고(越後)의 용(龍) 양반"
"허허헛, 내가 운수(雲水)의 차림새로 돌아다닐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지"
짓궂은 장난이 성공한 어린애처럼 웃으며, 에치고의 용, 우에스기 켄신(上杉謙信)이 사키히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의 생각대로, 켄신이 기후(岐阜)에 있는 사키히사를 방문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타케다(武田)의 시노비(忍び)들도, 켄신은 카스가 산성(春日山城)에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늘 밤은 달이 좋군. 정원을 안주삼아 달구경이나 하며 분위기를 내 볼까"
"……좋겠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오다 가문에 몸을 의탁하고 있지. 그걸 절대 잊지 마시게나"
켄신에게 경고한 후, 사키히사는 그를 툇마루(縁側)로 안내했다. 12월 하순이라고 하면 한겨울이지만, 켄신은 기후조차 능가하는 혹한의 에치고(越後) 태생으로, 이 정도의 추위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사키히사에게는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기에, 명주실을 이중으로 짜넣은 카쿠소데(角袖, ※역주: 각진 소매의 옷) 코트를 걸쳤다.
"오늘밤은 춥군. 처음부터 칸(燗, ※역주: 술을 뜨끈하게 데워 마시는 것)으로 마시지"
"칸?"
익숙하지 않은 단어에 켄신은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사키히사는 그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몸종에게 아츠칸(熱燗, ※역주: 데운 술)의 준비를 명했다. 잠시 후 몸종이 데운 술(燗酒)과 안주를 얹은 그릇을 날라왔다.
술병(とっくり) 하나를 집어들더니, 사키히사는 잔에 술을 따라 켄신에게 내밀었다. 다소 당황한 켄신이었지만, 사키히사에게서 잔을 받아들고 시선을 잔으로 내렸다.
바닥에 푸른 고리(蛇の目) 모양이 그려져있는 것 이외에는 하얀색의 잔이었다. 하얀 바탕 부분으로 색을 보고, 감색(藍色)과 하얀 바탕의 경계로 투명도를 보았다.
달빛을 반사하여 푸르게 빛나는 데운 술에 켄신은 잠시 홀린듯 바라보았다. 이윽고 대담한 미소를 떠올리며 사키히사와 잔을 부딪혔다.
"우선은 우리들의 재회에 건배"
"그렇군, 우리들의 재회에 건배"
각자 잔을 기울여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익숙해져 있는 사키히사는 그렇다치고, 처음 겪어보는 데운 술의 맛에 놀란 켄신이었으나, 즉시 마음을 바로잡고 맛을 즐겼다.
"맛있군"
"그렇지. 이건 오다 가문 가신들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명품. 오늘같은 날에 마시기 적합하지"
말하면서 사키히사는 정원으로 얼굴을 돌렸다. 켄시도 그를 따라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밤의 어둠에 뚜렷히 떠올라있는 달, 청명하게 비추어지는 정원, 귀를 간지럽히는 잎사귀들이 스치는 소리.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운 겨울의 정경이 그곳에 있었다. 겨울 특유의 맑은 공기에 떠오르는 메마른 풍경에, 켄신은 호위를 꺼려한 이유를 깨달았다.
조용히, 다만 말없이 눈 앞의 정원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것이 대단히 사치스러운 것이라고 켄신은 생각되었다. 그리고, 자신이라도 덧없이 아름다운 장소를 맨발로 어지럽히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참으로 덧없는 아름다움. 자네가 노키자루(軒猿, ※역주: 닌자의 명칭 중 하나)를 꺼려한 이유를 알겠네"
"이 정원은 내 자신작이지. 땀냄새나는 무지렁이는 필요없네"
정원을 바라보며 사키히사는 잔을 기울였다. 켄신도 똑같이 잔을 기울였다.
말없이 정원을 바라보며 술을 즐기던 두 사람이었으나, 문득 켄신이 입을 열었다.
"내가 찾아온 이유를 묻지 않는겐가"
"억지로 물어봐도 대답해 줄겐가?"
켄신의 의문에 사키히사는 웃음을 띄우며 대답했다. 켄신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사키히사는 거의 흥미가 없었다. 다만, 옛 친구와 잔을 나누는 것만으로 만족이었다.
예전에 조정(朝廷)과 아시카가(足利) 정권의 권위 부활의 맹약을 맺고 타케다(武田)와 호죠(北条)에 야망을 분쇄당해 결별했던 두 사람이었으나, 우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훗, 이대로는 단순히 놀래키기 위해 방문했다고 생각될 것 같군. 그렇지……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내가 찾아온 이유는, 자네의 딸이 관계가 있지"
"딸……? 설마……"
이 때 처음으로 사키히사는 깜짝 놀란 표정을 떠올렸다. 대담한 웃음을 떠올린 켄신은, 잔의 술을 비우고는 말을 이었다.
"타케다와 전쟁을 했을때도 이 정도로 놀란 적은 없었지. 정치에 여자를 쓰다니, 라고. 그렇기에 다들 속고 있는거지. 타케다의 시노비도, 호죠의 시노비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네. 그렇지? 겉보기에는 오다 가문이나 모리 가문이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말일세"
"……"
"나도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면 간자의 보고를 일소에 부쳤겠지. 하지만, 그 아이와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자가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네"
거기서 말을 끊고, 잔의 술을 비운 후 켄신은 한숨을 쉬었다.
"나라의 초석은 백성, 우리들 무사는 백성으로부터 영지를 안전하게 지키는 대신 수확물을 받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네. 그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 아이는 백성을 번영시키고 있지. 그리고, 자신의 이익도 얻어 힘을 기르지. 간자가 눈을 까뒤집었네. 그 아이가 가진 힘은 120만석의 영주에 필적한다고 말일세"
"……나를 찾아온 이유는, 설마 중개를 해달라는 헛소리는 아니겠지. 그 아이는 고노에(近衛) 가문의 지보(至宝). 그리 간단히 다른 곳에 보낼 수는 없지. 게다가, 지금은 오다 님 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 그 애가 싫어하지 않는 이상, 오다 님 밑에서 떼어낼 수는 없네"
이야기가 까다롭게 됐군, 이라고 사키히사는 마음 속으로 신음했다. 타케나다 호죠는 오다 가문의 군사 방면을 주시하고 있기에, 농업이나 어업 등은 소홀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켄신은 다르다. 그는 백성의 영지를 맡아가지고 있는 것이 무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타케타나 호죠와는 달리, 시즈코의 생산 기술을 중시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잠깐. 네 이놈…… 오늘 찾아온 이유는 설마"
켄신의 속셈을 생각하고 있던 사키히사는, 켄신이 오늘 찾아온 이유는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계산된 것임을 깨달았다.
해답을 찾아낸 사키히사에게, 켄신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뭘, 잡아먹으려는 게 아닐세. 단지, 한번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 뿐이지. 그대의 딸, 고노에 시즈코 님과 말이야"
연말연시에 대비하여, 사키히사는 시즈코에게 다종다양한 상품을 구입하고 있었다. 그 상품들이 도착하는 날이, 켄신이 방문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때때로 노부나가가 접대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키히사의 접대는 시즈코가 한다.
평상시에 상품을 배달하는 것만이라면 시즈코 자신이 오지는 않지만, 연말이라는 이유고 그녀는 인사도 겸해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켄신은 그 시기에 맞춰 오다 가문 가신들이라도 상급 무장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시즈코와 회담 자리를 손에 넣었다. 간단히 쫓아낼 수 없는 이상, 사키히사가 위장통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즈코 님이 오셨습니다"
"……들여보내라"
마음 속으로 으르렁거리면서 사키히사는 시즈코를 안내하도록 명했다. 그 옆에서 켄신은 재미있는 듯한 미소를 띄우고는 시즈코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즐거워하면 할수록, 사키히사는 위장통이 심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라)"
"(안심해라)"
그렇게 말하는 켄신이었으나, 사키히사는 켄신의 표정을 보고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확실히 한바탕 말썽이 일어날 예감을 느낀 사키히사는, 무거운 것을 뱉어내는 듯한 한숨을 쉬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말과 함께 조용히 입구가 열렸다. 먼저 두꺼운 옷을 입은 시즈코가, 이어서 카이저와 쾨니히가 방으로 들어왔다. 아무 대비도 없이 거대한 짐승을 보게 되자 켄신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게 재미있었는지, 사키히사가 킥 하고 웃었다. 머리로 이해가 된 켄신은, 뺨을 붉히면서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다.
"아, 죄송합니다. 이 애들이 떨어지질 않아서…… 그, 무섭지 않거든요?"
뒤통수를 긁으며 시즈코는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켄신은 자세를 바로하고는, 다시 카이저와 쾨니히를 보았다.
본 적도 없을 정도의 거구였으나, 결코 조야한 느낌이 아니라, 신비스러울 정도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상관없소. 하지만, 처음에는 놀랐으나 보면 볼수록 단정한 모습이군"
시즈코는 눈 앞의 승려(켄신)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시가의 진(志賀の陣)이 끝난 이후, 비트만들은 시즈코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형편상 짐승이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서는 얌전히 떨어지지만, 입구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다. 특히 카이저는 어렸을 때부터의 어리광부리는 버릇이 부활하여, 24시간 찰싹 달라붙었다.
여기저기 이동한 것 때문에 애정 부족을 느낀 건가, 하고 시즈코는 생각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기로 했다.
"실례합니다, 고노에 님. 목록의 확인입니다만…… 괜찮으신가요?"
내용의 확인과, 외부인이 있는 상태에서도 문제없느냐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서 시즈코는 사키히사에게 물었다. 그는 켄신을 한 번 쳐다본 후, 무거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키히사의 태도에 의문을 느낀 시즈코였으나, 깊게 파고들면 그가 곤란해할거라 생각하고 그 이상 질문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시즈코는 보따리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내용을 최종 확인한 후 사키히사에게 건넸다.
"소금, 설탕, 된장, 간장, 미림(味醂), 술, 녹차, 우롱차(烏龍茶), 홍차, 기후 쌀(岐阜米), 오와리 쌀(尾張米)…… 등등 상당한 양입니다. 다소 부엌이 좁아질거라 생각합니다"
"상관없다. 연초에는 지기(知己)를 불러 연회를 열 예정이지. 정월 3일이 지나면 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개인이라면 몇 달은 생활할 수 있는 양을 며칠만에 소비한다. 얼마나 사람을 부를 건지 조금 궁금해졌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여 시즈코는 떠오른 질문을 되삼켰다.
그 후, 짐을 확인하고 싶다고 시즈코에게 말하고 사키히사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시즈코를 데리고 나갔다. 재빠른 움직임에 켄신도 어이가 없었지만, 머리로 이해되자 작게 웃었다.
"저기― 괜찮으신가요?"
친구을 방에 놔둔 채로 밖으로 나온 것에 시즈코는 약간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사키히사는 팔짱을 끼고 신음한 후,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시즈코 님. 내 두 번째 어려운 문제는, 그대를 내 유자(猶子)로 삼는 것이오. 하지만, 이 일은 오다 님과의 사이에서만 이야기된 것이지"
"어, 아, 네, 어?"
엄청난 폭탄 발언을 들은 시즈코였으나, 그녀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사키히사는 시즈코 쪽을 돌아보더니 절박한 표정을 짓고 말을 이었다.
"그것을, 카부키모노(傾奇者)보다 질이 나쁜 저 대악당(大悪党)은, 어째서인지 알고 있소. 저 사내가 누군데, 틀림없이 좋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겠지. 그래서, 여기는――"
"그렇게 섭섭한 소리를 하지 말게나"
대화 도중에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사키히사의 몸이 굳었다. 하지만, 말을 건 인물은 그다지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대단히 자연스러운 발걸음으로 사키히사들에게 다가왔다.
"실례, 저는 단지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아무래도 이 녀석이 잔걱정이 많아서 말이오"
켄신은 시즈코 앞에 서더니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아직까지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시즈코였으나, 조건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의 사키히사였지만, 이윽고 탄식하더니 툇마루에 앉았다.
"후시키안(不識庵) 님. 이 아이는 바쁜 몸이니, 너무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네. 짧게 끝내 주시게"
대책을 세워봐야 깨질 것을 이해한 사키히사는, 켄신이 바라는 대응을 하면서 선을 넘지 않도록 감시하면서 유도하는 편이 좋겠다고 결론지었다.
사키히사의 속셈을 헤아린 켄신은, 사키하사에게 감사와 사죄를 담아 고개를 한 번 숙인 후, 다시 시즈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전에도 만났지만, 다시 소개하지요. 소승은 후시키안이라고 합니다.
"시즈코, 입니다. 그…… 그 성함, 과 고노에 님의 친구분이시라는 것은…… 에치고의 용, 이라고 불리는 분이신가요?"
에치고의 용이라는 말에 켄신의 표정이 굳었다. 이전에는 정체를 꿰뚫어본 기색도 보이지 않았던 시즈코가, 이번에는 즉시 켄신의 정체를 간파했다.
켄신은 얼굴만 사키히사 쪽으로 돌렸다. 그는 켄신이 놀라는 모습이 어지간히 재미있었는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다시 시즈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켄신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
"만약 내가 에치고의 용이라고 한다면, 그대는 어찌하실 것이오?"
"딱히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후에 몰래 오셨다고 해도 지금은 눈이 내리는 계절이니, 이래저래 불편하신 점 많으신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시즈코의 대답에 켄신과 사키히사는 할 말을 잃었다. 에치고의 용, 성장(聖将), 군신(軍神)이라는 별명이 붙었듯이, 우에스기 켄신은 타케나다 호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장이다. 그의 목을 원하는 사람들은 별의 숫자만큼 많다.
그런 켄신을 죽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앞두고, 목을 취할 야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으며, 거꾸로 그가 돌아가는 길을 걱정하는 시즈코에게는, 제아무리 사키히사라도 예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대답이었다.
살기가 일절 느껴지지 않고, 켄신들이 놀라는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즈코를 켄신은 똑바로 바라보았다. 방금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눈이라고 켄신은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허허허헛, 참으로 기분좋은 말이로다"
"네, 네에"
호쾌하게 웃는 켄신에 시즈코는 곤혹스러워졌다. 한바탕 웃은 후, 켄신은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떠올렸다.
"그대에게는 이익만 추구하는 자들에겐 없는 바람을 느끼오. 참으로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해주는 바람이외다"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시즈코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는 전국시대의 상식을 몇 번이나 뒤집는 사고방식의 소유주임을 그녀는 떠올렸다.
투서함을 회수할 때, 시즈코는 눈 앞의 인물이 켄신인 것을 깨닫지 못했다. 후시키안이라는 이름이 걸리기는 했지만, 에치고의 영주인 켄신이 호위도 없이 기후에 올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바로 그렇기에, 다들 켄신의 술수에 걸려들어, 누구 하나 그의 정체를 꿰뚫어보지 못했다.
"바라건대, 계속 변함없이 있어주었으면 하외다"
"네, 네에, 감사, 합니다?"
"허헛, 오랜만에 마음속이 다 시원해지게 웃었소. 답례로 한 잔 올리고 싶다고 하고 싶지만, 그대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차를 한 잔 올리지요, 물론 이놈이 퍼뜨리고 있는 고노에류 전차도(近衛流煎茶道)의 예법으로 말이오"
고노에류 전차도는, 다도(茶道)의 일종인 전차도(煎茶道)를 사키히사가 나름대로 개량한 다도의 일종이다. 말차도(抹茶道)와는 달리 도구는 찻주전자(急須), 찻잔(湯飲み), 끓인 차를 식히는 그릇(湯冷まし), 찻잎 등 네 가지만 있으면 된다.
마시는 법에 추천하는 방법은 있지만, 엄격한 예법은 없다. 마주보고 책상다리를 한 채 마셔도 좋고,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마셔도 좋고, 선 채로 마셔도 좋은 등, 세세한 규정은 하나도 없다.
사키히사의 전차도는 마음가짐(心構え)과 접대(もてなし)에 대한 철학, 그리고 추천하는 순서 뿐이다.
마음가짐이나 접대에 대한 철학은 말차도와 큰 차이가 없다. 순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키히사는 아래의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먼저, 차모임(茶会)을 여는 호스트는 멀리서 어렵게 찾아와 준 사마들에 대해, 목을 축이는 목적으로 미지근한 차를 낸다. 마음으로 차를 마시고 진정된 사람들에게 조금 뜨거운 차와 과자를 낸다.
그 후에는 잡담을 하거나,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하는 등, 각자 편한 대로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적당한 온도로 끓인 차를 내면 끝이다.
차는 녹차, 우롱차, 홍자, 호지차(ほうじ茶) 등 뭐든지 좋다. 내는 순서도 종류도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다. 처음에 녹차를 내고, 마지막에 우롱차를 내는 것도 허용된다.
각자가 자신들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마시는 법으로 마시면 되었다. 이 완만한 규정과 차도구(茶道具)의 저렴함이 인기를 끌어, 고노에류 전차도는 무가(武家)나, 공가(公家), 주로 여인들에게 대유행했다.
여담이지만 녹차, 우롱차, 홍차는 전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ia sinensis)라는 동백과의 차나무에서 만들어진다. 세 종류의 차이점은 찻잎의 가공 방법이다.
나무의 생잎을 건조, 발효시켜 말들 때, 발효시키지 않은 차를 녹차, 약하게 발효시킨 차를 황차(黄茶), 백차(白茶), 강하게 발효시킨 차를 우롱차, 완전히 발효시킨 차를 홍차라고 부른다. 누룩균(麹菌)에 의한 후발효차(後発酵茶)는 흑차(黒茶)라고 부른다.
따라서, 현대에서는 일본의 차나무에서 만들어지는 국산 홍차가 있다.
인도-스리랑카의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족하지만, 그윽하고 달콤한 향기, 떪은 맛이 적고 산뜻한 맛, 약간의 단맛이 특징이다.
"맙소사, 변함없이 자기 고집을 부리는 사내로세"
켄신의 말에 사키히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겨울의 추위에 견디면서 아시미츠(足満)는 오우신 신사(櫻信之社)의 한 구석의 땅을 갈고 있었다.
그 자신이 갈고 있는 이유는, 지금부터 키우려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여 함부로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시즈코가 알게 되면 불태워버리겠지. 가능한 한 얼버무리도록 하자)
심는 것은 5월로 아직 멀었지만, 언제 바빠질지 모르기에 시간이 있을 때 꾸준히 갈아두자고 아시미츠는 생각했다.
손바닥만한 땅밖에 쓰질 않기 때문에 1각(刻)도 걸리지 않아 아시미츠는 땅을 다 갈았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그는 가까이 있는 돌에 걸터앉았다.
(희한한 일을 하시는군요)
"봄에 키우는 게 특수하니까"
어디선가 토비카토(鳶加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시미츠는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고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땀을 다 닦자 그는 몸을 움직여 근육을 풀었다.
(그건 이전에, 타케다의 간자에게 쓰신 것과 관계가 있는 겁니까)
"……지나치게 많이 알면 목숨을 잃는다, 토비카토. 뭐 좋아, 네놈은 쓰는 걸 본 적이 있으니, 특별히 가르쳐주지. 내가 키우는 것은 세뇌를 위한 독초이다. 남만에서는 앤젤 트럼펫(Angel Trumpet)이나 다튜라(Daturas)라고 부르지"
엔젤 트럼펫, 다튜라, 다투라, 만다라케(曼陀羅華) 등 여러가지 이름을 가진 흰독말풀(朝鮮朝顔, 이하 다투라)은, 대단히 위험한 독을 가진 1년초(一年草) 또는 고목(高木)이다.
다투라에는 브루그만시아(キダチチョウセンアサガオ, Brugmansia) 속(属)과 흰독말풀 속(属)이 존재한다. 양자의 차이점은 나무가 되는지 풀이 되는지와 꽃이 피는 형태이다.
브루그만시아 속은 높은 나무 또는 낮은 나무로, 꽃이 아래쪽을 향해 핀다. 그에 반해 흰독말풀 속은 1년초 또는 다년초(多年草)로, 꽃이 위를 향해 핀다.
통칭 앤젤 트럼펫이라고 불리는 종류가 브루그만시아 속, 다투라라고 불리는 종류가 흰독말풀 속이다.
공통점은 양쪽 다 유독 식물로, 대단히 위험한 식물이라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흰독말풀의 조선(朝鮮, ※역주: 흰독말풀속의 일본 명칭인 朝鮮朝顔는 그대로 읽으면 조선 나팔꽃이라는 뜻)은 특정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단순히 해외에서 들어온 것, 이라는 의미이다.
또, 나팔꽃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다투라는 가지 과에 속하며, 메꽃(ヒルガオ) 과인 나팔꽃과는 종이 다르다.
그리고, 1804년에 세계 최초의 전신마취하에서의 유방암 적출 수술을 한 하나오카 세이슈(華岡青洲)가 쓴 다투라는, 메텔(Metel)이라고 불리는 인도 원산의 풀 종류의 다투라이다.
(미치광이풀(ハシリドコロ, 스코폴리아 뿌리)을 쓴 독초와 같은 종류입니까)
"세뇌에 쓰기엔 이쪽이 좋다"
아시미츠가 수입한 다투라는 대단히 위험한 독초이다.
인도에서는 다투라를 이용해 상대를 만취(酩酊) 상태로 만든 후 강도짓을 하는 다투레아스(Datureas, ※역주: 알파벳 스펠링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라는 범죄 조직이 존재했는데, 그 조직이 사용했다고 하는 다투라가 아시미츠가 키우고 있는 다투라이다.
독의 효과가 너무 강해서 상대가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는 타케다나 호죠의 간자이다. 따라서, 아시미츠는 털끝만큼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에게 있어 시즈코 이외의 사람들의 목숨은 길 옆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정도의 가치조차 없지만.
"하시시(hashish)로는 생각대로 사고(思考)를 제어할 수 없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지만, 이쪽이라면 제어하기 쉽고, 밖으로 샐 걱정도 없지"
(설마…… 그 30명은……)
"이야기는 이상이다, 토비카토. 이 이상 캐물으려면 그 목을 각오하라"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낸 후, 아시미츠는 도구를 정리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말없이 아시미츠가 갈아놓은 밭을 보고 있던 토비카토였으나, 이윽고 마음 속에 있는 시커먼 것을 뱉어내려는 듯 중얼거렸다.
(목숨을 버린 병사…… 라. 당분간 사이카슈(雑賀衆) 주변은 난리가 나겠군)
12월의 어느 날, 시가의 진에 대한 논공행상이 노부나가의 거성(居城), 기후 성(岐阜城)에서 열리게 되었다.
노부나가 최대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가의 진에서 각자 충분히 활약하였기에, 그는 간신히 멸망의 위기를 넘겼다.
"제 1공! 모리 산자에몬 요시나리(森三左衛門可成)!"
활약의 순위를 매기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굳이 1위를 정하라면 모리 요시나리 이외에는 없다. 그의 활약에 의해 노부나가는 쿄(京)를 빼앗기지 않았고, 그리고 등 뒤에서 습격받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전장에 서지 않더라도 인맥을 이용한 외교로 반 오다 연합의 일부에 책략을 성공시키는 등, 누가 봐도 그가 시가의 진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것은 명백했다.
"요시나리, 망국의 위기를 이겨낸 활약, 실로 훌륭하였다"
"옛!"
요시나리에는 명품 다기(茶器) 두 점, 돈, 그리고 봉토(知行地)가 내려졌다. 그 후에도 시바타(柴田)나 삿사(佐々), 마에다 토시이에(前田利家), 키노시타 토우키치로 히데요시(木下藤吉郎秀吉), 니와 나가히에(丹羽長秀),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 등 많은 무장들에게 포상이 내려졌다.
"(저기말야, 우리들은 포상이 없을 것 같은데?)"
옆에 있던 케이지(慶次)가 시즈코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야 그렇지. 이번에 우리들은 명령을 무시했으니까. 우사 산성(宇佐山城) 함락을 저지한 걸로 상쇄된 거 아냐?)"
"(……뭐 원래는 노다(野田)-후쿠시마(福島)로 참전했어야 했던 거니 어쩔 수 없나)"
케이지도 포상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지, 금방 납득하고는 어깨를 움츠렸다.
애초에 시즈코는 논공행상에 흥미가 없었다. 주어지는 것은 보물, 다기, 칼, 말인데, 시즈코에게는 하나같이 다루기 까다로운 것들 뿐으로, 받아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하사하는 게 고작이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와사비의 재배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 쪽이 강했다.
"이상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들 외에 무공을 기리는 두 가지 특별 무공이 있다"
논공행상은 끝이라고 생각한 시즈코였으나, 진행자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시즈코는 진절머리가 났다.
"첫번째는 우사 산성을 지켜낸 병사들이다. 그들의 용감무쌍한 분투(獅子奮闘) 없이 우사 산성을 지켜낼 수 없었다. 목숨을 버리고 싸운 무사들은, 특별무공으로 기려야 할 것이다"
묵념할 듯한 분위기로 노부나가가 말했다. 특별무공은 그 자신이 말할 것인지, 진행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눈을 감고,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목숨으로서 조국의 초석이 된 영령들이여, 편히 잠들라"
노부나가의 말을 들은 가신들이, 누구의 말을 들을 것도 없이 합장하고 기도했다. 묘비 없는 땅에 잠든 병사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
이윽고 전원이 합장이 끝났을 무렵, 노부나가는 눈을 뜨고 두번째의 특별무공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두번째도 우사 산성과 관계가 있다. 그들은 우사 산성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고, 반역한 롯카쿠(六角)를 철저히 짓밟아 오우미 국(近江国)의 안정에 기여하였으며, 코우가슈(甲賀衆)에 대한 책략을 용이하게 하였다. 공식적인 무대에 서지 않고, 무공을 탐하지 않고, 다만 무대 뒤편에서의 역할에 진력한 자들에게, 나는 두 번째의 특별무공을 내리고 싶다"
(아, 왠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시즈코 군 총대장, 시즈코! 마에다 케이지(前田慶次), 카니 사이조(可児才蔵), 모리 카츠조(森勝蔵)! 그대들의 활약, 실로 훌륭하였다"
머리가 아파진 시즈코였으나, 호명되었으니 앞으로 나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오다 가문 가신들로부터 상찬의 눈빛, 그와 동시에 따라붙은 질투와 반감 등의 악의.
정(正)과 부(負)의 감정을 동시에 받으면서도 다수의 전투를 거쳐 늠름해졌는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배짱이 두둑해졌는지, 시즈코는 가신들의 악의를 가볍게 흘리고 노부나가의 앞으로 이동했다.
"호오…… 전쟁이란 사람을 이만큼 늠름하게 성장시키는 것인가. 걷기 시작한 갓난아이가 훌륭한 표정을 짓는 장부(をのこ)로 변했구나"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노부나가는 혼잣말을 하며 대담한 미소를 떠올렸다. 시즈코가 눈 앞에 앉자, 노부나가는 표정을 조였다.
"시즈코, 마에다 케이지, 카니 사이조, 모리 카츠조, 그대들의 활약, 훌륭하였다"
봉록(俸禄)은 전원 공통으로 칼, 말, 돈이 내려졌으나, 시즈코에게만 명품 다기 한 점과 영락전문기(永楽銭紋旗, ※역주: 영락전(永楽銭) 문양이 그려진 깃발(旗))이 내려졌다.
영락전문기는 노부나가가 깃발 문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깃발 문양은 미즈노(水野) 씨、쿠로다(黒田) 씨、센고쿠(仙石) 씨가 받은(拝領) 게 고작이고 가신들에게 내려지는 경우는 적으며, 따라서 대단히 명예로운 것이다.
"이상으로 논공행상은 끝나지만, 한 가지 모두에게 알려둘 이야기가 있다"
노부나가가 가볍게 손뼉을 쳐 소성에게 신호를 보내자, 입구의 맹장지가 조용히 열렸다. 거기서 방으로 들어온 것은 고노에 사키히사(近衛前久)였다.
그의 모습을 본 순간, 시즈코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해했다. 한층 두통이 심해졌지만, 노부나가가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뒤통수를 긁적였다.
사키히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더올리며 시즈코의 옆까지 이동하더니 그 자리에 앉았다.
"다들 궁금해하고 있을테니, 슬슬 시즈코의 정체를 밝히겠다"
그 말에 주위가 술렁였다. 시즈코의 성은 아야노코우지(綾小路)였으나, 아무리 조사해봐도 시즈코가 아야노코우지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증거는 없었다.
상락 후에도 노부나가는 몰래 타키카와 카즈마스(滝川一益)에게 조사하게 했으나, 그녀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노부나가가 어딘가에서 주워와서, 지금은 중히 쓰이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일의 시작은 현 쇼군(将軍)의 형님이신 검호(剣豪) 쇼군과 오다 님께서 밀회했을 때의 일입니다. 저는 우에스기(上杉) 가문과 갈라선 이후, 꿈을 맡길 수 있는 무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때 오다 님과 검호 쇼군의 밀담. 저는 이것을 호기(好機)라고 보고, 억지를 부려 밀담에 참가하는 것을 허락받아, 거기서 오다 님께 힘을 빌려드릴 약속을 했습니다. 그게 그녀입니다"
(거 참 잘도 그런 거짓말을 태연하게 할 수 있네…… 나한텐 무리야)
사키히사는 새빨간 거짓말을 막힘없이 늘어놓았다. 진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사키히사의 말이 사실이다.
"여러분께서도 어렴풋이 느끼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녀에게는 고노에 가문의 이름을 쓰는 것을 금하였습니다. 하나는 간자 대책, 또 하나는 재주를 보이는데는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쪽이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맘대로 하세요……)
여전히 사키히사의 9할이 거짓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에 대해, 시즈코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야노코우지 시즈코(綾小路静子)가 그녀의 본명이지만, 오다 가문 가신들 사이에서는 고노에 시즈코(近衛静子)의 이름이 사실로 정착되었다. 시즈코가 고노에 가문 출신이라는 것에 무장들은 놀라고, 그녀에게 어느 정도 두려움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케이지나 사이조, 나가요시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으며, 케이지에 이르러서는 "사람은 하루에 쌀이 3합(合)만 있으면 살 수 있어. 그보다 술이 마시고 싶어"라며 시즈코의 성보다 술 쪽이 중요했다.
결국, 시즈코가 고노에 가문의 사람이던 아니던 주위에는 대단한 일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녀의 지식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담력에 납득이 갈 뿐이었다.
파란은 있었으나 신속하게 이루어진 논공행상으로부터 며칠 후, 시즈코에게는 노부나가에게서 100명의 아시가루(足軽)가 긴급하게 주어졌다.
그녀는 병사의 취급에 골치를 앓았다. 지금까지도 병사의 증감(増減)은 자주 있던 일이었지만, 100명 정도가 주어진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 응, 어쩌지. 당분간 신병훈련을 시키면 되려나"
"항상 하던 것처럼 체력 측정부터겠지"
골치를 앓고 있는 시즈코에게 나가요시가 지적했다.
시즈코 군은 병사들에 대해, 처음에는 체력 측정이라는 이름의 솎아내기를 하고 있었다. 체력 측정에서 탈락한 사람은 병참대(兵站隊)에 맞는 시즈코가 입안한 훈련을, 체력 측정에 합격한 사람은 나가요시 자신이 몸으로 체험한 특별훈련을 시켰다.
어느 쪽이던 나가요시의 감독 아래 훈련을 받게 되는데, 그의 훈련은 다른 군대에서도 호평이라 가끔 외부에서 훈련에 참가하는 자들도 있었다.
시즈코 군은 전투에 관여하는 전투군(戦闘軍)과, 후방지원을 담당하는 병참군(兵站軍)의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
병참군은 토목공사를 하는 쿠로쿠와슈(黒鍬衆) 외에 무장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다이도코로슈(台所衆), 부상병을 치료하는 킨소이슈(金瘡医衆), 위생이나 방역, 병의 치료를 담당하는 에이세이슈(衛生衆), 무기나 식량을 경호, 운반하는 부츠류슈(物流衆), 척후를 담당하는 셋코슈(斥候衆), 전령이나 파발마등의 통신 관계를 담당하는 츠으신슈(通信衆), 군용견을 다루는 케이비슈(警備衆) 등이 있다.
원활하게 군사작전을 진행하려면, 후방지원의 충실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로부터 겁장이 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로마 군의 힘은 병참에 있다, 라고 할 정도로 군에 있어 병참은 중요한 존재이다. 또, 유방(劉邦)에 소하(蕭何), 조조(曹操)에 순욱(荀彧) 등, 유명한 인물들에는 병참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반드시 존재했다.
노부나가도 입 밖에 내어 말하진 않았으나, 전투는 그것이 벌어질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즈코가 후방지원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때로는 그녀의 아이디어를 슬쩍 채용하기도 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설령 적이 특기로 하는 전술, 전략, 이론조차 자군(自軍)에 채용한다. 이 빠른 상황판단이 노부나가의 강점이기도 했다.
시즈코는 나가요시의 의견을 듣고 잠시 생각한 후, 그를 바라보며 결론을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달릴게. 요즘 바빠서 훈련을 많이 빼먹었으니까"
"그러냐. 이번에는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그런 대화를 하며 두 사람은 준비를 했다. 준비를 마친 후 100명의 병사들이 기다리는 광장까지 이동했다.
미리 정렬시켜둔 덕분에, 큰 노력 없이 시즈코와 나가요시는 100명 앞에 섰다.
"에―, 자 주목―. 이야기는 사전에 들었을거라 생각하니,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럼, 여러분은 지금부터 체력 측정을 합니다"
나무로 된 발판 위에 올라가, 나무로 된 메가폰을 써서 시즈코는 100명의 병사들에 말했다. 역시, 랄까 벌써부터 패턴이 되고 있는 듯, 신병들은 시즈코를 깔보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멀리서 보고 있는 케이지나 사이조, 그리고 시즈코 옆에 있는 나가요시는, 그들의 태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흥미진진하다는 웃음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버틴 사람이 약 50분이다. 나머지는 체력 측정에 들어가기 전의 준비운동에서 비명을 지른다. 대충 20분이나 버티면 오래 버틴 축이다.
"원래는 움직이기 쉬운 복장으로, 라고 하고 싶지만, 오늘은 그 복장 그대로 부탁드립니다"
그로부터 10분 정도 후 체력 측정, 아니 단순한 런닝이 시작되었다. 선두는 말할 필요도 없이 시즈코, 그 뒤를 100명의 신병들이 나란히 달릴 뿐이었다.
규칙은 단순하여, 시즈코가 체력의 한계에 달할 때까지 달린다, 전원이 기권한다,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시즈코를 제외하고 남지 않는다 중 하나였다.
"오―, 제법 열심히 하는데. 아마 두 바퀴도 돌기 전에 반은 탈락하겠지만 말야"
멀리서 보고 있던 케이지였으나, 가까이서 보는 편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틈에 나가요시 옆에 서 있었다.
눈 위에 손을 올리고 재밌다는 듯 보고 있는 케이지와 달리, 나가요시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은 한 바퀴나 돌면 다행일걸. 모래 위를 달리는 건 보기보다 체력을 많이 소모하니까. 이런 종류의 훈련을 경험한 적이 없는 신병들에게는 힘들겠지"
나가요시의 생각은 옳았다. 한 바퀴 500미터의 레인을 달릴 뿐이지만, 모래 때문에 지면을 강하게 박찰 수가 없다. 필연적으로 단단한 지면보다 힘을 많이 쓰게 된다.
한 발자국만이라면 작은 차이였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나나를까, 두 바퀴를 돌았을 무렵에는 8할 가까이 지칠 대로 지쳐서 다리를 끌고 있었다.
"2바퀴 완료―. 자자, 아래를 보면 더 힘들어요"
그에 반해 시즈코는 아직 여유만만이라는 표정이었다. 처음과 다름없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세 바퀴 째에 돌입했다. 반도 달리기 전에 7할이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며 발을 멈추었다.
세 바퀴 째의 골에 도착한 것은, 시즈코를 제외하면 겨우 한 명 뿐이었다. 그 인물도 네 바퀴 째를 완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기에, 시즈코는 거기서 체력 측정을 멈추었다.
"전원 탈락 같으니 종료"
시즈코의 종료 선언에 신병들은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곧바로 그들은 절망을 알게 되었다.
"그럼 10분 휴식 후, 다음에는 턱걸이(懸垂)를 합니다"
체력 측정이 끝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신병들은, 문자 그대로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런 그들을 멀리서 보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훗, 역시 익숙하지 않으면 매제도 힘든 건가"
노부나가였다. 그는 나가마사(長政)로부터 '신병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상담을 받았을 때, 맨 먼저 시즈코 군에 던져넣을 것을 떠올렸다.
다른 곳에서는 정체 때문에 귀찮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점에서, 시즈코 군은 괴짜들이 수두룩한 군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인물이 들어가도 딱히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즈코 군은 신분이나 혈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재능과 운이 있다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운명과 싸워라 매제여. 만약, 네게 운명을 굴복시킬 힘이 있다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으리라"
노부나가는 아자이(浅井) 가문을 멸망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년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다니 성(小谷城)은 견고함을 자랑하는 성이다. 그러나, 어떤 성이라도 단독으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과 식량의 보급 루트를 전부 끊어버리면, 안쪽으로부터 붕괴하기 시작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지금부터 2년, 그 때까지 힘을 키워라"
누구에게 대고 말하는 게 아니라 노부나가는 작게 중얼거렸다. 호위대(馬廻衆)가 반응하기 전에 노부나가는 말머리를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요양을 마친 모리 요시나리가, 연말 인사를 겸하여 시즈코의 집을 방문했다. 그것 자체는 딱히 문제도 없이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그러나, 뭘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요시나리가 나가요시와 대련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왼팔에 장애가 남아, 지금도 약간 저림이 있는 요시나리로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고 시즈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가요시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자, 시즈코는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진짜 창으로 대련하다 살상 사태가 나면 전원이 책임을 져야 하기에, 장봉(長棒)으로 대련하게 되었다. 요시나리는 봉을 몇 번 휘둘러서 감촉을 확인한 후, 나가요시 쪽을 향했다.
"사양할 필요는 없다. 나를 적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덤벼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나가요시가 요시나리를 향해 달려갔다.
처음에는 요시나리가 열세에 몰리는게 아닌가, 하고 멀리서 관전하고 있던 시즈코나 케이지, 사이조는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가요시의 완패였다.
두 사람의 주위에는 치고 들어갈 때의 생긴 발자국 투성이였는데, 그 대부분이 나가요시의 발자국이었다. 요시나리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나가요시의 공격을 흘려내고, 그대로 기세를 붙여 나가요시를 공격했다.
50대가 다 된, 그것도 왼팔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젠장! 젠장!"
거친 목소리를 내면서 나가요시는 장봉을 휘둘렀다. 초조함과 한 번도 맞부딪히지 못하는 짜증 때문인지, 그냥 무턱대고 휘두를 뿐이었다. 그런 공격이 요시나리에게 맞을 리가 없어, 간단히 회피당했다.
"크억!"
빈틈투성이의 모습을 드러낸 나가요시의 몸통에, 요시나리의 장봉이 호되게 작렬했다. 아픈 나머지 무릎을 꿇은 나가요시였으나, 요시나리는 용서없이 장봉으로 요시나리의 손을 후려쳤다.
승부의 결과는 누가 봐도 요시나리의 압승이었다. 나가요시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단련시키기위해 이런저런 훈련을 시켰던 시즈코 본인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실력은 좋지만, 교활함은 아직 멀었구나"
나가요시가 떨어뜨린 장봉을 주워든 후, 요시나리는 대련의 감상을 말했다.
다소 호흡이 거칠어지긴 했으나, 아직 한참 여유가 느껴졌다. 반면, 나가요시는 어깨로 숨을 쉬고 있어, 체력을 극심하게 소모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기술에 너무 의지하고 있다. 카츠조, 너는 기본을 너무 소홀히하고 있다. 그래서는 아무리 덤벼봐야 나를 쓰러뜨릴 수는 없다"
요시나리의 말에 나가요시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의 지적대로, 도중부터 기술을 남용하고, 그게 맞지 않았기에 다음 기술을, 이라는 진흙탕에 빠진 것을 나가요시는 깨달았다.
그가 약간의 지적으로 해답을 얻은 것에, 요시나리는 작게 웃음을 떠올렸다.
"알겠느냐, 카츠조. 기술로 상대(兵)에게 두려움을 주지 마라. 찌르기 한 번, 아무렇지도 않은 그냥 찌르기만으로 상대를 두려워하게 해라. 그걸 할 수 있으면 어엿한 무사라고 할 수 있다"
"……예"
나가요시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떠올리고는 나가요시는 그를 일으켜세웠다. 나가요시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며, 그는 나가요시의 성장을 기뻐했다.
하지만, 요시나리가 그것을 말로 하지는 않았다. 말주변이 없는데다, 나가요시는 칭찬하면 우쭐하기 쉽다. 하지만, 말로 하지 않더라도, 요시나리의 손을 통해 마음은 나가요시에게 전해졌다.
이윽고 흙을 다 털어낸 요시나리는, 나가요시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내 등을 넘어서라, 카츠조. 너라면 할 수 있다"
"아버지…… 응,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아버지의 등을 넘어서 보이겠어!"
나가요시의 대답에 요시나리는 작게 미소지으며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요시를 단련시킨 후, 모리 요시나리는 노부나가를 찾아갔다.
설령 전선에서 물러나서 장남에게 가문을 잇게 하더라도 그가 노부나가의 오른팔이자 가장 신뢰받고 있는 인물임에 변함은 없다.
정치나 외교의 보조, 인맥을 살린 교섭, 다음 세대의 육성 등, 부상당하기 전과 다름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시즈코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가 의뢰한 물건들을 연말까지 끝내려고 했는지, 여러가지 물건들이 배달되었다. 연말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번째는 유리로 된 샬레(Schale)였다.
샬레란 미생물의 배양 실험에 쓰이는 유리로 된 납작한 그릇으로, 한천 배지(寒天培地)를 평판 배지(平板培地)로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독일의 세균학자 율리우스 리하르트 페트리(Julius Richard Petri)가 발명한 이래, 일반적인 용기로서 과학 실험에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이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페니실린의 제조와 관계가 있다. 제조처의 규모는 작지만, 페니실린의 제조는 시작되었다.
제조된 페니실린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샬레에 한천 배지를 만드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하지만, 샬레는 유리로 되어 있기에 생산이 따라오질 못했다. 그래도 필요한 수를 갖추기 위해 시즈코는 몇 번이고 생산을 의뢰했다.
지금은 페니실린 용출액(溶出液)이지만 정제도가 올라가면 알코올의 탈수작용으로 결정화(結晶化)시켜 분말로 만드는 것도 시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 천연 페니실린, 현대에서는 페니실린 G(벤질페니실린, Benzylpenicillin)이라고 불리는 항생물질은 기본적으로 그램 양성구균(グラム陽性球菌, Gram-positive bacteria)에 활용된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매독(梅毒)이다. 매독 스피로헤타를 치료할 때, 페니실린 G가 다른 항생제(抗菌薬)보다 효과적이다.
매독은 제1 감염경로가 성행위(性行為)이지만, 임신중, 출생시의 모자감염(母子感染)에 의한 선천성 매독도 있다.
배양이 불가능하기에, 1998년에 모든 게놈의 DNA 배열이 결정되긴 했으나, 현대에서도 병원성(病原性)의 기구(機構)는 거의 해명되어 있지 않다. 다만, 토끼의 고환 안에서는 어째서인지 배양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1512년에 처음으로 매독이 기록상에 등장했다.
매독이 서양의 역사에 나타난 것이 15세기 말(다만 여러가지 설이 있기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겨우 수십년 만에 일본에 도달했다는 것이 된다.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간 매독은 페니실린이 발견될 때까지 치료약은 없어서, 일본에서는 카토 키요마사(加藤清正), 유우키 히데야스(結城秀康), 마에다 토시나가(前田利長), 아사노 요시나가(浅野幸長) 등의 저명 인사들이 매독으로 사망했다.
페니실린이 발견될 때까지 매독에는 수은 요법(水銀療法)이나, 의도적으로 말라리아에 감염시켜 고열 상태로 만들어서 체내의 매독 트레포네마(Treponema pallidum)의 사멸을 확인한 후, 키니네(kinine)를 투여하여 말라리아 원충을 사멸시킨다는, 대단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치료법도 시행되었다.
하지만,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후, 그러한 치료법은 자취를 감추었다.
현대에서도 매독 트레포네마는 항생물질에 대한 내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단계에 따라 다르긴 하나 최고 12주 정도 동안 페니실린 G를 투여하면 치료된다.
여담이지만 미합중국 앨러배마(Alabama)주의 터스키기(Tuskegee)에서 빈곤층의 흑인 400명에서 600명을 대상으로, 정부기관이 매독의 생체실험을 1932년부터 40년에 걸쳐서 실시했다.
소위 말하는 터스키기 매독 인체실험은, 매독 말기에 일어나는 다양한 중증 합병증을 연구할 목적으로 실시되어, 환자에게 질병에 대해 알리지 않고, 치료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했다.
또, 건강체(健康体)인 사람은 건강진단 후, 혈액에 악성의 질병이 있다는 거짓을 알리고, '치료'의 이름 하에 매독을 주사하여 의도적으로 감염시켰다.
게다가 1946년 7월에서 1948년 12월에 걸쳐, 같은 보험기관이 중남미의 과테말라에서도 매독의 인체실험(소위 말하는 과테말라 매독 인체실험)을 한 것이 2010년에 밝혀졌다.
이 인체실험의 무서운 점은, 질병이 어떻게 감염되는지 판명된데다 치료법이 확립되어 있는 시대에 시행된 점이다.
샬레는 페니실린 용이지만, 두 번째로 도착한 것은 개똥쑥(クソニンジン)이다. 학명은 알테미시아(Artemisia)라고 한다.
입에 내기 꺼려지는 일본 명칭(※역주: 일본 명칭은 직역하면 '똥당근')이지만, 악취 같은 것은 없고 쑥과 라벤더 특유의 냄새가 난다.
건조시키면 더욱 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영문 명칭은 Sweet Wormwood(달콤한 향쑥)이라고 한다.
다만, 개똥쑥의 번식력은 허브로 분류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왕성하다. 1년초이지만 지하경(地下茎)이 남아 있으면 거기서 번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개똥숙의 에테르 추출물 알테미시닌(Artemisinin)은, 키니네에 내성을 갖는 말라리아에게도 경이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재배는 손쉬우며, 자연에서 유래된 약 중에서도 비교적 간편한 특효약이다.
말라리아의 특효약이라고 하면 키니네가 가장 유명하지만, 일본에서는 키나(quina, kina)의 재배가 불가능하다.
동남아시아를 경유해서 유럽 상인들이 일본에 내방하는 전국시대, 말라리아 대책의 약을 가질 필요성이 있었다.
최초로 말라리아의 감염이 확인되는 시기는 기원전 8천년에서 1만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터키의 고대 도시에서 말라리아에 걸린 것으로 생각되는 인골(人骨)이 발굴되었던 것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Cleopatra)도 말라리아로 고생하였으며, 그에 관한 부조(relief)도 발굴되었다. 이 부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말라리아 유행의 기록이라고 한다.
게다가 말라리아는 열대지역 특유의 질병이 아니다.
북극권에 가까운 핀란드에서도 20세기 초에 수천명이 감염되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감염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일본도 감염 범위 바깥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오랜 세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말라리아였으나, 1880년에 알제리 주재 프랑스 육군 군의(軍医) 샤를 라브랑(Charles Louis Alphonse Laveran)이 환자의 혈액에서 말라리아 병원충(原病虫)을 발견했다.
그리고 영국의 의사, 로널드 로스(Sir Ronald Ross)가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것은 모기라는 것을 증명한 것은 1897년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것이, 시즈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것은 방한복 세트였다.
구체적으로는 장갑, 양말, 복대, 도자기로 만든 탕파(湯たんぽ, 湯婆) 등 4점 세트였다. 이것들을 쓰는 것은 시즈코가 아니라, 그녀의 거점을 방위하고 있는 병사들이다.
시즈코가 사는 장소는 노부나가의 배려에 의해 항상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름의 더위도 겨울의 추위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무리 일이라고는 해도, 이래서는 몸이 상한다.
여름의 더위와 함게 겨울의 추위 대책은 꼭 필요하다. 방위하고 있는 병사들이 추위 때문에 손이 얼어서 중요할 때 움직이지 못해서야 이야기가 안 된다.
따라서, 추위 속에서도 병사들이 가능한 한 만전의 상태로 있을 수 있도록 대첵을 세우는 것은 중요했다.
"에―, 주목!
지금부터 방한구 4점을 두 벌씩 지급할테니, 받은 사람부터 착용하세요. 또, 이번에는 실용검증(実地検証)도 겸하고 있으므로, 사용감에 대한 감상을 들을 겁니다"
"옛!"
시즈코의 선언을 신호로, 4점 세트를 포장한 보따리가 두 개씩 병사들에게 건네어졌다. 병사들은 즉시 복대, 장갑, 양말을 신고, 도자기로 만든 탕파에 뜨거운 물을 넣었다.
"따뜻하다…… 나, 이 시기에는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여기서 술이 있으면 완벽, 하다는 건가?"
"그만둬. 그런 짓을 했다간 오다 님의 벼락이 떨어진다"
추위가 완화되어 여유가 생겼는지, 여기저기서 병사들은 잡담을 나누었다. 방한화를 배치할 수 있으면 완벽하지만, 현재로서는 코스트가 너무 들어서 병사들에게 돌릴 여유는 없다.
케이지, 사이조, 나가요시, 아야(彩) 등 측근에게 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만큼 성능은 보증되어 있어, 물이나 눈이 녹은 길을 걸어도 목이 긴 신발처럼 물이 스며드는 일은 없었다.
"자, 잡담도 좋지만 받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임무에 복귀해 주세요. 겨울 동안에는 이 4점을 착용하도록 합니다. 가끔 사용 소감을 물어보러 갈 거니까 즉시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아, 옛!"
느슨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병사들이, 시즈코의 독려에 당황하여 대답을 하고 표정을 조였다.
다 입은 병사들은 예비 보따리를 한 손에 들고 각자 소정의 위치로 돌아갔다. 전원이 수령을 마치자, 시즈코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좋―아, 연말까지 할 일은 다 끝났네―. 뭐, 내년이 되자마자 할 일이 있지만 며칠은 푹 쉴 수 있어"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시즈코는 굳은 어깨를 풀었다. 하지만, 새해가 지나면 또 일거리가 생긴다. 이 바쁜 몸은 언제 쉴 수 있는 걸까, 하고 때때로 생각하는 시즈코였다.
"내년에야말로 실컷 놀면서(左団扇) 생활해주겠어"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시즈코는 잊고 있었다. 작년 연말에도, 똑같은 것을 결의했던 것을.
그리고 안타깝게도 세상의 정세는 그녀에게 안식을 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무명이었던 시즈코 군은, 우사 산성 전투에서 충격적인 초전을 장식했다.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자마자 오우미 국의 패자(覇者) 롯카쿠 씨를 괴멸시킨 것에 각국은 놀라서 정보를 얻으려고 많은 간자를 풀었다.
지금까지 조용했던 그녀의 주위도 서서히 소란스러워져간다. 아무리 그녀가 조용한 생활을 원하더라도, 시즈코의 파란만장한 생활은 지금부터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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